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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율전쟁 미중 ‘석유전쟁’도 벌이나…중국, 美제재 이란 원유 수입 계속

    환율전쟁 미중 ‘석유전쟁’도 벌이나…중국, 美제재 이란 원유 수입 계속

    “중국, 이란 원유 7월 440만~1100만 배럴 수입”“이란원유 수입, 美대외정책 훼손… 관세완충 효과”‘양날의 검’ 지적…“中, 통제 못하는 파트너 도입”“내년 유가 60달러… 석유전쟁시 30달러 전망”美, 이란 원유 수입국에 “제재” ···中, 미원유 차단도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촉발한 환율전쟁이 석유시장에도 영향을 미칠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이 지난 5월 중국과 일본 한국 등 8개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에 대한 제재 면제 조치를 끝냈지만 중국이 여전히 대량의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조사에서는 중국이 원유를 비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서도 내놓았다. 환율전쟁에 대한 반발로 중국이 미국 보란듯이 이란산 원유를 공개적으로 대량 수입하거나, 미국이 이란산 석유를 수입한 기업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단행할지가 초미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유조선 이동을 추적하는 기업들의 보고서를 인용, 지난달 이란산 원유 440만배럴에서 1100만배럴이 중국으로 들어갔다. 이는 하루 평균 14만 2000배럴에서 36만배럴에 해당하는 양이다. 상단 숫자는 7월 중국의 원유 수입이 제재에도 불구하고 연초의 절반에 이르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에서도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은 지난 5월 하루 24만 7000배럴을 기록하며 9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국은 미국과 아찔한 관계에도 원유를 계속 수입하고 있다. 이는 이란 제재를 통해서 석유 수출의 목줄을 죄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 정책을 방해하는 것으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미중 간의 무역분쟁을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란 원유 수출 물량의 50~70%가 중국으로 유입되고, 나머지 30%는 시리아로 흘러간다고 로이터는 추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면 내년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의 세계 경제연구소가 지난 2일 “내년도 북해산 브렌트유를 배럴당 60달로 잡고 있다”며 이같은 예측을 내놨다. 보고서는 “(이란산 원유를 수입한다는 중국의) 결정은 미국의 대외정책을 훼손하고, 미국의 관세 인상에 의한 중국 경제의 부정적 부분을 완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중국의 이란 원유 수입은 ‘양날의 검’이 될 것이란 진단도 나왔다. 에미리트 NBD은행의 에드워드 벨 상품연구 이사는 “이란은 미국의 제재를 위반하든지 그렇지 않든지 간에 원유 생산을 확대한다는 면에서 환영할 것이지만 중국은 통제 장치가 없는 파트너(이란)를 끌어들이는 전략이기 때문”이라고 CNBC의 캐피털 커넥션에서 말했다. 그는 “이란과 중국과의 원유 거래에 초점을 맞출 다른 산유국이 있다”며 “이란의 원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을 막기 위해 이라크나 사우디아라비가 수출 물량을 할인하는 방법으로 개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은 전통적으로 이란 석유의 최대 고객이자 미국의 제재에 맞서왔다. 그러나 제재 우려로 중국 정유사가 이란과의 거래를 자제했던 지난 6월 하루 21만배럴 전후로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낮았으며, 전년도의 60% 이하였다. 중국 해관은 이달 마지막 주에 7월 수입에 대해 원산지 별로 세부 사항을 공개할 예정이다. 중국의 7월 원유 물량 가운데 얼마가 소비자들에게 팔렸고, 저장 탱크에 비축하는지에 대해 불분명하다. 지난해 말 이후로 약 2000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가 북동부 다련항에 들렀다가 저장 탱크로 갔다. 해관 당국은 입항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공개하지 않지만 원유 정보 분석기업들이 유조선의 이동을 추적한 것이다. 데이터 제공회사인 리피니티브(Refinintiv)의 조사에 의하면 7월에는 이란 국영유조선회사(NITC)가 운영하는 5척이 958톤의 원유를 중국 북동쪽 진저우항과 남쪽 후이저우항, 북쪽 톈진항에 하역했다. 진저우, 후이저우, 톈진에는 정유 시설이 있으며, 국영 회사인 중국석유화공(시노펙그룹)와 국영석유천연가스(CNCP)가 소유한 상업 저장고가 있다. 다른 많은 국가와 마찬가지로 비상시를 대비한 국영 비축시설도 이들 도시에 있다. 지난달 29일 영국 런던에 있는 에너지 데이터 기업 케이플러는 보고서를 통해 진저우 지하 비축시설에 저장된 석유는 600만배럴에 이르며, 이는 6월 중순의 320만배럴에서 늘어난 것으로 밝혔다. 보고서는 “이란산 원유가 흘러들어간 결과”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달 하루 36만 배럴의 이란 원유가 중국에 전달되었다고 추산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또다른 에너지 정보기업인 보르텍사는 7월에 중국으로 들어간 물량은 440만배럴이라고 장담했다.베이징이 이란산 석유를 저장시설에 비축할 경우 제재를 적용하겠느냐는 질문에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에 실질적으로 타격이 되는 제재를 부과할 방법을 계속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워싱턴은 지난달 중국 국영 석유거래회사인 주하이 전롱에 대해 이란산 석유와 관련한 규제 위반으로 제재한 것을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제재 전문가 엘리자베스 로젠버그는 “원유의 주인이 바뀌거나 심지어 비축시설에 저장되면 구매자는 제재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를 반대하며 “역외 관할” 을 비판하고 있다. 자다오중(査道炯) 베이징대 국제정치경제학과 교수는 “엄격하게 말해서 국제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중국이나 다른 국가들은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를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제재 대상인 이란 원유를 수입한 기업이나 금융기관, 국가가 미국에서의 경제활동에 제재를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이란특별대표는 지난 6월 “우리(미국)는 어떠한 이란 원유 수입이라도 제재할 것”이라면서 “현재 유효한 (이란산) 석유 제재 면제권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제재에 중국은 미국산 원유 수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석유전쟁에 나설 수도 있다. 중국 구매자들이 석유 부족에 반발하겠지만, 이를 대비해 중국이 석유 비축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16년 만에 다시 받을 미국의 파병 청구서… 제2의 이라크戰 될까

