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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작권법 제정 50주년…상아탑의 그늘

    저작권법 제정 50주년…상아탑의 그늘

    19일 서울 A대학 구내 복사실. 복사기에서는 복제본 전공 서적들이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복제된 책들은 권당 2만∼5만원을 호가하는 전공 서적들이었다. 그러나 1만원 안팎의 복사료와 제본료만 지불된 채 학생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같은 날 서울 B대학 정문 앞 복사 가게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복사 가게는 서점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전공 서적들이 제본돼 학생들에게 팔렸다. 대학 개강 이후 이렇게 제본 요청이 들어온 책만 80여권에 이른다는 게 주인의 설명이다. 올해로 저작권법이 제정된 지 50주년을 맞았지만 학문의 전당인 대학가에서는 여전히 불법 복제가 성행하고 있다. 이런 여파까지 가미돼 학술 서적을 제작하는 출판사들이 도산하거나 적자에 허덕이고 있지만 마땅한 근절 대책조차 없는 실정이다. 누구보다 저작권을 준수해야 할 예비 지식인들이 ‘표절 공화국’이라는 오명의 중심에 선 셈이다. ●불법복제 업소 한달만에 134곳 적발 저작권보호센터에 따르면 전국 대학가 구내 및 주변 복사업소에서 불법복제를 하다 적발된 업소는 2005년 상반기 113곳,2006년 상반기 157곳,2006년 하반기 148곳 등이다. 올해도 지난달 26일부터 시작한 단속에서 벌써 134곳이 적발됐다. 저작권보호센터 관계자는 “단속을 해도 현행 저작권법이 친고죄이기 때문에 불법 복제물을 수거하는 등의 행정조치에 머무는 게 대부분이고 형사고소에까지 이르는 건수는 5%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표적인 대학교재 출판사인 법문사 영업담당 고영훈(37) 과장은 “외환위기 때부터 불법 복제가 부쩍 늘기 시작해 결국 4년 전부터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면서 “출판사들이 단체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불법복제 업체를 감시하고 있지만 간판을 내걸지 않고 교재 불법 복제만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까지 생겨 적발이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교수들 원본교재 사용유도 소양 교육 필요” 대학생과 업주들의 복제 불감증이 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 C대학 앞 복사 가게 주인 박모(43)씨는 “과목 담당 조교가 아예 교재 수요를 파악해 단체로 제본을 맡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학 앞 또 다른 복사 가게 주인 유모(44)씨는 “1억원을 넘게 들여 고속 복사기와 컬러 복사기를 구입했는데 투자비를 뽑기 위해서라도 수익이 적은 복사보다는 제본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D대학 김모(25)씨는 “전공 서적은 구입하지만 교양 과목이나 선택과목 등 비전공 서적은 한번 보고 말 책이어서 구입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이 대학 이모(25)씨는 “이번 학기 전공과목이 7개인데 한 학기만 보고 말 책을 일일이 다 돈 주고 사기에는 한달 용돈 30만원으로 부담하기가 너무 벅차다.”면서 “같은 과 친구 상당수가 복사 교재로 공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하대 지적재산학과 김병일(41) 교수는 “외국의 경우에는 도서관에 수업에 필요한 참고문헌이 많고, 특정 교재 없이 수업을 하는 곳이 많지만 우리 대학 환경은 그렇지 않은 데다 학생들이 단지 저렴하다는 이유로 별다른 죄의식 없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면서 “단속에 앞서 교수들이 원본 교재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소양 교육과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허가받아 10% 이내 복사만 가능 현행 저작권법에는 어문 저작물을 복사하거나 전송할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면 1인 1부에 한해 책 쪽수의 10% 이내로만 복사가 가능하다. 이 경우에도 어문 저작권에 대해 신탁관리를 맡고 있는 (사)한국복사전송권관리센터(관리센터)와 계약을 체결한 복사업체에서 복사해야 한다.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업체에서 복사하는 것은 불법이 된다. 만일 책이 절판돼 복사가 불가피할 경우 관리센터에 복사이용요청서를 제출하면 관리센터가 출판사에 구매가 가능한지 여부를 타진하거나 저작권 사용료를 저자에게 바로 입금할 수 있게 한 뒤 복사가 가능하도록 해 주고 있다. 이재훈 이재연기자 nomad@seoul.co.kr
  • 잇단 표절·대필… 출판계 멍든다

    잇단 표절·대필… 출판계 멍든다

    연세대 마광수 국문과 교수가 제자의 시를 자신의 시집에 무단전재한 사실이 5일 밝혀지면서 우리 문화계의 표절, 무단전재, 위작, 대필 관행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지식인 사회의 ‘못난 자화상’을 이번 기회에 아예 공론화해 근절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화계 ‘베끼기 관행’ 성벽 지난해 4월 출간된 마 교수의 시집 ‘야하디 얄라숑’(해냄 펴냄)에 수록된 작품 가운데 ‘말(言)에 대하여’가 홍익대 교수 시절 제자였던 김이원(43·여·당시 영어교육학과 3학년)씨가 쓴 것으로 밝혀졌다. 이 작품은 당시 홍익대 교지에 실렸고, 김씨의 제보로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 같은 시집에 실린 ‘바이올린’이라는 시도 마 교수에게 평가를 부탁했던 주부독자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전에는 미술평론가 한젬마씨의 베스트셀러가 사실상 대필작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의혹이 대두됐다. 2004년 한 조사에서는 영미문학 작품의 번역·출판에서 남의 번역을 그대로 베끼거나 단어·표현만 바꾼 책들이 조사대상 서적의 54%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줬다. 미술계도 위작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돈’이 되는 유명작가 작품은 특히 위작이 범람한다. 고 이중섭, 박수근 화백의 경우 시중에 유통되는 작품 상당수가 위작 논란에 휘말려 검찰이 전부 감정을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이밖에도 “유명 문학평론가 김모씨가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 “소설가 ○○○와 ○○○가 이탈리아 철학자와 일본 유명작가의 작품을 베꼈다.” “대형 뮤지컬 ○○○는 초연 연출가의 작품 복사판이다.”는 등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나 이필상 고려대 총장 사태에서 드러났듯, 학계에서도 ‘자가표절’이나 제자 논문의 사용 등이 오랜 관행이었다. ●문학작품 베끼기 왜? 마 교수는 “죽을 죄를 지었다.”면서도 “일방적 폭로전에 심한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냥 묻히기에 너무 아까운 시여서 구절을 바꿔 시집에 실었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작품인줄 알면서도 버젓이 자기 이름을 단 시집에 냈다는 얘기다. 결국 마 교수는 ‘의도적’으로 무단전재했다는 것이다. 일부 기성시인들의 경우,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표절 등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소설가들도 좋은 문장이나 기사, 서적 등을 스크랩해 두고 있다가 창작에 활용하는데, 자신의 언어로 썼다고 한 것이 나중에 되돌아 보면 원래의 스크랩과 비슷해 깜짝 놀란다고 한다.2000년대 젊은 시인들의 경향인 ‘환상시’의 경우, 일본만화나 일본소설의 이미지를 재현했다는 비판이 많지만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다. ●‘표절=범죄’ 사회적 합의 시급 표절 등 문화계 비리의 가장 큰 문제는 뚜렷한 근절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인터넷을 통해 숙제와 논문을 베끼는 등 사회적으로 표절 등에 대해 관대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실제 일부 네티즌들의 경우,“마 교수가 전재한 작품은 수준도 떨어지는데 왜 이렇게 시끄럽게 떠드냐.”고 반응하기도 했다. 문학평론가인 이숭원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는 “인터넷 등의 영향으로 원본을 확정할 수 없는 시대라서 자기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표절이 일어나게 된다.”면서 “재연되지 않게 하려면 표절은 죄악이고 범죄라는 사회적 컨센서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표절의 범람은 결국 문학의 진위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작가는 엄격하게 자기를 되돌아보고, 독자는 치밀하게 감시해 표절을 몰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세대는 금명간 마 교수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홍종화 교무처장은 “일단 문과대 차원의 진상조사를 벌인 뒤 사실이 확인되면 다음주 교원인사위원회를 소집해 징계 여부를 논의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징계위에 회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판사측도 “전국 서점에 해당도서의 판매중지 및 수거를 요청해 폐기할 계획”이라면서 “독자들에게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야하디 얄라숑’은 초판 2000부 등 모두 3000부를 찍어 현재까지 2000부가 팔렸다. 박홍환 강아연기자 stinger@seoul.co.kr
  • 중앙부처 고위직 인사태풍 부나

    건설교통부와 외교통상부 발(發) 인사 태풍이 전체 공직사회에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해 1월에 일부 장·차관에 대한 인사가 예정돼 있는데다,2월에는 국외훈련, 파견자 교체 등으로 대규모 정규인사가 불가피하다. 대규모 물갈이 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공직사회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주택정책의 잇따른 실패로 장관이 교체된 건설교통부는 연말-연초에 대규모 인사태풍이 이미 예고돼 있다. 현재 고위공무원단 가급 4자리가 공석이다. 최근 사표를 낸 본부장 6명 가운데 권도엽 정책홍보실장, 이성권 물류혁신본부장, 강교식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 등 3명은 사표가 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희 전 기반시설본부장이 차관으로 승진함에 따라 가급 자리인 기반시설본부장도 비어 있다. 현재 황해성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부단장(기시12회), 정상호 항공안전본부장(행시 23회) 등이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가급 승진자로는 박상규 혁신정책조정관, 송용찬 열린우리당 전문위원(이상 행시 22회), 이재영 국토균형발전본부장, 강영일 생활교통본부장, 정일영 홍보관리관(이상 행시 23회), 권진봉 도로기획관(기시 13회) 등도 거론된다. 특히 주택정책 라인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건교부 한 관계자는 “주거라인의 변화는 100%”라고 말했다. 내년 2월쯤 검찰 정기인사를 앞둔 법무부도 인사태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장 검사장 승진연한이 된 검찰간부는 사법연수원 13기 23명과 14기 26명 등 무려 49명이나 된다. 현재 공석인 검사장급 자리는 부산·대구 고검장,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 등 3자리에 불과하다. 사표 제출 등 검사장급 자리가 최대로 늘어난다고 해도 7자리를 넘기 힘들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정기인사가 끝난 뒤 13기의 무더기 사표 제출을 점치기도 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14기의 경우 다음 인사도 기대할 수 있지만 7명의 검사장이 나온 13기는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이 될 것”이라면서 “추가로 검사장이 된 몇 명을 제외하고 탈락한 13기에서 사표를 제출하는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심은 행정자치부. 행자부 역시 최근 박명재 장관이 앞으로 본부장 등 요직에 오르려면 반드시 지방근무를 해야 한다고 천명했기 때문에 1월부터 예정된 인사에서 대규모 중앙-지방간 순환인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관급의 교체 여부에 따라 본부장 인사폭도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 일부 차관급의 교체설에 흘러 나오고 있다. 특히 인천·제주·경기·경북도 등 4개 자치단체의 부단체장은 2∼3년간 근무했기 때문에 교체 가능성이 높다. 울산시 부시장은 공석이다. 공석인 유엔거버넌스센터 원장 자리도 행자부 인사의 충원 가능성이 높다. 행자부 관계자는 “이미 장관이 대폭적으로 인사를 하겠다고 해 현재 준비중이며, 정무적인 판단과 기관간 협의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공기업 가운데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내년 초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술렁인다. 정종환 초대 이사장이 연말 임기가 끝나면서 공단설립에 산파 역할을 했던 1세대들의 대거 퇴진이 예상된다. 정부의 임원 축소방침에 따라 조직개편도 병행할 계획이어서 인사 폭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11명의 임원중 전철수 경영지원본부장을 제외한 10명의 임기가 연말로 마무리된다. 차관의 외부 수혈, 고위직 40명 가량 용퇴 등으로 정부 물갈이 인사의 근원이 됐던 외교부는 명확한 명퇴 기준과 대상을 놓고 직원들간에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 이기철 정부대전청사 박승기 서울 김효섭기자 skpark@seoul.co.kr
  • [HAPPY KOREA] “주민·지자체 손에 성공여부 달렸다”

