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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潘, 비박·野 인사와도 통화한 듯… “출마 가능성 49%→51%”

    [단독] 潘, 비박·野 인사와도 통화한 듯… “출마 가능성 49%→51%”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5월 말 방한은 국내 정치 지형을 크게 바꿔 놓았다. 야권도 ‘강적’의 출현에 긴장하고 있지만 특히 여권은 앞으로 반 총장의 대선 출마 문제를 중심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반 총장의 방한 과정과 결과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추측과 해석들이 잇따르고 있다.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기자는 지난 25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반 총장과의 관훈클럽 간담회에 참석한 뒤 하루를 묵으며 반 총장의 측근들을 취재했다. 또 서울로 돌아와 계속한 후속 취재 내용을 토대로 반 총장의 방한을 재구성해 봤다. Q. 관훈클럽 간담회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A. 5~6→7~8→9~10. 간담회에 참석한 언론인들은 반 총장이 국내 정치와 관련해서도 답변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발언 강도는 1에서 10을 기준으로 할 때 3~4 혹은 5~6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반 총장은 간담회에서 7~8의 강도로 발언을 했고 이것이 언론에 보도되는 과정에서 9~10으로 증폭됐다. Q. 반 총장은 처음부터 마음먹고 공개적으로 얘기한 것인가. A. 비공개였지만 지켜질 수 없었다. 반 총장 측과 관훈클럽은 ▲반 총장의 모두 발언은 TV 카메라를 통해 공개하고 ▲일문일답은 비공개로 하며 ▲반 총장의 유엔 활동을 주제로 문답하되 ▲국내 정치에 대한 질문을 막을 수는 없으니, 반 총장이 답변할지는 알아서 한다는 양해하에 간담회를 시작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반 총장은 일문일답 비공개를 요청했고, 반 총장의 참모들도 보도를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반 총장이 국내 정치와 관련해서 큰 뉴스가 될 만한 중요한 발언을 했기 때문에 간담회에 참석한 언론인들은 비보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Q. 측근들 반응은. A. 놀란 것은 마찬가지+기대 반 걱정 반. 25일 밤 반 총장의 숙소였던 롯데호텔의 6층 로비 바에 반 총장을 수행한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 오준 주유엔대표부 대사 그리고 반 총장의 핵심측근인 김숙 전 유엔대사, 박준우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모였다. 이들 네 사람과 이날 불참한 박인국 전유엔대사를 일컬어 외교부에서는 반 총장의 ‘외무고시 12기 측근 5인방’으로 부른다. 이들 말고도 이날 로비 바에는 제주포럼에 참석한 유명환·김성환 전 외교부장관, 이태식 전 주미대사, 김봉현 전 호주 대사, 박흥신 전 프랑스 대사, 신봉길 전 외교안보연구소장, 문태영 제주평화연구원장 등 대사 10여명이 함께 앉아 반 총장의 간담회 내용을 놓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대부분 “놀랐다”고 했다. “너무 많이 나간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김 사무차장, 오 대사, 김 전 대사에게 “어떻게 된 거고,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일부 전직 외교관은 “만일 반 총장이 대선에 나간다면 외교관 출신과 충청도 출신은 뒤로 빠져야 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의 나경원·민경욱 의원과 이재영 전 의원도 있었다. Q. 결론적으로 반 총장은 대선 출마의 뜻을 밝힌 것인가. A. 가능성 49%에서 51%로. 반 총장의 대선 출마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한 측근은 올해 초 “가능성이 49%에서 51%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반 총장의 임기가 끝나 가면서 2017년 1월 1일에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참모들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이 측근은 전했다. Q. 정치를 하면 친박(친박근혜)계와 함께하는 것으로 봐야 하나. A. 친박과 거리를 뒀다. 반 총장은 간담회에서 친박, 심지어는 박근혜 대통령과도 거리를 두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반 총장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신호가 온 것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런 게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반 총장은 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설명하고 지난해 유엔 총회 기간 중 박 대통령과의 ‘일곱 번 만남’에 대해서도 “공식 회의에 함께 참석했기 때문에 사진이 찍힌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예산의 0.25%를 후진국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에 지원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섭섭함을 표시했다. 반 총장은 특히 친박계에서 ‘반기문 대망론’을 설파하고 있는 홍문종 의원에 대한 질문에 “지난 10년간 통화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른바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론에 선을 그은 것이다. 친박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을 표시한 것으로 읽힌다. Q. 그렇다면 이번 방한 기간 중 비박(비박근혜)계에서도 반 총장과 접촉을 했나. A. 그렇게 봐야 한다. 반 총장은 방한 기간 중 공식행사에서 조우한 것 말고는 따로 정치인과 회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평소에 알고 지내는 정치인들과 서로 안부를 묻는 전화 통화는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가운데는 새누리당 내 비주류 인사, 더 나아가 야당 정치인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특별한 정치적 의미는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반 총장의 측근들과도 당 내외 각 계파 인사들이 접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의 협력 가능성 등을 타진했을 수 있다. 측근들은 반 총장이 정치를 결심한다면 친박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친박, 비박을 포함한 여당 그리고 범보수와 중도세력을 대표하고 심지어는 진보 세력 일부도 껴안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비쳐지기를 바란다. Q. 북한과 관련해 강조한 메시지는. A. 대화, 통일+경제. 반 총장은 간담회에서 분단국인 키프로스의 통일을 위해 기울여온 노력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지난 40년간 남북으로 분단된 키프로스의 통일을 위해 2007년부터 협상을 주도하면서 땅 소유권 등 재산 분쟁, 연방제 교섭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 총장은 “키프로스 현장에서 통일을 위한 노력을 하다 보면 가끔 ‘내가 지금 여기가 아니고 북한에 가서 노력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아직 그런 상황이 안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남북통일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Q. 반 총장이 말한 북한과의 고위급 대화 채널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A. 리수용인 듯. 리수용은 외무상을 마치고 노동당 정무국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후임 리용호 외무상과 함께 북한 외교의 이른바 L-L 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앞서 북한 외교를 주도한 강석주-김계관의 K-K라인보다 훨씬 실세인 것으로 평가된다. 강석주, 김계관이 정권내 네트워크 없이 실력으로만 컸다면 L-L라인은 김정일·김정은 가족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핵심 실세들이다. 최근까지 외무상을 맡았던 리수용은 뉴욕과 제네바의 유엔본부와 파리 등에서 반 총장을 잇따라 만났다. 반 총장의 방북이 논의되던 시기다. Q. 충청도의 ‘대부’라는 김종필 전 총리와 만나서 대선 얘기를 했을까. A. 김심반심(金心潘心). 김 전 총리는 말의 품격을 중시하는 정치인이고 반 총장은 절제력을 갖춘 외교관이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서 충청 대망론을 입에 올리고 대선 전망을 했다고 보는 것은 촌스러운 추측이다. 그저 점잖은, 때로는 간곡한 대화 속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총리는 “비밀 얘기만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단어 하나하나를 절차탁마한다. ‘비밀’이라는 단어 자체에 메시지가 다 들어 있는 것 같다. Q. 김 전 총리 방문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인가. A. 방한 전에 결정. 반 총장 측은 김 전 총리가 한번 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방한 중에는 반 총장이 김 전 총리를 찾아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방문 사실은 방한 직전에 개인적인 연락선을 통해 김 전 총리 측에 전달됐다고 한다. 김 전 총리의 집으로 찾아가는 것은 반 총장 측에서, 독대 형식은 김 전 총리가 제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Q. 28일 이른바 ‘멘토 그룹’과의 만찬의 의미는 무엇인가. A. 루틴한 모임+신경식의 등장. 반 총장은 방한할 때마다 외교부 시절부터 ‘멘토’ 역할을 해온 노신영·한승수 전 총리를 만난다. 이번 모임은 관훈클럽 간담회 내용 때문에 부각됐을 뿐이다. 모임은 노 전 총리가 주로 준비하는데 총리 시절의 각료들이 다수다. 노 전 총리는 롯데그룹 고문을 맡고 있기 때문에 신동빈 회장도 초청했다. 이번에 굳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 신경식 헌정회장이 참석한 것이다. 헌정회는 전직 의원들의 모임이다. 노 전 총리가 국회에 세가 없는 반 총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 회장은 반 총장과 같은 충북 출신이다. Q. 반 총장의 방한은 잘 짜인 정치적 콘티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A. 부인+궁금. 반 총장의 방한 행사 가운데 25일 제주포럼과 30일 경주 유엔 NGO 콘퍼런스만 공식행사였다. 나머지는 토·일요일 행사여서 개별적으로 요청을 받아들인 비공식 행사들이었다. 다만 결과적으로 정치적 관심을 받게 된 행사들이 있는데 그것을 사전에 기획한 것인지는 측근들도 다 알지 못한다. 다만 모든 행사가 개별 차원에서 요청되고, 검토되고,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디자인을 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Q. 반 총장의 향후 계획은. 또 야당의 공세가 갈수록 심해지는데, 어떻게 대응할까. A. 정치공세는 감수+인격모독은 강력 대응. 반 총장은 앞으로 7개월간은 유엔 사무총장직에 집중할 것이기 때문에 국내 정치와 관련한 발언은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반 총장은 국내에 아무런 조직이 없어 야당이 비판하더라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런 비판이 정치 공세를 넘어 인격 모독이나 명예훼손으로 가게 되면 받아들이지 않고 강력히 대응할 생각이라고 측근은 말했다. 기본적으로 반 총장 측에서는 어떤 ‘검증’에도 자신이 있다는 분위기다. Q. 부인 유순택 여사는 계속 반대하나. A. 나라와 관련된 일은 반 총장의 뜻에 따른다. 유 여사가 반 총장의 정치 입문을 반대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3년 전에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이도운 기자 dawn@seoul.co.kr
  • 반기문 총장 방한 일정 마치고 출국…말 없이 미소만 짓고 마지막 인사

