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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전센터 이번엔 풀릴까] 원전센터 유치청원 10곳 르포

    [원전센터 이번엔 풀릴까] 원전센터 유치청원 10곳 르포

    원전센터 건설 제2라운드의 막이 올랐다.31일까지 청원을 접수시킨 전국 10곳의 주민들은 ‘지역발전’의 염원이 이뤄질 것을 기대하며 유치전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많고,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부지선정이 올해 안에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원전센터 유치 청원을 낸 지역을 찾아 주민들의 소리를 들어봤다. ■ 전남 원전 1∼6호기가 가동중인 전남 영광군 홍농읍.31일 읍사무소 옆에는 ‘유치청원 70% 찬성,주민 성원에 감사드립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나부꼈다.가마미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진덕 3거리 등 서너 곳에도 내걸렸다. 홍농읍은 원전 건설특수가 끝나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상인들은 “귀신 나오게 생겼다.우리는 핵 폐기장 찬성이에요.”라고 떳떳하게 밝혔다. 이달 초 ‘원전수거물처분장 흥농유치위원회’가 구성됐고 보름동안 서명을 받아 읍내 전체 유권자 6400여명 가운데 4497명의 찬성을 받아 지난 28일 청원서를 접수했다. 가장 번화가인 읍사무소 앞 처가집 양념통닭 주인 이학필(54)씨는 “일요일인 어제 닭 한마리 팔았다.”며 서명작업에 발벗고 나섰다.이씨 가게 아래쪽은 한집 건너 한집이 비었다. 미용실과 식당,빵집 등이 올 봄부터 문을 닫았다.부동산업자들도 “심지어 세를 받지 않아도 나가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다.택시운전기사 김용호(38·홍농읍)씨는 “요즘은 하루 3만원 벌이가 태반”이라고 했다. 반면 홍농읍에서 6∼7㎞ 떨어진 월암·가곡·단덕리 쪽에서는 이번 유치 서명에 반대하며 거칠게 항의했다.“나가라.우리는 안 찍어준다.”라며 서명을 받으러 온 유치 위원회쪽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또 ‘영광군 핵 폐기장 반대 범 군민대책위원회’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대책위 김선근(43·원불교 영산성지 교무) 위원장은 “주민들이 신청서를 내더라도 일단 영광군수가 예비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고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과 연대해 원천봉쇄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남 완도군 완도읍에서 뱃길로 1시간 거리인 생일면에서도 유권자 971명 가운데 360명이 유치에 서명해 영광군과 마찬가지로 지난 28일 청원서를 냈다.생일면의 ‘원자력을 이해하는 청록회’의 도명균(58) 회장은 “주민들이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방사성 폐기물처리장을 유치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성리 선착장과 면사무소 앞에는 생일면 청년회 등에서 내건 ‘후손에 물려 줄 청정해역에 핵 폐기장이 웬말이냐.’는 플래카드가 지역민들의 상반된 모습을 웅변해 주고 있었다. 전남 장흥군 용산면민들은 이날 점심까지 걸러가며 부산을 떨었다.전체 유권자 2233명 가운데 902명의 서명을 받아 밤 늦게서야 접수를 마쳤다. 과거 청원서를 냈다가 환경단체 등의 거센 반발을 샀던 전력이 있어서인지 서명 받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용산택시 강길원(53) 대표는 “농촌에서 농사지어 살 수도 없는 형편에서 핵 처리장이라도 들어와야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영광·완도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전북 “기대 반,우려 반.” 3개 시·군 4개 지역에서 원전센터 유치에 나선 전북지역은 지역개발에 대한 기대치가 큰 만큼이나 걱정과 고민도 엇갈리는 분위기다. 지난해 7개월 넘게 계속됐던 부안사태를 지켜보면서 원전센터 유치를 둘러싼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이 ‘지역발전론’을 앞세워 원전센터 유치에 적극적인 반면 시민단체와 환경단체 등은 “자치단체의 예비신청은 원천봉쇄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찬·반 주민간 충돌은 불가피한 실정이다.주민여론을 수렴해 예비신청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군산시와 고창군은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유보한 채 “주민들의 뜻에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신시도에 원전센터를 유치하려다 지질이 나빠 포기했던 군산시에서는 소룡동과 옥도면 주민들이 유치청원서를 제출하자 주민투표에 대비한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룡동은 소룡동발전협의회가 주도해 전체 유권자 1만 107명 가운데 41%인 4196명이 유치청원서에 서명 했다.옥도면도 3596명의 유권자 중 34%인 1230명이 유치청원에 찬성했다. 소룡동발전협의회 조현창 회장은 “지역발전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원전센터를 유치해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전반적인 의견”이라면서 “주민투표를 해봐야 알겠지만 군산시민들은 미래지향적인 의식이 강해 찬성이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옥도면 주민들이 원전센터를 유치하려는 어청도의 경우 뭍에서 72㎞,비응도는 20여㎞나 떨어져 있어 군산시민들이 원전센터에 느끼는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적어 주민투표를 해도 찬성이 많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특히 항구도시 특유의 정서와 응집력이 강하고 시민의식도 진취적이어서 주민투표에서 찬성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는 것이 이곳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군산시의회 26명의 의원 가운데는 상당수가 찬성파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군산참여자치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반핵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세규합에 나서고 있다. 고창군은 해리면 유권자 3323명 가운데 38%인 1250명이 유치청원에 찬성했다. 농민회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원전센터 유치에 적극적인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유치서명운동을 주도한 광승리 이장 김춘용씨는 “인접한 영광발전소에서 흘러나오는 온배수 때문에 피해는 고스란히 고창주민들에게 돌아오는데 지역발전기금은 쥐꼬리만큼 받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면서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고창발전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원전센터 유치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경북 이미 가동하고 있는 1∼4호기 외에 5,6호기를 건설준비 중인 울진에서는 모두 3곳이 청원을 내 관심을 모았다. 이날 오후 7번 국도가 지나는 경북 울진군 북면 소재지.일부 주민들의 원전관리센터 유치 청원으로 어수선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한산하기만 했다.농번기를 맞아 이앙기와 경운기 등이 간간이 오갔을 뿐 인적은 찾아 보기 힘들었다. “한창 모내기철이라 눈코 뜰새없이 바빠요.핵 폐기장이 뭐니 신경쓸 틈이 없어요.” 한 농기계수리점에서 만난 전여중(41·북면 부구리)씨는 “조금 전 울진발전포럼측이 산업자원부에 핵 폐기장 유치 청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분통 터지는 일이지만,농사일이 더 급하니 어쩌냐.”고 말했다. 면사무소를 나오던 민남기(65·부기리)씨도 “울진발전포럼측이 추진하는 핵폐기장 유치 서명운동에 아직은 주민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아 조용하다.”면서 “그러나 분위기 자체는 무겁다.”고 전했다. 북면과 차로 30여분 거리인 기성면도 평온하기는 마찬가지. 면소재지에서 만난 권명달(42·봉산1리)씨는 “울진이 살 길은 핵 폐기장 유치밖에 없다.”며 “주민 90% 이상이 찬성해 별 이슈가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석태(57·망양리)씨는 “울진이 어디 대한민국에서 버림받은 땅이냐.”며 “울진을 두번 죽이는 핵 폐기장 유치에는 결사반대한다.”고 밝혔다.한 공무원은 “울진발전포럼측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집중 서명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노인들이 뭘 알겠느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이처럼 주민들간의 의견이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여 마치 폭풍전야를 연상케 했다. 인근 지역의 이선욱(57·근남면 노음리)씨는 “정부가 울진에 6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4기를 추가로 짓겠다면서 준 혜택은 아무것도 없다.”며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등 핵폐기장 유치 반대 급부를 준다지만 속임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울진포럼 전주수 대변인은 “정부가 최근 원전수거물 유치지역에 양성자 가속기 건립과 2조원에 달하는 각종 사업 지원을 약속했다.”며 “이런 약속에 주민들 생각이 과거와는 많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울진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원전센터 이번엔 풀릴까] 원전센터 유치청원 10곳 르포

