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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동구에 ‘온조왕 숨결’/기념체육관 3년만에 완공 영정복원·고증등 본격화

    백제 온조왕에 대한 기념사업이 본격화된다. 강동구(구청장 김충환)는 고덕동 296 방죽근린공원에 신축중인 연면적 7954㎡(2410평),지하 2층,지상 3층짜리 온조대왕문화체육관을 9일 완공한다.2000년 12월 첫 삽을 뜬 이래 경제난 등의 이유로 3년여만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이에 따라 온조왕 영정 복원작업도 활기를 띠게 됐다.김 구청장은 “역사적인 고증여부를 떠나 우리나라 역사의 한 페이지임에 틀림없는 백제 온조왕에 대한 조명이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삼국시대의 한 축을 복원하려는 데 온조체육관 완공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백제는 초기 온조왕 때 오늘날 한강 남쪽인 강동구 지역에 도읍을 정해 한성백제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온조대왕문화체육관에는 실내 골프연습장,헬스장,체육관 등 시민 편의시설과 에어로빅,요가,발레 등 50여종에 이르는 레포츠·건강강좌를 위한 공간이 들어섰다.1층 중앙에는 연극과 뮤지컬,영화 등을 상영할 수 있는 다목적 강당도 있다.한꺼번에 1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특히 그동안 변변한 실내체육관 하나갖추지 못해 인근 송파구 올림픽공원,잠실체육관 등으로 옮겨다니며 불편을 겪었던 50만 구민들이 반기고 있다.준공식은 9일이지만 각종 장비 및 기구를 갖추고 시험 가동해본 뒤 내년 3월쯤 일반에 개방할 계획이다. 구는 지난 10월 정·학계 100인으로 이뤄진 ‘온조대왕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3000여평의 온조대왕 공원조성,표준영정 제작,사당건립 등 4가지 사업계획을 확정해놓은 상태다.3개년 계획으로 사업비 130여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송한수기자 onekor@
  • 완도 ‘해상왕 장보고’ 내년 촬영

    대하 역사드라마 ‘해상왕 장보고’가 내년에 장보고의 고향인 전남 완도(청해진)에서 촬영에 들어간다. 한국방송공사는 장보고의 일대기를 그린 50부작 ‘해신’(海神)을 내년부터 완도 세트장에서 촬영을 시작,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6개월 동안 방영한다. 완도군 김종식 군수는 7일 “총 제작비 150억원 가운데 50억원을 전남도와 완도군이 지원해 세트장을 세운다.”며 “완도읍과 장좌리에 복원 중인 장보고 대사의 유적지와 촬영 세트장을 연계하면 관광상품으로 특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촬영장은 울창한 수림으로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군외면 불목리 완도 청소년훈련원 3만여평이다. 당시 황궁을 비롯해 저잣거리,선박수리소,군사훈련장과 야영장,무역관,신라방 등이 들어선다. 건물도 반영구적인 실제 건물 크기로 짓고 군민들이 엑스트라를 자원하며 숙박시설 등을 제공한다. 드라마 원작은 최인호의 ‘해신 장보고’로, 최씨는 한국과 중국·일본·아랍권 등을 3년 동안 답사하며 썼다.완도읍 장좌리에서 태어난장보고는 당나라 쉬저우(徐州)로 건너가 무령군소장(연대장급)이 된 뒤 귀국,828년 신라 흥덕왕에 의해 청해진 대사로 임명됐다. 완도군은 669억원을 들여 2010년까지 장보고의 무역거점이던 청해진에 역사공원을 조성하고 있다.토성 741m를 복원했고,연말에 장보고 기념관이 착공된다.장보고 동상과 부조 상징물과 500명을 태운다는 200t가량의 목선도 건조 중이다. 김 군수는 “청해진은 장보고의 활동무대로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키워가야 할 소중한 역사자원”이라며 “청해진 본영에서 드라마를 촬영하게 돼 완도의 이미지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완도 남기창기자 kcnam@
  • 반가워 땡땡/佛대표만화 땡땡 24권 국내 첫 완간 10대 소년기자의 좌충우돌 모험그려

