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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D-3] 원자력 안전방안도 논의… ‘핵안보 실천회의’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D-3] 원자력 안전방안도 논의… ‘핵안보 실천회의’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2010년 1차 워싱턴회의보다 의제가 늘어나고 세부 공약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워싱턴회의가 ‘워싱턴 코뮈니케’(정상선언문) 중심의 정치적 선언 성격이 짙었다면 서울 회의는 ‘서울 코뮈니케’에 11가지 분야별 과제를 포함시키는 등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핵안보정상회의 준비기획단 관계자는 “오는 27일 발표될 ‘서울 코뮈니케’는 ‘워싱턴 코뮈니케’와 달리 정상선언문과 세부 과제를 한 문서에 동시에 담을 예정”이라며 “과제는 11개 분야별로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1차 회의 이후 지난 2년간의 성과를 평가하고 핵 테러 방지 등 핵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11가지 과제를 선정해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11가지 과제에는 핵물질 통제 강화 및 최소화, 핵 시설 보안 강화, 국제 핵안보 체제 간 협력 강화, 핵물질 불법 거래 차단, 핵안보와 원자력 안전 간 시너지 강화, 방사성 테러 방지를 위한 물질 안보 강화, 민감 정보 보호, 개도국 지원 등의 국제 협력 강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코뮈니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참가국별로 발표할 새로운 공약이다. 각국은 지난 1차 회의 때 공약했던 우라늄농축프로그램(HEU)·플루토늄(PU) 등 핵물질 반환·감축, 핵안보 국제협약 가입, 핵안보 교육훈련센터 신설 등에 대해 지난 2년간 추진해 온 상황을 보고한 뒤 추가적인 핵물질 최소화, 파트너십 가입 등에 대한 구체적 행동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몇 개 국가가 협력해 HEU 연구로의 저농축우라늄(LEU) 연구로 전환, 운송 보안, 밀수 방지, 핵감식 기술 등 구체적인 공동 사업에 대한 발표도 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HEU 연구로를 LEU로 바꾸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다른 나라들과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번 회의에서는 핵안보·원자력 안전의 효율적인 연계 방안과 방사능 테러 방지 등도 처음으로 다뤄진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핵 시설에 대한 사보타주(공격)도 같은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27일 실무 오찬 등에서 핵안보와 원자력 안전의 상충 부분 방지와 상호 보완적 강화 방안이 협의될 예정이다. 기획단 관계자는 “미·러가 1차 회의 후 핵무기 폐기 과정에서 나온 잉여용 핵물질 감축을 약속한 분량을 핵무기로 만들면 2000~3000개 규모가 될 것이다. 미·러는 추가적인 감축·전환을 추진할 것”이라며 “1차 회의 때 핵물질 감축을 공약한 8개국 외 몇 개국이 추가로 핵물질 감축이나 LEU 전환 등을 공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HEU 등 핵물질 최소화·반납 등은 각국의 안보 등과도 관련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국가가 자발적으로 핵물질 포기에 동참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추가적 공약 여부에 따라 2년 후 네덜란드에서 열릴 예정인 3차 회의 때까지 더 많은 핵물질 감축 및 협력 강화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서울 코뮈니케에 담길 내용보다 각국별 HEU 관련 공약이 더 중요할 수 있다.”며 “HEU를 LEU로 전환했고 PU도 보유하지 않고 있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美 “北 미사일 발사 땐 강력 응징”

    “최근의 북·미 관계 해빙이 끝났다는 신호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미군 유해 발굴 중단 발표에 대해 AP통신은 이같이 평가했다. 유해 발굴은 인도주의적 성격으로 파국을 맞아도 가장 나중에 맞을 사안인데 미 정부가 중단 결정을 했다는 것은 사실상 북·미 관계가 파국 국면이라는 얘기다. 결국 미 정부는 내부 논의 끝에 북한의 로켓 발사 시 북·미 관계 파국을 감수하면서 강경 대응을 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음을 의미한다. 실제 조지 리틀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이라고 분명히 규정했다. 나아가 국방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존 커비 부대변인은 “북한이 국제적 의무를 위반하는 미사일 발사를 실행할 경우 그에 대한 대응들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해 강력한 응징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타라 리글러 부대변인은 “북한이 우리의 인도주의적 작업(유해 발굴)을 방어적 목적의 한·미 연합훈련과 연계해 정치 문제화함으로써 불신을 초래한 것도 유해 발굴 중단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불신’이라는 말은 북한의 로켓 발사로 북·미 관계가 험악해질 경우 자칫 북한에 들어간 미군 유해 발굴팀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을 우려한 언급으로 해석될 만하다. 그는 실제 “현재 북한 땅에 미군(유해 발굴팀)은 한 명도 없다.”고 굳이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입장에서는 재선을 앞두고 북·미 관계가 파국을 맞는 게 유리할 리 없다. 그러나 미사일이 미 본토를 직접 위협한다는 점에서 미국 입장에서는 그냥 넘어가기 힘든 문제다. 또 북한이 ‘2·29 합의’ 후 한달도 안 돼 다시 뒤통수친 것을 보고 북한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자칫 우물쭈물하다가는 북한의 전략에 계속 끌려다니면서 공화당에 공격의 빌미만 줄 수도 있다. 미국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방북 여부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미 정부의 표정으로는 북한이 막판에 극적으로라도 로켓 발사를 취소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듯한 태세다. 식량 지원 계획 취소는 물론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 나아가 북한이 실질적으로 타격을 받을 더 강력한 제재도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와 같은 강력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시론] 핵물질 현장밀착형 안전모델 필요하다/박원재 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

    [시론] 핵물질 현장밀착형 안전모델 필요하다/박원재 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