    원전센터 건설 제2라운드의 막이 올랐다.31일까지 청원을 접수시킨 전국 10곳의 주민들은 ‘지역발전’의 염원이 이뤄질 것을 기대하며 유치전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많고,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부지선정이 올해 안에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원전센터 유치 청원을 낸 지역을 찾아 주민들의 소리를 들어봤다. ■ 전남 원전 1∼6호기가 가동중인 전남 영광군 홍농읍.31일 읍사무소 옆에는 ‘유치청원 70% 찬성,주민 성원에 감사드립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나부꼈다.가마미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진덕 3거리 등 서너 곳에도 내걸렸다. 홍농읍은 원전 건설특수가 끝나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상인들은 “귀신 나오게 생겼다.우리는 핵 폐기장 찬성이에요.”라고 떳떳하게 밝혔다. 이달 초 ‘원전수거물처분장 흥농유치위원회’가 구성됐고 보름동안 서명을 받아 읍내 전체 유권자 6400여명 가운데 4497명의 찬성을 받아 지난 28일 청원서를 접수했다. 가장 번화가인 읍사무소 앞 처가집 양념통닭 주인 이학필(54)씨는 “일요일인 어제 닭 한마리 팔았다.”며 서명작업에 발벗고 나섰다.이씨 가게 아래쪽은 한집 건너 한집이 비었다. 미용실과 식당,빵집 등이 올 봄부터 문을 닫았다.부동산업자들도 “심지어 세를 받지 않아도 나가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다.택시운전기사 김용호(38·홍농읍)씨는 “요즘은 하루 3만원 벌이가 태반”이라고 했다. 반면 홍농읍에서 6∼7㎞ 떨어진 월암·가곡·단덕리 쪽에서는 이번 유치 서명에 반대하며 거칠게 항의했다.“나가라.우리는 안 찍어준다.”라며 서명을 받으러 온 유치 위원회쪽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또 ‘영광군 핵 폐기장 반대 범 군민대책위원회’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대책위 김선근(43·원불교 영산성지 교무) 위원장은 “주민들이 신청서를 내더라도 일단 영광군수가 예비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고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과 연대해 원천봉쇄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남 완도군 완도읍에서 뱃길로 1시간 거리인 생일면에서도 유권자 971명 가운데 360명이 유치에 서명해 영광군과 마찬가지로 지난 28일 청원서를 냈다.생일면의 ‘원자력을 이해하는 청록회’의 도명균(58) 회장은 “주민들이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방사성 폐기물처리장을 유치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성리 선착장과 면사무소 앞에는 생일면 청년회 등에서 내건 ‘후손에 물려 줄 청정해역에 핵 폐기장이 웬말이냐.’는 플래카드가 지역민들의 상반된 모습을 웅변해 주고 있었다. 전남 장흥군 용산면민들은 이날 점심까지 걸러가며 부산을 떨었다.전체 유권자 2233명 가운데 902명의 서명을 받아 밤 늦게서야 접수를 마쳤다. 과거 청원서를 냈다가 환경단체 등의 거센 반발을 샀던 전력이 있어서인지 서명 받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용산택시 강길원(53) 대표는 “농촌에서 농사지어 살 수도 없는 형편에서 핵 처리장이라도 들어와야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영광·완도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전북 “기대 반,우려 반.” 3개 시·군 4개 지역에서 원전센터 유치에 나선 전북지역은 지역개발에 대한 기대치가 큰 만큼이나 걱정과 고민도 엇갈리는 분위기다. 지난해 7개월 넘게 계속됐던 부안사태를 지켜보면서 원전센터 유치를 둘러싼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이 ‘지역발전론’을 앞세워 원전센터 유치에 적극적인 반면 시민단체와 환경단체 등은 “자치단체의 예비신청은 원천봉쇄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찬·반 주민간 충돌은 불가피한 실정이다.주민여론을 수렴해 예비신청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군산시와 고창군은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유보한 채 “주민들의 뜻에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신시도에 원전센터를 유치하려다 지질이 나빠 포기했던 군산시에서는 소룡동과 옥도면 주민들이 유치청원서를 제출하자 주민투표에 대비한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룡동은 소룡동발전협의회가 주도해 전체 유권자 1만 107명 가운데 41%인 4196명이 유치청원서에 서명 했다.옥도면도 3596명의 유권자 중 34%인 1230명이 유치청원에 찬성했다. 소룡동발전협의회 조현창 회장은 “지역발전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원전센터를 유치해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전반적인 의견”이라면서 “주민투표를 해봐야 알겠지만 군산시민들은 미래지향적인 의식이 강해 찬성이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옥도면 주민들이 원전센터를 유치하려는 어청도의 경우 뭍에서 72㎞,비응도는 20여㎞나 떨어져 있어 군산시민들이 원전센터에 느끼는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적어 주민투표를 해도 찬성이 많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특히 항구도시 특유의 정서와 응집력이 강하고 시민의식도 진취적이어서 주민투표에서 찬성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는 것이 이곳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군산시의회 26명의 의원 가운데는 상당수가 찬성파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군산참여자치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반핵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세규합에 나서고 있다. 고창군은 해리면 유권자 3323명 가운데 38%인 1250명이 유치청원에 찬성했다. 농민회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원전센터 유치에 적극적인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유치서명운동을 주도한 광승리 이장 김춘용씨는 “인접한 영광발전소에서 흘러나오는 온배수 때문에 피해는 고스란히 고창주민들에게 돌아오는데 지역발전기금은 쥐꼬리만큼 받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면서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고창발전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원전센터 유치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경북 이미 가동하고 있는 1∼4호기 외에 5,6호기를 건설준비 중인 울진에서는 모두 3곳이 청원을 내 관심을 모았다. 이날 오후 7번 국도가 지나는 경북 울진군 북면 소재지.일부 주민들의 원전관리센터 유치 청원으로 어수선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한산하기만 했다.농번기를 맞아 이앙기와 경운기 등이 간간이 오갔을 뿐 인적은 찾아 보기 힘들었다. “한창 모내기철이라 눈코 뜰새없이 바빠요.핵 폐기장이 뭐니 신경쓸 틈이 없어요.” 한 농기계수리점에서 만난 전여중(41·북면 부구리)씨는 “조금 전 울진발전포럼측이 산업자원부에 핵 폐기장 유치 청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분통 터지는 일이지만,농사일이 더 급하니 어쩌냐.”고 말했다. 면사무소를 나오던 민남기(65·부기리)씨도 “울진발전포럼측이 추진하는 핵폐기장 유치 서명운동에 아직은 주민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아 조용하다.”면서 “그러나 분위기 자체는 무겁다.”고 전했다. 북면과 차로 30여분 거리인 기성면도 평온하기는 마찬가지. 면소재지에서 만난 권명달(42·봉산1리)씨는 “울진이 살 길은 핵 폐기장 유치밖에 없다.”며 “주민 90% 이상이 찬성해 별 이슈가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석태(57·망양리)씨는 “울진이 어디 대한민국에서 버림받은 땅이냐.”며 “울진을 두번 죽이는 핵 폐기장 유치에는 결사반대한다.”고 밝혔다.한 공무원은 “울진발전포럼측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집중 서명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노인들이 뭘 알겠느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이처럼 주민들간의 의견이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여 마치 폭풍전야를 연상케 했다. 인근 지역의 이선욱(57·근남면 노음리)씨는 “정부가 울진에 6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4기를 추가로 짓겠다면서 준 혜택은 아무것도 없다.”며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등 핵폐기장 유치 반대 급부를 준다지만 속임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울진포럼 전주수 대변인은 “정부가 최근 원전수거물 유치지역에 양성자 가속기 건립과 2조원에 달하는 각종 사업 지원을 약속했다.”며 “이런 약속에 주민들 생각이 과거와는 많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울진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 [사설] 盧대통령, 통큰 리더십 아쉽다

    노무현 대통령이 엊그제 연세대 특강에서 나타낸 현실인식은 걱정스럽다.노 대통령은 “대화와 토론,설득을 했는데도 마지막 꼭지가 안 따질 때 표결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상생”이라면서 “보수는 힘센 사람이 좀 맘대로 하자,약육강식이 우주섭리가 아니냐고 말하는 쪽에 가깝다.”고 밝혔다.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으나,‘김혁규 총리’ 논란과 한나라당의 ‘합리적 보수’ 표방을 겨냥했다는 관측이다.대통령의 발언이 원론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오해를 살 만한 언급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총리 지명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측이 대화·설득 노력을 충분히 했다고 보지 않는다.김혁규 전 경남지사 총리지명 반대 이유로 일부 여당 의원들은 개혁성 부족을,한나라당은 당적 변경을 든다.이에 대해 문희상 대통령정치특보는 김혁규 총리 지명문제가 잘 처리되지 않으면 열린우리당 지도부 인책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총리 지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하지만 여당에는 일방적으로 따라오라고 하고,야당에는 다수결에 승복하라는 태도로는 난국을 해결하기 힘들다. 노 대통령은 특강에서 “합리적 보수,따뜻한 보수,별의별 보수를 갖다 놓아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는 것”이라고 규정했다.보수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모두를 극단적 보수로 치부하는 듯한 언급이다.더욱이 진보편에 안 서면 정의롭지 않다는 이분법을 들이대는 듯한 발언도 있었다.스스로 진보를 자처한다 하더라도 대통령은 보수까지 아우르고 감싸안아야 하는 자리다.“이제 서로 존중하고 타협을 통해 합의 문화를 이끌어 가야 한다.”며 이날 대화와 타협을 강조한 것과도 배치되는 발언이다. 노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단점을 지적하고,경제상황을 낙관적으로 평가한 것도 성급한 발언이었다.지나친 강조어법으로 오해를 불렀던 지난 사례를 다시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우리는 노 대통령이 탄핵소추 국면을 겪은 뒤 더욱 통 크고,사회를 통합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랐다.˝
  • 남북 장성급회담 의미

    26일 금강산에서 열린 제1회 남북 장성급 회담은 일단 군사당국간 주요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별도의 ‘채널’이 마련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장성급회담 정례화되나 첫 만남에서 차기 회담 일정이 불과 1주일여 뒤로 합의된 점은 만남의 ‘정례화’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특히 차기 회담이 다음달 3일 설악산에서 열리게 됨에 따라 북한의 ‘별’이 회담 대표 자격으론 최초로 남측을 방문하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군사회담이 정례화될 경우 경제·문화교류에 이은 군사교류 분야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를 논의할 대화의 장이 마련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남북간에는 국방장관 회담과 군사 실무회담 채널이 이미 열려 있는 상태다.하지만 국방장관 회담은 원론적 수준에 그쳤고,군사실무회담은 경의·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교류사업 지원에 한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분야의 대화 채널 개설은 군사적 신뢰구축으로 이어지고,나아가 남북 교류협력을 한 차원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발충돌방지 방안은 일단 뒤로 하지만 차기 회담 일정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로 관심을 모았던,서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 논의가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사실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적잖은 시각차를 보였다. 우선 남측은 ▲남북 서해 함대사령부간 직통전화 설치 ▲경비함정간 공용주파수 운영 ▲경비함정간 시각신호 운영 ▲불법 어로활동 단속과 관련한 정보 교환 등을 제안했다. 반면 북측은 6·15 공동선언 및 남북간 군사합의 이행에서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면서,휴전선 지역에서의 비방선전 중지와 선전수단(대형 전광판,스피커) 제거 등을 제의했다.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선결요건에서 드러난 남북간의 인식차가 현격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남북한은 회담 내용이 결코 어둡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공동보도문이나 합의문 작성에는 실패했다. ●해군 장성 수석대표는 처음 남북 군사회담 가운데 해군 장성이 수석대표를 맡은 것도 처음이다.회담에서 남측은 박정화 함참 작전차장(해군 준장)이,북측은 안익산 인민무력부 정책국장(해군 소장·준장에 해당)이 각각 수석 대표로 나섰다. 한편 회담이 열린 금강산 초대소는 북한 인민무력부가 운영하는 국빈급 접대시설로,지난 1998년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북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접견한 곳이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사설] 주한미군 일방적 역할변경 안된다

    찰스 캠벨 주한 미8군 사령관이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주한미군의 역할과 관련,“동아태지역뿐 아니라 전세계 어디든 투입가능하다.”고 밝힘에 따라 주한미군의 역할변경 및 병력감축은 기정사실화된 셈이다.지금까지 주한미군의 임무는 북한의 전쟁억지를 최우선으로 삼고,북한군의 남침시 이를 격퇴하는 것으로 규정돼 왔다. 미국이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에 따라 주한미군의 역할변경을 시도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문제는 이같은 중대사안이 우리 정부와 충분한 사전협의를 거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재조정에 따른 주변국과의 관계 재정립,감축 규모 및 시기,한·미연합사의 역할 재검토 등 두 나라간 협의를 거쳐야 할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이런 중대사가 충분한 협의 없이 주한미8군 사령관의 입을 통해 불쑥 발표되는 식은 곤란하다. 캠벨 사령관은 특히 한·미연합군의 역할과 관련해 “한미연합병력(Combined Formations)이 장기적으로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에서 인도주의 및 평화유지 작전에 투입될 수 있을 것”이라는 대단히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주한미군측은 한·미연합사의 ‘한·미연합군(Combined Forces)’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원론적인 발언이라고 나중에 해명했지만 우리로서는 경계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미연합군은 북한의 남침을 겨냥해 설치됐고 작전지역도 한반도로 국한돼 있다.만약 미국이 일방적으로 한·미연합군 작전범위를 해외로 넓힌다면,이는 우리의 군사자주권을 해칠 뿐 아니라 중국,북한 등 주변국들의 반발을 초래하게 된다.주한미군 감축을 포함한 한·미동맹 재조정 문제는 미국의 일방적 주도가 아니라 한·미간의 진지한 협의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41)草衣 선사의 꿈(下)