    사례 하나.샤를 드골 프랑스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절대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독재에 가까운 권력을 행사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그런 드골 대통령은 재임 당시 문화부 장관이었던 소설가 앙드레 말로에게 자신의 인기를 이렇게 자랑한 적이 있다.“내 라이벌은 ‘땡땡(Tintin)’ 하나뿐이여∼!” 사례 둘.1982년 벨기에 천문학회는 목성과 화성 사이에서 발견된 소행성에 ‘에르제(Herge) 행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자국 만화가 ‘에르제’(본명 조르즈 레미,Georges Remi,1907∼1983)의 75회 생일을 기념하자는 천문학자들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사례 셋.지난 1월말 열린 세계적인 만화축제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 개막식은 프랑스 남서쪽 보르도 인근의 소도시 앙굴렘의 ‘마렝고 광장’을 벨기에 만화가 에르제의 이름을 따 ‘에르제 광장’으로 바꾸면서 시작되었다.“프랑스가 ‘허구의 아들’로 입양한” ‘땡땡’의 아버지를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프랑스의 자존심 ‘땡땡’,국내 최초로 완간 동그란 얼굴에 닭벼슬 머리,키 140㎝의 10대소년 기자 땡땡은 프랑스가 전세계에 자랑하는 문화영웅이다.프랑스 일간지 ‘르 주르날 드 디망쉬’에 따르면 프랑스 가정의 절반이 땡땡 시리즈를 소장하고 있고,50여개 언어로 전세계 60여개국에서 3억부 이상 팔렸다. “땡땡은 디즈니의 모든 캐릭터를 합친 것보다도 의미있다.”(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는 말이 허풍처럼 들릴 수 있지만,미국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은 이를 그대로 긍정한다.“땡땡은 내 작품 세계에 디즈니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 ‘프랑스의 자존심’ 땡땡이 최근 국내의 솔 출판사를 통해 24권 전량이 최초로 번역·완간됐다.1980년대 중반 월간 소년만화잡지 ‘보물섬’을 통해 부분연재되거나,90년대 중반 출판이 시도됐었지만 전편이 완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지난 99년에는 MBC에서 ‘틴틴의 대모험’이라는 제목으로 애니메이션 21편이 방영되기도 했다. ●프랑스 초등학교에서 교재로도 쓰여 ‘땡땡의 모험’ 시리즈는 소년 기자 땡땡이 흰강아지 밀루와 함께 동서고금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겪는 모험담형식이다.콩고 이집트 티베트 페루 등 유럽인들에게 이국적인 지역들을 주무대로,나중에는 바다밑,극지,사막,심지어 달까지 악당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찾아간다.조지 루카스가 “영화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는 ‘땡땡의 모험’을 원형으로 했다.”고 고백할 정도.여기에 각국의 지리·역사·문화·과학 등을 재미있게 녹여내 프랑스 초등학교에서는 교재로도 사용된다.팔레스타인 문제,남미의 정치·경제적 상황,영국의 인도 식민지 문제 등 20세기 세계사에 대한 예리한 인식이 담겨 있다. 땡땡은 1929년 당시 21세의 젊은 만화가 에르제가 벨기에 가톨릭계 보수 일간지인 ‘20세기’의 어린이잡지인 ‘르 프티 벵티엠’의 편집장을 맡으면서 시작되었다.필명인 에르제는 본명의 머리글자 ‘GR’를 거꾸로 해 불어식으로 읽은 것이다. ‘…벵티엠’을 통해 ‘소비에트에 간 땡땡’으로 처음 시작한 땡땡 시리즈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인기가 높아졌다.1930년 첫 출판 당시 고작 5000부가 팔렸던 ‘소비에트에…’는 지난 81년 재출간때는 3개월 만에 10만부가 팔려 나갔다.에르제는 1930년부터 1976년 ‘땡땡과 카니발 작전’까지 벨기에의 카스테르만 출판사를 통해 23권의 땡땡 시리즈를 내놓았다.24권인 ‘땡땡과 상어호수’는 원작을 토대로 만든 애니메이션에서 스틸 컷을 뽑아 만든 것이다. ●‘땡땡 스타일’의 핵심은 명료성 에르제는 생전 ‘소심하다’느니 ‘결벽증 환자’라는 놀림을 살 정도로 ‘명료성’에 집착했다고 한다.미려하고 깔끔한 외곽선을 얻기 위해 종이에 구멍이 뚫릴 때까지 선을 반복해서 긋곤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에르제의 ‘명료성’은 작화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이야기 전개방식,칸 구성,인물 창조 등 곳곳에서 보여지는 특유의 명료함은 ‘땡땡 스타일’이라는 별명을 낳았다. 1969년 미국이 유인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키기 15여년 전에 그려진 ‘달 탐험 계획’(1953년)과 ‘달나라로 간 땡땡’(1954년)을 보면 왜 유럽 과학자들이 동호회까지 만들어가며 땡땡 시리즈에 열광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정확한 과학기술 지식을 바탕으로 보여주는 달 착륙 과정은 지금보아도 실감이 날 정도.이것 말고도 로켓,수륙양용전차,가변익 비행기,잠수함 같은 복잡한 기계들을 정확한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상상,만화적이지만 정교한 그림으로 묘사해냈다. ●땡땡의 정치적 성향? 땡땡은 종종 서구중심적·제국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초기작인 ‘소비에트로 간 땡땡’에서처럼 구소련을 부정선거와 납치,고문이 자행되는 나라로 그리는가 하면,‘서구가 미개한 동양을 개화시켰는데도 은혜를 모른다.’는 식으로 동양 식민지인들의 독립운동을 폄하하기 때문이다.그러나 그것은 에르제의 한계라기보다는 당시 유럽인들의 한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오히려 땡땡 시리즈는 뒤로 갈수록 ‘푸른 연꽃’(1946년)에서처럼 제국주의에 대해 비판적으로 변화된 시선을 담아낸다.일본의 남만주 기차선로 폭파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푸른 연꽃’은 제국주의로 경도되는 일본과,그를 지지하는 서구에 대한 비판이 들어 있다. 땡땡은 ‘티베트에 간 땡땡’(1960년)에서는 중국인 친구 창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기도 한다.달라이 라마는 “서구인들이티베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소중한 책”으로 ‘티베트에…’를 소개하기도 했다.기본적으로 땡땡은 다른 문화의 소중함을 이해·포용하려고 노력하는 호기심 많은 소년이다. 사실 땡땡의 ‘색깔’은 프랑스 국회에서도 공식적인 격론을 벌이는 문제다.국민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캐릭터인 만큼 각당의 ‘영입 경쟁’이 치열한 것.프랑스 우파 제1당인 공화국 연합당은 “특출한 애국심과 역사관으로 볼 때 땡땡은 우리 당이 확실하다.”고 주장한다.이에 맞서 온건 좌파인 사회당은 “중국인 소년 창을 구하고 동지로 삼는 반인종주의적 행동으로 볼 때 땡땡은 사회당”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어쨌든 모든 논란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들의 땡땡에 대한 의견은 프랑스 철학자 미셸 세르의 한 마디로 통일되는 듯 싶다.“고마워요,에르제.” 채수범기자 lokavid@
  • 마지막 막부시대 무사들 이야기/12일 개봉 ‘바람의 검, 신선조’

    흔히 과도기에는 많은 이야깃거리가 등장하기 마련.옛 것과 새 것이 공존하는 혼돈의 자리에 갈등과 마찰이 생겨나고 그것은 대개 극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개봉하는 ‘바람의 검,신선조’도 그런 과도기와 격동이 배경이다.구체적으로는 일본의 중세와 근대가 맞물리는 19세기 후반 마지막 막부시대 일본 무사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사무라이 출신의 사이토 하지메(사토 고이치)의 회상을 축으로 열고 닫힌다.1898년 아픈 손자를 데리고 병원을 찾은 사이토가 그곳에서 우연히 옛 동료 요시무라 간이치로(나카이 기이치)의 사진을 보고 영욕이 교차하던 ‘신선조’시절을 떠올린다.‘신선조’는 쇼군(將軍)이 이끄는 막부 체제가 미국을 등에 업은 천황파에게 밀려 세력을 잃어가던 19세기 말 당시 수도 교토의 치안을 담당하는 정예의 무사 집단이다.어느 날 일본 남부 모리오카 출신의 시골 무사 간이치로가 무술대회를 거쳐 신선조에 가입한다.칼 솜씨는 누구 못지않지만 촌스러운 외모와 어눌한 말투 등으로 늘 화제를 몰고 다닌다. ‘무사의도’보다는 돈 모으는 데 더 관심이 많은 그에게는 눈물겨운 사연이 있다.하급 무사이자 교관으로서 무사의 정신에 충실하던 그가 찢어질 듯한 가난으로 굶주리는 가족을 위해 고향에 충성한다는 무사의 관습을 깬 것.당연히 그의 마음 속에는 떠나온 고향과 부양할 가족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조롱받던 그의 진면목은 신선조가 천황파와 쇼군파로 나뉘면서 돈보다 의(義)를 위해 신선조에 남으면서 빛난다.대세가 천황에게 기울면서 신선조는 고유 임무가 없어지고 무사들은 자신들의 주군인 쇼군을 위해 마지막 전투에 참여한다. 영화 전반에 ‘사무라이 정신’에 대한 향수 등 일본인 특유의 정서가 진하게 깔려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하지만 ‘러브레터’‘철도원’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아사다 지로가 쓴 원작 소설 ‘미부기시전’의 짜임새 있는 전개와 인간미 물씬 풍기는 내용 등은 눈길을 끈다.여기에 ‘이웃집 토토로’‘기쿠지로의 여름’‘원령공주’ 등에서 음악적 재능을 검증받은 히사이시 조의 따스함이 담긴 선율도 감동을 더한다.‘음양사’‘비밀’ 등으로 국내에 알려진 다키타 요지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종수기자 vielee@
  • 드라마·오페라·애니·게임…소설의 화려한 변신/새 이정표 여는 김탁환의 ‘불멸’