    지역사회와 지방자치제도의 발전방안을 연구하는 행정학계에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서울신문사가 24일 서울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한 ‘민선 4기 출범과 지방자치의 새로운 도전’ 세미나에서도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가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가 성공하려면 “지역주도, 주민주도의 추진체계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선기 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주민주도형 지역발전전략’이란 주제발표에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인력, 조직, 재원 등 정책의 추진요소가 지역에 기반을 두지 않고서는 정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본래 소박하고 꾸준하게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져야 할 작업이고, 오랜 기간 총체적인 환경을 재창조하는 과정인 까닭에 지역에 삶의 뿌리를 두고 있는 주민이 주도하고, 지방자치단체, 주민단체, 기업 등이 서로 협력하는 지역 거버넌스형 추진체계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한마디로 지역의 자율 기획과 자기 책임의 원칙에 따라 지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삼아야 하지만, 정책이 조기에 확산되고 정착되려면 초기단계에서는 중앙정부 주도의 정책추진이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라고 부연했다. 김 위원은 우선 주민들로 네트워크를 형성한 공동체로 추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이 추진체계를 구축했다고 하더라도 주민들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고 조언을 할 수 있는 외부의 지원 활성화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지역만들기지원센터’와 같은 공동참여의 장을 제도화하고 점차 광역단위로 네트워크를 확대,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역 만들기를 공론화하고 학습화로 의식개혁과 인재육성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가 단순히 시설을 만드는 사업이 아닌 주민운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심포지엄, 토론회, 언론홍보 등을 통한 공론화와 현장학습투어, 전문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한 학습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에는 박재영 행정자치부 지역균형발전지원본부장과 육철수 서울신문 논설위원, 정철모 전주대 교수, 최막중 서울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날 학술토론회에서는 ‘지방행정혁신과 주민만족지향의 행정서비스 공급방안’과 ‘주민의 재정활동 참여와 재정지출 성과 제고방안’도 논의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거래소 감사 낙하산 논란 ‘진실게임’

    증권선물거래소 감사 선임을 둘러싼 ‘낙하산 인사’ 논란이 가관이다. 감사후보추천위원장직을 사퇴한 권영준 경희대 교수의 ‘외압’ 주장에 청와대와 재정경제부가 즉각 부인,‘진실게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특히 거래소 노동조합이 감사원 박모 과장의 감사 내정설에 반발하는 가운데 증권선물거래소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감사 선정을 위한 주주총회를 27일 개최하기로 결정, 다시 진통이 예상된다. 청와대는 12일 정례브리핑에서 권영준 교수의 외압 주장에 대해 “거래소 이사장과 경영지원본부장 등이 모두 재경부 출신이어서 올바른 견제를 위해 감사 업무를 잘 아는 감사원 출신 등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협의의 과정일 뿐 외압은 아니며 특정인을 거명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인사수석실 관계자도 “재경부와의 인사협의 과정에서 감사는 경영진을 견제해야 한다는 원리에 따라 재경부나 증권업계 출신이 아니고 감사 능력이 있는 제3의 인사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원칙을 논의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법적으로는 아니지만 거래소의 독점적 위치나 정부의 감독을 받는 상황을 고려할 때 재경부가 감사를 추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서 “앞서 김영환 회계사를 추천할 때 내가 권 교수에게 전화한 것은 맞지만 외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당시 재경부 사람을 보내고 싶었으나 재경부 출신은 안 된다는 청와대 인사수석실과의 협의를 통해 김영환 회계사를 추천한 것”이라면서 “최근에 거론된 감사원 과장의 감사 내정설은 전혀 모르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박 차관은 그러나 “청와대가 앞서 참신한 사람을 찾아보자고 얘기한 데 대해 그런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했고, 청와대는 김영환씨를 추천했다.”면서 “나이가 젊고 경험이 부족해도 참신하고 재경부와 관련이 없기에 권 교수에 추천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이와 관련,“외압의 주체는 청와대이며 박 차관은 단지 청와대 의사를 전달한 것일 뿐 그의 잘못이 아니다.”면서 “청와대가 두 번씩이나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차관이 지난 9월 2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번 후보는 비고시에 부산이며 김영환씨보다는 나이가 많으니 이번에는 봐달라고 했다.”면서 “이것이 압력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손으로 해를 가리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 교수는 이어 “후보추천위에 남아 있는 2명의 거래소 사외이사 공익대표도 사퇴, 새로운 추천위를 구성해 감사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한편 이용국 증권선물거래소 노조위원장은 “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구성하겠다고 정부측이 밝힌 만큼 위원회 결성이 증권선물거래소법과 정관 등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면밀히 지켜보고 거론되는 감사 후보의 자질에 대해서도 직원들의 의견을 물을 방침”이라고 밝혔다.백문일 전경하기자 mip@seoul.co.kr
  • 증권거래소 ‘파업 비상’

    증권선물거래소가 상임감사 선임 문제와 관련, 발생할 수 있는 노동조합의 파업 사태에 대비해 시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단계별 비상 시장운영대책’을 마련했다. 이정환 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은 24일 거래소 서울사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잔류인원 20% 이상인 부분파업과 전면파업으로 구분해 운영대책을 수립했다.”면서 “부분파업시 시장운영에 필수 인력을 지정해 정상적인 시장운영이 가능케 하고, 전면파업시 대체인력을 투입해 시장운영에 필요한 최소 필수 업무만 수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전면파업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될 경우 휴장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감사 선임과 관련해 ‘청와대의 밀실 보은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는 증권선물거래소 노동조합은 21일 82.2%의 찬성으로 총파업을 가결한 바 있다. 노조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감사후보추천위원회가 운동권 출신 인사로 알려진 김모씨를 추천후보에 포함시킬 경우 파업에 돌입하며 단계적으로 파업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본부장은 필수인력이 업무복귀 명령에 불응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 및 징계 조치를 취하고, 근무지 이탈금지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노조가 주요시설을 점거할 경우 공권력 지원도 요청키로 했다. 감사후보는 25일 오전 11시 거래소 21층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외환은행 부실판정 팩스문건 조작의혹”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부실 판정’의 근거가 됐던 팩스 문건 5장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재정경제위 소속인 엄호성 의원은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금융감독원이 외환은행의 허모 차장(지난해 8월 사망)측으로부터 제출받았다는 팩스 문건과 외환은행이 ‘허 차장의 컴퓨터에서 출력했다.’며 제시한 문건이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후 조작 가능성을 주장했다. 엄 의원은 지난달 24일 외환은행에 공문을 보내 제출받은 자료와 금감원이 갖고 있다는 원본을 공개했다. 금감원은 2003년 7월21일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이 6.16%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담은 문제의 5장짜리 팩스 문건을 근거로 외환은행을 ‘잠재적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 론스타에 대주주 자격을 부여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이 문건의 출처와 진위 여부에 대해 계속 의혹을 제기해 왔다. 엄 의원은 “원본의 마지막 쪽 추가부실대비표 부분에는 ‘유유가가증권’이라는 오탈자가 있으나 외환은행 문건에는 수정돼 있다.”고 말했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장서 570만여권 인터넷으로 본다

    장서 570만여권 인터넷으로 본다

    ‘100년 전 오늘 서울(경성)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일제시대 쓰여진 춘향전은 어떤 내용일까.’ ‘수양대군의 석보상절(보물 523호)은 어떻게 쓰였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오는 5월부터는 도서관에 가지 않고도 안방에서 인터넷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관장 김태근)은 27일 인터넷 포털 네이버(NHN㈜·대표 최휘영)에 도서관이 소장한 570여만개의 장서에 대한 자료를 제공키로 하는 업무협력 협정을 29일 체결한다고 밝혔다. ●“인터넷에 도서관을 짓는다.” 네이버 검색창에서 해당 검색어를 치면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http:/www.nl.go.kr)에 장서의 유무가 검색된다. 장서가 있을 경우 ‘원문 DB 서비스’를 선택하면 장서의 목차, 표지, 주요 내용, 대출가능 여부 등 기초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1950년 이전에 발행되어 저작권에 문제가 없는 장서 20여만개는 원본을 그대로 열람할 수 있다. 자료를 그대로 스캔한 것이어서 표지·삽화·주석 등이 나오기 때문에 화면을 인쇄하면 원본과 엇비슷한 책이 완성되는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대한매일신보(옛 서울신문) 등 신문 기사(106만 4482건) ▲도서관에 소장된 문화재, 고서 귀중본(9만 6019건) ▲일제시대 대중소설(915권) ▲옛날 지도(2262면) ▲구한국·조선총독부 관보기사(14만 7133건) 등이다. 이에 앞서 국회도서관(관장 배용수)도 5월 말부터 네이버에 장서 6000여권의 원문과 120만여권의 기초 정보를 제공키고 하고, 지난 23일 관련 협약을 맺었다. ●한국도 ‘사이버 책 전쟁’시대 미국에서는 지난해부터 ‘구글’이 뉴욕공공도서관, 미국국회도서관, 하버드·스탠퍼드·미시간 대학도서관 등 5개 도서관 장서 정보를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2015년까지 미국 전역의 도서관 장서 정보를 연결해 ‘구글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영국국립도서관과, 야후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도서관과 손잡고 장서의 디지털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도서관화’ 작업은 이미 세계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정보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도서관 1곳에 인구 11만명꼴로 미국(2만 6000명), 일본(4만 8000명)에 비해 낮은 편이어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사이버 도서관’이 미국에서 벌써 저작권 문제와 출판사의 위기 등이 불거지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2억 빚 파산하면 美유학 못가나