    초의의 동다문화(東茶文化)는 한국문화론의 한 원류다.사람이 만든 음식 중에 차보다 더 고결하고 완전한 것은 없다.일반적으로 음식은 주된 재료와 양념으로 부르는 부재료가 합쳐져서 만들어진다.그러나 차는 찻잎 그 자체만으로서 완전한 음식이 된다.하나이면서 모두가 되는 귀한 물건이다.하나 속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차다.차의 이같은 특성 때문에 일찍이 종교 의식용으로 쓰여졌다.불교 수행자들은 차가 지닌 약리적 효능과 함께 하나이면서 모든 것을 지녔다는 상징성을 받들어 차와 함께 하는 고유의 의식을 만들고 전해왔다. 초의가 차를 이용하여 술로 찌든 조선 후기 사회의 폐습을 타파하기 위한 나름의 시도를 할 수 있게 된 데는,초의 개인의 비범한 능력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지만 그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지성인들과 깊은 교류를 통한 깨달음도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정약용,김정희,홍현주로 대표되는 스승이자 동무들과의 만남은 초의에게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적극적인 동력이 되었다.초의는 부처의 깨달음이 집약된 화엄사상의 실체를 현실세계에서 구현하고자 했다.즉 ‘모든 것은 모든 것과 관계 있고,그 관계는 평등하다.’는 존재 상호간의 상생성,연기성,평등성을 차와 차살림을 통하여 실천했다. ●당대 지식인과 폭넓은 교류 모든 것들의 관계를 결정지은 인물이 정약용이었다.초의는 정약용의 실학 사상과 홍현주의 시론(詩論)이나 문장론을 매개로 조선 문인들과 정약용 사이에 오고 간 불꽃 튀는 시론 문답,김정희와의 절절한 교우관계에서 한 지성인이 겪어내는 시대적 고뇌를 곁에서 지켜보았다.누구도 혼자 사는 것이 아님을 다시 깨달았다. 그 때 정약용이 말하기를,‘차를 알고 마시는 민족은 흥하지만,차를 모르고 마시지 않는 민족은 망한다.’는 천둥번개같은 외침이 있었다.음식에 관한 폐습을 혁신시키지 못하면 개인이든 민족이든 끝내 불행해지고 만다는 큰 깨달음에서 얻어진 빛나는 사리였다.여전히 문제는 술에 취해 사는 사회였고,그 사회의 지도자들이 넋을 처박고 사는 술이라는 음식이었고,그 음식에 대한 뒤틀린 습관이었다.중국과 일본은 차문화의 뿌리가 깊고 탄탄한데다 술만큼 차를 숭상했다.그리하여 그들은 역사 속에서 늘 강자였고,지배자로 군림했다. 정약용이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로 강진에 유배 중일 때였다.정약용은 정치사상적인 측면에서 볼 때 같은 천주교인인 이승훈,이가환과 함께 채제공(蔡濟恭,1720∼1799)의 계자(系子)가 되었다.조선 후기의 대표적 정치가인 채제공은 불교와 천주교를 원칙적으로는 배격하되 그 장점만은 잘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매우 특이한 정치철학을 실천한 인물이었다.정약용이 처음으로 전라도 지역 암행어사로 나갈 때 그를 추천했던 채제공은 엉뚱하게도 천주교 교인인 정약용에게 한 승려를 만나보도록 권유했다.지리산에서 수행중인 연담(蓮潭) 유일(有一)이라는 승려였다.조선의 유생들로부터는 극단적으로 배척받는 불교와 천주교지만 두 종교가 지닌 민중교화력을 인정하는 채제공으로서는 정약용과 유일을 만나게 해줌으로써 유생들로서는 불가능한 새로운 시대를 위한 논리와 실천방안이 마련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서였다. ●‘목탁대신 칼’ 호국불교의 시대 두 사람은 만났다.뒷날 정약용이 강진으로 유배된 이후 정약용에게 차를 가르쳐 준 혜장(惠藏,1772∼1811)이 유일(有一)의 제자였고,초의는 유일선사의 법통을 전수받은 제자였으며,초의와 정약용 또한 스승과 제자 사이였다.아마도 이들의 인간관계에서 우러난 시대정신이 초의의 동다문화를 탄생시키는데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특히 초의가 승려로서 확립한 다선일미사상(茶禪一味思想)은 그 뿌리가 깊고 매우 현실적이다.민중의 존재와 삶을 이해하고 돕는 것을 수행의 방편으로 삼는 이른바 보살정신은 조선시대에 들어와 매우 처절한 실천력을 요구했다.즉 유생들에 의한 불교 배척과 승려 탄압 정책으로 불교의 명맥이 위기에 처했을 때 탁월한 수행자가 등장하여 위기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보살정신을 실천했다. 조선 중기 명종 때의 보우(普愚)는 질식당하기 직전의 불교를 자신의 목숨과 바꾸어 사실상 조선 불교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보우는 불교 회생을 위해 승과(僧科)를 부활시켜 인재양성의 터전을 닦아 놓고 유생들의 손에 죽임당했다.그가 부활시킨 승과에 합격하여 새로운 인물로 등장한 사람이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였다.두 분은 목탁 대신 칼과 창을 쥐고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고 도탄에서 허덕이는 조선민중을 구하면서 손에 피를 묻힌 불멸의 보살들이었다.살생하지 말라는 지엄한 계율을 위배하면서 동족의 생명을 지키고 구원해 낸 행위에서 우리는 다선일미(茶禪一味) 정신의 궁극을 읽어낼 수 있다.이 때의 차(茶)는 곧 중생을 상징하며,선(禪)은 곧 부처의 마음이니,조선불교를 호국불교라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초의의 동다문화는 이같은 역사적 뿌리 위에서 새롭게 피어난 중생구원론이기도 하다.즉 사회 지도자의 품성을 올바로 키우고,민족의식을 드높여 키우기 위해 초의가 꾼 또 다른 꿈은 중생들의 살림살이 걱정이었다. ●장 제조법 전파등 중생구제 힘써 1830년을 지나면서 조선사회는 붕괴되어 갔다.모든 세계 인류가 변하고 있는데 조선의 양반사대부들만 중국의 그늘에 스스로 갇혀서 변화를 극력 반대했다.부패와 타락이 주된 흐름이었다.가난한 민중들은 지옥같은 나날을 보내면서 두려움과 배고픔에 시달렸다.끝없는 불안에 지친 민중들은 살림살이의 핵심이 되는 장 담그는 일조차 할 수 없었다.가난할수록 장이 있어야만 가난을 견딜 수 있었다.이 시기에 초의가 장 담그는 법을 보다 정확하게 정리하여 가르친 일이나 단방약을 개발하여 세속에 널리 퍼뜨린 것은 초의의 중생 사랑 그 자체였다.단방약은 민중들의 질병을 완화시켜 주기 위한 조치였다.사회 경제적 토대가 붕괴되고 신분질서가 해체되는 혼란 속에서 민중들의 질병은 더욱 심했다.병이 나도 치료할 길이 없었다.가난 때문에 약을 구할 수도 없었다.그 때 초의는 한 두 가지 약초나 조선 산천에 흔하게 자라는 풀잎이나 뿌리 혹은 열매로 간단하게 약을 만들어 먹는 법을 개발하여 널리 퍼뜨렸다.원래 조선의 사찰에는 이같은 단방약에 관한 처방이 여러 가지로 전해져 왔다.승려들 스스로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야 하는 억불정책의 결과였다. 승려들의 질병과 세속인의 질병은 약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치료 방법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 초의의 생각이었다.그렇게 개발한 단방약은 매우 빠르게 조선 전역으로 파급되어 많은 민중들의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덜어주었다.이같은 생각과 실천의 결과들이 한데 모여서 나온 것이 동다문화였다.언제까지 중국만 바라보고 살 수 없으며,그래서도 안된다고 믿었다.지치고 좌절한 민중들이 희망을 품게하는 일,공자 맹자의 가르침을 외우고 쓰는 일보다 내 나라에서 자라는 곡식과 풀잎을 잘 알고 가꾸어 배불리 먹고 이웃과 나누는 것이 더 급한 것임을 실천하기 위하여 살았던 초의였다.초의의 동다(東茶)는 그렇게 만들어졌다.지금 이 나라 강산에는 차문화가 흥청거린다.東茶를 말하는 이들 대부분이 아직도 중국 차문화를 선전하고 있다.더 늦기 전에 참회해야 한다.정약용 선생께서 하신 말씀을 다시 새겨보면서 부끄러워해야 하느니. ˝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41)草衣 선사의 꿈(下)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41)草衣 선사의 꿈(下)

