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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배우와 거장이 빚어낸 ‘배신의 시대’… 그들은 무엇을 위해 살았나

    명배우와 거장이 빚어낸 ‘배신의 시대’… 그들은 무엇을 위해 살았나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이름만 들어도 ‘명배우’ 수식어가 떠오르는 이들이다. 여기에 거장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가 연출했다니. 20일 개봉하는 넷플릭스 영화 ‘아이리시맨’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영화는 군인 출신 아일랜드인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니로 분)의 시선으로 1940~70년대 미국의 폭력 세계를 그린다. 실존 인물인 시런은 죽기 직전 “지미 호파를 비롯해 25명을 죽였다”고 주장했다. 호파(알 파치노 분)는 국제트럭운전자조합 ‘팀스터’의 수장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1975년 7월 30일 디트로이트에서 돌연 사라졌다. ‘지미 호파 실종’은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는 백발노인인 시런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트럭 운전사인 시런은 육류를 빼돌리다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한다. 이를 계기로 변호사에게서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 분)를 소개받고, 그의 밑에서 살인 청부업자로 일한다. 영화는 찰스 브랜튼의 논픽션 ‘아이 허드 유 페인트 하우시즈’(I Heard You Paint Houses)가 원작이다. 원작 제목이자 호파가 시런과 통화하며 건넨 첫 마디 “듣자 하니 자네가 페인트공이라는데”에서 ‘페인트공’은 이탈리아 은어로 살인청부업자를 가리킨다. 시런은 버팔리노의 소개로 호파 밑에서 일을 처리하며 신뢰를 얻는다. 그러나 안하무인에다가 독선적인 호파는 버팔리노를 비롯한 마피아들마저 적으로 만든다. 시런은 결국 버팔리노와 호파 사이에서 갈림길에 선다. 영화 상영시간이 무려 3시간 30분이나 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데다 등장인물도 수십 명에 이르지만, 복잡하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일흔을 넘긴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가 저마다 개성을 뚜렷하게 보여주면서 축을 단단히 잡은 덕이다. 시각특수효과(VFX)로 구현한 젊은 시절의 모습 역시 자연스럽다. 감독은 관객이 딴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이야기를 끌고 간다. 예컨대 과거를 회상하며 “그놈에게 본때를 보여줬지”라는 대사에 바로 이어 차량 폭파, 총격 살인 장면이 이어지는 식이다. 세련된 장면들도 볼만하다. 시런은 손가락에 버팔리노에게서 받은 커다란 금반지를 끼고 손목에는 호파에게서 받은 금시계를 찼다. 둘 사이에서 방황하는 시런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간간이 터지는 유머러스한 대사를 비롯해 로큰롤, 컨트리 등 당대 미국 대중음악이 영화를 경쾌하게 살린다. 여기에 마피아들이 쿠바 카스트로 정권 전복 시도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당선과 피격,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 등 미국 현대사에 연결됐음을 보여주며 현실감을 더한다. 명배우와 거장의 협연으로 빚어낸 영화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배신의 시대’에 이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았던 것일까’라는 묵직한 질문과 공허함이 다가온다. 영화가 끝난 뒤 쉽게 일어나기 어렵다. 209분. 청소년 관람불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장동건 ‘백투더북스’, 방송콘텐츠 대상 최우수상 ‘어떤 방송?’

    장동건 ‘백투더북스’, 방송콘텐츠 대상 최우수상 ‘어떤 방송?’

    ‘장동건의 백 투 더 북스’가 방송콘텐츠 대상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JTBC 교양 프로그램 ‘장동건의 백 투 더 북스(이하 ‘백 투 더 북스’)는 11월 13일 진행된 ‘2019 방송콘텐츠 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앞서 ‘백 투 더 북스’는 2018년 KCA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우수상을 수상하며 정부 지원 제작지원작에 선정된 바 있다. 4부작 다큐멘터리로 방송되는 ‘백 투 더 북스’는 100여 년 또는 수십 년 동안 역사를 이어 온 중국-프랑스-일본-한국의 명문 서점들의 운영 비결과 그들이 사회 변화에 기여하고 있는 바를 조명한다. 배우 장동건이 내레이션에 참여하고 및 1,4부 프리젠터로 나서 큰 화제가 됐다. 장동건은 “서점 주들이 가지고 있는 철학들이 한국의 많은 분들에게 전해질 수 있게 되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백 투 더 북스’와 오랜 시간 노력을 하신 분들에게도 이번 상은 힘 있는 도전이 되었다. 책에 대한 우리 가정과 사회, 주변의 많은 관심이 높아지길 바라며 앞으로 더 나은 문화적 교류도 이어지길 기대한다”라며 수상소감을 전했다. ‘백 투 더 북스’를 연출한 김태영 PD 역시 “인문학 콘텐트인 ‘장동건의 백 투 더 북스’가 우리 사회가 어떤 길을 가야 하고,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등대 역할이 됐으면 좋겠다”라며 “‘백 투 더 북스’의 지향점인 4부 한국 편 역시 많은 시청을 부탁드린다”라고 당부를 전했다. 한편 11월 19일 방송되는 ‘백 투 더 북스’ 4부에서는 종이책 중심의 서점 문화를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한국의 동네 서점들을 찾아간다. 전쟁을 피해 부산으로 피난 온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모여들며 시작된 보수동 헌책방 거리, 7080 청춘들과 함께 자리를 지켜 온 서울 혜화동 ‘동양서림’, 문학인들의 감성 놀이터가 됐던 속초 ‘동아서점’ 등 오랜 시간 사회와 호흡하며 지역 명소가 된 서점들을 찾아간다. 또한 대형서점의 거대 자본력 공세에 도전장을 내민 독립 서점들도 소개된다. 진주를 고향으로 둔 사람들에게 자부심이 되어 준 ‘진주서점’, 부산 청소년들의 인문학 성지와 같은 ‘인디고 서원’ 등 책의 놀라운 저력을 증명하고 있는 지역 서점을 찾아간다. 사진 = JTBC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공감과 반감 사이… 2030 “성대결보다 구조적 성차별 풀어야”

    공감과 반감 사이… 2030 “성대결보다 구조적 성차별 풀어야”

    “여성 현실 보여줘” “92년생 김지훈 제작”반복관람·평점테러 속 관객 320만명 돌파 여성들 “카페 맘충 등 모든 장면 와닿아” “경력단절 김지영, 내 옆 동료” 남성도 공감 “희생만 강조·성차별 보편화 불편” 반응도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12일 기준 322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 후 3주간 꾸준한 흥행이다. 동시에 영화를 둘러싼 논쟁도 계속된다. “김지영이 여성의 삶을 현실적으로 보여 준다”는 공감과 “여자만 힘드냐”, “‘92년생 김지훈’도 만들어야 한다”는 반발이 맞선다. 포털 사이트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영화에 일부러 낮은 점수를 주는 ‘평점 테러’와 영화를 지지하는 의미로 여러 차례 관람하는 ‘N차 관람’ 후기가 교차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극단적으로 진행되는 논쟁을 넘어 2030세대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서울신문은 거리 등에서 남녀 20명을 무작위로 만나 작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온라인상의 공격적 발언들과 달리 김지영에게 공감한다는 남성들이 적지 않았다. 박성현(26)씨는 “여성들이 아무래도 육아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데, 직장 생활을 하는 남성 입장에서도 공감이 됐다. 경력이 단절된 김지영은 옆자리 동료의 이야기”라고 했다. 박건우(22)씨는 “김지영의 말을 아무도 들어 주지 않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감정이입이 됐다”며 “내 주변의 여성들이 일상 속에서 겪는 차별이 무엇인지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강모(27)씨는 “여자친구에게 먼저 보러 가자고 하고 어머니도 보여드렸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여성의 어려움을 보며 남자로서 부끄러웠다”고 했다. CJ CGV에 따르면 개봉 첫 주말부터 전체 예매 관객 중 남성이 26%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8.2%, 30대가 30.9%였다. 여성들은 “거의 모든 장면이 와닿았다”고 했다. ‘공감’, ‘평범’, ‘입장’이라는 단어를 남성보다 많이 언급했다. 김단(28)씨는 “카페에서 ‘맘충’ 소리를 듣는 장면에 특히 공감했다. 평범한 인물의 이야기로 현실을 보여 주는 ‘순한 맛’의 영화”라고 설명했다. 김모(30)씨는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겪었을, 또 다른 여성의 삶을 알게 돼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반면 ‘82년생 김지영’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는 반응도 있었다. 여성이 차별의 유일한 피해자처럼 그려지고, 남성을 가해자처럼 보는 게 부당하다는 것이다. 정모(25)씨는 “우리 세대는 취업난과 같은 나름의 아픔이 있다. 여성·남성 사이의 갈등보다 우리 세대의 어려움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헌(27)씨는 “어머니 세대에서도 차별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이 있고, 우리 세대에도 차별받은 사람이 있다. 이것을 모두 성차별이라고 보편화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모(28)씨는 “예전보다 점점 좋게 바뀌고 있는데 누구의 희생이 더 큰지 왈가왈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성차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은 공통적이었다. 김준기(31)씨는 “김지영과 남편 정대현이 힘겹게 살아가면서도 서로를 옭아매는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 두 사람이 겪는 문제는 그들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고 했다. 강모(25)씨는 “현실이 팍팍하다 보니 일부에서는 영화에 반감을 가질 수 있지만, 작품에 대해 무작정 테러하는 것은 공감할 수 없다”며 “성대결보다는 성차별의 구조적인 문제를 같이 보면서 서로 이해하고 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도로혼잡 사전에 예측하는 ‘교통 마이너리티 리포트’ 나왔다