    전통적으로 영화와 드라마의 스토리 공급원이었던 소설이 오페라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으로 폭을 크게 넓혀가고 있다.김탁환(사진·35)의 역사소설 ‘불멸’은 문학이 본격적인 ‘문화산업의 재료’로 기능하는 시대를 선도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김탁환은 지난 8월 KBS와 ‘불멸’의 드라마 원작계약을 맺었다.방송작가들과 시놉시스 작업도 마쳤다.KBS가 역시 이순신을 다룬 김훈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까지 사들여 ‘공동원작’으로 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진통을 겪고는 있다.하지만 이 드라마를 내년 6월부터 방송한다는 KBS의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불멸’은 성곡오페라단이 기획한 오페라 ‘이순신’으로 다시 태어났다.김탁환이 쓴 대본은 지난 봄 러시아 작곡가 브라디슬라바 아가포니코프에게 넘겨졌고,오페라 ‘이순신’은 지난달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됐다. ‘불멸’은 만화로도 만들어진다.김탁환은 최근 한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다.30∼50권의 만화로 만들어 내년 여름부터 출간한다는 계획이다.그는 ‘불멸’을 애니메이션 시리즈나 게임으로도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그러나 영화는 “(해전 장면 등)돈이 많이 드는 큰 이야기라서,본전을 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털어놓았다.그는 또 드라마 방영에 맞추어 기존의 4권짜리 ‘불멸’을 10권으로 다시 쓰는 작업을 하고 있다.소설의 문화산업화가 성공을 거두면,다시 소설의 정련(精鍊)이나 ‘소설가의 성공’에 도움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김탁환은 “내가 쓴 소설대로 대하드라마나 영화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습작 시절부터 했고,‘불멸’은 처음부터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서 “(문화산업의 재료로 기능하는 것은 문학의)새로운 돌파구 중 중요한 한 부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여름에 펴낸 ‘방각본 살인사건’은 영화를 위하여 캐릭터 설정과 장면 전환까지 고려하고 소설을 썼다.”면서 “그래선지 책이 나오자마자 여러 영화사에서 곧바로 시나리오 작업을 해도 좋겠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동철기자 dcsuh@
  • “도발적 실험·상상력으로 뭉쳤다” 젊은연극 3色축제

    독특한 빛깔,색다른 성격의 3색 연극 페스티벌이 초겨울 무대를 풍성하게 수놓는다.몸짓 언어의 마술사들이 펼치는 ‘한국마임 2003’,아시아 연극의 미래를 짚는 ‘아시아신세기연극열전’,그리고 스스로 ‘경계의 연극’으로 부르는 ‘마지날씨어터페스티벌(변방연극제)’이 서울 홍익대앞과 대학로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실험과 도발,상상력을 무기삼아 주류 연극에 도전장을 내민 젊은 연극인들의 축제에 뛰어들어 보자. ●한국마임 2003 한국 마임의 어제와 오늘,내일을 한눈에 보는 자리이다.한국 마임의 선구자격인 유진규 유홍영을 비롯해 유럽 유학파 출신으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는 2세대 임도완 박미선,그리고 이제 막 해외에서 돌아온 신진 마이미스트 등 22개 마임팀이 한자리에 모인다. 최근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순회공연을 가진 유진규네 몸짓의 대표작 ‘빈손’이 개막작으로 공연되고,임도완이 이끄는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는 축구 경기의 역동성을 마임으로 표현한 ‘축구’를 선보인다.유홍영의 ‘신문’은 신문속에 담긴 다양한 삶의 모습을 재치있는 아이디어로 표현한 작품. 프랑스 마르셀마르소 국제마임학교를 졸업한 이태건의 ‘밤으로의 여행’,영국 모던마임학교를 나온 윤종연의 ‘오르페우스’ 등 젊은 마이미스트들의 신작도 기대할 만하다.6일부터 17일까지 홍익대앞 씨어터제로.www.komime.net(02)338-9240. ●넥스트웨이브-아시아신세기연극열전 5일부터 21일까지 문화일보홀에서 펼쳐질 이 행사는 한국,홍콩,일본,싱가포르,중국 등 아시아 5개국 차세대 연극인들의 다채로운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무대로 꾸며진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한국,홍콩,일본 3개국 여성 연극인들이 공동제작한 ‘세자매-크로스아시아버전’.안톤 체호프의 원작을 동시대 아시아 여성의 일상과 성장기를 모티프로 새롭게 재구성했다.중국 아방가르드 연극을 대표하는 멍징후이 연출가의 대표작 ‘코뿔소의 사랑’도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중국의 현대연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이밖에 극단 노뜰의 신작 ‘귀환’,싱가포르 실험극단 TNS의 ‘코안(Koan)’,연출가 김재엽이 이끄는드림플레이프로젝트의 ‘아홉개의 모래시계’등 5개 작품이 번갈아 공연된다.www.nextw avefestival co.kr(02)325-8150. ●마지날씨어터페스티벌 국내 유일의 대안 연극제를 표방하며 1999년부터 ‘변방연극제’라는 이름으로 매해 치르던 행사를 올해부터 명칭을 바꿔 지난달 중순 대학로 학전블루소극장에서 막올렸다.오는 7일까지 계속되는 연극제에는 기존 연극의 상투성을 훌쩍 뛰어넘어 도발적인 실험정신으로 똘똘 뭉친 7편의 작품이 선정됐다. 몸과 언어의 결합을 통해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한 남자를 묘사한 두댄스시어터의 ‘갈비뼈가 숨을 쉴 때’,멀티미디어를 활용해 표현방식의 확장을 시도한 연출가 채홍덕의 ‘러버(Lover)’가 연극제 마지막주를 장식한다.www.mtfestival.com(02)762-0010. 이순녀기자 coral@
  • 다른 이름·다른 시간 그리고 같은 운명/극단 파티 ‘추적’

    극단 파티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추적’(원제 Reader)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고스란히 객석에도 전달된다.의자 깊숙이 몸을 기대고 편안히 극의 흐름을 관조하기보다는 등을 곧추세우고 곳곳에 포진한 숨은 의미를 끊임없이 ‘추적’하게 만든다.다소 까다롭게 여겨질 수 있지만 지적인 탐구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겐 꽤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는 남미 저항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원작이 지닌 복잡한 구조 자체에서 기인한다.연극은 한 공간에서 과거와 미래가 어지럽게 교차하는 다층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막이 오르면 무대는 1980년대 보안사 검열관 문민호의 사무실을 보여준다.원고를 검열해 출판 여부를 결정하는 그는 어느날 자신을 모델로 한 미래소설을 읽고 경악한다.사무실에 찾아온 아들 문혁은 그런 아버지를 다그치며 죽은 어머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암전 이후 다시 무대가 밝아오면 사무실에 동일한 남자가 앉아 있다.그러나 때는 2030년대,남자의 이름은 사로 민으로 변해 있다.컴퓨터로 모든 정보가 완벽하게관리되고,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속속들이 통제되는 사회에서 그는 80년대 문민호와 마찬가지로 검열관으로 일한다.그는 자신과 놀랍도록 닮은 문민호,문혁 부자의 얘기를 다룬 영화 시나리오를 보며 위협을 느낀다.연극은 이때부터 과거와 미래가 교묘하게 맞물리는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관객을 밀어넣는다.80년대 문민호와 문혁 부자,그의 아내 환희는 2030년대 사로 민,솔 민 부자,그리고 하늬와 겹쳐진다.문민호와 사로 민은 둘다 의식있는 작가였다가 조직의 회유와 협박에 넘어가 검열관으로 변신한 과거를 갖고 있다. 극의 구조는 얽힌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보이지만,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정교한 구성 덕에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연극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의외로 명료하게 다가온다.경계와 질서,규칙을 강요하는 억압된 사회와 그 경계선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개인의 운명은 깊은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꼼꼼한 연출로 유명한 박상현 연출가(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이번 공연에 앞서 미추산방 등지에서 두차례 워크숍을 하며 작품해석에 무게와 깊이를 더했다.1인2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주인공 박지일을 비롯해 출연진들의 연기도 돋보인다.12월7일까지.(02)762-3390. 이순녀기자
  • ‘글래디에이터’ 바다의 영웅으로/28일 개봉 ‘마스터 앤드‘