    16년 만에 다시 받을 미국의 파병 청구서… 제2의 이라크戰 될까

    미국이 또다시 한국에 공식적으로 해외파병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다국적방위연합체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연합체에 대해 “일본, 한국처럼 이 지역에 이해관계가 있고 상품과 서비스, 에너지를 운반하는 나라들이 그들의 경제적 이익을 지키는 차원에서 참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고 미 국무부가 전했다.한국은 미국의 요청으로 2003년 이라크에 자이툰 부대를 파병한 이래 16년 만에 다시 미국으로부터 해외파병 요청을 받았다. 미국의 다국적방위연합체 구상은 최근 이 지역을 운항하는 유조선들이 이란으로부터 공격을 받거나 이란군에 의해 나포되면서 안전이 크게 위협을 받는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물론 이란 정부는 유조선 피격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영국 유조선을 나포한 것은 영국이 먼저 이란 유조선을 나포한 데 대한 대응이라고 반박한다. 진실이야 어찌 됐든 간에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이 예전보다 훨씬 더 위험해진 것만은 사실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최고의 유전지대인 페르시아만에서 석유를 실은 유조선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길목이다. ●英 유조선 나포 후 호르무즈 해협 불안 가중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요청을 피할 명분이 별로 없다. 사실 파병을 요청한 미국은 중동산 원유에 별로 의존하지 않는다. 셰일오일 산출량이 크게 늘면서 미국은 자국 소비 석유 가운데 20% 정도만을 중동에서 수입한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 액션을 취하는 건 정치적인 이유다. 반면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 역시 중동산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80%를 넘는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의 안전은 한일에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호르무즈 해협 사태를 미국에 맡기고 우리는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이란과 오랫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일본은 미국의 요청이라지만 선뜻 해상자위대를 이란 앞바다에 파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본 언론은 일본이 파병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니 미국의 요청에 대한 한국의 반응은 더더욱 무게감을 지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트럼프 파병 요청 거절 쉽지 않을 듯 만일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대로 호르무즈 해협에 병력을 보내게 된다면 우리의 관심은 무엇보다 파병부대의 안전에 쏠릴 것이다. 그리고 안전의 최대 변수는 전쟁 발발의 유무다. 과연 호르무즈 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미국과 이란 간에 전면적인 전쟁이 벌어질 확률은 낮다. 크게 세 가지 이유다. 첫째, 미국의 동맹인 유럽이 전쟁을 꺼린다. 전쟁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에 모든 것을 돈으로 계산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으로 전쟁을 벌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누군가 비용을 나눠 부담해야 한다. 미국으로서는 최대의 파트너가 유럽이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 가운데 누구도 이란과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 주도로 이란 정부와 맺은 핵합의를 유럽 국가들은 어떻게 해서든 유지하고자 안간힘을 쓴다. 왜 유럽은 이란과의 전쟁을 꺼릴까. ‘이라크 학습효과’ 때문이다. 2003년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 주도하에 벌어진 이라크 전쟁은 애초 미국이 이끄는 다국적군이 쉽게 이라크 정부군을 제압하고 상황을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투는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였지만 전후 재건 과정에서 늪에 빠졌다. 미국의 기대와는 달리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주도하는 이라크의 신정부는 정국을 장악하지 못했고 권력에서 밀려난 수니파 병사들이 급진 이슬람주의 세력에 흡수되면서 테러와 반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라크는 해법이 보이지 않는 혼란 상태가 지속됐다. 그 과정에서 많은 미군 사상자가 발생했고 미국이 감당해야 할 비용은 계속 늘어만 갔다. 결국 오바마 정부는 이라크에서 철군을 결정했다. 2011년 ‘아랍의 봄’이 시리아까지 번지자 이라크에서 세력을 확보한 이슬람 급진단체들은 시리아로 침투해 더욱 기승을 부리며 미국의 안보를 크게 위협했다. ‘이슬람국가’(IS)도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성장했다. 중동에서의 전쟁과 혼란은 난민을 낳았고, 이 난민들은 유럽으로 밀려들었다. 이와 더불어 이슬람 급진단체를 배후로 하는 각종 테러로 유럽은 공포에 떨었다.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전쟁은 유럽인들에게 악몽 그 자체였다. 유럽인들에게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대립은 과거 이라크 전쟁의 악몽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만일 이란과 미국이 전쟁을 벌인다면 중동 지역이 최대 피해자가 될 테지만, 그다음 피해자는 유럽이 될 수밖에 없다. 대서양 건너에 있는 미국보다 지리적으로 중동과 훨씬 인접한 유럽이 난민과 테러로 몸살을 앓을 것이다. 유럽 국가들로서는 이란 정부를 무너뜨리는 것보단 현상 유지를 하면서 핵개발을 통제하는 편이 훨씬 이득인 셈이다. 그래서 독일 등은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방위연합체 대신 유럽이 독자적으로 방위연합체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미국의 호전적인 대이란 정책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러시아 개입 땐 미국 일방적 승리 장담 못 해 둘째, 러시아가 이란을 지원할 가능성도 높다. 만일 러시아가 이란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면 전쟁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승리한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라크 전쟁과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는 의미다. 과거 걸프전과 이라크 전쟁을 미국이 주도할 때 러시아는 뒷전에 물러나 있었다. 무너지기 직전의 소련이나 블라디미르 푸틴이 갓 집권한 혼란기의 러시아로서는 해외전쟁에 개입할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시리아 내전을 계기로 러시아는 중동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란과 한 팀이 돼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했다. 이들은 미국의 지원을 받은 반군과 쿠르드 민병대를 꺾고 결국 시리아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후 이란과 러시아의 관계가 조금 경색되는가 싶었는데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이 긴박해지자 이란 정부는 다시 러시아에 SOS를 쳤다. 그 결과물로 러시아 해군과 이란 해군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군사훈련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타이밍이 모든 걸 말해 준다. 한창 이란을 압박하는 워싱턴을 향해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오판하지 말라. 러시아는 이란이 서방세계에 공격당하는 것을 지켜만 보지 않을 것이다.” ●러, 2010년 ‘아랍의 봄’ 사태로 중동에 관심 러시아가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중동 정치에 끼어드는 것일까. 돌아보면 2010년 ‘아랍의 봄’이 전환점이었다. 멀리 북아프리카에서 시작된 ‘혁명’의 불길이 홍해를 건너 아라비아반도에 상륙하더니 시리아까지 뒤흔들었다. 푸틴이 보기에 아래로부터의 반정부 투쟁이 점점 러시아 근처로 몰려오는 모양새였다. 아랍의 독재자들이 넘어지면 다음으로는 이란이나 중앙아시아 국가가 영향을 받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도 안심할 수 없었다. 특히 러시아에는 1500만명이 넘는 무슬림 인구가 있다. 이들이 급진 이슬람주의의 영향을 받게 된다면 러시아의 내정도 불안해진다. 이에 푸틴은 단호하게 시리아에 개입했다. 전쟁이 아무리 참혹해져도 푸틴의 권좌를 위협하는 아래로부터의 저항의 불씨가 러시아로 번지지 못하도록 완전히 꺼 버리겠다는 심산이었다. 동시에 아랍의 봄을 빙자해 중동 지역 안보와 경제적 이권에 개입하는 미국과 서방세계의 영향력도 차단하고자 했다. 러시아에 있어 중동은 정치·군사적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존재다. 러시아의 최대 수출품목인 천연가스와 석유 가격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러시아 경제의 가장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만일 미국이 중동을 장악해 석유와 천연가스의 국제시세를 의도적으로 낮춘다면 러시아는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미국의 제재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진 러시아로서는 천연가스와 석유의 가격을 지켜 내기 위해서라도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경제에 긴요한 사안이다. 이러한 종합적인 판단의 결과 러시아는 이란과 함께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했고 시리아 내전에서 최후의 승자가 됐다. 지상군 투입을 꺼리며 점차 시리아에서 발을 뺀 미국은 중동에서의 영향력이 크게 축소된 반면 러시아는 중동 정치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과시하는 역외 행위자로 자리잡았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러시아·이란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리아 내전으로 확보한 중동 지역 내 영향력을 잃지 않겠노라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만일 이란이 미국과 서방세계의 영향력에 들어간다면 러시아로서는 턱밑에 칼이 겨누어지는 형국이 된다. 그 위협을 가만히 앉아서 당할 푸틴이 아니다. 만일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이 이란을 침략하면 러시아는 군사적 개입을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이 이러한 상황을 모를 리 없다. 이란과의 전쟁에서 얻는 이익이나 명분이 러시아와의 충돌을 감수할 만큼 크다고 보기 어렵다.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셋째, 이란은 다른 아랍 국가들과는 달리 오랜 정체성을 간직한 민족국가다. 따라서 외국의 군대가 전투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이란의 국민적 저항과 반발을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쉽게 이라크와 비교해 보자.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과 프랑스의 이해관계에 따라 건국돼 시아파-수니파-쿠르드로 정체성이 삼분돼 있는 이라크와 달리 이란은 최소 500년, 최대 수천년간 ‘페르시아’라는 정체성을 이어 온 민족국가다. 이란인들은 중동의 아랍 국가들에 대해 늘 약을 올리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너희의 국경은 제국주의 국가들이 만들어 준 것이지만 우리 국경은 역사적으로 자연스레 형성된 것이다.” ●이라크와 달리 전쟁 이겨도 기대효과 낮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은 비주류인 시아파 및 쿠르드와 손잡고 지배세력인 수니파를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란은 서방국가들이 무력으로 제압한다고 한들 현 집권세력을 대체할 만한 대안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이란의 이슬람 신정주의에 반발하는 세속주의 세력일 텐데, 그들조차도 과거 서구 제국주의에 의해 침탈당했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있기에 미국의 우호세력이 되기 어렵다. 요컨대 유럽이 미국을 도와 이란 정부군과 싸워 이긴다고 한들 그 이후에 친서방 세력이 이란에 세워지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미국과 유럽으로서는 치러야 하는 비용 대비 기대되는 효과가 낮은 전쟁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낮다. 물론 이란에 적대적인 이스라엘이나 미국과 이란의 강경파 등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요소들도 존재한다. 또 파병부대가 국지적인 충돌에 휘말릴 가능성 또한 무시할 수 없기에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여러 상황이 미국과 이란 간의 전면전 가능성을 낮게 가리키고 있다는 것은 이 지역에 파병하게 될지도 모르는 우리로선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다. 박정욱 MBC 라디오 PD ■박정욱 MBC 라디오 PD는 ‘중동은 왜 싸우는가’ 저자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양희은 서경석의 여성시대’, ‘배철수의 음악캠프’ 등을 담당했다. 고려대 정치학 석사.
  • 美 첨단무기 제공·중동항로 안전 확보…이란과 뜻하지 않게 전쟁 휘말릴 수도

