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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우 숙원 풀어준 ‘아름다운 비행’

    대한항공 정비사들의 봉사모임인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사나사)이 18일 장애인 27명과 함께 특별한 제주도 여행에 나섰다.●소리소문 없이 9년째 봉사 경기도 부천시 대한항공 원동기 정비공장에 근무하는 정비사들의 봉사모임인 ‘사나사’는 1998년부터 강화도에 있는 뇌성마비·정신지체·자폐 등 복합 중증 장애인들의 공동체인 ‘한우리 장애인마을’을 찾아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매월 목욕봉사는 물론 나들이 봉사, 명절 위문방문 등 소리소문 없이 해온 정비사들의 봉사활동이 이미 9년째다. 올해는 장애인의 날(20일)을 앞두고 한우리 장애인마을 가족들의 오랜 숙원인 제주 방문에 나섰다.장애인들이 비행기를 타고 제주여행을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정비사 김오년씨는 “장애인마을 주민들이 이전부터 제주에 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여러모로 어려워 미룰 수밖에 없었다.”면서 “다행히 회사에서 이 사실을 전해듣고 흔쾌히 나서 오랜 소원이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절망하지 않고 꿈을 이어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제주 방문에는 한우리 장애인마을 주민 20명과 인근 ‘작은 자들의 모임’ 주민 7명, 사나사 등 대한항공 봉사단체 회원 13명 등 모두 40명이 참가했다. 이 가운데는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만 하는 중증장애인 8명도 포함돼 있다. 사측은 이들에 대한 항공료와 나들이 비용을 전액 부담했으며 안전을 우려해 회사 소속 간호사를 동행시키기도 했다.●`끝전떼기´ 운동 통해 활동비용 마련 장애인과 봉사단은 이날 오전 10시쯤 제주도에 도착해 성산 일출봉과 제주 미니월드, 대한항공 제주 비행훈련원(정석비행장) 등을 견학하면서 제주의 봄을 만끽했다.장애인들은 비행훈련원에서 조종훈련을 위해 이용되는 비행 시뮬레이션을 바로 옆에서 구경하며 즐거워 하기도 했다. 하루 종일 제주 구경을 한 이들은 오후 6시쯤 서울로 돌아왔다. 한편 대한항공 사원들은 월급에서 백원 단위의 돈을 모으는 ‘끝전떼기’ 운동을 통해 봉사활동 지원금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봉사활동에 대한 지원도 이 기금에서 충당했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지금 경기도에선] 기업활동·투자 차별 실태와 대책

    [지금 경기도에선] 기업활동·투자 차별 실태와 대책

    경기도 화성시 장안산업단지내 3만여평에 LCD 광학필름 공장을 건립중인 3M은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다음달 31일 공장을 완공해 충남 아산 삼성LCD와 파주 LG필립스LCD에 부품을 본격 공급한다. 그러나 3M이 지난해 5월 착공식을 갖기까지 관련법 개정 지연 등으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다. ●손학규지사, 막히면 뚫는다 문제의 법은 수도권지역내 외국인투자기업 입지 허용기간을 제한하고 있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 시행령이다. 대기업 규모(종업원 300명 이상, 자본금 80억원) 외국인 투자기업은 2004년까지만 수도권 성장관리권역내 입주가 허용됐다. 따라서 당시 시행령이 개정돼 입주 허용기간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외국인투자기업의 착공은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3M 화성공장 기공식을 20여일 앞두고 국무총리실 주재로 열린 수도권 발전대책협의회에 참석, 산집법 시행령 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이해찬 총리가 지방균형발전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손 지사는 “3M은 경기도를 믿고 투자를 결정했는데 입주를 허용해주지 않으면 경기도뿐 아니라 정부가 국제적인 사기꾼이 될 수밖에 없다.”며 “내가 범법자가 되더라도 3M의 공장 기공식에는 반드시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법이 개정될 것으로 예상, 장기 투자계획을 세웠던 3M도 기공식 연기를 검토하는 등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이후 여론은 정부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정부는 결국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 오는 2007년까지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허용했다. 3M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기업들도 예정대로 기공식을 치를 수 있었다. 도 투자진흥과 직원들은 “당시에는 타이완을 투자처로 검토하고 있던 3M을 설득하는 것보다 중앙정부를 설득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외국인 투자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들이 각종 규제로 생산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수도권 역차별 시정해야 국내 대기업은 신증설 규제를 비롯해 수도권 공장총량제, 외투기업 임대단지 매입비용 부담비율, 지방세 과세 등 곳곳에서 역차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건설교통부가 매년 ‘공장총량제’에 따라 입지 허용면적을 정해 수도권 입지를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공장신축을 제때 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외투기업 임대단지 매입비용 부담비율(국가:지방)도 수도권은 40:60인 반면, 비수도권은 75:25가 적용되고 있다. 특히 국내 대기업은 원천적으로 수도권 공장입지가 금지되거나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이미 외국 첨단기업이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도 같은 업종에 한해 규제를 완화해야 이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밀억제권역내 기업의 지방세 과세에서도 수도권 지역의 기업에 부과되는 취득·등록세는 비수도권지역의 3배, 재산세는 5배에 달하는 등 차별을 받고 있다. 이밖에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해 최대 100억원까지 지원되고, 공장 신·증설과정에서 수도권 기업이 부담하는 각종 개발부담금이 비수도권에서는 전액 면제되는 것도 수도권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것이 경기도와 수도권 기업들의 주장이다. 김동근 도 정책기획관은 “기업이 입지여건에 따라 국가를 선택하는 현 상황에서 수도권 아니면 외국으로 나갈 기업들의 수도권 입지를 막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며 “정부가 규제한다고 수도권 기업이 지방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정부는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이밖에 건설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이 마련한 ‘3차 수도권정비계획안’과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 및 수정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서도 “단지 공공기관 이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령 개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수정법 개정은 글로벌 경제환경 속에서 수도권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또한 획일적이고 불합리한 규제로 인한 피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대한 깊은 문제인식 속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경기도는 강조한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역차별 막기’ 경기도 경제인 뭉쳤다 경기도 경제인들이 화가 단단히 났다. 정부가 각종 규제정책을 내세워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통해 기업을 못해 먹겠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경기도 경제단체연합회 등 50여개 경제단체 대표들은 지난 13일 경기도청을 찾았다. 최근 중소기업청이 입법 예고한 ‘지역신용보증재단법’ 시행령 개정안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시행령이 개정되면 중기청에서 경기신용보증재단에 배분될 출연금은 당초 250억원에서 142억원으로 축소될 것입니다.” 대표들은 “경기도에 대한 출연금이 연간 100여억원 삭감된다면 이로 인해 1만 1000여 업체에서 4000여억원의 보증피해를 입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보증실적에 비례해 출연금을 배분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지방의 모든 신용재단에 대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에 오히려 가중치를 둬 지원하는 것은 경기도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중소기업체수와 보증실적을 기준으로 출연금을 배분하라.”고 요구했다. 차별적 요소를 담고있는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기 위해 관계부처 항의방문과 언론홍보, 결의대회 등 다양한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경제인들은 정부의 수도권 규제정책이 가해질 때마다 힘을 결집해 공동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5월30일에는 ‘나라살리기·일자리 창출을 위한 범경기도민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도내 19개 상공회의소 등 57개 기관·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다중 집합장소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하거나 서명운동, 주요인사 항의방문 등을 통해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그동안 8차례 수도권 규제규탄 결의대회를 가졌다. 최근 정부가 수도권 소재 기업에 대한 법인세 및 소득세 감면혜택을 폐지하려 할 때도 강력 대응해 오는 2008년까지 기한을 연장시키기도 했다. 이로 인해 수도권 중소기업들이 연간 3737억원씩 3년간 모두 1조 1211억원의 조세감면 혜택을 받게 됐다. 이들은 최대 현안인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적인 첨단기업 신·증설과 공장총량제 폐지 등을 위해서도 투쟁의 수위를 낮추지 않을 참이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수도권 뺀 균형발전 정책 외국기업 유치에 걸림돌” “수도권을 배제한 지방 균형발전 정책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며, 오히려 나라경제만 더욱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문병대 경기도 경제단체연합회장은 18일 정부가 경제를 정치논리로 풀어가고 있다며 지방 균형발전 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현 정부가 지방 균형발전을 국정의 주요과제로 선정해 수도권 기업과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키고 각종 규제를 통해 기업의 수도권 입지를 막고 있습니다.” 문 회장은 “그렇다고 외국기업과 국내 첨단기업들이 지방으로 내려가기는 커녕 오히려 중국과 타이완 등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는 진정으로 지방을 살리는 게 아니라 표를 의식한 정치논리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특히 수도권을 죽여서 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정책은 수도권·지방 모두를 위축시키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노조가 강성인데다 규제가 많고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없어 기업 경영여건이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내몰렸으며 세계 어떤 기업이 한국에 투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미국도 현대자동차를 유치하면서 토지 무상 제공, 노사 무분규 보장, 세제혜택 등 파격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데 우리는 뭘 믿고 이렇게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고개를 저었다. 문 회장은 “정부가 국제 흐름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며 “세계의 화두는 ‘국가경쟁력’인 만큼 우리도 지방 균형발전이 아니라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양극화 문제와 관련,“양극화는 경제가 발전하면 수반되는 필연적인 현상이지만 이 정권 들어 더욱 심화됐다.”고 지적하고 “이는 기업을 발전시켜 일자리를 만들어 중산층을 두껍게 만들면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문 회장은 “하지만 못 사는 사람들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국가예산 사용이 복지부문에만 치우칠 경우 모두를 공멸하게 만드는 최악의 상황에 빠질 것”이라며 “정부의 수도권 정책이 이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심히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경기도는 중소기업의 33%가 있어 경제발전의 원동력인 만큼 하루빨리 수도권의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며 “지방이 자생할 있도록 정부가 나서 SOC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교육과 문화수준이 수도권과 평준화될 수 있도록 하는 상생발전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B사이드 스토리] 해외가수 내한 공연이 음반시장 파이 키운다