    26일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는 글로벌 핵 및 방사능 테러 위협에 대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재래식 폭탄에 방사능 물질이 결합한 더티 밤(Dirty Bomb)에 의한 살상, 원자력 관련시설에 대한 태업, 그리고 비폭발적 방법으로 상수시설이나 대용량 환기설비 등을 통해 생활주변 환경으로 방사능을 유포해 넓은 지역으로 오염을 확산시키는 것 등이 주 고려대상이다. 방사능 테러가 발생한다면 국민 내부에 심리적으로 잠재하는 방사능에 대한 공포심 탓에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가져오며 방사능 오염의 제거, 복구 및 신뢰 회복에 막대한 경제·사회적 비용을 수반한다. 이러한 사회적 혼란과 비용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당시의 과도한 불안 심리, 서울 노원구 포장도로 방사능 오염, 최근 고리원전의 정전사태 이후 원자력에 대한 불신감 고조에 따라 언론과 지역주민들이 현행 안전시스템의 이중삼중 강화를 요구하는 것 등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고농축우라늄 등 핵물질뿐만 아니라 방사성물질이 국내로 불법 반입되어 사회 혼란 야기 등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도록 방사성물질의 불법 이동을 방지하는 국제협력도 심층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 동북지역의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에 대한 일본정부의 효과적인 대책 시행의 어려움을 보면, 인접국인 우리에게 미치는 방사능 위협은 어쩌면 실제적이고 현실적이다. 방사능 위협에 적시성 있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고위험물질의 ‘수입·생산·폐기’까지 추적관리가 가능한 국내 이력관리시스템의 운용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외국에서 불법 유입되는 핵물질과 방사성물질을 사전에 탐지하여 적기에 대응하는 국경감시체계 마련도 시급하다. 즉 반입차단, 적시대응 및 심층평가와 더불어 유출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주 대응기관(원자력안전위원회)을 중심으로 일반 위기관리기구(행정안전부, 관세청 등)가 참여하는 국가 통합대응시스템을 구축하고 예방 및 대응 단계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국가 통합대응시스템에서 우선 고려사항은 불법 방사성물질의 원산지, 유통과정을 과학적인 확인과정을 통해 차단함으로써 방사능 사고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 효율적인 대응에 활용할 수 있는 국가 핵 탐지·감식체계이다. 핵 감식은 핵물질 고유의 지문을 식별하고 이동경로 등을 추적하는 과학수사라고 할 수 있다. 대상물질에 대한 정밀 방사능 분석 및 물질특성 이력자료 등을 기반으로 불법 거래된 물질의 원산지, 유통경로, 위험도 및 거래 배경을 밝혀내는 과정으로 국가 법집행기관 및 전문기관 등이 연계하여 추진한다. 노원구 아스팔트 오염 이후 연이은 방사능 이상신고는 과거 외국에서 불법 반입된 방사성물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막으려면 방사성물질의 유입경로를 사전에 철저히 확인·통제하여 이상상황을 미리 방지하는 대응시스템 구축 운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로선 불법 유통 핵이나 방사성물질을 국경에서 탐지·차단하고 신속한 대응·분석·평가를 통해 의도적인 방사능 테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핵 탐지 및 감식체계를 구축하는 게 급선무다. 국내 원자력 관계기관의 핵심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계한다면 효과적인 통합 안전체계의 운용이 가능할 것이라 여겨진다. 또한, 현장 방사능 탐지와 세계적인 수준의 국내 통합정보관리체계 기술을 융·복합하여 탐지·대응 간 적시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핵이나 방사능 분야의 안전과 안보를 상호 연계하는 새로운 현장밀착형 국가 통합 안전모델을 창출하고 관련 기술의 수출 길도 열 수 있을 것이다. 핵이나 방사성물질을 이용한 테러 방지를 위한 방사능 안전과 핵 안보 간 상호연계가 특정 국가들의 핵무기 개발을 막는 국제 비확산체계 강화만큼이나 시급한 국제사회의 현안이 되었다. 이번에 서울에서 57개 국가와 국제기구 지도자들이 모이는 이유이다.
  •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D-3] 우리 정부 핵테러 대응 실태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D-3] 우리 정부 핵테러 대응 실태는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주최국인 우리 정부의 핵 테러 대응 태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핵 테러가 발생한다면 북한에 의한 도발일 가능성을 일순위로 꼽는다. 핵 테러의 유형으로는 북한이나 국제 테러 집단이 공항 등 주요 시설에서 방사성물질을 재래식 폭약으로 폭발시키는 ‘더러운 폭탄’(Dirty Bomb) 방식이나 원전 같은 핵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능형 출입통제 등 기술력 ‘우수’ 우리 정부는 핵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대통령 직속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설립했다. 이 위원회는 핵 테러 대응팀을 운영하고 원자력 발전시설 안전 등에 대한 규제를 담당한다. 위원회 관계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 안전을 담보하는 독립 기관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특히 핵안보정상회의를 한달여 앞둔 지난달 24일부터 방사능테러상황실 및 특별대응반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수도군단 등 군부대와 함께 김포공항에서 방사능 테러 모의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 훈련에서는 실제로 공항에서 폭발물이 설치된 상황을 가정해 테러 첩보 입수부터 상황 접수, 현장 도착 및 초동 대응까지 약 1시간 내에 해결하도록 했다. 특히 핵안보정상회의에 대비해 군은 지난해 12월 1일 합참 주도로 작전본부를 설치해 경찰 및 해경과 함께 주요 시설 경비에 나섰다. 경찰도 2011년 1월 경찰청 핵안보정상회의기획단을 발족해 외국 경찰과의 유기적인 협조 속에 정상에 대한 경호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원전 등 핵시설 공격 대비는 ‘허술’ 기술적 측면에서 우리 정부의 핵 테러 방지 수준은 정상급이라고 평가받는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은 원자력 시설 출입 안전을 확보하는 지능형 출입 통제 시스템 등 새로 개발한 장비를 선보일 예정이다. 유호식(47)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핵안보기획실장은 “각종 센서나 감시 장비 등 방호기술 수준은 미국 등과 비교했을 때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대응 노력에도 여전히 원전 등 핵 시설 공격에 대한 대비는 허술하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해 10월 5일에는 중국인 밀입국자들이 소형 선박을 타고 국가 1급 보안시설인 영광 원자력발전소 바로 앞까지 접근했다 체포됐다. 특히 당시 군이 이 의심 선박을 경고 사격 한 번 없이 방치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최진태(47) 한국테러리즘 연구소장은 “문제는 핵 테러를 경험해 본 적 없는 우리 사회에 테러의 안전지대라는 의식이 팽배해 있는 것”이라며 “테러방지법안 제정은 물론 관련 국책 연구소 설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기고] 원자력안전위가 제구실 해야/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종양학 교수