    ‘글래디에이터’의 고대 로마 검투사 러셀 크로가 바다의 영웅이 됐다.28일 개봉하는 피터 위어 감독의 ‘마스터 앤드 커맨더:위대한 정복자’(Master and Commander:The far side of the world)에서 그는 강인한 리더십과 불굴의 의지로 해상전투에 성공하는 전투함의 함장으로 등장한다. 이번 역시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성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다.그러나 영화는 프랑스쪽이 아닌,그에 맞서싸우는 영국 함선의 투쟁기다.러셀 크로의 역할은 서프라이즈호의 함장 잭 오브리.프랑스 함대 아케론호를 격침하라는 국왕의 명령을 받고 197명의 선원을 태운채 항해에 나선 서프라이즈호는 도리어 아케론호의 기습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선원들은 뭍으로 돌아가 전열을 가다듬기를 바라지만,잭은 아케론호를 격침시킬 때까지 계속 항해할 것을 고집한다.영화는 인기 소설시리즈 ‘오브리-마투린’을 원작으로 했다.떠들썩했던 외신보도들과는 달리 블록버스터라고 규정하기엔 동선이 크지 않은 해양액션물이다.화면 스케일이 그다지 웅장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극의 무대가 서프라이즈호에만 국한됐기 때문이다.고증에 근거한 복장과 소품들로 시대극으로서의 품격은 모자람없이 갖췄다.풍전등화의 위기상황에서도 바이올린을 켜고,친구를 살리기 위해 육지에 정박키로 결단을 내리는 등 러셀 크로의 심리변화 연기만은 나무랄 데가 없어보인다. 황수정기자
  • 동양의 디즈니 스튜디오 일 도에이사 명예회장 오카다 시게루/“한국 문화개방 늦었지만 환영 동북亞 허브역할 톡톡히 할것”

    “한국 정부의 일본 대중문화 전면개방을 적극 환영합니다.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요.이번 개방은 한국을 한·중·일을 잇는 거대한 동북아시아 문화산업 허브 국가로 만드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오카다 시게루(岡田 茂·사진·79) 일본 도에이(東映)사 명예회장이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여는 ‘2003 문화콘텐츠국제전시회(DICON2003)’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도에이는 애니메이션·영화 등을 제작하는 일본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다.일본 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백사전’(58년)을 제작하는 등 상업용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정상을 지켜 ‘동양의 디즈니 스튜디오’로 불린다. ‘은하철도 999’‘드래곤볼’‘북두의 권’‘미소녀 전사 세일러문’‘슬램덩크’ 등 우리에게 익숙한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왔다. 14일 만난 오카다 회장은 “새해 1월 문화개방을 앞두고 애니메이션을 비롯,한국의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협력 방안을 타진하기 위해방문했다.”면서 “구체적인 투자·협력 방안 등은 아직 검토 중이지만 한국의 잠재력을 감안할 때 협력할 수 있는 방법과 범위는 매우 넓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경쟁자이자 파트너 그는 그동안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로 인한 문화단절로 양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 점을 매우 안타까워했다.“미시적으로 보면 양국은 경쟁자이지만,거시적으로 볼 때 세계 시장에서의 파트너입니다.협력할 부분이 얼마든지 있죠.” 일본은 자본력·비즈니스 노하우를,한국은 3D 애니메이션 등 첨단 기술력과 참신한 콘텐츠를 갖추고 있어 양쪽의 장점을 살리는 윈윈 전략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시장에서 한국 문화콘텐츠의 경쟁력은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강조한다. “이달 9일에 폐막된 ‘2003년 도쿄국제영화제’만 하더라도 한국영화 ‘살인의 추억’이 아시아상을 수상했고,지난 3월 도쿄국제애니메이션페어에서는 한국의 ‘강아지똥’이 파일럿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미래는 밝습니다.일본이 이번 문화개방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단순히 시장이 확대되기 때문은 아닙니다.파트너로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기 때문이죠.” 그는 최근 한국 지상파 방송사들이 애니메이션 방영시간을 놓고 업체들과 갈등을 겪는 것을 안타까워했다.“애니메이션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많은 사람들이 봐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기 때문이다.그는 일본 애니메이션 콘텐츠의 경쟁력도 결국은 내수 시장의 힘에서 나왔다고 본다.풍부하고 다양한 만화 원작들이 우선 국내 시장에서 1차적으로 상업성을 검증받고,그중 성공적인 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또다시 검증을 받는다.그것을 들고 해외로 나가니 성공할 확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것.오카다 회장은 “이 선순환 구조는 거의 ‘공식’인 만큼 한국에서 빚어지고 있는 방송과 업계의 마찰이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중·일 문화블록 가능성 무한 “일본 정부도 최근에야 인력양성,저작권제도,콘텐츠진흥법 등 관련산업 정책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지요.지금까지는 거의 자생적인 시장 기능에만 의존해온 게 사실입니다.” 오카다 회장은 그러한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 요인으로 최근 일본 엔터테인먼트 산업들이 보여준 ‘힘’을 들었다. 오카다 회장은 이번 개방을 계기로 국가를 넘나드는 정부·민간 차원의 다양한 협력사업 모델이 개발되기를 기대했다.“한·중·일 3개국은 동북아시아 경제·문화블록 주도국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일단 엔터테인먼트 분야만 보면,일본은 마케팅 노하우와 풍부한 기존 콘텐츠를 가지고 있고,한국은 참신한 콘텐츠와 뛰어난 기술력을,중국은 풍부한 문화·인적 자원을 갖고 있습니다.한·중·일의 협력이 발전적으로 이루어지면 이른 시일 내에 엔터테인먼트 분야 최강국인 미국을 위협할 수준이 될 것입니다.” 오카다 명예회장은 1924년 일본 히로시마현 출신으로 1947년 도쿄제국대학(현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같은해 도에이 주식회사에 입사했다.이후 기술부장,기획제작본부장,영화본부장,TV본부장을 거쳐 1971년 사장에 취임했고,1993년부터 회장으로 있다가 물러나 지난해 6월부터 고문직을 맡고 있다. 글 채수범기자 lokavid@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
  • HOT & NEW - 게임 애니 만화

    ●새게임 쿠키샵2 초등학교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PC용 경영 시뮬레이션게임.위자드소프트.2만 5000원. 고스트리콘:아일랜드 썬더 X박스용 1인칭 액션 게임.마이크로소프트.5만 2000원. 톰 클랜시의 스프린터 셀 X박스용 1인칭 잠입 액션 게임.마이크로소프트.5만 2000원. 카오스 레기온 PC용 팬터지 오페라 액션게임.위자드소프트.3만 3000원. NBA 라이브 2004 PC·PS2·X박스용 3D 농구 게임.EA코리아.PC용 3만 6000원,PS2·Xbox용 4만 5000원. ●새만화 만화로 보는 한국문학 대표작선 1∼6(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외) 이문열,박완서,이청준,전경린,하성란 등 한국의 대표적인 문인들의 원작들을 만화화했다.이원희 외 글·그림,이가서.각권 9500원. 일곱개의 숟가락 1 가족의 소중함을 그린 아동만화.김수정 글·그림,행복한 만화가게,1만 2000원. 발바리의 추억 1∼9 80년대 젊은이들의 사랑 풍속도.강철수 글·그림,애니북스,각권 6500원. 어른이 되는 방법 1∼3 연상녀와 연하남의 사랑이야기.야마다 난페이 글·그림,대원씨아이,각권 4800원. 러브툰 사랑에 대한 185개의 짧은 삽화 보고서.루퍼트 포셋 글·그림,애니북스,9000원. 달나무의 고양이방 ‘반려’에 대한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그런데 그 반려란 사실 두 고양이들이다.박수인 글·그림,애니북스,8000원.
  • 21일 개봉 ‘씨비스킷’/전설적 경주마 탄생시킨 3인의 도전