    [B사이드 스토리] 해외가수 내한 공연이 음반시장 파이 키운다

    국내에서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는 팝 전문 방송 또한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사실 국내 음악 시장에서 팝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나라와 비교가 힘들만큼 부진하다. 세계적인 가수를 부르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정상급 뮤지션을 위한 무대시설이나 관객 호응도를 비롯한 전반적인 요건 자체가 미비하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꼽히는 음반시장을 가진 일본은 음반 활성화 효과로 해외가수들을 불러 모은다. 중국은 한국 시장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거대한 시장 규모를 가졌기에 수많은 해외가수의 방문이 줄을 잇는다. 반면 한국은 해외가수의 세계 투어 일정에서 제외되는 일이 많다. 음반시장이 작고, 게다가 오랜 침체기에 빠져 있다. 그리고 문화적 차이로 인한 마찰로 한 번 다녀간 해외스타 대부분이 다시 방문하지 않으려 한다는 소문까지 돌기도 한다. 국내에서 팝을 듣는 인구도 현저하게 줄었고, 팝 전문 프로그램이 드물다보니 내한 공연을 홍보할 통로도 마땅치 않다. 오직 마니아층만 관심을 기울여 객석을 채우지 못하고 공연이 허다하다. 국내 가수 공연에 비해 비싼 입장료도 한 몫 거든다. 악순환의 고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마이클 잭슨 내한 공연을 추진하는 비용이면 국내 실력파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수십 번 할 수 있다고 외치는 팝 칼럼니스트도 있다. 솔직히 부담스러운 고액 개런티에 낮은 수익률을 감수하고 내한 공연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기획사가 얼마나 있을지 의구심도 든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해외 아티스트들의 방문이 오히려 음반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한다. 침체된 국내 음반시장, 나아가 음악산업을 회복시키기 위해 장기적인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수많은 음악 팬들의 욕구와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킬 기획이 선행돼야 한다. 내한가수도, 기획사들도, 팬들도 모두 윈-윈하는 방향으로 보다 많은 내한공연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say0290@cj.net
  • MK, 발걸음 무거운 中출장

    MK, 발걸음 무거운 中출장

    검찰의 현대차그룹 비자금 관련 수사가 23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정몽구 회장이 17일 2박3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했다. 검찰도 현대차그룹의 해외경영에는 정 회장이 빠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 별탈 없이 출장을 가게 됐지만 이번 출장은 한시적 조치여서 정 회장의 ‘운신의 폭’은 그만큼 좁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검찰이 정 회장 귀국 이후 소환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어 정 회장으로서는 2박3일간 산적한 중국사업 현안을 처리함과 동시에 귀국 후 대응방안도 동시에 고민해야 할 처지다. 정 회장은 이날 베이징시 루하오 부시장 등 시(市) 관계자들과 만나 “베이징 현대차 제2공장 및 연구개발 센터는 현대차의 중국내 성장 원동력이 돼 줄 뿐 아니라 중국 자동차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켜 줄 시금석 역할을 할 것”이라며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이어 제2공장 예정부지를 둘러보며, 차질없는 공장 건설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현지 관계자에게 주문했다. 내년 11월 가동 예정인 제2공장(연산 30만대)은 제1공장(30만대)과 함께 세계 3대 자동차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역할을 맡게 된다. 정 회장은 또 방중기간 중국 고위관계자들과 만나 비자금 사태로 공장 건설 등 현대차의 중국사업 전략이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수사에 대해 현지 파트너들이 불안감을 느끼면 중국공장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현대차의 대외신인도가 나빠지면 당장 제2공장 건설에 투자될 10억달러의 재원 마련에도 금리인상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 현대차 주변에서는 정 회장의 출장으로 검찰의 소환일정이 다소 늦춰져 시간을 번 만큼 중국에 머무는 동안 사태 수습 방안 등이 논의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은 원래 현안이 생기면 그 일에만 전력을 다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중국사업 구상으로 바쁜 와중에 비자금 사태 이후를 고민할 여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 회장의 수행 임원진은 설영흥 중국담당 부회장, 서병기 품질총괄본부장(사장), 이현순 연구개발담당 부사장 등 중국공장 관련 인사들로만 구성돼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법무실이나 로펌에서는 동행한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채양기 기획총괄본부장, 김승년 구매본부장, 이정대 재경본부장 등 이번 사건 관련자들도 당연히 동행하지 못했다. 정 회장은 출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자금 조성 지시나 위아·메티아 등 계열사의 부채탕감 과정 등에 대해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답했고, 사회공헌 등에 대해서도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지난 8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할 때와 입장이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가 사옥관련 김재록 알선수재∼글로비스·본텍 등 정의선 사장 지분승계 의혹∼위아·메티아 등 부실계열사 부채탕감 로비 등으로 복잡하게 이어졌지만 정 회장이 사안을 다 파악하지는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일고 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책꽂이]

    |실용| ●존 디어 웨이(데이비드 마지 지음, 조동권 옮김,W미디어 펴냄) 일본의 곤고구미(金剛組,578년 설립)는 14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또 1000년에 설립됐다는 프랑스 루아르 지방의 포도주업체 ‘샤토 드 굴랭’ 역시 1000년이 지난 지금도 운영되고 있다. 물론 이같은 초장수 기업은 특별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 책에서는 1837년 미국 중서부 시골의 작은 쟁기회사로 출발해 오늘날 세계적인 농기계 제조 회사로 성장한 존 디어의 성공비결을 소개한다.1만 1000원. ●존경받는 기업 발렌베리가의 신화(장승규 지음, 새로운 제안 펴냄) 세계 가전시장의 거인 일렉트로룩스, 통신장비시장의 선두주자 에릭슨, 초일류기업의 대명사 ABB, 대형트럭의 롤스로이스 스카니아, 단일약품(로섹) 최대 판매량을 자랑하는 아스트라제네카, 하이테크 전투기의 강자 사브…. 이들 기업을 이끌고 있는 곳이 바로 ‘유럽 최대의 산업왕국’ 발렌베리가(家)다.150년 동안 5세대에 걸친 세습경영에도 존경을 받는 원동력은 투명성과 사회공헌을 강조하는 그들의 경영철학이다.1만원. ●변화를 이끄는 자 리더(쉴라 머레이 베델 지음, 강헌구 옮김, 씨앗을 뿌리는 사람 펴냄) 미국의 독립선언문은 1322단어,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문은 268단어, 주기도문은 56단어로 이뤄져 있다. 이처럼 간단명료함은 리더가 갖춰야 할 의사소통 능력의 핵심이다. 책은 리더를 꿈꾸는 이들에게 테레사 수녀의 말을 들려준다.“위대한 행동이란 없다. 위대한 사랑으로 행한 작은 행동들이 있을 뿐이다.” 1만 2000원. ●하루 108배, 내몸을 살리는 10분의 기적(김재성 지음, 아롬미디어 펴냄) 경락이란 인체 내에서 기와 혈이 흐르는 통로이며, 생명이 흐르는 길이다.108배는 최고의 경락운동이다. 침을 놓거나 마사지를 통해 개개의 경락을 자극할 수는 있어도 108배처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우리 온몸의 기혈순환을 촉진시킬 수는 없다.‘몸과 마음의 대화’인 108배는 병이 들기 전에 몸과 마음을 다스려 질병을 예방한다는 한의학적 양생관에 가장 부합하는 운동으로 꼽힌다.1만원. ●우리말 속담사전(조평환·이종호 지음, 파미르 펴냄) 우리 선인들은 속담을 한문으로 나타내 사용했다. 그 중에는 우리말 속담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것도 적지 않다. 이 책은 한자어 속담을 제외한 우리말 속담만 1만여개를 골라 실었다. 현대 속담, 북한 속담도 포함돼 있다.3만 8000원.
  • [15일 TV 하이라이트]