    [기고] 원자력안전위가 제구실 해야/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종양학 교수

    2001년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9·11 테러 이후 전 세계 국가들은 테러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만일 핵에 의한 테러라면 그 파장은 어느 정도일지 상상을 불허한다. 핵을 이용한 테러뿐 아니라, 핵과 관련된 사고 역시 방지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핵에 의한 피해는 후대에까지 이어지고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탓이다.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우리는 국민의 안전만을 생각하는 독립된 안전규제기관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고, 지난해 10월 대통령 직속의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설립하였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재난에 직면했을 때 피해의 확산을 막으려면 한 국가의 활동에 못지않게 국가 간 협력과 공조가 절실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한 바 있다. 따라서 핵 테러와 같이 무시무시한 위협을 막도록 국제적인 논의가 요구된다. 국제 사회에서는 핵무기, 핵실험 등에 대해 외교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나 아직 핵 테러 방지를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은 미흡하였고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의 필요성이 꾸준히 요구된다. 그러한 노력의 결실로 2010년 워싱턴 회의에 이어 서울에서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것이다. 이번 핵안보 정상회의에서는 테러집단이 핵물질을 이용하여 테러를 가하거나 원자력 시설을 테러대상으로 공격하지 못하도록 각국의 보안조치를 강화하고 국제협력을 증진하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산업이나 의료분야에서 많이 사용되는 방사성물질을 이용한 테러에 대한 대책이 새로이 논의될 것이다. 세계 8위의 수출대국으로서 우리는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타국에서 발생한 핵 테러 공격은 우리 경제나 사회 전반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핵테러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자 안보능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공생공존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핵무기 없는 세상은 우리의 이상이다. 그러나 문제의 실상은 도외시한 채 구호를 외치거나 주장만 한다고 해서 핵무기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각국의 정상이 모여서 함께 나아갈 방향을 설정한 다음,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혜를 모으고 대안을 찾아서 하나씩 풀어나가는 노력이 시급하다. 누구의 요구가 아닌, 우리 스스로 안전과 권익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선택이며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평화를 소망하는 국제사회의 바람과 염원을 한자리에 모으는 축제로 바라볼 수도 있다. ‘핵안보’라는 말이 다소 딱딱하지만, 인류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 세대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둬야 할 것이다. 원자핵·방사선 사고 등의 주제는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이 회의의 취지는 쉽게 말해 핵 공포로부터 나와 가족을 보호하고 자녀의 미래를 지키자는 것이다. 나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58명의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이 함께 자리하는 역사적 현장에 국민 모두 관심을 뒀으면 한다. 또한, 앞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자력 사고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면서 국제적으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D-3] 53개국 정상 이틀간 200여회 양자회담 ‘외교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D-3] 53개국 정상 이틀간 200여회 양자회담 ‘외교전’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오는 26·27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린다. 서울회의에는 전 세계에서 53개국, 4개 국제기구에서 모두 58명의 정상(급) 및 대표가 참석한다. 4개 국제기구는 국제연합(UN), 국제원자력기구(IAEA), 유럽연합(EU), 국제형사경찰기구(INTERPOL)다. 국내에서 열리는 단일 국제회의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다자간 외교올림픽’이다. 58명의 인사 중 정상(급)은 45명, 부총리·장관급 인사가 13명이다. 주요 2개국(G2) 정상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보통 2~3개씩의 별도 회담을 잡아 놓고 있다. 이에 따라 참석한 정상 간 모두 200여개의 양자회담이 열리면서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24일부터 29일까지 6일간 27개국 정상 및 국제기구 대표 등 28명과 양자회담을 갖는다.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계획 발표로 한반도 정세에 대한 유동성이 커진 상황이라 주변 4강인 미국(25일), 중국, 러시아(이상 26일) 정상과의 양자회담에 특히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을 사전에 취소시키기 위해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만 24시간이 안 될 정도로 짧아 이 대통령과 따로 양자회담을 하지 않는다. 경제 협력 방안도 심도 있게 논의된다. 특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의 26일 정상회담은 한·터키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마무리 짓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28일)에서도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에 대한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회의에는 특히 정상 외에도 각국 수행단만 5000여명이 참가한다. 취재 등록 기자 3708명까지 포함하면 대회 참석 인원만 1만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서울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가자 7600명보다 3000명 정도 늘어난 규모다. 각국 정상이 타고 올 특별기만 44대, 의전차량은 300여대가 투입된다. 오찬, 만찬 케이터링 인력만 600여명이고 통역 인력만 18개 언어 50여명에 이른다. 매머드급 외교 행사인 만큼 정부는 의전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 일정은 오는 26일 오후 4시 30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공식 환영식을 시작으로 진행되며 이 대통령은 입장하는 정상 한명 한명을 일일이 영접하게 된다. 여기에만 1시간 30분가량이 걸린다. 경호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인천공항과 김포국제공항 등에는 국제 테러 인물들이 입국하지 못하도록 대테러 경호와 경비를 강화했다. 정상회의 장소인 삼성동 코엑스 주변에는 3중 경호벽이 설치돼 일반인의 출입이 사실상 통제된다. 경호·경비 인력은 하루 평균 4만여명이 투입될 예정이다. 주로 강북의 호텔에 묵는 정상들의 이동을 돕기 위해 경호 외에 교통 상황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이를 위해 경호안전통제단은 각국 정상 차량을 차량 위치 시스템과 연계해 확인하고 주요 도로의 교통 흐름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정상들의 특별기가 운항되는 인천공항, 김포공항, 서울공항과 행사장, 숙소 간 이동 경로도 시뮬레이션을 거쳐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사설] 사고뭉치 된 고리원전1호 폐쇄 검토할 때다

