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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리뷰] ‘에어로빅 보이즈’

    [연극리뷰] ‘에어로빅 보이즈’

    말 그대로 ‘흔드는 데’ 목표가 있었다면 출발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서울연극협회가 주관하는 차세대 연극연출가 육성 프로그램 ‘요람을 흔들다’에 선정돼 지난 5일 서울 대학로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작품 ‘에어로빅 보이즈’(최원종 연출, 극단 명작옥수수밭 제작) 얘기다. 작품은 입만 열면 ‘퍽’(fuck)을 외쳐대던 데스 메탈(Death metal·거칠고 과격한 연주가 특징인 헤비 메탈의 한 장르) 밴드 ‘지옥의 사생아들’ 멤버들이 에어로빅 센터 직원으로 변신하는 내용이다. 미국의 헤비 메탈 밴드 메탈리카가 1996년 ‘로드’(Load) 앨범을 내고 받았던 비난을 떠올리면 극의 분위기가 쉽게 짐작갈 듯. 흰색 바탕에 시뻘건 핏물과 망치를 그려 넣었던 충격적 데뷔앨범 ‘킬 뎀 올’(Kill’em all)을 기억하는 골수 팬들은 치렁치렁하던 머리를 짧게 자르고 댄디 보이로 변신한 메탈리카를 두고 혹평을 서슴지 않았다. 물론 차이는 있다. 세계적 밴드였던 메탈리카는 험한 욕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건재하지만, 극 중 ‘지옥의 사생아들’은 한국적 음악 풍토에서 고별무대마저 빈 의자를 놓고 치러야 했다. 극은 이런 상황이 일으키는 웃음의 연속이다. 헤드 뱅잉(머리 흔들기)에 미쳐 있던 밴드 주자들이 먹고살기 위해 에어로빅의 발랄한 춤과 작위적 웃음을 흉내내는 과정을 상상해 보라. 로커의 자존심이라는 긴 머리를 미용실에서 잘라내는 장면은 웃음의 절정이다. 송재룡, 염혜란 등 코미디에 능한 배우들은 코믹 연기의 핵심이 호흡이라는 점을 확연하게 보여 줄 정도로 주거니 받거니 탄탄하게 극을 떠받친다. 관객들은 이들의 호들갑에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웃는다. 밴드 멤버들 역시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들이라는 점도 포인트. 겉으로는 마이크의 순결함을 얘기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장과 복장을 한 채 온 세상에 저주를 퍼부어대지만, 속으로는 ‘소녀시대’를 좋아한다. 더 큰 반전은 이 작품을 쓰고 연출한 이가 작가 시절엔 줄곧 심각한 작품을 던져 온 최원종이라는 점이다. 극 전체는 젊은 시절의 무모한 열정이 차츰 무뎌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주제의식만 놓고 보면 그가 쓴 전작 ‘두더지의 태양’, ‘안녕, 피투성이 벌레들아’ 등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이전 작품들이 상황을 다소 극단적으로 밀어붙였다면, 이번 작품은 코믹한 방식을 택했다는 게 이채롭다. 소재나 극을 풀어 나가는 방식이 아주 새롭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데스 메탈에서 에어로빅으로 180도 변신한 것은 ‘지옥의 사생아들’이 아니라 최원종 본인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놀랍다. 다른 무대에서는 비극적 인물을 맡아 열연했던 박완규가 ‘지옥의 사생아들’ 리드 보컬을 맡아 약간 어설픈 리더 역을 소화해 내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짧게 끊어치던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가 늘어지는 감은 있으나, 이어지는 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7일까지. ‘에어로빅’에 이어 같은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고리끼의 어머니’(임세륜 연출, 극단 다 제작)와 ‘사라-O’(이성구 연출, 극단 가변 제작)다. ‘고리끼’는 9~12일, ‘사라-O’는 14~16일이다. 1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요람’ 지원작으로 뽑힌 뒤 김석만 전 서울시립극단장, 박재완 극단 루트21 대표, 양정웅 극단 여행자 대표가 각각 멘토를 맡아 만들었다. 이들 작품 가운데 최우수작은 올해 서울연극제에 공식 출품된다. 1만 5000~2만원. (02)765-750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아메리칸’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아메리칸’

    잭(조지 클루니)은 스웨덴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행복한 얼굴의 여자 친구 곁에서 그는 왠지 불편한 표정을 짓는다. 이튿날, 바깥으로 나간 잭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다. 곧 총격이 벌어지고, 암살자들을 해치운 잭은 여자 친구마저 죽인다. 로마로 피신한 그는 두목의 지시에 따라 이탈리아 중남부의 작은 마을로 떠난다. 그곳에서 그는 사진작가로 위장한 채 특수한 총을 제조한다. 직업상 주민과 관계를 맺으면 안 되지만, 그는 길에서 마주친 신부와 친분을 나누고, 가끔 들르는 홍등가의 창녀 클라라를 점점 사랑하게 된다. 일반적인 스릴러의 경우, 첫 총격전 다음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메리칸’은 뜻밖의 전개를 택한다. 주인공은 국경을 넘어 조용한 마을에 안착한다. 지옥에서 탈출해 천국에 도착한 것일까. 기억할 부분은 영화의 오프닝 크레디트다. 잭이 이탈리아 고속도로의 터널을 통과하는 지점에서 때늦은 오프닝 크레디트가 나오는데, 황색 조명과 어두운 터널의 아늑하면서도 불길한 느낌은 이어질 영화에 연옥의 톤을 부여한다. 그러니까 ‘아메리칸’은 연옥에 다다른 남자의 일상에 관한 영화다. 잭은 삶의 여정에 아무런 뜻이 없다고 생각하는 남자다.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주변과 사람들을 대하며, 딱히 두목의 명령이 아니어도 누군가와 친구로 지낼 마음이 없다. 도입부에서 여자 친구의 등을 향해 비정하게 총을 쏜 것도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죄 없는 자를 죽인 행위는 원죄와 같아서, ‘아메리칸’은 구원이 필요한 자에게 속죄의 여정을 마련한다. 물론 삶의 신비를 이해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잭은 자신이 걷는 여정 아래 숨겨진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 그는 잘못된 지점에 불시착한 게 아니라 깨달음의 시간과 드디어 맞닥뜨린 것이다. 신과 구원을 믿는 사람들은 구릉지의 언덕에 마을을 세웠다. 그러나 잭은 자신의 직업에 충실할 뿐, 공간이 베푸는 은혜를 무시한다. 신부가 접근해 선악을 묻고, 창녀와의 만남이 사랑의 감정을 촉발하지만, 자각은 언제나 뒤늦기 마련이다. 믿음을 갈망하는 교회의 종소리가 울릴 동안, 잭은 그 소리에 맞춰 총의 소음기를 제작할 따름이다. 마지막 심판 앞에서 잭은 ‘직업’이란 말로 용서를 구할지도 모른다. ‘아메리칸’은 잭이 만든 총을 건네받은 암살자가 결국 누구를 죽이려 하는지 보여줌으로써 어리석은 자의 삶에 답한다. ‘아메리칸’은 평소 ‘미스터 버터플라이’로 불리던 잭에게 ‘죽음과 변용’을 허락하면서도 구원까지는 약속하지 않는다. ‘아메리칸’은 마틴 부스가 1990년에 쓴 스릴러 ‘매우 은밀한 신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얼마 전 ‘브라이튼 록’으로 감독 데뷔한 영국 작가 로언 조페가 원작을 느슨하게 각색했으며, ‘컨트롤’로 좋은 평가를 얻은 안톤 코르빈이 연출을 맡았다. 원작의 영국인 주인공을 미국인으로 바꾼 ‘아메리칸’은 또 다른 정치적 메시지를 품고 있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유럽을 떠나 신대륙에 정착한 사람들이 세계의 무기상으로 탈바꿈한 현실을 은유한 ‘아메리칸’은 잭이라는 인물을 ‘돌아온 탕아’의 개념으로 파악한다. 그레이엄 그린의 원작을 각색해 ‘브라이튼 록’을 연출한 조페는, 그린의 ‘조용한 미국인’이 ‘아메리칸’을 형제로 삼길 바란 게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평론가
  • ‘일몰 일번지’ 경남 사천 비토섬

