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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빚 못 갚는 가계·기업 급증… 은행, 1분기 연체율 역대 최고

    5대 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 6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리며 실적은 역대 최대를 이어갔다. 하지만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연체율이 일제히 오르며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금리 상승으로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28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팩트북 등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말 원화 대출 연체율 단순 평균은 0.40%로 집계됐다. 전 분기 말(0.34%)보다 상승하며 5대 은행 모두 연체율이 올랐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연체율은 0.35%로 전 분기보다 0.07%포인트 높아졌고, 신한은행은 0.32%로 0.04%포인트 상승했다. 하나은행은 0.39%를 기록하며 2017년 1분기 이후 9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고, 우리은행은 0.34%에서 0.38%로 0.04%포인트 상승했다. 농협은행은 0.55%로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부문별로는 기업대출 부실이 두드러졌다. 5대 은행의 1분기 말 기업 연체율은 단순 평균 0.46%로 전 분기(0.37%)보다 높아졌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0.57%였다. 국민은행의 대기업 연체율은 0.03%에서 0.32%로 급등했는데 이는 2018년 2분기 이후 약 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도 0.61%로 2019년 지주 재출범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가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하나은행 가계 연체율은 0.31%로 역대 최고, 농협은행도 0.46%로 약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부담과 소득 둔화가 겹치며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연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연체 기간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상승세다. 이들 은행의 1분기 말 전체 NPL 비율 단순 평균은 0.37%로 전 분기 말(0.34%)보다 오름세를 보였다. 자영업 침체 영향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 부실채권이 더 늘 수 있어 건전성 관리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 부분파업 돌입·총파업 예고하고… 삼성바이오·삼성전자 노조위원장은 휴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28일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파업은 2011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번 파업은 자재 소분 부문 조합원 60여명이 참여하는 부분 파업 형태로 오는 30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당초 노조는 다음달 1일 2000여명 규모의 총파업을 예고했으나 법원이 의약품 변질 방지 등을 이유로 파업에 일부 제동을 걸었다.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를 활용해 만드는 만큼 배양·정제·충전까지 연속 작업이 필수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대규모 파업으로 공정이 잠깐이라도 끊기는 경우 배양액 오염으로 물량 전체를 폐기해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지난 23일 법원이 파업을 제한하지 않은 공정에 대해서도 품질 리스크를 고려해 달라며 항고한 상태다. 노조는 ‘그룹 내 임금 격차 해소’ 등을 앞세워 평균 14% 수준의 임금 인상과 임직원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지급, 3년간 자사주 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임금 인상률 6.2%를 제시하면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해 12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13차례 교섭을 이어 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부분 파업과 관련해 “회사는 가용 인력을 활용해 대응하고 있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창구를 계속해서 열어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재성 노조위원장은 파업을 하루 앞둔 오는 30일까지 휴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음달 총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의 최승호 초기업 노조위원장 역시 태국으로 휴가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 [사설] 치솟는 연체율… 은행 건전성 ‘뇌관’ 선제적 관리를

    [사설] 치솟는 연체율… 은행 건전성 ‘뇌관’ 선제적 관리를

    중동전쟁 여파로 시장 금리는 오르는데 부실 채권이 빠르게 쌓이고 있다. 5대(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1분기 말 연체율은 0.4%(단순 평균)로 지난해 4분기 말(0.34%)보다 0.06% 포인트 올랐다. 가계 대출보다 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급격히 올라서다. 가계 대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31%로 지난해 5월(0.32%) 이후 가장 높다. 주담대는 담보가 확실하고 상환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안전한 대출로 여겨진다. 지금과 같은 중저금리 상황에서 연체율이 0.3%를 넘어가면 위험신호로 봐야 한다. 연체율은 경기의 후행지표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지만 연체율 상승은 경기 침체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전망도 밝지 않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어제 내놓은 중소기업 동향에 따르면 4월 소상공인 전망 경기동향지수(4.2포인트)와 전통시장 전망 경기동향지수(4.3포인트)가 전년 동월보다 모두 떨어졌다. 유가 상승과 생산자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경영 여건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담대 금리 상승도 가파르다. 한국은행의 ‘3월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를 보면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 올라 4.34%다. 2023년 11월(4.48%) 이후 2년 4개월 만의 최고치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0.11% 포인트 높다. 주담대 잔액이 1171조원(지난해 말 기준)이나 되는데 대출자의 상환 부담은 더 커졌다는 뜻이다. 정부와 금융권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건전성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는 정교한 지원책을 마련하되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은 과감히 구조조정해 제한된 재원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다중 채무의 늪에 빠진 서민들을 위한 채무 조정과 함께 고용·복지 등과 연계된 종합 대책도 다듬어야 한다.
  • [씨줄날줄] 다시 ‘버터’ 대신 ‘총’

    [씨줄날줄] 다시 ‘버터’ 대신 ‘총’

    경제학 원론의 첫 페이지를 장식해 온 고전적 비유가 있다. 한 나라가 가진 한정된 자원으로 국방(총)을 택할 것인지, 민생과 복지(버터)를 택할 것인지 설명하는 ‘총과 버터’의 이론이다. 냉전 종식 이후 지난 30여년간 세계는 이 비유를 조금은 잊고 살았다. 하지만 이 낡은 가설이 현실의 언어로 되살아나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의 최신 보고서는 세계가 다시 군비 확장 국면으로 들어섰음을 보여 준다. 지난해 세계 군사비 지출은 약 4250조원. 11년 연속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는 기록이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복지국가의 상징이던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다. 러시아와 긴 국경을 맞댄 핀란드는 최근 의료와 사회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했다. 병원비는 올리고 약자 지원은 줄여서 짜낸 돈을 고스란히 군비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프랑스도 교사 수를 줄여 국방비를 확보하고 나섰다. 네덜란드는 안보 비용을 국민이 분담하자는 취지의 ‘자유세’ 도입까지 검토하는 중이다. 국가 존립을 위해 버터를 포기하겠다는 선언 앞에 시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핀란드와 프랑스 곳곳에서는 사회안전망 사수를 외치는 시위와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대의를 위해 고통을 참아 내던 민심의 인내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는 것이다. 복지를 줄여서라도 총을 들어야 하는 비정한 선택은 이제 유럽을 넘어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됐다. 아시아의 풍경도 다르지 않다. 중국의 위협 속에 일본은 1958년 자위대 출범 이후 역대 최대로 군사비를 늘렸고, 대만 역시 군비를 기록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한국 또한 70조원이 넘는 국방비를 지출하며 이 거대한 흐름에 올라타 있다. 미국의 안보 우산이 언제 접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동맹국들로 하여금 스스로 무장을 서두르게 하고 있다. 평화가 공기처럼 공짜였던 시절은 지나가고 있다.
  • [황수정 칼럼] 삼성전자 돈 잔치, 李대통령이 막아야 한다

