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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지진 72배 진동도 견뎌” 3대 원전 안전 장담하는 日

    “최근 지진 72배 진동도 견뎌” 3대 원전 안전 장담하는 日

     ‘센다이·겐카이·이카타 원전….’ 일본 서남지역 3대 원전이 구마모토 현을 강타한 연쇄 지진 탓에 안전성을 의심받고 있다. 5년 전인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참사의 재발 위험은 없느냐는 의구심과 문제가 제기된다. 구마모토에서 가까운 겐카이 원전의 경우 한반도와 200㎞도 떨어져 있지 않아 우리가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만은 없다.  구마모토 현을 강타한 강진에 이은 여진들이 22일 현재 700여 차례에 넘는 크고 작은 연쇄 지진으로 지층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주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신화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가동 중인 센다이원전은 진앙지에서 불과 120㎞ 떨어진 곳에 있어 불안의 초점이 됐다. 같은 거리에 겐카이 원전(사카 현), 140㎞ 거리의 이카타 원전(에히메 현) 등도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번 지진은 활단층대의 충돌과 이동 등이 주원인으로 분석되면서 단층대가 얽혀 있는 이들 3대 원전의 불안정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이런 불안은 사회적 이슈를 넘어 정치 쟁점으로 비화되고 있다. “원전가동 중지”를 요구하는 시위가 커지고 있고, 20일에는 제1야당 민진당의 오카다 가쓰야 대표 등은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 센다이 원전의 대피 계획 등 비상 대책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검토를 요청했다.  가동에 들어간 센다이 원전은 지난 14일 첫 강진이 발생한 히나구 단층대의 끝자락에서 직선으로 30㎞ 거리에 있어 단층대의 충격으로 지반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지적들이 나왔다. 이를 반영하듯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센다이원전 가동을 정지해 달라”는 청원만도 지진발생 뒤에만 340여건이나 쏟아졌다. 원전 인근주민 120명은 19일 변호인단을 통해 규제위 등에 가동중지 신청서까지 제출했다.  그렇지만 규제위의 다나카 슌이치 위원장은 “지금 단계에서 안전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규제위는 지난 14일 규모 6.5, 16일 규모 7.3의 강진이 강타하자 긴급회의를 열고 규슈·시코쿠 등 주변 지방 원전에 대한 지진의 영향에 대해 논의한 뒤 내린 결론이었다.  규제위는 “원전이 620갈(Gal·중력가속도의 단위)의 진동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16일 당시 지진 영향은 8.6걸이 최고였다”며 안전성을 자신했다. 또 “원전 긴급 정지의 기준값인 160걸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당시 지진은 원전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서 가동을 강행 중이다.  규제위는 2011년 후쿠시마원전 참사 이후 운행을 중단한 시코쿠 전력의 이카타 원전과 규슈 전력의 겐카이 원전, 그리고 주고쿠 전력의 시마네 원전 등에 대해서도 “이들 원전이 보관 중인 핵연료도 충분히 냉각된 상태로 안전 문제는 전혀 없다”고 과시했다.  규제위 측은 “단층과의 거리와 단층 굵기 등을 반영해서 내진설계를 더 강화했다”며 최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단층 움직임의 영향을 일축했다. 또 “지진에 의해 원자로와 방사능물질을 가두는 격냡용기가 깨지지는 않게 설계돼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단층의 움직임과 충격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고 절대성을 갖느냐는 의문은 줄지 않고 있다. “원전에 대한 최근 지진의 영향은 미미하다. 그러나 원전 근처에서 더 센 강진이 발생한다면 그 영향은 별개 문제”라는 내용을 일본주재 한 외국대사관이 최근 본국에 보낸 전문은 이런 가변적인 여러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구마모토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인적 끊긴 ‘유령 도시’ 프리피야트… 끊지 못한 ‘원전 중독’

    인적 끊긴 ‘유령 도시’ 프리피야트… 끊지 못한 ‘원전 중독’

    오는 26일(현지시간)이면 ‘20세기 최악의 원전 참사’로 기록된 구소련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한 지 30년이 된다. 전 세계에 원자력의 위험성을 직접 보여준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의 소도시 프리피야트는 더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유령도시’이자 종말 혹은 죽음의 이미지를 원하는 사진 기자와 작가들이 즐겨찾는 관광지가 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사고 원전이 위치한 체르노빌 프리피야트는 발전소 종사자와 연구자, 가족 등 5만명을 위해 만든 첨단 신도시였다. 소련 전역에 ‘안전한 원자력’을 홍보하기 위해 당시 가장 앞선 도시공학을 적용한 이 도시는 사고가 없었다면 우크라이나의 주요 경제 허브로 성장했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사고 발생 30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원전 폐쇄 작업을 진행하는 인부들을 빼면 사람의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는 유령 도시로 변했다. 이곳의 상징이던 초대형 놀이기구가 30년째 멈춰 서 있어 황량함을 더한다. 최근 70대 이상 고령자들 일부가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겠다”며 지자체 반대에도 다시 들어와 살고 있긴 하지만 이곳에서 사람이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 만큼 방사성 원소 수치가 낮아지려면 최소 900년 이상이 걸린다고 AFP는 전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도시를 원자력의 위험성을 알리고 싶어 하는 언론인이나 사진작가들에게 취재 명목으로 개방해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고 당시 원전에서 유출된 낙진의 80% 정도가 떨어져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이웃국가 벨라루스에선 지금까지도 전 국토(약 20만㎢)의 4분의1가량이 출입금지 구역으로 묶여 있다. ●생태계 복원능력은 예상보다 빨라 다만 과학자들은 프리피야트를 비롯한 체르노빌 일대가 사람의 발길이 끊기면서 ‘야생동물 터전’이 되었다는 점에 안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연구 결과를 인용해 “엄청난 방사능 수치에도 생태계가 예상보다 빠르게 복원돼 동식물 개체수가 1986년 사고 이전보다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지구·환경 전문가 짐 스미스는 “최악의 원전 사고에도 사람이 떠나자 자연이 살아났다”면서 “동물들에게 있어 방사능보다 더 위험한 것은 사람인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유출된 낙진은 원전과 가장 가까웠던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러시아에 집중돼 큰 피해를 줬다. 하지만 사고 발생 30년이 지난 지금 이들 세 나라는 아이러니하게도 원전 증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원자력의 위험을 알지만 이를 대체할 다른 에너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환경 단체들은 이들의 ‘원전 중독’ 배후에는 자본의 이해관계가 개입돼 있다며 “그렇게 큰 사고를 당하고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15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으며, 두 기를 새로 짓고 있다. 원래는 러시아의 투자를 받아 짓던 것이지만 최근 두 나라 관계가 나빠지면서 계약을 파기한 뒤 새 파트너를 찾고 있다. 벨라루스 역시 원전 정책은 우크라이나와 다르지 않다. 이웃나라인 리투아니아 국경 부근에 러시아의 투자로 원자력 발전소 2기를 건설 중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를 입은 일본도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전 재가동에 나서며 원전 해외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또한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정부와 원전 건설사, 전력회사 간 공고한 유착을 일컫는 ‘원자력 카르텔’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100만명 숨진 20세기 최악 원전 참사 체르노빌 사고는 1986년 4월 26일 새벽 우크라이나 북서부 체르노빌 지역의 레닌 원자력 발전소에서 새로 지은 4호 원전의 전기 출력을 높이는 실험을 진행하다 핵분열 속도를 줄여주는 재료인 감속재를 너무 많이 제거해 1시 24분쯤 원자로가 녹아내리며 발생했다. 당황한 연구자들이 다시 감속재를 밀어 넣었지만 원자로의 폭발을 막진 못했다. 특히 파괴된 원자로 뚜껑 위로 크레인까지 떨어지면서 노심(핵 물질이 들어 있는 원자로 중심)이 파괴돼 방사성 물질이 열흘이나 무방비로 흘러나왔다. 소련 정부는 이를 숨겨오다 대기 중 방사능 수치 급증을 안 스웨덴의 문제제기로 사흘이 지나서야 뒤늦게 털어놨다. 소련 정부의 정보 공개 거부로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체르노빌로 인한 직간접 피해로 100만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방사능 유출에 따른 유전자 변형으로 40만명 넘게 암과 기형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원전 주변 30㎞ 이내에 살던 주민 9만 2000명도 강제 이주돼 고향을 잃었다. 사고 수습에 너무 많은 비용이 소요되다 보니 1991년 소련 해체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체르노빌 30주년…사람들 떠난 곳, 동물이 터잡다

    체르노빌 30주년…사람들 떠난 곳, 동물이 터잡다

    1986년 4월 26일 오후 1시 23분. 옛 소련 키예프시에서 남쪽으로 130km 떨어진 지점에 있던 체르노빌 핵발전소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과 함께 발전소 4대의 원자로 역시 터졌고, 방사능 가스와 물질은 4.5km 높이까지 치솟았다. 여느 토요일 주말과 같은 일상 속 하루였지만, 인류에게는 마치 '심판의 날'인 듯 처참한 결과를 남기고 말았다. 160톤의 방사능이 대기로 유출됐고, 수십 만명의 사상자가 생겼고, 그 재앙의 후유증은 현재까지 이어지며 집계가 불가능할 정도의 수준이다. 올해로 꼬박 30년을 맞은 인류사상 최악·최대의 원전사고,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누출 사고다. 사고 반경 30km 이내는 절대적인 출입금지구역(CEZ)으로 지정됐다. 더이상 어떤 생명도 기약할 수 없는 '죽음의 땅'임을 알린 것이다. 그러나 30년의 시간이 흐르며 죽음과 재앙의 폐허에도 또다른 생명들이 뿌리를 내렸다. 최근 미국 조지아 대학 사바나 리버 생태학 연구소(Savannah River Ecology Laboratory)측은 CEZ가 야생동물들로 북적인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5주 동안 30대의 카메라를 CEZ 94개 지점에 설치해 관찰한 결과, 총 14종의 포유동물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중 회색늑대(gray wolf)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이외에 여우와 라쿤, 사슴, 멧돼지 등이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2년 전 연구에서는 한가하게 어슬렁거리는 곰을 발견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들 역시 방사능의 심각한 피해를 입었으리라는 상식적인 추론이다. 이미 체르노빌 지역 근처에서 기형적인 외양을 가진 생명체들이 잇따라 발견돼왔기 때문이다. 실제 4년 전 몸길이가 약 2m에 이르는 거대 메기가 우크라이나 흑해로 이어지는 드네프르강 상류 지류인 프리피아트강(江)에서 낚시꾼에게 잡혔다. 또 진위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온몸에 돌기가 돋아있는 개 만한 크기의 거대 쥐 사진이 인터넷 공간을 떠돌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야생동물 입장에서는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 '인간'이 없다는 점은 그 죽음의 공간 마저 '천국'과도 같은 셈일 테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체르노빌 원전사고 30년… ‘죽음의 땅’서 야생동물 번성

