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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터키 및 일본 기업 투자유치, 터기 기업 투자는 처음

    창원시 터키 및 일본 기업 투자유치, 터기 기업 투자는 처음

    유럽 최고 정밀 베어링 제조기업인 터키 ORS사가 경남 창원시에 있는 제조기업에 1000만달러(110억원)를 투자한다. 터기 기업의 창원지역 투자는 처음이다. 창원시는 15일 터기 유일한 베어링 제조회사인 ORS사가 창원에서 공작기계를 생산하는 SMSB㈜사와 합작해 공작기계를 생산하기로 지난 14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ORS사는 터키 앙카라 본사에서 아흐메트 아슬란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이 협약 체결을 위해 직접 창원시를 방문했다. 터키 ORS사는 창원생산하는 공작기계를 수입해 다양한 베어링 제품을 생산·제작한 뒤 글로벌 자동차 업체인 아우디와 폭스바겐, BMW 등에 수출하는 유럽 최고 정밀 베어링 제조기업이다. 시는 ORS사가 SMSB㈜의 기술력과 창원시의 적극적인 투자유치 의지 및 파트너십, 지역의 우수한 인재 등을 확인하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ORS사는 공작기계 직접 생산과 함께 베어링 제품 세계 진출을 위해 1차와 2차로 나누어 500만 달러씩을 투자하기로 협약했다. 창원 SMSB(주)는 2011년 설립돼 최첨단 시스템으로 공작기계를 제조하는 강소기업으로 특허 기술만 9개를 보유하고 있다. SMSB(주)는 ORS의 투자를 발판으로 터기를 비롯한 EU 연합국으로 수출시장을 늘릴 계획이다. 시는 ORS 외에 일본 공작기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오쿠마코퍼레이션의 정식 한국 대리점인 글로벌트레이딩리더 업체도 창원지역 공작기계 전문 기업인 와프와 100억원을 공동 투자하기로 지난 14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글로벌트레이딩리더와 와프는 협약을 통해 창원시 내동에 공작기계 생산라인 구축·전시와 교육 등을 위한 오쿠마테크니컬센터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시는 이번 터기와 일본 2개 기업 투자유치로 고용창출 50명과 부가가치창출 100억원, 생산유발 300억원 등의 경제효과가 생길 것으로 분석했다.허성무 창원시장은 “ORS와 글로벌트레이딩리더 등의 공작기계산업은 창원시 기계산업과 연계성이 높아 기술 및 수출 협력을 통한 해외시장 개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이주열풍 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新 3多에 우는 제주

    이주열풍 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新 3多에 우는 제주

    최근 5년간 月 1000명 넘던 이주인구 지난해 12월에는 50명 이하로 줄어 내국인 개별 관광객도 8.1%나 감소 숙박업체 객실 수는 2배 이상 껑충 과잉개발로 환경파괴…미분양 최대 “관광 양적 성장 탈피… 내실 다져야”3년 전 제주로 이주했던 박모(45)씨는 최근 제주를 떠났다. 제주의 건설현장에서 목수로 일했던 박씨는 지역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 지난해부터 일할 곳을 찾지 못했다. 박씨는 13일 “개발 바람으로 3년 전만 해도 제주 건설현장에는 일자리가 수두룩했는데 지난해부터 일감이 뚝 떨어져 마트 배달부로 일하기도 했다”면서 “제주에서는 더는 먹고 살길이 막막해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일감 끊긴 제주… 살길 막막해 떠나요” 제주에서 소형 호텔을 임차해 중국인 대상 숙박업소를 운영 중인 이모(52)씨는 사업을 정리 중이다. 중국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 이후 중국인의 발길이 뚝 떨어져서다. 이씨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제주에서 사라진 데다 경쟁 숙박업소도 우후죽순 늘어나 직원 인건비도 감당하지 못해 임차기간이 남았지만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줄을 잇는 제주 이주민과 폭증하는 제주 관광객.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제주의 미래는 장밋빛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주민 행렬이 종적을 감췄고 폭증하던 관광객도 내리막이다. 잘 나가던 제주에 비상등이 켜졌다. 제주 이주 열풍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매달 1000명씩 제주로 보금자리를 옮기던 이주인구가 지난해 12월 50명에도 못 미칠 정도로 급락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순유입 인구는 2014년 1만 1112명, 2015년 1만 4257명, 2016년 1만 4632명, 2017년 1만 4005명 등 해마다 1만명 넘는 사람들이 제주에 정착했으나 지난해에는 8853명을 기록하며 1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월별 제주 순유입 인구를 보면 제주 이주 열풍의 확연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월간 순유입 인구는 1월 1038명으로 시작해 6월에는 766명, 9월 467명, 11월 259명으로 줄어들더니 12월에는 47명에 불과했다. 제주 이주 열풍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제주는 2009년까지 전입자보다 전출자가 많은 ‘전출초과’ 지역이었지만, 2010년부터 각박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삶의 여유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순유입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순유입 인구는 2010년 437명, 2011년 2343명, 2012년 4876명, 2013년 7823명, 2014년 1만 1112명 등 꾸준히 늘어났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1만 4000명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갑자기 곤두박질쳤다.이처럼 이주 열풍이 꺼진 이유에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제주도의 ‘2018 제주사회조사 및 사회지표’에 따르면 10년 미만 제주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주를 결심한 주된 이유는 ‘회사 이직 또는 파견’, ‘새로운 직업·사업 도전’, ‘새로운 주거환경’, ‘자연과 함께하는 전원생활’, ‘건강·힐링을 위한 환경’, ‘자녀의 교육환경’, ‘퇴직 후 새로운 정착지’ 등이었다. 하지만 한라산 중산간까지 리조트가 들어서는 등 과잉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논란이 이어지면서 자연과 더불어 삶의 질을 찾아 제주에 오던 사람들이 더는 제주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또 농업과 서비스업 등 새로운 직업·사업을 찾아 많은 사람이 도전했지만, 실패하거나 과도한 경쟁으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해 다시 육지로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인해 주거환경 역시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언어와 관습 등 지역 문화 또는 지역주민과의 관계 면에서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는 것도 이주민 감소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인구 유입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제주 곳곳에 마구 지은 주택은 분양되지 않아 제주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제주 미분양 주택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 중이며 특히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최대치를 경신했다. 국토교통부의 ‘2018년 12월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에 따르면 제주는 1295호로 전월 1265호보다 2.4% 증가했다. 역대 최대치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사실상 ‘빈집’인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750호로 전월보다 14호(1.9%) 늘었다. 한 주택건설업체 관계자는 “제주 이주 바람이 불자 육지의 소규모 업체까지 제주에 와 은행 빚을 내 토지를 구매해 주택을 마구 짓기 시작했고 지은 집이 제때 팔리지 않아 이미 도산한 업체도 수두록하다”고 말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431만 3000여명으로 전년 1475만 3000여명보다 3.0% 줄었다. 2017년 중국과 사드 갈등이 터진 이후 2년 연속 줄었다. 2017년 이전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2010년 757만명에서 2013년 1085만명, 2016년 1585만여명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제주의 관광객 감소는 내국인 개별 관광이 줄어든 탓이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개별 여행객은 1039만여명으로 전년 1130만여명보다 8.1% 줄었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저가항공사들이 돈이 되는 해외 노선을 잇달아 개설하면서 여행객들이 외국으로 발길을 돌렸고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내국인 관광객 증가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도 최근 ‘경제 브리프’에서 “제주 내국인 관광객은 해외여행 접근성 확대,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소비심리 약화 등으로 감소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내국인 관광객은 줄지만 숙박업소는 과잉 공급돼 앞으로 제주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제주지역 숙박업체 객실수는 지난해 7만 1822실로 2012년 3만 5000실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루 평균 체류 관광객수가 17만 6000명임을 감안할 때 필요한 객실수는 4만 6000실로 추정돼 나머지 2만 6000실은 남아돌아 경영 악화로 문 닫거나 휴업하는 업체들이 잇따랐다. 지난해 관광호텔 등 6개 관광숙박업소가 폐업했다. 여관 등 일반숙박업소는 사정이 더 심각해 지난해 30곳이 문을 닫았다. 한은 제주본부는 “제주지역 숙박 수요는 2015년 이후 관광객 증가세 둔화, 평균 체류일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정체된 상황이지만 공급은 계속 늘고 있다”며 “지금도 대규모 신규 호텔 등이 건설되거나 계획 중에 있어 향후 작지 않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제주지역 숙박업체(호텔 기준)의 객실 이용률은 2014년 78.0%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5년 66.7%, 2016년 63.6%, 2017년 58.5%로 급락했다. ●道, 뱃길 관광 활성화·특화 콘텐츠 발굴 주력 제주도는 감소 추세로 돌아선 내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온라인 마케팅과 뱃길 관광 활성화, 제주 특화 콘텐츠 발굴 등 맞춤형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도는 이달부터 밀레니엄 세대(1982~2000년생)를 대상으로는 제주의 문화와 레저스포츠 등을 홍보하고, 베이비붐 세대(1958~1963년생)는 휴양과 치유를 테마로 한 마케팅을 집중하기로 했다. 도는 이 같은 세대별 맞춤형 관광을 통해 내국인 관광객의 제주 방문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제주는 단기간에 과잉 관광으로 인한 하수와 쓰레기, 교통난 등의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났고 이제는 양적 관광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으로 관광정책을 전환하는 등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승부 위주의 한국바둑 한계에 봉착…세계화가 돌파구”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승부 위주의 한국바둑 한계에 봉착…세계화가 돌파구”

