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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 “검찰 인사제도 개선과 대통령 인사권 행사는 다른 문제”

    靑 “검찰 인사제도 개선과 대통령 인사권 행사는 다른 문제”

    청와대 “인사 제도 개선과 인사권 행사는 별개”청와대 관계자는 17일 ’과거 검찰 인사에 청와대가 관여하지 않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는 대통령 인사권을 강조하며 말을 바꿨다‘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 “대통령의 인사권과 인사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명백히 다른 사안”이라며 “그 부분을 분명히 밝힌다”고 반박했다. 지난 2012년 대선후보 당시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안 공약에서 ’이명박 정부 5년 간 대통령과 청와대가 검찰 수사와 인사에 관여했다. 이런 악습을 완전히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이 법무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한다”며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을 강조해 문 대통령의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2012년 대선후보 검찰 개혁안 발표에서 독립적인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검찰 수사와 인사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인사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인사의 공정성을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약속이 법적으로 보장된 고유의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이날 검찰이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기소한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을 내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 대한 검찰 조사와 관련해서도 “박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퇴직했으니) 민간인이다. 청와대가 언급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이병령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이 이날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 토론회에서 ’탈원전은 국정문란이다‘라는 취지 주장을 한 데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여러 의견은 겸허하게 듣겠지만 공론화를 통해 추진하는 정책을 반대한다면 적절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이인영 “다음은 경찰개혁, 권한 민주적으로 재분산” 정조준

    이인영 “다음은 경찰개혁, 권한 민주적으로 재분산” 정조준

    李 “경찰개혁 입법 절차 돌입 거듭 촉구”“한국 공수처 폐지 주장은 시종일관 정쟁 선언”검찰개혁 입법을 마무리한 여당이 수사권한이 커진 경찰개혁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검찰개혁 다음은 경찰개혁”이라면서 “권력기관 개혁을 위한 다음 과제로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비대해질 수 있는 경찰 권한을 민주적으로 다시 분산하고 경찰통제 방안을 수립하는 국회 차원의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의 반대 때문에 경찰개혁 관련 법안이 오랫동안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면서 “검찰개혁 법안이 통과된 만큼 이제 상임위 차원에서 본격적인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간이 충분하지 않지만 여야가 뜻을 함께 한다면 20대 국회 안에서 충분히 입법과정을 완료할 수 있다”면서 “입법 절차에 돌입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의 호응과 화답을 기다린다”고 말했다.그러면서도 한국당이 21대 총선과 관련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폐지를 1호 공약으로 내세운 데 대해 “아직 시행조차 하지 않은 공수처 폐지는 21대 국회도 무제한 정쟁으로 시종일관하겠다는 선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한국당이 탈(脫)원전 정책 폐기를 내세운 데 대해서도 “철저히 반대 공약, 과거로 돌아가는 공약”이라며서 “문재인 정부가 한 모든 일을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되돌리자는 주장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에 “치열한 민생정책의 한판 승부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 총선 1호 공약으로 공공 와이파이 전국 확대를 제시했다. 이 원내대표는 “앞으로도 국민이 체감할 생활밀착형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대화와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남북협력 구상을 설명한 것과 관련,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해 우리 정부가 적극 행동해 달라”고 촉구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사설] 쏟아지는 선거공약, 맹탕 공약은 표로 심판해야

    선거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1호 공약으로 ‘무료 공공 와이파이’ 전국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5G 시대를 앞두고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무료 와이파이를 전국 방방곡곡에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청년·여성·신혼부부·저소득층·벤처기업 등을 겨냥한 공약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라 한다. 한국당은 재정건전성 강화·노동개혁·탈원전 저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 ‘1호 경제공약’을 내놓았다. 여당 심판론에 무게를 둔 것으로 사법개혁 저지 등 여당이 추진한 정책들을 무효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정의당은 20세 이상 30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9년간 무주택 세입자 주거권 보장’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세 계약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계약갱신청구권을 2회 보장해 최소 9년간 세입자의 거주를 보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당들의 1, 2호 공약을 일일이 평가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늘 반복되는 물레방아형이라는 지적에 선심성·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다. 유권자들은 정당들이 공약을 내놓기에 앞서 얼마나 법과 제도를 연구하고 예비 수용자들과 협의를 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주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 인상이 취지나 방향이 올바르지 않아 지난 시간 사회적 논쟁거리가 된 것이 아니다. 복잡다기한 현대사회는 촘촘하게 얽혀 있어 어느 한 곳에 변화를 주면 다른 한쪽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연구하지 않고 고민 없이 내놓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것이 출산 대책과 청년 관련 공약들이다. 십수년에 걸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상황은 날로 나빠지고 있고, 그 대책의 적합성을 놓고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만 양산할 뿐이다. 지난 지방선거만 해도 여야는 일자리, 복지, 주거, 교육, 여가, 창업 등의 분야로 나눠 청년 공약을 쏟아냈다. 이것이 미봉적인 예산 쏟아붓기식 공약이었을 뿐이라는 걸 벌써 확인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이제 더욱 냉정해져야 한다. 최소한의 고민도 결여된 맹탕공약, 더이상 발표하지 못하도록 표로 심판해야 한다.
  • 국민에게 1도 감동 못 주는 ‘1호 공약들’

    국민에게 1도 감동 못 주는 ‘1호 공약들’

    민주 “공공 와이파이 늘려 데이터 0원” 보조금 묶인 요금제 못바꿔 혜택 미미 한국 “재정건전화법으로 정권 심판” “늘어난 복지 수요에 대안은 있나” 지적 정의 “20세 되면 누구나 3000만원 지급” “재원 마련 계획 미흡… 정략적 접근”4·15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본격 정책 대결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보편적인 ‘통신비 절감’ 카드를 꺼냈고,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을 뒤집는 것을 제1공약으로 삼았다. 정의당은 모든 청년에게 기초자산을 지급하는 파격 공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략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민주당은 15일 총선 1호 공약으로 ‘전국 무료 와이파이’를 내놓았다. 2022년까지 버스·터미널·학교·박물관·전통시장 등에 와이파이 5만 3000여개를 설치해 통신비를 절감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올 예산 480억원은 확보됐고 추가로 5300억원 정도가 든다. 와이파이 구축 및 유지 예산은 통신사업자와 정부·지자체가 1대1로 분담하지만, 정부 부담을 최대 80%까지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그러나 비용 대비 국민 체감도는 별로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현재 시내버스 와이파이를 포함해 전국에 깔린 공공 와이파이는 5만 4000여개다. 공약대로면 설치 규모가 2배가량 확대되지만 5G와 비교해 속도와 품질이 떨어지는 데다가 약정으로 묶여 있는 소비자들이 요금제를 쉽게 바꿀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기본료 폐지, 단말기 지원금 분리공시제도는 사실상 폐기되고 후순위 공약이던 공공 와이파이를 재탕한 것”이라며 “5G 보편화로 통신비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 기본료 폐지나 보편요금제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고 했다.한국당은 현 정부의 정책방향을 ‘180도’ 돌리는 공약들을 내놨다. 우선 ‘재정준칙 도입’을 명문화하는 재정건전화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가 예산안 편성 시 국가채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을 40%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이지만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수입 둔화 및 지출 증가로 2018년 35.9% 수준이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3년 46.4%까지 오를 전망이다. 고령화에 따른 불가피한 복지 지출, 경제성장률 하향에 따른 세수기반 약화 등을 외면하고 법으로 비율을 강제한다고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월성 1호기 재가동 공약도 내놓았다. 당장 월성 1호기 중단이 전력공급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고, 신재생에너지 개발 능력 등을 과소평가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획일적인 주 52시간제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탄력근로제·선택근로제·재량근로제를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근로시간 단축을 되돌려 ‘워라밸’(일·생활 균형)을 해칠 우려가 있다. 20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3000만원 지급을 1호 공약으로 내건 정의당은 이날 1인 청년가구에 월 20만원을 지원하는 등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2호 공약을 발표했다. ▲전세 계약기간 3년 연장 ▲계약갱신청구권 2회 보장 ▲고위공직자 2주택 이상 보유 금지 등이 담겼다. 정의당 관계자는 “포퓰리즘 공격을 받을 만큼 불평등한 구조를 개혁할 획기적 정책과 메시지로 사회적 논쟁을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공약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재정 마련에 대한 구체적 고민도 없고 국가 미래를 설계한다는 비전도 없는, 현금 나눠 주기식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세상의 중심에서 운명을 떠올리다