    Q대학원에 다니던 딸이 남자에게 사기당해 대출 보증을 서는 바람에 2억원의 빚을 지게 됐습니다. 대신 갚아주자니 유일한 재산인 시가 3억원의 아파트를 팔아야 하는데, 고1짜리 아들 교육도 남았고 정년 이후 생활도 걱정스럽습니다. 딸은 개인파산을 신청하겠다는데, 미국 유학을 꿈꾸고 있는 딸에게 지장이 없을지 걱정입니다. -권혁서(56) A 가난한 외국인의 입국을 환영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심지어 특별히 정치적 난민이라는 명분이 있어도 선뜻 받아들이겠다는 정부나 국가가 없는데, 일반 여행자나 유학생인 경우라면 더 그렇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입국하면 돈을 쓰지 않으니 당장 경상 수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취업을 해야 하니 내국인의 고용기회가 줄어들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유한 나라에서는 같은 선진국 국민이 아닌 외국인의 입국 신청 자격을 미리 심사하는 비자제도를 운영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단순 여행 목적일 때는 많은 국가에서 비자를 쉽게 받습니다. 단기 체류에는 아예 면제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외국인의 이민을 받아 발전해왔고 우리나라와 정치적·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미국은 역설적으로 단기간 여행에서도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미리 비자를 받도록 요구합니다. 단순히 여행을 한다며 입국했다가 불법체류를 선택한 한국인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이민 억제라는 국내 여론을 의식해 취하는 정책으로 보입니다. 비자 신청자가 여행이든 유학이든 입국목적을 마치고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올 것이며, 미국에 눌러 살려고 하지 않을 생각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미국 당국은 재산과 활발한 경제활동을 증명하라고 요구합니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사람이 합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증명하기 위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은 세금과 은행거래 실적입니다. 따라서 거의 모든 신청자가 거쳐야 하는 영사와의 면담에서 보통 납세사실에 관한 증명과 최근 거래하고 있는 은행예금통장의 원본 제출을 요구받습니다. 파산을 선택하지 않은 채무자는 이 요건을 영원히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거액의 채무를 연체하고 있는 사람은 은행 예금통장을 유지하기 힘들 뿐 아니라, 납세를 하는 직장에 취업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법률상 통장을 개설해 돈을 예치할 수 있고 취업도 할 수 있지만, 채권자가 채무자의 은행에 대한 예금반환채권과 사용자에 대한 임금채권을 언제든지 압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에 따라 미국 비자발급 인터뷰에서 개인파산·면책 여부를 묻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거액의 빚을 진 채무자가 장차 미국 유학이나 아니면 단순한 여행을 생각한다면 빚이 많은 것을 한탄할 것이 아닙니다. 은행거래와 납세에 장애가 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입니다. 파산을 신청하고 신용을 쌓으세요. 유학의 꿈을 접지 마시기 바랍니다.
  • ‘인터넷 서류’ 받을때 바코드·원본 확인해야

    문서보안 전문가들은 원천적으로 인터넷 민원서류의 내용 위·변조를 막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인터넷 민원서류를 접수하는 기관에서 신경을 조금만 쓰면 위·변조 여부는 금방 알 수 있다.”면서 “수신처에서 인터넷 민원서류를 받을 때 검증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문서보안 전문업체 DRM의 조규곤 대표는 “문서내용의 위·변조 가능성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검증 방법이 있기 때문에 넘어간 것이며, 이게 뚫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인터넷문서 위·변조 방법은 수천가지 인터넷 민원서류를 위·변조하는 고전적인 수법은 스캔하는 것. 스캐너로 위폐를 만드는 것과 유사한 방법이다. 스캔된 인터넷 민원서류를 포토 숍과 같은 그래픽 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금액,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의 문서 내용을 감쪽같이 바꿀 수 있다. 또 하나는 ‘스나이퍼링’ 기법이다. 내부 네트워크에 들어가 오고 가는 디지털 정보를 낚아채 자신의 컴퓨터에서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위·변조한다. 최근 새로 등장한 위·변조 수법은 ‘프린터의 가상 드라이버 원본 추출방법’이다. 대법원이 27일부터 인터넷 등기부등본 발급을 전면 중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위·변조 인터넷 문서 식별은 출력된 인터넷 민원서류를 위·변조해도 전자정부의 서버에는 원본 그대로 보관된다. 따라서 간단한 확인방법은 인터넷 민원서류에 나타난 인터넷주소로 들어가 문서확인번호를 쳐 인쇄된 민원서류와 원본을 대조하는 것이다. 조 대표는 “인터넷 민원서류 가운데 인터넷 주소와 바코드 부분이 훼손된 것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상에서의 확인 방법이 있다. 인쇄된 민원서류의 점선 바코드를 스캐너를 통해 읽어보면 내용의 위·변조를 금방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스캐너에서 확인이 가능한데 물론 검증된 프로그램이 설치돼야 한다. 육안으로 읽을 수 있는 내용을 위·변조할 수 있어도 모든 내용을 담고 있는 바코드는 아직까지는 안전한 까닭이다. 위·변조 방지책은 인터넷 민원서류 접수기관이 바코드와 함께 서버에 보관중인 원본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개인간 거래에서 위·변조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쉽지 않다는 점이 숙제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두산산업개발 전격 압수수색

    두산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손기호)는 2일 검사와 수사관 30여 명을 서울 논현동 두산산업개발 본사에 급파,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특히 재무·회계 파트가 있는 경영지원본부와 전략기획실, 사장실 등을 집중적으로 수색, 재무제표 등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 자료를 분석한 뒤 소환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금융감독원을 압수수색한 바 있지만 업무 협조 차원이었을 뿐, 실질적인 압수수색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두산산업개발의 2000억원대 분식회계 여부를 확인하고, 하도급 업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해 사주 일가의 대출금 이자 138억원을 대신 납부했다는 의혹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두산가(家) ‘형제의 난’ 진원지로 지목된 두산산업개발은 지난달 8일 1995년부터 2001년까지 6년 동안 건설공사 매출을 미리 인식하는 방법으로 모두 2797억원을 분식회계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당시에는 박용오 전 회장이 총수를 맡고 있었다. 박 전 회장은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박용만 그룹 부회장의 동생인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이 ㈜넵스를 통해 두산산업개발의 각종 하청공사를 수의계약으로 5년간 독식하며 2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참여연대가 업무상 배임 혐의로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 등을 고발한 사건과 관련, 다음주부터 두산신용협동조합(신협) 두산건설신협 등 두산 계열 4개 신협의 이사장과 임원들을 피고발인 자격으로 부를 계획이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베일벗는 도청] 풀리지 않은 6대 의혹

    5일 국정원이 불법 도청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김영삼(YS)·김대중(DJ) 두 전직 대통령의 인지여부 등 몇가지 의문점들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① YS·DJ는 몰랐을까 국정원 발표에 따르면,YS정부는 물론 DJ정부때까지 불법 도청이 행해졌다. 그러나 당시 두 대통령이 그 사실을 알거나 보고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 국정원측은 YS에 대해서는 “당시 국정원 도청 담당 국장이 입을 열지 않고 있어 알 수 없다.”고 했고,DJ에 대해서는 “당시 제한된 사람들만 봤을 것이고,DJ가 그걸 원치 않았다는 건 분명하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최고권력자인 두 사람이 불법도청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적어도 ‘미림’팀이 본격 재편된 1994년 6월은 YS정부의 권력이 정점에 있던 시기란 점에서 대통령에게 보고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DJ정부 말기인 2002년 3월 신건 국정원장이 도청을 전면 금지하는 과정에서도 대통령에게 보고됐을 정황이 농후하다.DJ가 처음엔 도청사실을 몰랐을지라도 나중에 알고 신 원장에게 중단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② 현정권 불법도청 없다? 청와대는 5일 현 정권의 불법 도청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윗선에 도청 사실 자체가 보고되진 않더라도, 양질의 정보에 욕심이 있는 정보기관 요원들이 도청에 대한 유혹을 떨치지 못했을 가능성은 적지않다. 실제 참여정부 초기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국정원이 휴대전화 도청 의혹을 부인하자 면전에 있는 기자들에게 “OO기자,OO기자, 당신들 휴대전화도 다 도청되고 있어”란 말을 한 적이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도 이날 “정보기관은 과거 중앙정보부 때부터 나름의 타성과 고집이 있기 때문에 도청 근절을 선언한다고 해서 안하는 게 아니다.”고 추정했다. ③ 2002대선 도감청 여부는 국정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감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력의 향배가 왔다갔다 하는 극도로 민감한 시기에 정보기관 요원들이 손을 완전히 놓고 있었다고 보긴 무리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실제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도청을 우려해 휴대전화 비화기를 부착하고 통화를 했다는 일화가 있다. ④ 미림팀 부활 진짜 배후는 국정원은 “당시 국내정보 수집담당인 모국장이 간부회의에서 재편을 건의함에 따라 결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미림팀은 국정원의 조직 직제상 명시돼 있는 조직이 아니므로 실무선에서 이뤄졌을 것이며, 따라서 지휘부에는 보고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YS의 차남 김현철씨가 국정에 깊숙이 개입했던 정황을 들어, 그의 지시에 따라 미림팀이 재편됐고 그에게 도청 결과가 직보됐을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선 나온다. 이런 의혹에 대해 국정원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사실 여부를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⑤ ‘미림’ 도청테이프 8000개? 국정원은 “일부 언론에서 미림팀에서 8000여개의 테이프를 생산했다고 보도했는데,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루 1∼2개의 테이프를 생산하고 6개월마다 재분류해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테이프는 폐기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테이프 폐기를 담당한 실무자들이 폐기하지 않거나 복사본을 만들어두었을 경우 수량은 8000개가 충분히 넘을 수 있다. ⑥ 274개와 261개 차이는 국정원은 “공씨가 원본 테이프 274개의 복사본을 만드는 과정에서 원본 테이프 중 음질상태가 좋지 않은 13개를 뺀 261개를 복제한 뒤 99년 12월 국정원에 261개의 원본 테이프를 반납했고, 남은 복제 사본 261개와 원본 테이프 13개를 섞어 자택에 보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박지원 前장관 전격 소환

    박지원 前장관 전격 소환

    옛 안기부의 불법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서창희)는 2일 재미동포 박인회(58·구속)씨로부터 삼성그룹의 불법 대선자금 관련 녹취보고서를 전달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을 전격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2시45분부터 4시간여 동안 박 전 장관을 상대로 ▲지난 1999년 9월 박씨와 만나게 된 경위 ▲녹취보고서를 건네받고, 고 이득렬 당시 관광공사 사장에게 박씨의 청탁을 전달했는지 여부 ▲천용택 당시 국정원장에게 녹취보고서와 관련된 사실을 확인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 혐의와 관련, 박 전 장관을 앞으로 더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박씨로부터 “박지원 장관을 찾아가 녹취보고서를 전달할 때 친구의 사업청탁을 했고, 박 장관은 그 자리에서 이득렬 당시 관광공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얘기를 해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또 박씨가 미림팀장 공운영(58)씨로부터 받은 도청테이프를 옮겨 담아 미국에 보관하고 있던 CD 2장과 녹취보고서 3권을 임의제출 형태로 추가확보했다. <서울신문 7월30일자 1면 보도> 검찰은 또 경기도 분당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공씨를 상대로 국정원에서 빼낸 테이프 수량 등을 조사했다. 공씨는 “국정원에 테이프 원본을 돌려주기 전에 복사해 보관했다.”면서 “개수가 다른 이유는 잡음만 있는 테이프는 복사도 않고 반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씨는 아울러 “안기부에서 무작위로 도청 테이프 274개를 가지고 나왔고 나머지는 모두 폐기했다.”고 말해 당시 국정원이 보관 중이던 테이프가 274개 이상임을 시사했다. 검찰은 또 박씨가 1999년 9월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찾아가 금품을 요구한 뒤 여러 차례 접촉했던 당시 삼성그룹 법무팀장 김모씨를 전날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박씨 등의 공갈미수 혐의와 관련, 이 본부장에 대한 조사는 계획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MBC 이상호 기자는 5일쯤 출두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韓66·日28% “친근감 못느껴”

    韓66·日28% “친근감 못느껴”