    고리원전1호기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안감이 극점을 치닫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발전소장과 주요 간부들이 원전 사고 자체를 은폐하기로 결정했다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어제 발표는 고리1호 폐쇄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정밀검사가 필요한 항목만 수십개로 고도의 숙련직도 힘들다는 비상디젤발전기 성능검사 작업을 수습직원이 맡아 충격을 준 데 이어 조직적 은폐 사실까지 드러남에 따라 고리1호에 대한 신뢰는 이제 회복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최근 “당시 외부 전원이 계속 살아 있었고 다른 대체 비상디젤발전기가 가동될 수 있어서 원전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고 했지만 공허하다. 매뉴얼에 나와 있는 대체교류 디젤발전기 작동법조차 몰랐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고리1호는 1978년부터 가동돼 온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노후 원전이다. 설계 수명 30년이 훨씬 넘었지만 2007년 10년 연장운전 허가를 받아 지금까지 크고 작은 사고를 거듭하며 위태롭게 운영해 오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전원 차단기가 과열로 파손돼 고장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12분 동안이나 전원 공급이 완전 중단되는 초유의 블랙아웃 사태를 빚어 충격을 안겨줬다. 한마디로 ‘사고뭉치’다. 그러니 수명 연장 과정의 의혹이 다시 불거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부는 수명 연장을 위한 안전성 평가의 핵심인 원자로 압력용기 감시시편(監視試片) 파괴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자 예외규정을 적용, 비파괴검사(초음파검사)로 대체해 편법 논란을 낳은 바 있다.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는 데 비해 재가동 비용은 10분의1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한 의미 없는 일이다. 소탐대실이다. 수명 연장의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계속 미적거려 더 큰 재앙을 키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노후 원전에 대한 총체적 점검과 함께 폐쇄조치까지 검토해야 할 때다. 그렇다고 야권과 시민사회 한편에서 주장하듯 무조건·무차별적인 원전반대 정책이 맞다는 것은 아니다. 차세대 신재생에너지를 전면 도입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면 원자력은 ‘징검다리 에너지’(bridge energy)로서 그 효용성을 인정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노후시설 폐쇄라는 원전 안전성 문제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본다.
  • “북핵사찰단 파견 IAEA와 협의중”

    미국은 북한에 핵 사찰단을 파견하는 문제를 놓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의를 하고 있으며 IAEA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국무부가 밝혔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IAEA가 북한의 초청 사실을 확인한 보도를 봤다면서 “올바른 결정을 하기 위해 IAEA와 협의하고 있으며 IAEA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IAEA가 초청을 받아들이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IAEA의 결정에 앞서 나가지 않겠다.”면서 “우리의 우려는 이(북한) 정권의 신뢰도와 약속 준수 여부이며 그들도 우리의 우려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뉼런드 대변인은 한·미·일 3자회담에 대해 “아직 날짜는 잡히지 않았지만 늦은 봄쯤 커트 캠벨 국무부 차관보와 상대 측이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의 목적은 북한도 주요 의제지만 역내 이익증진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고리원전 재가동전 비상발전 시동 실패도 숨겨

    고리원전 재가동전 비상발전 시동 실패도 숨겨

    지난달 9일 오후 8시 34분부터 12분간 고리 1호기 원전의 전원이 완전히 차단된 사이에 원자로 냉각수의 온도는 36.9도에서 58.3도로 무려 21.4도 급상승했다. 사용 후 핵연료 저장조의 온도도 21도에서 21.5도로 높아졌다. 사태가 길어졌으면 냉각수가 모두 증발해 방사능 유출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1978년 한국에서 원전 상업 운전이 시작된 이래 가장 위험했던 순간이다. 문병위 당시 발전소장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에서 “비상 발령 및 보고 대상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본사의 안전대책 발표가 있었던 날이었고 심적 부담과 두려움으로 보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조직적으로 은폐를 시도했던 것이다. 원자력안전위가 21일 발표한 ‘조사 결과’는 한국 원전 시스템이 종사자들의 안이한 태도와 도덕적 불감증으로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현장 직원들은 점검 일정을 멋대로 바꿔 안전장치를 소용없게 만들었다. 감시 기능을 해야 할 안전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주재관은 사고를 전혀 눈치채지도 못했다. 중대한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관련자들이 합의하는 데는 불과 40분도 걸리지 않았다. 안전위에 따르면 사고 당일 한수원 직원이 감독하는 가운데 용역회사인 한빛파워 시험원 3명이 발전기 보호계전기 시험을 시작했다. 고리 1호기는 점검을 위해 정지된 상태였다. 3개의 외부 전원 회선 가운데 2개는 정비 중이었다. 오후 8시 34분 시험원이 실수로 보호계전기를 차단하면서 마지막 남은 외부 전원마저 끊겼다. 외부 전원이 끊기면 자동으로 기동되는 비상 디젤발전기 2대 중 한 대는 정비 중이었고 나머지 한 대는 운행되지 않으면서 고리 1호기는 완전히 ‘블랙아웃’ 됐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대체 수동 발전기가 있었지만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았던 작업자들은 외부 전원 중 1개 회선을 연결, 사고 12분 만에 전력 공급을 재개했다. 문 당시 발전소장 등 간부들은 은폐를 결정한 뒤 당시 근무한 발전팀의 모든 운전원 일지에 발전소 정전 사건의 발생 및 복구 일시 기록을 빼도록 했다. 특히 비상 디젤발전기 기동 실패를 감추기 위해 8일 시험에서 기동되지 않은 사실을 적은 시험관리대장 기록도 조작했다. 은폐는 또 다른 은폐를 낳았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실시한 외부 전원 차단 실험에서도 비상 디젤발전기의 시동이 걸리지 않았지만 추가적인 시험에서 계속 정상 가동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이전에 디젤발전기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한 조치였다. 그 결과 지난 4일 비상 디젤발전기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전이 재가동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안전위는 재발 방지를 위해 ▲정기검사 항목 57개를 100개로 확대 ▲전력 계통 시험에 대한 안전기술원 입회율을 50%에서 80%로 높이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용역직원 실수…비상발전 결함…간부들은 은폐…사장님은 늑장