    프로 기사 조혜연 9단이 말하는 ‘바둑과 미래’‘가장 많이 까이는 프로 기사’ ‘일요일엔 시합을 안 하는 프로 기사’, ‘가장 영어를 잘하는 고수’, ‘기업 CEO 프로 기사’, ‘여자 이창호’…. 프로 바둑 기사 조혜연 9단을 수식하는 말들이다. 그런 그녀가 바둑계에서는 극히 드물게도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한다고 해서 지난 8일 만나 진학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 남녀 프로기사 363명 가운데 박사 학위를 가진 이는 문용직·정수현 9단 딱 2명뿐이다. 물론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이는 더러 있다. 그에게 인터뷰를 신청한 지난달 30일 전화를 걸기 전에 인터넷으로 기사를 검색했다. 그랬더니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에서 이창호 9단에 역전패를 당했다는 기사가 보였다. “역전패당한 것, 위로한다.”라고 했더니 그는 “감사합니다. 조금만 더 버텼으면 됐는데….”라며 특유의 쾌활한 목소리로 답했다. ‘패배한 기사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인터뷰 내내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패배는 빨리 잊어야죠.”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 등록3천년 역사의 바둑, 문화콘텐츠로 볼 것학업 탓 대국 포기 없을 터…수업 적게” - 박사 과정에 진학하는 이유는. “솔직히 말하면, 승부 위주의 한국 바둑 문화에 의문이 들었다. 구글의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등장 이후 바둑은 과도기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바둑계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고 싶다. 바둑은 ‘인류의 문화다.’, ‘예술이다.’, ‘스포츠다.’, ‘잡기다.’는 식의 시선이 겹쳐 있다. 하지만 재미있으니까 3000년이나 내려왔다. 그런데 우리나라엔 ‘이겨야 한다.’라는 결과주의가 만연했다. 이젠 바둑을 성적 지상주의, 결과주의 차원을 넘어 하나의 문화콘텐츠라는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둑을 문화콘텐츠 시각에서 연구하고 분석하고 싶다. 다음 달부터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을 시작한다. 우리 분야, 바둑에 대해 다채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 좋겠다.”- 박사 과정 공부가 만만찮을 텐데. “사실, 걱정이다. 학부에선 영문학, 석사로는 언론홍보를 전공했다. 문화콘텐츠학과는 학부, 석사와는 동일 계열이 아니라서 학점 이수가 많아야 될 것 같다. 그렇다고 대국을 포기하거나 시합을 줄일 생각은 전혀 없다. 직업이 바둑이니, 대체로 봄학기에 시합이 있는 편이어서 수업을 적게 들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박사학위 취득에 연도를 정해 놓지 않겠다. 초읽기에 몰리는 듯한 생활은 하고 싶지 않다.” 프로 바둑계에선 학벌이랄까 학력을 크게 개의치 않는다. 프로 바둑기사라는 면장이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으며, 어떤 면에서는 졸업장이나 박사 학위보다 더 높게 대우받기 때문이다. 학업을 하겠다고 하면 ‘바둑이나 잘 둘 것이지….’ 라는 다소 냉소적이랄까 폐쇄적인 문화도 작용한다. 하기야 다른 것은 다 포기하고 바둑에만 집중해야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 이런 분위기에 맞서 조혜연 9단은 3수생의 나이인 21살 때 첫 입시를 치렀고, ‘06학번’으로 고려대 영어영문학에 입학했다. 그리곤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입학 당시마다 바둑에 집중하지 않고 대학 간다고 많이도 ‘까였다.’ “국내 바둑계, 1등 아니면 루저…경쟁 극심바둑 최고 자리는 인공지능이 이미 차지일류 기사, 인공지능에 두 점 깔아야 정도인간계 1등 의미 퇴색…좋은 기전 사라져” - 국내 바둑계가 비상이다. “그렇다. 바둑계는 드라마 ‘SKY 캐슬’에 나오는 피라미드 구조, 바로 그것이다. 최고에 대한 추구, 즉 1등 지상주의가 극심한 곳이다. 중간 정도 하면 ‘루저’ 내지 패배주의라는 시각이 강하다. 초일류 기사가 아니면 자존감이 떨어지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다른 것을 경시했다. ‘1등 주의’가 오늘 한국 바둑을 세계에 우뚝 서게 한 것은 인정하고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이젠 성적 지상주의가 한계에 왔다. 바둑인, 특히 한국기원을 비롯한 프로 기사들이 달라져야 할 시기라 생각한다.” - 바둑계가 왜 달라져야 하나. “현대 바둑의 역사는 알파고 등장 전과 후로 나뉠 것이다. 바둑에서 최고의 자리는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에 넘어갔다. 현재 최고의 프로기사라도 인공지능에 두 점을 깔아야 할 정도다. 이건 초일류 기사에겐 덤으로 치면 거의 30집을 받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잘 와 닿지 않는다고? 축구로 치면 5-0으로, 5골을 받고 시작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일 거다. 프로 기사들도 대국 이후엔 인공지능을 돌려가며 복귀하고 연습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까지 바둑계를 지배해온 1등 주의, 성적 지상주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한국기원이 대국 기사들에게 일체의 전자기기 휴대를 금지시켰다. 물론 화장실에 갈 때도 사용 못 하게 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가 좋은 대회가 많이 없어졌다. “권위의 국수전은 수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 명인전, 기성전, 왕위전도 마찬가지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알파고 등장 이후 국내 프로 기전의 약 80%가 폐지되거나 중단됐다. 이는 알파고 탓이 아니라 한국 프로바둑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이를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프로 기전이 쉽게 사라지는 것을 보면 승리 지상주의로 쌓은 바둑의 기반이 탄탄해 보이지 않는다. 반면 전국 규모의 아마추어 대회는 500개가 넘는다. 바둑계 전체의 시각에서 보면 불황인 게 아니라 엘리트 중심주의가 크게 약화된 것이다. KBS바둑왕전이나 GS칼텍스배가 대표적 국내 기전이지만 일부 기전의 경우 예선전에 나가는 기사들에게 출전료도 못 주는 형편이다. 물론 삼성화재배, LG배와 같은 듬직한 국제기전도 있다.” “바둑계 폐쇄적 기수문화탓, 언로 막혀상위 10명 억대 수입…中서 대부분 벌어한국기원 한해 17명 입단…일본은 7명뿐프로들 먹고살 문제, 한국기원 고민해야” - 프로바둑계는 무슨 대책을 세우나. “폐쇄적인 분위기 탓에 무슨 대책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프로 바둑계도 입단 연도를 따지는 소위 말하는 ‘기수 문화’가 있다. 저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팬들이 과거보다 너그럽게 봐줘서다. 상위 10명 정도만 억대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 그것도 중국에서 벌어들인 것이다. 나머지 기사들은 도장 운영, 후진 양성으로 먹고산다. 그런데도 한국기원은 1년에 17명(남자 13, 여자 4명)에게 프로기사 자격증을 주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우리보다 프로 바둑 시장이 훨씬 큰 데도 일본기원은 1년에 4명(남자 3명, 여자 1명), 관서기원은 2명 입단에 원생 1명만 뽑는다. 일본기원 소속 프로기사 330명, 관서기원 소속 138명으로 일본은 모두 468명인데, 우리나라는 363명이 활동한다. 몇 년만 지나면 우리가 프로기사 수가 일본보다 더 많아진다. 이들이 뭐로 먹고살아야 하나. 입단을 꿈꾸는 ‘미생’들이 입단한 뒤에는 과연 어떤지 질문해야 하고, 기성 바둑계가 답을 내놓야 한다. 한국기원이 불편해하겠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말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이전과는 같지 않다는 것을 말해야 한다.” 1985년생인 조혜연 9단은 초등학교 6학년이던 1997년 4월 프로가 됐다. 당시 11년 10개월의 나이로, 여자 기사로는 최연소이자 남녀 합쳐 조훈현(9세7개월) 9단, 이창호(11세) 9단에 이어 세 번째 최연소 입단 기록이다. 입단 23년차로 어느덧 그가 듣기 거북해하는 ‘노장’ 축에 끼게 됐다. 그가 처음 바둑을 배운 것은 7살 때. 어렸을 적엔 노근수 아마 6단에게 바둑을 배웠다. 프로가 되기 6개월 전쯤 김원 프로 7단 도장에서 등록했다. 그의 바둑 스타일은 한마디로 야전 형이다.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정규 바둑수업을 받지 않고, 당시 PC통신 ‘천리안’에서 강호의 고수들을 깨면서 실전을 익혔기 때문이다. 잡초와 같은 강호가 그의 스승인 셈이다.- 영어 바둑책도 많이 냈다. “헤아려보니 20권이 된다. 현현기경(玄玄棋經)과 관자보(官子譜) 같은 바둑 고전 10권을 번역했고, 조혜연의 ‘창작 사활’ 시리즈 10권을 냈다. 이 또한 틈새시장이 먹힌 것 같다. 영어로 된 초급 바둑 책은 시중에 많다. 그런데 미국이나 유럽의 바둑 수준이 높아지면서 중급 수준의 책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 수요에 부응했던 것 같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책을 내기 시작했다. 지금도 책을 내고 싶고, 머릿속에는 창작 사활문제가 막 돌아다닌다. 너무 어려운 것보다는 일반 사람들이 보고 싶은 쉬운 책을 내고 싶다.” “영어 바둑책 20권…바둑 세계화 투어도日도장서 지도…한일 바둑문화 차이 실감” - 바둑 국제화도 앞장섰다. “사실, 영어영문학 전공도 바둑 국제화 포석을 깔고 진학한 것이다. 바둑 영문 블로그도 운영했고, 용산에 있는 주한미군을 상대로 4년간 바둑을 가르치기도 했다. 서른 살 이후 아프리카와 중동을 빼고 다른 대륙에 바둑 보급 투어를 다니고 있다. 가장 중시하는 대륙은 역시 동남아로, 태국·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바둑 붐이 일고 있다. 유럽·미주·오세아니아도 연 1회 꾸준히 방문해 바둑을 지도한다. 남미는 바둑을 비교적 최근에 배워 폭발적으로 인구가 늘고 있다. 비용은 공식기전에서 대국 후에 나온 것으로 충당하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늘어난다면 바둑 세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바둑은 앞으로 더욱 세계화될 것인데, 이를 생각하는 기사라면 외국어 공부가 필수적이다.” - 일본도 자주 간다고 들었다. “한국 젊은 사람들, 일본 많이 가잖아요. 뭐, 그런 차원이다. 일본어 공부도 독학으로 하고 있다. 장기 체류는 아니고 일본 바둑 도장에서 ‘알바’를 하면서 여행 비용을 충당한다. 일본 도장에서 하루 지도하면 몇만엔 받는데, 그것으로 다음 여행을 하곤 한다. 일본은 바둑 저변인구도 넓고, 도장 분위기는 한국과는 확실히 다르다. 한국 프로기사가 왔다고 하니, 도장이 이벤트를 갖는다. 일본에선 프로기사와 대국을 하는 자체를 기념으로 삼는다. 장인 문화에 대한 존중이 보이고, 그런 것은 사실 부럽다. 그런데 한국에선 성적을 내지 못하는 프로기사는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런 차이가 있다.” - 여자 기사여서 차별받지 않았나. “제가 프로에 입문할 때만 해도 ‘여자는 바둑이 약하다.’라고 매도당했다. 여자는 수리 논리에서 약하다는 편견을 극복하는 게 힘들었다. 바둑은 중반 이후 미세한 승부로 접어들면 고도의 수리적 능력이 필요하다. 여성에 대한 편견, 남성의 지적 우월주의가 10대 시절 나에겐 강한 자극이 됐다. ‘철녀’ 루이나이웨이(芮乃偉) 사범이 1999년, 이창호·조훈현 9단을 연파하고 통합국수에 오른 것은 바둑사에 남을 일이지만 여성이 수리 논리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남성과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여자 기사는 입단대회는 남자와는 별도로 갖지만, 정작 대회만큼은 남성과 똑같이 치른다. 여성 수련생을 위한 훈련 방법 잘못으로 여성 기사들의 성적이 받쳐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여성은 감정이 섬세하고, 남성보다는 멀티플레이에 능하다. 지도 방법에 문제가 있다. 즉, 교육단계에서 여성을 배려하지 않고, 남성적인 시각과 지도방법을 여성에게 강요하고 있다. 예컨대, 사범이 지적할 때 ‘왜, 그렇게 두면 안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 이유 설명 없이 질책한다. 그러면 심약한 여성 수련생들이 울면서 도장을 뛰쳐나가는 경우도 왕왕 있다. 지독한 사람만 꾸역꾸역 참아낸다. 상대 전적에서는 앞서지는 못했지만 저는 ‘레전드’인 이창호·이세돌·조치훈·유창혁 9단과 맞붙어 승리한 경험도 있다. 여성을 위한 교육도구 개발이 시급하다.” “여성, 수리 논리에 약하다는 편견 깨여성 위한 바둑 지도 방법 개발 시급여성 기사 ‘얼평’ 말투…굉장히 폭력적” - 여성 기사에 대한 외모 평가도 많다. “외모 평가에 맞서 싸우는 것도 어려웠다. ‘얼평’에서 자유로운 여성 기사들은 아마 없을 거다. 바둑팬 대다수가 남성이어서 그렇겠지만…. 바둑 내용을 보고 평가해야지, 얼굴 보고 몸매 보고 싶으면 연예인을 보지, 왜 바둑을 봅니까. 1990년대 바둑에 몰두했던 여성 기사들이 ‘기사’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성 기사에 대한 남성의 시각이나 말투가 지금 기준으로 보면 굉장히 폭력적이었다.” 조혜연 9단은 한국 여성바둑계를 군림했던 루이나이웨이 9단을 두 번 제압했다. 2003년 여류 국수전과 2004 여류 명인전 결승에서 루이 9단을 내리 꺾으며 전성시대를 열었다. 또 바둑이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주장인 그가 일요일 경기를 할 수 없다며 기권해버려 충격을 줬다. 기독교 신자인 그는 일요일 대국 포기는 오래된 불문율이었다. 대타로 나선 선수가 중국을 꺾으면서 조 9단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년 첫 여류 10단 전에서도 우승했다. 2016년 프로기사와 다면기를 해주는 앱 ‘더바둑’을 개발했다. 또 삼성전자 투자를 받아 ‘알파탭’이라는 바둑 전용 태블릿PC를 만들기도 했다. ㈜더바둑 대표인 조 9단은 회사와 관련, “창업 5년째인데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다른 분야에서도 여러 재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1000대국을 달성했다. 그의 목표 1000승까지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루이 상대 첫타이틀 획득 가장 기억13번 패배로 고통스러운 순간 많아“ - 가장 기억에 남는 대국은. “기억에 남는 대국이 많다. 특히 고교생 때인 2003년 루이나이웨이 사범님을 꺾고 여류국수전 결승을 2대 0으로 승리한 그 기보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내겐 첫 타이틀이었고, 상대가 루이 9단이었던 만큼 감회가 남다르다. 그러나 루이 사범님과 60판가량 공식전을 벌였는데, 승률이 30% 정도밖에 안 된다. 루이 사범님께 결승에서 두 번을 이겼지만, 13번을 패해 준우승 기록이 13번이나 된다. 루이 사범님과의 결승 무대를 떠올리면 기쁨보다는 고통스러운 순간이 많다.”- 바둑이 추구하는 바는 무엇일까, “바둑은 빈 공간(바둑판)에서 출발, 사유만으로 상상력을 키워나가는 게임이다. 몇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현대에서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지적 발견과 즐거움 추구를 돕는 도구로서 바둑을 더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공지능 등장으로, 온라인 고수의 실력도 이젠 믿지 못한다. 진정한 고수는 오프라인으로 더욱 나오게 될 것 같다. 바둑이 세계화와 생활체육으로 변신에 성공한다면 인류의 지적 즐거움을 주는 도구로서 오래 사랑받을 것이라 확신한다.” “바둑, 인류의 지적 발견·즐거움 추구 도구세계화·생활체육 변신하면 오래 사랑받을 것프로기사 면장, 특권 아냐…자격증이 될 것젊은 기사, 다른 분야 공부도 절실한 시기” -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둑계의 지배적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 수천 년을 지배해온 정석도 바뀌고 있다. 프로기사 면장이 특권일 수 없고, 바둑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으로 옮겨갈 것이다. 젊은 기사들은 바둑 이외에 학업이나 다른 분야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 적응력을 키우려면 하다못해 어학 공부라도 해둬야 한다. 바둑에서 졌다고 실패는 아니다. 사실 바둑의 전성기는 30대 이전이다. 나머지 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현재도 학업을 포기하는 기사들이 많은 데 안타깝다.“ 조 9단은 큰 대회를 앞두곤 식단조절을 했지만 이젠 평소에도 식단에 신경 쓸 나이가 됐다고 말했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해 바둑이 끝나면 녹초가 되는 경우도 많단다. “운동요?, 지하철 역 계단 오르기를 실천하는 것은 몇 년 됐다. 하루 1만보 걷기를 꾸준히 실천한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지구상 최초 다세포동물, 21억 년 전 가봉서 출현