    ●인사이드 월드(YTN 오전 10시25분) 시민들이 정부가 부패한 정치를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특정 국가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 부패한 정치를 일삼던 브라질과 우간다, 싱가포르 정부는 투명한 정치를 위해 부패 척결에 나섰다. 이러한 부패 척결은 지금 국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미디어 바로보기(EBS 오후 8시20분) 지역방송사들이 맡아야 될 지역 지상파 DMB사업구역을 두고 최근, 방송위원회에서는 수도권을 제외한 비수도권 전체를 단일권역으로 묶어 중앙방송사들이 사업권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어 마찰을 빚고 있다. 이에 지상파 DMB 논쟁에 대해 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SBS스페셜(SBS 오후 10시55분) 사막 위 기적의 도시라 불리며 중동의 다른 산유국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른 두바이. 중동 아랍에미리트의 7개 토호국 중 하나인 두바이의 변신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막위에 펼쳐지는 200조원의 대공사의 장관과 함께, 이런 대규모 건설붐이 가능한 배경과 이유를 분석해본다.   ●신돈(MBC 오후 9시40분) 아이를 낳은 반야는 명덕태후가 대궐로 아이만 불러들일 줄 알고, 미리 도망친다. 반야의 해산소식을 듣고도 공민왕은 노국공주를 볼 면목이 없다면서 모른 척한다. 명덕태후는 대노하여 초선을 불러들여 매질을 한다. 한편, 신돈은 매 맞은 초선을 간호하다가 지금의 자리에서 물러나면 부부의 연을 맺자고 말한다.   ●성장드라마 반올림#3(KBS2 오전 8시50분) 한때는 절친한 친구였던 아영과 시은. 하지만 그들과 함께 했던 은수의 죽음으로 둘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이 멀어졌다. 고등학교에 진학해 같은 반에서 다시 만난 그들. 다시 잘 지내보려는 시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색하기만하고, 심지어 사사건건 부딪치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신화창조(KBS1 오후 11시) 세계를 놀라게 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실리콘밸리에 우뚝 선 디자이너 김영세. 세계 3대 디자인상을 휩쓸고 빌 게이츠가 격찬한 MP3를 디자인한 디자이너다. 한국의 척박한 풍토에서 0.6초에 결정되는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디자인을 수출해 로열티를 받기까지 디자이너 김영세의 성공신화를 만나본다.
  • 한강공원 에티켓

    한강시민공원사업소는 14일 한강시민공원에서 지켜야 할 5가지 기본 에티켓을 제시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지킬 수 있는 일이다. 먼저 애완견은 가능한 한 공원에 데려 가면 안 된다.공공장소에 애완견 배설물을 그냥 두거나 지정된 공원에서 목줄을 매지 않으면 도시공원법에 의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공원의 인라인, 자전거 도로에서 오토바이나 50㏄ 미만 원동기형 레포츠를 즐겨서도 안된다. 이는 불법이다. 자전거나 인라인을 탈 때 안전장구를 착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에티켓이다. 요즘 안전장구 미착용으로 발생하는 사고가 늘고 있다. 휴지와 음식물 등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려 눈살을 찌푸리게 해서도 안된다. 비닐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되가져가거나 지정된 장소에 쓰레기를 버려야 한다. 공원내 화장실은 개선됐지만 형광등이나 비누를 가져가거나 거울을 깨는 등 불편을 끼치는 경우가 있다. 공공시설물을 아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물과 뭍에서 한강을 달린다

