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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마다 “원전반대”… 日인구 서쪽으로

    주말마다 “원전반대”… 日인구 서쪽으로

    직장인 무라카미 나오토(42)는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오늘의 전력량’을 꼭 챙긴다. 시계나 온도계처럼 지하철역과 시내 주요 지점에서 그날의 예상 최대 전력수요를 확인할 수 있다. 17일에는 ‘예상최대 전력수요 3410만㎾-최대 공급력의 78.6%’라는 문구가 무라카미의 시선을 잡았다. 일본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고 있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19일로 100일을 맞는다. 대지진뿐만 아니라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복구 작업이 지체되면서 일본과 일본인의 생활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모처럼 도쿄를 찾은 외국인들의 한결같은 얘기는 일본 시내가 몹시 어두워졌다는 점이다. 대지진 이후 전력 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도쿄 중심가인 긴자와 시부야, 신주쿠 등의 대형 유흥업소나 백화점의 네온사인이 부쩍 줄었다. 대지진 이전에 비해 30% 이상 거리 풍경이 어두워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공공기관이나 전철역 등 교통시설에서 엘리베이터 운행 등이 대거 중단돼 노약자나 장애인이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다. 좀처럼 대규모 시위를 하지 않는 일본에서 주말마다 원전 반대 시위를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달라진 풍속도다. 지난 11일과 12일에는 전국 150개 지역에서 시민단체 회원 등이 참가한 가운데 ‘원자력 발전의 단계적 폐지’를 주장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정부는 전력 생산량 가운데 원자력발전 비율을 현재 30%대에서 50%까지 끌어올리기로 한 기존의 에너지 정책을 폐기했지만 시민단체는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수십 년째 줄어들기만 하던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의 인구가 대지진 이후 늘어나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 3~4월 오사카부와 교토부, 효고현, 나라현 등 4곳의 전입자 수가 전출자 수를 웃돌았다. 특히 도쿄 등 간토(關東) 지방에서 간사이 지방으로 이사하는 이들이 많아져 4월에는 전년도보다 2000명 이상 늘었다. 대지진 이후 일본 기업들이 도쿄나 도호쿠(東北) 지방 근무자를 간사이나 규슈 등지로 옮긴 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기업들의 해외 탈출도 가속화할 조짐이다. 지진과 쓰나미, 원전 사고 등으로 부품과 원자재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아웃소싱을 확대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1∼3월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9% 감소한데 이어 대지진의 피해가 본격화한 4∼6월에는 마이너스 폭이 2.6%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지진 이후 일본 여성들이 굽 높은 구두와 치마 대신 플랫 슈즈와 바지를 선호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지진이 났을 때 신속히 대피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긴자에 위치한 마쓰야 백화점은 지진 직후부터 5월 말까지 플랫 슈즈의 매출이 50% 늘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후쿠시마 아이들 이유없는 코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3개월이 지났는데도 복구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후쿠시마현 내 어린이들의 건강에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6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원전에서 60㎞쯤 떨어진 후쿠시마시와 고리야마시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이 최근 코피를 흘리거나 배탈 증상을 보이고 피로감을 자주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어린이들의 증상이 방사능과 연관성이 있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시민단체 ‘체르노빌의 가교’가 지난 12일 고리야마시에서 연 무료 진료회에는 방사능 피해를 염려하는 학부모와 어린이 100여명이 참석했다. 39세 주부는 “큰아이가 1주일 동안 매일 많은 양의 코피를 흘렸고, 둘째 아이도 큰아이와 시기는 다르지만 1주일간 지속적으로 코피를 흘렸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의사와 상담했다. 대지진이 발생한 직후 사이타마현으로 피난 갔다가 3월 말 고리야마시로 돌아온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은 “고리야마에 온 직후인 4월 초부터 3주간 계속 코피가 났고, 1주일간은 양쪽 코에서 피가 흘렀다.”고 말했다. 이날 진료회에 참석한 소아과 의사 하시모토 유리카는 “아이들의 증상이 방사능 피해라고는 아직 판단할 수 없지만 이상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우선 소아과에서 혈액검사와 백혈구 조사 등 정밀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시의 히라나카 쇼이치(40)는 “가족들이 다행히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왠지 불안해서 아이들에게 외출을 가급적 삼가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후쿠시마현 내 방사능 수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진료 상담회가 열린 12일 고리야마시의 방사능 최대치는 1.38μ㏜(마이크로시버트)였다. 같은 날 도쿄의 측정치인 0.0635μ㏜보다 22배쯤 높았다. 문부과학성은 지난 3월 방사능 수치가 좀처럼 줄지 않자 후쿠시마현 내 어린이들의 연간 한계 방사선량(피폭량)을 사고 전에 정한 성인 피폭량 기준치인 1m㏜(밀리시버트)보다 높은 20m㏜로 설정해 논란을 불렀다. 하지만 수정된 기준치를 적용해도 고리야마시의 1.38μ㏜에 이르는 방사선량에서 어린이들이 외부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연간 한계 방사선량에 쉽게 이르게 된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방사능 공포는 없다” 일본인의 성지 시즈오카

    “방사능 공포는 없다” 일본인의 성지 시즈오카

    축구팬이 아니더라도, 한·일 축구 국가대항전은 한국인의 눈길과 숨결을 사로잡는 ‘피 말리는’ 승부입니다. 다른 나라에는 다 져도, 일본만큼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자존심 때문이지요. 그래서 국내 한 방송인은 1997년 9월 ‘도쿄 대첩’에서 한국의 승리 소식을 전하며 “후지산이 무너집니다.”라는 표현을 남겼을 겁니다. 후지(富士)산이 곧 일본이며, 일본 국민에게는 성지(聖地)와도 같기 때문이죠. 이러한 후지산의 고향이자 일본 최대의 녹차 산지가 바로 시즈오카(靜岡)현입니다. 시즈오카는 고요했습니다. 일본을 둘러싼 ‘방사능 공포’는 남의 나라 일인 듯했고, 지천으로 널린 녹차 밭과 편백나무 숲은 싱그러운 녹음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하늘과 맞닿은 日 최대 녹차산지 시즈오카를 처음 찾는 사람이라면 비행기가 착륙하는 순간 다소 긴장하거나 겁을 먹을 수도 있다. 대다수의 공항이 해안가와 같은 평지에 있는 것과 달리 시즈오카 국제공항은 해발 132m의 산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덕에 끊어질 듯 끝없이 펼쳐진 녹차 밭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맛이 있다. 시즈오카는 일본 녹차 생산량의 45%를 차지하는 일본 최대 녹차 산지다. 다도(茶道)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도 최고의 맛과 향을 자랑한다. 차 재배에 적합한 따뜻한 햇볕과 남태평양이 시작되는 스루가만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후지산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린 맑고 깨끗한 물이 깊고 그윽한 맛을 빚어낸다. 특히 일본 3대 명차로 손꼽히는 교쿠로(玉露)차는 봄에 찻잎을 따기 전 차밭을 나무덮개로 덮어 둔다. 햇볕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 덕에 떫은맛을 내는 타닌 성분은 줄고, 녹차 본연의 맛과 향이 찻잎에 밴다. 일본의 차 문화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오카베의 ‘교쿠로노사토’(옥로차의 마을)를 방문하는 게 좋다. 일본식 전통 정원을 바라보며 다도를 배울 수 있고, 쌉싸래하면서도 향긋한 녹차를 음미할 수 있다. 마키노하라시에 있는 ‘그린피아 마키노하라’도 차 애호가라면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다. 찻잎 따기와 덖기 등 차에 관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증기기관차, 시간을 거슬러 달리다 일본인의 철도 사랑은 유별나다. 전국적으로 철도 관련 박물관과 기념품 가게가 즐비하고, 영화 ‘철도원’ 등 문화·예술 작품도 다양하다. ‘철도 왕국’ 일본에서도 철도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곳이 바로 시즈오카다. 무연탄을 때는 증기기관차를 타고 추억 여행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증기기관(Steam Locomotive)의 머리글자를 따서 SL이라고 부른다. 가나야역에서 출발해 종점인 센즈역까지 40㎞ 구간을 약 90분 동안 달린다. 육중한 검은색 기관차가 “뿌우~뿌우~” 기적을 울리며 달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금방이라도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의 메텔과 철이를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노년의 여성 승무원이 하모니카 연주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더욱 향수에 젖게 한다. 그 90분 동안 창밖으로는 비췻빛 오이가와 강물과 수천년간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듯 우거진 산림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1000m를 나아가는 동안 90m의 높이를 거슬러 올라가는 ‘오이가와철도 아카와선’(일명 삼림철도)도 빼놓을 수 없는 흥밋거리다. 오이가와 강 상류의 오쿠오이 계곡을 천천히 거슬러 오르는 철도로, 센즈에서 이카와까지 25.5㎞를 운행한다. 철도와 열차 한가운데 부분의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방식으로 산비탈을 오르는 색다른 경험을 맛볼 수 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흔적 니혼다이라(日本平)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시즈오카의 대표 관광지다. 일본 3대 미항(美港)인 시미즈항을 끼고 있는 해발 308m의 구릉지로, 맑은 날이면 시미즈항 너머 후지산의 절경을 바라볼 수 있다. 이곳의 일출과 일몰은 감탄을 넘어 숙연함을 느끼게 한다. 니혼다이라 정상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약 5분 정도 이동하면 일본의 영웅으로 칭송받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1543~1616)의 유골이 묻힌 구노잔도쇼쿠(久能山東照宮)에 발이 닿는다. 에도 막부 시대 초대 쇼군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은 뒤 그의 지지 세력을 제거하고 일본 전역의 실권을 장악해 천하통일을 이뤘다. 또 임진왜란으로 악화된 조선과의 외교 관계를 회복하고 조선통신사를 통해 ‘평화의 시대’를 연 인물로 일본인의 추앙을 받고 있다. 이곳의 신전(곤겐즈쿠리·일본 전통 건축양식)과 옻칠, 극채색의 사전(신사의 신체를 모신 건물) 등은 에도시대 초기의 대표적 건물이다. 50년 주기로 옻칠 등을 새로 하는데, 칠하는 기간만 3년이 걸린다. 지난해 국보로 지정됐다. ●그날의 피로는 노천탕에서 일본이 한국과 이웃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국외 여행이다. 시즈오카 곳곳을 눈에 담고 다니다 보면 이내 피곤해지기 마련이다. 이럴 때 온천을 찾으면 정말 귀신같은 회복력을 체험하게 된다. 시즈오카의 온천지구는 20곳이 넘는데 대부분 한적한 산속이나 해안가에 자리하고 있다. 이 중 스마타쿄 온천은 대자연의 매력을 물씬 풍기는 천연 온천으로 유명하다. 단순 유황천으로, 매끈하고 부드러운 피부로 만들어 준다고 해 ‘미인을 만들어 주는 탕’으로 불린다. 일반 온천수와 달리 걸쭉한 느낌이 들며 피부는 물론, 신경통과 관절염 등에도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인의 자존심인 후지산과 세계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녹차. 태평양의 시원한 바람과 상쾌한 온천. 그리고 유서 깊은 역사. 시즈오카는 여행지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지난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시즈오카현 관계자는 “시즈오카의 평소 방사능 검출량이 서울 등 한국 주요 도시보다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현과 400㎞가량 떨어진 데다 한국보다 방사능 수치가 낮으니 안심하고 방문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 사진 시즈오카(일본)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여행수첩 ▲ 항공편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이 매일 인천~시즈오카 직항편을 운항한다. 단, 대한항공은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잠정적으로 운항을 중단하고 있다. 2시간 10분 소요. ▲날씨 6월 말부터 후지산 만년설이 본격적으로 녹기 시작한다. 후지산 등반은 7월 1일부터 2개월간 가능하다. ▲맛집 후지산 만년설이 녹은 물에 산 채로 풀어 놓았다가 요리하는 미시마 장어덮밥이 유명하다. 2000엔(약 2만 7000원)선. 아마기의 고추냉이 아이스크림도 알싸하면서도 달콤한 맛으로 유명하다. ▲숙박 스마타쿄 온천 지구에 있는 스이코엔 료칸(旅館)이 깔끔하고 아늑하다. 일본 전통식 다다미 방으로, 노천 온천도 즐길 수 있다. ▲주변 관광지 이즈 반도의 도가시마 섬은 일본 최고의 일몰 명소로 꼽힌다. 시미즈항에서 쾌속선으로 65분, 육로로 2시간 40분가량 걸린다. 가케가와시의 가케가와성과 시다초의 고야마성도 우아하면서 고풍스럽다.
  • KBS 원전 취재진 8명 염색체 변형