    도로혼잡 사전에 예측하는 ‘교통 마이너리티 리포트’ 나왔다

    2002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SF의 거장 필립 K. 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미래에 벌어질 범죄를 사전에 파악해 잠재적 범죄 피의자를 체포함으로써 도시를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만든다는 내용을 골자로 벌어지는 문제점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범죄자를 사전에 체포한다는 내용은 황당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정책개발자들은 자신의 정책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몹시 궁금해 한다. 국내 연구진이 교통 정책을 사전에 검증해볼 수 있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일명 ‘교통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정보연구본부 연구진은 클라우드 기반 교통혼잡 예측 시뮬레이션 기술 ‘솔트’(SALT)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솔트는 새로 도입하려는 교통정책이나 변경되는 신호체계가 해당 지역의 전체 교통소통 상황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한 눈에 보여주고 교통혼잡율을 계산해주는 기술이다.연구진은 서울시, 경찰청, SKT에서 데이터를 제공받아 지역도로망, 신호체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여기에 실시간 측정 교통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로의 차량수요까지 분석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솔트는 구축된 도로 데이터를 ‘1차선 X 30m’ 단위로 나눠 구역 내 차량정보를 파악하게 된다. 기존에 개별 차량단위로 분석하는 마이크로스케일 분석법보다 더 넓은 범위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특정 장소에서 도로공사를 하거나 대형 스포츠 행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교통량이나 혼잡도 변화를 예측해 분석값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교통 혼잡지역 중 하나인 서울 강동구를 대상으로 하루 평균 40만대 차량이 지나는 도로를 1만 3000개 단위로 쪼개 24시간 교통흐름을 5분 내에 시뮬레이션했다. 이는 차량 이동량 측정에 가장 많이 쓰이는 ‘수모’기술보다 18배 빠른 속도이다.실제로 연구팀은 강동구 둔촌로 길동사거리 신호체계를 변경할 때 나타나는 결과를 시뮬레이션했다. 분석 결과는 평일 기준 하행 속도를 2.4% 개선할 수 있다고 예측됐는데 서울시에서 실제 신호체계를 변경한 결과 통행속도가 4.3%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을 활용하면 교통정책의 사전검증은 물론 불법주차 탐지, 상습정체 구간 파악, 기상 영향 예측 등 다양한 상황에서 교통변화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옥기 ETRI 지능정보연구본부장은 “매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교통혼잡비용은 약 30조원대에 이르며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 같은 사회경제적 비용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1987년作 퀴어 영화 금지된 사랑과 두 남자의 해피엔딩

    1987년作 퀴어 영화 금지된 사랑과 두 남자의 해피엔딩

    늦은 도착이다.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이 ‘모리스’를 완성한 것은 1987년이었으니까. 이 영화는 같은 해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남우주연상음악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평단으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동시대 한국에 정식 개봉하지는 못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을 테지만 가장 큰 이유는 ‘모리스’가 퀴어 영화이기 때문이었으리라. 이 작품의 가로축은 주인공 모리스(제임스 윌비)의 연애사다. 그는 대학에서 만난 클라이브(휴 그랜트)와 사랑에 빠졌다. 동성인 두 사람은 당대의 금기를 어겼다. 이들의 애정은 비밀에 부쳐야 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의 세로축은 모리스와 클라이브를 옥죄는 20세기 영국 사회의 폐쇄성이다. 특히 신사 계급의 일원인 그들에게 남성 간의 에로스는 모든 공적 지위의 박탈을 의미했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모르텐 튈둠·2014)에서 조명한 수학자 앨런 튜링도 그랬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끈 숨은 영웅이었으나, 동성애 유죄 판결을 받아 화학적 거세를 당했고, 1954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성애가 범죄였던 시대. ‘모리스’의 원작을 쓴 작가 E M 포스터도 경각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1914년 소설을 탈고했으나 출간을 미뤘다. “내가 죽거나 영국이 죽기 전에는 출판할 수 없다”고 포스터는 썼다. 소설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1971년에야 빛을 볼 수 있었다. 아주 늦은 도착이다. 근래의 퀴어 서사인 영화 ‘탠저린’(숀 베이커·2015)이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루카 과다니노·2017)을 본 관객이라면, 소설집 ‘여름, 스피드’(김봉곤·2018)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박상영·2018)를 읽은 독자라면, ‘모리스’가 좀 심심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영화와 소설의 시차가 오늘날과 상당히 먼 것은 사실이니까. 그렇지만 ‘모리스’는 당신이 충분히 관심을 가져도 좋을 작품이다. 퀴어로서의 특수성과 신사 계급의 일반성이 충돌하고 타협하는 가운데 ‘모리스’가 소수적인 것과 다수적인 것을 아울러 담아내서다. 영화와 소설 둘 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풍성한 텍스트성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모리스’의 마지막 장면이 놀랍다. 당시 분위기를 고려하면 더 그렇게 보인다. 포스터는 생전에 써둔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다. “행복한 결말은 불가피했다. 나는 소설에서 어떤 식으로건 두 남자가 사랑하게 하고 소설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그 사랑을 영원히 지키게 하기로 결심했다.”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반영하겠다는 보통의 리얼리즘에서라면 두 남자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포스터와 아이보리는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겠다는 전망적 리얼리즘에 공감했다. 납득할 만한 전개, 그래서 이 작품의 해피엔딩은 엉뚱한 비약이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멀어도) 덕분에 우리는 그때보다 더 나은 현실에 산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티슈노동자’ 된 도로 위 현실…씁쓸한 10대들 무대 위 질주

    ‘티슈노동자’ 된 도로 위 현실…씁쓸한 10대들 무대 위 질주

    “저는 달립니다. 달립니다. 제가 달릴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빨리 달립니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고. 제가 어디까지 달릴 수 있을까요?” 오는 21일 개막하는 연극 ‘자전거도둑헬멧을쓴소년’은 치킨집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10대 청소년 수남의 물음으로 시작된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올해 마지막 청소년극으로 무대에 올리는 이 작품은 소설가 박완서가 쓴 동화 ‘자전거 도둑’을 원작으로 삼았다. 원작의 1970년대 배경을 현재로 옮겨와 사회적 안전장치 없이 도로 위 배달 노동에 내몰린 10대 청소년들을 등장시켰다. 원작의 수남은 자신의 자전거가 자동차와 부딪쳐 흠집을 내고, 자동차 주인이 배상을 하기 전까지 자전거를 못 타게 하겠다고 하자 자전거를 훔쳐 달아난다. 수남의 주변엔 이를 나무라는 어른과 칭찬하는 어른이 차례로 등장하며서 도덕성과 양심을 고민하게 한다. 작품 속 수남은 배달을 하다가 자동차와 부딪친다. 상대는 합의금을 요구하지만 사장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이런 어른들 대신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합의금 마련에 나서면서 청소년 노동 현실을 꼬집는다. 극단과 배우들은 ‘일하는 청소년’이 마주한 냉혹한 사회를 작품에 담아내기 위해 직접 거리로 나가 아르바이트 학생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 청소년들이 극단과 희곡을 같이 읽고 의견을 나누는 등 그들의 삶과 목소리를 생생하게 녹여냈다. 작품을 각색한 김연주 작가는 “수남을 통해 청소년 노동의 현실과 그들이 마주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 보고 싶었다”고 각색 의도를 밝혔다. 작품은 다음달 15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만날 수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단발머리 마동석부터 정해인까지 ‘시동’ 포스터만 봐도 “웃음 빵”

    단발머리 마동석부터 정해인까지 ‘시동’ 포스터만 봐도 “웃음 빵”

    마동석부터 염정아까지 신선한 캐스팅 조합으로 기대를 모으는 영화 ‘시동’(감독 최정열)이 론칭 포스터 2종을 공개했다. 배급사 NEW가 6일 공개한 론칭 포스터에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단발머리 마동석의 모습이 크게 나타나 있다. 트레이닝복 차림에 강스파이크를 날리기 직전 포즈를 취한 염정아도 눈에 띈다. “인생 뭐 있어? 일단 한번 살아 보는 거야!”라는 메인 카피도 같이 나와 있다. ‘시동’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 분)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 분)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 분)이 진짜 세상을 맛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렸다. 염정아는 불같은 손맛으로 아들을 키워온 배구선수 출신 택일 엄마 역을 연기한다. 평점 9.8점을 기록한 조금산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시동’은 ‘베테랑’과 ‘엑시트’를 만든 제작사 외유내강의 신작이다. 영화 ‘시동’은 12월 개봉 예정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아내를 죽였다’ 웃음기 쫙 뺀 이시언의 새로운 얼굴

    ‘아내를 죽였다’ 웃음기 쫙 뺀 이시언의 새로운 얼굴

    블랙아웃 스릴러 ‘아내를 죽였다’로 돌아온 배우 이시언이 파격 연기 변신을 예고하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대세 배우’로 불리며 친숙한 이미지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이시언이 ‘아내를 죽였다’로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오는 12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아내를 죽였다’는 음주로 전날 밤의 기억이 사라진 남자가 아내를 죽인 범인으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 블랙아웃 스릴러로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인기리에 연재된 ‘희나리’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 2009년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서 ‘중호’ 역으로 데뷔한 이시언은 첫 데뷔작부터 맞춤형 옷을 입은 듯 캐릭터를 완벽 소화하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응답하라 1997’ ‘W’ ‘라이브’ ‘플레이어’ 등 다양한 드라마에서 개성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그가 영화 ‘아내를 죽였다’에서 전날 밤의 기억이 사라진 사이, 아내를 죽인 용의자로 지목된 ‘정호’ 역으로 스릴러 장르에 처음 도전, 지금껏 보여줬던 캐릭터와는 180도 다른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인다. 이시언은 특히 술에 취해 필름이 끊어진,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본 일상적인 상황의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부터 하루아침에 용의자로 지목된 이후, 스스로도 자신의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오가는 극한의 감정 연기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줄 예정이다. 여기에 추격 액션까지 직접 소화한 이시언은 웃음기 쫙 뺀 진지한 모습으로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연기 내공을 펼쳐 보인다. 이시언의 새로운 얼굴이 기대되는 블랙아웃 스릴러 ‘아내를 죽였다’는 12월 초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태원 클라쓰’ 박서준X김다미X유재명X권나라, 첫 대본리딩 공개