    반기문 총장 방한 일정 마치고 출국…말 없이 미소만 짓고 마지막 인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6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30일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반 총장은 이날 오후 7시 59분쯤 인천국제공항에서 KE085편을 타고 미국 뉴욕 존 F.케네디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반 총장은 이날 경주 화백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6차 유엔 NGO 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KTX 열차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역에 오후 5시 49분쯤 도착했다. 그는 방한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소만 짓고 답변은 하지 않았다. 차량이 출발하기 직전 차창으로 손을 흔들어 마지막 인사만 전했다. 반 총장이 탑승한 차량은 10분 만인 오후 5시 59분쯤 인천공항 동쪽 끝에 마련된 귀빈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반 총장은 차에서 내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조태열 외교부 2차관 내외와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과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귀빈실로 향했다. 이어 귀빈실에서 조 차관 내외와 환담을 하고서 신문을 보며 1시간 넘게 휴식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7시쯤 국가 원수급 인사가 사용하는 특별통로를 이용해 다른 승객에 앞서 항공기에 탑승하고서 1시간 뒤 한국을 떠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반기문 “北과 다시 대화해야”…대북제재 정부 정책과 ‘온도차’

    반기문 “北과 다시 대화해야”…대북제재 정부 정책과 ‘온도차’

    “총장으로 北에 도움되는 일 기여” 외교안보 전문가 자질 부각 관측 통일부 “지금은 때가 아니다” 전격적으로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해 파장을 일으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6일에는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적극 제기하는 등 이슈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대선과 관련한 직접적 발언은 삼갔다. 이날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반 총장은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를 향한 길을 다시 찾아야 한다”며 “북한에 더이상의 도발을 중단하고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는 방향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개인적으로도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해 무산됐던 방북 추진을 상기시키며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역할론을 강조함으로써 외교안보 전문가로서의 자질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읽힌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는 이 같은 반 총장의 인도적 접근론에 대해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이후 대북 제재·압박 원칙론을 견지했다. 반 총장은 이날 오전 전직 외교부 장관 및 외교부 인사들과의 비공개 조찬에서 “(언론에) 바로 대선 출마를 결심한 듯 보도됐는데 확대·과잉 해석됐다”고 얘기했다고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기자들에게 전했다. 하지만 반 총장의 이날 발언은 수위 조절용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실제 이날 조찬에서 그는 전날에 이어 또다시 ‘국민 통합 지도자론’을 강조했다. 한 참석자는 “반 총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뒤 강연에서 ‘국가 지도자는 국민 통합을 해야 된다. 분열을 조장하는 이가 리더가 돼선 안 된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고 소개하더라”고 전했다. 반 총장은 또 올해 말 임기 종료 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찬 이후 반 총장은 황교안 국무총리와 비공개 면담을 하고, 원희룡 제주지사 초청 오찬에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 등과 함께하는 등 활발한 면담 행보를 이어 간 뒤 오후 늦게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으로 출국했다. 한편 반 총장의 전격적인 대선 출마 시사 발언에 그의 측근 그룹의 조언 등이 영향을 미쳤는지도 관심으로 떠올랐다. 반 총장의 측근으로는 송민순·김성환 전 외교부 장관,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 오준 유엔대사, 박수길 전 유엔대사, 최종문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 이태식 전 주미대사, 주철기 전 외교안보수석, 박준우 전 정무수석, 임성준·조창범 전 대사 등이 포진해 있다. 반 총장을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김원수 유엔 군축고위대표 대행, 윤여철 전 유엔 사무국 의전장, 김숙 전 대사, 박인국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 등도 핵심이다. 새누리당 윤상현·홍문종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계도 원군(援軍)으로 알려진다. 제주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서울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열린세상] 청문회법 대통령 거부권 논란을 보고/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청문회법 대통령 거부권 논란을 보고/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제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청문회 요건을 완화한 국회법 개정안, 속칭 ‘국회 상시 청문회법’이 통과되자 대통령 거부권 여부를 놓고 정국이 술렁인다. 거부권 찬성을 주장하는 여권은 무절제한 청문회는 위헌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거부권 반대를 주장하는 야권은 행정부에 대한 견제 강화를 위해 상시 청문회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모두의 시선은 거부권 칼자루를 쥔 대통령에게 쏠리고 있다. 거부권 여부의 정당성에 앞서 대통령은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 생각해 볼 때다. 대한민국 헌법 제4장 제1절은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의 원수란 대한민국의 모든 구성원의 윗자리에 있으며, 이들을 대표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국가의 원수라는 단어에는 대통령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대통령이 아니고, 친박이나 진박의 대통령은 더욱 아니며, 여당에도 야당에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단에도 반대하는 집단에도 대통령이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 우리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뜻이다. 당연히 어느 한편을 편애하지 않는 모두의 대통령이란 입장에서 국정을 관리하는 자리가 대통령이다. 거부권 행사도 이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공공 영역뿐 아니라 민간 영역에도 공식적인 자리에는 의전 서열이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도 암묵적 의전 서열이 존재한다. 제1장 총강은 대한민국의 국체와 정체를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고,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라는 점을 헌법은 천명하고 있다. 제1장 총강이 대한민국이라는 점은 대한민국은 대통령 및 우리가 모두 존중해야 하며 의전 서열 1번이라는 또 다른 표현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장이 지칭하는 대상은 국민이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대상이 국민이며 헌법의 암묵적 의전 서열 2번은 국민이라는 뜻이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장차관이든, 고급 관료든 모두 국민을 모셔야 하며, 헌법이 강조하는 가장 소중한 가치가 이렇게 반영돼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 제3장은 국회, 제4장은 정부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기 때문에 제4장 제1절에 대통령을 정부의 일부로 간주하고 규정한 것이 대한민국 헌법의 정신이다.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원수이지만 국민과 국회를 상위 의전 서열로 간주하고 섬겨야 한다는 정신의 반영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해 헌법이 규정한 대로 선서를 해야 한다. 그 첫마디가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이다. 헌법을 준수한다는 의미는 헌법 정신을 존중한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할 자리인 것과 마찬가지로 헌법 정신 또한 소중한 가치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국회 상시 청문회법의 발의자가 누구인지 살펴보았다. 의원 30명이 발의자인데 모두 여당 새누리당 국회의원이었다. 대표 발의자는 조원진이고, 강길부, 강석훈, 권은희 의원 등이 같이 발의했다. 이 법안은 2014년 국회의장 직속 국회개혁자문위원회에서 미국식 청문회를 벤치마킹해 상임위원회 차원의 청문회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제안됐다. 상당 기간 연구하고 분석한 결과에 따라 나온 법안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법 제정 혹은 개정 활동은 정책결정 활동 같은 뜻이다. 정책 과정에서 정치 논리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에 그쳐야 합리적 관점에서 정책이 결정되고 국민이 편안해진다. 상시 청문회법의 통과와 거부권 행사 여부를 두고 정치 논리로 생각해 봐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많다. 국회의장이 직속으로 국회개혁자문위원회를 두고 고민 끝에 나온 법안인데, 야당은 하나도 섞이지 않고 순수하게 여당 의원들만으로 발의한 법인데 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고민해야 할까. 청와대와 국회의 복잡한 정치를 잘 모르는 일반 국민으로서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우리의 대통령이기보다는 일부 집단의 대통령이기를 원하지는 않을 터인데…. 그렇다면 여당이 대통령과의 조율을 소홀히 한 탓일까.
  • [반기문 대선출마 시사] 潘총장, 고령 지적에 “10년간 마라톤을 100m 뛰듯 했다”