    지난 1986년 4월 26일 구 소련(현재 우크라이나)의 키예프시 남방 130km 지점에서 인류 최악·최대의 원전사고가 터졌다. 바로 올해로 정확히 30년 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누출 사고다. 이후 사고로 인한 피폭(被曝)과 방사능 휴유증 등으로 수십 만 명의 사상자를 낳았다고 전해지나 사실상 피해 집계가 불가능할 만큼 체르노빌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재앙으로 기록되고 있다.  최근 미국 조지아 대학 사바나 리버 생태학 연구소(Savannah River Ecology Laboratory)측은 체르노빌 출입금지구역(CEZ)이 야생동물들로 북적인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11만명의 주민들은 모두 떠났으나 그 자리를 동물들이 대신한 CEZ는 사고 반경 30㎞ 이내 지역으로 '죽음의 땅'으로도 불린다.   이번 연구는 오랜시간 발길이 끊긴 CEZ에 30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이루어졌다. 카메라 주위에 동물들이 좋아하는 냄새를 풍겨 가까이 다가오게 만들어 동물의 종류와 개체수 등을 연구한 것. 그 결과 카메라에 총 14종의 포유동물이 확인됐으며 그중 회색늑대(gray wolf)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이외에 여우와 라쿤, 사슴, 멧돼지 등이 모습을 드러내 방사능 오염과 상관없이 많은 야생동물들이 번성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조사결과는 과거 발표된 연구와 맥을 같이한다. 지난해 영국 포츠머스대학 연구진은 체르노빌 주변 생태계를 조사한 결과, 고라니와 노루, 붉은 사슴, 멧돼지 등의 개체수가 사고 이전만큼 회복된 것을 확인했다. 특히 늑대의 개체수는 인근 지역에 서식하는 늑대에 비해 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CEZ는 야생동물의 '천국'이 됐지만 이 지역이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해진 것은 아니다. 방사능 전문가들은 향후 2만년이 지나도 이 지역에 사람이 살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야생동물에 있어서는 방사능보다 인간이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연구를 이끈 제임스 바슬리 박사는 "5주간 CEZ내 94개 지역을 이동하며 연구를 진행했다"면서 "동물들은 먹이와 물이 있는 지역에서 더 자주 발견됐을 뿐 방사능 수치와 개체수는 관계가 없었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한·미 전투기 100대 ‘하늘 위 대북 경고’

    한·미 전투기 100대 ‘하늘 위 대북 경고’

    미군 1200명·F16 전투기 등 동원 육군도 서해 후방 침투 대비 연습 북한이 다음달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5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한·미 군 당국이 북한 최고 수뇌부를 겨냥한 정밀타격 훈련을 공개하며 대북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공군은 지난 15일부터 전북 군산기지 일대에서 미 7공군과 함께 100대 이상의 공중 전력을 동원한 대규모 ‘맥스선더’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29일까지 실시되는 이번 훈련에는 미군 장병 1200여명과 미 7공군 소속 F16 전투기, 미 12해병 비행전대 소속 F18 전투기, 해군 EA18G 전자전기 등이 동원됐다. 우리 공군은 장병 640여명과 KF16, F15K, F5E, F4E 전투기, FA50 경공격기 등을 동원했다. 한·미 전투기들은 가상 적 지역에 침투해 핵·미사일 시설, 평양의 북한군 지휘부 등 표적을 정밀타격하는 동시에 가상 적기의 공격도 방어하는 공대공 훈련도 함께 실시했다. 테런스 오셔너시 미7공군사령관(중장)은 “이번 훈련을 통해 미국의 한반도 방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도 이날 후방지역을 담당하는 제2작전사령부 주관으로 서해상으로 침투한 가상의 적을 격멸하는 국지도발 대비 훈련을 지난 18일부터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훈련에는 병력 3300여명과 헬기 19대, 차량 350여대, 공군 CN235 수송기, 해군 P3C 초계기 등이 동원됐다. 이날 훈련은 동원된 병력과 장비를 효율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이 한반도에 전개되는 절차를 응용해 육·해·공군 및 해병대 전력을 북한군의 예상 침투로로 신속히 투입하는 연습에 초점을 뒀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서울시의회 “정책지원인력 확충은 지방의회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

    서울시의회는 민생경제·복지행정·예산감시 실현을 위한 지방의회 정책지원인력 확충은 지방의회 발전을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는 인식 아래, 시의회 대변인 명의로 ‘정책지원을 위한 시간제선택임기제 공무원 채용’에 대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지난 4월 14일 공고된 서울특별시의회 시간선택제임기제 공무원(정책지원요원) 채용에 대한 시의회의 입장을 밝힌다. 이번에 채용하는 시간선택제임기제 공무원은 특정 당이나 특정 의원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의회 상임위원회에 소속되어 상임위 업무 전반을 지원할 예정으로, 의원에게 소속되어 개별 의정활동을 돕는 ‘보좌관’과는 차별된다. 따라서 이를 사실상의 유급 보좌관 제도로 오인하여 이루어진 19일자 행정자치부의 시정명령은 부당하다. 오늘날 지방의회가 처한 현실을 감안할 때, 시간선택제임기제 공무원의 채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이다. 지방행정은 날로 전문화·복잡화·고도화되고 있으며 중앙정부의 떠넘기기식 국가사무 이양으로 그 사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정책 개발 및 민생 현장에서 주민과의 긴밀한 소통과 응대 또한 절실해졌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인력과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 2016년도 세출예산은 약 386조원으로 국회의원 1인당 약 1조 2,866억 원의 예산을 심의하는데 의원마다 9명의 유급보좌직원을 두고 있는 반면, 서울시 2016년도 세출예산은 교육청 예산 및 기금을 포함하여 39조원으로 시의원 1인당 약 3,679억 원 이상의 예산을 심의하면서 의원에게 할당된 보좌직원은 단 한 명도 없다. 의원에게 배정된 지원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의원 개개인의 자력만으로 우리나라 예산의 10분의 1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의 예산과 기금을 철저하게 심의·의결하고, 민생경제 실현을 위한 세밀한 행정감사를 수행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의정활동의 정상화를 위한 인력 확충은 ‘정책지원전문인력’ 도입을 골자로 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통해 충분히 논의된 바 있다. 치열한 논의 끝에 동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를 통과하였으며(‘15.4.28), 이는 국회 차원에서도 지방의회 지원 인력 확충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소관 상임위에서 법안 개정의 필요성과 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이미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 처리를 미루고 있다. 국회가 열릴 때마다 약속했던 <지방자치법>의 개정은 차일피일 미루면서, 지방의원들이 민생 현장에서 이룩해놓은 성과들을 지난 총선기간 동안 자신들의 치적으로 홍보했던 많은 국회의원들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지방의회가 우뚝 서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지방자치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지방자치의 발전이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성장을 생각할 수 없다. 이번 시간선택제임기제 공무원 채용은 지방의회가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인력 확충 방안이며, 이를 통해 선심성 예산, 토목성 예산, 전시성 예산 등 낭비적 요인들을 철저히 검증하여 서울시 관련 예산 1%만 절감하더라도 약 3,900억 원의 주민 부담이 경감될 수 있다. 생활정치를 활성화시키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해 지방의회가 지금으로서 시도해볼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이 왜곡되지 않길 바란다.
  • [新국토기행] 해 뜬다… 동해안 최대 휴양도시도 뜬다

