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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증인 줄 알았는데 급성심근경색이라고?”

     요즘처럼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일교차가 클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질환이 바로 심근경색이다. 아예 전조증상이 없거나 증상이 있더라도 긴가민가 하는 사이에 사망에 이르는 돌연사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겨울철에는 기온이 1도 떨어질 때마다 심혈관 질환 사망률은 1.72%씩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기온이 낮아지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관이 수축하면 혈압이 올라가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따라서 겨울철에는 심근경색을 비롯, 협심증·허혈성 심장질환과 뇌졸중·뇌동맥류·지주막하 출혈 등 혈관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들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급성심근경색, 증상없이 오는 경우도 있어  심근경색은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3개의 심장혈관 중 일부 또는 전부가 막혀 심장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이 공급되지 못해 심장근육 조직이 괴사하는 질환이다.  전형적인 증상은 가슴 전체를 쥐어짜는 듯한 심한 통증이 왼쪽 어깨와 등, 턱으로 뻗치고 식은땀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간혹 ‘흉통=심근경색’이라는 일반적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상황도 왕왕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의심이나 진단이 늦어져 자칫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실제로, 급성 심근경색의 4분의 1 정도가 심한 흉통을 동반하지 않는가 하면 일부 고령 환자 중에는 ‘체증이 있다’거나 ‘가슴에 고춧가루를 뿌린 것처럼 쐐하다’ 라는 등의 비특이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특히 고혈압·고지혈증·당뇨 환자와 흡연자, 협심증 가족력을 가졌다면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령자는 혈관을 수축 이완해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지므로 혈액 순환이 안 좋은 당뇨병 환자, 말초혈관질환자, 알코올중독자 등도 조심해야 한다.  급성 심근경색증은 심장에 혈액과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피떡에 의해 갑자기 막히면서 심장 근육이 괴사하는 상태를 말한다. 심근경색증이 발생하면 대개 응급실로 실려 오기 전에 이미 30% 가량이 사망하고, 응급실에 도착한 뒤에도 10% 정도가 사망하고 만다.    ■심근경색의 주요 원인은 관상동맥의 동맥경화  심근경색의 원인은 95% 이상이 갑자기 관상동맥이 막히는 것인데, 이는 관상동맥 혈관의 경화에서 비롯된다. 나머지 5% 미만은 감염증과 대동맥류, 선천성 기형 등이 원인이다.  이런 심근경색의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흉골 뒤와 양쪽 흉부 특히 좌측 흉부, 명치와 상복부에 꽉 조이거나 빠개는 듯한 흉통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흉통은 어깨, 양쪽 상박, 목, 견갑골 사이로 전달되고, 더러는 좌측 손목이나 새끼손가락까지 전달되기도 한다. 지속 시간은 적어도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부터 보통은 몇 시간씩 이어지며, 환자에 따라 1~3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4~6시간 내 응급처치가 생사 결정  치료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막힌 관상동맥을 다시 뚫어 심근에 혈류를 충분히 공급해주는 것이다. 이런 조치는 빠를수록 좋다. 조기에 관상동맥을 재관류시켜 심근경색의 진행을 막고 심장 기능을 보존해야 치명적인 결과를 피할 수 있다. 재관류가 늦어지면 남은 심근은 회복이 어려운 불가역적 괴사 상태에 빠져 소생한다 하더라도 환자의 삶의 질과 생존율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원론적으로는 심근경색 발생 후 3~6시간 이내에 재관류 조치가 취해지면 심근의 괴사를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데, 이를 흔히 ‘골든 타임’이라고 한다. 재관류 방법은 내과·외과적 방법이 적용된다. 내과적 방법으로는 약물치료와 관상동맥 풍선 성형술 및 그물망 삽입술 등이 있고, 외과적 방법으로는 응급 관상동맥 우회술이 있다.  심정지에 따른 돌연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운동과 금연, 저염식이 꼽힌다. 중·장년의 경우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아침 운동을 삼가고, 외출하기 전에 적당히 몸을 푸는 것도 요령이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심장내과 박만원 교수는 “외출할 때는 적절한 체온 유지가 필수적이므로 모자를 쓰거나, 목도리로 목과 귀를 덮어주는 게 좋다”며 “또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등의 치료와 더불어 규칙적인 운동, 금연, 금주 등으로 건강한 심신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뉴스 분석] 경제영토 세계 3위로… 통신 수혜·농산품 타격

    [뉴스 분석] 경제영토 세계 3위로… 통신 수혜·농산품 타격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2년 6개월간의 협상 끝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인구 13억명의 거대 내수시장을 보유한 세계 2위 경제대국의 빗장이 풀리면서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연합(EU)에 이어 중국까지 세계 3대 경제권과 FTA를 맺는 나라가 됐다.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전 세계 73%의 FTA 영토를 확보하게 됐다. 경제 영토가 세계 3위에 올랐다는 의미다. 협상 결과 쌀 등 주요 농축산물과 자동차 등 양측이 민감해하는 품목은 대거 양허 제외 조치가 내려졌다. 이른바 빅딜이 빠지면서 예상외로 싱거운 게임이 됐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파급효과는 적지 않다. 이번 한·중 FTA의 희비는 각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에 따라 교차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술력의 주도권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중소기업에는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화학업계는 중국이 국산 석유화학제품의 최대 수출처인 만큼 한·중 FTA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국내에서 생산된 석유제품의 18%, 석유화학제품의 45%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상황에서 사라진 관세만큼 가격 경쟁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업 부문에서는 현지 시장 개방 및 무역장벽 완화 덕을 상당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FTA 역사상 통신서비스에 대한 별도 협정문 체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보다 기술력에서 앞서는 장류, 과자, 커피, 유제품 등 식료품이나 각종 원단을 비롯한 용기, 비닐, 페트병, 포장재 등 고무제품 및 플라스틱 분야, 정보기술(IT) 등도 가격경쟁력 제고가 기대된다. 단 기술력은 크게 앞서지만 이미 중국 현지 공장진출이 활발한 삼성과 LG의 전자분야와 양허대상에서 제외된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분야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농·수·축산물은 그나마 쌀을 비롯한 주요 농·수·축산물(고추, 마늘, 양파, 사과, 감귤, 배, 조기, 갈치, 소고기, 돼지고기 등)을 제외한 것은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특히 쌀의 양허제외는 국내 쌀 산업 보호라는 명분과 함께 쌀 농가의 우려를 불식한 것은 물론 환태평양경제동반자(TPP) 협상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론적으로 한·중 FTA로 향후 기업들은 값싼 원자재를 조달해 넓은 시장에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됐고 소비자는 저렴한 농산물과 공산품을 접하게 됐다. 하지만 기술력보다는 가격으로 승부해 왔던 일부 중소기업의 뿌리산업에는 비상이 걸렸다.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한 중국 제품 공세를 피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 밖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된 저가의 섬유나 의복 제품, 생활용품과 소형가전 등은 시장 잠식이 예상된다. 민감한 품목은 양허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여전히 농·수·축산물 분야는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정부가 쌀을 비롯한 주요 농·수·축산물로 꼽지 않은 대상은 대부분 피해 대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역지사지 연극 체험 친절행정 준비 완료!

    역지사지 연극 체험 친절행정 준비 완료!