    세상의 중심에서 운명을 떠올리다

    어느 날, 제우스는 독수리 두 마리를 날려 보냈다. 독수리들이 만난 곳에 달걀처럼 생긴 큰 돌을 심고 세상의 중심으로 선포했다. 이 돌이 ‘배꼽’이란 뜻을 가진 옴파로스이며, 옴파로스가 있는 곳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세상의 중심으로 믿었던 델피다. 델피의 지형을 살펴보자. 코린토스 만의 새파란 바다를 마주하고 해발 고도 2500m에 이르는 파르나소스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델피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를 모시던 장소였다. 제우스와 레토의 아들인 아폴론은 가이아 신전을 지키던 거대한 구렁이 피톤을 활로 쏘아 죽이고 신전의 주인이 됐다. 아폴론은 슬픔에 잠긴 피톤의 부인 피티아를 신전 사제로 삼고 사람들에게 신의 뜻을 전하기 시작했다. 신탁소에서 신의 목소리를 전해 주는 무녀를 피티아라고 부르는 이유다. 아폴론의 신탁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델피는 신탁의 장소로 유명해졌다. 델피는 늘 북적거렸다. 나랏일을 결정해야 하는 폴리스 군주부터 소크라테스 같은 철학자, 개인 대소사가 궁금한 평민들까지 신탁을 들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예언 값으로 보물을 바쳤다. 신전 크기만 한 보물창고가 있었고, 신전에 이르는 길은 화려한 조각상과 봉헌물로 가득했다고 하니 델피가 얼마나 큰 번영을 누렸는지 짐작할 수 있다. 보물은 고대 로마제국이 모조리 약탈해 가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다.기원전 6세기에 지어진 아폴론 신전은 얼핏 폐허로 보이기도 한다. 암갈색의 돌기둥 6개와 여기저기 깨진 제단만 어지럽게 남아 있다. 그리스 유적지에서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보이기 시작하는 법. 비탈길을 따라 올라가서 신전을 내려다보니 길이 60m, 폭 23m에 이르던 웅장한 신전의 형태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아폴론 신전을 포함한 델피의 고대 유적지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무녀는 바위 틈에서 새어 나오는 가스를 마시고 환각 상태로 신의 목소리를 내뱉었다. 지금도 신탁소가 있던 자리엔 유황가스가 흘러나와 바위의 일부로 굳어버린 흔적이 있다. 가스가 실제로 무녀를 몽롱한 상태로 만들어 신과 교감을 하는 데 도움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다. 연기로 가득 찬 신탁소를 상상해 보았다. 신비로운 분위기 때문에 어떤 말도 믿었을 것 같다. 무녀가 모호하게 뱉은 말은 애매하게 옮겨졌다. 그러니 사람들은 원하는 대로 해석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가장 유명하고 적중한 예언이 하나 있다.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에서 그리스 해군이 페르시아를 무찌르게 된다는 예언이었다. “나무로 된 방벽만이 점령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 군은 나무로 된 삼단노선으로 살라미스 해전에서 승리를 거두게 된다. 이후 페르시아는 그리스 정복을 완전히 포기했다. 불황의 늪을 헤어 나오지 못하는 그리스를 여행하며 화려한 시절의 그리스를 늘 상상했다. 델피에선 상상력을 더 많이 가동해야 했다. 지금 델피에선 그리스의 운명을 알 수 없는 걸까? 운명을 알 수 있다면 어떨까? 새해가 되니 신탁의 도시, 델피가 떠오른다. 김진 칼럼니스트·여행작가
  • 뒤집힌 ‘월성1호기’ 경제성, 산업부 직권남용 뇌관 되나

    뒤집힌 ‘월성1호기’ 경제성, 산업부 직권남용 뇌관 되나

    경제성 부족 이유 지난달 영구정지 결정 회계법인 초안엔 “1778억 경제성 있다” MB땐 1648억 이익… 심상정 “적자 심각” 감사원, 지표 왜곡 결론땐 한수원도 배임 지난달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영구정지 결정을 받은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제성을 분석한 시기나 주체에 따라 계속 엇갈린 결과가 나오면서 진실이 무엇인지 의문을 낳는다. 감사원이 다음달 발표할 감사 결과에 따라 원전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주무 부처 산업통상자원부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가능성이 있다. 14일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삼덕회계법인은 2018년 5월 한수원에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 초안을 제출했다. 회계법인은 보고서에서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면 1380억원의 이익이 나고, 즉시 멈추면 398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월성 1호기 계속 가동과 중단에 따른 손실액을 합쳐 1778억원의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회계법인은 월성 1호기 이용률(실제 발전량을 발전 가능량으로 나눈 값)을 70%로 가정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2001~17년 월성 1호기 평균 이용률이 79.5%였던 걸 근거로 삼았다. 생산전력 판매단가는 2017년과 같은 ㎾h당 60.76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산업부와 한수원, 회계법인이 보고서 초안 검토 회의를 연 뒤 경제성 판단의 기초가 되는 가정들이 대거 바뀌었다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월성 1호기 이용률이 60%로 10% 포인트 하향 조정됐고 판매단가도 48.78원(2022년 기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수정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종보고서에선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면 91억원의 손실이 나고, 즉시 가동을 중단하면 315억원의 손해가 예상된다고 바뀌었다. 계속 가동하는 게 멈추는 것보다 224억원의 경제성만 있다고 분석된 것이다. 초안보다 8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정 의원은 “산업부와 한수원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해 경제성 지표를 실제보다 불리하게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산업부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객관적인 기준과 사실에 입각해 독립적으로 경제성을 분석했다”고 반박했다. 한수원도 “월성 1호기 이용률을 낮춘 건 최근 3~10년치 평균을 감안한 중립적인 수치였다”며 “회계법인이 도출한 결과는 회계전문 교수와 다른 회계법인의 자문 등을 거쳐 객관적으로 검증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어찌됐든 회계법인의 최종 결론은 월성 1호기 계속 가동이 경제적으로 낫다는 것이었지만, 한수원의 결정은 달랐다. 월성 1호기의 ㎾h당 판매단가가 발전원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자 원전이란 점을 부각해 원안위에 영구정지 신청을 냈고, 지난달 받아들여졌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 논란은 10년 넘게 지속된 해묵은 논쟁이다. 한국전력연구원은 2009년 월성 1호기 설계수명 만료가 다가오자 분석을 실시해 1648억원의 경제성이 있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2014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은 월성 1호기 재가동 시 1462억~2269억원의 적자가 난다는 상반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논란은 감사원이 다음달 감사 결과를 내놓아야 정리가 될 전망이다. 감사원이 판매단가 조작으로 결론 내면 한수원 이사진은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다. 한국당의 주장처럼 산업부도 월성 1호기 경제성 지표를 왜곡하는 데 관여했다면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원안위 비상임위원을 지낸 조성경 명지대 교수는 “원전의 안전성을 판정하는 원안위와 경제성을 측정하는 한수원,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가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소신에 따라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뒤집힌 ‘월성1호기’ 경제성, 산업부 직권남용 뇌관 되나

    뒤집힌 ‘월성1호기’ 경제성, 산업부 직권남용 뇌관 되나

    경제성 부족 이유 지난달 영구정지 결정 회계법인 초안엔 “1778억 경제성 있다” MB땐 1648억 이익… 심상정 “적자 심각” 감사원, 지표 왜곡 결론땐 한수원도 배임지난달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영구정지 결정을 받은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제성을 분석한 시기나 주체에 따라 계속 엇갈린 결과가 나오면서 진실이 무엇인지 의문을 낳는다. 감사원이 다음달 발표할 감사 결과에 따라 원전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주무 부처 산업통상자원부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가능성이 있다. 14일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삼덕회계법인은 2018년 5월 한수원에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 초안을 제출했다. 회계법인은 보고서에서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면 1380억원의 이익이 나고, 즉시 멈추면 398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월성 1호기 계속 가동과 중단에 따른 손실액을 합쳐 1778억원의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회계법인은 월성 1호기 이용률(실제 발전량을 발전 가능량으로 나눈 값)을 70%로 가정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2001~17년 월성 1호기 평균 이용률이 79.5%였던 걸 근거로 삼았다. 생산전력 판매단가는 2017년과 같은 ㎾h당 60.76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산업부와 한수원, 회계법인이 보고서 초안 검토 회의를 연 뒤 경제성 판단의 기초가 되는 가정들이 대거 바뀌었다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월성 1호기 이용률이 60%로 10% 포인트 하향 조정됐고 판매단가도 48.78원(2022년 기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수정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종보고서에선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면 91억원의 손실이 나고, 즉시 가동을 중단하면 315억원의 손해가 예상된다고 바뀌었다. 계속 가동하는 게 멈추는 것보다 224억원의 경제성이 있다고 분석된 것이다. 초안보다 8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정 의원은 “산업부와 한수원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해 경제성 지표를 실제보다 불리하게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산업부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객관적인 기준과 사실에 입각해 독립적으로 경제성을 분석했다”고 반박했다. 어찌됐든 회계법인의 최종 결론은 월성 1호기 계속 가동이 경제적으로 낫다는 것이었지만, 한수원의 결정은 달랐다. 월성 1호기의 ㎾h당 판매단가가 발전원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자 원전이란 점을 부각해 원안위에 영구정지 신청을 냈고, 지난달 받아들여졌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 논란은 10년 넘게 지속된 해묵은 논쟁이다. 한국전력연구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월성 1호기 설계수명 만료가 다가오자 분석을 실시해 1648억원의 경제성이 있다고 판정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국회예산정책처는 계속 운전하면 1395억~3909억원의 이익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같은 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환경운동연합은 재가동하면 1462억~2269억원의 적자가 난다는 상반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논란은 감사원이 다음달 감사 결과를 내놓아야 정리가 될 전망이다. 감사원이 판매단가 조작으로 결론내면 한수원 이사진은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다. 한국당의 주장처럼 산업부도 월성 1호기 경제성 지표를 왜곡하는 데 관여했다면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원안위 비상임위원을 지낸 조성경 명지대 교수는 “원전의 안전성을 판정하는 원안위와 경제성을 측정하는 한수원,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가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소신에 따라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민주당 “개혁 새날” 한국당 “정권 심판”… 막 오른 총선 레이스

