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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소름 끼치는 지하철 시스템 해킹 방비책 뭔가

    이번엔 서울지하철이 해킹 조직에 노출됐다. 원전과 은행이 잇따라 해커들에게 뚫린 데 이어 천만 서울 시민의 발이라 할 수 있는 지하철을 운영하는 컴퓨터마저 해킹 조직의 손에 넘어간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와 서울시는 안전과 관련된 핵심 프로그램의 유출은 없었다고 하나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서울메트로는 하루 평균 420만명이 이용하는 서울지하철 1~4호선의 전동차 2000여대를 운행, 관리하는 공기업이다. 지난해 7월 이곳의 전산망이 해킹을 당해 관리 프로그램 운영서버 등이 권한을 상실하고 최소 5개월 동안 업무자료 등 내부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국회 국정감사에서 뒤늦게 밝혀졌다. 해킹 수법이 2013년 방송사, 금융기관 해킹과 동일해 북한 사이버 테러 조직의 계획적인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3월 국정원은 북한이 중국과 동남아에 1000여명의 정보기술 인력을 외화벌이 일꾼으로 위장 파견, 도시가스나 지하철·철도 등 우리 기반시설에 대한 해킹을 시도하고 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이번 해킹 수준이면 지하철 관제 시스템의 다운도 가능했을 것으로 본다. 해커가 마음만 먹었다면 지하철 운영을 교란해 대형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을지 모를 일이다.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친다. 서울메트로 측은 “열차 운행과 관련된 관제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었다”면서 “사고 예방을 위해 업무망과 인터넷망을 분리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먼저 해킹을 당했던 한국수력원자력의 대응과 똑 닮았다. 모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식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태도는 매우 단호하다. 지난해 소니 영화사가 해킹을 당했을 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직접 보복을 언급했다. 이에 비해 수시로 해킹을 당하면서도 우리 정부의 대응 태세는 안이하기 짝이 없다. 당할 때마다 “북한 소행으로 추정된다”는 식으로 흐지부지 넘어가려 한다. 주요 시설에 대한 해킹 공격이 반복되는데도 근본 대책이 없다.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는 보안 전문인력부터 크게 부족하다. 그러니 똑같은 일이 일어나도 속수무책으로 뚫리고 만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강국 대한민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다. 사이버 테러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위협이 된 지 오래다. 지금이라도 관련 전문가 육성 등 정부 차원의 세심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커버스토리] 올해 노벨상 주인공은 누구

    [커버스토리] 올해 노벨상 주인공은 누구

    올해는 어떤 ‘깜짝 수상자’가 나올까. 오는 5일 노벨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엿새간 6개 분야의 주인이 가려질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일 물리학상, 7일 화학상, 9일과 10일 각각 평화상과 경제학상 수상자가 공개된다. 문학상 수상자 발표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관례상 8일이 유력하다. 이미 각계 인사들과 도박사이트들은 올해 수상자가 누가 될지를 놓고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써내려가고 있다.  초미의 관심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화상 수상 여부다. 또 중국 소설가 모옌(2012년) 이후 3년 만에 아시아계 등 제3세계 작가의 문학상 수상이 점쳐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화상을 받는다면 역대 교황 중 첫 수상자가 된다. 종교인으로선 달라이 라마(1989년) 이후 26년 만이며, 가톨릭 성직자로선 테레사(1979년) 수녀 이후 36년 만이다. 또 10년 넘게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고은 시인이 이변을 연출한다면, 114년 역사의 노벨상에서 김대중(2000년)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인 수상자로 기록된다. 노벨상은 역대 수상자와 다양한 시상기관, 물리학·화학·생리의학 분야에서 활동하는 학자들로부터 추천을 받는다. 이를 기초로 각 수여 기관이 최종 수상자를 선별한다. 다만 각 부문 후보는 관례상 50년 동안 공개되지 않는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평화상 후보 난립  노벨상 웹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평화상 후보로는 기관 68곳, 개인 205명 등 모두 273건의 추천이 접수됐다. 이는 지난해 278건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일단 현재까지 가장 많은 사람이 꼽은 유력 후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세계 최대 베팅사이트인 영국의 베트페어(www.betfair.com)는 2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장 높은 4대1의 배당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황은 올해 54년 만에 이뤄진 미국과 쿠바 국교 정상화의 숨은 중재자로 알려져 있다. 또 콜롬비아 내전 종식을 위한 정부와 반군 간 협상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국제 분쟁 종식과 인권 문제, 환경 문제까지 폭넓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어 성폭행 여성 수천 명을 치료한 콩고 의사 드니 무퀘게(5대1), 많은 아프리카 난민을 구조한 무시에 제라이(13대2) 신부 등이 꼽힌다. 단체로는 러시아의 언론사 노바야가제타(8대1)와 일본 국민(평화헌법 9조를 지켜낸 일본 사람들·10대1)이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이케다 다이사쿠 창가학회 명예회장, 미 국가안보국(NSA) 내부 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이상 12대1)과 반기문(14대1) 유엔 사무총장 등이 거론됐다. 사이트 순위에는 없지만 역사적 이란 핵합의를 끌어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의 수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AFP는 시리아 난민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겠다며 난민 문제를 공론화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유력한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꼽았다.    ●제3세계 문학인들 강세…과학 분야에선 여풍 드세  ‘노벨상의 꽃’으로 불리는 노벨 문학상 후보로는 모두 198명을 추천받았다. 이 중 36명이 올해 처음으로 추천된 작가다.  베트페어는 우크라이나의 여성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5대1의 배당률로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했다. 언론인 출신인 알렉시예비치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증언록인 ‘체르노빌의 목소리: 미래의 연대기’ 등 다큐멘터리 형식의 산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어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대1), 케냐 소설가 응구기 와 티옹오(7대1),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와 조이스 캐럴 오츠(이상 10대1) 등이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의 고은 시인은 노르웨이의 욘 포세, 오스트리아의 페터 한트케(이상 18대1)와 함께 공동 9위에 올랐다.  평화상과 문학상은 대중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변수가 많은 분야로 꼽힌다. 학계에서 확고한 공적을 인정받는 이들이 수상하는 경제·과학 분야와 달리 예측이 쉽지 않다. 도박사이트들이 따로 베팅 코너를 꾸리는 이유다.  노벨상 과학 분야 수상자를 예측해 온 톰슨 로이터는 지난달 25일 올해의 화학·생리의학·물리학·경제학 분야 예상 수상자 명단을 내놨다. 그런데 유독 여풍이 드세다. 톰슨 로이터는 “2002∼2014년 12년간 예상 수상자 명단에 오른 여성은 6명에 불과했는데 올해에만 4명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연구 논문 저자 중 여성 비율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1950년대 초반 ‘X선 회절사진’으로 DNA 구조를 밝힌 영국의 로절린드 프랭클린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수상에서 배제됐던 때와는 크게 달라진 위상이다. 노벨상이 처음 시상된 1901년 이후 단지 17명의 여성만이 과학분야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화학상에선 유전질환에 대한 잠재적 치료법을 알아내기 위한 유전체 편집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발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스웨덴 우메아대 교수와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UC 버클리대 교수가 후보로 꼽힌다. 생리의학상에선 ‘단백질 펴짐 반응’이라고 불리는 메커니즘을 연구한 모리 가즈토시 일본 교토대 교수와 피터 월터 UC 샌프란시스코대 교수가 거론됐다. 물리학 분야에서는 극저온에서 존재하는 최초의 ‘페르미온 응축물’을 만든 데버러 진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 교수 등이 언급됐다. 경제학 분야에선 정치적 판단과 시장의 관계를 밝힌 리처드 블런델 런던대 교수 등이 유력한 후보로 점쳐졌다.   ●노벨상 선정 뒤에는 정치적 판단?  올해 노벨상 선정도 숱한 뒷얘기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추악한 뒷모습을 그린 스웨덴 영화 ‘노벨스 라스트 윌’(2012년)처럼 말이다. 영화에선 거대한 다국적 기업들의 암투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뒤바꿔 놓았지만 현실에선 정치적 고려가 당락을 가를 변수로 보인다.  역사학자로 25년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예이르 루네스타는 최근 펴낸 자서전에서 2009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에 정치적 고려가 깔려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당선된 지 얼마 안 된 오바마에게 상을 준 것은 ‘앞으로 세계 평화를 위해 기여해 달라’는 취지였지만 심사위원들의 기대를 채워 주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노벨상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막대한 부를 일군 스웨덴의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이 남긴 유언에 따라 제정됐다. 노벨은 그의 유산 약 3100만 크로나를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에 기부했고, 왕립과학아카데미는 유산을 기금으로 노벨재단을 설립해 1901년부터 노벨상을 수여했다. 노벨상은 애초 생리의학, 화학, 물리학, 문학, 평화 등 5개 부문에 수여됐는데, 스웨덴중앙은행이 1968년 노벨을 기리며 경제학상을 신설했다. 노벨상 수상자는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화학상·물리학상·경제학상), 스웨덴 스톡홀름의 카롤린스카의학연구소(생리의학상), 스웨덴한림원(문학상), 노르웨이 국회가 선출한 5인 위원회(평화상)가 나누어 심사한다. 노벨이 유서를 작성하고 노벨재단이 설립될 무렵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하나의 나라였다. 1905년 나라가 분리됐지만 심사 및 수여 기관은 바뀌지 않았다. 시상식은 노벨이 사망한 날인 12월 10일 개최되며, 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나머지 상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수여된다. 수상자는 상장과 금메달, 상금을 받는다. 상금은 올해 부문당 약 800만 크로나(약 11억원)이며 한 부문 수상자가 다수일 경우 나눠 갖는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커버스토리] 올해 노벨상 주인공은 누구

