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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재 복원‘30年大計’세웠다

    문화재청의 ‘30년 뒤를 대비한 행정’이 화제다.빨라야 30년 뒤에 빛을 보는 일을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이다.기껏 다음해 계획을 세우기에 급급한 우리 행정 현실에서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문화재청은 최근 궁궐 등 중요 문화재를 복원하고 보수하는 데 쓸 목재를 30∼50년 뒤부터는 직접 만들어 충당한다는 계획을 세웠다.이를 위해 궁궐 건축에 쓰는 질 좋은 적송(赤松)이 많은 태백산맥 자락에 대규모 육림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염두에 둔 곳은 강원도 삼척군 미로면 활기리의 준경묘 일대.준경묘는 조선 태조의 6대조 무덤으로 인근 소나무는 질이 뛰어난 데다 원시림 보존상태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만평을 넘는 이곳에는 현재 수령이 100년 안팎인 직경 90㎝ 정도의 소나무가 자란다.그러나 궁궐이나 사찰의 기둥에 쓰려면 적어도 직경이 120㎝는돼야 한다.따라서 모양 좋은 소나무만 남겨두고 생장이 좋지 않은 나무나 잡목은 들어내는 방식으로 집중관리해 생장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이렇게 30년 정도 기르면 현재보다 직경 30㎝쯤 더 자라 기둥감이 된다는 것이다. 또 대상지의 상당 부분에 자라는 활엽수 등 잡목을 베어내고 그 자리에 소나무 묘목을 심기로 했다.문화재 건축에 필요한 목재가 되려면 이 또한 50년 기다려야 한다. 문화재청이 이렇게 먼 앞날을 내다보는 계획을 세운 까닭은 문화재용 목재를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현재 진행하는 경복궁 복원작업에조차국내산 소나무는 쓸 엄두를 내지 못한다.산림자원이 빈곤한 상태에서 거의남지 않은 질 좋은 소나무를 대량으로 베어 쓰기가 쉽지 않다.이런 나무는또 심산유곡에만 남아 벌채·운반비용도 수입목재를 쓸 때보다 오히려 많이든다.불가피하게 중국·캐나다산 소나무를 수입해 쓰지만 외국산 목재에 대한 국민 시선이 곱지 않은 사실도 부담이 된다. 문화재청이 고심하는 대목은 육림지를 현장에서 관리할 조직과 인원이 필요하나 구조조정 시대에 이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다만 준경묘 일대 땅이 문화재청 소유라서 매입 비용은 들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뮤지컬 ‘지하철 1호선’ 1,000회 진기록

    연극계 최악의 불황이라는 요즘도 하루에 수십가지 작품이 오르내리는 대학로.내달 6일 이 거리에 의미 있는 기록이 하나 세워진다.극단 학전(대표 김민기)의 소극장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1,000회 공연을 맞는 것.지난 94년 5월14일 첫 공연이후 6년만에 달성하는 귀한 기록이다. 토요일인 지난 22일 낮 학전블루소극장에는 역대 출연배우 20여명이 모였다. 옛 멤버가 모두 참여하는 ‘1,000회 특별공연’을 위한 준비모임이었다.‘지하철 1호선’은 배우 11명이 역을 바꿔가며 80여 배역을 소화하는데,특별공연에서는 이들이 역을 하나씩 나눠가져 우정출연하게 된다.95∼96년 멤버인오지혜씨는 “연출자와 배우,스탭이 모두 가족같은 분위기여서 가장 기억에남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지하철 1호선’을 거쳐간 배우는 66명,라이브밴드 연주자는 20명에 달한다.아무리 스타배우라도 반드시 오디션을 보게 하는 연출자 김민기의고집스런 캐스팅과정 덕에 이 작품 출신 연기자들은 누구보다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는다.영화 ‘박하사탕’의 설경구(94,96∼98년)방은진(94·96년)이 그렇고,권형준 이정헌 장현성 이미옥 등 수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이 작품으로 명성을 쌓았다. 매년 내용을 다듬어 장기공연하는 동안 극장을 찾은 관객은 15만명.여러번본 고정관객도 상당수라는 ‘지하철 1호선’의 저력은 무엇일까.아무 사전지식없이 공연을 본 관객이라면 이 작품이 김민기의 창작극이 아니라 독일작품의 번안이라는 데 깜짝 놀란다.86년 독일 극단 그립스가 초연한 ‘Line1’을원작으로 한 이 작품 어디에서도 번안극 흔적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 현실을 꿰뚫는 날카로운 주제의식과 이를 표현하는 양식이 우리정서에 가까이 닿아 있다.95년과 96년 ‘지하철 1호선’을 관람한 독일 원작자와 연출가도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라이브연주가 드물 때 5인조 밴드를 무대에 세워 생생한 록음악을 들려준 시도도 새로웠다. 지방 소도시 아가씨의 눈을 통해 본 베를린 풍경을 담은 원작은 ‘지하철 1호선’에서 서울에 온 연변처녀의 시선으로 바뀐다.사이비교주,가출소녀,강남 사모님 등 지하철 1호선 주변온갖 군상의 일상을 풍자와 해학으로 까발리는 한편에서는 윤락녀 혼혈아 외국노동자 등 사회에서 등떠밀린 사람들의어두운 그림자에도 애정어린 시선을 보낸다.그러나 해를 거듭하면서 ‘지하철 1호선’이 갖는 틀의 한계도 보인다.김민기씨는 “현재 작품은 90년대 것으로 정리하고 2000년대에는 새로운 내용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10년넘게 공연중인 독일에서도 지금까지 936회만을 기록해 이번 ‘지하철 1호선’1,000회 공연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폴커 루드비히(원작자)비르거 하이만(작곡자)토마스 아렌스(그립스극단 배우)등 공연 관계자와 ‘슈피겔’을 비롯한 독일 언론인이 독일문화원 초청으로 내한한다.학전측은 2월4∼6일 학전그린소극장에서 독일영화 ‘Line1’을 상영하고,2월말까지던 공연을 4월2일까지 연장키로 했다.(02)763-8233이순녀기자 coral@
  • 영화 ‘비천무’ 막바지 촬영 한창

