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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옻칠은 예술이다…외길 55년

    옻칠은 예술이다…외길 55년

    글 · 사진 김부기시인 통영옻칠미술관 무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던 8월 중순 어느 날 오전, 칠예가 김성수 선생님을 뵈러 <통영옻칠미술관>을 찾았다. 시내를 조금 벗어난 화삼리 언덕에 자리잡은 미술관은 정갈하고 평화로와 보인다. 미술관을 들어서니 선생님은 기다리신 듯 반갑게 맞아 주신다. 칠순을 벌써 넘기신 분 같지 않게 건강하고 활기 넘쳐 보인다. 온화한 얼굴에 좀 수줍게 웃는 모습이 다정하고 마음씨가 고울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 휴게실로 안내하여 바다가 바라보이는 쪽으로 자리를 권하시더니 앞 바다 풍광을 자랑하신다. 전혁림 원로 화백께서 풍경화를 그릴 때, 맨 먼저 이 바다를 그렸다며 구도가 아주 완벽하지 않느냐고 하신다. 특히 달밤에 보는 이 앞 바다의 은파와 섬 그림자는 가히 환상적이라며 당신의 정원이라도 되는 양 으쓱해 하신다. 그래 그런지 선생님이 풍기는 인상과 체취가 앞 바다의 정취와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선생님의 안내로 전시실을 돌며 작품들을 보기로 한다. 회화성과 장식성이 돋보이는 제1전시실은 주제가 ‘칠예’로, 여기에는 선생님의 작품만이 아니라 제자들과 다른 칠공예가들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작품의 제작기법과 과정 등 설명을 들으면서 천천히 둘러본다. 탈태기법으로 조형된 작품 앞에 섰다. 부드러운 곡선과 매끈한 피부가 머금은 농염한 광택, 그것은 은근히 내비치는 절제된 관능이었다. 작품이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선생님이 서울올림픽을 주제로 제작하신 두 폭 가리개 양식의 <비상>에 이르러서는 한쌍의 봉황이 연출하는 역동감과 자개와 옻칠만이 표현할 수 있는 찬란한 색채미의 앙상블에 나는 압도되고 만다. 이 방에는 선생님이 처음으로 국전(제12회, 1963)에 출품하여 공예부 최고상인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한 <문갑>도 전시되어 있는데, 놀랍게도 이 작품으로 연 3회 특상을 수상했다 한다. 음양을 좌우대칭으로 대비시킨,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해서 큰 반향을 일으켰을 이 옻칠 목가구도 40년 세월의 무게는 어쩔 수 없는 듯, 요즘 작품들과 견주어 보면 좀 고졸한 느낌도 든다. 제2전시실은 ‘장신구와 테이블 웨어’를 주제로 하고 있다. 주로 여성들을 위한 액세서리와 수수한 탁상용 소품들로 꾸며져 있어 서민들도 옻칠 제품에 손쉽게 다가갈 수 있게 통로 구실을 하는 것 같다. 특히 여기에는 숙명여대 출신 제자들의 재기발랄한 깜찍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국옻칠화(Ott Painting)’의 제3전시실은 나전칠기의 전통기법을 현대미술에 접목시킨 ’옻칠로 표현한 회화’로 회화성과 장식성이 돋보이는 새로운 영역이다. 옻칠은 옻칠만이 갖고 있는 3가지 독특한 미학적인 특징이 있다. 그것은 광채와 장식성과 조각미로 다른 도료와는 스스로 차별성을 갖는다. <칠예의 문> 앞에서 격자문 저 안쪽의 옻칠화 <달을 향하여>를 이윽히 바라보다가 오늘 관람한 작품들의 느낌을 나름대로 간추려 본다. 화려해도 사치스럽지 않고(칠예), 투박한 듯 세련되며(장신구), 밝고 흥겹다(옻칠화). 새로 개척하는 장르인지라 낯설어야 할텐데 늘 보아온 듯 친숙하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칠예가 김성수 선생님은 1935년 통영에서 태어났다.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한 친척 아저씨의 권유’로 1951년 통영에 설립된 ’도립 경상남도 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 제1기생으로 들어갔다. 6·25 전쟁 중이라 피란 온 이 방면의 고명한 분들로 강사진이 짜였다. 줄음질은 김봉룡, 끊음질은 심부길, 칠예지도에 안용호, 데생은 장윤성, 디자인 설계제도는 유강렬 선생에게서 배웠다. 이밖에 피란 와 통영에 머물던 칠예의 거장 강창원, 화가 이중섭 씨의 특강에 통영출신 화가 김용주 전혁림 김상옥 김종식 제씨도 자주 들러 지도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봉룡 선생의 부름을 받아 1953년 2년 과정을 수료하고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부산으로 가서 고등학교에 편입했다. 그러나 어렵사리 익힌 기능을 중도에서 손 놓아서는 안 되겠다 싶어 야간부로 옮기고 통영칠기사에 입사하여 낮에는 나전칠기 기술을 익히며 장인정신을 키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통영의 ‘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의 부소장(소장은 도지사였다)을 맡고 계시던 김봉룡 선생의 부름을 받았다. 다시 통영으로 와서(1956) 모교인 양성소의 강사로서 나전기법·옻칠기법·디자인(도안) 제도·정밀묘사·공예사 등 거의 전 과목을 후배들에게 가르치는 한편 스스로 이론 정립과 실기 연마에 여념이 없었다. 이러기를 6년, 통영은 바닥이 좁아 스스로 한계를 느꼈다. 보다 체계적으로 배우고 연구해야겠다는 열정과 포부를 지니고 1962년 3월에 상경하여 본격적인 창작활동에 들어갔다. 이듬해인 1963년 제12회 국전에 <문갑>을 출품하여 최고상인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하고, 내처 연 4회 특선하여 국전추천작가가 되었다. 1969년에는 홍익대학교 공예학부 전임교수가 되어 후학교육과 작품활동을 병행하였다. 그 사이 두 차례에 걸쳐(1973~1975) 정부파견으로 아프리카 북단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튀니지에 가서 칠공예를 지도하기도 했다. 이것이 빌미가 되어 유럽 여러 나라의 작가들과 교류하게 되었고, 파리에 가서는 그곳 작가들과 함께 창작활동도 하였다. 옻칠화에 전념… LA에서 전시회 이러는 과정에서 우리 전통예술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전통나전칠기와 채화칠기에 바탕을 둔 새 장르의 형상화 작업을 시도하였으니 이것이 칠예조형물과 한국옻칠화이다. 그러나 바쁜 일정에 매여 정작 자신이 개척한 새로운 미술 장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창작과 연구활동에 전념할 수가 없었다. 이런 형편과 선생님의 속내를 알아차린 미국에 사는 큰 따님의 배려로 미국에 건너가 1998년 7월부터 그곳에 머물면서 한국옻칠화 연구에 전념하게 된다. 2002년 미주 중앙일보 창간 28주년과 이민 100주년을 기념하여 미주 중앙일보가 초청하고 LA와 뉴욕 한국문화원이 후원하여 LA한국문화원에서 〈한국현대옻칠화전〉을 개최했다. 이때 새로운 이 미술 장르에 〈한국옻칠화(Ott Painting)〉라는 이름을 지어 붙이고 이를 전 세계에 선포하였다. 그 이듬해인 2003년 뉴욕 한국문화원 갤러리 코리아에서 다시 개최하여 뉴욕 화단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호평을 받았다. 이어 2004년 5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옻칠로 표현한 회화’라는 주제의 개인전을 가지면서 세계미술계에 새로운 장을 연 옻칠미술가로 우뚝 서게 된다. 고희의 나이로 고국에 돌아와 전통문화의 현대화라는 어려운 작업의 큰 마디를 넘기고, 많은 제자와 친지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선생님의 감회는 어떠하였을까? 맨 먼저 무슨 생각이 났을까? 고향과 어머니, 옛 은사들과 제자들, 나전칠기와 옻칠미술, 예향과 옻칠 르네상스를 위한 마지막 봉사…. 이런 것 아니었을까? 그럴 때 진의장 통영시장의 은근한 귀향 권유가 때를 맞춘 것 아닐까? 사재를 몽땅 털어 고향 언덕에 결국 선생님은 2004년 8월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귀국하여 고향으로 돌아오셨다. 용남면 화삼리 고향 ‘미늘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산언덕에 1천 2백여 평의 땅을 사서 150평의 아담한 집을 짓고 2006년 6월 15일 ’통영옻칠미술관’을 개관하였다. 이는 국가가 인정하는 유일한 옻칠미술관으로 현대옻칠 중견작가들의 작품 8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옻칠이라는 화두 하나를 붙들고 55년 외길을 걸어오신 선생님에게 이 정감어린 미술관은 꿈의 완성일까, 새로운 꿈의 시작일까? 400년 나전칠기의 고장 통영을 21세기 세계옻칠문화의 요람으로 새롭게 꽃 피우려면 옻칠전문기능공의 양성이 선결문제라며 이에 대한 복안과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고 하지만, 힘든 일 싫어하는 세태인지라 걱정부터 앞선다. 이 미술관에 선생님의 사재를 몽땅 쏟아 붓고도 모자라 연금까지 일시불로 받아 보태었다는데, 미술관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데 지극히 인색한 풍토에서 운영이 어려울 것은 뻔한 일이다. 세계미술시장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한국옻칠미술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이 절실하다. 고향에 돌아와서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으시는 선생님의 얼굴을 오래오래 보고싶다.         월간 <삶과꿈> 2006.10 구독문의:02-319-3791
  • ‘지역신문 뿌리 내리기’ 발자취 담아