    한국 국민의 3분의2 가량은 일본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 반면 일본 국민은 절반 이상이 한국에 친근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거사에 대한 일본인의 반성은 한국인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또 한국인들은 동아시아의 안전을 가장 위협하는 국가로 미국을 꼽은 반면, 일본인들은 북한이라고 응답해 뚜렷한 인식차를 보여줬다. 서울신문이 창간 101주년과 한·일 수교 40주년을 맞아 자매지인 도쿄신문(東京新聞)과 함께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 일본 모시모시 핫라인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상대국에 대한 친근감과 과거사 문제, 한류 붐의 지속 여부, 북한 문제에 대한 양국의 협력관계 등에서 한·일 양국은 큰 차이를 보였다. 반면 양국 관계의 변화에 대한 평가와 전망, 독도 문제 등에 대한 생각은 비슷했다. 공동 여론조사는 지난 22·23일 한·일 양국의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먼저 상대국에 대한 친근감을 묻는 질문에 한국인들은 ‘전혀 느끼지 않는다.’(22%),‘그다지 느끼지 않는다.’(44.1%) 등 66.1%가 부정적인 대답을 했다. 긍정적 의견은 27.9%에 불과했다. 반면 일본인들은 ‘많이 느낀다.’(19.3%),‘조금 느낀다.’(37.3%) 등 긍정적 응답이 56.6%로 부정적 응답(28%)보다 훨씬 많았다.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국 응답자의 84.3%가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대답, 일본측에 대해 여전한 불신을 보여줬다. 반면 일본인들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이해하느냐.’는 질문에 절반에 가까운 43.4%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최근 양국관계가 나빠진 이유에 대해 양국 모두 독도문제(한국 70.7%, 일본 63.6%)를 주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양국관계 발전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좋아졌다.’(한국 44.1%, 일본 51.2%)는 응답이 ‘나빠졌다.’(한국 15.7%, 일본 20.6%)를 압도했다. 이어 동아시아 안전보장에 위협이 된다고 느끼는 국가를 묻는 질문에 한국인들은 미국(24.2%), 중국(21.7%), 일본(20.6%) 순으로 대답했다. 북한은 17.1%였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북한(37.7%), 중국(37.2%)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한국은 1.3%에 불과했다.‘한류 붐’에 대해서는 한국인들의 66.4%가 ‘오래 또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은 반면 일본인들은 49.8%가 ‘곧 식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조사에서는 나이·직업 등 사회적 환경에 따른 인식차이도 눈에 띈다. 상대국에 대한 친근감과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한국인의 경우 연령별로는 일제시대를 경험한 70대 이상이 가장 부정적이었으며, 현실적 인식이 강한 40대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이었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한·일 공동 국민여론조사 원본 자료 보기
  • [X파일 파문] 새로운 의혹들…이것이 궁금하다

    검찰이 안기부 X파일의 유포에 관련된 재미동포 박모(58)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등 수사 행보가 빨라지고 있지만 실체가 밝혀짐에 따라 새로운 의혹들도 생겨나고 있다. ●박씨, 박지원씨에 건넬 때 조작? 처음 공개된 녹취록 요약본 중 삼성의 기아차 인수지원 발언을 한 당사자가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가 아닌 김대중 후보였고, 녹취록 중 김 후보측에 전달된 돈의 액수는 전혀 없어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떠도는 X파일은 안기부 도청 테이프 원본인 카세트테이프 형태, 녹취록, 요약문건,CD 등 여러 형태로 돼 있어 처음 도청된 내용이 필요에 따라 편집됐을 가능성도 있다. 재미동포 박씨가 지난 99년 삼성측에 금품을 요구하기 위해 도청 내용 중 삼성-이회창 부분만을 선택했고,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당시 정권 실세 등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면서 정권이 담긴 부분은 조작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또 직접 도청 테이프를 복사해 보관하던 안기부 특수도청팀 ‘미림’팀장 공운영(58)씨가 처음부터 DJ 관련 내용 등 문제가 커질 가능성이 높은 부분은 편집해서 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불법도청 사법처리는 불가능? 활동이 중지됐다가 지난 1994년 재구성돼 활동을 한 미림팀을 누가 재조직했는지도 관심이다. 이와 관련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현철씨와 오정소 당시 안기부 대공정책실장, 이원종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현철씨가 정보수집을 위해 미림팀을 활용했고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오씨와 이씨를 통해 보고받았다는 것이다. 이 내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들은 불법도청 조직을 구성·운영한 사람으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통비법의 불법도청에 대한 공소시효가 7년으로 혐의가 확인돼도 사법처리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도청테이프 200개 내용은? 또 안기부 X파일의 존재를 DJ정권이 알고 있었는지 여부, 공씨가 빼돌렸다 돌려준 도청테이프 200개의 내용 등도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99년 공씨로부터 도청 테이프를 회수할 당시 국정원 감찰실장이던 이건모씨는 테이프 회수 후 천용택 당시 국정원장에게 테이프 내용이 아닌 사건 개요만 보고했다고 밝혔지만 천 원장은 같은 해 12월 “97년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 김대중 대통령을 방문해 상당한 액수의 정치자금을 전달했다.”고 오히려 당시 회수되지 않은 X파일의 내용을 폭로했다. 천 원장이 어떻게 이런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 당시 회수한 테이프가 이씨 설명과는 달리 소각되지 않고 보관돼 있거나 문건 형태로 변형돼 유출됐는지 등도 규명돼야 한다. 이씨는 공씨에게서 회수한 도청테이프의 내용에 대해 “공개되면 상상을 초월한 대혼란이 야기될 정도로 소름끼치는 내용이었다.”고 말해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미림팀’ 재가동 의혹 김현철·이원종씨 출금

    ‘안기부 X파일’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서창희)는 28일 전날 긴급체포한 재미동포 박모(58)씨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도청자료 유출금지) 위반과 삼성그룹에 대한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옛 안기부 전 미림팀장 공운영(58)씨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씨의 구속 여부는 29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뒤 결정된다. 법원은 입원치료 중인 공씨에 대해서는 신문이 가능한지 여부 등을 판단,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검찰은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공씨가 건강을 회복한 뒤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불법도청 진상규명과 관련,1994년 미림팀의 재구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와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검찰은 또 불법도청에 관여한 옛 안기부 간부들을 금명간 소환, 미림팀 부활을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미림팀의 도청 대상과 범위는 어디까지였는지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법무부는 국정원의 요청으로 불법도청과 X파일 유출에 관여한 임모(58)씨 등 옛 안기부 직원 10여명을 출국금지시켰다. 미림팀의 지휘 책임자로 알려진 오정소 안기부 전 대공정책실장은 ‘행담도 개발 의혹사건’으로 이미 출국이 금지돼 있다. 검찰은 전날 공씨 자택과 회사에서 압수한 라면박스 6개 분량의 자료를 검토하는 한편 재미동포 박씨가 다른 테이프를 보유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이날 박씨의 서울 상도동 인척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또 유출된 X파일 중 일부 녹취록을 확보, 내용 분석에 들어갔다. 원본테이프 확보를 위해 국정원에 재차 협조요청을 하는 한편 언론사가 보유한 테이프도 건네받기로 했다. 검찰은 이날 이회창·홍석현·이학수씨 등을 고발한 참여연대의 이재명 투명사회국장을 고발인 자격으로 소환, 고발 취지와 경위 등을 조사했다. 한편 국정원은 자체 조사 결과를 다음달 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비공개로 보고한 뒤 보강조사를 거쳐 다음달 초 발표할 계획이다. 오충일 과거사진실규명위원장은 이날 불교방송에 나와 “국정원의 조사 발표에 국민의 의혹이 남아 있다면 민간 위원측에서 밝혀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해 조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SK家 (2)-2세경영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SK家 (2)-2세경영