    [핵잼 사이언스] 지구상 최초 다세포동물, 21억 년 전 가봉서 출현

    지구상에 최초로 등장한 다세포동물은 약 21억 년 전 아프리카 가봉에서 출현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푸아티에대와 영국 카디프대 등 국제 연구팀이 가봉에 있는 고원생대 프란세빌리안층 흑색셰일에서 다세포동물로 추정되는 유기체 화석을 발견했다고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최신호(11일자)에 발표했다. 약 21억 년 전 형성된 프란세빌리안층은 당시 얕은 바다였기에 이른바 프란세빌리안 내해로도 불린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이 지층에 남겨진 생물들의 움직임을 추적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비파괴 X선 촬영기술을 이용한 상세한 3D 분석기법으로 화석 속 유기체들이 대부분 시간을 산소가 과하게 녹은 해수(과산화수소)에서 보냈을 가능성이 있으며 생존을 위해 이런 환경에 살았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었다. 얇은 암석층에 보존된 이런 화석 속에 남겨진 유기체 흔적은 지름이 수 ㎜ 정도로 일정한 ‘관’(튜브) 형태를 띤다. 연구에 공동저자로 참여한 어니스트 치 프루 박사(카디프대 지구해양과학대학원 소속)는 “화석에 숨겨진 유기체들은 해저-해수 경계면에 사는 박테리아들이 생산한 영양분과 산소를 찾아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번 결과는 지구상 생물의 역사는 물론 언제 어떻게 생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는지에 관한 여러 매력적인 질문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연구에 주저자로 참여한 압데라작 엘알바니 교수(푸아티에대 소속)는 다양한 퇴적층 사이에 카펫을 형성하듯 화석화된 미생물들 옆에서 다세포동물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한 엘알바니 교수는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다세포동물들이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에 의해 생산된 영양분과 이산소(O2)를 찾아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들은 영양분이 부족해지면 함께 모여 더 유리한 환경을 찾아 움직이는 일종의 슬러그 모습으로 군체 아메바와 비슷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어린이집 주차장에 담배꽁초 버려 불낸 60대…원생 140명 대피

    어린이집 주차장에 담배꽁초 버려 불낸 60대…원생 140명 대피

    어린이집 지하주차장에 쌓여 있는 폐지 더미 위에 담배꽁초를 버려 불을 낸 혐의로 60대 피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부평경찰서는 실화 혐의로 A(6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전날 낮 12시 5분쯤 부평구의 한 어린이집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운 뒤 꽁초를 폐지 더미에 버려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불로 폐지가 타면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고 경보음이 울려 당시 점심식사 중이던 원생 140여명이 대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화재 발생 10여분 만에 불을 껐다. 경찰은 어린이집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화재 발생 시점에 지하주차장에서 나가는 A씨를 확인하고 그를 자택에서 붙잡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추워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렸으나 불이 난 지는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도시의 흐름 위에서 서핑하기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도시의 흐름 위에서 서핑하기