    [커버스토리] 올해 노벨상 주인공은 누구

    올해는 어떤 ‘깜짝 수상자’가 나올까. 오는 5일 노벨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엿새간 6개 분야의 주인이 가려질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일 물리학상, 7일 화학상, 9일과 10일 각각 평화상과 경제학상 수상자가 공개된다. 문학상 수상자 발표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관례상 8일이 유력하다. 이미 각계 인사들과 도박사이트들은 올해 수상자가 누가 될지를 놓고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써내려가고 있다. 초미의 관심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화상 수상 여부다. 또 중국 소설가 모옌(2012년) 이후 3년 만에 아시아계 등 제3세계 작가의 문학상 수상이 점쳐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화상을 받는다면 역대 교황 중 첫 수상자가 된다. 종교인으로선 달라이 라마(1989년) 이후 26년 만이며, 가톨릭 성직자로선 테레사(1979년) 수녀 이후 36년 만이다. 또 10년 넘게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고은 시인이 막판 이변을 연출한다면, 114년 역사의 노벨상에서 김대중(2000년)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인 수상자로 기록된다. 노벨상은 역대 수상자와 다양한 시상기관, 물리학·화학·생리의학 분야에서 활동하는 학자들로부터 추천을 받는다. 이를 기초로 각 수여 기관이 최종 수상자를 선별한다. 다만 각 부문 후보는 관례상 50년 동안 공개되지 않는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평화상 후보 난립 노벨상 웹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평화상 후보로는 기관 68곳, 개인 205명 등 모두 273건의 추천이 접수됐다. 이는 지난해 278건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일단 현재까지 가장 많은 사람이 꼽은 유력 후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세계 최대 베팅사이트인 영국의 베트페어(www.betfair.com)는 2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장 높은 4대1의 배당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황은 올해 54년 만에 이뤄진 미국과 쿠바 국교 정상화의 숨은 중재자로 알려져 있다. 또 콜롬비아 내전 종식을 위한 정부와 반군 간 협상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국제 분쟁 종식과 인권 문제, 환경 문제까지 폭넓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어 성폭행 여성 수천 명을 치료한 콩고 의사 드니 무퀘게(5대1), 많은 아프리카 난민을 구조한 무시에 제라이(13대2) 신부 등이 유력한 수상후보로 꼽힌다. 단체로는 러시아의 언론사 노바야가제타(8대1)와 일본 국민(평화헌법 9조를 지켜낸 일본 사람들·10대1)이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이케다 다이사쿠 창가학회 명예회장, 미 국가안보국(NSA) 내부 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이상 12대1)과 반기문(14대1) 유엔 사무총장 등이 거론됐다. 사이트 순위에는 없지만 역사적 이란 핵합의를 끌어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의 수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AFP는 시리아 난민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겠다며 난민 문제를 공론화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유력한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꼽았다. ●제3세계 문학인들 강세… 과학 분야에선 여풍 드세 ‘노벨상의 꽃’으로 불리는 노벨 문학상 후보로는 모두 198명이 추천받았다. 이 중 36명이 올해 처음으로 추천된 작가다. 베트페어는 우크라이나의 여성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5대1의 배당률로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했다. 언론인 출신인 알렉시예비치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증언록인 ‘체르노빌의 목소리: 미래의 연대기’ 등 다큐멘터리 형식의 산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어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대1), 케냐 소설가 응구기 와 티옹오(7대1),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와 조이스 캐럴 오츠(이상 10대1) 등이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의 고은 시인은 노르웨이의 욘 포세, 오스트리아의 페터 한트케(이상 18대1)와 함께 공동 9위에 올랐다. 평화상과 문학상은 대중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변수가 많은 분야로 꼽힌다. 학계에서 확고한 공적을 인정받는 이들이 수상하는 경제·과학 분야와 달리 예측이 쉽지 않다. 도박사이트들이 따로 베팅 코너를 꾸리는 이유다. 노벨상 과학 분야 수상자를 예측해 온 톰슨 로이터는 지난달 25일 올해의 화학·생리의학·물리학·경제학 분야 예상 수상자 명단을 내놨다. 그런데 유독 여풍이 드세다. 톰슨 로이터는 “2002∼2014년 12년간 예상 수상자 명단에 오른 여성은 6명에 불과했는데 올해에만 4명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연구 논문 저자 중 여성 비율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1950년대 초반 ‘X선 회절사진’으로 DNA 구조를 밝힌 영국의 로절린드 프랭클린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수상에서 배제됐던 때와는 크게 달라진 위상이다. 노벨상이 처음 시상된 1901년 이후 단지 17명의 여성만이 과학분야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화학상에선 유전질환에 대한 잠재적 치료법을 알아내기 위한 유전체 편집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발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스웨덴 우메아대 교수와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UC 버클리대 교수가 후보로 꼽힌다. 생리의학상에선 ‘단백질 펴짐 반응’이라고 불리는 메커니즘을 연구한 모리 가즈토시 일본 교토대 교수와 피터 월터 UC 샌프란시스코대 교수가 거론됐다. 물리학 분야에서는 극저온에서 존재하는 최초의 ‘페르미온 응축물’을 만든 데버러 진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 교수 등이 언급됐다. 경제학 분야에선 정치적 판단과 시장의 관계를 밝힌 리처드 블런델 런던대 교수 등이 유력한 후보로 점쳐졌다. ●노벨상 선정 뒤에는 정치적 판단? 올해 노벨상 선정도 숱한 뒷얘기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추악한 뒷모습을 그린 스웨덴 영화 ‘노벨스 라스트 윌’(2012년)처럼 말이다. 영화에선 거대한 다국적 기업들의 암투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뒤바꿔 놓았지만 현실에선 정치적 고려가 당락을 가를 변수로 보인다. 역사학자로 25년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예이르 루네스타는 최근 펴낸 자서전에서 2009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에 정치적 고려가 깔려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당선된 지 얼마 안 된 오바마에게 상을 준 것은 ‘앞으로 세계 평화를 위해 기여해 달라’는 취지였지만 심사위원들의 기대를 채워 주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노벨상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막대한 부를 일군 스웨덴의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이 남긴 유언에 따라 제정됐다. 노벨은 그의 유산 약 3100만 크로나를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에 기부했고, 왕립과학아카데미는 유산을 기금으로 노벨재단을 설립해 1901년부터 노벨상을 수여했다. 노벨상은 애초 생리의학, 화학, 물리학, 문학, 평화 등 5개 부문에 수여됐는데, 스웨덴중앙은행이 1968년 노벨을 기리며 경제학상을 신설했다. 노벨상 수상자는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화학상·물리학상·경제학상), 스웨덴 스톡홀름의 카롤린스카의학연구소(생리의학상), 스웨덴한림원(문학상), 노르웨이 국회가 선출한 5인 위원회(평화상)가 나누어 심사한다. 노벨이 유서를 작성하고 노벨재단이 설립될 무렵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하나의 나라였다. 1905년 나라가 분리됐지만 심사 및 수여 기관은 바뀌지 않았다. 시상식은 노벨이 사망한 날인 12월 10일 개최되며, 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나머지 상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수여된다. 수상자는 상장과 금메달, 상금을 받는다. 상금은 올해 부문당 약 800만 크로나(약 11억원)이며 한 부문 수상자가 다수일 경우 나눠 갖는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방사능 괴물?’ 거대 늑대장어 잡은 일본 낚시꾼 화제

    ‘방사능 괴물?’ 거대 늑대장어 잡은 일본 낚시꾼 화제

    ‘방사능 괴물?’ 거대 늑대장어 잡은 일본 낚시꾼 화제 2m 크기의 거대 늑대장어를 잡은 일본 강태공의 사진이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2015년 9월 17일 미국 뉴욕데일리뉴스는 지난 8월 31일 히라사카 히로시(Hirasaka Hiroshi)란 이름의 남성이 트위터에 올린 거대 늑대장어 사진을 기사와 함께 소개했다. 히로시는 자신의 트윗터에 낚시로 잡은 거대한 늑대장어를 배 위에서 양손으로 힘겹게 들어올리는 기념사진을 올려 화제가 됐다. 히로시는 늑대장어를 잡기 위해 지난 3개월간 일본 최북단 섬인 홋카이도를 두 번 방문했으며 지난달 29일 홋카이도 섬 해안에서 2m에 육박하는 거대늑대장어를 낚은 후 지인들과 함께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늑대장어는 북태평양산 늑대고깃과의 일종으로 일본과 남부 캘리포니아 등 북태평양 일대에서 발견된다. 보통 1.5m 크기까지 자란 늑대장어가 발견되고 있지만 히로시가 잡은 물고기는 이보다 훨씬 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탄생한 돌연변이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편 히로시의 늑대장어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누출 사고 지역에서 400마일(약 644km) 떨어진 곳에서 잡혔다. 사진= Hirasaka Hiroshi Twitter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열린세상] 법의 여신은 눈물을 모른다/조성호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열린세상] 법의 여신은 눈물을 모른다/조성호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없었다. 그들로부터 배상을 받아 낼 수도 없었다. 문제는 ‘법’이었다. 그 ‘법’ 때문에 가해자들을 정의의 법정에 세울 수 없었다. 피해 여성은 자살하고, 그 여동생마저도 자살하고, 아버지는 뇌출혈로 생을 마감하고, 남은 이라고는 어머니뿐인, 이 풍비박산 난 가정을 두고 법의 여신 ‘디케’는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이 여신이 수호하고자 하는 것은 정의인가. 아니면 법 자체인가.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심약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피해 여성은 2004년 여동생의 권유로 드라마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현장반장, 부장, 캐스팅 담당자 등 12명의 방송 스태프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가해자들은 여동생을 팔아넘기거나 어머니를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며 피해 여성을 모텔에 감금해 성폭행하고, 변태 성행위까지 강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성은 고소했지만, 2년 만에 고소를 취하하게 된다. 가해자들의 완강한 부인 속에 “사건을 다시 기억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성폭행 관련 법률은 친고죄여서 수사는 중단됐고, 가해자들에 대한 형사적 단죄의 기회는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결국 피해자는 자살에 이르고, 여동생 역시 자살했다. 죄책감 때문이었다. 아버지도 충격에 휩싸여 뇌출혈로 세상을 하직했다. 홀로 남은 어머니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민법상 3년의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소를 기각하기에 이른다. 약 2주 전 내려진 민사재판의 결론이다. 어떤 법체계가 정의를 수호하지 못한다면 그 법체계는 권위를 잃고 말 것이다. 정의를 외면하는 법은 존재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이 수호해야 할 정의란 무엇인가. 다양한 대답이 있을 수 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죄가 있는 곳에 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의 법체계가 고차원적인 도덕률이 아닌 이상 죄를 눈감아 줄 수는 없는 일이다. 용서, 화해 등과 같은 일들은 인간의 도덕적 수양의 문제이지 현실 법의 문제는 아니다. 옳은 일은 보호하고, 그른 일은 단죄하는 것이 현실 법이 추구해야 할 바인 것이다. 인류에게 가장 기본적이고도 오래된 정의관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체계를 갖춘 최초의 법전 중 하나로 알려진 함무라비법전은 기원전 17세기 바빌로니아의 제6대 왕 함무라비가 제정한 것인데, 2m가 조금 넘는 돌기둥에 새겨진 282개 법조문 중에서 특히 다음의 두 조항, 즉 ‘다른 사람의 눈을 상하게 했을 때는 가해자의 눈도 상해져야 하고’(196조), ‘다른 사람의 이를 상하게 했을 때는 가해자의 이도 상해져야 한다’(200조)는 것이 유명하다. 유사한 내용이 우리나라 최초의 법으로 알려져 있는 고조선 시대의 팔조금법(八條禁法)에서도 발견된다. ‘사람을 죽인 자는 죽여서 다스린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동태복수법(同態讐法)의 정의관은 인간의 발달 과정에서도 발견된다. 발달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만 4세 이전의 아동은 상대방으로부터 가해를 당했을 때 동일한 형태의 보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즉 누군가가 자신을 발로 찬다면 자신 역시 상대방을 발로 차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처지나 사정을 헤아리거나 하는 등의 좀 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사고는 한참의 발달 과정을 거친 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정의의 여신이기도 한 ‘디케’의 양손에는 저울과 칼이 들려져 있고, 두 눈은 천으로 가려져 있다. 엄정한 정의의 기준으로 추상과 같이 정의를 실현하되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로지 정의의 본질에만 입각한다는 것을 이 여신은 상징한다. 이 비극적 사건에서 법의 보호를 받은 것은 누구인가. 친고죄라는 형법적 조항과 3년의 소멸시효라는 민법적 근거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12명의 가해자는 세 명의 목숨을 연이어 죽음에 이르게 하고, 한 가정을 완전히 파탄 내버린 범죄를 저지르고도 단 하루의 감옥 생활과 단 1원의 손해배상을 하지 않았다. 최소한 이 사건에서만큼은 법은 가해자 편이었다는 점이 분명해 보인다. 이런 법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묻게 된다. ‘과연 정의는 살아 있는가’라고. 법의 여신 ‘디케’의 두 눈은 여전히 가려져 있고, 정의를 갈망하는 우리들의 눈에서만 눈물이 흐른다.
  • [글로벌 인사이트] 원전 스위치 다시 켠 아베… 반대 여론에도 “5년내 30개 재가동”