    용역직원 실수…비상발전 결함…간부들은 은폐…사장님은 늑장

    한국수력원자력 김종신 사장은 지난달 9일 발생한 고리 원전 1호기 전력공급 중단 사고와 관련, 지난 10일 보고를 받고도 “11일 오후에야 정전 얘기를 들었다.”며 의도적으로 보고 시점을 늦춘 것으로 드러났다. 고리 1호기의 사고는 작업자의 실수와 비상디젤발전기의 결함, 한수원 임직원들의 조직적 은폐 등 원전 관리의 총체적 부실 탓으로 밝혀졌다. ●한수원 사장도 인지시점 거짓말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강창순)는 21일 서울 종로구 안전위 대회의실에서 고리 1호기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사법기관에 책임자들을 고발하는 등 엄중 문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 당일 발전기 보호계전기 시험 과정에서 용역업체 직원인 작업자의 실수로 외부 전원이 차단된 데다 자동 작동해야 할 비상디젤발전기 역시 시동 자체가 걸리지 않았다. 또 현장 책임자인 문병위 당시 한수원 고리원전본부 제1발전소장은 전원 복구 직후 주요 간부들과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사고 자체를 은폐하기로 결정했다. 한 달간 숨겨졌던 사고는 지난 8일 부산시의원이 고리본부 경영지원처장을 방문해 사고 경위를 확인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주재관 20명→100명 확대키로 안전위는 “김 한수원 사장은 10일 오후 고리본부장으로부터 전화로 정전 사태를 보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11일 고리본부장 등 관계자를 불러 사고에 대한 대면 보고를 받고 12일 오전 안전위 등 정부 기관에 보고했다. 안전위는 이에 따라 현재 20명인 현장 주재관을 100명으로 확대하는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한수원과 고리 원전 관련 진단을 의뢰하기로 했다. 또 ▲현장의 정보와 보고 사항에 대한 24시간 감시 및 자동 통보 시스템 구축 ▲전체 원전을 대상으로 다음 달 말까지 특별점검 실시 ▲사고의 주요 원인인 비상디젤발전기의 공기공급 벨트의 복수화 및 신품 교체 ▲이동용 비상디젤발전기 추가 배치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강 위원장은 “고리 1호기는 완벽한 안전이 갖춰졌다고 판단될 때까지 가동을 허가하지 않겠지만, 폐쇄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정치인의 지조와 소신

    [최동호 새벽을 열며] 정치인의 지조와 소신

    저물 녘 퇴근 시간 바람에 날리는 현수막을 보고 지하철을 탔다. 정치의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 정치의 계절마다 이합집산하는 정치지망생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치란 비정하고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치판은 인정도 눈물도 없는 각박한 살얼음판이라지만 이제는 전후 좌우 상하가 없는 무한경쟁의 각축장이 되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모두가 자신의 당락에만 정신을 쏟을 뿐 누구도 정치의 주인이자 중심이 되는 국민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 정치현실이 혼란스러울수록 정치인의 지조를 떠올려 보는 것은 오늘의 상황이 너무 안타깝기 때문일 것이다. 1960년 자유당 정권의 타락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조지훈은 ‘지조론’을 설파하여 국민적 공감을 얻은 바 있다. 그는 ‘지조란 것은 순일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요, 눈물겨운 정성이며, 냉철한 확집이요, 고귀한 투쟁이기까지 하다. 지조가 교양인의 위의를 위하여 얼마나 값지고, 그것이 국민의 교화에 미치는 힘이 얼마나 크며, 따라서 지조를 지키기 위한 괴로움이 얼마나 가혹한 것인가를 헤아리는 사람은 한 나라의 지도자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그 지조의 강도를 살피려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국회에 진출하려는 지망생들 중에서 과연 확고한 지조를 지닌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하고 반문한다면,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많은 법안들이 국민이 아니라 이권단체의 눈치를 보느라고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국민적 편의를 위해 상정했다던 약사법 개정은 우물쭈물 뒤로 미루고, 자신들의 의원 정족수를 늘리는 데 여야 이의 없이 밀실에서 합의처리를 하는 것 등은 그들이 모두 얼마나 자신들의 이익에 민감한지를 알려주는 증거이다. 면책특권으로 자신들의 비리를 감싸는 것은 물론 도롱뇽이 죽는다며 터널 공사를 막겠다고 입을 모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고, 북송되는 순간 처형될 것이 분명한 탈북동포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던 국회를 보고 있으면 그들이 과연 다음 국회에서도 국정을 제대로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의아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의 상황에서 긴급한 것은 양극화 해결이 우선이겠지만 앞으로 국가적 중대 쟁점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문제나 중국의 이어도 영유권 문제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당장 정권을 잡기 위해 여야 구별 없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복지 문제로 국민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은 건전한 상식을 지닌 국민들에게는 야유와 조소의 대상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난해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건을 충격적으로 목격했음에도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정치인 누구도 이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지훈 선생이 지조론으로 변절한 정치인을 질타할 당시만 하더라도 정치인에게 사회의 지도자로서 기대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도자 대망론이 크게 공명을 얻을 만큼 국가 발전에 대한 국민적 열망도 컸고, 그러한 열망이 20세기 후반 우리나라를 크게 도약시킨 힘이 되었을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정치인에게 지조는 필요없는 것일까. 기회주의적인 정치지망생들이 가득 찬 국가의 미래는 없다. 국가적 현안에 대해 소신을 지닌 정치인들이 국정에 대처할 때 당리당략을 넘어선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란한 구호가 난무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 국민이 내심 간절히 바라는 것은 소신과 지조의 강도를 지닌 정치인이다. 유능하고 참신한 인재를 선택하는 것도 국민적 결단에 의한 것이며, 작은 이익이나 권력을 탐하는 정치지망생을 선택하지 않는 것도 국민의 선택이다. 정치인이 국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심판만이 정치인을 바꾸고 국가를 바꿀 수 있다. 유권자의 한 표 한 표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순간에 서 있다고 생각할 때, 국민을 현혹하는 작은 정치인의 양산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할 큰 정치가가 선택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女과학자·이주여성·탈북자… ‘감동’이 제1덕목