    물과 뭍에서 한강을 달린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연인과 함께 간단한 도시락을 챙겨들고 한강으로 봄나들이를 떠나볼까요. 봄꽃 향기가 싱그러운 강바람을 타고 코끝을 간지릅니다. 형형색색의 꽃동산으로 바뀐 공원에는 노란 개나리와 은백색 벚꽃 등 다양한 꽃들의 현란한 잔치가 벌여졌고, 쪽빛 강물은 파란 하늘을 담아 가슴을 활짝 열어 준답니다. 볼거리도 풍성합니다. 가족끼리 오순도순 한강변을 걸으며 봄꽃을 만끽해도 좋고, 자전거를 빌려 하이킹에 나서기에도 제격이랍니다. 아니면 최근 등장한 ‘해적 유람선’ 등 한강 유람선을 타고 한강 나들이에 나서도 좋고, 제트스키나 보트를 빌려타고 수상레포츠를 즐겨도 좋습니다. 낚시꾼들을 위한 낚시터와 국궁장, 파크 골프장은 물론 아이들을 위한 자연관찰학습장이나 수생식물원, 놀이시설, 전시관, 역사유물 등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한강은 최근 개봉한 영화 ‘청춘만화’와 ‘괴물’ 등 영화촬영의 명소이기도 하지요. 멀리갈 필요 있나요. 가까운 한강시민공원을 찾아 ‘한강의 봄’을 즐겨보세요. 최고의 레저·휴식 공간이랍니다. 글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강바람 꽃향기 강변길 200리 몸으로 눈으로 즐기며 ‘씽씽’ 싱그러운 강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자전거 하이킹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상쾌하다. 자전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건강에도 좋다. 한강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강변도로는 한강 남쪽은 강서구 개화동 강서지구에서 강동구 암사동 광나루지구까지 41.4㎞, 한강 북쪽은 광진구 광장동 광진교 북단에서 마포구 망원동 난지지구까지 39.3㎞에 이른다. ●싱그러운 강바람을 가르며 지난 9일 낮 12시 한강 여의도 시민공원. 전날 한반도를 휘감았던 황사가 걷히고 맑게 갠 한강은 어느 때보다 푸르름이 더했다.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로 나오자 은백색 벚꽃이 반겼다. 활짝 꽃망울을 터뜨린 벚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한강 나들이가 즐겁다. 널찍한 잔디광장에 내려서자 가족단위 나들이객들과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이 강변을 따라 난 도로를 산책하거나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원효대교 아래에 있는 자전거 대여점에 들러 자전거를 빌려타고 자전거 하이킹 대열에 합류했다. 대여료는 1인용의 경우 1시간당 3000원이며,15분 초과시마다 500원이 추가된다. 오랜만에 타보는 자전거 ‘페달’의 짜릿함이 몸으로 전해졌다. 강에서 불어오는 꽃바람이 머릿속을 상쾌하게 만들어준다. 한강 위로는 수십개의 가오리 연들이 꼬리를 물고 날아오르는 등 강바람을 맞으며 연을 날리는 시민들이 눈에 띄게 많다. 한강에는 제트스키와 보트가 물길을 가르며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선착장에는 유람선을 타려는 사람들로 길게 늘어섰다. 북적이는 공원을 벗어나 63빌딩 앞에 이르자 한적한 봄의 풍경이다. 잔디밭 위에는 옹기종기 모여 도시락을 먹거나 산책을 즐겼다. 광장에 설치된 그네를 타는 사람들과 아이들은 흙을 밟으며 즐겁게 뛰어놀았다. 눈길을 끄는 파크 골프장에는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잔디 위를 오가며 즐겁게 골프를 즐겼다. 파크골프는 경기 방식은 골프와 비슷하나 골프공보다 큰 지름 6㎝ 크기의 플라스틱 공을 이용한다. 장비 대여료는 5000원이며, 문의는 한국파크골프협회(412-4397). 자전거의 종류도 다양하다. 혼자 타는 ‘1인용’과 연인들이 애용하는 ‘2인용’은 평범한 것. 가족들이 함께 타는 ‘3인용’은 물론 누워서 타는 이색 자전거들이 눈길을 끌었다. 복장도 알록달록한 복장에서부터 구두를 신고 타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자전거 전용도로로 차가 다니지는 않지만 인라인스케이트와 산책하는 사람들이 오고가 한눈을 팔면 다소 위험할 수 있다. 꽃구경 등은 도로 한편에 자전거를 잠시 세워놓은 뒤 구경하는 것이 좋다. 집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나왔다는 주부 김현주(43·영등포구 신길동)씨는 “가족들과 함께 자주 한강을 찾는데 이맘 때가 가장 아름답고 자전거를 타기 좋다.”면서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 한 바퀴 한강 공원 곳곳에는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한 바퀴 돌 수도 있다. 가장 동쪽에 있는 광나루지구를 출발한다면 잠실∼잠원∼반포∼여의도∼양화∼강서지구까지 간 뒤 강을 건너 난지∼망원∼이촌∼뚝섬을 거슬러 와야 한다.80㎞가 넘는 거리로 최소 4∼5시간은 잡아야 한다. 한강 동쪽 끝에 있는 광나루지구는 최적의 하이킹 코스다. 자전거도로가 6.4㎞에 이르며, 서울시 유일의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각종 수상레저 활동이 금지돼 있어 물이 맑고 깨끗하다. 한강상류로부터 유입된 토사가 퇴적돼 형성된 호안과 대규모 갈대군락지가 있으며, 북쪽 아차산 수목의 푸름과 잘조화돼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인근에 암사 선사유적지와 풍납토성, 몽촌토성 등이 있다. 잠실지구는 성내천에서 잠실 수중보를 지나 영동대교와 잠실철교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자전거도로가 6.3㎞에 이른다. 각종 꽃과 나무들이 잘 조성된 자연학습장이 있다. 반포대교와 동작대교 사이에 있는 반포지구는 자전거도로가 7.2㎞에 이르러 젊은 연인들에게 인기 있는 하이킹 코스다. 둔치 중간에 있는 인공섬은 물길을 따라 자연석 호안가에 의자와 수양버들이 드리워져 있다. 이곳은 붕어와 잉어가 잘 낚이는 지점으로 낚시인들에게도 인기가 있다. 서쪽 끝 강서지구는 습지생태공원과 체육공원의 테마형 공원으로 숲길을 따라 3.1㎞의 자전거 도로를 갖추고 있다. 호젓한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기에 좋다. 가양대교 북단(난지천)과 성산대교 북단(홍제천) 사이에 있는 난지지구는 여가·레저 및 습지생태공원 기능을 고루 갖춘 공원으로 13.2㎞의 자전거도로를 갖췄다. 한남대교와 마포대교 사이 북단에 있는 이촌지구는 12.6㎞의 자전거 도로가 있으며, 잠실대교와 한남대교 사이에 위치한 뚝섬지구는 자전거 도로만 14.2㎞에 달해 가장 긴 자전거 도로를 갖췄다. 한강공원이 조성되기 전부터 강변유원지로 유명한 곳으로 선상레스토랑과 수영장 등 각종 레저시설을 고루 갖췄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복장은 밝은색 계통으로 안전장비 반드시 착용을 한강에서 자전거를 즐기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자전거를 타기에 앞서 헬멧 등 안전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또 한강변을 달리는 만큼 추락사고 등에 주의해야 하며, 인라인스케이트와 보행자 등은 물론 일부 구간에서 자동차와 함께 달려야 해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햇볕이 따가운 여름철에는 자외선 차단크림을 바르고,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복장은 통풍이 잘되고 눈에 잘 띄는 밝은색 계통이 좋으며, 되도록 팔과 다리가 노출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전거는 선유도공원을 제외한 전 지구에서 대여할 수 있으며,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일몰 전까지이다. 대여료는 1인용은 1시간당 3000원이며,15분 초과시마다 500원이 추가되며,2인용은 6000원이며,15분마다 1000원 추가된다. 대여시 신분증을 맡겨야 한다. 일회성으로 타려면 빌리는 것이 좋지만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려면 구입을 하는 것이 좋다. 자전거는 알루미늄이나 카본, 티타늄 등 가벼운 소재의 자전거가 많으며, 보통 15∼21단의 기어를 갖춘 것이 많다. 한강시민공원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공원들이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0월 1일부터 승용차는 요일제 차량만 주차할 수 있으며,1일 3000원의 주차비를 내야 한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한강에 해적선? 동심의 세계로 9일 벚꽃이 만발한 여의도 선착장. 매표소 앞에는 테마유람선 ‘해적선’을 탑승하려는 인파로 가득했다. 오색기가 나부끼는 선착장에선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해적선에 올라서자 얼굴에 흉터 자국을 새긴 선원들이 승객을 맞는다. 다정한 말투에도 아이들은 겁먹은 표정이다. 해적선은 전시회장을 연상시켰다. 앞쪽에는 칼과 해골이 그려진 깃발을 매단 5m 길이 돛대가 놓여 있었다. 위아래로 끌어 올리도록 제작됐다. 1층 외부 난간에는 형형색색의 방패 36개가 붙어 있고, 배 뒤쪽에는 보물섬이라 쓰인 해골 등 조형물이 보였다. 해적선 내부에는 벽화가 가득했다. 감옥에 갇힌 노예가 배를 젓는 모습과 수많은 금이 쌓여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술저장고, 대포조형물, 칼 등 소품도 보였다. 천장에는 밧줄을 주렁주렁 매달아 선박의 느낌을 살렸고, 한강 전경을 바라보며 음료를 즐기도록 앉을 자리를 마련했다. “해적선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꼬마 친구들, 안녕” 보라색 치마를 입고 검은색 부츠를 신은 집시 여성인 ‘웬지’가 명랑한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선장 인형을 뒤집어쓴 ‘루크 선장’은 갈고리를 흔들며 인사했다. 신난 표정으로 선장과 다정히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무섭다.’며 울음을 터뜨린 아이도 있었다. 남성 해적인 ‘터리숭숭’‘누니부리’ 주방장 ‘까비’도 무대 중앙에서 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췄다. 이들은 칼이나 채찍을 휘둘러 해적선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저작권 문제로 이들의 이름은 피터팬 등장인물을 조금씩 바꿔 지었다. 배가 선착장을 떠나자 음악이 동요로 바뀌었다. 아이들과 어른들은 주전부리를 판매하는 매장을 맴돌며 한강 유람을 즐겼다. 20분 후 웬지가 “피터팬이 공격해올 것 같다.”고 소리쳤다. 루크 선장도 “알람소리가 들린다.”며 뒷걸음쳤다. 뿌연 안개가 바닥에서 올라왔다. 배가 흔들리더니 대포 발포소리가 이어졌다. 아이들은 놀란 표정으로 해적 선원의 움직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어른들은 아이들 반응에 웃음을 터뜨렸다.“꽉 잡으라.”는 경고와 함께 배가 회전하며 좌우로 마구 흔들렸다.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어지럽다고 불평했지만,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다녔다. 웬지가 “피터팬을 봤느냐. 착한 사람에겐 보였을 것”이라고 말하자 몇몇 아이들이 “보지 못했다.”며 울쌍을 지었다. 선원들이 피터팬이 자꾸 와서 걱정이라고 푸념하자 한 아이가 “힘센 우리 아빠가 혼내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바탕 소동이 끝난 뒤 유람선 직원들은 한강의 역사를 영어로 설명했다. 1시간쯤 흘러 레크리에션 댄스가 시작됐다. 선원들이 2층 중앙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탑승객이 율동을 함께 따라하는 것. 아이들이 주변에 둘러서서 열심히 춤을 배웠다. 작은 아이들은 목을 한껏 빼내 선원의 율동을 유심히 쳐다봤다. 유람선에선 흥겨운 댄스파티가 펼쳐졌다. 아들(8), 딸(5)과 승선한 홍정미(36)씨는 유쾌한 시간이었다고 만족해했다.“동화책에서 읽은 해적선처럼 실감나게 장식해 아이들이 흥미로워한다.”고 했다. 딸 승희양도 “무섭지 않았어요. 춤추는 게 재미있어 또 올거예요.”라고 말했다. 웬지역을 맡은 김설희(24)씨는 “어른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고, 아이들은 꿈을 펼칠 퍼포먼스라 가족에게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어른들이 술에 취해 해적 선원의 퍼포먼스를 방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낮엔 해적·밤엔 쿰비아 공연 테마유람선 ‘해적선’(Pirates of the Caribbean)이 한강에 떴다. 한강유람선 7척 중 21세기호(정원 216명)를 동화에 나오는 해적선 분위기로 리모델링했다. 배 앞쪽에 칼과 해골을 그린 깃발을 매달고 노예들이 배 젓는 모습을 벽화로 담았다. 해적선 1·2층 중앙홀에선 낮에는 해적들의 공연이, 밤에는 흥겨운 쿰비아(Cumbia) 공연이 펼쳐진다. 쿰비아는 카리브해 인근 콜롬비아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3인조 외국인 밴드다. 민속관악기로 카페 분위기를 연출한다. 해적선은 오전 11시, 오후 1시30분,3시30분 등 하루 3차례, 쿰비아 해적선은 9시30분에 운항한다. 여의도 선착장을 출항해 동작대교 앞에서 돌아오는 유람선 운항료는 어른 1만 4600원, 어린이 7300원. 월요일에는 공연이 없다. 생일이나 기념일을 맞은 승객에겐 쿰비아 밴드가 에콰도르 민속품을 선물로 증정할 예정이다. 문의 02)3271-6900, 홈페이지 www.hanriverland.co.kr ■ 선유도에 가면 나도 ‘영화 주인공’ “낡은 것이 아름답다.” 서울시내 한강시민공원의 12개 지구 가운데 우리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곳으로 단연 선유도(仙遊島)가 꼽힌다. 한때 서울의 서남부 지역에 물을 공급했던 선유정수사업장을 그대로 놔둔 ‘재활용 생태공원’이다. 부서진 콘크리트 기둥과 녹슨 철근더미에서 시간의 향기가 배어 나온다. 바야흐로 ‘도심 재생’의 시대가 다가오는 것이다. 헌것을 부수고 새것을 짓는 게 미덕인 시대는 이제 지났다. ●공원으로 다시 태어난 물공장 선유도는 겸재 정선의 진경 산수화에도 나올 만큼 빼어난 비경을 자랑했다. 하지만 1920년대 대홍수로 제방을 쌓고 1960년대 여의도 비행장 건설에 필요한 암석들이 채취되면서 비경은 온 데 간 데 없어졌다.1978년부터는 서울시 서남부의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이 들어섰다. 그 뒤 2002년 선유도공원으로 다시 만들어지기까지 선유도는 ‘닫힌 공간’으로 남아있었다. 건축가 황두진씨는 ‘당신의 서울은 어디입니까’라는 책에서 “건축가 조성룡에 의해 다시 태어난 선유도를 통해 물의 도시로서의 흔적을 발견했다.”면서 “한강 지류가 흘러드는 곳에 교하를 발달시켜 항구로서의 기능을 보완한다면 서울의 항구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선유도는 세계조경협회 동부지역회의 조경작품상, 미국조경가협회 디자인상, 한국건축가협회상 등을 받기도 했다. ●낡은 콘크리트와 자연의 조화 선유도 공원은 테마별로 나뉜다. 우선 공원 한가운데 1000평 크기의 ‘녹색 기둥의 정원’은 정수지 지붕을 걷어내고 30개의 기둥만을 남겨놓은 곳이다. 기둥 윗부분 튀어나온 철근과 부서진 부분은 건드리지 않았다. 담쟁이덩굴이 기둥을 감싸면서 올라와 낡은 구조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약품 침전지를 재활용해서 다양한 식물의 세계로 만든 ‘시간의 정원’도 볼거리다. 낡은 구조물과 대비되어 시간의 흔적을 보여준다고 해서 시간의 정원이라고 이름이 붙었다. 방향원, 덩굴원, 색채원, 소리의 정원, 이끼원, 고사리원, 푸른 숲의 정원, 초록벽의 정원 등 주제별로 꾸며진 작은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선유도에서는 화장실조차 범상치 않다. 둥그스름한 건물 외관은 정수장 구조물을 그대로 놔두었기 때문에 정수장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물론 화장실 내부는 최신식이다. 이처럼 화장실뿐만 아니라 환경놀이마당, 원형극장, 환경교실 등 ‘4개의 원형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밤이면 동화나라로 변신 선유교는 양화지구와 선유도를 잇는 보행전용다리다. 아치형으로 만들어져 ‘무지개 다리’로도 불린다. 다리 초입부의 너비는 14m지만 다리 중앙으로 갈수록 너비가 4m까지 좁아진다. 바로 아래는 한강이어서 아찔한 느낌을 준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기까지 하지만 안전하다. 특히 밤이면 환상적인 무지갯빛 조명이 반짝거리는 강물과 어우러진다. 선유교 하류에서는 202m 높이의 물줄기가 하늘의 문을 두드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지난 8일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월드컵분수대. 평일에는 오후 1시·오후 6시부터 30분 동안 두 차례씩 가동하며, 주말(토·일·공휴일)에는 오후 1시·6시·8시 3차례 가동된다. ●드라마·영화 촬영지로 뜬다 최근 개봉한 권상우, 김하늘 주연의 ‘청춘만화’에서 주인공들이 풋풋한 사랑을 빚어낸 공간도 선유도였다.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 김기덕 감동의 ‘사마리아’ 등에서도 선유도가 등장했다. 선유도 어디에서 사진을 찍건 풍경화에서나 나올 법한 분위기여서 ‘디카족’들의 인기를 독차지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웨딩 촬영을 하는 사람들도 간간이 보인다. 차량(장애인용 차량 제외)은 진입할 수 없다. 지하철 2호선 당산역 1번 출구에서 1.3㎞, 지하철 2·6호선 2·8번 출구에서 1.3㎞. 양화대교 북단에서 남단으로 가다 보면 선유도 정문이 나온다. 주말·공휴일에는 1차 입장객이 1000명이 넘을 경우 입장 인원을 통제하기 때문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02)3780-0590.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세계대학 경쟁력 탐사보고서-명문대 교육혁명] (1) 美 스탠퍼드대학