    민주당 “개혁 새날” 한국당 “정권 심판”… 막 오른 총선 레이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이 막을 내리며 본격적인 4·15 총선 대결이 시작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개혁의 새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정권 심판’을 각각 앞세워 총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격차는 크다. 일찌감치 총선 레이스에 돌입한 민주당을 한국당이 바쁘게 따라가는 형세다. 두 당의 총선 준비 현황을 살펴봤다.■ 앞서가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을 1년 전부터 준비했다. 지난해 5월 현역 국회의원은 전원 경선을 의무화하고 전략 공천은 최소화하기로 하는 등 공천룰을 확정하며 ‘시스템 공천’을 준비했다. 또한 당 평가 결과 하위 20%에 포함된 현역 의원은 20%를 감점하는 반면 신인에게는 최대 20%의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총선을 앞두고 인위적 컷오프(공천 배제)와 전략공천으로 잡음이 나오는 것을 최대한 막겠다는 이해찬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다. 후보자공천관리위원회와 전략공천관리위원회 구성도 이미 완료했다. 이번에 불출마를 선언한 5선 원혜영 의원이 지난 6일 공관위 위원장으로 임명됐고 위원 18명도 꾸려졌다. 14일 국회에서는 첫 회의가 열렸다. 도종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전략공천관리위원회도 15일 회의를 열고 총선 전략선거구 1차 선정 작업에 돌입한다. 공관위 위원장도 아직 정하지 못한 자유한국당과 선명하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민주당은 인재영입과 총선공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 인재영입위원회가 이날 영입 사실을 발표한 기후·환경·에너지 분야 전문가 이소영(56) 변호사까지 하면 총 8명이다. 이 변호사는 환경법 전문가로 이후 미세먼지, 기후변화 관련 대책 입법 등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이 대표는 이날 종교계와의 소통 일환으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와 만났다. 민주당은 15일 ‘전국 무료 와이파이 시대’를 총선 1호 공약으로 발표한다. 또 같은 날에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민주당 최고위원회에 상임고문으로 처음 참석한다. 총선을 이끄는 선거대책위원회도 다음달 초 출범할 예정이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속도내는 한국당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출발이 늦었지만 최근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공천관리위원장 선정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한국당 공관위원장 추천위원회는 15일 회의를 한 번 더 열고 최종 후보군을 추려 황교안 대표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김형오 전 국회의장, 우창록 변호사, 이용구 전 중앙대 총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공관위원장이 정해지고 공관위가 구성되면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돌입한다. 다만 14일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첫 회의에서 ‘한국당의 공관위원장 선임 내용을 혁통위에 공유해 달라’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져 변수가 될 전망이다. 보수통합 논의로 인해 공관위 인선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인재 영입도 순탄치 않았다. ‘공관병 갑질’ 논란을 일으켰던 박찬주 전 육군대장을 당초 ‘1호 영입인재’로 발표하려 했으나 당 안팎의 비판에 직면해 취소했다. 그러다 두 달여 뒤인 지난 8일 ‘체육계 미투 1호’ 테니스 코치 김은희(29)씨 등을 시작으로 3명의 영입 인재를 발표했다. 공약 발표는 민주당보다 앞섰다. 한국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를 단행한 이튿날인 지난 9일 ‘괴물 공수처 폐지’와 ‘검찰 인사권 독립’을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한국당은 15일 황 대표가 직접 재정건정성 강화, 노동개혁, 탈원전 저지를 골자로 한 경제공약을 발표한다. 재정건전성 강화 공약은 문재인 정부의 과다한 증세·복지에 대한 제동, 탈원전 저지는 신한울 3·4호기 가동과 월성 1호기 재가동 등이 핵심이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끊이지 않는 월성1호기 논란…새달 감사원 결과 따라 후폭풍 전망

    끊이지 않는 월성1호기 논란…새달 감사원 결과 따라 후폭풍 전망

    지난달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영구정지 결정을 받은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제성을 분석한 시기나 주체에 따라 계속 엇갈린 결과가 나오면서 진실이 무엇인지 의문을 낳는다. 감사원이 다음달 발표할 감사 결과에 따라 원전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주무 부처 산업통상자원부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가능성이 있다. 14일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삼덕회계법인은 2018년 5월 한수원에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 초안을 제출했다. 회계법인은 보고서에서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면 1380억원의 이익이 나고, 즉시 멈추면 398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월성 1호기 계속 가동과 중단에 따른 손실액을 합쳐 1778억원의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회계법인은 월성 1호기 이용률(실제 발전량을 발전 가능량으로 나눈 값)을 70%로 가정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2001~17년 월성 1호기 평균 이용률이 79.5%였던 걸 근거로 삼았다. 생산전력 판매단가는 2017년과 같은 ㎾h당 60.76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산업부와 한수원, 회계법인이 보고서 초안 검토 회의를 연 뒤 경제성 판단의 기초가 되는 가정들이 대거 바뀌었다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월성 1호기 이용률이 60%로 10% 포인트 하향 조정됐고 판매단가도 48.78원(2022년 기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수정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종보고서에선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면 91억원의 손실이 나고, 즉시 가동을 중단하면 315억원의 손해가 예상된다고 바뀌었다. 계속 가동하는 게 멈추는 것보다 224억원의 경제성이 있다고 분석된 것이다. 초안보다 8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정 의원은 “산업부와 한수원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해 경제성 지표를 실제보다 불리하게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산업부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객관적인 기준과 사실에 입각해 독립적으로 경제성을 분석했다”고 반박했다. 어찌됐든 회계법인의 최종 결론은 월성 1호기 계속 가동이 경제적으로 낫다는 것이었지만, 한수원의 결정은 달랐다. 월성 1호기의 ㎾h당 발전원가가 판매단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자 원전이란 점을 부각해 원안위에 영구정지 신청을 냈고, 지난달 받아들여졌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 논란은 10년 넘게 지속된 해묵은 논쟁이다. 한국전력연구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월성 1호기 설계수명 만료가 다가오자 분석을 실시해 1648억원의 경제성이 있다고 판정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국회예산정책처는 계속 운전하면 1395억~3909억원의 이익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같은 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환경운동연합은 재가동하면 1462억~2269억원의 적자가 난다는 상반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논란은 감사원이 다음달 감사 결과를 내놓아야 정리가 될 전망이다. 감사원이 판매단가 조작으로 결론내면 한수원 이사진은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다. 한국당의 주장처럼 산업부도 월성 1호기 경제성 지표를 왜곡하는 데 관여했다면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원안위 비상임위원을 지낸 조성경 명지대 교수는 “원전의 안전성을 판정하는 원안위와 경제성을 측정하는 한수원,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가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소신에 따라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동정] 엄재식 원안위원장, 13~14일 새울·고리원전 방문

    △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13~14일 새울 원전과 고리 원전을 찾아 정기검사 현장을 점검한다. 13일에는 지역주민 소통협의체인 새울원자력안전협의회 위원들과 만나, 원안위의 안전규제와 정보 공개 강화 의지를 밝혔다.
  • 美냐 中이냐…중국몽,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다