    [중국 절강성 김종면기자] 삿갓을 눌러쓰고 뚜벅뚜벅 저자거리를 걷는 진하(신현준).날카로운 눈매에 비장함이 넘친다. 그 앞으로 늘어선 옷가게의 천들이 바람에 펄럭인다.진하의 얼굴은 순간 회한에 젖는다.설리(김희선)에게 옷이라도 한벌 지어 주었으면….카메라는 멀리서부터 진하의 동선을 집요하게 따라잡는다. 중국 상하이에서 남쪽으로 420㎞ 떨어진 저장성(浙江省)횡디엔(橫店)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세트장.한국영화 ‘비천무(飛天舞)’를 찍고 있는 이곳은온통 “슛”“안찡(安靜·조용)”“액션”소리로 왁자하다. ‘비천무’는 산천을 떠도는 고려 유민의 자식 진하와,몽골 장군과 한족 첩의 딸인 설리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무협멜로. 몽골인과 한족,고려인이 뒤얽혀 숙명적인 갈등을 거듭한 14세기 중엽 중국원나라가 무대다.김혜린의 무협순정만화 ‘비천무’를 원작으로 했다. 한국 영화사상 최대인 4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는 100% 중국 현지에서 쵤영한다.청명상하도를 거점으로 삼은 것은 이곳이 원나라와 건축양식이유사한 송나라 모습을그대로 재현했기 때문.모두 9구역으로 나눈 청명상하도는 저마다 북송의 문화를 대변한다. ‘비천무’팀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준광(정진영)의 거처인 남궁세가,진하의 생가인 호북유가장,호북성 무한의 소흥 저자거리 장면 등을 이곳에서 찍었다. 메가폰을 잡은 김영준감독(32)은 지난 93년 단편영화 ‘섬타임 섬웨어’로금관영화제 촬영상 등을 받으며 일찌감치 충무로의 주목을 받아온 기대주.태권도 3단·합기도 3단의 무술실력을 갖춘 액션영화광이기도 하다. “홍콩영화가 현란하고 아크로바틱한 무술에 치중한다면,일본 사무라이영화는 정적이면서 긴장감이 감도는 단칼승부를 강조합니다,반면 한국검법은 문헌에 잘 나와 있지 않아 고증이 어려워요.역동성과 비장미를 갖춘 한국적 무협의 틀을 만들고 싶습니다.”‘비천무’무술지도는 ‘동방불패’‘천녀유혼’의 정소동 무술팀에서 일한마옥성감독이 맡았다.배우의 몸에 줄을 매달고 고공연기를 펼치는 ‘와이어액션’같은 고난도 장면은 거의 다 찍은 상태다. 광활한 중국 대륙을 무대로 호쾌한 액션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6월 초 개봉할 예정이다. *北宋의 수도 '변경' 고스란히 재현 청명상하도는 원래 북송시대 화가인 장택단이 그린 그림 이름이다.북송의 수도인 변경의 문화와 풍속을 고스란히 담았다. 영화 촬영지 청명상하도는 장택단의 그림을 보고 당시 모습을 재현해 놓은곳으로 한국 경복궁 크기의 3배에 달하는 초대형 오픈 세트장이다. 건물이 120여채에 이르며 6군데 다리와 부두 9곳,각종 석상과 정자가 위용을자랑한다. 청명상하도에서 ‘청명’은 청명절을,‘하’는 변경성을 관통하는 가장 큰강인 변하를,‘상하’는 변하에 올랐음을 뜻한다.요컨대 청명상하도는 변경의 번창함을 나타난 그림이다. 하루 1만명이상 관광객이 찾는 유명 관광지이기도한 이곳에서 촬영한 대표적인 영화는 첸 카이거 감독의 ‘풍월’과 공리·장이모 주연의 ‘진용’.‘진용’의 인상적인 오프닝 장면은 바로 이곳 진(秦)황궁터에서 찍었다.
  • ‘녹두장군’ 오페라로 태어난다

    영남지역이 싹틔우고,호남지역이 꽃피운 동학농민혁명과 이 혁명을 이끈 전봉준의 이야기가 오페라로 만들어진 데 이어 두 지역의 대표적인 오페라단이협력하여 전국에서 공연한다. 호남오페라단과 영남오페라단은 차범석 원작,장일남 작곡의 창작오페라 ‘녹두장군’을 21·22일 대구시민회관과 28·29일 서울 국립극장 대극장,2월19일 부산문화회관,3월에는 포항과 광양(날짜 미정)에서 공연한다.대구와 서울의 공연시간은 오후 7시. 특히 서울 공연에서는 작곡자인 장일남의 지휘와 서울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28일에는 호남오페라단이,29일에는 영남오페라단이 각각 공연을나누어 맡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한다. ‘녹두장군’은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맞은 지난 96년 호남오페라단이 기획한 뒤 이 지역의 각계인사들이 추진위원회를 구성,4년여의 준비기간과 수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끝에 오페라로 재탄생시킬 수 있었다. 정갑균이 연출을 맡은 이번 공연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중운동인 동학혁명을역사적 고증을 통해 무대에서 재현하는 한편 운동을 이끈인물의 고뇌와 갈등을 그려낸다는 것이 중심 의도.백산봉기부터 전봉준의 처형까지의 동학혁명 전개과정을 4막8장에 담았고,한국적 색채가 짙은 가락을 중심으로 감미로운 음악에 다양한 무용도 곁들였다. 이 작품은 지난해 11월28∼12월1일 전주 삼성문화회관에서 이일구 지휘,정갑균 연출로 시연무대를 가졌고,여기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여 이번에 전국순회에 나서게 된 것이다. 서울 공연에서는 호남오페라단의 바리톤 김동식과 소프라노 김향란,테너 정기주,영남오페라단의 바리톤 고성현과 소프라노 유미숙,테너 임서규 등이 나오며 전주시립합창단,영남오페라단합창단,대학연합합창단이 나선다. 호남오페라단 관계자는 “앞으로 ‘녹두장군’을 전주지역의 대표적 오페라인 ‘춘향전’과 해마다 번갈아가며 상설공연하는 지역 문화상품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0652)288-6807서동철기자 dcsuh@
  • [데스크 시각] ‘거짓말’ 유감

    70년대 후반 아직 젊었을 때 미국으로 장사를 가는 어른들을 따라 LA에 간적이 있다.어른들은 낮에는 상담을 하고 저녁엔 영화관람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어른들은 저녁식사를 마치면 바로 영화관으로 향해 나도 따라다녔는데그 영화관이란 곳이 바로 ‘X등급’,소위 ‘포르노’를 상영하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몇번 따라다녔지만 나중에는 ‘지겨워’ 그냥 호텔방에남아 있던 기억이 난다. 요즘 영화 ‘거짓말’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얼마전 모 여성 탤런트의자전적 에세이집 ‘나도 때론 포르노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가 ‘음란성’여부로 논란을 빚다가 ‘문제없음’으로 끝을 맺었는데,‘거짓말’이 또 같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필자도 며칠전 영화를 봤다.첫회 상영이어서인지 관람석이 절반 정도만 찼지만 2회부터는 많이 붐볐다.관람객들은 젊은층과 중·노년층이 거의 반반씩은 되어 보였다.극장측 관계자에 따르면 신문방송에서 계속 떠들고 있기 때문인지 손님은 많은 편이라고 했다.아마도 신문과 방송의 잇단 보도가 시민들에게 ‘무슨 영화이길래’ 하는 호기심을 부추겼기 때문이리라.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람객들은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뭘 그리 호들갑이냐’는 듯 덤덤했는가하면 ‘영화 한편 잘 봤다’는 듯 시원해 하는 표정이었다.못볼 것을 본 사람들처럼 계면쩍어 하는 빛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흔히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그러한 것들이었다. 그들에게 소감을 묻는 일은 정말이지 ‘촌스러운’ 짓이었다. ‘성(性)’관련 문제만 나오면 우리나라의 ‘성(聖)’스러운 일부 계층에서는 우리의 미풍양속과 윤리도덕이 하루아침에 붕괴라도 되는 것처럼 난리법석을 떤다.그리고 젊은이들에게 ‘청교도적’ 윤리의식을 요구한다. 사실 영화 ‘거짓말’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원작에서 부터 큰 물의를 불러일으켰다.몇년전 원작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문단내에서 조차 논란을 빚은 바 있다.결국 작가 장정일이 시절과 장소를 ‘잘못 만나’ 구속되는 것으로 끝나긴 하였지만 창작물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여전히우리 사회의 화두이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 영화인회의가 걱정하는 것도 똑같다.“전근대적인 통제와 규제중심의 이분법적인 성도덕과 문화적 규범으로 강제하려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역시 ‘표현의 자유’를 들먹인다. 기본적으로 영화 ‘거짓말’은 우리사회에 한 때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지만 나름대로 ‘메시지’를 지닌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자주 성애장면이 등장한다고 해서 ‘거짓말’을 단순히 흥미 위주의 ‘저급한’ 성애영화로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지난해 베니스영화제를 비롯한 각종 국제영화제와 현지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은 것은 이 영화가 ‘동양에서 만든’ 이색적인 ‘포르노 영화’였기 때문만이었을까. 영화를 보노라면 2번의 등급보류 끝에 등급을 내준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들의 고심을 엿볼 수 있다.그들도 사회적 책임이 무엇이라는 것을 아는,지성을 갖춘 인사들이다.그들을 믿지 못할 것이 무엇인가.정작 믿지 못할 것은오락가락 하는 당국이다. 그래서 또다시 지난해 논의되다 중단된 ‘성인전용관’ 문제를 재고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그렇게 청소년들이 걱정된다면 말이다.대처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성문제만 나오면 ‘마녀사냥’식으로 여론몰이나 하면서 사법적 잣대로만 해결하려는 발상은 이제 그만 둬야 한다. ‘거짓말’이 포르노영화냐 아니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그것은 궁극적으로 관객들이 판단해야 할 문제다.세계는 빠르게 변해 가고 있고 우리사회의 의식이나 가치관도 어제오늘이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선진외국에서는 30년도 넘은 지난 세기에 도입해 운용하고 있는 ‘등급외 전용관’을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도 도입하지 못할만큼 미숙한 것일까.‘등급외 전용관’에 두리번두리번 남이 볼까 두려워 하며 들락거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결국은 호기심도 시들해지고 말 것이다. 박찬 특집기획팀장
  • KBS 프로그램 일부 개편