    #1 “당신이 주차 담당이야? 나 아까 신고한 사람인데 왜 아직도 안 나오는 거야?”라고 외치는 화난 민원인에게 “저희는 먼저 신고 접수된 순서대로 처리합니다. 그리고 3시간 이내 처리를 원칙으로 해서…”라고 직원이 답했다. 그러자 민원인은 한층 격앙된 목소리로 “담당이라는 당신이 여기 앉아서 노닥거릴 때 난 약속 시간에 30분이나 늦어 애태웠단 말이야”라며 목청을 높이기만 했다. #2 “당신이 주차 담당이야?”라는 민원인에게 바로 “아, 혹시 아까 불법 주차 때문에 전화해 주셨던 분인가요. (똑같이 서서) 일도 바쁘실 텐데 불법 주차 때문에 많이 불편하셨죠”라고 직원이 곧바로 응대했다. “아, 30분이나 기다렸는데 왜 안 나오는 거예요?”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시원한 녹차를 건네며) 계속 기다리시는 것 같아서 단속요원에게 확인해 보니 곧 그쪽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오늘 유난히 주차 민원이 많아서요.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흥분했던 민원인도 그럴 수 있다며 되돌아갔다. 친절 행정의 시작은 역지사지(易地思之)에서 출발한다. 불편하고 애태웠던 민원인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하는지 말을 하지 않아도 쉽게 나온다. 따라서 서울 송파구는 6일 오후 4시 청사 4층 대강당에서 친절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주민의 입장으로 돌아가 보는 ‘역지사지 역할극 경진대회’를 펼쳤다. 7개 팀 62명이 참여해 복지와 경제, 민원행정, 안전, 교통 등 각 주제에 맞춰 상황극을 재현했다. 이들 참여 직원들은 한 달 넘게 업무 마감 후 틈틈이 짬을 내 대본 작성부터 역할 설정 및 연극 등의 연습에 참여했다. 5개 팀은 역할극으로, 2개 팀은 사용자제작콘텐츠(UCC) 형태로 제작해 상영했다. 교통 분야 UCC에 참여한 이민하 주무관(33)은 “주민 입장으로 바뀌니 원론적인 답변만 하는 공무원에게 화부터 나고 목소리가 높아졌다”며 “구청을 찾은 주민에게 편안히 기다릴 수 있도록 먼저 안내하고 상황 설명을 상세하게 해 줬을 때 민원인이 이해하고 수긍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박춘희 구청장은 “주민들은 공무원이 꼭 어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본인의 일처럼 처리해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감동하는 것 같다”며 “더 낮은 자세로, 또 겸손한 마음으로 주민을 섬기는 행정을 펼쳐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여야 혁신위원장 기자간담회] “헌법 바꿔 달라는 사람 아직 못봤다”

    [여야 혁신위원장 기자간담회] “헌법 바꿔 달라는 사람 아직 못봤다”

    여야의 정치 혁신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과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이 26일 각각 기자간담회를 열고 혁신론을 설파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선거구 획정 작업은 국회가 아닌 선관위나 전문가 그룹 등 외부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 위원장은 혁신을 위한 여야 회동을 적극 제안한 반면 김 위원장은 “필요하면 만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보였다.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이 26일 “나보고 헌법 바꿔 달라는 사람은 아직 못 봤다”며 최근 김무성 대표가 촉발한 개헌론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민이 바라는 것은 ‘정치 좀 바꿔라, 먹고살게 좀 해 줘라’다”면서 “4·19 때 내각제 개헌 이후 1년도 안 돼 쿠데타를 불러왔다. 66년 헌법 역사에 많은 교훈이 있는데 다 잊은 듯 말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최근 당청 갈등에 대해서는 “대통령 생각이나 대표 생각이나 잘 화합해서 국민의 요구를 잘 모실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민위천(民爲天), 국민이 하늘이고, 식위천(食爲天), 국민이 먹고사는 경제가 하늘”이라고 했다. 김 대표와의 이른바 ‘문무합작’에 대한 질문에는 “문무합작이 잘돼야 한다. 경쟁보다는 합작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오픈프라이머리’가 정치 신인의 진출을 막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예비후보 상시등록제로 상시 선거운동이 가능하도록 하고, 총선을 앞두고는 현역 의원들의 당원협의회 관리를 제한하는 방안 등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상시 선거운동을 허용하면 선거 과열 우려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공무원식 사고라면 아이가 배 속에서 잘못되거나 태어났는데 장애아가 될까 봐 임신을 못 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중선거구제가 소선구제보다 문제가 많다. 소선거구제가 가장 최선”이라면서 “소선거구제를 하지 않으면 다수당이 나올 수 없게 된다”고 했다. 또 “의원들이 자기 손으로 유리하게 선거구 획정을 하지 않도록 선관위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혁신안의 실행에 대해 “국감이 끝나면 의총을 요청할 것이며 입법 조치를 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또 “공무원연금 개혁은 해야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사설] 국회 뒷짐 지면 공무원연금 개혁 물 건너간다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 속도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어제 청와대의 연내 처리 방침에 맞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는 게 중요하지 시기가 중요하느냐”고 반문했다. 얼핏 보면 개혁 시기에 대한 이견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차기 선거를 앞두고 공무원 집단의 반발에 따른 여야의 표 계산과 맞물려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는 역대 정부가 추진한 공무원연금 개혁이 번번이 좌절된 근본 요인이었다. 여야는 개혁의 대의를 인정한다면 부디 이번에는 당리당략을 떠나 진솔하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 개혁안의 연내 처리를 다그치는 청와대에 대한 여당의 볼멘소리에도 경청할 대목은 있다. 즉, “공무원 사회를 설득하고 야당과도 협의해야 한다”는 말은 원론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일각의 주장처럼 내년 4월로 미룬다고 문제가 해결될 건가. 그때라고 해서 관료집단이 기득권을 선선히 내놓을 리도 없거니와 야당이 표 계산을 접고 전향적으로 나온다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새누리당이 한국연금학회에 의뢰한 방안이든, 최근 안정행정부가 마련한 안이든 지금보다는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이 안들의 골간에 대해선 다수 국민 여론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신규 또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부담을 더는 조정안으로 공직사회를 더 설득할 필요는 있겠지만, 집권당이 전공노 등의 반발에 부딪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꼬리를 내려서야 될 말인가. 공무원연금은 수령자의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올해는 2조원 가까운 적자폭이 예상된다. 현행 체계를 고수하면 향후 5년간 나라 곳간을 헐어 18조 4000억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를 포기한다면 총선을 한 해 앞둔 내년에는 정치권이 더욱 선거 논리에 발맞춰 춤출 공산이 크다. 이는 폭발 시점이 째깍째깍 다가오는 시한폭탄을 다음 정부로 넘기는 꼴이다. 여든 야든 선거에서 표를 의식해야 한다는 입장은 피장파장일 것이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자체 공무원연금 개혁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미적거리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물론 전공노의 반대로 난항을 겪던 연금 개혁 틀을 짜기 위해 여야가 각각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필요하면 연석회의까지 열겠다고 합의하는 등 외형상으론 부산한 모습이다. 그러나 새정연 측은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연내 처리가 쉽지 않다고 본다”며 속내를 흘리고 있다. 솔직하지 못한 태도다.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 국민의 절대다수가 연금 개혁을 지지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국민 공감대’ 운운할 텐가. 혹여 다수 여론이 지지하는 연금 개혁의 당위성을 주장만 하는 식으로 변죽을 울리면서 응집력 높은 공무원 표를 계산해 시간을 끌 요량이라면 혀를 찰 일이다. 기득권 집단이 반발할 경우 혁명보다 어려운 게 개혁이라고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도 마찬가지다. 여야와 정부가 의기투합해도 모자랄 판에 국회가 걸림돌이 돼선 곤란하다. 여든 야든 복지 수요 급증에 따른, 국가재정이나 미래세대의 부담을 염두에 둔다면 개혁을 더는 미적거려선 안 될 게다. 차제에 공무원 노조도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위성 그 자체를 인정한다면 무조건 손사래만 치지 말고 대안을 내놓기 바란다.
  • [김종면 칼럼] 지방자치, 크게 보고 크게 고쳐야 한다