    [황수정 칼럼] 삼성전자 돈 잔치, 李대통령이 막아야 한다

    지난 23일 삼성전자(삼전) 노동조합의 집회는 표정이 달랐다. 피켓 뒤에 숨었지만 어쩌다 카메라에 잡힌 얼굴은 여유만만. 사정을 모르고 보면 놀러 나온 사람들 같았다. 웃는 사람도 많았다. 이런 표정의 파업 집회를 본 적이 없다. 대한민국 연봉 상위 0.1%. 초기업 직원들의 요구는 1인당 성과급 7억원쯤이다. 주지 않으면 이재용 회장 집 앞으로 몰려가서 시위하겠다고 한다. 모든 것이 처음 보고 처음 듣는 ‘사건’이다. 겪어 보지 못한 반도체 호황에 겪어 보지 못한 문제들이 들이닥쳤다. 천문학적 초과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지 사회적 고민을 해 본 적은 지금껏 없었다. 삼전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은 45조원. 이 돈이 어떤 규모인지 짚어 보면 새삼 더 놀랍다. 정부가 온갖 논란 속에 책정한 중동전쟁 추경이 26조원이다. 삼전과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을 합치면 이 돈의 몇 배인가. 성과급 쇼크에 사회가 흥분 상태일 수밖에 없다. “집값 잡기는 글렀다”는 푸념이 흉흉하다. 뭉칫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넘어가지 않게 성과급을 지역화폐로 주라는 말까지 돈다. 결코 우스개가 아니다. 정부가 노심초사하는 집값을 단박에 폭발시킬 뇌관일 수 있다. 이번 파동은 삼전 구성원들이 한밑천 잡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넘어선다. 삼전 노조는 다음달에 18일간 총파업을 하면 30조원의 손실이 날 수 있다고 압박한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협박이다. 따져 보자. 성과급 산정 방식을 놓고 노조가 깨알 간섭하면 원래는 경영권 침해였다. 이제는 정당한 쟁의행위다. 파업으로 천문학적 손실이 난들 사측은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렵다. 쌍용차 47억원, 두산중공업 65억원, 대우조선해양 470억원. 이런 파업 손배는 전설이 됐다. 노조는 리스크를 저울질할 이유가 없어졌다. 파업을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기대값은 무조건 크다. 영업이익 15% 성과급, 상한선 없음. 삼전 노조가 만든 공식은 이후의 모든 노사 교섭 테이블에 기본값으로 올라갈 것이다. 현대차는 영업이익 30%를 달라고 이미 선전포고했다. 그런데도 이재용 회장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민노총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 싶을 것이다. 제 코가 석자나 빠진 야당은 언감생심. 노봉법 책임론에 엮일까 정부와 여당은 전전긍긍, 사기업 노사 문제라는 핑계로 입을 닫았다. 나비효과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갈지 모른다. 부동산, 사교육, 채용 시장의 양극화는 더 깊어질 일만 남았다. 삼전 노조원 평균 나이를 45세로 잡자. 정년까지 성과급 파티를 하겠다면 그 청구서는 누가 받나. 인공지능(AI)에 안 그래도 일자리가 마른 청년들이 받아야 한다. 이대로라면 삼성전자가 한국에서 버티리라는 보장도 없다. 자식들 몫의 노동시장을 아버지들이 탈탈 털어먹는 세대 간 수탈 구조는 끔찍하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50년, 100년을 갈 것도 아니다. 청년 1만명을 채용할 수도 있는 돈을 성과급 잔치로 날리느냐는 개탄이 쏟아지는 이유다. 지난해 네팔의 혁명은 누가 일으켰나. 불평등에 분노한 청년 세대였다. 1분기 성장률이 악재 속에 선방했다. 정부와 청와대는 놓치지 않고 자찬했다. 반도체 덕인 줄 모두가 안다. 그래도 이재명 대통령이 잘해서 그런 것으로 많은 사람은 믿어 주고 있다. 60%가 넘는 고공 지지율이 말해 준다. 이 대통령도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의 성공담을 알고 있을 것이다. 대처는 초강성 탄광노조(NUM)의 악성 파업에 이를 악물고 본때를 보여 줬다. 노조 간부의 면책특권, 노조 의무 가입 조항을 없애 버렸다. 동조·지원 파업도 금지했다. 파격 조치였다. 총파업에 나선 노조에 물러서지 않았고 고통을 참아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국민은 대처 편에 섰고 노조는 1년여 만에 백기 투항했다. 그렇게 대처는 국민을 얻었다. 노봉법 때문에 내부 인력 말고는 대체 근로조차 막혀 있다. 노조의 엄포대로 파업으로 하루 1조원씩 증발할지 모른다. 삼전 파업이 산업계에 나비효과를 일으키면 노봉법 책임론이 계속 커질 수 있다. 그대로 정권 리스크가 된다. 가장 목이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 파업을 막겠다면 긴급조정권을 꺼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임기가 4년이나 남았다. 황수정 논설실장
  • [이광호의 어찌보면] 4월의 애도, 세월호와 홀로코스트

    [이광호의 어찌보면] 4월의 애도, 세월호와 홀로코스트

    당신의 4월은 이미 찬란하겠지만, 죽음을 생각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봄꽃과 연둣빛이 만드는 저 어여쁜 풍경들은 때로 참혹함을 떠올리게 한다. 2014년 4월 16일의 그 봄날은, 수학여행에 들떴던 단원고 학생들에게도 아름다운 날이어야만 했다. 침몰 과정이 실시간 중계되는 잔인한 시간 동안, 국가 시스템의 기만적인 무능은 맨얼굴을 드러냈다. 304명의 희생자가 생긴 그날 이후 12년이 지났지만 애도는 완결되지 못했다. 어떤 애도는 권력에 의해 금지되기도 하고, 어떤 애도는 그 죽음을 아직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끝낼 수가 없다. 죽음의 진실과 의미를 드러내는 무한한 노력만이, 남은 자들의 연대만이 애도를 온전하게 한다. 지겨워서 중지해야만 하는 애도 같은 건 세상에 없다. 세월호와 함께 홀로코스트를 떠올린다. 홀로코스트를 둘러싼 두 개의 기념일이 있다는 걸 최근 알게 됐다. 홀로코스트는 600만명이 희생된 장기간에 걸친 제노사이드다. 제노사이드는 민족과 이념 등의 대립을 이유로 특정 집단을 말살시키는 행위다. 유엔이 공식으로 인정한 1월 27일은 소련군이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수용소를 해방한 날이며 나치의 전쟁 범죄가 알려지는 계기가 된 날이다. 한편 이스라엘은 바르샤바 게토의 유대인 봉기를 기준으로 유대력에 따라 ‘욤 하쇼아’라 불리는 기념일을 지키는데, 올해는 4월 14일이 그날에 해당했다. 우연하게도 올해의 ‘욤 하쇼아’는 세월호 날짜와 가까웠다. 두 기념일은 홀로코스트를 애도하는 다른 방식을 보여 주는 상징처럼 보이기도 한다. 홀로코스트를 인류 보편의 윤리 차원으로 이해할 것인가, 혹은 유대 민족의 박해와 저항의 서사 안에서 볼 것인가 하는 문제 말이다. ●‘생명정치’가 된 홀로코스트 한 민족의 독립과 국가 건설을 위한 열망과 투쟁은 다른 민족의 그것과 동등한 가치를 갖는다. 하지만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은 이른바 ‘정착적 식민주의’에 기반한 것이었고, 그곳에 살고 있던 타민족에 대한 교체와 추방, 정착과 축출의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이산’의 민족이 정착을 위해 또 다른 민족을 내모는 이 참담한 아이러니는, 이 지역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만들어 버렸다. 홀로코스트는 유대인의 생존 의지를 강화하는 역사적 기억의 자원이지만, 팽창적 ‘시오니즘’을 정당화하는 이념적 도구가 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스라엘 건국 초기에는 눈물과 박해의 서사와 결별하고 강인한 국민상을 제시하기 위해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밀쳐 두었다는 점이다. 1961년 아이히만 전범 재판과 1967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이후 역사적 피해자성은 안보 이데올로기의 이념적 자원으로 전환된다. 이스라엘의 역사가인 예후다 엘카나는 아우슈비츠 생존자이기도 하다. 1988년에 발표한 ‘망각의 필요성’은 홀로코스트의 기억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증오와 폭력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담고 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세계 모두가 홀로코스트를 기억할 의무가 있다 해도, 이스라엘은 오히려 망각을 배워야 한다. 홀로코스트의 기억이 국민 의식 깊은 곳에 침투해 국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위험 때문이다. 홀로코스트를 통해 항구적인 피해자의 위치로 자신들을 고정시키면, 군사행동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정당화된다. 피해자의 집단적 서사가 새로운 피해자를 낳는 논리가 될 때, 그 기억은 윤리적인 힘을 상실한다. 주디스 버틀러는 홀로코스트의 기억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죽음을 가리는 데 동원되고, 유대인의 삶만을 ‘애도 가능한 삶’으로 설정하는 차별적인 ‘생명정치’가 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애도는 또 다른 폭력을 중지시키는 윤리적 요청이어야 한다. 한 민족에게 일어난 참담한 비극은 다른 민족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잔인한 역사의 보편적 교훈이다. ‘홀로코스트의 국유화’라고 일컬어지는 국가적 독점화는 타자에 대한 윤리적 감수성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모든 죽음은 등가적” 세월호와 홀로코스트라는 두 사건은 비대칭적이며, 304명의 죽음과 600만명의 죽음은 분명히 같지 않다. 그러나 죽음은 개인들에게는 모두 단 한 번의 돌이킬 수 없는 일인칭의 사건이다. 인간의 존엄은 개별적인 인간들 하나하나의 존엄이다. 이란과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에서 지금 희생되고 있는 민간인들의 죽음도 그러하다. 그중에는 175명의 이란 여학생들의 죽음도 포함되며 4·3 제주와 5·18 광주의 희생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세월호 피해자들의 죽음과 중동 전쟁의 민간인 피해자들의 죽음은 어떤 위계도 없는 등가의 것이다. 저 죽음들에서 아직 비켜 서 있는 우리는, 이런 맥락에서 ‘살아남은 자’라는 위치를 공유한다. 참혹한 기억은 완결되지 않고, 애도는 끝내 완성될 수 없으며, 죽은 자는 산 자의 생을 관통한다. 죽음의 등가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애도를 또 다른 폭력으로 만드는 일을 정지시킨다. 그것이 4월 찬란한 계절에 숨 가쁘게 살아남아 있는 자들의 몫이다.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
  • 영덕 영해읍성·장터거리, 첫 ‘근현대 문화유산 지구’ 만든다

