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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 에세이] 비핵화 협상과 과정, 북한의 개발/김영목 전 코이카 이사장

    [수요 에세이] 비핵화 협상과 과정, 북한의 개발/김영목 전 코이카 이사장

    한반도는 가 보지 않은 길을 가려는 순간에 놓인 것 같다. 2018년 6월이 그렇게 기록될 것이다. 미국은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결국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확정했고, 한국은 종전선언을 필두로 본격적인 남북 협력 국면을 열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미국은 그간 일거에 북한의 핵폐기가 확보되지 않으면 회담장을 나올 것이라고 수차례 공언했다. 반면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며 ‘단계적·동시적 조치’에 의한 보장을 요구해 왔다. 북한이 굳이 자신의 핵폐기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는 것은 안보 구조의 변경과 제재 해제를 비롯해 경제 실익 측면에서도 가장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에 완전하고 영구적인 핵폐기를 압박하면서도 북한의 이런 전략에는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실제 ‘북한의 특정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는 말이 별로 나오지 않는다. 대신 북한이 한국처럼 부강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원론적인 그림을 내놓는다. 다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특사 자격으로 방문한 북한의 실력자 김영철을 백악관에서 환담한 다음 “(정상회담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차례 더 있을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프로세스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일거에 북한의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가 확보돼야 한다고 했던 미 행정부 입장으로 볼 때 다소 의외다. 북한의 입장을 수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북한과의 비핵화, 새로운 평화체제에 대한 협상에 긴 호흡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인정하는 것 같아 오히려 구체화된 협상을 기대해 보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 나아가 한·미 양국 정부가 북한과 합의 후 불가피하게 소모되는 이 시간을 얼마나 단축하고 그 과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용하느냐는 협상 자체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미국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 예로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을 거론했다. 1993년 1차 핵위기 이후 미국은 제네바에서 1개월에 걸쳐 회담하고, 1994년 두 달 이상 협상한 뒤 합의에 이르렀다. 또 미국과 한국, 일본 등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구성국 연합과 함께한 북한과의 후속 협상은 거의 3년간 진행됐다. 평화체제 문제나 핵시설 사찰 및 폐기 과정이 뒤로 미루어졌음에도 이러한 시간이 소모된 것이다. 또 경제적 보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직접 북한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고 주로 한ㆍ중ㆍ일이 할 거라고 했다. 평소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 동맹·우방 가릴 것 없이 통상 압력을 가하는 현실을 볼 때 놀랍지 않다. 제네바 합의 이행 때도 누가 얼마를 부담하는지는 끊임없이 갈등의 원인이었다. 국내에서도 협상은 미국이 하고 왜 대부분의 비용을 우리가 부담하느냐는 불만이 고조됐다. 한국은 당사국으로서 당연히 중요한 책임이 있지만 미국의 미약한 부담에 대해 비판도 비등했다. 우리는 한·중·일 3국의 밤이 보이는 눈부신 지도 사이에 블랙홀 같은 북한의 밤이 대비되는 인공위성 사진을 접한다. 북한의 위정자들은 한·미와의 협상에서 최단 시간 내에 최대한의 정치적·경제적 보상을 확보할 것인가에 몰두할 것이다. 그러나 평화가 확보되는 한반도는 북한의 핵폐기, 정치적 신뢰 구축, 경쟁, 안보, 경제건설, 각국의 이해 조정 등 모든 부문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진행돼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과정은 합의 못지않게 중요하다. 비핵화 외에 경제개발 문제에서 북한의 전략적 전환을 위한 기본 정책의 문제도 우려된다. 투자와 개발이 가능해지는 제도 및 문화가 구축돼야 한다. 경제 사회 개발과 인간적 삶의 기초가 되는 에너지, 물, 보건 시스템 등 전반적 인프라의 결여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남북 경협 및 북한의 변화를 구상대로 추진하려면 안보 문제와 함께 우리의 자산과 실력도 차분히 챙겨 봐야 한다.
  • 양승태 행정처 “민변 출신 진보 대법관 막아야” 靑 설득 사활

    양승태 행정처 “민변 출신 진보 대법관 막아야” 靑 설득 사활

    상고법원 도입 위해 “靑에 임명권” 반대 판사 재산·친인척관계 사찰 ‘전교조 효력정지’ 결정 득실 따져 “대법원 이득 최대화 시점에 판결” 통진당 소송 결론 미리 뺀 정황도법원행정처가 5일 공개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문건에는 행정처가 상고법원을 추진하기 위해 청와대를 집요하게 설득하는 방안이 자세히 담겨 있다. 행정처는 진보 인사가 대법원에 입성할 수 있다는 논리로 청와대를 압박하는가 하면 상고법원 판사 임명권을 주겠다며 청와대를 설득하는 방안도 고려했다. 행정처는 2015년 6월부터 11월 사이에 상고법원 추진을 위한 청와대와 법원 내부 설득 문건을 8건 작성했다. 2015년 8월 6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단독 면담 사흘 전에 작성된 ‘VIP(대통령) 보고서’에는 상고제도 개선의 필요성 및 시급성에 대한 부분이 언급됐다. 행정처는 상고허가제나 대법관 증원 등 대안도 언급했다. 대법관 증원의 경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진보 세력 배후에서 대법관 증원론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면서 “상고법원 도입이 좌초되면 대법관 증원론을 대안으로 내세우며 (진보 인사가) 최고법원 입성을 시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면담 한 달 후에 작성한 ‘BH(청와대) 민주적 정당성 부여 방안’ 문건에는 상고법원 판사를 임명하는 과정에 청와대 의중을 반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청와대의 협조를 얻기 위해 상고법원 판사를 선정하는 단계에서 청와대가 적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상고법원을 반대하는 법관에 대한 동향 파악 문건도 있다. 코트넷(법원 내부망)에 상고법원 반대 글을 올린 차성안 판사에 대해서는 재산 변동 내역, 친인척 관계 등을 검토해 상부에 보고했다. ‘문제 법관에 대한 시그널링 및 감독 방안’ 문건에는 판사들의 근무 행태를 파악하기 위해 판사들의 인터넷 사용시간, 판결문 작성 투입 시간, 판결문 개수와 분량, 증인과 기일의 수 등을 빅데이터로 활용하려는 방안도 나온다. 행정처는 전교조 효력 정지 결정 판결 시점을 두고도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졌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를 보면 행정처는 “대법원의 이득을 최대화할 시점에 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정처는 “청와대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두고 둘 중 어느 기관이 어려운 국정 현안에 조력하는지에 따라 양 기관을 평가할 것”이라며 헌재를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 이후 진행된 관련 사건의 1심 재판에 대해서는 재판부를 접촉해 미리 선고 결과를 파악하기도 했다. ‘통진당 비례대표지방의원 행정소송 예상 및 파장 분석’ 문건에는 행정처 간부가 재판장을 접촉한 뒤 청구 인용을 예상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문건에는 ‘재판장의 잠정적 심증 확인’이라는 문구와 ‘사법지원총괄심의관-연수원 동기’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 심모 전 부장판사가 연수원 동기인 재판장 방모 부장판사에게 접촉해 재판 결과를 예측했다는 의미다. 둘은 사법연수원 28기로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모르쇠·조사 불응 버티는 양승태… ‘판사 사찰’ 인정한 김명수

