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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쇼생크 탈출/이춘규 논설위원

    영화 빠삐용. 프랑스령 기아나로 향하던 죄수 수송선에서 스티브 매퀸과 더스틴 호프먼이 열연한 빠삐용과 드가가 만난다. 빠삐용은 살인 누명, 드가는 지폐위조 혐의다. 빠삐용은 자신을 범인으로 몬 검사에게 복수하기 위해, 드가는 아내에게 당한 배신 때문에 탈주하기로 한다. 둘은 우정을 나눈다. 연이은 탈주 탓에 둘 다 악마의 섬에 갇힌다. 끝까지 자유를 꿈꾼 빠삐용은 마침내 혼자서 까마득한 벼랑에서 뛰어내려 탈주에 성공한다. 1994년 개봉된 영화 쇼생크 탈출.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종신형을 선고받고 ‘쇼생크 교도소’에 수감된 남자에게 죄수들의 세계는 끔찍하다. 비리와 악행을 일삼는 교도관에게도 시달린다. 장기적이고 치밀한 탈출 계획을 세운 뒤 탈옥에 성공한다. 자유와 희망, 제도 폭력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영화다. 사실감이 넘쳐 실화에 기초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실화는 아니다. 원작소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을 각색했다. 신창원. 1997년 1월 20일 강도치사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던 부산교도소 감방에서 화장실의 쇠창살을 절단하고 탈출한다. 2년 반 동안 신출귀몰하며 화제를 뿌린다. 홍길동으로 미화되기도 했지만 전국을 누비며 절도 104건, 강도 5건, 강도강간 1건 등 총 142건의 범죄를 저질렀다. 도피 중 꼼꼼하게 쓴 일기엔 교도행정의 문제점 등이 적나라하게 적시됐다. 검거될 때 입었던 화려한 쫄쫄이티셔츠는 모조품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일본에도 전설적인 탈옥사건이 있다. 시라토리 요시에. 28세이던 1936년 살인혐의로 수감 중 처음 탈옥해 3일 만에 붙잡힌다. 6년 후. 탈옥수라는 이유로 독방에서 혹독한 대우를 받은 데 앙심을 품고 2차 탈옥해 3개월 만에 자수한다. 2년 뒤에는 매일 쇠창살에 된장을 발라 부식시킨 뒤 제거하고 탈주. 2년여 만에 붙잡힌 뒤 다시 감방 바닥을 파고 탈주하는 등 모두 4차례 탈옥해 ‘탈옥왕’으로 불렸다. 재판에서 사형을 면하게 되자 모범수로 1961년 가출소, 막노동을 하다 71세에 사망한다.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의 교도소에 수감된 탈레반 조직원 500여명이 외부에서 5개월간 파고 들어간 320m의 땅굴을 통해 탈출했다. 아프간판 쇼생크 탈출. 2008년 6월에도 탈레반 공격을 받아 탈레반 조직원 등 1000여명이 탈옥했던 교도소다. 오는 7월 주둔군 단계적 철군을 앞둔 시점에 발생한 대규모 탈옥 사건으로 미군과 나토군의 전략에 차질이 예상된다. 탈옥사건은 항상 후폭풍이 거세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정우성, 후지TV 드라마 촬영차 예정보다 일찍 일본 출국

    정우성, 후지TV 드라마 촬영차 예정보다 일찍 일본 출국

     정우성이 조만간 휴식 겸 드라마 촬영을 위해 일본행 비행기를 탄다.  한 연예 매체는 26일 정우성의 소속사 관계자 말을 빌려 “5월 중순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휴식을 취하고 드라마 촬영도 하는 등 2~3주 체류할 듯하다.”고 보도했다.  정우성은 당초 일본 후지TV 드라마 ‘굿 라이프’ 촬영 하루 전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이지아와 서태지의 이혼 소식에 마음의 안정을 취하기 위해 예정보다 빨리 출국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굿 라이프’는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위해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준 2007년 베스트셀러 ‘가시고기’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극중 정우성은 백혈병 분야의 의사로 주인공 아버지인 소리마치 다카시를 돕는 조력자 역할을 맡았다.  한편 정우성은 지난 3월 20일 팬카페를 통해 SBS 드라마 ‘아테나’에 함께 출연한 이지아와 교제 중이라며 연인임을 선언했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영화프리뷰] ‘워터 포 엘리펀트’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 아이비리그 명문대 수의학과 졸업을 앞둔 제이컵(로버트 패틴슨)은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하루아침에 인생이 뒤바뀐다. 모든 것을 잃고 충격을 받은 그는 정처 없이 일자리를 찾으러 다니다 벤지니 서커스단의 기차를 타게 된다. 서커스단에서 수의사로 일하게 된 그는 순회공연을 다니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제이컵은 서커스단 최고의 스타이자 단장의 아름다운 아내 말레나(리즈 위더스푼)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제이컵과 말레나는 서커스단의 새로운 흥행 보증수표로 떠오른 코끼리를 함께 돌보고 훈련시키면서 호감을 느끼지만, 서커스단의 폭군으로 군림하는 단장 어거스트(크리스토프 왈츠)가 이들의 관계를 눈치채고 둘 사이를 떼어 놓으려고 한다. ‘워터 포 엘리펀트’는 대공황 당시 최대 호황을 누렸던 서커스단을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주인공들의 애정 관계에 얽힌 스토리가 더 중심을 이루는 영화다. 블록버스터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서 뛰어난 시각 효과에 서사적인 스토리를 결합시켜 호평을 받았던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은 이번에도 서커스라는 화려한 쇼에 서사적인 로맨스를 덧입히려고 했다. 하지만 전작에 비해 강렬하거나 웅장한 느낌은 덜하다. 백발노인이 된 제이컵이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고전적인 시대 배경만큼이나 주인공들의 삼각 관계도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광폭한 남편의 학대를 피해 금지된 사랑을 나누는 제이컵과 말레나의 감정선이 섬세하고 애절하게 표현되지 않아 감정 이입이 어렵고 오히려 동물에게 호된 매질을 서슴지 않는 어거스트의 잔인함에만 시선이 쏠리는 불균형을 낳았다.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전 세계 소녀팬들을 사로잡은 로버트 패틴슨은 성숙한 캐릭터에 도전했지만, 시대를 뛰어넘는 격정적인 로맨스를 표현하기에는 아직 내공이 부족해 보인다. 단, 동물을 좋아하거나 1930년대 미국 서커스단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관객이라면 초대형 천막 안에서 사자, 호랑이 같은 맹수들이 부리는 묘기에 눈길이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분량이나 스케일이 작아 영화 ‘시카고’나 ‘물랭루즈’처럼 화려하고 관능적인 볼거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미국에서 280만부를 판매한 세라 그루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15세 관람가. 5월 4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28일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상다리 휘어지게 차려낸 영화밥상