    영덕 영해읍성·장터거리, 첫 ‘근현대 문화유산 지구’ 만든다

    근현대 시범 지구 지정 추진읍성지·관아 터·성곽 흔적 그대로‘3·18 만세운동’은 한강 이남 최대역사·근대 생활상 담긴 문화 자산‘보존·활용’ 시너지 모델 구축읍성·장터거리 25만㎡ 복원·정비근현대 건축물 무분별 변형 자제골목상권 살려 관광객 유입 기대 경북 영덕군이 전통과 근대, 현재를 함께 만날 수 있는 ‘역사 마을 도시’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영해면 영해읍성과 영해장터거리 일원을 전국 최초 ‘근현대 문화유산 지구’로 지정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정 절차에 돌입했다. 영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오랜 세월 쌓인 역사와 주민들의 삶을 보존하고 이를 역사 문화 콘텐츠로 활용해 미래 세대와 공유할 계획이다. 28일 영덕군에 따르면 군은 근현대 문화유산 시범 지구 지정을 위해 관련 용역 착수를 시작으로 지정 타당성 분석, 현장 조사, 주민 의견 수렴, 문화유산위원회 심의 대응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지정 사업은 2024년 시행된 ‘근현대 문화유산의 보전 및 활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으로, 등록 문화유산 집적지를 해당 지구로 지정하고 종합적인 보존·활용과 재정을 지원하는 국가 정책 사업이다. 등록문화유산을 포함해 인근에 근현대 역사문화 자원이 밀집된 지역이나 근현대 역사문화 경관이 뛰어난 지역을 선정해 지정한다. 근현대 문화유산 지구로 지정되는 지역에는 최대 800억원(국비 50%·도비 25%·군비 25%)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비가 투입된다. 군은 국가 등록문화유산인 ‘영해장터거리 근대역사문화공간’을 중심으로 형성된 영해읍성 및 영해장터거리 일원을 대상으로 지구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구역의 역사적 가치와 생활문화 자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효성 있는 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영해면 중심에 있는 영해읍성은 고려 말 축성돼 조선시대까지 행정과 군사 핵심 거점으로 역할을 했다. 동헌과 객사, 향교 등 주요 관아시설이 밀집돼 있었다. 지금도 읍성지와 관아 터, 성곽 흔적 등이 남아 있어 지역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보여준다. 영해장터거리 근대역사문화공간은 2019년 국가 등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1871년 최초의 농민운동인 이필제 영해 동학혁명, 평민 의병장 신돌석 장군의 항일투쟁, 1919년 한강 이남 최대 규모의 3·18 만세운동 등이 일어났던 역사적인 장소다. 근대 상업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하며 형성된 거리로, 당시 건축물과 생활 흔적이 비교적 온전히 남아 있다. 오래된 점포와 골목, 건물 구조 등에 근대 생활상이 묻어나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영덕군 관계자는 “영해면은 조선시대 읍성과 근대 장터 문화가 동시에 공존해 전국에서도 몇 안 되는 역사문화 공간”이라며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해 근현대 문화유산 지구 지정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을 상징하는 영해읍성과 근대 생활상이 남은 영해장터거리, 일제강점기 항일의 출발점이 한데 모인 차별화된 역사문화 자산인 셈이다. 군은 집중관리지역인 ‘읍성 체성 및 성내 행정·주거권’·‘영해장터거리 근대상가·생활권’과 경관관리지역인 ‘해자 및 성외 완충·배수권’ 등 총 25만 7000㎡ 면적에 대해 근현대 문화유산 지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읍성 핵심 권역은 성곽과 방어시설, 성내 행정시설 및 주거지 등이 있다. 군은 전통 읍성의 원형을 조사·발굴해 복원과 정비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영해장터거리 근대상가·생활권을 중심으로는 생활·창업·문화 재생사업을 추진하고, 해자 구간에는 복원과 성외 경관 정비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군은 체계적인 지구 관리를 위해 지구 내 경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수립할 계획이다. 건물 색채와 조명, 간판과 옥외광고물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통일성 있는 경관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재료가 갖는 고유의 색을 연출해 전통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간판의 크기와 수량을 최소화해 건축 요소를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등 지침을 준비 중이다. 특히 근현대 건축물의 경우 필수 요소와 건축 조성 기법을 보존하고, 무분별한 변형을 막기 위한 지침도 수립할 예정이다. 원형 보존이 필요한 등록문화유산의 경우 노후화 및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부분만 리모델링을 허용하고, 부분 보존이 필요한 등록문화유산 및 예비등록문화자원은 기존 형태와 색채 등 상징성을 유지하도록 한다. 일반 주거 및 상업 건축물은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전체 리모델링을 하도록 권장한다. 지역 주민의 자발적인 가이드라인 준수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건축·리모델링 시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심의 기간을 단축한다. 건물 디자인 설계 가이드 및 표준 디자인을 제공하고, 전문가 컨설팅을 통해 효과적인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건축물에 대한 건폐율과 용적률, 높이 제한도 완화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앞서 영해장터거리 일원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각종 사업과도 연계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이곳에서는 2020년부터 오는 2027년까지 근대역사문화공간 활성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영해장터거리 내 문화재 보수정비, 역사경관개선, 3·18 만세운동 활성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 청년 유입 및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이웃사촌마을 사업, 청년 정착 프로그램인 뚜벅이 마을 사업 등과도 연계할 예정이다. 연계 사업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청년·체험·문화 등 각 분야별 지역 주민 주도형으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청년 창업 공간을 추가 조성해 청년 유입과 상권 활성화에 나서고, 각종 체험·교육·주거 공간을 조성해 체류형 관광객을 유치한다. 근현대유산을 리모델링해 문화 테마공간을 마련하고, 지역 축제도 운영하도록 연계한다. 또한 각종 사업 추진이 외형적인 정비 수준에 그치지 않고 주민 삶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진행할 예정이다. 주차장과 편의시설 확충, 숙박 인프라 개선, 해설사 운영 및 주민 교육 등을 병행해 실질적인 주민 편익을 제공하고, 더 나아가 관광객에게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특색 있는 축제와 관광 콘텐츠 개발을 통해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를 늘리고, 관광객 유입에 따른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도 구축한다. 더 나아가 군은 지구 지정과 체계적인 사업 추진을 통해 근대역사문화공간에서 근현대 문화유산 지구로 이어지는 보존·활용·관리의 정책 선도 모델을 구축하고자 한다. 근현대 문화유산의 활용과 정비, 지구 내 도시재생, 주민협의체 운영 등 모델을 정립해 타지역에 적용 가능하도록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또한 규제 중심의 보존이 아닌 적극적인 활용을 통한 인구 유입, 소득 증대, 관광 활성화 등을 실현시켜 역사문화 자산이 지닌 잠재력을 입증할 계획이다. 영덕군 관계자는 “영해읍성과 영해장터거리 일원은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품고 있는 핵심 문화 자산 중 하나”라며 “전국 최초로 추진되는 근현대 문화유산 지구 지정 사업인 만큼 보존과 활용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모델을 구축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 자원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 고유가 피해지원금 전담TF 구성… 주민센터 배치에 전용 콜센터도