    KBS 원전 취재진 8명 염색체 변형

    일본 현지에서 후쿠시마 원전 취재를 담당했던 KBS 취재진 중 8명에서 염색체 이상이 발견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지역을 취재한 10개 언론사 노조원 123명의 검진 결과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노조는 “KBS 26명 중 8명이 염색체 변형 진단을 받았다.”면서 “8명 중 3명은 4개 이상의 염색체가 변형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이어진 발표에서 “취재과정에서 발생한 방사능 피폭과 염색체 이상은 인과관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귀책사유를 명확히 해 치료에 책임을 다한다는 합의 요구를 회사가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의료시스템에서는 염색체 변형이 몇 개 이상 일어났을 때 어떤 문제가 일어난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자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본부측은 “사측이 취재진의 안전 고려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자체가 없었고 취재 욕심만 컸다.”면서 “취재진 역시 이런 사고방식이 스며들어 특종과 낙종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 언론의 보도량보다 한국이 더 많았지만, 깊이와 체계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같은 보도행태를 지금까지 한국 언론이 보여준 대형사건사고, 재앙에 대한 낙후된 관행으로 분석했다. 언론노조는 그 외 조사 대상인 9개 언론사는 검진 결과를 기다리고 있거나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지구촌은 사이버 전쟁중] “전력망 1차 타깃 가능성… 내부자 보안의식 강화해야”

    [지구촌은 사이버 전쟁중] “전력망 1차 타깃 가능성… 내부자 보안의식 강화해야”

    교통시스템이 마비돼 순식간에 도심 사거리가 주차장으로 변하고 교통사고가 이어진다. 금융·통신·전기·가스·수도·원자력 등 기간시설 시스템 전체가 순차적으로 마비된 후 통제불능의 상태에서 누군가의 의도에 따라 폭주한다. 지난 2007년 개봉한 헐리우드 영화 ‘다이하드 4.0’에서 테러리스트인 토마스 가브리엘은 컴퓨터만으로 역대 그 어떤 무기보다 더 강력한 미국의 위협이 된다. 사이버보안 전문가 8인을 대상으로 영화 속 상황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재연될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7명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며 실재적인 위협’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우선적인 공격타깃으로는 전력망을 꼽는 사람이 많았고, 대비책으로는 내부자 의식 강화가 중점적으로 지목됐다. 이들이 말하는 문제점과 해결책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1.국가기간시설 장악 가능한가?/2.어느 기간망이 우선적인 공격대상이 되는가?/3.정부와 군은 안전한가?/4.사이버전 피해 최악 시나리오는?/5.사이버망 강화 방안은?    ▲원동호 성균관대 정보통신학과 교수  1.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2.전력망이 가장 우선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피해가 막대한 반면 발전소 침입 자체가 어렵지 않다. 3.집중적인 타깃이 되는 만큼 안전하지 않다. 4.전력망과 교통시설이 마비되면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5.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문제다. 이중삼중으로 만들면 이용하는 사람들이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이종락 서울호서전문학교 사이버해킹보안과 교수   1.스카다 시스템 진입만으로도 영화 속 일이 현실화될 수 있다. 2.발전소가 우선적인 타깃이 될 것이다. 컴퓨터로 원격조종을 하는 모든 것들이 목표가 될 것이다. 3.국가망은 물리적으로 내부망과 외부망을 분리하도록 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위기관으로 갈수록 어떤 부분이 밖으로 노출되는지 알기 힘들다. 반면 국방부는 관리체계 자체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아 비교적 안전하다. 4.대형 댐의 수문을 열면 서울이 물바다되는 일도 가능하다. 5.스카다 시스템을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백업을 철저히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시스템 관리자들의 처우개선을 통해 보안의식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1.지난해 이란 핵시설 사건에서 보듯이 가능성이 충분하다. 2.스카다 시스템과 지멘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모든 시설이 동일하게 타깃이 될 수 있다. 3.국가망과 기간시설의 보안장치가 더 위험하다. 고인물이 썩는다고 폐쇄망으로 운영될 뿐 아니라 점검도 자체적으로 진행해 외부침입에 대한 대비책이 부족하다. 4.공항과 원전이 위험하다. 곧바로 대형참사로 이어진다. 5.해킹에 대응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국정원과 청와대가 정부공조를 중심으로 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정완 사이버범죄연구회장(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인터넷 대란을 비롯해 모든 것이 가능하다. 2.인터넷 마비가 우선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개별 조직들의 연결고리를 모두 끊으면 혼란을 유발하기에 가장 용이하다. 3.정부망 역시 외부와 어떤 형태로든 연결돼 있는 만큼 위험하다. 4.기간전산망, 금융, 국방, 통신망이 마비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5.해킹범죄에 대한 통합 대응기관이 필요하고, 전문가들의 데이터베이스도 마련해야 한다. 중국 등 정부규제가 약한 나라에 대한 스크린도 강화해야 한다.    ▲나중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보안관제기술연구팀장  1.충분히 가능하다. 2.전력이 우선적이다. 전력망이 마비되면 인터넷은 물론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 3.정부망 설계가 아무리 탄탄해도 개별 부처들과 산하기관이 그 만큼 수준을 갖추지 못하면 어느 곳에서건 구멍이 뚫릴 수 있다. 군도 마찬가지다. 4.어떤 기간시설이든 1시간만 중단되면 도시와 국가 전체가 마비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5.내부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 대문을 단단하게 해도 창문을 열어두면 문제가 생긴다.    ▲원유재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침해예방단장  1.가능하다. 해킹에 제약은 없다. 2.인터넷이 타깃이다. 여러사람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침입 자체가 쉽다. 3.정부망은 동작환경이 민간과 다른 경우가 많아 뚫기 어렵다. 그러나 특정 소프트웨어를 노린 새로운 악성 코드를 만들어낸다면 위험해진다. 4.인터넷이 마비되는 순간 상상하는 어떤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5.스카다 시스템 네트워크를 개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수자원공사의 댐관리와 화력발전소, 원전 등은 개별적으로 관리해야 만약의 사태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정현 숭실대 컴퓨터학과 교수  1.가능하다. 2.다양한 사용자가 있는 이메일이나 USB 등을 통해 원격조종이 가능한 코드를 최대한 많은 곳에 심어두는 것이 첫 단계가 될 것이다. 3.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를 사용하는 정부망과 기간시설은 어느 곳이든 타깃이 될 수 있고 뚫릴 수 있다. 4.이동통신망과 금융서비스가 마비되면 사회적 혼란이 야기돼 통제불능의 상태가 될 것이다. 5.내부자의 인식전환이 중요하다. 무심코 한 행위가 시스템 자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의식을 심어야 한다.    ▲서의성 울산과기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1.불가능하다. 실제 해킹과 사이버테러의 효과가 전국가적으로 확산되기는 쉽지 않다. 2.디도스처럼 인터넷 사용을 막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다. 3.정부망과 군 모두 내부자가 공모한다면 시스템을 통째로 날릴 수 있다. 4.민간기관모두 국가와 기간산업에서 데이터와 백업데이터가 모두 삭제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5.국내외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내부자들의 잘 관리해야 한다. 박건형·맹수열기자 kitsch@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세대별 女공무원 3인 그들에게 공직사회는