    [新국토기행] 해 뜬다… 동해안 최대 휴양도시도 뜬다

    해 오름의 고장 강원 양양군이 지금의 지명으로 자리잡은 지 올해로 꼭 600주년을 맞는다. 고려시대(1416년)에 양주(襄州)에서 양양으로 지명이 바뀌었다. 수려한 동해를 끼고 있는 양양은 천년 고찰 낙산사, 조선 개국공신 하륜과 조준의 전설이 있는 하조대, 강원 지역 3대 미항 중 하나인 남애항, 요트의 산실 수산항 등의 관광 명소가 59.57㎞ 해안선을 따라 즐비하다. 울창한 산림과 바다, 계곡 등 다채로운 자연을 배경으로 국내 최고의 힐링과 휴양, 레저의 고장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설악산국립공원에는 오색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고, 서울~양양을 잇는 동서고속도로, 속초~삼척을 잇는 동해고속도로가 교차되면서 양양은 동해안 최대 관광·휴양도시로 뜨고 있다. 양양국제공항도 오는 24일부터 중국 상하이 정기 항로가 다시 열리는 등 활성화되고 있다. 국제도시로, 지역 관문으로 톡톡히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600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전통과 자부심이 고스란히 남아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청정 자연 속 양양군의 속살을 찾아 봄 여행을 떠나 보자. >> 볼거리 ●희망의 서운이 깃든 천년 고찰 낙산사 신라 문무왕 676년 의상 대사가 홍련암에서 기도해 관음보살을 친견한 뒤 낙산사를 창건했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처음 나온다. 동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천혜의 풍광과 함께 부처님 진신사리가 출현한 보물 제1723호 해수관음공중사리탑, 보물 제1362호 건칠관음보살좌상, 보물 제499호 칠층석탑 등 소중한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송강 정철은 ‘관동별곡’에서 낙산사 의상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상서로운 구름과 여섯 마리 용이 해를 떠받치는 듯, 바다에서 해가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고, 하늘에 해가 오르자 털끝이 보일 만큼 환하다”고 읊었다. 그만큼 낙산사는 일출의 명소이고 희망의 서운(瑞運)이 깃든 곳이다. 2005년 대형 산불로 소실된 뒤 단원 김홍도의 ‘낙산사도’를 기초로 7동의 주요 전각을 조선시대 초기 사찰의 원형 그대로 살려냈다. 큰 법당인 원통보전 입구에는 한국전쟁 때 소실됐던 빈일루(賓日樓)가 단원의 그림대로 복원됐고 설선당, 정취전, 응향각 등의 건물이 옛 문헌의 기록을 기초로 되살아났다. 웅장한 자태로 다시 태어난 원통보전에는 화재 당시 스님들이 지켜 낸 건칠관음보살과 칠층석탑 등의 보물도 옛모습 그대로 자리잡았다. ●산림 휴양 체험 공간 송이밸리자연휴양림 송이밸리자연휴양림은 2012년 양양읍 월리 일대 46㏊에 조성됐다. 산림휴양관, 숲속의 집, 목재문화체험장,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등 조용히 자연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복합 산림 휴양 체험 공간이다. 임도를 활용한 MTB 코스와 왕복 2시간 코스의 구탄봉 등산로에서 자전거, 트레킹은 물론 짜릿한 집라인(줄을 타고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목재문화를 체험하고 국산 목재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목재문화체험장은 건물의 아름다움과 내구성, 내실 있는 운영 등을 인정받아 지난해 ‘굿 디자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1층 체험장에서 운영되는 목재 체험 프로그램은 목재체험지도사의 지도하에 산림 부산물을 활용해 액세서리, 솟대, 보석함 등을 만들어 보는 기초 프로그램과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담은 테이블, 서랍장, 수납장 등 원목 가구를 직접 만들어 보는 목공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 세계문화유산 추진 아이들과 함께라면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이 제격이다. 오산리선사유적은 남한 신석기 유적 중 최고(기원전 6000년경)의 연대를 나타내며 신석기문화의 전파 및 교류에 중요한 과학적 단서를 제공하는 유적이다. 유물 가운데 오산리형 토기와 오산리형 이음낚시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 고고학 사전에 등재됐다. 박물관에 전시된 덧무늬토기는 신석기시대 유물 중에서도 가장 이른 시기의 것으로 박물관의 자랑거리다. 최근 서울 암사동 유적지와 함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오산리 출토 흑요석을 엑스레이 형광선으로 분석한 결과 그 성분이 남한 일대에서 출토된 흑요석은 한결같이 일본 규슈가 원산지인 반면 오산리 것은 400㎞ 이상 떨어진 백두산이 원산지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6000년 전 조상의 숨결을 느끼며 문화와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천년기념물 지정 주전골 입구 오색약수터 오색주전골에서 흘림골로 이어지는 길은 세속의 근심과 걱정을 덜어 내는 아름다운 길이다.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 번뇌를 물리치고자 한다면 오색의 비경을 담아 갈 일이다. 주전골 입구에 있는 오색약수터는 2013년 물로는 처음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맛이 짜릿하고 철분 냄새가 많이 나지만 예부터 아픈 곳을 낫게 하고 활력을 찾게 해 준다고 전해진다. 인근에 있는 오색온천에서 몸을 담근 뒤 더덕향이 그득한 산채비빔밥을 먹고 나면 그야말로 웰빙이다. 2018년부터는 오색온천 인근에서 오색 끝청까지의 3.5㎞ 구간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수 있게 된다. 장애인, 노약자들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장엄한 설악의 비경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영동 최대 5일장, 양양 전통시장 4일, 9일에 열리는 양양 5일장. 사시사철 시골 할머니들이 나물이며 장아찌, 잡곡들을 장마당에 내어놓고 송천떡마을 부녀회에서는 새벽 일찍 만든 떡을, 임천리 마을에서는 전통 방식의 한과(과줄)를 내다 판다. 요즘 장터에는 봄바람 따라 산나물이 가득하다. 쑥, 냉이, 달래, 참두릅, 개두릅, 명이나물, 취나물, 곤드레, 고사리, 눈개승마, 얼러지 등이 제각기 향을 뽐내면서 입맛을 자극한다. 시장 안에는 갓 잡아 올린 문어, 임연수 등의 생선류와 지누아리, 돌김, 사과, 배 등 양양산 먹거리들이 즐비하고 남대천 둔치 쪽에서는 토마토, 오이, 가지, 수박 등의 과채류와 상추, 쑥갓 등의 채소류 모종, 어린나무들을 사고파는 손길이 분주하다. 어디를 가도 맛있고 정감 있는 양양시장의 밥집들과 시장을 가득 메운 먹거리들에서 봄의 원기를 듬뿍 느낄 수 있다. 양양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먹거리 ●명품 황금송이(松栮) 양양의 깊은 산과 울창한 숲, 수십년 된 소나무 아래에서 나는 양양송이는 그 향과 맛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른 버섯들은 죽은 나무에서 균이 발생해 버섯으로 자라지만 유독 송이는 살아 있는 소나무 뿌리에서 균이 발생해 버섯으로 자라는 것이어서 양양송이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2006년에는 양양송이가 생산지의 기후, 풍토 등 지리적 특성과 밀접하게 연계돼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을 인정받아 지리적 표시제 제1호로 산림청에 등록되기도 했다. 송이와 한우 등심을 넣어 만든 송이버섯전골은 송이의 향과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음식이다. ●바다의 맛 자연산 홍합 ‘섭’ 동해에서 나는 자연산 홍합을 ‘섭’이라 부른다. 자연산 홍합은 껍데기가 흑진주처럼 반들거리고 보랏빛이 감돈다. 양식보다 2배쯤 크고 값도 비싸다. 고단백 저지방 다이어트 식품으로, 간의 해독 작용을 돕는 타우린이 풍부하다. 술꾼들이 술 마신 다음날 섭국을 찾는 이유다. 양양에서는 섭을 썰어 넣고 부추, 미나리, 양파, 마늘, 고추장, 된장 등과 함께 끓여낸 섭국을 최고의 보양식으로 꼽는다. 기호에 따라 산초를 넣어 먹기도 한다. ●봄 산나물, 양양 산채 양양은 설악산, 점봉산, 오대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지나는 산악지대여서 다양한 산채가 풍성하게 자란다. 산채 주 생육기인 2~6월의 평균 일조시간이 190시간으로 짧아 부드럽고 향이 진한 게 특징이다. 양양 대표 산채는 참두릅, 개두릅, 명이나물, 취나물, 곤드레, 고사리, 눈개승마, 얼러지 등이다. 요즘은 생채가 많이 나서 가격도 비교적 싸고 푸짐해 한꺼번에 많이 구입해서 말리거나 냉동실에 보관해 놓고 수시로 무쳐 먹으면 일년 내내 봄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남대천에 황어와 뚜거리탕 여름 밤, 더위를 쫓으려 냇가에서 멱을 감고 토속 어종을 잡아 고추장, 막장 풀어 얼큰하게 탕으로 끓여 먹던 추억의 뚜거리탕은 양양의 별미다. 바다와 이어지는 남대천 하구 한계목에는 봄이면 황어가 올라오고 가을이면 연어가 올라온다. 먼바다에서 유영을 마치고 모천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물 반, 고기 반이란 말은 봄마다 남대천에서 황어가 한창 상류로 올라갈 때 양양에서 많이들 하는 말이다. 임천보를 뛰어오르기 위해 황어가 떼 지어 있는 광경을 보면 이 말이 실감 난다. 연어와 달리 남대천에 오르는 황어는 그대로 회를 떠서 먹는다. 미나리, 양양 낙산 배, 깻잎 등 각종 채소를 넣고 초고추장에 무쳐 먹으면 춘곤증은 저만치 달아나고 정신이 번쩍 든다. 그리고 남대천 토속 어종인 뚜거리탕 한 그릇을 비우면 보양식이 따로 없다. 추억과 고향을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양양의 봄맛이다. ●동치미 메밀국수 양양 메밀국수는 구룡령이 있는 서면 갈천리와 설악산 화채능선 아래 강현면 간곡리, 둔전리, 장산리 마을에서 많이 먹었다. 섬유질이 많아 옷감 재료로 쓰기도 했던 느릅나무의 껍질을 봄철에 벗겨 말려 뒀다가 곱게 가루를 내 부족한 메밀가루나 옥수수가루와 섞어 눌러 먹었다. 지금은 고기 육수와 동치미 육수 두 가지로 나뉘지만 당시에는 동치미 육수로 먹었다. 양양에는 메밀국수 전문점이 50여 곳 있다. 가장 많이 있는 곳은 장산리 일대로 동치미 메밀국수집 20여 곳이 성업 중이다. 봄 햇볕이 따가운 날, 시원한 동치미 메밀국수 한 그릇이면 양양의 맛은 모두 섭렵했다고 할 수 있다. 양양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자연환경이 가른 전혀 다른 두 인류