    “정쟁 말고 대통합 지도자 나와야” 국내 정치 언급 땐 목소리 높여 25일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로 방한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그동안 차기 대선과 관련한 입장을 단 한번도 직접적으로 밝힌 적이 없었다. 올해 말 임기 종료를 7개월여 남긴 시점에서 방한한 그의 행보에 여야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반 총장은 2011년 6월 유엔 192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연임 추천을 받아 올해 말까지 5년간 두 번째 임기를 수행 중이다. 반 총장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출발이 늦어지며 이날 입국이 약 한 시간 넘게 지체됐다. 반 총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압박성 질문에 차분히 대답을 이어나가다가도 정쟁이 난무하는 국내 정치권을 언급하는 대목에선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반 총장은 “(임기 종료 후) 국민으로서 역할을 더 생각해 보겠다”며 반기문 대망론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러면서도 모두발언에선 “7개월 후에 퇴임하면 무엇을 할지 질문을 한국 내뿐 아니라 많은 국가의 정상들이 많이 물어 본다”면서 “신문을 봤다며 자기들이 많이 도와주겠다, 선거운동을 해 주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국제사회에 이게 너무 커지니까 제 입장이 좀 난처해지는 수가 많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혹시 제가 초심을 버리고 다른 데 신경 쓰는 게 아니냐, 제 관심이 국내에 더 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이런 건(이런 추측을 사는 건)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강덕 관훈클럽 총무를 비롯해 이목희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이사, 이도운 서울신문 편집국 부국장 등 관훈클럽 간부와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20분가량 진행됐다. 반 총장 측에서는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 강경화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 사무차관보와 오준 유엔 수석대사, 김숙 전 유엔 대사, 장욱진 보좌관이 배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사회가 가진 문제에 대한 해법은. -정치지도자들이 국가 통합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가장 우선순위는 남북통일이지만 (남북 분단이) 70년 이상 안 됐는데 당장 어떻게 기대하기 어려우나 국가 통합은 정치 지도자들의 뜻만 있으면 내일이라도 가능하다. 아주 좁은 ‘커뮤니티 인터레스트’(집단 이익), ‘파티 인터레스트’(당리당략)는 정치가 아니라 정쟁이다. 이런 것은 지양해야 한다. 누군가 대통합 선언을 하고 나와 솔선수범하고,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사심을 버리고 자기 자신을 버리고. 지역구가 뭐가 중요한가. 세계가 막 돌아가고 있는데.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북한이 여러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명박 전 대통령 때나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치적 문제를 떠나 인도적 문제는 물꼬를 터놓는 게 좋다고 말씀드렸다. 특히 영유아는 지원해 주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려 정부 차원에서 동의하기도 했다.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경색돼 있다. →나이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1940년과 비교해 국민 체력과 자연수명이 지금과는 최소 15년 많게는 20년까지 차이가 있다. 미국 대통령에 나온 후보들도 70세가 넘는다. 저는 10년간 마라톤을 100m 뛰듯 했다. 역대 어떤 사무총장도 저보다 열심히 한 사람은 없었을 것으로 믿는다. 부모님께 제가 참 감사해하는데 제가 부지런하지만 운동하는 것에는 참 게으르다. 보약을 먹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없다. 그래도 체력 같은 건 요즘은 별로 문제가 안 된다. →미국 하버드대 연수생 신분이던 1980년대에 당시 미국 체류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향보고를 외무장관에게 했다는 의혹이 있다. -저도 언론 비판을 보면서 기가 막히다는 생각을 한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비판이다. 연수생으로 있던 당시 총영사관이 보스턴에 없었다. 제가 최상급 공무원이었는데 총영사관 직원은 사실이 아니다. 뉴욕 총영사관에 적을 두고, 제가 연수생으로 있었다. 봉급을 받기 위해선 뉴욕 총영사관에 있어야 한다. 정부에 고급 귀빈들이 많이 오니까 제가 명예 총영사 비슷한 역할을 했다. 부이사관이니 정부 어떤 공무원보다도 제가 선임자다. 제가 당시 대학신문에 난 것을 카피해(복사해) 보냈고, 학생 신분이 아니라 펠로로 있었기 때문에 보고한 것뿐이다. 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해서 한 것도 아니고 정부, 국가를 위해 있는 것을 관찰 보고한 것이고 개인 의견이 들어간 것이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라다니면서 그런 것(감시한 것) 아니다. 제 인격에 비춰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친박근혜계 인사들이나 박 대통령을 자주 만나나. -이명박 전 대통령 때도 그랬고 어느 대통령이건 다 했다(만났다). (박 대통령을) 7번 만났다고 하는데 모두 공개된 장소다. 회의가 있어서 가니까 사진이 찍힌 것이다. 너무 확대해석해서 다른 방향으로 (보도)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도 기가 막히다. 제주 이도운 부국장 dawn@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北 간부 당대회 기간에 술마셨다가...김정은 눈밖에 나 숙청

    북한 철도성 평양철도국장과 정치부국장이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열린 제7차 노동당 대회 기간 음주소란을 피운 혐의로 체포돼 관련 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가 25일 보도했다. 데일리NK는 평양 소식통을 인용해 “당 대회 참가자들에게 대회 기간 묵게 될 4·25 여관에서 음주·가무, 비사회주의적 행동 등을 하지 말도록 지시가 내려졌지만, 이들은 지시를 가볍게 여기고 저녁에 술을 마신 후 숙소 내에서 지인을 찾아다니며 소란을 피웠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들은 대회장에서 원수님(김정은) 지시를 받고 바로 쫓겨났다”면서 “대회에 참가한 대표자들은 아마도 2013년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있었던 장성택 체포사건이 떠올라 조마조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부들에 대한 숙청과 총살이 많아지면서 다들 조심하고 있는데, 잠시 방심했던 것이 큰 불행을 불러온 것 같다”면서 “이들이 대회장에서 추방될 당시 출당·직위해제를 당해 정치적 생명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스트리아의 트럼프’, 유럽 최초의 극우 수반 되나… 11월 美 대선 풍향계?

    ‘오스트리아의 트럼프’, 유럽 최초의 극우 수반 되나… 11월 美 대선 풍향계?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풍향계가 될 것인가.’  22일(현지시간) 치러진 오스트리아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성향의 노르베르트 호퍼(45) 자유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되면서 온 유럽이 충격에 휩싸였다. 호퍼 후보가 당선되면 유럽 최초의 극우 국가수반으로 기록된다.  유세 기간 내내 반(反) 무슬림 정서를 퍼뜨려온 호퍼 후보는 부재자를 제외한 투표소 개표 결과, ‘유럽의 오바마’로 불리는 녹색당 출신의 무소속 알렉산데르 판 데어 벨렌(72) 후보를 14만 4000표 차이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당락은 23일 밤 집계가 끝나는 부재자 투표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BBC에 따르면 부재자는 전체 유권자 640만명의 12%에 이른다. 호퍼(51.9%) 후보와 벨렌(48.1%) 후보의 표 차이인 3.8%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출구조사를 근거로 호퍼의 승리를 점쳤다. 이번 선거 결과가 미 공화당 대선 후보를 예약한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맞대결이 예상되는 미 대선의 예고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막말’ 정치가 장기인 항공기술자 출신의 호퍼는 트럼프와 닮은꼴 행보를 걸었다. “오스트리아에서 무슬림을 위한 자리는 없다”며 유럽 난민사태에 휘둘려온 국민의 불안감을 파고 들었다. 주류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그에 대한 득표로 이어졌다. 반면 경제학자 출신인 벨렌 전 녹색당 대표는 소수자 인권보호와 평화를 강조했다. “전체주의의 광기가 야기한 2차 대전이 어떻게 오스트리아를 황폐화시켰는지 상기하라”며 호퍼에 맞섰다. 지난달 24일의 1차 투표에선 호퍼와 벨렌이 각각 35%와 21%로 1, 2위를 차지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마틴 슐츠 EU의회 의장 등이 “호퍼의 당선은 재앙”이라고 외쳤지만 호퍼는 결선 투표에서 다시 지지율을 크게 끌어 올렸다.  의원 내각제인 오스트리아에서 대통령은 상징적 국가원수다. 하지만 호퍼의 부상은 오스트리아 정국을 혼란에 빠뜨렸다. 70년간 정국을 분할해 온 사회민주당과 국민당의 양당 후보들은 1차 투표에서 탈락했고, 베르너 파이만 총리는 사임했다. BBC는 호퍼의 당선이 확정되면 2018년 총선이 자유당 승리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장은 온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맞댄 국가들의 스위스국민당(29%), 조비크(헝가리·21%), 우리슬로바키아(슬로바키아·8%), 독일을 위한 대안(4.7%), 북부연합(4%·이탈리아) 등 극우세력은 호퍼의 선전으로 힘을 얻는 모양새다. 덴마크국민당(21%), 국민전선(프랑스·14%), 자유당(네덜란드·10%) 등 다른 극우정당들도 차기 선거에서 집권을 꿈꾸고 있다고 BBC는 설명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직장 스트레스 ‘한큐’에 날려요