    ‘절망은 없다.’ 21일 개봉하는 ‘씨비스킷(Seabiscuit)’은 1930년대 대공황 위기를 극복한 미국인의 저력을 설파하는 영화다.희망의 메신저는 당시의 전설적인 경주마 씨비스킷과 그를 탄생시킨 기수·조련사·마주 등이다.겉모습은 작고 볼품없지만 조련을 통해 ‘희망의 상징’인 경주마로 거듭난 씨비스킷이나,갖은 시련을 겪은 뒤 우연히 만나 ‘씨비스킷 신화’를 일궈내는 세 사람의 공통점은 끝없는 도전 정신.이들이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이 당시 미국인들에게 ‘희망의 신화’를 심어준 원작 ‘씨비스킷-미국의 전설’의 탄탄한 구성에 힘입어 짜임새 있게 펼쳐진다. 전반부는 산업화 바람이 불어닥치는 1910∼20년대 미국과 캐나다를 배경으로 세 사람의 ‘고난의 시대’를 번갈아 보여준다.자전거 수리점 주인 찰스(제프 브리지스)는 타고난 사업재능으로 남보다 먼저 자동차 장사에 눈을 떠 큰 돈을 벌지만 대공황 한파로 경영난에 처한다.이어 아들이 차를 몰다 사고로 숨지고 아내마저 그를 떠난다.대공황의 그림자는 기수 자니(토비 맥과이어)에게도 짙게 드리운다.부유한 아일랜드계 이민의 아들로 자라던 그도 다른 집에 넘겨진 뒤 고아처럼 자라며 권투선수와 3류기수로 시골을 떠돈다.조련사 톰(크리스 쿠퍼)의 원래 직업은 야생마를 길들이는 카우보이.말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말을 잘 알지만 산업화에 밀려 삶의 터전을 잃고 서부로 밀려온다. 영화의 후반은 우연히 만난 이들이 경마팀을 이뤄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씨비스킷을 경주마로 키워가는 과정이다.사나운 종마가 부상,방해공작 등을 이겨내고 ‘스포츠 영웅’으로 탄생하는 과정이 역동적으로 펼쳐진다.카메라를 달리는 말 사이에 배치하여 담은 박진감 나는 경주 장면과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화음이 힘을 더해준다. 재치있는 대사와 다양한 효과음으로 진행하는 라디오 중계 등 당시 사회상도 볼거리.그러나 원작의 방대한 분량이 벅찼는지 영화는 내용을 압축하는데 허술함을 드러낸다.연결고리없이 세 사람이 따로 겪는 과정을 담은 전반부가 약간 지루하고 산만하다.또 미국의 프론티어 정신을 너무 미화한 게 아니냐는 느낌도 준다.그런흠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온 가족이 감상하기에 적절하고 유쾌하다.영화 ‘데이브’ ‘빅’의 각본을 쓴 게리 로스가 감독. 이종수기자
  • 21일 개봉 올드보이/ 소름돋는 복수… 비극의 두 남자

    21일 개봉하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올드 보이’(제작 쇼이스트)는 지면에 소개하기에 난감하기 짝이 없는 영화다.충격적인 반전 자체가 영화의 핵을 이룬,충무로에선 아주 낯선 접근방식의 미스터리 스릴러물이기 때문이다.몇차례의 강도높은 반전과 맞닥뜨리며 ‘충격받는’ 일이 감상포인트의 알파이자 오메가.반전의 힌트를 까딱 잘못 던졌다가는 ‘스포일러’(영화의 온전한 이해를 망치는 요인)가 되기 십상인 작품이다. ●복수심의 실루엣 힘껏 부각 감독의 카메라는 더 ‘악랄’해졌다.딸의 죽음을 끔찍하리만큼 신랄하게 복수했던 전작 ‘복수는 나의 것’보다 화면도 더 절제시켜,복수라는 감정의 실루엣만 힘껏 부각시켰다.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자.’는 인생철학으로 자신의 이름 뜻을 풀이하는 넉살좋은 평범한 중년남자 오대수(최민식).그런 그가 어린 딸의 생일날,영문도 모른 채 누군가에게 납치돼 사설감옥에 갇힌다.영화는 이 극한상황을 도입부에서 곧바로 펼쳐보이며 관객의 신경줄을 팽팽히 조여놓는다. TV말고는 세상과 소통할 수단이아무것도 없는 감방에서 배달되는 군만두만 먹으며 견디길 무려 15년.젓가락으로 벽을 뚫어 ‘쇼생크 탈출’을 시도하지만,그 순간 누군가는 예전의 납치장소에다 그를 다시 풀어준다. 살갗을 뚫고다니는 개미떼,쑥대머리의 폐인이 돼가면서도 탈출을 위해 체력단련에 열중하는 오대수의 감방풍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영화적’이다.하지만 감독은 그 과정을 짧게 훑고 지나간다.누군가가 오대수를 왜 가뒀으며 하필이면 15년만에 다시 풀어준 이유가 뭔지를 더듬어가는 것이 ‘본론’이기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영화는 복수의 화신이 이우진(유지태)이란 사실을 일찌감치 드러낸다.풀려나온 대수는 일식집의 젊은 요리사 미도(강혜정)를 만나고,그녀와 곧 사랑에 빠진다.치밀하게 계산된 우진의 ‘복수계획표’에 따라 대수의 모든 게 조종당한다는 사실마저 영화는 귀띔해준다. ●소화불량 일으킬 충격의 반전 희미한 복선을 따라 진실에 다가가는 미스터리물의 전형과는 많이 다르다.관객에게 지능게임을 거는 대신,소화불량을 일으킬 만큼 거북한 반전소재를 충격요법에 끌어썼다.아내를 살해한 누명까지 뒤집어쓴 대수가 우진에게 복수하려 하지만,우진은 그런 대수에게 복수극의 진실을 스스로 발견해 경악하고 궤멸할 수 있도록 태연히 과거를 복기(復碁)시켜줄 뿐이다. 밝힐 수 있는 반전의 힌트는 영화제목이다.‘올드보이’의 사전적 의미 중 하나는 ‘동창생’.기억도 못할 무심한 실수로 대수는 인간성이 완전히 짓밟히는 복수의 대상이 됐다.두 남자의 비극은 결국 아주 닮은꼴이 된다. 영화의 원작은 동명의 일본만화다.그러나 주요 모티브만 빌려왔을 뿐 과정이나 결말은 전혀 다르다.과감한 클로즈업 화면,부드러움과 광기가 뒤섞인 유지태의 표정연기,짐승처럼 황폐해가는 최민식의 처절한 연기 등이 소름돋게 사실감을 더하는 미스터리극이다. 황수정기자 sjh@ 박찬욱 감독의 말 이번 영화도 ‘복수’가 주된 정서이다보니 나더러 복수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주위에서 놀린다.증오를 억누르며 사는 현대인들에겐 아주 매력적인 소재 아닌가.내친김에 ‘복수 3부작’을 만들까 한다(웃음).반전 장치여서 밝힐 순 없지만 ‘복수’ 아닌,영화속 또 다른 소재도 한국 상업영화에서는 볼 수 없던 것이다.충무로의 금기선을 넘어보고 싶었다. 다른 건 몰라도 나는 배우 복이 아주 많은 사람이다.15년이나 사람을 가둬놓는 악질 캐릭터를,맑은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인 유지태에게 맡길 수 있었던 것도 그렇다. 중년 남자의 고민과 고뇌를 다룬 영화가 내 스스로 그리웠다.그래서 이 영화를 엄두냈다. ‘복수는 나의 것’이 그랬듯 이 영화 역시 무척 감상하기 불편하다는 평가가 들린다.일부러 관객이 불편하길 바라진 않는다.하지만 긴장없이 편하기만 한 영화는 싫다.멜로나 코미디라도 긴장해서 보고나면 온몸이 피곤해지는 그런 영화를 좋아한다.
  • 어린이 책꽂이