    靑 “국익 기준으로 파병 여부 결정할 것” 국방부 “구체적 안 없어… 오래 걸릴 듯”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아덴만 해역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파병이 한국에 미칠 득실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와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국익의 기준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요청을 수용해 파병이 이뤄진다면 각종 외교 현안에서 미국의 협조를 받기가 더 원활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미국이 파병의 대가로 그동안 판매를 꺼렸던 첨단무기를 한국에 제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최근 아덴만 해역에서의 해적 활동도 지리멸렬한 상황이라 청해부대의 병력 운용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미국을 비롯해 참여국들과의 안보 협력 강화도 분명한 이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한국은 원유를 수입할 때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의존도가 다른 나라보다 높아 경제적 안정을 위해서도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이 필수적이란 주장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20~30%가 오가는 통로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의 경우 수입 원유의 72%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가져오고 있다”며 “국내 석유 유통과 직결되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가장 큰 걱정거리다. 우리로서는 뜻하지 않게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원유를 비롯해 건설, 금융 등 다방면으로 한국의 국가 이익이 걸려 있는 나라인 만큼 한국이 미측의 요구에 동참했을 경우 경제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 상황에서는 이른 시간에 파병이 결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 측에서도 아직 연합체 구성에 관한 정확한 안이 세워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사설] 더 커진 경기 추가 하락 가능성, 속도감 있게 대응해야

    경기 흐름은 물론 나라 안팎의 경제 여건이 심상찮다. 이달 1~20일 잠정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3.6% 줄었다. 반도체 수출이 30.2%나 쪼그라든 영향이 컸다. 이런 추세라면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8개월 연속 감소세가 우려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어제 국회 업무보고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성장률 추가 하향 조정 여부에 대해 “상황이 악화한다면 그럴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앞서 한은은 지난 18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낮춰 잡았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그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북한의 무선통신망인 ‘고려망’ 구축?유지 사업에 관여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면 화웨이는 미국의 대북 제재를 위반한 것이 된다. 지난달 29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2차 휴전에 접어든 미중 무역분쟁이 다시 표면화될 수 있다. 핵합의 이행 여부를 둘러싼 갈등 당사자인 미국과 이란은 물론 이란에 의해 유조선이 억류된 영국, 이란산 원유 수입으로 미국의 제재를 받는 중국 등 중동 지역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올해 경기 흐름을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예상했다. 하지만 돌발 악재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경기 추가 하락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자칫 올해 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으면 고용 위축, 소득 감소, 소비 부진 등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세수 부족이나 가계부채 증가 등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 우선 정부는 속도감 있게 대책을 내놔야 한다. 대응이 늦어지면 경제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금리를 낮추고 재정을 더 푸는 거시정책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규제 개혁, 연구개발(R&D) 확대, 세제 지원 등 다양한 미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다.
  • ‘키사스’가 뭐길래… 이란 영국 유조선 맞대응 나포

    ‘키사스’가 뭐길래… 이란 영국 유조선 맞대응 나포

    이란이 자국 유조선이 영국에 억류된 것에 대한 앙갚음으로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를 나포하면서 이란의 서방에 대응하는 방식이 같은 크기의 피해로 되갚음하는 ‘키사스(Qisas)’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키사스는 이슬람의 형벌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같은 방법으로 보복을 가하는 율법을 말한다. 꾸란과 마호메트의 언행록인 하디스에도 나온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맞대응 보복이 대표적인데 함무라비 법전에 처음 나온다.이란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는 2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를 선원 23명과 같이 나포해 억류하고 있다. 이란의 지난 19일 나포 행위는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지난 4일 유럽연합(EU)의 제재를 어기고 시리아에 원유를 공급하다 붙잡힌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호에 대해 1개월 동안 억류를 연장하겠다고 밝힌 직후 나와 이란의 맞대응으로 보인다. 혁명수비대는 영국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진입하면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다른 선박의 안전을 위협했다고 나포 배경을 설명했다. 또 이란 어선을 충돌했는데도 구조 요청에 응하지 않고 항해를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토비아스 엘우드 영국 국방차관은 이에 대해 “적대 행위”라고 비난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2일 긴급 각료들을 소집, 안보대책회의(COBR·비상대책회의실 미팅)를 주재했다. 또 프랑스와 독일 등 주변국들에 유조선 나포 관련 협조를 요청했다.앞서 미국이 지난해 5월 이란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은 1년간 전력적 인내를 가지며 유럽과 핵합의를 유지하는 방법을 협상했다. 그러나 유럽은 정치적으로는 핵합의를 지키겠다고 했으나 미국의 제재를 피하려고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고 이란에 대한 투자도 끊었다. 이에 이란은 미국의 탈퇴 1주년이 된 올해 5월 8일 핵합의에서 약속한 핵프로그램 제한을 일부 지키지 않겠다고 맞대응했다. 이란은 그러나 미국처럼 단번에 핵합의를 탈퇴하지는 않고 유럽과 계속 협상한다며 60일 주기로 단계적 이행 축소로 결정했다. 5월 8일부터 60일간 1단계 조처로 핵합의에서 정한 저농축 우라늄과 중수의 저장 한도를 넘겼고, 7월7일부터 2단계 조처로 우라늄의 농축도 제한(3.67%)을 초과해 4.5%까지 올렸다.그러면서 ‘행동대 행동’ 원칙을 이런 핵합의 이행 감축의 근거로 들었다. 핵합의는 서방이 대이란 경제 제재를 풀면 이란도 핵프로그램을 축소·동결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즉 상대방이 이를 어기면 자신의 의무도 이행할 이유가 없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 원칙은 핵합의 36조에 명문화됐고, 이란은 이 조항을 이행 축소의 합법적 명분으로 제시했다. 핵합의가 다자 간 합의인 데다 유럽이 일단 말로는 이를 지키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란도 유럽처럼 완전히 발을 빼지는 않고 준수와 탈퇴 사이의 중간 지대로 무게 중심을 옮긴 셈이다. 이란은 동시에 핵합의를 완전히 탈퇴하면 서방의 제재가 복원돼 경제난이 심화할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서방과 이란의 주고받기식 대응이 최근 더욱 두드러졌다. 가해자에게 피해자와 똑같은 크기의 형벌을 가하는 키사스 대응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씨줄날줄] 호르무즈해협/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호르무즈해협/이순녀 논설위원