    직장 스트레스 ‘한큐’에 날려요

    #1. 지난 11일 충남의 LG화학 대산공장. 오후 6시쯤 근무를 마친 직원들이 하나둘씩 사택 옆의 당구장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당구장 한쪽에는 총무가 미리 준비한 저녁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갓 끓여 온 찌개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났다. 경기 중에 가볍게 먹을 수 있도록 김밥, 삶은 계란도 수북이 쌓여 있다. 시계가 6시 20분을 가리키자 20명 넘는 직원이 당구장을 가득 메웠다. 경기는 곧바로 시작됐다. 1대1 대항전으로 승자가 다음 경기에 출전하는 토너먼트 방식이었다. 결승전은 밤 10시 가까이 돼서야 진행됐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끝에 우승은 이창우 품질보증팀 계장이 차지했다. 동호회 회장인 김선옥 LG화학 주임은 “매달 열리는 정기전은 그야말로 박진감 넘치는 한 편의 드라마”라면서 “같은 공장에 근무하지만 한 달에 한 번 보는 분들도 많아 사방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2. 지난 4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의 한 당구장. 오후 시간 내내 손님이 뜸했던 이 당구장에 갑자기 넥타이 부대가 물 밀듯 입장했다. 얼추 세어 봐도 30명은 족히 넘는다. 동네 당구장에 웬 직장인인가 싶지만 차로 5분 떨어진 곳에 삼성엔지니어링 본사가 있다. 넥타이 부대는 이 회사 당구 동호회 멤버들이다. 이들은 매달 첫 번째 주 수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많을 때는 40명 이상이 찾기도 한다. 전쟁에 임하는 것처럼 표정도 사뭇 진지하다. 이날도 긴장감 속에서 경기는 진행됐다. ‘천프로’로 불리는 천형승(동호회 부회장) 삼성엔지니어링 감사팀 과장은 “사내 동호회가 여럿 있지만 활동성만 놓고 보면 우리 동호회가 가장 활발할 것”이라면서 “경기가 끝나면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자신의 성적을 올리고 다른 회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기업들 지원 늘리고 세계 대회도 개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반상 대결’로 바둑 열풍이 한창인 가운데,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때아닌 당구 ‘붐’이 불고 있다. 당구장을 찾는 직장인들은 하나같이 “평일 저녁 가볍게 모여 화끈하게 스트레스 풀기에는 당구만큼 매력적인 운동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회사 인근에 당구장이 많아 접근성이 뛰어나고 다른 운동에 비해 비용 부담이 적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 기업들도 사내 당구 모임을 공식 동호회로 인정하고 지원금을 ‘팍팍’ 늘려 주는가 하면 기업이 직접 세계 당구 대회를 주최하면서 당구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동참하기도 한다. 국내 당구 인구도 꾸준히 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체육백서에 따르면 2010년 전국의 당구 동호회 회원수는 2만 6992명에서 2014년 4만 115명으로 1만명 이상 증가했다. 당구 동호회 수는 2010년 1189개에서 이듬해 855개로 크게 줄었다가 다시 회복하는 추세다. 대한당구연맹은 당구에 대한 편견이 점차 사라지면서 당구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한다. 2000년대 초반 직장인들 사이에서 당구 붐이 거세게 일어났지만 부정적 인식이 강한 탓에 금세 식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당구는 왕궁 스포츠로 출발했다. 1915년 순종이 창덕궁에 최초로 당구대 2대를 설치하고 대신들과 즐겨 했던 운동이다. 벨기에는 당구를 ‘국기’로 인정하고 당구 선수는 국가 영웅 대접을 해 준다. 이웃 일본도 1955년 당구를 건전한 스포츠로 인정한 뒤 당구 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인가 당구가 사행성이 짙다는 이유로 터부시돼 왔다. 그간 기업들이 당구 동호회를 꺼려 왔던 것도 ‘볼썽사납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장년층 즐기기에도 ‘안성맞춤’ 30년 ‘구력’을 자랑하는 KB손해보험의 윤상균(대대 25점) 차장은 “동호회를 만들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주변 시선 때문에 접었다”면서 “당구장 내 흡연만 금지돼도 당구 인식이 한층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학(대대 30점) 현대모비스 책임연구원은 “나이 들수록 연약해지기 쉬운데 당구는 승부욕을 자극해 중장년층이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라면서 “경영진이 조금만 움직여 주면 직장 내 당구 문화가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일부 기업에서는 직원들 성화(?)에 못 이겨 사내 당구 모임을 공식 동호회로 인정하기도 했다. 지방에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LG화학만 해도 여수, 대산, 청주, 익산 공장에 각각 당구 동호회가 있다. 특히 2006년 출범한 대산공장 당구 동호회는 사내에서 가장 활성화된 동호회 중 하나다. 회원수만 120명에 달한다. ●현대오일뱅크·파워텍 ‘지역 더비전’ 인근의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당구 동호회도 뒤늦게(2012년) 출범했지만 열정만큼은 LG화학에 뒤지지 않는다. 올여름 안전생산부문장배 대회를 앞두고 현대오일뱅크 직원들은 연습을 위해 서산 당구장으로 원정을 다니는 중이다. 지난 3월 중순에는 대산공단 내에 있는 현대파워텍 당구 동호회와 자존심을 건 첫 ‘지역 더비전’을 펼치기도 했다. 다음달 한화토탈과도 결전을 앞두고 있다. 김선민(동호회 총무) 현대오일뱅크 주임은 “공단에 속한 사업장들과 친선 교류 차원에서 대회를 제안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LG화학에도 도전장을 내밀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발족한 현대제철 포항공장 당구 동호회는 ‘끈끈함’으로 유명하다. 매달 포항 시내에서 정기전을 펼치는가 하면 지난해부터 지회장배 당구대회를 열기도 했다. 동호회 지도위원인 이민호(대대 25점) 현대제철 제품출하팀 직원은 “당구 대회는 승부만 겨루는 게 아니라 관리직, 기술직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가 되는 행사”라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풀리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 프로선수 출신이 주도 지방 공장뿐 아니라 서울 본사에도 당구 동호회가 활성화된 곳이 많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프로선수 출신인 천형승 과장이 주도적으로 동호회를 이끌면서 당구 붐을 확산시키고 있다. 2010년 공식적으로 동호회를 만든 이후 가입한 회원수가 200명에 이른다. 회사에서도 비용의 80%를 지급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동호회장은 현 감사팀장인 문경진 상무가 맡고 있다. 같은 팀의 천 과장에게 별도 레슨을 받으며 실력을 키우는 중이다. 매달 첫째주 수요일과 셋째주 토요일에 정기적으로 대회를 갖는데, 주말 모임은 가족들도 함께 하는 ‘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화케미칼도 2007년부터 ‘한큐’라는 당구 동호회를 운영 중이다. 전성기 때는 30명 가까이 활동하다가 최근 9명으로 줄었지만 당구 마니아들이 많은 회사로 알려졌다. 최민수(동호회 총무) 한화케미칼 인사기획팀 대리는 “당구의 희열은 야구와 비슷한 ‘한 방’에 있다”면서 “잘 안 풀리다가도 한 번에 역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맛에 당구를 놓지 못한다”고 말했다. 직장 내 동호회 활동은 직장인의 행복 수준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직장인의 행복에 관한 연구’(2013년)에 따르면 직장에서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하는 직장인의 행복 지수가 그렇지 않은 직장인에 비해 9점이나 높게 나왔다. 미국의 유명 저자 톰 래스, 짐 하터의 저서 ‘웰빙 파인더’에서는 직장에 친한 친구가 있는 사람은 친구가 없는 사람에 비해 업무 몰입 가능성이 7배나 높다고 했다. 직장에서의 소속감이 결국 직장 생활의 행복을 결정짓는다는 얘기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병력 안알렸다고 보험금 지급 거부 ‘제동’