    손길승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쌍두 체제’로 포스트 재벌을 향해 순항중이었던 SK그룹은 2003년 2월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소위 ‘SK사태’로 불리는 일련의 악재로 오너가(家)인 최 회장이 전격 구속됐기 때문이다.2세 체제의 성공적인 착근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비상벨’이 울린 것이다. 그러나 ‘카운터 펀치’는 이것이 다는 아니었다. 투기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이 경영권 탈취를 목적으로 그룹의 지주회사인 SK㈜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결국 ‘보스’의 부재와 채권단의 압박, 소버린의 흔들기는 ‘SK호’의 최대 위기를 가져왔다. 한 임원은 긴박했던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시민단체의 공격과 채권단의 위협, 소버린의 가세는 그야말로 내부 구성원들을 갈팡질팡하게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시중에는 그룹 해체설까지 나돌았습니다. 또 소버린의 지분 매입 의도는 최 회장이 보석으로 나온 뒤에나 대책이 세워질 정도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할까. 산전수전 다겪은 최 회장은 ‘뉴SK’ 기치를 내걸고, 난제를 정공법으로 하나씩 헤쳐나가고 있다. 포스트 재벌을 지향한 지배구조 개선은 경영투명성과 윤리경영을 핵심으로 강도를 더 하고 있다. 최 회장이 지난해 10월 SK㈜ 창립 42돌에서 밝힌 내용이다.“나는 재벌이라는 말이 싫습니다. 그룹이라는 말도 재벌이라는 지배구조에서 나온 것인데 그런 지배구조가 과거엔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을 이끄는 시스템입니다. 누가 주식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독립된 각 기업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일을 추진하는 시스템을 가졌느냐는 것입니다.” ●경영 ‘대표선수’ 패밀리 4인방 “내 아들은 5명이다. 경영능력이 있는 대주주는 경영인으로 키울 것이다. 적임자라고 판단되면 아들이든, 조카든 가리지 않고 경영을 맡기겠다. 나는 자식들 누구에게나 밥상(경영권 승계 후보)을 차려주겠지만 먹은 것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최종현 회장) 최씨가에서 현재 SK 경영에 참여하는 인물은 최신원(53) SKC 회장과 최태원(45) SK㈜ 회장, 최재원(42) SK엔론 부회장, 최창원(41) SK케미칼 부사장 등이다. 최씨가의 장남인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은 2000년 8월 지병으로 별세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그룹 승계자로 확정된 것은 1998년 8월 가족회의에서다. 최종현 회장이 별세하자 최씨가의 차세대 5인방인 사촌 형제들이 모여 당시 최태원 SK㈜ 부사장을 그룹의 경영권 승계자로 합의했다. ‘패밀리 5인방’이 별다른 갈등없이 신속하게 후계구도에 합의한 것은 고 최종현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지분이 많지 않아 ‘뭉쳐야 산다’는 묵계가 있었기 때문.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과 기원씨는 아예 상속포기 각서를 썼을 정도였다. 또 연장자인 최윤원·신원 형제가 경영권에 욕심을 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맏이인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은 최태원 회장이 가족대표로 경영권을 승계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적극 유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 회장은 가족회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그룹 회장에 오르지 않았다. 그는 훗날 “대주주라는 이유만으로 최고경영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전문경영인으로서 능력과 자질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SK그룹은 98년 9월 계열사 사장단회의격인 수펙스(SUPEX·슈퍼 엑셀런트의 준말)추구협의회에서 손길승 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선임하고, 최 회장은 SK㈜ 회장직을 맡았다. 국내 재벌가에서 보기 드문 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파트너십 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최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토론해서 분석하고, 협의해서 합의한다.’로 요약된다. 합리적이며, 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 고려대 물리학과를 거쳐,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최재원 SK엔론 부회장은 ‘파이낸싱’의 귀재로 통한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일본계 증권사에서 18개월가량 근무한 경력도 있지만 그의 진면목을 드러낸 것은 2000년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에서였다. 당시 신세기통신의 최대주주는 27.6%의 지분을 보유한 포항제철(현 포스코).SK가 이를 매입하려면 1조 70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최 부회장은 이를 SK텔레콤 지분 6.5%와 포철의 신세기통신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의 스와핑(주식 맞교환)으로 해결했다. 최 부회장은 미국 브라운대 물리학과, 스탠퍼드대 재료공학과 석사, 하버드대 경제학 석사 출신이다. 최창원 SK케미칼 부사장은 94년 선경(현 SK)그룹 경영기획실로 첫 발을 내디뎠다.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에 뛰어나다는 평이다. 특히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계열사를 일부러 찾아다니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그가 96년 선경인더스트리(현 SK케미칼) 기획관리실장으로 있을 때는 국내 최초로 명예퇴직제를 도입했으며, 쉐라톤워커힐호텔과 SK상사에서도 잇따라 명퇴를 통한 감량 경영 바람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그는 ‘구조조정 리베로’라고 불렸다. 특히 최 부사장이 계열사로 내려온다는 소문이 들리면 해당 임직원들은 긴장했다고 한다. 서울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고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은 90년대부터 ‘나는 경영에 자질이 없다.’며 경영일선에서 한발짝 비켜섰었다.SK케미칼 회장 때는 아예 회장 결재란을 없애고,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일임했다. 사교와 대외활동에 관심이 많았으며, 특히 그룹의 원로 경영인들을 많이 챙겼다고 한다. 우석대와 미국 엘론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고 최종현 회장의 2세 교육 “선친은 자식들이 결코 풍족하게 살 수 있도록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유학시절엔 용돈이 항상 부족해 가정교사로 뛰고, 학교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도 했습니다. 한번은 중고차를 샀는 데, 이것도 어떻게 구입했는지 일일이 현지 지사장으로부터 자금 출처(?)를 확인 받기까지 했죠. 그리고 집도 제일 싼 곳에서 살아 일주일에 쥐를 40마리까지 잡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쥐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을지 연구까지 했답니다.” 차남인 최 부회장은 남들처럼 어렵게 공부했던 미국 유학 시절을 이렇게 회고했다. 고 최종현 회장의 자식 교육이 얼마나 엄격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고 최 회장은 자식들과 토론을 즐겼다. 주제는 사회·경제가 아닌 과학 분야. 가끔은 난센스 퀴즈와 같은 질문을 들이대, 자식들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최 부회장은 “부친이 살아계셨으면 최근의 토론 주제는 아마도 황우석 서울대 교수와 관련됐을 것”이라며 “그 만큼 과학을 중시했다.”고 설명했다. ‘화학도’인 고 최 회장은 아들들은 모두 이과 전공을 권했다. 최종현 회장은 장남이 진학 문제로 고민할 때 “자신의 진로는 자신이 선택해라. 하지만 어떤 직업을 갖든 합리적 논리를 펼 수 있는 객관적 지식을 갖춰야 한다. 경제의 기본원칙은 ‘합리(合理)’다. 경제를 잘 알려면 ‘리(理)’와 관련된 분야로 물리나 화학, 생물 가운데 하나를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장남인 최 회장은 문과 지망생이었지만 선친의 뜻에 따라 물리학을 전공하게 됐다. 최 부회장도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고 최 회장은 또 자식들에게 최종 학력만큼은 최고를 주문했다. 최 부회장은 “선친은 최고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학은 아무 곳에서 졸업해도 괜찮지만 최종 졸업장은 최고 수준의 ‘학벌’이 필요하다.”면서 “그래야 최고가 뭔지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가 3세들은 ‘공부 중’ 최씨가의 2세들은 대부분 연애 결혼했다. 최 회장은 미국 시카고대에서 노소영(44)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만났다. 최 회장의 설명이다. “대학 테니스 동호회에 선수가 많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와이프를 적극 끌어들였죠.” 그러나 둘 사이의 관계가 진척될수록 SK가는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노 관장의 부친이 당시 여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인 노태우 체육부 장관으로 정경 유착에 대한 의혹의 시선이 쏟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모친인 고 박계희 여사가 미국에 건너가 맏며느리감인 노 관장을 직접 살펴봤으며, 고 최 회장도 미국 출장중에 노 관장을 면담했다. 고 최 회장은 사돈인 노 장관이 대통령이 되자 임직원을 모아놓고 “이제부터 SK는 해외에서 사업을 벌일 생각을 해야 한다.”면서 “조금이라도 정경유착이라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경영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주위의 이목속에 결혼한 탓일까. 부부간 ‘애정 전선’은 세간의 이목 이상으로 견고하다는 평이다. 한 지인의 얘기다.“최 회장이 2003년 ‘SK글로벌’ 사태로 구속 수감됐을 때입니다. 노 관장은 공판 때마다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1주일에도 세 차례씩 면회를 꼭 갔었어요. 당시 수감중인 최 회장은 노 관장의 생일에 사람을 통해 장미꽃을 전달하기도 했고요.” 최 회장과 노소영씨는 장녀 윤정(16)양과 차녀 민정(14)양, 장남 인근(10)군 등 1남 2녀를 두고 있다. 차남인 최 부회장과 채서영(41) 서강대 영문과 교수의 인연은 누이동생인 최기원씨 소개로 맺어졌다. 채 교수와 기원씨는 친구 사이다. 자녀는 2남1녀. 장남 성근(14)군과 장녀 원정(8)양, 차남 동근(6)군이다. 고 최윤원 회장과 김채헌(51)씨는 슬하에 1남3녀를 두었다. 장녀 서희(28)씨는 미국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 7월 평범한 집안 출신인 최성훈씨와 결혼했다. 최씨는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에서 근무하고 있다. 차녀 은진(22)씨와 3녀 현진(20)씨, 장남 영근(18)씨는 모두 학생이다. 최신원 SKC 회장은 1남2녀를 두고 있다. 장녀 유진(27)씨는 미국에서 디자인 공부를 마치고,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다. 차녀 영진(25)씨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장남 성환(24)씨는 중국 복단대에서 학업을 하고 있다. 최창원 SK케미칼 부사장과 최유경(38)씨는 장녀 경진(8)양과 장남 민근(7)군을 두고 있다. 모두 초등학생이다. ●‘SK호’ 이끄는 전문경영인 조정남(64) SK텔레콤 부회장은 SK텔레콤의 기술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놓은 ‘산파’로 통한다. 또 ‘CDMA 전도사’라 불린다. 조 부회장이 밝힌 1995년 CDMA(부호분할다중접속)의 개발 성공 일화다.“당시 손길승 부회장이 저에게 지속적으로 CDMA 성공 여부를 물어오셨지만 답답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던 차에 드디어 수천명이 동시에 통화를 시도할 수 있는 상업화 규모의 투자를 결심해야 하는 판국에 몰렸습니다. 그때 제가 손 부회장에게 ‘제게 400억원을 주십시오. 항상 물으시던 CDMA 성공 여부에 대해 확실한 답을 드리겠습니다.’고 했습니다. 손 부회장은 과감한 지원을 약속했고, 결국 세계 최초의 CDMA 상용화라는 신화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조 부회장은 외모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친근감이 넘친다. 자칭 ’리버럴리스트’로 말한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왔다. 김창근(55) SK케미칼 부회장의 별명은 ‘마징가’다. 매일 서너 시간만 잠자며, 일에 매달리는 엄청난 체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쏟아지는 잠을 쫓기 위해 허벅지를 꼬집으며 업무를 했다고 한다. 일처리와 관련,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 후계자로 불릴 정도다. 그는 마지막 구조본부장으로서 1974년 ‘경영기획실’로 출범한 SK 구조조정본부를 30년 만에 직접 ‘간판’을 내리기도 했다. 그는 1974년 입사 이후 SK케미칼 외환과장·자금부장·재무담당 상무를 거쳤고,1997년에는 그룹 구조본 재무팀장을 맡는 등 SK를 대표하는 재무전문가다. 서울 출신으로 연세대 경영학과, 미국 USC(남가주대)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신헌철(60) SK㈜ 사장은 소탈한 외모와는 달리 일처리가 꼼꼼하다는 평과 함께 노력형 CEO(최고경영자)로 불린다. 상고 출신으로 주판알만 튀기던 그가 이효석의 단편 소설 ‘메밀꽃 필 무렵’ 때문에 대학 입시에 떨어지자, 아예 작품을 통째로 암기해 버릴 정도다. 그는 지금도 기분이 좋아지면 ‘메밀꽃 필 무렵’을 술술 읊어댄다. 신 사장은 본인을 ‘운 좋은’ CEO라고 평가한다.SK㈜ 사장도 운 때가 맞아 떨어진 것이지, 능력으로 뽑았다면 될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고 겸손해한다. 신 사장의 얘기다.“최 회장으로부터 SK㈜를 맡아달라고 했을 때 고민이 많았습니다. 능력도 부족한 내가 맡아서 잘 이끌어 갈 수 있을까. 그러나 최 회장이 지금의 SK㈜는 ‘아버지’ 같은 CEO보다 상처를 보듬아주고, 이것 저것 챙겨줄 수 있는 ‘어머니’ 같은 CEO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CEO를 맡을)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그러나 ‘능력없다.’는 말과 달리 SK㈜는 신 사장이 CEO로 취임한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매출과 수출, 순이익 면에서 역대 실적들을 갈아치우고 있다. 신 사장의 운과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 신 사장이 1998년 5월 SK텔레콤 수도권본부장으로 일할 때다. 당시 서정욱 사장은 국제전화 식별번호 추첨식에 참가할 SK텔레콤 제비뽑기 ‘대표선수’로 신 본부장을 선택했다. 가서 모든 경쟁사가 희망하는 ‘00700’ 번호를 뽑아오라는 특명과 함께. 그런데 이 업무는 신 본부장의 직무와 전혀 상관없는 무선사업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모든 임직원이 염원했던 대로 기어이 ‘00700’번호를 뽑아내는 기염을 연출해냈다. 신 사장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부산상고와 부산대 경영학과, 연세대 경영학과 대학원을 나왔다. 김신배(51) SK텔레콤 사장은 논리적이며 날카롭다는 인상을 주지만, 의외로 가사를 외운 팝송이 100여곡에 이를 정도로 감성적인 면도 적지 않다. 또 순탄하게 CEO까지 오른 듯 보이지만 이공계 출신의 기획통 CEO로서 만년 하위권이던 수도권영업을 SK텔레콤 지사 중 1위로 올려 놓을 정도로 ‘야전 경험’도 많다. 그는 당시 현장 직원과 친해지기 위해, 또 바닥권이던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매일 ‘술 전투’를 벌였다고 한다. 그는 사석에서 “평소에 즐겨하지 않던 술이었지만 그때 마셨던 술이 그 전 동안 마셨던 술보다 더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신세기통신과의 통합작업을 2년간 잡음없이 해 낼 정도로 사업 조정 및 대인 관계에도 능수능란하다는 평이다. 그는 애창곡으로 분위기를 띄울 때에는 ‘오늘같은 밤’(이광조)이나 ‘골목길’(신촌블루스)을, 분위기를 탈 땐 ‘사랑이 지나가면’(이문세)이나 ‘사랑일 뿐이야’(김민우)를 부른다고 했다. 학창시절엔 팝송 100곡 정도는 가사를 안보고 부를 정도였다고. 김 사장은 충남 부여 출신으로 경기고, 서울대 산업공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정만원(53) SK네트웍스 사장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대표적인 CEO다.2003년 그룹이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사태로 위기를 맞았을 때 SK글로벌 정상화추진본부장으로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이같은 활약 덕분에 SK네트웍스 사장으로 취임, 채권단 조기 졸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 사장은 21회 행시 수석 출신으로 1994년 통산산업부 과장에서 ‘SK맨’으로 변신했다. 그는 사령장을 받자마자 서점으로 달려가 관련 서적 40권을 구입했다고 전한다.95년부터 OK캐쉬백 사이트의 원형인 쇼핑몰을 구상했으며,OK캐쉬백과 그 사이트를 기획해 SK에서 입지를 다졌다. 그는 서울 출신으로 중앙고, 연세대 경영학과,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박장석(50) SKC 사장은 오너가(고 최종건 회장의 둘째 사위)의 일원이지만 전문경영인으로 불리기를 더 좋아한다. 솔직함과 친근감을 바탕으로 강한 추진력과 빈틈없는 일처리 능력을 보유한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CEO라는 평이다. 그는 1979년 ㈜선경 미주본부로 입사, 경영지원본부장, 관리총괄 부사장을 거치며, 방송·통신 장비업체인 SK텔레시스 인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서울고와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미국 스티븐스대 경영학 석사 출신이다. golders@seoul.co.kr ● ‘맏형’ 최신원 SKC회장 “분가요?시기상조입니다. 여건도 성숙치 않았는 데 무슨 분가입니까. 지금은 형제간에 서로 협력해서 SK를 더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훗날 때가 됐다고 판단되면 제가 먼저 이야기를 꺼낼 것입니다.” 최신원(53) SKC 회장은 최근 재계의 이슈로 떠오른 ‘SK분가설’을 이렇게 일축했다. 이어 “형님(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이 돌아가신 이후 최씨가(家)의 맏이로서 형제간의 협력과 우애를 돈독히 하는 것이 저의 책무”라며 “이를 위해 형제간에 자주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모임을 자주 갖는다.”고 말했다. 밖에서는 ‘패밀리 미팅’으로 알려진 형제간 모임은 실상 집안 제사 행사인 경우가 많다. 또 해외 출장을 빼곤 형제들 모두 참석하는 것이 최씨가의 오랜 전통이다. 최 회장은 ‘음지’에서 동생들을 지원하는 소리없는 ‘카리스마’로 유명하다. 지난해 ‘소버린사태’로 경영권을 위협받았을 때 SK㈜의 대주주인 SK케미칼 지분을 확대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형은 형답게, 동생은 동생답게 행동하면 불협화음이 나올 수 없어요. 사업이야 다들 알아서 잘 하니까. 또 어려운 일이 닥치면 서로 뭉치면 되고요. 선친과 숙부께서 상호신뢰 속에서 그룹을 키워오신 것처럼 우리 2세 형제들도 서로 협력해 SK그룹을 세계적인 그룹으로 키울 것입니다.” 최 회장은 또 “몸은 부실해도 부친을 닮아 통뼈”라며 선친인 고 최종건 회장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선친은 언제나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쳤습니다. 사실 죽으면 돈 갖고 갑니까. 살아있을 때 좋은 일을 많이 해야죠.” 그는 앞으로 무엇이 되기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은 듯했다.“제 소박한 꿈은 이렇습니다. 재단법인 ‘선경 최종건 재단’의 장학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해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더 많이 주는 것입니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한국에 영국의 ‘이튼스쿨’과 같은 명문 사립학교를 설립하고, 전문 기술학교를 세워 선친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최 회장은 “선친은 평소 교육에 열정이 대단했지만 일찍 돌아가신 탓에 실천에 옮기지 못하셨다.”면서 “선친의 이름으로 재산을 지속적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자식된 도리”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국내 재벌가에서 보기 드문 해병대 출신이다. 부친이 그의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해병대 입대를 권유했기 때문. 그는 이런 경험을 살려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었던 회사의 임직원은 반드시 해병대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직원들 사이에서 ‘해병대 CEO’로 불린다.CEO(최고경영자)로 나선 지 8년째인 최 회장은 신속하면서도 과감한 업무 추진력, 강한 리더십을 가졌다는 평이다. 이는 위기관리 능력으로 이어져 SKC 회장에 취임한 이후 한계사업의 과감한 철수와 정보통신 관련 사업 진출 등 적극적인 ‘턴어라운드’ 작업을 통해 SKC를 우량기업으로 변신시키고 있다. golders@seoul ● 최씨가 며느리·딸 ‘경영불참 불문율’ 국내 재벌가에서 며느리들을 경영에 참여시키는 경우는 많지 않다. SK가(家)는 이보다 한 술 더 떠 딸들까지 아예 배제한다. 한 임원의 얘기다 “최종현 회장이 한번은 가족 회의를 열고 최씨가의 여성은 딸이든, 며느리든 경영 참여는 안된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남자만 경영에 참여시키기로 한 거죠. 그래서 큰 집(최종건가)과 작은 집(최종현가)의 5남 5녀 가운데 ‘대표선수’ 5명(윤원, 신원, 창원, 태원, 재원)만 경영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런 불문율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고요.” 큰 집 조카들까지 포함해 10남매의 가장 역할을 했던 고 최종현 회장(그는 생전에 형의 3남 4녀와 자신의 2남 1녀를 합한 ‘5남 5녀의 아버지’로 자처했음)이 기업 경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며느리와 딸들을 경영진에 참여시키지 않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일화 한토막. 최 회장이 병마와 막바지 씨름할 때였다. 하루는 저녁 식탁에 앉았는 데 큰 아들(최태원 SK㈜ 회장)이 보이지 않자, 큰 며느리(노소영 관장)에게 “오늘도 못 온대.”라고 물었다. 노 관장은 시아버지에게 어리광 부리듯 “네∼”라고 답했다. 이어 “요새 그 사람 얼굴 보기도 어려워요.” 그러자 최 회장은 무뚝뚝하게 “사업을 한다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아니. 사업이란 장난이 아니다. 전력투구해야 한다. 사업을 위해서 희생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최씨가의 맏며느리인 김채헌(51·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의 부인)씨는 최씨 2세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집안 안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항상 소리 안나게 일을 처리한다는 평이다. 시동생 얘기다.“집안을 화목하게 하는 데 형수님으로서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당장 하는 일은 없지만 애들도 어느 정도 커서 이제는 뭔가 해 보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시동생의 평은 이렇다 “워낙 말이 없고, 착하기만 합니다. 마음도 대단히 여리고요.” 노소영(44)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최씨가의 며느리 가운데 가장 활동적인 편이며, 사람 만나는 것을 즐긴다. 국제적인 감각이 뛰어나고 예술쪽에 관심이 많다. 최태원 회장도 노 관장의 바깥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한 지인은 “최 회장과 성격이 비슷한 데다 외국에서 오래 생활해서인지 대단히 합리적인 분”이라며 “서로 바쁘기는 해도 주말에는 같이 시간을 보내며, 테니스를 치거나 요리를 하는 등 부부 금슬이 대단히 좋다.”고 설명했다. 시아버지인 최종현 회장은 큰 며느리를 어떻게 봤을까. “저래도 아이들 교육은 잘 시킨단 말이야. 제 시어머니(고 박계희 여사)를 닮은 데도 많고….”고 최 회장과 50년 지기인 언론인 홍사중씨는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겉으로는 제법 쌀쌀하면서도 조금도 표리가 없고, 야무지게 집안 살림을 꾸려나간다는 뜻으로 최 회장이 며느리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고. 최재원 SK엔론 부회장 부인인 채서영(41)씨는 야무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서강대 영문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집 사람이 좀 바쁘죠. 그래서 저는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보내기 위해 가능한 한 골프를 치지 않으려고 해요. 집안 일은 좀 거드는 편인데…. 와이프 눈에는 많이 부족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저만 쓰는 주방용 칼이 있으면 된 것 아닙니까.”라며 웃는다. 최창원 SK케미칼 부사장 부인 최유경(38)씨는 치과의사다. 개업을 않고 가끔씩 지인들 병원에서 일손을 거들고 있다. golders@seoul.co.kr .co.kr
  • 가짜학위 당국도 속아