    모르쇠·조사 불응 버티는 양승태… ‘판사 사찰’ 인정한 김명수

    梁, 자택 앞 돌발 기자회견 자처했지만 재판 개입에 “답변 않겠다” 의혹만 키워 金 “잘못된 관행 바꿔야” 판사들에 메일 형사 고발 카드만 남아… 대법 결정 주목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판사 블랙리스트와 재판 거래 의혹을 반박하고 나서면서 형사 고발을 두고 갈팡질팡하던 대법원이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같은 날 김명수 대법원장은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위로의 뜻을 전했다. 사법부 최대 위기 상황에 대해 전·현직 대법원장의 인식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돌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을 두고 관여하거나 흥정한 적은 없다며 재판 거래 의혹을 부인했다. 상고법원을 반대하는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준 적도 없다며 블랙리스트 의혹도 손사래 쳤다. 양 대법원장은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가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지적에 대해 인정하지는 않으면서도 “그런 일로 혹시 마음의 고통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제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 이후 김 대법원장은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위로의 뜻을 전했다. 김 대법원장은 “소신 있는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사찰과 통제의 대상이 된 법관들께,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국민들의 무거운 질책을 견디고 계신 법관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판사 블랙리스트’로 알려진 판사 사찰에 대해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이어 “우리가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법관으로서 자존심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면서 “양심을 동력으로 삼아 잘못된 관행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본인을 둘러싼 온갖 의혹을 반박하는 자리에서 대법원 재판에 대한 의구심을 거둬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작 핵심 의혹과 관련된 사실 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하면서 의혹만 더 키웠다는 분석이다. 재판 개입과 관련된 문건에 대해서도 상관없는 일이라거나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면 김 대법원장은 각종 의혹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각계의 의견을 종합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만 밝혔다. 모든 의혹의 정점에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이 추가 조사가 있더라도 불응할 뜻을 밝히면서 김 대법원장이 확실한 진상 규명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형사 고발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이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퇴직 고위 법관을 형사 고발하지 않고 현직에 남은 법관만 징계할 경우 문건 작성자 등 실무자에 대해서만 처벌이 이뤄지는 상황이 연출된다. 김 대법원장은 특조단이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관련 법관에 대한 징계에 착수했지만 형사 고발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혀 왔다. 전날에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법발전위원회, 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등 각계의 의견을 종합해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오는 11일 예정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면 형사상 조치의 결정 시기를 뒤로 미룬 셈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예상보다 빨리 회담 종료… 폼페이오, 트위터로 실시간 사진 올려

    美국무부 “순조롭게 진행돼 일찍 끝나” 김영철 설득 위해 일부러 ‘마천루 만찬’ 金, 300여명 취재진 질문에도 묵묵부답 북·미 정상회담의 ‘운명’을 결정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뉴욕 고위급회담’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31일(현지시간) 전날 만찬 회동이 있었던 뉴욕 맨해튼 코린티안 콘도미니엄의 주유엔 미 차석대사 관저에서 열린 본회담은 오전 9시부터 2시간20분 동안 열렸다. ‘마라톤 회담’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비교적 짧게 마쳤다. 이는 북·미가 사전 협상을 통해 실무 현안들의 사전 조율을 끝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결정할 굵직한 사안에 대한 최종 합의만 남겨 놓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로이터통신은 “회담이 잘 진행됐다”는 미 국무부 관료의 발언을 전하면서 좋은 진전이 이뤄져 회담이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고 전했다. 핵심 현안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기류는 무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김 부위원장과 회담한 후 뉴욕 롯데팰리스호텔 5층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팀과 실질적인 회담을 했다”면서 “북한과 세계는 한반도 비핵화로 큰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시그널을 내놨다. 기자회견에는 북·미 정상회담에 쏠린 전 세계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미 현지 언론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 취재진 300여명이 몰렸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6·12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결정 사항을 밝힐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했을 뿐 구체적인 결정 사항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만찬 회동에 이어 이날 본회담에 대해서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속보 형식으로 알려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날 김 부위원장과 웃으며 악수하고 북·미 협상단과 논의하는 장면을 잇달아 사진으로 올리면서 회담장 분위기를 사실상 생중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트윗 정치’가 이제 워싱턴 정가의 기본이 된 셈이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먼저 회담장을 빠져나온 김 부위원장은 미 경찰 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숙소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호텔’에 도착했다. 김 부위원장은 미국 도착부터 동선마다 몰려든 각국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단 한마디도 응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 기자들은 김 부위원장을 ‘묵묵부답’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전날 뉴욕 야경이 환히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가진 만찬은 ‘마천루’ 만찬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뉴욕처럼 북한도 번영을 이룰 수 있다고 김 부위원장을 설득하기 위해 일부러 만찬 장소를 이곳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은 1일 오전 6시 50분쯤 차량 편으로 숙소를 떠났고, 삼엄한 경비 속에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백악관으로 향해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를 했다. 뉴욕·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진전된 비핵화·회담 기대감… 김정은, 적대관계 끝내자고 쓴 듯

    트럼프 첫 임기 내 비핵화 약속 가능성 반대급부로 완전한 체제보장·투자 요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는 비핵화 및 북·미 간 적대관계 해소에 대한 의지가 담겼을 가능성이 크다. 친서의 세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김 위원장의 훈령을 받고 온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뉴욕에서 회담한 뒤 “실질적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한 점에 비쳐 볼 때, 미측도 만족할 만한 진전된 내용이 포함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일 “폼페이오 장관에게 친서 내용을 먼저 파악하라고 했을 것이고 만약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직접 받으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요구해 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받아들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인 2020년까지 비핵화를 완성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친서에 적혀 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자신들이 바라는 체제보장의 청사진을 제시했을 수도 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체제보장’(CVIG)을 해 달라, 그러면 우리는 뭐든지 다 이행하겠다는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밝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누차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미국이 확실한 체제 안전 보장만 해 준다면 북한은 핵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왔다. 6·12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도 친서에 담았을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포르에서 만나 양국 관계 개선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싶다. 또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트럼프 모델에도 큰 관심이 있다’는 원론적 얘기가 들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모델은 핵폐기를 신속하고 과감히 이행하고 체제보장과 민간 자본을 통한 경제 지원을 해 주는 일괄타결 방식이다. 이와 함께 친서에는 수십년간 지속된 북·미 간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관계의 역사적 이정표를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18년 전인 2000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을 미국에 보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때도 양측은 친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당시 북·미 협상 과정을 지켜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회고록에서 “친서에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안보 위협을 제거한다는 확신이 서면, 북한은 미국의 안보 관심(핵·미사일)을 해결할 용의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공개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北 레짐체인지 없다’ 듣고 싶은 김정은… 트럼프가 확답 안 해