    女과학자·이주여성·탈북자… ‘감동’이 제1덕목

    ‘여성 과학자, 평범한 주부에서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워킹맘’, 국내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탈북자 및 이주여성, 아동 성폭력 문제에 발벗고 나선 정신과 의사….’ 새누리당은 20일 발표한 4·11 총선 비례대표 후보 앞 순번에 ‘감동’을 강조하려 했다. 이공계 우대와 소수자 배려 등의 의지도 깔려 있다. 경제 민주화와 복지, 문화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시대 과제’를 풀어나갈 인물들도 전진 배치했다고 밝혔다. 반면 18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앞 순번에 자리했던 의사·약사·간호사 등 의료계와 법조계, 종교계, 군 장성 출신 등 이른바 ‘기득권층’은 명단에서 후순위로 밀리거나 아예 배제하는 등 나름의 ‘구조’를 돋보이게 하려 애썼다. 감동 인물로는 비례대표 3번을 받은 윤명희 한국농수산식품CEO연합회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가정에만 전념하다 남편의 사업 파산 후 쌀 포장사업을 시작, 지금은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신의진(7번) 연세대 의대 교수는 ‘직업’보다는 ‘활동’ 때문에 발탁된 인물이다. 과열된 조기 교육에 반대하고 정서 발달을 강조하는 ‘느리게 키우기’ 육아법으로 유명하며, 최근에는 조두순 사건의 피해 아동인 나영이와 영화 ‘도가니’의 배경인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의 실제 피해자 등을 치료하기도 했다. 조명철(4번) 통일연구원장과 이자스민(17번)씨도 감동 스토리를 지닌 발탁 인물로 분류된다. 북한 김일성대학 교수를 지낸 조 원장은 탈북자 출신이자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통일정책 전문가다. 영화 ‘완득이’에서 완득이 엄마로도 출연했던 필리핀 출신의 이주여성인 이씨는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은 뒤 가장이자 다문화 가정을 돕는 상담사 등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1번 민병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과 이공계 배려’에 해당한다. 국내보다 국제무대에서 더 유명하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과학기술의 융합과 산업화를 통한 창의국가’를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열었을 때 민 연구위원이 토론자로 참석하기도 했다. 12번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박 위원장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으로, 복지 정책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안 교수는 이른바 ‘박근혜식 복지 모델’의 골격을 짠 인물이다. 이만우(10번)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와 김현숙(13번) 숭실대 교수는 ‘경제 민주화’를 이끌 경제전문가라고 당은 설명했다.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김장실(14번) 전 예술의전당 사장과 박창식(20번) ‘김종학 프로덕션’ 대표 등은 문화 콘텐츠 강화라는 당면 과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위원장이 11번을 받은 것과 관련, 정홍원 위원장은 “박 위원장이 당에 기여할 분들을 우선적으로 배치해 달라고 했고, 말번에 배치하는 것은 ‘국민 협박’이라는 비판도 있는 데다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어 11번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고리원전 불똥튈라” 건설업계 긴장

    고리원전 1호기 사고 은폐 의혹이 외신을 타고 세계 곳곳에 전파되면서 ‘원전 수출’에 나서고 있는 국내 건설업계가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20일 원자력 산업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번 고리 1호기 사고 은폐 사건을 계기로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터키, 베트남, 인도 등에서 한국형 원전의 안전성에 의구심을 가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다행히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등 해외 발주처에서의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계속되는 원전 고장과 사고가 분명히 우리 원전 수출에 악재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진광 지식경제부 원전수출진흥 과장은 “이번 사고 은폐 등을 원전 수주 경쟁국인 일본과 미국 원전 업체 등이 전략적으로 이용, 한국 원전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아무래도 원전의 잦은 고장과 사고는 원전 수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따라서 해외 원전 수주에 나서는 국내 건설업체들은 원전 수주 전략을 한국형 원전의 경제성보다는 ‘안전성’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바꿨다. 또 한국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할 수 있도록 발주처와 긴밀한 대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 원전 건설업계 관계자는 “잇단 국내 원전의 악재를 해외 발주처들이 다 알고 있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한국형 원전의 자체 문제점이 아니라 운영상의 문제점으로 선을 확실히 긋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원전 수주 전략으로 한국형 원전의 안전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 “한국형 원전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발주국 정부와 다양한 채널로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UAE 원전 건설 관계자는 “원전 고장과 관련해 국내 언론에 기사가 자주 나오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행히 UAE 원전 발주처는 국내 기술에 대한 신뢰가 높아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김무환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원전 산업은 사실상 첨단 기술의 집약으로 고부가가치산업”이라면서 “국내 원전 운영자들에 대한 철저한 재교육으로 수치상의 고장정지율 0.1%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더욱 노력해야 제2, 제3의 원전 수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22일 ‘동일본 대지진 1주년’ 포럼