    [글로벌 인사이트] 원전 스위치 다시 켠 아베… 반대 여론에도 “5년내 30개 재가동”

    일본 원자력발전소(원전)들이 재가동을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센다이 원전 1호기가 지난 11일 다시 운영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모두 정지했던 원전들이 재가동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은 점진적으로 원전 가동을 멈춰 ‘원전 제로(0) 시대’에 들어갔다. 하지만 센다이 원전 1호기의 가동으로 23개월 만에 원전 제로 시대에서 벗어나 다시 원전 가동국으로 질주를 시작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관계자는 31일 “규슈전력의 센다이 1, 2호기를 비롯해 간사이전력의 다카하마 3, 4호기, 시코쿠전력의 이가타 3호기 등 모두 5기의 원전에 대해 재가동 승인이 난 상태”라고 말했다.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는 일본의 11개 전력회사는 현재 15개 원전에서 모두 25기의 재가동을 신청한 상태다. 일본에는 모두 49기의 원전이 있다. 원전 재가동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력 가격이 25%가량 오른 상태에서 더이상 석탄, 가스 및 대체 에너지만으로는 전력 경쟁력을 유지하기도 어렵고, 국가 경쟁력에도 부담이 된다는 아베 신조 정부의 판단이 깔려 있다. 온실가스 절감을 위한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명분에 전력원 구성의 다양성 확보, ㎾h당 원전의 발전 비용이 10.3엔으로 가장 저렴한 점도 한몫했다. 아베 정부는 2020년까지 전체 전력원의 20~22%는 원전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으로 30개의 원전을 재가동할 방침을 세워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아베 정부는 2013년 7월 원전 재가동 판단의 전제가 되는 규제 기준을 새로 수립했다. 지난 6월까지 원전 운영사는 2조 3830억엔을 안전대책비로 추가 투자한다는 계획 아래 원전 안전 보강책을 시행해 왔다. 그렇지만 여전히 원전 반대 정서는 강하다.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주민이 원전 재가동의 열쇠를 쥐고 있다. 원전 재가동을 위해선 지자체와 주민 동의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원전 운영사들은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지자체 및 주민의 동의를 거쳐 재가동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원전에 대해 최근 NHK의 여론조사 결과 가동 찬성은 17%, 가동 반대 38%로 나왔다. 반대 측은 “후쿠시마 원전의 뒤처리도 못한 채 방향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재가동은 시기 상조”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의 한 원전 전문가는 “원전 재가동으로 사용 후 핵연료 증가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문제, 재처리 시설 가동으로 인한 플루토늄 증가 등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바닷물 넣어라” 총리 승인 미루다 방사능 유출…후쿠시마 이후, 신속한 결정·비상 전원에 집중

    [글로벌 인사이트] “바닷물 넣어라” 총리 승인 미루다 방사능 유출…후쿠시마 이후, 신속한 결정·비상 전원에 집중

    “대지진, 쓰나미, 테러 등의 돌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원자로 노심 등 핵심 시설을 보호하고 버틸 수 있게 하는 설비의 보강 상태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또 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결단을 내릴 의사 결정 체제 등을 자세히 살펴본다.” ●아시아 원전 운영체 참여해 안전 점검 전 세계 원자력발전소(원전) 운영 회사들의 범국가적 국제민간기구인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도쿄센터의 한경수 처장은 31일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교훈을 얼마나 반면교사로 삼아 실천했는지, 또 국제 기준에 따른 기술적·행정적 보완 조치 및 대비를 얼마나 철저히 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태어난 게 WANO다. WANO는 1984년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현장을 아는 전문가들의 점검 필요성이 커지면서 발족됐다. 원전 운영국 모두가 회원국으로 참가하고 있다. 런던 본부를 비롯해 파리, 도쿄, 모스크바 등 4곳에 지역센터를 두고 전문가들을 현장에 파견해 원전의 안전성과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WANO 도쿄센터는 일본 도쿄전력 등 11개 원전 운영사, 중국의 국가핵전력공사(CNNP), 인도 정부 산하 인도원자력공사(NPCIL), 파키스탄의 파키스탄원자력위원회(PAEC), 대만의 대만전력공사(TPC), 한국수력원자력 등 아시아의 모든 원전 운영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WANO는 점검에서 불거진 다양한 지적 사항들을 운영 주체에 전달하고 난 다음 2년 뒤 재검해 등급을 매긴다. 이 등급은 원전 운영 주체의 수준과 해당 원전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기준이 된다. 한 처장은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이 됐던 비상 전원의 확대 및 추가 확보에 역량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간사이전력의 다카하마 3, 4호기, 도호쿠전력의 히가시도리 1호기 등은 한 처장이 팀을 이끌고 점검했던 일본 원전들 가운데 일부다. 한 처장은 “뼈아픈 경험을 토대로 일본 원전들은 사고 이후 외부 전원이 끊어지고, 비상시 디젤 발전기도 사용할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한 고정식 가스터빈 발전기, 이동형 발전차량, 이동식 직류전원, 축전지 용량 증대 등 다중의 전원 비상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쓰나미로 외부 전원이 끊어지고, 비상시를 위한 디젤 발전기도 물에 잠기면서 전기의 힘으로 이뤄지던 냉각수 공급이 중단돼 결국 원자로 노심이 녹으면서 방사능이 유출된 것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과정이었다. 그는 “원격 제어실의 추가 설치 및 격납 건물 안전 확보를 위한 수소 폭발 방지용 수소 재결합기 설치, 격납 건물 압력방출 여과기 등을 설치하고 있다”고 일본의 안전대책 방향을 소개했다. 후쿠시마 사고 때에는 수소 폭발을 막지 못한 데다 방사능을 나오지 못하게 막고 있던 원자로 격납 용기의 용량이 적고 약해 폭발 충격을 견디지 못하는 바람에 용기 뚜껑이 날아가 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위기 상황 시 의사결정 체계도 한 처장과 WANO의 중점적 점검 대상이다. 사고 과정에서 방사능 유출 전에 바닷물이라도 원자로에 집어넣었으면 원자로 노심은 녹지 않아 방사능 유출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후쿠시마 사고에서는 “바닷물을 넣는다”는 결정을 의사결정의 최종 단계인 총리가 해야 했다. “원자로 노심이 녹고 방사능 유출 때까지 대략 8~11시간이 걸린다. 바닷물을 넣자는 결정이 이뤄진 시점은 연료용융 예상 시점을 8~11시간 초과한 뒤였다. 일본은 이 시간 안에 결정과 행동을 못 했다. 사고가 난 뒤부터 바닷물 주입 때까지 실제 시간은 더 걸렸다. 총리까지 가서 결정해야 하는 사이 이미 방사능 유출이 일어났다.” 바닷물을 원자로에 넣으면 원전은 못 쓰게 되는데 그 부담과 책임을 최고지도자(총리)까지 미루게 된 사례였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결정을 위해 현장 책임자(원전 소장)와 운영사 사장의 결단 여부가 사고 여파를 막는 데 결정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고 이후 선진국들도 적극 점검 나서 한 처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WANO의 역할과 활동도 더 커지고 있다”면서 “점검에 소극적이던 선진국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변했고, 2017년 말까지 모든 원전 운영회사 본사에 대한 WANO의 점검이 이뤄지게 됐으며, 비상 대응시설 체제 점검도 이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1982년 한전에 입사해 한국 원전의 산증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한수원 위기관리실장을 지내면서 원전 안전 강화대책의 틀을 마련했고, 지난해부터 WANO 도쿄사무소에서 일해 왔다. 2012년 3월 고리 1발전소장 재임 시 정전 은폐 사건을 겪기도 한 그는 최근 고리 1호기 폐쇄 결정에 대해 당시 재가동을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비롯한 국내외 전문기관의 안전성 평가에서 양호한 판정을 받았고, 주요 설비를 다 교체해 성능이 우수했는데도 문을 닫게 되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열린세상] 사고를 막는 안전문화가 절실하다/이석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경영기획본부장

    [열린세상] 사고를 막는 안전문화가 절실하다/이석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경영기획본부장