    자연환경이 가른 전혀 다른 두 인류

    거대한 단절/피터 왓슨 지음/조재희 옮김/글항아리/828쪽/3만 8000원 인류 문명은 신세계와 구세계에서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리는 지구를 북반구나 남반구 등 지리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동양과 서양이라는 문명적 구분을 하는 데 익숙하다. 기원전 1만 5000년 전 초기 인류가 빙하기로 얼어붙은 베링육교를 통해 아메리카 대륙을 밟은 이래 기원후 1492년 콜럼버스가 산살바도르 섬에 상륙할 때까지 인류 문명의 두 축인 신세계와 구세계는 약 1만 6500년 동안 ‘거대한 단절’을 경험한다. 저자는 1만 6500년간의 단절이 인류사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고고학, 인류학, 지질학, 기상학, 신화학 등 거의 모든 학문을 망라하며 탐구한다. 저자가 구분하는 두 세계는 크게 다르지 않다. 두 세계의 사람들은 유전자(DNA) 분석 결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사용 언어도 흡사했고 동일한 유형의 치아 구조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아메리카는 유럽보다 미개했을까’라는 간단한 질문에 저자는 두 세계 간 차이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 세세하게 응답한다. 그러면 무엇이 신세계와 구세계의 단절을 부른 것일까. 여기에 이 책이 문명사를 설명하는 ‘고갱이’가 있다. 자연환경의 차이다. 구세계는 몬순이 약화되면서 초기 인류가 집단을 형성하고 관개 기술을 개발해 도시국가를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인류는 비로소 한 곳에 정주하는 농경사회를 이룬다. 가축을 사육하면서 성교와 출산의 신비를 이해하게 되고, 초기 인류는 황소 숭배와 같은 초기 신앙에서 벗어난다. 사회적으로는 모권에서 부권으로 성 권력이 이동했고, 종교적 차원에서는 향정신성 물질보다 ‘알코올’에 더 의존한다. 구세계가 저자에게 ‘양치기의 세계’로 호명되는 이유다. 반면 신세계는 풍요로운 환경 덕분에 수렵·채집의 삶을 탈피하지 못한다. 대신 구세계보다 열 배 이상 많은 향정신성 물질의 존재로 샤머니즘, 즉 주술사들의 잉여적 활동이 크게 발달하면서 ‘희생 제의’와 같은 조직적인 자연 숭배(신세계의 신앙)가 유지된다. 구세계는 농경 사회로 인한 잉여 생산물을 교류하기 위해 문자를 발전시켰고, 기록 문화가 발달해 도서관과 학교 등 법과 정치 체제가 수립되면서 ‘자연의 신화성’이 제거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신세계는 거친 자연에 적응하기 위해 천문학이 발달하고, 정교한 달력 체계와 함께 강력한 집단적인 계급 구조가 자리잡았다. 환각제의 힘을 빌려 생생해진 종교적 체험은 ‘자연의 신성성’에 더욱 기대게 만들었다. 어느 세계의 문명이 더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논쟁이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콜럼버스의 신세계 발견이야말로 단절된 인류 역사를 다시 잇는 ‘문명사적 바느질’이 됐다는 점에서 위대한 발견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일본 구마모토현서 규모 7.1 강진(종합)

    일본 구마모토현서 규모 7.1 강진(종합)

     일본 남서쪽 규슈의 구마모토현에서 16일 오전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했다고 일본 기상청이 밝혔다.  구마모토현을 진원으로 하는 이번 강진은 오전 1시 25분쯤 처음 감지됐다. 진원의 깊이는 10㎞로 추정됐다. 일본 기상청은 규슈 서부 해안에 해일 주의보를 발령했으나 오전 2시쯤 이를 해제했다. 이 지진에 이어 약 30분간 진도 4~6의 여진이 다섯 차례 정도 뒤따랐다.  이 지진으로 구마모토현 일대에는 정전이 발생했다. 또 현지 주민들은 20분 이상 격렬한 흔들림을 감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내의 호텔 투숙객들은 인근 주차장 등으로 긴급 대피했으나 건물이 붕괴되는 등 특별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미국 CNN방송은 전했다. NHK 등 일본 언론들은 인근 센다이원전에도 이상이 없다고 보도했다.  이번 지진은 한국의 경남 지방에서도 감지될 만큼 강력했다. 창원소방본부는 지진 직후 문의 전화가 460여통이나 걸려왔다고 전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 동북쪽 5㎞ 지점에서 발생했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 상황이나 사상자 등은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지난 14일 오후부터 구마모토현 일대에선 진도 6.5의 강진에 이어 120여차례의 여진이 이어져 최소 9명의 주민이 숨지고 11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한·미 “사용후핵연료 관리 함께 연구”

    한·미 “사용후핵연료 관리 함께 연구”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의 구체적인 후속 계획을 논의하는 한·미 원자력 고위급위원회가 14일 서울에서 처음 열렸다. 중구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개최된 위원회에는 조태열 외교부 2차관과 미국 엘리자베스 셔우드 랜달 에너지부 부장관 등 양측 수석대표를 비롯해 한·미 관계자 80여명이 참석했다. 양측은 지난해 4월 새로 체결된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미국의 사전 동의 규제 등이 풀리게 된 우라늄 저농축과 건식 재처리를 통한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문제에 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한·미 핵연료주기 공동연구(JFCS)의 진행 상황을 계속 점검하면서 중간저장, 영구처분, 재활용, 해외 위탁 재처리 등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다양한 선택 항을 양국이 공동 검토하기로 했다. 또 원전 해체에 대해 경험과 기법 등을 서로 공유하고 원전수출 분야에서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미 원자력 파트너십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강력한 국제 비확산 체제, 핵안보와 안전 등이 서로 선순환하는 구조로 국제적 협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잊어버려야 더 많이 기억한다

    [고전으로 여는 아침] 잊어버려야 더 많이 기억한다

    호메로스는 불멸의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뮤즈 여신의 노래를 재촉하며 시작한다. 암송시인 호메로스는 아킬레우스의 분노와 오디세우스의 험난한 여정을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의 딸 뮤즈에 신들려 읊었다. 인간 능력을 뛰어넘는 기억력의 원천을 신에게서 부여받은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서사 시인이나 연설가들은 탁월한 기억력의 소유자였다. 암송 시인은 시민들 앞에서 1만 5700여 행이 넘는 ‘일리아스’의 시구를 줄줄 읊었다. 기원전 5세기경 아테네의 정치가들은 장문의 연설을 원고 없이 외워서 발표했다. 법정 소송에서 원고나 피고가 되는 시민들도 대필 변론가가 써 준 변론문을 달달 외워 진술했다. 문자를 기록하거나 보관할 매체가 희귀했던 고대기에 인간의 두뇌는 기억을 저장하는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고대인들에게 기억술은 생존의 기술이었다. 현대인의 기억력이 이들보다 훨씬 뒤떨어짐은 분명하다. 고대 그리스 정치인들이 기억술에 관심을 둔 것도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로마의 철학자이자 최고의 연설가였던 키케로가 쓴 ‘연설가에 대하여’에 나오는 일화가 있다. 기원전 480년 제2차 페르시아 전쟁 당시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 함대를 격멸한 영웅 테미스토클레스도 기억력을 증진시키고 싶었다. 그즈음 그에게 학식 있고 교양 있는 학자가 찾아와 특출한 기억술을 그에게 전수하겠다고 약속했다. 테미스토클레스는 그 기술로 무엇이 가능한가 물었다. 그 학자는 모든 사실을 기억해 두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테미스토클레스는 그렇다면 차라리 “기억술을 가르쳐 주기보다 잊어버리고 싶은 일을 잊을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 주는 편이 나에게 훨씬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한 번 머리에 담은 기억이 소실되지 않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오히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을 빨리 잊어버리는 능력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인간의 기억력은 무한 충전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억의 단련을 태만히 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많이 오래도록 기억하고 무엇을 빨리 잊어버려야 하는가다. 남다른 행복에 젖은 기억은 빨리 잊고 아프고 쓰렸던 시절을 오래 기억해서 삶을 늘 신선하게 하는 것도 좋으리라. 선량(善良)들은 누리게 될 특권에 대한 계산은 잊어버리고 국민들에게 쏟아부은 숱한 공약들을 절대 망각하지 않는 탁월한 기억력을 발휘해 주길 기대하자.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 수천년 갈등이 쌓은… 모두의 성지, 모두의 상처