    ‘일몰 일번지’ 경남 사천 비토섬

    오래전 남해안 어딘가 ‘별주부전의 고향’이라고 주장하는 섬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귓전으로 기껏해야 섬 몇 곳에 이런저런 이름을 갖다 붙인 것이려니 여기며 들었습니다. 경남 사천의 비토섬입니다. 토끼가 나는 형상의 섬이라지요. 1992년에 연륙교가 놓였으니 뭍과 다름없이 된 게 제법 오래지만, 풍경과 습속은 여전히 섬 그대로입니다. 꼭 새해가 토끼해여서 발걸음하시라 권하는 건 아닙니다. 비토섬에 얽힌 이야기도 재밌지만, 자체로도 빼어난 아름다움을 갖고 있습니다. 비토섬 오가는 길에 만나는 풍경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다솔사 들어가는 솔숲길과 야생 차밭, 그리고 비봉내마을 대나무산림욕장에서 늘 푸른 기상과 마주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게다가 사천에서 남해로 이어지는 다섯 개의 다리는 ‘교량 전시장’이라 불릴 만큼 개성 넘치는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지요. 해마다 해넘이, 해맞이 행사가 벌어질 만큼 풍경도 빼어납니다. 이만하면 일출일몰 여행지로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겠습니다. ●사천의 숨은 보석 비토(飛兎)섬에 가기 위해서는 ‘삼천포로 빠져야’ 한다. 한때 삼천포시였으나 1995년 사천군과 통합, 사천시가 됐다. 사천시 끝자락의 비토섬은 조선시대 작자 미상의 한글소설인 ‘별주부전’의 무대로 추정되는 곳이다. 이를 두고 충남 태안의 원청리 해변과 ‘원조’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천시 측은 2003년 진주 한국국제대에 비토섬 전설에 대한 용역을 의뢰해 비토섬 일대가 별주부전의 배경과 일치한다고 결론을 내렸고, 2013년까지 이 일대를 관광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사천만을 가로지르는 사천대교를 지나면 곧 서포면이다. 비토섬은 서포면 선전리와 연륙교로 이어져 있다. 비토섬의 관문인 비토교는 아치형의 작은 다리. 하지만 마주하는 풍경만큼은 참으로 크다. 바닷물이 물돌이동처럼 비토섬을 돌아나가고, 썰물 때면 거대한 갯벌이 펼쳐진다. 이 풍요로운 갯벌에서 주민들은 한창 푸른 빛이 오른 감태와 자연산 굴(석화) 등 갯것들을 수확하며 한겨울을 보낸다. 비토교를 건너면 길은 곧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비토섬이 자랑하는 해안도로다. 점점이 떠 있는 섬과 김 양식장, 그리고 고즈넉한 섬마을이 어우러지는 빼어난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비토섬 동쪽 끝에 서면 월등도와 거북섬이 보인다. 썰물 때는 길이 열려, 차로 오갈 수 있다. 그 뒤편에는 토끼섬과 목섬이 있다. 토끼와 자라, 용왕이 등장하는 ‘별주부전’의 전설이 서려 있는 곳이다. 별주부전이야 삼척동자도 알 내용이다. 간을 구해 오라는 용왕의 명을 받은 별주부(자라)가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데려간다. 삶과 죽음이 백척간두에 선 순간, 토끼가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는 기상천외한 묘계를 내 다시 살아 돌아왔다는 얘기. 비토섬의 전설은 그 이후와 연관이 깊다. 내용상으로는 ‘포스트 별주부전’쯤 되겠으나, ‘원작’과 달리 해피 엔딩이 아니다. 자라의 등을 타고 육지로 돌아오던 토끼는 월등도(돌당섬) 부근에 이르러 바다에 비친 섬을 고향으로 착각하고, 급한 마음에 서둘러 뛰어내렸다가 물에 빠져 죽어 토끼섬이 되었다. 토끼를 놓친 자라 또한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섬이 되었으니, 토끼섬 옆의 거북섬이다. 남편을 용궁으로 떠나 보낸 아내 토끼는 바다를 바라보며 목이 빠지게 남편을 기다리다 바위 끝에서 떨어져 목섬이 되었다나. 한자 이름 날 비(飛), 토끼 토(兎)자에 담긴 사연이다. 비토섬은 썰물 때 찾아야 한다. 연륙교가 놓인 비토섬은 아무때고 찾을 수 있지만, 이어진 월등도와 토끼섬, 거북섬 등은 썰물 때라야 비로소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월등도에 놓여진 나무데크를 따라 섬 주변을 자박자박 걷는 맛이 제법 각별하다. 해넘이 풍경은 비토섬 어디서 봐도 근사하지만, 굳이 최고의 낙조 감상포인트를 꼽자면 비토교를 지나 선전리 서포사랑골횟집 앞마당이다. 비토섬을 굽돌아가는 바다와 선전리 선착장, 그리고 너른 갯벌이 온통 붉게 물드는 장관과 마주할 수 있다. 서포사랑골횟집 853(4)-3737. ●다향, 솔향 그윽한 절집 다솔사는 야생차로 이름난 절집이다. 비토섬에서 차로 20분쯤 걸린다. 지난 2001년 대양루 큰북에 전설 속의 꽃 우담바라가 피었다고 해서 세인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다솔사 야생차밭은 적멸보궁 뒤편에 있다. 200~300년 묵었다는 차나무들이 곧추 선 편백나무 아래 오종종 모여 있다. 전남 보성의 차밭처럼 나란한 모습은 기대하지 말길. 제멋대로 자란 야생 차나무와 1960년대 다솔사 주지 효당 스님이 새로 심은 차나무들이 얼기설기 이어져 있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다향 그윽한 절집이었던 덕에 내나라 안에서 ‘차 좀 마셔 봤다.’는 사람들이 순례 삼아 다솔사에 들르곤 한다. 절집을 거쳐간 인물들의 면면도 예사롭지 않다. 만해 한용운은 1930년대 이곳에 은거하며 항일비밀결사 ‘만당’을 조직했다. 만해는 효당 스님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가 머문 곳은 ‘안심료’(安心寮)란 요사채. 건물 앞에 세 그루의 측백나무가 서 있는데, 회갑을 맞은 만해가 지인들과 함께 심은 것이라고 전해진다. 소설가 김동리도 요사채에 머물며 ‘황토기’ ‘역마’ 등의 소설을 썼다. 당시 문학청년이었던 김동리는 1934년 효당 스님이 다솔사 아랫마을에 ‘광명학원’이란 야학을 세우자 야학교사로 부임하며 인연을 맺었다. 이후 만해로부터 중국의 한 살인자가 속죄를 위해 분신 공양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는 20년 뒤 그 이야기를 대표작 ‘등신불’에 담아 세상에 선물했다. 풍경으로만 보자면 절집 초입의 솔숲길을 가장 앞세울 만하다. 사찰 입구 다솔휴게소에서부터 시작된 솔숲이 절집 앞마당까지 이어져 있다. 높다랗게 자란 소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솔향과 고즈넉한 주변 풍경이 잘 어우러져 있다. ●늘 푸른 세상과 만나다 한겨울 추위에도 대나무숲은 푸르다. 하늘 향해 곧추 선 대숲의 수직 세상에 들면 한 TV 광고에서처럼 휴대전화를 꺼두고 싶은 생각이 불연듯 든다. 다솔사에서 5분 거리인 비봉내마을은 요즘 전국 각지에서 부쩍 늘고 있는 체험마을 중 하나다. ‘대나무 산림욕장’이 주요 테마. 마을 뒤편에 1만여 평에 달하는 대숲이 펼쳐져 있다. 숲 사이로 난 산책길은 1.2㎞에 이른다. 비봉내 대숲의 주종은 맹종죽이다. 다른 수종에 견줘 성장속도가 매우 빠른 편. 1965년에 세 그루를 심었는데, ‘우후죽순’처럼 자라나 벌써 5만여 그루가 됐다. 이밖에도 검은 오죽, 거북이 등껍질처럼 생긴 구갑죽 등 숲이 거의 대나무로만 이뤄졌다. 숲해설가와 함께하는 대나무숲 산책 프로그램이 유독 눈에 띈다. 대숲으로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 거닐며 대나무와 관련된 생태체험을 할 수 있다. 비닐하우스 딸기 수확 체험, 굴 구워먹기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체험일정은 당일부터 2박 3일까지 다양하다. 글 사진 사천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남해고속도로 곤양 나들목으로 나와 곤명면(다솔사) 방향으로 1㎞ 가면 왼쪽에 비봉내마을(beebong.co.kr) 체험장 간판이 나온다. 852-7055. 다솔사는 비봉내마을에서 곤명면 방향으로 5분 거리다. 853-0283. 비토섬은 다솔사에서 되짚어 나와 서포면 방향으로 20여분쯤 가면 나온다. ▲둘러볼 곳 곤양면 흥사리 흥곡마을 묵곡천변에 고려 말에 세운 매향비가 있다. 왜구와 관료들의 학정에 시달리던 민초들이 미륵을 기다리며 갯벌에 향나무를 묻고 의식을 치렀던 곳이다. 곤명면 은사리에는 세종대왕과 단종의 태실지가 있다. 태실은 왕가 자손의 태를 봉안한 뒤 표석을 세운 곳이다. 낙조로 유명한 실안해안도로와 남일대 해수욕장의 코끼리바위는 사천의 대표 테마. 사천 대방과 남해 창선을 연결하는 5개 연륙교도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 일출, 일몰, 야경 등 어느 하나 빠질 것 없는 풍경을 내어준다. ▲맛집 싸고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려면 삼천포어시장과 선진횟집단지를 찾는 게 좋다. 쥐치로 포를 뜬 ‘쥐포’도 삼천포 특산물. 여러 마리를 붙여 만든 여느 쥐치포와 달리 ‘한 마리 한 장’이 특징이다. 800g 10마리에 1만 7000~2만원. 비토섬은 전국 최대 자연산 굴(石花) 생산지다. 비토초등학교 앞에 비토 갯벌에서 갓잡은 굴을 파는 할머니들이 몰려 있다. 1접시 1만 5000~2만원. ▲잘 곳 삼천포해상관광호텔(832-3004)은 삼천포대교 아래에 있어 ‘실안낙조’를 만끽할 수 있다. 삼천포항 인근 노산공원 쪽의 팔포매립지에 모텔들이 바다를 끼고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4만~5만원.
  • 29일 ‘라스트 갓파더’ 개봉, 심형래 감독&30일 ‘까페 느와르’ 개봉, 정성일 감독