    28일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상다리 휘어지게 차려낸 영화밥상

    봄이면 전주를 찾는 외지인들이 급증한다. 세 부류쯤 된다. 꽃놀이와 식도락을 겸한 상춘객, 프로농구팬(KCC 연고지가 전주다), 그리고 영화 마니아들이다.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오는 28일부터 새달 6일까지 열린다. 총 38개국 190편이 상영된다. 한술 뜨면 숟가락을 놓기 어려운 전주식 성찬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진 셈. 놓치면 후회할 영화 8편을 추려봤다. ●‘불면의 밤’에 만날 보석들 올빼미 관객이라면 자정부터 동 틀 때까지 쉬지 않고 영화를 보는 ‘불면의 밤’ 섹션을 주목할 것. 새달 1, 4일 ‘불면의 밤’에서는 지난해 전 세계 영화잡지들이 꼽은 최고의 영화 10편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카를로스’(오른쪽)를 만날 수 있다. 1970~80년대 악명을 떨친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더 재칼(본명 일리치 라미레즈 산체스)이 1973년 첫 테러부터 1994년 프랑스 경찰에 체포되기까지를 5시간 30분의 러닝타임에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담았다. 지난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과 미국 뉴욕영화제에서 상영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멕시코의 호르헤 미셸 그라우 감독의 데뷔작 ‘우린 우리다’도 두고 볼 만하다. 인육을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저주받은 가족을 그린 호러 영화. 초저예산으로 찍은 탓에 화면에서는 ‘빈티’가 나지만, 고만고만한 뱀파이어물로 판단하는 건 섣부르다. ●오늘의 거장과 내일의 거장들 올해 독일 베를린영화제 금곰상, 남녀주연상을 휩쓴 아스거르 파르허디 감독의 ‘씨민과 나데르, 별거’(왼쪽)가 개막작으로 국내 첫선을 보인다. 통속적일 수 있는 이야기의 함정을 영리하게 피해 간다. 인물들의 갈등을 통해 거짓말의 윤리적 문제, 종교, 성(性)과 계급 등 이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담아낸다. 예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의 스릴러 ‘이센셜 킬링’은 지난해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대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에 체포된 이슬람교도가 북유럽 눈덮인 산에 버려진 뒤 추위와 굶주림, 고독, 공포에 맞서 사투를 벌인다. 상영시간 내내 별다른 대사 없이 죽도록 고생하는 갈로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친형 박찬욱 감독과 함께 작업한 ‘파란만장’으로 베를린영화제 단편부문 금곰상을 받은 박찬경 감독은 다큐멘터리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를 출품했다. 20여년 전 안양 봉제공장 화재로 22명의 여공이 사망한 사건을 따라가면서 도시개발의 문제, 기억과 망각 등 중첩된 질문을 던진다. 뱅크시 감독의 ‘선물가게를 지나는 출구’는 지난해 미국 선댄스영화제 화제작이다. 영국의 그라피티 예술가로 신분과 얼굴을 밝히지 않은 채 세계 곳곳에서 작업하는 뱅크시의 첫 장편영화다. 올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다. ●만화 혹은 만화원작 소품들 1960~70년대 일본의 청춘들에게 좌표를 제시한 복싱만화 ‘내일의 조’는 극영화 버전으로 상영된다. ‘조’ 역은 아이돌 스타 야마시타 도모히사가 맡았다. ‘야마삐’(야마시타의 애칭) 팬이라면 원없이 몸매를 감상할 기회이니 놓치지 말 것. 고속촬영으로 재현된 조의 주특기 크로스카운터(일부러 상대에게 주먹을 허용하다가 빈틈을 노려 맞받아치기)도 인상적이다. 실뱅 쇼메 감독의 ‘일루셔니스트’는 미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독자적인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내공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실직한 늙은 마술사와 소녀와의 우정을 다뤘고, 애니메이션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게 하는 마법 같은 작품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연극·뮤지컬

    ●뮤지컬 ‘환상의 커플’ 5월 7일부터 7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오지호와 한예슬이 출연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뮤지컬 판. 3만~5만원. (02)766-3390. ●연극 ‘The Chorus;오이디푸스’ 26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역삼동 LG 아트센터. 서재형 연출의 작품으로 희랍 비극의 완벽한 모범이라 불리는 ‘오이디푸스 왕’을 바탕으로, 희랍극의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했다. 4만원. (02)2005-0114. ●뮤지컬 ‘연탄길’ 22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서울 이태원동 용산아트홀 대극장 미르. 400만부 스테디셀러 원작을 통해 소개된 에피소드 120여개 중, 독자들에게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에피소드 6개를 4개의 스토리로 묶은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 2만 2000~5만 5000원. (02)2199-7260.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토리노의 말’

    내레이터가 니체에 관한 유명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토리노의 말’은 시작한다. 1889년 1월 3일. 산책에 나선 니체는 마부의 채찍질에도 꿈쩍 않는 말을 보았다. 성큼 다가선 니체는 말의 목에 팔을 두르고 울었다 한다. 알다시피 니체는 그날 이후 식물인간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그런데 ‘토리노의 말’은 니체의 삶이나 일화를 더 소개하는 대신 여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말에게 시선을 돌린다. ‘토리노의 말’은 마부와 딸, 그리고 노쇠한 말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헝가리 출신 벨라 타르 감독은 ‘진짜 사람들의 진짜 삶’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아침 일찍 일어난 딸은 불을 지피고 집에서 조금 떨어진 우물에 가 물을 긷는다. 돌아와선 한쪽 팔이 불편한 아버지에게 옷을 갈아입히고 식사를 준비한다. 끼니라고 해 봐야 감자뿐이다. 폭풍이 불고 말의 상태가 좋지 않자 마부는 며칠 동안 일을 쉬게 된다. 그 와중에도 부녀는 말을 돌보고 외양간을 치우는 걸 소홀히 하지 않는다. 소소한 집안일을 처리한 다음 남는 시간에는 두 사람 다 창 밖을 우두커니 바라본다. 그러다 밤이 와 세상이 어둠에 싸이면 잠자리에 든다. 며칠째 계속되는 불길한 바람은 황무지에 떨어져 사는 부녀를 더욱 고립시킨다. 부녀가 보내는 엿새를 146분의 상영시간에 담은 ‘토리노의 말’은 놀랍게도 단 서른 개의 숏으로 구성됐다. 초 단위로 숏을 맞추는 상업영화에 익숙한 관객은 지레 겁을 먹을 법하다. 5분 내외의 롱테이크와 무에 가까운 서사, 그러니까 극단적으로 단순한 구조는 ‘토리노의 말’을 특징짓는다. 그러나 타르는 형식을 위한 형식을 구사하는 감독이 아니다.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감독으로서 형식과 주제의 일체를 부단히 추구해 온 그는 ‘토리노의 말’에 이르러 필생의 결실을 맺은 것이다. 소설가 조르주 심농을 기억해보자(심농은 타르의 전작 ‘런던에서 온 사나이’의 원작가다). 심농은 독자들의 머릿속에서 각기 다른 의미를 띠게 마련인 추상적인 단어는 쓰지 않으려 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항상 물질적인 단어만을 쓰려고 해 왔다.”고 말했다. 타르가 예술에 접근하는 방식도 심농의 그것과 비슷하다. 상징과 비유를 혐오하는 타르는 가장 단순한 양식으로 ‘영원 회귀’하는 삶을 표현했다. 겉보기에 마부와 딸의 삶은 하찮아 보일지 모르지만, 타르의 입장에선 그것이야말로 적나라한 진실이다. 거짓 희망과 구원으로 관객을 유혹할 마음이 그에겐 없다. 올해 독일 베를린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토리노의 말’은 빅토르 시외스트룀, 칼 데오도르 드레이어, 로베르 브레송, 페드로 코스타 같은 거장의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걸작이다. 영화가 끝날 즈음, 당신은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적 대답을 보게 될 것임을 확언한다. 타르는 ‘토리노의 말’이 자신의 은퇴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토리노의 말’은 한 감독이 남길 수 있는 위대한 고별사로서 부족함이 없다. 국내 개봉에 앞서 전주국제영화제(28~5월 6일)에서 상영될 예정인데, 올해 최고의 영화를 미리 보고 싶은 사람은 예매를 서두를 일이다. 영화평론가
  • [영화리뷰] ‘상실의 시대’