    수천년 갈등이 쌓은… 모두의 성지, 모두의 상처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은 성벽의 도시다. 베이지색의 성벽이 둘러싸고 있는 예루살렘 구시가지는 도시 전체 면적의 0.8%에 불과하다. 하지만 구·신시가지를 막론하고 건물과 도로는 모두 성벽의 색을 따르고 있어 어디에 서 있든 성벽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느낌이다. 예루살렘을 수놓은 베이지색 벽돌은 햇빛을 머금으면 화려함을 뽐내고, 비가 도시를 적실 때는 본연의 청초함을 내보인다. 성벽은 변함 없이 그 자리를 지켜 왔지만 성벽의 돌은 매 순간 변화한다. 성벽 너머에는 그 유명한 황금색 돔의 이슬람 사원과 함께 유대교의 메노라(일곱 갈래의 촛대 문양), 기독교의 십자가로 장식된 여러 종교 건물이 풍경을 더욱 다채롭게 한다. ●이슬람·유대·기독교 문화 공존하는 도시 예루살렘은 성벽을 중심으로 안은 구시가지, 밖은 신시가지로 나뉜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인이 활동했던 지역은 모두 구시가지다. 19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예루살렘은 성벽 밖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의 다윗왕이 기원전 10세기경 예루살렘을 수도로 삼은 이후 예루살렘의 주인은 수차례 바뀌었고 그 때마다 구시가지와 성벽은 파괴되고 또 건설되기를 반복했다. 오늘날의 구시가지와 성벽은 16세기 오스만튀르크제국의 쉴레이만 1세에 의해 재건돼 이어져 오고 있다. 예루살렘 성벽을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전체 길이 4㎞인 성벽 위로 올라가 한 바퀴 돌며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경치를 비교할 수 있다. 구시가지와 바로 마주한 시온산이나 올리브산에 올라 산등성이를 따라 흘러가는 성벽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좀 더 멀리 나가 히브리대 캠퍼스가 있는 스코퍼스산의 전망대에 가면 예루살렘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걷기가 아닌 세그웨이를 택했다. 바퀴가 두 개 달려 있는 킥보드 모양의 스쿠터인 세그웨이는 운전자가 발판 위에 올라선 뒤 원하는 방향으로 몸을 기울이면 저절로 움직인다. 예루살렘의 세그웨이 투어 업체를 이용하면 초심자라도 간단한 훈련 과정을 거쳐 성벽 외곽을 둘러보는 단체 투어에 따라나설 수 있다. 세그웨이 투어는 걷기보다 품을 덜 들이며 예루살렘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약간의 스릴과 속도감도 느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軍 경계선이었던 성벽… 빈부 경제 장벽으로 세그웨이 투어 가이드는 우리를 ‘예민 모세의 풍차’ 밑 전망대로 이끌었다. 1860년쯤 근처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영국 출신 유대인 모세 몬테 피오르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풍차 주변에는 이제 부유한 유대인들이 모여들어 부촌을 형성하고 있다. 예루살렘 서쪽 성벽을 마주 보고 있는 이 전망대에 서면 성벽과 힌놈 계곡이 위아래로 평행을 이루며 좌우로 펼쳐진다. 푸른 힌놈 계곡과 옅은 흙빛의 성벽은 대조를 이루며 오른쪽으로 달려 나가다가 어느새 성벽은 끊어지고 계곡은 너른 사막과 만난다. 가이드는 저 사막 너머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관할이라고 알려 줬다. 풍차 밑 전망대에서 바라본 예루살렘 서쪽 성벽은 평화로웠지만 불과 50여년 전만 하더라도 총탄이 빗발치는 국경이었다. 1967년 이전 예루살렘을 동서로 분할 점령하고 있었던 요르단과 이스라엘은 서쪽 성벽을 두고 대치했고 요르단군의 총격으로 성 밖 인근에는 사람이 살기 어려웠다. 하지만 1967년 6일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을 점령하자 좁고 낡은 구시가지 대신 서쪽 성벽 밖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고급 빌라와 명품 브랜드들이 즐비한 쇼핑 거리인 마밀라몰이 들어섰다. 이스라엘과 중동을 정치·군사적으로 단절시켰던 예루살렘 성벽은 이제 부유한 유대인과 상대적으로 가난한 아랍인을 나누는 경제적 장벽이 됐다. 이제 성벽 안으로 들어갈 차례. 예루살렘 성벽에는 총 8개의 문이 있다. 그중 동쪽 성벽에 있는 황금문은 현재 사용되지 않는다. 구시가지는 복잡한 역사를 반영하듯 약 1㎢도 안 되는 면적이 종교에 따라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아르메니아 정교회 등 네 쿼터로 나뉘어 있다. 세그웨이 투어가 끝난 뒤 자파(욥바)문을 통해 구시가지에 입성했다. 구시가지에서 일말의 망설임을 느꼈다면 그것은 평균 높이 12m의 성벽이 주는 물리적 압박감에 더해 테러 가능성에 대한 심리적 불안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동예루살렘 등지에서 이스라엘 정부와 팔레스타인인 사이에 유혈 충돌이 격해지면서 외신들은 1987년, 2000년에 이은 제3차 인티파다(반이스라엘 민중봉기)가 시작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구시가지 유대·아랍인 공존… 관광객도 ‘북적’ 하지만 구시가지 길을 걸으며 이런 불안감은 점차 줄어들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았고 그들을 바라보는 유대인과 아랍인의 시선은 부드러웠다. 여행을 도와준 유대인 가이드는 “좁은 구시가지에 사는 유대인과 아랍인 대다수는 작은 소란이 곧바로 파멸로 이어지며 따라서 서로 공존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뿌리에서 나왔으나 수천 년 동안 불신하고 불화한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복잡한 관계에 비해 구시가지에서 쿼터 간 이동은 시시할 정도로 쉬웠다. 성벽과 닮은 베이지색 벽돌의 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쿼터를 넘나들며 전혀 다른 문화를 마주하게 된다. 자파문을 지나 기독교 쿼터 거리에서 성모 마리아와 예수가 그려진 기념품들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 순간 푸른색 모자이크로 장식된 아르메니아 스타일의 도자기가 가판에 등장한다. 기독교 쿼터와 이슬람 쿼터의 경계에는 구시가지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인 성분묘교회와 비아 돌로로사가 있다. 예수가 십자가형을 선고받은 뒤 십자가를 지고 사형장인 골고다 언덕까지 올라간 ‘고난의 길’ 비아 돌로로사와 예수가 사망하고 부활한 성분묘교회는 기독교도의 성지다. 하지만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이슬람 양식의 건물과 아랍인 상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종업원의 호객행위에 못 이겨 상점에 들어가면 갖가지 향신료와 중동 음식을 접할 수 있다. 유대교 쿼터와 유대교도의 성지인 통곡의 벽은 성분묘교회에서 동쪽으로 이슬람 쿼터를 가로질러야 나온다. 여행 당일은 유대교의 안식일인 사바스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유대인들은 매주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 모든 생계 활동을 멈추고 신을 기린다. 모든 상점과 관공서는 금요일 일몰 전에 문을 닫고 유대인들은 일몰 무렵 통곡의 벽 앞에서 유대교 경전인 토라를 읽거나 함께 찬송한다. ●유대교 안식일 軍 경비 강화 긴장감 맴돌아 해가 지기 시작하자 유대교 전통 복장인 검은색 상하의를 입고 납작한 원반 모양의 모자 카파를 쓴 유대인들이 속속 이슬람 쿼터 거리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덩달아 구시가지를 지키던 무장한 이스라엘 군인들도 경비를 강화했다.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아랍인 청소년들을 붙잡아 그자리에서 몸수색을 했고, 일부는 본부로 연행했다. 주위에 있던 아랍인들은 애써 모르는 척했으며, 유대인들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누구나 자유롭게 오갔던 거리에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길을 따라 통곡의 벽에 이르기 전에 보안검색대가 앞을 가로막는다. 검색요원은 가방을 일일이 열어 보고 수상한 물건의 정체를 물었다. 보안검색대를 지나면 통곡의 벽이다. 이미 수많은 유대인들이 통곡의 벽 앞에 모여 있었다. 그들이 조명 아래서 앞뒤로 몸을 흔들며 토라를 낭송하거나 서로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돌며 찬송가를 부르는 모습은 장관이다. 통곡의 벽 건너에는 솔로몬왕이 지었다는 성전의 터가 있다. 지금은 이슬람교의 황금사원이 황금색 돔을 뽐내며 위풍당당하게 들어서 있다. 황금색 돔은 유대인들에게 아픈 역사를 상기시킨다. 세계 많은 이들이 예루살렘의 상징으로 주저없이 황금색 돔을 꼽지만 유대교 쿼터에서 파는 예루살렘 기념품에는 황금색 돔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통곡의 벽을 뒤로하고 성벽을 따라 시온산을 오르면 유대인들의 외침은 점점 잦아들고 통곡의 벽과 황금사원이 한눈에 보인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경제수도 텔아비브와 달리 밤에 활동하는 인구가 적기에 도시의 불빛도 여타 대도시에 비해 약하다. 하지만 주변 불빛이 은은할수록 황금색 돔과 통곡의 벽은 더욱 빛나 예루살렘의 야경에 특별함을 더한다. 글 사진 예루살렘(이스라엘)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여행수첩 →한국이 7시간(서머 타임 적용 시 6시간) 빠르다. 기후는 우기(겨울 12~2월)와 건기(여름 4~10월)로 나뉜다. 예루살렘이 텔아비브보다 평균 3도 정도 낮다. 여름에도 일교차가 있으므로 여러 종류의 옷을 준비해야 한다.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의 검문검색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공항 요원이 출입국시 직업, 이스라엘 방문 목적, 동반인, 이스라엘 숙소 등을 철저히 묻는다. 따라서 항공기 출발 3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출입국 시 여권에 스탬프를 찍는 대신 종이로 된 카드를 나눠 준다. 아랍 국가 방문 시 빚어질 수 있는 여러 불편을 줄이기 위해 여권에 이스라엘 방문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는 배려다.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유라시아 문명 교류의 상징 국수와 파스타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유라시아 문명 교류의 상징 국수와 파스타

    국수만큼 거의 세계 전역에서 즐기는 음식도 흔치 않다. 국수의 모양이나 요리법, 곁들이는 고명은 지역의 특징에 맞게 변천했지만 그 원형은 유라시아 문명 교류의 중요한 상징이다. ●실크로드 타고 신라 ~ 고려 때 전래 면(麵)은 중앙아시아로부터 전해진 밀가루를 이르는 말이다. 진나라 때 서역인이 ‘밀’이라고 부르는 말을 한자로 음차한 것으로 보인다. 국수는 기원전 5000~6000년쯤 중앙아시아 유목민의 음식이었다. 반면 서양인은 기원전 3000년쯤부터 밀가루로 음식을 만들었다. 국수가 빵보다 역사가 깊은 셈이다. 남방의 쌀과 달리 밀은 북방의 건조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 반죽한 밀가루를 굳이 수고스럽게 손바닥으로 비벼서 가는 국수 형태로 만든 것은 잠시 머문 정착촌에서 국수를 물에 삶을 때 되도록 빨리 익히기 위해서다. 가느다란 국수가 식감이 좋고 소화도 잘 됐을 것이다. 다시 이동할 때에는 반죽한 것만 잘 보관하면 그만이다. ●4종 국수에서 60여가지 국수 음식 탄생 국수는 기원전 1~2세기 후한 때 실크로드 상인에 의해 동쪽으로 전파된다. 중국 송나라의 수도 카이펑에서는 개방된 국제도시답게 노점이 성행했다. 이 노점에서 국수에 국물을 붓고 고기 절편 등 고명을 얹어 먹었다. 이 시기인 (통일)신라 또는 고려 초 한반도에도 국수가 전해진다. 그러나 우리 땅에선 밀가루가 귀한 식재료였다. 따라서 조선 시대 때까지도 결혼식, 회갑연, 제례일 등 특별한 날에만 국수를 맛볼 수 있었다. 이는 요즘 결혼식장에서 잔치국수를 내놓고 제사상에 삶은 국수를 올리는 전통으로 이어진다. 우리의 국수 요리는 크게 냉면, 비빔국수, 국수장국(온면), 제물칼국수로 나뉜다. 이 4종에서 무려 60여 가지의 국수 음식이 탄생한다. 우리는 메밀이나 녹두 가루도 국수 재료로 썼다. 경북 안동의 건진국수는 일종의 칼국수이긴 한데, 이를 다시 온면 방식으로 국수를 건져 육수를 붓는 정성을 더 들였다. ●이슬람 세력이 유럽 전파… 소스 이용 동양에선 국물과 함께 먹는 국수 음식이 발달된 반면 서양에선 국물 없이 소스를 이용한 국수를 선호했다. 로마제국이 멸망한 뒤 중동에선 신흥 이슬람 세력이 힘을 확장하고 있었다. 이슬람 세력은 중앙아시아도 손에 넣으며 현지 음식인 국수를 받아들인다. 그들은 유럽으로 진출하는 교두보인 시칠리아마저 정복한다. 827년 이슬람군 1만명이 시칠리아 섬에 상륙해 200여년 동안 지배하면서 중앙아시아에서 배운 국수 요리를 처음 유럽 땅에 전파한다. 유럽 남부의 지중해 근처에는 흰 경질밀보다 노란 듀럼밀이 흔했다. 듀럼밀은 단단하고 거칠지만 접착력과 탄력성이 좋다. 우리가 아는 파스타의 노란색 국수 원료다. 스파게티는 300여종에 이른다는 파스타의 한 종류일 뿐이다. 이슬람인들은 듀럼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었고, 이게 이탈리아 본토인 나폴리 등을 거쳐 오늘날 세상에 퍼진 파스타가 된다. ●포크로 사용하기 편하게 모양 변형 긴 가닥의 국수가 마카로니 등처럼 짧고 도톰한 모양의 파스타로 바뀐 것일까. 동양에서는 고대 시절부터 젓가락과 숟가락을 사용했다. 젓가락은 길고 미끌미끌한 국수 가닥 한 올까지 잘 잡을 수 있다. 반면 서양인은 포크를 쓴다. 일반 백성은 대부분 손이나 작은 칼을 썼다. 가느다란 국수 가닥을 잡기에는 불편했을 것이다. 따라서 더 굵거나 또는 나사 모양으로 돌돌 감은 국수를 파스타의 재료로 사용했다. kkwoon@seoul.co.kr
  • 日서 늘어나는 ‘방사능 멧돼지’…천적 없는 ‘괴수’