    ‘北 레짐체인지 없다’ 듣고 싶은 김정은… 트럼프가 확답 안 해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가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극적인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돼 65년 만에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가 한껏 높아졌다가 갑작스런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표로 분위기가 급속 냉각되는가 싶더니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열려 다시 훈풍이 부는 등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날아드는 충격적인 뉴스로 한반도의 앞날이 시계제로인 가운데 방한 중인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를 28일 서울에서 만났다. 북한과 미국을 동시에 잘 아는 대표적 전문가인 박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속내, 북한의 핵 포기와 미국의 대북 체제보장이 가능할지 등에 대해 특유의 식견을 드러냈다.→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이 한 달 사이 두 차례나 열렸고, 북·미 정상회담 개최도 논의되는 등 연일 숨가쁜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의 한반도 정세가 과거와 다른 점이 있을까. -무엇보다 정상들이 누구인지가 과거와 다르다. 이런 방식의 정상회담은 과거엔 생각도 못 했다. 정상과 정상이 만난다는 건 사전에 상당한 준비를 해야 한다. 지난 26일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만 해도 준비를 전부 생략하고 정상들이 만났다. 북·미 정상 간 만남도 현재 준비 부족 상태다. 따라서 진통이 있을 수밖에 없다. 참모 중 누구한테 얘기를 듣느냐에 따라 극과 극의 의견 나오니까 트럼프도 지금 정신이 없는 상태다. 트럼프는 이거(북·미 정상회담) 하면 국제적 이목과 찬사를 받겠다 싶은 생각, 어느 대통령도 못한 걸 내가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덕으로 알고 고맙게 생각한다. 물론 결과가 어떻게 날지는 모른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라면 공이 어디로 튈지 누구나 안다. 하지만 트럼프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오히려 낙관적인 요인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했다가 다시 할 수도 있는 것처럼 말하는 등 오락가락하는데 이유가 뭘까. 협상 전술일까. -트럼프는 원래 결정을 못 하는 사람이다. 원래 그런 사람이다. 내가 교수로서 얘기한다면 사고 능력이 굉장히 떨어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진짜 이 회담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자기 혼자 진심으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나.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사가 절대적으로 있다. 조선반도에 핵이 없어야 한다는 게 김일성의 유훈이다. 북한은 지금도 김일성이 지배하는 나라다. 북한에서 김일성의 유훈은 성경 말씀과도 같다. →핵을 포기했다가 나중에 미국이 변심하면 무장해제 상태가 될 것으로 걱정하지 않을까. -북이 핵을 포기한다는 것은 현재 갖고 있는 핵무기와 핵시설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그걸 포기하더라도 핵을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인력, 경험, 자원은 여전히 남는다.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인 것이다. 갖고 있는 핵은 없앨 수 있지만 핵을 다시 만들 능력은 영원히 자기 것이다. 핵보유국이란 핵탄두를 지금 몇 개 보유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핵을 언제라도 만들 수 있는 나라를 말한다. 따라서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현재의 핵무기를 없애고 더이상 핵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의 대가로 북한 체제를 보장해 줄까. -미국에게 북한은 악마 내지 불량국가이기 때문에 쉽게 체제보장을 해 줄 수 없을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적(敵) 중의 적인 미국한테서 제재받으면서 그 고생을 해 왔는데, 미국이 체제보장을 해 준다는 말을 쉽게 믿겠나.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은 안전할 것이고 계속 북한 지도자로 있을 것”이라며 체제보장성 발언을 하지 않았나. -지금 김정은이 원하는 건 개인적인 신변 보장이 아니다. 국가지도자인데 ‘너 혼자 잘살게 해 줄테니 핵 포기해’라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김정은을 공격 안 하겠다’는 정도로는 북한을 설득하지 못한다. 북한이 미국에 원하는 답은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안 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런데 아직 그런 말을 트럼프가 안 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진정으로 보장해 줄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이다. →지난 26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할 경우 미국에서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을 확실히 믿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을 문 대통령에게 표출했다는데. -나도 트럼프를 못 믿겠다. →그렇다면 북·미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나. -정상회담은 할 거다. 악수는 할 거다. 트럼프 앞에 노벨상이 아른아른하니까. 하지만 최종적인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는 앞으로 잘해 보자는 원론적 합의를 하고 이후 계속 협상을 통해 진전시키는 방법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북·미 정상회담을 하려는 걸까. -트럼프는 돈을 최우선시하는 사람이다. 북한을 봉쇄하고 공격하는 데서 오는 금전적 이득과 북한과 거래하고 수교하는 데서 오는 금전적 이득 사이에서 계산을 하는 사람이다. 북한이 갖는 지경(地經)학적 이득이 있다는 판단이 섰으니까 북한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한 거다. 특히 나진·선봉 지역과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 지하자원은 상당한 이득이 될 수 있다. 강경론으로 무기를 파는 것보다 더 수익이 난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트럼프가 북한만 놓고 계산한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마음속엔 (경쟁국인) 중국에 대한 견제가 더 크게 자리하고 있다. 북한 경제를 미국 자본이 개발해 북한을 중국에서 떼어 놓으려는 의도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표를 하자 북한이 이례적으로 우호적인 담화를 내며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는 모습을 보였는데, 북·미 관계 개선을 북한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건가. -그렇다. 북한은 대화를 함으로써 경제제재를 완화시키고, 경제 사정을 좋게 하고 싶어 한다. 그건 북한 입장에서 꼭 필요한 것이다. →이런 국면에서 한국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중매 역할을 잘해야 한다. 미국 입장에서 북한을 설득하고, 북한 입장에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자론’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잘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한·미 군사훈련 규모를 줄이는 문제 등을 좀더 과감히 해야 한다. 80%대의 압도적인 여론 지지를 바탕으로 보수층의 눈치를 보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 ‘촛불혁명’의 의미가 무엇이겠나. 한·미가 연합군사훈련을 할 때 평양에 여러 번 있어 봤다. 한·미가 훈련을 하면 평양은 사이렌이 울리고 등화관제를 하고 마비가 된다. 전쟁이나 다름없다. 자기들이 언제라도 공격당한다는 걱정을 하니까 한사코 군사훈련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갖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안 되고, 비핵화가 안 되면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고 암시하기도 하는데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보나.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그 가능성을 없애야 한다. 그게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다. →통일이 어느 날 갑자기 벼락처럼 올 것으로 보는가. -어떤 통일이냐에 따라 다르다. 동독이 서독한테 흡수되는 식의 통일이라면 안 된다. 북한 스스로 자본주의화해서 남쪽과 비슷한 국가가 되는 것은 북한이 원하지 않고, 남한이 사회주의 국가가 되는 것도 안 된다. 따라서 연방제 통일이 가장 합리적이다. 김상연 정치부장 carlos@seoul.co.kr ■세계적 北전문가 박한식 교수는 카터-김일성 만남·빌 클린턴 평양행 주선… 50여 차례 방북 1939년 만주에서 태어났다. 해방 시기 평양으로 건너가 피난민 수용소 생활을 하다 분단될 때 할아버지의 고향인 경북 청도로 왔다.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메리칸대에서 석사, 미네소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71년부터 조지아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쳤다. 조지아 주지사였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통해 덩샤오핑을 만났고, 그의 도움으로 평양 땅을 밟은 이후 50여 차례나 방북했다. 이후 카터와 김일성 주석의 만남을 중재했고, 미국 여기자 2명이 억류됐을 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주선해 석방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처럼 북·미 사이에 깊숙이 관여한 그는 ‘북·미 관계의 설계자’란 별명을 얻었으며, 지금도 BBC, CNN 등 주요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 세계적인 북한 전문가다. 최근 ‘선을 넘어 생각한다’는 제목의 한반도 문제 관련 책을 펴내는 등 왕성한 집필 활동도 계속하고 있다.
  • 신중한 靑…“북미 사전 조율이 관건”