    감독에게 베스트셀러 원작은 비빌 언덕일 때가 많다. 논란은 원작의 그늘이 너무 짙을 때 생긴다. 1987년 첫 발간 후 36개국에서 1100만부가 팔린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 ‘상실의 시대’(원제:Norwegian Wood)쯤 되면 적확한 예가 될 법 하다. 오랜 세월 왕자웨이 감독을 비롯한 숱한 이들이 매달렸지만 하루키는 영화화를 거절했다. 4년여의 구애 끝에 허락받은 이는 베트남 출신 프랑스 감독 트란 안 홍이다. ‘그린파파야의 향기’ ‘씨클로’를 통해 영상시인으로 불리는 감독이다. 17살의 와타나베(마쓰야마 겐이치)는 기즈키와 그의 연인 나오코(기쿠치 린코)와 어울렸다. 어느 날 기즈키가 목숨을 끊는다. 2년 뒤 도쿄에서 대학을 다니던 와타나베는 나오코와 재회한다. 둘 다 죽은 친구의 존재를 애써 거론하지 않는다. 나오코의 스무 살 생일. 둘은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나오코는 기즈키를 잊은 게 아니었다. 우울증이 심해진 나오코는 요양원에 들어간다. 그즈음 와타나베에게 사랑스러운 여인 미도리(미즈하라 기코)가 나타난다. 건조하게 줄거리만 읊으면 ‘상실의 시대’는 삼각관계가 얽히고설킨 연애소설이다. 물론 단순 연애소설이라면 20년 넘도록 스테디셀러로 남지는 못했을 터. 1960~70년대 일본 사회의 무거운 공기 속에서 사람(혹은 사회)과 소통하지 못하는 청춘의 얘기는 비슷한 경험을 한 한국·유럽 독자에게도 울림을 남겼다.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에 이르는 나날은 우리에게 이른바 ‘멀미나는 시대’였습니다…여기서 그려내고 싶었던 것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동시에 시대를 감싼 분위기라는 것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사람을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자아의 무게에 맞서는 동시에 외부 사회의 무게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상실의 시대’ 한국어판 중 하루키의 서문) 하지만 21일 개봉한 트란 안 홍 감독의 ‘상실의 시대’는 청춘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시대를 감싼 분위기’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그의 시선은 사랑의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청춘들로 국한된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은 치유할 수 없다. 어떤 진리도, 어떤 성실함도, 어떤 강함도, 상냥함도 그 슬픔을 치유할 수 없다.”는 와타나베의 내레이션은 감독의 시각을 오롯이 드러낸다. 찬반이 엇갈리는 지점이다. 물론 원작에 대한 기대치를 걷어내면 영화도 제법 괜찮다. 특히 영화를 보면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버린 지금도 나는 그 초원의 풍경을 분명히 떠올릴 수 있다.”던 소설 속 서른일곱 와타나베의 독백이 절절이 와 닿는다. 나오코가 와타나베에게 속마음을 토해내는 이 장면은 일본 효고현의 초원에서 무려 5분여의 롱테이크로 완성됐다. 무난한 캐스팅 속에 돋보이는 이는 미도리로 나오는 한국계 신인배우 미즈하라 기코다. 그의 묘한 눈빛과 목소리는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133분. 18세 관람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푸치니의 ‘토스카’ 눈으로 즐기세요

    음악평론가 안동림씨는 저서 ‘내 마음의 아리아’에서 “푸치니의 토스카는 눈으로 봐야 할 오페라”라고 말했다. ‘오묘한 조화’(Recondita armonia·1막),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Vissi d’arte vissi d’amore·2막), ‘별은 빛나건만’(Elucevan le stelle·3막) 등 오페라와 담을 쌓은 이들도 들어봤을 법한 중독성 강한 아리아들이 지아코모 푸치니(1858~1924)의 ‘토스카’에 담겨 있다. 하지만 안씨의 말처럼 토스카의 고갱이 같은 아리아를 CD로만 빼먹는 것과 직접 무대를 보는 즐거움은 비교할 수 없다. 서울시오페라단이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리는 ‘푸치니’를 놓쳐서는 안되는 까닭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이 2007년부터 3년에 걸쳐 ‘베르디 빅5’ 공연을 통해 원작에 충실한 해석에 장점이 있음을 입증한 것도 기대치를 높이는 대목이다. 박세원 단장은 “베르디에 이어 푸치니를 선택한 이유는 그가 베르디의 스타일을 계승하면서도 특유의 색채를 잃지 않은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푸치니의 또 다른 작품 ‘자니 스키키’도 7월에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토스카는 가수들에게 부담스럽다. 오페라팬들이 남자 주인공(카바라도시)의 아리아는 루치아노 파바로티 버전에, 여주인공(토스카) 노래는 마리아 칼라스(1923~1977)의 녹음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카바라도시는 테너 박기천이, 토스카는 소프라노 임세경이 맡았다. 박기천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극장에서 올 시즌 ‘투란도트’의 칼리프 역과 ‘토스카’의 카바라도시 역에 잇따라 발탁되기도 했다. 임세경은 지난해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 극장에서 ‘아이다’의 주인공을 맡아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라는 평을 받았다. 2만~12만원. (02)399-1783~6.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공무원 변신은 무죄]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연극 ‘택시 택시’ 시민배우 되다

    [공무원 변신은 무죄]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연극 ‘택시 택시’ 시민배우 되다

    김태동 : 망타운으로 갑시다. 택시기사 : 은평뉴타운은 아는데 망타운이라니요? 김태동 : 주민들에게 돈 많이 번다고 속여서 도장 찍게 만들고, 그 뒤로 입 싹 닦고 돈 더 내라고 하고, 돈 못 내면 쫓겨나고 패가망신하니…. 어찌 뉴타운이냐. 망타운이지. 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15일 서울 대학로 소극장 ‘공간 아울’에서 공연하는 창작연극 ‘택시 택시’(TAXI, TAXI)’에 처음 출연해 하는 대사다. 항공 점퍼를 입은 승객이 택시기사에게 엉터리 소리를 버럭 질러대자 객석에 앉아 있던 김 교수가 더는 참지 못하고, 무대로 뛰어올라가 승객을 끌어내리고 자신이 승객이 돼 입바른 소리를 해댄다.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1998년)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2002~2006년)을 지낸 보수적인 경제학자가 연극배우로 탄생하는 순간. 서울 도심재개발·재건축에 대해 그가 평소 가지고 있었던 비판적인 시각을 ‘대사를 치면서’ 시원하게 드러냈다. 그는 현재 은평 뉴타운에 살고 있다. 19일 2차 출연을 앞두고 오전에 김 교수를 서울 동숭동에서 만났다. 개혁적인 강성 학자라는 평판이 많았지만, 막상 만나 보니 은발의 그는 학자 자체로 보였다. 연극 출연은 이 연극의 원작자이자 연출자인 김상수씨와의 인연 덕분이다. 지난 4월 연극을 보러 갔다가 삼성전자 생산직 노동자의 사망과 탤런트 장자연씨 자살과 같은 21세기 한국의 ‘불편한 진실’을 비판하고 고발한 ‘시민연극’이라는 것에 공감하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배우를 아주 존경하게 됐다. 두 시간 연극에서 제가 출연하는 게 중간인데, 15일 첫날 출연할 때는 내가 나갈 대목 때문에 긴장해서 앞부분은 기억이 하나도 안 나고, 객석으로 되돌아오니 그때부터 연극이 보이더라.”고 말했다. 그가 무대에 서는 시간은 2분 30초에 불과하지만, 팽팽한 긴장을 이완시키고 객석과 무대를 하나로 만드는 중요한 타이밍에 놓여 있다는 것이 김상수 연출가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연극에 출연하면서 뒤늦었지만, 경제는 문화와 같이 발전한다는 깨달음을 가졌다. 정치와 경제도 같이 발전해야 하지만, 경제와 문화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따라서 문화가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의 경제가 발전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현재 한국의 밤문화나 골프문화, 오락 중심의 TV 문화 등은 우리의 경제가 계층 간에 균형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즘 젊은이들이 미술평론가이자 문화평론가인 진중권씨나 ‘88만원세대’의 저자 우석훈씨에게 열광하는 것은 경제가 문화와 함께 발전한다는 것을 체득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등학교 때 김 교수의 장래희망은 ‘시인’이었고, 사회의 첫 직함은 거창고등학교 국어 교사였다. “삶에 치여서 꿈을 놓쳤지만, 경제학 동료에게는 ‘경제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올해 정년이다. 맥주 반 잔에 시를 짓는 그를 따분하거나 어려운 경제학자가 아니라 시민연극의 배우로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공연은 5월1일까지 계속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민규동 감독 “이번 영화엔 동성애 안 나옵니다”