    [김종면 칼럼] 지방자치, 크게 보고 크게 고쳐야 한다

    21세기 블루오션은 지방에 있다고 한다. 지방이 경쟁력인 시대다. 하지만 성년의 나잇값을 못하는 우리 지방자치의 모습을 보면 적이 공허하다.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8대2, 이른바 2할 자치라는 말도 모자라 ‘재정은 1할, 업무는 2할 자치’라고 한다. 지난 20년간 우리가 해온 것은 자치가 아니라 ‘탁치’(託治)라고 스스로 조롱하기도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니라 풀뿌리 포퓰리즘이라는 비아냥 속에 지방자치단체는 마침내 ‘복지 디폴트’ 위기에 몰렸다.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출범한 지 오늘로 꼭 1년,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새로운 출발을 모색할 때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지방과 중앙의 수평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방 재정 자주권과 행정 자율권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50%에 지나지 않는다. 영·유아 보육비와 기초연금 등 중앙정부 주도 사업에 지자체 재정이 대거 투입되다 보니 재정난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226명이 추가적인 국비 지원이 없으면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자폭선언’까지 했겠는가. 지방 재정난을 완화하고 재정 자립도를 조금이라도 끌어올리려면 한쪽으로 기운 국세와 지방세의 고착화된 틀에 균열을 내야 한다. ‘세입자치 없이 지방자치는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이제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은 지방세 비중이 40%에 이른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지방세 비율이 적어도 30%는 돼야 제대로 된 지방자치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20%밖에 안 되는 지방사무의 비중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4만 6000여개의 행정 총사무를 분석해 2000여건을 5년 안에 단계적으로 지방에 이양한다는 계획이다. 그대로 된다면 지방사무 비중이 40%를 넘어 선진국 수준인 ‘4할 자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대대적인 중앙권한 행정사무의 지방일괄이양 작업은 정부 수립 이후 처음 시도되는 것인 만큼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시간도 촉박하다. 국회 지방자치발전특별위원회의 활동 시한이 연말까지임을 고려하면 1차 ‘지방일괄이양법’은 연내에 반드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도록 해야 한다. 분권은 탈권(奪權)이라는 말이 있다. 일단 주어진 권한을 빼앗아오기는 쉽지 않다. 민선 광역단체장이 시청이나 도청의 국 단위 기구 하나 늘리지 못할 만큼 온갖 권한을 중앙정부가 틀어 쥐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방분권과 권한 이양에 대한 중앙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지방자치의 온전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지방자치법이 불행한 지방자치의 원흉”이라며 자치법 개정 투쟁을 선언하다시피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주조직권 확대는 그만큼 절실한 사안이다. 광역시장이나 도지사가 자체 행정기구 하나 지방정부 뜻대로 만들 수 없다면 지방은 중앙정부의 꼭두각시나 다름없다. 자치단체 기구·정원에 관한 규정을 대통령령에서 조례로 대폭 위임해 달라는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가 뿌리 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해줘야 마땅하다. 지방자치의 기본을 강화하고 본류를 바로 세워야 한다. 그런데 최근 진행되는 일들은 그런 방향과는 거리가 있다. 지방의회 역량 강화를 위해서라지만 ‘복지파산’이 우려되는 마당에 굳이 유급 보좌관제를 도입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새로운 지방자치의 모델로 추진하는 연정 또한 지방자치의 근본을 다지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따져볼 일이다. 포퓰리즘의 흔적은 없는가. ‘공동책임은 무책임’의 우를 범할 염려는 없는가. 지방자치의 정상화를 위해 시급한 것은 유급 보좌관제도 연정도 아니다. 지방재정 확충, 국가사무 지방 이양, 지방조직 자주권 확대 같은 것들이 핵심이다. 곁가지에 매달릴 여유가 없다. 진정으로 지방자치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크게, 멀리 봐야 한다. 지방자치의 바탕을 튼튼하게 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수석논설위원
  • [이슈&이슈] 제주도, 일관성 없는 사업 추진 논란