    초의의 동다문화(東茶文化)는 한국문화론의 한 원류다.사람이 만든 음식 중에 차보다 더 고결하고 완전한 것은 없다.일반적으로 음식은 주된 재료와 양념으로 부르는 부재료가 합쳐져서 만들어진다.그러나 차는 찻잎 그 자체만으로서 완전한 음식이 된다.하나이면서 모두가 되는 귀한 물건이다.하나 속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차다.차의 이같은 특성 때문에 일찍이 종교 의식용으로 쓰여졌다.불교 수행자들은 차가 지닌 약리적 효능과 함께 하나이면서 모든 것을 지녔다는 상징성을 받들어 차와 함께 하는 고유의 의식을 만들고 전해왔다. 초의가 차를 이용하여 술로 찌든 조선 후기 사회의 폐습을 타파하기 위한 나름의 시도를 할 수 있게 된 데는,초의 개인의 비범한 능력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지만 그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지성인들과 깊은 교류를 통한 깨달음도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정약용,김정희,홍현주로 대표되는 스승이자 동무들과의 만남은 초의에게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적극적인 동력이 되었다.초의는 부처의 깨달음이 집약된 화엄사상의 실체를 현실세계에서 구현하고자 했다.즉 ‘모든 것은 모든 것과 관계 있고,그 관계는 평등하다.’는 존재 상호간의 상생성,연기성,평등성을 차와 차살림을 통하여 실천했다. ●당대 지식인과 폭넓은 교류 모든 것들의 관계를 결정지은 인물이 정약용이었다.초의는 정약용의 실학 사상과 홍현주의 시론(詩論)이나 문장론을 매개로 조선 문인들과 정약용 사이에 오고 간 불꽃 튀는 시론 문답,김정희와의 절절한 교우관계에서 한 지성인이 겪어내는 시대적 고뇌를 곁에서 지켜보았다.누구도 혼자 사는 것이 아님을 다시 깨달았다. 그 때 정약용이 말하기를,‘차를 알고 마시는 민족은 흥하지만,차를 모르고 마시지 않는 민족은 망한다.’는 천둥번개같은 외침이 있었다.음식에 관한 폐습을 혁신시키지 못하면 개인이든 민족이든 끝내 불행해지고 만다는 큰 깨달음에서 얻어진 빛나는 사리였다.여전히 문제는 술에 취해 사는 사회였고,그 사회의 지도자들이 넋을 처박고 사는 술이라는 음식이었고,그 음식에 대한 뒤틀린 습관이었다.중국과 일본은 차문화의 뿌리가 깊고 탄탄한데다 술만큼 차를 숭상했다.그리하여 그들은 역사 속에서 늘 강자였고,지배자로 군림했다. 정약용이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로 강진에 유배 중일 때였다.정약용은 정치사상적인 측면에서 볼 때 같은 천주교인인 이승훈,이가환과 함께 채제공(蔡濟恭,1720∼1799)의 계자(系子)가 되었다.조선 후기의 대표적 정치가인 채제공은 불교와 천주교를 원칙적으로는 배격하되 그 장점만은 잘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매우 특이한 정치철학을 실천한 인물이었다.정약용이 처음으로 전라도 지역 암행어사로 나갈 때 그를 추천했던 채제공은 엉뚱하게도 천주교 교인인 정약용에게 한 승려를 만나보도록 권유했다.지리산에서 수행중인 연담(蓮潭) 유일(有一)이라는 승려였다.조선의 유생들로부터는 극단적으로 배척받는 불교와 천주교지만 두 종교가 지닌 민중교화력을 인정하는 채제공으로서는 정약용과 유일을 만나게 해줌으로써 유생들로서는 불가능한 새로운 시대를 위한 논리와 실천방안이 마련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서였다. ●‘목탁대신 칼’ 호국불교의 시대 두 사람은 만났다.뒷날 정약용이 강진으로 유배된 이후 정약용에게 차를 가르쳐 준 혜장(惠藏,1772∼1811)이 유일(有一)의 제자였고,초의는 유일선사의 법통을 전수받은 제자였으며,초의와 정약용 또한 스승과 제자 사이였다.아마도 이들의 인간관계에서 우러난 시대정신이 초의의 동다문화를 탄생시키는데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특히 초의가 승려로서 확립한 다선일미사상(茶禪一味思想)은 그 뿌리가 깊고 매우 현실적이다.민중의 존재와 삶을 이해하고 돕는 것을 수행의 방편으로 삼는 이른바 보살정신은 조선시대에 들어와 매우 처절한 실천력을 요구했다.즉 유생들에 의한 불교 배척과 승려 탄압 정책으로 불교의 명맥이 위기에 처했을 때 탁월한 수행자가 등장하여 위기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보살정신을 실천했다. 조선 중기 명종 때의 보우(普愚)는 질식당하기 직전의 불교를 자신의 목숨과 바꾸어 사실상 조선 불교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보우는 불교 회생을 위해 승과(僧科)를 부활시켜 인재양성의 터전을 닦아 놓고 유생들의 손에 죽임당했다.그가 부활시킨 승과에 합격하여 새로운 인물로 등장한 사람이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였다.두 분은 목탁 대신 칼과 창을 쥐고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고 도탄에서 허덕이는 조선민중을 구하면서 손에 피를 묻힌 불멸의 보살들이었다.살생하지 말라는 지엄한 계율을 위배하면서 동족의 생명을 지키고 구원해 낸 행위에서 우리는 다선일미(茶禪一味) 정신의 궁극을 읽어낼 수 있다.이 때의 차(茶)는 곧 중생을 상징하며,선(禪)은 곧 부처의 마음이니,조선불교를 호국불교라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초의의 동다문화는 이같은 역사적 뿌리 위에서 새롭게 피어난 중생구원론이기도 하다.즉 사회 지도자의 품성을 올바로 키우고,민족의식을 드높여 키우기 위해 초의가 꾼 또 다른 꿈은 중생들의 살림살이 걱정이었다. ●장 제조법 전파등 중생구제 힘써 1830년을 지나면서 조선사회는 붕괴되어 갔다.모든 세계 인류가 변하고 있는데 조선의 양반사대부들만 중국의 그늘에 스스로 갇혀서 변화를 극력 반대했다.부패와 타락이 주된 흐름이었다.가난한 민중들은 지옥같은 나날을 보내면서 두려움과 배고픔에 시달렸다.끝없는 불안에 지친 민중들은 살림살이의 핵심이 되는 장 담그는 일조차 할 수 없었다.가난할수록 장이 있어야만 가난을 견딜 수 있었다.이 시기에 초의가 장 담그는 법을 보다 정확하게 정리하여 가르친 일이나 단방약을 개발하여 세속에 널리 퍼뜨린 것은 초의의 중생 사랑 그 자체였다.단방약은 민중들의 질병을 완화시켜 주기 위한 조치였다.사회 경제적 토대가 붕괴되고 신분질서가 해체되는 혼란 속에서 민중들의 질병은 더욱 심했다.병이 나도 치료할 길이 없었다.가난 때문에 약을 구할 수도 없었다.그 때 초의는 한 두 가지 약초나 조선 산천에 흔하게 자라는 풀잎이나 뿌리 혹은 열매로 간단하게 약을 만들어 먹는 법을 개발하여 널리 퍼뜨렸다.원래 조선의 사찰에는 이같은 단방약에 관한 처방이 여러 가지로 전해져 왔다.승려들 스스로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야 하는 억불정책의 결과였다. 승려들의 질병과 세속인의 질병은 약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치료 방법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 초의의 생각이었다.그렇게 개발한 단방약은 매우 빠르게 조선 전역으로 파급되어 많은 민중들의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덜어주었다.이같은 생각과 실천의 결과들이 한데 모여서 나온 것이 동다문화였다.언제까지 중국만 바라보고 살 수 없으며,그래서도 안된다고 믿었다.지치고 좌절한 민중들이 희망을 품게하는 일,공자 맹자의 가르침을 외우고 쓰는 일보다 내 나라에서 자라는 곡식과 풀잎을 잘 알고 가꾸어 배불리 먹고 이웃과 나누는 것이 더 급한 것임을 실천하기 위하여 살았던 초의였다.초의의 동다(東茶)는 그렇게 만들어졌다.지금 이 나라 강산에는 차문화가 흥청거린다.東茶를 말하는 이들 대부분이 아직도 중국 차문화를 선전하고 있다.더 늦기 전에 참회해야 한다.정약용 선생께서 하신 말씀을 다시 새겨보면서 부끄러워해야 하느니.
  • 千·辛·鄭 서로 견제성 발언…제 갈길로?

    열린우리당의 창당 공신인 정동영 의장,신기남 상임중앙위원,천정배 원내대표 등 ‘천·신·정’트리오 행보가 천 원내대표의 부상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12일 중앙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함께 자리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그동안 참석대상이 아니던 천 원내대표는 정 의장 옆자리를 차지,달라진 위상을 보여줬다. 자신을 지지해준 정 의장과 반갑게 악수를 나눈 그는 정 의장이 “당선소감 한 말씀 하시라.”고 했으나 “의장 말씀한 다음에 잠깐 하겠다.”며 ‘독자무대’를 요구했다. 그는 결국 정 의장이 발언을 끝낸 뒤,원내대표로서 7분여 동안 발언했다.일성(一聲)은 정 의장 등에 대한 존경심으로 시작했으나 원내대표로서의 위상을 올리는 듯한 발언으로 이어졌다.그는 “존경하는 정동영 의장님을 비롯한 당 지도부에서 많은 협조와 지도편달을 바란다.”,“정 의장께서 새정치 협약을 얘기했는데 원내대표로서 전적으로 존중하며 실행되도록 준비하겠다.”며 다소곳한 자세까지 취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152명 모두 화합하고 긴밀히 협력하면 다 헤쳐나갈 수 있다.”거나 “원내 부대표·정책위 등 당직인선도 서둘러 일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원내·외 따로없이 일사불란하게 일심동체가 돼 해나가자.”며 톤은 낮았으나 원내대표로서의 무게실린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자 옆 자리에 있던 신기남 상임중앙위원이 ‘견제성’ 발언을 던졌다.그는 정책위의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정세균 의원을 치켜세운 뒤,천 원내대표를 바라보고는 “지도를 받겠다고 해 반갑다.중앙당 회의 때마다 꼭 참석하기 바란다.”고 말했다.상하(上下)를 구분하는 듯한 ‘지도’라는 말이 은근히 부각됐다. 정 의장도 나섰다.신임 홍재형 정책위원장이 추경편성에 대한 정부와의 합의내용을 보고하자 기다렸다는 듯 “재래시장 상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아우성치고 있다.재래시장 공청회도 열고 입법조치를 해달라.”며 자신이 국회개원 시 첫 입법사항으로 내건 재래시장특별조치법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선 ‘정·신·천’ 순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던 것이 앞으로는 ‘천·정·신’내지 ‘정·천·신’으로 순서가 바뀔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정치권에서는 이들이 민주당 분당 및 창당,총선 승리를 위해 의기투합했으나 이제부터는 자신의 정치이념에 따라 각개약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를 두고 정 의장과 신 상임중앙위원은 신중한 반면,천 원내대표는 재정지원론을 제기하는 등 재검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일각에서는 천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을 1년간 무난히 수행할 경우,차기 대권 주자군으로 합류할 가능성까지 거론할 정도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재벌정책 ‘새틀 짜기’ 공정위·재계 공방전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재벌정책의 틀을 바꾸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6월 국회 제출을 앞두고 재계와 공정거래위원회간의 막판 힘겨루기가 절정이다.공정위는 6일 당정협의 결과 등을 토대로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끝내기 수순에 돌입했고,재계는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내세워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정부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재벌들의 기업활동이 상당히 위축될 수 있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재정경제부는 원칙과 현실 사이에 고민하고 있다.결국 재계와 공정위간의 서로 다른 해법은 ‘국회 원내공방’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출자총액제한제 실효 놓고 평행선 공정위는 이날 내부견제 장치를 갖춘 기업에 대해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적용하지 않기로 하는 등 다양한 졸업기준을 마련했다.하지만 전경련은 대기업집단 가운데 9곳이 최근 3년간 출자총액규제로 신규투자를 포기했거나 기업구조조정이 지연된 경험을 갖고 있다며 폐지를 주장했다.2000∼2001년 대기업집단의 평균투자율이 해당 산업의 평균투자율보다 낮다는 공정위의 주장에 대해서는 “98∼99년 정부가 대기업의 부채비율을 200%로 낮추도록 강요함에 따라 기업 자원 대부분을 부채비율 축소에 투입,투자여력이 급격히 떨어져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맞받았다. 재경부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기업의 투자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추진중인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안에 대기업집단 계열사의 펀드에 대한 투자가 지배목적이 아닐 경우에는 출자총액제한제를 예외로 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결권 행사 제한도 논란 최근 당정협의에서는 의결권 행사한도를 우선 30%에서 15%로 축소하되,유예기간을 두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으나,공정위는 유예기간을 없앴다.국회 협상용으로 여지를 남겨놓은 측면도 있다.하지만 재계는 외국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에 노출된다며 의결권 행사 축소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역차별 규제로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점도 주장하고 있다.재경부는 드러내놓지는 못하지만 재계 입장을 두둔하는 편이다.사모펀드 활성화 등을 통해 국내자본의 힘을 키워야 한다는 논리다. ●구조본 공개 여부도 뜨거운 감자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재벌그룹의 구조본의 역할과 운영경비 조달 등을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재계로서는 부담이다.재계의 조직적인 반발에 대한 대응카드라는 관측이다.재경부도 구조본이 오너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방패막이가 돼서는 안 되며 경영전략을 짜는 본부로 탈바꿈돼야 한다고 말한다.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기업이 필요에 의해 만든 조직을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불쾌한 반응이다. 공정위가 추진하고 있는 계좌추적권 3년 시한 재도입,카르텔 과징금 한도 매출액의 10%로 상향 조정 등에 대해서도 재계는 우려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이 때문에 강 위원장이 언제든지 재벌 총수들을 만나 설득하고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폴리시 메이커] 김대영 행자부 지방세제국장