    ‘이태원 클라쓰’ 박서준X김다미X유재명X권나라, 첫 대본리딩 공개

    ‘이태원 클라쓰’가 첫 대본 리딩부터 클래스 다른 연기 포텐을 제대로 터뜨렸다. ‘초콜릿’ 후속으로 방송되는 JTBC 새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연출 김성윤, 극본 조광진, 제작 쇼박스·지음, 원작 다음웹툰 ‘이태원 클라쓰’) 측은 6일, ‘힙’하고 ‘핫’한 배우들의 에너지 넘치는 열연과 시너지로 가득했던 대본 리딩 현장을 공개했다. 동명의 다음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태원 클라쓰’는 불합리한 세상 속, 고집과 객기로 뭉친 청춘들의 ‘힙’한 반란을 그린 작품이다. 세계를 압축해 놓은 듯한 이태원의 작은 거리에서 각자의 가치관으로 자유를 쫓는 그들의 창업 신화가 다이내믹하게 펼쳐진다. ‘구르미 그린 달빛’, ‘연애의 발견’ 등을 통해 감각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성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원작자 조광진 작가가 직접 대본을 집필해 드라마 팬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지난 8월 상암동 JTBC 사옥에서 진행된 대본 리딩에는 김성윤 감독, 조광진 작가를 비롯해 박서준, 김다미, 유재명, 권나라, 김동희, 안보현, 김혜은, 류경수, 이주영 등 주요 출연진이 한자리에 모여 연기 열전을 펼쳤다. 시작에 앞서 김성윤 감독은 “매번 드라마를 시작할 때마다 설렘 반, 걱정 반의 마음이다. 이런 긴장감이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창작의 동력이 되는 것 같다.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애정 어린 바람을 전했다. 강력한 개성으로 무장한 원작 캐릭터에 새로운 매력을 불어넣은 배우들의 호흡은 첫 만남부터 빛났다. 먼저 박서준은 소신 하나로 이태원 접수에 나선 거침없는 직진 청년 ‘박새로이’의 매력을 극대화하며 모두의 기대를 확신으로 만들었다. 요식업계의 대기업 ‘장가’를 향한 통쾌한 반격을 시도하는 박새로이에 완벽하게 녹아들어 패기 넘치는 청춘의 얼굴을 그려냈다. 박서준은 “대본 리딩을 통해서 시작이라는 것이 실감된다. 오늘의 이 설레는 마음으로 열심히 촬영에 임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신이 내린 두뇌를 장착한 ‘고지능’ 소시오패스 ‘조이서’로 분한 김다미는 독보적 연기와 매력을 장착하고 ‘만찢’ 싱크로율을 선보였다. 천사 같은 얼굴에 반전의 성격을 가진 조이서의 다크 카리스마를 완벽하게 그리며 또 한 번의 ‘인생캐’ 경신을 기대케 했다. 뜨거운 호평을 이끈 영화 ‘마녀’의 차기작이자 데뷔 이후 첫 드라마로 관심을 모은 김다미는 “이렇게 좋은 배우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앞으로의 촬영도 너무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유재명은 요식업계 대기업 ‘장가’의 회장 ‘장대희’ 역으로 연기 변신에 나섰다. 자비 따위 없는 냉철한 사업가의 포스로 분위기를 압도하며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특히 아들의 사고로 얽힌 원수이자, 자신을 위협하는 사업 라이벌인 박새로이로 분한 박서준과 대립하는 장면에서는 완벽한 호흡으로 숨 막히는 긴장감을 자아내기도. “원작을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말문을 연 유재명은 “감독님, 스태프, 동료 및 선후배 배우들과 오늘 첫 만남이었는데 너무 떨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리딩했다. 역시 아주 멋진 작품이 나올 것 같다. 최선을 다해 준비해서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겠다”는 인사로 기대 심리를 자극했다. 박새로이의 첫사랑 ‘오수아’ 역은 다수의 드라마로 열일 행보를 이어가며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는 권나라가 맡았다.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 뒤에 어린 시절의 아픔을 간직한 오수아는 오로지 자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선택으로 박새로이의 라이벌이 된다. 변화무쌍한 연기를 펼친 권나라는 “떨리기는 했지만, 집중하다 보니 벌써 머릿속에 촬영장이 상상돼 기대됐다”며 “오수아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여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박새로이의 새로운 꿈과 함께 오픈할 ‘단밤’, 그리고 장대희 회장이 지켜온 ‘장가’의 멤버로 생동감을 불어넣는 배우들의 존재감도 대단했다. ‘장가’의 서자이지만 짝사랑하는 조이서와 함께 ‘단밤’에 입성하는 ‘장근수’ 역의 김동희가 원작 캐릭터의 매력을 증폭하는 열연으로 시선을 강탈했다. ‘장가’의 장남이자 후계자를 노리는 ‘장근원’ 역의 안보현은 박서준과 대립각을 세우며 소름 돋는 악역의 진수를 선보였다.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더하는 김혜은도 ‘장가’의 편에 섰다. ‘장가’의 전무이사이자 능력 있는 야망가 ‘강민정’ 역으로 걸크러쉬한 매력을 발산했다. 여기에 ‘단밤’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최승권’ 역의 류경수, ‘단밤’의 주방을 책임지는 ‘마현이’ 역의 이주영 등 버릴 캐릭터 하나 없는 배우 군단의 활약도 기대를 높였다. ‘이태원 클라쓰’ 제작진은 “원작의 재미와 공감을 증폭할 배우들의 열연과 시너지가 빛났다. 자신만의 개성과 연기를 덧입혀 캐릭터의 매력도 배가된 것 같다”며 “다채로운 이태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인 만큼,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이태원 클라쓰’는 ‘택시운전사’, ‘암살’, ‘터널’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영화를 선보여온 쇼박스의 첫 번째 제작 드라마로 JTBC 새 금토드라마 ‘초콜릿’ 후속으로 2020년 상반기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자연을 품은 천국… 강릉은 시네마 천국

    자연을 품은 천국… 강릉은 시네마 천국

    바다와 호수, 숲이 어우러진 ‘문향’(文鄕)의 도시 강원 강릉이 시네마천국으로 변신한다. 오는 8일부터 14일까지 7일간 ‘강릉국제영화제(GIFF 2019)’가 열려 영화 마니아들을 유혹한다. 2018 동계올림픽 이후 강릉을 다시 한번 글로벌도시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에서 처음 마련됐다. 강릉이 간직한 수려한 자연 조건에 문학 등 예술이 더해진 도시에 걸맞게 영화제를 성공시키겠다는 각오다. 동계올림픽 때 건립된 국제 규모의 강릉아트센터와 경포해변 등에서 30개국 73편의 비경쟁부문 영화가 상영된다.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세계적인 영화 거장들이 줄지어 강릉국제영화제를 찾는다. 안성기, 전도연 등 국내 최고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밟는다. 영화제 기간 관람객만 4만여명, 관광객은 10만여명이 찾을 것으로 점쳐진다. 5일 강릉을 찾아 칸과 베를린을 꿈꾸며 처음 열리는 강릉국제영화제를 들여다봤다.“초겨울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강릉국제영화제에 초대합니다.” 율곡 이이, 신사임당, 허균, 허난설헌 등 걸출한 문인들과 학자를 수많이 배출한 강릉이 국제영화제 스크린을 건다. 문화도시의 폭을 넓히기 위해 강릉시가 주최하고 강릉문화재단이 주관한다. 강릉아트센터를 중심으로 CGV강릉,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고래책방, 경포해변 등에서 열린다. 첫 영화제이지만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조직위원장, 국민 배우 안성기가 자문위원장,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운영위원장을 지낸 김홍준 감독이 예술감독(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국제영화제 위상에 걸맞게 세계적 거장들도 줄지어 강릉으로 모인다.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 윌프레드 윙 홍콩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안 고 말레이시아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베로 베이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피어스 핸들링 토론토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비롯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등 영화사에 빛나는 거장들을 강릉에서 만날 수 있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도 맡은 안성기는 “외가가 강릉이어서 어렸을 때부터 인연이 깊다”며 “낭만적인 면에서 부산에 뒤질 게 없는 강릉이 영화제를 통해 더욱 큰 즐거움과 행복을 선물하는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제는 ‘영화 & 문학’, ‘마스터즈 & 뉴커머스’, ‘강릉·강릉·강릉’ 등 세 가지 키워드로 진행된다. 1960~70년대 한국 문예영화들로 구성한 ‘문예영화 특별전’과 여성 작가들의 예술과 삶을 다룬 영화들로 구성한 ‘여성은 쓰고, 영화는 기억한다’가 관객을 만난다.신예 독립영화감독들의 작품전인 ‘아시드 칸’, 노벨문학상을 받은 음악가 밥 딜런의 삶과 예술을 주제로 한 영화, 실험적 독립영화로 유명한 ‘김응수 감독 특별전’, 칸영화제를 통해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린 주역인 피에르 리시앙 감 추모행사 등이 강릉영화제의 감동을 더한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감독의 대표작을 모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전’도 마련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강릉을 직접 찾아 그의 삶과 영화 철학을 관객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강릉의 대표 문화예술 공간인 고래책방에서는 강원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이 선정한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와 문학에 대해 소통하는 행사가 진행된다. 정호승 시인이 강릉 문인들이 보고 싶은 영화 1위로 꼽은 ‘시인 할매’의 이종은 감독과 얘기를 나눈다.국내 문예영화에 대한 강연을 통해 관객들의 이해를 넓히는 시간도 마련된다. 9일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상영된 뒤 박유희 고려대 교수가 ‘문예영화라는 제도, 장르, 미학’을 주제로 강연한다. 10일에는 영화 ‘안개’를 상영한 뒤 김남석 부경대 교수의 ‘한국영화와 문예영화의 발전 도정’을 주제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마련된다.‘최인호 회고전’에서는 배창호, 이장호 감독과 배우 장미희씨의 스페셜토크가 있고,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박정자, 손숙, 윤석화가 출연하는 ‘연극배우 세 여자의 영화 이야기’, 피아니스트 노영심이 연주하는 ‘사랑은 영화음악처럼’ 등의 스페셜 콘서트 마당이 설렘을 더한다. 개막작은 나문희, 김수안 주연의 ‘감쪽같은 그녀’로 정했다. 폐막작으로는 밥 딜런의 내밀한 초상을 그린 음악 다큐멘터리 ‘돌아보지 마라’가 상영된다. 관광 명소인 경포해변에는 컨테이너를 동원한 간이 영화관 ‘100X100 씨어터’를 설치해 한국영화 감독 100인이 제작한 100초 영화를 100편 묶어서 상영한다. ‘100X100’은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영화10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우리나라 최초의 극영화인 김도산 감독의 ‘의리적 구토’가 만들어진 1919년부터 정확히 100주년이 되는 올해까지 이어지는 한국영화 100년 역사를 기념하는 프로젝트로 기획됐다. 극영화, 다큐멘터리, 실험영화,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영역의 영화를 균형감 있게 묶어냈다. ‘100X100’은 영화제 기간 중앙광장에 마련된 100X100 씨어터와 강릉아트센터 제3전시실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무료로 개방된다. 영화제 기간 강릉아트센터 잔디광장에서는 영화음악이 있는 씨네포차도 운영된다. 김동호 조직위원장은 “문향 강릉의 특성을 살려서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집중 조명하고, 전 세계에서 제작되는 영화를 발굴해 소개하겠다”고 강조했다. 강릉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7080 감성 저격! 무대 오르는 그 영화