    [이슈&이슈] 제주도, 일관성 없는 사업 추진 논란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합니까.” 요즘 제주 투자자들의 볼멘소리다. 이미 적법한 행정 절차를 거쳐 건축 허가까지 난 개발사업에 제동을 거는가 하면 경관 훼손 등 도민들이 우려하는 개발사업에는 침묵하는 등 제주도의 오락가락 원칙 없는 개발 정책이 논란이 되고 있다. 개발사업 승인이 법규나 제도에 따른 게 아니라 자치단체장의 자의적 판단이나 호불호에 따라 좌우된다는 논쟁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투자와 관련된 행정은 번복되거나 예측을 벗어나서는 안 되며 외국 투자 자본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일관성 없는 행정”이라며 사업마다 잣대가 다른 제주도의 개발 정책에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제주도는 이를 의식해 최근 대규모 관광사업 기준을 새로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그동안 제주는 단체장이 교체될 때마다 단체장 입맛에 따라 투자 기준이 오락가락했다”며 “투자는 미래를 보고 하는 것인데 앞으로 지방 정부가 바뀌면 기준이 또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초고층 복합리조트 드림타워 제동 동화투자개발과 중국 녹지그룹이 1조원을 투자해 제주시 신도심인 노형동에 초고층 복합리조트를 조성하는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이 사업은 민선 4기 김태환 도지사 재임 때인 2009년 5월 개발사업과 건축 허가를 승인받았다. 당시 일반 호텔 및 공동주택 각각 63층(218m)과 61층(211.1m), 관광호텔 11층(50.7m) 등 3개 동을 조성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동화개발은 투자자를 찾지 못하다가 녹지그룹 투자를 유치해 일반 호텔 및 공동주택을 휴양콘도로 바꾸고 카지노를 신설하는 것으로 사업을 변경했다. 민선 5기 막바지였던 지난 5월 제주도는 심의를 거쳐 설계 변경을 허가했다. 하지만 당시 지방선거 도지사 후보였던 원희룡 제주지사는 “드림타워는 형식적인 절차를 거쳤지만 경관, 교통, 도시 기능 등 제주의 미래가치에 맞지 않는다”며 사업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설계 변경을 허가했던 우근민 전 지사는 “드림타워는 이미 2009년 주민 열람 공고와 도의회 의견 청취 등의 절차를 거쳐 사업이 허가 난 것으로, 설계 변경을 불허해도 당초 건축 허가는 유효해 건축 공사는 기존 내용으로 할 수 있다”며 이를 일축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우 전 지사가 임기 한달을 남겨놓고 서둘러 설계 변경을 해 준 것은 특혜의 소지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지방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했던 원 지사가 강하게 반대하고 나서자 사업자는 6월 착공을 연기했다. 지난 7월 민선 6기 제주도지사로 취임한 원 지사는 “드림타워는 건축물 고도를 낮추지 않으면 사업을 직권으로 취소할 수도 있다”며 사업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동화개발은 “이미 적법한 행정 절차가 완료돼 건축 허가까지 난 사업을 도지사가 바뀌었다고 사업 추진을 못 하게 하는 것은 투자자로서 수긍하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우범 제주도의원은 “주민 의견 청취, 각종 위원회 심의까지 끝나고 건축 허가까지 이뤄진 것을 제주의 미래 가치와 맞지 않는다며 제동을 거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전임 도정에서 했던 일들을 모두 부정하면 외국 투자자에게 신뢰를 상실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원 지사는 “사업자가 건축물 고도를 낮춰야 하며 공사 착공계는 아예 접수하지도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도민 반발 송악산유원지 개발은 승인 반면 제주도 경관심의위원회는 최근 중국 자본의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을 심의, 의결했다. 송악산 일대는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제주 남서부 지역의 대표적인 해안가 오름이자, 일제강점기 진지갱도 등 역사 유적지가 밀집한 곳이다. 이 때문에 지난 10년간 송악산 개발을 두고 찬반 논란을 벌여 왔으며 그동안 환경단체 등은 경관 사유화와 환경 훼손 등을 들어 도에 개발사업을 허가하지 말 것을 촉구해 왔다. 중국 칭다오에 본사를 둔 신해원유한회사는 송악산 일대 19만 1950㎡ 부지(시설 면적 14만 2930㎡)에 652실 규모의 관광·일반 호텔과 휴양콘도미니엄 205가구, 상가·전시관 등을 갖춘 ‘뉴오션타운’ 조성을 추진해 왔다. 도는 지난달 26일 경관심의위원회를 열어 호텔 객실을 405실로 줄이고 콘도 객실도 55실로 줄여야 한다는 조건으로 의결해 중국 자본에 사업 추진의 길을 열어줬다. 제주참여환경연대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송악산 개발은 원 지사가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던 숙박시설 위주의 부동산 개발사업”이라며 “송악산의 역사적, 자연적 유산이 중국 자본에 사유화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7월 21일 원 지사는 실·국장 정책회의에서 “개발사업 관련 각종 심의나 평가를 관행적으로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며 전날 제주도 경관심의위가 A리조트의 경관심의를 통과시킨 것을 강하게 질책했다. 당시 원 지사는 “오늘 이후로 쟁점이 제대로 정리된 뒤 심의나 평가 결과를 도출해야 하며 쟁점이 된 각종 개발사업의 관련 절차들을 아무 생각 없이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철저한 심의를 주문했다. 하지만 2개월이 지난 지난달 26일 도 경관심의위는 송악산 유원지 개발사업을 전격 승인했다. 지난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제주도 국정감사에서도 송악산 개발사업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송악산 개발사업은 그동안 원 지사가 주장했던 분양형 숙박시설 지양, 쟁점이 되는 개발사업 중단, 경관 심의에 미적 기준 포함 등의 개발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송악산 개발은 원 지사가 질책했던 A리조트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경관 파괴 또는 경관 사유화 우려가 큰 곳인데 경관심의위를 통과한 것은 원 지사 스스로 만든 기준을 취임 석달 만에 뒤집은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중국 자본 신화역사공원 사업 변경 허가 여부 관심 이런 가운데 제주신화역사공원 ‘리조트월드제주’ 개발 사업자인 중국 자본 람정제주개발은 지난 8일 제주도에 개발사업 변경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사업은 우 전 지사 당시 사업 승인과 함께 건축 허가 절차가 진행됐지만 지방선거 때 원 지사가 ‘제주에 더 이상 대규모 숙박시설 위주의 개발은 안 된다’며 제동을 걸었다. 람정제주개발은 기존 사업 계획을 취소하고 개발사업 변경을 신청하면서 숙박시설(호텔, 콘도)을 당초 4780실에서 3556실로 조정했다. 관광호텔이 2880실에서 2038실로, 휴양콘도미니엄은 1900실에서 1518실로 줄었다. 특히 당초 ‘카지노 시설은 없다’며 제주도민들을 속여 왔던 카지노 영업장 면적도 1만 683㎡ 신설해 승인을 요청했다. 일부 축소되기는 했지만 리조트월드제주는 여전히 대규모 숙박시설과 카지노가 사업의 핵심인 셈이다. 더구나 제주의 신화와 역사, 문화를 핵심 테마로 하는 신화역사공원의 정체성에 걸맞지 않은 숙박시설과 카지노 위주의 사업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원 지사가 이 사업을 승인할지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는 관계 법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합한 경우 개발사업 승인을 위한 행정 절차를 이행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제주도 대규모 관광개발사업 기준 마련 도는 지난 10일 10만㎡ 이상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의 지표와 기준을 마련해 발표했다. 원 지사의 구상에 따라 제주형 자연친화적 관광개발사업 통합 가이드라인 체크리스트를 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민간 사업자에게는 입지 선정, 계획 수립, 사업 시행, 운영 관리 등 단계별로 제주 특성에 맞는 지표와 기준을 제시한다. 승인 기관은 민간 사업자의 사업 계획이 도가 지향하는 환경 친화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개발과 들어맞는지 등을 사전 검토하는 지침서로 활용할 방침이다. 적용 대상 사업은 사업 계획 면적이 10만㎡ 이상인 관광사업, 온천개발사업, 관광사업 이외의 관광객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관광개발사업과 관광지 및 관광단지 조성 사업, 유원지 시설사업에 적용된다. 농어촌관광휴양단지, 골프장 등의 대규모 개발사업 등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이달 현재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인 개발사업에는 적용 가능한 지표와 기준에 따라 선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제시된 지표와 기준에 따라 사업의 최초 입지 선정 단계에서부터 사업 계획의 적정성을 면밀하게 검토해 제주의 환경 자산을 보전하고 난개발을 사전에 방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씨줄날줄] 사병 계급제/정기홍 논설위원