    민규동 감독 “이번 영화엔 동성애 안 나옵니다”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등에서 감각적이고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민규동(41) 감독이 이번에는 눈물 나는 가족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민 감독은 자신의 연출작 중 처음으로 동성애가 등장하지 않는 영화지만, 새 이정표 같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21일 개봉)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그를 지난 15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다소 진부해 보일 수도 있는 가족 이야기를 다시 꺼낸 이유는 뭔가. 전작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데. -평생 희생과 절제의 삶을 살아오신 부모님께 민폐만 끼치고, 받기만 한 자식으로서 언젠가 한번쯤은 이런 영화를 해야 한다는 마음의 빚이 있었다. 또 일상적이고 익숙하다는 이유로 멀리했지만, 자꾸만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이야기만 찾는 나를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고 싶었다. 낡은 앨범을 보자마자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나. 소재의 새로움이 아니라 정서의 새로움으로 승부하고 싶었다. 내게도 상당히 실험적인 작품이다. →어떤 점이 그렇게 실험적이었나. -내 작품 중에 처음으로 동생애자가 등장하지 않는 영화다(웃음). 스타일에 대한 욕구를 완전히 제거하고, 감독의 자의식을 전혀 드러내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동안 추구해 온 방향과 관성이 있는데, 확 꺾어서 나를 없애는 작업이 무척 힘들었다. 마치 도를 닦는 기분이었다. 내 필모그래피(작품 목록)에서 이정표 같은 작품이 될 것이다. →그토록 절제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었나. -두달 전에 20년 지기 대학 동창이 시한부 선고를 받고 끝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외할머니와 이모를 떠나보낼 때도 그랬지만, 막상 죽음이 닥치니 믿겨지지 않았다. 죽음은 일상화된 일이지만 제대로 보내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 나는 어떻게 떠날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됐다. “정말 고마웠다.”는 마지막 인사를 끝까지 유예하다가 삼키는 경우도 있다. 관객들도 친구나 가족의 모습뿐만 아니라 결국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를 원한다. →가족들이 엄마 인희(배종옥)가 자궁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어쩔 수 없이 신파로 흐르긴 했지만, 감정을 절제하려는 연출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노골적인 ‘크리넥스 무비’(눈물을 짜내는 영화)가 되지 않도록 많이 절제하고 노력했다. 감정이 깊어지거나 눈물을 강요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밝은 일상의 모습을 교차시켰다. 밝은 모습을 연출할 때도 절제미를 살리려고 했다. 가족은 힘든 것이기도 하고, 소중한 것이기도 하며 죽음은 일상적이면서 충격적이다. 이중적인 느낌을 살리고자 했다. →일에만 신경쓰는 가장 정철(김갑수), 툭하면 사고치는 동생 근덕(유준상), 언제나 바쁜 큰딸(박하선) 등 가족 구성원들이 엄마의 죽음을 계기로 변화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처음부터 가족을 예찬하거나 모성애를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가족이 형벌이거나 지옥같이 느껴지는 사람에게 가족애를 아무리 외쳐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그냥 가족이 어떤 것인지를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보여준다면 받아들이는 사람이 자신의 입장에서 나름대로 해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노희경 작가의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만큼 차별화에도 신경을 썼을 것 같은데. -특별히 차별화에 대한 강박은 없었다. 다만 글에 담긴 솔직한 정서를 놓치지 않고 현대적으로 바꾸려고 애썼다. 인희의 아들과 딸이 현대적인 욕구와 갈등을 갖춘 캐릭터로 그려진 것도 그 때문이다. 원작과 달리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김지영) 부분을 가장 두껍게 표현했다. 가장 큰 짐이지만, 엄마의 아픔과 외로움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연출 면에서도 전작과의 차별화가 많이 느껴졌는데. -그동안 감각적인 빠른 호흡을 선호했다면, 이번에는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롱테이크(길게 찍기)를 많이 썼다. 한 장면을 여러번 찍기보다는 배우들이 뻔한 연기가 되지 않게 한번에 감정을 폭발시키도록 했다. 주목받지 못해도 자신을 희생하는 어머니의 느낌을 야생화에 비유해 영화 전반에 꽃 컴퓨터그래픽(CG)을 많이 사용했다. 영화 마지막에 인용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구도 어머니를 비유한 것이다. →인희 역에 배종옥씨를 캐스팅했는데, 어떤 엄마로 그리고자 했나. -겉으로는 명랑하고 주체적이지만, 속으로는 희생적이고 많은 사람을 포용하는 엄마로 그리고자 했다. 잔소리도 하지만, 자식들과 친하게 지내는 전통과 현재가 혼합된 이미지로 표현했다. 원작과 달리 죽음을 앞두고 모든 갈등을 직접 해결하고 화해하려는 한 인간의 모습을 강조하려고 했다. →이번 작품을 포함해 유독 공동 주연을 내세운 영화가 많았는데. -절대로 의도한 것은 아니다(웃음). 공동 주연작은 다양한 인물이 주는 재미가 있지만, 캐릭터를 따라가기가 복잡해 관객들에게 감정 이입을 시키기가 어렵다. 등장과 퇴장의 리듬과 부재하는 자의 존재감까지 치밀하게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영화 3~4편을 만드는 것처럼 힘이 든다. 영화는 자본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지 않나. 나도 다음엔 원톱(주인공이 한 사람)이나 투톱 영화를 해 보고 싶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의 아들이 15년 전 영화를 한다고 했을 때 묵묵히 지지해 준 어머니가 모처럼 불편해하지 않고 볼 만한 영화가 나왔다며 환하게 웃는 민 감독. 다음 영화 제목은 무조건 10자 이내로 줄여 보겠다는 ‘각오’도 덧붙인다. 차기작은 액션 스릴러란다. 자신의 본격적인 장르 영화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새롭지 않으면 좀처럼 동인(動因)이 생기지 않는다는 그의 도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무거운 소재 코믹하게 풀어내 제대로 된 법정영화 만들고파”

    “무거운 소재 코믹하게 풀어내 제대로 된 법정영화 만들고파”