    원로 언론인 최종수(75)씨가 ‘전남일보 창간 비망록’을 출간했다. 한국일보 부국장, 논설위원을 거쳐 한국언론연구원 연수 및 연구이사를 역임한 최씨는 지방신문 창간 참여를 권유받고 광주로 내려가 전남일보 창간에 참여했다. 이 책은 그가 1987년부터 1992년까지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전남일보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신문으로 뿌리 내린 과정 등을 담고있다. 1부 배경편은 그의 지방언론관과 새로운 신문에 대한 구상, 지역신문특성구현론과 더불어 한국언론연구원 창설 참여 과정과 한국케이블 방송협회장 시절의 단상, 일화 등 언론인 생활 50년을 정리하고 있다.2부 일기편에서는 전남일보 사풍 마련과 논조를 통일시키는 과정, 지역 주민의 의식개혁, 수익 확대 노력 등을 일기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 [스포츠 라운지] 탤런트 출신 전자랜드 장내 아나운서 함석훈

    [스포츠 라운지] 탤런트 출신 전자랜드 장내 아나운서 함석훈

    “뜨리! 뜨리! 뜨리! 뜨리∼ 포인트.” 부천체육관을 처음 찾은 팬은 전자랜드 선수가 3점슛을 터뜨렸을 때 우렁찬 목소리에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내 이 사내의 목소리에 빠져든다. 달콤하거나 중후한 멋은 없지만 흐름을 꿰뚫고 조곤조곤 설명해 주는 덕에 팬들은 경기를 120% 즐긴다. 프로 출범 이후 11시즌,10년 내내 개근한 전자랜드의 장내아나운서 함석훈(39)씨다.“지난 시즌 전자랜드가 바닥을 긴 탓에 너무 힘들었어요. 홧김에 술 먹다가 살만 쪘죠. 하지만 올시즌에는 플레이오프까지 오를 겁니다.” ●“본업은 탤런트랍니다” 그는 중앙대 연극영화과에서 연기를 전공한 뒤 KBS 탤런트 공채 14기로 뽑힌 엄연한 직업 배우다. 동기 이병헌과 김호진, 손현주처럼 뜨진 못했지만 1991년 ‘TV 손자병법’을 시작으로 15년째 드라마와 영화판을 오가며 조연 및 단역으로 열연중이다. 동양 레슬링 챔피언 역할로 사랑받았던 ‘야인시대’ 이후 뜸했지만 지난해 성공을 거둔 ‘부활’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뽐냈다. 탤런트인 그가 어쩌다가 농구판에 뛰어들었을까. 끼가 넘쳤던 그는 큰 형님뻘 대학동기인 개그맨 이홍렬과 사회를 자주 봤다. 그 모습을 눈여겨 본 지인이 프로농구가 생기니 장내아나운서를 해보라고 제의했던 것. 데뷔무대는 프로출범을 앞두고 열린 96년 코리안리그. 장내아나운서의 원로 격인 염철호(72)씨가 메인을 맡고 조금씩 자투리 시간을 얻어 마이크를 잡았다. 농구로 치면 식스맨으로 데뷔한 셈.“학생여러분, 장내가 혼란스러우니 자리를 지켜 주세요. 질서를 지키세요.”라는 꼬장꼬장한 멘트로 유명한 염철호씨 밑에서 기본을 배웠다. 선수 교체를 소개할 때 ‘서브스티튜션(substitution)’이 아니라 무심코 ‘멤버 체인지’라는 콩글리시를 썼다가 혼줄이 났다. ●“목소리가 나올 때까지 마이크를 잡고 싶다” 프로 원년인 97년, 나래 시절은 고생도 많이 했지만 보람도 컸다. 연기자로 입지를 굳히지 못한 그가 장내 아나운서를 하기 위해 빠져 나가는 것을 PD들과 선배들은 못마땅해했다. 게다가 스포츠 불모지 원주에서 무명 선수들이 모인 나래의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이나 다름없었던 것. 하지만 나래는 그해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고, 정인교는 그가 붙여준 ‘사랑의 3점슈터’란 별명에 걸맞은 스타로 우뚝 섰다.“원주 시민의 사랑, 정말 대단했죠. 덩달아 저도 유명해져서 술값 한 번 내본 적 없어요.”라며 그 때를 떠올렸다. 11번째 시즌을 맞은 그의 감회는 남다르다.“선수들의 기량은 좋아졌는데 팬의 열기는 조금 식은 것 같아 아쉽죠. 그리고 다들 승패만을 좇는 것 같아요. 코트 밖에서 뛰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를 내려 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털어 놓았다. 농구 장내아나운서 모임을 직접 만들어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후배들의 실수를 따끔하게 지적하는 엄한 선배지만, 신참들이 그의 아나운싱을 연구할 만큼 존경받고 있다. 그는 “뜨는 것보다 주현 선배처럼 편안한 배우가 되고 싶죠. 장내 아나운서로는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까지 계속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두 마리 토끼를 몰고 있는 그가 간절히 원하던 배역의 촬영과 전자랜드 홈경기가 겹친다면 어떻게 할까.“농구는 대본이 없기 때문에 짜릿함이란 말로 표현 못해요. 당연히 마이크를 잡아야죠.”라고 즉답했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출생:1967년 10월5일 서울생 ●학력:반포초-반포중-서울고-중앙대·대학원 ●가족:아내 김소은(35)씨와 아들 승호(9) ●취미:골프 ●주량·흡연량:소주 2병·담배 1갑 ●출연작:TV손자병법-딸부자집-야망의 전설-야인시대-무인시대-불멸의 이순신-부활-대조영 ●장내아나운서 경력:나래-KBL-신세기-SK-전자랜드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맹목적 공격축구서 벗어나야