    군대 생활에서 ‘작대기 하나’(이등병)의 생활은 단출한 일(-)자 계급장처럼 매사에 혼자로 느껴진다. 군말이 필요없는 고달픈 계급이다. 서툰 일로 야단을 달고 지내 항시 서러움이 복받친다. 이들의 고된 생활은 신병훈련소를 떠나 자대(自隊) 배치 때 사시나무 떨 듯한 전입신고를 하면서 비로소 시작된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 작대기 하나가 둘로 바뀔 때의 벅찬 감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다. 군인 대우를 받는다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고 지난했던 일들은 통째로 날아간다. 육군이 4단계인 병사 계급체계를 일등병·상등병 중심으로 간소화한다는 소식이다. 이등병은 5주간의 신병훈련소 때만 쓰고, 상등병 가운데 분대장 직책을 맡은 우수 병사를 병장으로 진급시킨다는 것이 골자다. 말썽 많은 군대 서열문화를 없애 구타 등 가혹 행위를 줄이려는 복안이 깔려 있다. 긍정적인 안이다. 1954년 도입돼 60년이 지난 것을 굳이 고집할 이유는 없다. 복무 기간도 줄곧 줄어 들었는데 지금의 여건에 맞게 고쳐져야 한다. “이등병은 맞을 일 없고, 병장이 사고칠 일 없겠다”는 댓글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선다. 내무반 생활엔 계급마다 특성을 보인다. 이등병은 어리바리하고 눈치를 보느라 심리적 압박감이 심하다. 난생 처음 숨어서 눈물 젖은 빵을 먹는 것이 이때다. 일등병은 군 생활을 적응해 일에 눈뜨는 시기다. 항상 생기가 돈다. 똘망똘망한 상등병은 일 처리가 능숙하고, 자신감으로 나서서 폼도 잡아보는 그런 계급이다. 병장은 연륜만큼 여유가 넘친다. 어영부영하는데도 ‘짬밥의 힘’은 묻어난다. 짬밥이 곧 능력이란 걸 항시 증명해 놓는다. 계급별 특성이 버무려진 게 병영 생활이다. 개선안에서 이등병 계급을 없애는 내용이 눈에 띈다. 벌써 신참들의 원기 왕성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반면에 병장 계급제는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 진급을 하지 못한 상병에게 제대하는 날 병장 계급을 달아 주겠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병장’은 군생활에서만 아니라 한국 땅에서는 남다른 구석이 있다. 군대 추억은 ‘병장의 추억’이라 할 만큼 영원한 계급장이다. 군대 이야기가 생기를 돋우는 묘한 마력을 지닌 것은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속엔 평등이 자리한다. 누구나 경험한 보편성에 기인한다. 경쟁 체제 도입은 원론적으로 맞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가치를 없애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금도 상등병과 병장 중에서 선발된 이른바 ‘단풍하사’가 분대장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전역일에 병장 계급을 달아 주는 것이 더 심각한 박탈감을 갖게 하지 않을까. 우리의 군대는 모병제가 아닌 의무복무를 하는 징병제란 특수성도 갖고 있다. 의견을 더 들어보길 바란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건축을 종합예술로 승화시킨 포스트모더니즘 건축가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건축을 종합예술로 승화시킨 포스트모더니즘 건축가

    “모든 것이 건축이다”라는 반어적 선언으로 유명한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 건축가로 꼽히는 한스 홀라인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1934년 태어났다. 빈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뒤 빈예술아카데미의 홀트마이스터 교수 문하에서 건축학 마스터클래스 과정을 밟았다. 연구비를 받아 미국 시카고의 일리노이 공대에서 공부하고,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의 환경디자인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로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등의 지도를 받으며 함께 작업하고 스웨덴, 독일, 미국 등지에서 일하다 1964년 빈에 자신의 건축회사를 설립했다. 건축회사를 운영하는 동시에 그는 뒤셀도르프예술대학(1967~76)과 빈 응용미술대학의 산업디자인과(1976~86) 및 건축 마스터클래스(1979~2002)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다. 이 밖에도 그는 1978년부터 1990년까지 베니스비엔날레 오스트리아 커미셔너, 1991년부터 2000년까지는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의 오스트리아 위원장으로 활약했다. 경력 초반의 홀라인은 1960년대 모더니즘 건축 양식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기능주의를 비판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건축을 종합적인 창작 활동으로 접근한다. 예술, 첨단 기술, 인문사회학, 고고학까지 포함하며 이중적 의미, 다양성의 존재라는 측면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분류되는 그의 첫 번째 주요 설계 대상은 묀헨글라트바흐의 아프타이베르크 시립미술관(1972~82)이었다. 예술과 건축, 자연이 조화를 이룬 이 미술관으로 그는 1983년 독일 최고의 건축상을 탔고, 1985년에는 모더니즘 빈 건축양식을 상징하는 건축 설계로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2003년 프랑스의 레종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홀라인의 다른 작품으로는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1991)과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상업시설인 하스하우스(1985~90), 페루 리마의 인터뱅크 본부(1996~2001), 빈의 새턴타워(2002~04), 알베르티나미술관 소라비아윙(2001~03) , 칼스루에 자동자빌딩(2011) 등이 있다. 특히 하스하우스는 역사적인 성스테파누스 성당 앞에 돌과 유리로 된 현대식 건축물을 짓겠다는 설계안이 발표되자 주변의 다른 건축물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평가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혔다. 20세기 초 빈에서 건축가 아돌프 로스가 클래식한 왕궁 바로 맞은편에 장식을 배제한 로스하우스를 지을 때 못지않은 비판에 직면했지만 홀라인은 역사적 건물들과 새로운 건물의 멋진 공존을 이끌어 내며 비판을 잠재웠다. 광장으로 나 있는 외벽을 대리석과 유리를 45도 대각선으로 끊어 계단식으로 처리함으로써 주변 건물들과 조화 속에 자연스럽게 미래적인 유리벽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정면은 둥근 커브로 처리해 고대 로마와 중세의 분위기를 낸 건물은 빈의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하스하우스의 전면 유리에 비치는 성 슈테파누스 성당의 이미지는 빈의 또 다른 상징이 되고 있다. 홀라인의 프리츠커상 수상식 연설은 그의 건축 철학을 확연하게 드러내 준다. “예술가와 건축가의 일과 삶은 삶과 죽음을 동반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상황을 작품에 반영합니다. 아마도 이는 사물을 바라보는 방법에 있어 매우 유럽적인 것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중적 접근, 이원론적 관점은 한쪽 발은 전통이라는 구세계에 세워 두고 다른 한 발은 미래라는 새로운 세계에 세워 대응하는 것입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박원순 “맨날 우리끼리만 모여… 인터넷 정당으로 가야”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소속 정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서울시당 주최 당원 토론회에 참석해 ‘돌직구 화법’으로 쓴소리를 쏟아냈다. 유력 대권 주자로 꼽히는 박 시장은 그동안 “시정에 전념하겠다”며 당 현안과는 거리를 둬온 터라 이날 발언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박 시장은 강연의 시작을 쓴소리로 열었다. 윗도리를 벗고 셔츠 소매를 걷은 채로 등장,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프레젠테이션 방식을 연상시켰다. 그는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새정치연합 전신인 민주당과의 단일화 경선 상황을 언급하며 “민주당은 차로 당원을 실어 날랐고 나는 무소속 후보로서 자발적 시민들이 (경선에) 참여했다. 그 결과는 어땠느냐”고 지적했다. 자신의 승리를 회고하며 새정치연합 내 구태를 비판한 것이다. 이어 그는 ‘인터넷 정당’을 거론하며 “누구나 일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인터넷 정당을 통해 완전히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당을 운영) 해야 한다”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박 시장의 ‘인터넷 정당화’ 언급은 같은 당 문재인 의원의 지론인 ‘온·오프 네트워크 정당화’와 일맥상통한다는 해석도 나왔지만, 박 시장 측은 “젊은이의 참여를 견인하기 위해 개방 정당이 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언급이고 모바일 투표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인터넷 정당 외에도 그는 ‘직장인·시민·전문가 참여 정당’, ‘삶의 현장정치’ 등 평소 원칙을 밝혔다. 특히 전문가와 지성인들의 당원 가입 필요성을 역설하는 과정에서는 “국회의원과 시의원, 구의원, 골수당원 빼고 나면 몇 명이나 이 자리에 모였는가. 서울시 인구의 1%인 10만명은 모여야 하는데, 맨날 우리끼리 모이는 것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마지막으로 박 시장은 재선 이후 위례신도시를 다녀온 경험을 언급하며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을 향해 “대체 뭐하는 거냐. 정부 돈 받지 않느냐”고 비판하고 “현장의 해결 과제들을 입법화하는 등 돈 받아서 할 일이 엄청 많다. 조직적으로 하면 한 달 안에 당 지지율이 10% 포인트씩 올라갈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새달 APEC회의때 한·일정상 만날까