    ●보물섬(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글,에드워드 윌슨 그림,정영목 옮김,비룡소 펴냄) 소년 짐 호킨스와 키다리 해적 존 실버 등이 보물섬을 찾아나서는 내용의 어린이 고전문학.‘하이디’‘꿀벌 마야의 모험’‘홍당무’ 등이 시리즈로 묶여 나왔다.‘꿀벌…’과 ‘하이디’는 국내 처음 완역됐다.원작에 최대한 충실했다.초등 고학년 이상.1만 5000원. ●11월(신시아 라일런트 글,질 캐스트너 그림,이상희 옮김,문학과지성사 펴냄) 앙상하게 잎을 다 떨군 나뭇가지,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는 새들,헛간 구석에서 몸을 포갠 고양이들….11월의 정취를 따뜻하면서도 간결한 이야기톤으로 묘사한 그림책.원근감을 잘 살린 풍경화를 배경으로,어린 시심(詩心)을 자극할 만하다.5세 이상.8000원.
  • 獨극단 ‘아침이슬’ 깜짝쇼에 뭉클/‘지하철 1호선’ 2000회 공연

    “2000번 공연 중 최악의 무대였다.”고 극단 학전의 김민기대표는 겸손해했지만 공연 내내 극장안은 배우와 관객의 일치된 호흡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특히 원작 오리지널팀인 독일 그립스극단 배우와 스태프들의 환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대학로 학전그린소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지하철1호선’의 2000회 공연 현장.지하 소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은 물론 자리가 없어 위층 주차장에서 추위에 떨며 모니터로 공연실황을 지켜본 열혈 마니아들도 김대표와 극단 학전이 이루어낸 역사적인 성과에 아낌없는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한국 연극사뿐만 아니라 독일 연극사에도 의미있는 기록을 남긴 이번 행사는 그 의미만큼 가슴 훈훈한 뒷얘기들을 많이 남겼다.공연에 앞서 극단이 역대 출연배우들로부터 물품을 기증받아 마련한 경매행사에선 김대표가 내놓은 애장품 기타가 500만원에 낙찰되는 등 참가자들의 열띤 호응속에 총 824만원의 수익금을 모으며 성황리에 끝났다.이 기금은 뮤지컬에 등장하는 실제 주인공들인 노점상,외국인 노동자,노숙자들을 위한 자선단체에 전액 기부된다. 2000회 공연이 끝난 뒤 마련된 뒤풀이 행사의 열기도 뜨거웠다.배우들의 목소리 트레이너인 소리꾼 김소연씨가 ‘심청가’ 중 한대목을 불러 독일 손님들의 관심을 모은 데 이어 김대표의 오랜 지인인 가수 전인권이 등장해 관객을 열광시켰다. 하이라이트는 그립스극단팀들이 준비한 ‘깜짝쇼’.‘지하철1호선’의 원작자인 폴커 루드비히는 “독일 원작 연극이 외국에서 2000회 공연을 기록한 것은 전무한 일이다.내 작품을 독창적인 연극으로 탄생시킨 극단의 노력에 감명받았다.”고 축하인사를 전한 뒤 배우들과 함께 김대표의 곡인‘아침이슬’을 독일어로 합창했다.순간 김대표는 쑥쓰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연극으로 맺어진 두 극단의 우정이 가슴 찡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이순녀기자 coral@
  • 프리다 / 부상…조각난 몸·사랑의 고통 예술로 꽃피운 ‘격정의 삶’

    소아마비에다 치명적인 교통사고로 인한 35차례의 수술,멕시코 유명 화가와 운명적 만남과 이혼,재결합,영구혁명론의 트로츠키와의 사랑….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그 파란만장한 삶의 주인공은 멕시코 여성화가 프리다 칼로.드라마처럼 굴곡 많은 그녀의 삶을 스크린에 옮긴 ‘프리다(Frida)’가 21일 개봉된다. 감독은 뮤지컬 ‘라이온 킹’으로 국제무대에서 연출력을 인정받은 뒤 영화계로 건너온 줄리 테이머.줄리 테이머는 같은 여성의 시각으로 헤이든 헤레라의 원작 ‘프리다’(민음사 번역 출간)에서 ‘혁명가’ 프리다보다 ‘인간’ 프리다를 클로즈업한다. 영화는 “내 인생의 두가지 큰 사건이 있는데 첫 사고와 당신,그런데 당신이 더 나빴어.”라는 프리다의 대사에 압축돼 있다. 줄리 테이머는 프리다가 자신의 평생을 지배한 두 개의 코드 ‘부상과 사랑’이란 주요 틀에 고통을 예술로 승화하며 걸작을 꽃피우는 과정을 점점이 그려 넣는다. 전체 분위기는 프리다의 그림만큼이나 환상적이고 아름답다.영화를 풀어나가다 상황에 걸맞은 프리다의 작품으로 넘어가 거나 미술과 인물을 콜라주한 장면 등 다양한 연출기법으로 영화와 미술을 동시에 감상하는 묘미를 준다. 당시를 생생하게 재연한 세트와 분장,프리다의 심경 변화를 이입하듯 때론 애잔하게 때론 격정적으로 흘러나오는 라틴음악도 맛을 더해준다. 꿈많고 당찬 말괄량이 18세 소녀 프리다는 쇄골·갈비뼈·척추와 골반 등을 다치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몇차례 수술을 하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당대 최고의 화가 디에고에게 보여주면서 생의 전기를 맞는다.혁명과 그림에 대한 공감으로 결혼한 둘은 부부이자 동지이자 동료로 행복한 생활을 한다.하지만 화려한 여성편력의 디에고에게 질려갈 무렵,디에고가 자신의 여동생과 관계를 갖는 장면을 목도하면서 사랑은 금이 간다. 거꾸로 그림에 대한 사랑은 더 깊어진다.영화는 미국과 파리 체류기,멕시코로 망명온 트로츠키와의 사랑 등을 거친 뒤 프리다의 죽음으로 종착역에 이른다. 원작을 보고 프리다의 매력에 흠뻑 젖어주연과 프로듀서를 자청하고 나선 셀마 헤이엑의 연기는 너무 자연스럽다.실존 인물을 빼닮은 외모에 열정적 연기로 프리다의 격정적인 삶을 되살린다.디에고 역의 알프레드 몰리나도 리얼리티에서는 떨어지지 않는다. 디에고의 친구이자 라이벌 화가 역의 안토니오 반데라스,록펠러로 나오는 에드워드 노튼 등의 카메오 연기도 잘 어우러진다.다만 그림에 대한 지나친 기댐이 영화의 집중력을 흐트린다. 이종수기자 vielee@
  • 상상 초월한 의자의 변신/ 사다리움직임연구소 ‘보이첵’