    29일 ‘라스트 갓파더’ 개봉, 심형래 감독&30일 ‘까페 느와르’ 개봉, 정성일 감독

    여기 대척점에 서 있는 두 영화감독이 있다. “작품성 대신 애국심에 호소한다.”며 온갖 혹평을 들었던 심형래(52) 감독, “신랄하고 현학적인 영화비평으로 대중성이 부족하다.”고 타박 들었던 정성일(51) 감독이다. 이 두 감독이 평단과 대중의 평가를 동시에 기다리고 있다. 심 감독은 29일 ‘라스트 갓파더’를, 정 감독은 바로 그 다음날 ‘까페 느와르’를 스크린에 건다. 두 사람을 서울 삼청동 카페와 신사동 카페에서 각각 만나 ‘그들의 영화 이야기’를 들었다. ■심형래 감독 “미국형 ‘영구’ 캐릭터 통할 것” 심형래는 영화감독이기 이전에 웃음의 대명사였다. 바보 캐릭터가 전매특허. 영구로, 파리로, 펭귄으로 활약하다가 어느 순간 영화에 열중했다. 스크린에서 ‘영구 없~다!’를 외치고 빨간색 레깅스를 입은 에스퍼맨으로 날아다니기도 하며 어린이들을 열광시켰다. 그러던 어느날, 슬며시 메가폰을 잡기 시작하더니 별안간 ‘용가리’(1999)로 세계를 공략한다고 나섰다. 덕택에 ‘신지식인 1호’로 꼽혔다. TV CF를 통해 “못해서 안 하는게 아니라 안 하니까 못하는 겁니다.”라는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2007년 ‘디 워’는 완성도 논란, 애국심 마케팅 논란 등을 낳으며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다뤄지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84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흥행 1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디 워’보다 관객이 많이 든 한국 영화는 6편에 불과하다. ●840만명 관람객 동원 ‘디 워’ 만든 심 감독 이번에는… →오랜만에 영구를 꺼내들었다. 이제는 낡은 캐릭터 아닌가. -찰리 채플린은 요즘 봐도 재미있지 않나. 영구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미국에 채플린이, 영국에 미스터 빈이 있다면 우리에겐 영구가 있다는 생각이다. 한국에서 인기 있었던 캐릭터가 세계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 →토속적인 캐릭터가 해외에서도 통할까. -그래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마피아 이야기에 접목했다. 캐릭터도 너무 튀지 않으려고 다듬었다. ‘영구 없~다.’는 그 뉘앙스를 영어로 옮기기 힘들어 아예 뺐다. 대신 “오케이(OK)”라는 대사가 비슷한 느낌을 살려줄 것이다. 한복도 양복으로 바꾸고, 땜통도 없앴다. 미스터 빈도 원래 분장을 많이 하는데 미국에 진출할 땐 맨 얼굴로 가지 않았나. 대신 그쪽 트렌드에 맞게 머리 스타일을 2대8 가르마로 했다. →그래도 영구 같은 슬랩스틱 코미디는 철 지난 유행처럼 느껴진다. -슬랩스틱은 코미디의 기본이다. 음악으로 치면 오케스트라다. 요즘은 입으로 하는 개인기가 많지만 슬랩스틱은 많은 사람들의 호흡이 정확히 맞아야 웃음을 자아낸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해외를 공략할 때 가장 좋은 장르다. 예전에는 훌륭한 슬랩스틱 선배들이 많았는데 요즘엔 후배가 드물다. ‘달인’의 김병만 같은 친구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촬영했는데, 현장 반응은. -촬영 3일째 되는 날부터 반응이 달라지더라. 감독 심형래보다 영구 심형래가 더 환영받았다. 처음에는 자제를 많이 했는데 스태프들이 더 좋아했다. →연기파 배우 하비 케이틀을 캐스팅했는데. -처음에는 마피아 영화인줄 알았다가 시나리오를 읽으며 점점 빠져들었다고 했다. 늘그막에 둔 네살배기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출연을 결정했다고 하더라. →잘나가던 코미디를 접고 영화에 도전한 까닭은. -할리우드가 부럽고, 전 세계 시장이 부러웠다. 국내에서만 인기 있으면 무엇하냐는 자괴감도 있었다. 우리 문화 콘텐츠를 세계 시장에 갖고 나갈 장르로 영화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나하나 도전해 보는 중이다. ●“온 가족 함께 볼 수 있는 작품 만드는 게 내 철학” →서러움도 많이 겪었을 텐데. -코미디 쪽도 영역이 침범당하면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다. 정통 영화인이 아니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점점 그런 시선이 없어졌다. 심형래가 만든 영화는 아이들만 보는 것이라는 선입견은 좀 아쉬웠다. 나만의 철학이 있다면 온 가족이 함께 팝콘을 먹으며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거다. ‘디 워’ 때 영구를 보던 아이가 아빠가 돼서 아들과 같이 오는 등 가족 3대가 함께하는 경우도 있었다. →‘디 워’ 때 논란이 많았다. 사기 혐의로 고소당하는 등 시련도 있었는데. -작품에 대한 논란은 모두 작품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고마운 일이다. 사기 고소건은 좀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일일이 신경 쓰다가는 뜻을 이룰 수 없다. 우리 젊은 감독들이 할리우드에 갈 때 수월해질 수 있다면 그 정도의 시련이야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코미디언 출신으로 영화 거장 대접을 받는 기타노 다케시가 부럽지 않나. -물론 부럽다. 하지만 부러워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더욱 노력해서 기타노 이상 가는 작품을 만들겠다. →서세원, 이경규 등 코미디언들의 영화 도전 사례가 잦은데. -개그맨들이 원래 상상력이 풍부하다. 그런 끼를 풀 수 있는 통로로 영화가 제격이다. 그래서 도전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다음 작품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해외 입양아가 주인공인 3차원(3D) 애니메이션 ‘추억의 붕어빵’과 ‘디 워 3D’를 준비 중이다. 언젠가는 서부로 간 영구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하하.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정성일 감독 “감독들 평가 의식한 적 없다” 정성일은 악독함의 대명사였다. 이제는 없어진, 그러나 영화팬들 사이에서 무척이나 유명했던 영화잡지 ‘키노’(KINO) 편집장으로 재직할 당시, 그에게 욕을 먹지 않은 감독이 없었을 정도였다. 현학적인 문체는 대중들의 따가운 질책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마니아들에게 그의 영화비평은 ‘복음’과도 같았다. 그의 비평은 지금껏 보지 못한, 지적 유희를 안겨줬다. 그런 ‘평론가’에서 ‘감독’이란 수식어를 새로 달고 나타난 정성일. 과연 정 감독은 서슬 퍼런 눈빛으로 ‘칼’을 갈고 있는 영화인들을 잘 물리칠 수 있을까. 과연 세 시간이 넘는 그의 데뷔작 ‘까페 느와르’는 정 감독에게 상처 입은 원혼(?)들의 입을 막을 방패막이가 될 수 있을까. ●‘악독한 평론가’ 타이틀 떼고 메가폰 잡은 정 감독 이번에는… →정 감독은 참 악독했다. 충무로에서 “정성일이 영화를 만든다면 감독들이 돈을 모을 거다. 얼마나 잘 만드는지 보려고”란 농담이 떠돌았을 정도였으니. -그런데 말만 그렇게 하고 돈을 모아주지 않았다.(웃음) 이 영화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예술영화 지원작으로 선정되지 않았으면 만들기 어려웠을 거다. →어쨌든 부담이 컸던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트위터 팔로어다. “시사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글을 올렸던데. 꽤 두려워하는 듯 보였다. -내가 감독들을 참 많이 괴롭혔다. 하지만 신기할 정도로 ‘이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라고 의식한 적은 없었다. 아마 의식했다면 영화를 찍지 못했을 거다. 다만 시사회 때에는 민감해지더라. 내 자리가 있었지만 앉아서 보지 못했다. 이게 보는 사람에 대한 예의 같았다. 사람들의 웃음·한숨소리에도 신경이 엄청 쓰이더라. →지금까지 평가는 어땠나. 앙갚음하는 사람은 없었고. -아직 내 앞에서 악평을 하는 건 망설이던데?(웃음) 다만 내 영화적 아버지로 여긴 임권택 감독님이 아직 영화를 못 보셨다. 그 평가가 가장 두렵게 느껴진다. 기억에 남는 사람은 홍상수 감독이다. 원래 남의 영화 안 보기로 유명한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더니 “내가 기대했던 정성일이란 사람이 오롯이 담겨 있어 기분이 좋다.”고 하더라. →홍 감독 얘기가 나왔으니, 영화 이야기로 넘어가겠다. 홍 감독의 ‘극장전’은 장면 자체가 인용돼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경제적인 이유로 제작에 어려움을 겪을 때 극장전을 보고 안식을 얻었다. 그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홍 감독한테 쓰고 싶다고 말했더니 3분 만에 문자 메시지가 왔다. “네, 고맙습니다.”라고. 우정이랄까. 특히 인용된 신발끈을 매는 장면은, 영화사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끈 매는 장면’이라 생각했다. ●“영화중 ‘극장전’ 장면 인용은 홍상수 감독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 →일단 내용을 보자. 첫 번째 부분에서는 유부녀를 사랑한 한 남자, 하지만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해 자살을 감행한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극적으로 살아난 남자가 또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지만 결국 우정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어느 인터뷰를 보니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도스토옙스키의 ‘백야’ 내용을 담았다고 했던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로테가 베르테르에게, ‘백야’의 나스첸카가 투르게네프에게 “우리는 사랑이 아닌, 우정을 나눠야 한다.”고 말하는 유사한 구절이 있다. 이 두개가 맞물리는 거다. 다만 나는 베르테르가 권총으로 자살하도록 만든 괴테의 결정을 최대한 미루고 싶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심리적 길이가 아닌, 물리적 길이로 늘리고 싶었다. 198분의 부담스러운 길이지만 난 더 가능하다면 더 늘릴 수 있었다. 물론 그랬다면 개봉이 불가능했겠지만. →두 번째 부분은 흑백으로 처리했다. 결국 물에 뛰어든 주인공이 유령이 돼 떠돈다는 의미로 봐도 될까. -물에 뛰어들었을 때는 죽은 상태다. 하지만 즉각적으로 죽지 않는다. 산 자의 눈에서 죽은 자의 눈으로 바뀐 것이고, 그래서 흑백이다. →영화는 남산과 청계천과 같이 계속 같은 장소로 돌아온다. 같은 장소지만 그 내용이 바뀌는 듯하다. -영화의 공간은 시간과 만난다. 구체적인 공간이 카메라를 만나면서 단순히 현재의 모습뿐 아니라 과거의 내용을 담는 거다. 가령, 영화에서 나오는 청계천의 모습은 아시아 근대가 그 게임값을 치를 수밖에 없었던, 과거와 현대의 변증법적 시간의 정지였다. →평론가를 만났으니 평론관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영화평론은 상당 부분 내러티브(줄거리)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어떻게 보나. -영화평론이 뭔가. ‘이 내러티브가 왜 좋았던 거야.’라는 물음에 대한 근본적인 답이다. 숏이 어떻고, 연기의 동선이 어떻고, 찍어야 할 장면을 안 찍어서 어떤 식으로 정서적 임팩트를 넣어줬는지 설명을 해주는 거다. 영화는 숏(한번의 테이크를 통해 촬영된 장면)이 가장 기본적이고 이를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게 내러티브다. 비평은 근본적인 영화적 질문에 답해야 한다. 비평이 단순히 내러티브에 머물러 있다면, 이건 비평가의 게으름이 시작된 거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대중음악 ●‘신부에게’의 포크 듀오 유리상자 서른번째 사랑 담기 콘서트 29~30일 오후 8시, 31일 오후 7시·11시, 1월 1일 오후 6시 서울 신촌동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6만 6000~8만 8000원. (02)3446-3226.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의 안치환 10집 발매 기념 12월의 콘서트 29~31일 오후 8시 서울 신수동 서강대 메리홀. 5만 5000원. (02)325-2561. ●가수·뮤지컬 배우 윤복희, 키보이스의 윤항기 남매 ‘여러분’ 콘서트 3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 5만 5000~11만원. (02)525-2976. ●‘오래 전 그날’의 윤종신 콘서트 사랑의 역사 제3장 ‘그대없이는 못 살아’ 31일 오후 8시 코엑스 D홀. 6만 6000~9만 9000원. 1544-1555. ■국악·클래식 ●정오의 음악회:12월 28일 오전 11시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KB청소년 하늘극장. ‘황병기와 함께하는 정오의 음악회’ 마지막 시리즈. 황병기가 지휘하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연주로 ‘비나리’, 라벨의 ‘볼레로’, ‘관현악을 위한 뱃노래’ 등. 1만원. (02)2280-4115∼6. ●2010 음악춘추 우수신인 데뷔 연주회 27일 오후 8시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 음악춘추사가 발굴한 신인들의 연주회. 강승화(피아노), 김근혜·김진현(첼로), 박은진(플루트) 등. 1만원. (02) 2231-9001. ●국립오페라단 송년 갈라 콘서트 29~3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올 한해 국립오페라단이 선보였던 오페라 공연 가운데 대표 아리아 등 연주. 3만~5만원. (02)586-5282. ■연극·뮤지컬 ●연극 ‘올모스트, 메인’ 내년 1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미국에서 배우 겸 극작가로 활동 중인 존 카리아니의 2004년작으로 달콤하고도 씁쓸한 사랑의 모습을 8가지 에피소드로 그려냈다. 극단 차이무의 젊은 배우들이 총출연하며, 배우 이선균의 부인인 전혜진이 2년만에 무대에 복귀한다. 2만~3만원. (02)747-1010. ●뮤지컬 ‘아이다’ 내년 3월 27일까지 경기 성남시 야탑동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베르디의 오페라를 원작으로 했고, 주연 옥주현의 뮤지컬 출세작으로도 유명하다. 4만~12만원. 1544-1555. ●연극 ‘죽이는 수녀들’ 내년 1월 16일까지 서울 대학로 세우아트센터. 호스피스 수녀들이 불치병 환자들이 죽음을 행복하고 아름답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활약상을 웃음과 감동을 섞어 그려낸 연극. 2만~3만원. (02) 318-4148. ■미술·전시 ●전래식 전 31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 동아대 교수직 은퇴 후 갖는 첫 개인전. 광목과 먹,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동양화와 서양화, 구상과 추상이 한데 어우러지는 산수 작품 40여점.(02)734-0458. ●김덕기 ‘마이 홈’ 내년 1월 23일까지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 가족을 소재로 자신만의 독특하고 환상적인 작품 세계를 표현하는 작가의 신작 회화 40여점과 세라믹 작품 10여점. (02)519-0800. ●명·청회화전 내년 1월 30일까지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다양한 화풍과 화법이 만개했던 중국 명청시대 회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 박물관 소장품을 위주로 국내 외부 기관에서 대여한 작품 등 104점 전시. (02)2077-9000.
  • [현장 톡톡] ‘‘조선 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현장 톡톡] ‘‘조선 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인기 사극 ‘불멸의 이순신’의 원작자 김탁환이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쓴 역사 추리 소설인 백탑파 시리즈가 처음 영화화됐다. 명탐정의 대명사 셜록 홈스와 그의 조수 왓슨의 구도를 구시대와 신시대가 소용돌이 치던 근대 한반도로 가져와 마니아를 양산했던 시리즈다. 시리즈 두 번째 편인 ‘열녀문의 비밀’이 내년 1월 27일 개봉하는 ‘조선 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로 변신한다. 진지했던 원작은 스크린에서 유쾌하고 코믹하게 바뀐다. ‘불멸의 이순신’을 통해 연기자 입지를 탄탄하게 다진 김명민이 주인공을 맡은 점도 흥미롭다. 지난 21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김명민은 “내가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감독님이 상황이 웃긴 거지 배우가 웃길 필요는 없다고 약속해서 (촬영에) 들어갔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내가 찾아서 웃기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정조의 밀명을 받아 공납 비리 사건을 파헤치는 조선 최고 명탐정 역할을 맡았다. 타고난 명석함과 천재적인 감각을 허술함과 능청스러움으로 위장하는 인물이다. 김명민은 “이번 작품이 흥행하면 내 이미지도 허당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굳어진 이미지를 계속 극복하는 게 배우의 의무”라는 그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액션 블록버스터 ‘아이언맨’이나 ‘셜록 홈스’를 통해 변신에 성공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떠올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수사 과정에서는 천재 면모를 과시하다가 그 외에는 허술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천재와 허당의 간극을 확실히 하려 했다고 자신했다. 명탐정을 돕는 개장수 서필로 나오는 오달수는 김명민에 대해 “다소 오버 연기를 주문해도 스스로 재밌어한다. 코믹 연기를 천상 타고났다. 정말 잘한다.”고 칭찬했다. 사건의 열쇠를 쥔 거상 한객주 역의 한지민은 “어둡고 무거운 작품을 봐왔던 터라 선배님에게 코믹한 모습이 많은지 몰랐는데, 이번 작업을 통해 내재된 끼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조선 명탐정’은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에 이어 극장판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연출했던 김석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2010 베스트&워스트 어워즈] (6) 영화