    美냐 中이냐…중국몽,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2018년 12월 1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폐막 연설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작심한 듯 세계 양대강국(G2)에 입을 열었다. “현재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이냐 미국이냐’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의 편도 들고 싶지 않아요. 사안에 따라 때로는 미국 편에 때로는 중국 편에 설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두 나라가 한쪽 편만 들도록 강요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당시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부상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항공모함은 앞으로도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대표로 참석한 리커창 총리도 “미국의 행보는 아시아 지역의 안정을 해친다”고 응수했다. 동남아 국가들의 발전과 번영을 논의해야 할 자리에서조차 양국이 자신들의 논리를 강요하며 설전을 벌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리 총리의 ‘사이다’ 발언은 미국과 중국의 ‘고래싸움’으로 피해를 보던 각국 정상의 마음을 제대로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리 총리는 ‘미중 패권 추구로 아시아 국가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양국이 이를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아시아 리더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입장 또한 이들과 다르지 않기에 그의 연설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미국에 정면 도전하는 ‘팍스 시니카’ 마오쩌둥(1893~1976)이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선언한 지 71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강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최근 영국 경제경영연구소(CEBR)는 신년 보고서를 통해 “2033년에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오래지 않아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다수 전문가가 동의하고 있다. 이제 중국의 시선은 ‘팍스 시니카’로 향해 있다. 이는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의 시대를 뜻한다. 20세기 들어 국제 질서는 미국 중심의 ‘팍스 아메리카나’를 기반으로 운영돼 왔다. 전 세계 어디서나 미국의 언어인 영어가 통용되고 미국의 통화인 달러가 사용된다. 하지만 앞으로 중국은 이를 자국 중심으로 바꿔 보려고 하는 것 같다. 힘을 가진 국가라면 누구나 꿈꿔 보는 자연스런 현상이기는 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틈나는 대로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간 중국 정부가 보여 준 행보를 보면 세계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고 싶어 하는 속내를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 특히 시 주석이 들어서면서 ‘힘의 외교’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져 이런 흐름이 더욱 뚜렷이 포착된다. 2012년 12월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제18차 당대회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뜻하는 ‘중국몽’(中國夢)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목표가 담겨 있다. 공산당 창건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의식주 문제가 해결된 사회)를 실현하는 것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부유한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두 개의 백년’ 계획이다.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중국의 1인당 GDP는 1만 달러(약 1150만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첫 번째 목표인 ‘샤오캉 사회 실현’은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 주석은 2015년 9월 유엔에서 ‘신형국제관계’ 개념을 제시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협력해 인류에 이바지하자는 취지다. 이는 중국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서 탈피해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동시에 더이상 힘을 숨기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두 번째 목표는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될 것 같다. 이를 반영하듯 시 주석은 2017년 10월 제19차 당대회에서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개념을 제시했다. 중국이 2049년까지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팽창 전략 vs 억지 전략… 미중 필연적 충돌 2013년 8월 시 주석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육상·해상 교통망을 구축해 ‘범중화 경제권’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기반으로 지역 영향력을 키워 초강대국인 미국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얼마 전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는 몰디브에서 열린 ‘인도양 콘퍼런스(IOC) 2019’ 기조연설에서 “일대일로는 국제규범을 무시하고 다른 나라들을 빚의 함정에 빠뜨려 주권을 위협한다”고 힐난했다. 중국의 확장 전략에 관한 미 조야의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시 주석은 1947년 중국이 발표한 일방적 해상 경계선인 ‘구단선’을 근거로 남중국해 거의 대부분을 자신들의 수역으로 만들려고 한다. 해상 실크로드의 출발점인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조성하고 군사기지로 만드는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에 맞서 미 정부는 해군 함정 등을 동원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의 해양 진출을 봉쇄하겠다는 의지도 공공연히 드러낸다. 중국의 팽창 전략과 미국의 억지 전략 사이에서 빚어지는 필연적 충돌의 단면이다. 미국의 유명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저서 ‘불가피한 전쟁’(2017)에서 “미중 두 나라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 서로 원치 않는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앨리슨은 펠로폰네소스전쟁(기원전 431~404)을 신흥강국 아테네와 이를 견제하려는 스파르타 간 구조적 갈등의 결과로 설명하며 이를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불렀다. 지금의 미중 두 나라가 2400여년 전 스파르타와 아테네처럼 무력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다. ●“한국, 양자택일 논리에 매몰되지 말아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치열한 무역 전쟁을 펼쳐 온 미국과 중국이 오는 15일 미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할 예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구상에서 가장 큰 분열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숨겨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금껏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관점에서 실용주의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에서 확인했듯 미중 두 나라가 언제까지 우리의 ‘줄타기’ 외교를 용인해 줄 지 알 수 없다. 머지않아 우리도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한쪽을 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한반도 안보를 위해 북한 핵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하는 입장에서 잘못된 결정은 국가의 흥망까지 뒤바꿀 수 있다. 참으로 외롭고 힘든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신북방정책 개념을 만든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미국과 중국이 노골적으로 하나의 입장을 강요할 가능성이 크다. 이때 아세안은 우리의 핵심 연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중 패권전쟁은 없다: G2 시대 한국의 생존전략’의 저자인 한광수 미래동아연구소장은 “현재 미중은 서로 대립하면서도 도움을 주고받는 ‘협력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일방적으로 미국의 시각에 기초해 중국을 혐오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양자택일의 논리에 매몰되지 말고 대중국 외교를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에도 그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소장은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을 통해 우리의 전략적 선택지를 늘리고 경제성장의 토대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정시 늘어났으니 ‘정시 올인?’ … “자신의 경쟁력 먼저 파악하세요”

    정시 늘어났으니 ‘정시 올인?’ … “자신의 경쟁력 먼저 파악하세요”

    예비 고3 학생들이 치르는 2021학년도 대입부터는 교육부의 수능위주전형(정시) 확대 정책에 따라 정시가 소폭 확대된다. 그러나 정시가 확대됐다고 해서 정시만을 노리거나 정시를 포기하고 수시만 준비하는 등 한 가지 전형에 ‘올인’하는 건 섣부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여전히 수시모집이 77%에 달하는 가운데, 자신의 경쟁력을 파악해 수시와 정시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1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에 따르면 2021학년도 대입에서 수시모집 선발인원은 26만 7374명으로 총 모집인원 대비 77%를 수시모집으로 선발한다. 정시모집 비율은 소폭 상승했다. 2021학년도 정시모집 선발인원은 8만 73명으로 전년대비 0.3%p 오른 23%를 선발한다. 특히 서울 주요 대학의 경우 정시모집 비율이 30% 가까이에 이르는 대학들도 있어 상위권 대학을 노리는 학생들은 정시 전형을 쉽사리 배제해선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시와 수시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 각각의 전형에서 세부적인 선발인원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시모집 비율은 줄었지만, 정작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은 0.3%p 증가해 8만 6083명을 학종으로 선발한다. 수시모집 비율 감소는 학생부교과전형(0.1%p)과 논술전형(0.3%p), 실기전형(0.2%p) 감소에 따른 것일 뿐, 대학들은 여전히 학종을 가장 중요한 전형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수시 혹은 정시 중 하나를 택하기보다 수시는 어떤 전형 위주로 준비해 지원하고 정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수시는 본인의 강점을 살려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을 탐색하고 지원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정시는 군별 지원 패턴 등을 분석해보는 게 먼저다”라고 강조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을 판단하려면 자신의 경쟁력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판단하는 게 먼저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모든 입시 전략 수립의 기준인 수능 성적을 바탕으로 자신의 ‘수능 경쟁력’을 가장 먼저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출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수시 지원 전략이 달라지며, 수시모집에서 모두 떨어졌을 경우 최종 관문인 정시모집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그동안의 모의고사 성적 흐름과 교과 성적을 분석해, 수능과 교과 전형요소로 지원 가능한 대학을 파악한 뒤 비교과와 논술에서 내 강점과 약점 및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면서 “수능보다 교과나 비교과, 논술 경쟁력이 월등히 높다면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형에 주력하고, 수능 경쟁력이 월등히 높다면 정시를 목표로 하되 논술전형에서의 상향지원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21학년도 수능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다. 수학의 경우 수학 가형에서는 ‘기하’가 빠져 자연계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다소 줄어들지만, 최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는 변별력이 약해질 수 있다. 수학 나형에서는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삼각함수’가 포함된다. 또 각 대학이 수시모집에서 학생들을 선발할 때 고교 정보가 블라인드 처리되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이 처음 적용되는 해이기도 하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월성 2~4호기 폐기물 저장공간 없어 가동 중단할 위기 넘겨

    월성 2~4호기 폐기물 저장공간 없어 가동 중단할 위기 넘겨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0일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에 사용후핵연료 보관시설(맥스터) 추가 건설을 결정하면서 월성 2~4호기가 폐기물 저장 공간이 없어 가동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전망이다. 원안위는 지난달 수명이 3년이나 남은 월성 1호기에 대해선 영구정지 결정을 내렸지만, 2~4호기는 가동이 계속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원자로에서 연료로 사용된 물질이다. 원자로에서 빼낸 사용후핵연료는 습식저장시설에 우선 보관했다가 수년이 지나 열이 어느 정도 식으면, 건식저장시설로 옮겨 임시 보관하는데 이런 임시 저장시설의 한 종류가 맥스터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애초 월성 원전에 맥스터 14기를 지을 예정이었지만, 비용 문제 등의 이유로 7기만 건설해 2010년부터 사용해왔다. 이번에 7기 추가 건설이 결정되면서 원래 계획대로 운영이 가능하게 됐다. 월성 원전 맥스터는 지난해 9월 기준 93.1%의 저장률을 기록했고, 내년 11월이면 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원안위가 신속하게 맥스터 증설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맥스터를 짓는 데만 19개월이 걸리고, 인허가 과정에서 3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기존 맥스터가 포화될 때까지 증설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월성 2~4호기는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맥스터 증설 심의가 성급하다는 목소리도 있어 원안위도 그간 쉽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탈핵시민행동,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 등 시민단체는 지난해 11월 원안위가 맥스터 증설을 처음 논의했을 때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공론화를 통해 정책 결정을 한 뒤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원안위가 심사를 강행해선 안 된다”고 반대했다. 위원 간 의견도 엇갈리면서 당시에는 결론에 도출하지 못하고 이날 다시 논의키로 했다. 이날도 결론을 쉽게 내지 못했다. 정회 시간 30분을 포함해 3시간 동안 진행된 논의에도 위원 간 이견이 모이지 않자, 엄재식 위원장이 표결을 제안했다. 표결은 출석위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가능한데, 8명의 위원 중 진상현 위원을 제외한 7명이 동의했다. 이어 치러진 표결에선 엄 위원장과 장보현 사무처장, 김재영·이경우·이병령·장찬동 위원 등 6명이 찬성표를 내면서 맥스터 추가 건설이 확정됐다. 엄 위원장은 “월성 맥스터를 짓는 것에 대해 (안전상) 우려할 부분이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더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회의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월성 원전 맥스터에 대한 안전성 평가 심사를 진행해 시설의 구조와 설비 등이 모두 허가 기준에 만족한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보고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월성 원전 핵폐기물 보관시설 추가 건설 확정

    월성 원전 핵폐기물 보관시설 추가 건설 확정

    포화상태에 다다른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 사용후핵연료(핵폐기물) 보관시설이 추가 건설된다. 이에 따라 영구정지 처분을 받은 월성 1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2~4호기는 설계수명이 도래하기 전까진 운영이 계속될 전망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0일 제113회 회의를 열고 월성 원전 사용후핵연료 보관시설인 맥스터 7기 추가 건설을 표결로 의결했다. 8명의 위원 중 엄재식 위원장과 장보현 사무처장, 김재영·이경우·이병령·장찬동 위원 등 6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김호철·진상현 위원은 안건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반 이상이 찬성함에 따라 추가 건설이 확정됐다. 월성 원전 맥스터 저장률은 지난해 6월 기준 92.2%로, 내년 11월이면 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맥스터를 짓는 데만 19개월이 소요돼 올해 초에는 원안위가 추가 건설을 승인해야 포화를 막을 수 있다. 원안위 승인이 늦어질 경우 월성 2~4호기 운영이 중단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숨통이 트이게 됐다. 지난 2016년 한국수력원자력이 맥스터 추가 건설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를 낸 지 4년만이다. 한수원은 애초 총 14기의 맥스터를 구축할 예정이었지만, 경제성 때문에 7기만 우선 건설해 2010년부터 이용해왔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동정] 정병선 과기1차관, 원자력계 신년인사회 참석