    [세계대학 경쟁력 탐사보고서-명문대 교육혁명] (1) 美 스탠퍼드대학

    21세기들어 세계각국은 대학개혁과 대학의 경쟁력 향상에 더욱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이 축적한 지식과 배출하는 인재들은 바로 사회의 잠재력이며 변화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세계 명문대학들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또 세계 명문대학들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는지를 현지 취재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팔로알토(미국 캘리포니아주) 안동환특파원|2002년 캘리포니아공대(Caltech)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예레나 블코빅 전자공학과 조교수. 그녀의 연구실은 크리스마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수년째 양자(quantum) 컴퓨터 개발 연구를 하는 블코빅 교수는 종신재직권(tenure·테뉴어) 심사를 앞둔 4년차이다. 그녀가 테뉴어 심사 대상이라는 걸 모두 알지만 쉬쉬한다. 같은 과 연구실의 젊은 교수들도 심사 대상이다. 그들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스탠퍼드는 교수 사회에서 ‘조교수의 무덤’으로 통한다. 테뉴어를 주지 않기로 악명이 높은 탓이다. 사회학과는 지난 15년 동안 단 1명만 받았다. 스탠퍼드에서는 부교수가 아닌 조교수가 심사 대상이 된다. 스탠퍼드가 최근 5년 동안 채용한 교수는 565명. 종신교수가 되는 비율은 심사에 오른 10명 중 2∼3명꼴이다. 미 평균인 40∼50%보다 훨씬 가혹하다. 국내대학 교수들의 경우 과거보다는 다소 어려워졌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정년은 보장되는 편이다. 스탠퍼드 교수들은 국내 교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는 셈이다. 지난 2002년 ‘자동정년 보장제도’를 폐지한 서울대도 고민이 깊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교수 질을 높이려고 정년 제도를 바꿨지만 정작 테뉴어 심사에 탈락한 교수들이 갈 데가 없어 머물고 있다.”면서 “느슨하게 뽑고 테뉴어 심사를 통해 가차없이 내치는 외국과 국내대학을 비교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치열한 테뉴어 경쟁은 젊은 교수들을 연구 업적에 매달리게 한다. 통상 3∼5년 안에 테뉴어를 받지 못한 교수는 ‘통지서’를 받는다. 일명 ‘방출 예고’다. 다른 대학이나 연구소를 알아보라는 편지이다. 테뉴어 심사는 5∼6단계에 걸쳐 1년 동안 진행된다. 외부 인사들이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백악관 과학 자문역이었던 아서 비에넨스톡 연구 부총장은 “세계적인 수준의 교수라도 정년이 보장되면 연구에 소홀해진다. 정년 보장은 가혹할 정도로 엄격해야 탁월한 수준의 업적이 나온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스탠퍼드 출신들은 연구소보다 기업의 ‘러브콜’을 많이 받는다.‘예의바른’ 동부의 아이비리그 출신보다 ‘현장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한복판에 있는 스탠퍼드가 키워내는 건 그야말로 ‘시장이 알아주는 인재’이다. 샌프란시스코의 투자분석가인 이새론(24)씨. 그는 지난해 12월 스탠퍼드를 졸업했다. 그는 4학년 때 ‘메이필드 펠로십’이라는 기업가 과정을 이수했다. 투자 분석부터 개발전략까지 9개월 동안 MBA 수준의 단련을 받았다. 새론씨는 그 경험을 살려 실리콘밸리의 분석가로 일하고 있다. 학교 인프라로 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한다. 학내 기구인 ‘스탠퍼드 특허팀(OTL)’은 투자 유치부터 특허 등록까지 창업의 전 과정을 돕는다. 스탠퍼드는 세계적 검색엔진 업체인 구글의 특허 등 수많은 정보기술(IT)업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스탠퍼드 박사 과정에 있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1998년 OTL를 통해 구글을 창업했다. ‘더블E´(Electrical Engineering)로 불리는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과는 실리콘밸리를 굴리는 두 ‘엔진’이다. 브루스 울리 전자공학과 학과장은 “매년 졸업하는 박사 70명과 석사 220명 대부분이 실리콘밸리로 간다.”면서 “이들 중 상당수는 5년 안에 회사를 창업한다.”고 말한다. 특히 미 IT산업엔 스탠퍼드 입김이 세다. 휼렛패커드(HP), 야후, 시스코, 선마이크로시스템스(SUN) 등 졸업생 기업들이 ‘스탠퍼드 기업가 네트워크’라는 거미줄 같은 정보망을 치고 있다. 울리 학과장은 “스탠퍼드 박사의 초봉은 11만달러(약 1억 1000만원), 석사는 8만달러(약 8000만원)로 업계 최고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인류 문명을 바꾼 인터넷도 이곳이 무대였다.‘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탠퍼드 빈튼 서프 교수가 1974년 만든 ‘TCP’ 프로토콜은 오늘날 인터넷 네트워크의 표준이다. 공대는 연구기금의 ‘첨병’이다. 종신교수가 되려면 연구기금 실적은 중요한 평가 사항이다. 개미처럼 기금을 긁어 모으든, 한방에 대박을 터트리든 기업과 강한 유대는 필수적이다.‘우리 기술로 어떻게 돈벌이를 할까.’ 스탠퍼드 공과대의 살아 숨쉬는 학풍이다. 스탠퍼드에서 태어난 실리콘밸리는 서로를 벤치마킹하는 관계이다. 데이비드 오렌스타인 공대 대외협력관은 “우리는 실리콘밸리를 제 2의 캠퍼스라고 부른다.”고 말한다. 새로운 트렌드는 스탠퍼드 강의실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실리콘밸리의 업종이 IT에서 바이오(생명공학)로 변신하자 스탠퍼드는 2004년 생명공학과를 신설했다.‘Bio-X’라는 프로젝트도 설립, 이 분야의 연구 제휴와 기금 육성에 나섰다. 스탠퍼드는 미국 어느 종합대학도 하지 않는 새로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존 헤네시 총장은 지난 2000년 취임하자마자 학부 강화를 위한 ‘10억달러(약 1조원) 모금운동’을 첫 작품으로 내놓았다.5년만에 모금액이 채워졌다. 헤네시 총장은 “미국 어느 대학도 학부에 10억달러를 투자하려는 곳은 없다.”면서 “학부 강화는 스탠퍼드의 새로운 전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학교를 빛내줄 동문은 학부에서 나온다.”는 게 그의 지론. 막대한 기부금의 배경인 17만 4000여명의 동문파워도 크게 작용한 결과다. 학부 커리큘럼의 경쟁력은 학문의 융합을 꾀하는 ‘전공 디자인(IMD)’에 있다. 공부하길 원하는 여러 학문 분야를 통합시키는 학문의 ‘컨버전스(융합)’가 핵심이다. 교수가 책임지고 전공 디자인에 관여하고 1년에 2차례씩 평가가 이뤄진다. 스탠퍼드는 학생에게만 책임을 지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학생과 교수 비율은 7대1.‘학생들의 실패’는 ‘지도교수’의 평가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휴학과 자퇴가 드문 이유이다.‘오너(honour·명예)코드’로 불리는 무감독 시험 전통을 고수하는 대학이다. 스탠퍼드에 한국학을 개설한 신기욱(아시아·태평양센터 소장) 교수는 “입학은 어렵지만 졸업은 스탠퍼드 시스템으로 보장되는 게 특징”이라고 말한다. sunstory@seoul.co.kr
  • [시론] 로마의 개방적 국적제도 배워야/양창영 호서대학교 해외개발학과 교수·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사무총장