    보험 계약 시 사소한 과거 병력을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보험사의 행태에 제동이 걸린다. 금융감독원은 22일 보험사가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을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현장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계약 전 알릴 의무는 피보험자가 보험 계약 시 과거 질병 등에 대해 사실대로 말해야 하는 의무로 위반 시 보험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하지만 가벼운 감기를 앓은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든가 정확한 병명이나 치료 기간 등을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사가 트집을 잡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일이 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 설계사가 알릴 의무 위반 시 발생하는 불이익에 대해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는지도 함께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2명 이상이 함께 개설한 계좌에는 통장에 ‘OOO 외 O명’ 등의 방식으로 공동 명의임을 분명히 하도록 했다. 현재는 대표자 1명만 표기해 공동 명의인이 몰래 예금을 인출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보험이나 금융투자 상품에 가입한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불완전판매가 없었는지 확인하는 ‘해피콜’도 개선된다. 앞으로는 ‘가입한 상품의 기초자산이 몇 % 이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지 안내받았나’ 등 구체적인 답변을 유도하는 형태로 바뀐다. 특히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해피콜 서비스를 받지 못한 청각장애인에 대해선 면접이나 영상통화 수화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또 납입한 보험료 중 일부를 주식 등에 투자하는 변액보험은 상품에 대한 고객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보다 쉽게 사전 진단지를 만들 예정이다. 건강하면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건강체 할인특약’도 제대로 안내가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점검한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대만 차이 정부 출범… ‘하나의 중국·92공식’ 수용하나

    대만 차이 정부 출범… ‘하나의 중국·92공식’ 수용하나

    55개국 200명 외국 사절 참석 中, 퇴진 마잉주 찬사하며 압박 대만에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정부가 20일 공식 출범한다. 차이 당선자는 20일 오전 타이베이 총통부 앞 광장에서 제14대 총통 취임식을 갖고 대만 사상 첫 여성 총통이자 중화권 첫 여성 지도자로 첫발을 내딛게 된다. 대만으로선 세 번째 정권교체다. 입법원(국회)에서도 과반 의석을 차지해 의회 권력까지 안정적으로 확보한 민진당 정부는 이로써 8년 만의 정권교체를 실현하고 대만 독립 성향의 노선을 재추진할 수 있게 됐다. 차이 당선자는 지난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압승한 이후 마잉주(馬英九) 현 총통의 임기만료 시한인 지금까지 정권 인계와 함께 각료 인선, 정책 검토 작업을 진행해 왔다. 취임식에는 대만과 수교한 22개국 중 파라과이, 스와질란드, 마셜군도 등 6개국 원수를 포함해 55개국에서 온 200여명의 외국 축하 사절을 비롯해 입법위원, 정부각료, 시민 1만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대만과 국교를 끊은 한국에서는 국회 차원으로 한·대만 의원친선협회 회장인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지만 한국 정부를 대표하는 참석자는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 당선자는 취임사에서 중국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하나의 중국’ 원칙이나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수용할지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취임식 참석자들은 1970∼80년대 권위주의 시대의 금지가요로 대만의 민주와 독립을 상징하는 곡이었던 ‘메이리다오’를 ‘대합창’하는 순서로 취임식을 마치게 된다. 차이 당선자의 출신 부족인 파이완족 어린이들로 구성된 핑둥현 디마얼초등학교 학생들도 참석해 대만 국가를 부를 예정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9일 ‘마잉주는 할 수 있는 모든 긍정적인 공헌을 했다’는 사설을 통해 마잉주의 최대 성과는 “천수이볜(陳水扁) 정권 시기 거의 양안 간 전쟁 위기로까지 내몰렸던 긴장 국면을 바로잡고 양안 관계 평화발전의 새로운 국면을 가져온 점”이라고 평가했다. 대만 독립을 표방했던 천수이볜 집권 시기에 양안 관계가 극단으로 치달았으나 마잉주의 집권으로 위기를 해소하고 발전을 이뤘다는 찬사인 셈이다. 이는 차이 당선자와 민진당의 독립노선에 대한 우려감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대만 신정부를 압박한 모양새가 됐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개인정보 빼내 경남교육감 소환 ‘허위서명’ 공무원 등 33명 적발 3명 구속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청구에 필요한 서명 인원수를 채우기 위해 박권범(57) 전 경남도 복지보건국장과 도지사 비서실 직원을 비롯한 경남도 전·현직 공무원 4명과 홍준표 지사 측근인 박치근(57) 전 경남FC 대표이사와 박재기(58) 전 경남개발공사사장 등 모두 33명이 허위서명 작업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박 전 국장은 병원과 건강관련 협회 등이 보관하고 있는 고객 개인정보를 빼내 허위서명에 이용하도록 한 혐의가 드러났다. 경남교육감 주민소환청구인 허위 서명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남 창원서부경찰서는 19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 허위서명에 가담한 박치근 전 경남FC 대표이사와 박재기 전 경남개발공사사장 등 3명을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박권범 전 국장 등 30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가담자는 경남개발공사 11명, 경남FC 4명, 경남도청 전·현직 공무원 4명, 병원과 건강관리협회, 음식협회 등의 관계자 6명, 박치근 전 대표 등의 지인 8명 등이다. 경찰에 따르면 박치근 전 대표와 박재기 전 사장은 교육감 주민소환 청구 서명 기한이 임박하자 허위 서명을 하기로 공모했다. 박재기 전 사장은 당시 현직이던 박 복지보건국장에게 개인정보를 수집해 달라고 요청했다. 요청을 받은 박 전 국장은 부하직원 A 사무관에게 시켜 지난해 11월 16·17일 이틀간 김해시와 창원시 진해구 지역 병원 3곳과 건강관련 협회, 음식관련 협회 경남지부 등으로부터 개인정보 19만여건을 넘겨받아 박재기 전 사장에게 건네 줬다. 경찰은 병원과 협회 등의 행정직원들이 개인정보 제공을 거부했으나 박 전 국장 측은 ‘도정 홍보자료로 쓸 것이다’고 설득해 이름·주민번호·주소 등이 기재된 개인정보 명부를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박치근 전 대표와 박재기 전 사장은 박 전 국장을 통해 받은 개인정보를 이용해 경남FC·경남개발공사 직원과 대호산악회 등에서 알게 지인 등에게 허위서명 작업을 시켰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22일까지 박치근 전 대표 소유 건물인 창원시 북면 대호산악회 사무실에서 서명부 584장에 2385명의 허위서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박 전 국장이 “병원 등에서 받은 개인정보가 허위서명에 이용될 줄 몰랐다”고 진술했으나 박 전 국장이 병원 등에 개인정보를 요청하면서 “생년월일 등의 정보가 꼭 있어야 한다”고 말했던 점으로 미루어 허위서명에 이용될 것이란 점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경남교육감 주민소환청구 허위서명 사건은 경남지역 야권·사회단체가 무상급식 중단 및 진주의료원 폐쇄 등에 항의해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에 나서자 이에 맞서 보수성향 단체 등이 무상급식 문제로 홍 지사와 갈등을 빚은 박 교육감 주민소환운동에 나서면서 비롯됐다. 경남도선관위는 지난해 12월 22일 박치근 전 대표 소유 창원시 북면 사무실에서 박모(42·여)씨 등 4명이 개인정보가 담긴 명부를 이용해 허위서명을 하던 현장을 적발해 경찰에 고발했다. 홍 지사는 측근들이 주민소환 허위서명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자 지난 3월 7일 경남도 공보관을 통해 도민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부고]