    ‘시청률을 위해 공영성을 살짝 접고 아는 길로 쉽게 가자.’ KBS가 최근 프로그램 부분개편에서 보여준 속내다. KBS는 우선 시트콤(시츄에이션 코미디) 두 편을 신설,지난 2년동안 침체됐던 드라마 부흥을 노린다. 22일과 2월13일부터 각각 시작하는 시트콤은 ‘반쪽이네 가족일기’(토요일저녁8시50분)와 ‘비서’(일요일 저녁8시50분).시트콤 두 편을 주말 저녁시간에 편성한 것은 SBS나 MBC와 달리 시트콤에서 재미를 본 적이 없는 KBS로서는 모험이다.시트콤은 집단창작체제와 고도의 계산된 연출·연기가 필요한 고차원의 장르다.그런데 국내 방송사에서는 제작비 적게 들이고 쉽게 만들수 있는 장르로 자주 활용,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KBS의 이번 시트콤에서는 다른 면모가 기대되기도 한다.‘반쪽이네 가족일기’에서는 2년만에 TV브라운관에 돌아오는 정애리가 출연한다.‘비서’는 MBC 미니시리즈 ‘연애의 기초’,주말극 ‘고개 숙인 남자’ 등에서 깔끔한 영상과 절제된 연출로 스타덤에 오른 황인뢰PD가 연출을 맡고 심혜진이 출연한다.세 사람 모두 시트콤은 처음이다. ‘반쪽이네 가족일기’는 서울대 미대 출신의 만화가 최정현씨가 쓴 만화 ‘평등부부 반쪽이네 가족일기’가 원작.만화가 최정현씨(김창완),영화평론가인 그의 아내 변재란씨(정애리)와 그들의 딸(황채린)이 주위 사람들과 함께살아가면서 겪는 일상을 다룬다.‘비서’는 비서출신의 작가 신숙영이 PC통신에 띄워 히트한 ‘비서일기’가 원작이다. 하지만 후발 주자인 KBS가 그간의 비판을 불식하고 시트콤의 묘미를 보여줄수 있을지는 미지수. 새로운 형식의 퀴즈프로그램으로 주목받던 ‘퀴즈크래프트’는 방송 석달만에 퇴출됐다.그동안 드라마가 다루지 않았던 문제들을 진지하게 끌어안는 노력을 보여주었던 ‘광끼’도 막을 내렸다.대신 이 자리들엔 인기프로가 옮겨앉거나 제작이 쉬운 프로로 대체됐다. 13일 끝난 ‘퀴즈크래프트’는 첫 방송되던 지난해 10월 시청자의 실시간 방송참여를 만들어내 화제였다.그러나 시스템 과부하 등으로 지난해 12월 일반 퀴즈프로로 변했고 이번에 ‘개그콘서트’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개그콘서트’는지난해 PD들이 뽑은 올해의 가장 좋은 쇼·오락프로그램으로 이번개편에서 방송시간이 두시간 앞당겨졌다.드라마 ‘광끼’자리에는 숫자에 대한 다양한 코너로 이뤄진 ‘숫자쇼! 1플러스 2’(목요일 저녁7시5분)라는 오락프로가 방송된다. 전경하기자 lark3@
  • [미리 보는 문화프로젝트 2000](3)광주항쟁 기념극

    ◆'임철우의 봄날'지난 7일 오후 광주시 광산구 공무원연수원 회의실.극단 무천 대표인 연출가 김아라씨를 중심으로 50여명의 배우가 대본읽기에 한창이었다.바깥은 영하의 날씨로 매서웠지만 원로배우 권성덕씨부터 공개오디션에서 뽑힌 신참 연기자들까지,전 출연진이 뿜어내는 열기로 실내는 봄날처럼 따뜻했다.서울에서 내려와 합숙한 지 4일째.오는 3월10∼12일 서울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될 광주민주항쟁 20주년 기념극 ‘임철우의 봄날’은 이렇게 겨울의 한가운데서 조용히 준비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그 얘기냐’고 말할지 모릅니다.이제는 역사속에묻히길 바라는 사람도 많구요.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이들중에 과연 진실을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광주얘기만 나오면 지레 손사래부터 치는 사람들,이제 그쯤했으면 그만 덮어둘법도 하다며 애써 고개돌리는 사람들.이들을 위해 김아라씨는 20년전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에두르지않고 정면으로 무대위에 올려놓을 작정이다. 소설가이자 전남대 교수인 임철우씨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한 ‘…봄날’은,5·18당시 대학 연극반 학생이었던 원작자의 분신 한명기가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기존의 드라마구조 대신 다큐멘터리와 드라마,퍼포먼스가 융합된 새로운 형식이다. 봄날 아침마냥 화사한 빛이 내려앉은 무대.천상의 공간처럼 조용하고 한가한 이곳에 죽은 자들의 혼령이 하나둘 불려나와 증언대앞에 선다.5월16일부터열흘간의 광주 역사는 이들의 증언과 상황재현,대형 스크린에 펼쳐지는 필름,사진,신문 등의 자료,그리고 합창과 시낭송 등을 통해 총체적으로 그려진다.정동환 최종원 정진각 등의 중견연기자와 서울·광주에서 공개오디션을 거쳐 뽑힌 50여명의 배우들이 1인 다역으로 출연한다. 김씨는 “한발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광주를 보려한 원작의 취지 그대로 연극도 피해자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있는 사실을 그대로 재구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파격적이고 실험적’이기로 소문난 김씨는 이때문에 이 작품에서 연출자로서의 개인적인 욕심은 아예 버렸다고 했다. ‘…봄날’은 애초 광주시와 광주 연극인들에 의해 지역행사로 기획됐다.그러나 지난해 8월 연출 섭외를 받은 김씨가 서울을 비롯해 전국순회공연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판’이 커졌다.5·18이 광주인들만의 잊혀진 역사로 남게 해서는 안되며,전체가 공유해야 할 기억이라는 생각에서였다.광주항쟁을 다룬 연극이 서울에서,그것도 국립극장 무대에서 공연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그러나 5월18·19일 광주문예회관 공연 전에 갖기로 한 기타 지역 순회공연은 총선과 일정이 겹치면서 진행이 불투명해졌다. 한달간 광주 합숙훈련을 마치면 서울에 올라와 마무리 연습을 할 예정인 김씨는 “과거의 상처를 끄집어내 고발하는 무대이기보다는 앞으로 우리 역사에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게끔 공감을 이끌어내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자신했다. 광주 이순녀기자 coral@
  • 뮤지컬 ‘캐츠’ 다시 국내무대에