    △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10일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열린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원전 수출 10년, 새로운 100년을 위한 원자력’을 주제로 열린 이번 인사회에는 산·학·연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 대구 전지훈련지로 인기

    대구시는 2020도쿄올림픽 참가 해외국가대표팀을 적극 유치하여 글로벌 전지훈련 메카로 우뚝 설 예정이다. 해마다 국제육상지도자 교육과정을 비롯한 육상 꿈나무 선수와 국가대표 후보선수 동·하계 전지훈련을 유치해 왔다. 현재 육상 꿈나무 선수 80명, 국가대표 후보 선수 50여명이 육상진흥센터에서 동계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 해 국군체육부대, 국가대표 후보선수단 등 2300여명의 최정상 전지훈련팀을 유치해 온 대구국제사격장에서는 30여명의 한국체대 사격 선수들의 열기로 뜨겁다. 또 지난 6일부터 서울지역 사회인 야구팀 25명과 성동구와 중랑구 유소년 야구팀 60여명이 시민생활스포츠센터 및 시민운동장 등에서 전지훈련 중이며, 서울시 유소년 야구연맹과도 유치를 협의 중에 있다. 이처럼 육상, 사격, 야구, 배구, 씨름, 테니스 등 많은 종목에서 650여명의 선수들이 올 겨울 동계 전지훈련을 위해 대구를 찾고 있다. 아울러 2020도쿄올림픽을 앞두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안전성 논란으로 각국 선수단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전지훈련지로 우리나라가 떠오르는 가운데, 대구시는 국제수준의 시설, 팸투어, 훈련파트너 섭외 등 타 지자체와 차별된 다양한 강점을 내세워 해외국가대표 전지훈련팀을 적극 유치 할 계획이다. 올림픽에 앞서 중국 난징에서 개최될 2020난징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3.13.~15)에 참가하는 폴란드와 슬로바키아 육상 국가대표팀 30여명이 대구에서 훈련할 예정이며, 2020도쿄올림픽과 관련해 육상, 사격, 핸드볼 등 종목들에서 쿠웨이트, 우즈베키스탄, 태국, 인도 등과 협의 중이다. 박희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 앞서 다양한 종목에서 국내·외 최정상급 전지훈련팀 유치에 총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잔혹하도록 달콤한 유혹…모를수록 놀라운 여정