    마임이스트 임도완이 이끄는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는 국내에서 가장 독창적인 창작활동을 하는 공연단체 가운데 하나이다.움직임,마임,오브제 등으로 간결하게 엮어내는 이들의 공연은 기존 정극이나 마임극에서 맛볼 수 없는 새로운 볼거리들을 선사한다. 지난달 28일부터 대학로 열린극장에서 공연중인 게오르그 뷔히너 원작의 ‘보이첵’ 역시 이들이 견지하는 신체언어의 미학을 잘 보여주고 있다.‘보이첵’은 미완성 희곡임에도 불구하고 숱한 연출가들에 의해 자주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그만큼 해석의 폭이 넓은 레퍼토리이다.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경우 철저하게 움직임만으로 등장인물의 상황과 심리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트레이닝복 차림의 배우 11명과 같은 개수의 의자가 무대의 전부.피아졸라의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배우들의 유연하면서 절도있는 동작과,상상을 넘어서는 의자의 다양한 변신이 이어져 관객들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다만 스토리가 아닌 이미지 중심이어서 ‘보이첵’을 처음 대하는 이들은 어렵게 느낄수 있다.23일까지. (02)741-3934. 이순녀기자 coral@
  • 여성의 눈으로 다시 본 로빈슨 크루소/올 노벨상 수상 존 쿠체의 패러디作 ‘포’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는 그 이름값에 걸맞게 다양한 패러디 작품을 탄생시켰다.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여러 동화는 물론,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캐스트 어웨이’ 등 다양한 장르의 젖줄이었다.프랑스의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금요일을 뜻하는 불어),태평양의 끝’처럼 원주민인 ‘프라이데이’를 주인공으로 재해석한 작품도 있다. 올 노벨상 수상작가 존 쿠체의 ‘포’(책세상 펴냄)는 아예 여성의 시각으로 소설을 다시 쓴다.소설 ‘포’(원작자의 성)는 어느날 크루소의 왕국에 표류해온 여성 수전 바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모두 4장으로 된 작품은 바턴이 무인도에서의 생활을 출판하기 위해 원작자인 포에게 보낸 편지 형식을 빌려 크루소와 프라이데이 이야기를 들려준다.또 섬에서 탈출한 그녀가 무인도 경험을 소설로 쓰기 위해 작가인 포를 찾아가 직접 대화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런 구성을 통해 쿠체는 여성의 눈으로 크루소라는 인물을 재구성한다.그가 원작자에게 보내는 편지에 나타난 크루소는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도 내면에서는 사그라져 버렸어요”(18쪽)라고 묘사할 정도로 용기도 없다.또 성급하고 오만한 인물이다.하인인 프라이데이도 원작과는 달리 혀가 잘려 말을 할 수 없는 인물로,크루소에게 일방적으로 지배받는다.또 작가는 작품에 원작자인 디포를 등장시켜 사실보다는 재미에 더 관심을 가진 그의 입장을 넌지시 비판한다. 작품이 진행될수록 쿠체가 패러디한 로빈슨 크루소는 투르니에의 문제의식을 이어받으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투르니에가 원주민 방드르디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유럽 중심의 시각을 교정시키려 의도했다면 쿠체는 그와 함께 남성 중심의 작가관에도 메스를 가한 것이다. 작품을 번역한 조규형씨는 “다른 패러디 작품보다 더 기발하면서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명상의 깊이를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이종수기자
  • “어설픈 꽃뱀, 귀엽게 봐주세요”MBC 새 일일극 ‘귀여운 여인’ 승은역 정선경

    MBC는 ‘백조의 호수’ 후속으로 새 일일극 ‘귀여운 여인’(연출 최이섭·극본 정성희)을 오는 10일 오후 8시20분부터 방송한다. ‘귀여운 여인’은 부잣집 아들을 잡으려는 ‘꽃뱀’들의 좌충우돌 연애담을 담은 코믹 드라마.‘신분상승’이라는 은밀한 욕망을,솔직하고 재미있게 담아내는 것이 기획의도라고 한다. 어설픈 꽃뱀의 길을 걷는 시간강사 최승은 역은 탤런트 정선경(32·사진)이 맡았다.능숙하게 남자들을 등쳐먹는 고참 꽃뱀 김소연(장신영·19)을 응징하려다가 덜컥 ‘제자’가 된다.이들의 표적인 장세웅,장대웅 형제는 각각 가수 이지훈(24)과 탤런트 정보석(41)이 연기한다. 정선경은 “연하의 제자 세웅을 유혹해서라도 상류사회에 들어가고픈 승은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했다.“내세울 것 하나 없던 여자가 공부로 신분상승을 노리다가 집안 좋은 선배에게 강사자리마저 빼앗깁니다.물불 가릴 것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새로운 ‘길’에 도전하는 거죠.” 그는 “연하남과 사귀어본 경험이 있어 상황몰입에 어색하지 않다.”더니 갑자기웃었다.“사실 남자는 나이에 상관없이 결국 ‘애’잖아요.여자 쪽에서 보듬어 안아줘야 연애가 성립하죠.”자신은 그리 ‘귀여운 여인’ 스타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선경의 ‘보듬어안기’는 굳이 연애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정선경은 현재 사회단체 ‘장애자 먼저’의 홍보대사와 불우한 후배들을 돕는 연기자 모임 ‘따사모(따뜻한 사람들의 모임)’ 총무를 맡고 있다.“기회가 되면 유학 등 공부도 좀 더 해서 사회복지재단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귀여운…’말고도 KBS ‘무인시대’,영화 ‘아홉살 인생’(원작 위기철,감독 윤인호)의 촬영 스케줄에 쫓기면서 틈틈이 영어 과외를 하는 이유도 내년 Y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 과정 입학 시험 준비때문이다. “최고의 대학에서 공부해보고 싶다.”며 다분히 정략적인 발언을 하더니 스스로 깜짝 놀라 뒷수습을 한다.“으악,이러다 떨어지면 다른 대학에서도 안 받아주는 것 아니에요?” 채수범기자 lokavid@
  • 60년 환쟁이 인생 지그재그 변주곡 같아/ 결산전시회 여는 ‘만화계의 대부’ 신동헌 화백