    유흥가출신 늙은 고양이 그리자벨라의 아름다운 독창곡 ‘메모리’로 유명한 뮤지컬 ‘캐츠(Cats)’가 국내 무대에 다시 오른다.지난 91년 이 작품을 선보였던 뮤지컬컴퍼니 대중(대표 조민)이 오는 15일부터 2월23일까지 호암아트홀에서 두번째 공연을 갖는 것. 앤드류 로이드 웨버(작곡가)와 카메론 매킨토시(제작자)콤비의 최고 역작으로 평가받는 캐츠는 81년 런던에서 초연된뒤 이듬해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토니상 7개 부문을 석권했다.전세계 250개 도시에서 6,000회 이상 공연되며 25억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린 이 작품은,지금도 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뮤지컬의 블록버스터’로 꼽히고 있다. T.S.엘리어트의 시집에 나오는 14편의 시를 기초로 만들어진 캐츠는 의인화된 고양이들의 입을 빌려 ‘행복은 희망을 가진 자에게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무대는 도시의 구석진 쓰레기장.자상한 고양이,망나니 고양이,상류층 고양이 등 각양각색의 고양이들이 하나둘 모여든다.이날의 모임은 하늘나라의 선지자 ‘듀터라노미’가 하늘에서 새 삶을살 고양이를 선택하는자리.저마다 살아온 사연을 털어놓고 춤과 노래로 분위기를 띄울 즈음 그리자벨라가 등장한다.그녀는 자신을 경멸하는 주위의 시선따위엔 신경쓰지 않고 화려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은 행복했었노라는 노래를 부른다. 클라이막스는 새벽녘 무도회가 끝나고 마침내 고양이를 선택하는 순간.모두의 예상을 깨고 듀터라노미는 그리자벨라를 선택하고,축복의 대합창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둘은 천상의 세계로 올라간다.무대 벽면이 해적선으로 변하는 장면,대형 타이어를 타고 공중을 오르는 장면 등 브로드웨이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기위해 총 8억5천만원의 제작비를 들였다는게 극단측의 설명. 96년 뮤지컬 ‘왕과 나’로 토니상 후보에 올랐던 줄리아드음대 출신 최주희가 그리자벨라로 출연하고,최효상,김법래,임춘길 등 실력있는 뮤지컬전문 배우들이 앙상블을 이룬다.(02)766-8551∼2 이순녀기자 coral@
  • 영화 ‘거짓말’ 법정으로

    지난해 10월 탤런트 서갑숙(徐甲淑)씨의 성체험고백서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에 이어 영화 ‘거짓말’이 외설 시비에 휘말려사법적 제재의 도마에 올랐다. 서울지검(검사장 任彙潤)은 6일 음란폭력성조장매체대책시민협의회(음대협·공동대표 孫鳳鎬)가 방화 ‘거짓말’을 제작한 영화감독 장선우씨와 제작사인 신씨네 대표 신철씨,단성사 등 전국 100여개 상영관을 음란물 제작배포 혐의로 고발해 옴에 따라 이 사건을 형사3부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수사에나섰다. 그러나 ‘거짓말’은 이미 영상물등급분류위원회에서 두 차례 심사를 거쳐통과된 것이어서 검찰의 사법적 판단여부가 주목된다. 검찰 관계자는 “음란물이 인터넷에서 홍수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음란에 대한 일반인들의 가치 기준도 갈수록 바뀌고 있다”면서 “일반인들의 평균적인 성의식 등을 수렴,음란성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거짓말’은 두 차례의 등급보류 끝에 예민한 부분이 삭제돼 지난달 28일영화진흥법상의 영상물등급분류위원회에서 ‘18세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으며 8일부터 전국의 101개 개봉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음란문서 및 음화제조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장정일씨의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영화화한 ‘거짓말’은 미성년자가 30대 유부남과의 가학·피학적인 성도착 및 변태 등 비정상적인 애정행각을 통해 성에 눈을 뜨면서 사랑을 찾아간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음대협은 고소장에서 “거짓말은 원작 소설이 음란물 판결을 받았던 데다 70% 이상이 성도착 및 변태적 성행위 내용으로 돼 있어 공개적으로 상영될 경우 심각한 성의식 왜곡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음대협은 다음주 중 영화 ‘거짓말’의 상영중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는 한편 영화시민단체와 연대해 관람거부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한편 인터넷과 PC통신 게시판에는 불법유통된 CD나 비디오테이프 등으로 영화를 미리 본 네티즌들의 영화평이 쏟아졌다. 천리안 이용자 ‘산중별곡’은 “억눌린 성해방을 위한 영화라기보다는 수준낮은 포르노물에 불과하다”고혹평했다.하이텔 이창섭씨(lss2929)도 “형편없는 성인 포르노물과 차이가 없다”면서 “성적인 호기심이 많은 중고생등 청소년들이 영화를 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병철 조현석기자 bcjoo@ * * '상영 반대' 음대협 권장희총무 영화 ‘거짓말’은 96년 사법부의 음란물 판정을 받은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이 충격적인 성행위 묘사로 음란물 판정을 받았던 만큼 공개적으로 상영될 경우 심각한 성의식 왜곡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특히 영화 내용이18세 고등학교 여학생과 30대 유부남의 비정상적인 애정 행각과 변태적인 성행위를 묘사하고 있어 사회적으로 미칠 성적인 해악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비록 ‘18세 상영 가’ 등급을 받았지만 상영에 앞서 현행법(형법 243조와청소년보호법 8조 4항)의 음란물에 해당되는지 사법부에서 별도로 판단한 뒤에 적법하다고 인정될 경우 유통,상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영찬성' 영화진흥위 김혜준실장 영화 ‘거짓말’이 포르노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감독과 제작자 심지어 극장주까지 고발한 것은 지나친 일이다. ‘거짓말’의 성 표현은 우리 현실에서 용납될 수 있는 수준이지,성의식을왜곡할 정도는 아니다. 법적 판단의 근거가 되는 ‘성욕 자극,성적 흥분,호색적 흥미’를 야기하지도 않는다.영화에 배어 있는 가치관도 정상적이다. 특정 영화에 대한 시민단체의 비판적 견해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과정에서 적극 반영되는 것이 적절하다. 시민단체의 추천을 받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는 이미 두 차례의 등급보류 처분 끝에 18세이상 관람가 등급을 줬다.
  • 386세대 초보부부 겨냥 1편 ‘배암그라’ 새달 출시

    암울한 시대상황을 반영했던 어두컴컴한 동굴,그 속에서 미스터 고·인·돌세 남자와 미스 오·육·팔 세 여인이 펼치는 기상천외한 사랑 얘기에 담긴해학과 풍자. 7·80년대 군부통치에 찌든 성인들의 탈출구 역할을 톡톡히 해 한 잡지에18년동안 830여회 연재라는 전무후무할 기록을 세웠던 박수동 화백의 만화 ‘고인돌’이 애니메이션 영화로 새롭게 태어난다. 서울애니메이션은 박재동 화백의 오돌또기와 공동기획으로 1편 ‘배암그라’를 2월에 내놓기 위해 마무리작업에 한창이다.3∼8분 분량의 에피소드 10편과 3편의 브리지로 구성되며 70분 분량.역시 20대 후반과 386세대 초보 부부를 겨냥하고 있다. 비디오보다 표현을 누그러뜨린 TV시리즈도 기획하고 있다. 오돌또기는 작화 부문의 터줏대감인 삼원동화와 함께 애니메이션 제작을 맡았다.오돌또기의 선명한 캐릭터 부각은 원작자인 박화백이 “내 작업보다 더 생동감 넘친다”며 감탄했다는 후문. 제작 총지휘를 맡은 오성윤PD는 97년 ‘돌리의 얼음별 대모험’ 등을 제작하며 쌓은 노하우를 이번에 마음껏 발휘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누들누드 역무원 K’편을 만든 경험이 있는 애니메이션 감독 이춘백은 다양한 표정연기와 애니메이션의 액션 표현력을 높이겠다고 각오가 대단하다. 주제음악은 엉뚱한 퍼포먼스로 유명한 황신혜밴드가 작사 작곡한 ‘으랏차차고인돌’로 정했다. ‘황밴드’는 김정구부터 H.O.T까지 배꼽잡는 테크노 뽕짝과 힙합스타일의 고인돌 랩은 물론 다양하고 재미있는 효과음을 사용해 극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 볼만한 가족뮤지컬 3편