    [테마로 본 공직사회] 세대별 女공무원 3인 그들에게 공직사회는

    공무원 시험은 국가직·지방직 가릴 것 없이 여풍(女風)이 거세다. 오히려 남성들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근무 행태나 공직문화는 아직 남성 일방으로 흐를 때가 많다. 반면 여성들이 분발해야 할 부분도 많다. 세대를 대표하는 여성 공무원 주자 3명에게 그들만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그녀들은 누구 김경희(56) 경기도 비전기획관(부이사관)은 1973년 경기도 광주군 5급 을(현재 9급 공채)에서 시작해 현재의 자리까지 올랐다. 올해 신설된 비전기획관은 경기도 내에서도 핵심 요직. 도의 미래 비전과 종합기획 등을 관장하며 100여명의 직원들을 지휘하는 자리다. 신영숙(43) 행안부 연금복지과장이 1994년 행시 37회로 임용될 당시 300여명 동기 중 여성은 그를 포함해 8명에 불과했다. 현재 행안부 내 2명의 여성 과장 중 한 사람이다. 나주희(31) 행안부 주무관(7급)은 5년차 신세대 공무원. 그가 일하는 인사기획관실은 부처 내 ‘꽃보직’으로 꼽히는데 15명 중 7명이 여성이다. ●거쳐온 길과 승진 김 기획관은 1987년 내무부 최초의 여성 공무원이다. 당시만 해도 타자수 같은 기능직은 있어도 일반직 여성은 전무했다. 그녀는 걸어다니는 ‘주민등록 사전’이었다. 당시 국가행정전산망 사업 중 핵심이었던 ‘주민등록 양식 전산화’가 그의 작품이다. 그러나 조언을 구할 선배도, 여성 동료도 없었다. “일에선 가장 전문가인데도 민원전화만 받으면 ‘남자 직원 바꾸라’는 소릴 듣던 때였죠.” 이런 분위기는 신 과장 세대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조직에 순화하기 위해 여성성이 부정돼야만 했다.”고 돌아봤다. 20대 후반의 어린 나이에 상대하는 직원·민원은 40대 이상 ‘아저씨’였기 때문. 사회적 직위와 개인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도 겪었다. 신 과장은 “(여 선배가 없어) 전략적 학습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많았다. 하지만 사무관 때 오후 10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을 만큼 노력했고 이제는 자부심도 느낀다.”고 했다. 나 주무관은 “아직 젊다 보니 조직 안에서 나이·경력에 밀릴 때가 있다.”면서 “가장 필요한 건 업무적 논리다. 내세울 게 없기 때문에 근거법령 등을 정확히 알고 일하면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모질게 일해도 발탁 승진 따윈 기대할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김 기획관은 “오히려 그게 다행”이라고 못 박았다. “제가 동기들보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똑같이 국장급이다. 일 잘하는 여성이라고 발탁됐으면 오히려 주위에 얼굴도 안 서고 동기들에게도 미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가정 양립 지원해 달라 1999년 출산한 신 과장은 임신 7개월 때까지도 주변에서 모를 정도였다. 그는 “제가 유난스러웠던 게 아니고 임신 사실이 알려지면 일을 제대로 못하거나 주변에 폐를 끼칠까 봐 그랬다.”면서 “당시만 해도 청사 안에 배가 불러 다니는 여성도 없었다. 사무실 흡연으로 피해도 많이 봤다.”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축복받아야 할 임신이 오히려 걸림돌이 됐던 것이다. 출산휴가가 당시 두 달이었는데 40여일 만에 출근했고 육아휴직은 감히 상상도 못했다. 신청하면 경력을 아예 포기하는 걸로 간주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여성정책·균형인사에 박차가 가해지고 실제로 여성 공무원도 늘면서 분위기는 급속도로 바뀌었다. 나 주무관은 “저희 연차는 남자라도 결혼하거나 아이가 태어나면 일 끝나고 ‘직퇴’(바로 퇴근)가 철칙이다.”고 했다. 그러나 세 사람 모두 “아내·엄마의 일을 위해 가족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것은 잘못됐다. 국가에서 대신 떠맡아 줘야 할 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과제는 리더십 함양 ‘여성리더’가 아닌 ‘리더’로 거듭나려면 조직관리 능력은 필수다. 신 과장은 “무조건 카리스마가 능사가 아니고 여성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마냥 휘어잡는 것보다 소통하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면서 “여성은 공사구분이 확실한 것도 큰 장점이다.”고 했다. 그러나 훈련도 필요하다. 김 기획관은 “아직 학연·지연으로 얽힌 공직문화에서 비공식적 네트워크 확장도 중요하다.”면서 “기관장의 정치철학, 비전을 꿰뚫어보며 세상 보는 눈을 넓히는 노력을 후배들이 계속 해 달라.”고 주문했다. 남성 친화적인 사고도 중요하다. 김 기획관은 “우리(여성)만 생각하면 안 된다. 신세대는 성별 관계없이 이기적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는데, 나는 공(公)이 앞선다고 본다. 그래야 유리천장을 뚫고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으로 갈수록 여성 간부는 한 기관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한다. 여성가족부가 좀 더 공격적으로 들이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과장은 “밀려드는 일에 쫓기다 보니 후배들을 지원해 줄 겨를이 솔직히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나 주무관 역시 “배우고 싶은 선배들은 많은데 조직적인 멘토링 지원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원전사고 벨라루스 인들의 참상·절규

    망각은 때로 편리한 도구가 된다. 과거의 아픔을 청산하고 미래를 대비하게 하는 정신의 건설적인 작용 차원에서 말이다. 그러나 옛날의 아픔이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진행 중이고, 미래의 운명을 결정지을 만큼 치명적이라면 망각은 해악에 불과할 뿐이다. 대부분 망각의 늪으로 빠지곤 하는 아픔. 기억하고 싶지 않은 회피의 사실일 수도 있고 지우고 없애려는 의도적인 말살의 대상이기도 하다. 1986년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가공할 재앙의 두께에도 불구하고 무책임한 망각의 늪에 빠진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단 한 기의 원전도 없었지만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낙진을 고스란히 받아 지옥의 땅으로 변해 버린 인구 1000만명의 소국 벨라루스의 참상은 근래 발생한 아픔의 결정판이다. 그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참상을 몸과 마음으로 고스란히 받아낸 벨라루스인들의 증언을 묶은 책이 국내에서 출간됐다. 벨라루스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여성 저널리스트가 발로 뛰어 기록한 ‘체르노빌의 목소리’(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은혜 옮김, 새잎 펴냄). 10년간 100인의 피해자를 추적해 기사체가 아닌 가감 없는 1인칭 고백으로 체르노빌 참상을 생생하게 전한다. “아침에 정원에 나가니 벌이 한 마리도 없었소. 이튿날도, 그 다음날도 벌이 나타나지 않았소. 나중에야 원전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지. 우린 아무것도 몰랐소.”, “계속 죽고 갑자기 죽어요. 길을 가다가 쓰러져선 깨어나지 않고, 버스 정류장에 서 있다가 심장이 그대로 멎지요.” 영문도 모른 채 없어지고 죽어 가는 생명들을 그저 바라보아야만 했던 상실과 이별의 아픔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은 남편도, 사랑하는 사람도 아닌 전염성 높은 방사성물질일 뿐입니다.”, “갓 태어난 내 딸은 아기가 아니라 살아 있는 자루였다. 온몸이 구멍 하나 없이 다 막힌 상태였고 열린 것이라곤 눈뿐이었다.” 벨라루스는 원전 사고 후 국토의 23%가 방사성물질에 오염됐고 오염 지역 거주민 210만명 중 어린이가 70만명이며 방사능 피폭은 지금도 국민 주요 사망의 주원인이라고 한다. 많은 주민들은 “체르노빌식 죽음이 아닌 평범한 죽음을 맞고 싶다.”고 절규한다. 그럼에도 그런 참상은 그저 이름만으로 기억될 뿐이다. 그래서 저자는 책에 ‘미래의 연대기’라는 부제를 붙였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체르노빌을 겪은 인류는 핵 없는 세상을 향해 갈 것만 같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체르노빌의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 “과거에 대한 책을 썼지만 그것은 미래를 닮았다.”는 저자의 말대로 ‘전쟁의 핵’과 ‘평화의 핵’은 쌍둥이일까.1만 60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민방위 체계 실전 중심으로 짜야”