    한국 축구는 전통적으로 공격 지향적이었다. 우선 역대 대표팀 감독들이나 각급 지도자들이 대체로 공격 성향의 축구를 지도해 왔다. 지난 11일 시리아와 치른 아시안컵 최종 예선 2차전 당시 전반전이 끝난 뒤 대한축구협회 조정수(전 상벌위원장) 이사는 “1골을 내줘도 2골을 넣겠다는 각오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맛이 있어야지.”라면서 한국 축구의 대원로인 고 김용식 선생 때부터 면면이 이어져 온 공격 축구를 아쉬워했다. 한국축구가 공격적인 특성을 갖게 된 건 ‘상급 학교 진학’이라는 절대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중·고교에서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국 대회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했는데 이를 위해 지도자들은 우선 골을 많이 넣을 수 있는 공격 지향의 작전을 전개함은 물론, 뛰어난 선수를 전방 공격수로 포진시켰다.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많은 선수들은 모두 그 시절 알아주는 특급 공격수였다. 그러다가 대학과 실업, 혹은 프로 구단으로 들어가면서 자신의 스타일과 팀의 요구, 그리고 지도자의 탁월한 판단과 지도로 위치를 바꿨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진철(전북)이다. 제주 오현고 시절 뛰어난 공격수였던 최진철은 숭실대로 진학하면서 수비수로 위치를 바꿨다. 이제는 한국 축구의 상징이 된 홍명보 역시 고교 시절까지는 공격형 미드필더였다가 고려대 진학 이후 중앙 수비수로 보직을 바꿨다. 배재고 선후배로 현재 대표팀의 우측 수비수 자리를 다투고 있는 송종국과 조원희도 고교 시절 특급 공격수로 활약했다. 최근 국가대표팀이 가나와 시리아에 맞서 거푸 실점을 허용하고 ‘고질적인’ 수비 불안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론 현재 거론되는 예닐곱 명의 전문 수비수들에 대한 기량 점검과 전술적인 호흡을 빨리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중·고교 시절부터 싹이 보이는 든든한 수비 재목을 긴 안목에서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천재적 감각의 뛰어난 공격수를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면 경기 전체를 장악하면서 팀 전체의 균형을 지켜내는 수비수는 상당 기간의 훈련과 경험에 의해 탄생되는 것이다. ‘어린 재목’들은 이제 프로와 각급 대표팀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길러낸 수비수를 단기적으로 얼마든지 기용할 수 있는 때가 됐다. 더욱이 최종수비로부터 모든 공격이 시작되는 현대 축구의 공간적 특성이 고교 축구에도 많이 도입되었으므로 이제는 중·고교 시절부터 대형 수비수를 육성하는 원대한 시야가 반드시 필요한 때가 된 것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부고] 조계종 휴암 대종사 입적

    불교 조계종 원로의원 휴암 정천 대종사가 15일 오전 5시35분 경남 고성 문수암에서 입적했다. 세수 76세, 법랍 60수.1947년 청담 스님을 은사로 득도한 휴암 대종사는 1950년 해인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쌍계사·은해사 주지를 거쳐 중앙종회 의원, 청담문도회 회장 등을 지냈으며 줄곧 문수암에 주석해왔다. 전 조계종 종정 성철 스님을 모시고 수행했으며, 현 종정 법전 스님과도 함께 수행한 수좌다. 영결식은 19일 고성 문수암에서 원로회의장으로 거행된다.(055)672-8078.
  • [부고] 통문관 창업 이겸로옹 별세

    해방 이후 국학자료의 보급기지 역할을 했던 인사동의 고서점 ‘통문관’의 창업자이자 고서적 수집가 산기(山氣) 이겸로옹이 15일 노환으로 서울 종로구 누상동 자택에서 타계했다.98세. 평안남도 용강 출신인 이옹은 16세때 서울 견지동의 작은 서점 선문옥의 점원으로 들어간 뒤 25세때 고서점 금항당의 젊은 사장이 됐다. 이후 금항당의 이름을 통문관으로 바꾼뒤 70여년간 운영하면서 국학에 대한 출중한 지식과 남다른 경영철학으로 통문관 신화를 만들었다.‘월인석보’,‘월인천강지곡’,‘독립신문’ 등 국보·보물급 고서와 고문서를 발굴했으며 ‘청구영언’ 등 국문헌을 발간하기도 했다. 그래서 통문관은 국어학자 이희승, 미술사학자 김원룡,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한 최순우 등 국학의 원로들이 사랑방처럼 드나들던 곳이었다.2000년 8·15 남북이산가족 상봉 때에는 월북 국어학자 류렬 박사가 남한을 방문했을 때 통문관에서 출간한 류 교수의 ‘농가월령가’ 책 두 권의 밀린 원고료라며 50만원을 건네기 위해 상봉장을 찾은 일화를 남겼다. 유족으로는 아들 동악(주식회사 제우스 회장), 동향(고려대 중문과 명예교수), 동연(고향각 대표), 사위 이영석(영창서림 대표)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삼성의료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7일 오전 8시.(02)3410-6914.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단신] 마니프 서울국제아트페어 17일 개최

    대중적 아트페어를 지향하는 제12회 마니프(MANIF) 서울국제아트페어가 17∼29일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다.‘김과장, 그림쇼핑 가요’란 타이틀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엔 신진부터 중진, 원로까지 국내외 작가 144명의 작품을 감상하고 정찰제로 구입까지 할 수 있는 기회.10호 크기 기준으로 30대 미만 작가 작품은 50만∼80만원대,30대 작가는 100만∼110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매일 관람객 2명을 추첨해 10호 안팎 크기 판화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입장료는 5000원, 학생 4000원.(02)514-9292.
  • [北 핵실험 파장] “안보전략 전면 재검토하라”