    드라마 ‘모래시계’로 뜬 이정재를 내세운 코미디 영화 ‘박대박’(1997)은 개봉 당시 손익분기점에 한참 못 미쳤다. 이 영화로 ‘입봉’했던 신인감독도 한동안 현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14년 만에 그의 영화가 극장에 걸린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수상한 이웃들’의 양영철(47) 감독 얘기다. 개봉을 하루 앞둔 13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양 감독은 “신인감독 때 이상으로 떨리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수상한 이웃들’은 2009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작으로 뽑혀 제작비 일부를 지원받아 울산시 울주군 봉계리에서 한 달간 후다닥 찍었다. 순제작비는 3억원 남짓. 비중이 엇비슷한 캐릭터만 6~7명에 이르지만 산만하지 않다. 박원상, 전미선, 정경호, 윤세아 등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맛깔스럽다. “작정하고 덤벼든 코미디라기보다 묘한 코미디 같다고 하더라.”는 그의 설명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물들의 관계가 ‘킥~킥~’ 웃음을 자아낸다. 주인공 종호(박원상)은 사법고시에 미련을 못 버린 지역지 ‘봉계신문’ 기자. 서울대 법대(82학번) 출신인 감독의 경험이 투영된 건 아닐까. 그는 “4학년 때부터 2년동안 사시를 봤는데 1~3학년 때 학업과 거리가 멀었던 터라 1차에서 모두 떨어졌다. 2차는 정말 자신 있었는데…”라며 슬며시 웃었다. 이어 “대학에 다닐 무렵 (전두환 정권 때라)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그것 때문이라기보다는 전공이 적성에 안 맞아 방황했다.”면서 “주로 극장에서 놀았던 게 대학원(동국대 연극영화과)을 선택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화법’ 자체가 그의 영화와 닮았다. 대 놓고 웃기려는 게 아닌데 반전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수상한 이웃들’은 2004년 부산영화제 때 상영했던 단편 ‘택시 드라이버’의 확장판이다. 양 감독은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자라든지, 개발연대 시절 집을 떠나 버린 아버지, 생계를 위해 일하는 가정주부 등 캐릭터들이 무거울 수도 있지만 코믹하게 풀어 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코미디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그게 내 성향인 것 같다. 남들이 보면 별것 아닌데 나한테만 힘든 일이 있다. 그걸 웃기는 상황이라고 해 버리면 어느 순간 편안해진다. 코미디의 극복하는 힘이 좋다.” ‘수상한 이웃들’은 전국 16개 상영관에서 14일 개봉했다. 스스로도 “나는 작가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한 만큼 이번 영화가 어떤 성적을 내느냐가 그의 이력을 바꿔 놓을 터. 양 감독은 “(판사와 변호사를 소재로 한) ‘박대박’에 아쉬움이 남아서인지 제대로 된 법정영화를 만들고 싶다.”면서 “작가나 감독이 법률 지식이 부족해 제대로 된 법정영화가 드물었지만 나는 전공도 했고, 현직 친구들도 많으니 강점이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B영화 제왕들을 돌아보다

    1930~40년대 대공황의 여파로 관객이 줄자 미국 영화스튜디오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짜냈다. 잘나가는 감독과 배우를 고용한 ‘A영화’와 상대적으로 예산이 적고 한물간 스타나 신인배우를 기용한 ‘B영화’를 묶어 동시 상영한 것. 이때부터 B영화는 졸속 제작한 영화라는 편견이 싹텄다. 새달 8일까지 서울 종로3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B영화의 위대한 거장 3인전:리처드 플레이셔, 로저 코먼, 테렌스 피셔’는 B영화 장인의 흔적을 되짚어 볼 기회다. 자유로운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열악한 제작환경을 극복한 B영화들의 성찬이 펼쳐진다. 메인요리는 리처드 플레이셔(1916~2006) 감독 작품이다. ‘해저 2만리’(1954) 등 특수효과 영화에서 장기를 발휘한 감독. 하지만 그의 진면목은 실제 범죄를 소재로 한 ‘강박충동’(1959), ‘보스턴교살자’(1968) 등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범죄자들을 냉정하고 초연하게 바라본다. 개입도 부정도 하지 않고 범인과 그의 행위, 심리를 지켜볼 뿐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해저 2만리’ 등 그의 대표작 9편이 상영된다. ‘B급 영화의 제왕’ 로저 코먼(85)은 시네필에게 낯익은 이름. 20세기 폭스사의 문서배달사원으로 입사해 스토리분석가를 거쳐 감독에까지 이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50편이 넘는 작품을 만들고 250편에 가까운 영화를 제작할 만큼 다작(多作)했다. 에드거 앨런 포 원작의 ‘어셔가의 몰락’(1960), 귀신 들린 집을 소재로 한 영화의 선구적 작품인 ‘저승과 진자’(1961) 등이 상영된다. 10대 때 선원생활을 했던 테렌스 피셔(1904~1980)는 마흔셋의 나이에 뒤늦게 데뷔했다. 당시만 해도 파격에 가까웠던 폭력 묘사로 공포영화의 거장으로 떠올랐다. 드라큘라역의 대명사인 크리스토퍼 리(89)와 12편이나 호흡을 맞췄다. 영화제에서도 ‘프랑켄슈타인의 저주’(1957)와 ‘드라큘라’(1958) 등 찰떡콤비의 호흡을 확인할 수 있다. 상영 일정은 홈페이지(www.cinematheque.seoul.co.kr) 참조. 일반 6000원, 청소년 5000원. (02)741-9782.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1세대 사진작가 작품, 화가들 무단사용 논란

    1세대 사진작가 작품, 화가들 무단사용 논란

    한국 1세대 사진작가로 꼽히는 임응식(1912∼2001)의 대표작을 화가들이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응식 작가의 맏아들이자 사진작가이기도 한 임범택(73) 현대사진연구소장은 5일 ‘전쟁고아’(1950년작)를 가져다 쓴 류영도 작가의 ‘비극’(2010년작), ‘아침’(1946년작)을 쓴 김정운 작가의 ‘어 플라워 걸’(2006년작)을 공개했다. 임 소장은 “두 작가가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출처도 밝히지 않은 채 임의로 아버지 작품을 가져다 쓴 것으로 명백한 저작권 침해 행위”라면서 “이미 지난해 문제제기를 하고 적당한 해결책을 요구했으나 이를 묵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법적 소송은 너무 번거롭고 귀찮은 과정이기 때문에 저작권 보호에 대한 문제제기 차원에서 이런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진 저작권은 사후 50년까지 보장된다. 몽타주나 그래픽으로 처리했을 경우 원작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임응식은 한국전쟁 종군 사진작가로 한국 근현대사 격동기를 사실적인 장면으로 생생하게 담아내 ‘리얼리즘 사진’의 거목으로 평가받는다. 12월 20일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열릴 예정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내수시장 한계봉착… 중화권 손잡고 대륙시장 뚫어야”

    “내수시장 한계봉착… 중화권 손잡고 대륙시장 뚫어야”