    “재산세를 올리기로 한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공론에 부쳐서 결정한 사항을 이제와서 일부 주민들이 반발한다고 해서 번복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해 말 재산세 인상을 진두지휘했던 행정자치부 김대영(55) 지방세제국장은 오는 7월 부과되는 재산세 고지서 발급을 앞두고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재산세 인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그동안 면적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다 보니 가격이 같아도 지역에 따라 세금에 큰 차이가 생겨 ‘공평과세’ 차원에서 국세청 기준시가로 조정했다.”면서 “시행도 하지 않고 물러설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1월 각 지자체가 개정된 내용을 결정고시할 때 이미 재산세가 대폭 오른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며,지자체도 모두 수용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당시에도 ‘저항’이 예측됐으며 이제와서 방침을 번복하기에는 시기·절차 등이 부적절해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 알았던 사항이라도 막상 고지서를 받은 주민들은 ‘감’이 다를 수 있다.”면서 “세금을 한번에 많이 올리는 것에 대한 저항도 고려해야 하지만,공평과세란 점에 비중을 둬야 하는 점도 양해해 달라.”며 호소했다. “강남의 경우 30평대면 7억∼8억원 합니다.지방에 가면 그 돈으로 50∼60평을 사고도 남습니다.하지만 세금은 지방이 훨씬 많이 내 지방의 반발이 엄청납니다.이런 문제를 조정하다 보니 강남이 크게 올랐지요.” 김 국장은 외국의 사례와 비교하면 아직도 우리의 부동산 보유세는 낮다면서 앞으로도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언제 올려서 형평성을 맞출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과세기준을 바꾼 것도 “보유세를 강화하자는 취지”라며 이는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부유세’ 도입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해석했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는 토지의 고도이용,경제,교육,국민성 등 여러 복합요소가 있어 대증요법(對症療法)으로는 해결이 어려워 근본요법을 찾아야 하는데 계속 연구중”이라면서 “보유세 부담도 방법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차원에서 세제조정 및 권한이양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 “세제가 바뀌면 이득을 보는 곳이 있는 반면 손해를 보는 곳도 생긴다.”면서 “권한을 내놓게되는 입장에서는 보충수단이 있거나 그만큼 일을 넘겨줘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균형발전이 됐더라면 재정격차가 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원론적으로 지방세를 보강하는 것에 동의하지만 구체적으로는 답이 잘 안나오는 과제”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지방세무 전문가다.1968년 고교 졸업 후 9급으로 공직에 들어온 뒤 대부분 지방세제 업무를 맡았다.재정경제부 이종규 세제실장도 9급 출신이어서 공교롭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세제개편 때마다 참여해 왔다.그 때문에 전문성을 인정받아 행자부 지방세제담당관에서 지방세제관,지방세제국장으로 계속 발탁됐다. 김 국장은 자신을 “전문성과 다면평가를 통해 발탁된 케이스”라고 설명한다.이어 공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덕현기자˝
  • [한·일 PDP大戰] 삼성PDP 美·日석권… 후지쓰 딴죽?

    한·일간 ‘무역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는 일본 후지쓰와 삼성SDI의 PDP특허분쟁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지쓰측은 ‘당연한 권리찾기’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후지쓰는 “삼성SDI와 ‘합리적인’ 특허사용료에 대해 협상을 벌여왔지만 삼성측이 거절해 소송을 제기한다.”면서 “후지쓰는 30여년간 PDP 연구개발을 이뤄왔는데 이를 침해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후지쓰는 또 LG전자와도 특허사용료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LG측은 “사용료를 낼 수도 있고 특허를 서로 상쇄하는 ‘크로스 라이선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소송까지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특허협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후지쓰의 이익은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SDI는 올 1·4분기에 PDP 16만 8000대를 팔아 27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올해 1조 50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매출의 2∼3%만 특허료로 받아도 후지쓰는 앉아서 300억∼450억원을 벌 수 있는 것이다.이는 후지쓰의 지난해 10∼12월 순이익 76억엔(약 760억원)의 절반을 넘는다. 하지만 후지쓰는 특허 협상과정에서 ‘턱없이’ 높은 사용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특허료 수입보다는 삼성SDI 제품의 일본과 미국내 판매를 막는게 주목적이라는 분석이다. 삼성SDI도 이를 감지,이미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연방법원에 후지쓰의 핵심 특허 9건에 대한 특허 무효소송을 제기해 놓았다. 일본삼성도 22일 ▲특허침해금지 청구건 부존재 확인소송과 ▲수입금지청구건 부존재 가처분소송을 도쿄지방법원에 냈다.삼성SDI도 이와는 별도로 일본 특허청을 상대로 후지쓰의 특허가 무효임을 확인해줄 것을 요청하는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일본업계와 정부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유효하다. 후지쓰와 히타치의 합작사인 FHP는 2001년 세계시장 점유율 46%에서 지난해 21%로 떨어진 뒤 올해는 15%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됐다.(메릴린치).반면 삼성SDI는 2002년 8%에서 지난해 17%로 뛰어오른 뒤 올해는 24%로 세계 1위가 유력시된다.LG전자와 삼성SDI의 점유율을 더할 경우 47%로 일본업체 48%와 대등해진다. 메모리반도체,LCD에 이어 ‘종주국’을 자처한 PDP마저 1위 자리를 위협받는 처지여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일본은 지난해 후지쓰,히타치,파이어니어 등 PDP 5개사가 공동출자하고 경제산업성이 사업비의 절반을 조성,‘차세대 PDP 개발 센터’를 설립하는 등 국가차원에서 한국의 PDP와 경쟁하고 있다.”고 전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美 “파병 기존대로 협력해야”

    |워싱턴 백문일특파원|4·15 총선 이후 미국은 “한·미 동맹의 관계가 기존처럼 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원론적이고 충분히 예상된 반응이지만 그 ‘이면’에는 우려감도 배어 있다는 분석이다. 딕 체니 부통령이 총선 당일인 15일 한국을 방문,대북 강경 입장을 전달했다는 미 언론의 보도나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이 아랍권 기자에게 한국의 이라크 파병은 굳건하다고 새삼 강조한 것 모두가 워싱턴 조야의 걱정스러운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것.한반도 전문가들도 민감한 문제에는 대립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의 새로운 다수당이 북한에 동정적인데 아무런 관심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는 내정(內政)의 문제로 그동안 매우 강력하게 맺어온 한·미 동맹관계가 지속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미간에 적지 않은 시각차를 보인 북핵이나 이라크 파병,대테러리즘 등의 이슈를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어떤 문제에서든 기존처럼 협력해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진보세력이 장악한 국회가 미국과 다른 입장을 표출하기 전에 미 국무부가 동맹관계를 내세워 미리 ‘선수’를 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중동 지역에 특사로 파견될 아미티지 부장관도 앞서 가진 아랍권 기자와의 회견에서 “한국 정부는 (파병에)굳건하며 국회는 당초 찬성 155,반대 50으로 파병안에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새 국회가 파병 계획을 철회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어떤 결정이든 존중할 것이고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했으나 “결정은 이미 내려진 게 아니냐.”는 속내를 비친 것으로 보인다. mip@˝
  • [총선 D-7] 관심선거구-경기 광명을

    ‘첫 여성 시장’과 ‘특종 기자’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서울 외곽의 대표적인 베드 타운인 지역구 특성상 젊은 유권자가 많아 이들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현역 전재희 후보를 공천했다.전 후보는 지난 73년 여성으로는 처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노동부 국장까지 지낸 관료 출신이다.광명에서 ‘첫 여성’ 관선 및 민선시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에 맞서는 열린우리당 양기대 후보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다.한국기자협회의 특종상 최다 수상경력을 강조하면서,사회의 부패를 척결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최근 여론조사는 총선 결과를 예상할 수 없을 정도다.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두 후보는 모두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전 후보측은 “3월 초만 해도 45%대에 육박했던 지지율이 탄핵 정국의 여파로 30% 이하로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고 있다.”면서 “이미 양 후보를 앞질러 격차를 벌려 나가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양 후보측은 “전 후보의 인지도가 높은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유권자의 최종 선택은 결국 우리쪽 승리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들의 공약은 지역 최대현안인 고속철도 출발역 유치 문제에 집중돼 있다.출발역이 들어서야 역세권이 개발돼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그러나 두 후보의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전 후보는 “당초 광명시에 출발역이 들어서기로 돼 있었는데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계획이 백지화되더니 정차역으로 바뀌었다.”며 여당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양 후보는 이와 반대로 “여당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야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해 출발 역사를 유치할 수 있다.”고 힘있는 여당의원론을 강조하고 있다.두 후보 외에도 광주시의회 의원을 지낸 민주당 박정희 후보와 민주노동당 김연환 후보도 출사표를 냈다. 박지연기자 anne02@ ●양기대 후보가 본 전재희 후보 -장점 무엇보다 행정가로 이름이 나 있다.첫 여성 행정고시 출신이라 유명도가 남다르다.깨끗한 일처리도 장점으로 꼽힌다.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관선·민선 시장도 지냈다.이때 전 후보의 행정스타일이 지역구민에게 깊게 각인됐다.국회에 들어가서도 왕성한 의정 활동도 펼쳤다.의정 활동 4위를 기록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 -단점 유권자들은 전 후보가 실제로 지역 발전을 위해 기여한 것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지역의 각종 애·경사와 행사는 지나칠 정도로 잘 챙겼지만,정작 지역을 위해서는 한 일이 없다.가장 큰 흠이라면 평소 소신을 지키는 것으로 유명했던 전 후보가 탄핵 공방에서는 미련 없이 당의 입장을 따랐다는 점이다.평소 언행과는 다른 결정에 많은 유권자가 실망했다. ●전재희 후보가 본 양기대 후보 -장점 사회 불의를 좌시하지 않았던 기자 출신이라고 들었다.특히 사회 구석구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특출난 것 같다.이런 후보가 국회에 들어간다면 평소 소신에 따라 의정활동도 제대로 해내리라 본다.덧붙여 양 후보도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참신한 정치인답게 기성 정치판과는 차별화된다고 본다. -단점 10년 동안 광명에 살아온 저와 달리 양 후보는 불과 몇달 전에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광명이 어떤 곳인지,지역의 현안은 무엇인지 두루 살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지역을 위해 봉사할 일꾼이 그 지역 자체를 모른다는 것은 큰 흠이다.그렇다고 예전에 행정을 경험했거나 의정 활동을 해본 것도 아니다.그만큼 자질을 제대로 검증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
  • 3년후 ‘CPA대란’ 오나?