    신중한 靑…“북미 사전 조율이 관건”

    북미 이어 남북미 정상회담설 文대통령, 지난주 美에 제안 트럼프는 별다른 확답 안 해 李총리 “당장 진도 어려울 것” 고사(枯死) 직전에 몰린 북·미 정상회담에 숨을 불어넣으며 다시 한번 ‘적극적 중재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낸 문재인 대통령의 다음 여정은 북·미 비핵화 담판 성공과 맞물려 있는 종전선언이다.“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면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지난 27일 남북 정상회담 기자회견 발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 시기를 특정한 적은 없다. 지난달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한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북·미 담판에서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검증 가능한 비핵화’(CVID)에 대한 합의가 담보될 수 있다면 빠를수록 좋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다음달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미 정상회담까지 열릴 것이란 관측이 힘을 잃지 않는 배경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행에 대해 여전히 조심스럽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싱가포르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리려면 북·미 실무협의에서 비핵화 및 체제보장 문제에 대한 조율을 완전히 끝내고 6·12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최종 합의만 하는 모양새가 돼야 가능하다”면서 “현재 북·미 간 의제 조율이 얼마나 진척됐는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북·미에게 남·북·미 회담을 통한 종전선언의 조속한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딱 거기까지”라면서 “결국 북·미 실무협의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미가 함께 종전을 선언하는 방안을 거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미가 함께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소생 기미를 보인 지난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정상회담을 한다면 6월 12일 싱가포르가 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연장될 수도 있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남·북·미 정상이 종전을 선언하는 것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과 북·미 정상회담의 연장 가능성을 원론적으로 언급한 것이란 해석이 공존한다. 이와 관련해 유럽을 순방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는 영국 런던에서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갈 확률이 있느냐는 물음에 “종전선언까지 진도가 안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문 대통령도 북·미 정상회담 성공 이후의 수순을 별도 단계로 본다”면서 “한꺼번에 논의하는 것은 일을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정보유출 죄송” 사과만 반복한 저커버그

    “정보유출 죄송” 사과만 반복한 저커버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22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지도자들과 만나 자사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또다시 사과했다. 그러나 민감한 질문은 회피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저커버그는 이날 브뤼셀에서 유럽의회 지도자들과 만나 2016년 미국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선거를 도운 영국 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을 설명했다. 이어 “지난 몇 년간 우리가 구축한 도구들이 해롭게 사용될 수 있는 것을 막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문제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선거에 외국세력이 끼어들어 방해하거나 개발자들이 이용자 정보를 오용했지만 우리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그것은 실수였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저커버그는 의회 지도자들의 질문에는 원론적인 설명만 반복하며 유럽의회 지도부가 기대한 만큼의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가 원하는 질문만 골라서 답하면서 예민한 사안은 요리조리 피해 갔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저커버그의 증언 때문에 유럽의회 지도부가 당혹해하면서 화가 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정보 유출이 알려졌을 때 어떻게 대응했는지 등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독점 기업인지,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는 이들의 데이터도 수집돼야 하는지, 디지털 괴물을 발명한 천재로 기억되고 싶은지 등에 대한 답변도 피해 갔다. 데이미언 콜린스 영국의회 디지털 문화 미디어·스포츠 위원회 의장은 “저커버그는 질문의 요지는 피해 간 채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골라가는 행동을 했다”고 비난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박형주 세상 속 수학] 체험과 직관의 위험성

    [박형주 세상 속 수학] 체험과 직관의 위험성

    고대 이집트인들은 피라미드를 건설하고 운하를 만드는 등 건축과 토목에 정성을 기울였다. 목재를 등분하거나 직각으로 교차하는 작업이 자주 출현했는데, 정확한 직각을 만들어 내기 위해 밧줄을 사용했다. 균등한 간격으로 12개의 매듭을 지은 밧줄을 만들고, 3개의 매듭에서 꺾고 다시 4번째 매듭에서 꺾어서 팽팽한 삼각형을 만든다. 그러면 3매듭과 4매듭 사이가 더도 덜도 아닌 90도를 이룬다. 각 변의 길이가 3, 4, 5인 삼각형은 직각삼각형이라는 사실을 피타고라스가 명쾌하게 논증한 것은 무려 천 년 이상 지난 뒤다. 이집트 공사장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던 이 12매듭 밧줄을 요즘은 이집트삼각형이라고 부른다. 원과 정사각형이 비슷한 면적을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대 이집트인들은 지름이 9인 원과 한 변이 8인 정사각형은 대충 비슷한 면적을 갖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 비율을 사용해서 원주율을 계산하면 3.16쯤 나오니까 상당한 근사치다. 중세 이후 무한급수나 미적분을 사용해 원주율을 정확히 계산하는 방법이 나왔지만 평범한 사람이 이해하기는 기대 난망이다. 이쯤 되면 구태여 논증의 험난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경험과 직관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할 만하다. 그런데 인류는 왜 직관을 신뢰하지 않고 논증의 험로를 걸어온 걸까. 대답은 많다. 제한된 경험에 의지하다 보면 쉽게 일반화해서 틀린 결론을 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까. 근거 없는 직관과 신념은 미신과 다를 바 없으니까. 평생 하얀 백조만 본 사람이 블랙스완을 어떻게 인정할 것이며,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고 무조건 믿는 사람이 라돈 침대의 위험성을 어떻게 꿰뚫어 보겠는가. 기하(幾何)는 한자로 ‘몇 기’와 ‘어찌 하’의 결합이라서 무애(无涯) 양주동 선생의 수필인 ‘몇 어찌’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 고대 시가 연구의 시조 격인 무애 선생은 스스로를 국보 1호라고 칭하는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많이 남겼다. 조선 최고 천재로 불렸던 무애의 ‘몇 어찌’는 예전 국어 교과서에 수록돼서 내 세대 사람들은 대부분 기억하는 수필이다. 한학을 공부하던 무애는 늦은 나이에 서양 학문을 공부했는데, 시작하자마자 기하, 즉 ‘몇 어찌’라는 뚱딴지같은 과목을 접했다. 기하는 영어 ‘geometry’를 음차한 용어라서 한자의 뜻으로 이해하려 하면 안 되는데, 늦깎이 학생이 알 턱이 없었다. 이 단어는 그리스어의 ‘땅’과 ‘측량’이라는 단어의 결합이니 사물의 ‘모양’을 다루는 분야라는 뜻이다. 좌절감에 빠진 무애는 ‘몇 어찌’를 이해해 보리라 독하게 맘먹고 몇 날을 밤새우다가 그 논리성과 명징성에 빠져들었다. 유클리드의 논증 기하라는 신대륙을 발견한 그 벅찬 마음을 글로 적어 수필로 남겼다. 이집트인들은 실용적 필요와 예술적 욕구로부터 수학을 발전시켰지만 전승되면서 심화하고 발전되지 못했다. 하지만 유클리드의 기하는 논증을 통해 결론에 다다르는 사유의 방식으로 자리 잡아 서양 지성사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스피노자의 윤리학이나 미국 독립선언서도 유클리드적 논증 전개의 사례로 꼽힌다. 아인슈타인은 유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과 유클리드 원론을 들곤 했다. 교육은 경험과 직관의 전수라기보다는 합리적 사유의 방식을 전수하는 행위다. 합리적 사유 방식을 가르치는 가장 오래되고 효과적인 방식인 논증이 우리 교육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 “몰카 규제 등 해결책 없어… 2차 시위” 靑 청원 부실 답변에 들끓는 여성 분노