    잔혹하도록 달콤한 유혹…모를수록 놀라운 여정

    “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 (총은 놔두고 카놀리나 챙겨)”“부온 조르노! 퀘스토에 시칠리아.”(Buon giorno! Questo e sicilia,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시칠리아입니다) 이탈리라 로마 테르미니역을 출발한 기차가 밤새 바다를 건너 시칠리아에 닿았을 때 열차에서는 이렇게 안내방송이 나왔다. 드디어 시칠리아였다. 시칠리아를 찾은 이유는 영화 ‘대부’ 때문이었다. 나는 배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의 엄청난 팬이었다. 이들이 출연한 ‘대부’ 시리즈를 보며 언젠가 꼭 한번 시칠리아를 찾겠다는 열망을 가슴에 지닌 채 살아왔다. 드디어 그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해체돼 배에 실린 기차는 메시나에 도착해 다시 조립되어 철로를 달린 후 시칠리아의 첫 목적지인 카타니아로 내려놓을 것이다. ●“마피아는 관광객들을 건드리지 않는다네.” 시칠리아 하면 많은 사람들이 마피아를 먼저 떠올리나 보다. 시칠리아로 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마피아를 조심해.” 그럴 만도 했다. 인터넷으로 시칠리아를 검색하면 마피아와 연관된 항목이 주르륵 올라온다. 실제로 시칠리아의 주도인 팔레르모는 이탈리아 최대 마피아 조직의 본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로마에서 시칠리아로 가는 기차 안에서 옆 자리에 앉은 이탈리아 노인(멋진 감색 양복에 붉은 머플러를 길게 두르고 중절모를 쓴 그 역시 약간 마피아스러웠던 것 같다)에게 “요즘에도 시칠리아에서는 마피아가 길거리 총격전을 벌이기도 하나요?” 하고 물었다. 그는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요. 가끔씩 일어나긴 하는데 다 옛날 일이죠.” 그리고 덧붙였다. “마피아는 관광객들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답니다. 안심하세요.” 고대 그리스의 식민도시가 건설되기도 했고 로마와 비잔틴제국, 아랍과 노르만족의 영향을 받아 왔던 시칠리아. ‘혹시 그리스에 온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고대 그리스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다. 20일 동안 시칠리아를 여행해 본 후 내린 결론은 유럽 어느 도시보다 친절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한 곳이 바로 시칠리아라는 것. 2018년 12월의 국내 신문들은 “이탈리아 경찰이 현지시간 4일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에서 대대적인 마피아 단속 작전을 펼쳐 마피아 고위급 조직원 46명을 체포했으며 우두머리인 80세 세티미노 미네오 등 거물급 조직원들을 조직범죄 연루와 갈취 등의 혐의로 붙잡았다”고 전했다. 아 참, 팔레르모 공항의 정식 명칭은 ‘팔코네와 보르셀리노 팔레르모 공항’이다. 이는 마피아 수사를 지휘하다 1992년에 테러로 사망한 두 판사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마피아와 시칠리아는 떼놓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내내 그 흔한 소매치기 한 번 만나지 않았다. 기차에서 만난 노인의 말대로 마피아는 관광객들을 ‘건드리지’ 않는 것인가. 아무튼 영화사상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대부’ 시리즈는 이탈리아 장면을 팔레르모에서 촬영했다. ‘대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부모와 가족을 모두 잃고 아홉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고생 끝에 뉴욕 암흑가의 보스로 군림하는 마피아 두목 돈 콜레오네의 이야기다.●대문호 괴테가 사랑한 도시 팔레르모 마피아는 마피아고, 관광객들에게 팔레르모는 가슴 설레게 하는 도시다. 대문호 괴테는 그의 책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팔레르모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극찬하며 “시칠리아를 보지 않고는 이탈리아를 보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소설가 김영하는 “시칠리아에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생각해 오던 이탈리아가 있었다”고 썼다. 유럽과 아랍 양식이 어울린 건축물들,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 크고 작은 성당으로 놓인 골목이 도시 곳곳에 가득하다. 팔레르모 여행의 출발점은 프레토리아 광장이다. 광장 주위로 스페인 바로크풍의 집들이 펼쳐진다. 광장 서쪽에 있는 노르만 왕궁은 꼭 찾아봐야 한다. 아랍풍의 천장과 비잔틴식 모자이크가 조화를 이룬 멋진 건물이다. 팔레르모 대성당은 1185년부터 짓기 시작해 약 600년에 걸쳐 건축됐다. 원래는 비잔티움 양식으로 짓기 시작했지만 워낙 오랜 기간에 걸쳐 지어졌기 때문에 여러 세대의 건축 양식을 보여 준다. 여행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단연 시장이다. 이 중 부치리아시장은 팔레르모에서 가장 유명하고, 시칠리아에서 가장 크다. 갖가지 해산물과 과일, 치즈, 농산물 등 없는 것이 없다. 우리나라의 5일장처럼 떠들썩하다. 팔레르모 사람들은 “만약 부치리아시장 바닥이 마른다면”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이 말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는 뜻이다.●시칠리아의 자부심 카놀리와 파스타 팔레르모의 거리를 걷다 보면 손에 길쭉한 과자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인 ‘카놀리’다. 밀가루에 와인을 넣어 반죽한 후 튜브 모양으로 얇게 돌돌 말아 튀긴 후 안에 부드러운 리코타 치즈를 채워 넣은 것이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카놀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대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시리즈 3편에서 팔레르모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를 감상하며 독이 든 카놀리를 먹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마피아가 등장한다. 그는 도저히 카놀리의 달콤한 유혹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카놀리를 만지작거리다 한 입 크게 베어 문다. 그러고는 목을 잡고 의자에서 쓰러진다. 그의 발 밑에는 먹다 남은 카놀리가 부서져 있다. 카놀리 사랑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장면이 있다. 배신자를 처단하러 외출하는 행동대장 클레멘자에게 아내가 카놀리를 사오라고 부탁한다. 적에게는 잔혹한 마피아이지만 가족에게는 누구보다 극진한 마피아답게 클레멘자는 카놀리부터 사놓는다. 마침내 조직의 배신자를 제거한 클레멘자는 부하에게 가장 먼저 이렇게 말한다. “총은 놔두고 카놀리나 챙겨.”(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 긴박하고 심각한 상황 속에도 냉혹한 마피아가 카놀리만은 잊지 않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아마도 영화의 배경이 시칠리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이왕 음식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이야기해 보자. 이탈리아 하면 파스타가 떠오르고 파스타 하면 이탈리아에서도 시칠리아다. 시칠리아는 서양에서 최초로 파스타를 전수받은 지역이다. 파스타의 시작은 국수인데, 히말라야산맥 북부 중앙아시아 지역의 유목 민족들이 처음 만들어 먹기 시작한 국수가 중국으로 이동하면서 음식으로 자리잡았고, 이 국수를 13세기 마르코 폴로가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가는 길에 가져가며 이것이 파스타로 ‘변이’를 일으켰다고 한다. 물론 이는 가설에 불과하다. 중세사학자 몬타나리가 쓴 ‘유럽의 음식문화’(새물결·2001)를 보면 생 파스타는 고대부터 지중해 연안, 중국 등에 널리 알려졌으나, 마른 파스타는 근대에 사막을 이동하는 이슬람인들이 발명했다고 한다. 사막을 횡단하는 오랜 기간 운반과 저장이 쉬운 음식이 필요했고 그러던 차에 건조 파스타를 개발해 낸 것이다. 밀가루와 물, 소금을 넣고 만든 반죽을 얇게 밀어서 건조시키는 이 방법은 11세기경 이슬람 상인들이 시칠리아로 건너오면서 이탈리아에도 본격적으로 전해졌다. 시칠리아 파스타는 해산물과 채소를 많이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목축이 발달하지 않아 육류와 치즈는 귀하지만 해산물은 풍부한 섬이어서 그렇다. 파스타 중에서도 정어리의 일종인 사르데 파스타가 유명한데, 올리브 오일과 정어리, 소금으로 맛을 낸다. ‘쿠스쿠스’라는 아랍풍의 파스타도 많이 먹는다. 국수류가 아닌, 좁쌀처럼 생긴 것인데 밀가루로 만들기 때문에 파스타로 분류된다. 시칠리아를 여행하고 온 후 파스타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생크림에 면을 담아 주던 수준이었던 한국형 카르보나라는 이탈리아에 존재하지 않았다. 버터와 계란 노른자, 베이컨 약간, 후추와 소금을 뿌린 ‘뻑뻑한’ 카르보나라의 맛에 길들여지고 말았다.●우연히 닿은 18세기 도시 모디카 시칠리아는 한국인에게 다소 낯선 관광지다. 로마, 베네치아, 밀라노 같은 이탈리아 본토의 주요 도시는 배낭 여행과 패키지 여행의 단골 코스가 됐지만 시칠리아까지 가는 여행객은 드물다. 로마에서 기차를 타면 메시나에 닿는다. 그리고 메시나에서 1시간 정도를 가면 카타니아다. 카타니아는 시칠리아 제2의 도시. 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인들이 세운 도시다. 카타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에트나 화산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화산으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카타니아에 갔다면 꼭 어시장에 들러 보기를 권한다. 이른 아침 찾아야 제대로 볼 수 있지만 오후에 가도 시장의 정취를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참치와 조개, 새우 등 갖가지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시장은 활력으로 넘친다. 생선값을 흥정하는 이탈리아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카타니아에서 며칠 머문 후 모디카로 향했다. 모디카는 시칠리아 남동부에 위치한 자그마한 도시다. 팔레르모와 타오르미나, 시라쿠사 등 시칠리아의 큰 도시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꼭 한번쯤 찾아볼 만한 매력적인 도시다. 이탈리아 여행은 약간의 인내를 필요로 한다. 철도의 잦은 파업, 주먹구구식인 철도와 시외버스 시스템은 끊임없이 여행 계획을 수정하게 만든다. 모디카로 가는 여정 역시 그랬다. 원래 계획은 카타니아의 에트나 화산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탈 예정이었지만,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는 버스 시간표가 엉망이었다. 정류장 앞의 바에 들어가 왜 버스가 오지 않냐고 물어보았지만 주인은 “30분 전에 떠났다”며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아마 이런 뜻이었겠지. “이탈리아에선 원래 이래.” 어쩔 수 없었다. 커피를 마시며 어떻게 할까 고민해보는 수밖에. 멍하니 앉아 있는 동양의 여행자가 안쓰러웠는지 바 주인이 다가왔다. “모디카라는 곳에 가보는 게 어때?” 고개를 들자 그가 말을 이었다. “음… 모디카는 시칠리아의 숨겨진 명소라고 할까? 관광객으로 붐비는 팔레르모나 타오르미나, 아그리젠토보다는 훨씬 멋진 곳이지. 아마 18세기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디카행 버스가 들어왔다. 그는 얼른 타라는 눈짓을 보내왔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때론 일정에도 없던 여정이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법이다. 그리고 2시간 후 바 주인의 말처럼 18세기의 중세도시를 걷고 있었다. 모디카는 BC 400년 무렵 시쿨리족이 건설했다고 한다. 12~17세기에는 매우 부유한 곳이었지만 1613년과 1693년 발생한 지진, 1833년의 홍수로 인해 파괴됐다. 하지만 모디카는 곧 도시를 재건했다. 모디카는 칼타기론, 밀리텔로발디카타니아, 노토, 파라졸로, 라구사, 시클리 등 히블라이아산 기슭에 위치한 이웃 8개 도시들과 함께 ‘발디노토 지역의 바로크 후기 마을’로 불린다. 지진과 홍수로 파괴된 이 도시들은 재건 사업을 하면서 파괴된 도시가 있던 자리나 그 근처에 세워졌는데,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17세기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간 바로크 양식이 절정을 이루었던 당시의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이들 도시의 바로크 후기 모습은 지금까지도 잘 보존돼 2002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모디카의 옛 영화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건물은 ‘산피에트로성당’과 ‘산조르조성당’이다. 산피에트로성당은 광장 가까이 있는 것으로 아직도 웅장한 18세기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산조르조성당은 모디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모디카의 모습이 장관이다. 마치 레고 블록을 정교하게 맞춰놓은 듯한 도시의 모습에 입이 벌어진다. 피렌체, 베네치아, 로마와는 또 다른 이탈리아의 모습이다. 이탈리아에는 예전에 ‘사생활’이라는 말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 이탈리아 사람들이 쓰는 ‘프리바토’(Privato)라는 말은 영어 ‘프라이버시’(Privacy)에서 따온 말이다. 모디카의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프라이빗’이 없는 시칠리아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 삶의 특징 중 하나는 동네 사람들이 서로서로를 다 알고 지낸다는 것이다.●이탈리아 최고의 염전도시 트라파니 시칠리아를 여행한다면 시간을 내 트라파니에 가볼 것을 권한다. 섬 서북쪽에 위치한 트라파니는 시칠리아의 여느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풍광을 보여 준다. 이 도시들이 바로크풍의 건물들과 그리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유적지로 가득한 반면 트라파니는 이 도시들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로맨틱한 풍경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광활한 염전과 염전 위에 서 있는 붉은 기와지붕을 얹은 풍차다. 트라파니로 떠나기 전 시칠리아 모디카에서 만난 미슐랭 요리사 주세페는 자신은 요리를 할 때 반드시 트라파니산 천일염을 사용한다고 했다. “소금이 음식 맛의 절반이지. 이탈리아에서 가장 질 좋은 소금은 오직 트라파니에서만 구할 수 있어. 파스타 역시 마찬가지야.” “한 가지 질문이 더 있어요.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려면 뭐가 가장 필요하죠?”라고 묻자 주세페가 말했다. “큰 냄비를 갖추는 것.” 이런, 신선한 재료도 아니고 좋은 밀가루도 아니고 고작 큰 냄비라니. 주세페는 이렇게 답하며 눈을 찡긋했다. “스파게티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수 중 가장 딱딱해. 이를 제대로 삶기 위해선 기다란 스파게티가 통째로 담기는 냄비가 필요하지.”■여행수첩 인천에서 로마행 항공은 다양하다. 로마에선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해 팔레르모나 카타니아로 간다. 시칠리아의 주요 도시까지 연결되는 항공편은 국영항공사인 알이탈리아 홈페이지(www.alitali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로마에서 열차로도 갈 수 있다. 이탈리아 국영철도 홈페이지(www.trenitalia.com)에서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 12시간 정도 걸리므로 침대칸을 이용하는 게 좋다.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루트는 크게 두 가지다. 섬 북부 왼쪽의 팔레르모에서 섬 왼쪽으로 돌면서 트라파니와 아그리젠토를 보고 로마나 나폴리로 귀환하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 방법은 섬 오른쪽으로 돌면서 카타니아, 시라쿠사, 라구사, 타오르미나를 여행하는 것. 되도록이면 한 방향으로 도는 것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시칠리아는 지중해성 기후다. 겨울에도 낮에는 그다지 춥지 않다. 하지만 밤과 아침에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 심한 일교차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 잔혹하도록 달콤한 유혹…모를수록 놀라운 여정