    가족에 대한 사랑이 더욱 애틋해지는 연말연시.방학을 맞은 아이들 손을 잡고 나들이할만한 뮤지컬 무대가 풍성하다.가족 뮤지컬의 고전 ‘사운드 오브뮤직’,러시아판 ‘콩쥐팥쥐’인 ‘루루와 열두요정’, 중국 북경인형예술극단의 ‘인어공주’등 재미와 교훈을 두루 갖춘 다양한 작품들로 온가족이 한해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것은 어떨까. ◆사운드 오브 뮤직 명절때마다 TV에서 단골로 방영돼 국내에서는 영화로 더욱 익숙해진 대표적인 가족 뮤지컬.30년이 넘도록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있는 이 작품을 극단 신시뮤지컬컴퍼니가 오랜만에 무대에 올린다.1월5일∼12일 국립극장 대극장(02)577-1987맑은 심성의 수련수녀 마리아가 폰 트라프 대령집의 일곱아이들과 노래를 통해 친해지고 대령과도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전쟁와중에 음악축제에 참가해 이들이 부르는 ‘에델바이스’는 냉전시대의 이념분쟁에 대한 경고와 충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멜로디 자체가 매우 아름다워 많은 이들의 애창곡으로 사랑받고 있다.이밖에 ‘도레미송’‘외로운 양치기’등 귀에 익은 음악이 가득하다. 탤런트 허준호가 폰트라프 대령역을,중견탤런트 임동진의 딸인 뮤지컬배우임유진이 마리아로 변신한다.또 어린 ‘국희’로 열연했던 박지미가 넷째 딸로 출연한다.음악을 중심으로 하되 율동과 웃음을 가미한 현대적 감각의 뮤지컬로 만들겠다는 극단의 의도가 충분히 살아날지 관심을 모은다. ◆루루와 열두요정 러시아 작가 사무일 마가샤크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이뮤지컬은 부모 잃은 루루가 숙모 올가와 사촌 바라의 구박속에서도 꿋꿋이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이를 테면 러시아판 ‘콩쥐밭쥐’인 셈.철없는어린 여왕,욕심과 투기로 가득찬 계모,권력에 아부하는 신하들,그리고 권선징악적 결말들이 정감어린 선율과 함께 환상적인 무대위에 펼쳐진다. 조병이 각색하고 김의경이 연출한 이 작품은 그림자극과 대형스크린을 이용해 동화적 상상력을 자극하고,하모니카,타악기,기타,피아노 등 각종 악기의연주도 곁들여진다.무대와 객석이 코앞 거리인 소극장이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데도도움이 될 만한 공연이다.아역스타 노희지가 주인공 ‘루루’로 나온다.1월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소극장(02)399-1647◆인어공주 기발하고 독창적인 인형제작,인형의 섬세한 감정까지 표현해내는 독특한 연출,화려한 색채의 대형 무대….북경 인형예술극단의 인형뮤지컬‘인어공주’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동심에 젖게 만드는 이색 공연이다. 서양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동양적 감성이 풍부한 이 작품은 헝가리 국제 인형극 페스티벌,유고슬라비아 국제인형극 페스티벌 등에서 높은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대사는 우리말로 진행된다.30∼1월2일 예술의 전당,14∼19일 국립극장 무대를 비롯해 대전(3∼5일)부산(7∼9일)천안(10∼12일)광주(21∼23일)등에서 순회공연을 갖는다.(02)507-1080 이순녀기자
  • SBS 새 주말극장 ‘왕룽의 대지’

    “이젠 쿠웨이트 박이 아니라 ‘절루 박’으로 불러주세요.”89년 KBS-2TV ‘왕룽일가’방영때 나긋나긋한 말투의 ‘사모님,예술(춤)한번 하시죠’라는 유행어를 낳은 탤런트 최주봉이 후속편 격인 SBS 주말극장 ‘왕룽의 대지’(김원석 극본 이종한 연출·1일 오후8시50분 첫방영)에서 10년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23일 시사회에서 만난 그는 인생의 깊이가얼굴에 새겨져 있었다. “그때 초등학교 4학년이던 아들이 이제 대학 3학년이 됐어요.아빠가 뭘 더보여줄 수 있겠느냐고 묻더라구요.”절루박은,10년동안 예술을 너무 많이 해서 관절이 녹아내리는 바람에 절룩거린다 해서 지루박을 연상해 지은 이름.아들의 충고를 충실히 따라 그의 말마따나 허망한 꿈에 부나비처럼 달려드는 인생을 표현해볼 요량이다.그래서 자신이 평소 좋아한다는 하회탈보다는 나이많고 덕행 높은 노장탈의 모습을 얼굴에 그려낼 작정이다. ‘왕룽일가’는 많은 연극인들의 삶에 변화를 드리운 드라마로도 기억된다.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첫 촬영장에 나갔다던 왕룽 박인환은 지금은 중형차를 끌고 나간다며 헙헙해 했다. 왕룽도,농지가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변모하는 바람에 100억원대의 재산가로둔갑했으나 궁상스럽기는 여전하다.절루박과 함께 양념 역할을 할 교하댁 입분은 평생을 함께해 온 아내의 황혼이혼 요구에 시달리는 왕룽을 교태스럽게 유혹한다. 시사회를 통해 본 ‘왕룽의 대지’는 박영한이 원작의 무대로 삼은 신도시화정지구 우묵배미 마을의 변모된 모습에 주눅들어 있다. 10년 세월을 뛰어넘고자 삽입한 신세대들의 연기도 어쩔 수 없이 눈에 거슬렸다.봉필 역의 장혁은 연출자의 의도인,왕룽 일가를 이끌어갈 희망의 불씨보다는 그저 거칠고 어색하기만 한 반항아 이미지에 머물렀다. 장점이라면 10년전에 사용한 왕룽의 스웨터·담뱃대·털모자 등 소품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과 원작의 모델 할아버지가 살던 집의 100년된 대문짝을 옮겨온 세트에 있다. 여기에 세월의 강을 건너,유학 중인 미국에서 기꺼이 돌아와준 배종옥에서알 수 있듯이 연기인생의 새 출발점으로 되돌아온 연극배우 출신들의 회귀본능이다.이PD의 정직한 카메라와 10년전으로 돌아간 듯 거친 느낌의 편집도 이색적으로 보였다. 임병선기자 bsnim@
  • 극단로뎀 ‘나, 여자예요’ 22일부터