    7080 감성 저격! 무대 오르는 그 영화

    성냥개비를 입에 물고 장난감 총 좀 쏴봤던 ‘7080 아재’들이 열광할 작품이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다. 수많은 명곡과 명장면으로 1990년대를 풍미했던 로맨스 명화도 다시 관객을 만난다. 감독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 불리는 팀 버튼 감독 영화까지, 서로 다른 매력의 영화 3편이 모두 뮤지컬로 제작되면서 기존 영화 팬들은 물론 뮤지컬 팬들도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① 홍콩 누아르의 시작 ‘영웅본색’, 왕용범 연출을 만나다 1982년에 개봉한 영화 ‘영웅본색’은 1980년대 홍콩 누아르 황금기를 연 수작이다. 의리와 배신이 충돌하는 홍콩 암흑가를 배경으로 자호와 자걸 형제, 자호의 친구 마크라는 세 남자의 진한 우정과 가족애를 그렸다. 마크 역의 저우룬파(주윤발)와 자걸 역의 장궈룽(장국영)의 인상 깊은 연기는 지금도 홍콩 누아르의 전설로 통한다. 뮤지컬은 ‘영웅본색’ 1, 2편을 각색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과 ‘벤허’를 흥행으로 이끈 왕용범 연출이 다시 한번 명작 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왕 연출과 호흡을 맞추며 앞선 두 작품 음악을 완성한 이성준 작곡가가 다시 의기투합했다. 장궈룽이 부른 주제곡 ‘당년정’(當年情)을 비롯한 영화음악이 뮤지컬 넘버로 재탄생해 원작의 감성을 담았다. 조직에 헌신했지만 배신당한 뒤 새 삶을 찾으려는 자호는 유준상·임태경·민우혁이 캐스팅됐다. 암흑가의 형을 경멸하며 형사가 된 동생 자걸은 한지상·박영수·이장우가 연기한다. 자호와 의형제를 맺은 마크는 최대철과 박민성이 맡았다. 오는 12월 17일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처음 공개된다.② 별이 된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들… ‘보디가드’ ‘앤드 아이 윌 올웨이스 러브 유’라는 단 한 소절로 떠오르는 영화와 가수, 바로 ‘보디가드’와 휘트니 휴스턴이다. 불세출의 팝스타 휴스턴과 케빈 코스트너가 호흡을 맞춘 ‘보디가드’(1992)는 흥행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주제가도 빌보드 싱글차트 14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썼다. 당대 최고의 팝스타와 그녀를 지키는 경호원의 사랑을 그린 이 영화도 한국 뮤지컬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뮤지컬은 영화 원작자 로런스 캐스던이 어드바이저로 참여해 6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2012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다. 한국 공연은 CJ ENM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으로 2016년 공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한국 첫 공연 당시 누적 관객 9만명 동원, 평균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하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휴스턴이 연기했던 레이철 마론은 김선영과 해나, 가수 박기영과 손승연이 캐스팅됐다. 모두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영화에 삽입된 15곡을 무대 위에 쏟아낸다. 코스트너가 맡았던 경호원 프랭크 파머 역은 이동건과 강경준이 각각 연기한다. 두 배우 모두 첫 뮤지컬 도전이다. 오는 28일부터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맞는다.③ 소설과 영화로 큰 사랑… 한국 초연 ‘빅 피쉬’ 캐릭터와 미장센의 마법사 팀 버튼 감독 영화로 국내에 잘 알려진 ‘빅 피쉬’는 한국 초연을 앞두고 있다. 대니얼 월리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아들을 위해 허풍쟁이가 된 아버지의 삶과, 그런 아버지의 과거 속을 여행하는 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6년 만에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돼 무대에 오른다. 진한 부성애를 가진 허풍쟁이 에드워드 역에는 남경주·박호산·손준호가, 에드워드의 아내 샌드라 역에는 구원영·김지우가 캐스팅됐다. 아버지의 진실을 파헤치며 사랑을 깨닫는 아들 윌 역은 이창용·김성철이 그린다. 다음달 4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퓨전 사극·한국형 스릴러+미학적 작가주의… 흥행·작품성 인정받다