    [시론] 로마의 개방적 국적제도 배워야/양창영 호서대학교 해외개발학과 교수·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사무총장

    1963년 해외이주법이 제정된 이후 40여년간 300여만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해외로 진출하여 현재 150여개국에 700여만명의 해외동포가 조국의 경제부흥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우리민족의 자산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가고 있다. 20세기가 이념을 근간으로 한 국가간의 대결시대였다면 21세기는 중국‘화상’의 역할이나 인도의 ‘해외인교’의 역할, 이스라엘의 ‘유대인조직’ 등에서 보는 것과 같이 ‘민족간의 경쟁시대’라고 할 수 있다. 세계속에 흩어져 살고 있는 ‘민족간의 결속’이 민족우열의 바로미터인 것이다. 1960,70년대는 3.7%의 인구증가율을 둔화시켜 인구의 적정을 기한다는 목적으로 신중하지 못한 이민정책을 펴왔다. 이제 노동력 부족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받아 들여야 하고, 농어촌지역의 노총각들이 외국인 신부를 맞는 지금, 제대로 된 수민(受民)정책을 세울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해외이민으로 이루어진 미국을 비롯하여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심지어 남미 여러 나라들까지도 자국의 필요에 의하여 외국으로부터 이민을 받아들이면서도 언어구사능력, 학력, 경력, 기술력 등을 전제로 수년간의 기간을 필요로 하는 까다로운 수민절차를 밟아 왔고, 그 결과 원만한 이민정착을 유도할 수 있었다. 세계가 하루 생활권이 되고 다민족사회의 형성과 복합문화시대가 도래하는 이때 우리는 어떻게 한민족 정체성을 유지할 것인가가 향후 민족생존전략의 최대과제가 될 것이다. 배타적·폐쇄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거주국의 온전한 국민으로 적응하고 융화하면서 가슴에 ‘우리는 한민족이다.’라는 긍지를 가지는 정체성(identity)만 견지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5000년 역사속에 단일민족의 혈통을 자랑해 오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시대에 서로 얽히고 설키고 살아야 할 다민족 다문화사회에 부합되는 통합적인 국가 수민정책이 수립되어 있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유엔의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경제활동인구 3660만명을 유지하려면 2020년대 이후에 64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다민족 복합문화사회로 가는 것은 필연인 것이다. 한국사회의 단일민족개념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지만 혼혈인에 대한 사회문화적 차별과 편견은 여전하다. 이런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단일민족전통을 강조하는 교과서를 개편하고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조기교육을 통해 혼혈인도 우리민족이라는 인식을 가지도록 하여야 한다. 브라질의 ‘인종차별금지법’ 같은 법을 제정해서라도 혼혈인에 대한 처우를 개선함과 동시에 같은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유라시아 대륙을 평정했던 몽골제국이나 막강한 해군력으로 전세계에 위세를 떨쳤던 대영제국 같은 나라들은 타민족과의 접촉과 교류를 통해서 융화와 상호의존의 관계를 심화시키고 문화를 진화시킴으로써 세계적 강국으로 역사에 남을 수 있었다. 쇄국은 자폐요, 개국은 도전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지난 세계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아테네인만을 고집했던 아테네와 달리 로마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누구든 로마인이 될 수 있도록 한 개방적 국적제도가 작은 로마를 큰 로마제국으로 발전시킨 원동력이었다는 일본인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지적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적문제·민족문제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한국사회 한민족의 국제경쟁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수민정책이 시급히 필요하다 하겠다. 양창영 호서대학교 해외개발학과 교수·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사무총장
  • “부담금 피하자” 재건축절차 잰걸음

    “부담금 피하자” 재건축절차 잰걸음

    정부가 오는 9월부터 재건축사업 이익에 개발부담금을 물리기로 하면서 재건축 초기단계 단지들의 가격 하락폭이 커지는 가운데 기존에 재건축을 추진하던 단지들은 일정을 앞당기는 등 잰걸음을 하고 있다. ●6월 관리처분 총회 줄이어 개발부담금을 물지 않으려면 오는 9월로 예정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가칭)이 시행되기 전까지 구청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야 한다. 만약 사업계획이 바뀌어 법 시행 이후 관리처분총회를 다시 열더라도 법 시행 전에 관리처분 승인을 신청했다면 개발부담금을 내지 않는다. 이에 따라 기존에 사업계획승인을 받았지만 평형 배정이나 추가분담금 등으로 재건축 추진에 차질을 빚었던 조합들은 갈등을 봉합하고 서둘러 관리처분총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서초구 잠원동 한신 6차는 재건축되는 아파트의 32평형을 34평형으로 바꾸는 것을 추진하다 제동이 걸린 상태이지만 일단 당초 사업계획대로 관리처분안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고락환 조합장은 “개발부담금부터 피하는 게 급선무다.”면서 “평형 변경(32→34평형)은 경미한 사항이어서 나중에 사업계획을 바꿔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포동 삼호가든 1,2차도 6월 초로 관리처분총회 일정을 잡았다. 김설식 재건축 조합장은 “현재 1대1 재건축으로 내년에 사업계획을 변경할 수도 있으나 일단 총회부터 열기로 했다.”면서 “늦어도 7월 중순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서초구 잠원동 한신 5차 아파트와 반포 미주아파트도 6월 관리처분총회를 목표로 뛰고 있다. ●재건축 초기 단지 가격 하락 어디까지?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시행 전에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할 수 있는 단지들과 달리 재건축 추진 초기 단계인 단지들은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조합설립인가 단계인 강남구 개포동 주공 1단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를 골자로 하는 3·30대책 이후 최고 1억원 내렸다. 인근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정부 대책이 나오면서 매수세가 사라져 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면서 “17평형은 대책 발표 이전에 13억원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대책 발표 때 5000만원 내린 데 이어 지금은 12억원에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15평형은 6000만원 내린 8억 1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이밖에 부동산정보 제공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재건축 초기 단계인 강동구 상일동 주공3단지(정밀안전진단 단계) 16평형은 4억 7000만∼4억 8000만원으로 1주일 사이에 1000만원가량 빠졌다.14평형은 3억 8000만∼4억원으로 1500만원가량 내렸다. 조합설립인가 단계인 송파구 가락동 시영2차 13평형은 5억 5000만∼5억 7000만원으로 1500만원가량 떨어졌고,19평형은 9억 5000만∼9억 8000만원으로 2000만원 내렸다. 반면 사업시행인가 단계로 개발부담금을 피할 수 있는 재건축 단지들은 강세다. 서초구 잠원동 한신 6차 아파트 35평형은 1주일 사이에 4000만원, 서초구 반포동 미주아파트 38평형은 같은 기간에 3500만원 올랐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中 3대포털 ‘소후’ 통해본 IT 현실