    미국의 이란 핵합의 파기와 제재 복원으로 촉발된 호르무즈해협의 위기가 일촉즉발이다. 호르무즈해협은 걸프 해역의 입구로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이라크 등 중동 주요 산유국이 원유를 수출하는 항로다.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 해상 수송량의 30%를 차지하는 이 지역의 정세 불안은 국제 유가 등 세계 경제와 직결된다.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자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미국의 제재에 맞서 이란이 선택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공세 카드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과의 군사충돌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아직까지는 엄포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난 19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공해를 통과하던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를 억류하면서 긴장이 급속도로 고조되는 양상이다. 영국은 물론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즉각 엄중 항의하고 석방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란은 이 유조선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정해진 해로를 이용하지 않는 등 국제해양법을 위반한 데 따른 정당한 조치라며 거부했다. 이란의 영국 유조선 나포는 지난 4일 스페인 남단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이란 유조선을 나포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브롤터 법원이 유럽연합(EU)의 대시리아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호를 억류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핵합의 탈퇴 이후 영국, 프랑스, 독일과 EU는 이란과 1년간 핵합의를 유지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었다. 이번 유조선 충돌로 이란은 핵합의 협상 국면에서 고립을 자초한 모양새가 됐다.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으면 가뜩이나 위태로운 핵합의는 파국을 면치 못할 공산이 크다.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위험도 가속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무인정찰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0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군 무인기를 대공 방어미사일로 격추했다. 미국은 우방국들이 참여하는 호르무즈해협 호위 연합체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금요일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자국 주재 외교단 대상 호르무즈해협 안보 브리핑에 한국을 포함해 60여개국이 참여했다. 이번 주 방한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호르무즈 파병을 정식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원유 수입량의 약 80%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니 남의 일이 아니다. 군사 충돌 대신 협상으로 갈등이 해결되길 바란다. coral@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중국 아킬레스건을 콕 찍어 공격하는 미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중국 아킬레스건을 콕 찍어 공격하는 미국

    세계적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가 지난 1일 일본 고쿠사이 일렉트릭(國際電氣)을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 금액은 2500억 엔(약 2조 716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쿠사이는 반도체 웨이퍼에 전기회로 기본 막을 만드는 장비 분야에서 최고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AMAT는 올해 말까지 미 사모펀드인 KKR로부터 고쿠사이 주식 전량을 취득할 계획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이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반도체 및 장비업체 육성을 서두르고 있다”며 “AMAT가 고쿠사이 인수를 결정한 것은 중국에 기술유출을 우려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2015년 첨단산업 육성을 목표로 발표한 전략인 ‘중국제조 2025’를 견제하기 위한 행보라는 설명이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중국이 해외에서 반도체를 수입하는 규모가 원유 수입량보다 훨씬 더 많은 만큼 반도체가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해 해외에서 반도체를 수입한 규모(금액 기준)는 3000억 달러(약 358조 5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비해 중국의 해외 원유 수입 규모(중국 국가통계국 통계 2017년 기준)는 반도체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인 1623억 달러에 그쳤다. ‘산업의 쌀’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반도체의 수입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국 첨단산업의 선두주자인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를 직접 겨냥해 미 반도체 업체들이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미 반도체 기업인 퀄컴과 인텔, 마이크론 등으로부터 110억 달러어치의 부품을 구매했을 정도로 대미 의존도가 높다. 이런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화웨이 사용금지 행정명령을 내리고 미국 상무부가 곧바로 화웨이를 거래금지 리스트에 올렸다. 미 업체들은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반도체 등 부품을 화웨이에 공급할 수도 없게 됐다. 인텔과 마이크론 등은 일제히 대중 반도체 수출 중단을 발표했다. 화웨이는 반도체 업체인 ‘하이쓰(海思)반도체’(HISILICON)를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하이쓰반도체가 화웨이의 반도체 수요를 감당하에는 역부족이다. 런정페이(任正菲) 화웨이 창업자 겸 회장도 이를 시인했다. 런 회장은 “그동안 화웨이는 반도체의 절반을 자체 제작하고, 나머지 절반은 미국산에 의존했다”고 밝혔다. 특히 고품질 반도체는 아직 생산할 능력이 없는 탓에 미국산 제품의 더욱 의존하는 실정이다. 예컨대 미국 브로드컴은 화웨이가 구축하는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반도체를 공급하고, 엔비디아는 화웨이 랩톱 컴퓨터에 들어가는 그래픽 반도체를 제공하는 식이다. 미 업체가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면 중국으로서는 이를 단시간에 만회할 길이 거의 없는 셈이다. 미 행정부가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금지한 것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히 겨냥한 영리한 조치이며, 화웨이가 미국산 반도체 없이 살아남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NYT가 지적한 이유다. 사실 화웨이는 미국의 지식재산권 문제를 우려해 수년 전부터 하이쓰반도체를 통해 자체 기술을 활용한 부품 생산 비중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해왔다. 시장조사기관 ABI리서치에 따르면 화웨이의 자체 기술이 가장 집약된 제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2018년 스마트폰 모델 ‘P20 프로’의 경우 하이쓰반도체가 설계해 만든 반도체칩 비중은 27%이고 미 반도체 회사 생산 비중은 7%에 그쳤다. 중국 내 경쟁 통신장비업체 중싱(中興·ZTE)의 미 반도체 제품 사용 비율이 대부분 50%를 넘는 것에 비하면 아주 낮은 수치다. 화웨이가 글로벌 통신장비업체로 성장하면서 하이쓰반도체의 매출 규모도 2013년 20억 달러에서 지난해 79억 달러로 5년 새 4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의 자체 생산 역량 강화의 첨병인 하이쓰반도체의 지재권 사용 규제로 묶어 화웨이의 ‘비상’(飛翔)을 막는다는 복안이다.반면 중국 정부는 반도체 수입 의존도를 낮추려 국내 반도체 간판 기업을 육성하는 데 수백억 달러를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1980∼1990년 일본과 한국, 대만이 강력한 반도체산업의 주자로 떠오르자 중국도 자체 반도체 역량 개발을 위한 국가주도 계획을 세웠다. 중국 정부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위해 2016년 D램 업체 두 곳과 낸드업체 한 곳을 설립했다. 허페이창신(合肥長鑫)과 푸젠진화(福建晉華)가 D램, 칭화쯔광(淸華紫光)은 낸드업체다. 이중 허페이창신은 D램 생산 준비에서 ‘제법’ 진척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안후이성(安徽省) 정부의 ‘2019년 성급(省級) 중대 프로젝트 조정 계획’에 따르면 허페이창신이 추진 중인 12인치 웨이퍼 생산라인 프로젝트 1기 연구·개발(R&D) 단계는 모두 마무리됐으며 테스트 결과도 좋아 양산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다. 12인치 웨이퍼를 연간 150만장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까는 이 프로젝트는 534억 위안(약 9조 1600억원)이 투입됐으며 올해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목표로 정했다. 이를 위해 대만 기술자 400여명을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의 D램 양산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세계 반도체 업계에선 허페이창신이 대만에 있는 마이크론의 23㎚(1㎚=10억분의 1m)급인 ‘100S’를 그대로 베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중국 업체들이 자사와 라이선스계약도 없이 이용료 한 푼 내지 않고 공정을 배껴가는 것을 두고 볼 리 없다. 마이크론의 28㎚급 ‘90S’공정을 베낀 것으로 전해진 푸젠진화가 지재권 침해 소송에서 패소하는 바람에 지난해 10월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제한되는 제재를 당해 존폐의 기로에 몰린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이 반도체 산업이 앞으로 10년 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이저 업체들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향후 4년이 지나더라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10%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이른바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상당 부분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는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조만간 생산량과 기술 측면에서 삼성, SK, 마이크론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결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허페이창신이 올해 안에 D램 생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당장 ‘톱3’ 업체에 전혀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업체의 직원이 수천 명 수준이다. 4만명을 훌쩍 넘는 삼성전자(메모리 사업부문)는 물론 각각 3만명 이상인 마이크론과 SK에도 훨씬 못 미치고, 한해 설비투자 규모도 15억 달러에 불과해 ‘빅3’(462억 달러)와는 비교조차 안 된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보고서는 이어 지난해 중국 반도체 시장 매출(1550억달러) 가운데 15.5%(240억 달러)만 중국에서 생산된 것이고 그나마 중국 업체가 생산한 것은 65억 달러에 불과해 자급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나머지는 삼성과 SK, 인텔, 대만 TSMC 등이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것이어서 상당 기간 이들 업체에 계속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더군다나 중국 업체들의 반도체 생산 규모는 오는 2023년에 452억 달러에 그치면서 글로벌 점유율이 8.4%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일본, 한국 반도체 견제 장기전 가능성” vs “단기적으로 한국 기업에 긍정적”