    퓨전 사극·한국형 스릴러+미학적 작가주의… 흥행·작품성 인정받다

    2000년대 초반 한국영화계에 불었던 산업의 활기는 2006년 그 정점을 찍었다. 2003년부터 80편대를 기록하던 한국영화 제작편수는 2006년을 기점으로 100편을 넘어섰다. 2001년 50%를 넘어 2004년부터 60%대에 육박하던 한국영화 점유율도 급기야 2006년 63.8%를 기록했다. 현재까지도 가장 높은 수치로 기록되는 비율이다. 2006년이 한국영화산업에서 가능한 최대치를 보여준 해였다면, 2007년 이후는 위기 혹은 조정 국면으로 진입하게 된다. 2006년 7월, 긴 논란 끝에 결국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 상영제도)가 73일로 축소되었고, 때마침 버팀목이라도 무너진 듯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가 거세졌다. 한국영화 관객은 감소했고 수익률과 수출 실적 또한 하락했다. 2007년 50%로 내려선 한국영화 점유율은 2008년 42.1%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한국영화는 2년 만에 침체기를 극복하고 2009년부터 다시 상승세를 만들어낸다. 시장 규모에 맞는 한국형 장르가 다듬어졌고, 상업영화와 작가주의 영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독창적인 감독들이 작품을 이어갔다. 이번 연재는 2000년대 중후반의 한국영화가 어떻게 도약해 갔는지 살펴보기로 한다.●한국형 장르의 역동성 2000년대 중후반 한국영화에서 주목할 장르 키워드는 바로 사극과 스릴러다. 퓨전의 길을 택한 사극·시대극 그리고 범죄·액션과 결합한 스릴러 장르는 다양한 장르적 요소와 이합집산하며 더욱더 진화해갔다. 이러한 장르 다변화와 ‘복합장르화’ 경향은 2010년대로 이어지며 ‘한국형 장르’가 구축되는 방법론이 됐다. 물론 한국영화의 전통적인 장르인 멜로·로맨스와 1990년대의 인기 장르였던 로맨틱 코미디도 관객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1960년대 한국 관객들이 가장 많이 찾았던 사극 장르는 2000년대 들어 현대적인 감각의 퓨전 사극으로 부활했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이재용, 2003)를 시작으로 2005년 ‘혈의 누’(김대승)·‘형사 Duelist’(이명세)가 이어졌고, 2005년 12월에 개봉한 ‘왕의 남자’(이준익)는 12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 사극 흥행의 정점을 찍었다. 특히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시나리오를 쓴 김대우 감독은 대담한 상상력과 세련된 유머가 돋보인 ‘음란서생’(2006)과 ‘춘향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방자전’(2010)을 내놓으며 퓨전 사극의 유행을 이끌었다. 2000년대 후반에도 사극의 인기는 계속되었는데, 고려 왕조를 배경으로 에로티시즘과 결합한 ‘쌍화점’(유하, 2008), 한국형 히어로물을 표방하며 판타지 장르에 도전한 ‘전우치’(최동훈, 2009)가 대표적이다. 근현대사의 사건이나 실존 인물을 다룬 시대극 장르도 주목할 경향이다. 2004년에는 ‘효자동 이발사’(임찬상)·‘하류인생’(임권택) 등 근현대사를 가공하거나 ‘슈퍼스타 감사용’(김종현)·‘역도산’(송해성) 등 실존인물을 소재로 과거를 되돌아보는 노스탤지어 영화들이 수확됐다. 2005년에는 대통령 시해 사건을 블랙코미디 감각으로 풍자한 ‘그때 그 사람들’(임상수), 일제강점기 여류 비행사 박경원의 일대기를 그린 ‘청연’(윤종찬)이 이어졌다. 2007년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화려한 휴가’(김지훈)가 전국 730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살인의 추억’(봉준호, 2003)이 선취한 스릴러 장르는 2008년 ‘추격자’(나홍진)에서 완성됐다. 실제 연쇄살인마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추격자’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관객 500만 이상을 동원해 화제가 됐다. 이 영화의 성공은 범죄·액션 등의 요소와 결합한 스릴러 장르의 유행을 촉발, 스릴러가 현대 한국영화의 대표 장르로 등극하는 계기가 됐다. 2010년에는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끼’(강우석), 잔혹한 이미지를 전시한 ‘하드보일드’ 스릴러 ‘악마를 보았다’(김지운)가 흥행 배턴을 이었다. 액션과 스릴러는 장르 특성상 결합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의 전통적인 강세 장르인 액션이 더 전면으로 나서는 영화들도 있었다. 2010년에는 남북 분단 상황을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의형제’(장훈)가 540만 관객을, 2011년에는 ‘감성 액션’을 표방한 ‘아저씨’(이정범)가 61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과 비평 모두 주목을 받았다.범죄스릴러의 인척 장르라 할 누아르, 갱스터 영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윤종빈, 2011)는 1980년대 시대상을 풍자와 해학 그리고 블랙코미디 방식으로 그리며 갱스터 장르의 신기원을 보여주었다. 한편 최동훈은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2004)으로 한국형 ‘케이퍼 무비’(범죄 전문가들의 정교한 범죄 과정을 보여주는 장르)를 성공시켰다. 이후 허영만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타짜’(2006), ‘멀티캐스팅’의 묘를 살린 범죄영화 ‘도둑들’(2012) 등을 내놓으며 최고의 흥행 감독으로 등극했다. 큰 예산이 들지 않는 로맨틱 코미디도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 법칙을 새롭게 재해석한 ‘달콤한 거짓말’(정정화, 2008), 박중훈의 귀환과 ‘88만원 세대’의 묘사가 인상적인 ‘내 깡패 같은 애인’(김광식, 2010), 장르 화법에 더없이 충실했던 ‘시라노: 연애조작단’(김현석, 2010), 기획 코미디의 힘을 보여준 ‘댄싱퀸’(이석훈, 2011), 460만 가까운 관객을 모은 성공작 ‘내 아내의 모든 것’(민규동, 2012), 키치적인 B급 정서가 매력적인 ‘남자사용설명서’(이원석, 2012) 등이 이어졌다. 멜로를 코믹호러에 접붙인 ‘달콤, 살벌한 연인’(손제곤, 2006), 로맨틱 코미디의 뼈대에 호러를 녹여낸 ‘오싹한 연애’(황인호, 2011)도 주목받았다. ●예술영화·상업영화 아우르는 작가주의 1996~1997년 데뷔해, 2000년대 초중반 주요 해외영화제를 통해 인정받은 작가주의 감독 홍상수, 김기덕, 이창동은 미학적 성숙을 거듭하며 그들의 영화세계를 완성시켜갔다.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치면 단연 홍상수다. 그는 매년 1~2편의 작품을 연출하며, 새로운 미학적 실험과 변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5년 ‘극장전’, 2006년 ‘해변의 여인’, 2008년 ‘밤과 낮’·‘첩첩산중’(단편), 2009년 ‘잘 알지도 못하면서’, 2010년 ‘하하하’·‘옥희의 영화’, 2011년 ‘북촌방향’ 등 언뜻 앞의 영화와 겹치는 듯하면서도 매번 기존의 틀을 바꿔가는 방식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마치 거울처럼 마주 보는 그의 연작들은, 각 영화의 제목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차라리 ‘홍상수 영화’로 호명하고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비평적 해석의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국내외 비평계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예술영화 관객들의 지지도 굳건하다. 김기덕은 ‘활’(2005), ‘숨’(2007), ‘비몽’(2008) 등 본인의 작품뿐만 아니라 ‘영화는 영화다’(장훈, 2008)·‘풍산개’(전재홍, 2011) 등 조감독 출신 감독의 영화 제작까지 겸했다. 그는 ‘아리랑’(2011)으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피에타’(2012)로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안았다. 이창동 역시 인간의 실존적 고통과 구원에 관한 질문을 멈추지 않으며, 미학적 성취를 이어갔다. ‘밀양’(2007)은 제60회 칸국제영화제 장편경쟁부문에 진출, 주연 배우 전도연이 한국영화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시’(2010)는 제63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각본상을 받았다. 한편 이창동은 2009년 제62회 칸영화제에서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2011년 제64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2000년대 들어 새롭게 발견된 시네아스트(cineaste·영화예술가)로는 재중동포 출신인 장률을 주목해야 한다. 그는 두 번째 장편영화인 ‘망종’(2005)이 제58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고 여러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널리 알려졌다. ‘경계’(2007), ‘중경’(2007), ‘두만강’(2009), ‘풍경’(2013)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조선족, 탈북 여성과 소년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등 경계인들의 이야기를 건조한 풍경 속에 담아내고 있다. 특히 그는 ‘경주’(2013) 이후 새로운 화법으로 전환해 더 넓은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 외에도 ‘천년학’(2007)으로 100번째 영화를 연출한 거장 임권택, 현대 한국사회에 대한 성찰을 로맨스 장르에 녹인 ‘멋진 하루’(2008)의 이윤기, 리얼리즘과 신비함이 뒤섞인 ‘파주’(2009)의 박찬옥, 제주도 4·3 사건을 독특한 미학으로 승화시킨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2012)의 오멸 등이 작가주의 영화의 계보를 이었다. 또한 제28회 밴쿠버 영화제에서 용호상을 수상한 ‘회오리바람’(2009)의 장건재, 탈북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선을 예리하게 포착한 ‘무산일기’(2010)의 박정범,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창조한 ‘파수꾼’(2010)의 윤성현 등 인상적인 독립장편영화로 데뷔한 감독들도 특기할 필요가 있다.대중영화와 작가영화의 전통적인 경계를 넘어, 독창적인 장르 해석과 자신만의 영화 스타일을 유지하는 감독군으로는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그리고 나홍진이 있다. 봉준호는 국내를 넘어선 흥행과 비평적 지지를 받은 ‘괴물’(2006), 뛰어난 미학적 완성도로 국내외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마더’(2009) 그리고 글로벌 영화 프로젝트의 성공작 ‘설국열차’(2013)를 이어가며 그만의 영화세계를 진보시켜갔다. 박찬욱은 ‘복수 3부작’의 완결편 ‘친절한 금자씨’(2005), 디지털 영화 미학을 개척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제62회 칸국제영화제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쥐’(2008), 그리고 첫 번째 할리우드 영화 ‘스토커’(2013)까지, 영화적 야심과 예술가적 자의식을 팽팽하게 유지하고 있다. 김지운은 만주웨스턴 ‘쇠사슬을 끊어라’(이만희, 1971)를 오마주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고어 영화(선혈이 낭자하는 잔인한 묘사가 특징)에 가까운 하드보일드 ‘악마를 보았다’(2010) 등을 통해 특유의 장르 미학을 추구하고 있다.2008년 범죄스릴러 ‘추격자’로 데뷔한 나홍진은 광기 어린 액션스릴러 ‘황해’(2010), 초자연적 미스터리스릴러 ‘곡성’(2016)을 내놓으며, 스릴러 장르를 그만의 스타일과 해석으로 새롭게 구축해가고 있다. 그의 세 작품은 모두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추격자’는 제61회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황해’는 제64회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곡성’은 제69회 비경쟁부문에서 세계 영화인들을 만났다. 그는 가장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임에 틀림없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퓨전 사극·한국형 스릴러+미학적 작가주의… 흥행·작품성 인정받다