    얼마 전 홍콩 여행을 갔다. 홍콩섬을 구경하고 숙소가 있는 침사추이 쪽으로 넘어가는 전철을 타러 센트럴역으로 향했다. 마침 퇴근 시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전철을 타러 몰려들고 있었다. 서울의 출퇴근 전철에 단련된 내가 느끼기에도 움직임의 속도가 아주 빨랐다. 신기하게 큰 물웅덩이가 작은 구멍 안으로 쏙 빠져들 듯이 질서 있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 탑승했다. 그들에게는 나와 달리 이 속도가 익숙해 보였다. 호텔로 돌아와 내가 가 본 도시들을 떠올려 보니 싱가포르, 도쿄, 파리는 꽤 빠른 편이었고, 빈은 살짝 느린 것 같았다. 모두 대도시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체감 속도가 조금씩 다를지 궁금해졌다.영국 하트퍼드셔대학의 리처드 와이즈먼은 2007년 32개 도시민의 보행 속도를 측정했다. 거주지 근처에서 18미터를 걷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그 결과 싱가포르가 10.55초로 1위였고 그 뒤를 코펜하겐, 마드리드가 바짝 쫓았다. 가장 느린 곳은 말라위의 한 도시로 31초였다. 20년 전에 같은 방식으로 한 연구와 비교하니 평균 10% 정도 빨라진 것이었다. 삶의 페이스가 빠른 곳일수록 공공장소의 시계가 정확하다는 연구도 있었다. 속도가 빠른 도시의 공통점으로 높은 소득수준을 지목했는데, 상대적으로 단위 시간이 큰 가치를 갖고, 빠른 템포는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믿음이 체화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니 시계도 딱딱 맞아야 했다. 이렇게 빠른 템포를 가진 도시일수록 심혈관 질환의 발병률은 증가하지만, 삶의 만족도는 높았다. 서울의 속도는 어느 수준일까. 홍콩보다는 느리고, 파리나 런던보다는 빠른 정도? 분명한 것은 상위권에 속한다는 것이고 삶의 페이스를 맞추는 다이얼은 점점 빠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개인이 아무리 천천히 살아가려 한다고 해도 집단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속도의 기준점은 빠른 쪽으로 맞춰지는 것이다. 그러니 시계는 정확해야 하고, 조금만 늦어도 짜증이 나고, 굼뜬 사람을 보면 게으르다는 선입견을 아주 빨리 갖게 돼 버렸다. 매일 거울을 보며 천천히 살아야지 마음먹지만 10분만 약속에 늦어도 짜증이 난다. 여기에 반작용으로 슬로라이프를 지향하자는 목소리도 커졌다. 탈도시를 선언하고 귀농하거나, 자연인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휴가도 여러 군데를 다니기보다 한 곳에서 머무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었다. 하지만 동경만 할 뿐 실행은 어려워한다. 귀농을 택한 사람들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더 많다. 그럼에도 슬로라이프, 자연으로의 복귀를 외치며 도시의 빠른 속도를 불편해하며 살아야 할까. 차라리 적극적 적응의 태도로 바꾸는 건 어떨까. 느림, 내려놓음, 평온함을 우위에 놓고 역동성, 빠른 변화, 속도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는 건 분명하다.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러나 먹고사는 게 녹록지 않으니 그럴 수 없고, 기회가 많은 도시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인정하고, 빨라진 속도에 맞춰 흐름을 타 서핑을 하려는 현실적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한다. 왜냐하면 그냥 벗어나 버리기엔 도시의 장점이 꽤 많다. 도시의 삶은 개인화, 파편화돼 있다고 흔히 말한다. 하지만 그 고립감은 문을 열고 나와 5분만 걸어 커피 전문점에 가는 순간 줄어들지만, 산속에 혼자 산다면 문밖으로 나온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다. 또 도시에서 10년을 살면 충분히 그 도시를 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농촌에서는 여전히 외지인으로 인식되며 겉도는 일이 허다하다. 더욱이 도시는 독특한 소수 취향의 생활방식에 관용적이고 다름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어 도시가 아니었으면 초기에 억압돼 버렸을 개인적 취향을 키울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보니 도시에서 사는 내 모습이 처량하고 불쌍한 처지만은 아닌 것 같다. 언젠가는 가겠다며 매일 전원생활을 꿈꾸며 도시의 삶을 우울해하기보다 도시의 속도, 확장성, 모호함, 개인성을 즐기고 적극적으로 적응하는 개방적 마음이 도시에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인 사람에게는 꼭 필요하다. 귀농은 원한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같이 도시에서 태어나 어른이 돼 버려 여기를 떠나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 개학 코앞인데 ‘기습 폐원’… 사립유치원에 볼모 잡힌 학부모들

    한유총 “우리와 안 맞는 시스템” 반발 3월 추진 땐 집단 폐원 재연 가능성도 “폐원 추진 시 감사하고 처벌도 강화해야…도입 의무 어길 시 행정처분 규정 마련을” 서울 동작구 A유치원은 지난달 말 학부모들에게 유치원 문을 닫겠다고 알렸다. ‘사립유치원 대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폐원을 선언했다가 반대 여론에 부딪혀 철회했지만, 적지 않은 재원생들이 떠나고 신규 원아모집도 제대로 되지 않아 폐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은 지난해에도 사립유치원 한 곳이 놀이학교로 전환했고, 인근 초등학교들은 병설유치원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동작관악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원아 대부분이 어린이집으로 옮겼고 10여명은 분산 배치를 협의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폐원을 추진하면서 학부모의 신뢰를 잃은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일부 사립유치원들이 3월 개학을 한 달여 앞두고 폐원하면서 새 학기를 준비하던 유아들과 학부모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벌어진 사립유치원들의 집단폐원은 다소 잠잠해졌지만, 학부모의 불신이 깊어지면서 후유증이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0일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등에 따르면 지난해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에 포함됐던 경기지역의 B유치원도 이달 초 학부모들에게 폐원을 통보했다. 이외에도 1~2월 사이 전국 곳곳의 유치원들이 갑작스럽게 폐원을 추진해 아이를 보낼 곳이 없는 학부모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학부모들은 ‘폐원대란’이 올해도 이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교육부가 오는 3월부터 원아 200명 이상의 대형 사립유치원(581곳, 전체 사립유치원의 14.2%)에 ‘에듀파인’ 도입을 의무화하기로 하자 이를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국공립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용하는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사립유치원에도 적용해 회계 투명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에듀파인을 도입하지 않는 유치원은 정원 감축 처분을 받게 된다. 이와 별도로 서울교육청은 교사 지원금 등 재정지원을 제한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에 맞지 않는 시스템”이라면서 “(에듀파인 도입이 의무화되면) 사립유치원 존속이 불가능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C(37)씨는 “에듀파인을 도입하지 않는 유치원에는 자녀를 보내지 않으려 한다”면서도 “에듀파인을 핑계로 유치원이 또 집단폐원을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에듀파인 의무화를 피하려 폐원을 추진하는 유치원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폐원하려는 유치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비리가 발견된 유치원에 대한 처벌을 확실히 해야 폐원대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에듀파인이 의무화되는 원아 200명 이하의 유치원(3509곳, 85.8%)에 대한 회계 감시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이들 유치원은 에듀파인 도입 의무화 이전인 올해에는 정보공시 의무가 강화되지만 이를 어길 경우 행정처분 규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개학 앞두고… 사립유치원 “에듀파인 못 하겠으니 문 닫을래”

    서울 동작구 A유치원은 지난달 말 학부모들에게 유치원 문을 닫겠다고 알렸다. ‘사립유치원 대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폐원을 선언했다가 반대 여론에 부딪혀 철회했지만, 적지 않은 재원생들이 떠나고 신규 원아모집도 제대로 되지 않아 폐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은 지난해에도 사립유치원 한 곳이 놀이학교로 전환했고, 인근 초등학교들은 병설유치원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동작관악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원아 대부분이 어린이집으로 옮겼고 10여명은 분산 배치를 협의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폐원을 추진하면서 학부모의 신뢰를 잃은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일부 사립유치원들이 3월 개학을 한 달여 앞두고 폐원하면서 새 학기를 준비하던 유아들과 학부모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벌어진 사립유치원들의 집단폐원은 다소 잠잠해졌지만, 학부모의 불신이 깊어지면서 후유증이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0일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등에 따르면 지난해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에 포함됐던 경기지역의 B유치원도 이달 초 학부모들에게 폐원을 통보했다. 이외에도 1~2월 사이 전국 곳곳의 유치원들이 갑작스럽게 폐원을 추진해 아이를 보낼 곳이 없는 학부모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학부모들은 ‘폐원대란’이 올해도 이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교육부가 오는 3월부터 원아 200명 이상의 대형 사립유치원(581곳, 전체 사립유치원의 14.2%)에 ‘에듀파인’ 도입을 의무화하기로 하자 이를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국공립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용하는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사립유치원에도 적용해 회계 투명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에듀파인을 도입하지 않는 유치원은 정원 감축 처분을 받게 된다. 이와 별도로 서울교육청은 교사 지원금 등 재정지원을 제한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에 맞지 않는 시스템”이라면서 “(에듀파인 도입이 의무화되면) 사립유치원 존속이 불가능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C(37)씨는 “에듀파인을 도입하지 않는 유치원에는 자녀를 보내지 않으려 한다”면서도 “에듀파인을 핑계로 유치원이 또 집단폐원을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에듀파인 의무화를 피하려 폐원을 추진하는 유치원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유치원 폐원 절차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하고 비리가 발견된 유치원에 대한 처벌을 확실히 해야 폐원대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에듀파인이 의무화되는 원아 200명 이하의 유치원(3509곳, 85.8%)에 대한 회계 감시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이들 유치원은 에듀파인 도입 의무화 이전인 올해에는 정보공시 의무가 강화되지만 이를 어길 경우 행정처분 규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이호대 서울시의원, 서울시 대학생 학자금대출 이자지원 조례(개정안) 대표 발의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이호대 의원(더불어민주당ㆍ구로 제2선거구)은 지난 1월 31일 ‘서울특별시 대학생 학자금대출 이자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내용에 따르면 기존 조례안에는 지원대상에 대학생만 포함되어 있었으나 대학원생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되어 여의치 않은 경제사정으로 인해 지원을 필요로 하는 더 많은 청년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기존에는 상환기간이 ‘졸업 후 2년’이었으나 개정안에는 ‘졸업 후 5년’으로 상환기간이 연장되어 지원 대상자들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이 의원은 “장기화된 청년실업과 무한 경쟁의 결과로 어쩔 수 없이 대학원을 선택하게 되는 사회적 현상으로 인해 청년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시기에 학자금대출 이자지원의 확대 운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과제”라고 강조하며 “학자금대출 이자지원 조례로 인해 청년들의 삶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겠지만 이번 계기로 인해 작은 변화가 개개인의 삶에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라며 서울시 학자금대출 이자지원 조례가 서울시의 청년들의 변화에 작은 씨앗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또한 “학자금대출 이자지원 조례는 청년들을 위한 제 선거공약 중 최우선 공약이었다. 제일 먼저 준비하고 공을 들인 조례가 발의되어 청년들과의 약속을 조금이나마 지킨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며 “하지만 한 편으로는 조례라는 한계성과 서울시의 현실적 재정의 한계로 인해 청년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 앞으로 더 열심히 청년들의 삶을 꼼꼼하게 살펴 청년들이 행복한 서울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청년들을 위한 활동을 약속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상습 성추행 교수 정직 3개월에 그친 젠더 감수성 낙제 서울대