    사회가 발전할수록 생명, 환경 그리고 안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이를 위한 투자도 증가한다. 첨단기술은 우리가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혜택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신경 써야 할 현상과 위험 요소들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빠른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자동차는 그 속도에 맞는 제어장치와 에어백, 도로 조건이 필요하고, 거대 건축물은 그 규모에 맞는 안전기준과 감리가 필수적이며, 대형 선박은 수송 능력에 맞는 선체검사와 관제 시스템으로 관리돼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이 실수를 하더라도 안전성이 확보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설계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고 발전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갖췄음을 인정하면서 한편 누구나 언제든지 실수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크고 복잡한 시스템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오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실수나 기계적 고장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갖추어 놓아야 한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이를 ‘심층방어 철학’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겹겹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사고, 리조트 붕괴, 세월호 침몰과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 각각의 안전장치에 숨어 있는 오류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결합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다중의 방어 체계가 일시에 뚫려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두고 ‘조직사고’라고 부른다. 조직사고 개념을 제시한 영국의 제임스 리즌 교수는 조직사고를 예방하려면 조직 전반에 내재한 다중 방어체계를 관리하는 수단이 필요한데, 유일한 방법은 안전문화를 정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강력한 안전문화로 무장된 조직은 다중의 방어체계를 스스로 허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숨어 있는 오류를 찾아내어 시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발전하는 기술과 더불어 발생 가능한 사고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려면 기술적인 안전장치뿐 아니라 제도적·조직적으로도 다중의 심층 방어 개념을 보완하는 안전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안전문화의 개념은 1986년 구 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원인을 설명하면서 등장했다. 이후 30여년간 원자력 기술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안전문화가 강조되는 이유는 후쿠시마 사고에서와 같이 한 번의 사고로도 원자력 산업의 존폐가 갈릴 수 있고, 사고의 예방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안전문화의 정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문화는 어느 개인보다는 그룹, 사회 혹은 국가와 관련되며 안전문화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본질에 맞게 바라보아야 한다. 개념과 가치가 조직이나 사회의 다수에 의해 인식되고 수용되며 실천될 때까지 문화가 형성됐다고 말할 수 없다. 안전문화는 최고 관리자가 정책을 발표하고 이를 여러 모임에서 반복한다고 해서 정착되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개개인이 일상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안전’을 최우선으로 인식해 이를 실천하고, 이러한 개념과 인식이 조직과 사회 전반으로 공통의 가치, 본질적인 행동양식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특히 조직의 취약성을 극복하려면 위험 요소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접할 기회가 많은 현장 종사자들이 안전문제를 찾아서 보고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행하도록 하는 것은 바로 조직,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역할이자 문화다. 안전문화의 기본은 문제를 인정하고 이를 교훈으로 삼는 데서 출발한다. 안전이 최우선인 조직 문화의 정착을 위해 개인은 눈에 보이는 위험이 없다고 해서 안전한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아무리 사소한 잠재적 위험 요인이라도 결코 이를 간과하거나 방치하지 않는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안전한 원자력발전소는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없는 발전소가 아니라 문제를 많이 발견해 알리고 안전하게 조치하는 발전소다. 조직 스스로 개선해 나아가려는 과정에는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격려하되 은폐나 비리에는 단호히 대응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원전의 안전문화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주어야 할 것이다.
  • 한국, 日수산물 수입 규제…日 수산청, WTO에 제소

    일본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한국이 취한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 제소했다. NHK는 20일 일본 수산청이 한국이 후쿠시마현 등 8개 현의 수산물에 대한 수입을 금지한 조치가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며 분쟁해결소위원회(패널) 설치를 WTO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수산물 수입 규제를 놓고 WTO에 제소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2013년 9월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로 후쿠시마현 등 8개 현 대부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해 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원전 오염수 문제를 이유로 한국 정부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도 없고 국제적 무역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양측은 지난 5월부터 WTO 협정에 근거해 이 사안에 대한 양자 협의를 벌여 왔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WTO 협정에 따라 양국 간 협의를 거쳤지만 규제 철폐의 전망이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WTO의 규칙에 따라 성실하게 대응하고 WTO의 결론을 기다리지 말고 빨리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31일 열리는 WTO 분쟁해결기구 회의에서 한국을 포함한 모든 회원국이 동의하면 패널이 설치된다. 강제 해결 절차로 이번 사안이 완전히 종결되려면 1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이 제출한 패널 설치 요청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우리 국민의 먹을거리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고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서울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6] 징비록 특별전과 안동 유림 패션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6] 징비록 특별전과 안동 유림 패션