    퓨전 사극·한국형 스릴러+미학적 작가주의… 흥행·작품성 인정받다

    2000년대 초반 한국영화계에 불었던 산업의 활기는 2006년 그 정점을 찍었다. 2003년부터 80편대를 기록하던 한국영화 제작편수는 2006년을 기점으로 100편을 넘어섰다. 2001년 50%를 넘어 2004년부터 60%대에 육박하던 한국영화 점유율도 급기야 2006년 63.8%를 기록했다. 현재까지도 가장 높은 수치로 기록되는 비율이다. 2006년이 한국영화산업에서 가능한 최대치를 보여준 해였다면, 2007년 이후는 위기 혹은 조정 국면으로 진입하게 된다. 2006년 7월, 긴 논란 끝에 결국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 상영제도)가 73일로 축소되었고, 때마침 버팀목이라도 무너진 듯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가 거세졌다. 한국영화 관객은 감소했고 수익률과 수출 실적 또한 하락했다. 2007년 50%로 내려선 한국영화 점유율은 2008년 42.1%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한국영화는 2년 만에 침체기를 극복하고 2009년부터 다시 상승세를 만들어낸다. 시장 규모에 맞는 한국형 장르가 다듬어졌고, 상업영화와 작가주의 영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독창적인 감독들이 작품을 이어갔다. 이번 연재는 2000년대 중후반의 한국영화가 어떻게 도약해 갔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한국형 장르의 역동성 2000년대 중후반 한국영화에서 주목할 장르 키워드는 바로 사극과 스릴러다. 퓨전의 길을 택한 사극·시대극 그리고 범죄·액션과 결합한 스릴러 장르는 다양한 장르적 요소와 이합집산하며 더욱더 진화해갔다. 이러한 장르 다변화와 ‘복합장르화’ 경향은 2010년대로 이어지며 ‘한국형 장르’가 구축되는 방법론이 됐다. 물론 한국영화의 전통적인 장르인 멜로·로맨스와 1990년대의 인기 장르였던 로맨틱 코미디도 관객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1960년대 한국 관객들이 가장 많이 찾았던 사극 장르는 2000년대 들어 현대적인 감각의 퓨전 사극으로 부활했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이재용, 2003)를 시작으로 2005년 ‘혈의 누’(김대승)·‘형사 Duelist’(이명세)가 이어졌고, 2005년 12월에 개봉한 ‘왕의 남자’(이준익)는 12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 사극 흥행의 정점을 찍었다. 특히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시나리오를 쓴 김대우 감독은 대담한 상상력과 세련된 유머가 돋보인 ‘음란서생’(2006)과 ‘춘향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방자전’(2010)을 내놓으며 퓨전 사극의 유행을 이끌었다. 2000년대 후반에도 사극의 인기는 계속되었는데, 고려 왕조를 배경으로 에로티시즘과 결합한 ‘쌍화점’(유하, 2008), 한국형 히어로물을 표방하며 판타지 장르에 도전한 ‘전우치’(최동훈, 2009)가 대표적이다. 근현대사의 사건이나 실존 인물을 다룬 시대극 장르도 주목할 경향이다. 2004년에는 ‘효자동 이발사’(임찬상)·‘하류인생’(임권택) 등 근현대사를 가공하거나 ‘슈퍼스타 감사용’(김종현)·‘역도산’(송해성) 등 실존인물을 소재로 과거를 되돌아보는 노스탤지어 영화들이 수확됐다. 2005년에는 대통령 시해 사건을 블랙코미디 감각으로 풍자한 ‘그때 그 사람들’(임상수), 일제강점기 여류 비행사 박경원의 일대기를 그린 ‘청연’(윤종찬)이 이어졌다. 2007년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화려한 휴가’(김지훈)가 전국 730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살인의 추억’(봉준호, 2003)이 선취한 스릴러 장르는 2008년 ‘추격자’(나홍진)에서 완성됐다. 실제 연쇄살인마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추격자’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관객 500만 이상을 동원해 화제가 됐다. 이 영화의 성공은 범죄·액션 등의 요소와 결합한 스릴러 장르의 유행을 촉발, 스릴러가 현대 한국영화의 대표 장르로 등극하는 계기가 됐다. 2010년에는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끼’(강우석), 잔혹한 이미지를 전시한 ‘하드보일드’ 스릴러 ‘악마를 보았다’(김지운)가 흥행 배턴을 이었다. 액션과 스릴러는 장르 특성상 결합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의 전통적인 강세 장르인 액션이 더 전면으로 나서는 영화들도 있었다. 2010년에는 남북 분단 상황을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의형제’(장훈)가 540만 관객을, 2011년에는 ‘감성 액션’을 표방한 ‘아저씨’(이정범)가 61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과 비평 모두 주목을 받았다.범죄스릴러의 인척 장르라 할 누아르, 갱스터 영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윤종빈, 2011)는 1980년대 시대상을 풍자와 해학 그리고 블랙코미디 방식으로 그리며 갱스터 장르의 신기원을 보여주었다. 한편 최동훈은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2004)으로 한국형 ‘케이퍼 무비’(범죄 전문가들의 정교한 범죄 과정을 보여주는 장르)를 성공시켰다. 이후 허영만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타짜’(2006), ‘멀티캐스팅’의 묘를 살린 범죄영화 ‘도둑들’(2012) 등을 내놓으며 최고의 흥행 감독으로 등극했다. 큰 예산이 들지 않는 로맨틱 코미디도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 법칙을 새롭게 재해석한 ‘달콤한 거짓말’(정정화, 2008), 박중훈의 귀환과 ‘88만원 세대’의 묘사가 인상적인 ‘내 깡패 같은 애인’(김광식, 2010), 장르 화법에 더없이 충실했던 ‘시라노: 연애조작단’(김현석, 2010), 기획 코미디의 힘을 보여준 ‘댄싱퀸’(이석훈, 2011), 460만 가까운 관객을 모은 성공작 ‘내 아내의 모든 것’(민규동, 2012), 키치적인 B급 정서가 매력적인 ‘남자사용설명서’(이원석, 2012) 등이 이어졌다. 멜로를 코믹호러에 접붙인 ‘달콤, 살벌한 연인’(손제곤, 2006), 로맨틱 코미디의 뼈대에 호러를 녹여낸 ‘오싹한 연애’(황인호, 2011)도 주목받았다. ●예술영화·상업영화 아우르는 작가주의 1996~1997년 데뷔해, 2000년대 초중반 주요 해외영화제를 통해 인정받은 작가주의 감독 홍상수, 김기덕, 이창동은 미학적 성숙을 거듭하며 그들의 영화세계를 완성시켜갔다.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치면 단연 홍상수다. 그는 매년 1~2편의 작품을 연출하며, 새로운 미학적 실험과 변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5년 ‘극장전’, 2006년 ‘해변의 여인’, 2008년 ‘밤과 낮’·‘첩첩산중’(단편), 2009년 ‘잘 알지도 못하면서’, 2010년 ‘하하하’·‘옥희의 영화’, 2011년 ‘북촌방향’ 등 언뜻 앞의 영화와 겹치는 듯하면서도 매번 기존의 틀을 바꿔가는 방식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마치 거울처럼 마주 보는 그의 연작들은, 각 영화의 제목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차라리 ‘홍상수 영화’로 호명하고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비평적 해석의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국내외 비평계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예술영화 관객들의 지지도 굳건하다. 김기덕은 ‘활’(2005), ‘숨’(2007), ‘비몽’(2008) 등 본인의 작품뿐만 아니라 ‘영화는 영화다’(장훈, 2008)·‘풍산개’(전재홍, 2011) 등 조감독 출신 감독의 영화 제작까지 겸했다. 그는 ‘아리랑’(2011)으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피에타’(2012)로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안았다. 이창동 역시 인간의 실존적 고통과 구원에 관한 질문을 멈추지 않으며, 미학적 성취를 이어갔다. ‘밀양’(2007)은 제60회 칸국제영화제 장편경쟁부문에 진출, 주연 배우 전도연이 한국영화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시’(2010)는 제63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각본상을 받았다. 한편 이창동은 2009년 제62회 칸영화제에서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2011년 제64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2000년대 들어 새롭게 발견된 시네아스트(cin?ste·영화예술가)로는 재중동포 출신인 장률을 주목해야 한다. 그는 두 번째 장편영화인 ‘망종’(2005)이 제58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고 여러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널리 알려졌다. ‘경계’(2007), ‘중경’(2007), ‘두만강’(2009), ‘풍경’(2013)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조선족, 탈북 여성과 소년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등 경계인들의 이야기를 건조한 풍경 속에 담아내고 있다. 특히 그는 ‘경주’(2013) 이후 새로운 화법으로 전환해 더 넓은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 외에도 ‘천년학’(2007)으로 100번째 영화를 연출한 거장 임권택, 현대 한국사회에 대한 성찰을 로맨스 장르에 녹인 ‘멋진 하루’(2008)의 이윤기, 리얼리즘과 신비함이 뒤섞인 ‘파주’(2009)의 박찬옥, 제주도 4·3 사건을 독특한 미학으로 승화시킨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2012)의 오멸 등이 작가주의 영화의 계보를 이었다. 또한 제28회 밴쿠버 영화제에서 용호상을 수상한 ‘회오리바람’(2009)의 장건재, 탈북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선을 예리하게 포착한 ‘무산일기’(2010)의 박정범,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창조한 ‘파수꾼’(2010)의 윤성현 등 인상적인 독립장편영화로 데뷔한 감독들도 특기할 필요가 있다.대중영화와 작가영화의 전통적인 경계를 넘어, 독창적인 장르 해석과 자신만의 영화 스타일을 유지하는 감독군으로는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그리고 나홍진이 있다. 봉준호는 국내를 넘어선 흥행과 비평적 지지를 받은 ‘괴물’(2006), 뛰어난 미학적 완성도로 국내외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마더’(2009) 그리고 글로벌 영화 프로젝트의 성공작 ‘설국열차’(2013)를 이어가며 그만의 영화세계를 진보시켜갔다. 박찬욱은 ‘복수 3부작’의 완결편 ‘친절한 금자씨’(2005), 디지털 영화 미학을 개척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제62회 칸국제영화제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쥐’(2008), 그리고 첫 번째 할리우드 영화 ‘스토커’(2013)까지, 영화적 야심과 예술가적 자의식을 팽팽하게 유지하고 있다. 김지운은 만주웨스턴 ‘쇠사슬을 끊어라’(이만희, 1971)를 오마주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고어 영화(선혈이 낭자하는 잔인한 묘사가 특징)에 가까운 하드보일드 ‘악마를 보았다’(2010) 등을 통해 특유의 장르 미학을 추구하고 있다.2008년 범죄스릴러 ‘추격자’로 데뷔한 나홍진은 광기 어린 액션스릴러 ‘황해’(2010), 초자연적 미스터리스릴러 ‘곡성’(2016)을 내놓으며, 스릴러 장르를 그만의 스타일과 해석으로 새롭게 구축해가고 있다. 그의 세 작품은 모두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추격자’는 제61회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황해’는 제64회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곡성’은 제69회 비경쟁부문에서 세계 영화인들을 만났다. 그는 가장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임에 틀림없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방구석1열’ 송강호 “‘밀양’은 전도연 위해 최선 다한 영화”

    ‘방구석1열’ 송강호 “‘밀양’은 전도연 위해 최선 다한 영화”

    임필성 감독이 배우 전도연과 함께 영화 ‘밀양’에 출연했던 배우 송강호의 말을 대신 전했다. 3일 방송되는 JTBC ‘방구석1열’은 지난주에 이어 한국 영화 100주년 특집 두 번째 이야기로 꾸며진다. 이날 방송에서는 배우 전도연을 ‘칸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영화 ‘밀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 진행된 ‘방구석1열’ 녹화에서 전도연은 ‘밀양’에서 함께 연기한 배우 송강호에 대해 “‘넘버3’라는 작품을 보고 너무 좋아했던 배우인데 함께 연기 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런데 당시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현장을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송강호 배우는 실제 촬영할 때도 ‘종찬’처럼 늘 내 곁을 지켜줬다. ‘신애’를 연기하면서 지치고 분노에 차 있었던 나를 위해 현장 분위기를 늘 유연하게 만들어줬다”라며 아쉬움과 고마움을 동시에 전했다. 임필성 감독은 “송강호 배우는 감정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늘 ‘신애 모드’였던 전도연 배우를 보고 실제로 존경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렇게 노력하는 배우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하더라”라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어 민규동 감독은 ‘밀양’ 속 ‘종찬’ 캐릭터에 대해 “‘원작에 없던 캐릭터인 ‘종찬’은 ‘신애’의 거울 같은 역할을 하는데, ‘신애’와 대비되는 모습으로 ‘신애’의 고통이 더 크게 전해지도록 만들었다. 이창동 감독의 이런 선택이 영화의 균형감을 불어넣어 준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녹화에서 MC 장성규는 전도연에게 “‘누나’라고 불러도 되냐”고 돌발 질문을 했고, 전도연의 예상치 못한 답변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배우 전도연과 함께한 JTBC ‘방구석1열’은 11월 3일 일요일 오전 10시 50분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공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진짜 용기가 아닐까요?”