    “민방위 체계 실전 중심으로 짜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민방위 기능의 중요성이 부각된 가운데 현재의 민방위 대응 체계가 대폭 손질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9일 소방방재청과 국가위기관리학회가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개최한 ‘한반도 지진 등 복합 재난 대응 세미나’에서 현행 민방위 체계를 실전 중심으로 재편하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잇따랐다. ●민방위국 신설… 인력 보강을 이재은 국가위기관리학회장은 ‘북한의 화생방 공격 등에 대비한 민방위 대응 전략’이란 주제 발표에서 소방방재청 내 민방위 1과에 의존하는 현행 정부 조직 대응 체계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지전과 전면전, 재래·화생방전, 공습·지상전 등 도발 유형별로 대응 전략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 같은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민방위 1과 체제로는 선제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비상 대비 기능인 민방위 업무가 인적 재난 업무를 주로 관장하는 예방안전국에 편제돼 있어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업무를 추진하는 데 애로가 많다는 것이다. 국가 재난 관리를 전담하는 소방방재청이 4개 국 규모로 운영되는 것도 재고돼야 한다는 제언이 있었다.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정찬권 연구위원은 “민방위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하며, 당장은 민방위국을 신설해 전문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면서 “신설된 민방위국에 북한의 화생방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화생방과를 운영하는 등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짚었다. 유사시를 대비해 민방위기본법이 민방위 사태의 모법(母法)으로서 명확히 재규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주목됐다. 정 위원은 “현재 재난 발생 시에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적의 공격 시에는 통합방위법·향토예비군 설치법 등에 연계해 위기 대응을 하도록 돼 있는데 상호 연계성이 미약한 것이 큰 문제”라면서 “연평도 포격 사태 때도 어떤 법률을 적용할지 몰라 갑론을박하다 초기 늑장 대응의 우를 범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책 기능은 행정안전부가, 집행 기능은 소방방재청이 맡는 현재의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는 앞으로도 민방위 시스템을 원활히 가동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정책· 집행기능 일원화 해야 민방위 경보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의견도 많았다. 고층 빌딩이나 지하 시설이 많은 대도시의 환경을 고려해 대체 경보 발령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접경 지역 44곳과 민방위 경보 사각지역 36곳에는 국지전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시설 확충이 절실한 것으로 논의됐다. ●대도시 경보 사각지대 시설 확충 국지 도발에 대비한 주민 대피 체계도 정비돼야 한다는 견해가 쏟아졌다. 안철현 위기관리연구소장은 “화생방 대피시설은 전국에 모두 11곳이 있는데, 정작 화생방 위험이 높고 전국 인구의 약 49%가 몰린 수도권에는 경기도에만 세 곳이 있을 뿐 서울과 인천 지역에는 단 한 군데도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 지원으로 설치되는 대피시설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국가재정 긴축 운용으로 신규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원전 방사능 누출에 대한 방재 대책도 주제로 다뤄졌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강병위 책임연구원은 “화생방, 핵, 폭발물 등을 전담하는 부서가 신설돼야 한다.”면서 “화생방 전담 부서는 원전 방사능 사고 시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위기 대응을 총괄 지휘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사설] 민방위시스템 시대 맞게 전면 손질해야

    소방방재청이 어제 ‘재난 대응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이어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누출 등으로 국민의 안전을 위해 보다 광범위하고도 실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시기적으로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의 보다 실효성 있는 재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여진다. 문제는 이날 쏟아진 전문가들의 다양한 제안 등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잘 반영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낡고 시대에 맞지 않은 민방위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손질하는 일이다. 지금의 민방위 시스템은 실질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재난에 대비하기에는 미흡하다. 특히 일본 지진 이후 제기된 국내 원전의 방사능 누출 방재 대책을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방사능 재난 발생 시 중앙 및 산하 관계부처·기관이 서로 어떤 역할을 맡고 책임을 나눌 것인지에 대한 규정부터 명시되어야 한다. 방사능은 교육과학기술부가, 화학물질은 환경부가 맡는 식의 재난대응 관리 전담 기관부터 우선 지정하고, 유관기관 간의 실질적인 협력 체계가 구축되도록 합동 매뉴얼을 개발해야 한다.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방사능 누출에 대비하는 전방위 대책도 필요하다고 본다. 만약 백두산 화산이 폭발할 경우, 주변 북한 영변의 핵시설 붕괴로 인한 방사능 누출은 당장 우리에게 엄청난 위험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일본 원전사태처럼 지진이 방사능 재앙으로 확산되는 ‘복합재난’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개발해 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지진해일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그동안 안보 환경의 변화와 안보 불감증이 맞물리면서 형식적으로 흐른 민방위 조직과 훈련도 손질해야 한다. 유사시 개인의 생명과 가족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능력에 초점을 맞춘 실질적인 훈련에 주력해야 한다. 전대미문, 예측불허의 재난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효율적인 민방위시스템을 갖추고 작동시키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출발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日 원전 62㎞밖서 스트론튬…후쿠시마시 등 11곳 서 검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62㎞ 떨어진 후쿠시마시에서도 세슘이나 요오드보다 더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진 방사성 스트론튬이 검출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복구작업이 늦어지면서 방사성 물질의 오염지역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지난 8일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지난 4월 10일~5월 19일 사이 채취한 토양을 분석한 결과 후쿠시마시를 비롯해 후쿠시마현내 11개 지점에서 스트론튬이 검출됐다. 후쿠시마시에서는 반감기가 29년인 스트론튬90이 토양 1㎏당 77베크렐(㏃), 반감기가 50일인 스트론튬89가 54㏃ 검출됐다. 스트론튬이 가장 많이 측정된 곳은 원전에서 20㎞권내에 있는 나미에초 아코기 지역으로 스트론튬89와 스트론튬90이 각각 250㏃과 1500㏃ 검출됐다. 원전에서 36㎞ 떨어진 북서부의 이타테무라에서는 스트론튬90과 스트론튬89가 토양 1㎏당 각각 120㏃과 1100㏃ 검출됐다. 스트론튬은 칼슘과 성질이 비슷해 체내에 들어갈 경우 뼈에 축적되기 쉬우며, 피폭은 감마선보다 위험도가 높은 베타선을 방출해 골수암과 백혈병의 원인이 될 우려가 있다. 문부과학성은 이번에 검출된 스트론튬은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日 “녹은 핵연료 원자로 밖 유출됐을 수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멜트스루 가능성이 있다고 공식으로 인정했다. 멜트스루는 녹은 핵연료가 원자로를 관통하는 현상을 말한다. 요미우리신문은 7일 일본 정부가 원전의 노심 용융상태인 멜트다운이 일어난 후쿠시마 제1원전의 1~3호기에서 멜트스루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녹은 핵연료 일부가 원자로 압력용기의 바닥을 손상시켰고, 격납용기의 바닥에 떨어져 쌓여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일본의 원전 전문가들은 제1원전의 1~3호기에서 멜트스루가 일어났을 가능성을 제기해 왔지만,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이를 부인해 왔다. 일본 정부는 보고서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의 1~3호기 압력용기 내 핵연료가 녹아 외부로 흘러나오면서 격납용기 아래에 쌓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쓰나미와 심각한 원전사고에 대한 대책이 불충분했기 때문에 수소폭발과 핵연료 용융에까지 이르렀다.”며 총체적인 대비 부실을 인정했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심각한 원전 사고 대책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겠다고 보고서에 명기했다. 아울러 방사성물질의 대량 방출과 관련해 전 세계에 불안을 끼친 데 대해 사죄하고, 신속하게 정보공개를 하지 않은 점도 인정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서울광장] ‘대지진 일본’ 서쪽으로 간다/이춘규 논설위원