    영화진흥위원회는 1999년 출범했다. 이곳을 거쳐 간 위원장은 7명. 이 가운데 5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그나마 최근 두 명(강한섭·조희문)은 1년여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영진위의 수장은 그만큼 험난한 자리다. 김의석(54) 신임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임기를 다 채우는, 끝날 때 웃으면서 나가는 위원장이 되겠다.”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현 정권 들어 영화계는 신·구와 진보·보수 갈등으로 극심한 홍역을 앓았다. 영진위 정책은 외부 입김에 흔들렸고, 위원장은 노조와 각을 세웠다. 김 위원장이 선임 통보를 받은 건 공식발표 1시간 전. 5명의 후보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최종 추천되고 나서도 두 달 가까이 끈 선임이 막판까지 난항을 거듭한 셈이다. 1992년 데뷔작 ‘결혼이야기’로 흥행감독 대열에 오른 뒤, 2003년 이론가(영화아카데미 책임교수)로, 이번에는 영화계 구원투수로 변신한 김 위원장을 지난 1일 서울 청량리동 영진위 집무실에서 만났다. 지난 2년 동안 동맥경화증 환자의 혈관처럼 꽉 막힌 영진위와 영화계의 소통을 복원할 적임자인지 궁금했다. 막 첫걸음을 뗀 김 위원장은 “현장 출신인 데다 직무대행을 넉 달 한 만큼 다른 (후보)분들이 겪을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치권과 영화인들이 갈등 키워” →앞선 두 위원장이 불명예 퇴진했는데. -최근 1~2년 동안 영진위가 워낙 시끄러웠기 때문에 무거운 과제를 안고 시작한다. 전임 위원장들은 학계에 계신 분들이라 영화계와 괴리가 있지 않았나 싶다. →현장(감독) 출신은 ‘양날의 칼’이다. 현안에 밝은 건 장점이지만,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못할 수 있는데. -맞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최소한 상식이 통하는 상황으로 끌어오는 게 급선무다. 영화계와 거리를 좁히고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내가 영화인이란 점이 대화하고 행동을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영화계의 신·구 및 좌·우의 갈등이 깊어진 원인은 뭘까. -정치권과 영화인들 모두 문제였다.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사수 투쟁 당시 영화계가 한목소리를 내면서 활력이 넘쳤다. 지금은 분열과 갈등이다. (10년 만에) 정권이 바뀌면서 생긴 구조적 요인과 함께 일부 영화인들이 이런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탓도 있다. →일부에선 위원장을 진보 성향으로 평가하던데. -개인적으로는 중도 실용이라고 생각한다. 실질적인 걸 좋아하고 치우치는 걸 싫어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비슷한 건가. -(코드를 맞추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순수한 의도로 말했다. →정치적 스펙트럼을 수치로 따진다면. -자꾸 그쪽으로 몬다(웃음). 굳이 따지면 ‘1’을 보수, ‘10’을 진보라고 할 때 ‘6’ 정도가 아닐까. ●“중국 시장 진출, 선택 아닌 필연” →중국 시장 진출을 강조했는데.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다. 내수시장은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에 한국 영화의 몸집을 줄이지 않으려면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중국은 지난해 초 3차원(3D) 스크린이 1000개였는데 연말에 2500개로 늘어났다. 전체 스크린은 8000개인데 5년 뒤엔 3만개로 미국을 넘어선다. →계량적 접근 아닌가. 현실성은 어느 정도인가.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해적판이 중국에서 1억 5000만장 팔렸다. 그 명성으로 장쯔이와 궁리가 주연하는 200억원짜리 영화 ‘양귀비’를 곽재용 감독이 맡는다. 돈과 인프라(극장), 관객은 있는데 소프트웨어가 부족하다. ‘중국의 강제규’쯤 되는 펑샤오강(馮小剛) 감독도 컴퓨터그래픽(CG)이나 특수효과 스태프를 한국에서 데려와 작업한다. 하지만 스태프나 감독이 인건비를 받아 오는 수준으로는 곤란하다. 중국 영화계에서 주목하는 한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월급쟁이가 아닌 (지분이 있는) 주인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공동제작·투자를 해야 (한국 영화의) 시장이 확대되고 고용도 창출된다. 중국에서 개봉하는 외국 영화는 한해 평균 30편 정도인데 이 시장을 뚫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중국·타이완 등과 합작해 (외국 영화) 쿼터를 피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어느 쪽이든 서둘러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데 최근 2~3년간 영진위가 엉뚱한 데 발목이 잡혀 시간을 흘러보낸 게 안타깝다. →최고은씨 죽음으로 시나리오 작가의 현실과 업계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대책은. -영진위가 온라인에서 운영하는 ‘시나리오 마켓’이 원상복구된다. 지난해 국회에서 (올)예산에 반영이 안 됐는데 최씨의 죽음으로 예산이 되살아났다. 지난해 3억원에서 올해 5억원으로 늘 것 같다. 기획개발비(원작비·대본비 등) 지원을 영화계에서 간절하게 요구했는데 이 예산도 되살아날 것 같다. 제작비 4억~20억원짜리 영화에 편당 6000만원 정도를 세컨드급 이하의 스태프 인건비로 지원하는 사업을 새로 진행한다. 제작사가 영진위에서 지원을 받은 덕에 아낀 돈의 절반을 다음 영화의 기획개발비로 재투자해 결국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다. ●“독립영화관 직영도 재검토” →지난해 정책 방향이 ‘간접·사후 지원’ 원칙으로 선회하면서 지원이 축소된 독립영화계의 반발이 큰데. -독립영화 제작 지원비 7억원은 올해 유지된다. 지난해 예술영화 제작 지원 항목으로 지원됐던 32억여원이 인건비 지원 형식으로 대체됐다. 예술영화 몇 편을 사전 지원하던 것에서 50편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뀐 셈이다. 독립영화 제작 여건이 어렵고, 영진위가 살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미국에서 뛰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 추신수의 얘기가 적절한 비유가 될 듯싶다. 처음 마이너리그에 갔을 때는 빵·우유·잼이 전부였는데, 한 단계 더 올라가니 잼의 종류가 늘어나고,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니 5개국의 뷔페가 제공됐다더라. 영화계도 선순환 구조를 이루려면 마이너와 메이저리그가 공존해야 한다. 단 마이너리그는 마이너리그다워야 한다. →전임 장관(유인촌)·위원장(조희문) 체제에서 간접 지원 방식으로 바꾼 틀은 그대로 둘 것인가. -지원만 정확하게 했으면 사실 문제될 건 없었는데…. 2012년 사업계획을 세울 때 제로베이스에서 현장 의견을 취합해 다시 고민하겠다. 논란을 빚었던 독립영화전용관 직영과 축소된 영화아카데미 기능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03년 영화 ‘청풍명월’을 끝으로 뜸했다. 현장에 대한 미련은 없나. -이후 줄곧 영화아카데미 교수를 했다. 상업영화 연출을 병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또 다른 숙제다. 평생 해온 게 영화밖에 없다. 3년 임기를 마친 뒤 어떤 형태든 (영화를) 찍을 것이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이종원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김의석 영진위원장은… ▲1957년 전북 군산 ▲휘문고-중앙대 연극영화과-한국영화아카데미 1기 ▲주요 작품: 결혼이야기(1992), 그 여자 그 남자(1993), 총잡이(1995), 홀리데이 인 서울(1997), 북경반점(1999), 청풍명월(2003)
  • EBS ‘…원작동화’ 8년만에 부활

    창작동화를 각색해 어린이용 드라마로 선보였던 EBS 프로그램 ‘TV로 보는 원작동화’가 8년 만에 부활한다. 방영시간은 매주 화요일 오후 8시. 첫 방송은 5일로 잡혔다. 아동도서 출판사인 문학동네, 주니어 김영사와 손잡고 북 캠페인도 함께 벌인다.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아이가 꼭 봤으면 좋을 만한 책을 선택해 게시판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책을 준다. ‘EBS 어린이 연기자단’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전국 오디션을 통해 6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어린이 배우들이 프로그램에 대거 출연한다.
  • [특파원 칼럼] 김정은 맞는 중국 최고지도부에/박홍환 베이징특파원