    “일본, 한국 반도체 견제 장기전 가능성” vs “단기적으로 한국 기업에 긍정적”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단순한 정치 보복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규제를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수출 불허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가지 않는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에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창고에 쌓아둔 재고를 소진하면서 생산량을 줄이면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공급량 감소로 가격 상승이 기대돼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2일 ‘80년 미일 반도체 갈등 사례의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한일 갈등 문제가 불거지는 배경이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 혹은 차세대 산업을 둘러싼 갈등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한일 무역 갈등을 이해하려면 과거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무역 갈등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후발 주자였던 미쓰비시전기, 히타치, 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은 1980년대 들어 일본 정부의 반도체 육성 정책에 힘입어 급성장해 미국 업체들을 제치고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다. 이에 미국 정부는 최첨단 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되찾고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본 업체들의 반도체 덤핑을 조사하는 등 강한 통상 압박을 가했다. 미국 정부는 일본과 반도체 협정을 맺어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늘리도록 강요해 시장 점유율을 높였고 1990년대 중반 다시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박 연구원은 “최근 일본 정부의 반도체 관련 중간재 수출 규제도 향후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비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경쟁에서 한국이 앞서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적 규제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일본의 추가 조치도 주목해야 하지만 미국 정부의 입장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는데 미국 정부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면 일본의 규제가 더 커질 수 있어서다. 박 연구원은 “이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육성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간다면 일본은 물론 미국도 한국을 견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향후 반도체 산업을 두고 미국과 일본의 경제 규제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서울 사무실에서 연 ‘하반기 한국 주식시장 전망’ 미디어 브리핑에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완제품 재고가 많은 상황이어서 단기적으로는 일부 감산을 하는 것이 반도체 가격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반도체 재고가 너무 많은 것이 이익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했는데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불허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만 아니라면 이번 사태가 독이 아닌 약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 센터장은 “반도체는 필수재이기 때문에 가격이 수급에 따라 탄력적”이라면서 “반도체 완제품 재고는 기업들이 IR(기업설명회)에서 6주 정도의 공급분이 있다고 얘기하는데 실제로는 조금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두 달 정도는 가동이 중단돼도 큰 영향이 없을 테고 (공급이 줄어) 비싸게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일본이 앞으로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불허까지 규제를 확대할 가능성은 굉장히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란에서 정치적 불안이 있으면 유가가 오르는데 디지털 시대에는 D램이 원유만큼 중요하고 만약 이런 저런 이유로 생산을 못 하게 된다면 전 세계적으로 불편해지는 회사들과 나라들이 엄청 많아져 파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가진 D램이 전 세계 시장 점유율 75%로 파워(영향력)가 굉장한 제품”이라면서 “일본의 주요 소재 수출 규제에 따라 국내 반도체 생산이 2개월여만 중단돼도 지구적 상황이 발생하고 그렇게 되면 반도체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주식시장에서는 일본 정부가 한국 반도체 산업 관련 무역 보복 조치를 선언한 지난 1일 이후에도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11일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5872억원, SK하이닉스 주식을 2477억원 순매수했다. 지난 11일 삼성전자 주가는 1주당 4만 6200원으로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 발표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8일보다 1.7%(800원) 떨어지는데 그쳤고, SK하이닉스 주가는 7만 5500원으로 같은 기간 8.6% 올랐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했던 이유는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로 수익성이 약화됐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사안이 결국 우리 반도체 기업들에 공급 축소 요인이 된다면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어서 악재라고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6월 수출입물가 5개월만에 동반하락

    6월 수출입물가 5개월만에 동반하락

    지난달 수출물가와 수입물가가 5개월 만에 동반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19년 6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가는 전월 대비 2.1% 하락했다. 수출물가가 전월 대비 하락한 것은 지난 1월(-1.4%) 이후 5개월 만이다. 지난해 6월과 비교해서는 2.5%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것이 원화 기준 수출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원달러 환율은 5월 평균 달러당 1183.29원에서 6월 평균 1175.62원으로 0.6% 하락했다. 석탄 및 석유제품(-8.3%)과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2.0%)의 전월 대비 하락률이 컸다. 세부 품목별로 보면 주력 수출품목인 D램의 수출물가가 전월 대비 5.3% 떨어져 11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수입물가 역시 전월 대비 3.5% 하락했다. 이는 지난 1월(-0.2%) 이후 5개월 만에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0.4%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6월 중순 이후 반등하긴 했지만 5월과 비교해서는 낮은 수준에 머무른 게 수입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6월 두바이유 평균가는 배럴당 61.78달러로 5월 평균가(69.38달러) 대비 11.0% 하락했다. 품목별로 보면 원유가 11.5%, 나프타가 13.9%, 시스템반도체가 3.5% 각각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수출입 물가가 모두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조업 1일 많아도… 7월 수출 2.6% 후퇴