    日서 늘어나는 ‘방사능 멧돼지’…천적 없는 ‘괴수’

    원전사고가 발생했던 일본 후쿠시마 일대에 방사능에 오염된 멧돼지들의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당국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6일(현지시간) 타임지 등 외신들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반경 20㎞ 범위로 설정된 격리지역에서 멧돼지들이 외부 간섭 없이 자유롭게 번식한 결과, 그 수가 크게 불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사에 따르면 현재 해당 지역 내 멧돼지 개체수는 4년 전과 비교해 330% 가량 증가했으며, 총 1만 30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멧돼지 숫자가 끊임없이 불어나자 이들에 의한 인근 농가의 작물 피해도 커지고 있다. 원전사고 이후 이 지역에서 멧돼지에 의한 농가 피해 규모는 과거에 비해 두 배로 커졌으며 총 피해액은 약 17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더해 멧돼지들이 주민을 공격하는 일도 많아져 공공안전에 대한 직접적 위협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연 상태에는 멧돼지의 수를 줄일 수 있는 천적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당국은 엽사들을 고용해 멧돼지 개체수 조절에 힘써왔다. 그러나 이렇게 사냥되는 수보다 번식으로 늘어나는 수가 더 많은 까닭에 전체 멧돼지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냥된 멧돼지의 사체 처리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본래 멧돼지 고기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아 일본 일부 지역에서는 멧돼지를 식용으로 삼기도 한다.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멧돼지들의 경우 이는 불가능하다. 이들은 원전 주변의 방사능 오염 식물들을 마음껏 섭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 해당지역 멧돼지의 고기에는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의 300배에 달하는 방사능 오염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멧돼지들의 사체를 처리하기 위한 대규모 무덤이 인근의 니혼마쓰 시에 총 3군데 존재하며, 이들 시설은 각각 600마리의 멧돼지를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해당 시설들은 거의 가득 찬 상태로, 당국은 추가로 발생한 멧돼지 시체를 처리할 장소 물색에 힘쓰고 있다. 이 지역에서 멧돼지를 사냥하고 있는 엽사 츠네오 사이토는 “조만간 지역 주민들에게 사유지를 내어달라고 요청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한편 멧돼지들 스스로가 방사능에 의해 신체손상을 입었는지 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지 과학자들은 보다 작은 크기의 동식물의 경우 방사능에 의한 직접적 피해가 확인됐으며, 지렁이나 전나무의 경우엔 유전자 손상 및 돌연변이 또한 관찰됐다고 전했다. 사진=퍼블릭도메인(픽사베이)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In&Out] 인공지능의 산불방지계획/곽주린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회장

    [In&Out] 인공지능의 산불방지계획/곽주린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회장

    내 이름은 알파 플래너(Alpha Planner). 원래 다른 이름이 있었는데 알파고(AlphaGo)를 좀 닮아보라고 힐난 반, 조롱 반 나를 만든 개발자가 개명해 주었다. 그 덕분이었을까. 산불 예방 대책을 수립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생소한 분야였으나 못할 게 없다고 요량했다. 기획은 어떤 사안이든지 동일한 틀과 과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파악해 원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면 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문제 규명을 위한 정보 수집과 정보 간의 위계 설정, 목표 지향성 대안 선택, 프로그램 실천상의 장애요인 제거, 평가 환류에 따른 성과 모색 등 내용이 좀 복잡하긴 하다. 그러나 이 정도는 우리 가계(家系)의 먼 조상 할아버지인 계산기 세대에서 이미 해결했던 연산체계다. 큰 부담 없이 먼저 산불 발생 건수와 규모를 좌우하는 기상을 살핀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올봄 강수량이나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다고 한다. 산불 발생 빈도가 예년과 어금버금할 거라고 볼 만한 근거다. 문제는 지난 겨울철 날씨다. 봄철 발생하는 산불이 큰불로 번지느냐의 여부가 겨울에 눈비가 얼마나 왔느냐에 달려 있어서다. 겨울에 가물면 봄에 나무가 말라 있다는 얘기고 나무가 말라 있으면 불에 탈 연료가 많아져 작은 산불이 재난성 ‘화마’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해 겨울은 가물었다.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인가. 산불 발생 원인을 찾아 산불이 안 나도록 집중관리를 해야 하는데 지금 단계에서는 재난형 산불 대응 방안을 준비하는 일이 우선이다. 산불이 난다는 걸 전제로 하고 산불이 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자료를 학습하니 의뢰인은 이미 ‘산불 재난 위기관리 표준,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을 작성해 놓고 있었다. 일람해 보니까 과거 혼란스러웠던 재난 현장들도 이 매뉴얼이 있었다면 일사불란하게 수습될 수 있었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세월호 사건 이후 매뉴얼 무용론이 비등했지만 그건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데 따른 사회적 분노의 표현이라고 봐야 한다. 매뉴얼 없이 재난 대응을 한다는 건 눈을 감고 칠흑의 밤길을 걷는 거나 마찬가지다. 산불 재난 위기관리·대응 매뉴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안심되는 일이긴 한데, 관건은 매뉴얼의 현장 이행이다. 매뉴얼이 현장에서 작동되게 하는 방법은 불문가지, 무식할 정도로 반복하는 숙달 훈련뿐이다. 그런데 몇 해 전 TV에서 본,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는 현장 훈련은 훈련이 아니라 무슨 산불 방지 결의대회 같았다. 위기관리·대응 매뉴얼을 확인했으니 이번에는 경각심 고취다. 우리나라 산불은 거의 100% 사람들이 불씨를 잘못 관리해서 일어난다. 영농 폐기물과 논·밭두렁을 태우거나 야외활동을 하다 산불을 낸다. 사람이 부주의로 불을 내니까 사람을 대상으로 교육과 홍보 또는 등산로 폐쇄와 같은 법적 강제를 통해 산불을 예방하려 한다. 때만 되면 농·산촌과 휴양지를 산불 방지 깃발로 뒤덮고 입산통제 구역과 기간을 확대 연장하며 실화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앞으로는 사람들의 행동을 감시하기 위한 폐쇄회로(CC)TV를 대폭 확대 설치하는 게 산불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사실 파악과 추론이 여기에 이르니 산불 예방 대책의 핵심이 잠재적 발화자로 간주된 일반인의 활동을 통제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규제와 단속이 싫다면 시민 스스로 경각심을 고취해 산불예방에 나서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서니 산불예방 대책을 수립하는 일이 난제라는 걱정이 몰려온다. 큰 부담 없이 맡은 과제였는데…. 그럼 여기서 알파고처럼 리자인(resign·과업 포기) 선언을 해야 하나.
  • [고전으로 여는 아침] 현혹의 유세와 로고스/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전으로 여는 아침] 현혹의 유세와 로고스/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는 말의 중요성을 일찍이 간파했다. 그가 ‘수사학’을 저술한 것도 그 때문이다. “말의 사용은 인간에게 육체의 사용보다도 더욱 고유하다.” 그렇기에 말은 자신을 선전하거나 변호하는 데 힘을 발휘하지만, “말의 모호한 능력을 부당하게 사용함으로써 엄청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원전 5세기에서 4세기경에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 민주주의가 만개하면서 아고라와 민회가 열리는 프닉스 언덕에서는 고발과 법안 제안이나 정견을 발표하는 말의 향연이 벌어졌다. 연설술을 가르치는 소피스트들이 대거 등장한 것도 말을 잘하고픈 사람들의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말이 넘치다 보니 아리스토텔레스가 우려했던 대로 국가와 시민 생활에 ‘엄청난 해’를 끼치는 일도 빈발했다. 그릇된 정책 결정 역시 누군가의 선동적 연설에서 비롯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민들이 정치가들의 달콤한 연설술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의 수사학은 올바른 말의 사용법, 설득적 연설술은 물론, 진실과 소피스트들의 궤변을 감별해 내는 기법을 담고 있다. 따라서 수사학은 타인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학문이었음에 틀림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은 쌍방향 소통의 비결을 제시했다. 그는 연설의 설득력은 연설가의 역량 못지않게 청중의 정념과 기질, 감성의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파악했다. 그는 청중의 심리적 상황과 성격, 기질 같은 요소를 ‘아비투스’(habitus)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먹히는 연설’은 연설의 진실 여부를 떠나 청중의 아비투스의 허점에도 기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교활하고 음흉한 연설가는 청중의 이런 허점을 파고들어 거짓된 선동을 일삼는다. 넘치는 유세 연설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어떻게 식별해야 할까. 아리스토텔레스가 설득의 수단으로 든 세 요소, 즉 에토스(Ethos·품성), 파토스(Pathos·감성), 로고스(Logos·이성)를 거꾸로 연설자를 시험하는 도구로 쓸 수 있을 듯싶다. 말하는 사람의 과거 언사와 행동의 일치 여부로 인격과 품성을 가늠하라. 이로써 신뢰할 수 없는 사람, 경쟁자에 대해 근거 없는 험담과 분노를 감성적으로 쏟아내는 사람, 실현 가능성이 없는 장밋빛 공약(空約)을 남발하는 비이성적인 사람에게 설득당하지 말자. 연설의 설득력은 상호 간의 아비투스에 달렸다. 현혹의 유세 연설에서 진실과 거짓을 감별하는 국민들의 ‘로고스’가 빛을 발휘해야 할 때다.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 전세계 정상들 혈연도 부정하게 만든 ‘파나마 페이퍼스’