    고유가 피해지원금 전담TF 구성… 주민센터 배치에 전용 콜센터도

    금천, 국장급 전원 전담 배치대기 시간 줄이고 애로 해소성북, TF단장 창구 방문 점검고령자·장애인 찾아가 접수도 중동 사태 장기화로 인한 부담을 덜기 위한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가운데 서울 금천구와 성북구 등이 현장 신청 상황을 점검하고 나섰다. 28일 금천구 등에 따르면 1차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첫날인 지난 27일 유성훈 구청장과 국장급 간부진은 정례 간부회의를 하는 대신 지원금 신청이 원활하게 지급되고 있는지를 현장에서 점검했다. 국장급 간부 전원은 주민이 몰릴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10개 동 주민센터에 전담 배치됐다. 이들은 주민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접수 창구 운영 상황과 인력 배치, 대기 동선 등을 밀착 점검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민원이나 애로 사항은 즉시 파악해 대응했다. 직원들도 고령층 등 취약계층이 서류 작성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세심히 살폈다. 유 구청장은 오는 30일까지 동 주민센터를 순회 방문하며 지역 주민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성북구는 지난 27일 최경주 고유가 피해지원금 태스크포스(TF) 단장이 정릉3동, 장위1동, 석관동 주민센터를 차례로 방문 점검했다. 최 단장은 지급 대상자가 많은 지역부터 전담 창구 운영 현황을 확인했다. 성북구는 혼잡이 예상되는 동의 경우 인력 등을 보강할 계획이다. 관악구도 집 근처에서 주민들이 편리하게 신청할 수 있도록 21개 모든 동에 전담 창구를 마련하고 전용 콜센터를 운영 중이다. 구는 고령자나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주민을 위해 직원이 방문하는 ‘찾아가는 신청 서비스’도 운영한다.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중동 전쟁에 따른 고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1차 지급 대상은 신속한 지원이 필요한 기초생활수급자(55만원), 차상위계층·저소득 한부모 가족(45만원) 등이다. 지급된 지원금은 서울 전통시장이나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사업장에서 쓸 수 있다. 1차 지원금은 다음 달 8일까지 동 주민센터 외에도 카드사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앱), 서울페이플러스 앱 등 온라인으로도 신청 가능하고 사용 기간은 8월 말까지다.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10만원을 지급하는 2차 지원금은 다음 달 18일부터 7월 3일까지 신청을 진행한다. 구 관계자는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이 불편함 없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 헌혈하면 ‘전주 수제 초코파이’ 준다

    헌혈하면 ‘전주 수제 초코파이’ 준다

    대한적십자사 전북혈액원이 원활한 혈액 수급을 위해 수제 초코파이를 기념품으로 내걸었다. 5월 연휴 기간 혈액 수급 감소가 우려됨에 따라 전주 명물인 초코파이로 ‘제2 두쫀쿠(두바이 쫀득쿠키) 효과’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전북혈액원은 29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닷새간 전북도 관할 헌혈의 집 7곳(고사·효자·전북대한옥·장동·송천·익산·군산센터)에서 전혈 및 혈소판 헌혈자를 대상으로 ‘풍년제과 우리밀 전주 수제 미니 초코파이’ 증정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봄철 혈액 수급 상황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중 전주를 방문하는 관광객과 전북도민 대상으로 수혈용 혈액 확보를 위해 헌혈 참여를 독려하고자 마련됐다. 행사는 센터별 선착순으로 제품 소진 시까지 진행된다. 전북혈액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기준으로 전북 지역 혈액 보유량은 3.8일분을 기록했다. 적정 기준인 5일분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AB형 혈액 보유량의 경우 2.61일분에 그친다. 보통 1~2월은 한파와 독감 유행 등으로 헌혈 참여가 줄어 혈액 수급이 가장 어렵지만 3~4월에는 헌혈 참여가 늘며 혈액 보유량이 점차 회복되는 흐름을 보여왔다. 하지만 올해는 봄철에 접어들었음에도 헌혈 참여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혈액 수급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김동기 전북혈액원장은 “안정적인 의료 대응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헌혈 참여가 필요하다”면서 “전주국제영화제에 방문하는 관광객과 도민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학생 줄어도 재정은 급증…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 ‘재점화’

    학생 줄어도 재정은 급증…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 ‘재점화’