    이철성, 원론적 답변·해명 내놔 “불법 촬영과 유포를 막으려면 몰래카메라를 규제하는 게 근본 해결책일 텐데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2차 시위에 나서야 한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 이철성 경찰청장이 21일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안에 대해 한 답변에 이런 댓글들이 달렸다. 이 청원은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 40만명이 참여했다. 정부의 부실 답변에 시민들은 지난 19일에 이은 2차 시위를 예고했다. 이날 답변은 ‘몰래카메라 판매 금지와 불법 촬영 처벌 강화’와 ‘합정 불법 누드 촬영 수사 및 진상 규명’에 대한 합동 답변으로 진행됐다. 정 장관과 이 청장은 홍대 불법 촬영 및 유포 사건이 피해자가 ‘남성’이라 이례적으로 신속한 수사가 진행됐다는 지적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했다. 이 청장은 “해당 사건은 제한된 공간에 20여명만 있어 신속한 수사가 가능했다”면서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것도 용의자가 휴대전화를 한강에 버리고 온라인 커뮤니티 관리자에 이용 기록 삭제를 요청하는 등 증거인멸 시도가 있어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포토라인에 세운 것도 경찰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많은 취재진이 몰려 불가피하게 노출됐다”면서 “성별에 따라 수사 속도가 달라지지는 않지만 여성들이 체감하는 불공정이 시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불법 촬영에 대한 처벌이 미미하다는 지적에 이 청장은 “검거율은 97.5%지만 지난 5년간 징역형을 받은 건 5.3%에 불과하다”면서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동일범죄 동일수사 원칙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불법 촬영에 쓰이는 몰래카메라 사용을 규제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지적에 대해 정 장관은 “카메라는 자동차나 의료, 드론 등에 활용되고 있어 불법 촬영에 쓰이는 것만 따로 규제하는 것이 쉽지 않고, 해외 직구도 단속이 쉽지 않다”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이 함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정 장관은 이어 “불법 촬영과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해 2개 법안이 개정됐다”면서 “앞으로도 6개 법안이 더 개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답변을 듣던 시민들은 몰래카메라 사용 규제와 구체적인 가해자 처벌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며 ‘이런 답변을 듣고자 40만명이 청원한 것은 아닌데 다시 한번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 17일 ‘여성악성범죄 집중 단속 100일 계획’을 시작했다. 기차역와 지하철역, 물놀이 시설 등에 불법카메라 설치 여부와 골목길과 공중화장실 5만 2000곳에 대해 폐쇄회로(CC)TV와 보안등 설치 여부, 비상벨 작동 상태 등을 점검한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특검 외친 국회 ‘제 식구 감싸기’… 역대 15·16번째

    특검 외친 국회 ‘제 식구 감싸기’… 역대 15·16번째

    김성태 “동료 의원들께 감사” 與 찬성 당론 불구 20여 반란표 홍영표 원내대표 “국민께 사과” 법원 ‘권성동 체포안’ 檢에 송부 여야가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학재단 공금횡령과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직권남용 등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이 청구된 자유한국당 홍문종·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1948년 제헌 국회 이후 역대 15, 16번째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20표 이상의 반란표가 나온 것으로 보여 후폭풍을 우려한 민주당은 즉각 사과했다. 한국당은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는 입장을 내놨다.체포동의안 표결에서 홍 의원은 재석 275명 중 찬성 129표, 반대 141표, 기권 2표, 무효 3표로, 염 의원은 찬성 98표, 반대 172표, 기권 1표, 무효 4표로 부결됐다. 국회에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19대 국회 당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2014년 9월 3일) 이후 3년 8개월 만이다. 20대 국회에서는 한국당 최경환·이우현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제출됐으나 임시국회 회기 만료로 표결이 진행되지 않았다. 이들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비회기 기간인 올 1월 구속됐다. 특히 이날 두 의원의 반대표는 한국당 의석수(113석)보다 훨씬 많았다는 점에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등 야당은 물론 민주당 소속 의원 중 20표 이상의 반대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새롭게 출범한 홍영표 원내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홍 원내대표는 “특권과 반칙 없는 사회를 이끌어야 할 국회가 제 식구 감싸기로 체포동의안을 부결한 것은 자가당착이고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다”면서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반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무죄 추정과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지켜져 동료 의원들께 감사하다”면서 “더욱 겸손하게 국민의 무서운 뜻을 잘 받들겠다”고 말했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앞에서는 날을 세우고 싸우는 여야 의원이 뒤에서는 동료애를 발휘해 서로 감싸주고 있다는 사실이 국민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보수 야당들의 추악한 동료 감싸기”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두 의원의 신병 처리 방향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구속영장은 자동으로 기각된다. 검찰은 이들 의원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거나 6월 임시국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앞으로도 절차에 맞게 수사하겠다”며 원론적 입장을 보였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 역시 “(사건 처리 방향에)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홍 의원의 경우 횡령 액수가 커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안을 이날 서울중앙지검으로 송부했다. 체포동의요구서는 검찰과 법무부 등을 거쳐 이르면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그때부터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하고 72시간이 지나면 다음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된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의 태도로 미뤄 보면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난감한 공정위