    KBS TV 역사 드라마 ‘징비록’이 얼마 전 막을 내렸다. 드라마가 끝나기를 기다린 것은 아니겠지만 때맞춰 국립민속박물관이 지난주 ‘징비록’ 특별전을 시작했다. 일반 공개에 앞서 지난 11일에는 초청인사를 대상으로 하는 개막식이 열렸다. 민속박물관 전시회의 개막식은 대개 조촐하게 치러지곤 하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휴관일이어서 가능한 일이었지만, 각종 차량이 박물관 앞마당을 온통 점령했다. ‘징비록’의 지은이이자 주인공인 서애 류성룡(1542~1607)의 향리인 안동에서도 대거 올라온 듯 전세버스가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 류성룡이라는 인물의 역사적 무게를 반영한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흥미로웠던 대목은 단체로 참석한 안동 유림의 패션이었다. 정갈하게 손질한 모시 두루마기에 중절모, 그리고 새하얀 고무신 차림이었는데, 그 모습 자체에서 품위와 권위가 느껴졌다. 조선시대 유림이 아닌 21세기 안동 유림의 여름 ‘드레스 코드’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안동의 전통이란 한때 존재하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지금도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특별전은 기획전시실에 마련됐다. 둘러보면 ‘징비록’과 관련된 각종 유물이 매우 좋은 상태로 보존되고 있는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전시 유물 대부분은 특별전의 공동주최자인 한국국학진흥원이 관리하고 있는데, 안전하게 보존하고자 풍산 류씨를 비롯한 각 문중이 소장 유물을 위탁했기 때문이다. 전통을 지키되 과학적 사고와 실천에도 적극적인 안동 유림의 면모를 읽을 수 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징비록’ 그 자체다. 국보로 지정된 서애의 1604년 친필본과 이후의 목판본, 그리고 ‘징비록’을 찍어낸 조선 후기 책판을 모두 볼 수 있다. 친필본에서 정치적으로 미묘한 대목은 목판본으로 찍어내며 생략하기도 했다고 사실은 처음 알았다. 서애와 친분이 깊었던 오리 이원익(1547~1643)의 종가가 소장한 19세기 한글본 ‘징비록’도 눈길을 끈다. 전시는 ‘영의정으로 임진왜란을 극복하다’, ‘이순신을 등용하다’, ‘명나라 군대와 평양성을 탈환하다’, ‘병으로 사직을 청하다’, ‘오직 나라를 위해 힘쓰다’ 등의 몇가지 주제로 나뉘어 졌다. 임진왜란의 극복 과정을 알게 해주는 다양한 역사적 문헌 자료가 제시되어 있지만, 관람객의 발길은 아무래도 서애의 갑옷과 투구, 그리고 말안장이 있는 곳에 가장 오래 머무는 듯 하다. 서애가 임진왜란 당시 도체찰사가 되어 현장에서 군사업무를 총괄할 때 직접 썼던 것들이라고 한다. 함께 전시된 ‘정원전교’(政院傳敎)는 글자 그대로 승정원에서 서애에게 왕명을 전달한 문서를 모아놓은 것이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 12월 4일 왕의 전교를 보면 ‘경으로 하여금 군사를 검찰하게 하였으나, 현재 일컬을 만한 직책이 없어서 일을 수행하는 데 방해가 많을 것이다. 지금 경울 도체찰사로 삼으니 여러 군사를 총괄하여 흉적을 섬멸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징비록’ 특별전은 9월 30일까지 열린다. 매주 화요일 휴관. 글 서동철 수석논설위원 dcsuh@seoul.co.kr
  • [기고]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 시행 3년/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기고]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 시행 3년/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주변의 방사선을 ‘0’(제로)으로 만들어 달라는 당부를 많이 받는다. 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이러한 당부는 지키기 어렵다. 우리 생활 속에는 자연방사선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로부터 오는 우주방사선, 땅속으로부터 오는 지각방사선, 과일에서도, 사람의 몸에서도 방사선이 나오고 있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생활 속에서 한 해 평균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3mSv(밀리시버트)로 세계 평균인 2.4mSv보다 약간 높은 편이다. 아마도 많은 분들의 당부는 자연방사선을 제외하고, 우리 생활에서 불필요하게 추가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 달라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생활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방사선의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 건강과 환경을 보호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이하 생방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2012년 7월 시행된 이후 올해 3주년을 맞았다. 생방법은 2007년 몸에 지니고만 있어도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건강팔찌와 음이온 매트 등 건강용품들의 원료로 사용되는 광물에서 방사능이 검출된 사례로부터 출발했다. 이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원안위는 천연 방사성 핵종의 사용 방법과 시설, 보관관리 방법 전반에 대해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 우주방사선도 생방법의 관리 대상 중 하나다. 가끔 비행기를 이용하는 일반인은 우주방사선에 노출되는 방사선량이 적지만, 직업상 비행이 잦은 항공 승무원은 관리가 필요하다. 항공 승무원을 대상으로 우주방사선 교육을 하고, 연간 피폭선량을 장기적으로 관리해 암 발병과의 관계를 예의 주시할 예정이다. 최근 문제가 되는 것이 수입산 재활용 고철이다. 지난해 8월 일본에서 들어오는 화물에서 방사능이 검출돼 즉각 반송한 사례가 있었다. 항만에 설치된 방사선 감시기 덕분이었다. 원안위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전국 공항과 항만에 총 73대의 방사선 감시기를 설치해 수입 화물에 대한 방사선 검사를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수입 화물에 대한 방사선 감시가 강화됐다. 수입 고철을 수출하는 국가의 수입 업체에서 사전에 방사선 검사를 하고 ‘무방사능확인서’를 우리나라 수입 업체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원안위는 공항·항만에서, 제강사는 고철이 제강사에 들어가기 전에 재차 방사선 검사를 한다. 수입 화물의 방사선 검사 절차도 개선된다. 통관 절차가 완료된 화물을 항만 출구에서 검사하던 체제에서 수입 화물이 도착하는 즉시 방사선 검사를 하고 방사성 오염이 확인되면 세관에서 통관 절차를 중단하고 즉시 반송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생활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기준치 이하의 방사선에 대해 전문가들이 ‘안전’하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은 ‘안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안전’ 여부를 판단하는 전문가에 대한 국민 신뢰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민들이 원안위의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규제에 대해 신뢰할 수 있도록 더욱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 23개월 만에 끝난 日 ‘원전 제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속 조치로 ‘원전 제로’ 상태인 일본에서 23개월 만에 원전이 재가동된다. 규슈전력은 가고시마현 사쓰마센다이시에 있는 센다이 원전 1호기를 11일 다시 가동에 들어간다고 10일 발표했다. 이 원전은 14일부터 전력을 생산·공급한다. 이로써 2013년 9월 16일 후쿠이 원전 4호기의 운행 중단 이후 1년 11개월 동안 이어진 일본의 ‘원전 제로’ 상태는 끝난다. 앞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후 당시 민주당 정권은 일본의 원전 가동을 단계적으로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센다이 원전의 재가동을 계기로 그동안 멈춰선 원전들이 재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일본의 원전 43기 가운데 센다이 원전 1·2호기, 다카하마 원전 3·4호기, 이카타 원전 3호기 등 원자로 5기가 새로운 안전 기준 심사를 이미 통과한 상태다. 안전 기준 심사에 통과한 원전들은 일부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조만간 모두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센다이 원전 인근에서는 간 나오토 전 총리 등 2000여명이 이틀째 원전 재가동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원전, 발전이냐 안전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원전, 발전이냐 안전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4분 조종사 폴 티벳 중령의 어머니 이름을 딴 B29 폭격기 ‘에놀라 게이’가 우라늄 폭탄 ‘리틀 보이’를 히로시마 상공 9750m에서 투하했다. 자동 폭발 고도인 580m에 도달하기까지는 57초 걸렸다. 8시 15분, 핵폭발로 인해 발생한 버섯구름은 18㎞ 상공까지 치솟았고 폭발 중심 지점에서 반경 1.6㎞ 이내 모든 것이 파괴됐다. 폭발 당시 25만5000여 명이 거주하던 히로시마에서는 초기 폭발로 7만 명이 사망했고, 1945년 말까지 방사능 피폭으로 비슷한 숫자의 사람들이 사망했다. 어마어마한 파괴력에 전 세계는 경악했다. 이에 세계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핵폭탄을 실전에 사용한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핵 에너지를 무기가 아닌 전기 생산에 이용하기 위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계획을 발표했다. 그렇게 60년 넘게 ‘싸고 안전한’ 에너지라는 명성을 이어오던 원자력 발전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로 미운 오리 신세가 됐다. ●우라늄 1g은 석유 1800ℓ의 에너지 엄청난 살상력을 가진 핵폭탄과 전기를 만들어 내는 원자력 발전의 원리는 비슷하다. 물질의 최소단위인 원자는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로 구성돼 있고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져 있다. 안정적인 원자핵에 중성자를 쏘아 넣으면 원자핵은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정원이 10명인 엘리베이터에 덩치가 있는 1명이 추가로 타서 11명이 되면 숨쉬기 힘들어지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불안정한 원자핵은 급기야 두 개로 쪼개지는 붕괴현상을 일으킨다. 방사성 동위원소인 우라늄 235에 중성자를 쏘면 바륨(Ba) 142과 크립톤(Kr) 91로 분열하고 엄청난 열에너지와 함께 중성자 2~3개를 빠른 속도로 내뱉는다. 이렇게 튀어나온 중성자들은 주위에 있는 또 다른 우라늄 235의 원자핵을 연쇄적으로 분열시킨다. 1g의 우라늄에는 1조의 25억배에 해당하는 우라늄 원자가 있는데 이것들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모두 분열하는데는 1백만분의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석유 1800ℓ, 석탄 3t이 완전 연소할 때 생기는 에너지와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양이라고 할 때 우라늄은 석탄보다 300만 배 이상의 에너지를 발산한다. 연쇄반응을 한번에 일으켜 에너지가 단숨에 분출되도록 하는 것이 핵폭탄이고, 연쇄반응 속도를 조절해 핵분열 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원자력 발전이다. ●경수로는 ‘물’ 중수로는 ‘중수’로 속도조절 원자력 발전소의 발전 방식은 화력 발전의 원리와 비슷하다. 핵분열 에너지로 물을 끓여 나온 증기로 터빈을 돌리면 터빈에 연결된 발전기가 돌아가면서 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의 핵심은 핵분열 속도의 통제에 있다. 핵분열 속도를 통제하지 못하는 순간 원자로는 거대한 핵폭탄이 된다. 분열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바로 감속재다. 감속재는 핵분열 시 나오는 고속중성자의 속도를 늦출 수 있으면서 중성자를 흡수하지는 않아야 한다. 이런 조건에 맞는 물질은 물과 흑연, 베릴륨, 산화베릴륨인데, 안전성과 경제성을 모두 갖춘 것이 물과 흑연이다. 원자력발전소의 핵심 설비인 원자로는 크게 경수로와 중수로로 나뉘고, 감속재에 따라 가압경수로, 가압중수로, 흑연로, 비등경수로, 고속증식로 등으로 구분된다. 경수로는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물인 ‘경수’가 감속재로 쓰이며 농축 우라늄 235를 연료로 사용한다. 중수로는 중성자를 하나 더 갖고 있는 중수소가 물 분자를 구성하는 ‘중수’를 감속재로 사용한다. 중수는 보통의 물 1ℓ 중에도 0.16~0.17% 포함돼 있어 추출 비용이 비싸다. 흑연로는 감속재로 흑연이 사용된다. ●한국 가압형 경수로 5중 방호장치 갖춰 1940년대 말 원자력 발전계획이 처음 발표됐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에너지를 값싸게 무한정 공급받을 수 있어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렇지만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 핵누출 사고, 1986년 구 소련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으로 원전 안전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원전 연구자들은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세계 원전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압형 경수로의 경우 핵연료 펠릿-연료 피복관-원자로 압력 용기-4㎝ 두께의 철판 격납용기-120㎝ 두께의 콘크리트 원자로 건물 등 5중 방호장치를 갖추고 있다. 이 같은 방호장치에도 불구하고 갖가지 원전관련 비리 및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안전에 대한 불신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방사성 폐기물 처분, 사용후핵연료 처리, 폐로 처리 등 비용을 포함하면 원자력 발전이 여타 발전방식에 비해 경제적이지 않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반면 우리나라 전력사용량의 증가와 전기생산 비용을 따지면 원전이 아직까지는 다른 발전방식보다 싸기 때문에 원자력 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씨줄날줄] 콩코드 2세/주병철 논설위원

    “여러분, 새 중에서 제일 수다스러운 앵무새는 나는 재주가 아주 서투릅니다. 잘 나는 새는 말하지 않습니다. 내 연설도 이것으로 끝맺습니다.” 1903년 12월 17일 세계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한 라이트 형제는 시험 비행 성공 기념으로 열린 축하연의 탁상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염원했던 ‘하늘을 나는 꿈’을 이룬 데 대한 성취감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날개를 다는 진화 없이 발달한 손과 두뇌로 기계를 만들어 하늘을 날고 싶어 했다. 직립 보행으로 땅에서 살기 시작한 인간이 하늘을 나는 것을 꿈꾸는 건 본능적 욕망이다. 중국의 저명한 예술가이자 인문학자인 쉬레이가 펴낸 ‘비행, 예술을 꿈꾸다’에는 문학과 사진, 그림, 소설 등 인간이 창조하는 모든 예술 분야와 일생생활에 스며든 인간의 비행 욕구가 잘 드러나 있다. 비행의 역사는 기원전으로 거슬러간다. 기원전 1200년 그리스 신화에는 이카루스와 그의 아버지가 새들의 날개를 밀랍으로 붙여서 거대한 날개를 만들었다고 돼 있다. 이카루스가 태양 쪽으로 너무 가깝게 가는 바람에 날개가 녹아 버렸고, 이카루스는 바다에 빠져 죽었다. 기원전 200년 중국의 장군 한신은 연을 날려 적들과의 거리를 측정했다고 한다. 이후 1783년에는 몽골피에 형제가 가축을 태운 열기구를 띄운 걸 계기로 비행 기술은 과학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1849년 글라이더를 제작한 비행 역사의 개척자 조지 케일리, 바람을 이용한 새의 날개를 관찰하면서 과학적으로 사람이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생각한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등도 크게 일조했다. 우리나라도 비행기와 관련된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백과사전쯤 되는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임진왜란 중 경남 사천 인근 지역에서 정모라는 인물이 하늘을 나는 비차(飛車)라는 걸 만들어 진주성에 갇힌 지인을 태우고 날았는데, 비차는 따오기 모양으로 4명이 탈 수 있고 바람을 일으켜 하늘을 날았다고 기록돼 있다. 비행 기술의 진화로 더 많은 종류의 비행기가 설계되고 속도 기록도 경신돼 마하(초음속) 시대를 맞고 있다. 유감스러운 건 비행 기술은 전투기, 무인 항공기, 무인 정찰기 등 군사용도로 발전하고 있다. 민간 여객기 쪽은 그렇지 못하다. 2007년 에어프랑스 소속 콩코드 여객기(마하 2.0·2448㎞/h)가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에서 이륙한 지 2분 만에 추락, 탑승객 113명 전원이 사망하면서 ‘여객기 마하 시대’ 개막은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콩코드 여객기 사고 15년 만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최근 230만 달러를 들여 콩코드를 잇는 초음속 여객기(마하 1.5·1836㎞/h) 프로젝트에 들어간다고 소개했다. 성공하면 한국~미국 왕복이 6시간이면 된다. 지구촌 시대 결정판이 될 만하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나(신혜정 지음, 호미 펴냄)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나.’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일반인의 뇌리에 생생한 체르노빌 원전 폭발. 이 말은 그 원전 폭발 순간에 어린 자녀와 함께 숲에서 괭이밥을 뜯다가 피폭된 여인의 절규로 유명하다. 책은 그 절규를 제목으로 썼다.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2001년) 출신인 시인이 핵발전 현상을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부딪쳐 파악한 핵발전소 고발서. 어쩔 수 없이 매일매일 핵을 안고 살아가는 원전의 노동자를 만나 그들의 삶과 원전을 둘러싼 정치, 경제, 건설, 학계 등 여러 이권 세력에 의해 은폐된 핵발전소의 실체를 낱낱이 전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도라는 7번 국도의 핵발전소 지역을 모두 돌아봤다. 객관적인 자료 일색인 종전의 흔한 탈핵 서적들과는 사뭇 다른 책. 핵발전 현상을 직접 관찰하고 느껴 전한 기록이 생생하다. 208쪽. 1만 2000원. 누가 지도자인가(박영선 지음, 마음의숲 펴냄)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이 쓴 ‘지도자들 이야기’다. 20년 기자, 10여년 정치인 활동 시절 만난 정치인들의 모습이 담겼다. 박근혜·이명박·노무현·문재인·안철수·정몽준·정운찬·정동영·손학규 등 9명이 주인공. 넬슨 만델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 라빈 이스라엘 전 총리,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흥미롭다. 박 의원은 책에서 말한다. “대통령이 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분명 구별되는 무엇이 있다.” 그러면서 “대통령들에겐 모두 시대를 응축하는 ‘시대의 언어’가 녹아 있다”고 강조한다. 정치 지도자에 국한하지 않고 기업 회장과 대표, 간부, 교수, 장교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리더들의 지도력을 말하고 있는 게 특징. 400쪽. 1만 5000원. 나는 매일 천국의 조각을 줍는다(바데이 라트너 지음, 황보석 옮김, 자음과모음 펴냄) 1970년대 후반 캄보디아를 대량 학살로 몰아넣은 악명 높은 크메르 루주 정권 아래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저자의 자전소설. 크메르 루주가 권력을 잡아 자국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던 무렵 일곱 살 소녀 라미의 가족이 수도 프놈펜에서 쫓겨나 캄보디아를 떠날 때까지의 4년간을 어린 라미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다뤘다. 참혹한 일들을 겪으면서도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 낸다. 크메르 루주의 비극을 배경으로 한 기존 작품들이 주로 회고록에 치중된 것과 달리 자신이 직접 겪은 일들을 라미라는 주인공이 자신의 기억을 회상하는 문학 형식을 빌려 그려 낸 게 큰 특징이다. 공포와 절망의 나락 속에서 소름 끼치는 참상을 실감하면서도 살아남으려는 인간 정신이 도드라진다. 15개 언어로 번역돼 출간됐다. 536쪽. 1만 3800원. 한글의 발명(정광 지음, 김영사 펴냄) 고려대 명예교수가 한글 창제와 관련해 새롭게 접근했다. 기존의 ‘영명하신 세종대왕이 사상 유례없는 독창적 글자를 만드셨다’는 신화적 접근을 경계한다. 그보다는 역사적·과학적 바탕 위에서 한글의 의미와 언어학적 가치, 탁월함에 주목했다. 창제의 근본 동기부터가 새롭다. 원나라 건국에 따라 한자의 중국어 발음과 우리 발음이 크게 달라진 탓에 생긴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것이다. 훈민정음도 한자의 한어음을 표기하거나 우리 한자음을 수정해 백성에게 가르칠 때 필요한 발음기호로 창제했다고 본다. 백성을 가르치기 위한 새로운 문자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한글 창제에 불가(佛家)의 학승들이 큰 도움을 준 사실도 공개된다. 508쪽. 1만 9800원.
  • [이광식의 천문학+] ‘마녀사냥자’ 루터는 왜 코페르니쿠스를 욕했나?