    잔혹하도록 달콤한 유혹…모를수록 놀라운 여정

    “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 (총은 놔두고 카놀리나 챙겨)”“부온 조르노! 퀘스토에 시칠리아.”(Buon giorno! Questo e sicilia,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시칠리아입니다) 이탈리라 로마 테르미니역을 출발한 기차가 밤새 바다를 건너 시칠리아에 닿았을 때 열차에서는 이렇게 안내방송이 나왔다. 드디어 시칠리아였다. 시칠리아를 찾은 이유는 영화 ‘대부’ 때문이었다. 나는 배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의 엄청난 팬이었다. 이들이 출연한 ‘대부’ 시리즈를 보며 언젠가 꼭 한번 시칠리아를 찾겠다는 열망을 가슴에 지닌 채 살아왔다. 드디어 그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해체돼 배에 실린 기차는 메시나에 도착해 다시 조립되어 철로를 달린 후 시칠리아의 첫 목적지인 카타니아로 내려놓을 것이다.●“마피아는 관광객들을 건드리지 않는다네.” 시칠리아 하면 많은 사람들이 마피아를 먼저 떠올리나 보다. 시칠리아로 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마피아를 조심해.” 그럴 만도 했다. 인터넷으로 시칠리아를 검색하면 마피아와 연관된 항목이 주르륵 올라온다. 실제로 시칠리아의 주도인 팔레르모는 이탈리아 최대 마피아 조직의 본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로마에서 시칠리아로 가는 기차 안에서 옆 자리에 앉은 이탈리아 노인(멋진 감색 양복에 붉은 머플러를 길게 두르고 중절모를 쓴 그 역시 약간 마피아스러웠던 것 같다)에게 “요즘에도 시칠리아에서는 마피아가 길거리 총격전을 벌이기도 하나요?” 하고 물었다. 그는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요. 가끔씩 일어나긴 하는데 다 옛날 일이죠.” 그리고 덧붙였다. “마피아는 관광객들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답니다. 안심하세요.” 고대 그리스의 식민도시가 건설되기도 했고 로마와 비잔틴제국, 아랍과 노르만족의 영향을 받아 왔던 시칠리아. ‘혹시 그리스에 온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고대 그리스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다. 20일 동안 시칠리아를 여행해 본 후 내린 결론은 유럽 어느 도시보다 친절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한 곳이 바로 시칠리아라는 것. 2018년 12월의 국내 신문들은 “이탈리아 경찰이 현지시간 4일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에서 대대적인 마피아 단속 작전을 펼쳐 마피아 고위급 조직원 46명을 체포했으며 우두머리인 80세 세티미노 미네오 등 거물급 조직원들을 조직범죄 연루와 갈취 등의 혐의로 붙잡았다”고 전했다. 아 참, 팔레르모 공항의 정식 명칭은 ‘팔코네와 보르셀리노 팔레르모 공항’이다. 이는 마피아 수사를 지휘하다 1992년에 테러로 사망한 두 판사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마피아와 시칠리아는 떼놓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내내 그 흔한 소매치기 한 번 만나지 않았다. 기차에서 만난 노인의 말대로 마피아는 관광객들을 ‘건드리지’ 않는 것인가. 아무튼 영화사상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대부’ 시리즈는 이탈리아 장면을 팔레르모에서 촬영했다. ‘대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부모와 가족을 모두 잃고 아홉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고생 끝에 뉴욕 암흑가의 보스로 군림하는 마피아 두목 돈 콜레오네의 이야기다.●대문호 괴테가 사랑한 도시 팔레르모 마피아는 마피아고, 관광객들에게 팔레르모는 가슴 설레게 하는 도시다. 대문호 괴테는 그의 책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팔레르모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극찬하며 “시칠리아를 보지 않고는 이탈리아를 보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소설가 김영하는 “시칠리아에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생각해 오던 이탈리아가 있었다”고 썼다. 유럽과 아랍 양식이 어울린 건축물들,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 크고 작은 성당으로 놓인 골목이 도시 곳곳에 가득하다. 팔레르모 여행의 출발점은 프레토리아 광장이다. 광장 주위로 스페인 바로크풍의 집들이 펼쳐진다. 광장 서쪽에 있는 노르만 왕궁은 꼭 찾아봐야 한다. 아랍풍의 천장과 비잔틴식 모자이크가 조화를 이룬 멋진 건물이다. 팔레르모 대성당은 1185년부터 짓기 시작해 약 600년에 걸쳐 건축됐다. 원래는 비잔티움 양식으로 짓기 시작했지만 워낙 오랜 기간에 걸쳐 지어졌기 때문에 여러 세대의 건축 양식을 보여 준다. 여행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단연 시장이다. 이 중 부치리아시장은 팔레르모에서 가장 유명하고, 시칠리아에서 가장 크다. 갖가지 해산물과 과일, 치즈, 농산물 등 없는 것이 없다. 우리나라의 5일장처럼 떠들썩하다. 팔레르모 사람들은 “만약 부치리아시장 바닥이 마른다면”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이 말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는 뜻이다.●시칠리아의 자부심 카놀리와 파스타 팔레르모의 거리를 걷다 보면 손에 길쭉한 과자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인 ‘카놀리’다. 밀가루에 와인을 넣어 반죽해 튜브 모양으로 얇게 돌돌 말아 튀긴 후 안에 부드러운 리코타 치즈를 채워 넣은 것이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카놀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대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시리즈 3편에서 팔레르모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를 감상하며 독이 든 카놀리를 먹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마피아가 등장한다. 그는 도저히 카놀리의 달콤한 유혹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카놀리를 만지작거리다 한 입 크게 베어 문다. 그러고는 목을 잡고 의자에서 쓰러진다. 그의 발 밑에는 먹다 남은 카놀리가 부서져 있다. 카놀리 사랑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장면이 있다. 배신자를 처단하러 외출하는 행동대장 클레멘자에게 아내가 카놀리를 사오라고 부탁한다. 적에게는 잔혹한 마피아이지만 가족에게는 누구보다 극진한 마피아답게 클레멘자는 카놀리부터 사놓는다. 마침내 조직의 배신자를 제거한 클레멘자는 부하에게 가장 먼저 이렇게 말한다. “총은 놔두고 카놀리나 챙겨.”(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 긴박하고 심각한 상황 속에도 냉혹한 마피아가 카놀리만은 잊지 않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아마도 영화의 배경이 시칠리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이왕 음식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이야기해 보자. 이탈리아 하면 파스타가 떠오르고 파스타 하면 이탈리아에서도 시칠리아다. 시칠리아는 서양에서 최초로 파스타를 전수받은 지역이다. 파스타의 시작은 국수인데, 히말라야산맥 북부 중앙아시아 지역의 유목 민족들이 처음 만들어 먹기 시작한 국수가 중국으로 이동하면서 음식으로 자리잡았고, 이 국수를 13세기 마르코 폴로가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가는 길에 가져가며 이것이 파스타로 ‘변이’를 일으켰다고 한다.물론 이는 가설에 불과하다. 중세사학자 몬타나리가 쓴 ‘유럽의 음식문화’(새물결·2001)를 보면 생 파스타는 고대부터 지중해 연안, 중국 등에 널리 알려졌으나, 마른 파스타는 근대에 사막을 이동하는 이슬람인들이 발명했다고 한다. 사막을 횡단하는 오랜 기간 운반과 저장이 쉬운 음식이 필요했고 그러던 차에 건조 파스타를 개발해 낸 것이다. 밀가루와 물, 소금을 넣고 만든 반죽을 얇게 밀어서 건조시키는 이 방법은 11세기경 이슬람 상인들이 시칠리아로 건너오면서 이탈리아에도 본격적으로 전해졌다. 시칠리아 파스타는 해산물과 채소를 많이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목축이 발달하지 않아 육류와 치즈는 귀하지만 해산물은 풍부한 섬이어서 그렇다. 파스타 중에서도 정어리의 일종인 사르데 파스타가 유명한데, 올리브 오일과 정어리, 소금으로 맛을 낸다. ‘쿠스쿠스’라는 아랍풍의 파스타도 많이 먹는다. 국수류가 아닌, 좁쌀처럼 생긴 것인데 밀가루로 만들기 때문에 파스타로 분류된다. 시칠리아를 여행하고 온 후 파스타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생크림에 면을 담아 주던 수준이었던 한국형 카르보나라는 이탈리아에 존재하지 않았다. 버터와 계란 노른자, 베이컨 약간, 후추와 소금을 뿌린 ‘뻑뻑한’ 카르보나라의 맛에 길들여지고 말았다.●우연히 닿은 18세기 도시 모디카 시칠리아는 한국인에게 다소 낯선 관광지다. 로마, 베네치아, 밀라노 같은 이탈리아 본토의 주요 도시는 배낭 여행과 패키지 여행의 단골 코스가 됐지만 시칠리아까지 가는 여행객은 드물다. 로마에서 기차를 타면 메시나에 닿는다. 그리고 메시나에서 1시간 정도를 가면 카타니아다. 카타니아는 시칠리아 제2의 도시. 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인들이 세운 도시다. 카타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에트나 화산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화산으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카타니아에 갔다면 꼭 어시장에 들러 보기를 권한다. 이른 아침 찾아야 제대로 볼 수 있지만 오후에 가도 시장의 정취를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참치와 조개, 새우 등 갖가지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시장은 활력으로 넘친다. 생선값을 흥정하는 이탈리아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카타니아에서 며칠 머문 후 모디카로 향했다. 모디카는 시칠리아 남동부에 위치한 자그마한 도시다. 팔레르모와 타오르미나, 시라쿠사 등 시칠리아의 큰 도시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꼭 한번쯤 찾아볼 만한 매력적인 도시다. 이탈리아 여행은 약간의 인내를 필요로 한다. 철도의 잦은 파업, 주먹구구식인 철도와 시외버스 시스템은 끊임없이 여행 계획을 수정하게 만든다. 모디카로 가는 여정 역시 그랬다. 원래 계획은 카타니아의 에트나 화산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탈 예정이었지만,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는 버스 시간표가 엉망이었다. 정류장 앞의 바에 들어가 왜 버스가 오지 않냐고 물어보았지만 주인은 “30분 전에 떠났다”며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아마 이런 뜻이었겠지. “이탈리아에선 원래 이래.” 어쩔 수 없었다. 커피를 마시며 어떻게 할까 고민해보는 수밖에. 멍하니 앉아 있는 동양의 여행자가 안쓰러웠는지 바 주인이 다가왔다. “모디카라는 곳에 가보는 게 어때?” 고개를 들자 그가 말을 이었다. “음… 모디카는 시칠리아의 숨겨진 명소라고 할까? 관광객으로 붐비는 팔레르모나 타오르미나, 아그리젠토보다는 훨씬 멋진 곳이지. 아마 18세기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디카행 버스가 들어왔다. 그는 얼른 타라는 눈짓을 보내왔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때론 일정에도 없던 여정이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법이다. 그리고 2시간 후 바 주인의 말처럼 18세기의 중세도시를 걷고 있었다. 모디카는 BC 400년 무렵 시쿨리족이 건설했다고 한다. 12~17세기에는 매우 부유한 곳이었지만 1613년과 1693년 발생한 지진, 1833년의 홍수로 인해 파괴됐다. 하지만 모디카는 곧 도시를 재건했다. 모디카는 칼타기론, 밀리텔로발디카타니아, 노토, 파라졸로, 라구사, 시클리 등 히블라이아산 기슭에 위치한 이웃 8개 도시들과 함께 ‘발디노토 지역의 바로크 후기 마을’로 불린다. 지진과 홍수로 파괴된 이 도시들은 재건 사업을 하면서 파괴된 도시가 있던 자리나 그 근처에 세워졌는데,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17세기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간 바로크 양식이 절정을 이루었던 당시의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이들 도시의 바로크 후기 모습은 지금까지도 잘 보존돼 2002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모디카의 옛 영화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건물은 ‘산피에트로성당’과 ‘산조르조성당’이다. 산피에트로성당은 광장 가까이 있는 것으로 아직도 웅장한 18세기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산조르조성당은 모디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모디카의 모습이 장관이다. 마치 레고 블록을 정교하게 맞춰놓은 듯한 도시의 모습에 입이 벌어진다. 피렌체, 베네치아, 로마와는 또 다른 이탈리아의 모습이다. 이탈리아에는 예전에 ‘사생활’이라는 말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 이탈리아 사람들이 쓰는 ‘프리바토’(Privato)라는 말은 영어 ‘프라이버시’(Privacy)에서 따온 말이다. 모디카의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프라이빗’이 없는 시칠리아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 삶의 특징 중 하나는 동네 사람들이 서로서로를 다 알고 지낸다는 것이다.●이탈리아 최고의 염전도시 트라파니 시칠리아를 여행한다면 시간을 내 트라파니에 가볼 것을 권한다. 섬 서북쪽에 위치한 트라파니는 시칠리아의 여느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풍광을 보여 준다. 이 도시들이 바로크풍의 건물들과 그리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유적지로 가득한 반면 트라파니는 이 도시들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로맨틱한 풍경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광활한 염전과 염전 위에 서 있는 붉은 기와지붕을 얹은 풍차다. 트라파니로 떠나기 전 시칠리아 모디카에서 만난 미슐랭 요리사 주세페는 자신은 요리를 할 때 반드시 트라파니산 천일염을 사용한다고 했다. “소금이 음식 맛의 절반이지. 이탈리아에서 가장 질 좋은 소금은 오직 트라파니에서만 구할 수 있어. 파스타 역시 마찬가지야.” “한 가지 질문이 더 있어요.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려면 뭐가 가장 필요하죠?”라고 묻자 주세페가 말했다. “큰 냄비를 갖추는 것.” 이런, 신선한 재료도 아니고 좋은 밀가루도 아니고 고작 큰 냄비라니. 주세페는 이렇게 답하며 눈을 찡긋했다. “스파게티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수 중 가장 딱딱해. 이를 제대로 삶기 위해선 기다란 스파게티가 통째로 담기는 냄비가 필요하지.” ■여행수첩 인천에서 로마행 항공은 다양하다. 로마에선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해 팔레르모나 카타니아로 간다. 시칠리아의 주요 도시까지 연결되는 항공편은 국영항공사인 알이탈리아 홈페이지(www.alitali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로마에서 열차로도 갈 수 있다. 이탈리아 국영철도 홈페이지(www.trenitalia.com)에서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 12시간 정도 걸리므로 침대칸을 이용하는 게 좋다.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루트는 크게 두 가지다. 섬 북부 왼쪽의 팔레르모에서 섬 왼쪽으로 돌면서 트라파니와 아그리젠토를 보고 로마나 나폴리로 귀환하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 방법은 섬 오른쪽으로 돌면서 카타니아, 시라쿠사, 라구사, 타오르미나를 여행하는 것. 되도록이면 한 방향으로 도는 것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시칠리아는 지중해성 기후다. 겨울에도 낮에는 그다지 춥지 않다. 하지만 밤과 아침에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 심한 일교차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 이란 원전 부근서 규모 4.9 지진…미사일 공격날 하필