    한·일 차관급 전략대화가 1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지난해 2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전략대화에서 양국 간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주목되고 있다. 이날 전략대화에는 조태용 외교부 1차관과 사이키 아키타카 외무성 사무차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조 차관은 모두 발언에서 “한·일 관계는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과거를 직시하면서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해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는 두 개의 수레바퀴로 구성돼 있다”면서 “이런 수레바퀴가 균형을 잡을 때 한·일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사이키 차관은 최근 뉴욕에서 한국과 일본이 외교장관 회담을 연 것 등을 거론하며 “오늘 전략 대화도 그런 긴밀한 의사소통의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전략대화에서 양국 대표는 11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 것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국 정상회담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일본 내에서는 한·일 정상회담보다 중·일 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의욕이 더 앞서 있는 분위기다. 아베 총리는 임시국회 개원일이었던 지난달 29일 국정소신표명연설을 통해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조기에 실현하고 싶다”고 말한 데 비해 한국에 대해서는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다. 한국 정부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국은 현재 진행 중인 위안부 관련 국장급 협의를 가속화하는 방안과 더불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한·미·일 3개국 공조, 납북 일본인 재조사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동맹 논리냐 경제 실익이냐… 美·中 금융패권 겨루기에 곤혹

    동맹 논리냐 경제 실익이냐… 美·中 금융패권 겨루기에 곤혹

    한국 정부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유보를 결정한 데는 동맹 논리를 앞세운 미국의 강력한 반대와 자국 중심의 금융 질서 구축을 밀어붙이고 있는 독불장군식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의 곤혹스러운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다. 미국은 지난 7월 한·중 정상회담 이후 한국의 AIIB 가입 협의가 본격화되면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무부, 재무부 등 각 대화 채널의 고위급 ‘입’을 통해 집요한 반대 공세를 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AIIB 가입 문제가 양국 간 동맹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고 미측이 경고하는 등 압박 수위도 거셌다는 지적이다. 1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 등에 따르면 미국은 이달 들어 한국과의 각종 양자 회담에서 강경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지난달 20~21일 호주 케언즈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미국 제이컵 루 재무장관과 캐럴라인 앳킨스 NSC 국제경제담당 부보좌관이 우리 측의 AIIB 불참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유엔총회를 계기로 지난달 23일 뉴욕에서 개최된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한국의 AIIB 연내 가입 움직임을 우려하며 유보 취지의 발언을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직접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이 같은 전방위적인 반대 표명은 우리 측의 AIIB 가입이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구체적 정보를 토대로 진행됐다는 관측이다. 우리 정부는 8월 초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 주재로 기획재정부와 외교부 등 유관부처 정책조정회의를 열어 AIIB 가입을 유력하게 검토했고, 지난 7월 기준으로 3665억 달러에 달하는 우리 외환보유고에서 50억 달러 규모를 AIIB에 지분 투자하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5일 중국 베이징에서 미가입국을 대상으로 한 4차 AIIB 설명회에 우리 측이 참석하는 등 한·중 간 협의가 지속됐다. 미국은 당초 한·중 정상회담 이전까지만 해도 원론적인 우려 표명 수준에 머물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AIIB 참여를 요청한 이후 협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미국의 우려는 구체적인 반대 표명으로 변했다. 우리 측의 대미 설득도 상당한 난항을 겪었다. 미 재무부 고위 관료는 시 주석 방한 후 한국 측의 AIIB 가입을 설명하기 위해 방미한 우리 측 인사에게 “한국이 (AIIB) 깃발을 들어 올려서는 안 된다”며 불편한 인식을 전했다. 이는 미국의 다른 우방국보다 먼저 한국이 AIIB에 가입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주요 동맹국인 한국의 가입이 몰고올 정치 경제적 파문을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미국의 우방인 필리핀과 싱가포르뿐 아니라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대립하고 있는 베트남까지 20여개의 아세안 국가들이 이달까지 중국과의 AIIB 가입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한편으로는 한국의 가입을 종용하면서도 협의 과정에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중국의 이중적 태도 역시 우리 측 선택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AIIB 지배구조 개선과 우리 측 지분율에 따른 수석부총재 배정 등 한국 요구에 대해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냉정하게 선을 긋는 등 중국 중심적 AIIB 운영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사설] 이제 세월호 극복과 민생 해결에 함께 나서자

    여야가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타결지으며 길고 긴 대치 정국의 한 단락을 매듭지었다. 이에 맞춰 국회도 어제 저녁 여야 의원들이 대부분 참석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어 90개의 계류 법안을 통과시키며 5개월간 이어진 식물국회를 마감했다. 국회의 존재이유라 할 법안 처리가 이토록 반가울 만치 정치가 사라진 나라 현실이 안타깝지만 그나마 이제부터라도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갈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승자가 없는 5개월의 싸움이었다.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마련한 세월호법 합의안을 뜯어보면 대체 무엇 때문에 그동안 이토록 극한의 대치를 이어 갔으며 민생과 국정이 볼모가 됐어야 했는지 절로 묻게 된다. 여야는 최대 쟁점이던 세월호 특검 추천권과 관련해 특검 후보군 4명을 여야 합의로 추천하기로 합의했다. 새누리당이 자신 몫 특검후보 추천위원 2명을 야당과 유족의 동의 아래 선임토록 한 지난달 ‘2차 합의안’에다 특검 후보를 추천할 때 여야 간 합의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현행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여야 추천위원 각 2명과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회장 등 7명이 특검 후보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토록 돼 있으나 세월호 참사 특검에 있어서는 여야가 합의한 4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도록 바꾼 셈이다.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는 이를 야당과 유족이 동의하는 특검 후보만을 추천토록 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여당이 동의하지 않는 한 특검 후보는 단 한 명도 추천할 수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자칫 특검 후보 선임을 놓고 여야가 끝없는 실랑이를 이어 갈 소지를 안고 있는 셈이며, 이로 인해 다시 국회가 파행을 빚을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다. 어젯밤 세월호 유족들이 여야의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극력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특검 추천 절차의 맹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여야 합의로 특검 후보를 추천한다는 다툼의 여지를 안고는 있으나 원론적으로 볼 때 지극히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이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지난 5개월간 나라 전체가 극한의 대립과 반목을 감수했어야 했는지 딱한 노릇이다. 그러나 지나온 길이 어떠했든 이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여야의 합의대로 국회가 정상 가동돼야 한다. 어제 일부 법안들을 처리했다지만 지금 국회에는 서민 생활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이 수두룩하다. 정부조직 개편 관련 법안과 비리 척결 법안 등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법안들도 처리가 시급하다. 당장 국정감사도 준비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례없이 공격적으로 편성된 내년 정부 예산안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이미 정기국회 한 달을 허비한 여야로서는 촌음을 다퉈 매달려도 시간이 모자랄 형편이다. 더는 다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세월호 참사 극복을 위한 걸음도 내디뎌야 한다. 세월호진상조사위원회가 중심이 돼 왜 참극이 빚어져야 했는지, 왜 정부는 그토록 무력하게 대응했으며 과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꼼꼼하게 따지고 짚어 봐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제2의 세월호가 나오지 않도록 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세월호 유족들의 호응이 절실하다. 비록 여야 합의가 만족스럽지 않다 해도 대승적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이고 세월호 극복의 대장정에 적극 동참하길 바란다.
  • [기고] 복지부동 치료약, 사전컨설팅 감사제도/전본희 경기도 감사관