    [이광식의 천문학+] ‘마녀사냥자’ 루터는 왜 코페르니쿠스를 욕했나?

    -천년 이상 지식인의 머리를 옥죈 성구 '한 문장' 천문학의 발전에 있어 최악의 장애물을 하나 꼽자면 다른 것도 아닌 다음의 한 문장일 것이다. “여호와께서 아모리 사람들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붙이시던 날에 여호수아가 여호와에게 고하되, 이스라엘 목전에서 가로되, 태양아 너는 기브온 위에 머무르라 달아 너도 아얄론 골짜기에 그리할지어다 하매, 태양이 머물고 달이 그치기를 백성이 그 대적에게 원수를 갚도록 하였느니라. 야살의 책에 기록되기를 태양이 중천에 머물러서 거의 종일토록 속히 내려가지 아니하였다 하지 않았느냐.” '구약 성서' 중 여호수아 10장 12~13절의 내용이다. 이 성구만큼 중세 지식인들의 정신을 옥죈 고문 도구도 없을 것이다. 이 한 문장이 1000년 이상 두고두고 문제가 되어 지식인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강요했다. 브루노가 로마 광장에서 화형을 당하고, 갈릴레오가 피렌체 자택에 종신연금을 당한 것도 이 한 문장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성서는 천국으로 가는 방법을 말해주는 것이지 하늘의 운행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란 갈릴레오의 항변도 이 한 마디로 무력화되었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코페니르쿠스에게 '멍청이'라고 욕한 것도 이 한 문장에 기댄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반문했다. 만약 태양이 움직이지 않고 정지해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 여호수아가 태양에게 멈추라고 명령할 수 있겠는가. 결국 지동설은 성서에 대한 해석과 진리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루터가 코페르니쿠스를 비난한 말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코페르니쿠스라는 어떤 신출내기 점성술사가 나타나, 이 하늘, 해, 달이 아니라 지구가 움직인다고 주장하는 것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인다고 한다. 이 멍청이는 이제까지의 모든 천문학을 뒤집어엎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신성한 성경에서 이르기를, 여호수아는 지구가 아닌 태양에게 그대로 머물러 있으라고 말하였다.”​ 하긴 루터만 탓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1,800년 전 아리스타르코스가 지동설을 발표했을 때도 독신죄에 몰렸었는데, 코페르니쿠스 시대야 더 말해 무엇하랴. 21세기에 사는 미국 인구 중 21%가 아직도 태양이 지구 둘레를 돈다고 믿으며, 7%는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고 한다. 인간이란 원래 완고한 법이다. -루터와 천문학자 간의 악연 그러니 16세기 사람인 루터가 그렇게 말했다고 해서 하등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루터가 천문학의 발전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사실만은 부정하기 힘들다. 더욱이 마녀사냥의 열렬히 지지자였던 루터는 평소 어느 누가 마녀 혐의가 나오더라도 무조건 태워죽여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런 마녀몰이에 또 피해를 입은 사람이 16세기 천문학의 영웅 요하네스 케플러였다. 케플러의 어머니가 마녀라는 혐의를 받고 투옥당해 몇 년 동안 재판을 받았는데, 케플러는 어머니에게 씌워진 마녀 혐의를 벗기기 위해 재판정으로 관공서로 뛰어다니며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다. 천문학의 입장에서 볼 때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루터를 비롯한 중세인들의 머리에는 '신의 형상을 닮은' 인간은 고귀하며 당연히 우주의 중심에 거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인간 중심의 오만함이 도사리고 있었고, 따지고 보면 이런 오만함이 수많은 희생자들을 양산해내고 천문학의 발전을 가로막았다고 할 수 있다. 천문학의 역사는 어떤 면에서는 우주 속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에 관한 역사이기도 하다. 기원전 3세기에 걸출한 천재인 아리스타르코스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우주 속에서의 인간의 위치를 정확히 말하고 최초로 행성들의 배치를 정확하게 그려냈음에도 불구하고, 그후 1,800년 동안 인류 중 누구도 이 사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전히 지구는 우주의 중심에 있으며, 인간은 우주의 중심적인 존재로 군림해왔다. 서구인들은 인간만이 신의 은총을 받은 존재인 양 행세하며, 이단 박멸, 이교도 말살 같은 깃발을 올리고 십자군 전쟁도 여러 차례 일으켰다. ​-​'만물의 중심에는 태양이 있다' 이런 잘못된 우주관을 뒤엎은 사람이 바로 지동설을 들고 나온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였다. 그는 우주의 중심에 놓인 지구를 가차없어 끌어내리고 태양을 거기다 갖다놓았다. 그래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어째서 대명천지에서 1,800년이나 지나서야 지동설이 다시 나온 걸까? 인류 지성이란 게 무색해지는 장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뒤에서 무소불위의 절대권력 교회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맹신은 사람을 저능화한다. 이 분야에서 집단 저능화 현상이 나타나 오랜 동안 지속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동안 내로라 하는 천재들이 왜 없었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천재라 하더라도 시대의 대세를 거스르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그런 면에서 지동설을 세상에 내민 코페르니쿠스는 진정 영웅이었다. 하지만, 무척 조심스런 영웅이었다. 그는 자신의 태양중심 우주론을 담은 첫 저서 ‘소론’을 완성하고도 바로 출판하지 않았다. 요즘 말로 하자면, 획기적 학설을 담은 베스트셀러를 쓰고도 세상에 내놓지 않았다는 뜻이다. 몇몇 필사본이 돌아다니는 정도였다고 한다. 코페르니쿠스는 사실 프로 천문학자가 아니었다. 대학에서 의학과 함께 잠시 천문학을 공부한 적은 있지만, 본업은 어디까지나 교회의 행정직원이자 의사였다. 그는 평소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 우주론에 커다란 불만을 갖고 있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이론대로 정말 지구가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면 화성의 역행 같은 현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또한 금성과 수성이 실제로 지구 둘레를 돈다면 가끔씩 태양으로부터 멀어질 때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현상이 전혀 관측되지 않았던 것이다. 코페르니쿠스는 오랜 탐구 끝에 마침내 수많은 원들을 필요로 하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을 버리고 1,700년 전 아리스타르코스의 지동설로 되돌아갔다. 그가 이러한 결론에 이른 것은 아리스타르코스처럼 태양의 거대한 크기를 생각한 결과에서가 아니고, 태양을 중심으로 모든 행성들이 돈다고 생각하면 행성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수학이 더욱 아름답고 간단해지며, 행성의 역행 운동도 아주 쉽게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원래의 원고에서 코페르니쿠스는 아리스타르코스를 언급했다가 무슨 이유에선지 나중에 선을 그어 지워버렸다). 어쨌든 신에게 특별히 은총받은 인간의 지구가 우주 중앙에 딱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저 불덩어리 태양 둘레를 돌고 있는 행성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혁명적인 주장을 담은 코페르니쿠스의 책은 입소문을 타고 삽시에 번져나갔다. 지식인 사회에서는 큰 화제가 되고 열띤 토론거리가 되었지만, 그래도 코페르니쿠스는 그런 자리에 일절 나가지 않았다. 한마디로 몸조심한 거다. 이러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대해 비판과 반발이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비판의 선두에 섰던 사람이 바로 마르틴 루터였다. 그는 직접 자기 눈으로 마귀를 보았다는둥, 툭하면 마귀 얘기를 꺼내곤 했는데, 귀머거리, 장님, 절름발이 등 장애인들은 그의 기준으로 볼 때 무조건 마귀에 씌인 사람들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마귀로 몰려 참혹한 죽음을 당한 것은 기독교의 대표적 흑역사에 속한다. 14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중반에 걸쳐 5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마녀재판에서 마녀 혹은 마법사라는 죄목으로 처형되었다고 역사는 전한다. 어쨌든, 코페르니쿠스의 천동설을 담은 책이 정식으로 출판된 것은 그가 70살의 나이로 눈을 감기 바로 직전이었다. '소론'이 나온 후 30년이나 지난 뒤였다. 그만큼 코페르니쿠스는 교회와의 마찰을 극도로 두려워했다. 코페르니쿠스가 인쇄된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란 책을 받아본 것은 바로 임종 때였다. 뇌졸중으로 의식을 잃었는데, 책을 쥐어주자 잠깐 눈을 떴다가 영면했다고 한다. 향년 70세.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1616년에 '배교적 저술'로 금서목록에 올랐다가 1999년에야 풀려난 그 책에는 다음과 같은 코페르니쿠스의 유명한 문장이 있다. “만물의 중심에는 태양이 있다. 전체를 동시에 밝혀주는 휘황찬란한 신전이 자리잡기에 그보다 더 좋은 자리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어떤 이는 그것을 빛이라 불렀고, 또 어떤 이는 영혼이라 불렀고, 다른 이는 세상의 길라잡이라 불렀으니, 그 얼마나 적절한 표현인가. 태양은 왕좌에서 자기 주위를 선회하는 별들의 무리를 굽어본다.” 코페르니쿠스는 각각의 천체들은 제각기 고유한 무게를 갖고 있으며, 이 무거운 천체들은 자체의 중심으로 향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생각이 궁극적으로는 만유인력에 이르게 되지만, 당시의 코페르니쿠스는 이러한 문제에 답할 만한 ‘물리학’을 갖고 있지 못했다. 그 답은 뉴턴이 출현하기까지 200백 년 이상을 기다리지 않으면 안되었다. -천지불인(天地不仁), 인간은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 근대과학은 코페르니쿠스가 우주의 중심에서 지구를 치워버린 해인 1543년에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인간은 어떤 의미에서도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고가 하나의 원리로서 확립되었다. 이미 오래 전 노자(老子)가 한 말처럼 천지불인(天地不仁), 곧 자연은 인간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갈릴레오가 코페르니쿠스를 가리켜 지동설의 부활자로 일컬었듯이,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의 최초 주창자는 아니다. 그러나 그의 지동설은 중세의 암흑시대를 벗어나 근대과학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고,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전환을 가져왔던 것이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인간은 그 위에 사는 존엄한 존재이며, 달 위의 천상계는 영원한 신의 영역이다. -이 같은 중세의 우주관을 폐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던 코페르니쿠스. 괴테의 다음과 같은 말은 그에 대한 가장 감동적인 찬사일 것이다. “모든 발견과 견해 중에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만큼 인간 정신에 큰 영향력을 끼친 것은 다시없을 것이다. 우주의 중심에 위치한다는 엄청난 특권의 포기를 요구받기 이전까지, 지구는 둥글고 그 자체로서 완결된 것이라는 사실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인류에게 이보다 더 큰 변혁을 가져온 것은 결코 없었다. 왜냐하면, 이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그토록 많은 것들이 연기처럼 허공 속으로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이 정복군을 이끌고 폴란드 코페르니쿠스 생가를 방문했을 때 위대한 과학자를 기념하는 동상 하나 세워져 있지 않은 걸 보고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동상은커녕 무덤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2005년, 코페르니쿠스 유해가 사후 5세기 만에 발견되었다. 그가 재직한 폴란드의 프롬보르크 대성당 지하묘지에서 발견됐는데, 코페르니쿠스가 사용한 책에서 나온 두 올의 머리카락 DNA 검사를 통해 유해임이 확인되었다. 코페르니쿠스의 유해는 아무 묘비도 없이 무명으로 묻혔다가 사망한 지 5세기 만에 최고의 예우를 갖춰 ‘영웅’으로 재안장됐다. 대성당측은 코페르니쿠스의 사망 467주기 다음날 치르진 장례에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탄압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했다. 폴란드 국민들은 코페르니쿠스를 국민영웅으로 칭송하는 추모행사를 갖기도 했다. 새로 세워진 검은 화강암의 묘비에는 지동설을 표시하는 태양계의 도형을 새겨넣어 500년 전 그의 업적을 기렸다. 역시 조심스러운 영웅의 부활답다고나 할까.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열린세상] 신뢰 통해 원자력 ‘안전’ 넘어 ‘안심’ 수준으로/이석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경영기획본부장