    가짜학위 당국도 속아

    미국 대학의 학사 학위를 위조해 국내 초등학교와 어학원 등에서 영어회화를 가르쳐온 미국인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2001년부터 강사료 등으로 챙긴 돈은 2억원이 넘는다. 이들은 “영어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분위기 때문에 취업할 수 있었지만, 솔직히 한국 학부모의 과도한 교육열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한국에서 백인 선호한다고 해 자신감” 11일 오전 서울경찰청 외사과 사무실에는 사문서 위조와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된 미국인 2명이 고개를 떨구고 앉아 있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중퇴한 H(35)는 1998년 미군 용산기지에서 취사병으로 일하다 전역한 직후 영어강사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이태원에서 만난 한국인 브로커가 미국 오클라호마대 전기공학과 학사 학위증을 감쪽같이 위조해 줬기 때문이다.H는 기자에게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사이에 학위를 위조해 영어회화 강사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면서 “한국에서는 영어회화 강사로 취업하기가 쉽고, 학위 위조도 잘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거 직전까지 서울 M초등학교에서 특기적성 강사로 근무한 T(27)는 친구를 통해 ‘인디애나대 영문학과 3학년 휴학’학력을 ‘학사학위 취득’으로 위조한 뒤 입국했다.T는 “한국에서 영어회화 강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터넷에서 알게 됐다.”면서 “특히 한국에서 백인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에서는 1년이 지나도록 학위가 가짜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면서 “학부모들도 영문학을 전공한 미국인 교사라고 좋아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한국의 영어회화 열기에 편승해 손쉽게 강사로 취업했지만, 한국 학부모의 교육열은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어린이가 열성적으로 영어회화를 배우려고 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H는 대번에 “아이들이 아니고 부모들이 그런다.(Not children,the parents)”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 어린이는 매우 영특한데도, 학부모는 한발씩 앞서간다는 것이다.T도 “영어를 빨리 배우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한국의 학부모는 어린이에게 이렇게 영어를 시키면 삼성그룹 회장이라도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어만 시키면 삼성회장이라도 될 줄 알아” 이들이 사기행각을 벌이는 동안 학교와 학원은 가짜 학위를 검증조차 하지 않았다. 정부 기관도 속아 넘어갔다.H는 “위조한 학사 학위로 한국에서 외국어회화 강사로 일하기 위한 ‘E-2’비자를 발급받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주장했다. 외국인이 ‘E-2’비자를 신청하려면 해당 외국어를 사용하는 국가 출신으로,4년제 대학 학사학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측은 “학위의 진위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고, 원본을 제출해 진짜라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기아車 정의선 사장 ‘고속질주’

    기아車 정의선 사장 ‘고속질주’