    ●최훈(중앙일보 편집국장)씨 부친상 류인철(서울대병원 치과병원장)씨 장인상 18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20일 오전 8시 (02)2258-5940 ●김용찬(금강일보 회장)씨 부친상 18일 청주의료원, 발인 20일 오전 7시 (043)279-0159 ●원수영(NH협동기획 상무)상준(파란렌탈 이사)씨 모친상 1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0일 오전 7시 30분 (02)3010-2261 ●김용선(전 한국수력원자력 근무)용구(대신증권 연금사업센터 팀장)씨 부친상 18일 건국대병원, 발인 20일 오전 7시 30분 (02)2030-7901 ●김동진(해피오아낫 대표)동현(디앤컴퍼니 대표)씨 부친상 18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20일 오전 9시 (02)2227-7566 ●배기수(전 헤럴드경제 기자)씨 별세 박영주(경기농림재단 기획실장)씨 남편상 배기정(사업)기진(전 소년한국일보 취재부장)씨 동생상 배기보(비엠월드 총무부장)씨 형님상 17일 평촌 한림대병원, 발인 20일 오전 7시 30분 (031)384-1247 ●임남근(전북일보 순창 주재기자)씨 장모상 18일 순창보건의료원, 발인 20일 오전 8시 (063)650-5444 ●엄두섭(은성수도원 설립자)씨 별세 성옥(은성출판사 전문번역자)씨 부친상 최대형(은성출판사 대표)씨 장인상 1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0일 오전 9시 (02)3010-2294 ●김택곤(전주방송 대표이사)성곤(전 인천항만물류협회 운영팀장)미화(전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부행장)진홍(전 한국방송광고공사 상임이사)씨 모친상 이기수(전북대 공과대학 교수)고재영(뉴로벤션 이사)씨 장모상 18일 전북대병원, 발인 20일 오전 (063)250-1439 ●유의경(전 세종대 부총장)씨 별세 이대운(전 연세대 원주부총장)씨 부인상 18일 수원 아주대병원, 발인 20일 오전 7시 30분 (031)219-4591
  • “국정원 댓글부대, ‘이설주 우상화 막아라’ 지시 받고 활동했다”

    “국정원 댓글부대, ‘이설주 우상화 막아라’ 지시 받고 활동했다”

    국가정보원의 ‘댓글부대’를 통해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원세훈(65) 전 국정원장 측이 재임 기간 동안 북한의 ‘퍼스트레이디’ 리설주의 인기를 막으라는 지시를 심리전단에 직접 내렸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김시철) 심리로 16일 열린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속행공판에서 변호인은 “2012년 리설주에 대한 과도한 보도행태가 있어 활동 자제를 촉구해달라는 지시를 (사이버 심리전단에) 내리고 이행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 측은 “(심리전단은) 리설주 팬클럽 형성, 우상화, 미화를 막기 위해 리설주 이슈를 (런던)올림픽 등 다른 이슈로 분산시키는 활동을 전개했다”면서 “이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없는 전형적 대북 심리전”이라고 주장했다. 또 2012년 한 해 동안 원 전 원장이 심리전단에 지시를 내리고 이행 실태를 보고받은 사실이 문서로 증명되는 것은 리설주 건뿐이라며, 심리전단의 대선개입 댓글 작업은 그가 지시를 내리지도, 보고받지도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리설주의 존재가 국내에 알려진 시기는 2012년 7월이다. 7월 초쯤 북한 김정은 현 노동당 위원장과 리설주가 모란봉악단 공연을 함께 관람하는 모습이 공개됐고 7월 25일에는 북한 매체가 직접 ‘김정은 원수의 부인 리설주 동지’라고 언급해 이름이 확인된 바 있다. 원 전 원장은 다음 날인 7월 2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나와 1989년생인 리설주가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때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으며 2009년 김정은과 결혼했다는 등의 구체적인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심리전단을 통해 정치 현안과 2012년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2심은 대선 개입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7월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 전 원장은 같은해 10월 보석 허가로 석방돼 현재까지 파기환송심을 받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종필 전 총리 ‘올해의 자랑스러운 육사인상’

    김종필 전 총리 ‘올해의 자랑스러운 육사인상’

    휠체어에 탄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13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화랑연병장에서 육사 총동창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자랑스러운 육사인상’을 받고 있다. 육사 8기 출신인 김 전 총리는 답사에서 “육사인의 명예와 긍지를 간직한 채 대한민국의 영광과 통일을 염원하면서 맥아더 원수가 남긴 말처럼 이 노병은 죽지 않고 조용히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강창희 전 국회의장, 신경식 대한민국헌정회장, 이태섭 전 과학기술처 장관, 한갑수 전 농림부 장관, 류우익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해 수상을 축하했다. 연합뉴스
  • “민생·경제” “가습기 대책” “세월호법”… 막오른 ‘협치의 시험대’

    여야 3당은 12일 박근혜 대통령과 3당 원내지도부의 회동을 하루 앞두고 막판 의제설정과 전략 구상에 골몰했다. 새누리당은 민생·경제 부각에 초점을 맞춘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서민경제 활성화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 피해 대책, 세월호 특별법 개정 문제 등을 주요 의제로 삼을 예정이다. 국민의당은 19대 국회 우선 처리 법안을 제의함으로써 제3당으로서의 존재감 구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민생·경제를 이번 회동의 최우선 과제로 삼는 가운데 북한의 핵 보유국 선언 등 안보 문제에는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청와대는 이날 박 대통령과 3당 원내지도부 회동에 대해 “송곳회동이 아니라 국민에게 민생·경제 문제 등과 관련해 희망을 주는 회동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현기환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를 방문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면담을 갖고 청와대 회동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와의 만남은 우 원내대표가 광주에서 열린 당내 워크숍에 참석하는 바람에 불발돼 통화로 대체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워크숍 가는 날 의제를 조율하자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내일 회동은 불 보듯 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청와대가 제시한 ▲민생·경제 ▲북핵 ▲국정 협력 ▲3당 대표 회동 조율 등 4대 의제가 시의적절하다는 판단하에 야당과의 ‘협치’ 구현 노력에 방점을 두고 있다. 북핵 등 안보 위기에 대해 두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는 한편 야당에서 의제로 삼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대책, 기업 구조조정, 세월호 특별법 개정 등에 대해서도 폭넓게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무엇보다도 청와대와 야당이 협의를 통해 의제를 가다듬는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민주는 3당 원내대표의 의제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 대책 마련, 세월호 특별법 개정, 서민경제 활성화를 거론하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민주화운동 공식 기념곡 지정 문제 등도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협치로 ‘민생국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부각하면서 전통적 지지층을 고려한 이슈도 놓치지 않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당선자 워크숍’ 직전 기자회견을 갖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언급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내일 청와대 회동에서 정중하게 건의할 거다. 독립군 후손들에게 독립군이라고 부르지 말라는 것과 같은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전·월세 대책, 청년고용 정책 등의 민생 현안을 언급하고,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도 비판할 예정이다. 국민의당은 19대 국회에서 우선 처리해야 할 법안들을 제의할 방침이다.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세월호 특별법과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 누리과정 예산 문제 등은 분명히 언급할 것”이라면서 “다만 우리는 기본적으로 구조조정, 경제 활성화 문제에 대해 좀더 나라를 생각하면서 같이 협조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 현 정무수석과의 회동 뒤 “내가 대통령을 가장 가깝게 5년을 모셔본 사람인데 국가 원수에 대한 예우가 있다”면서 “사전에 이런 이야기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예우와 금도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당대회 열렬한 축하” 선전한 北… 민심은 “4개월간 힘겨웠다”