    반도체 25% 감소… 승용차는 24% 늘어 이달 1~10일 수출이 조업일수 증가에도 불과하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지난해 12월부터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는 수출이 반도체 가격 하락과 중국 수출 부진으로 쉽사리 개선되지 않는 모습이다. 11일 관세청이 발표한 ‘7월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은 135억 6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감소했다. 지난달 1~10일 수출이 전년 같은 달 대비 16.9%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이달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하루 많은 8.5일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1년 전 대비 14.0%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25.0%), 선박(-16.9%), 석유제품(-3.0%) 등은 감소했고, 승용차(24.2%)와 무선통신기기(18.9%), 가전제품(54.6%) 등은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중국(-13.2%), 유럽연합(EU·-10.5%), 중동(-20.3%) 등은 줄었고, 미국(11.2%), 베트남(14.5%), 일본(16.1%) 등은 늘었다. 7월 1~10일 수입액은 155억 달러로 1년 전보다 4.0% 증가했다. 반도체(19.5%), 기계류(0.3%), 승용차(22.6%) 수입은 증가했고, 원유(-24.4%), 가스(-11.2%), 반도체 제조용 장비(-32.5%) 등은 감소했다. 최근 우리나라에 반도체 소재 수출을 제한한 일본에서의 수입액은 1.9% 줄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만난 김현종 “日보복 관련 얘기 잘됐다”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만난 김현종 “日보복 관련 얘기 잘됐다”

    김차장, 美안보 부보좌관과도 면담 강경화, 阿 출장 중 폼페이오와 통화 윤강현 조정관·유명희 본부장도 방미사태 장기화 대비 국제 여론전에 총력 美 동아·태 차관보 한일 방문에 촉각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한일 통상 갈등에 대해 정부가 전방위 대미 외교에 나섰다. 청와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 주요 인사가 총동원되는 형세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여론전으로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철회하도록 촉구하는 한편 최악의 상황은 방지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급파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덜레스공항에 도착한 직후 백악관으로 바로 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을 면담했다. 김 차장은 일정을 소화하고 한국언론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와 관련) 이야기가 잘됐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이어 찰스 쿠퍼만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아프리카 출장 중인 10일 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통화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첫 통화다. 강 장관은 통화에서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가 한국 기업에 피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 체계를 교란시킴으로써 미국 기업은 물론 세계 무역 질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는 한일 양국 간 우호·협력 관계 및 한미일 3국 협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해를 표명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윤강현 경제외교조정관도 이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처리하며 긴밀한 관계를 맺었던 국무부 인사와 만날 것으로 보인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르면 다음주 미국을 방문해 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대미 외교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한국을 통해 일본의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흘러갔다’는 식으로 나오는 일본의 억지 주장이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일 갈등이 강대강 구도가 지속되면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이 한일 청구권 협정상 제3국 판사로만 이뤄진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한 지 30일째인 오는 18일이 첫 시험대다. 정부가 답변하지 않으면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3~24일에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 이사회가 열린다. 정부가 국제여론전에 나설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양측의 대결이 심화되면 일본은 다음달에 무역 규제상 우대 조치국인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탈락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정부도 맞대응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 미국이 한일 갈등에 개입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날 일본에 도착한 데이비드 스틸웰 신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4일까지 머물고, 오는 17일 한국을 방문한다.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도 일본 니가타에서 열리는 주일 공관장 회의 참석차 이날부터 13일까지 일본에 머문다. 날짜상 김 국장, 스틸웰 차관보,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일본 아시아대양주국장 간 3자 회동도 가능하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日보복 철회 전방위 對美 외교… 김현종·윤강현 줄줄이 미국행

    日보복 철회 전방위 對美 외교… 김현종·윤강현 줄줄이 미국행

    강경화, 阿 출장 중 폼페이오와 통화 유명희 통상본부장도 곧 USTR 방문 日 억지 계속… 사태 장기화에 대비 美 동아·태 차관보 한일 방문에 촉각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한일 통상 갈등에 대해 정부가 전방위 대미 외교에 나섰다. 청와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의 주요 인사가 총동원되는 형세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여론전으로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철회하도록 촉구하는 한편 최악의 상황은 방지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백악관 그리고 상·하원(인사들)을 다양하게 만나서 한미 간에 이슈를 논의할 게 좀 많아서 출장을 왔다”며 “북핵뿐 아니라 당연히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아프리카 출장 중인 10일 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통화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첫 통화다. 강 장관은 통화에서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가 한국 기업에 피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 체계를 교란시킴으로써 미국 기업은 물론 세계 무역 질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는 한일 양국 간 우호·협력 관계 및 한미일 3국 협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해를 표명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윤강현 경제외교조정관도 이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처리하며 긴밀한 관계를 맺었던 국무부 인사와 만날 것으로 보인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르면 다음주 미국을 방문해 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대미 외교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한국을 통해 일본의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흘러갔다’는 식으로 나오는 일본의 억지 주장이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일 갈등이 강대강 구도가 지속되면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이 한일 청구권 협정상 제3국 판사로만 이뤄진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한 지 30일째인 오는 18일이 첫 시험대다. 정부가 답변하지 않으면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3~24일에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 이사회가 열린다. 정부가 국제여론전에 나설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양측의 대결이 심화되면 일본은 다음달에 무역 규제상 우대 조치국인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탈락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정부도 맞대응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 미국이 한일 갈등에 개입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데이비드 스틸웰 신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1∼14일 일본을, 17일 한국을 방문한다.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일본 니가타에서 열리는 주일 공관장 회의 참석차 11~13일 일본을 찾는다. 날짜상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까지 3자 회동도 가능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美 합참의장, 동맹국에 호르무즈해협 호위 요청… 외교부·국방부 “공식 제의 없었다”

    反이란 전선 명분 통해 고통분담 효과 정부, 美 정식 요청땐 동참 가능성 높아 중동 호르무즈해협에서 지난달 13일 발생한 유조선 피격 사건 이후 미국이 해당 항로를 이용하는 민간선박을 호위하기 위해 동맹국들에 연합체 구성에 동참할 것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맹국이란 한국과 일본일 가능성이 높아 한국군이 이란 사태에 연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1일 외신에 따르면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이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호르무즈와 바브 엘 만데브 해협에서 항해의 자유를 보장할 연합체를 구성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동맹국 군과 연합체를 결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측이 일본 자위대에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요청했다며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미국의 구체적 요구를 파악하는 한편 참가 여부와 자위대 파병에 필요한 법적 절차 등을 점검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 외교부 김인철 대변인은 “정부는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 항행의 자유, 그리고 자유로운 교역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미국으로부터 연합 함대 구성 요청을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미국 측과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 경로를 통해서 요청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고, 국방부 및 해군 관계자도 “공식적으로 제의가 온 적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이 요청을 받았다면 한국도 요청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국, 한국, 일본 등을 거론하며 호르무즈해협이 계속 열려 있도록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요청이 들어온다면 관계부처 합동으로 (참여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호르무즈해협에 한일 등 동맹국의 파병을 미국이 희망하는 것은 사업가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시각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왜 미군만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해야 하느냐”는 주장을 펴 왔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동맹국의 동참으로 반(反)이란 전선에 대한 명분을 얻을 수 있는 데다 비용적 측면에서도 고통분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만일 미국이 이란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사태가 올 경우 우리 군이 연루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동맹인 미국의 협조 요청을 마냥 거부하기도 힘들다. 특히 일본이 동참을 결정할 경우 우리만 빠지는 그림은 더욱 힘들다는 분석이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항행의 자유를 강조한 한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 등을 보면 한국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文 “한국기업 피해 발생하면 대응…대일무역 적자 줄인다”