    [北 핵실험 파장] “안보전략 전면 재검토하라”

    전직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원로들이 12일 북한의 핵실험 강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미군의 전술핵 배치 등을 포함하는 국가안보전략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김성은 전 장관을 비롯한 14명의 전직 국방장관과 박세직 향군회장, 김상태 성우회장, 김영관 전 해군참모총장 등 군원로 17명은 이날 서울 송파구 대한민국재향군인회에서 북한의 핵실험 사태와 관련한 긴급 회동을 갖고 이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류적 범죄행위”라고 규탄하고 “대한민국은 6·25 이후 최대 국가 비상사태를 맞이하게 됐으며 1991년 12월 채택된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이에 따라 “우리 경제와 안보 및 외교 면에서 유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고 대북 안보전략과 작전계획을 비롯한 안보체계 전반에 대한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에 대해서는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단독행사 논의 중단 및 미국의 전술핵 한국 재배치 ▲대북 포용정책 즉각 중단 ▲한·미 연합작전계획 5027 즉각 수정 ▲정부 및 각 계층의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비상대책팀 구성 등을, 미 정부에 대해서는 전작권 조기 이양계획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보수단체 “대북포용정책 철회하라”

    북한 핵 실험 사흘째인 11일에도 보수단체들의 집회가 잇따랐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에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고 김대중 정부 때부터 이어온 대북포용 정책을 전면적으로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자유지식인선언, 라이트코리아 등 보수단체 대표들과 전직 군·경찰 간부, 교육자 등 100여명은 11일 국가비상대책협의회를 결성하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비상시국 선언을 했다. 협의회 상임의장을 맡은 김상철 자유지식인선언 공동대표는 선언문을 통해 “북한의 핵 실험으로 대한민국은 존망이 걸린 비상시국을 맞았다. 정부는 북한 핵개발을 도운 6·15 남북 공동선언을 폐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 미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제거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들은 한·미·일 공조체제 강화, 한·미연합사 해체 중단, 금강산관광·개성공단사업 등 대북지원 중단,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 솔선수범 실천, 노무현 정권 퇴진 등을 요구했다. 여기에는 강영훈 전 국무총리, 박홍 서강대 이사장, 김동길 태평양시대위원회 위원장, 박성현 서울대 평의원회 의장, 오자복 전 국방부 장관, 현소환 전 연합뉴스 사장, 황장엽 북한민주화동맹 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국민행동본부와 나라사랑어머니연합 회원 30여명은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북한 핵 실험 사태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 반민족 행위를 한 김 전 대통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고위 경제관료 출신들과 재계 원로들이 북핵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평화적 해결을 요청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원로자문단은 11일 회동을 갖고 북한의 핵실험이 초래하게 될 직·간접적인 파급 효과를 논의했다. 원로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 경제에 커다란 어려움을 야기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북핵사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파국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며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을 통해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남덕우 전 총리를 비롯해 송인상·김각중·김준성·이현재·이홍구·이승윤·나웅배씨 등 전직 총리나 경제부총리, 재무부장관, 전경련 회장을 지낸 원로들이 참석했다. 강신호 전경련 회장도 참석했다.안미현 윤설영기자 hyun@seoul.co.kr
  • 눈물·애환 어린 ‘애니깽’ 다시본다

    눈물과 애환의 멕시코 한인 이민사를 다룬 연극 ‘애니깽’이 12일부터 29일까지 대학로 아룽구지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애니깽’은 1905년 불법이민송출 음모에 걸려 멕시코 농장에 노예로 끌려간 조선인 1033명의 처절한 삶을 다룬 작품. 극작가 겸 연출가 고 김상열이 1988년 초연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지상낙원의 꾐에 속아 배를 탔다가 혹독한 무더위와 온갖 악조건 속에 고군분투해야 했던 조선인 이주 노동자의 후손들은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 자라는 용설란의 이름을 따 애니깽으로 불렸다. 이번 공연은 8년 전 타계한 고인의 연극세계를 기리고자 창단한 극단 김상열연극사랑(대표 한보경)이 멕시코 이민사 100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1995년 장미희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고,1998년 뮤지컬로도 만들어졌으나 연극으로는 16년 만의 재공연인 터라 연극계 선후배들이 발벗고 나섰다.원로 평론가 구히서(예술감독), 김벌래(사운드디자인), 마임이스트 남긍호(움직임), 등이 스태프로 참여하고, 지난해 김상열연극상을 수상한 박근형이 연출을 맡았다.고인의 아내인 한보경과 탤런트 방은희, 최정우 등이 출연한다.1만 5000∼2만원.(02)744-7304.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대선주자 한가위 행보 ‘6인6색’

    ■ 김근태-뉴딜 ‘상품화’ 고민·정동영-호남서 바닥훑기·고건-성묘후 ‘통합’ 구상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의장, 고건 전 총리 등 범여권의 대선 주자들은 이번 한가위 연휴를 본격 대선전을 앞둔 민심 읽기와 정국 구상으로 보낼 예정이다. 독일에서 지난 1일 귀국한 정 전 의장은 고향인 전북 순창에서 친지들과 차례를 지내고 선영을 둘러본다. 이어 이달 말까지 호남에 머물며 지역사회 원로들을 만나고 대학 강연에도 나선다.‘소원해진’ 호남의 민심을 훑으며 독일 구상을 가다듬고 내실을 다지겠다는 취지다. 핵심측근인 이재경 (사)21세기 나라비전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3일 “연말까지는 조용하면서도 할 일을 하는 ‘정중동’의 행보를 보일 생각”이라면서 “민심에 길을 묻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서울 도봉구 자택에 머물면서 연휴 직후 국정감사를 비롯한 정기국회와 하반기 당 운영 방안을 점검한다.4일까지는 서울경찰청 방문과 서울역 귀향인사 등 당 의장으로서 공식 일정을 소화한다. 기동민 보좌관은 “이번 연휴는 정국 흐름을 비롯해 머릿속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실타래를 푸는 시간이 될 것”이라면서 “특허를 출원한 뉴딜 구상을 어떻게 ‘상품화’시켜 ‘출시’할 것인지도 집중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고 전 총리는 이날 한가위 맞이 대국민 메시지에서 “서민생활은 하루가 고달프고,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민심을 다독였다. 한가위인 6일 전후에는 남양주의 선친 묘소를 찾고, 가족과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고 전 총리의 한가위 구상은 지론인 ‘중도실용개혁세력 통합론’의 현실화 방안에 모아질 수밖에 없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박근혜-자택서 국감준비·이명박-정책토론회 열어·손학규-울릉도·독도 방문 한나라당의 ‘빅3’는 이미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들어갔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3인3색의 대권 행보에 가속도가 붙을 것 같다. 9박10일 일정으로 유럽을 방문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추석 연휴에 별다른 약속을 잡지 않았다. 삼성동 자택에서 쉬면서 쌓인 피로를 풀 계획이다. 동생인 지만씨 내외 등 가족을 만나는 일을 빼면 특별한 외부 일정도 없다. 우선 추석 연휴가 끝나면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만큼 다른 주자와는 달리 국회의원 신분인 박 전 대표는 충실하게 국감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감을 통해 정국 운영 비전을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추석 연휴에 경기 이천의 부모 선영을 둘러보고 자문교수, 분야별 전문가와 함께 정책 토론회를 열어 이달 말 유럽 방문에서 보일 정책 아이템을 점검키로 했다. 추석이 끝나면 지방 강연이 많이 잡혀 있어 이를 통해 비전을 드러낼 준비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일각에선 이 전 시장이 이회창 전 총재를 예방한 것처럼 당 원로와 연쇄회동에 나서 ‘당심’을 공략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한 측근은 “추석이 끝난 뒤에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있는 만큼 지원 유세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100일 대장정을 계속하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추석 연휴에도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하는 일정을 예고했다. 무엇보다 추석 당일 국토의 동쪽 끝인 ‘독도의 상징성’에 비춰볼 때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손 지사는 오는 9일 오후 2시에 서울역에 입성,102일 동안 이어진 민심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정계개편 시나리오와 전망