    서울대에서 다시 권력형 성추행이 확인됐다. 또한 대학의 성인지 감수성 및 인권의식 역시 낙제점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대학원생이 지난 7일 대자보에서 자신의 실명을 밝히면서까지 4년 동안 지도교수로부터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해왔다고 폭로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는 외국학회 출장 동행을 강요하고, 호텔방으로 불러들여 술을 강권해온 사실 등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행위를 해왔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서울대 인권센터 등은 학생들과 직원 등 17명의 진술 조사 등을 통해 위계에 의한 상습적 성폭력이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정작 대학본부에서 가해 교수에게 내린 징계는 파면, 해임 등이 아닌 정직 3개월의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한국 사회는 지난해 초 시작된 미투운동(나도 피해자다)으로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 낙후된 성인지 감수성으로 인한 갈등과 홍역이다. 안태근 전 검사장의 후배검사 성추행,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무비서 성폭력, 조재범 전 빙상코치의 당시 국가대표였던 미성년자 제자의 상습 성폭행 등 셀 수 없이 많은 미투 증언 사례로 사회가 인권의식을 조금씩 키워왔다. 하지만 이번 서울대 사례는 학문과 지성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에서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벌어졌고, 이를 엄벌해야 할 학교 당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이 가해 교수는 자신의 잘못이 확인되고서도 적반하장으로 제자인 석사과정 대학원생 2명과 시간강사 1명 등 총 3명을 경찰에 고소해 대학 공동체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달 초 새로 취임한 오세정 총장은 이 사건을 철저히 재조사하고, 위계에 의한 상습 성폭력이 확실하다면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징계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2011년 법인화 이후 즉각 제정해야 했지만, 7년 넘게 미뤄왔던 교원징계규정의 공백 상황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해소해야 할 것이다.
  • [포토다큐] 엄마! 전 세계가 여기 다 있어요

    [포토다큐] 엄마! 전 세계가 여기 다 있어요

    ‘다문화 가족’이라는 단어는 더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통계에 의하면 결혼 100쌍 중 8쌍이 다문화 가정을 이룬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단일민족’ 국가라는 인식이 변하고 있다. 요즘 인기 있는 ‘이웃집 찰스’라는 TV프로는 다문화 인식 개선을 위한 우리 주변의 모습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은평구 불광동의 세계다문화 박물관. 우리 주변에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외국인 유입이 많아지면서 서로 다른 민족 간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마련된 시설이다.박물관 1층에는 이탈리아·터키·몽골·인도·러시아·네덜란드·미국 등 6개국의 상징물 모형과 소장품이 전시돼 있다. 2층에는 중국관·태국관·이집트관이, 3층에는 이탈리아 베니스관과 세계 각국의 화폐·인형·의상·악기·오르골 등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 4층에는 아프리카 춤 체험실, 세계 각국의 전통의상 체험실, 그리고 전통음식 체험실이 있다. 5층은 상설 전시장 외에 특별 기획전을 열 수 있는 기획전시실로 꾸며져 있다.가족 단위로 이곳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유치원생들의 체험교육장으로도 인기가 높다. 유치원생들은 한국어가 유창한 외국인 교사들로부터 각 나라의 전통의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직접 입어 보기도 한다. 어디를 가나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음식 만들기 코너. 박물관을 찾은 유치원생들이 서툴지만 직접 음식만들기 체험을 해 본다. 인도네시아 전통 볶음밥 ‘나시고랭’을 만들어 본 박세아(6…)양은 “진짜 맛있어요! 새우볶음밥 같아요”라며 자신이 만들었다는 성취감에 우쭐해하며 재미있어 한다.이곳에서 외국인 교사로 4년째 일하고 있는 독일인 다니엘 프로스(32)는 어린 학생들로부터 영어 대신 독일어로 말하는 외국인이 신기하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당황하기도 했다며, 지금은 각 나라의 다양성을 이해시키는 현장에서 일하는 자신이 너무 즐겁다고 이야기한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열린 사회. 시대적 인식과 환경변화에 맞게 열린 마음으로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인류애와 더불어 평등과 존중을 배우는 방식이 필요한 때다. 다문화박물관 같은 공간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 글 사진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 이경규 딸 이예림, ‘미스 콤플렉스’ 출연 확정 “소심한 똑똑이 변신”

    이경규 딸 이예림, ‘미스 콤플렉스’ 출연 확정 “소심한 똑똑이 변신”

    이경규 딸 이예림이 웹드라마 ‘미스 콤플렉스’에 출연을 확정지었다. 배우 이예림은 웹드라마 ‘미스 콤플렉스’(기획 제작 와이낫미디어)에서 소심하지만 섬세한 성격의 대학원생 고민제 역을 맡았다. 이예림은 극중 ‘인싸’가 되고싶은 청순한 똑똑이로 변신, 콤플렉스를 이겨내는 꾸준한 노력파의 면모를 선보일 예정이다. ‘미스 콤플렉스’는 각기 다른 콤플렉스를 가진 세 절친의 이야기와 우정을 담은 작품이다. 누구나 겪을 만한 20대들의 콤플렉스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세 절친이 합심하여 콤플렉스를 이겨내는 모습을 통해 위로와 희망을 전할 전망이다. 고민제는 똑똑하고 다른 사람의 열등감을 잘 이해하며 다독이는 인물이지만, 여러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는 소심함을 콤플렉스로 지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과 실패를 겪지만 꿋꿋하게 이겨내는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미스 콤플렉스’는 오는 10일 방송되는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네이버TV 및 유튜브, 페이스북 ‘콬TV’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미국 정부가 가짜대학 만들어 인도인 129명 체포, 인도 반발

    미국 정부가 가짜대학 만들어 인도인 129명 체포, 인도 반발

    인도 정부가 가짜 대학 광고에 속아 등록한 129명의 자국 학생들을 체포한 미국 당국에 외교적으로 거세게 항의했다. 미시간주에 있는 파밍턴 대학이라고 가짜 광고를 했다. 학부생은 1년에 8500달러 등록금, 대학원생은 1만 1000달러를 내면 등록할 수 있다고 광고했다. 가짜 페이스북 계정도 있어 학사일정을 안내했다. 2015년부터 국토안보부 비밀요원들이 학생 비자를 얻어 미국 땅을 밟은 뒤 사라지는 “페이 투 스테이(pay-to-stay)” 이민 사기를 적발하기 위해 꾸민 짓인데 모두 130명이 혹해 넘어갔는데 한 명만 빼고 모두 인도 학생들이었다. 미국 검찰은 등록한 학생들이 학교 시설이 불법이란 사실을 알고도 비자를 얻기 위한 방편으로만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인도 관리들은 학생들도 속았다고 말했다. 인도 외교부는 2일(현지시간) 델리 주재 미국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접수하며 이들 학생들에게 영사 업무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접견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주 미국 미시간주 지방법원에 제출된 서류에 따르면 캠퍼스는 디트로이트 외곽에 있는 비즈니스 파크의 한 사무실이었고 국토안보부 요원들이 취업 이민 사기를 적발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함정이었다. 검찰은 학생들이 불법 조직인 것을 뻔히 알면서 이 가짜 대학에 등록금을 내고 체류 기간을 늘리려 했다고 보고 있다. 별도로 8명의 모집책은 성적표 등 가짜 학생 기록을 이용해 이민 서류를 만들어 당국을 속이려 했다며 “사기에 연루된 모든 사람은 그 대학에 강사가 없으며 수업도 안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유죄가 인정되면 추방돼야 한다. 인도 외교부는 학생들은 진짜 대학인지 알았을 뿐이라며 “미국 당국이 모든 사실을 공유하고 새로운 사실을 파악해 가능한 빨리 구금 상태에서 풀려나고 의지에 반해 송환되는 일이 없게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함정을 파 무고한 외국인들을 범죄자로 만들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워싱턴 주재 인도 대사관에 핫라인 전화를 개설해 친척들이 연락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이렇게 이민 사기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가짜 대학 함정을 판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6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도 노선 뉴저지 대학이란 가짜 대학을 만들어 이민 알선자들을 21명 체포했는데 그 때도 중국과 인도인들이 대세를 이뤘다. 과거 2년 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서류를 갖추지 않은 이민자나 비자 기간이 만료된 이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직장을 급습해 수백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지난해 비밀작전 끝에 오하이오주의 정육 가공장에서 일하던 146명을 구금하고 텍사스주의 트레일러 공장에서 150명을 구금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생존수영 전국서 유일하게 배운다… 공공 스포츠클럽의 롤모델