    한일미래포럼(대표 염재호 고려대 교수)은 22일 오후 3시 50분 서울 중구 수하동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한국원자력연구원 후원으로 ‘3·11 동일본 대지진 1주년: 쟁점과 대안’에 관한 포럼을 갖는다.
  • 25일 한·미 정상회담

    이명박 대통령은 오는 26∼27일 열리는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3개국과 릴레이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계획과 비핵화에 대한 해법을 모색한다. 이 대통령은 25일 한·미 정상회담, 26일 한·중, 한·러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강력한 연대를 통해 북한의 광명성 발사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것으로,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간 정상회담은 이번이 11번째로 대통령 임기 중 역대 최다 정상회담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한기간에 전방에 위치한 미군기지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대통령은 오는 24∼29일 6일 동안 미·중·러 정상들을 포함해 모두 27개 국가·국제기구의 정상급 인사 28명과 연쇄 정상회담을 갖는다. 단일 국제회의를 계기로 역대 가장 많은 정상회담을 갖게 되는 셈이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정상급 인사 45명을 포함해 53개국과 유럽연합(EU),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인터폴 등 4개 국제기구에서 모두 58명의 대표가 참석한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새누리 민병주 1번·박근혜 11번, 민주는 전순옥 1번·한명숙 15번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20일 4·11 총선 비례대표 명단을 발표했다. 비례대표 1번에 새누리당은 여성 핵물리학자인 민병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을, 민주당은 전태일 열사의 누이인 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센터 대표를 각각 배치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11번에, 민주당 한명숙 대표는 15번으로 배정했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후보로 46명을 확정했다. 홀수 번호에 배치되는 여성 후보는 주부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윤명희 한국농수산식품CEO연합회 부회장이 3번, 강은희 IT여성기업인협회장 5번, ‘나영이 주치의’인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가 7번, 탁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이 9번을 받았다. 영화 ‘완득이’에 출연한 필리핀 귀화 여성 이자스민씨는 17번이다. 남성 후보는 탈북자 출신인 조명철 통일교육원장 4번, 주영순 목포상공회의소 회장이 6번, 이상일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8번이다. 박 위원장의 앞뒤인 10·12번에는 경제학자인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와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가 포진됐다. 그러나 국민공천배심원단은 공천위 발표 직후 쌀직불금 불법수령 전력이 제기된 이봉화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장(15번)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다. 공천위가 재의 요구를 받아들여 새 후보를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18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22명의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했다. 민주당은 ‘남한 사회주의 노동자 동맹’(사노맹) 사건으로 6년을 복역하고 1980년대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을 3번으로, 인권운동가인 진선미 변호사 5번, 배재정 부산일보 해직기자가 7번, 남윤인순 최고위원이 9번에 포진했다. 남성 후보는 시각장애인인 최동익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상임대표가 2번, 홍종학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 4번, 김용익 노무현정부 사회정책수석이 6번이다. 군 출신으로는 백군기 전 특전사령관이 8번에 배정됐다. 청년대표 비례대표로는 김광진 순천YMCA 재정이사가 10번에 올랐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지낸 김기식 당 전략기획위원장과 도종환 시인은 각각 14번, 16번이 됐다. 1989년 평양 방북으로 옥고를 치른 임수경씨는 비례대표 당선권 끝 번호인 21번으로 이름을 올렸다. 안동환·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원전 감시인력, 美 10%도 안 된다

    원전 감시인력, 美 10%도 안 된다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관리·감독하는 규제 인원이 미국·프랑스·일본·캐나다 등 원전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현장 사고에 즉각 대응하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9일 고리 1호기의 정전 사고를 현장 주재관이 한 달이 지나도록 파악하지 못한 원인 가운데 하나도 규제 인력 문제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19일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따르면 한국의 원전 규제 인력은 안전위 82명, 기술지원 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417명 등 모두 499명이다. 국내 원전이 28기(가동 23기, 건설 중 5기)인 만큼 원전 1기당 정부 관리 인력은 2.9명, 기술지원 기관을 포함해도 17.8명에 불과하다. 18기를 운영 중인 캐나다가 1기당 정부에만 47.2명의 관리 인원을 두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6% 수준이다. 105기의 미국은 1기당 37.7명, 56기의 일본은 21.1명(정부 내 10.4명), 60기의 프랑스는 37.2명(정부 내 7.4명)이다. 원전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원전 운영을 감시하는 주재관 역시 한국은 1기당 0.7명으로 사실상 구멍이 뚫린 상태다. 미국은 1기당 2명, 프랑스는 3.3명, 일본은 2명, 캐나다는 2.8명씩의 주재관을 배치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성 강화와 원전 규제 독립’을 목표로 대통령 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지난해 10월 출범시켰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원자력안전국을 독립시킨 형태다. 그러나 정작 인원을 보강하기는커녕 행정안전부의 ‘선 출범 후 충원’ 원칙에 따라 오히려 인원이 원자력안전국보다 5명이 줄었다. 특히 안전위 본부의 행정 공백을 이유로 각 원전에 파견됐던 주재관 중 8명이 본부 인력으로 재배치됐다. 지난해 말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14개국 규제전문가 등 20명이 참여해 국내 원전들을 살펴본 뒤 보고서를 작성한 IAEA 통합규제검토서비스(IRRS) 수검 당시에도 충분한 인력과 자원 할당이 권고됐지만, 인력 충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원자력계의 한 관계자는 “감시의 최전선에 있는 주재관들이 퇴근하면 이후는 완전한 감시 제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보다는 서류로 올라온 보고서에만 의존해야 하는 등 안전 문제가 심각하고, 비상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이나 보고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씨줄날줄] 위기대응/임태순 논설위원