    [특파원 칼럼] 김정은 맞는 중국 최고지도부에/박홍환 베이징특파원

    요즘 베이징의 한국과 일본 기자들은 매주 화·목·토요일이면 서우두(首都)공항에 눈을 집중시킨다. 도착 게이트에 진을 친 기자들의 카메라는 평양발 고려항공 정기편에서 쏟아져 나오는 인물들을 담기에 바쁘다. “오늘은 또 누가 들어오려나….” 한동안 뜸했던 북한 노동당과 군부 인사들의 중국행이 빈번해졌다. 3월에만 인민무력부 안영기 외사국장, 노동당 국제부 대표단, 인민군 대표단,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리철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 등이 베이징에 모습을 드러냈다. 생각은 온통 ‘그’에게 쏠려 있지만 아직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확정된,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다. 그의 방중이 임박한 듯하다. 북한 당·정·군 인사들이 베이징을 들락거리는 것은 그 징후로 읽힌다. 이미 중국 최고지도부도 김정은을 맞을 ‘마음의 준비’는 끝낸 상태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김정은이 지난해 9월 노동당 대표자회의에서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올라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확정된 뒤 곧바로 저우융캉(周永康) 정치국 상무위원을 보내 축하하고, ‘새 지도부’를 공식초청했다. 후 주석은 지난 2월 방북한 멍젠주(孟建柱)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을 통해서도 재차 김정은을 초청했다. 세간에서는 김정은이 7일 열릴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 제1부위원장에 올라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행사를 주관한 뒤 방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중국 최고지도부가 김정은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를 공식초청한 상태에서 시기는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핵심은 방중의 성격과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확정된 뒤 혈맹인 중국을 첫 순방 대상으로 삼았다. 1983년 9월의 일로 그의 나이 41세 때이다. 당시 중국에는 최고지도자 덩샤오핑과 후야오방(胡耀邦) 공산당 총서기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덩은 79세, 후는 68세였다. 덩과 후는 혈맹국 후계자인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양국의 ‘관심사’를 논의하는 등 극진하게 대했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과 개혁파의 거두였던 후야오방이 그때 김 위원장에게 ‘중국의 길’을 설명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때 그들이 김 위원장에게 “개혁·개방만이 살 길”이라며 중국과의 동행을 적극 권고했다면 북한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곧 방중할 28세의 김정은은 아버지뻘인 후 주석, 원자바오 총리 등과 만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5세대 지도자로, 내년 말 이후 자신과 보조를 맞출 58세의 시진핑(習近平) 부주석과도 상견례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 주석이나 원 총리는 모두 후야오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 주석은 후야오방이 터를 닦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에서 성장했고, 원 총리는 후야오방의 비서를 지냈다. 아들과 ‘제자’들이 30여년 만에 선대의 인연을 잇는 셈이다. 덩샤오핑이 시 부주석의 아버지인 시중쉰(習仲勛)을 적극 신임했던 것을 감안하면 김정은과 시 부주석의 인연도 만만치 않다. 30여년 만에 ‘리메이크’되는 ‘영화’를 기다리면서 원작과는 다른 에필로그를 기대하는 것은 배우들에게 너무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일까. 김정은 역시 방중하게 되면 아버지인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중국 최고지도부의 극진한 영접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최고지도부 9명을 모두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김정은이 자신을 위해 뻥 뚫린 창안제(長安街)를 달리며 희열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중국의 변화상에서 북한의 살 길을 찾아내야 한다. 김정은을 맞는 중국의 4세대, 5세대 지도부도 30여년 전 2세대 지도부가 시도하지 못했던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핵을 무기삼아 문을 굳게 닫아 걸고는 결코 오래 지탱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뼛속 깊이 깨우쳐 줘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혈맹을 위하는 길이다. stinger@seoul.co.kr
  • 새 봄 충무로 ‘착한 영화’ 가 뜬다

    새 봄 충무로 ‘착한 영화’ 가 뜬다

    불안하고 뒤숭숭한 국내외 정세 탓일까, 여전히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차가운 날씨 탓일까. 새 봄, 충무로에 대중의 감성을 치유하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치유 영화’(힐링 무비)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자극적인 막장 코드나 눈길을 끄는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휴먼 스토리를 앞세워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착한 영화’들이 관객과의 소통을 기다리고 있다. ●상반기 줄줄이 개봉 대기 ‘치유 영화’의 선두주자는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이다.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4위 자리를 지켰다. 네 노인들의 순애보를 주제로 인간의 삶과 사랑을 성찰한 이 작품은 개봉 2주 차까지 고전해 흥행 실패가 예상됐으나 뒤늦게 “감동적”이라는 관객의 입소문을 무섭게 타면서 누적 관객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올 상반기 영화계 최대 이변으로 꼽힐 정도다. 지난 24일 개봉한 판타지 영화 ‘로맨틱 헤븐’도 천국을 소재로 삶과 죽음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극 중 천국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곳으로 평화로운 치유 공간으로 설정돼 있다. 영화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을 떠나 보내야 하는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진정한 사랑과 행복에 대해 되묻는다. 다음 달 21일 선보이는 민규동 감독의 신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갑자기 닥친 엄마의 죽음 앞에서 갈등하고 반목하던 가족이 서로 치유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그렸다. 노희경 작가의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배종옥, 김갑수, 김지영, 유준상, 서영희, 류덕환 등의 연기파 배우들이 가슴 절절한 가족애를 이야기한다. ‘과속스캔들’ 강형철 감독의 신작으로 주목받는 ‘써니’(5월 개봉 예정)도 40대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휴먼 드라마다. 시한부 삶을 살게 된 한 여인이 과거 7공주파였던 친구들과 25년 만에 다시 모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되찾아 가는 여정을 유쾌하게 그린다. 유호정, 진희경, 홍진희, 이연경 등 쟁쟁한 중견 배우들이 호흡을 맞춘다. 2011년판 ‘치유 영화’의 특징은 억지로 관객에게 눈물을 강요하는 최루성 신파가 아니라 탄탄한 줄거리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적절한 코미디에 촘촘히 짜인 구성은 기본이고, 다양한 연령대의 연기파 배우들을 포진시켜 관객층을 넓히고 감동을 배가시킨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은 “비록 노인들의 이야기지만, 대사나 음향, 편집 등 영화적으로는 젊은 감각을 살려 최대한 현대적이고 지루하지 않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흥행 비결을 풀이했다. ●‘치유 영화’ 바람, 왜? 영화 관계자들은 ‘착한 영화’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대중들이 막장 TV 드라마나 스릴러 영화의 자극적인 코드에 식상함을 느끼는 데다 동일본 대지진 등 자연 참사로 인한 공포와 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소외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로맨틱 헤븐’에 출연한 원로 배우 이순재는 “과학과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끼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인간적인 정에 더욱 목말라하고 위로받고 싶어 하기 마련”이라면서 “가족애와 인간애야말로 세대를 초월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는 불변의 소재”라고 말했다. 감독들도 각박한 세상 속에서 관객이 영화를 통해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고 감정을 순화시키기를 바랐다고 입을 모은다. 민규동 감독은 “어떤 교훈을 주기보다는 관객이 스스로 각자의 위치에서 삶과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보고 위로를 받기 바란다.”고 말했다. ‘로맨틱 헤븐’의 장진 감독도 “편하고 나쁜 마음이 없어지는 공간인 천국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고 싶었고, 삶과 죽음의 문제를 한번쯤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배급사인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의 박준경 한국영화팀 차장은 “최근 일본 지진 등 생사가 엇갈리는 자연 재해를 목격하면서 현실을 되돌아보고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한 작품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사회 전반적으로도 실컷 울거나 웃음으로써 감정을 치유하는 카타르시스용 영화가 올 상반기 극장가를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독일인 감독 국립창극단 ‘수궁가’ 연출