    文 “한국기업 피해 발생하면 대응…대일무역 적자 줄인다”

    “맞대응 악순환 양국 다 바람직하지 않아”문재인 대통령이 8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서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에 따라 우리 기업의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전 세계 공급망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양국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발표 이후 문 대통령이 직접적인 발언으로 대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현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고 지난 4일부터 주요 반도체 소재 3개 등에 대한 대(對)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일본의 감정적인 보복 조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맞불 대응이 적절하지는 않지만 일본의 조치로 국내기업에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면 맞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불가피성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문 대통령은 “상호 호혜적인 민간기업 간 거래를 정치적 목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면서 “전례 없는 비상상황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경제계가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황 진전에 따라 민관이 함께하는 비상 대응체제 구축도 검토해야 한다”면서 “청와대와 관련 부처 모두가 나서 상황 변화에 따른 해당 기업들의 애로를 직접 듣고 해결 방안을 함께 논의하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편으로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서도 차분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무역은 공동번영의 도구여야 한다는 국제사회 믿음과, 일본이 늘 주창해온 자유무역 원칙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고 조치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일본은 경제력에서 우리보다 훨씬 앞선 경제 강대국으로, 여야 정치권과 국민께서 힘을 모아주셔야 정부·기업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기업과 함께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단기적인 대응과 처방을 빈틈 없이 마련하겠다”면서 “한편으로 중장기적 안목으로 수십 년 간 누적돼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언급했다.이와 함께 “한일 양국 간 무역 관계도 더욱 호혜적이고 균형 있게 발전시켜 심각한 무역 수지 적자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한일 국교가 정상화가 이뤄진 1965년 이후 50년이 넘도록 단 한 차례도 대 일본 무역수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누적 적자액은 7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무역협회와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1965년부터 2018년까지 54년 간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 누적액은 총 6046억 달러, 우리 돈 약 708조원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한국이 일본의 부품·소재 기술력에 기댄 채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등을 키워와 일본에 대한높은 의존도가 여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가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국가별 무역수지 적자액을 보면, 일본이 240억 8000만 달러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223억 8000만 달러, 카타르 157억 7000만 달러 등 일본 외에는 원유 수출국들에 대한 무역 수지 적자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 예외 없다더니… 美, 中에 면책특권 검토

    이란 유전투자에 보상 성격… 허용 논의 원유수입 봉쇄 조치를 통해 이란을 강력히 압박하는 미국이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에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3일(현지시간) 브라이언 훅 국무부 이란특별대표 등 협상팀이 중국을 상대로 이란자유·반확산법(IFCPA)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2012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대이란 제재 패키지 법안 중 하나인 IFCPA는 이란 항구 이용 제한 등을 통한 대이란 무역제재 방안을 담고 있다. 논의된 방안은 중국 최대 국유 석유화학기업인 중국석화(SINOPEC)가 이란 유전에 대규모 투자를 한 데 대한 현물 지급의 방식으로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정부 당국자들은 국무부와 시노펙 간 오간 공식 서신을 통해 (유전투자) 보상 성격의 석유에 대한 (법적용) 포기서류 발부를 제안했다. 이 같은 방안은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제로(0)’화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약속에 어긋나는 것이며 중국이 공개적으로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저항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하지만 국무부는 이란산 원유 관련 조치에 예외는 없다는 입장이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산 원유 구입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22일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와 관련해 한국과 중국 등 8개국에 대한 한시적 제재 예외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5월 초부터 수입 금지가 적용됐으나 최근 이란산 원유 100만 배럴을 실은 유조선이 중국 산둥성 젠저우 인근 항구에 도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북미 같은 반전 없는 美·이란 핵 갈등…트럼프 “불장난” 경고

    북미 같은 반전 없는 美·이란 핵 갈등…트럼프 “불장난” 경고

    이란 “유럽, 핵합의 이행 땐 되돌릴 수 있어 6일까지 원유 수입 재개 않을 땐 2단계 조처” 우라늄 농축도 상향 등 핵 개발 본격화 전망 백악관 “최대 압박 계속”… 美언론 “역효과”이란이 국제사회와 맺은 핵합의(JCPOA)에 따라 설정된 저농축 우라늄(LEU) 저장 한도를 초과한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이란은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교착됐던 북미 관계가 ‘판문점 회동’으로 극적인 반전을 이룬 것과 달리 지난달 이란의 미군 무인정찰기(드론) 격추 이후 경색된 미·이란 관계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정면충돌’로 치닫는 양상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에 대한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란에 보낼 메시지는 없다”면서도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이란의 지도자들이 그들의 행동 방침을 바꿀 때까지 이란 정권에 대한 ‘최대한 압박’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재확인하며 이란은 저농축 우라늄 저장 한도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2015년 7월 미국 등 5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독일과 이룬 핵합의에서 정한 저농축 우라늄 저장 한도(육불화우라늄 기준 300㎏, 우라늄 동위원소 기준 202.8㎏)를 초과했다고 확인했다. 2016년 1월부터 지켜온 핵합의 의무를 처음으로 어긴 것이다. 이란은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탈퇴한 지 1주년이 된 지난 5월 8일 저농축 우라늄과 중수의 저장 한도를 넘기겠다고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처로 이란이 핵합의를 파기했다고 해석하지만 핵무기 개발의 관점에서 보면 이란의 핵물질 저장 한도 초과는 이들 의무 가운데 가장 위험성이 낮은 수준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이날 “유럽이 핵합의를 제대로 이행하면 이번 조처는 되돌릴 수 있다”며 이란이 미국처럼 핵합의를 완전히 뒤집거나 파기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란은 7월 6일 안에 유럽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재개하지 않으면 합의 불이행 2단계 조처를 시작한다고 경고해 긴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핵무기 개발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는 저농축 우라늄의 농축도 상향, 아라크 중수로 현대화 중단 등이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위해 질주하고, 트럼프는 그것을 막을 수 없다’는 제목의 글을 실어 “백악관의 ‘최대 압박’ 전략이 가장 위험한 방식으로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제 제재로 이란 정권의 숨통을 조이는 전략이 백기투항을 이끌어 낼 것이란 미국의 셈법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 경제 제재와 말폭탄 위협 등 이란에 대해 북한과 같은 접근법을 취하고 있으나 상대를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6월 수출 13.5% 급감…상반기 무역수지는 흑자 유지