    내국세의 20.79% 자동 배정 구조기획처, 연동 비율 단계 축소 검토고등교육 예산으로 전환 방안 거론 교육감 후보들, 일제히 우려 표명돌봄·복지·AI 교육 추가 재원 필요개편 두고 부처 간 이해관계 얽혀“李대통령이 구체적 방향 설정해야”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을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관련 논의에 불이 붙고 있다.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일제히 우려 입장을 표명하면서 오는 6월 3일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교육재정 문제가 선거 쟁점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학령인구 감소를 들어 교육교부금 개편을 검토 중이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가 자동 배정돼 재정 규모가 계속 확대되는 구조다. 정부는 이 비율을 단계적으로 낮춰, 확보된 재원을 다른 사업에 쓰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교육감 후보들은 일제히 반대에 나섰다. 유아교육 완전 무상화(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 중학교 1학년생 100만원 지원(안민석 경기도 교육감 후보), 신입생 입학 준비금 30만원 지원(김성근 충북교육감 예비후보)등 교육감 후보들은 예산 확보가 더 필요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1991년 지방교육자치가 시행된 이후 지방교육재정 운용체계를 둘러싸고 교육자치를 일반자치에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2025년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가 교육교부금과 지방교부세를 통합하는 안을 검토하면서 논의가 재점화됐다. 오는 지방선거 이후 이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내국세 연동 방식의 교육교부금 산정 구조 조정이다. 초·중·고등학교 학생 수는 2015년 616만명에서 올해 483만명으로 21.6% 감소했지만, 교육교부금은 39조 4000억원에서 76조 4000억원(추경 포함)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지원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60년 학령인구는 2020년에 비해 44.7% 감소하는 반면, 같은 기간 교육교부금은 3배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교육교부금 불용·이월액이 쌓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OECD 국가에 비해 초·중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공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5’에 따르면 한국의 학생 1인당 초등, 중등 공교육비는 각각 OECD 평균의 155.1%, 179.2%에 달한 반면,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의 68.6%에 그쳤다. 이에 교육교부금을 고등교육 지원 예산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도 대두된다. 이경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고등교육 예산이 현재보단 많이 확충되는 게 한국 교육 생태계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2023년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신설해 일부 교부금을 고등교육 재원으로 전환한 바 있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기계적 개편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교사 인건비, 학교 시설 유지·관리비 등 ‘경직성 비용’이 교육재정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해 감축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가장 크다. 학생 수가 줄었다고 해서 학교나 교원을 비례적으로 감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2만개가 넘는 과밀학급이 여전히 존재하고, 전체 학교 건물의 40%가 3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이라는 통계도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성명에서 “지방교육재정의 약 56%가 인건비이며, 약 80%가 경직성 고정 경비”라면서 “저출생에도 불구하고 학급과 교원을 유지해야 하는 신규 택지개발 지역과 농어촌 소규모 학교가 공존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학령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교육 지원이 필요한 ‘고수요 학생’은 오히려 증가 추세다. 이주배경 학생, 특수교육대상 학생, 기초학력미달 학생 등의 비율이 늘고 있어 맞춤형 교육을 위한 추가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학교의 역할이 돌봄을 포함한 ‘사회안전망’으로 확장되고 있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초·중·고 방과후학교(늘봄학교)의 참여율은 2021년 28.9%, 2022년 36.2%, 2025년 36.7%로 상승세다. 학생의 마음건강 지원 강화, 학교폭력 대응 등 새로운 사회적 요구도 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교육, 고교학점제 도입 등 미래 교육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재정 투입 필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향후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통합)이 본격화될 경우, 연평균 최소 1조 9200만원에서 최대 5조 7500만원에 이르는 추가 재원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때문에 일부 시·도교육청은 지방채를 발행하는 등 재정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입장이다. 부처 간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점도 남은 숙제다. 교부금을 산정·배분·심사·사후관리하는 주무부처는 교육부지만, 현재 개편 작업은 기획예산처가 주도하고 있다. 교부금이 예산처럼 집행돼서다. 교부금이 내국세 연동이라는 점은 재정경제부, 지방재정이라는 점은 행정안전부와 맞닿아 있다. 각 부처는 구체적 개편 방향을 놓고 ‘동상이몽’이다. 기획처는 교육교부금을 ‘고등교육’에, 행안부는 지역균형발전에 쓰길 희망한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개편 방향을 설정하고 힘을 실어줘야 부처 간 충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너의 그라운드, 풀카운트… 야구 드라마도 ‘플레이볼’

    너의 그라운드, 풀카운트… 야구 드라마도 ‘플레이볼’

    프로야구 인기에 힘입어 야구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유혹할 채비를 하고 있다. MBC ‘너의 그라운드’, tvN ‘기프트’, SBS ‘풀카운트’ 등이다. MBC가 올해 드라마 라인업으로 발표한 ‘너의 그라운드’는 배우 한효주와 공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야구와 청춘 로맨스를 결합했다. 2년째 재활 중인 에이스 투수(공명 분)가 변호사 출신 에이전트(한효주)를 만나고 그라운드로 복귀하고자 노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황해연 작가가 극본을 쓰고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를 만든 이상엽 PD가 연출을 맡았다. tvN은 고등학교 야구팀을 소재로 한 국내 첫 드라마인 ‘기프트’를 내놓을 예정이다. 웹툰 작가 정이리이리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했으며, 배우 김우빈이 주연을 맡았다. 불의의 사고 이후 남다른 능력이 생긴 프로팀 야구 코치가 고등학교 야구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들의 블루스’를 만들었던 김규태 PD가 연출을 맡았고 지난 2월 촬영을 시작했다. 내년 방영 예정이다. SBS ‘풀카운트’는 프로야구팀에서 벌어지는 경쟁에 초점을 맞췄다. 김래원이 감독 대행을 맡게 된 코치 역을 소화한다. 배우 유이가 김래원의 아내 역을 맡았다. 배우 박훈은 투수코치로 출연한다. ‘나의 완벽한 비서’를 만든 함준호 PD가 연출하고 다음 달 중 촬영을 시작해 내년 방송될 예정이다. 방송계에서 잇따라 야구 소재 드라마 제작에 나서는 건 최근 이어지고 있는 ‘야구 붐’에 편승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KBO리그는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2024년과 2025년, 2년 연속으로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올해도 최근 최단기간 2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야구 드라마는 경기 특성상 공수교대가 확실하고 심리묘사에 적합한 게 장점이다. 프로야구 인기를 견인하는 20~30대 여성층이 드라마 흥행 주도층과 겹치는 것도 야구 드라마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경기 규칙을 모르면 드라마에 몰입하기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농구를 소재로 한 ‘마지막 승부’(1994)나 야구를 소재로 한 ‘스토브리그’(2019~20) 정도를 빼면 그동안 스포츠 드라마가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은 것도 불안요소다.
  • 소풍 기피 지적한 李… 현장선 “사고 책임 면책”

    최근 학교 현장에서 외부 활동과 체험학습이 위축되는 상황이 교육계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안전사고에 대비한 인력 확충 등 학교 현장의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다음달 내놓기로 했지만, 교사들은 사고 책임에 대한 실질적 보호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8회 국무회의에서 최교진 교육부 장관을 향해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수업의 일부 아닌가”라면서 “구더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 장독을 없애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전사고와 학부모 민원 등으로 수학여행과 체험학습이 줄어드는 현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서울시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수련회 및 수학여행을 실시한 초·중·고교 수는 2023년 758곳에서 2024년 697곳, 2025년 583곳으로 하락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숙박형 체험학습은 53.4%의 학교만 실시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선 사고가 났을 때 교사가 형사처벌 등 모든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현실이 문제라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 지난해 한 초교 교사는 강원 속초 체험학습 현장에서 학생들을 인솔하던 도중, 한 학생이 사망한 사건으로 금고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남의 한 초교 병설유치원 인솔 교사에게는 안전사고 책임을 물어 금고 8개월형이 내려졌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논평에서 “사고 발생 시 모든 법적 책임을 교사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체험학습 정상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전사고에 대한 교사의 책임 면제를 법제화하고, 교육활동 관련 소송 국가책임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게 교총의 주장이다. 교육부는 안전인력을 보강하고, 행정업무 부담을 완화할 대책을 시·도교육청과 논의해 내달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교육청에서 안전인력을 관리하고 있는데 인력 풀을 확대하고, 교사의 체험학습 업무를 경감할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천의 한 초교 교사는 “안전요원이 배치돼도 결국 교사에게 책임이 가고, 행정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교사들이 최종 결정을 해야 한다”면서 “법적 책임이 남아있는 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단독] 공무원연금 ‘밑 빠진 독’ 커진다… 2065년엔 적자만 23조원 돌파