    오는 2007년부터 공인회계사(CPA) 시험제도가 대폭 변경됨에 따라 올해 사법시험계에 불어닥친 ‘대란(大亂)’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31일 “절대평가제 및 부분합격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인회계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1일 공포해 2007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07년 42회 시험부터는 2차 필기시험에서 과목별 60점 이상의 점수를 얻어야 합격 처리된다. 전 과목 60점 이상을 얻지 못하더라도,60점을 넘은 과목에 대해서는 이듬해 해당과목 시험을 면제하는 부분합격제가 도입된다.또 영어시험대체제와 학점이수제도 도입된다.이는 사법시험에서 시행 중이거나 도입 예정인 제도로,영어시험대체제는 올해 사시 출원자를 평년 대비 60% 수준까지 떨어뜨려 논란을 빚었다. 3년 뒤 공인회계사 시험도 사시와 같은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수험생들의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영어성적과 학점 선취득 필수 앞으로는 CPA 수험생들도 일정 학점을 이수하지 않고 공인 영어성적을 준비하지 못하면 시험 응시기회조차 박탈당하게 된다.1차 영어시험을 대체하게 될 공인 영어성적 기준은 사법시험과 동일하다.토플은 CBT 기준으로 197점,토익은 700점 이상,텝스는 625점 이상을 받아야 응시가 가능하다.CPA는 사시와 달리 공통적으로 영어시험을 치러왔기 때문에 그리 높은 점수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수험생 박모(26)씨는 “CPA 영어시험은 독해와 문법 위주여서 듣기 공부는 전혀 안돼 있는 상태”라며 “추가적인 공부가 필요한 만큼 부담이 되고,공부를 한다고 해서 실력이 빨리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신촌의 W학원 관계자도 “CPA 준비생들이 영어를 자주 접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면서 “과거에는 경영학 등 전공서적을 원서로 많이 봤지만 최근에는 한글로 번역된 책을 주로 보기 때문에 영어시험대체는 수험생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점이수제는 상대적으로 사시에 비해 부담이 적다.이수해야 하는 학점이 상대적으로 적은 24학점이어서다. 회계학 및 세무관련 과목에서 12학점,경영학에서 9학점,경제학에서 3학점을 이수해야 응시가 가능하다.학점이수제 도입에 따라 관련 전공자가 아니면 응시 자체가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수험생들의 우려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졸업자 등은 독학사시험이나 학점인정기관을 통해 학점을 이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입법예고했던 인센티브제 도입은 철회됐다.재경부 관계자는 “경영학과 경제원론 과목에서 B학점 이상을 받은 경우 해당 과목의 시험을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학점이수기관별 편차를 감안해 이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험난이도 쉽게 조정될 것” 절대평가제와 부분합격제의 도입 역시 수험생들을 갈팡질팡하게 만들고 있다.제도 변경을 통해 CPA 합격자를 더 늘리겠다는 것인지,줄이겠다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공인회계사 시험이 자격시험인 만큼 그 취지에 맞도록 제도를 변경했다.”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춘 사람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회계 전문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이어 “국가가 자격시험에 대해 선발인원을 미리 정해놓고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관계자도 “회계 전문인력을 양산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기 때문에 수험생들에게 유리하도록 시험 난이도를 쉽게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최종합격자 수가 현재 선발인원 1000명보다 대폭 늘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무엇보다 전 과목에서 60점 이상을 획득한다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2002년 합격자 가운데 전 과목 60점을 넘긴 수험생은 700명 정도였고 지난해에는 400명 미만에 불과했다.”면서 “오히려 합격자가 급감할 것을 우려해 최소선발예정인원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최소선발예정인원을 정해 기준 점수에 미달하더라도 밑도는 인원만큼 점수 순으로 합격시키겠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최소선발예정인원은 상황에 따라 매년 조정될 것”이라며 “새 제도 도입 첫해인 2007년에는 기존 선발인원인 1000명 수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자녀교육서 펴낸 ‘프로엄마’들의 충고