    “주주와 소통해 대안 찾아야” 원론적인 입장만 현대자동차그룹이 21일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공정위가 사실상 승인한 개편안에 대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을 시작으로 시장에서 반대 의견을 잇따라 내면서 결국 철회로 이어져서다. 공정위가 ‘OK’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시장에서 거부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으로 관련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공정위는 현대차그룹이 개편안을 발표한 지난 3월 28일 입장 자료를 내고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개편안에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 후 지주사 전환 요구는 현행법 위반”이라며 현대차그룹에 힘을 실어 줬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선을 너무 늦지 않게 추진하겠다는 현대차의 입장을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것”이라면서 “합병, 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의 구체적 내용은 기업이 주주와 소통해 시장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어 “현대차가 향후 주주 등과 원활히 소통해 합리적 대안을 찾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준비 중인 2차 개편안도 시장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공정위가 지배구조 개편 지연 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공정위 관계자는 “순환출자 해소 등 개편안 내용이 공정위의 정책 방향에 부합한다면 당연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면서 “시장에서 문제를 제기한 합병 비율 등 구체적인 사항은 공정위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송인배·드루킹 ‘텔레그램’ 메시지 주고받았다

    文 “국민께 있는 그대로 설명” 靑 “宋, 특검 조사 땐 응할 것” 경찰 “김경수 필요 땐 재소환”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연루 의혹이 청와대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인 김경수(51) 전 의원에 이어 송인배(50)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김동원(49·구속 기소)씨와 텔레그램 등으로 정세 분석 글 등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송 비서관이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김씨를 만난 사실을 임종석 비서실장으로부터 보고받고 “국민께 있는 그대로 설명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송 실장은 네 차례 만남 중 초기 두 번에 걸쳐 한 번에 100만원씩 모두 200만원을 받았다”며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이 자신들의 모임에 정치인을 부르면 소정의 사례비를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고 해서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송 비서관과 드루킹이) 과거 몇 차례 텔레그램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은 적이 있으나 기사 링크는 아니고 정세 분석 관련 글이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드루킹 특검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특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송 비서관을 조사한다면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에게 김 전 의원을 만나 보라고 소개한 사람도 송 비서관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의원은 이날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2016년 6월) 그 당시 많은 사람이 찾아왔고 그래서 일일이 누구와 함께했는지는 기억하기 어렵지만, 송 비서관이 그렇게 말했다면 맞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지난달 20일 김씨와 송 비서관의 접촉 사실을 파악하고 송 비서관을 조사했으나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치권과 경공모 회원 등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2016년 10월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를 방문해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시연하는 모습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김 전 의원이 드루킹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100만원이 든 봉투를 전달했고, 드루킹 일당은 이 돈으로 피자를 주문해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전 의원에 대한 재소환 조사 계획에 대해 “조사할 게 있으면 재소환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지시받았다는 드루킹, 소설이라는 김경수… 진실게임 가열

    지시받았다는 드루킹, 소설이라는 김경수… 진실게임 가열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된 ‘드루킹’ 김동원(49)씨가 옥중 편지를 통해 김경수(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 전 의원이 댓글 조작 사건의 최종 지시자이자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전 의원은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소설 같은 얘기”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김 전 의원에 대한 재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드루킹은 변호인을 통해 18일 언론에 공개한 옥중 편지에서 “2016년 10월 경기 파주의 사무실(느릅나무 출판사)로 찾아온 김 전 의원에게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시연했고 김 전 의원도 직접 확인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김 전 의원에게 고개를 끄덕여서라도 허락해 달라고 하자 김 전 의원이 고개를 끄덕여 ‘진행하겠다’고 말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뭘 이런 걸 보여 주고 그러냐 그냥 알아서 하지’라고 해 ‘그럼 못 보신 걸로 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전 의원이 지난 4일 경찰의 참고인 조사에서 “댓글 순위 조작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진술한 것과 정면 배치되는 대목이다. 드루킹은 김 전 의원의 보좌관인 한모(49)씨에게 준 500만원에 대해 “한씨가 아내에게 보낼 텔레그램 메시지를 실수로 잘못 보내 교묘하게 돈을 요구했다”면서 “김 전 의원과의 관계를 생각해 생활비로 쓰라고 500만원을 마련해 줬다”고 말했다. ‘오사카 총영사’ 등 인사 청탁과 관련해서는 “김 전 의원에게 인사 문제로 7개월 이상 농락당했다”면서 “지난 3월 18일 김 전 의원에게 20일쯤 언론에 털어놓겠다고 알리자 21일 경찰에게 압수수색을 당했고 체포됐다”고 밝혔다. 드루킹은 또 경찰과 검찰이 수사를 축소,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르는 검사가 ‘김경수와 관련된 진술은 빼라’고 지시했다고 들었다”면서 “검찰은 저와 경공모에게 혐의를 뒤집어씌우려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이 경찰에 소환된다면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고 대질심문도 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이날 부산 민주공원에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소설 같은 얘기를 바로 기사화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거리낄 게 있다면 선거에 나선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이걸로 선거판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저와 경남도민을 잘못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 측 제윤경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브로커의 ‘황당 소설’에 속을 국민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드루킹의 ‘축소 수사’ 주장에 대해 “드루킹의 면담을 모두 녹화·녹음했고 경찰에도 이런 내용을 알렸으며 필요하면 공개할 용의도 있다”면서 “(드루킹의 의혹 제기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지난 17일 드루킹에 대한 접견조사를 했고 제기된 의혹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검찰과 경찰 모두 김 전 의원의 의혹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GM 정상화 계약서 군산공장 빠져

    18일 산업은행과 GM이 체결한 한국GM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기본계약에 군산공장 활용방안이 빠지자 전북 군산시와 상공업계 등이 크게 낙담하는 분위기다. 군산시 문용묵 지역경제과장은 “군산공장 재가동은 물론 매각 계획 등의 언급이 없어 혹시나 했던 마지막 기대감마저 무너졌다”며 “공장 폐쇄로 피해가 큰 군산은 한국GM 경영정상화를 위한 ‘볼모’에 불과할 뿐 지원대상은 되지 못하고 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정부가 군산공장 매각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지역 회생방안을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산공장 노조 관계자는 “군산공장 활용이나 노동자 고용안정 등의 내용이 없어 직원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며 ‘군산패싱’은 여전하고 정부와 지자체 등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신현태 군산자동차부품협의회 회장은 “군산공장 활용에 대해서는 ‘향후 적극 협의’라는 원론만 있을 뿐 알맹이가 전혀 없다”며 “부평이나 창원공장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군산에 맞는 지원안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군산공장은 재가동이나 활용에 관한 아무런 계획 없이 폐쇄시한(5월 31일)이 다가오고 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허 찔린 백악관 “리비아식 비핵화 아닌 트럼프 모델 따를 것”

    허 찔린 백악관 “리비아식 비핵화 아닌 트럼프 모델 따를 것”