    어떤 작품이든 여주인공은 고두심으로 미리 점찍는다는 연출가는 이번에도그녀에게 가장 먼저 대본을 보여줬다.흔쾌히 배역을 수락한 고두심은 짝을이룰 파트너로 대뜸 김미숙을 추천했다.이렇게 해서 두 중견연기자가 한무대에서 만났다.오는 22일부터 덕수궁옆 제일화재세실극장에서 공연되는 극단로뎀의 ‘나,여자예요’(다리오 포 원작,하상길 번안·연출)는 두 배우 모두에게 5년만의 연극무대이자 첫 모노드라마.1·2부로 나눠 각각 50분씩 무대에 선다. ‘나,여자예요’는 제목에서 알수있듯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부의 일상과 심리를 다룬 여성연극이다.해학과 진지함을 두루 갖춘 이탈리아 극작가 다리오 포의 희곡 ‘One woman plays’에 수록된 5편의 작품가운데 2개를 골라우리 현실과 정서에 맞게 번안했다. 극중에서 김미숙은 남편과 아이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동시에 해고의 불안에떨어야 하는 직장여성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낸다.반면 고두심은 결혼 첫날부터 남편의 사랑에 회의를 느끼고 생기없는 나날을 보내다 연하의 남자에게서 희망을 찾는나약한 40대 주부를 연기한다.가을여자같은 분위기의 김미숙이 수다스런 초보주부로,세파에 꿋꿋이 맞서는 강인한 인상의 고두심이 정붙일데 없어 쩔쩔매는 가련한 주부로 어떻게 변신할지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 싶다.서로 친한 사이지만 연기만큼은 한치의 양보도 없어 보이지 않는신경전이 대단하다는게 극단 관계자의 귀띔. 막도 오르기전 입소문이 퍼져 첫날 전회가 매진되는 등 벌써부터 예매 열기가 뜨겁다.극단측은 이에 화답해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을 맞은 부부관객에게프랑스산 고급와인을 선물하고,공연중 놀이방을 운영할 계획이다.극단 대표이자 연출자인 하상길씨는 “여성이라면 한번쯤 겪었거나 겪을 법한 일상이기 때문에 부부가 함께 관람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2000년2월20일까지이며,수·목·일은 오후 3시,화·금·토는 오후 3시·7시30분 두차례 공연된다.(02)736-7600이순녀기자 coral@
  • 영화비평지 ‘필름 컬처’ 내일-23일 특별주간

    ‘영화의 성자(聖者)’ 로 베르 브레송(1907∼).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감독 가운데 하나인 그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영화비평 계간지 ‘필름 컬처’는 17일부터 23일까지 제2회 필름컬처 영화주간을 열어 브레송의 대표작 8편을 상영한다.서울 정동 아트홀에서 열리는 이번영화제에서 선보일 브레송의 작품들은 모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들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브레송은 프랑스 누벨 바그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진정한 의미의 영화작가. 인간의 영혼이라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집요한 추구는 1950년대 그의 영화를 세계적으로 가장 혁신적인 작품 축에 들게 했다.영화산업의 주류에진입하려 애쓰지 않았다는 점에서 브레송은 아웃사이더였다.그러나 비타협적인 자세로 일관하면서도 그는 주류 영화계에 끊임없이 충격을 줬다.이번 영화제에서는 프랑스 영화가 현대영화로 가는 길을 닦아 놓은 브레송의 면모를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거장의 세계’라는 이름 아래 소개될 브레송의 영화는 ‘볼로뉴 숲의 여인들’‘저항’‘소매치기’‘잔 다르크의 재판’‘당나귀 발타자르’‘무셰트’‘호수의 란슬로트’‘돈’.‘무셰트’는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소설을원작으로 한 것으로 14세 소녀 무셰트가 강간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까지의 과정을 일종의 종교적 수난기처럼 보여준다.‘호수의 란슬로트’는아더왕 전설을 소재로 한 작품.성배를 찾기 위한 고투에서 돌아온 기사 란슬로트는 왕비 기느비어에 대한 사랑과 아더왕에 대한 충성,그리고 신에 대한경배라는 딜레마 속에서 고민에 빠진다.브레송은 익히 알려진 이 소재에서로맨스와 스펙터클,마술적 요소를 모두 제거해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영화적 약동감을 안겨준다는 데 이 영화의 미덕이 있다.‘당나귀 발타자르’는 인간의 모순과 허위를 증언하는 매개자로 당나귀를 내세운 독특한 방식의 영화로 눈길을 끈다. 한편 이번 영화주간에는 브레송의 영화 외에 1960년대 일본 뉴 웨이브 영화들도 소개한다.프랑스 누벨 바그의 주역들이 시네필(영화광)이었던 데 비해일본 뉴 웨이브의 감독들은 영화에 대한 관심보다는 정치적·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던 점이 색다르다.따라서 일본의 뉴 웨이브 영화들은 출발당초부터 강한 정치성를 드러낸다.오시마 나기사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 이번 행사에서는 일본 뉴 웨이브의 개막을 알린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초기대표작 ‘청춘 잔혹이야기’를 비롯,막부시대 말기를 배경으로 한 지사의 야심과 파멸을 그린 시노다 마사히로의 ‘암살’,인간의 본원적인 성적 에너지를 다룬 이마무리 쇼헤이의 ‘인류학 입문’,스즈키 세이준의 ‘살인의 낙인’등 4편이 선보인다. 이밖에 98년 베니스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인 ‘드라이 클리닝’(감독 안 폰테인)과 핀란드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성냥공장 소녀’란 작품이 ‘월드 시네마 걸작선’이란 제목으로 상영된다.입장료 4,000원 (02)736-6069김종면기자 jmkim@
  • MBC 밀레니엄 특집극 ‘Y2K’ 이색 드라마

    헤지펀드,펀드매니저,선물,옵션,벤처기업…. 주식시장 활황과 함께 부쩍 친숙해진 이같은 첨단 금융기법들의 각축전을 구경할 수 있는 드라마 한편이 만들어진다. MBC-TV가 24일 밤10시50분부터 두시간 내리 방송할 밀레니엄 특집극 ‘Y2K’(김기만 원작,김미숙 극본,이대영 연출)는 Y2K바이러스로 국내 증시를 황폐화하려는 미국 헤지펀드 음모에 맞서 우리 컴퓨터 해커들이 금융시장 방어에나선다는 게 기둥줄거리. 이색소재를 로맨스,추리,액션 등으로 어렵지 않게버무릴 계획이다. 예성증권사 펀드매니저 노혜지(김민)는 대학간 해킹사건 주모자로 실형까지 선고받은 뒤 컴퓨터에서 완전히 손을 뗀 인물. 하지만 국제 비밀해킹클럽 일원인 형부 강기태(이정훈)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Y2K 트윈 바이러스를 둘러싼 해킹전쟁에 휘말려든다.배후에 도사린 것은 미국계 헤지펀드 AMT사의 음모. 막대한 자금을 풀어 연말 한국 주가를 최대한 끌어올린 이들은 새천년 개막과 함께 Y2K바이러스를 침투시켜 증시를 혼란에 빠뜨리고 막대한 투자이익을 챙겨 빠져나간다는 시나리오를 세워둔 것. 이를 알게 된 노혜지는 대학시절 연인인 국가정보원 국제범죄과 팀장 박지승(윤태영), 대학 해킹전쟁 당시 상대편 사령탑이었던 컴퓨터 보안프로그램 전문가 공진혁(이민우)등과 연합전선을 펴 총력저지에 나서는데…. 국내 증권사로부터 스카우트된 뒤 경제논리로 AMT 시나리오를 총지휘하는 이동준 역에 이세창,홍콩 흑룡회 비밀정보팀 보스로 AMT의 사주를 받아 강기태를 살해하는 이한석 역에 윤용현이 캐스팅됐다. 손정숙기자 jssohn@
  • [21세기 여성시대] (10)문화계