    이란 원전 부근서 규모 4.9 지진…미사일 공격날 하필

    이란 남서부의 걸프만 연안에 자리 잡은 부셰르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8일(이란 현지시간) 규모 4.5의 지진이 두 차례 발생했다고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발표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0분쯤 이란 보라즈잔 시 남동쪽 10㎞ 지점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낮 12시 19분쯤 규모 4.5의 지진이 이어졌다. 두 차례 모두 진앙의 깊이는 약 10㎞였다. 지진 발생 지점으로부터 약 50㎞ 이내에 이란의 부셰르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이날 지진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지진으로 추정했다. 이 지역은 지난달에도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었다. 이란은 지리상으로 주요 지각판 위에 위치해 있어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난다.이란의 부셰르 원전은 2013년 9월 완공된 곳으로,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려 한다고 미국이 의심하고 있는 곳이다. 한편 이날 새벽 1시 20분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서부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북부의 에르빌 지역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방사능 오염 후쿠시마, 인간은 떠나고 야생동물은 북적

    방사능 오염 후쿠시마, 인간은 떠나고 야생동물은 북적

    방사능 오염으로 인간의 발길이 끊긴 후쿠시마 원전 일대에 야생동물이 북적이고 있다. 미국 조지아대학교와 일본 후쿠시마대학교 연구팀은 6일(현지시간) 후쿠시마 출입금지구역(FEZ) 이른바 ‘레드존’이 야생동물 차지가 되었다고 국제학술지 ‘생태학-환경 프런티어’(frontiers in ecology and the environment)에 보고했다. 조지아대학교 사바나 리버 생태학 연구소(Savannah River Ecology Laboratory) 필립 라이온스 교수와 후쿠시마대학교 환경방사능연구소 토머스 힌튼 교수 등이 포함된 연구팀은 2016년 5월부터 2017년 2월 사이 120일 동안 후쿠시마 원전 일대에 원격카메라를 설치하고 생태환경을 관찰했다.연구팀은 총 106대의 카메라에서 확보한 26만 7000여 장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너구리와 멧돼지, 마카크 원숭이, 꿩, 여우, 일본 산토끼, 일본 산양 등 약 20여 종의 야생동물이 후쿠시마 원전 일대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26만 7000여 장의 사진 중 4만 6000장 정도는 인간과 적을 두고 있는 야생 멧돼지의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제임스 비즐리 부교수는 “방사능 오염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대피지역 전체에 수많은 야생동물이 번성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또 “인간과 자주 충돌하는 동물, 특히 멧돼지는 주로 접근금지구역(FEZ) 카메라에 많이 잡혔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후쿠시마 원전 일대를 출입금지구역(FEZ) ‘레드존’, 오염이 덜 된 ‘옐로우존’(전면 마스크 착용 필수), 사람이 살 수 있는 ‘그린존’ 3구역으로 나누어 관찰을 진행했다. 그 결과 4만 6000장의 멧돼지 사진 중 2만 6000장 이상은 사람의 접근이 제한된 ‘레드존’에서 확보됐으며, 1만 3000장은 옐로우존, 7000장은 그린존에서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담비와 너구리, 마카크 원숭이도 다른 지역보다 ‘레드존’에서 더 많이 관찰됐다.이뿐만이 아니다. 출입금지구역 ‘레드존’에 서식하는 멧돼지에게서는 행동수정 현상도 엿볼 수 있었다. 연구팀은 “사람이 없는 레드존에 서식하는 멧돼지는 옐로우존과 그린존 등 인간이 활동하는 지역에 분포하는 멧돼지보다 낮에 더 활동적이었다”라고 보고했다. 원전 사고 이전 야생동물 개체 수에 대한 자료는 없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이 없는 곳에서 야생동물이 더 잘 번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만 오염 지역의 방사성 물질이 개별 동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파악되지 않았다.조지아대학교 사바나 리버 생태학 연구소 측은 2016년에도 원전 사고 이후 ‘죽음의 땅’으로 변한 체르노빌 출입금지구역(CEZ)이 야생동물의 보금자리가 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30대의 카메라를 94개 지점에 설치해 5주 동안 관찰한 연구팀은 사람이 살지 않는 제한구역에 회색늑대를 비롯해 여우와 라쿤, 사슴, 멧돼지, 곰 등 총 14종의 포유동물이 사는 것을 확인했다. 한편 2011년 3월 11일 동일본에서는 규모 9.0 대지진이 발생해 2만 5000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지진 여파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 원전이 폭발해 방사능이 유출됐으며 10만 명 이상이 피난길에 올랐다. 사고 이후 햇수로 9년이 넘었지만 아직 약 5만 명의 주민이 피난 생활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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