    내년 연말 대통령선거에 앞서 대선정국이 조기에 달아오르면서 정치권의 대지각변동이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대표가 1일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의장도 이날 독일서 귀국하는 등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셈이다. 대선 스케줄을 감안하면 정기 국회가 종료되는 연말쯤 ‘정치권 빅뱅’의 발화점이 될 듯하다. 정계개편의 풍향계는 ‘올 추석 민심’이 좌우할 듯하다.‘한가위 민족 대이동’에 따른 추석 민심이 곧바로 향후 정계개편의 풍향과 속도를 규정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여야 대선주자들은 저마다 추석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새판짜기’를 위한 합종연횡에 착수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금까지의 백가쟁명(百家爭鳴)식 정계개편 논의가 현실에 착근하면서 고도의 수읽기와 탐색전을 겸비한 여야간 합종연횡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의 정계개편은 과거 정당 탈당과 신당으로 이어지는 단선적 흐름이 아니다. 여야간 수차례의 핵분열과 통합이 반복되는 ‘다층적·복합적’ 빅뱅이 예고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정권교체와 정권 재창출’의 갈림길에서 여야의 대선주자들은 정계개편의 ‘줄타기 곡예’ 속에서 사활을 건 정치게임을 시작한 셈이다. # 시나리오 (1) 민주·고건등 반한나라당 연합전선 정계개편의 1차 진앙지는 열린우리당이다.“이대로 정권을 내줄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 속에 정치적 생존을 정계개편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여권이 추진하는 ‘범민주개혁 세력 대연합론’은 ‘반(反) 한나라당 연합전선’과 맥을 같이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외부 선장론’은 다른 정파들과의 연대를 위한 ‘연결 고리’의 의미가 크다. 여권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고건 전총리, 시민·사회 세력 등 ‘반(反) 한나라당 세력’들의 ‘헤쳐모여’식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민주개혁 대연합의 ‘실행 코드’가 바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개방형 경선제)’다. 최근 여당은 ‘100% 국민참여’ 방식의 오픈 프라이머리를 결정했다. 하지만 최소한 고 전총리나 민주당의 동참을 끌어내지 못할 경우 흥행참패는 물론 정권 재창출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 시나리오 (2) 인터넷 중심 확산… 당사자들 펄쩍 완전한 ‘헤쳐모여 정계개편’이 힘을 받으면서 ‘이명박-노무현 연대론’도 한때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 대권 시나리오’다. 노 대통령의 ‘대연정론’에 입각, 중도 보수세력을 흡수할 수 있고 영호남 통합과 지역주의 청산 명분과 맞물린 가상 그림이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이 전 서울시장과 고려대 동문인 안희정씨 등이 메신저 역할을 맡았다는 그럴 듯한 풍문도 나돌았다. 최근에는 개혁 정체성이 맞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범여권의 후보로 내세우는 ‘노무현-손학규 연대론’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보수화가 심화될 경우 손 전지사가 여당행을 결단할 수도 있다.”며 ‘호객성’발언을 했다. 물론 당사자들은 펄쩍 뛰고 있다. 이명박·손학규 캠프에서는 “황당무계한 가설이다. 여당 내부에서 한나라당 내부를 분열시키려는 음모”라고 항변했다. # 시나리오 (3) 원로중심 反盧·非韓 통합신당 창당 ‘반(反)노무현 비(非)한나라당’의 정계개편도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노 대통령(친노그룹 포함)의 정계개편 배제 여부가 여권 내부에서 쟁점으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현재 여권 원로들은 ‘친노 배제론’으로 기울고 있다. 김원기 전국회의장과 정대철 상임고문, 이부영 전의장 등 원로들은 노 대통령을 빼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고 전총리, 국민중심당 등이 뭉치는 ‘반(反)노, 비(非)한’의 대통합 신당 창당에 의견 접근이 이뤄지는 중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결국 여당내에서 반노세력과 노 대통령의 결별이 이뤄져야 통합의 전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 일각에서 친노 세력들의 ‘노무현 신당’이 탄생할 경우 각개 약진 속에서 최종적 ‘후보 단일화’로 가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날 귀국한 정동영 전의장이나 김근태 의장 등의 주류파들은 “모든 정파의 힘을 합쳐야 한다.”는 입장이라 여권 내부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시나리오 (4) 중도개혁 실용주의 노선 확대 승부수 여권 정계개편의 핵심 고리는 고건 전 총리다. 고 전총리는 ‘중도개혁 실용주의’ 노선을 고리로 여야 정파를 떠나 폭넓은 지지 기반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승부수는 ‘비(非)호남, 비(非)정치권’을 망라하는 전국 조직의 창출이다. 기존 정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고 전총리는 내년 봄까지 ‘희망연대’와 ‘경제와 미래’ 등 자신의 외곽단체들을 확충하면서 세력 확대에 몰두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고 전총리는 내심 여권 단일 후보로의 ‘옹립’을 기대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정계개편의 고삐를 단단하게 쥐면서 범여권이 참여하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에서 최종 승부를 겨룰 가능성도 적지않다. # 시나리오 (5) ‘韓-民 공조론´ 정치판 흔들기 가능성 하지만 민주당의 노림수는 정계개편에서의 ‘캐스팅 보트’의 역할이다. 민주세력통합론, 한-민 공조론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 양당 내부의 변화를 촉구하면서 ‘헤쳐모여식 신당창당’을 무기로 정치권 판흔들기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한-민 공조는 호남 민심의 뿌리 깊은 한나라당 불신과 거부감을 넘어설 수 있을지 미지수다. 민주개혁세력의 적자임을 강조해 온 민주당의 내부 분열을 가속화시킬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에서 제기되는 정계개편의 핵심은 동서통합과 범보수연대다. 지역적 차원에서는 취약지인 호남, 충청세력으로 외연을 확대하고 정체성 차원에서는 뉴라이트계열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보수 진영을 끌어들여 ‘보수 대연합’의 진용을 짜는 것이다. 최근 당내에서 민주당과의 통합·연대론이 심상치 않게 불거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당내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손을 잡기 위해서 “대선후보를 제외한 모든 것을 다줘야 한다.”는 ‘올인론’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른바 ‘한나라당판 대연정 구상’으로 불리고 있지만 현재로선 성사 여부는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전통예술진흥원’ 세운다