    전세계 정상들 혈연도 부정하게 만든 ‘파나마 페이퍼스’

    온세상을 뒤흔든 사건은 늘상 있어왔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 IS의 지구촌 테러, 원전사고 등은 그 파장이 특정한 국가나 몇몇 지역에 머물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밖에 각종 크고 작은 사고들 또한 그 영향은 곳곳에 미쳤다. 자본을 중심으로 한 이해관계가 국가 단위를 벗어나 복잡다단하게 얽혀있는 신자유주의적 현상이며, 그 결과물이다. 조세 회피와 관련해 사상 최대 규모의 자료를 담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파나마 페이퍼스'가 던진 파장은 그야말로 '핵폭탄급'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 등 한국을 비롯해 중국, 영국, 아이슬란드, 칠레,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유럽,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빠짐없는 세계 여러 나라의 전 현직 지도자 또는 그들의 가족이 언급되면서 진땀을 쏟게 만들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특히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강력한 반부패정책을 펴며 전현직 고위 관료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시 주석으로서는 뜻하지 않은 외부의 강력한 장벽에 부닥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시 주석이 반부패 운동으로 공산당을 개혁하고 대중의 지지를 얻었지만, 자신을 포함한 당 고위 인사 친인척의 재산은닉이나 탈세 혐의가 폭로되면서 반부패 운동이 '이중 잣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중적 지지 확보 및 집권 기반 강화의 핵심정책이던 부패와의 전쟁이 부메랑이 돼 날아온 셈이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연루된 중국의 전·현직 고위 인사들은 매형이 연루된 시 주석을 비롯해 장가오리(張高麗) 상무위원,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 등 현직 상무위원 3명과 리펑(李鵬) 전 총리, 자칭린(賈慶林) 전 전국정협 주석 등 전직 상무위원 5명이다. 현직 지도자의 첫 사임 사태까지 촉발됐다. 5일 AP통신에 따르면 아이슬란드의 시그뮌 뒤르 다비드 귄로이그손 총리는 의회에서 불신임 투표 절차가 시작된 가운데 전격적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전날부터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의 의회 앞에서는 3만명 가까운 분노한 시민들이 모여 총리 사임을 요구했다. 귄뢰이그손 총리와 그의 부인은 파나마 최대 로펌 '모색 폰세카'의 도움을 받아 2007년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윈트리스'라는 회사를 공동 설립했다. 아버지, 혹은 아들에게 쏟아지는 연루 의혹에 대해 꼬리 자르기에 나서려는 노력도 역력하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자신의 아버지가 역외펀드를 설립한 것으로 밝혀지자 비판의 화살이 자신으로 겨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온힘을 쏟았다. 현지언론들은 이날 캐머런이 "역외펀드 주식이나 재산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적극 해명하면서도 부친에 의해 설립된 펀드로부터 혜택을 입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응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자신의 자녀들의 이름이 거명된 파키스탄의 나와즈 샤리프 총리는 의혹을 벗기 위해 대법원 판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아무런 의혹이 없고, 성인인 두 아들은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책임이 있으며 나는 그 문제에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 지도자도 범지구적자본이 광대하게 쳐놓은 이익의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제투명성기구(TI) 칠레 지부장은 5개 이상의 페이퍼컴퍼니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투명성기구의 신뢰도에 손상을 끼쳤다면서 사임했다. 중남미 지역에서는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비롯해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재벌 후안 아르만도 이노호사 칸투, 페루 대선 지지율 1위인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의 측근인 하비에르 요시야마 사사키와 실 요크 리데이 등이 파나마 페이퍼스에 거론됐다. 반면 파나마 페이퍼스의 폭로 자료에서 자유로운 지도자들은 적극적인 진상 조사에 나서고 있다. 캐나다 국세청은 5일 "우리는 파나마를 포함해 캐나다와 과세 조약을 맺고 있는 상대국, 그리고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협력해 폭로된 자료를 수집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에 따르면 파나마 페이퍼스에는 캐나다인이 350명 거명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국세청은 자료가 확보될 경우, 세무감사를 벌여 세금회피를 위해 자금을 해외로 도피시켰을 가능성이 있는 자국민이 누구인지를 찾아내겠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역시 "전 세계적으로 불법적인 자금의 흐름이 항상 있어 왔다"면서 "그런 행위가 쉽게 일어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세금을 회피할 목적의 그런 거래를 정당화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괴물이 되어가는 일본의 ‘방사능 멧돼지’…민가 피해 폭증

    괴물이 되어가는 일본의 ‘방사능 멧돼지’…민가 피해 폭증

    원전사고가 발생했던 일본 후쿠시마 일대에 방사능에 오염된 멧돼지들의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당국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6일(현지시간) 타임지 등 외신들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반경 20㎞ 범위로 설정된 격리지역에서 멧돼지들이 외부 간섭 없이 자유롭게 번식한 결과, 그 수가 크게 불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사에 따르면 현재 해당 지역 내 멧돼지 개체수는 4년 전과 비교해 330% 가량 증가했으며, 총 1만 30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멧돼지 숫자가 끊임없이 불어나자 이들에 의한 인근 농가의 작물 피해도 커지고 있다. 원전사고 이후 이 지역에서 멧돼지에 의한 농가 피해 규모는 과거에 비해 두 배로 커졌으며 총 피해액은 약 17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더해 멧돼지들이 주민을 공격하는 일도 많아져 공공안전에 대한 직접적 위협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연 상태에는 멧돼지의 수를 줄일 수 있는 천적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당국은 엽사들을 고용해 멧돼지 개체수 조절에 힘써왔다. 그러나 이렇게 사냥되는 수보다 번식으로 늘어나는 수가 더 많은 까닭에 전체 멧돼지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냥된 멧돼지의 사체 처리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본래 멧돼지 고기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아 일본 일부 지역에서는 멧돼지를 식용으로 삼기도 한다.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멧돼지들의 경우 이는 불가능하다. 이들은 원전 주변의 방사능 오염 식물들을 마음껏 섭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 해당지역 멧돼지의 고기에는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의 300배에 달하는 방사능 오염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멧돼지들의 사체를 처리하기 위한 대규모 무덤이 인근의 니혼마쓰 시에 총 3군데 존재하며, 이들 시설은 각각 600마리의 멧돼지를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해당 시설들은 거의 가득 찬 상태로, 당국은 추가로 발생한 멧돼지 시체를 처리할 장소 물색에 힘쓰고 있다. 이 지역에서 멧돼지를 사냥하고 있는 엽사 츠네오 사이토는 “조만간 지역 주민들에게 사유지를 내어달라고 요청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한편 멧돼지들 스스로가 방사능에 의해 신체손상을 입었는지 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지 과학자들은 보다 작은 크기의 동식물의 경우 방사능에 의한 직접적 피해가 확인됐으며, 지렁이나 전나무의 경우엔 유전자 손상 및 돌연변이 또한 관찰됐다고 전했다. 사진=퍼블릭도메인(픽사베이)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해외여행 | 스리랑카-코끼리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