    [기고] 복지부동 치료약, 사전컨설팅 감사제도/전본희 경기도 감사관

    규정을 고쳐 규제를 푸는 것은 선택의 문제다. 규제가 명확해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 된다고 정해져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일이 별로 없다. 복지부동은 이럴 때 생긴다. 좀 더 적극적인 공무원은 중앙부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한다. 그러나 중앙부처에서는 개별 여건을 모른다는 사유로 알아서 잘 판단, 처리하라는 식의 답변을 보내오는 경우가 많다. 감사실에 문의하면 법규에서 정한 절차를 잘 지켜 처리하면 감사에 지적받지 않을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한다. 양쪽 모두 명확한 의견표명을 하면 책임 부담이 있어 원론적 얘기만 하는 것이다. 올 4월 경기도 감사관실이 사전컨설팅 제도를 도입한 이유다. 감사만 없다면 좀 더 적극적인 행정이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경기도는 감사관실 내에 적극행정도움팀을 신설하고 적극행정을 위한 사전컨설팅감사규칙을 제정했다. 사전컨설팅감사 의견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 면책 규정도 신설했다. 유권해석이 불분명한 사안, 사업 대안 선택 등 행정문제 발생 시 이를 감사관실에 사전컨설팅을 요청하면 감사관실에서 명확한 답변을 해준다. 감사실 의견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거나 감사를 받더라도 감사관실이 책임을 진다. 불허가 의견을 내서 생기는 민원도 도 감사실이 감당한다. 과거에는 처리가 어려운 민원이 있으면 감사 부담 때문에 각종 핑계로 허가를 질질 끌다가 인사이동이 있으면 후임자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사전컨설팅감사를 신청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 성과도 적지 않다. 한 민원인이 50년 전 개간해 준공처리까지 됐는데 지목이 아직도 임야로 돼 있다며 밭으로 변경 요청을 해왔다. 담당 공무원은 사실 확인이 어려울 뿐 아니라 이를 허가할 경우 특혜시비가 우려된다며 처리를 미루다 경기도 감사관실을 찾았다. 사전컨설팅 감사가 신청되자 경기도 감사관실은 60년대 항공사진, 실제 개간 여부 등 관련 사실을 확인 후 허가처리 하도록 조치했다. 사전컨설팅 감사제도는 적극행정을 이루려는 감사관실의 노력과 희생이 있어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감사원에서도 사전컨설팅 지원조직과 법규를 만들어 도 단위 감사관실에서 사전컨설팅 감사를 잘 수행하도록 지원한다면 금상첨화다. 고의 또는 중대 과실이 없는 한 사전컨설팅감사에 대해 면책한다면 사전컨설팅 감사가 활성화돼 일선 공무원이 규제업무를 수행하고 적극행정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 “과거사 진정성을” vs “정상회담 하자”

    “과거사 진정성을” vs “정상회담 하자”

    한·일 외교장관이 ‘연내 한·일 정상회담 개최’ 등의 현안을 논의했지만, 양국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25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만나 양국 관계, 북한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8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이후 한달 반 만에 다시 만난 두 장관의 회담은 당초 계획한 15분보다 긴 35분간 진행됐다. 이번 회담은 짧은 시간이나마 회동을 원했던 일본 측의 요청에 따라 일정을 급하게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외무상은 이 자리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하자는 뜻을 밝혔지만, 윤 장관은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행동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윤 장관은 일본 정부의 고노 담화 검증과 자민당 정조회의 새로운 담화 발표 요구, 아사히신문의 오보 인정 사태 등이 양국 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이날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두 장관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긴밀한 공조를 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여론 형성땐…” 기업 총수 가석방 카드 꺼낸 黃법무

    “여론 형성땐…” 기업 총수 가석방 카드 꺼낸 黃법무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올인한 가운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유죄 판결을 받고 구속·수감 중인 대기업 총수들의 가석방·사면 가능성을 내비쳐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말 특별사면 등을 염두에 두고 정부 내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황 장관은 24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 여론 형성을 전제로 구속된 대기업 총수들에게 가석방 기회를 줄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기업인이라고 가석방이 안 된다는 건 아니다”라면서 “구속된 기업인도 여건이 조성되고 국민 여론이 형성된다면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과도한 수사로 기업이 일어날 수 없도록 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기업이 기업답게 일할 수 있도록 바로잡는 수사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황 장관의 발언이 관심을 끈 까닭은 기존 입장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황 장관은 그동안 기업인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 인사에 대한 특혜성 가석방이나 사면·복권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불허 입장을 유지해 왔다. 불법을 저지르는 기업은 엄하게 다스리고 건전한 기업은 법으로 보호하겠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가석방심사위원회까지 통과한 모범수였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가석방을 최종 불허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가 각종 규제를 풀며 경제 살리기에 박차를 가하자 이러한 원칙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가장 먼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4년형이 확정된 최 회장은 이미 형기의 3분의1 이상을 채워 가석방 조건을 충족한 상태다. 또 법정구속되지는 않았지만 항소심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상고한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형이 확정될 경우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사면·복권이 이뤄지면 대상자는 더욱 많아진다. 법무부 측은 논란이 확산되자 “특혜 없는 공정한 법 집행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원칙에 부합되고 요건이 갖춰질 경우 누구나 가석방 등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특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金·文, 해빙 물꼬 텄다… 세월호법 양보 수위 ‘빅딜’ 나설 듯