    볼턴 언급한 방식서 한발 물러서 예정대로 북·미 회담 준비 의지트럼프, 회담 여부에 “지켜보자”북한이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빌미로 남북 고위급회담 연기 발표를 하자 미국 정부는 적잖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에 이어 ‘핵물질 반출’까지 압박하며 기세를 올리던 미국은 북한에 일격을 당한 모양새다. 일괄타결식 비핵화 해법인 ‘리비아 모델’에 북한이 공개 반발하자 미국은 북핵 협상에서 리비아식이 아니라 트럼프 모델을 따르고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것(리비아 모델)이 협상의 일부분인지는 모르겠다”며 “그것이 우리가 사용하는 모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따르는 것은 리비아식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 모델”이라며 “대통령은 이것을 그가 적합하다고 보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고, 우리는 100% 자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기존에 언급한 비핵화 방식을 달리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한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북·미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정상회담 무산 엄포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 것도 들은 바가 없다. 일단 지켜보자”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일단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6·12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반발 직후에도 미 국무부와 국방부 또한 ‘변한 것이 없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정부 또는 한국 정부로부터 이 훈련(맥스선더)을 계속 수행하지 말라거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계획을 계속하지 말라는 의사를 내비치는 어떤 것도 들은 게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절대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계속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나워트 대변인은 ‘북한이 이번 훈련을 도발 행위’라고 비난한 데 대해 “김 위원장은 과거 한·미 군사훈련의 지속적인 필요성과 유용성을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매닝 국방부 대변인도 성명에서 “‘2018 독수리훈련’과 ‘2018 맥스선더 훈련’을 포함한 연례순환 한·미 군사 훈련의 목적은 한국을 방어할 능력을 높이고, 준비태세와 상호운영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들 연합훈련의 방어적 본질은 수십년간 매우 분명했고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북한 전문가 대부분은 북한이 정상회담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라기보다는 주도권을 쥐기 위한 압박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중국통인 고든 창 변호사는 CNN에 “북한은 정기적으로 이렇게 해 왔기 때문에 이번 발표는 단지 협상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교전문매체 디플로매트의 편집장 앤킷 팬더는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북·미 정상회담을 원하는지 시험해 보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폭스뉴스도 백악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이 원래 하는 방식”이라면서 “북·미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대니얼 러셀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음달 북·미 정상회담에 이르는 과정에서 “북한의 입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면서 “(북한이) 매우 면밀하게 게임 플랜을 짜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핵·미사일 등과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대한 대응과 평화협정은 별개의 문제로 구별해 논의해야 한다”며 특히 일본에 대해 “(아베 신조 총리가) 김 위원장과 서둘러 회담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청와대 “북한 고위급회담 중지 통보 정확한 뜻 파악 중”

    청와대 “북한 고위급회담 중지 통보 정확한 뜻 파악 중”

    청와대는 16일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을 돌연 무기한 연기를 통보한 데 대해 “북한이 보내온 전통문의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 파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새벽에 발생한 상황에 대해 청와대 안보실 관계자들이 통일부·외교부·국방부 등 관련 부처와 긴밀히 전화통화를 하고서 논의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일단 정확한 뜻과 의미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통일부에서도 오전에 입장이 나갈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일정은 변동이 없나’라는 질문에는 “관련 부처에서 그렇게 파악하고 있다면, 청와대에서 보는 것도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비난한 한미 공군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 일정이나 규모에 변동이 생길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현재는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핫라인(직통전화)을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하느냐는 말에는 “현재까지는 (검토한 바가) 없다”고 답했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개최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현재는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판문점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일정에 대해서는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논의가 진척되면 이행추진위에서 추가로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오늘 고위급회담이 열리지 않게 되면서 이행추진위 역시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맥스선더 훈련을 판문점선언에 위배된다고 지적하는 것에는 “판문점 선언에서는 원론적이고 원칙적 얘기를 한 것이고, 구체적으로 판문점선언 정신에 위배되는지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며 “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호 신뢰에 기반해 (판문점선언에 담긴) 군사적 긴장완화의 구체적 방법을 얘기해 보려고 장성급 회담이나 장관급 회담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청와대가 국방부로부터 국방개혁안을 보고받은 뒤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관련 회의를 열어 국방개혁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눠보기로 했을 뿐 다시 보고하라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혁안 중 일부를 따로 먼저 발표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지금은 논의가 다 취합이 되면 발표하는 것으로 방향이 잡혀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김덕룡 수석부의장이 ‘CIA 직원들이 평양에 남아 북미회담을 조율하고 있다’고 얘기했다는 보도에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고,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보다 미국의 사찰을 선호한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전 의원이 드루킹(필명)에게 전화를 걸어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답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윤석헌에 쏠린 눈… ‘금융혁신위 권고안’ 재부상

    윤석헌에 쏠린 눈… ‘금융혁신위 권고안’ 재부상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은 관철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가 금융감독원장에 선임되면서 지난해 말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발표한 금융혁신 권고안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 이미 시행 중인 권고안 외에 노동이사제나 당국의 금융상품 판매중지권 등이 현실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혁신위 권고안 중 실현이 안 된 대표적인 사안은 금융공공기관에 대한 노동이사제 도입 여부다. 혁신위는 당시 금융공공기관의 낙하산을 견제하고 의사 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공공기관운영법이 개정돼 노동이사제가 반영되면 금융공공기관도 이에 동참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노동이사제는 최근까지도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도입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등이 주최한 ‘금융회사와 노동자 추천 이사제’ 토론회에서 ‘노동자는 채권자와 주주의 속성을 동시에 갖고 있어 노동자에게 이사 추천권을 주는 것이 회사 지배원리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은행에선 최근 노동이사제가 추진됐으나 주주총회 단계에서 무산되기도 했다. 혁신위는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와 관련해 당국이 ‘금융상품에 대한 판매중지명령권 제도’를 도입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키코 외에 ‘동양그룹 사태’의 기업어음(CP)이나 ‘저축은행 사태’의 후순위채권처럼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품에 대해 당국이 직권으로 판매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윤 원장이 각종 저서나 논문 등을 통해 제기했던 재벌개혁 이슈 역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윤 원장은 최근 기자들을 만나 ‘금융당국이 삼성 관련 이슈를 많이 본다’는 질의에 “금융과 관련된 부분이라면 당연히 보는 것이 맞다”고 답하기도 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라고 촉구하고,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를 지적했다. 삼성 등 5개 재벌계 금융그룹에 대한 통합감독방안도 모범 규준 형태로 올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북·미 적극 중재 나선 文대통령… ‘비핵화 구상’ 간극 줄이기