    [2010 베스트&워스트 어워즈] (6) 영화

    올해 베스트 영화는 ‘시’, 워스트 영화는 ‘무적자’.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는 낭보를 전했던 이창동 감독의 ‘시’가 7명의 영화 전문가 가운데 5명에게서 최고라는 평을 받으며 압도적 지지를 이끌어 냈다. ‘시’는 칸에 가기 전에도, 갔다 온 뒤에도 내내 화제였다. 배우 윤정희의 16년 만의 은막 복귀작이라 더욱 그랬다. 영화진흥위원회 제작 지원에서 탈락한 사실을 놓고도 설왕설래했고, 이러한 논란을 비웃기라도 하듯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대한민국 영화대상 등을 휩쓸었다. ●심사위원 압도적 지지 받은 ‘시’ “주저 없이 작가라고 부를 수 있는 이창동의 영상 철학”(강유정), “삶의 남루함과 비루함 속에서 도드라지는 아름다움에 대한 사색. 무거운 생의 그림자 위에 핀 이창동 최고의 작품”(심영섭),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한국 사회의 환부를 보여주며 삶에 대한 태도를 각성시킨 빼어난 작품”(심재명), “폭력적인 시대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성찰”(이상용), “인간에 대한 예의를 다시 돌아보게, 여린 듯 단호한 작품”(조혜정)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이들은 22만명에 그친 흥행 성적에 못내 아쉬워했다. ●홍상수 감독 영화 2편 베스트에 올라 개인으로 놓고 보면 홍상수 감독도 단연 돋보였다. 5전 6기 끝에 홍 감독에게 칸의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안긴 ‘하하하’와 이탈리아 베니스 영화제 오리종티 섹션 폐막작으로 선정된 ‘옥희의 영화’가 나란히 베스트로 뽑혔다. 각각 2표를 얻었다. “‘하하하’는 흉내 낼 수 없는 연출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장철수),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감독인 홍상수의 새로운 변화를 주목하게 만든 ‘옥희의 영화’”(이용철) 등의 호평이 나왔다. 스폰서 검사 등 우리 사회 이면을 잘 드러내며 인기를 끈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도 “한국 사회의 부정과 부패, 불의한 공생의 사슬에 대한 적나라한 까발림”(조혜정), “류승완 스타일의 일보 전진”(강유정)이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경계도시2’ 이름 올려 독립영화 가운데에는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학 교수 이야기를 소재로 한 홍형숙 감독의 다큐멘터리 ‘경계도시 2’가 2표를 확보하며 이목을 끌었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너 자신을 알라고 말해주는 사건을 담아낸 치열한 기록이자 시대의 생생한 증언”(이상용), “경계인 송두율을 통해 한국 사회를 제대로 냉정하게 보여주는 작품”(심재명)이라는 지지를 받았다. 올해 최고 흥행작(623만명) ‘아저씨’도 1표를 받았다. “잘 만들어진 장르 영화는 관객들과 행복하게 만난다는 점을 재확인시켜 준 작품”이라는 칭찬을 받으며 ‘기대 이상의 작품’을 묻는 번외 설문에서 자주 언급됐다.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나홍진 감독의 신작 ‘황해’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엄청난 에너지, 긴장감 넘치는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잔혹하고 쓰디쓴 ‘코리안 드림’의 실체를 지켜보는 것은 전율과 서글픔을 동시에 선사한다.”(조혜정)고 극찬받기도 했지만, “큰 스케일 속에 비루한 삶을 다뤘지만 정작 소외된 인물을 소외시켜 버리는 영화가 됐다.”고 저평가받기도 했다. ●화려한 캐스팅·제작비 100억 물량공세 나선 ‘무적자’ 실망 안겨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워스트는 작품 자체의 질적인 수준보다는 투입된 물량에 견준 결과물, 어긋난 기대 등이 표심을 좌우했다. 톱스타가 나오거나 대작일수록 더 냉정한 잣대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실망을 금치 못했던 작품 1위에는 ‘무적자’가 꼽혔다. 3표가 집중됐다. 우위썬 감독의 대표작 ‘영웅본색’을 100억원가량의 제작비를 들여 처음으로 공식 리메이크했다는 점에서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한류 스타 송승헌을 비롯해 주진모, 김강우, 조한선 등 캐스팅도 화려했다. 하지만 결과는 쓰디썼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스크린에 걸려 바람몰이 홍보·마케팅으로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결과적으로 155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한 평론가는 “홍콩 누아르의 전설이 너무 버거웠는가. 감독은 홍콩과 한국 사이에서 강박적으로 길을 잃고, 배우는 스스로 아우라를 창조하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또 다른 평론가는 “제대로 리메이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었건만, 우스갯거리로 취급받았을 따름”이라면서 “송승헌은 ‘무적자’로도 모자라 ‘고스트’ 리메이크에도 출연하는 만용을 부렸는데, 한국에서는 영화배우로서 별 가치가 없음을 기어코 확인하고 말았다.”고 가혹한 평가를 내렸다. ●‘이끼’ 기대치 충족 못해 워스트에 ‘이끼’ ‘악마를 보았다’ ‘포화 속으로’ ‘하녀’는 각각 2표를 받아 워스트 공동 2위군을 형성했다. 인기 웹툰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끼’는 강우석 감독이 새로운 연출 스타일을 시도했지만 “원작이 갖고 있는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쓴소리를 들었다. ‘악마를 보았다’는 “잔혹한 게 아니라, 선정적”이라는 냉소에 직면했다. ‘포화 속으로’와 ‘하녀’는 “단순한 목표를 향해 가느라 정작 영화적 재미는 놓쳐버린 작품”, “너무 에로로 흘렀다.”는 비판을 각각 받았다. 충무로 최고 블루칩으로 등극한 뒤 올해 입대한 강동원의 작품 ‘전우치’와 ‘초능력자’가 각각 워스트 1표를 받은 점도 눈에 띈다. 홍지민·이경원기자 icarus@seoul.co.kr ■심사위원 영화평론가 강유정·심영섭·이용철·조혜정 심재명 명필름 대표 이상용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장철수 영화감독
  • [주말 데이트]‘국악계의 이효리’ 국립창극단 프리마돈나 박애리

    [주말 데이트]‘국악계의 이효리’ 국립창극단 프리마돈나 박애리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창극으로 만들면 어떨까. 우리의 전통 입맛에 맞게 간이 제대로 될까. 우선 시대와 지리적 배경을 한국화했다. 원래는 중세 베로나 몬테규가의 로미오와 캐퓰릿가의 줄리엣이다. 하지만 영남과 호남이 만나는 팔량치(八良峙) 고개 부근으로 무대를 옮겼다. 경남도 함양의 귀족 문태규의 아들 로묘와 전북도 남원 귀족 최불립의 딸 주리의 이야기로 펼쳐진다. 얼핏, 생소할지 모르지만 무대에서 보면 우리 것으로 잘도 버무려 향기롭게 다가온다. 예를 들어 “너는 왜 로묘라고 했니?”라고 물어보는 대목을 판소리 창법으로 한다. 안숙선 명창이 작창(소리작곡)을 했다. 약을 먹고 죽어갈 때의 슬픈 대사도 물론 판소리로 한다. 신명나면서도 가슴 아프게 이어지는 것이, 원작을 살리면서도 우리식으로 맛깔스럽게 연출한다. 특히, 둘 사이의 비극적 사랑과 죽음을 씻김으로 풀어내는 대목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 창극으로 번안된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렇게 관객들과 만난다. 여기에서 줄리엣(주리) 역을 맡은 박애리(33)씨.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로 ‘국악계의 이효리’로 통한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잠깐, 인기 드라마 ‘대장금’에서 나오는 대목을 들어보자. ‘오나라 오나라 아주 오나/가나라 가나라 아주 가나/나나니 나려도 못노나니/~에이야 디이야 에이야 나나니요’ 박씨가 노래를 불렀다. 또 있다.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개그맨 이동엽의 진행으로 ‘판타스틱 라이브’(FUN! Tastic Live) 공연이 진행됐다. 여기에서 팝핀 현준(본명 남현준·31)은 평소 친분이 두터운 조관우, 허니패밀리, 권우유밴드, 문명진 등과 함께 공연을 하던 중 공개적으로 박씨에게 달콤한 프러포즈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결혼(새해 2월)은 힙합계의 대표적인 댄서 팝핀 현준과 국악계의 히로인인 박씨의 이색적인 만남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정도 설(說)을 풀었으면 본론으로 넘어가도 되겠다. 지난 20일 창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한창 연습 중인 박씨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사진 촬영을 위해 애써 한복까지 입는 성의를 보인다. 왜? 더 곱기 땜시(전라도 사투리로). 창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지난 22일 개막해 오는 2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 무대에서 열린다. 곧 결혼을 앞둔 아가씨여서 그런지 물어보는 말마다 신명이 나고 거침없이 줄줄이 뱉어낸다. “셰익스피어 비극을 우리 창법으로 해보니 어떻든가요.” “처음에는 걱정이 됐습니다. 서양 원작에다 우리 옷을 입혔을 때 맞지 않으면 어떡하느냐고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이거든요. 사랑일 땐 흥이고, 비극적 죽음은 한이잖아요. 흥과 한은 우리 정서와도 맞습니다. 비록 대륙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우리와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지요. 서양에 가면무도회가 있으면 우리에게는 탈춤이라는 연희가 있듯이 말입니다.” 여기까지 대답을 한 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음 질문을 알아차린듯 얼른 말을 잇는다. 눈치 촉수(觸手)가 만만치 않다. “사랑을 할 때는 심장 박동수가 어떤지 아세요. 우리의 휘모리장단하고 비슷합니다. 로미엣과 줄리엣, 둘이 사랑하는 심장의 소리가 둥둥둥 하고 급하고 빠르게 휘몰아가는 장단이거든요.” “이 작품은 지난해 초연된 것으로 아는데 외국인들의 반응은 어떻든가요.” “지난 8월 개최된 국제비교문학대회 때 노벨문학상 수상자 헤르타 뮐러 등 세계 각국에서 내로라하는 문학인들이 창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관람한 적이 있습니다. 공연이 끝나자 다들 기립 박수를 보내더라고요. 그들은 공연평으로 ‘이 같은 한국의 몸짓은 세계적인 뮤지컬이나, 그 어떤 오페라에도 비견되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라고 극찬을 하더군요.” 그는 또 로미오와 줄리엣의 가문이 원수집안이듯 남원과 함양, 경상도와 전라도 사이의 지역감정 해소, 그리고 우리 시대의 대립과 갈등을 없애는 부분도 작품에 녹였다고 설명한다. 팝핀 현준과의 결혼 얘기로 화제를 옮겼다. 결혼식은 국립창극단이 있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올릴 예정이다. 이 또한 처음 있는 일. ‘그와 그녀의 사랑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주제로 퍼포먼스 공연을 하는 과정에서 결혼식이 벌어진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현대적 아이콘의 팝핍 현준 ‘그와’, 전통적인 춤을 추면서 사랑을 기다리는 ‘그녀의 이야기’가 무대에 펼쳐지는 것. ‘비보이 황제를 사랑한 국악계의 이효리’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관심을 모은다. “예비신랑과는 어떻게 만났나요.” “지난 4월이었습니다. ‘뛰다, 튀다, 타다’를 공연할 때였습니다. 국악과 대중적인 비보이(B-boy) 댄스의 조화라는 특성에 중점을 둔 공연이었죠. 그때 처음 만났는데 호감이 갔어요. 같이 뮤직비디오도 찍고 그러면서 친해졌지요.(웃음)” “결혼 후에는 현대와 전통의 만남은 계속되겠네요.” “주변에서 그렇게 기대하고 있어요. 결혼을 계기로 좀더 (예술세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박씨는 목포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소리를 곧잘 해 어머니한테 “너는 소리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래서 9세 때 안애란 명창으로부터 춘향가, 심청가 등의 판소리를 배웠다. 대학(중앙대) 다닐 때에는 성우향 명창에게 판소리를 다시 익히면서 소리꾼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대학졸업 후에는 곧바로 국립창극단에 입단했고 이때부터는 안숙선 명창을 스승으로 삼았다. 국립창극단에서는 ‘몽연’과 ‘산불’ 등에서 열연하면서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에는 국가브랜드 공연 창극 ‘청’에서 주연을 맡아 외국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했으며 2010 한민족 문화예술 대상(국악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올해의 영단어는 ‘Austerity’