    [단독] 공무원연금 ‘밑 빠진 독’ 커진다… 2065년엔 적자만 23조원 돌파

    2065년에 이르면 대한민국이 1년 동안 벌어들인 부의 0.7%가 공무원연금에 생긴 ‘구멍’을 메우는 데 쓰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공무원의 고용주로서 부담하는 법정 보험료와는 별도로, 부족한 연금 재원을 채우기 위해 투입되는 순수 적자 보전금이 국내총생산(GDP)의 0.69%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드는데 연금 부담은 늘면서 미래 세대의 복지 재원을 잠식하는 ‘재정 블랙홀’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신문이 28일 입수한 공무원연금공단 산하 연금연구소의 ‘공무원연금 장기 재정추계 보고서’를 보면, GDP 대비 적자 보전금 비중은 2025년 0.33%에서 2065년 0.69%로 2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정부가 부담해야 할 9%의 사용자 보험료와는 별개로 오직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추가로 투입되는 재정이다. 적자 규모는 이미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9년 2조 563억원이던 적자 보전금은 2024년 7조 4712억원으로 뛰었고, 지난해에는 8조 6798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향후 증가 속도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2030년에는 10조 7584억원으로 ‘10조원 시대’에 진입하고, 2065년에는 23조 8528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2065년에는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지출해야 할 돈(41조 7530억원)이 보험료 수입(17조 9002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기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낙관적 전망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당장 2025년 보전금만 해도 전년 대비 1조 원 넘게 늘어난 흐름을 보면 실제 재정 상황은 이보다 훨씬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적자 보전금이 정부 재량으로 줄이기 어려운 ‘경직성 의무지출’이라는 점이다. 지출이 늘어 다른 재정 여력이 줄어들면 복지 지출 간 ‘제로섬 경쟁’이 불가피해진다. 이미 공무원들에게 장래에 지급할 연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충당부채는 2024회계연도 기준 1052조 3000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미래의 빚’이다. 이처럼 재정 압박이 커지고 있는데도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직역연금 개혁을 의제에 올리지조차 않았다. 윤 위원은 “반도체 사이클 덕에 세수가 늘어나는 지금이야말로 부채와 의무지출을 관리할 시기”라며 “직역연금 개혁은 외면한 채 국민연금만 손대는 것은 구렁이 담 넘어가듯 상황을 모면하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넷플릭스, 법인세 소송 사실상 승소

    세무당국이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OTT) 업체 넷플릭스 한국 법인에 부과한 세금 대부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넷플릭스 한국 법인이 해외 법인에 지급한 금원을 저작권료로 볼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나진이)는 28일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넷플릭스코리아)가 종로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낸 법인세 등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과세당국이 부과한 762억원의 세금 중 687억원이 취소됐다. 과세당국은 2021년 넷플릭스코리아에 762억원을 과세하면서, 넷플릭스코리아가 네덜란드 법인에 지급한 돈을 ‘저작권 사용료’로 판단했다. 또 넷플릭스코리아가 구입해 설치한 OCA(넷플릭스 캐시 장치)를 실질적 넷플릭스코리아 자산으로 보고 과세했다. 반면 넷플릭스코리아는 해외 법인에 지급한 돈이 ‘사업 소득’에 해당하고, 이는 한국과 네덜란드 간 조세 조약 등에 따라 국내에서 과세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재판부는 넷플릭스코리아의 손을 들어주며 “원고가 지급한 돈을 영상 콘텐츠의 저작권 사용 대가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국내 소비자에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넷플릭스 콘텐츠의 저장이나 전송 등 핵심적인 기능은 네덜란드 법인이 관리 및 통제하고, 국내 법인은 보조적 활동에만 그친다는 판단이다. 또 해외 법인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넷플릭스코리아의 비용 공제와 더불어 일정 영업이익을 보장하고 남은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인데, 산정 방식을 고려할 때 넷플릭스코리아가 독립적으로 저작권을 사용해 수익을 창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OCA를 넷플릭스코리아의 자산으로 보고 과세한 것에 대해서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글로벌 스트리밍 업체가 해외 법인에 준 돈을 저작권 사용 대가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판단한 최초 판결이다. 넷플릭스코리아 측은 선고 이후 “오늘 결정과 무관하게 앞으로도 한국 및 한국 콘텐츠에 대해 기여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 공천 배제된 김용 “백의종군”

    공천 배제된 김용 “백의종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28일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에서 배제되자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부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의 희생이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더불어)민주당의 승리에 밑거름이 된다면 기쁜 마음으로 내려놓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간 김 전 부원장은 경기 지역에 출마하고 싶다며 “저를 외면하면 자기 부정”이라고 당 지도부를 압박해왔다. 그는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은 당의 무공천 입장을 수용하면서도 “저에 대한 기소는 명백한 정치검찰의 조작이자 치졸한 정치 보복이며 제가 여기서 무너지면 곧 조작 수사가 승리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행보에 대해선 “사법부가 조속히 판결해주면 좋겠다. 현실 정치인으로서 계속 정치는 할 생각”이라고 했다. 지도부의 선거 지원 요청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아직) 들은 것이 없다. 요청이 온다면 그것에 맞게 도움 될 일을 하겠다”고 답했다. 당내에선 김 전 부원장의 공천 배제 결정을 수용한 것에 대한 응원이 이어졌다. 김 전 부원장의 기자회견에 동석한 강득구 최고위원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큰 틀에서 당의 판단을 받아들인 김 전 부원장의 결단을 존중한다”며 “민주당은 김 전 부원장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미안하고 감사하다. 머지않아 더 크게 쓰임받을 날이 올 것”이라며 “김용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 조만간 뵙겠다”고 밝혔다.
  •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 “송언석, 선거 지휘해야”… 당권 수싸움 시작됐나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6·3 지방선거 전 조기 사퇴 방안에 소장파 모임 ‘대안과미래’가 28일 반대 입장을 냈다. ‘책임 정치’를 강조했으나 이면에는 지방선거 후 새 국면에서 선출되는 원내대표가 지도 체제를 구성해야 한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국민의힘은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기 전부터 선거 패배를 가정한 ‘포스트 장동혁’ 체제를 둘러싼 수싸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안과미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조찬 모임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책임 정치 차원에서 송 원내대표가 6·3선거 지휘를 할 필요가 있다”며 “그 전에 사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송 원내대표는 다음달 6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출에 맞춰 조기 사퇴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SBS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든지 내가 해야 되는 일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다”며 “현재 원내대표로서 해야 할 일은 이번 선거에 임하면서 당이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동혁 대표도 관련 숙고를 이어 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기 원내대표 선거가 현실화하면 새 원내사령탑 후보로는 5선의 권영세, 4선의 김도읍, 3선 그룹에서는 정점식·성일종 의원이 거론된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와 거리를 둔 ‘지역별 독자 선거대책위원회’가 대세가 되면서 중앙당 선대위 구성에도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송 원내대표는 수도권 다선인 나경원·안철수 의원,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원내대표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기현 의원에게 선대위 합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 40% 수익 약정·18만주 매도 주목… 김건희 시세조종 단죄