    ‘무한질주.’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아들 의선(35)씨가 보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얼마전 기아차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그룹의 기획, 재무, 수출, 연구·개발(R&D) 등 핵심업무를 관장하게 됐다.11일 기아차 주주총회에서의 공동 대표이사 선임 여부가 주목된다. 예상보다 빠르게 경영 전면에 부상하고 있으나, 시민단체 등 견제 여론도 있어 ‘속도 조절’도 예상된다. ●업무 영역 훨씬 강력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겸 기아차 기획실장(부사장급)이던 그는 지난 1일 기아차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그룹의 공식직함은 나오지 않았다. 최근 확정된 직함은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담당 사장. 총괄 책임자가 되면서 기아차 기획실장 직함은 자동적으로 떼게 됐다. 대신 직접 챙기는 업무 영역과 개입 강도는 훨씬 강력해졌다.R&D, 마케팅, 중장기 해외공장 프로젝트는 물론 연간 업무계획과 조정 역할까지 맡게 된 것. 기획총괄본부는 다른 그룹으로 치면 구조조정본부 격이다. 본부내 공식서열은 현대하이스코 출신의 이상기 부회장에 이어 ‘넘버2’. 이에 따라 운신의 폭도 한결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그는 그룹의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별도 보고를 받아왔었다.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모비스에서도 기획·정보기술·재경 담당 부사장(등기이사)을 맡고 있다. 직급을 맞춰 현대모비스에서도 ‘사장’으로 승진할지, 직함을 뗄지는 아직 미정이다. 기아차 김익환 사장과 최한영 사장의 역할도 교통정리가 됐다. 김 사장은 11일 주총에서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으로 공식 선임, 국내영업본부와 경기도 화성·소하리, 광주공장, 경영지원본부 등을 챙기게 된다. 소속은 기아차이지만 사실상 그룹 일(현대·기아차 전략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최 사장은 이번에 현대·기아차 마케팅 총괄본부장을 겸직하게 됐다. 그룹내 역학구도와 맞물려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정의선 사장의 활동반경이 커진 데 대해 현대차측은 “대주주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5종,美 추천차종 선정 현대차 자체도 정의선 사장만큼이나 잘 나가고 있다. 쏘나타, 싼타페, 아반떼XD, 투스카니, 베르나 5개 차종이 10일 미국의 유명 자동차구매 가이드 ‘카북(Car Book)’과 비영리 소비자단체 ‘자동차안전센터’에 의해 올해 최우수 추천차종(Best Bet)으로 선정됐다. 카북은 해마다 한차례씩 미국에서 판매되는 새 연식 모델을 대상으로 충돌시험을 진행, 안전장치·연비·전복위험성·보험비용 등 10개 항목을 종합 채점해 차급별 추천차종을 발표한다. 앞서 세계적 권위의 미국 ‘컨슈머 리포트’지도 NF쏘나타를 ‘가장 결함이 적은 차’로 선정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삼성家 ③-신세계그룹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삼성家 ③-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은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한 기업들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2004년 재계 서열 21위(자산 기준)로 한솔그룹(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녀 이인희 고문, 재계 36위), 새한그룹(차남 고 이창희 회장, 워크아웃 중),CJ그룹(장손 이재현 회장, 재계 23위)보다 앞섰다. 창업주의 5녀(막내딸)인 이명희(62) 회장은 1997년 계열 분리 때 백화점과 조선호텔만 갖고 나왔다. 그리고 그룹을 국내 최고의 유통 ‘명가’로 키웠다. 삼성에서 떨어져 나온지 불과 7년만에 백화점과 할인점 이마트를 주축으로 한 유통사업 외에 신세계건설, 신세계푸드시스템, 조선호텔, 신세계인터내셔널 등 13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시킨 것이다. 자신은 여성 캐피털리스트 1위를 고수하던 올케 홍라희(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호암미술관장을 제치고 2001년 이후 국내 최고의 여성 부호가 됐다. 이 회장은 삼성가(家)의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는 전형적인 정중동(靜中動) 행보의 오너다. 외부에 나서지는 않지만 소리없이 막후에서 회사의 중심을 잡으면서 방향을 제시하는 스타일이다. ●창업주의 귀여운 막내딸 이명희 회장은 창업주로부터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2세다.8남매(3남5녀) 중 막내딸이었으니 충분히 그럴 만했다. 삼성그룹 출신 인사들은 “고 이병철 회장은 늘 이 회장을 데리고 다녔다.”고 회고한다. 고 이병철 회장은 회장직을 물러난 뒤 1년에 네차례 정도 일본 도쿄를 방문했는데, 이때 항상 이인희 고문과 이 회장을 동행토록 했다. 큰언니인 이 고문은 이 회장보다 열네살 많다. 이 회장은 부친이 사무실에서 먹는 과일도 먼저 맛을 보고 부친이 좋아하는 정도의 당도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들여보내곤 했다. 그래서 당시 고 이병철 회장 비서실팀 직원들은 사무실옆 간이 주방에서 꼼꼼하게 과일을 챙기는 이 회장을 두고 ‘감독관’이라고 수근댈 정도였다. 이 회장은 1943년생으로 이화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생활미술학과를 졸업했다.1979년 신세계백화점 영업본부 이사로 경영수업을 시작,80년 신세계백화점 상무로 승진한 뒤 97년 부회장에 올랐다. 무려 17년동안이나 상무직함을 유지했다. 그룹 회장이 된 것은 98년 말이다. 이 회장은 1967년 정재은(66) 명예회장과 중매로 만나 결혼, 아들 정용진(37) 신세계 부사장과 딸 정유경(33) 조선호텔 상무를 뒀다. 용진씨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와 동갑내기다. 사촌지간인 두 사람은 경복고 동창으로 서울대에 함께 입학하다 보니 사이가 매우 각별하다. 용진씨는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다니다가 유학을 떠나 미국 아이비리그인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1995년 미스코리아 출신 인기 탤런트 고현정씨와 결혼했다가 지난해 이혼해 많은 화제를 낳기도 했다. 고씨와의 사이에 아들 해찬(7)군과 딸 해인(5)양을 뒀다. 유경씨는 서울예술고, 이화여대 응용미술학과를 거쳐 미국 로드아일랜드대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다. 유경씨는 2001년 3월 초등학교 동창인 문성욱(33)씨와 결혼, 장녀 서윤(3)양과 차녀 서진(2)양을 두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은 문씨는 SK텔레콤 전략기획실을 거쳐 소프트뱅크 코리아의 자회사인 벤처스코리아에서 투자심사역(차장)을 지낸 뒤 현재는 유학 중이다. 문씨의 부친은 아리랑TV 사업본부장을 지낸 문청씨다. ●부친을 경영스승으로 삼고 있는 오너 재계에서는 ‘신세계가 삼성보다 더 삼성 같다.’는 얘기가 나돈다. 그만큼 기업문화, 경영스타일이 닮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창업주의 형제들 가운데 누구보다 부친을 닮으려고 애쓰는 이 회장의 숨은 뜻이 담겨 있다. 부친의 선견지명과 직관력이 소개된 한 일간지를 복사해 수첩에 항상 갖고 다니며 경영의 시금석으로 삼을 정도로 이 회장은 부친을 가슴 속에 품고 산다. 신세계백화점 본사 회의실과 자신의 아들 정용진 부사장 방에도 부친의 초상화를 걸어 놓고 부친의 경영철학을 신세계 맨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오는 8월 문을 여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사무실 로비에 부친의 흉상을 세우라는 지시를 내렸다.“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오늘의 내가 있겠느냐.”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누구보다 평소 부친의 경영 스타일을 빼닮았다는 얘기를 듣는다. 우선 ‘疑人勿用 用人勿疑’(믿지 못하면 아예 쓰지를 말고, 일단 사람을 쓰면 의심하지 말라.)는 용인술과 전문 경영인 체제 운영방식이 그렇다. 메모하는 습관과 업무의 중요성을 따져 챙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확실히 구분짓는 스타일도 비슷하다. 이 회장 스스로도 자신의 경영 스승이 선친임을 신세계 2005년 1월호 사보에서 드러낸 바 있다.“선대 회장께서 가장 힘쓴 것이 인재 육성이었다. 선대 회장께서는 성공한 일을 다시 돌아보지 않았고 늘 새로운 것을 찾으셨다.”면서 자신의 메시지를 부친의 육성에 담아 신세계 맨들에게 전했다. 이 회장이 무엇을 강조할 때 나오는 화법이 바로 “선대 회장은 이렇게 하셨는데….”이다. 이 회장은 실제로 젊은 시절 부친이 제일모직 등 일선 현장을 방문할 때 언니인 이인희 고문과 함께 수행하며 경영수업을 쌓았다. 창업주는 국내외 주요 인사들과 회동 때 “명희야, 들어온나.”해서 늘 이 회장을 합석시켜 보고 배우도록 했다. 신현확 전 총리, 민복기 전 법무부장관 등 당시 국내 정·관계의 실세를 만나 식사를 하거나 골프를 할 때도 항상 ‘명희’를 불렀다. 일본 정·관계의 원로와 회동에도 꼭 자리를 함께 하도록 했다. 그러다보니 이 회장은 부친이 교류하는 각계의 주요 인사들을 다 알 정도였다. ●섬세하면서도 ‘통 큰’스타일 이 회장은 한해에 고작 한두차례 회사를 방문, 업무 보고를 받을 뿐 경영에 일일이 간섭하지는 않는다. 부친과 마찬가지로 결재 서류에 사인을 해 본 적이 없다. 주요 사안이나 인사에 대해서도 사후보고를 받을 정도로 전문경영인을 믿고 맡겨 ‘통 큰’ 경영을 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이인희 고문은 동생의 경영스타일을 두고 “명희는 (전문 경영인에게) 다 맡기는 스타일인데도 회사가 잘된다.”며 부러워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다고 해서 이 회장이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는 8월 문을 여는 신세계 본점 재개발 사업, 신규 백화점 진출, 명품 브랜드 유치 등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챙기며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을 문 열 때는 매일 그곳으로 출근하는 열성을 보였다. 특히 백화점의 사각지대로 알려졌던 지하 식품매장을 일일이 다니며 꼼꼼하게 챙겼다. 이 덕분에 위층에서 쇼핑을 하다가 식품매장으로 내려 오는 ‘샤워효과’가 아니라 지하 매장을 방문토록 만든 뒤 위층까지 고객을 끌어들이는 ‘분수효과’를 톡톡히 거두도록 했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을 아는 이들은 그가 여성스러운 섬세함과 대담함을 함께 지녔다고 평가한다. 격식을 싫어해 회사 내에 비서실은 물론 개인 비서도 두지 않고 있다.90년대까지 1년에 한차례 서울 한남동 자택으로 임원들을 초청, 식사를 대접하는 자상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큰 오빠인 맹희씨는 회고록 ‘묻어둔 이야기’에서 그의 따뜻함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부친으로부터 눈밖에 나서 유랑생활을 하던 맹희씨는 이 책에서 “내가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말을 못하고 있으면 늘 지갑을 열고 가지고 있던 돈 전부를 나에게 쥐어준 것도 명희였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명희는 내가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 주었고 늘 따뜻한 마음씨로 나를 감싸주었다.”는 것이 맹희씨의 설명이다. ●신세계 핵심 축 구학서 사장 신세계는 1999년 구학서 사장이 총사령탑에 앉은 이후 계속 상승곡선을 그려 왔다. 구 사장은 명실상부한 전문경영인으로 이 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전문 경영인은 무한 책임을 지고 일해야 한다.’는 신조를 갖고 있다. 그는 회사 부채율을 230%에서 130%대로 낮췄다. 취임 당시 5만원했던 주가를 5년만에 30만원대로 끌어올려 이 회장을 한국 최고의 여성부호로 만들어 주기도 했다.‘신세계 신화’를 일궈낸 주역이지만 그는 한결같이 겸손한 모습이다. 오히려 신세계를 통해 자신이 성공한 데 대해 감사해한다.“56세에 은퇴하려고 했는데 59세에 사장을 하고 있으니 목표를 초과 달성하지 않았느냐.”며 “자신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구 사장은 겉으로는 부드러운 스타일이지만 실제로는 승부욕, 추진력, 결단력을 두루 갖췄다. 매일 새벽 5시면 집 근처 우면산을 오르고, 오전 7시30분이면 어김없이 회사에 출근한다. 일주일에 7∼8권의 책을 읽으며 신세계의 미래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고민한다. 구 사장의 취임 당시 신세계의 위상은 롯데, 현대에 밀려 3위로 내려앉은 초라한 신세였다. 그는 그때 불어닥친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를 적절히 활용했다. 종합금융을 매각하고 카드사업에서 손을 떼는 등 대대적인 ‘메스’를 가한 것이다.