    [열린세상] 신뢰 통해 원자력 ‘안전’ 넘어 ‘안심’ 수준으로/이석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경영기획본부장

    최근 대한민국의 화두는 단연 ‘안전’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최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전에 민감해졌다. 이러다가는 얼마나 큰 비용이 들더라도 절대 안전을 달성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더욱 확산될지도 모르겠다. 원자력에 대한 안전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에 대해 높아졌던 국민의 불안과 우려는 최근 원전부품 서류 위조, 원전 도면 유출 등 일련의 사건들로 국내 원자력 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됐다. 그동안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산하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원자력 및 방사선 시설에 대한 철저한 규제와 안전성 확인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국민의 불신 해소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렇듯 국민과 규제 당국 사이의 안전에 대한 인식의 간극이 쉽사리 좁혀지지 않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는 위험과 안전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기술적 시각과 국민의 사회적 인식 간의 차이가 있다. 성균관대 송해룡 교수는 “전문가들은 주로 통계적 수치와 확률을 통해 위험과 안전을 이야기하지만, 국민은 확률론적 수치의 ‘안전’을 넘어 만일의 모든 경우까지 최대한 대비해 모든 걱정을 떨칠 수 있는 ‘안심’의 상태를 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서로 인정하고 바라는 안전의 기준 차이 때문에 그동안 각자 방식의 소통을 해 오면서 평행선을 달려온 것이다. 또한 국민이 규제기관과 전문가를 믿지 못하는 데에는 시각 차이뿐만 아니라 여전히 미흡한 소통에도 원인이 있다. 양적인 차원의 소통 부족도 문제지만 정작 전달 대상자에게 이를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모든 것을 생각하며 소통을 해야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일반 국민이 알아듣기 어려운 기술적인 내용을 내 가족에게 설명하듯 차근차근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그동안의 소통 및 정보 공개가 단지 일방적인 차원의 것이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고, 국민 생활 속으로 직접 찾아가는 소통을 했는지도 반성해 봐야 한다. 앞으로는 원자력 관련 이슈에 대해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고, 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국민과 진솔한 대화를 꾸준히 이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언론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이들이 원자력 안전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소통 채널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제공하고, 설명회와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국민의 지식을 높이며 전문가와의 이해의 폭을 좁히는, 즉 ‘원자력 리터러시’를 높이는 소통을 해야 한다. 최근 원안위와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국민의 활용도가 높은 스마트폰을 통해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실시간 전국환경방사선량률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앱(eRAD@now)을 개발·배포한 것은 찾아가는 정보 공개와 소통의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원자력 이용에 따른 방사선 재해로부터의 국민안전’은 정부, 규제기관, 전문가, 너 나 할 것 없는 우리 모두의 공동 목표이며, 우리가 지켜 나가야 하는 최선의 가치다. 모두가 같은 지향점을 가진 ‘파트너’라는 인식 아래 서로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모두의 공동 목표인 안전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기술적 차원의 안전을 논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국민의 불안과 우려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국민들 역시 무조건적인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고 관련 전문가들의 판단과 결정을 경청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막연한 불신이 문제를 해결해 줄 리 없다. 언론은 원자력에 대해 기술적 관점과 사회적 시각 사이에서 객관성과 타당성 있는 보도를 해야 한다. 그리스 시대의 시인 호메로스는 ‘일리아스’에서 “상호 신뢰와 상호 협조에 의해서 위대한 행위가 이루어진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과 전문가집단 간의 상호 신뢰하에 원자력 안전에 대해 건전한 비판과 토론이 이루어진다면,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모두 추구하는 안전을 넘어 안심 수준에 비로소 이르게 될 것이다.
  • 적은 양의 방사선은 안전? 가랑비에 옷 젖듯 위험 번진다