    中 3대포털 ‘소후’ 통해본 IT 현실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일단 음악은 시끄러워야 한다. 당연히 소리도 큰 게 낫다. 디스코텍 분위기가 나면 더욱 좋다. 후렴구만 있는 것보다는 전곡(全曲)이어야 한다.”휴대전화 벨소리의 기본 컨셉트라고 하니, 언뜻 우리 상식과 어울리지 않는 게 많다. 무엇이든 중국은 우리와는 다른 게 많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다시 머리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래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업계 1위 소후닷컴(SOHU.COM)이 시장에 대해 자체적으로 내린 결론이다. 중국 정보기술(IT)업계의 산실 베이징 중관춘(中關村). 중관춘동루(東路)가 시작되는 사거리에 ‘소후(搜狐)’ 본사 건물이 우뚝 솟아 있다. 미국 MIT 박사 출신 장차오양(張朝陽)이 야후(YAHOO)의 이름을 본떠 만들어 성장한 중국 IT업계의 상징이다. 중국내 포털사이트 3대 업체 가운데 하나로 하루 검색건수가 최대 2억 5000만회를 넘는다. 지난해 1억 830만달러(약 100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벨소리 사업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는 10층. 멀티폴리 벨소리, 캐릭터, 자바게임 등 왑(WAP) 서비스는 중국에 진출하려는 관련 한국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분야들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관련 분야에서 중국 업체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음악실 등 많은 곳에서 사진 찍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중국 벨소리 시장의 독특함에 대한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 이어진다.“출시 1∼2년 된 노래면 신곡(新曲)으로 간주합니다. 그나마 최근 신곡에 대한 반응이 많이 빨라졌지요.1∼2개월이면 나타나지요.” 중국은 수십년된 덩리쥔(鄧麗君)의 노래가 여전히 벨소리 다운로드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상위에 랭크돼 거의 변동을 보이지 않는 예리이(曄麗儀)의 ‘상하이탄(上海灘)’이나 류더화(劉德華)의 ‘빙위(雨)’도 각각 1985년,97년에 출시된 것들이다. 음반이 나오면 1주일 이내에 앞으로 수익구조가 드러나고 벨소리는 철저히 신곡 위주이거나, 옛노래라면 리메이크 곡이기 쉬운 한국의 사정과는 정말 많이 다르다. 영화배우 김희선씨가 청룽(成龍)과 함께 출연한 최근작 영화 ‘신화(神話)’의 주제곡 ‘무한한 사랑(無盡的愛)’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벨소리 다운로드 순위에 영향을 끼친 것은 1∼2년새의 변화다. “그럼에도 노래의 수명이 좀 길다고 할 수 있지요….” ‘남성 위주,35세 전후 미혼자가 주도, 대학졸업자 및 학생, 전문 기술직종….’ 등으로 요약되는 중국 인터넷 수요자의 특성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한 마디이다. 그렇다면 짧은 전화 벨소리에 왜 전곡(全曲)을 선호하는가.“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이지요. 과시하기 좋아하는 중국인의 특성이랄 수도 있지요….” 예컨대 버스안에서 전화가 걸려올 때 남들에게 좋은 곡을 자랑하고 싶다거나, 여러 노래를 다운 받아서 직장 동료나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을 때 필요하다는 얘기다. 소후의 경우 하루 수만건의 다운로드 가운데 하루에 30∼40곡을 한꺼번에 내려받는 유저들이 수백명씩이나 된다고 한다. 이같은 소비 행태에 대해 회사에서도 아직 그 성향을 파악하지 못한 채 “기이하게 여기고만 있다.”고 한다. 분야별 매출 구조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WAP 부문은 벨소리가 90%로 압도적이다. 동영상이나 캐릭터, 게임, 가라오케 기능 등 나머지 전체 서비스가 10%를 차지할 뿐이다. 물론 이는 산업구조적인 측면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휴대전화가 여전히 고가(高價)인데다, 멀티기능을 갖춘 신제품은 판매율이 낮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벨소리 외의 분야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날 소후는 휴대전화 벨소리에 담긴 중국인의 일단을 보여줬다. 이제 그 벨소리는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그 안에 중국인의 코드가 숨겨져 있다. jj@seoul.co.kr ■ 벨소리 전문업체 ‘굿필’의 경쟁력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소후의 무선사업 분야는 ‘굿필(Good Feel)’이라는 관련 서비스 제공회사(SP·Service Provider)를 인수, 합병하면서 업계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굿필은 중국에서 휴대전화 벨소리 시장이 본격화된 2003년 업계에 뛰어든 뒤 줄곧 1위를 달려왔다. 벨소리 시장에서 소후의 입지는 결국 굿필의 성공에 힘입은 것이랄 수 있다. 소후 무선사업부 양샹화(楊向華) 부사장은 굿필 출신이다. 중국에 왑(WAP)이라는 개념이 생소할 때 스스로 공부해가면서 시스템을 개발했던 인물이다. 현재 소후의 신규사업부 총책을 맡고 있는 주요 인사이기도 하다. 양 부사장이 꼽은 굿필의 경쟁력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해온 마케팅과 앞선 기술이었다. 중국은 기술 표준이랄 수 있는 이른바 ‘스펙’이 저마다 달랐다. 비록 좋은 품질의 음원이라도 다른 스펙에서까지 좋은 음질을 내기 어려운 법. 당시 막 형성돼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중국의 벨소리 시장은 수백여개의 SP회사들이 자금력을 동원해 시장 장악에만 몰두해 있을 때였다. 굿필은 각각의 스펙에 맞는 음원을 일일이 제작해내는 데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컴퓨터 작업을 통해 생산해내는 ‘미디(MIDI) 음악’ 기술이 중국은 크게 부족했다. 휴대전화 칩의 성향과 기술표준에 맞게 음원을 옮기는 ‘컨버팅’ 작업도 마찬가지였다. 굿필은 한국의 기술자를 긴급 수혈받아, 중국인을 상대로 미디 기초실력부터 다시 가르쳤다. 이렇게 해서 생산된 굿필의 음원은 어느 휴대전화에서나 좋은 음질을 낼 수 있었다. 소문에 소문을 타고 영향력이 확대돼 갔다. 기술이 확보된 뒤 굿필이 신경을 쓴 것은 ‘브랜드 가치’였다. 벨소리 다운로드를 주관하는 이동통신 회사들은 굿필에 영어로 된 이름을 쓰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이름을 바꾸면 어렵사리 얻은 인지도를 잃게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 수백, 수천개에 달하는 벨소리 관련 업체 가운데 지금껏 이름을 바꾸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 회사들은 지금도 계속 브랜드 이름을 바꿔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굿필과의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소후가 굿필을 인수, 합병 한 것도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어느 정도 질서가 형성된 이 분야에서 앞으로 신경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저작권 문제’가 꼽힌다. 지난해부터 엄격해지기 시작했다. 한 음반에 실린 한 가수의 노래라도 곡마다 판권 소유자가 다르기가 쉽다고 한다.“특히 유명 가수일수록 더욱 그렇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현재 중국의 인터넷 업계는 회오리가 예상되고 있다.TOM.com이 어디에 포털 사이트를 넘겨주고 대신 어느 곳의 무선산업부를 가져갈 것이라는 소문도 나돈다. 또 몇몇 기업간 자회사 거래를 위한 물밑 협상도 한창 진행 중이라고 한다. 나아가 중국의 인터넷 업계에서 인수·합병(M&A)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벤처 업체들이 시장에서 일정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나면 대기업들이 그 업체를 인수, 합병해 해당 업계에 뛰어드는 나스닥 스타일이 한국보다 훨씬 활성화돼 있고 앞으로 더욱 보편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벤처의 ‘창조성’이야말로 리스크(위험)를 회피하고자 하는 중국의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을 공략할 수 있는 무기인 셈이다. jj@seoul.co.kr ■ “신기술 향한 모험정신이 中 IT업계 이끄는 원동력” |베이징 이지운특파원|한은진씨는 작곡과 출신이다. 석사를 ‘컴퓨터 음악’으로 마치고 2001년도 국내 유력 인터넷 회사에서 음원(音源) 제작을 하면서 업계에 발을 디뎠다. 2003년 한국인이 주축이 돼 설립된 벨소리 서비스 업체 ‘굿필(Good Feel)’의 기술력 향상을 위해 특채됐다. 이후 굿필이 소후 무선인터넷에 인수, 합병되면서 소후와 인연을 맺었다. 소후에서의 정식 직함은 ‘음악제작실 고급 경리(經理)’로, 무선사업부의 음악담당 팀장쯤 된다. 한은진씨에게 ‘중국에서 갖춘 경쟁력은 무엇이냐.’고 물었다.“기술력 차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미디(MIDI)’ 기술이라는 게 따라잡을 수 없는 것도 아니고요….” 그녀는 아무래도 ‘모험 정신’인 것 같다고 했다.“중국 친구들은 모험 앞에 멈칫거리곤 하는 경우가 많아요. 부딪쳐보고 시도해보고 하는 모습을 한국처럼 보긴 어렵죠.” 후발 업체였던 굿필이 업계 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어찌보면 중국 관련 업계의 ‘안일(安逸)함’ 덕분인지도 모른다. 규격화된 기술 표준이 없어 업계가 혼돈 상태에 있을 때 중국 업계는 관련 기술 개발을 등한시했다. 저마다 기술 표준이 다른 상황에서 굿필은 각각의 휴대전화 칩의 성향에 맞는 음원을 일일이 제작하는 ‘모험’을 한 것이다. 그러나 모험 정신만으로 안 되는 것도 있다.“멜로디도 맞고 하모니도 맞고 아무 문제 없는데, 한국 사람이 만든 중국 노래가 그냥 어색할 때가 있어요. 느낌이 다른 거지요. 마치 중국인 사람이 만든 아리랑이 우리 것과 차이가 있는 경우라고나 할까요.” 이럴 땐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중국적 특성이 강한 곡들은 중국인에게 제작을 맡기고 있다고 한다. 기술 이전 문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저도 한때 그 문제를 고민한 적이 있었지요. 하지만 격차가 얼마되지도 않는 기술을 언제까지 끌어안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한씨는 “공유해서 함께 발전을 도모하고, 대신 한국이 더 빠르게 진보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고, 그게 아마 한국인의 장점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jj@seoul.co.kr
  • 곱창? 인천 제일시장이 짱~