    北 이번엔 ‘만리마속도 운동’ 전개 북한 관영매체들은 제7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된 데 대해 주민들이 열렬한 축하를 보낸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 주민들은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원수님(김정은)께서 밝혀 주신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휘황한 설계도를 받아 안은 수백만 당원들과 각 계층 근로자들은 당의 영도를 높이 받들고 애국충정으로 높뛰는 심장의 붉은 피를 사회주의 강국 건설에 다 바칠 신념과 의지를 천백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도 “북한 노동당 7차 대회에서 김정은 제1비서를 당 위원장으로 추대한 데 대해 군대와 인민은 최대의 경의와 가장 열렬한 축하를 드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특히 당 대회가 끝나자마자 주민들에게 노동신문 등 기관지를 통해 ‘만리마속도 창조운동’을 전개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1950년대 중반부터 하루에 1000리를 달리는 말이라는 ‘천리마’라는 용어를 앞세워 속도전을 펼쳐왔다. 만리마는 천리마보다 10배 빠른 말이라는 뜻이다. 이는 핵·경제 병진 노선을 내세운 김 위원장이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실패 등 핵무장과 경제 모두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외국 매체가 전한 바닥의 민심은 정반대다. 일본의 대북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접촉한 30대 북한 주민은 “북한 주민에게 지난 4개월은 힘겨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당대회에 즈음해 당국으로부터의 비사회주의 행위 단속과 노력 동원은 물론 당대회가 끝날 때까지 항상 긴장하며 지내 왔고, 일부는 단속에 적발돼 처벌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도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직위나 복장 등을 통해 할아버지인 김일성 따라하기를 시도하며 충성심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에 대한 충성심이 약화돼 있을 뿐만 아니라 ‘세상에 부럼 없어라’라는 노래도 당국을 조롱하는 도구로 전락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김정은, 감투 9개 쓴 ‘대관식’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9일 폐막한 북한 제7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9개의 공식 직책을 갖게 됐다. 당과 정부, 군을 모두 아우르는 9개의 감투를 쓰게된 만큼 이번 당 대회가 김 위원장의 권력 공고화를 위한 ‘대관식’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김 위원장은 이번 당대회에서 당 제1비서 직함을 대체해 유일 영도자를 의미하는 ‘노동당 위원장’ 이외에도 ‘당 중앙위원회 위원’,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당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다시 추대됐다. 이는 모두 북한의 최고 권력 기관인 조선노동당의 주요 직위로 김 위원장이 당의 구석구석까지 한 손에 장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노동당을 ‘인민대중의 모든 정치조직들 중 가장 높은 형태의 정치조직’으로 규정해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등 주요 정부 기구들을 당의 영도하에 활동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당 중앙위원회는 당의 노선과 정책을 세우고 그 집행을 지도하는 당 속의 최고지도기관으로 꼽힌다. 김 위원장은 이 밖에도 군부를 통솔하는 ‘인민군 최고사령관’과 ‘인민군 원수’, 정부 행정조직으로 군을 통제하는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입법권을 행사하는 최고기구인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 등 4개의 공식직함을 더 보유하고 있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직후인 2011년 12월 30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최고사령관에 임명됐고, 2012년 4월 11일 개최된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당 제1비서, 당 중앙군사위원장,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다. 같은 해 4월 13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2기 5차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노동당의 위상을 강화함에 따라 선군(先軍)을 강조한 아버지 김정일 시대에 최고 지도기관으로 꼽혔던 국방위원회의 위상은 점차 퇴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10일 “출범 5년째에 접어든 김 위원장이 명실 공히 당·정·군을 모두 장악해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린 셈”이라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北 당대회 호소문 공개 “병진노선 고수…경제건설 수소탄 터뜨리자”

    北 당대회 호소문 공개 “병진노선 고수…경제건설 수소탄 터뜨리자”

    북한은 노동당 제7차 대회가 막을 내린 9일 주민 대상의 호소문을 통해 경제·핵 병진노선의 고수를 거듭 강조했다. 북한은 이날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 명의의 인민군·청년·인민에게 보내는 9600여자 분량의 호소문을 통해 “우리 혁명의 백년대계전략,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동시에 밀고 나가는 우리 당의 전략적인 병진노선은 추호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고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호소문은 이어 “우리 혁명의 정치사상진지와 군사력을 더욱 공고하고 강력하게 다지며 당면하게는 과학기술강국, 경제강국, 문명강국 건설에 힘을 집중해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에서 하루빨리 최후승리를 이룩하기 위한 투쟁에 전당, 전국, 전군, 전민을 다시 한번 총궐기시키는 것”이 대회 결정서의 기본 사상이라고 규정했다. 호소문은 그러면서 “이미 핵강국, 우주강국으로 확고히 공인된 우리 나라가 세계적인 경제강국의 전열에까지 자기 자리를 만들게 되면 무서운 것 없다”며 “만리마속도창조운동의 불길도 경제전선에서 제일 드세차고 격렬하게 타올라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어 “주체의 핵보검으로 제국주의의 핵몽둥이를 썩은 나무막대기로 만들어버린 것처럼 만리마속도창조운동으로 경제건설의 수소탄을 연속 터뜨려 적대세력들이 마지막 주패장(카드)으로 내대는 경제제재와 봉쇄놀음에 영원히 종지부를 찍어버리고 경제대전에서도 원쑤(원수)들의 항복서를 받아내자”고 촉구했다. 무기 개발에 대해서는 “만리마의 속도로 국방과학연구사업과 국방공업발전에 계속 강도높은 박차를 가하자”면서 “주체적 핵무장력을 보다 질량적으로 강화해 우리 조국을 천하무적의 핵강국으로 만들자”고 밝혔다. 또 “혁명의 명줄인 위대한 김정은 동지를 중심으로 한 당의 유일적영도체계, 유일적영군체계를 철통같이 다지자”며 “김정은 동지의 사상과 의도와 어긋나는 사소한 요소도, 우리의 일심단결에 금을 내고 당정책을 후론(뒷말)하는 손톱눈만한 짓거리도 추호도 허용하지 말고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리자”고 말했다. 호소문은 그러면서 “만리마속도창조운동의 불길로 우리 당역사에서 종파란 말 자체를 말끔히 청산해버리자”고도 했다. 호소문은 올해 초부터 당대회를 앞두고 진행해온 ‘수소탄 실험’과 ‘광명성4호’ 발사, ‘70일 전투’에 대해서는 “당 제6차대회 이후 35년간의 우리의 모든 투쟁의 축소판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경제 실패 자인하고도 개혁·개방 거부하는 北

    북한은 어제 나흘째 진행된 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핵보유국 명시’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최고 수위로 모시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결정서를 채택했다. 김일성의 선당(先黨), 김정일의 선군(先軍)에 이어 ‘선핵’(先核) 노선에 기대 3대 세습체제를 이어 가려는 김정은의 의지가 확인된 셈이다. 그는 전날 사업보고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항구적 전략노선”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이 경우 더욱 강도 높은 국제 제재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면 가뜩이나 피폐한 북한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김정은 정권이 언제까지 핵·경제 병진이란 형용 모순의 구호로 북한 주민들은 물론 자신을 속일 것인지 궁금하다. 김정은도 이번 당대회에서 북한 경제의 실패를 이례적으로 자인했다. 그는 ‘핵 강국’의 지위에 무한한 자부심을 드러낸 것과 달리 경제에 대해선 “한심하다”는 표현까지 썼다. 특히 “선행 부문이 앞서 나가지 못해 나라 경제 발전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경제난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하지만 문제는 당면한 경제난을 인정하면서도 “선군 총대로 날려 버렸다”며 개혁·개방을 한사코 거부하는 자세다. 그가 말한 ‘선행 부문 문제’는 경제발전의 초석인 에너지의 만성적 부족을 뜻하는 것으로, 이는 북한이 문을 걸어 잠그고 핵 개발에만 골몰한 업보가 아닌가. 이러니 빈사 상태의 북한 경제를 살릴 방도가 나올 리 만무하다. 북한 당국은 36년 전 6차 당대회에서 인민 경제의 ‘주체화’와 ‘현대화’를 천명했다. 그때는 결국 실패했을지언정 그럴싸한 구호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북측이 내놓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2016∼2020) 계획은 ‘속 빈 강정’을 방불케 했다. ‘핵 강국’을 자처하는 북한에 투자할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는 현실이 반영된 까닭이다. 최근 러시아마저 북한산 광물 수입 금지 등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이행 방안을 밝히지 않았나. 북측이 핵에 집착할수록 북한 주민들의 삶은 도탄에 빠져들게 된다. 그런데도 김정은이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회담’을 제안하는 한편 북의 리명수 총참모장은 “명령만 내리면 원수들의 정수리에 핵 뇌성을 터뜨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핵을 내려놓고 동족의 도움을 청할 생각은 않고 이처럼 위장 대화 공세나 펴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이는 체제 붕괴 우려 탓에 자력으론 개혁·개방을 할 수 없는 세습 정권의 한계가 드러난 결과일 수 있다. 그렇다면 당분간 더 촘촘한 제재로 북한 정권이 경제를 살리려면 핵을 내려놓고 문을 열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
  • “이해찬 복당 미루는 더민주… 공정한 민주주의 아니다”

    “이해찬 복당 미루는 더민주… 공정한 민주주의 아니다”