    40% 수익 약정·18만주 매도 주목… 김건희 시세조종 단죄

    법원, 주가조작 공동정범으로 인정“마지막 범행기준 공소시효도 남아”“800만원 가방 제공, 단순 친목 아냐”尹취임 전 샤넬백 ‘묵시적 청탁’ 판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통일교 금품 수수,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제공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건희 여사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1심보다 무거운 징역 4년을 선고한 것은 무죄 판단이 뒤집혔기 때문이다.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의 ‘공동정범’이 성립됐고, 2022년 4월 7일 건네받은 샤넬 가방의 대가성에 대한 ‘미필적 인식’도 모두 인정되면서 결과를 갈랐다. 서울고법 형사15-2부(부장 신종오·성언주·원익선)는 28일 김 여사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 선고공판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무죄로 본 1심 판결을 뒤집고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2010년 10~11월 블랙펄인베스트 측에 20억원이 들어 있는 미래에셋대우 증권계좌를 제공하며 주식 거래를 맡기고, 도이치모터스 주식 18만주를 매도한 행위에 대해 시세조종에 가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수익의 40%나 약정한 점에 주목했다. 공범들 사이에서 김 여사가 ‘내부자’ 지위를 인정받았는지에 대해서도 다르게 봤다. 1심 재판부는 2011년 1월 3일 수익금 정산 과정에서 김 여사가 불만을 제기하자 시세조종 세력인 김모씨와 민모씨가 김 여사에 대해 ‘싸가지 시스터즈’라고 언급하며 김 여사를 배제하는 듯한 대화를 나눈 것을 근거로 “시세조종 행위를 함께 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가 매매 차익에 대해서만 수익금 정산을 받은 것도 근거로 봤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정산 과정에 대해 “공범들 사이의 이익 배분을 둘러싼 다툼에 지나지 않는 걸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주가조작 범행의 공소시효도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일련의 시세조종 행위가 포괄일죄(단일하고도 계속된 범의 하에 반복한 여러 행위를 하나의 죄로 처벌)에 해당하며, 이에 따라 마지막 범행 종료 시기를 기준으로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시점에 기소가 이뤄졌다고 봤다. 또 통일교 금품 수수와 관련한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 중 1심에서 “구체적인 청탁이 없었다”며 무죄로 본 약 802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에 대해서도 유죄로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고가의 가방을 단순한 친목 목적으로 교부한다고 보기 어렵고, 윤 전 대통령 측이 대선 과정에서 통일교 측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김 여사가 이른바 ‘묵시적 청탁’을 인지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이 1심 판단 대부분을 뒤집은 것에 비해 형량은 크게 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김 여사의 관여 정도가 반영됐다는 평가 또한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동정범의 경우 가담 수준에 따라 형량을 살피는데, 김 여사는 시세조종을 주도·계획하지 않았고 샤넬 가방 등 금품도 먼저 요구한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이 작용한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이른바 ‘물주’에 대한 양형 기준 등이 약하다는 점에 관해 일선 판사들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다만 주가조작의 주도적 공범들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은 사건이라는 점에서 형이 무겁게 내려진 편”이라고 했다.
  • 재판소원 1호는 ‘공정위 과징금’

    재판소원 1호는 ‘공정위 과징금’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 시행 47일 만에 처음으로 ‘녹십자 백신 입찰 담합 과징금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형사 소송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행정 소송에서는 과징금 부과가 인정되는 등 판결이 엇갈렸는데,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을 하자 이에 제동을 건 셈이다. 헌재는 28일 헌법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 평의 결과 제약사 녹십자가 대법원을 상대로 낸 재판취소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지난달 12일부터 전날까지 총 525건의 재판소원 사건을 접수한 헌재는 6차례 사전심사에 266건을 회부했고 265건을 각하한 끝에 ‘1호 사건’을 지정했다. 녹십자는 2017년 4월부터 2019년 1월까지 HPV4가(가다실) 등 백신 구매입찰 3건에서 백신 도매상을 들러리로 섭외한 뒤 입찰에서 1순위로 낙찰을 받아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58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에 불복한 녹십자가 행정소송을 냈으나 서울고법은 지난해 10월 청구를 기각했고, 대법원도 올해 2월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 사건을 제외한 소송에서 2심 판결에 법리적 잘못이 없다고 보고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민사·가사·행정 사건의 70% 이상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된다. 1994년 대법원 재판을 효율화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판결문에 구체적 이유가 기재되지 않아 당사자들의 불만이 많다. 반면 대법원은 녹십자를 포함한 제약 및 유통업체의 공정거래법 위반 및 입찰방해 혐의 사건에서 지난해 12월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녹십자 측은 지난달 16일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상 심리불속행 기각할 수 없는 사건임에도 기각해 재판청구권과 재산권 등을 침해했다”며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공정위 처분에 관해 판단한 대법원과 형사 재판부가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결론을 내려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취지다. 이에 공정위의 무리한 행정처분이 결국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이 커질 전망이다. 헌법재판관 9명은 본안 심리에서 재산권 및 재판청구권과 같은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았는지, 대법원의 상고 기각 판단이 법률에 따라 이뤄졌는지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헌법연구관 출신 장시원 법률사무소 여운 변호사는 “기존에도 패소 이유조차 듣지 못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며 “헌재의 심리 결과에 따라 심리불속행 기각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가 확인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번 사건에 대해 피청구인인 대법원장, 재판 당사자인 공정위 등에 전원재판부 회부 사실을 통지하고 답변을 요청했다. 법무부 장관에게도 회부 사실을 통지했다. 다만 법원이 관련 사건기록을 어떤 방식으로 헌재에 송부할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법원행정처와 헌재는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협의하고 있지만 보안 문제 등 의견 차이로 구체적인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원재판부 심리 끝에 헌재가 재판을 취소할 경우 후속 절차에 대한 방향성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헌재 관계자는 “전혀 타당성이 없다면 회부하지 않았겠지만 이번 회부 결정이 종국 결정은 아니다”라며 “전원재판부의 판단을 지켜보며 여러 상황을 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 주가조작·샤넬백… 유죄로 뒤집혔다

    주가조작·샤넬백… 유죄로 뒤집혔다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김건희 여사가 28일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1월 28일 1심 판결 후 90일 만에 김 여사는 2년 4개월 더 무거워진 선고 형량을 받아 들게 됐다. 1심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동정범의 지위와 공소시효 도과에 대한 재판부 판단이 뒤집혔다. 재판부는 김 여사를 시세조종 행위에 가담한 ‘공동정범’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시세조종 범행에 필요한 거액의 자금과 계좌를 제공하고 통정매매에 의한 시세조종 행위에 가담했음에도 죄책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서울고법 형사15-2부(부장 신종오·성언주·원익선)는 이날 오후 3시 김 여사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사건의 선고공판을 열고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6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 1점 몰수와 2094만원 추징도 명했다. 다만 특검 구형인 징역 15년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재판부는 김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의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고 했다. 시세조종 세력에 거액의 자금과 계좌를 위탁해 사용하게 하고, 그 수익을 분배했을 뿐 아니라 통정매매에 직접 가담했다고 본 것이다. 항소심은 김 여사가 2010년 10월 22일부터 블랙펄인베스트에 총 20억원이 든 증권 계좌를 제공한 것에 대해, 시세조종에 자금이 사용될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알았을 것이라 판단했다. 수익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면 제공할 수 없는 거액의 자금이라고도 봤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제공한 증권계좌는 블랙펄 측이 시세조종 행위에 이용했고, 도이치모터스 주가 상승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는 2011년 1월 13일 수익 정산과 함께 공모관계에서 이탈했으나, 다른 공범들의 시세조종은 2012년 12월 5일까지 이뤄졌다”며 “포괄일죄에 해당해 공범인 피고인도 죄책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통일교 측으로부터 현안 청탁과 함께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는 2심에서 모두 인정됐다. 통일교 관련 알선수재 혐의 중 1심에서 구체적인 청탁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가 나왔던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전 800만원 샤넬 가방 수수’ 부분이 유죄 판정을 받았다. 2심은 “건진법사 전성배라는 별도의 전달 창구가 있는 상태에서 명시적인 청탁 내용이 없었던 것은 외려 자연스러운 측면도 있다”면서 “(김 여사가) 묵시적 청탁 의사가 있음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1심의 무죄 판단이 유지됐다. 재판부는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해 재산상 이익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무상 여론조사를 대가로 김 여사가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약속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봤다. 고개를 숙이고 판결을 듣던 김 여사는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판단이 1심 무죄와 달리 일부 유죄로 나오자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개를 더욱 숙였다.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 선고 이후에는 눈을 찡그렸다. 판결이 끝난 뒤에도 김 여사는 찌푸린 인상을 유지했고, 퇴정 과정에서 비틀거리다 교도관들의 부축을 받았다. 한편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2심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 “미사일 대신 함포 쐈다”…美구축함, 이란 선박 엔진룸 겨냥한 이유 [밀리터리+]