    공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진짜 용기가 아닐까요?”

    “공감이 안됐다면 이 영화 자체의 출연을 결정하지 않았겠죠.”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극장가에 잔잔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영화는 개봉 전 젠더 논란에 휩싸이며 평점 테러를 당하기도 했지만, 31일까지 누적 관객수 180만명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인 160만 고지도 넘어섰다. 이번 주말 200만 고지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소설 원작의 이 영화는 여자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이땅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들이 겪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이 영화에서 공유는 결혼하고 출산하면서 경력 단절을 겪고, 시댁에서 스트레를 받는 평범한 주부 지영의 남편 대현을 맡았다. ”대현이 너무 저랑 유사한 점이 많아서 불편한 지점이 없었어요. 저는 원래 제가 갖고 있는 점에서 교집합을 찾거든요. 저도 대현처럼 무난한 듯하면서 적당히 상냥하고 누군가 봤을 때는 답답해보이기도 해요.“ 극중 대현은 아내의 마음을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남편으로 나온다. 대현은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주부로 사는 아내 지영이 점차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고통속에서 바라본다. ”저도 극중에서처럼 경상도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누나가 한명 있어요. 아버지는 누나에게 대드는 것을 절대로 못하게 하셨죠. 제 기준에서 보기에는 누나가 살면서 억울한 점이 없었을 것 같은데, 본인에게 확인해 봐야겠죠.(웃음) 저는 영화 속에 나오는 사람들이 다 이해가 갔어요. 지영이와 지영이네 식구들 부터 대현의 엄마까지요.“ 부산 출신은 공유는 이번 작품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능숙하게 구사하면서 평범한 남편의 리얼리티를 살렸다. 그는 ”부산 사투리가 칼을 갈고 아껴놓은 비장의 무기였는데 이번 영화에서 풀게 됐다“면서 웃었다. 그는 아내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에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는 대현의 마음이 너무 잘 이해가 됐다고. 하지만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남녀 갈등을 조장한다며 예기치 않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남녀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인간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누구나 엄마, 아빠, 아들, 딸 등 각자에게 부여된 역할을 하느라고 개인이 함몰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또 누군가는 상처를 받구요. 영화는 그 속에서 목소리를 잃은 한 인물에 대한 위로를 담고 있어요.” 그는 ”다른 관점은 존재할 수 있는데, 일방적인 비난은 안타까운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진짜 용기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됬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배우라는 특수성을 가진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편협한 부분이 존재하지만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배격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 맞고 틀림을 함부로 정하지 말자고 늘 생각해요.” 이번 영화는 그가 드라마 ’도깨비‘ 이후 인기 정점을 찍은 뒤에 3년만의 컴백작이다. 그는 ’도깨비‘ 이후 6개월간은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지냈다고 털어놨다. ”’도깨비‘는 개인적으로 결정타같은 느낌이었죠. 연이은 작품으로 크로스 펀치를 맞다가 마지막에 빨리 뻗으라고 한방 얻어맞은 것 같았어요. 계속 다른 캐릭터를 입으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달려온 것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 2년간은 제가 치유하는 좋은 시간이었죠. 이번 영화는 다시 예전만큼 웃고 떠들면서 좋은 에너지를 담은 작품이에요.” 여성들이 결혼과 육아 등을 거치면서 겪는 솔직한 심정을 다룬 만큼 그 역시 결혼관에 대한 변화가 있었을까. “20대때는 젊은 아빠가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30대때는 신중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출산이나 육아도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머니도 한동한 결혼 이야기를 많이 하시다가 이젠 약간 포기하신 것 같더라구요.(웃음). 결혼은 필수가 아니고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양천구, 콘서트·발레 연말 공연 풍성

    서울 양천구가 연말을 맞아 풍성한 공연을 마련했다. 내달 양천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안발레시어터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과 밴드 ‘안치환과 자유’ 콘서트 ‘오늘이 좋다’가 차례차례 무대에 오른다. 호두까기 인형은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곡 중 하나로, 연말에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안발레시어터의 ‘호두까기 인형’은 원작에 충실하고 전막을 볼 수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12월 7~8일 관객을 찾아간다. 밴드 ‘안치환과 자유’ 콘서트는 12월 14일 열린다. 안치환 콘서트는 2015년 이후 4년만이다. 콘서트 제목은 안치환의 10집 앨범 이름인 ‘오늘이 좋다’에서 따왔다. 발레는 R석 5만원·S석 3만 5000원, 콘서트는 R석 5만원·S석 3만원이다. 양천구민과 양천구 소재 직장인은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다. 구 관계자는 “양질의 문화예술작품을 구민들이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공연을 유치하고 있다”며 “좋은 공연을 보며 가족과 함께 따뜻하고 즐거운 연말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사람이 만든 지옥 한복판에서 짓뭉개진 인간성을 목격하다

    사람이 만든 지옥 한복판에서 짓뭉개진 인간성을 목격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12월 7일 일본군이 주요 미 해군 기지와 조선소가 있는 진주만을 폭격한다. 불시의 공습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미군은 본격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뛰어든다. ●스무살에 참전… 저자가 본 전쟁의 의미는 신간 ‘태평양 전쟁’은 미군 해병대 포병 출신 유진 B 슬레지 몬테발로대 교수가 겪은 1944년 필리핀 펠렐리우, 1945년 일본 오키나와 전투의 기록이다. 대개 ‘전쟁’이라 하면 죽음을 불사하며 적진에 뛰어들고, 적을 용감히 쳐부수는 영웅적인 군인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일반 사병으로 직접 전장에서 뛰었던 그의 기록은 결이 다소 다르다. 진주만 공습 이후 미국 젊은이라면 마땅히 전장으로 가야 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저자는 만 20세인 1942년 12월 전쟁에 관한 호기심 반 의무 반으로 해병대에 지원한다. 그는 대학에서 기초 훈련, 해병대에서 실전 훈련을 받고 전장으로 향한다. 막상 도착한 전장은 자신의 생각과 너무나 달랐다. 저자는 병력을 육지에 수송하는 보트인 암트랙에서 내린 뒤부터 지옥을 맛본다. 섬에 내리려는 순간 총탄이 눈앞을 스쳐 가고 모랫바닥에 처박힌다. 가까스로 일어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야말로 악몽의 세상이었고, 그 한가운데에 내가 있었다”고.“사흘이면 끝날 것”이라는 소대장의 호언과 달리 전투는 1944년 9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10주간 지옥처럼 펼쳐진다. 일본군은 거의 전원이라고 할 1만 1000여명이 죽고, 미군도 8769명이 죽거나 다쳤다. 특히 저자가 속했던 해병 1사단은 6526명의 사상자를 냈다. 중대원 235명 가운데 죽지도, 다치지도 않은 사람은 85명에 불과했다. 극적으로 첫 전투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두 번째 전장도 마찬가지였다. 패망 직전 일본은 오키나와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당시 전투에서 확인된 일본군 시신만 10만 7500여구에 달한다. 미군도 사상자가 4만명에 이른다. 저자의 중대원 485명 가운데 살아남은 사람은 50명에 불과했다. ●인간의 밑바닥 감정까지 긁어낸 참상 묘사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간 그 자리에 인간성이란 없었다. 조금 전까지 살아 있던 동료가 창자를 드러내고 죽어 있는 풍경이라든가, 미군이 죽은 일본군 입에서 금니를 빼내는 장면, 일본군이 죽은 미군의 시체를 훼손하는 등의 묘사가 마치 영화처럼 생생하다. 그러나 책은 전쟁의 참상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전쟁을 겪은 인간의 온갖 감정을 밑바닥까지 긁어낸다. 저자는 자신이 쏜 총에 맞아 고통스러워하는 일본군을 보고 부끄러움과 역겨움을 느끼며 “갑자기 전쟁은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로 바뀌었다”고 했다가도 이내 “인간적인 감정에 휩쓸리는 것은 어리석은 자의 감상주의일 뿐이라는 자각이 들었다”고 밝힌다.인간성 상실의 한복판에 서 있다가도 병사를 위해 노력했던 중대장의 죽음, 위기의 순간에 상사를 거스르면서까지 동료를 지킨 군인, 그리고 짧은 휴식 동안 이야기를 나눈 군인들을 통해 전쟁의 의미를 발견한다. 두 번의 치열한 전투를 마친 그는 이렇게 결론 내린다. “만일 우리 조국이 살아갈 가치가 있는 좋은 나라라면, 이런 조국을 위해서 싸우는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행동이다.” 저자는 전투 현장에서 수첩 크기의 작은 성경책에 몰래 기록을 남겼고, 이를 토대로 책을 썼다. 두 전투 모두 태평양 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알려졌다. 전쟁이 끝난 지 36년 만인 1981년 책을 내며 그는 “이제는 이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조국을 위해 깊고 큰 고통을 감당했던 전우들에게 오랜 세월 지고 있던 빚을 갚는 셈”이라고 밝혔다.●톰 행크스 주연 인기 드라마 ‘퍼시픽’ 원작 2001년 저자 사망 이후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가 2010년 10부작 드라마 ‘퍼시픽’으로 제작하면서 책이 다시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유럽 전선에서 전쟁을 다룬 ‘밴드 오브 브러더스’와 함께 명작 드라마로 꼽힌다. 드라마를 봤던 이들이라면 책에 관심이 가는 게 당연지사일 터고, 책을 모두 읽으면 드라마에 관심이 갈 법하다. 전쟁을 겪지 않은 이들은 전쟁을 이처럼 한 발짝 멀리서 쳐다보지만, 책이든 드라마든 짓뭉개진 인간성을 보는 일은 고역이긴 하다. 그러나 그럼으로써 우리는 전쟁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시청률만 모른다… 우리들의 인기를