    金·文, 해빙 물꼬 텄다… 세월호법 양보 수위 ‘빅딜’ 나설 듯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의 22일 회동 후 발표된 합의 사항은 ‘양당이 정치를 복원하고 국회를 빨리 열기로 했으며 국회 일정 및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해 양당 원내대표 간 대화 재개를 촉구한다’는 짧고 원론적인 내용이었다. 양측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합의 사항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협상의 주축이었던 여야 원내대표 라인이 가동을 멈추고 정기국회 개점휴업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여야 대표로 격상된 이날 회동에 시선이 집중됐다. 회담은 오후 4시부터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30여분간 진행됐다. 모두발언 이후 20여분 만에 끝난 비공개 단독 회동은 일단 상견례 성격이 짙었다. 그러나 그동안 세월호 정국에서 여야의 격렬한 대결 구도가 장기적인 정국 경색을 불러오면서 양당의 ‘선장’이 직접 나서 정국 정상화의 물꼬를 튼 셈이다. 당 내홍으로 협상력을 잃은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연이은 협상 실패로 운신의 폭이 줄어든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다시 동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회담이 끝난 뒤 김 대표는 기자들에게 “박 원내대표가 현재 원내대표로 있는 이상 대화는 양당 원내대표 간에 하는 게 맞다”고 선을 그었다. 회동에 앞서 문 위원장 역시 “국회 (정상화) 문제이건 특별법 제정 문제이건 원내대표가 주인공이다. 우리는 푸시(압박)하는 것”이라고 원내대표들의 공간을 남겨 뒀다. 경색 정국에 숨통을 틔운 이날 회동 이후 양당 대표는 실무 협상을 다시 양당 원내대표에게 넘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두 차례 합의 실패에서 확인됐듯 원내대표 채널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김무성-문희상 라인이 막전막후에서 이해관계를 조정, 정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분석된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두 사람이 옛날 김영삼·김대중 민주화운동 시절부터 동지적 관계로 18대 국회에서 국방위를 함께 했다. 제가 당시 국방위를 함께 해서 잘 안다”며 의회주의자인 두 사람 관계를 전했다. 반면 유기홍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은 “배석자 없이 두 분만 대화했기 때문에 깊은 말씀을 나눴을 것”이라고 말해 세월호 협상, 국회 정상화에 대해 깊숙한 공감대 내지 합의를 이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여지를 남겼다. 양당 대표가 원내대표들에게 협상권을 미루기는 했지만 ‘빅딜’ 권한은 두 대표에게 주어졌다는 시각에서다. 두 차례에 걸친 원대대표 간 합의 무산 이후 세월호 협상이 4주 가까이 교착에 빠진 데다 박 원내대표는 사실상 당내 불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다. 관건은 여당 몫 특검추천위원에 대한 야당, 유족 동의를 구하는 재협상안을 두고 여야가 어느 선까지 양보할지다. 여당이 특검추천권에서 양보 여지를 보이고 야당도 절충안을 수용하면 탈출구가 마련될 수 있다. 다만 새누리당이 오늘 26일 단독 본회의를 소집해 91개 민생법안을 처리할 경우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을 수도 있다. 구체적인 합의가 없었다 하더라도 양당 대표가 첫 만남으로 협상에 첫발을 내디딘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양당 대표는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문 위원장은 의회 민주주의자로서 평소 존경하는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자 문 위원장은 “김 대표가 (취임 축하) 난을 보내줘 감동했다”면서 “제가 야당 대표가 됐을 때 여당 대표, 또 여당 대표일 때 야당 대표에게 인사를 드리면 그분이 꼭 대통령이 됐다”고 화답했다. “김 대표는 늘 그런 기본을 어기지 않았고 통 큰 정치를 한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어 “동교동, 상도동 모임을 할 때 양측의 뜻이 같다는 의미로 ‘동-상’ 이렇게 하면 ‘상-동’ 하고 구호를 제창했다”고 소개했다. 두 사람이 각각 상도동·동교동계 수장인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은 시대에 정치를 하며 교류했던 친분을 상기시킨 것이다. 회동이 끝난 뒤 김 대표는 기자들에게 “문 위원장과 언제든 만날 수 있다”면서 “정치에서 여야는 윈윈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서로가 상대의 파트너십을 가지고 상대를 이해하는 바탕 위에서 대화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대화 우선론을 폈다. 문 위원장은 별도의 발언 없이 자리를 떴다. 김 대표는 감기몸살로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 참석을 거른 채 의원회관 의무실에서 링거를 맞은 후 문 위원장을 맞았다. 김 대변인은 “김 대표가 오늘 몸이 좀 불편한 상황이지만 회동 일정을 잡았다. 길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20분 동안 옛날이야기도 하면서 진지하게 대화했다”고 전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킹 특사 “北, 美특사 파견 제의 거부”

    킹 특사 “北, 美특사 파견 제의 거부”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17일(현지시간)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위해 미국이 제안한 고위급 특사 파견 제의를 북한이 거부했다고 밝혔다. 특사를 둘러싸고 양측이 기싸움을 벌이는 양상이다. 킹 특사는 이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뒤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가 접촉을 방해하고 있지만 억류된 미국인들을 석방하는 것이 다른 분야에서 더 폭넓은 논의와 접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킹 특사의 발언은 미 정부가 북한에 억류자 석방을 위한 특사 파견 협의를 제안했다는 미국의소리(VOA) 보도에 대해 국무부가 이날 “외국에 있는 미국인들의 안녕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우선순위는 없다는 원칙에 따라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가운데 나온 것이다. 킹 특사는 미국이 제안한 고위급 특사가 누구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미 정부가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보내려 했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북측은 최근 억류자 3명의 CNN 인터뷰를 통해 전직 대통령 등을 보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혀 특사의 급을 둘러싸고 북·미 간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원세훈측 “국정원 댓글은 대북 심리 활동” 항소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원세훈(63) 전 국정원장이 15일 항소했다. 이날 원 전 원장 측을 변호하는 법무법인 처음은 1심 판결에 불복한다는 내용의 항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변호인 측은 “국정원 심리전단의 활동은 좌파 정부 시절을 포함해 오래전부터 해 오던 것”이라며 “정권별로 내용이 다를 수 있지만 지금까지 계속 이뤄진 활동인데 원 전 원장 체제의 활동에 대해서만 범행의 지시·공모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1심 선고 뒤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은 채 여전히 내부 논의를 계속하면서 항소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 시한은 오는 18일까지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연내 3국 외교장관 회담 모색’ 원론적 공감대 그쳐

    ‘연내 3국 외교장관 회담 모색’ 원론적 공감대 그쳐

    한국, 중국, 일본이 3국 협력을 의제로 만났지만 상호 간에 얽힌 과거사·영토 문제로 인한 간극은 컸다. 1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고위급회의(SOM)에서 각국 수석대표는 ‘연내 3국 외교장관 회담 개최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원론적인 공감대 형성에 그쳤다. 일본이 2012년 9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한 이후 격화된 중·일 갈등의 파장이 여전히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제8차 SOM에서 서로 악수조차 나누지 않을 정도로 깊은 골을 드러냈던 중·일 대표들은 이번에도 우호적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 측은 이번 회의에서도 3국 외교장관 회담과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강하게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다만 한·중·일 모두 3국 관계의 비정상적인 현재 상황에 대한 우려를 공유한 만큼 향후 3국 간 협의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수석대표인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과 일본 수석대표인 스기야마 신스케 외무성 외무심의관이 이날 밤 서울 모처에서 별도의 양자 회담을 연 것도 상호 대화의 폭을 확대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우리 측 대표인 이경수 차관보는 이날 회의에 앞서 “3국 협력은 3국뿐만 아니라 전체 역내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막대한 중요성을 지닌다”며 “역내에 나타난 3국 협력의 최근 장애물들이 (협력) 프로세스에 비정상을 야기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또 한·중·일이 연내 3국 외교장관 회담 개최조차도 확정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2012년 5월 이후 2년째 공전 중인 3국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중·일이 이번 회의를 통해 지난해에 이어 한국이 올해까지 사실상 의장국 역할을 수행하는 데 공감했다는 점에서 우리 주도로 오는 11월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나 같은 달 미얀마에서 열리는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계속 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우리 측 대표인 이 차관보는 이날 오전 류 부부장과 한·중 양자 협의를 갖고 지난 7월 열렸던 한·중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와 북한 정세 등을 협의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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