    생존수영 전국서 유일하게 배운다… 공공 스포츠클럽의 롤모델

    사설 기관의 70% 이하로 회비를 받으면서도 재정자립도는 132%(2018년 기준)를 달성한 공공 스포츠클럽이 있다. 대한체육회로부터 3년 연속(2016~2018) 우수 스포츠클럽으로 선정된 경남 진주시 스포츠클럽이 일궈낸 놀라운 업적이다. 설립 이후 3년이 지나면 대한체육회로부터의 지원이 마감돼 재정적으로 쪼들리는 클럽들이 종종 발생하는데 진주 스포츠클럽은 그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진주 스포츠클럽은 2016년 7월 시로부터 국민체육센터를 위탁받으면서 회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에 운영 중이던 수영이나 요가뿐 아니라 라인댄스, 줌바, 필라테스 등의 종목을 신설했다. 회원들의 요구에 딱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다 보니 자연스레 호응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현재 2900여명의 회원이 진주 스포츠클럽을 이용 중이다. 더군다나 진주 스포츠클럽은 시로부터 지원을 받아 전국 76개 스포츠클럽 중 유일하게 생존수영을 가르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이미 초등학교에서는 생존수영 교육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진주 스포츠클럽은 유치원생이나 중·고등학생, 학부모들까지 대상층을 확대했다. 생존 수영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이들을 대상으로 무료 강연을 실시하자 대기 번호를 받아야 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강병진(34) 진주 스포츠클럽 수영팀장은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만 골라 가르쳤다. 물에 빠졌을 때 페트병이나 과자 봉지를 잡고 119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티는 것이나, 급류에 휩쓸리지 않게 단체로 대형을 만드는 것을 교육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체육회에서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신나는 주말 학교 밖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진주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패러글라이딩 종목을 가르쳐 호응을 얻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패러글라이딩을 접하기 쉽지 않은데 전문 강사들과 함께 안전하게 배우니 학생은 물론이고 학부모들도 좋아한다고 한다. 김헌주(53) 진주 스포츠클럽 사무국장은 “대전에서 선수로 뛰던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다소 강압적이었던 학교 운동부의 분위기를 못 견뎌 진주스포츠클럽에 등록하고자 이사를 오기도 했다. 현재 진주시 동부 쪽의 스포츠클럽은 포화 상태다”며 “올해 서부권에 스포츠클럽 체인점을 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스포츠클럽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있었지만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서 이를 바꿔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진주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중국학생에 영어쓰라 한 美 듀크대 교수 사임

    중국학생에 영어쓰라 한 美 듀크대 교수 사임

    미국 듀크대 교수가 중국 학생들에게 학교 안에서 영어를 쓰라고 했다가 비난을 산지 하루 만에 사임했다고 중국신문망이 28일 보도했다. 메간 닐리 듀크대 생물통계학과 조교수는 26일 자교에 재학중인 유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다른 두 명의 교수로부터 학교 안에서 중국어로 매우 크게 이야기하는 1학년생 두 명을 목격했다면서 그 학생들이 누구인지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 교수는 중국어로 이야기하는 학생들의 사진을 요구했는데 그 이유로 만약 중국 학생들이 인턴십이나 석사 과정에 지원하면 구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다른 동료 교수로부터 이와 같은 요구를 접한 닐리 교수는 석사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항상 영어를 100%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며 “학생들이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대화하는 것이 무례하다고 느껴 교수진들이 매우 화가 났다”고 이메일을 통해 밝혔다. 닐리 교수는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모르고 유학생들이 이룬 성과에 대해 존중한다”면서 “하지만 학교 내에서는 영어를 사용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교내에서 영어가 아닌 모국어를 사용하면 교수들이 영어를 열심히 배우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고 이는 취업에 불이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닐리 교수의 이메일을 캡처한 사진은 지난 26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널리 공유됐으며 여러 학생들이 학교의 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을 제출했다. 닐리 교수의 조사을 요청한 1900여 명의 학생들은 그가 명백하게 외국인 유학생을 차별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학생들은 트위터를 통해 ‘듀크대 교수가 중국인들이 중국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글과 함께 닐리 교수의 이메일 사진을 퍼뜨렸다. 이후 닐리 교수는 석사 과정 학장직에서 사임했으며 조교수직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미국 코넬대는 지난해 중국 인민대와 6년간 유지하던 연구 및 교류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인민대가 노동자와 함께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등 노동운동을 한 학생들을 탄압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유학생 숫자를 차지하는 중국 유학생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비자 심사가 강화되어 항공학과, 로봇공학과 등 첨단 제조업 분야 전공 중국인 대학원생들은 비자 유효기간이 5년에서 1년으로 단축됐다. 매사츄세츠 공과대학(MIT) 등 미국 명문대 등은 중국 유학생의 입학을 배제하는 등 미국 대학에서 중국에 대한 비우호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보험전문인력 양성 위한 ‘국내박사과정 생명보험사회공헌 장학생’ 선발

    보험전문인력 양성 위한 ‘국내박사과정 생명보험사회공헌 장학생’ 선발

    보험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지원하는 ‘2019년도 국내박사과정 생명보험사회공헌 장학생’ 선발이 오는 2월 1일에 서류접수를 마감한다. 선발 과정을 거쳐 뽑힌 ‘2019년도 국내박사과정 생명보험사회공헌 장학생’은 등록금과 연구활동비 등 4년간 최대 2천만원의 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국내 생명보험산업은 국민의 사랑과 관심을 통해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에 보답하고자 2007년에 19개 생명보험회사가 참여한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출범해 사회공헌활동을 진행 중이다. 특히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는 국내 대학의 보험전공 박사과정 대학원생에 대한 장학사업을 통해 보험업계를 이끌어 나갈 보험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매년 국내박사과정 생명보험사회공헌 장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장학생 선발인원은 3명 내외로 등록금과 연구활동비로 연간 최대 2천만원을 4년간(연구등록학기 포함) 지원받는다. 지원자격은 보험관련 학문을 전공하고자 하는 국내대학원의 박사과정 재학생 및 입학확정자, 보험전공자(‘보험’ 명칭 학과 및 전공), 생명보험 관련 논문 발표자이며, 보험계리사 등 자격소지자는 우대한다. 단, 교내·외 2년 이상 전액장학 해당자는 신청이 불가하다. 선발된 장학생은 △생명보험 관련 주제의 논문으로 박사학위 취득,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의 요청 시 국내·외 학회에 게재논문 등 발표, △장학생간 교류 및 유대강화에 적극 참여, △장학생으로 선발된 후 본인의 기타 장학금 수령 현황에 대한 고지 등의 주요 의무사항을 지켜야 한다. 지원서 접수기간은 도착일 기준 오는 2월 1일까지이고, 등기우편 및 방문접수만 가능하다. 제출서류는 공통으로 지원서 1부, 성적증명서 1부 (학부/석사과정), 재학증명서 1부 (혹은 졸업증명서), 자격증 사본 1부 (해당자), 논문 등 연구활동자료 1부,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를 제출해야 하며 재학생의 경우 박사과정 지도교수의 추천서, 입학확정자는 석사과정 지도교수의 추천서를 제출해야 한다. 선발일정은 지원서 접수 마감 후 서류심사, 2월 12일 면접심사를 거쳐 최종선발 과정을 거친다. 지원서류 제출처는 생명보험협회 소비자보호부 사회공헌팀이며, 관련해 궁금한 사항은 전화 또는 이메일로 문의하거나, 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확인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투 1년]“성추행 항의하니 교수 해임…서지현도 심석희도 함께 연대해야”

    [미투 1년]“성추행 항의하니 교수 해임…서지현도 심석희도 함께 연대해야”

    강제 입맞춤 시도 등 성추행 대학원장막강한 권력 악용 사건 왜곡·축소 앞장사과는커녕 강의 빼앗고 학교서 쫓아내나홀로 소송 3년 만에 마침내 유죄 판결막막한 피해자들 위해 경험 공유할 것“성추행 사건으로 갑자기 운동가가 돼 너무나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자들의 유일한 힘은 연대이니까요.”지난 25일 서울 혜화동의 한 카페에서 남정숙(57) 전 성균관대 문화융합대학원 교수가 건넨 명함에는 ‘전국미투생존자연대 대표´라는 직함이 적혀 있었다. 35년간 문화 기획 전문가로 살아온 남 전 교수의 삶은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을 계기로 완전히 바뀌었다. 남정숙 대표는 2004년부터 비정규직 강사로 성대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현장 경험을 인정받아 10년 이상 강의와 연구를 하며 대우전임교수가 됐다. 비정규직 교수였지만 문화융합대학원 신설 실무를 맡기도 했다. 대학원장이었던 이경현 전 교수는 평소 아슬아슬한 성희롱 발언을 자주 했다. 남 대표는 “이런 말씀을 학생들한테는 하지 마시라, 큰일 난다”고 받아쳤다. 그러나 결국 사건은 발생했다. 이 전 교수는 2011년 다른 대학원 엠티(MT) 자리에서 남 대표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려 하고 몸을 밀착하는 등 성추행을 했고, 2014년에는 공개된 장소에서 남 대표를 성추행하고 다른 교수를 성희롱했다. 남 대표는 성추행 피해 사실을 선뜻 고발하지 못했다. 2015년 한 대학원생이 익명으로 학내 성평등상담실에 투서하며 알려졌다. 남 대표는 “당시 투서가 반갑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교수 임용이 눈앞에 있었고, 자신의 땀방울이 들어간 대학원에 흠집을 내고 싶지도 않아서였다. “열심히 살아온 내 인생에 왜 이런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길까” 한숨이 먼저 나왔다. 그러나 사건을 축소하려는 학교와 가해자의 태도에 남 대표의 생각이 달라졌다. 성평등상담실이 아닌 교무처 직원이 조사에 개입하는 등 사건을 제대로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였다. “뚱뚱한 여자가 자기가 대학원장 되려고 거짓말을 한다”는 거짓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남 대표는 “교수가 되지 못해도 사건이 덮이는 것은 막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학내 카르텔은 공고했다. 사건 조사만 1년이 걸렸다. 가해자의 사과도 없었다. 그사이 남 교수는 대학원 강의에서 배제됐다. 2015년 연말에는 재임용 심사에서도 탈락했다. 남 대표는 “가해자인 대학원장은 학내 여러 자원을 활용했고, 학교는 비정규직인 내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2015년 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3년 만에 가해자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서지현 검사가 성추행 피해를 고발한 다음날인 2018년 1월 30일, 민사소송 1심에서 이긴 것이다. 2월에는 형사소송에서도 승소했다. 미투 운동이 본격화한 이후 첫 승소 사례였다. 대학 내 미투 피해자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산재를 신청했고, 학교 측을 상대로 해임처분 취소 소송과 민사 소송도 제기했다. 가해자에게 권력 카르텔이 있다면, 피해자에게도 함께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남 대표는 “견디지 못할 고통이었지만 그나마 나는 혜택받은 1%라는 걸 깨달았다”며 “막막함을 느끼고 있을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려 한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성폭력 피해 여성을 돕기 위한 ‘미투연대´를 만든 이유다. 남 대표는 “서지현 검사, 심석희 선수 등 분야에 상관없이 피해자들이 연대했으면 좋겠다”며 “지난 1년간 상처받은 Me(나)가 쏟아져 나왔다면, 앞으로는 Too(함께)가 더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아이 몸으로 눌러 숨지게 한 화곡동 어린이집 교사 징역 4년