    2010년 한해를 대표하는 영어 단어로 ‘긴축(austerity)’이 꼽혔다. 미국의 사전출판사인 미리엄웹스터의 존 모스 발행인은 20일(현지시간) 올해 자사의 온라인 사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가 ‘긴축’으로 집계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유럽 각국 재정악화 영향 올해 5억건의 검색 건수 가운데 ‘긴축’은 25만건에 달했다. 이는 올 들어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 등의 심각한 재정 악화로 유럽 각국이 긴축정책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데 따른 영향인 것으로 분석됐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정책에 대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사전을 찾아봤다는 얘기다. 이어 ‘실용적(pragmatic)’ ‘지불유예(moratorium)’ ‘사회주의(socialism)’ ‘편견이 심한 사람(bigot)’ 등이 많은 검색 건수를 기록했다. 미리엄웹스터 편찬담당 책임자 피터 소콜로프스키는 “올해 10대 단어는 모두 뉴스거리와 관련된 것”이라면서 “뉴스가 단어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사회주의’는 미국 정부의 공적자금 구제와 민주당의 건강보험법안 등의 영향을 받았다. ‘실용적’이라는 단어는 미국의 ‘11·2 중간선거’ 당시 후보들의 경제정책을 둘러싼 논쟁 때 자주 등장했다. ●닮은 꼴 현상 ‘도플갱어’ 뒤이어 이 밖에 같은 공간과 시간에서 자신과 같은 대상을 보는 현상을 뜻하는 ‘도플갱어(doppelganger)’를 비롯해 ‘구타·완패(shellacking)’ ‘패기만만한(ebullient)’ ‘반체제인사(dissident)’ ‘응큼한(furtive)’ 등도 10대 단어에 포함됐다. ‘도플갱어’는 미국 ABC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의 진행자 조지 스테파노폴로스가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원작자 엘리자베스 길버트에 대해 “이 영화 주인공 줄리아 로버츠의 도플갱어”라고 부르면서 검색 건수가 크게 늘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문화계 블로그] TV 나온 ‘앨리스’가 ‘장하준’을 꺾는 세상

    [문화계 블로그] TV 나온 ‘앨리스’가 ‘장하준’을 꺾는 세상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영향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비룡소 펴냄)가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제치고 일부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 측은 21일 “드라마에서 남녀 주인공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는 장면이 방영된 직후 19일 하루 판매량 순위에서 ‘이상한’이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교보문고가 집계한 19일 판매 순위에서도 ‘이상한’은 3위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출판사 집계에 따르면 이 책은 드라마 방영 이후 2만부 이상 판매됐다. ‘이상한’는 비룡소가 어린이를 위해 펴낸 ‘클래식’ 시리즈로 중간 중간 원작에 실렸던 삽화가 들어 있다. 비룡소는 민음사의 계열 출판사다. 민음사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남자 주인공 김주원(현빈)이 사는 집의 서재에 꽂힌 3000권의 책을 협찬했다. 서재에 꽂힌 수천권의 책 가운데 진동규의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날’, 홍영철의 ‘가슴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 황인숙의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김성규의 ‘너는 잘못 날아왔다’ 등 시집 4권은 방송 전에는 아예 판매가 되지 않던 책이었다. 하지만 알라딘 집계에 따르면 드라마에서 시집 제목이 방송 화면에 자막으로 흐르면서 이 시집들은 각각 400~600권씩 팔려 나갔다. 드라마에 등장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유독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역시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원작이었던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은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올랐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김주원의 서재’라는 이벤트 페이지를 만들어 드라마에 등장한 책을 묶어서 싸게 팔기도 한다. 현빈의 전작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도 비룡소의 책 ‘모모’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해 100만부나 팔린 전력이 있다. 민음사 측은 “시집이 1000권 팔리면 저자에게 인세는 70만원 남짓 돌아갈까 말까 한다. 대단한 변화는 아니지만 전혀 팔리지 않던 책이 조금이라도 나가는 게 반가운 일”이라고 밝혔다. 물론 드라마에 등장했다고 해서 모든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원래 책의 내용이 뛰어나고 드라마 호흡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야만 한다. 하지만 그 좋은 책이 ‘자체발광’하지 못하고 드라마 등에 기대야만 하는 현실 앞에서 출판인들은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쓰리 데이즈’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쓰리 데이즈’

    프랑스영화를 리메이크한 두편의 미국영화가 나란히 개봉한다. 원작의 낮은 인지도에 비해 할리우드에서 투입한 인물들의 화려한 면면이 놀랍다. ‘투어리스트’에는 ‘타인의 삶’을 연출한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네르스마르크와 미국을 대표하는 두 배우, 조니 뎁과 앤절리나 졸리가 참여해 광채를 더했다. 유명세로 치면 ‘쓰리 데이즈’도 밀리지 않는다. 아카데미상에 빛나는 감독 폴 해기스와 배우 러셀 크로가 만났으니 영화의 무게감이 남다르다. 프랑스판을 보지 않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각색과 각본에 뛰어난 솜씨를 발휘해온 해기스가 이번에도 감동적인 드라마 한편을 내놓았다. 피츠버그의 존과 라라 부부는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경찰이 들이닥쳐 아내를 살인 혐의로 체포한다. 라라가 직장의 상관을 살해했다는 것인데, 모든 상황이 그녀에게 불리한 쪽으로 흘러간다. 살해 동기, 살해 도구에 남아 있는 지문, 옷에 묻은 핏자국 등이 모두 그녀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법이 아내의 편에 서 있지 않음을 알게 된 존은 아내를 탈옥시키기로 결심한다. 3년의 세월이 흘러 존의 계획과 준비가 무르익을 찰나, 라라는 존에게 다른 교도소로 이송될 거라고 알려준다. 이제 그에게 부여된 시간은 3일밖에 없다. 자유에 대한 갈망을 역사 속에서 증명해온 프랑스이니만큼 탈옥과 관련된 프랑스영화가 유달리 눈에 많이 띈다. 보통 탈옥영화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빠삐용’이 세상에 나오기 수십년 전에 ‘위대한 환영’, ‘사형수 탈옥하다’, ‘구멍’ 같은 걸작을 선보인 곳이 바로 프랑스다. ‘쓰리 데이즈’의 원작인 ‘그녀를 위해’는 어떤 작품일까.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그녀를 위해’는 자유를 향한 굳은 의지를 담은 고전적인 프랑스영화라기보다 ‘샹떼’와 같은 유로 보는 게 나을 듯하다. ‘쓰리 데이즈’의 원 바탕은, 이성이 아니라 미친 열정 때문에 탈옥에 목숨을 거는 남자의 이야기다. 그러나 해기스는 광적인 남자가 탈법을 일삼는 이야기가 미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는 가족에 방점을 찍기로 한다. 라라가 정말로 죄를 저질렀는지 혹은 그 반대인지는 존에게 중요하지 않다. 존이 라라를 무조건 믿는 배경에는 그녀가 그의 아내이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깔려 있으며, 남편은 아내를 감옥에서 꺼내 자신의 가족을 원래대로 복원하기를 원한다. 존의 아버지가 아들의 계획이 무모한 줄 알면서도 묵묵히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쓰리 데이즈’의 진짜 바탕은, 야만의 세계에서 가족을 수호하려는 가장의 열렬한 책임감이다. ‘쓰리 데이즈’에 대한 미국 내 평단과 관객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다.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지루하다는 등의 평가가 보인다. 탈옥의 흥미진진한 광경을 기대한 관객은 너무 세세한 3년 동안의 기록이 쓸데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거니와 ‘쓰리 데이즈’는 가족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한 남자의 이야기다. 한편에선 직장인으로 일하고, 돈을 마련하고, 아들을 보살폈고, 다른 한편에선 어마어마한 일을 저질러야 했던 남자의 애틋한 사연이 여기 있다. 해기스는 존이라는 존재를 빌려, 자칫 허황된 이야기에 그쳤을 ‘쓰리 데이즈’에 호소력을 부여했다. 영화평론가
  • 18C 연예계 톱스타 달문 최고의 개인기는 뭘까요