    위기 극복의 모범 사례로는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이 꼽힌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독극물이 들어간 타이레놀을 먹고 7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존슨 앤드 존슨사는 사건이 터지자 즉시 재고 물량을 처분하고 시중의 타이레놀을 회수한다. 짐 버크 회장이 전면에 나서 사태의 경과 및 진행상황을 설명하며 솔직하고 개방적인 자세로 언론의 협조를 구한다. 뒤에 정신병자가 일부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탄 사실이 밝혀지고, 회사 최고경영자가 정직한 자세로 기민하게 대응한 것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사면서 매출은 다시 사건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이후 타이레놀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관리의 교과서, 고전이 됐음은 물론이다. 고리 원전 사고와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으로 나라가 뒤숭숭하다. 고리 원전 사고는 10여분간 원전 1호기가 가동 중지된 것을 지식경제부 등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한 달간 은폐해 온 것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은 물론 원전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민간인 사찰 사건은 장진수 전 주무관의 폭로로 이 사건에 권력의 핵심부인 청와대가 연루된 정황 및 증언이 제시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은폐·축소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저지르면 일단 숨기고 싶은 것이 사람들의 심리다.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통제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폐는 일시적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으나 오히려 더 큰 화를 부르는 소탐대실의 대응 방법이다. 대중은 거짓말에 대해 더욱 분노하고 감정이 상하기 때문이다. 고리 원전도 초기에 가동 중단된 사실을 알리고 매를 맞았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민간인 사찰 사건도 당시 검찰 수사에서 실체에 접근, 털어버렸으면 이처럼 정권 후반기에 큰 부담으로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초동 단계에서 위기 대응의 핵심은 상황의 전파라고 말한다. 상황을 보고하면 일단 그 일은 자기 손을 떠나 조직 전체가 공유하게 된다. 물론 잘못한 정도에 따라 책임을 지겠지만 한편으로 조직은 집단 지혜를 활용해 사태 해결에 나서게 된다. 상황을 알린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국민에게 진솔한 자세로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깔려 있다. 진솔한 자세는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업이나 정부나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솔직하고 정직해야 국민의 마음과 신뢰를 산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北리용호 “위성발사, 북미합의와 별개”

     중국 베이징을 방문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은 19일 “2·29 조·미합의(북·미합의)와 위성 발사는 별개 문제다.”라면서 “평화적 목적의 위성발사와 관련해 우리에게 이중 기준을 적용하거나 부당하게 자주적 권리를 침해하려 든다면 우리도 할 수 없이 대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며 위성 발사 강행 의사를 밝혔다.  리 부상은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 특별대표와 오후 5시부터 4시간 30분 동안 만찬을 포함한 회동을 가진 뒤 댜오위타이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위성발사는 최근 2·29 조·미합의와는 별개의 문제로 어디까지나 평화적인 우주 개발 권리와 관련된 것이다.”라면서 “우리는 2·29 조·미합의를 끝까지 이행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리 부상은 이어 “2·29 합의 이행을 위한 조치로서 국제원자력기구 감시 구성원들이 우리나라(북)에 오도록 초청도 한 상태다.”라면서 “우리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또 그래서 우리는 2·29 합의가 끝까지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위성발사를 강행하면 미국이 식량 지원을 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며 위성발사는 2·29북·미합의와는 별개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한국 언론사는 서울신문이 유일하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날 회동에서 북측이 중국의 설득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한 것이어서 더 이상의 설득은 의미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리 부상은 이날 회담 의제로 조선반도 평화안전, 핵문제, 6자회담 등이 논의됐다고 소개했으며, 더 이상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앞서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관련국들이 냉정과 억제를 유지하고 사태가 더 복잡한 상황으로 비화하는 행동을 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다음 달 중순 인공위성 광명성 3호를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교도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6일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ITU에 “자체 개발한 지구관측 위성인 ‘광명성 3호’를 다음 달 12~16일 사이에 발사할 것”이라며 이 인공위성의 운용시한은 2년이라고 통보했다.  베이징 주현진·도쿄 이종락 특파원 jhj@seoul.co.kr  
  • 원자력안전위 유명무실

    고리 원전 1호기 사고 은폐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대통령 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부실한 능력이 비난을 받고 있다. 사건을 조사하는 7일 동안 한국수력원자력이 스스로 발표한 사고발생 원인 이외에 추가로 다른 것은 전혀 밝혀내지 못했고, 1호기에 파견된 위원회 소속 주재관이 정전 사실을 알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한 조사도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9일 시민단체와 업계에 따르면 위원회는 전임 발전소장인 문모씨가 정전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내리면서 그의 ‘조사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원전의 기술적 부분 조사는 가능하지만, 보고와 은폐 의혹 등을 밝힐 수 있는 능력이나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신근정 녹색연합 국장은 “‘고리 1호기 안전’이라고 빨간 도장을 찍어 준 위원회가 한 달 뒤에 사고 은폐 의혹을 조사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 같은 현실”이라면서 “위원회는 기술적 오류를 따질 수 있지만 휴대전화 통화기록 조회, 출입카드 분석 등 은폐와 윗선 보고를 파헤칠 수 있는 기본적인 조사 권한도 없다.”고 꼬집었다. 7일째 위원회의 조사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문 전 발전소장의 증언에 따라 윗선 보고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고리 원전에 파견된 위원회 주재관 1명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주재원 4명이 한 달 동안 사고 은폐 사실을 몰랐을까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직원 100여명의 입단속을 했다고는 하나 일반 식당에서 협력업체 직원들이 공공연하게 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할 정도로 소문이 퍼진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안전 감시를 위해 파견된 5명의 기관 직원이 눈치를 채지 못했다는 것은 문제란 지적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고리 원전에 파견된 5명의 주재원이 사고 사실을 알았는데도 눈감고 있었으면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하고 혹시 몰랐더라도 직무유기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위원회가 이들을 명확하게 조사해야 원전 주재원들의 공직 기강이 바로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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