    “절차적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정무적 판단’이라는 주장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도대체 말이 됩니까.” 이춘희 세종시장은 지난 2일 세종시장실에서 서울신문과 단독 인터뷰한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천이 배제돼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해찬 당선자는 4·13총선에서 당선되자 그달 19일 복당 신청을 했지만, 더민주가 그 결정을 미루자 이렇게 비판했다. 이 시장은 “중앙당이 잘못했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30년을 관료로 살아 신중하고 무리한 발언을 하지 않는 이 시장으로서는 파격적인 발언이다. “복당해 당의 중심을 바로잡겠다”던 이 당선자의 복당은 아직도 미정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를 맞아 경남 김해 봉하마을 사저를 일반에 공개한 보도에 이 시장은 “2007년에 대통령은 정기용 건축가에게 “봉화산을 가리지 않게 낮게 지어라”고 했다”면서 “가보면 ‘아방궁’은 말도 안 되는 것을 알 것”이라고 일축했다. 현재 세종시는 이 당선자의 총선 공약인 ‘KTX세종역 신설’과 ‘국회분원 설치’ 등의 실현 시기를 두고 뜨끈뜨끈 달구어지고 있다. 세종시와 정부기관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과의 관계 설정도 관심사다. 다음은 일문일답. →‘KTX 세종역 신설’은 언제쯤 될 것 같나. -공약한 이해찬 당선자가 해야지요(웃음). 전주나 광주에서 세종시로 오려면 오송까지 갔다가 되돌아와야 해 시간도 돈도 낭비다. 신설 필요성은 있지만, 대전시나 충남도, 충북도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추진해야 한다. 대전은 유성 등 서북구 쪽은 찬성한다. 충남은 남공주역 이용률이 떨어질까봐 걱정할 수 있다. 세종시는 국가 전체가 투자하고 충청권 전체의 도움을 받아 만든 도시인만큼 주위 지방정부를 설득하면서 일을 추진해야 한다. 비용은 500억원 정도니 크다고 할 수는 없다. →‘국회 분원 설치’는 문제 없나. -20대 총선에서 여야 모두 공약했다. 국회 사무처가 내년 예산에 설계비를 반영시켜야 한다. 이해찬 당선자가 등원하자마자 거론할 것이다. 지적재산권을 따지자면, 4년 전인 2012년 1월 3일에 내가 ‘국회 분원 설치’를 공약했다. 당시 ‘미친놈’이란 소리를 들었다. 올바른 일은 누군가 물꼬를 터놓으면 시간이 좀 걸리지만 결국 된다. 도시계획 때 국회·청와대를 넣으려고 비워둔 부지가 있다. 정부세종청사 옆의 원수산, 전월산 인근으로, 양화리 진의리 등이다. →행복청과 세종시 업무가 겹쳐 갈등한다고 한다. 행복청을 해체하거나 세종시가 흡수해야 하나. -원래 계획은 행복청이 신행정도시를 관리하다가 2015년에 인구 15만 도시가 되면 세종특별시로 전환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2012년 세종시가 일찍 출범해 업무 중복이 발생했다. 점차 국가 일이 줄어드니 행복청에서 건축허가나 주택건설 사업승인 등 지방일에 자꾸 신경을 쓴다. 행복청의 미래는 둘 중 하나다. 첫째 국가사무를 하고 지방사무는 세종시에 주는 방법이 있다. 둘째는 세종시가 행복청을 인수하고, 행복청의 국가 사무는 국토교통부가 인수하는 것이다. 이렇게 행복청이 공중분해되면 140여명 중앙공무원들의 입지가 문제가 된다. →친정 식구를 너무 봐주는 것 같다. -무슨 일이든 잘되는 게 좋다.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답을 찾으면 비즈니스이고, 행정가는 올바르게 일이 되도록 해야 한다. →2005년 세종시를 기획하고, 2006년 초대 행복청장도 맡았고, 2014년부터 세종시장이다. 세종시의 알파에서 오메가이다. 세종시에 미흡한 건 뭔가. -초·중·고등학교도 수요 예측을 잘못해 모자란다. 신도시를 계획할 때 초등생을 가구당 0.17명 계산했는데 실제는 0.44명이다. 이 문제는 교육부, 행복청 등 국가가 해결해야 할 일인데, 세종시가 욕을 먹고 있다.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도 노려 세종시를 만들었는데 대전과 충북에서 유입된다. -수도권 기업이나 기관들 유치에 노력한다. 축산회관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축산인들이 서울에 거주하지도 않으니 굳이 서울에서 비싼 밥 먹을 이유가 없다. 올해 MOU 체결한 9개 기업 중 5개 기업은 수도권에서 온다. 고려대가 약대를 옮겨 생명공학 세종캠퍼스나, 스포츠의학·스포츠경영 등을 결합한 스포츠과학대를 만드는 구상도 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도 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일반에 공개했다. -2007년에 설계하러 장차관 몇 분하고 대통령이 내려갔다. 대통령은 정기용 건축가에게 “봉화산과 잘 어우러지게 낮게 지어라”고 했다. 그런데 ‘아방궁’이라니…. 그날 점심에 국밥을 먹으러 갔다가 건평(노 전 대통령의 형)씨가 ‘동생도 그걸 알아야 돼. 대통령이 돼 가지고 동네 개발 좀 될 줄 알고 잔뜩 기대를 했는데 하나도 바뀐 것도 없다’고 비판하고, 노 전 대통령은 ‘이 동네는 환경이 기가 막히게 좋은 데인데 개발하면 큰일납니다’ 하고 정색하고 말씨름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3대 상습 수해지역’인 화천포 정비도 자기 고향 일이라고 직접 지시를 안 했다. 일정 끝내고 봉화산 부엉이바위에 서서 ‘어릴 때 놀던 곳’이라며 설명하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이해찬 당선자 사무실을 방문한 사진이 보도됐다. 복당은 됐나. -당선된 국회의원에게 시장이 잘 보여야 한다(웃음). 공천에서 절차적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았다. 민주주의가 아니다. 더민주가 잘못했다. 선거 때 더민주 소속 세종시의원들이 ‘탈당해서 선거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 했는데, 이 의원이 “당선되면 돌아갈 것이다”고 만류했다. 결국 세종시의 당원들은 선거 돕는다고 징계받았다. →이번 총선을 어떻게 평가하나. -국민이 무섭다. 선거에서 국민이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하는데 이번에는 ‘정부가 잘못했다’고 했다. 정부가 잘할 때 야당이 이길 방법은 없다. 충청권 투표는 세대투표였다. 젊은이들은 진보 쪽 성향이 강한데 세종시 신도시 쪽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평균 31.6세다. 지금 서울이 38세인데 여기는 농촌까지 포함해도 37세다. 공무원들이 많지만, 정부에 따라서 정치적인 성향이 진보와 보수로 왔다 갔다 하지 않는다. →세종시의 민심을 어떻게 파악하나. -시민들에게 ‘속내 드러내 주십시오’라고 할 수도 없으니, 시민이 속내를 드러내는 소통구조를 만들도록 애쓴다. 100~300명 모아서 대화한다. 시민이 즉석에서 묻고 시장이 즉답하는 자리다. 시장도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데, 반드시 민원의 결과를 피드백한다. →엘리트 관료로 유력인사들을 만나다가 평범한 동네 분들 만나니 다르지 않나. -‘책상과 현장의 거리’가 짧아지도록 노력한다. 그래서 중앙부처 공무원과 인사교류를 많이 하려고 한다. 중앙 공무원도 현장을 알고, 지방 공무원도 중앙부처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친정인 국토부나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도 받는다. 최근엔 법제처 과장을 받아 조례 제정의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한다. 행정자치부 공무원들은 교류하지만, 서울시가 중앙 정부와 교류 안 하는 것 생각하면 특별한 노력이다. →광역단체장 중 대선후보들이 많다. 대선은 안 나가나. -확실히 안 나간다고 장담할 수 있다. 이유를 물어달라(웃음). 앞으로는 준비를 제대로 한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 나처럼 갑자기 정치를 시작한 사람이 나서면 나라의 불행이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방향 감각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를 고민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40대 기수론부터 대통령 후보가 될 때까지 매일매일 ‘내가 대통령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하고 날마다 훈련하고 고민했던 거 같다.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을 지낸 분이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를 딴 나보다 김 전 대통령이 훨씬 더 뛰어나다. 나는 답을 내는데 6개월, 1년 걸릴 일을 김 전 대통령은 바로바로 착착 답이 나오더라’고 말하더라. 고민의 결과가 엄청나게 축적되어야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수 있다. →관료와 정치인은 어디에서 차이가 있는가. -정치인은 사회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관료는 선택된 우선순위에 따라 해결책을 내놓는 사람이다. 관료들은 문제만 알면 답을 내놓는 것이 어렵지 않다. 정치인처럼 문제를 선택하는 어젠다 세팅에는 약하다. 대담 문소영 사회2부장 정리 세종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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