    [서울광장] ‘대지진 일본’ 서쪽으로 간다/이춘규 논설위원

    지난 4일 밤 서울에서 일본 도요타자동차 인사를 만났다. 글로벌 경쟁력 회복 방안을 찾아 방한한 도요다 아키오 사장을 수행했다. 도요타에게 한국은 각별하다. 창업 후 최대위기 때 한국전쟁 특수로 회생했다. 승승장구하던 도요타. 3·11 대지진 뒤 도요타식 JIT(필요한 만큼만 부품을 조달하는) 방식이 문제가 됐다. 부품공장과 전세계 공장이 연쇄적으로 멈췄다. 리콜사태와 겹쳐 한국과 전세계에서 판매가 급락했다. 이 위기에 사장이 한국을 찾아 뒷말이 많다. 도요타 측은 방한 기간 현대자동차 등 한국 노사분규 문제에 관심이 컸다. 신차 다양화, 한국의 지진 지원, 한류도 언급했다. 도요다 사장은 안보상황 등 한국을 더 알아보겠다며 파주 통일전망대도 찾았다. ‘부품 한국투자설’만은 말을 아꼈다. 도요타의 앞날은 여전히 예측불허다. 대지진의 상처가 예상 외로 깊고 심각해지면서 도요타의 경우처럼 일본, 일본인들이 돌파구를 찾아 서쪽으로 간다. 지진과 지진해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동일본을 떠나 서진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현상이다. 개인도, 기업도, 단체도 옮겨가고 있다. 도쿄는 대지진에 취약하다며 오사카가 제2 수도로 거론된다. 에도바쿠후가 도쿄에 자리잡은 뒤 400년 만의 서쪽 역귀환이다. 전력 소비가 많은 기업들이 우선 위험을 분산 중이다. 원전사고 영향이 크다. 도쿄 미나토구의 한 인터넷쇼핑몰 회사는 직원 140명 중 70명을 급거 후쿠오카로 이사시켰다. 정부는 “도호쿠가 공동화되지 않도록 타지역 거점의 기업들이 위험 분산을 시도할 때 도호쿠지방에 공장을 지어달라.”고 간청하지만 공허하다. 도쿄 서쪽 500여㎞의 오사카는 미분양 아파트가 대지진 이후 자취를 감췄다. 도쿄 부유층들이 비상 대피용으로 오사카 주택을 구입하기 때문. 더 먼 오키나와의 맨션들도 불티나게 팔렸다. 인천 송도신도시 아파트를 알아보는 일본인이 늘었다. IT기업 소프트뱅크는 오는 9월까지 싸고 안정적인 전력사용이 가능한 김해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반도체 제조업체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는 자동차용 칩을 싱가포르에서 위탁생산키로 했다. 2000년대 중반의 제조업체 일본 유턴이 끝나고 아시아 국가로 되돌아간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 경계구역 등 출입제한구역 거점의 7000여개 기업 중 상당수도 서일본과 해외 이전을 검토 중이다. 농약회사 아그로카네쇼는 한국 등 해외생산을 모색한다. 스테인리스 기업 일동금속공업은 사이타마현 공장으로 종업원이 이주했다. 후쿠시마현은 땅·자금을 대며 현내 이전을 호소하지만 효과가 없다. 대지진 3개월, 일본은 자신감을 잃었다. 여전히 10만 이재민은 피난소 생활이다. 앞도 뒤도 지옥 같은 진퇴양난의 형세다. 전체 복구작업이 예상외로 늦어진다. 복구 예정지에는 엉뚱하게 땅투기 바람마저 일고 있어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재해 복구 작업이 시급한데 개인 간 권리 충돌도 잦아 뒤엉켜 있다. 고향을 떠난 후쿠시마 원전 주변 2만여 주민은 귀향할 기약도 없다. 언론은 매일 전력예비율을 발표, 마치 준전시체제 같다. 원전 54기 중 35기가 가동 정지,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목격한 다른 원전 주변 지역 주민 다수도 불안감에 이사를 검토한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서 12명이 굶어 죽었다는 주장이 나오며 사회가 공포감에 짓눌린 인상도 주고 있다. 매뉴얼 집착, 관료주의는 고통을 키운다. 3조원 넘는 의연금 중 15%만 현장에 지원됐다. 정치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오늘 취임 1주년을 맞은 간 나오토 총리는 쓰레기 취급까지 당하는 신세다. 대안도 마땅치 않다. 일본 주식시장에서 사상 최장 29주 연속 매수우위를 보이던 외국인도 30주 만인 5월 넷째주 매도우위로 전환, 일본을 등졌다. 그런데도 패닉은 없다. 일본이라는 국가사회 시스템만은 위기 속에서도 가동되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의 위기 지속이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taein@seoul.co.kr
  • [신재생에너지 ‘명암’] 원자력이 대안이다

    [신재생에너지 ‘명암’] 원자력이 대안이다

    “원자력은 위험하니까 안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라고 하는 풍력이나 태양광 등은 국내 환경에는 맞지 않아요. 원자력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더 안전하게 만들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제3의 에너지가 나올 때까지 우리는 원자력이라는 징검다리를 건너가야 한다.”고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풍력·태양광 등 설치·가동 쉽지 않아 그가 신재생에너지라고 불리는 풍력과 태양광을 에너지 대안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이렇다. 풍력을 만들 바람개비에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양의 철은 차치하자. 수시로 바뀌는 바람의 방향을 따라잡으려면 지능형 기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고장이 잘 나고 수리비용이 만만치 않아 엄두를 못 내는 실정이다. 태양광은 어떤가. 대규모 평지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땅도 많지 않고, 확보했더라도 장마철이나 밤에는 사용할 수 없는 게 문제이다. 최근 독일과 일본이 발표한 ‘원전 비중 감축’에 대해 서 교수는 “독일과 우리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보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독일은 당장 내일 모든 원전 문을 닫아도 석유, 석탄, 가스를 모두 주변국에서 바로 수급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니죠. 통일이 되면 북한에서 자원을 가지고 올 수나 있을까요.” ●원전 6중 방호벽 건설… 안전 강화 그렇다면 이대로 원전을 늘려야 하는 건가. “환경문제가 전혀 없고 안전한 대안 에너지를 찾아내면 원전을 줄여야겠죠. 그때까지는 원자력이 징검다리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당연히 사고나 천재지변 등에도 끄떡없는 원전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돼야겠죠.” 현재 원자로도 피복관, 철제통, 피복제 등 5중 방호벽으로 감싸고 있어 안전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여기에 더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앞으로 건설할 원자로는 6중으로 지을 예정이다. 최악의 단점으로 꼽히는 방사선과 방사성폐기물에 대해서도 의견은 명확하다. 그는 “방사능은 일상 생활에도 접하는 것으로, 심하면 치명적이지만 항상 나쁘고 두려운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브라질 고산지대의 어느 민족은 보통사람보다 방사선을 10배 이상 받는데 유전자 이상이 없다. 방사선에 사람이 적응을 한다는 것이다. 방사성폐기물에 대해서도 “폐연료봉에 많이 있는 플루토늄으로 또 다른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데, 우리는 1972년에 체결한 ‘한·미 원자력 협정’에 발목이 잡혀 이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2014년에 이를 개정해 플루토늄을 활용할 길이 열리면 또 다른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셈이 된다.”고 설명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신재생에너지 ‘명암’] 이달 확정 신설부지 후보 지역에선

    [신재생에너지 ‘명암’] 이달 확정 신설부지 후보 지역에선

    지난 1일 오후 7시 30분. 해가 뉘엿뉘엿 지는 강원도 삼척시 남양동 척주로에 주민 40여명이 촛불을 들고 모였다. 이들의 다른 손에는 ‘원전유치 즉각철회’, ‘핵발전소 결사반대’라고 적힌 피켓 등이 들려 있다. 매주 수요일 이곳에 모이는 이들의 목표는 하나다. ‘삼척 핵발전소(원자력 발전소) 유치 백지화’가 그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달 말 삼척과 경북 울진·영덕 등 3곳 중 2곳을 새 원전 부지로 선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최악의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한 뒤로 원전 공포가 확산되면서 원전 후보지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 ●주민 대다수 “보상금보다 안전 우선” 촛불집회에 참가한 신지연(38·주부)씨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삼척 주민들의 대부분은 원전 유치에 반대하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도 좋지만 그보다는 다음 세대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삼척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준남(51·농업)씨는 “원전이 들어오면 농산물 값이 떨어지는 등 여러 문제가 생긴다.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거라고 하지만 일본의 예를 보더라도 먹거리 안전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데 단순히 보상금 받자고 찬성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원전유치 백지화 투쟁위원회를 이끄는 박홍표 신부는 “삼척시에선 주민 96.9%가 찬성서명을 했다는데 어떻게 이런 수치가 가능한가.”라면서 “유치 추진 과정이 얼마나 비민주적이었는지 일깨우고, 핵의 위험성을 주민들에게 올바로 알리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 유치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삼척시와 시민단체인 삼척발전시민연합은 유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 원자력산업유치단의 한명석 대외협력팀장은 “심각한 인구 감소로 삼척이 지역 통폐합 대상으로 대두되는 상황인데다 지역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원전 유치에 적극적”이라라고 말했다. 원전 1기 사업비가 3조원을 넘는 데다 특별지원금 1000억원을 받을 수 있어 유치에 몸이 달 수밖에 없다. ●노후 원자로 폐쇄 요구 빗발 부산에선 수명을 다한 원자로 폐쇄와 안전성 확보 방안이 논란의 핵심이다. 2007년 설계수명 30년을 다한 고리 1호기는 정밀점검을 거쳐 2008년부터 재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 4월 발전기가 고장나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커졌다. 원전 수혜를 보고 있는 기장군 의회는 잠잠한 반면 그렇지 않은 북구 의회는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구의회 이순영 의원은 “고리 1호기를 즉각 폐쇄하고 계획 중인 신고리 5~8호기에 대해 더욱 확실한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대체에너지 생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원전 폐쇄 요구 결의안은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하지만 고리 1~4호기와 신고리 1호기가 있는 기장군의회 김쌍우 의원은 “원자력이 국가에너지 정책상 필요한 만큼 정부가 안전한 운영을 보장해 준다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1983년 가동된 이후 설계 수명이 다하기도 전에 부품 교체 등 정밀점검에 들어간 월성 1호기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산·삼척 박홍규PD gophk@seoul.co.kr
  • [특파원 칼럼] 캠프 캐럴의 추억/이종락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캠프 캐럴의 추억/이종락 도쿄 특파원