    전통예술 진흥정책과 사업을 전담할 ‘전통예술진흥원’이 설립된다.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은 27일 국립국악원에서 전통예술 진흥대책 ‘비전 2010’을 발표, 현재 의원입법으로 발의돼 있는 ‘전통문화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안’과 연계해 전통예술진흥법을 제정, 이 법에 따라 전통예술진흥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기초연구를 거쳐 내년 3월쯤 초안을 마련할 전통예술진흥법에는 전통예술진흥원 설립을 비롯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통예술진흥 의무, 학교와 사회교육에서 국악교육 의무화, 국악방송 특별법인화 등을 담게 된다. 김 장관은 “현행 문화예술진흥법은 전통예술 분야를 11개 장르 가운데 하나로 다루고 있어 진흥에 한계가 있다.”면서 “국산영화 진흥을 위해 영화진흥법을 제정하고 영화위원회를 두고 있듯, 전통예술을 보호하고 대중화·산업화하려면 별도의 전담기구가 필요하다.”고 전통예술진흥원 설립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문화부는 전통예술 진흥을 위해 전국 150여개 전통연희단이 참가하는 제1회 전국 전통연희 축제를 내년 추석 무렵 한강변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또 ‘송파 서울놀이마당’을 전통연희 특화 공연장으로 지정, 인근 롯데월드와 연계해 관광효과를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내년 말에는 ‘대한민국 국악대상’을 신설, 전통음악·무용·연희 등 분야별 유공자와 원로에 대한 정부포상을 실시하기로 했다.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정치플러스] 與 前의장단 새달2일 회동키로

    열린우리당 전직 당의장들을 비롯한 원로그룹이 다음달 2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대철 상임고문 주선으로 열리는 이번 회동에서는 최근 정치권의 화두로 부상한 ‘범여권 대통합론’을 비롯한 정계개편 문제가 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돼 논의의 결과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정 고문은 이날 오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여당과 민주당, 고건 전 총리 등을 아우르는 대통합 신당을 추진해야 한다.”며 “조만간 노 대통령을 만나 이를 건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 상하이방 퇴출… 中 권력투쟁 ‘가열’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천량위(陳良宇) 상하이시 공산당 서기가 비리 혐의로 해임됐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천 서기는 중공 중앙 서열 25위 이내인 당 중앙 정치국원인 동시에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정치 기반인 상하이방(幇)의 핵심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전·현직 지도부간의 본격적인 권력 투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동시에 중국 최고 지도부의 실질적 개편이 뒤따를 것으로도 전망된다. 신화통신은 “천 서기가 시(市) (공공기금 부당대출 등) 공금 비리 사건에 연루돼 해임됐으며, 정치국 위원직도 일시 정지됐다.”고 전했다. 천 서기 해임설은 지난해 10월 열린 제16기 당 중앙위 제5차 전체회의(16期 5中全會) 무렵부터 본격 등장했다. 권력은 승계받았으나 장쩌민 전 주석의 정치적 영향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고위직에 대한 물갈이를 통해 권력 강화를 꾀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지난해 연말부터 상하이방의 마지막 보루인 황쥐(黃菊) 부총리가 한동안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뒤로 이같은 전망은 더욱 표면화됐다. 이후 진행된 중앙 정부 차원의 ‘반부패 투쟁’ 작업은 상하이방을 겨냥해나갔다. 사정의 칼날은 상하이 부동산 개발업자인 저우정이(周正毅) 눙카이(農凱)그룹 회장, 장룽쿤(張榮坤) 푸시(福禧) 투자회사 회장, 주쥔이(祝均一) 상하이시 노동 및 사회보장국장 등 외곽에서부터 옥죄어 왔다. 이어 장 전 주석의 측근인 왕서우예(王守業) 전 인민해방군 해군 부사령관(중장), 또 다른 상하이방의 거물 자칭린(賈慶林)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측근인 류즈화(劉志華) 베이징시 부시장 등에까지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상하이방이 마지막 거두인 황쥐 부총리도 이번 수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황쥐 부총리의 부인 위후이원(余慧文)이 경제비리 혐의를 받고 있다는 소문과 함께 다른 가족들도 기밀 유출 혐의로 내사를 받았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공 중앙은 다음달 열리는 제16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6기 6중전회)에 맞춰 31개 성(省)ㆍ시(市)의 당 서기, 성장을 비롯한 현(縣)ㆍ향(鄕) 등 지방간부를 차례로 교체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맞춰 후 주석은 자신의 권력 기반인 중국공산청년단(共靑團) 인맥 등을 중앙으로 흡수해 지도체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커창(李克强·50) 랴오닝(遼寧)성 서기, 리위안차오(李源潮·56) 장쑤(江蘇)성 서기 등이 공청단, 즉 ‘투안파(團派)’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왕치산(王岐山·57) 베이징 시장, 보시라이(薄熙來·56) 상무부장, 시진핑(習近平·53) 저장(浙江)성 서기 등은 혁명원로 자제들인 ‘태자당(太子黨)’으로서 후 주석의 지지 기반으로 간주된다. 이들의 등용은 제 2기 후진타오 체제(2007년∼2012년)를 선포할 내년 가을 17차 당 전국대표대회를 위한 기초 작업으로 여겨진다. 이 무렵이면 9인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리창춘(李長春) 당 이념담당 서기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이 모두 물러날 것으로 전망돼 명실상부한 후진타오 체제가 완성될 것으로 전망된다.jj@seoul.co.kr
  • 올 가을엔 그림 한 점 사볼까