    20세기 과학문명의 놀라운 발전과 함께 인간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풍요롭게 이끌어온 힘은 바로 문화의 힘이다. 이같은 문화계에서 여성 위상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여타 분야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20세기들어 권리가 크게 신장된 데 힘입어 여성 특유의 섬세한 필치,뛰어난 감수성 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장(場)이 제공된 덕분이다.이들 20세기 문화계 여성들의 회고를 통해 21세기 여성시대를 진단한다. 20세기들어 세계 문단에서 여성의 위상을 확인시킨 이는 미국의 버지니아울프(1882∼1941).그녀는 ‘세월’을 통해 시간의 느낌과 역사적 시간에 대한 등장인물의 자각 현상을 전달하려는 시도와 함께 소설 형식에 파격미를더했다.영국 출신 아가사 크리스티(1891∼1976)는 노처녀 미스 마플을 통해사건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며 짜릿한 전율감을 느끼게 하면서 추리소설 부문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어린 소녀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안네의 일기를 통해 독일 나치치하의 강제수용소 참상을 고발한 안네 프랑크(1929∼45),특권층인 백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면서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리정책)를전 세계에 고발한 나딘 고디머(76) 등도 20세기 문단을 뒤흔드는 기폭제가됐다. 은막에서도 마찬가지.안개 자욱한 런던의 워털루 다리를 무대로 펼쳐지는‘애수’의 비비안 리(1913∼67)는 타라 농장에 우뚝 선 열정의 화신 ‘스칼렛 오하라’로 생생히 기억되고 있다.오드리 헵번(1929∼93)은 ‘로마의 휴일’에서 세기의 스타로 떠오르며 가냘프고 우아한 귀족스러운 자태로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현대판 신데렐라인 그레이스 켈리(1929∼82)는 무명 배우에서 ‘하이 눈’,‘다이알 M을 돌려라’,‘갈채’ 등에서 열연함으로써 월드스타로 발돋움한뒤 모나코 왕비가 돼 영화같은 인생을 살았다.잉그리드 버그만(1915∼82)은헤밍웨이 원작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로 스타덤에 올라 ‘카사블랑카’,‘가스등’ 등을 통해 팬들의 영원한 연인이 됐다. 20세기 최고의 섹스심벌 마릴린 먼로(1926∼62)는 숱한 스캔들을 뿌렸지만‘7년만의 외출’ 등을 통해 스캔들보다는 연기와 춤,노래에도 뛰어난 재능이 있음을 보여줬다.수정처럼 맑은 목소리와 매끈한 미모로 우리들에게 널리알려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스타 줄리 앤드류스(64), ‘남편을 8번이나 갈아치운’ 20세기 최고의 미인 엘리자베스 테일러(66),‘원초적 본능’에서 얼음 송곳으로 남자의 심장을 찌르며 전세계 남성팬들을 열광시켰던섹시한 악녀 샤론 스톤 (42) 등도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대중음악계 역시 쥐락펴락하고 있다.재즈계의 전설로 불리는 빌리 홀리데이(1915∼90)는 선천적으로 작은 목소리를 특유의 감성적인 집중력을 불어넣어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독특한 발성,드라마틱한 창법,날카로운 집중력으로 당시 가장 인기 있고 사랑받은 재즈 보컬리스트였다. 빌리 홀리데이 이후 한동안 침체상태에 빠지기도 했으나 90년대에 들어서며여성 팝가수들이 세계 팝계를 이끌고 있다. ‘미국 팝계의 히로인’ 머라이어 캐리(28),‘팝무대의 퍼스트레이디’ 휘트니 휴스턴(35),‘검은 진주’로불리는 마이클 잭슨의 동생 재닛 잭슨(32) 3인방이 바로 그들. 비디오시대를맞아 가창력 뿐 아니라 탁월한 비디오적 외모를 갖춰 팬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90년대 후반에는 특유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선보이고 있는 캐나다 출신의셀린 디옹(31)이 급부상했다.세기말 팝계의 최고 여왕은 단연 로린 힐(24)이다.디바붐과 힙합을 앞세워 지난해 첫 솔로 앨범 ‘미스 에듀케이션 오브 로린 힐’을 발표한 이후 롤링스톤 뮤직상 등 상이란 상은 거의 다 휩쓸고 있다.‘섹스의 여왕’‘섹스 심벌’‘섹스의 여신’으로 불리며 LP음반·영화·광고모델 등을 통해 무려 1,500억원 이상을 벌어들여 연예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으로 꼽히는 가수겸 배우 마돈나(41) 등을 제외하고는 팝계를 논할수 없다. 김규환기자 khkim@ *20세기 여성지위 변화는 '혁명적' 서양 중세신학자들은 “여성은 신의 형상에 따라 창조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런가 하면 15세기 교회는 성모 마리아가 귀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으로) 임신을 했으므로, 여성은 공적 장소에서 귀를 가려야 한다는 포고를내렸다. 물론 그 비슷한 시기에 노르망의 여성들은 윌리엄 정복왕에게 군에 끌려간남편들을 가정으로 되돌려보내 아내들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켜달라는 건의를올리기도 했지만 18세기 이전까지 여성은 남성의 ‘종속물‘이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지난 5월 16일자에 ‘밀레니엄 여성’이란 제목의 전권 특집에서 과거 여성의 위치를 이렇게 정의했다.그러면서도 지난 1000년간여성의 사회적 지위변화는 ‘지난 1000년 역사상 가장 심오한 혁명’으로 꼽았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본격적인 여성혁명은 19세기 이후에야 이뤄어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대부분의 학자들도 산업혁명이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여성의 역할을 어머니에서 사회적 인물로 확대하는 계기가됐다고 보고 있다.그러나 정치.경제.사회 등 전분야에 여성들이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후반의 일이다.1960년대 들어서서야 고급전문직에 대한 여성진출이 크게 늘어난 대목에서도 잘 확인된다. 최근 미국을 보면 대학졸업생의 60%가 여성들이 차지하기에 이르렀다.또 여성들이 기업의 3분의 1을 소유하고 있으며 맞벌이 가정에서 아내가 남편보다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경우도 전체의 거의 4분의 1이나 된다. 21세기가 여성의 시대라는 의미는 이같은 현실 참여의 수적 증가나 역사의유추를 통한 평면적인 전망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시대적 필요와 요청이라는 지적이다. 서로 무기를 갖고 한 공간에서 전쟁을 하던 시대에는 남성이 유리했지만 첨단 지식과 정보에 기반하여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하는 시대에는 양상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걸프전 당시 여성 병사가 미사일을 조정했던 사실이나 요즘 사회적으로 두드러진 남성의 여성화 경향도 같은 맥락이며,이와 관련해 가족제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에측되고 있다. 물론 걸림돌은 있다.아직도 세계 많은 여성들이 가족이 선택한 남자와 결혼하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또는 음란한 행동을 한 의심이 간다는 이유만으로남자 친척들에게 살해당하고 있다. 동유럽 여성들의 지위는 공산주의의 붕괴이후 오히려 더 낮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 학자들은 미국에서도 여성들이 아직 완벽한 평등을 누리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밀레니엄 북’의 공저자 게일 콜린스는 여성들이 남성들과 똑같이 기업체의 관리자가 될 기회를 누리는 것은 2270년경에야 가능할 것이며 의회에서남녀 의원의 비율이 같아지는 것은 2500년이나 되어야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때가 오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 것 같다는 전망이다.여성들은 우선 무력 사용을 싫어하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호의적이기 때문이다. 김병헌기자 bh123@
  • [외언내언] 시스틴 성당