    지난 1월 영국 BBC방송이 일본 정부와 일본인들에게 사과를 한 적이 있다. 이 방송의 한 코미디 퀴즈쇼에서 진행자들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두 번의 원자폭탄 투하에서 살아남은 일본인을 ‘세상에서 가장 운 없는 사람’이라고 조롱했다가 잇따른 항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93세로 세상을 떠난 야마구치 쓰토무는 2차대전 당시 두 번이나 원자폭탄에 피폭됐다. 그는 1945년 8월 6일 사업차 히로시마를 찾았다가 원폭 투하로 화상을 입었다. 이후 나가사키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지만 또다시 원폭 피해를 당했다. 최근 기자도 야마구치와 같이 ‘세상에서 가장 운 없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우선 도쿄에서 지내다 보니 지난 3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방사성물질에 노출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고엽제 걱정’도 있다. 최근 고엽제 매몰 논란이 일고 있는 경북 왜관의 캠프 캐럴에서 군 복무를 한 이력도 있기 때문이다. 1986년 7월부터 88년 8월까지 캠프 캐럴 내 통신부대 카투사로 병영생활을 했다. 미군이 고엽제를 묻었던 78년으로부터 8년이 지난 때다. 고엽제 매립 장소로 지목된 헬기장의 기억은 생생하다. 헬기장은 부대와는 거리가 있어 자주 가진 않았다. 이등병 시절 미군 하사관이 운전을 가르쳐 준다고 해 이곳에서 차를 몇 번 몬 적은 있지만 부대원들이 별로 찾을 일이 없는 한적한 곳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독극물이 묻혔다는 장소로 알려진 BOQ(독신장교 숙소)와 소방서는 부대 한가운데 있었다. 2년을 넘게 이곳 주위를 하루에도 수십 번 오가며 생활했는데 아찔할 뿐이다. 도쿄에서의 생활도 마찬가지다. 후쿠시마 원전 취재를 간 한 국내 방송사 카메라 기자가 피폭된 것으로 밝혀진 뒤 도쿄 주재 특파원들 사이에는 공포감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특파원들이 회사의 호출을 받고 한두 명씩 피폭 검사를 받으러 한국에 갔다 오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끔 악몽을 꾸기도 한다.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20㎞인 지역까지 취재하고, 미야기현과 이와테현을 찾았던 기자도 환경 재앙의 두려움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환경 재앙에 대한 걱정은 이제 세계적인 관심사가 됐다. 독일 녹색당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실시된 두 차례의 주의회 선거에서 승리했다. 지난 3월 실시된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회 선거에서는 창당 이래 최초로 주 총리를 배출했다. 우리나라에도 녹색당이 있다. 21세기 녹색정치 실현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2001년 1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존재마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당세로 아직은 정치무대 전면에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기존의 정치권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을 비롯해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에서 환경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아야 한다. 지금까지 환경 문제는 진보 성향 정당들의 프리미엄으로 여겨져 왔다. 보수 정당이 주로 성장형 경제 모델을 추구해 왔고, 진보 정당은 환경오염 방지나 복지형 모델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환경 문제는 이념적 정파를 떠나 모든 정치 세력의 주요 이슈가 됐다. 특히 이웃 국가인 일본에서 발생한 환경오염이 우리에게 엄청난 위험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모든 국민들이 실감한 터다. 마이크로시버트(μSv) 등 인체에 미치는 방사능 노출 측정 단위들을 줄줄 외고 후쿠시마 원전 인근의 풍향까지 꿸 정도로 환경 전문가가 됐다. 이제 내년 12월 대선에선 환경 문제가 대권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 정치를 지배해온 이념적 대립보다는 국민에게 안전한 생활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대통령이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캠프 캐럴 소식을 접할 때마다 머리카락이 쭈뼛해지는 기자 같은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는 정치인이어야 대권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jrlee@seoul.co.kr
  • 간 총리 “지진복구후 사퇴”… 퇴진시기 논란일 듯

    간 나오토 일본 총리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이 부결됐다. 일본 중의원(하원)은 2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자민당과 공명당, 일어나라 일본당이 함께 제출한 ‘간 나오토 내각 불신임 결의안’을 찬성 152표, 반대 293표로 부결했다. 찬성표는 이번 불신임 결의안을 발의한 세 당의 의석수 141표에 불과 11표만 추가된 것이다.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진 셈이다. 1일 밤까지만 해도 민주당 내에서 간 총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 그룹과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가 불신임 결의안에 찬성 의사를 보이면서 결의안 가결이 유력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막판 간 총리가 동일본 대지진 복구 이후 자진 사퇴할 의사를 밝혀 대반전이 이뤄졌다. 간 총리는 불신임 결의안에 대한 투표에 앞서 열린 민주당 의원 총회에서 “재해와 원전 사고 복구에 어느 정도 전망이 보이는 단계에서, 젊은 세대 여러분에게 여러 가지 역할을 하도록 기회를 주고 싶다.”며 총리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는 머지않아 자진 사퇴해 당내 다른 인사에게 대표와 총리직을 물려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에 간 총리를 몰아세우던 오자와 전 간사장은 “지금까지 없었던 발언을 이끌어 냈으니 (불신임안 표결은) 자율로 판단하면 될 것”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번복했다. 오자와파 의원 상당수는 본회의 직전 모임을 열고 불신임안에 반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표결에 불참했다. 간 총리는 오전 하토야마 전 총리와 연립 파트너인 국민신당의 가메이 시즈카 대표를 만나 수습책을 논의했다. 가메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22일까지인) 이번 국회 회기를 연장해 원전 사고나 대지진 대응을 확실히 한 뒤에 퇴진하는 게 좋겠다.”고 요구했고, 간 총리는 하토야마 전 총리와 ‘민주당을 깨지 않는다.’, ‘자민당에 정권을 내주지 않는다.’ 등의 ‘간-하토야마 합의’를 작성한 뒤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간 총리가 퇴진 시기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대지진 복구 이후’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해 퇴진 시기를 둘러싼 당내 잡음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야당은 불신임안이 부결되긴 했지만, 조만간 ‘여소야대’인 참의원(상원)에 간 총리 문책결의안을 내겠다고 벼르고 있어 정국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참의원의 문책결의안은 통과되더라도 법적 효력이 없는 권고 수준인 데다, 간 총리가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힌 상황이어서 의미가 반감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간 총리가 조만간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차기 총리 후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1순위 후보로 꼽히는 이는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이다. 에다노 관방장관은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관련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푸석한 얼굴로 브리핑하는 모습이 국민의 큰 지지를 받았고, 최근에는 총리감 여론조사에서 1위로 올라섰다. 간 총리가 2일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젊은 세대 여러분에게 여러가지 역할을 하도록 기회를 주고 싶다.”고 거론한 것도 올해 47세로 총리 후보 가운데 가장 젊은 에다노 장관을 의식한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마에하라 세이지 전 외무상과 오카다 가쓰야 당 간사장도 차기 총리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마에하라 전 외무상은 외국인(재일 한국인)의 정치 헌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고 각료직에서 물러난 뒤여서 총리 자리를 바로 이어받기가 쉽지 않다. 특히 퇴임 이후 인기가 낮은 간 내각과 일정한 거리를 뒀다는 점에서 발탁 가능성이 높지 않다. 오카다 간사장은 깨끗한 이미지가 호감을 주긴 하지만, 파벌을 만들지 않는다는 소신으로 인해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게 약점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김명자 前환경부장관에게 들어본 ‘원전 해법’