    일반 대중을 향한 미술시장의 유혹이 뜨겁다. 얼어붙었던 국내 미술시장에 올들어 해빙의 기운이 도는가 싶더니 가을을 맞아 화랑과 미술품 경매사들의 행보가 바빠지고 있다.이번엔 특히 대중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저렴한 미술품을 대거 선보이고 있어, 가격 때문에 구입을 망설이던 미술 초보자들이 그림을 소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오는 28일 미술품 경매행사를 하는 서울옥션 윤철규 대표는 “고객들의 다양한 취향과 구매력에 부응하기 위해 출품작을 다양화 했다.”며 “미술시장이 불경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옥션 103회 경매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센터 A스페이스에서 진행된다. 평소 200여점이던 출품 규모를 440점으로 대폭 늘렸다. 여기엔 박수근 장욱진 유영국 이우환 등 유명 작가는 물론 이석주 노은님 강요배 김창영 김병종 황주리 등 중견 작가, 홍정표 여동헌 정진용 나형민 강영민 신치현 등 신진작가들의 작품이 골고루 포함돼 있다. 이 중 60%의 작품가격이 100만∼1000만원대이며,100만원 이하 작품도 74점이나 된다. 초보 고객들이 부담없이 작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전략. 특히 경매 현장이 아닌 TV를 통해 경매에 참여하는 방식도 처음 도입했다.케이블채널(DCN 미디어)이 생중계하는 경매상황을 시청하며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전화로 응찰할 수 있다. 단 경매 하루 전까지 전화응찰 의사를 경매사측에 알려주어야 한다. 출품작은 28일까지 서울옥션센터와 가나아트센터에 전시된다.(02)395-0331.# SIPA2006 최근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판화와 사진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판화 아트페어다.27일부터 10월1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가나아트, 갤러리 현대, 국제갤러리 등 52개의 국내 화랑과 공방, 니시무라 갤러리(일본), 레드게이트 갤러리(중국) 등 11개국의 21개 해외 화랑이 참여해 판화 1200여점, 사진 800여점 등 총 2000여점을 출품한다.국내 작가로는 이대원 김창렬 이우환 김종학 백남준 박서보 박수근 장욱진 천경자 김상유 김중만 김구림 등이, 해외에선 구사마 야요이, 호안 미로, 데이비드 호크니, 안토니 타피에스, 댄 플래빈, 양샤오밍 등이 참여한다. 만 레이, 타바드, 세실 보통 등 유명 사진작가들의 패션 사진을 선보이는 ‘패션 사진전’을 비롯,‘한·중·일 대표작가 판화전’,‘아티스트 얼굴 사진전’,‘중국판화전’ 등 특별기획전도 준비된다. 작품 가격은 최저 10만원대부터 8000만원대까지 다양하지만,50만∼100만원대 작품이 가장 많다. 입장료는 성인 7000원, 청소년 5000원.(02)521-9613.# 서울대 개교 60주년 기념전 유명 서울대 동문 작가들의 작품을 60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이색 전시로, 서울대 미대 동창회가 개교 60주년을 맞아 다음 달 12일부터 22일까지 서울대 박물관에서 마련한다.이종상 윤명로 이신자 권순형 등 서울대 미대 출신 원로·중견·소장 작가들의 작품 300여점을 선보일 예정. 대부분 5호 미만의 소품이지만 작가 인지도를 감안하면 시중가격은 수백만원대에 달하는 작품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판매는 선착순이며, 판매 수익금은 출품자와 서울대 미대가 50%씩 나누게 된다. 출품을 원하는 동문은 30일까지 미대 동창회 사무국(02-872-8065)으로 연락하면 된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사설] 학원이 초·중·고보다 3배나 많은 사회

    입시학원과 보습학원 등 학습 부문 사교육기관의 수가 지난 6월 말 현재 2만 7724곳에 이르러 초·중·고의 3배에 육박한다는 교육인적자원부 자료는 충격적이다. 도시 곳곳에 학원가가 형성되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 한편에는 학원빌딩이 들어서는 현상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막상 수치로 확인하고 보니 놀랍기만 하다. 더욱이 학원 수가 5년 새 두 배가 되었고, 증가 속도도 해가 갈수록 빨라진다고 하니 이러다간 공교육이 완전 붕괴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처럼 입시·보습학원이 기승을 부리는 까닭은 두말할 나위 없이 공교육이 제 몫을 못하기 때문이다. 평준화 정책이 도입된 지 중학교 과정은 37년, 고교 과정은 32년이 지났다. 처음 계획대로라면 전국의 중학생과 평준화지역의 고교생은 고른 학습환경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교사들에게 교육을 받아 사교육 의존도를 크게 줄였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며칠전 공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를 보면 이 땅의 학부모는 공교육 부문에서 OECD 가입국 평균치의 4배가 넘는 엄청난 부담을 지고 있다. 거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사교육비까지 감당해야 하니, 교육비 탓에 가계(家計)가 흔들린다는 불평이 결코 엄살이 아니게 돼 버렸다. 이처럼 지나친 교육비 부담과 과열경쟁을 피해 아예 외국으로 유학·연수를 가는 학생도 지난해 10만명을 넘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욱 갑갑한 일은, 사태가 이러한데도 그 진단과 처방을 놓고 교육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의견이 두 갈래로 갈려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마침 새 교육 부총리가 며칠전 취임했다. 교육계 원로답게 공교육을 되살리는 획기적이고도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국민 앞에 내놓기를 기대한다.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巨物’ 정치인과 ‘去物’ 정치인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巨物’ 정치인과 ‘去物’ 정치인

    얼마전 모 정당의 중하위 당직자와 점심식사를 하는 도중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수차례의 고위 당직은 물론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한때의 거물(巨物) 정치인이 당 행사에 자신도 참석하게 해달라는 민원성 부탁 전화를 해온 것이었다. 예의는 갖췄지만 의례적인 답변으로 통화를 끝낸 당직자는 “편안하게 집에서 쉬며 노년을 보낼 것이지, 또 무엇을 하겠다고…”라고 냉소적으로 말했다.‘흘러간 물’이라는 표현도 썼다.“그 양반, 왜 그러는데?”라고 묻자 “18대 총선에서 다시 공천을 받으려고 그런 것 같습니다. 귀찮아 죽겠습니다.” 그는 요즘 이런 전화가 심심찮게 걸려온다고 덧붙였다. 불현듯 이춘구(李春九) 전 민자당 대표가 생각났다. 빈틈 없는 일처리로 국회 부의장과 두 번의 사무총장, 내무부장관,13대 대통령취임 준비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그는 1995년 드디어 민자당 대표 자리에 올라 거물 정치인의 위용을 뽐냈지만 대표직을 그만둔 얼마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해버렸다. 주변인사들이 극구 말렸지만 그는 뜻을 꺾지 않았다. 들어올 때와 나갈 때를 잘 아는 참 정치인이란 찬사가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그는 이후 정치권 관련 행사에 한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정치권과의 단절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꼬장꼬장한 정치인으로 유명한 그는 유달리 거물이 많았던 충북지역 국회의원 중에서도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당시 국회에선 이런 얘기가 회자됐다.‘충북 의원은 세 가지 유형이 있는데,C의원은 민원인들에게 100% 해결을 장담해놓고 되는 일이 하나도 없고,K의원은 민원 성공률이 반타작에 지나지 않고, 이춘구 의원은 민원인들의 면담을 거절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쫓아낸다.’ 그럼에도 지역구에서 그의 인기는 대단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물(巨物) 정치인은 많다. 그러나 그런 거물 정치인도 결국은 거물(去物) 정치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게 정치의 냉엄한 현실이다. 문제는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거물 정치인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옛날의 화려했던 시절을 못잊어 재차 정치권 진입을 시도하거나 자리를 탐하고, 이권 개입과 함께 뇌물을 수수하고 또 허장성세를 부리고…. 이른바 ‘추한’ 원로 정치인이 적지 않다. 자기 시대가 끝난 것을 인정하지 않는 탓이다. 올 정기국회가 끝날 즈음이면 대선 정국이 본격화될 것이다. 합당이니 정책연합이니 하는 말들로 이미 ‘군불때기’가 시작된 느낌이다. 여야 유력정당의 후보군에 들어가면 일단 거물 정치인 반열에 올라섰다고 봐야 한다. 당연히 책임과 의무가 뒤따른다. 무엇보다 1차적 책무가 경선결과 승복이다. 경선의 공정성이 담보되는 한 예상을 훨씬 밑도는 결과가 나와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깨끗이 인정하는 자세다. 그것이 존경받는 거물 정치인의 초보 단계다. 우리는 지난 몇번의 경선과정에서 그렇지 못한 불미스러운 일들을 목격했다. 그래선지 아직도 적지 않은 이들이 일부 후보의 경선결과 불복과 뒤이은 탈당 여부에 주목한다. 그런 다음에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게 바람직하다. 그것이 거물(巨物) 정치인은 많지만 존경받는 거물(去物) 정치인이 거의 없는 현실을 타파하는 길이다. 내년 대선 정국을 우려와 함께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는 이유다. jthan@seoul.co.kr
  • “국가발전 우선순위 과학에 둬야”