    아이 몸으로 눌러 숨지게 한 화곡동 어린이집 교사 징역 4년

    11개월 아이를 몸으로 눌러 숨지게 한 혐의국가 보조금 1억원 부정 수급도 드러나지난해 어린이집에서 생후 11개월 된 아이를 몸으로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육교사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심형섭)는 25일 아동학대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보육교사 김모(60)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또 김씨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방조) 등으로 기소된 쌍둥이 언니이자 어린이집 원장인 김모(60)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동생 김씨는 지난해 7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 어린이집에서 생후 11개월 된 원생 A군을 이불로 뒤집어씌우고 나서 6분간 몸을 꽉 껴안고, 몸에 올라타 8초간 눌러 질식사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비슷한 방법으로 모두 8명의 아이를 학대했다. 김씨와 같은 방에 있던 원장 김씨와 A씨는 학대를 방조했으며, 평소 아이를 밀치는 등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국가보조금을 부정하게 받은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원장 김씨는 동생 김씨와 A씨가 1일 8시간 근무하는 담임 보육교사인 것처럼 속여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국가보조금 1억 원을 타낸 혐의(영유아보육법 위반)도 받는다. 동생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학대의 고의가 없었고 아이가 사망할 것을 예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원장 김씨와 A씨의 방조 혐의에 대해서는 “보육교사로서 학대 행위를 제지하지 않고 아이가 사망한 채로 발견되기까지 피해자의 상태를 살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어린 나이의 피해자는 소중한 생명을 잃게 돼 피해도 돌이킬 수 없다. 아이의 사망으로 부모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피고인들의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들이 범행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결심공판에서 동생 김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창의·융합형 미래교육 기반 구축… 학교자치 확대 힘쓸 것”

    “창의·융합형 미래교육 기반 구축… 학교자치 확대 힘쓸 것”

    “미래교육 기반 구축과 학교자치 확대에 힘쓰겠습니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의 올해 화두는 4차산업 혁명에 걸맞은 미래교육이다. 그가 이처럼 미래교육에 적극 나서는 것은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사회에서는 지식을 단순 암기하는 능력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부산시교육청의 새 비전도 이에 따라 ‘미래를 함께 여는 부산교육’으로 정했다. 그는 2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자라나는 아이들을 창의·융합형 인재로 양성하고자 학교 안팎에 미래교육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 교육감은 “인구 절벽시대를 맞아 아이 키우기 좋은 부산, 교육하기 좋은 부산을 만들기 위해 교육복지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지난해 재선에 무난하게 성공한 그의 말에는 부산교육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김 교육감은 “새해에는 지난해 성과와 경험을 토대로 미래교육의 인프라를 차근차근 구축해나갈 계획”이라며 “미래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미래와 부산교육의 미래를 활짝 열어가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래교육 기반 구축을 위해 역량을 집중한다는데. -상상이 현실이 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세상이 바뀌는 만큼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이에 따라 2022년까지 모든 초중고에 ‘무한상상실’ 등 다양한 메이커 스페이스를 구축해 학생들이 상상한 것을 만들어 볼 수 있는 메이커 교육을 추진한다. 소프트웨어 교육 활성화를 위해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컴퓨터실’도 구축한다. 우선 올해 컴퓨터를 교체해야 하는 166개교가 대상이며, 2024년까지 모든 학교로 확대한다. 특히 학교에서 마련하기 어려운 첨단장비를 갖춘 미래교육시설은 폐교를 활용하겠다. 오는 2월 이전하는 연포초교와 내년에 폐교되는 반송중학교 등 2곳에 230억원을 들여 가상현실, 로봇, 코딩, 드론 등과 관련한 첨단장비를 갖춘 ‘미래교육센터’를 설립한다. 2021년 첫 미래교육센터가 문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늘려나가겠다. 옛 회동초교에 ‘창의공작소’를 구축해 3월 개관하고 디지털과 아날로그 기능을 결합한 ‘디지로그 공방’과 3D 프린터, 레이저 커팅기를 갖춘 ‘하이테크 공방’을 만들어 아이들의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도록 하겠다.→‘부산수학문학관’ 설립을 추진하는데. -4차 산업혁명의 밑바탕이 되는 수학적·논리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한 부산수학문화관을 2022년 3월 개관을 목표로 추진한다. 수학의 가치와 필요성을 인식하고 즐길 수 있는 수학 놀이문화 공간이다. 수학놀이관, 역사지혜관, 수학 체험관, 미래수학관 등 전시체험 공간을 조성해 유치원생부터 고교생까지 단계별 다양한 체험 콘텐츠 및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연구개발 및 교육지원과 수학나눔 축제 운영 등을 통해 수학 문화 확산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수학문화관이 조성되면 미래사회에 필요한 창의·융합형 인재양성과 체험탐구 중심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으로 수포자(수학포기학생) 해소 및 수학 문화 대중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진구 부전동 옛 개성중학교 자리에 용지구입비 포함해 443억원을 들여 짓는다. →교육혁신 방안에 대해 말해달라. -교육혁신 핵심은 수업혁신과 평가혁신이라고 본다. 지금처럼 주입식·암기식 수업과 정답 고르기 평가가 지속하는 한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키울 수 없다. 따라서 부산교육연구정보원에 오는 7월 ‘수업·평가지원센터’를 만들어 교사들의 수업 나눔 문화를 확산하고 평가역량을 신장하도록 하겠다. 센터는 맞춤형 컨설팅을 하고 다양한 수업자료와 평가자료를 개발, 보급하게 된다. 지난 4년간 추진해왔던 여러 교육정책도 더욱 활성화하고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 2014년 교육감으로 취임한 이후 교육혁신 방안의 하나로 꾸준하게 추진해 온 ‘독서·토론교육’을 더욱 활성화하겠다. 그동안 양성한 토의·토론지원단 교사 970명이 이 수업을 이끈다. →학교자치 실현도 중요하다. -학교자치를 실현하려면 학교의 행정업무 부담을 대폭 덜어주는 대신 학교운영의 자율권을 확대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올해 학교운영비를 16.6% 증액했고, 학교 자율로 운영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학교의 자율, 책임경영을 강화한 것으로서 올해 교육청 예산편성에서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학교 업무부담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온 교육정책 사업도 40% 이상 대폭 줄였다. 자료제출 부담을 주는 각종 평가지표도 모두 폐지했다. 앞으로도 불요불급한 교육정책 사업을 정비하는 등 학교 행정업무 경감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올해부터 시교육청과 5개 교육지원청에 학교업무를 지원할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등 행정조직도 학교 현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등 학교 자치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불어 학생회 활동을 더욱 활성화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학교운영에 적극 반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최근 이슈가 된 사립 유치원 문제 해결 방안은. -유치원 신·증설 및 공공성을 강화해 사립 유치원 문제를 해결하도록 할 방침이다. 우선 올해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공립 유치원 10개(29학급)를 신설하고, 20개(22학급)를 증설하는 등 모두 51학급을 신·증설한다. 2022년까지 신설 35개( 203학급), 증설 9개(22학급) 등 총 225학급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교육 수요가 늘어나는 명지, 정관 지역에 체험교육장을 갖춘 ‘공립 허브유치원’을 2022년 설립할 계획이다. 3월부터 유치원생 200명 이상인 사립 유치원에 대해서는 ‘에듀파인 회계시스템’을 의무 도입하도록 하고 내년부터 전 사립 유치원으로 확대 시행해 회계운영을 투명하게 할 방침이다. 유치원 비리를 뿌리 뽑고자 유치원 감사 전담팀을 구성하고 시교육청에 ‘특정감사팀’을 신설한다. →고교 무상급식 등 교육복지가 대폭 확충된다. -아이들의 교육이 가정환경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 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학부모 부담을 덜어 드리고 ‘아이 키우기 좋은 부산’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복지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생애 처음 교복을 입게 될 모든 중학교 입학생에게 교복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또 고교 2년생에게 수학여행비 지원을 시작으로 2020년에는 중학교 2학년, 2021년에는 초교 6학년으로 확대해 모든 아이들이 학창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 단계적으로 ‘고교 무상급식’도 시행된다. 올해는 고교 1학년, 내년에는 1·2학년, 2021년에는 고교 전 학년으로 무상급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중등과정 이상 특수학교 13개교에 다목적 직업훈련실을 구축하는 등 특수교육대상 학생과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위한 교육복지도 점차 늘려나갈 방침이다. →학교 부적응 학생을 위한 첫 공립 대안학교가 문을 연다. -돌봄이 필요한 학교 부적응 및 학업중단 위기학생 등을 위한 공립 대안학교인 송정중학교를 3월 개교한다. 진로 체험 중심의 대안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기숙형 공립학교로 학비는 물론 기숙사비까지 무료이며 정규 졸업장 취득이 가능하다. 강서구 송정동 전 송정초교에 105억원을 들여 설립하며 60명 모집한다. 인성교육, 진로체험 중심의 대안교육과정 운영을 통한 학교폭력 및 학생 비행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세이프 코리아 리포트-화재, 불감증에서 탈출하라] “수면제 없인 힘든 일상…그 고통 보고도 어찌 비상구 막나요”