    시청률만 모른다… 우리들의 인기를

    온라인 다시보기로 1020 열광광고주, 시청률보다 화제성 주목인기-시청률 반드시 정비례 안해 시청률로는 실제 인기를 가늠하기 힘든 드라마·예능이 있다. ‘본방사수’보다는 온라인 다시보기나 클립 영상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10~20대가 열광하는 인기 콘텐츠 이야기다.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지난 2일 첫 방송부터 반환점을 돈 최근까지 3%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TV 화제성 조사업체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집계에서는 최근 2주 연속 드라마 화제성 1위에 올랐다. 지지부진한 시청률과 달리 온라인에서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방송이 끝나면 주연 배우 김혜윤(은단오 역)의 연기에 대한 찬사가 어김없이 쏟아진다. 김혜윤은 JTBC ‘SKY 캐슬’의 예서 이미지를 완벽하게 벗고 통통 튀는 캐릭터로 180도 변신했다. 상대역 로운(하루 역), 서브 남주 이재욱(백경 역)과 그리는 ‘케미’에도 반응이 뜨겁다. 젊은 여성 시청자 사이에서 로운의 인기가 오르면서 그가 속한 아이돌 그룹 SF9의 팬 유입까지 늘고 있다. 원작인 다음 웹툰 ‘어쩌다 발견한 7월’은 드라마 방송 전 대비 주간 독자수가 4배 이상 증가하며 드라마 흥행 효과를 톡톡히 봤다.KBS2 월화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도 젊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6~7%대의 양호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지만 온라인상에서의 반응은 훨씬 폭발적이다. 방영 전 곱게 여장을 한 장동윤(전녹두 역)의 포스터와 예고편 영상 공개만으로도 이미 열풍이 시작됐다. 영화 ‘왕의 남자’ 이준기를 잇는 ‘예쁜 남자’로 입소문을 탔다. 2016년 데뷔 후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장동윤은 단아한 과부와 강렬한 남성미 사이를 수시로 오가는 캐릭터를 맡아 진가를 드러냈다. ‘녹두앓이’에 한창인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수신료의 가치를 이제야 발견했다’는 농담이 유행할 정도다.걸그룹들이 컴백 경쟁을 벌이는 포맷의 엠넷 예능 ‘퀸덤’은 시청률과 화제성의 간극이 가장 뚜렷한 사례다. 31일 종영한 ‘퀸덤’은 10주간의 방송 내내 1% 시청률 벽을 깨지 못했다. 반면 온라인 네티즌 반응을 분석한 화제성 조사에서는 6주 연속 비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다. (여자)아이들, AOA 등이 펼친 화제의 무대는 유튜브에서 1000만 조회수를 넘기며 해외 시청자까지 끌어모으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과거에는 광고를 주는 기업들이 시청률만 중요시했다면 최근에는 인기를 반영하는 시청률 외 지표에 관심이 커졌다”며 프로그램 인기와 시청률이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는 현실을 설명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시청률만 모른다… 우리들의 인기를

    시청률만 모른다… 우리들의 인기를

    온라인 다시보기로 1020 열광광고주, 시청률보다 화제성 주목인기-시청률 반드시 정비례 안해시청률로는 실제 인기를 가늠하기 힘든 드라마·예능이 있다. ‘본방사수’보다는 온라인 다시보기나 클립 영상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10~20대가 열광하는 인기 콘텐츠 이야기다. 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지난 2일 첫 방송부터 반환점을 돈 최근까지 3%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TV 화제성 조사업체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집계에서는 최근 2주 연속 드라마 화제성 1위에 올랐다. 지지부진한 시청률과 달리 온라인에서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방송이 끝나면 주연 배우 김혜윤(은단오 역)의 연기에 대한 찬사가 어김없이 쏟아진다. 김혜윤은 JTBC ‘SKY 캐슬’의 예서 이미지를 완벽하게 벗고 통통 튀는 캐릭터로 180도 변신했다. 상대역 로운(하루 역), 서브 남주 이재욱(백경 역)과 그리는 ‘케미’에도 반응이 뜨겁다. 젊은 여성 시청자 사이에서 로운의 인기가 오르면서 그가 속한 아이돌 그룹 SF9의 팬 유입까지 늘고 있다. 원작인 다음 웹툰 ‘어쩌다 발견한 7일’은 드라마 방송 전 대비 주간 독자수가 4배 이상 증가하며 드라마 흥행 효과를 톡톡히 봤다.KBS2 월화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도 젊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6~7%대의 양호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지만 온라인상에서의 반응은 훨씬 폭발적이다. 방영 전 곱게 여장을 한 장동윤(전녹두 역)의 포스터와 예고편 영상 공개만으로도 이미 열풍이 시작됐다. 영화 ‘왕의 남자’ 이준기를 잇는 ‘예쁜 남자’로 입소문을 탔다. 2016년 데뷔 후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장동윤은 단아한 과부와 강렬한 남성미 사이를 수시로 오가는 캐릭터를 맡아 진가를 드러냈다. ‘녹두앓이’에 한창인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수신료의 가치를 이제야 발견했다’는 농담이 유행할 정도다.걸그룹들이 컴백 경쟁을 벌이는 포맷의 엠넷 예능 ‘퀸덤’은 시청률과 화제성의 간극이 가장 뚜렷한 사례다. 31일 종영한 ‘퀸덤’은 10주간의 방송 내내 1% 시청률 벽을 깨지 못했다. 반면 온라인 네티즌 반응을 분석한 화제성 조사에서는 6주 연속 비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다. CJ ENM이 조사한 콘텐츠 영향력 지수에서도 4주 연속 1위에 올랐다. (여자)아이들, AOA 등이 펼친 화제의 무대는 유튜브에서 1000만 조회수를 넘기며 해외 시청자까지 끌어모으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과거에는 광고를 주는 기업들이 시청률만 중요시했다면 최근에는 인기를 반영하는 시청률 외 지표에 관심이 커졌다”며 프로그램 인기와 시청률이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는 현실을 설명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원작 흡입력에 긴장감을 더했다… 세 번째 ‘맨 끝줄 소년’

    원작 흡입력에 긴장감을 더했다… 세 번째 ‘맨 끝줄 소년’

    2015년 초연·2017년 재연 전회차 매진 ‘클라우디오’ 전박찬·안창현 더블캐스팅 “이 작품과 캐릭터 모두 너무 좋지만 ‘이제 됐다. 이제 끝이다’라는 클라우디오의 대사처럼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배우 전박찬의 각오에는 몸에 익은 캐릭터에 대한 편안함보다는 더욱 단단해진 연기관과 한층 깊어진 작품 해석이 담겨 있었다. 연극 ‘맨 끝줄 소년’ 2015년 초연과 2017년 재연 공연 당시 주연을 맡아 전회차 매진을 이끈 그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작품에 임했다. 예술의전당 대표 연극으로 자리매김한 ‘맨 끝줄 소년’이 흡입력과 스릴을 더해 다시 돌아왔다. 개막 공연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언론에 먼저 공개된 작품은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빠른 전개와 배우들의 완성도 높은 연기로 ‘전회 매진’ 신화를 쓴 저력을 보여 줬다. ‘맨 끝줄 소년’은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내성적이지만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소년 클라우디오와 그의 잠재력을 알아본 문학교사 헤르만이 빚는 갈등을 그린다. 헤르만은 클라우디오의 능력을 발전시키려 그를 자극하지만, 클라우디오가 점차 글을 통해 현실과 허구를 오가는 윤리적인 줄타기를 하면서 관객은 각 인물의 심리 갈등에 빠져든다. 개막에 앞서 만난 손원정 연출은 “이 작품은 현실과 예술의 긴밀한 관계를 담고 있다”며 “예술이 현실을 어떻게 반영하고 그리는지, 현실의 우리가 예술을 어떻게 바라보며 욕망과 위로, 때로는 배신을 느끼는지를 문학을 소재로 보여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소 철학적이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작품임에도 관객의 큰 사랑을 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연극 기획자나 평론가보다 일반 관객들이 훨씬 더 똑똑하고 작품을 흡수시키는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많은 연극들이 쉽고 말랑말랑하게 풀어서 하는 이야기를 연극적 무대 언어를 통해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관객의 갈증을 풀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초연 당시 고 김동현 연출의 기발하고 짜임새 높은 무대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김 연출의 부인인 손 연출은 초연 각색에 이어 재연 공연부터 연출을 맡아 오고 있다. 3번째 공연에서 크게 달라진 부분은 클라우디오 역을 더블 캐스팅한 점이다. 전박찬과 함께 배우 안창현이 새로운 클라우디오를 선보인다. 전박찬이 깊이 있고 원숙한 클라우디오라면, 안창현은 관계에 서툴고 성장의 혼란을 겪는 클라우디오에 가깝다. 작품 끝까지 클라우디오와 팽팽한 긴장선을 유지하는 헤르만 역은 초연과 재연에 이어 배우 박윤희가 맡았고, 헤르만의 아내 후아나 역에는 재연에 합류한 배우 우미화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녹음 음향효과가 아닌, 코러스 배우들이 등장인물의 감정에 따라 육성으로 완급을 조절하는 음향은 극의 몰입도를 더욱 높여 준다. 공연은 12월 1일까지.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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