    [김문이 만난사람] 김명자 前환경부장관에게 들어본 ‘원전 해법’

    #장면1 영화 ‘그날이 오면’은 핵전쟁의 참상을 그린 작품이다. 그레고리 펙과 에바 가드너의 열연도 있었지만 핵이 인류에게 어떤 재앙을 가져다주는가 하는 문제를 심도있게 다뤄 1962년 개봉 당시 세계적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 영화는 2000년에 리메이크가 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인상적인 것은 핵전쟁으로 전멸해 버린 도시 어디에선가 발신되는 모스 신호를 추적해 가는 미해군 잠수함 승무원의 모습이었다. 인류의 생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한가닥 기대를 갖고 떠나는 장면이 압권이다. #장면2 만약 히틀러가 원자폭탄을 개발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실제 그럴 뻔했다. 1938년 독일의 과학자 오토 한과 프리츠 슈트라스만은 우라늄235의 연쇄 핵반응 실험에 성공한다. 그러자 핵무기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이 무렵 레오 실라르드, 유진 위그너 등의 과학자들은 “히틀러가 원자폭탄을 개발하느니 서방 측이 먼저 만드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고 때마침 나치의 유태인 탄압으로 미국 망명길을 택했다. 실라르드는 미국으로 건너간 뒤 아인슈타인을 찾아가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앞으로 보내는 원자폭탄 제조와 관련된 편지에 서명해 달라고 설득한다. 결국 이 편지가 발단이 돼 미국은 1939년 ‘우라늄 위원회’를 결성했고 1941년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을 계기로 원자폭탄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원자력이 인류에게 어떤 재앙을 가져올지, 그 비극적인 결과를 생생하게 보면서 일반인들도 높은 관심을 갖게 됐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비록 이웃나라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 세계 각국도 원전정책에 대한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김명자(67) 전 환경부장관은 헌정사상 최장수 여성장관, 국민의 정부 최장수 장관 등의 기록을 갖고 있다. 당시에도 그의 행보가 화제였지만 지금도 사단법인 그린코리아21포럼 이사장, 사회통합위원, 저탄소 녹색성장 국민포럼 공동대표, 극지포럼 공동대표, 헌정회 이사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그가 최근에 ‘원자력 딜레마’라는 책을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접하면서 집필을 시작해 두 달 만에 책을 완성할 정도의 놀라운 필력을 과시해 눈길을 끈다. 3년째 그린코리아21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 전 장관을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시내 음식점에서 만났다. 자연스럽게 책과 원자력 얘기부터 나왔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 벌어진 후쿠시마 사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원전 정책이 고비를 맞고 있습니다. 이것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요.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섬,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의 역사적 사건으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원자력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징검다리 에너지로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 또한 원전 수출국이 된 전환기에 어떻게 원자력 관리에서 선진적 역량을 발휘할 것인지 다시 생각해야 할 중대 기로에 섰습니다. 뿔뿔이 나뉜 (원자력의) ‘부분의 관점’을 통합해 국가 차원의 ‘전체의 관점’을 정립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책을 내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이다. 김 전 장관은 익히 잘 알려진 여성 과학자다. 그렇다면 원자력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을까. 그는 이 물음에 과학사를 공부하면서 원자력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원자력 공학을 전공한 스페셜리스트는 아닙니다. 그러나 20여년간 제너럴리스트로서 원자력과 인연이 좀 있지요. 1992년 ‘현대사회와 과학’(동아출판사)을 펴낼 때 원자폭탄 역사를 중점적으로 다뤘고 대학강단에서 과학사 과목을 가르칠 때 이런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과학자들이 인류 재앙을 일으키는 원자력 연구를 해서는 안 될 일을 했지요. 원자력 과학자들은 연구에만 몰두하다 보니 가공할 파괴력, 즉 우리 인간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인문사적인 부분을 놓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전 장관은 책을 내면서 4주만에 원고를 탈고했다. 그는 이번 책이 ‘마지막’이라고 강조했다. 눈도 아픈 데다 평소 원자력에 대한 정열을 한꺼번에 다 쏟았기 때문에 미련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는 1994년 석사과정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원자력의 문화사적 이해’와 ‘원자력의 사회적 이해’ 등의 논문을 내놓을 만큼 이 분야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원자라는 비가시적 실체의 원자력에 지구를 몇번 날리고도 남을 파괴력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야기를 다시 후쿠시마로 돌렸다. 원전 르네상스라는 말이 앞으로도 통할지 궁금했다. “세계적으로 힘을 얻고 있던 원전 확대 정책에 일단 찬물을 끼얹은 격입니다. 더욱이 안전관리를 잘하는 기술강국으로 알려졌던 일본에서 체르노빌급의 심각한 사고가 났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지요. 어쨌거나 원전정책은 사회적 수용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정책 추진이 지연되거나 전환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사고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나라 원전 발전비중은 에너지의 34%로 세계 5위의 원전국입니다. 재생 에너지 비율은 2%도 안 되지요. 나날이 전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는 매우 취약합니다.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하면서 세계 원전의 정책이 급격한 방향전환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선은 사회적 비용을 최대한 줄이면서 원자력 담론을 슬기롭게 정리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원자력계가 시급히 대응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그는 “원자력 안전규제 체제의 독립성과 투명성, 그리고 신뢰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아울러 “신규 원전건설과 기존 원전 수명 연장 기준을 재검토해서 기술적 보완의 여지를 살피고 안전과 기술개발 부문의 국제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에너지 리더십’을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정치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때가 아니냐고 물었다. “원전정책은 에너지 리더십뿐만 아니라 팔로어십까지 갖추어야 풀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답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 그리고 지역 사회가 함께 그 답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투명한 토론 공간을 마련해야 하고 정치권은 그 장을 펼치는 촉매역할을 해야 합니다.” 원자력은 인류 미래의 정말 필요한 에너지로 있어야 할까. 아니면 재앙을 우려해 궁극적으로는 없애야 할까. “새로운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계가 구축될 때까지 징검다리 에너지로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원자력의 기능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따라서 원전의 위험성만 부각시키기보다는 최대한 원전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부분에서 답을 찾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원전정책만 따로 떼어서 보는 것보다는 국가 에너지 정책의 틀을 놓고 따져 보는 ‘에너지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이 대목에서 김 전 장관은 정부와 사회의 협력으로 스웨덴의 사례를 설명했다. “스웨덴은 원전 국가 중 유일하게 고준위 방폐물의 최종 처분 부지 선정을 완료했습니다. 법 제정부터 시작해 33년이 걸렸고 11년 걸려 시설을 짓는 중이지요. 이처럼 긴 호흡으로 지역사회와 대화하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결과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김 전 장관은 “원자력에 관련되는 광범위한 전문가 그룹이 관리 방안에 대해 합의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도출하고 다음 단계로 그것에 근거하여 일반 공론화를 추진한다는 얼개가 중요하다.”면서 상충되는 모든 의견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끝장 토론을 거쳐서라도 견해차를 좁혀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편집위원 km@seoul.co.kr ■김명자 전 장관은… 1944년 서울 명륜동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함남 단천 출신으로 성균관대 영문학자로 이름을 날렸다. 경기 여중과 여고를 나온 뒤 서울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1971)를 취득했다. 1972년부터 1999년까지 서울대와 숙명여대에서 화학과 과학사를 강의했다. 1999년 6월 환경부장관이 된 뒤 3년 8개월동안 재임하면서 ‘헌정 사상 최장수 여성장관’ ‘국민의 정부 최장수 장관’ 등의 기록을 남겼다. 장관 재임시절 에코-2 프로젝트, 4대강 수계 특별법, 천연가스 버스 보급 등을 추진했고 환경부가 2001년, 2002년 제1, 2회 정부부처 업무 평가에서 최우수 부처로 대통령 표창을 이끌었다. 17대 국회의원으로 일할 때는 국방위원회 간사로 군인복지기본법 제정과 국방 R&D활성화에 기여했고 국회 윤리특별위원장, 한·미의원협의회와 한일의원연맹 고문, 국회 FTA 포럼 대표의원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 사단법인 그린코리아21포럼 이사장, 사회통합위원, 차기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저탄소 녹색성장 국민포럼 공동대표, 극지포럼 공동대표, 서울대학교 총동창회 부회장, 헌정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또 카이스트(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초빙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1994년 대한민국 과학기술상 진흥상 대통령상을 비롯, 제1회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상(2002), 청조근조훈장(2004) 등을 받았다. 저서와 번역서로는 ‘과학혁명의 구조’ ‘동서양의 과학전통과 환경운동’ ‘과학기술의 세계’ ‘에덴의 용’ ‘앞으로의 50년’ 등 10여권이 있다.
  • 4대강·구제역 침출수·고엽제 논란 진행중