    해외여행 | 스리랑카-코끼리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

    스리랑카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코끼리들이 사는 나라였다. 그러나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코끼리와 인간의 관계는 비극으로 치달았다. 상처 주고 상처 받는, 죽고 죽이는, 그 악업의 고리를 끊을 해결책은 아직도 막막하다. 실론티와 불교 그리고 코끼리의 나라 90년대 초, ‘실론티’라는 제품이 국내에 처음 나왔다. 약간 쓰고 떫은맛의 홍차를 단숨에 좋아하게 만들었던 음료였다. 뚜껑을 따면 독특한 차 향기가 코를 자극하고, 기분 좋게 씁쓸하고 달콤한 맛이 혀를 즐겁게 했다. 액체를 마시면서 ‘실론’이 도대체 어디일까 궁금해 찾아본 기억이 난다. 실론은 지금은 ‘스리랑카’ 라고 불리는 섬나라의 옛 이름이다. 15세기부터 전 세계의 바다로 진출한 포르투갈이 1505년 이 섬에 도착해 실론Ceilao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1815년 영국이 실론을 지배하게 되면서 1867년부터 내륙 산악지대에서 차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차 재배에 적합한 기후와 지형에서 생산된 실론티는 고급차의 대명사가 됐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차 산업은 부침을 겪었지만 스리랑카는 지금도 세계 4위의 차 생산국이다. 사람들은 스리랑카를 ‘인도양의 진주’, ‘인도 대륙이 흘린 눈물방울’로 비유한다. 남한의 3분의 2 면적에 2,000만 인구가 사는 이 나라는 차 외에 다른 두 가지로도 유명하다. 바로 소승불교와 코끼리다. 기원전 3세기에 인도로부터 전파된 불교는 지금까지도 스리랑카의 주류 종교다. 인구의 70%가 불교 신도다. 10세기 이후 발상지인 인도에서는 불교가 쇠퇴하고 힌두교가 득세한 반면, 스리랑카는 소승불교의 진수를 면면히 보존하고 있는 종주국이다. 오래전부터 스리랑카 승려들은 태국, 미얀마, 라오스 등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불교의 전통을 전파했다. 오늘날 인도의 고대 불교 사원들은 폐허가 되어 관광객과 순례자들만 찾아가는 쓸쓸한 곳으로 남았지만, 스리랑카의 오래된 불교 사원들은 아직도 신도들로 붐빈다. 매일 승려들이 주재하는 종교 의식이 열린다. 사원을 찾아 꽃과 음식을 정성스럽게 바치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신도들의 모습은 진지하고 숭고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스리랑카는 코끼리의 나라이기도 하다. 불교는 코끼리를 신성시한다. 석가모니는 인간으로 태어나기 전 여러 전생을 거쳤는데, 그중 하나가 코끼리였다. 어머니인 마야부인은 싯다르타석가모니의 속명를 낳기 전 자궁 속으로 흰 코끼리가 들어오는 태몽을 꾸기도 했다. 코끼리는 불교 사원과 부처의 수호신이면서, 스리랑카 건축과 미술의 가장 흔한 소재이다. 종교 행사의 맨 앞장에 서는 동물도 코끼리다. 해마다 지역별로 열리는 페라헤라Perahera 축제 행렬의 선두는 좋은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점잖게 걷는 코끼리의 차지다. 그토록 사랑받는 동물이라 그런지 스리랑카의 단위 면적당 코끼리 밀도는 어느 국가보다도 높다. 현재 약 6,000마리의 야생코끼리가 국립공원과 민가 주변의 숲에서 노닐고 있다. 같은 소승불교를 믿는 라오스나 미얀마에선 좀 다르다. 코끼리를 일꾼으로 부린다. 그곳의 코끼리들은 산악 벌목 현장에서 베어낸 통나무를 끌고 내려오는 고된 일을 해야 한다. 반면 스리랑카의 코끼리는 유유자적, 먹이를 먹으며 숲과 들판을 어슬렁거린다. 개발에서 시작된 비극 다큐멘터리 제작차 스리랑카의 내륙을 지나던 중 도로에서 50m쯤 떨어진 들판에서 코끼리 3마리가 나뭇가지를 훑으며 이파리를 먹는 모습을 보았다. 늦은 밤 숲을 관통하는 도로에선 길을 건너는 코끼리 가족을 여러 번 마주쳤다. 그럴 때면 스리랑카 운전사는 자동차를 멈추고 거대한 동물이 지나기를 기다렸다. 혹시라도 새끼를 거느린 어미를 자극할까 봐서다. 자동차에 위협을 느낀 어미나 성난 수컷 코끼리가 자동차를 공격하고 짓밟아서 탑승자가 사망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고 한다. 코끼리의 습격은 민가나 경작지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 스리랑카에선 매년 코끼리에 밟혀 죽는 사람이 60~70여 명에 달한다. 밭에서 일하다가, 밤에 집으로 돌아오다가 코끼리와 잘못 마주쳐 변을 당하는 것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에게 가장 비참하게 죽는 일이 호랑이한테 잡혀 먹히는 호환虎患이었다면, 21세기 스리랑카에선 상환象患이 가장 끔찍한 죽음이다. 코끼리는 인가를 습격해 집을 부수기도 한다. 취재팀이 방문한 지방의 양곡상 주인은 집에 설치해 둔 CCTV에 찍힌 코끼리를 보여 줬다. 대낮에 열어 놓은 대문으로 코끼리 한 마리가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이 침입자는 주인이 소리를 지르자 뒷마당으로 가서 짖어대는 개의 집을 부셔 버리고 내뺐다.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그 양곡상 주인은 인근에 국제공항이 들어선 이후부터 코끼리의 침입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엔 몇년 전부터 개발붐이 일고 있다. 코끼리 서식지인 정글을 밀어 버리고 그 자리에 공항과 크리켓 경기장, 신규 주택지를 조성했다. 살 곳과 먹이를 잃은 코끼리들은 경작지와 민가를 습격했다. 코코넛야자나무를 머리로 박아 쓰러뜨린 뒤 잎을 훑어 먹고, 논밭을 짓밟고 다니며 벼와 토마토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식성이 좋은 코끼리는 하루 200kg의 식물을 먹는다. 코끼리 한두 마리가 경작지를 휩쓸고 지나가면 몇 달 농사를 한순간에 망쳐 버리는 셈이다. 내가 만난 코끼리 피해지역 농부들은 농사를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농민들도 반격에 나섰다. 코끼리를 쫓기 위해 함정을 파고, 고압 전기선을 설치했다. 가장 잔인한 퇴치법은 호박폭탄이다. 코끼리가 좋아하는 둥근 호박의 윗부분을 칼로 오려내고 속에다 폭발물을 집어넣는다. 그걸 농민들이 밭에 뿌려 두면 코끼리는 폭탄이 든 줄도 모르고 큰 호박을 코로 집어 한 입에 우적 씹는다. 그 순간 폭탄이 터지면서 턱과 입이 찢겨 나간다. 당장 죽지 않은 코끼리는 쓰러져서 며칠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고통스러워하다가 숨이 끊어진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매년 100마리 이상의 야생코끼리가 죽어 간다. 정글을 없애고 개발이 계속되는 한 코끼리와 인간이 서로 죽이고 죽는 비극의 악순환은 끊이지 않을 테다. 사람과 동물 사이에 생긴 그 악업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지, 해결책은 아직 막막한 실정이다. 오늘도 버려지고 죽어 가는 코끼리 스리랑카에는 코끼리 고아원과 임시보호 센터가 몇 곳 있다. 고아원은 말 그대로 어미를 잃은 새끼 코끼리를 거둬 키우는 곳이다. 임시보호 센터는 고아 코끼리가 국립공원이나 밀림으로 돌려보내질 때까지 야생에 적응하도록 돌봐 주는 곳이다. 인간과의 갈등으로 희생되는 코끼리가 많아질수록 인간의 손길을 기다리는 어린 짐승도 늘어난다. 고아 코끼리가 가장 많은 곳이 스리랑카 정부가 운영하는 피네왈라Pinnewala 고아원이다. 이곳엔 약 60마리의 코끼리가 살고 있다. 코끼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어린 새끼에게 우유를 주고 먹이를 먹이는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어미의 젖을 먹고 자라지 못한 아기 코끼리들은 관광객이 든 우유병을 순식간에 비우고 더 달라고 보챈다. 어느 정도 배가 부른 녀석들은 다른 새끼의 등 위에 올라타고 장난을 친다. 코끼리와 인간의 분쟁을 취재하던 중, 어느 마을에서 코끼리 한 마리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달려가 보니 야자나무 옆에 어린 코끼리 한 마리가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다 자라지 않았는데도 누워 있는 몸집은 커다란 바위처럼 육중했다. 허공으로 뻗은 네 다리는 단단한 기둥 같았다. 새벽에 누군가가 설치해 놓은 전기선에 감전된 것 같다고 주민들이 알려 줬다. 코끼리의 사체를 처음 봤기에 가슴이 저렸다. 코끼리의 감은 눈에는 물기가 서려 있었다. 밤새 맺힌 이슬인지, 아니면 고통스럽게 죽어 가며 흘린 눈물인지 알 수 없었다. 냄새를 맡은 독수리와 까마귀들이 하늘을 까맣게 덮은 채 맴돌고 있었다. 에디터 고서령 기자 글·사진 손현철 KBS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부안 방폐장 건립 ‘무산’ 주민신뢰 저버린 정부 탓

    부안 방폐장 건립 ‘무산’ 주민신뢰 저버린 정부 탓

    단독부지 선정·부처간 엇박자가 실패원인 투명한 행정절차·사회적 합의 우선시해 삼척·영덕에선 논란 되풀이하지 말아야 “정부의 홍보방법이 잘못돼 국민의 신뢰를 잃었던 부안 방폐장(방사성폐기물처리장) 사태를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노무현 정부 초대 산업자원부 장관(2003년 12월~2006년 2월)을 지낸 이희범(67) LG상사 고문은 지난 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극심한 주민갈등을 겪다 끝내 유치를 철회했던 전북 부안 방폐장 사태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장관 부임 당시 전임 윤진식 장관은 부안 사태로 인한 주민갈등으로 사표를 낸 상태였다. 이 고문은 “안면도(1990년), 굴업도(1994년)에 방폐장을 건설하려 했을 때 정부가 처음에는 제2 원전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나중에 국회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원전 폐기물 부지가 들어온다고 말을 바꿔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반핵단체들의 반대가 극렬한 상황에서 원전 부지 유치를 해야 하는 책임 장관으로 갔고 매주 토요일 강남 기술센터에서 한전 등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이 모여 밤 12시까지 정책 실패 원인을 찾는 반성대회를 했다”고 회고했다. 부안군수는 2003년 7월 유치 신청서를 냈지만 군의회와 주민 반대가 심했다. 이 고문은 “부안 사태는 정부가 지역 간 유치 경쟁 없이 단독으로 부지를 선정, 발표하고 정부가 직접 홍보에 나서 신뢰를 떨어뜨린 데다 행정자치부 등 관계부처와 유기적인 협조 체제도 이뤄지지 않은 데 원인이 있다”면서 “앞으로 원전 부지를 선정할 때 이런 실패 사례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1985년 시작된 원전 폐기물 부지 선정은 20년 만인 2005년 11월 경주(중저준위 폐기물)로 최종 결론이 났다. 이 고문은 원전 부지로 선정된 삼척, 영덕에서 또다시 찬반갈등이 이는 데 대해 투명한 행정절차와 주민 설득을 통한 신뢰 회복의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고문은 “국가 갈등 과제가 많은데 정부의 결정 과정은 신중해야 하고, 정부가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면서 “결정했으면 조령모개식으로 가지 말고 장기적 안목으로 일관성 있게 가야 정부가 신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단체장(무역협회, 경영자총협회), 기업인(STX, LG상사), 대학총장 등 관·학·재계를 두루 경험한 이 고문은 장관 당시 좀 더 적극적으로 규제 완화를 하지 못한 것도 아쉬워하며 규제 해소에 정부가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고문은 “수출은 금융이 뒷받침이 돼야하는데 정부 정책자금을 융자받은 기업에도 은행에서 꼭 담보를 요구한다”면서 “기업의 장래성만 보면 되는데 현장에서는 통용이 안 된다”고 답답해했다. 조선·해운업계가 위기를 맞고 세계적인 정보통신(IT) 인프라를 갖췄지만 인공지능, 드론 등 IT 융합기술이 뒤쳐진 데 대해서는 “정권 따라 부처를 죽였다 살렸다 하면서 전문인력과 정책이 너무 바뀌다 보니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를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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