    “난 내 이름(憲)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어.” 지난달 31일부터 자신의 창작인생을 결산하는 ‘에디슨과 아인슈타인 & 신동헌’전을 경기도 이천 청강문화산업대학 캠퍼스내 청강만화역사박물관에서 열고 있는 신동헌(申東憲·77) 화백.홍익대 근처 자택에서 만난 그는 지그시 눈을 감고 “지난 인생이 마치 방랑자의 삶처럼 ‘지그재그 변주곡’ 같았다.”고 잠시 회상에 잠겼다.외곬으로 한 우물을 파기 어려운 천성 탓에 만화,애니메이션,클래식 음악,음악가 드로잉 등 다양한 것들에 빠져들며 삐쭉빼쭉 여기저기 부딪치며 하고 싶은 대로 살았다는 그는 “그래도 후회는 없어.지금도 후배들에게 예술가에게는 도전과 일탈이 필수적이라고 권한다.”고 말을 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만화가의 길로 1927년 태어나 자란 접경지 함경북도 회령은 외래문화에 접할 기회가 많아 나운규·신상옥 같은 예술인들이 대거 배출된 곳이다.신 화백만 해도 당시 그 지역에서 명망 높던 명필인 아버지 신기철씨부터가 이른바 ‘환쟁이’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다고 한다.신 화백은 집안의 관대한 분위기 속에서 이제는 고인이 된 막내 신동우 화백와 함께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를 그리며 놀았다. 신 화백은 1942년 당시 중학생때 학생잡지 ‘형설시대’에 ‘묘안’이 첫 당선되면서 프로 만화가의 길을 꿈꾸었다.1946년 서울대학 예과에 입학한 뒤에도 충무로에서 미군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면서 그림 실력을 닦았다.스승인 ‘코주부’ 김용환 화백을 그때 만났으며 1947년 한국 최초의 만화단행본인 ‘스티브의 모험’을 내는 등,김용환 화백이 내던 주간만화신문 ‘뉴스’ 전속작가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벌였다. ●67년 한국 최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홍길동’ 제작 1960년부터는 애니메이션에 손을 대 1966년까지 제자이자 동료인 넬슨 신 감독과 함께 수백편의 TV CF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진로소주,삐콤씨,럭키치약….그 경험이 67년 동생 신동우 화백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한국 최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홍길동’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전문 도료인 ‘비닐 컬러’가 없어 ‘포스터 컬러’로 셀룰로이드 위에 직접그렸지.그런데 이건 뜨거운 조명 밑에 가져가면 껍질처럼 그냥 벗겨지거든.”신 화백은 고민 끝에 셀화를 그리자마자 재빨리 촬영하는 방법을 썼다.나중에는 포스터 컬러에 풀을 섞어 보기도 했고,맨질맨질한 피막을 누그러뜨리려고 양잿물에 필름을 재웠다가 썼다.1967년 후속작 ‘호피와 차돌바위’를 마지막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에서 손을 뗐는데 “당시 영화판의 분위기가 나와는 맞지 않았다.”고 그 시절을 돌이켰다.1981년 캐나다로 건너가 현지 회사에서 1년여 동안 근무했지만 천성인 방랑벽을 어쩔 수 없었다.2년 동안 알래스카 등 미국과 캐나다의 국립공원 20여 곳을 풍경화를 그리며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물론 여비는 풍경화를 그려 팔아 마련했다. ●“음악가 그리는 게 더 재미있던데.” 그뒤 1983년 귀국해 MBC ‘뽀뽀뽀’용 단편 애니메이션을 10년간 제작해 주기도 했지만 애니메이션과 만화 분야에서 활동은 그리 많지 않았다.그동안 취미생활이었던 ‘음악가 스케치’가 본업이 된 것이다. 신 화백이 지난 50년대 한국을 찾은 첼리스트 피아티 고르스키를 시작으로 그동안 국내외에서 스케치해온 음악가의 수는 무려 2000여명.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아이작 스턴 피아노3중주단 등 직접 스케치한 것을 선물한 음악가도 줄잡아 300명이 넘는다.“만나면 술 한잔 할 사이는 되지.” 신 화백은 “일본의 후루카와 타이센,프랑스의 와이즈 밧슈 등 스케치만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각국에 음악가 한 명씩은 있다.”면서 “내 전공은 현악4중주단 드로잉”이라고 말했다.“러시아의 보로딘(현악4중주단),영국의 린제이,아일랜드의 칠린기리안….” 대충 생각나는 대로 입에 올리는 악단만 해도 10여개.지난 99년에는 그동안 모은 스케치를 모아 예술의전당에서 ‘세계의 음악가 캐리커처전’을 열었고 ‘음악가를 알면 클래식이 들린다’ 등 관련 책들도 여러권 썼다. ●“일탈을 자주 하되 기본을 지켜라” 신 화백은 자신을 굳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선구자’니,‘만화계의 대부’니 하는 호칭으로 묶는 것을 꺼려했다.“난 그냥 ‘문화적 방랑자’인 것 같아.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그러나 신 화백은 “일탈과 도전은 매우 중요하지만 기본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만화가뿐만 아니라 누구든 계획대로 평생을 살 수는 없잖아? 그래도 그때까지 열심히 쌓아온 ‘기본’은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지.” ‘하루라도 스케치를 쉬어서는 안된다.’는 김용환 선생의 말씀을 50년 동안 지키고 있다는 노 화백이 지금까지 그린 스케치는 30만장이 넘는다.“‘기본’이라고 하는 것은 부지런히 노력해 쌓을 수밖에 없는 어떤 것이 아닐까….” 글 채수범기자 lokavid@ 사진 이언탁기자 utl@
  • 촬영감독 40년만에 첫 ‘메가폰’/ 63세 늦깎이 데뷔 박승배 감독

    63세의 데뷔감독.예순이 넘어 신인이라니,어쩐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강수연·정웅인 주연의 스릴러드라마 ‘써클’(제작 무비캠·JU프로덕션,새달 14일 개봉)을 연출한 박승배(사진) 감독은 이 느낌만큼이나 큰 모험을 한 것이다. “과연 요즘 관객들의 입맛을 맞출 수 있을까,관객을 얼마나 모을 수 있을까,이런 생각에 얽매였더라면 영화를 못 찍었을 겁니다.이즈음해서 지긋한 시선으로 인생의 의미를 관조할 수 있는 영화 한편쯤 내야 한다는 신념에 따랐을 뿐입니다.” 박 감독은 충무로에서 근 40년 가까이 촬영감독으로 잔뼈가 굵었다.‘축제’‘게임의 법칙’‘걸어서 하늘까지’‘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넘버3’ 등 그가 앵글을 책임진 한국영화는 줄잡아도 170여편.충무로 영화판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그는 감각을 인정받고 있다.그래도 연출데뷔는 문제가 좀 다르다.아들뻘되는 20∼30대 새파란 후배들과 흥행경쟁을 벌여야 한다.그뿐인가.수십억원씩 들어가는 제작비를 마련하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촬영기자재를 얼추 갖추고 있어서 제작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었어요.총제작비 20억원이라면 긴축재정이랄 수 있죠?” 뜻이 있으니 통했다.연기자가 꿈이었던 주코그룹 주수도 회장(극중 판사로 출연했다.)이 선뜻 거금을 내놨다.‘내 영화를 찍고 싶다.’는 오랜 꿈이 뜻밖의 귀인을 만나 맺힌 데 없이 수월히 이뤄진 셈이다. 데뷔작을 선보이기까지 공들인 시간은 3년.시나리오는 2000년 영화진흥위원회 사전지원 당선작이었다.여검사와 연쇄살인마가 뜨거운 법정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둘 사이에 숙명적인 전생의 인연이 있었음이 드러나는 게 이야기의 얼개다.전생과 현재를 오가는 영화지만,컴퓨터그래픽을 거의 동원하지 않았다.“시나리오를 몇번이나 고치며 드라마 자체에 힘을 싣는 데 온신경을 쏟았다.”는 그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진중하게 인생을 바라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계에 첫발을 들인 것은 1960년.한형모 감독 밑에서 촬영·조명·편집 등을 닥치는 대로 배워나갔다.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정진우 감독의 ‘폭로’(67년)로촬영감독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이후 청룡영화제 기술상,춘사영화제 촬영상,영평상,황금촬영상 등 상복도 많이 누렸다. 쏘아놓은 살처럼 빠르게 흐르는 게 인생이지만,그래도 그의 카메라만은 늙지 않았다.“곧 크랭크인할 ‘그놈은 멋있었다’의 촬영을 맡았다.”며 활짝 웃는다.‘그 놈은 멋있었다’는 귀여니의 인기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신세대 스타 송승헌·정다빈이 주연하는 작품.푹 눌러쓴 중절모 아래로 한뼘쯤 삐져나온 노(老)감독의 꽁지머리가 재미있다.노감독의 열정은 정말 늙지 않은 것 같다. 황수정기자 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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