    적은 양의 방사선은 안전? 가랑비에 옷 젖듯 위험 번진다

    화학 원소로서 성질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 더이상 쪼갤 수 없는 물질의 기본단위는 ‘원자’(原子)이다. 원자는 하나의 ‘원자핵’과 그것을 둘러싼 하나 이상의 ‘전자’로 구성돼 있다. 원자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지는데 두 개의 비율에 따라 안정적일 수도 있고 불안정적일 수도 있다. 불안정한 원자핵은 방사선을 내뿜은 뒤 안정된 원자핵으로 바뀐다. 방사선은 ‘이온화 방사선’과 ‘비이온화 방사선’으로 나뉜다. 이온화 방사선은 강력한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물질을 통과하면서 이온화시킨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알파입자, 감마선, 엑스선 등이 대표적이다. 비이온화 방사선은 레이저, 전파, 중파, 단파, 가시광선, 적외선 등이다. 우리가 흔히 ‘방사선’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이온화 방사선을 말한다. 원자핵에서 나오는 방사선은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들이 내는 전자기파가 갖는 에너지보다 훨씬 큰 에너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잘만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 실제로 방사선은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이용돼 왔다. 그러나 원자폭탄 제조나 각종 원전 사고로 인해 방사선에 대한 대중의 불신은 점점 커져 왔다. 특히 2011년 3월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인체나 자연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지 한 달 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지역의 한계 방사선량을 연간 20밀리시버트(mSv)로 정하고, 이 기준치 이하는 안전하다고 선언하면서 시민단체들과 과학자, 일본 정부는 저선량 방사선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격렬한 논쟁을 벌였지만 결론 없이 끝났다. 지금까지 과학계에서도 저선량 방사선과 건강과의 연관관계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변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방사선보호 및 핵안전연구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미국 국립 직업안전위생연구소, 미국 드렉셀대, 스페인 폼페우파브라대, 영국 방사선 공중보건센터, 국제암연구기구(IARC) 등 다국적 연구진이 “극저선량의 방사선에도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백혈병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의학분야 저널 ‘랜싯’ 7월호에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결과가 원자력산업이나 의료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방사선 노출 기준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존 정책들이 대부분 ‘저선량 방사선에 대한 추가적 노출이 발암 위험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다’라는 사실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원자력 분야 연구자들에게 상식처럼 받아들여져 온 ‘방사선량이 어느 수 준 이상일 때(역치)만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그 이하의 수치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통념을 깼다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이온화 방사선은 원자나 분자에서 전자를 빼앗음으로써 생체 단백질이나 세포막을 파괴하고, DNA 결합을 끊어버려 발암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신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물을 이온화시켜 과산화물이라는 치명적 독을 만들기 때문에 방사선량이 높을수록 인체 손상은 증가한다. 그렇지만 낮은 수준의 방사선량에서도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방사선 노출량을 알아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수많은 연구대상자가 있어야 한다. 이번 국제 공동연구진은 방사선 노출도를 표시하는 선량계를 부착하고 근무하는 프랑스와 미국, 영국의 핵 관련 산업 근로자 30만명을 장기간 추적한 ‘코흐트’ 연구를 실시해 정확한 데이터를 얻게 됐다. 연구대상 근로자들은 연간 평균 1.1mSv의 방사선에 노출됐는데, 이 수치는 우주에서 날아오거나 자연 방사선의 1년 누적량인 2~3mSv보다 낮은 수준이다. 시버트(Sv)는 방사선으로 인한 생물학적 손상도를 나타내는 단위이다. 연구 결과, 방사선 노출량에 상관없이 노출 시간이 길면 길수록, 백혈병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과학자들은 “연구대상 근로자들과 같은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된다고 할 때, 평균 27년간 꾸준히 노출될 경우 1만명당 4.3명이 백혈병으로 사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노출량이 10mSv씩 증가할 때마다 백혈병 위험은 0.002%씩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덴마크 암학회 이외르겐 올센 회장은 “이번 연구는 극저선량의 이온화 방사선에 노출된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실험인 만큼, 저선량 방사선의 인체 영향에 대한 사상 유례없는 확고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또 연구자들은 “미국인들이 매년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20년 동안 2배로 증가했는데, 이는 주로 병원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할 정도로 저선량 방사선은 주로 의료용 방사선 검사에서 나타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단층촬영(CT)이다. 엑스선 1회 촬영 시에는 0.1mSv의 방사선에 노출되지만, 흉부CT나 복부CT를 촬영하면 10mSv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저선량 방사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사람들은 검사를 받는 환자들보다는 매일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의료진이라고 논문은 지적하고 있다. 역학연구자들은 방사선 노출이 암뿐만 아니라 심근경색, 뇌졸중, 고혈압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유럽 9개국 공동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헬름홀츠 연구회 마이크 앳킨스 박사는 “저선량 방사선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좀 더 정확히 알아낸다면 원전 사고나 핵발전으로 인해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데 어떤 활동이 필요한지를 결정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저장조 인화가스 미점검 외주사 직원 희생

    저장조 인화가스 미점검 외주사 직원 희생

    울산석유화학공단 내 화학공장에서 대형 폭발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이들 사고는 대부분 협력업체나 외주업체에 맡기면서 비롯돼 대책이 시급하다. 3일 폭발 사고로 7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한화케미칼 울산 2공장 폐수 저장조는 PVC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모아 처리하는 시설이다. 저장조에 모인 폐수는 약품을 넣는 물리화학적 전처리와 미생물 등을 통한 생물화학적 후처리 과정을 거쳐 슬러지와 폐수로 분류해 처리하게 된다. 이날 사고는 밀폐된 저장조 내부의 잔류 가스에 용접 불티가 옮겨 붙어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아침에 현장 주변의 인화성 가스 농도를 측정했지만 콘크리트로 밀폐된 저장조 내부 가스는 측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작업 도중 내부 가스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경로로 흘러나와 용접 불티와 만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가스검지기를 이용한 측정이 실제 이뤄졌는지, 농도가 어느 정도로 측정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도 폐수 시료를 채취해 어떤 종류의 가스가 어느 정도로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지난 1월 울산항 4부두 화학물운반선 한양에이스 폭발 사고(선원 4명 부상)를 비롯해 지난해 12월 신고리원전 3호기 질소가스 누출 사고(근로자 3명 사망) 등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잔류 가스 폭발 사고의 대부분이 가스를 완전히 비우지 않은 채 작업을 강행하다 발생했다”면서 “이번 사고도 폐수와 잔류 가스를 완전히 비운 뒤 작업을 해야 했지만 비용적·시간적 부담 때문에 저장조 외부 가스 점검만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이날 울산 2공장 내 폭발 사고와 관련해 유가족들에게 유감의 뜻을 표하면서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은 “사고 희생자에 대해 한화 임직원들의 사고에 준하는 최대한의 보상과 지원을 하고 사고 수습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면서 “공장 가동 정지를 포함해 안전과 관련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철저하고 투명하게 사고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한화는 사고 직후 김창범 사장을 현장으로 급히 내려보내 사고 수습에 나섰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서울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건강한 20대女의 안락사, 의사는 왜 OK 했을까

    [송혜민의 월드why] 건강한 20대女의 안락사, 의사는 왜 OK 했을까

    이제 막 인생의 꽃을 피우기 시작한 ‘건강한’ 20대 여성이 안락사를 요청하고 나섰다. 로라 라는 이름의 24세 벨기에 여성은 어렸을 때부터 “삶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생(生)을 거부해왔고, 벨기에 의료진은 안락사의 방식으로 그녀의 뜻을 이룰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안락사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 국가뿐만 아니라 허용하는 국가 안에서도 여전히 논쟁거리지만, 로라의 안락사 허용 사안이 더욱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신체에 특별한 질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허가가 내려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미 유럽의 몇몇 국가들이 적극적인 안락사를 허용한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도덕적 논란은 여전하다. 과거와 현재를 불문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병에 걸리고, 고통스러운 죽음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때마다 안락사는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돼 왔고, 이러한 역사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에도 안락사 논쟁은 존재했다 기원전 4세기, 그리스 의학자이자 현대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나는 누구에게도 독약을 주지 않을 것이며 요청을 받더라도 그런 계획을 제안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철학자들은 태생적으로 건강하지 않거나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린 사람은 치료하지 않는 것이 옳으며(플라톤), 삶에서 고통이나 쾌락을 느낄 수 없는 상태라면 살해되는 것이 생존하는 것보다 선하다(아리스토텔레스)고 주장했다. 본격적인 안락사 논쟁이 시작된 것은 기독교의 전파 이후다. 인간의 모든 생명은 하느님이 주신 것이라는 이유로 인간이 자신의 죽음 또는 타인의 죽음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팽배했다. 하지만 14~16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는 이를 허용하자는 움직임도 적극적이었다. 영국의 정치가이자 ‘유토피아’를 쓴 인문주의자인 토마스 모어는 “중환자 스스로 고통없는 자살을 선택할 수 있거나 성직자의 승인을 얻어 환자의 생명을 강제로 끊을 수 있는 사회”를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안락사를 지지하는 나라는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위스, 태국 등이다. 미국은 일부 주에서만 가능하고 프랑스에서는 현재 이와 관련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가장 먼저 안락사를 합법화 한 나라는 네덜란드(2002년)다. 네덜란드는 ▲불치병 환자 ▲환자가 이성적으로 안락사에 동의 ▲질병으로 인한 고통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심한 상태 등의 조건에 부합될 때 합법적으로 안락사를 허가한다. 이중 프랑스는 최근 ‘죽을 권리’를 두고 가장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 국가다. 7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뱅상 랑베르(39)에 대해 아내와 의사는 “랑베르의 상태에 호전의 기미가 없다”며 소극적 안락사(연명치료 중단)를 요청했고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퇴원한 랑베르의 모습은 예상과 달랐다. 어머니의 목소리에 눈을 뜨고 반응하는 듯 보였다. 결국 그가 식물인간이 아닌 여전히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그의 부모는 아들의 안락사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 전역에서는 ‘죽을 권리’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는 상황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찬성) vs 프란치스코 교황(반대) 영국의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는 안락사를 지지하는 유명인사다. 그는 최근 BBC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끔찍한 고통을 겪는 사람을 무작정 살려두는 건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것”이라면서 “주변에 짐만 된다는 생각이 들면 조력자살(의사 혹은 타인이 약물처방 등으로 소생 불가능한 환자의 자살을 돕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동물이 고통받는 것은 그냥 두고 보지 않으면서 사람이 아파할 때 내버려 두는 건 이상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반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안락사를 반대하는 대표 인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안락사를 두고 “잘못된 동정심”이라고 표현하면서 “의사들은 생명의 존엄함을 존중해야 한다. 생명으로 장난치는 것은 창조주의 뜻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시대가 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고대에서든 현대에서든 ‘살인’이라는 말의 뜻은 똑같다. 존엄사는 병자와 노약자들을 사회의 하수구처럼 바라보는 것으로, 저 멀리 내쳐야 할 현대 문화의 나쁜 증상”이라고 비판했다. 전 세계에서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이러한 찬반 논쟁은 수치로도 대변된다. 2013년 3월 캐나다에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캐나다인의 63%가 의사의 조력자살을, 55%가 안락사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에서는 2013년 한 해 동안 4829명이 의사의 도움으로 생을 끝내는 방법을 택했다. 네덜란드인 사망 '28건 당 1건 꼴'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벨기에는 2013년 전체 사망자 가운데 안락사 비중이 4.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뿐만 아니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암묵적 허용, 소극적 안락사 허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안락사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반면 여전히 반대 의견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안락사와 다른 한국의 존엄사법 지난 4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4년도 노인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의식이 없거나 생존 가능성이 낮은 경우에 의료행위로 연명치료를 하는 것에 대해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3.9%만 찬성했다. 조사대상 88.9%는 성별, 거주지나 재산, 결혼상태, 교육수준 등을 가리지 않고 연명치료에 반대했다. 연명치료에 반대한다는 것을 안락사를 찬성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국내에는 일명 ‘존엄사법’이 논의 중인데, 존엄사와 안락사에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소극적 안락사’로도 불리는 존엄사는 환자에게 영양 공급을 중단하거나 산소호흡기를 제거하는 등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뜻한다. 반면 적극적 안락사는 전문가가 직접 약물 등을 투여해 곧바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소극적 안락사, 즉 존엄사를 인정한 사례를 가지고 있긴 하나 이것이 법으로 제정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삶과 죽음을 직접 선택하고 ‘죽을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과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행동과 이를 돕는 행위는 자살‧살인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안락사‧존엄사를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 스스로 선택하는 존귀한 죽음 등 생의 마지막과 관련한 다양한 목소리들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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