    [세이프 코리아 리포트-화재, 불감증에서 탈출하라] “수면제 없인 힘든 일상…그 고통 보고도 어찌 비상구 막나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나가주세요. 기자님 보면 그날 생각이 나서 다들 힘들어해요.” 충북 제천 복합건물화재 유가족 총회가 열린 2018년 11월 4일. 제천시청 한 회의실에 모인 유가족들을 만났다. 참사 1주기(2017년 12월 21일)를 코앞에 두고 유가족들의 얼굴에는 아픔이 생생해 보였다. 대학 입학식을 앞두고 운동을 하러 갔다가 참변을 당한 여고생의 어머니가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팔순의 어머니와 이제 쉰이 된 여동생, 열아홉 살 조카까지 3대의 가족을 모두 잃은 민동일 유가족 공동대표는 줄담배를 피워댔다. 5시간을 차로 달려 찾아간 그곳에서 아무도 입을 떼지 않았지만, 한마디도 물을 수가 없었다. “인사도 없이 비명에 간 내 자식이, 내 동생이, 내 부모가 혹여나 언론을 통해 사람들 입에 쉽사리 거론될까 두렵다”며 누구도 기자와 쉽게 대화하려고 하지 않았다. 현직 교감인 류건덕 유가족 대표가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문밖에서 기다리기를 2시간. 한 유족이 동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참사 당일 숨진 한 피해자의 목소리였다. 전 지방 사립대 교수였던 김인동씨가 우연히 그날 아내와 통화한 게 녹음된 것이었다. 김씨 부부는 그날 같이 헬스장에 운동하러 갔다. 화재가 난 것을 알고 김씨는 거의 끝까지 남아 피해자들 탈출을 도우며 구조활동을 했다. 하지만 정작 빠져나간 줄 알았던 아내는 건물 안에 있었다. 당시 눈앞에서 아내를 보내며 절규했던 그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녹음에 남았다. 김씨는 인터뷰를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말하고 싶다고 전해왔다. 자책 - 날 살린 아내 못 구한 난 죄인 대학 강단에 섰던 김씨는 심한 간경화 탓에 서둘러 은퇴했다. 의사도 치료가 어렵다며 가망이 없다고 했단다. 약만 먹으면 어지럽고 속이 따가워 약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던 그를 위해 아내는 산이고 들이고 부지런히 다니며 약초를 뜯어 달이고 그 물로 죽을 끓이고 밥도 지어 먹였다. 그렇게 지극정성 보살핀 아내 덕에 김씨는 거의 정상인에 가깝게 몸이 회복됐다. 부부는 그 과정에서 제천으로 내려왔다.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 펜션을 열어 제2의 인생을 오순도순 건강하게 살아보잔 생각이었다. 땅을 사고 설계부터 건축까지 부부가 자그마치 5년간 발품을 팔아 2015년 문을 열었다. 그리고 2017년 12월 그날도 김씨 부부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4층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다. 근력이 약한 아내에게 김씨가 웨이트 동작 몇 개를 알려주고 뒤이어 아내가 옷을 갈아입으러 5층으로 올라간 뒷모습을 본 게 마지막이었다. 4층 남성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이상한 느낌에 김씨는 점퍼와 바지 등 겉옷만 대충 챙겨입고 4층을 나섰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야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2, 3, 4층에서 동시에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왔다. 아비규환이었다. 그나마 연기가 심하지 않아 눈으로 식별되자 김씨는 안 열리는 문 대신 1, 2층 중간 정도의 열린 창문으로 사람들을 내려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연기가 심해졌다. 숨이 턱 막혔다. 저절로 몸이 앞으로 풀썩 기울었다. 무의식적으로 창문을 찾아 몸을 내밀었더니 배꼽 밑으로 창틀에 걸린 상태가 됐다. 그래도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니 살겠다 싶었다. 양팔을 휘저으며 간신히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때부터 집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먼저 문 열고 나간 것을 봤으니 어디 있나 하면서. 전화를 걸었더니 바로 통화가 됐다. 거기서부터 잊을 수 없는 악몽이 시작됐다. 공포 - 사라진 출구, 안 깨지는 유리창 아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나 아직 4층에 있어요. 마트 앞에 당신 차가 보여요. 연기가 올라오는데, 유리창이 안 깨져요.” 다급해진 김씨가 소리를 질렀다. “일단 엎드려! 입을 막아봐.” 김씨는 경찰관과 소방관에게 전화기를 건네며 “저기 사람이 있다, 우리 아내가 저기 있다. 유리창 좀 깨달라”고 애원했다. 아내는 오히려 “나 아직 살아 있어. 괜찮아”라고 김씨를 다독였다. 이후 김씨가 구조를 요청하러 다니는 동안 말소리가 끊겼다. 숨을 헐떡이는 마지막 음성까지 전화기에 고스란히 남았다. 김씨의 아내는 통화가 되지 않은 그 상태에서도 20분 뒤에나 숨졌다고 했다. 시신은 4층이 아닌 7층에서 발견됐다. “비상구가 막혀 있지 않았다면, 바로 유리를 깨라고 지시했다면, 건물 근무자들이 대피를 유도하고 빠져나왔다면 더 많이 살지 않았을까요? 건물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같이 데리고 나가줬어야 하는데 길도 모르는 고객들이 캄캄한 연기 속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었겠어요.” 그는 모두의 책임이라고 했다. 그날 참사 이후에도 김씨는 여전히 아내와 함께 문을 연 그 펜션에서 산다. 둘이서 소박하게 평생 먹고 살자던 그곳을 문 닫은 채로. 그래서 김씨의 하루는 아내의 납골당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음이 편해서란다. 그렇게 사진으로나마 얼굴 한번 보고 제천 시내에 가 혼자 또는 지인들과 늦은 식사를 하고 주인 잃은 펜션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빵이나 떡으로 간단히 저녁을 때운다고 했다. “우리 세대가 어디 빨래 한번 제대로 합니까. 음식 해줍니까. 고생만 죽어라 시키고 보냈습니다. 수고했어. 고마워. 이 말 한마디를 못해주고 보냈습니다.” 목소리에 울음이 섞여 나왔다. 수면제와 신경안정제 없이 김씨는 잠을 이루기도 어려워졌다. 부실한 식사 탓에 약을 먹으니 어지러워 걸음은 비틀대고 멍한 상태가 됐다. 기억이 선명하면 괴로워 그게 더 낫다고 했다. 가끔 자녀가 김씨를 찾아오면 더 슬프다고 했다. “자기들도 힘들고 아플 텐데 나까지 짐이 되면 안 되잖아요. 사회에도 짐이 되면 안 되니까. 그저 집사람을 못 구한 내가 죄인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거지”라며 “그때 같이 죽을 걸, 나 살린 사람도 못 구하고 나만 살아가지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 모든 것들은 다 그대로 있는데, 내가 꼭 필요로 하는 한 사람, 그 사람은 내 옆에 없으니까. 어디 아프고 노력이라도 해보고 그렇게 마음 준비할 시간이라도 있었으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처음에는 몇 번이나 집사람을 따라가려고도 했어요. 나까지 그리하면 자식들한테 더 못할 짓 하고 상처주는 거 같아서 내 할 도리는 다 하고 뒷정리는 하고 그러고 가려고”라고 덧붙였다. 말 한 마디 한 마디 속에 후회와 슬픔이 한숨과 섞여 나왔다. 기억 - 기본기만 지켜도 참사 없을 것 그는 “다시는 이런 사고 안 나게 제발 적어달라”고 했다. 김씨는 “지금도 비상구 표시가 계단에나 있지, 건물 안에는 안 보여요”라고 지적했다. 제아무리 시설 좋고 장비 좋은 건물이라도, 그 안에서 일하는 이들의 교육과 훈련은 없다고 했다. “다른 목욕탕을 가도, 좋은 식당을 가도 비상구 쪽은 밀폐돼 있어요. 비상구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해요. 건물 실내에서부터 바깥으로 이어지는 문까지 야광으로 큰 띠만 연결해놔도 사람들 그렇게 안 죽어요. 돈도 많이 안 들어요. 외국처럼 잘 깨지는 소재의 창문을 하나 만들고 연기 속에서도 식별 가능하게 X자 표시를 해서 여자들도 깰 수 있게 알려줘야 해요. 또 건물 종사자들은 불이 나면 소리만 지르고 도망갈 게 아니라 비상시 사람들에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안내하는 기본적인 교육을 받아야 해요. 이런 기초적인 훈련과 시설이 갖춰져야 이런 참사를 줄일 수 있어요.”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 총회 날 먼저 펜션으로 돌아간 김씨를 빼고 유가족들과 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어떤 유족은 오래 살았던 제천을 그날 이후 떠났다고 했다. 혹시나 웃으면 ‘가족 잃고도 웃는다’라고 남들이 흉볼까봐서라고 했다. 화재로 탄 시신을 가족 대신 확인한 친구는 지금도 잠을 못 이룬다고 했다. 2018년 12월. 제천시 하소동 체육공원 인근에는 높이 1.2m 크기의 추모비가 건립됐다. 유가족들은 29명의 희생자 이름과 함께 ‘유난히 추웠던 그해 겨울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는 글을 리본, 국화와 함께 새겨 넣었다. 그날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Remember 2017. 12. 21’라는 참사 당일 날짜도 아로새겼다. 한 유족이 말했다. “엄마를 잃은 유치원생 어린 딸이 이모만 보면 같이 살자고 한다더라고요. 화재는 고인뿐 아니라 이렇게 남은 가족에게도 화상을 남겼습니다. 이 끔찍한 일은 다시 일어나면 안 됩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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