    부모노릇 힘든 시대다. “사교육 바람에 흔들리지 않겠다.”며 공교육을 믿고,부족한 점은 부모들이 메워보려고 교육에 적극적으로 관심갖는 부모들도 있다.하지만 “아이에게 투자를 아끼면 안된다.”는 ‘능력있는’ 부모들을 만나면 그때마다 자신의 생각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심하게 된다. 한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녀교육 책을 출간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책을 쓴 여성들,‘프로 엄마’들에게서 아이 키우는 지혜를 들었다. ■신의진 연세대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중1,초등학교 3학년 형제의 어머니.지나친 조기교육으로 인해 병들어가는 이 시대 아이들과,다음 세대의 정신건강을 염려하며 쓴 책,‘현명한 부모들은 아이를 느리게 키운다’에 이어 ‘아이의 인생은 초등학교에 달려있다’를 펴냈다. ■박은정 영어학원 경영 아들 장우에게 영어조기교육을 실시했다.아들이 4살때 영어CF에 출연,유명해지는 바람에 자신의 영어교육비법을 공개하기 시작했고 영어교육전문가가 됐다.최근 출간한 ‘장우엄마 박은정의 톡톡튀는 자녀교육법’은 그의 7번째 저서다. ■이원영 품앗이공동체 대표 7살난 딸의 어머니.학원강사를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생활 속에서 재미있게 수학을 알게하는 ‘수학아,놀자’시리즈를 출간했다.품앗이공동체를 운영하며,“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공감하는 부모들과 뜻을 합하고 있다. ■이필주 전업주부중3,중2,초5 2남1녀의 어머니.건강한 몸과 정신,스스로 학습을 지도해왔다.정작 “평범하기 이를데 없다.”고 말하지만 특별한 자녀교육이란 말을 듣는다.최근 펴낸 자녀교육서,‘정리형 아이’에서 생활은 물론 공부에서도 ‘정리’를 강조한다 -책을 쓰시게 된 계기부터 밝혀주세요. 이원영:저 자신이 학원 수학강사를 했기때문에 사교육을 불신해요.교육이 돈과 거래되는 순간,이미 교육의 의미는 퇴색되니까요.특히 원리를 생각하는 수학이 아니라,단지 공식을 외게 하는 수학공부를 제 아이에게만은 시키고 싶지 않아서 직접 가르치기 시작했어요.그리고 이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더니 저처럼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답글을 올려주셨고,그후 책을 내게 됐어요. 박은정:토목기사였던 제가 영어책을 내고 이 분야의 전문가 대접을 받게 될 줄은 저자신도 몰랐어요.저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배우도록 했어요.그런데 사실 저의 영어실력은 평균치에 불과했어요.빨리 시작한 덕분에 정우는 4살 때,CF에 나오면서 엄마가 생활 속에서 가르쳐도 영어를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보였고 그 후엄마들이 제게 그 비법을 물으면서 시작됐죠. 이필주:해외여행을 많이 하겠다는 꿈을 가진 중3 큰딸은 책많이 읽는 아이로 자랐고,막내 아들도 별 탈없이 자라줬어요.그런데 뭐든 척척 해내는 누나의 그늘에서 한살 아래 아들은 힘들었는지 제게 지적을 많이 받았고,부딪혔죠.그런 과정을 통해 저는 아이들마다 교육에는 다른 방법이 있음을 알게 됐어요.또 우연히 책을 내게되면서 둘째아이에게 컴퓨터 작업을 부탁했어요.말로 하면 잔소리지만,글로 쓰니 아이에게도 적잖은 도움이 됐어요.자연스럽게 자신을 돌아보고,반성하고 정리하더군요. -가정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박은정:부모가 아이를 믿어주는 것이죠.저는 아들 장우 덕분에 시민회관처럼 큰 강당에서 600명의 부모님을 앞에 두고 강의를 할 때도 있어요.사실 저는 강의를 듣기 위해 달려오시는 그분들만큼 부지런하지 못해요.그래서 그분들을 존경합니다.대부분의 부모들은 “무슨 책으로 가르쳤냐?”“어떤 방법으로…” 등을 알고싶어 하시지만,저는 교재나 학원이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강조하죠.그러나 강의를 다 듣고난 후에 “장우니까 되지.우리 애는 안돼.”라고 말씀하세요.제가 다르다면 아이를 절대적으로 믿는 것뿐이에요. 이필주:전 빈둥거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물론 월급생활자의 빠듯한 생활에 세 아이를 키우려니 남들처럼 학원을 보낼 수도 없었지만,집에서 책을 읽고 지낸 것이 아이들의 성적은 물론 생활태도로 이어진 것 같아요.그런데 대부분 부모들은 아이가 노는 것을 보면 불안해하시지요.요즘 아이들,너무 바빠요. 이원영:정말이에요.여유시간을 갖는 것,그것이 바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줘요.또 수학공부의 기본이고,수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이니까요.여태까지 그랬듯 전 많이 놀게하고,혼자 시간을 요리하도록 할 겁니다. 신의진:정말 좋으신 말씀들을 하시네요.외우기 위주의 인지능력만을 자극하면 아이들은 사고하지 않습니다.그런데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우리 아이들은 너무 외울 것이 많아요.우리 사회에서는 ‘정상’이 되기 위해서는 버거운 일이 많죠.그러나 정작 아이들의 사고를 키우는 것은 빈둥빈둥 노는 시간입니다.노는 시간이 있어야 아이들은 책을 읽고,생각하지요.더욱이 어린 시절부터 경쟁한 아이들은 자신감을 잃게 되죠.오늘 모이신 어머니들만 같으면 우리 사회의 교육현실을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책을 쓰신 어머니들이라 특별한 비법이 있을 줄 알았는데,오히려 평범하고 원론적이네요.주위에선 뭐라고 말하나요. 이원영:제 아이가 엄마와 수학놀이를 한다는 소문을 들은 어머니들이 유치원에서 “16 더하기 7이 뭐니?”하고 현장에서 시험문제를 내고 그러신대요.사실 전 더하기,빼기는 가르치지 않고 바둑판과 요리,바느질 등 생활 속에서 수학의 개념을 일러줬거든요.시험지 위주의 공부만이 공부라고 생각하는 것,부모들의 조급한 마음이 아이들을 가장 괴롭힌다는 생각입니다. 박은정:전 아이의 특성에 맞는 교육이 좋다는 생각을 강조합니다.8개 학원을 보내면서 누군가 새로운 학원을 보낸다면 또 황급히 따라가는 것은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반면 “옛날 우리는 안하고도 잘 지냈다.”며 옛날식만 고집하는 것도 문제라고 봐요.시대에 역행하지 않고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자신의 아이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지만,책을 내면서 제 자신을 늘 돌아봅니다.책을 내지 않았다면 오히려 욕심이 났을지도 몰라요.첼로를 좋아하는 저희 아이를 보면서 엄마들은 “장우,첼리스트 만들거냐?”고 묻는데요,그건 제가 결정할 문제도 아니고 해서도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필주:제 주변에는 “부모가 다잡으면 아이가 훨씬 발전할 텐데….”라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아요.제가 너무 느긋하다나요.하지만 저로선 세 아이 중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아이에겐 자신감을 회복시키기 위해 격려했고,신뢰관계가 형성되도록 신경쓰는 등 저로선 할 일이 많았아요.부모와 아이사이에는 신뢰관계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다른 부모들의 자녀교육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이원영:지나친 교육열이 아이들을 망친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지요.아이들을 위한 워크북은 팔려도 부모교육서는 좀체 팔리지않아요.교육에 관심있는 부모라면 자신이 먼저 공부해야 한다고 봅니다. 신의진:제가 책을 쓴 이유도 부모들을 바꾸기 위해서입니다.제 책 속에는 큰아들의 단점이 많이 부각됐는데,“왜 멀쩡한 애를 충동조절이 안된다는 둥 이상한 말을 했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고,시댁에서도 염려하셨죠.하지만 아이들은 누구나 문제를 안고 있어요.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그것이 부모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자녀교육에 집안의 흥망성쇠가 달려있다고 조급해하지 말고,아이의 성장과정 자체가 바로 그 아이의 인생임을 알고 기다려주는 지혜,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어릴 때부터 경쟁으로 내몰리지 않은 아이는 자신감을 잃지 않고,느긋하게 기다려준 부모를 배신하지 않아요.이번 책에는 중학생이 되면서 자신감을 갖고,달라져가는 큰아들의 모습이 담겨 있어요. 이원영:그래도 내 아이의 문제를 털어놓기가 쉽지 않아요.사람들은 단번에 ‘이상한 애’라고 단정지으니까요. 신의진:제 아들도 가끔은 속 상하면 아빠에게 불평했고,아빠는 “네 엄마가 너무 직설적이라 문제다.”라고 지적했죠.누구나 문제를 갖고 있는 만큼 가족이 이를 터놓고 이야기하면 문제는 해결됩니다.그러나 “내 아이가 무슨 문제냐?”는 방어적인 부모는 잘 해결이 안 되죠.부모들로서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아이에게는 물론 교사와 주위,친구 엄마들에게도 귀를 열어두는 게 좋아요.전 제 아이의 단점을 친구엄마나 교사에게 들어도 별로 상처받지 않아요.문제없는 사람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박은정:전 주관을 가지라는 생각입니다.주위에서 한다고 저리로 달려갔다가,또 이리로 아이를 끌고 다녀서는 아이도 지치고 결국 교육도 이뤄지지 않아요.결국 교육방법은 부모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좋은 정보를 구하려는 노력은 하면서도 정작 꾸준하게 이를 지속하는 부모들은 흔하지 않아요.참,요즘엔 정보를 나누지 않으려는 부모도 많아요.좋은 정보를 혼자 가지려는 생각보다 내 아이가 함께 살아갈 세상을 업 그레이드시키는 것,그것이 우리 부모들이 해야할 일이란 생각입니다. -자신의 책이 어떤 영향을 미치길 기대합니까. 신의진:엄마들이 자신감을 갖고 좀 느긋해지고,동시에 우리 교육현장도 달라지기를 기대합니다.가끔 수능시험문제를 풀어보면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우리 교육은 생각하지 않고 문제만 풀기를 원하는데,이런 교육현실은 우리 아이들을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멀어지도록 강요합니다.이를 몇 년 전부터 지적해온 결과,앞으로 수능에서 언어영역 문제가 줄어들게 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지요.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을 경쟁으로 몰아붙이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박은정:아직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니만큼 섣불리 ‘성공’이라 말할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좋은’ 교육은 있어도,특목고-일류대학으로 이어지는 것을 과연 ‘성공’이라고 말해도 좋을지 모르겠어요.전 아이가 부각되면서 그런 부담이 걱정스러워요.그러나 어쨌든 책도 쓴 만큼 모든 부모가 ‘좋은 교육’을 하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정리 허남주기자 hhj@seoul.co.kr ˝
  • 탄핵정국 속 경실련 정체성 ‘흔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요동치는 탄핵정국 속에서 때아닌 고초를 겪고 있다.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한 양비론적 성명 발표가 빌미가 돼 ‘정체성 비판’에 직면하는가 하면 운동의 방향성 등을 둘러싼 내부의 불협화음도 새 나온다. 지난 2000년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다른 시민·사회단체들과 동떨어진 ‘독자 행보’를 이어가는데 대해서도 말들이 무성하다.“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라는 경실련 주장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소극적인 행보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1989년 설립 이래 금융실명제와 세제개혁 운동 등을 주도하면서 한국의 대표적 시민운동단체로 떠올랐지만 90년대 중반 ‘진보적’ 시민운동을 표방한 다른 단체들이 부상하고,99년에는 내부갈등까지 겪는 등 부침을 거듭한 경실련의 행보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진보단체 부상·내부갈등으로 부침 거듭 지난 18일 경실련은 서울 종로구 동숭동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탄핵사태에 대한 경실련 입장’을 발표했다.이 자리에서 경실련은 야 3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국민을 배제한 채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이뤄진 부당한 행위”로 규정하고 “야당의 부당한 행위로 인해 우리사회는 혼란과 동요,심각한 사회적 갈등에 직면해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이날 경실련의 입장정리는 탄핵소추안 가결일(3월12일)과 무려 엿새의 시차를 둔 것이다.그래서 “뜬금없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그러나 속사정이 있다.지난 12일 ‘어정쩡한’ 성명발표가 화근이다.“국민주권과 기본권이 송두리째 부정된 국민주권 조종(弔鐘)의 날”로 규정하면서도 그 원인을 “대통령·여·야의 극단적 정쟁이 파국으로 결과된 것”으로 짚었다. 야당에 대한 직접 비판 대신 정치권 모두에게로 책임을 돌린,양비론적 성격이 강했다. 이후 경실련 게시판엔 “양비론적 입장을 묵과할 수 없다.(ID 박치득)” “경실련이 뒤로 가고 있다.(아줌마)”는 등 네티즌의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회원 탈퇴와 후원금 지원 중단을 밝힌 이들도 다수였다.따라서 지난 18일 ‘야당의 부당성’을 정면으로 거론한 기자회견은 경실련으로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고육책이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사태는 경실련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중립 요청’ 공문발송(3월4일)과 노무현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성명(3월11일)에서는 “노 대통령에 대한 (선관위의)중대한 경고 조치”라거나 “회견 내용에 실망… 국민들을 실의에 빠지게 했다.”는 등 때맞춰 입장표명을 해 왔다. 하지만 같은 기간동안 탄핵소추 분위기를 점차 고조시키고 있던 야당의 행보를 주요 이슈로 설정한 논평은 한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노 대통령 기자회견 등에 대한 성명 말미에서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정치게임을 야당이 먼저 중지해 줄 것을 기대한다.…탄핵안 발의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이 야당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했기 때문”이라는 ‘만류성’ 언급 정도거나 “여야 모두 정쟁을 중단하라.”는 식의 원론적 견해 전달에 그쳤다. ●중앙·지역 제각각 행보로 이미지 손상 17대 총선과 관련한 경실련의 독자행보를 두고서도 말들이 많다.경실련은 18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에는 반대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의 탄핵무효화 운동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면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2000년에 이어 올해에도 전국의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이 대부분 참여한 총선시민연대 합류를 마다하고 독자적인 총선활동을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탄핵반대 운동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이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증폭돼서는 안되며,적극적 선거개입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시민단체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실제로 경실련은 최근 ‘아파트 분양가 원가 공개’ 운동을 주도하며 이를 총선공약에 넣도록 각 정당을 압박하는 등 ‘민생 총선’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실련의 각 지역조직들이 총선시민연대 활동에 대거 참여함으로써 경실련 전체 이미지의 손상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지역조직들은 ‘중앙’의 방침과 무관하게 ‘탄핵무효화 부패정치청산 범국민행동’에 참여,지역의 탄핵반대운동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적어도 겉으로는 ‘중앙’과 ‘지역’이 따로 노는 셈이다.이에 대해 경실련은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다.박병오 사무총장은 “경실련은 정책적 공통성만 유지하는 네트워크 조직”이라면서 “의사결정이 상명하달식으로 이뤄지지 않을 뿐아니라 지역의 의견도 상임집행위원회를 거쳐야만 전체입장으로 확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각도의 해석도 적지 않게 나온다.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야 할 시기마다 경실련은 따로 움직인다. 그것이 이념이나 정책의 차이라기보다는 ‘상처받은 자존심’ 때문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그는 “한때 한국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집단 가운데 하나로 꼽히다,시민단체들이 늘면서 영향력이 감소하자 박탈감을 느끼는 인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실련 내부의 진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한 실무자는 “최근 경실련의 행보는 내부에 존재하는 세대·지역간 불협화음의 결과물”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내부에 다양한 이념·정책적 지향이 있지만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상임집행위원회가 특정인의 보수 성향에 좌우되면서 이같은 내부여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라면서 “회원과의 피드백이 줄고 (경실련 내부)전문가 집단의 발언권이 강화된 것도 여론의 흐름과 멀어지게 된 중요한 이유”라고 진단했다. 박은호 이세영기자 unopark@seoul.co.kr˝
  • [뉴스플러스]高대행 “탄핵집회 자제해야”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은 22일 탄핵찬반 집회와 관련,“그 동안 찬반의사 표시는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국가적인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관점에서 자제돼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고 대행은 이날 저녁 탄핵반대 촛불집회에 참가중인 단체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 대표 18명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만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상식과 원칙에 따라 최근의 찬반집회에 대해 한 말씀 드리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 대행은 그동안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하겠다.”는 원론적인 언급을 해왔으나,집회 자제를 직접 당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이경형칼럼] 高대행, 행동반경 넓혀라