    4대강·구제역 침출수·고엽제 논란 진행중

    오는 5일은 정부가 지정한 ‘환경의 날’이다. 올해 16회째로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슬로건과 달리 환경·시민단체들은 과연 정부가 환경에 대한 마인드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개탄한다. 환경이나 녹색성장을 외치지만 실속있는 정책이 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환경의 날을 앞두고 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해 진단해 본다. ●개발우선에 밀리는 환경 정책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가장 큰 국책사업이 4대강 정비사업이었다. 생태계 파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제 완성단계에 와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환경파괴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자연보전 의무와 환경영향평가 책임을 진 환경부가 뭘 했느냐는 비판이다. 국책사업에 대한 홍보에 열을 올릴뿐, 개발에 따른 생태환경 역효과에 대한 대응논리가 실종된 지 오래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이럴 바에야 정부기구로 환경부는 뭐하러 뒀는지 모르겠다.”고 비아냥댄다. 현 정부 출범 초기 환경부는 부처 자체가 폐지될 뻔했다. 개발 논리에 걸림돌이 되는 환경부를 개발 부처에 합쳐버리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환경부가 ‘국토환경부로 통합된다’는 얘기까지 나돌아 환경부의 사기가 바닥까지 추락되기도 했다. 전 정부 때부터 환경·시민단체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없던 일로 됐던 굴포천 제방 보수공사도 말이 많다. ‘아라뱃길’이란 이름 아래 진행 중인 이 공사는 완공을 눈앞에 둔 상태이나 김포시와 고양시가 신곡 수중보 이전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또 다른 논란이 일고있다. ●원전 등 해명자료 내기 급급 일본 지진해일로 인한 원전 방사능 유출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도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마와 태풍으로 일본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능이 한반도로 유입될 것이란 경고에 대해 환경부와 기상청은 유입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3월까지 전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구제역 매몰지 관리문제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다. 장마철을 앞둔 시점에서 침출수 유출문제가 불거지자, 환경부는 시료채취 분석 결과를 서둘러 발표했다. 하지만 환경 단체에서는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환경단체와의 소통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고엽제 매몰 의혹에 대한 대응책은 부처 간 떠넘기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총리실에 외교·국방·환경부를 아우르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지만 목소리는 아직도 제각각이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2일 “현 정부의 환경정책은 피부로 와 닿는 게 없고 환경재앙이 닥쳐도 기대할 게 없다.”면서 “새로운 정책은 고사하고 눈앞에 닥친 위기문제도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을 비롯, 구제역과 일본 원전사고, 고엽제 매몰의혹 등 굵직한 환경 현안 문제가 불거졌는 데도 애써 외면하고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고엽제 문제도 SOFA 규정만 따질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독자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영숙 신임 환경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부모의 심정과 과학자의 두뇌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환경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열린세상] ‘災後 일본’ 건설 세계가 지켜본다/임상빈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

    [열린세상] ‘災後 일본’ 건설 세계가 지켜본다/임상빈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

    지난 5월 중순에 일본을 방문했다. 3·11 대지진 이후의 첫 방문이어서 그런지 일본의 작은 변화에도 관심이 쏠렸다. 대지진 이후 일본 사회의 변화를 살펴보고 한·일 관계 개선방안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불야성을 이루던 도쿄의 번화가는 종전보다 어두웠다. 전철역 내 에스컬레이터가 부분 운행되고 있었다. 전차 속 가득했던 광고 포스터는 군데군데 비어 있었다. 내가 눈으로 확인한 변화는 이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도쿄시민들에게 센다이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더 이상 이야기의 주제가 아니었다. 의도적인 침묵 그리고 무시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 뉴스를 통해 접했던 것보다 훨씬 안정을 찾고 있다. 의연한 도쿄시민들을 보면서 불현듯 하나의 잔영이 스쳐 지나갔다. 일본 유학시절 가미코치(일본 북알프스의 일부 지역)에 갔을 때의 일이다. 계곡 상류지역 다리(갓파바시) 앞에 있는 관광 상품가게에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갓파(물 속에 사는 상상 속의 동물)의 눈물’을 사기 위해서였다. 무엇인지 궁금했다. 뜻밖이었다. 작은 비닐 봉지 안에 병 조각이 들어 있을 뿐이었다. 왜 저것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지 의아했다. 판매 수익금은 이곳의 환경보호사업에 쓰인다는 판매원의 설명을 듣고 새삼 일본인의 ‘국민성’에 감탄했다. 위기에서 일본인의 시민의식은 더욱 빛났다. 리히터규모 9.0 지진과 20m의 제방을 뛰어넘은 쓰나미 앞에서 그들이 보여준 희생정신과 공동체의식은 ‘인류의 진화’라는 찬사를 받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2년 뒤에 센다이와 후쿠시마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라. 일본은 지금과 전혀 다른 차원에서 진전을 이룰 것”이라는, 한국에서 만난 한 일본기업인의 말을 수긍할 수밖에 없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난 극복과정에서 ‘파괴적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엄존해 있다. 유동성이 취약한 재정에서 비롯된 복구 재원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관료제적 한계가 주된 원인으로 지적된다. 일본정부가 쓰나미와 원전 사태 해결 과정에서 보여준, 관료주의로 대변되는 국가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이다. 가령 일본의 알프스로 불리는 알펜루트의 주차료도 일본 관료주의 문제점의 방증일지 모른다. 2009년 일본의 알펜루트에 갔을 때의 일이다. 3000m 가까운 고지대까지 자동차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뛰어난 관광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알펜루트의 다테야마를 다녀오는 동안 자가용 승용차를 거의 보지 못했다. 그 까닭을 물었다. 하루 주차비가 5만 6000엔이라고 했다. 한국 돈으로 거의 70만원이다. 턱없이 비싼 주차료는 훌륭한 관광 인프라의 기능을 제한하는 듯했다. 자연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운 행정 편의주의가 일본의 관료주의와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닐까. 관료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한 게 이번 방문의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일본의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는 논의도 점차 대두하고 있다. 그 중심에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 등 뉴리더들이 자리잡고 있다. 패전 이후 ‘전후일본’을 건설한 것처럼 시민사회를 주축으로 ‘재후(災後)일본’을 새로이 건설하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내가 본 페레스트로이카’에서 “체르노빌 사고가 고르바초프 정치의 ‘결정적인 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체르노빌은 그 자체가 소비에트 사회주의 체제의 모순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얘기다. 센다이 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처럼 일본의 국가주의 체제의 모순을 압축하고 있을지 모른다. 고르바초프는 궁극적으로 사회주의 체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미래지향적 국민성을 갖고 있는 일본 국민들이 재난을 새로운 체제로 승화시키려는 각성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일본에 못지않게 관료주의적 병폐를 안고 있는 한국 역시 일본의 모순 극복 과정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 獨, 2022년까지 원전 전면폐쇄

    獨, 2022년까지 원전 전면폐쇄

    독일 정부가 2022년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겠다는 극약 처방을 내놨다. 앙겔라 메르겔 총리가 이끄는 독일 연립정부는 지난 29일 집권 기민당(CDU)과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FDP), 기민당의 바이에른주 자매 정당인 기사당(CSU) 간 회의를 가진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30일 발표했다. ●예비전력 1기는 보류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환경부 장관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시 가동을 중단시킨 노후 원자로 7기와 크루에멜 원전 등 8기는 즉각 폐쇄할 것”이라면서 “원자로 6기는 2021년 말, 가장 최근에 건설된 3기는 2022년 말까지 가동한 뒤 운영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17기의 원자로를 보유 중인 독일은 노후 원자로 중단 전까지 전체 전력의 23%를 원전에서 공급받았다. 지난해 메르켈 총리는 2022년까지 원전을 모두 폐쇄한다는 기존 정부 정책을 폐기하고 가동 시한을 12년 연장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정책이 다시 뒤집힌 것이다. 뢰트겐 장관은 “(이번 결정은) 확고하다. 변경의 여지는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FDP는 가동 시한을 못 박는 대신, 유연한 출구전략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전력 비상사태에 대비, 노후 원자로 가운데 1기는 재가동하자는 옵션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연정은 노후 원자로 1기는 장기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예비전력인 ‘콜드 리저브(cold reserve)’로 2013년까지 남겨두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이 지난 25일 유로존 내 원자로 143기에 대해 새달 1일부터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독일처럼 아예 원전 자체를 포기하거나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려는 움직임이 이미 확산되고 있다. ●스위스·벨기에도 단계적 폐쇄 검토 원자력 발전 의존도가 40%에 이르는 스위스도 2019년부터 2034년까지 보유 중인 원자로 5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스위스 의회는 다음달 정기국회에서 최종 결론을 낼 예정이다. 이탈리아도 내각 투표를 통해 원전 신규 건설 계획을 무기한 보류하기로 했다. 전체 국가 전력의 54%를 원전에서 공급받는 벨기에도 원자로 폐쇄를 검토 중이다. 폴 마녜트 벨기에 에너지부 장관은 노후 원자로 2기를 2015년까지 폐쇄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이 지난 9일 보도했다. 중국도 당초 올해 3월 승인할 예정이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2012년까지 잠정 중단한 상태다. 지난해 러시아와 원전 건설 협정을 맺은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도 지난 3월 원전 건설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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