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홀세일을 매각하면서 들어온 1억달러로 전국 알짜의 상권부지들을 헐값에 사들여 이마트 부지로 확보했다. 이때 사들인 부지들이 이마트에 국내 최대의 할인점이라는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산본의 백화점 부지도 이마트로 업종을 변신시키는 등 자산 회전율을 높이며 기업의 수익구조를 끌어 올리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삼성그룹에서 재무통으로 커온 경력이 뒷받침됐다. 이런 신세계의 성장을 구 사장은 전문경영인 체제 덕분으로 돌린다. 스스로 “(이 회장이)너무 많은 권한을 주셔서 오히려 책임이 무겁다.”고 말할 정도로 오너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소신껏 일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350억원짜리 한국 최대의 매머드 쇼핑몰인 부산 센텀시티 부지 매입 응찰 때도 사후에 이 회장에게 보고할 정도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호랑이 등에 탄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1972년 삼성에 공채 12기로 입사했다. 재계의 인재사관학교로 불리는 삼성 비서실, 삼성전자, 제일모직, 삼성물산 등을 거쳐 삼천리그룹으로 갔다가 96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전무로 발탁됐다. 당시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도 구 사장에게 눈독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실력파 임원들로 포진 전문경영인 체제의 기업답게 구 사장을 필두로 쟁쟁한 임원들이 포진하고 있다. 석강 백화점 부문 대표는 점장과 영업본부장을 역임한 정통 영업통. 신세계 백화점이 새롭게 문을 여는 점포마다 점장을 맡을 만큼 치밀한 전략과 강한 추진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책임질 수 있다고 판단하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자신감과 신념의 소유자다. 신세계백화점의 면모를 일신시킨 서울 강남점을 문 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 본점 재개발 사업과 죽전 역사 개발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진행하며 ‘제2전성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검소한 생활에 유머감각이 뛰어나다는 얘기를 듣는다. 이경상 이마트 부문 대표는 백화점과 이마트에서 점장과 지원본부장, 경영지원실장 등 요직을 걸쳤다. 인화를 중시하는 전형적인 덕장형이지만 치밀한 분석력과 경영자로서의 안목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백화점 미아점장 시절 처음으로 점장이 광고모델로 등장, 현장을 중시하는 경영스타일을 보여줬다. 영등포점장 시절 다른 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지하층을 젊은이들만의 공간으로 꾸민 ‘영웨이브’를 탄생시켰다.‘영웨이브’는 백화점 테마형 매장의 효시로 인정받고 있다. 유원형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삼성그룹 계열사인 중앙개발 출신. 유통전문 건설업체로 급부상한 신세계건설에서 탁월한 관리 업무로 수익창출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2000년 신세계로 옮겼다. 철저한 원칙주의자로 섬세한 업무 스타일이 돋보인다. 백화점부문의 팀제 운영 실시 등의 아이디어로 재무 건전성과 인력 효율화에 기여했다. 신세계건설 노태욱 사장은 LG건설 상무 등을 지내다 신세계건설에 합류한 건설 분야 베테랑이다. 건설업계의 투명경영을 선도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도입, 지난해 공정거래 자율준수 우수기업으로 공정거래위원장상을 수상했다. 신세계푸드시스템 최병렬 사장은 20년의 서예 경력에 단전호흡의 달인으로 불린다. 또 체력 등 자기관리가 뛰어난 만능스포츠맨이다. 백화점과 이마트 부문에서 풍부한 현장 경험을 쌓았다. 신세계I&C 이상현 사장은 삼성비서실, 삼성카드에서 주로 전략기획 업무를 담당해온 브레인. 삼성카드 재직시절 고객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한 CRM(고객관계관리)을 도입했다.‘좋은 생각이 좋은 경영을 만든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조선호텔 이석구 사장은 호텔 부문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호텔을 경영하는 것은 마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과 같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객실의 디지털화, 객장의 글로벌화를 강조하고 있다. 공항에서 에스코트를 받은 뒤 프런트 앞에서 기다리지 않고 객실에서 곧바로 체크인할 수 있는 ‘익스프레스 체크인’ 서비스를 국내 처음 도입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장성규 사장은 1주일에 30개 이상의 매장을 꼭 방문하는 현장 중시 스타일이다. 그의 책상 한편에는 800명 이상의 직원 이름과 나이, 특징 등이 깨알같이 적혀 있다. 아침 출근길에 라디오를 통해 영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 송주권 사장은 백화점 물류관리 업무를 담당해 온 현장관리 출신이다. 새로운 수익 아이템들을 꾸준히 개발해 적자사업을 흑자로 돌려놓은 그룹 내 물류 전문가다. bori@seoul.co.kr ■ 경영수업 받는 2세 이명희 회장에 이어 신세계를 이끌 후계자는 장남 정용진(37) 부사장이다. 모친 이 회장과 부친 정재은 명예회장에 이어 3대 주주로 자리를 굳혀 이미 경영권 승계 작업의 토대를 마련해 놓았다. 정 부사장은 미국 유학을 끝내고 1994년 삼성물산 경영지원실에 입사,95년 신세계로 자리를 옮긴 뒤 97년까지 신세계백화점 일본 도쿄사무소에서 근무했다. 이어 신세계백화점 기획조정실 그룹 총괄담당 상무로 진급해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삼성의 구조조정본부와 같은 성격의 경영지원실 소속인 그는 월·수·목요일은 신세계 본사로, 화·금요일은 이마트로 번갈아 출근하며 그룹 전반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점장회의 등 각종 회의에 참석, 업무 보고를 받는다. 조용히 듣기만 하고 거의 발언은 하지 않지만 지나가면서 던지는 질문이 날카롭다고 한다. 사원들과도 격의 없이 어울린다. 소주에 삼겹살도 먹고 이마트 오픈시 지내는 고사에도 참석, 직원들이 건네는 막걸리를 몇잔이고 받아 마신다. 직원들에게도 꼭 두 손으로 술을 따르며 몸을 낮춘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지하 구내 식당에서 직원들과 식사도 한다. 식품과 패션분야에 조예가 깊다. 이마트 매장을 둘러 볼 때도 식품의 신선도, 진열방식 등을 꼼꼼히 챙긴다. 즉석 조리상품 코너를 지나치다 “소스가 안 맞는다.”거나 “외국에는 이런 상품도 있는데 한번 도입해 보라.”는 제안도 심심찮게 한다. 특히 초밥 등 신선식품은 꼭 포장지를 뜯어보고 “밥알이 굳었다. 신선도가 좋지 않다.”는 등의 평가를 한다. 명품잡지에 등장하는 모델이 입고 있는 옷들이 어느 제품인지 다 알 정도로 디자인의 흐름을 꿰고 있어 담당자들을 놀라게 한다. 그렇지만 후계자로서 영향력을 발휘하려 들지 않는다.1990년대 후반 벤처 열풍에 인터넷뱅킹사업 등 벤처사업을 무척 하고 싶어 했지만 회사측에서 “유통업체로서 바람직한 사업은 아니다.”고 결론 내리자 조직의 결정을 순순히 따랐다. 당시 재계 2,3세들은 앞다퉈 정보기술(IT) 관련 벤처사업에 뛰어 들면서 천문학적인 돈을 까먹었지만 그는 회사의 결정을 따름으로써 ‘화’를 면했다. 그는 자신이 추진하고 싶은 사업 아이템에 대해서도 강하게 밀어붙이지는 않는다.“검토해 주십시오.”라는 수준에서 경영진들에게 얘기할 따름이다. 그 때문에 “삼성가의 전통을 이어받아 오너로서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어머니한테 교육을 잘 받았다.”는 얘기를 듣는다. 정 부사장의 여동생 유경(33)씨는 조선호텔 프로젝트 실장(상무)이다. 전공을 살려 그동안 객실 리노베이션과 인테리어 작업에 참여, 호텔의 품격을 한단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텔업계에서는 최초로 비주얼 디자이너를 채용토록 하는 등 호텔 소품부터 리노베이션까지 비주얼 디자인업무를 지휘해 왔다. 지난해 초 자신이 리노베이션했던 자연주의풍의 이탈리아 레스토랑과 베이커리를 돌아다니며 손님들의 반응을 물어보기도 한다. 영국 사라 퍼거슨 전 왕세자비의 결혼 때 부케를 맡아 유명해진 꽃집 ‘제인파커’를 아시아 최초로 조선호텔에 들여오고, 신세계백화점에 입점시키며 꽃집의 명품 브랜드 시대를 열기도 했다. 명품에 관심이 많아 국내 처음으로 수입 멀티숍 바람을 일으켰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분더샵’ 도입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차원에서 구입하는 각종 미술품과 캘린더 제작에도 유경씨의 안목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촌지간으로 나이가 비슷한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녀 부진(35·신라호텔 상무)씨와 같은 호텔업계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bori@seoul.co.kr ■ 정재은 명예회장은 누구 정재은(66) 신세계 명예회장은 부인 이명희 회장처럼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다만 이 회장과 달리 1년에 한차례 부장급 이상 간부를 조선호텔에 모아 놓고 세계 경제 흐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윤리경영 등에 대해 강연을 한다. 오너 일가의 일원으로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삼성 출신 경영인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회사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바람에서다. 정 명예회장은 경기고,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대학원에서 수학한 엘리트다. 결혼 뒤에는 삼성그룹에서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쳤다.1969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20여년간에 걸쳐 삼성전자부품 부회장, 삼성물산 부회장, 삼성항공 부회장, 삼성종합화학 부회장 등 주요 직책을 두루 거쳤다.97년 신세계가 삼성에서 공식 분리되자 조선호텔 회장을 맡으면서 삼성을 떠났다. 그는 전자공학, 산업공학 등 자신의 전공을 살려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장인(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그는 고 이병철 회장의 특명으로 당시 미국 유학 중이던 재일교포 2세 손정의(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씨를 만나기도 했다. 고 이 회장은 그에게 “손씨가 삼성에 필요한 인물인지 한번 만나봐라.”고 지시했던 것이다. 당시에 그를 만난 정 명예회장은 특별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은 그 뒤 손 사장의 성공을 보고 선대 회장의 예지력에 감탄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정 명예회장은 1977년 삼성전자 이사 재직시 미국 HP사와 손잡고 HP사업부를 시작한 데 이어 84년 삼성전자 사장 시절에는 자본금 1000만달러를 들여 삼성HP를 설립, 현재의 삼성전자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삼성은 컴퓨터가 전무했던 시기에 컴퓨터, 의료기기, 계측기기 분야에서 HP와 인연을 맺어 기술력을 확보하고 삼성 제품이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기술력이 취약한 삼성이 HP와 같은 기업과 손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독서를 즐기는 학구적 면모를 보여 주위에서 “대학교수를 했으면 잘 했을 것 ”이라는 말을 곧잘 듣곤 했다. 경제잡지는 물론 일본 경제신문 등도 정기 구독한다.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되는 책자는 임원들에게 보내고, 기사는 밑줄까지 쳐 읽어 보길 권한다. 화려한 이력과 배경 때문에 엘리트 분위기를 풍기지만 사람들과 격의없이 사귀는 소탈한 면도 있다. 부친 정상희씨는 3,5대 국회의원과 삼호방직·삼호무역 회장을 지냈다. 정상희씨는 삼성가(家)와 인연을 맺은 뒤 삼성전자 사장, 삼성물산 사장, 삼성생명 사장 등을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을 역임했다. 정 명예회장(차남)의 맏형인 고 정재덕 전 신세계고문은 경기고, 미국 노스이스트미주리주립대를 졸업하고 경제기획원 경제협력국장, 건설부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국제상사 사장, 연합철강 사장, 하나실업 회장 등을 지냈다. 고려대 출신인 동생 재환(57)씨는 현재 삼성전기 중국동관사업장 법인장 전무로 일하고 있다. bori@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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