    탄핵 정국이 유동적인 가운데 고건(高建)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 행사 범위를 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헌법학자들은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에 관해 “긴급 비상사태가 아니라면,‘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노무현 대통령이 비록 탄핵 소추를 받아 직무가 정지되었다고 하나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에 따라서는 권한 복귀가 언제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국정 현안을 놓고 볼 때, ‘관리자로서 책무’의 한계를 잘라 말하기는 쉽지 않다.대행의 직무 범위를 재는 잣대는 그에게 부과된 임무를 꼼꼼히 생각해보면 어림잡을 수 있다. 첫째는 국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둘째,탄핵 소추에서 오는 정치·경제·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며 셋째,국회의원 총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는 일일 것이다.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는 무엇보다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민생을 다독거리며 외교·안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권한 행사의 범위와 관련하여 논란이 있는 문제는 고위 공무원 및 공기업 사장 등 인사 문제와 국회를 통과한 사면법의 재의 요구 여부 등이다.이 가운데 1∼3급 공무원의 승진·전보 인사와 일부 직제 개편에 의해 공석이 된 차관급 인사는 행정 공백을 메운다는 의미에서 시행해야 할 것이다.다만 참여정부 국정의 연속성을 해칠 수 있는 내각 개편 등은 ‘선량한 관리자의 책무’범위를 벗어난다고 볼 수 있다. 국회가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한 사면법에 대해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 법이 권력분립 원칙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하면 거부권을 통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일각에선 고 대행이 ‘너무 나가지 않게’ 대행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정해주는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고 대행이 누구인가.약관에 전남지사·대통령 정무비서관을 거쳐 교통·농수산·내무 등 3개 부처 장관을 역임했다.거기에 관선·민선 서울시장을 두 차례나 했고,국무총리직도 두 번이나 하고 있는 ‘행정의 달인’이다. 그가 헌정사의 위기와 변혁의 고비를 헤쳐나온 것도 따지고 보면 주어진 권한을 더도,덜도 쓰지 않을 뿐 아니라,중요한 결정을 좀체 내리지 않는 타고난 신중한 처신 때문일 것이다.그의 단점은 오히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적극적인 행정을 펴지 않을까 우려되는 점이다. 촛불시위에 관한 지시만 해도 그렇다.고 대행은 “불법집회·시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하라.”고 지시한 반면,행자부 장관은 “해가 진 뒤 촛불행사는 불법이지만 문화 행사로 치르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고 했으며,하루 전날 경찰청장은 “탄핵 규탄 촛불집회는 불법이므로 해산시키겠다.”고 했다. 국민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가.‘무해무득한 원론적인 지시’는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눈치보기 행정이 되기 쉽다. 고 대행은 대통령 비서실 수석·보좌관회의는 종전대로 시행하되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하여금 자신에게 회의 내용을 보고토록 하고,노 대통령에게도 비공식 보고를 하도록 교통정리했다고 한다.그의 치밀하고도 사려깊은 행정 수완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앞으로 고 대행이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그것은 자신의 의사보다는 노 대통령의 의중이 더 실린 조치로 보는 것이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지금 고 대행에게 요청되는 것은 행동반경을 과감히 넓히고,좀더 분명한 목소리를 내달라는 것이다. 편집제작 이사 khlee@˝
  • [盧탄핵안가결-국정운영] 대통령 권한대행 지위

    노무현 대통령은 12일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함에 따라 최장 6개월간 대통령의 직무 및 권한 행사가 정지되고,고건 국무총리가 즉각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게 됐다.고 총리의 공식 직함은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된다. 탄핵소추안의 가결로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은 ‘원론적’으로는 헌법에 나와있는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현행 헌법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조약 체결·비준권,선전포고권,국군통수권,긴급명령 및 긴급경제명령 발동권,계엄선포권,공무원 임명권,사면권,훈장·영전 수여권 등을 부여하고 있다. ●공식직함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따라서 고 권한대행은 국무회의를 소집,주재하며,군통수권을 이어받는 등 국방·외교·안보 등에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모든 공무원에 대한 임명·해임권한도 부여된다.각종 국가문서에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고건’으로 전결한다.노 대통령의 일정에 맞춰 5·6월 추진되던 러시아 순방도 원칙적으론 고 권한대행이 방문할 수 있지만,정상 외교 추진은 ‘일시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무총리 비서실’은 ‘대통령 권한대행 비서실’로 명칭이 바뀐다.법률적으로 청와대 비서실의 기능도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즉 현재의 대통령비서실은 대통령 권한대행비서실로 전환되고,수석·보좌관들은 현재의 비서실 구성원들이 그대로 업무를 계속하게 된다.그러나 대통령 권한대행은 비서실의 수석·보좌관들을 교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경호도 지금보다 강화된다. 가장 최근의 유의미한 대통령 권한대행은 최규하 전 대통령이다.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망이 확인된 직후인 1979년 10월26일부터 그해 12월5일까지 권한대행 자리에 있었다.80년에는 고(故) 박충훈 당시 총리 서리도 전두환 대통령이 취임하기 직전 잠시 권한대행을 했다.청와대 비서실은 최규하 권한대행 당시의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는 박 전 대통령이 ‘유고’ 상황이었지만,노 대통령의 경우는 탄핵여부를 헌재가 다투는 상황이므로 고건 권한대행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헌법 71조에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는 조항이 있다.이 때 ‘궐위’는 대통령의 사망,탄핵결정에 의한 파면,피선자격의 상실·사임 등으로 대통령이 없게 된 경우를 말한다.‘사고’란 대통령이 재임하면서도 신병·해외여행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탄핵소추 의결로 탄핵결정이 있을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된 경우 등이다. 서울대 법대 정종섭 교수는 ‘대통령 권한의 대행제도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법적으로 권한대행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래 권한을 보유한 자의 권한을 모두 행사하고,이러한 행사는 유효하다.”면서 “법적으로 유효한가 하는 문제와 실제 권한의 행사에서 자제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다르다.”고 밝히고 있다.하지만 노 대통령의 이번 사례와 같은 ‘사고’인 경우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책의 전환이나,인사이동과 같은 현상유지를 벗어나는 직무는 대행할 수 없다는 헌법학자들의 의견이 많다. ●중대한 업무는 헌재 판결 이후로 미룰 듯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헌법상 청와대 비서실의 모든 기능을 총리가 활용할 수는 있지만 외교·안보 등 꼭 필요한 기능에 국한될 것”이라며 “총리가 청와대 비서실을 활용할 경우 불필요한 외부의 오해를 받을 우려도 있어 총리는 이러한 오해를 피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다른 관계자도 “총리 업무 스타일로 볼 때 중대한 업무처리는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로 미룰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단 경제안정과 민생안정 등 당면현안 안정에만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월급은 받고 직무수당 못받아 한편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안을 이송받은 날로부터 최장 180일 이내에 전원재판부를 개최,탄핵안을 심리하고 탄핵여부를 확정해야 한다.헌재가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을 가결하면,노 대통령은 직위에서 ‘파면’된다.그렇게 되면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 68조 2항에 따라 60일 이내에 대통령 보궐 선거를 치러야 한다.헌재가 결정을 내기 전까지 노 대통령은 대통령 신분이 유지되며,청와대 관저를 사용할 수 있다.월급도 받지만 직무수당은 받지 못한다. 문소영 조현석기자 symun@˝
  • 일부학원 EBS 교재강좌 준비… 느긋한 대치동

    교육인적자원부의 ‘2·17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발표되자 당황한 기색을 보이던 ‘사교육 1번지’ 서울 대치동 학원들이 일주일 만에 급속히 안정을 되찾고 있다.본사 취재 결과 학원가에서는 이구동성으로 “EBS 수능강의가 학원 판도에 큰 변화를 주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하며 오히려 학생을 흡수하기 위한 향후 전략을 짜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방과 후에도 학생들이 EBS 수능강의를 계속 들을 수 있도록 사교육대책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 ●대치동 학원가,“경쟁력은 여전” 대치동 일대 입시전문학원 50여곳을 조사한 결과 EBS 수능강의의 여파로 학생 수가 줄었거나 줄 것이라고 예상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수학강의로 명성이 높은 ‘M 수학클리닉’은 최근 대입이 끝난데다 사교육비 경감대책까지 발표됐지만 정원 300명을 어렵지 않게 채웠다.학원측은 “변화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수학·과학과목에서 잘 알려진 ‘Y아카데미’는 3월 수강 희망자를 접수한 결과 오히려 20% 정도 늘어났다.원장 최모(33)씨는 “보충학습과 자율학습을 강화한다면 타격이 있을지 몰라도 쌍방향의 피드백이 되지 않는 EBS강의는 경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들은 강사와 수강생간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EBS강의의 학습효과가 4,5명 대상의 소규모 학원강의를 능가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Y학원’ 원장 임모(40)씨는 “강남에는 EBS 강사에 못지않은 스타강사가 수두룩하다.”면서 “EBS에서 몇명 스타강사를 뽑는다해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K교육연구원’은 “처음에는 TV나 인터넷 앞에 학생들이 모이겠지만 오래 가진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BS강의보다 보충·자율학습에 촉각 일부 학원은 EBS 수능강의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일부 학생들이 학원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학원생 신규유입을 겨냥한 ‘눈높이 강좌’를 신설하고 있다.수학전문 M학원은 EBS교재를 이용한 새 강좌를 3월부터 시작하기로 했다.학원 관계자들은 중소학원들이 ‘EBS 강좌’개설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대치동 입시학원들은 EBS 수능강의보다는 일선 학교의 보충학습과 자율학습의 운영 방식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심야단속으로 대치동 학원가의 사정이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공교육의 보충학습과 자율학습이 강화되면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한 학원관계자는 “학교에서 밤늦게까지 학생들을 붙잡아 놓으면 학원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이 ‘총선용’이라며 사태추이를 관망하고 있다.익명을 요구한 학원 원장은 “요즘 학원장들 끼리 삼삼오오 모여 얘기하다 보면 이번 대책이 총선용인 만큼 ‘사교육’을 모두 죽이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과 현 정권은 과거 정권과 달라 끝까지 갈 것이라는 ‘불안감’이 엇갈린다.”고 전했다.‘B학원’원장 김모(40)씨는 “공교육이 충실하게 이뤄지면 입시나 보습학원 등에 학생들이 몰려들 이유는 없을 것”이라면서 “교육부가 학원 등에 화살을 돌리기 전에 공교육의 내실을 기하는 것이 원론적인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교육인적자원부 선태무(46) 교육정보화기획과장은 “학원가에서 이런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했다.”면서 “사이버 강의와 일선 학교 수업을 연계,방과후에도 사이버 강의를 계속 듣게 하고 관리함으로써 학원가 사교육 의존도를 크게 줄여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영규 채수범기자 who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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