    6월 수출 13.5% 급감…상반기 무역수지는 흑자 유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반도체 수출 부진 영향으로 한국 수출이 2016년 1월 이후 3년 5개월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5% 감소한 441억 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2016년 1월 19.6% 감소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수출은 7개월 연속 감소했다.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최장 기간이다. 수출 감소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세계교역 위축으로 인한 수출 단가 급락 영향이 컸다. 실제로 반도체 단가는 33.2% 하락하고 석유화학 단가도 17.3% 떨어졌다. 특히 중국의 성장둔화 지속에 따라 대중 수출은 24.1% 감소하면서 2009년 1월(-38.6%)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품목별로는 반도체(-25.5%), 석유화학(-24.5%), 석유제품(-24.2%)이 감소세를 이어갔다. 다만 선박(46.4%)·자동차(8.1%)는 수출이 증가했다. 바이오헬스(4.4%), 이차전지(0.8%), 전기차(104.3%) 등 신수출동력 품목은 호조세가 이어졌다. 대표적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올해 5월 -30.5%에 이어 지난달 -25.5%로 수출 급락세가 이어졌다. 메모리 단가 하락, 세계적 정보기술(IT)기업의 데이터센터 재고조정, 스마트폰 수요 하락, 지난해 호황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석유화학 품목은 수출부진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수출물량은 증가세를 유지해 수출단가 하락이 최근 수출 감소의 주된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자동차의 상반기 수출 증가율(7.0%)은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선박은 3월부터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반기계 수출도 양호한 수준이었다. 신수출동력으로 분류되는 이차전지(0.8%)는 33개월, 전기차(104.3%)는 29개월 연속 증가했으며 바이오헬스(4.4%)는 증가로 전환했다. 국가별로는 중국(-24.1%)·아세안(-8.5%)은 수출 부진이 지속된 반면 신흥지역인 중남미(8.3%)·독립국가연합(29.4%) 수출은 호조세를 유지했다. 6월 수입은 400억 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1% 줄었다. 원유, 반도체 제조장비, 디젤 승용차 등 품목을 중심으로 수입이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41억 7000만달러로 89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다. 5월의 22억달러보다 흑자폭은 확대됐다.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감소한 2715억 5000달러이고, 수입도 5.1% 감소한 2520억달러였다. 상반기 무역수지는 195억 5000만달러로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물량은 1, 2분기 모두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상반기에 0.3% 증가했다. 산업부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세계교역 위축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이날 긴급 수출상황점검 회의를 열었다. 성윤모 산업장관은 “정부와 수출지원기관은 현재의 수출부진 상황에 대한 엄중한 위기의식을 갖고 총력지원체계를 대폭 강화하고 기업들도 과감한 투자와 적극적 시장 개척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이란 “EU, 원유 수입 재개하라”

    미국의 핵합의 탈퇴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이 유럽연합(EU)이 주재하는 핵합의 서명국 회의에서 EU 측에 이란산 원유 수입을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란은 이미 유럽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오는 6일 전까지 핵합의 2단계 감축을 단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압바스 아라크치 이란 외무차관은 지난 2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핵합의 공동위원회를 마친 뒤 “한 단계 진전은 있었지만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는 못한 회의였다”면서 “이번 회의는 이란의 핵합의 이행 감축 과정을 중단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특히 유럽과 이란의 교역을 전담하는 금융 특수목적법인 인스텍스와 관련, “유럽 측은 지금 (인스텍스가) 가동 중이며 첫 거래가 이미 진행 중이라고 했다”면서도 “유럽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기 때문에 불충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이 이란산 원유를 사거나 신용 공여를 제공하지 않으면 인스텍스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아야톨라 알리 하메이니 이란 최고지도자 등에 대해 금융 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핵합의를 빌미로 유럽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미 공군은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 편대를 카타르 공군기지에 처음으로 배치했다고 밝혔다. 미·이란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군사적으로 이란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 공군은 전투기 배치 규모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 27일 5대가 알우데이드기지 상공을 비행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올해 수출 1년 만에 6000억달러 밑돌 듯

    올해 수출이 6000억달러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우리 수출은 6049억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초로 6000억달러를 뛰어 넘었지만 1년 만에 6000억달러 초과 달성 기록을 반납하는 셈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7일 ‘2019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에서 올해 연간 수출액을 지난해보다 6.4% 감소한 5660억달러, 수입은 4.1% 줄어든 5130억달러로 전망했다. 수출이 수입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함에 따라 올해 무역수지는 지난해 697억달러보다 축소된 530억달러 흑자로 예상됐다. 주력 업종인 반도체 수출 회복 시점은 4분기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미중 무역분쟁 국면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 지연 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석유화학은 북미 신증설 설비의 가동, 석유제품은 국제유가 하락과 대규모 정기보수 등으로 10% 안팎 수출 감소세가 예상된다. 글로벌 수요 정체, 중국 생산 증가에 따른 단가 하락, 미국 등의 수입규제 강화 여파를 겪는 철강 제품의 수출 감소 폭은 하반기 확대될 전망이다. 자동차, 자동차부품, 일반 기계, 선박 등은 하반기 중 수출 증가를 기대해 볼 만 하다고 연구원은 전망했다.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친환경차 수출 확대, 신차 효과 등에 힘입어 자동차 산업 분야에선 연 5.2% 수출 증가율이 기대됐다. 선박 분야에서도 LNG·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수출 호조가 예상되고, 일반 기계 분야에서도 미국·인도 등지의 인프라·설비투자 확대로 전년 수준을 웃도는 수출 실적이 나올 전망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FT “중국 미국 제재 무시하고 이란산 석유 수입”

    FT “중국 미국 제재 무시하고 이란산 석유 수입”

    중국이 미국의 이란 제재를 무시하고 이란산 원유를 계속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은 이란산 원유 구매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란산 원유를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려는 미국의 요구와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4월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 적용의 예외를 더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이란산 수입 제재 면제 조치를 폐기한 이후 처음으로 이란산 원유 화물을 인도받았다. 위성 신호와 사진을 통해 원유 흐름을 추적하는 ‘탱커 트래커스’는 유조선 설라이나가 20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근처 젠저우(建州) 항구에 정박해 이틀 동한 화물을 내렸다고 밝혔다. 탱커 트래커스의 공동 설립자 사미르 마다니는 “앞으로 24시간 안에 200만 배럴을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이란 유조선이 중국 톈진에 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이란산 원유 구입은 미중이 관세폭탄을 주고받으며 무역전쟁을 벌이는 시기에 이뤄졌다. 미국은 2500억 달러(약 289조원) 규모 중국산에 25% 관세를 적용했고 3000억 달러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준비 중이다. 중국은 60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매기며 맞섰다. 이란의 원유와 콘덴세이트(초경질유) 수출량은 지난해 4월 하루 280만배럴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지난해 11월에서 올해 4월 사이 하루 100만 배럴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이 중국과 인도, 한국 등 8개국에 일시적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허용해줬던 기간에도 급락세를 나타낸 것이다. 에너지 분석업체 FGE는 이번 달에는 수출 규모가 하루 50만 배럴 이하로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중국의 비중이 20만 배럴에 이를 전망이다. 이란의 내부 인사는 미국의 제재로 원유 수출이 눈에 띄게 줄긴 했지만 공개된 수치보다는 훨씬 많다고 귀띔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이란산 LPG를 계속 수입하고 있다. 프랑스 자료제공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중국을 목적지로 하는 최소 5대의 대형 탱커가 지난 5월과 6월 이란산 LPG를 선적했다. 탑재한 LPG 양은 1억 달러 규모로 추정됐다. 케이플러는 중국이 이란산 에너지 수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선박의 목적지를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 표시하는 등 교묘한 방법들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오는 8월부터 미국산 LPG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인 가운데 저렴한 이란산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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