    판소리가 중심인 창극을 외국인이 감독한다? 언뜻 ‘위험해’ 보이는 시도를 국립창극단이 한다고 선언했다. 오는 9월 8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무대에 올리는 창극 ‘수궁가’를 독일 출신의 오페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77)에게 맡긴 것이다. 공연계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로 엇갈린다. 프라이어는 28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방한 때 국립창극단의 ‘춘향 2010’을 보고 판소리에 흠뻑 매료돼 국립창극단의 파격 제안을 받아들이게 됐다.”면서 “한국인 아내의 적극적인 지지도 결심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프라이어의 부인인 성악가 에스더 리는 ‘수궁가’의 조연출을 맡았다. ●9월 8~11일 국립극장서 세계 초연 표현주의 미술가이기도 한 프라이어는 ‘현대 부조리극의 아버지’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의 수제자다. 지난해 미국 LA 오페라극장에서 바그너의 ‘반지’ 시리즈를 연출하는 등 50여년간 150여편의 오페라를 연출했다. 2007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진은숙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그가 연출했다. ‘수궁가’는 한국에서 처음 공연된 뒤 ‘미스터 래빗 앤드 더 드래건 킹’(Mr. Rabbit and the Dragon King)이라는 영어 제목으로 12월 독일과 스위스 무대에도 오른다. ‘창극의 세계화’를 겨냥한 작품이다. 프라이어가 연출하는 ‘수궁가’는 토끼와 거북이가 주인공인 원작과 달리 스토리텔러(story-teller)가 극을 이끌어간다. ‘3m의 키 큰 사람’으로 묘사되는 스토리텔러는 안숙선 명창이 맡았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수궁가’의 무대 의상은 한국 고유의 색깔도, 유럽의 색깔도 띠지 못했다. 한지에 먹물로 그린 기하학적인 문양이 담긴 프라이어의 한복도 어정쩡했다. 한국과 유럽의 한가운데에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국 고유의 얼과 혼이 담긴 판소리를 푸른 눈의 그가 얼마만큼 무대 위에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일각의 우려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12월 독일·스위스 무대에도 올라 임연철 국립극장장은 “유네스코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판소리를 잘 보존해야겠지만 얼마든지 달리 해석해 세계 보편적인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국적 불명이라고 비판하기에 앞서 새로운 시도에 대해 따뜻한 눈으로 봐 달라.”고 주문했다. 프라이어는 “(간담회 석상의 한국 기자와 창극단 관계자) 여러분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겠다. 솔직히 판소리를 들을 때도 비슷하다.”고 털어놓으며 웃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정색을 한 뒤 “유럽은 문화적으로 다 소진돼 예술가들이 다른 지역에서 영감을 얻는다. 파블로 피카소(화가)는 아프리카, 존 케이지(작곡가)는 동양 문화를 접목시켜 예술을 발전시켰다.”면서 “한국은 판소리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지닌 나라다. 이를 박물관 안에서만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살아 숨 쉬게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판소리만의 형태와 엄격한 규칙을 외국인들도 이해할 수 있게 자유롭게 변용할” 생각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어떻게 변주할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치 않았다. 판단은 5개월여 뒤 관객의 몫으로 남겨졌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무서워”…실제 곰과 연기하는 맷 데이먼

    ▶사진 및 원문 보러가기 ‘본아이덴티티’ 시리즈의 액션스타 맷 데이먼(40)도 커다란 불곰 앞에선 맥을 추지 못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 등 외신은 미국 LA에서 촬영 중인 영화 ‘우리가 동물원을 샀어요’(We bought a Zoo)의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은 차에 탑승 중인 맷 데이먼이 실제 곰에게 습격당하는 장면이다. 당시 맷 데이먼의 상대로 나온 불곰은 영화를 위해 완벽히 훈련된 스턴트 곰이다. 하지만 데이먼은 위협을 느꼈는지 다소 긴장했고 곰이 생각외로 온순해 긴장을 풀었다는 후문이다. 한편 ‘우리가 동물원을 샀어요’는 2년 전 미국에서 출간돼 화제를 모은 동명의 책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원작은 영국 일간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벤저민 미와 그의 가족이 낡은 동물원을 사들여 200마리의 동물 가족과 함께 전혀 다른 동물원을 탄생시킨 실화를 그리고 있다. 오는 12월 23일 미국 개봉.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고백’ -지옥같은 현실속 뜨거운 신음 같은 복수극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고백’ -지옥같은 현실속 뜨거운 신음 같은 복수극

    중학교 여선생 유코의 어린 딸이 죽었다. 봄방학을 앞둔 종업식 날, 그녀는 담담한 목소리로 딸의 죽음과 범인에 대해 말한다. 그러던 중 놀랍게도, 청소년보호법이 지켜줄 두 범인을 자기식으로 벌했노라고 고백한다.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 ‘고백’은 이후 몇 개의 고백으로 이어진다. 반장 여학생 미즈키, 범인으로 지목받은 두 남학생 슈야와 나오키, 그리고 나오키의 엄마는 각자의 방식으로 고백을 한다. 각 고백의 방을 방문할 때마다 독자는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수많은 진실 혹은 거짓말과 만나게 된다. 스스로 잘못했다고 고백하는 인물은 한 명도 없으니, 맘 편하게 누구를 믿거나 지지할 수 없어 불편하다. ‘고백’은 누군가의 편을 들거나 누군가에게 돌을 던지는, 그러니까 명확한 노선을 당장 요구하는 소설은 아니다. 베스트셀러가 영화화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불량공주 모모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나카시마 데쓰야가 메가폰을 잡았고, 완성된 영화는 2010년 최고의 일본영화로 평가받았다. 원작이 다섯 사람의 고백을 순서대로 밟는다면, 영화는 여러 고백을 하나의 방 안에 넣고 뒤섞는다. 이상하다고? 아니, 좋다. ‘고백’은 결국 지옥 같은 현실의 뜨거운 용광로 안에서 신음을 내뱉는 인물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거의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인물들을 흔들어 놓는다.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은 각자의 마음 사이를 들락거리다 간혹 혼란을 겪을 법한데, 무척 혼란스러운 이야기를 매만지면서도 데쓰야의 손길은 차갑고 엄숙하다. 덕분에 ‘고백’은 방향을 잃지 않는다. 복수의 드라마이자 스릴러인 ‘고백’은 크게 보아 청소년영화의 자장 아래 있다. 시대별로 일본 작가들은 청소년과 기성세대 및 사회가 맞부딪는 지점을 영화의 소재로 삼곤 했다. 오시마 나기사의 ‘일본춘가고’(1967), 소마이 신지의 ‘태풍클럽’(1985), 이와이 슌지의 ‘릴리슈슈의 모든 것’(2001) 등에서 보듯, 그들은 대체로 영화의 시선을 청소년의 그것에 맞춘 편이다.  그러나 십대 범죄가 늘어나면서 아이들의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영화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이케 다카시의 ‘태양의 상처’(2006)의 경우, 성인 남성이 청소년 범죄자를 향해 극히 폭력적인 방식으로 복수하는 내용을 담았다. 유코(사진·마쓰 다카코)의 입장 쪽으로 많이 기운 ‘고백’은 얼핏 후자에 가까운 것처럼 보이지만, 원작과 마찬가지로 유코의 복수가 옳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냉혹한 복수극으로서 ‘고백’은 인물들이 비극적 상황으로 치닫는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데쓰야의 독보적인 스타일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다만 분위기 면에선 상당한 변화를 꾀했다. 감수성이 뚝뚝 흐르고 휘황찬란한 컬러의 향연을 펼친 전작들과 달리, ‘고백’은 푸르스름한 컬러와 단순한 미술을 고집한다. 주요 배경인 교실 밖으로 아무런 풍경이 없으며, 세트임을 숨기지 않은 몇 개의 공간 사이로 인물들이 오갈 따름이다. 이에 더해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록 트리오 ‘보리스’가 중심에 선 사운드트랙이 쉴 새 없이 화면을 채운다. 한꺼번에 폭발하는 사이키델릭과 앰비언트, 클래시컬과 댄스뮤직이 정신을 앗아간다. 그러므로 ‘고백’은 거대한 무대 위에서 록 세션과 동시에 진행되는 록오페라에 다름 아니다. 공포의 도가니, 그것이 현실에 대한 데쓰야의 대답이며, ‘고백’은 현실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훌륭한 예다. 31일 개봉.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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