    18C 연예계 톱스타 달문 최고의 개인기는 뭘까요

    얼마 전부터 장금(드라마 ‘대장금)이나 동이(‘동이’), 김윤희(‘성균관 스캔들’) 같은 전문직 여성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TV 사극의 주인공은 주로 왕과 왕비였다. 그 시대의 대표적인 역사서인 ‘조선왕조실록’이 왕을 중심으로 한 기록이었던 데다 조선이 신분제 사회였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엮은 ‘조선 전문가의 일생’(글항아리 펴냄)은 가치 있는 책이다. 왕과 양반이 주도했던 시대에 사회의 양지와 음지에서 나머지 대다수 사람은 어떻게 살아갔는지, 우리의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역사적 실체를 보여준다. ‘조선 전문가의 일생’은 훈장, 역산가(曆算家), 의관, 광대, 승려, 음악가, 궁녀, 목장, 화원, 역관, 서적중개상, 금융업자 등 12가지의 전문직을 정순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등 12명의 연구자가 조명했다. 철저히 기록을 토대로 분석했다. 조선시대 연예계 톱스타(上色才人)였던 광대의 삶은 어떠했을까. 18세기 무렵 조선 팔도를 뒤흔든, 요즘으로 치면 가수 비와 맞먹는 인기를 누렸던 달문(達文·1707~?)의 삶은 거지와 다름없었다. 달문의 최고 개인기는 자신의 주먹을 쭉 찢어진 입에 넣었다 뺐다 하는 것이었다. 추남이었던 그는 장가도 들지 않고 노래와 춤으로 살았는데 “아침이면 시중에 들어가 노래를 부르며 다니다가 저녁이면 부잣집 문하에 들어가 잠자면 그만이지. 한양 성중이 8만호이니 매일 집을 바꾸어 자더라도 일생 동안 다 다니지 못할 것이다.”라고 호언장담하곤 했다. 달문은 인형놀이의 일종인 만석중놀이, 탈춤인 철괴무, 남사당놀이 가운데 땅재주 부리는 것과 유사한 팔풍무에 능했다. 18세기 시인 홍신유는 서사시 ‘달문가’에서 그의 춤에 대해 “몸을 뒤로 젖히면 머리가 발에 닿고 배꼽이 불쑥 하늘을 쳐다보네.” “온몸이 유연하여 뼈가 없는 듯 삽시간에 몸을 돌려 뒤집더니 어느새 휙 하고 바꾸어 꼿꼿이 섰다가 갑자기 넘어진다.”고 묘사했다. 말년에 억울하게 역모 혐의로 귀양을 갔던 달문은 어디론가 훌쩍 신선처럼 자취를 감추는 것으로 생을 마친다. 달문의 삶을 조명한 사진실 중앙대 음악극과 교수는 “천민 광대로서 몸은 청계천의 거지 패거리와 함께 지내지만 재상가를 드나들며 상층의 오락 유흥에 이바지했던 달문, 그 괴리를 통해서 중세적 질서와 차별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는 세상에 눈떠 반역을 꿈꾼 광대가 아니었을까?”라고 그의 삶에 의미를 부여했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에 반역의 정신을 지닌 광대 장생이 들어가도록 추천했던 사 교수는 “영화 주인공으로 제격인 달문의 이야기도 누군가가 찾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해 주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책에 소개된 12가지의 직업 가운데 가장 덜 알려진 직업은 일수쟁이다. 규장각에 소장된 ‘순봉장책’ ‘순봉책’ ‘일봉책’은 일수쟁이의 장부다. 100년 전 일수쟁이들은 매일 남대문을 중심으로 반경 2㎞ 안에 있던 창내장, 칠패 등의 시장을 돌아다니며 상인과 서민들로부터 일수를 찍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자율이 2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는 것. 영조 때 반포된 법인 ‘속대전’의 규율을 따른 것인데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적용됐다. 하지만 상환 기간에 따라 이자율은 현격히 달랐다. 평균을 내어 보면 농촌은 연 30~50%, 도시 전당포는 최대 60%까지 적용된 엄청난 고리였다. 흥미로운 점은 차입금을 제대로 갚지 못해 불량채권을 유발한 이에게 고리업자가 다시 대출을 해주거나 일부를 탕감하는 등 온정적인 모습이 있었다는 것이다. 조선의 일수쟁이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베니스의 상인’ 샤일록과 달리, 하층 상인을 동반자로서 끌어안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했음을 알 수 있다. 2만 3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부고] ‘티파니에서 아침을’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핑크 팬더’ 시리즈로 유명한 블레이크 에드워즈(왼쪽) 감독이 별세했다. 88세. AP통신 등에 따르면 에드워즈의 대변인은 그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의 세인트존스 병원에서 치료 중 폐렴 합병증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약 2주 전 입원한 그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연을 맡았던 아내 줄리 앤드루스(오른쪽)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고 대변인은 덧붙였다. 에드워즈 감독은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최근 1년 반 동안 휠체어 신세를 졌다. 그러면서도 최근까지 핑크 팬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을 포함해 2개 작품을 준비 중이었다. 50년 넘는 기간 동안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비롯해 수많은 작품 활동을 한 그가 빛을 발한 장르는 역시 코미디였다. 1963년 첫편이 발표된 ‘핑크팬더’는 8편까지 제작되면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 영화 처음과 끝에 등장하는 분홍색 표범마저도 인기를 끌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정도였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2010 베스트&워스트 어워즈 (3) 연극] 나이 잊은 연기혼 윤소정 ‘베스트’ 명성만 기댄 무대 아쉬워 ‘워스트’

    [2010 베스트&워스트 어워즈 (3) 연극] 나이 잊은 연기혼 윤소정 ‘베스트’ 명성만 기댄 무대 아쉬워 ‘워스트’

    올해 최고 연극은 ‘에이미’와 ‘잠 못 드는 밤은 없다’로 낙착됐다. 한 해 100편 이상의 작품을 보는 8명의 연극광들은 올해 베스트 세 작품을 꼽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 두 작품에 5표씩을 던졌다. ●윤소정 주연 ‘에이미’·‘33개의 변주곡’ 베스트 톱 10 올라 ‘에이미’는 연극배우 장모와 영화감독 사위 간의 날선 대화를 통해 공연예술의 의미와 신구세대 간 갈등을 보여준 작품이다. 최용훈 연출의 견고한 연출력에 대한 칭찬도 있었지만, 특히 장모 역을 맡은 배우 윤소정에 대한 극찬이 넘쳤다. “예순이 넘어가는 나이임에도 놀랍게도 계속 발전하는 배우”(전정옥), “관객과 능숙하게 소통하는 연출도 좋지만 무엇보다 윤소정의 내면 연기가 일품”(엄국천) 등의 찬사가 쏟아졌다. 말레이시아로 은퇴 이민을 떠난 일본인 부부(정재진·예수정)를 통해 현대인의 병폐를 그려낸 ‘잠 못 드는 밤은 없다’의 평은 사뭇 흥미로웠다. “현대인의 소외, 고독, 단절을 섬세하게 짚어냈다.”(허순자)는 데는 별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연출임에도 극작이 너무 매력적”이라는 평가와 “어려운 극사실주의 작품임에도 연출로 위트를 살려냈다.”는 평이 엇갈렸다. 결국 “히라타 오리자 작가와 박근형 연출은 서로 다른 개성을 보이는 인물임에도 이 작품에서만큼은 절묘하게 섞였다.”는 얘기다. 3위는 4표를 얻은 ‘1동 28번지, 차숙이네’가 차지했다. 공동 1위 원작이 영국, 일본이라는 점과 베스트 순위권의 다른 작품이 이미 이름 깨나 있는 라인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예 연출가 최진아가 직접 쓰고 연출한 이 작품이 반갑다. 자식들이 이차숙 여사에게 새 집을 지어주는 게 연극의 핵심 골격. 무대 위에 실제 집 짓는 장면을 연출해 더 화제가 됐다. 최 연출은 실제 공사판을 서너달 관찰한 끝에 대본을 완성, 사실성을 높였다. 덕분에 “살아가는 얘기를 ‘사람’이 아니라 ‘집’으로 풀어낸 연출의 시선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거나 “전문 정보를 전달하는 렉처 퍼포먼스와 드라마가 잘 결합한, 희곡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참신한 작품”(이진아)이라는 호평을 끌어냈다. 베토벤 말년의 비밀을 좇는 음악학자 캐서린의 얘기를 다룬 ‘33개의 변주곡’과 안중근과 아들 안준생의 비극적 사연을 그린 ‘나는 너다’는 각각 2표씩을 얻어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33개의 변주곡’이 단독 4위에 더 가깝다. ‘나는 너다’가 얻은 두표 가운데 한표는 “예상보다는 낫다.”라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33개의 변주곡’은 “극본 자체는 지루한 감이 있었으나 연출의 힘, 적역배우들의 호연으로 이를 잘 극복했다.”(구자흥)는 평을 들었다. 차근호 작가의 밀도 높은 창작희곡으로 관심을 모은 ‘루시드 드림’,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작가 리홀이 미술을 통해 노동과 예술의 의미를 질문하는 ‘광부화가들’ 등도 베스트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벚꽃동산’ 해외연출가 초청 제작시스템 문제제기 반면, ‘워스트’ 선정 작업은 어려웠다. 워스트가 ‘최악이라기보다 기대에 못 미쳐 아쉬운 작품’이라는 점을 극구 강조했음에도 연극광들은 주저했다. 안 그래도 어려운 연극계 현실에서 애써 노력하는 ‘연극쟁이’들의 열의를 꺾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단 도마에 오른 작품은 ‘벚꽃동산’. 한때 국립극단 예술감독 물망에 올랐던 그리고리 지차트콥스키의 연출작이었음에도 “해외 연출가 초청 제작 시스템을 진지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 제기를 낳았다. 이윤택이 연출한 연희단거리패의 ‘경성스타’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친일 연극인의 모습을 그려내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연극 만세, 연극인 만세’를 외치는 점은 불편했다는 지적이었다. 강화정 연출의 ‘방문기×’도 이런 범주에 들었다. 그간 보여온 실험적 작품으로 기대치를 한껏 부풀려 놓았는데, 정작 본게임에서는 새로운 성취를 선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을 1940년대 경북 안동으로 무대를 옮겨와 재해석한 ‘왕벚나무동산’ 역시 시도는 좋았으나 몸짓과 움직임을 강조하는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스타일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는 쓴소리를 들었다. 전인철 연출의 ‘순우삼촌’은 지나치게 상투적이었다는 평을 받았으며, 예수정·서인석 등 출연진이 화려했던 ‘메카로 가는 길’은 과잉연기로 인해 좋은 희곡이 멜로물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심사위원 구자흥 명동예술극장장 구히서 연극평론가 김방옥 동국대 연극학부 교수 엄국천 한국공연예술센터 공연기획부장 이진아 숙명여대 국문학과 교수 이소선 남산예술센터 기획제작PD 전정옥 연극평론가 허순자 서울예대 연기과 교수
  • 해리 포터 10년 마침표의 시작 ‘죽음의 성물 1’ Up & Down

    해리 포터 10년 마침표의 시작 ‘죽음의 성물 1’ Up & Down

    15일 한국 팬들과 만나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1’은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이다. 1997년 첫선을 보인 원작은 만 10년 동안 전 세계 67개 언어, 200여개국에 소개되며 4억부 이상의 판매부수를 기록한 판타지 소설 시리즈로 21세기 대중문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영화로는 2001년 스크린에 처음 등장해 6편까지 전 세계적으로 55억 달러(6조 5000억원)를 벌어들였다. 내년 여름에 개봉할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지난달 중순 북미 시장에서 개봉한 ‘죽음의 성물1’은 개봉 첫 주말 사흘 동안 1억 2510만 달러(약 1433억원)를 벌어들이며 역대 시리즈 최고의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한국에서도 해리의 마법이 통할까. 업(Up) & 다운(Down)으로 살펴봤다. <Up> 성숙해진 캐릭터… 화끈해진 액션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1’의 가장 큰 흥행 예상 요인은 원작 소설과 영화에 대한 열혈팬들이다. 2001년 첫선을 보인 해리 포터 시리즈는 그동안 누적 관객이 2123만명으로 국내 개봉 시리즈 영화 사상 최다 관객 기록을 갖고 있다. 그동안 흥행 추이는 1편 425만명→2편 397만명→3편 273만명→4편 374만명→5편 359만명→6편 295만명이었다. 통상 외화 대박 기준이 300만명 전후인 점을 고려하면 해리 포터 시리즈는 흥행 불패를 이어온 셈. 이번은 완결편의 1부라는 점에서 열혈팬의 충성도가 더욱 불타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앞선 시리즈는 원작의 방대한 내용을 영화 한 편에 담기 위해 많은 부분을 생략했지만 이번엔 처음으로 원작을 두 편에 나누어 담으며 디테일을 살렸다. 원작 팬들이 좋아할 부분임에 틀림없다. 1편에서 솜털이 보송보송하던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10년이 지나는 동안 턱수염이 거뭇거뭇하게 나고 성숙미가 넘치게 변화한 것처럼 영화 자체도 성장했다는 게 또 다른 매력이다. ‘나 홀로 집에’로 유명한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1, 2편은 아동물 분위기가 물씬 풍겼지만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연출을 시작한 5편부터는 어른을 위한 동화의 느낌이 진해졌다. 이번에는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의 삼각 관계도 본격화된다.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나신으로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해리가 자기의 버거운 운명에 짜증을 부리는 등 캐릭터 사이의 갈등도 흥미롭다. ‘최강의 적’ 볼드모트가 지배하게 된 마법의 세계는 순혈주의를 강조하며 ‘머글’(인간)을 사냥하는 등 더욱 음침해지고 어두워졌다. 초창기 아기자기했던 액션 장면은 더 화끈해지고 박진감이 보태졌다. 마법의 약을 마시고 변신한 7명의 해리와 죽음을 먹는 자들이 벌이는 공중 추격전은 압권이다. 공간적인 배경이 그동안 이야기의 주무대였던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벗어났다는 점도 신선하다. 해리 일행은 덤블도어 교장이라는 보호막이 없어지며 사방의 적에게 둘러싸이는 신세로 전락해 긴장감은 더욱 고조된다. 영국 런던의 다트포드 호텔, 피카딜리 광장과 웨스트엔드, 리버풀의 머지 터널 등 머글 세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액션 장면도 이전과는 다른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Down> 가족성 퇴색… 팬덤 의지한 불친절 명색이 판타지 액션물이라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혼을 빼놓는 시각적 즐거움이 최고의 미덕일 터. 하지만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1’은 이런 미덕과는 거리를 둔다. 물론 감독의 의도일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전작들과 차별성을 긋기 위한 자구책일 수도 있고. 영화의 전반부는 놀랍다. 어둠의 마법을 방어하는 마법사 매드아이 무디가 불사조의 기사단을 모아 위장 마법 약인 폴리주스를 먹여 모두 해리포터로 변장시켜 탈출하는 공중 추격전은 스릴이 넘친다. 흥행 대박이 점쳐졌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영화는 해리, 론, 헤르미온느의 갈등과 삼각관계, 그리고 성숙에 초점을 맞춘다. 해리포터 마니아가 아니라면 이들의 관계는 그다지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영화를 처음 본 사람들이 “이런! 론이 해리와 헤르미온느의 관계를 의심하네?”라며 신기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 해리포터의 추억을 모르는 이들에게 영화의 후반부는 너무 밋밋하게 전개된다. 영화의 팬덤에 과도하게 의지하는, 그 안일함이 아쉽다. 이런 특성은 영화의 불친절함과도 관련이 있다. 전작이나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들은 생소한 용어와 갑작스레 등장하는 인물들 때문에 적응하느라 애 좀 써야 한다. 이건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예술영화도 아니고, 시원한 판타지 영화를 보면서 골머리를 싸맬 이유가 없지 않은가. 결국 영화의 가족성은 현저히 퇴색된 셈이다. 이제 해리포터는 더 이상 부모와 아이들이 손잡고 볼 만한 영화가 아닐 수도 있겠다. 배우들도 아쉽다. 2001년부터 10년 간의 대장정을 걸어오면서 성인이 된 주인공들의 매력은 반감된 듯하다. “많이 컸구나!”라는 감탄 외에는 그다지 끌리지 않는다. 단순히 아역 배우들의 몰락이라기보다, 이들의 매력을 극대화시키지 못했던 연출의 문제로 읽힌다. 이마저도 추억이 없는 자들에게는 불친절한 영화란 점을 방증한다. 영화가 세 주인공의 관계에 집중할 요량이었다면 이들의 매력을 어떻게 발산시킬지 더 고민해야 하지 않았을까.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프레지던트 vs 대물, 안방 대권경쟁 승자는?