    “미사일 대신 함포 쐈다”…美구축함, 이란 선박 엔진룸 겨냥한 이유 [밀리터리+]

    미사일과 드론이 현대 해전을 지배하는 시대에도 군함의 함포는 사라지지 않았다.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이 이란 선박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127㎜ 함포로 엔진룸을 겨냥한 사실이 군사전문매체들 사이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수백만 달러짜리 미사일을 쓰는 대신 함포탄으로 선박의 추진력만 제거한 사례였기 때문이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에 따르면 미 해군 구축함 USS 스프루언스(DDG-111)는 지난 19일 북아라비아해에서 이란 국적 선박 M/V 투스카를 차단했다. 이 선박은 이란 반다르아바스항으로 향하던 중이었고 미군은 투스카가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를 위반하려 했다고 밝혔다. 당시 미군은 투스카에 여러 차례 경고를 보냈지만, 선박은 약 6시간 동안 지시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스프루언스함은 투스카 승조원들에게 엔진룸에서 대피하라고 통보한 뒤 함정에 장착된 Mk 45 127㎜ 함포로 엔진룸을 겨냥해 사격했다. 중부사령부는 이 사격으로 투스카의 추진력이 무력화됐고 이후 미 해병대 31해병원정대가 선박에 승선했다고 설명했다. ◆ 미사일 대신 127㎜ 함포…목표는 ‘격침’이 아니었다 이번 작전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미 해군이 미사일이 아니라 함포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스프루언스함은 이지스 전투체계를 갖춘 알레이버크급 유도미사일 구축함이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각종 함대공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지만, 이번 차단 작전에서는 함수에 장착된 Mk 45 127㎜ 함포가 선택됐다. 이 선택은 작전 목적과 맞닿아 있다. 미군의 목표는 투스카를 침몰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선박 전체를 파괴하면 승조원 피해와 해양 오염, 외교적 파장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엔진룸을 비워둔 뒤 추진 계통만 무력화하면 선박을 세운 채 승선 검색을 이어갈 수 있다. 미 군사전문매체 워존(TWZ)은 미 해군 함정이 다른 선박을 상대로 함포를 실전 발사한 것은 현대 해전에서 매우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1988년 페르시아만에서 벌어진 ‘프레잉 맨티스’ 작전 이후 거의 40년 만에 나온 사례라는 점을 짚었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해상 검문이 아니라 실전적 함포 운용 사례로 거론되는 이유다. ◆ 아미 레코그니션 “정밀 함포 사격의 드문 실전 사례” 아미 레코그니션은 이번 작전을 현대 해상 차단 작전에서 함포의 가치가 다시 드러난 사례로 평가했다. 이 매체는 스프루언스함의 사격을 “고위험 해상 차단 작전에서 정밀 함포 사격이 실제 전투적으로 사용된 드문 사례”로 해석했다. 단순히 선박을 향해 무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해상 요충지에서 통제된 힘을 적용하면서 확전 위험을 관리한 장면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아미 레코그니션은 비폭발성 탄 사용에 주목했다. 폭발탄으로 선박을 파괴한 것이 아니라 엔진룸에 운동에너지 충격을 가해 추진 계통을 멈춰 세웠다는 설명이다. 이 방식은 화재나 2차 폭발, 침몰 위험을 줄이면서도 선박의 항해 능력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한적 무력 사용의 사례로 평가된다. 이 매체는 Mk 45 127㎜ 함포를 단계적 대응의 핵심 수단으로 봤다. 경고와 정선 명령, 제한적 사격, 승선 검색으로 이어지는 해상 차단 작전에서 함포는 미사일보다 부담이 작고 통제 가능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함포는 ‘구식 무기’가 아니라 격침과 방치 사이의 중간 선택지를 제공하는 장비로 재평가됐다. ◆ ‘구식 무기’ 아니었다…드론·미사일 시대의 함포 재발견 함포는 한때 군함의 주무장이었다. 하지만 대함미사일과 함대공미사일, 장거리 순항미사일이 등장하면서 중심 무기 자리에서 밀려났다. 현대 구축함의 전투력은 수직발사관과 레이더, 미사일 방어 능력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함포는 여전히 군함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유는 분명하다. 미사일보다 저렴하고 대응 속도가 빠르며 제한된 목표를 선택적으로 타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상 차단 작전에서는 상대 선박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고 멈춰 세워야 하는 상황이 많다. 이때 함포는 미사일보다 정치적·군사적 부담이 작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함포의 재평가는 대형 함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드론과 해상 무인정이 함정을 위협하는 시대가 되면서 각국 해군은 76㎜ 이하 속사포와 근접방어체계 개량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값비싼 미사일로 저가 드론을 요격하는 방식에는 비용과 수량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 함포의 가치는 ‘적 함정을 격침하는 주무장’에서 ‘위협 수준에 맞춰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해상 드론과 자폭 드론은 함정의 새로운 위협으로 떠올랐다. 러시아 흑해함대 함정들이 우크라이나 해상 드론 공격을 받고 손실을 입으면서 저가 무인체계가 대형 함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등 주요국은 76㎜ 함포와 35~40㎜급 속사포, 전방분산탄 등을 활용해 드론 방어 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함포 체계를 개량하고 있다. Mk 45 127㎜ 함포는 미 해군 구축함과 순양함에 널리 탑재된 대표적 함포다. 대수상전과 해안 표적 공격, 경고 사격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이번 작전처럼 상선의 추진 계통을 겨냥하면 격침보다 낮은 수준의 무력 사용으로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 6시간 버틴 이란 선박…봉쇄 작전 긴장도 커졌다 이번 사건은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가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물리력 행사 단계로 들어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투스카는 미군의 정선 명령에 장시간 응하지 않은 끝에 함포 사격을 받았다. 이후 미 해병대가 선박에 승선했고 선박은 미군 통제하에 놓였다. 미국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과 오만만 일대에서 이란 관련 선박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봉쇄 조치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크게 줄었고 일부 이란 유조선이 회항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해상 교통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투스카 차단 작전은 미국의 봉쇄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됐다. 다만 함포 사용은 그 자체로 긴장 수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선박을 침몰시키지 않았더라도 군함이 상선을 향해 직접 사격했다는 사실은 이란과 미국 간 충돌 위험을 키울 수밖에 없다. 아미 레코그니션이 이번 작전을 ‘확전 통제’의 사례로 본 것도 이 때문이다. 강한 군사적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미사일 공격이나 격침으로 이어지는 더 높은 단계의 충돌은 피했다는 해석이다. ◆ 비싼 미사일보다 싼 함포탄…해상 차단의 현실적 선택 이번 작전은 현대 해군이 왜 여전히 함포를 포기하지 않는지 보여준다. 수백만 달러짜리 미사일은 고가치 군사 표적을 파괴하는 데 적합하다. 그러나 상선이나 유조선처럼 민간 승조원이 탑승한 선박을 멈춰 세우는 임무에는 지나치게 강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반면 함포는 경고 사격부터 제한 타격까지 단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함정 지휘관 입장에서는 상대가 명령에 불응할 때 곧바로 미사일을 쏘는 대신 함포로 압박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 이번처럼 엔진룸만 겨냥하면 선박을 침몰시키지 않고도 항해 능력을 빼앗을 수 있다. 결국 투스카 차단 작전은 ‘낡은 무기’로 여겨졌던 함포의 현실적 가치를 드러낸 장면이었다. 드론과 극초음속 미사일, 장거리 정밀타격 무기가 주목받는 시대에도 해상에서 선박을 멈춰 세우고 통제해야 하는 임무는 사라지지 않았다. 미 해군이 이란 선박을 상대로 미사일 대신 127㎜ 함포를 꺼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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