    북·미 적극 중재 나선 文대통령… ‘비핵화 구상’ 간극 줄이기

    오는 22일 한·미 정상회담은 북·미 간 ‘비핵화 로드맵’의 교집합을 끌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3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굳건한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도보다리 30분 독대’ 등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마음도 확인했다. ‘적극적 중재자’로서 문 대통령의 역할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미국에 모두 절실할 수 있다.남북 정상은 지난달 판문점 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이란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원론적인 수준에서 언급하려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최근 CVID에 ‘영구적인’(permanent)을 덧붙인 트럼프 정부의 기대수준에 못 미칠 수 있다. 비핵화의 단계별 시간표와 최종시한, 검증방법, 비핵화 속도에 따른 보상 등 ‘디테일’을 얼마나 구체화할 수 있는지에 회담 성패가 달려 있다. 북한은 지금껏 ‘비핵화 로드맵’을 상세히 밝히지는 않았다. 북한 체제와 김 위원장의 운명이 걸린 만큼, 비핵화 이행에 따른 단계별 보상을 제공받는 방식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적·단계적’ 해법이다. 반면 미국은 ‘선비핵화, 후보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 입장에서 핵 관련 시설을 폐기하는 것은 모든 것을 내주고 ‘처분’만 기다리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이 ‘도박’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북·미가 윈윈할 수 있는 타협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중재자인 문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비핵화와 보상에 대해 원칙적 합의를 하고, 북한이 취할 단계적 비핵화 조치의 간격을 최대한 좁히는 게 관건이다. 때문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예비회담’ 성격도 지닌다. 김 위원장의 내밀한 속내를 오롯이 아는 것은 문 대통령뿐이다. 비핵화 로드맵을 비롯해 북·미 정상회담을 대하는 김 위원장의 의지를 담은 육성메시지를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완전한 비핵화와 맞물린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도 북·미회담과 촘촘하게 엮여 있다. 한·미 정상 간 조율이 필요한 대목이다.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이를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한다’는 판문점 선언과 관련,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끌어내는 데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북·미 정상회담의 장소·시기 발표가 늦어지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6일 “이미 결정이 됐다면 극적인 효과를 내려는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최대한 끌면서 발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미가 회담 일정·장소 발표를 공식화하기에는 조율이 더 필요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대부분의 비핵화 시한과 대상, 범주 정도는 의견 교환이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북한의 선제적 비핵화와 평화협정, 관계 정상화 등 체제 안전보장의 선후 문제를 두고 씨름을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 북한은 이날도 미국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내는 등 신경전을 이어 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우리의 평화애호적인 의지를 ‘나약성’으로 오판하고 우리에 대한 압박과 군사적 위협을 계속 추구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서울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한방 없는 원맨쇼 삐~~~~

    한방 없는 원맨쇼 삐~~~~

    YG·미투 등 소재 다양했지만 촌철살인 없이 변죽 울린 90분 1500석 대공연장은 되레 독 유병재식 순발력도 못 보여줘 “만담 그치면 코미디 대안 못 돼”유병재(30)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그의 두 번째 스탠드업 코미디쇼 ‘B의 농담’이 사흘간 4000여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비주류 장르였던 스탠드업 코미디 자체의 부흥보다는 유병재라는 개인의 유명세에 기댄 원맨쇼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짙다. 지난 27~29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B의 농담’에는 동시대의 다양한 사회 현상이 토크쇼 도마에 올랐다. 유병재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부터 정치인 풍자, 소속사인 YG의 마약 문제, 드라마 ‘나의 아저씨’까지 다양한 소재를 먹잇감으로 삼았지만 정곡은 찌르지 못한 채 90분 내내 변죽만 울렸다. 스탠드업 코미디쇼는 코미디언이 마이크 하나만 들고 무대에 서서 관객들을 웃게 만드는 형식이다. 외국에서는 펍이나 클럽, 뮤직홀, 소극장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마이크 외에 다른 무대장치나 극본 없이 오직 화자의 입담에 의존해 청중의 반응을 이끌어 내고, 이를 즉석에서 유머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코미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장르다. 국내에서는 과거 자니 윤, 김형곤, 전유성 등이 이 같은 형식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1990년대 이후 버라이어티 예능이 성행하면서 거의 사라졌다. 방송작가이자 예능인인 유병재는 침체된 코미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대안으로 스탠드업 코미디에 주목했다. 지난해 8월 200석 규모의 홍대 소극장에서 선보인 ‘블랙코미디’의 성공으로 스탠드업 코미디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두 번째인 이번 공연에서는 규모를 대폭 키워 1500석짜리 대극장 무대에 도전했다. 그러나 넓은 무대를 홀로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을까. 공연은 유병재가 준비해 온 입담을 일방적으로 과시하는 형식에서 좀처럼 탈피하지 못했다. 유병재는 “여기 오신 모든 분들을 만족시키고 싶다. 오늘 공연은 모든 분들의 피드백을 100% 수용하는 최초의 코미디 쇼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촌철살인 화법으로 갑갑한 사회문제를 시원하게 털어내는 ‘한방’은 끝내 없었다. 유병재 쇼는 ‘불박’(불편 박스)이라고 이름 붙인 목소리가 중간중간에 등장해 그에 대한 ‘악플’을 읽어 주면, 유병재가 이에 대해 반박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예컨대 불박이 “다른 건 다 까면서 정작 YG는 죽어도 못 까는 기회주의자”라고 하자 유병재가 “YG는 약국이죠. 그런데 마약은 그분들이 했고 기분이 좋았던 건 그들인데, 욕은 제가 먹고 기분이 나빠지는 건 왜 저죠. 전 ‘유병재 너무 재밌다. 약 빤 것 아니냐’ 얘길 듣고 싶었을 뿐이지 약은 안 했어요”라고 응수하는 식이다. 이어 “19금 쇼라면서 성인용 콘텐츠는 없네”라고 비아냥대자 “전 조루예요. 그래서 절정의 순간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입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을 생각해요. 그게 가장 섹시하지 않은 생각이거든요”라며 객석의 웃음을 유도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특유의 비유나 정곡을 찌르는 풍자보다는 수박 겉핥기식의 원론에 그쳤고, “전두환 개XX”, “다산신도시 XX” 같은 대사들도 맥락 없이 반복돼 공감하기 어렵거나 불편하게 여겨졌다. 무엇보다 대형 공연장이 관객들과의 쌍방향 소통을 통해 조근조근 이야기를 풀어 가는 스탠드업 코미디와 어울리지 않았다. 유병재의 장기인 순발력은 1500명의 청중 앞에서 충분히 발휘되지 못했다. 전체 공연 90분 중 25분은 사회자가 선물 이벤트를 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데 썼고, 관객과의 대화 20분마저 제하면 실제 유병재 쇼는 45분에 그쳤다. 인터넷 공연 후기에는 ‘유병재의 팬미팅에 8만원이나 주고 다녀왔다’는 등 쓴소리도 적지 않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즉석에서 청중의 반응을 읽고 순발력을 발휘해 새로운 변수를 만드는 재미가 스탠드업의 핵심”이라며 “이런 장르적 특성이 금기된 이슈를 넘나들며 농담을 할 줄 아는 유병재의 장기와 맞물려야 재미를 주는 것인데, 현장의 리얼리티를 반영하지 못한 과거 만담 형식에 그친다면 코미디의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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