    프레지던트 vs 대물, 안방 대권경쟁 승자는?

    수·목 안방극장의 대권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KBS는 오는 15일부터 ‘도망자’ 후속으로 새 수목드라마 ‘프레지던트’를 방송한다. 이 작품은 대권을 소재로 한 데다 동시간대 방송된다는 점에서 현재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대물’과 맞대결이 불가피하다. 3선 국회의원 장일준(최수종)이 당내 경선을 거쳐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프레지던트’는 대권에 도전한 기성 정치인의 인간적 고뇌에 초점을 맞춰 여성 대통령의 탄생기를 다룬 ‘대물’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치과정과 함께 개인 가족사가 이야기의 또 다른 중심축을 형성하는 것도 특징이다. 김형일 PD는 “영화 ‘대부’가 갱 영화이면서 가족 드라마인 것처럼 우리 드라마는 대통령이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고 말하는 드라마”라면서 “‘대물’은 가족보다는 멜로가 강조됐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최수종의 상대역인 조소희 역에는 실제 부인인 하희라가 출연한다. 조소희는 당찬 여권주의자이자 대학교수로 뛰어난 정치감각을 앞세워 남편의 선거 운동을 적극적으로 이끈다. 최수종·하희라 부부가 한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결혼 전인 1991년 영화 ‘별이 빛나는 밤에’ 이후 19년 만이다. 최수종은 “집문 밖을 나서는 순간 하희라는 배우 하희라다.”라면서 “하희라씨와는 집안에서 한번도 대사를 같이 맞춰본 적도 없고,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현장에서 리허설을 하면서 상대역에 대해 알아간다. 부부 간 대립하는 장면이 많은데 진짜 눈에 핏발을 세우면서 싸운다.”고 말했다. 남편이 상대역이어서 처음에 출연 제의를 고사했다는 하희라는 “조소희는 남편을 통해 강한 야망을 이루고자 하지만 동시에 야망이 가족의 가치를 넘어설 수 없는 여자”라면서 “100% 모른 척할 수는 없지만 현장에 와서는 남편과 배우 대 배우로 만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장일준, 조소희 부부의 아들역은 그룹 ‘슈퍼주니어’의 성민이 맡았으며, 장일준의 숨겨진 아들인 유민기는 그룹 ‘트랙스’의 제이가 맡았다. 장일준의 수행비서이자 양녀인 장인영은 왕지혜가 연기한다. ‘프레지던트’의 원작은 일본계 미국인이 미국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일본 가와구치 가이지의 만화 ‘이글’이다. 인물과 상황은 한국 특성에 맞춰 바꿨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나긋한 30년대 경성 말투 살려보고파”

    “나긋한 30년대 경성 말투 살려보고파”

    어슬렁거리며 시내를 걷는 이들. 그러니까 철학자 발터 베냐민이나 시인 샤를 보들레르가 말한 ‘만보자’(漫步者)다.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바로 이 만보자에 대한 얘기다. 1934년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됐던 소설가 구보 박태원(1909~86)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연극은 소설 내용 그대로, 소설 쓸거리를 찾는다는 핑계로 경성 시내 일대를 구경하러다니는 구보의 얘기다. 식민치하 어두운 민족 현실을 강조하는 리얼리즘 입장에서 보자면 만보자는 일종의 균열이다. 무장독립투쟁을 벌여도 시원찮을 판에 느긋하게 돌아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이 만보자를 구원한 것은 기계문명이 만든 새로운 풍경을 흔들리는 눈빛에 담아 전해준 모더니즘이다. 그래서 연극은 인상파 그림을 닮았다. 1930년대 경성을 어슬렁대며 다니는 구보는 찬찬히 근대 문명에 젖어들고 있는 조선의 풍경을 읊어준다. 그 목소리는 한편으로는 묘한 설레임을, 다른 한편으로는 묘한 두려움을 드러낸다. 인상파가 근대 문명의 상징 ‘기차’를 즐겨 그렸듯, 극 중에서 구보는 ‘전차’를 타고 경성을 쏘다닌다. 소설의 무대화니까 소설적인 것을 무대적 상상력으로 갈아 끼울 법한데, 이 작품의 선택은 정반대다. 소설 문장을 있는 그대로, 그것도 1930년대 표기법 그대로 끌어다 쓰는 실험을 시도했다. 대화야 그렇다쳐도 지문까지 그렇게 한다. 가령, 집을 나서는 구보를 두고 어머니가 “대체, 그 애는, 매일, 어딜, 그렇게, 가는, 겐가, 하고 그런 것을 생각하여 본다.”는 대목을 실제 무대에서 대사와 행동으로 고스란히 표현했다. 이를 위해 ‘구보 박태원’이란 1명의 인물을 ‘구보’(오대석)와 ‘박태원’(이윤재) 두 명으로 쪼개 연기하고, 동시에 무대 또한 무대 속 무대 형식으로 이등분된다. 여기다 1930년대 경성 풍경을 일러주는 영상과 음향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지난 6일 성기웅 연출을 만났다. →영상이 아주 감각적이었다. -원래는 1930년대 경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쪽으로, 고증적이고 다큐적인 것으로 하려 했다. 그럴 경우 배우의 연기가 가려지고 지나치게 소설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술팀에서 미술적인 컨셉트로 가야한다는 의견을 내서 거기에 따랐는데 그렇게 하길 잘했다 싶다. →전봉관 카이스트대 교수의 연구 이후 식민지 조선의 모던함에 대한 얘기들이 한동안 활발했다. 1930년대 경성, 그리고 구보는 어디가 매력적인가. -그 시대와 인물이 재밌다. 내 생각엔 1980년대까지는 1930년대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도시예술가가 탄생하면서 걷고, 커피 마시면서 예술과 인생을 논하는 그런 것들이 비슷하다. 한국 근대의 뿌리랄까, 그런 면에서 1930년대가 흥미롭다. 인물들도 재밌다. 가령, 구보와 이상은 절친한 친구인데 스타일은 다르다. 이상은 자유롭고 천재적이라 부럽긴 한데, 난 그렇게 살 자신은 없다. 반면에 구보는 형식파괴적이고 실험적임에도 현실감각이 있다. 이상이 대중보다 100걸음 앞에 나간다면, 구보는 반걸음 정도만 나간다. 그런 면에서 구보와 친밀감이랄까, 그런 걸 느낀다. →소설 문장 그대로 옮긴게 신기했다. -원래 연극하면서 번역문투가 참 힘들었다. 해외 명작을 가져오다보니 장엄한 문어체 말투가 된 건데, 사실 우리가 평소에 그렇게 말 안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있던 차에 구보를 만난 거다. 구보는 염상섭과 함께 서울 토박이 작가라 당대 서울말에 능했다. 지금이야 표준어라 딱딱해보이지만, 원래 서울말은 나긋한 리듬감이 있었다. 구보의 그런 면을 살려보고 싶었다. 그리고 일본 유학생 출신이던 구보는 일본어 영향 때문에 ‘콤마’를 많이 썼다. 말에서 일제와 조선이 겹치는 시대상이 고스란히 있지 않나. 그래서 소설 속 말들을 그대로 써보고 싶었다. →결론은 구보가 열심히 창작하고 결혼한다는 건데, 조금 허망하다. -나도 실망스러웠다. 당시로서는 모던한, 전위적 작품을 써놓고는 결론은 지나치게 모범생이 되어버렸다. 아까 말한 대로 이상과는 달리 구보에게는 ‘범생이’ 기질이 있는 것이다. 일단 소설 그 자체를 무대화한다는 목표가 있었으니 결말은 그래도 두되, 마지막은 배우가 드라이하게 읽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대신 이상과 구보가 소설의 결말을 두고 논쟁하는 장면을 넣었다. →이상이 ‘그냥 집에 갔다.’로 소설을 끝내면 고리타분하다고 구보를 타박하는 게 그 때문인가. -맞다. 결말에 대한 나의 불만을, 나름대로 이상의 장난질을 통해 드러낸 거다. →구보 말고 또 다루고 싶은 그 시대 인물이 있나. -김우진도 좋고, 김유정이나 이효석도 좋다. 김유정이나 이효석은 우리에겐 토속적 작가로만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굉장히 도시적인 감각을 가진 이들이었다. 그런 면을 부각해보고 싶다. 손기정도 있다. 31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 전석 3만원. (02)708-5001.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호두까기 인형’에 빠져 보세요