    “국가발전 우선순위 과학에 둬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1일 퇴임 이후 첫 외부 강연에서 ‘과학기술 지도자’의 포부를 밝혔다. 한국 엔지니어클럽이 초청한 강연에서다.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마주치자 “저도 과학도”라고 조크를 건네기도 했다. 서강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이날 강연의 의미를 나름대로 부여한 것이다. 강연에선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있느냐는 오직 과학기술에 달렸다.”면서 “과학 중심국가가 되려면 무엇보다 지도자의 관심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포문을 열었다.30∼40년 뒤에 먹고 살 문제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한 그는 “입으로만 중요하다고 하지 말고 국가발전전략의 우선순위를 과학기술에 두고 밀고나가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우리에겐 더 이상 다른 곳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진단도 곁들였다. 오랜만에 공개 강연에 나선 그는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화를 여러 차례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엔지니어클럽이 박 전 대통령 때 창설돼 원로 회원들과 인연이 깊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특히 베트남전에 한국군을 파병할 때의 일화를 언급하며 “린든 존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파병 대가로)어떤 지원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아버지는 키스트(KIST·한국과학기술원)를 지어달라고 했다.”면서 “오늘날 저에게 그런 제안이 온다면 저도 첨단 연구시설의 지원에 관한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해 회원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송두율칼럼] 일구의 모색

    [송두율칼럼] 일구의 모색

    오래 전부터 기획해왔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아직 실천에 옮기지 못한 계획이 하나 있다. 남북, 그리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학자들이 통일문제를 주제로 모여 전문적인 논의를 해왔던 ‘남북해외통일학술회의’와는 다른 형식과 내용의 모임이다. 남과 북, 그리고 해외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종교·과학과 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 가운데 몇 사람을 선정, 간담 형식으로 진행하는 모임인데 장소는 판문점이다. 서울이나 평양이 아니라 판문점을 택한 까닭은 판문점이라는 장소가 참석자들에게 주는 민족사적인 무게 때문이다. 또 간담회이기 때문에 학술회의처럼 까다로운 격식을 취하지 않고 자유스럽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그것을 녹음으로 남겨 정리하면 된다. 그러면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눌 것인가.21세기를 살아가는 현재 우리 민족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라는 질문에 대해서 참석자들은 그 대답을 단지 한 단어로써 표현하라는, 어려운 주문의 간담회를 열게 된다. 전문분야가 다르기에 참석자에 따라 서로 다른 대답이 나올 수 있다. 어떤 참석자는 ‘민주’라고, 다른 참석자들은 ‘정의’,‘평화’,‘사랑’ 또는 ‘아름다움’이라는 식으로, 대답은 여러 가지로 나올 수 있다. 물론 그러한 개념들을 하나하나 정확하게 정의하라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지적처럼 그것은 공놀이하는 어린애들에게 엄격한 규율에 따라 놀이를 해야 한다는 것처럼 부질없는 일일 수도 있다. 일본에서도 1980년대에 비슷한 발상 아래 이른바 사회원로들이 간담회 형식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일본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나 이념을 한때 ‘아름다움’으로 정리한 적이 있다. 그 후 ‘아름다움’은 ‘부국유덕(富國有德)’으로 변하였다. 그러나 차기 총리로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는 최근 ‘아름다움’을 다시 들고 나온다. 일반적으로 ‘아름다움(美)’은 참(眞)이나 선(善)과는 달리 특이한 정치적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강하게 전달한다. 보들레르의 ‘악의 꽃’으로부터 막스 베버는 진위나 선악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아름다움’의 특별한 의미를 읽었다. 또 이른바 탈현대적(脫現代的)인 분위기 속에서 미학과 윤리학의 통일문제도 다시 강조되고 있다. 날로 발달하는 정보매체의 힘을 빌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상적인 정치가 이미지로 잘 포장되어 대중을 동원하는 정치의 심미화(審美化)도 강조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일본의 보수세력이 또다시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것도 지켜볼 대목이다. 간담회의 기획의도로 다시 돌아가 보자. 일본과 달리 분단 속에서 오늘을 보내는 남북이 함께 동의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나 이념을 도출하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어떤 참석자는 ‘자유’를, 또 어떤 참석자는 ‘주체’를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는 대답은 민족분단의 상황에서 이른바 세계화로 표현되는 엄청난 도전을 맞아 남북이 합의할 수 있는 가치가 진정 무엇일 수 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기에 더 이상 교과서적인 대답으로 끝날 수는 없다. 어떤 당위적인 전제로부터 하나의 가치를 먼저 확정하는 연역적(演繹的)인 방법이 아니라, 분단이 빚어낸 체험공간 속에서 서로 달리 살아왔기 때문에 서로 다른 기대지평을 가질 수밖에 없는 참가자들이 서로 다른 경험세계로부터 어떤 보편적이고 가능한 원칙을 찾는, 일종의 ‘발견적 교수법(heuristics)’을 필자는 기대하고 있다. 선문답에서 일구(一句)는 가장 중요한 한마디를 뜻하며 만약 우리가 그 것에 집착하다 보면 어느새 늙어버린다고도 가르친다. 그러나 이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민족적 일구는 하나의 업보가 아니겠는가. 일본의 맥락과는 다르지만 필자의 일구는 ‘아름다움’이다. 우리 모두 일상생활에 쫓기지만 각자가 한번쯤은 민족의 미래에 관한 진정한 일구가 무엇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독일 뮌스터대학 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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