    로마 교황청의 한 모퉁이에 자리잡은 시스틴 성당은 교황 선출 장소로 유명하지만 일반인들에겐 르네상스 회화의 보고(寶庫)로 더 주목 받는 곳이다.이성당에 처음 그려진 벽화는 ‘예수의 생애’와 ‘모세의 생애’ 등 좌우 벽면에 그려진 12점.보티첼리·기를란다이요·페루지노·시뇨렐리·로셀리 등당시 피렌체와 움브리아의 대표적 화가들이 교황 식스투스 4세의 명령을 받고 1481∼1483년에 제작한 것이다. 이어 미켈란젤로의 저 유명한 천정화와 ‘최후의 심판’이 그려진다.천지창조를 보여주는 천정화는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명령으로,제단 뒤 벽의 ‘최후의 심판’은 교황 바오로 3세의 위촉을 받아 그려졌다.결국 시스틴 성당에는르네상스 전기부터 후기 바로크 회화의 태동까지 보여주는 작품들이 함께 모이게 됐다. 특히 미켈란젤로의 작품은 ‘지난 1,000년간 최고의 그림’으로선정(96년 미국 신문 워싱턴 포스트)됐을 정도의 걸작이다. 이 위대한 미술품들이 오랜 세월 먼지로 흐려지고 후세의 가필로 훼손된 것을 복원하는 작업이 20년 만에 마무리돼 11일 그 축하미사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집전으로 열렸다.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중 하느님이 아담에게숨결을 불어 넣는 장면이 지난 89년 복원되고 ‘최후의 심판’이 94년 복원된 데 이어 마지막 남아있던 성당 좌우 벽면의 그림 12점의 먼지제거 작업이끝난 것이다. 이번 좌우벽면 벽화 복원작업에 들어간 경비만도 310만달러에 이른다.‘최후의 심판’ 복원비용은 일본의 한 TV방송사가 그림 판권을 갖는 대신 부담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복원작업 과정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것은 ‘최후의 심판’에 등장하는 나체 인물들에 대한 후세의 가필을 제거하는 일이었다.미켈란젤로는 예수는 물론 베드로 등 등장인물 1백여명을 모두 나체로 그렸으나 16세기 후반부터 신성모독이라는 비판에 밀려 주요인물의 국부를 가리는 가필이 시작돼 17,18세기까지 40여명의 인물에 허리띠가 입혀졌다. 교황청은 복원작업을 시작하면서 가필된 부분을 제거하기로 했으나 적나라한 묘사에 충격을 받아 16세기 ‘허리띠 제조자’ 다니엘 다 볼테라가 가필한 부분은그대로 남기기로 했다.이 과정에서 지옥의 심판관 미노스의 남성이 뱀에 물린 것으로 드러나,미켈란젤로와 사이가 나빠 미노스의 모델이 된교황청 의전관 비아조 마르티넬리에 대한 화가의 그림을 통한 복수가 미소를자아내기도 했다. 시스틴 성당 벽화 복원작업이 원화의 예술성을 오히려 훼손시켰다는 논란도없지 않으나 시멘트와 철근에 싸여 원래 모습이 아리송해진 우리 석굴암 복원작업은 언제쯤 시작될 수 있을는지 궁금해진다. [任英淑 논설위원 ysi@]
  • 시스틴성당 벽화 복원 완료

    로마교황청내 시스틴 성당의 프레스코 벽화 복원작업이 20년만에 마무리돼10일 전세계 언론에 공개됐다. 시스틴 성당은 역대 교황선출의 장소로 이용돼온 곳으로 그 내부엔 미켈란젤로의 천정화 ‘최후의 심판’을 비롯,세계에서 가장 귀한 프레스코화들이벽면을 수놓고 있다. 20년전에 복원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이후 시스틴 성당은 그동안 두번의 대대적인 복원작업을 거쳤다. 이번에 끝낸 마지막 복원공사는 보티첼리,페루지노,시그노렐리,기르란다이오 등 15세기∼16세기 화가들의 작품에 붙은 그을음과 먼지를 제거하고 본래의 색을 덧칠하는 작업이었다. 지난 94년 이후 시작된 마지막 복원공사 비용만 300만달러(약 36억원)로 그동안 복원비용도 엄청난 액수를 헤아린다. 전문가들은 수백년 동안 색이 바랬던 작품들이 복원공사로 원래 색상을 되찾은 만큼 이후 수십년은 현재의 밝은 색깔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스틴 성당측은 새로 단장된 벽화들을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해 특수 공기정화장치를 설치,이용할 예정에 있다.내년부터 가동될 이 공기정화시스템은매년 수백만명의 방문객과 함께 따라들어오는 각종 오염물질을 차단하게 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1일 시스틴 성당의 복원공사 완료를 축하하는 미사를 집전했으며 이 미사에는 지금껏 복원비용을 댄 개인 성금후원자들이 초청됐다. 이경옥기자 ok@
  • 춘향전 이몽룡 실제인물 成以性 生家 복원작업

    경북 봉화군(군수 嚴泰恒)은 8일 춘향전에서 이몽룡으로 묘사된 것으로 알려진 ‘성이성(成以性)’의 생가를 복원하기로 했다. 춘향전의 이몽룡이 조선 광해군 때 남원부사였던 성안의(成安義)의 아들인계서(溪西) 성이성을 모델로 했다는 학계의 주장을 근거로 한 것이다. 연세대 설성경(薛盛璟·국문학과) 교수는 최근 성이성 문집에 실린 ‘호남암행록(湖南暗行錄)’을 통해 “이몽룡은 조선 인조때 암행어사를 지냈던 성이성(1595∼1664)이고, 그의 아버지는 남원부사를 했던 성안의(1561∼1629)”라고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나온 가운데 성이성이 광해군 5년(1613)에 직접 건립한 것으로알려진 봉화군 물야면 가평1리의 계서당(溪西堂·국가중요민속자료 제171호)과 어사 부임 당시 썼던 어사화와 족보 등이 새로운 연구자료로 등장했다. 봉화군은 이에 따라 계서당과 어사화,성이성의 묘(영주시 이산면 신암 2리)등 유적을 고증작업을 거쳐 복원하기로 했다. 봉화군 관계자는 “성이성의 유적을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개발해 그가 살았던 봉화를 널리 알리기위해 복원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봉화 김상화기자 shkim@
  • [뮤지컬 리뷰] 셰익스피어 ‘템페스트’ 원작의 ‘태풍’

    셰익스피어의 고전극 ‘템페스트’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태풍’은 모처럼뮤지컬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 작품이었다. 사납게 일렁이는 파도에 배가 난파당하는 첫 장면부터 객석을 압도한 무대는 마지막 또 한차례의 태풍이 몰아칠때까지 그 웅장함을 잃지 않았고,동서양을 아우른 아름다운 음악은때론 장중하게,때론 경쾌하게 이어지며 2시간이 넘는 극의 중심을 든든히 지켜냈다.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태풍’은 망망대해속에 떠있는 무인도를 배경으로 바깥 세상의 온갖 탐욕과 아집,계략을 사랑과 화해,용서로 승화시키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뮤지컬로는처음으로 제작된 이 작품을 연출가 이윤택은 가급적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만의 연극적 상상력을 발휘해 무대위에 재창조했다. 무인도에 추방된 충신 프로스페로(신구)가 마법의 힘으로 일으킨 태풍에 휘말려 섬에 도착하게 된 알론조왕의 아들 퍼디넌트(남경주)는 프로스페로의딸 미란다(이정화)와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섬의 다른 곳에 떠밀려온 알론조왕(송용태)은 간신들로부터 암살당할 위기에 처하고,또다른 조난자들인 광대와 주방장은 프로스페로 이전에 섬을 지배하던 반인반수의 캘러번과 결탁해섬을 되찾을 궁리를 한다. 극은 이들 세 그룹을 통해 오만군상의 인물을 보여준 뒤 퍼디넌트와 미란다의 극중극 결혼식 장면에서 모두를 화해시킨다. 회전무대를 이용한 대형 무인도 배경,전통 선무와 검도 등을 응용한 다양한춤,하늘을 가뿐히 날아다니는 요정 등 공을 많이 들인 볼거리가 눈길을 잡아맨다.그러나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음악에 있다.체코 작곡가데넥 바르덱의 대중적인 선율은 정악·범패를 근간으로 한 김대성의 음악과이질감없이 녹아들어 귀에 착착 감긴다.미란다와 페르디난드의 이중창 ‘나는 당신을 느껴요’,요정 에어리얼의 ‘사랑은 공기같은 것’등은 극장문을나서면서 자연스럽게 입안에 맴도는 곡들.남경주 이정화,두 주연배우의 가창력도 나무랄데 없다. 다만 프로스페로의 카리스마가 크게 드러나지 않고,간혹 주변인물의 코믹함이 과장된 점 등은 아쉬움으로남는다.2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02)523-0986이순녀기자 co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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