    ‘호두까기 인형’에 빠져 보세요

    바쁜 일상 탓에 평소 아이들에게 신경 쓰지 못했던 부모들, 드디어 만회할 기회가 왔다. 연말 인기 레퍼토리인 차이콥스키 발레극 ‘호두까기 인형’이 찾아온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한 소녀가 꿈을 꾸는 것에서 시작하는 ‘호두까기’은 볼거리가 화려한 데다 이야기가 재미있어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좋아하는 환상극이다. ●서울 ‘빅3’ 향연… 골라 보는 재미 쏠쏠 올해는 유난히 지방 공연도 많고 뮤지컬이나 음악극 버전도 있어 선택 범위가 넓어졌다. 가격도 1만원 안팎에서 시작한다. 큰 부담 없이 그간 아이들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날려 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래서 추적했다. 전국 방방곡곡 무대에 오르는 호두까기 인형들을. 우선 서울에서는 국립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서울발레시어터 ‘빅3’가 격돌한다.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5000~9만원, 1577-7766)은 17일부터 25일까지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1만~8만원, 070-7124-1740)은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22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서울발레시어터의 ‘호두까기’(3만~5만원, 02-3442-2637)은 31일부터 새해 1월 2일까지 열린극장 창동 무대에 오른다. 안무 버전이 각기 달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국립발레단은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을 33년이나 이끌었던 예술감독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버전을, 유니버설발레단은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에서 1892년 초연된 이래 120여년간 사랑받고 있는 마린스키 버전을 선택했다. 서울발레시어터는 상임안무가 제임스 전이 직접 안무했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11일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에서 여는 ‘로맨틱 콘서트’도 있다. 음악이 중심이지만 이원국발레단이 직접 해설을 맡아 발레도 선보인다. 1만~2만원. 1544-1887. ●지방에서도 정통발레를… 가격부담 없어 좋아요 뮤지컬도 있다. PMC프러덕션(3만~5만 5000원, 02-322-4111)은 18일부터 새해 1월 30일까지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극단 유리가면(1만원, 02-738-8289)은 26일까지 용산동 전쟁기념관 문화극장에서 ‘호두까기 인형’을 각각 가족 뮤지컬로 선보인다. PMC프러덕션의 경우 원작에는 없는 ‘마음 요정’이라는 캐릭터를 추가해 어린이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 특징이다. 국립발레단과 서울발레시어터는 지방도 찾아간다. 국립발레단은 경기 고양과 대전 등을, 서울발레시어터는 인천, 경기 이천, 경북 안동 등에서 공연을 갖는다. 부산, 대구, 광주, 창원, 서산 등에서도 가격을 낮춘 뮤지컬 ‘호두까기’ 공연이 열린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뮤지컬·영화·소설·… 3色 매력 ‘김종욱 찾기’

    뮤지컬·영화·소설·… 3色 매력 ‘김종욱 찾기’

    ‘창작 뮤지컬의 신화’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낸 토종 히트 뮤지컬 ‘김종욱 찾기’. 2006년 초연된 이래 지금까지 평균 객석 점유율 93%, 누적 관객 36만명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첫사랑 김종욱을 찾기 위해 ‘첫사랑 찾기 사무소’를 방문한 여자. 사무소장과 함께 첫사랑을 찾아 나서면서 생기는 에피소드와 성장기를 담았다. 이 뮤지컬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책으로도 나왔다. 젊은 작가 전아리가 같은 제목의 소설로 냈다. 히트 영화나 베스트셀러가 뮤지컬로 만들어진 사례는 많지만 국내 창작 뮤지컬이 영화나 소설로 역(逆)생산된 것은 처음이다. 9일 개봉하는 ‘김종욱 찾기’다. 뮤지컬의 성공 신화를 일궈냈던 장유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더 화제가 됐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와 영화 ‘김종욱 찾기’를 비교해 봤다.■뮤지컬은…창작작품 신화 ●누적 관객 36만명 대기록… 영화 데뷔 장유정감독 “또 하나의 전환점” 뮤지컬은 제한된 공간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연극과 닮았다. 무대를 멀리서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표정과 감정은 좀 더 과장돼야 하고, 리듬감으로 축제 분위기를 이끌어야 한다. 반면 영화는 공간이 열려 있다. ‘클로즈업’(피사체에 가까이 접근해 찍는 기법)이 있기 때문에 굳이 과한 표정을 지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감정을 절제해야 제맛이다. 이런 면에서 영화와 뮤지컬은 대척점에 있다. 두 ‘김종욱’의 결정적 차이도 여기서 비롯된다. 작품의 내용과 주제는 똑같지만 시나리오는 사뭇 다르다. 뮤지컬에서는 시·공간적 한계로 생략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 감독의 상상력으로 살을 붙인 것. 영화는 뮤지컬과 달리 두 주인공 한기준(공유)과 서지우(임수정)의 표정과 시선처리 등에서 감정을 함축하기 위해 애쓴다. 뮤지컬에 비해 덜 직설적이다. 그렇다고 영화에 뮤지컬적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기준은 이따금 다소 과장된 몸짓으로 자신의 ‘찌질함’을 보여주려 부단히 애쓰는데, 말하는 톤에서 뮤지컬 대사의 느낌이 묻어난다. 감독의 의도인지, 아니면 미처 신경쓰지 못한 문제인지 알 수 없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그다지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에서는 서지우가 뮤지컬을 하는 장면도 나온다. 뮤지컬 ‘김종욱’에 나오는 장면이 아니라 말 그대로 영화 속 뮤지컬이다. 여주인공은 뮤지컬 ‘김종욱’에서 신문기자였지만, 영화에서는 뮤지컬 배우 출신 무대 감독으로 나온다. 뮤지컬 ‘김종욱’은 화려하다기보다는 소박한 편인데, 영화에서는 이런 아쉬움을 풀어내기라도 하듯 화려하다. ‘무대감독’ 임수정 코치는 실제 뮤지컬 감독 박칼린이 맡았다. ■영화는…유머코드 진화 ●맛깔나는 남녀 주인공 캐릭터… 영화 속 ‘김종욱’ 배꼽잡네 영화는 뮤지컬과 다른 방식으로 유머 코드를 다룬다. 뮤지컬 ‘김종욱’의 등장인물은 남자, 여자, 그리고 멀티맨 3명이 전부다. 멀티맨은 남자와 여자를 제외한 수십개 역할을 맡는다. 여자의 아버지, 남자의 애인, 스튜어디스, 택시기사, 맞선 남, 인도인 투어가이드…. 마치 개그콘서트를 보는 듯한, 기치와 위트가 빛나는 캐릭터다. 뮤지컬 ‘김종욱’의 매력은 상당부분 이 멀티맨 역할에 의지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이런 식의 유머 코드가 통할 리 없다. 관객들은 뮤지컬을 ‘쇼’로 생각하기 때문에 멀티맨 배역에 흥미를 느끼지만, 영화는 또 다른 ‘현실’인 까닭에 이런 식의 배역을 넣기가 어렵다. 영화 ‘김종욱 찾기’는 역설적이게도 원작의 핵심적 매력인 멀티맨을 빼야 하는 고민에 봉착한 것. 더욱이 내용도 첫사랑이란 진부한 소재니 고민은 더욱 커질 수밖에. 영화는 비장의 유머 카드로 난관을 뚫었다. 뮤지컬과 달리 남자주인공 자체를 ‘독특한 캐릭터’로 바꿔 놓은 것이다. 주인공 한기준은 소심하고, 자기 원칙이 분명하다. 원칙이 어긋나면 불안 증세를 보인다. 결벽증도 있다. 여기서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허우대 큰 공유의 소심한 연기는 물론, 그가 맞닥뜨리는 상황 상황이 배꼽을 잡게 한다. 뮤지컬에는 없는 묘미다. ■소설은…‘전아리표’ 수작 ●뮤지컬이 영화·책으로 逆생산 서지우도 뮤지컬에서보다 더 털털한 사람으로 나온다. 소심한 남자와 털털한 여자와의 만남을 맛깔나게 그려낸 대목도 영화의 별미다. 남녀주인공의 캐릭터를 좀 더 명확히 함으로써 뮤지컬 속 멀티맨의 공백을 채워나가고 있는 셈. 결과는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장 감독은 뮤지컬계에서는 잔뼈가 굵었지만 영화판에서는 데뷔작이다. 캐릭터 대비 효과는 물론 카메오가 주는 영화적 웃음, 패러디 등의 효과를 잘 활용했다. 영화에는 김동욱, 신성록, 오만석, 김무열, 정성화, 엄기준 등 뮤지컬 ‘김종욱’의 배우들 13명이 대거 카메오로 출연했다. 영상도 깔끔하고 자연스럽다. 신인감독들의 경우 겉멋에 집착해 내용과는 동떨어진, 자연스럽지 못한 영상미를 보여주는 때가 종종 있는데 영화 ‘김종욱’은 그렇지 않았다. “또 하나의 전환점이다. 프로로서 안정감이 생기니 내 인생의 가장 열정적이었던 순간, 정말 순수하게 어떤 한곳에 몰두하고 매진했던 순간이 그리웠다. 좌충우돌하면서 살아도 다시 사는 느낌, 더 살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장 감독이 털어놓은 소감이다. 올 겨울, 영화·뮤지컬·소설 속 세 ‘김종욱’의 매력을 비교해 보는 것은 어떨지.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영화리뷰] ‘나니아 연대기:새벽 출정호의 항해’

    [영화리뷰] ‘나니아 연대기:새벽 출정호의 항해’

    ‘나니아 연대기’는 7권으로 구성된 C S 루이스의 판타지 아동문학 시리즈다. 1950년 출판된 이래 41개 언어로 번역, 세계적으로 9500만부가 팔렸다. 어슐러 르 귄의 ‘어스시 시리즈’,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꼽힌다. 시리즈는 라디오극과 연극 등으로 각색됐고, 2005년에는 영화로 만들어져 주목을 받았다. 8일 개봉하는 ‘나니아 연대기:새벽 출정호의 항해’는 2008년 2편에 이은 시리즈 3편째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영국. 남매인 루시(조지 헨리)와 에드먼드(스캔다 케이니스)는 독일의 공습을 피해 사촌 유스터스(윌 폴터)의 집에 머문다. 이들 3명은 집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다가 그림 속에서 쏟아져 나온 물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그러기를 얼마간. 물 위로 고개를 내민 이들은 자신들을 구해주기 위해 온 나니아 세계의 캐스피언왕(벤 반스)을 보고 반가운 미소를 짓는다. 이들은 왕이 된 캐스피언이 나니아 세계를 구하기 위해 사라진 영주들을 찾으러 나섰다는 말을 듣고 그의 여정에 동참한다. 영화는 원작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유혹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너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도 변함이 없다. 다만 원작은 캐스피언왕이 7명의 영주를 찾아 위기를 극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영화는 7개의 검을 찾는다는 설정을 보탰다. 또 스토리 라인의 중심이 캐스피언왕보다 어린 루시와 에드먼드에 가 있어 더 동화적이기도 하다. 영화의 장점은 역시 판타지 영화답게 눈이 즐겁다는 거다. 외다리 난쟁이들, 연기 괴물, 바다뱀, 파도가 갈라지는 장면 등은 역시 대작답다. 순제작비만 2억 달러(약 2300억원)가 넘게 들었다. 다만 평이하게 흘러가는 스토리 라인은 한계다. 긴장감이 다소 부족하다. 영웅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진지함이나 극적인 요소가 결여돼 있다 보니 112분의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의 캐릭터도 밋밋하다. 유스터스가 다소 돋보일 뿐 다른 인물들은 과도할 정도로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정직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아쉬움은 2000년대 초반 영화계를 후끈 달궜던 대작 판타지 ‘반지의 제왕’을 상기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선과 악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골룸과 원숙한 카리스마로 영화를 이끄는 간달프, 신비로움으로 몽환적 느낌을 자아냈던 레골라스나 아르웬 같은 개성 강한 캐릭터를 나니아 연대기에서는 찾기 어렵다. 또 사상 최강이라고 자랑하는 액션에 비해 3차원(3D) 영상 수준도 아쉽다. 입체감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영화는 애초부터 3D를 염두에 두고 찍었다지만, 2D로 촬영된 영상을 3D로 컨버팅(전환)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심도가 깊지 않아 다소 생동감이 떨어진다. 시리즈의 전편을 보지 않아도 영화를 보는 데 무리는 없다. 연말 아이들과 함께 즐기면 좋겠다. 전체 관람가.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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