    곱창? 인천 제일시장이 짱~

    곱창과 순대는 시장에서 먹어야 제맛이 난다고 생각한다면 뭔가를 아는 사람이다. 서민과 잘 어울리는 이들 음식은 깔끔한 장소보다는 군상들이 북적이는 시장통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점포 70여개 중 33개가 곱창집 인천시 남구 도화동에 있는 제일시장은 곱창과 순대의 집산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1950년대부터 곱창집이 하나둘씩 생기더니 지금은 무려 33개에 달한다. 시장 전체 점포가 70여개인 점을 감안하면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 다른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제일시장도 사양길에 접어들었지만 곱창집만은 여전히 명성을 떨치고 있다. 제일시장의 급격한 몰락을 막는 ‘효자상품’인 셈이다. 이곳에는 저녁 무렵이면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밤 늦게까지 꾸준히 찾아든다. 때문에 저녁 8∼9시 무렵이면 파장하는 시장 점포와는 달리 곱창집들은 대개 새벽 1시까지 영업을 한다. 손님들은 주로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이나 근로자들이며, 소탈한 외식을 즐기러 나온 가족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이곳 곱창과 순대는 싸고, 푸짐하고, 맛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생명력이 질긴 원동력인 것이다. ●중짜 전골+소주 2만여원이면 서너명이 실컷 일단 가격이 파격적이다. 곱창 전골과 볶음의 경우 대 2만원, 중 1만 5000원, 소 1만원이다. 이보다 조금 비싸게 받는 집도 있지만 도토리 키재기다. 시장 인심을 반영하듯 양 또한 넉넉해 작은 것은 2∼3명, 중간 것은 4∼5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따라서 서너명이 와서 곱창 중간 것과 소주 2명을 먹으면 2만 1000원이면 된다. 1인분에 6000원씩 파는 집도 있다. 곱창을 대충 먹은 뒤 무료로 제공하는 야채와 쫄면 또는 라면(2000원)을 넣어 끓이면 다시 한 그릇이 된다. 밥을 넣어 볶아 먹을 수도 있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곱창은 모두 돼지곱창이다. 한때 소곱창도 다뤘으나 값이 비싼 데다 제맛이 안 나는 수입 곱창이어서 지금은 파는 집이 거의 없다. 따라서 돼지곱창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야채와 양념을 많이 쓴다. 곱창 전골에는 손질한 곱창에 육수·콩나물·당근·양파·당면·파·쑥갓·순대 등이 들어가며 다대기로 간을 맞춘다. 철에 따라서는 냉이·깻잎·미나리 등이 첨가된다. 곱창 볶음은 육수와 콩나물이 적게 들어가는 대신 양파·양배추·깻잎 등을 많이 사용한다. 다대기를 넣지 않은 백곱창은 들깨가루·양파·깻잎 등을 넣어 버무려 겨자에 찍어 먹는데 담백한 맛이 그만이다. 곱창은 인천 십정동에 있는 도살장에서 사오기 때문에 싱싱한 편이다. 내장은 신선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대개 하루나 이틀 사용할 분량만 들여온다. 순대국(4000∼5000원)과 머릿고기(1만원)도 손님들이 즐겨찾는 메뉴. 머릿고기와 순대, 콩나물 등을 넣어 얼큰하게 끓인 술국은 중짜 1만원, 대짜 1만 5000원이다. ●튀긴 닭 한마리 6500원 시장 내에 있는 6곳의 닭집들도 나름대로 고객층이 형성돼 있다. 마찬가지로 싸게 파는 것이 손님을 끄는 ‘무기’다. 튀김닭 한 마리를 시중 치킨집의 절반 가격인 6500원에 파는데 크기는 오히려 치킨집것 보다 크다. 양념을 할 경우는 500원이 추가된다. 이밖에 닭강정 7000원, 삼계닭 2000원, 생닭은 대짜 기준으로 3500∼4000원에 판매된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싸게 파는 도매형 정육점도 시장 내에 서너곳 자리잡고 있다. 이곳 상인들은 지자체가 추진하는 재래시장 현대화에 회의적이다. 상인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부담이 가지만 어차피 곱창·순대와 닭집 등으로 특화된 이상 현대화된 시설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곱창집을 운영하는 박모(48·여)씨는 “시설 개선에 돈이 많이 들어가면 자연히 음식값이 비싸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싼맛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모른다.”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문화캘린더]

    ●이천시·여주군 경기도 이천시와 여주군에서 도자기 축제가 열린다. 이천도자기축제추진위원회는 오는 21일부터 5월14일까지 이천시 관고동 설봉공원과 도예촌 일원에서 ‘제20회 이천도자기축제’를 연다. 축제에서는 이천도자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도자공모전과 꽃과 도자기의 만남인 야생화전, 전주한지도자포장전 등 기획전시회가 열리고 도예교실, 클레이올림픽 등 체험행사도 진행된다. 여주군도 오는 20일부터 5월14일까지 여주세계생활도자관 및 신륵사관광지 일원에서 ‘제18회 여주도자기박람회’를 연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생활공간을 세라믹 인테리어로 탈바꿈시킨 ‘세라믹하우스2’와 동화 속 세상과 도자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어린이특별전-세라믹판타지’, 도예인과 관람객 1만명이 도자벽화를 만드는 ‘만인도벽’ 등이 선보인다. 이천 031)644-2280, 여주 031)887-2282.●성동구·구로구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성동문화회관 소월아트홀에서 8∼10일 1일 4회에 걸쳐 개관 기념으로 영화 ‘왕의 남자’를 상영한다. 상영시간은 오전 10시30분, 오후 1시,3시30분,6시이다. 예매는 7일 오후 4시까지 받는다. 가격은 3500원.02)2286-6234. 구로구민회관도 7∼10일 ‘왕의 남자’를 1일 5회에 걸쳐 상영한다. 상영시간은 오전 10시30분, 오후 12시50분, 오후 3시,5시10분,7시20분이다. 단 10일은 2회인 낮 12시50분부터 상영한다.02)851-0837.●은평구 지난 6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앞으로 매주 첫째·셋째 목요일 오후 7시 연신내 물빛공원 상설무대에서 ‘봄맞이 가요콘서트’를 연다. 봄맞이 가요콘서트엔 주로 추억의 트로트 가수들이 출연한다. 지난 첫 공연엔 주미와 남상규 등이 나와 각각 ‘당신은 왜’와 ‘추풍령’ 등을 불렀다. 이 공연은 앞으로 당분간 계속된다. 주변 분수와 함께 어우러진 테마가 있는 음악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비가 오면 공연을 하지 않는다.●수원시 경기도과학교육원은 과학의 달을 맞아 이달 말까지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교육원 청사 내에서 다양한 무료 과학체험행사를 개최한다.7일과 오는 22일 오후에는 토성, 화성 등 태양계 행성과 우주 별자리, 태양 흑점 등을 관찰할 수 있는 천체관측 행사 및 태양 흑점 관측행사가 열린다. 또 18∼23일에는 자연의 신비, 우주의 신비, 한국의 야생화, 과학상상 그림 등을 전시하는 사진 및 그림전시회가 펼쳐지고 21일 오전에는 과학영화 관람과 과학탐구 실험이, 오후 3시에는 첨단 과학원리를 주제로 한 과학자 초청 특별강연이 진행된다.22일 오후에는 공중 부양 등 과학 매직쇼가 펼쳐진다.031)250-1736
  • 집요한 질의… 서울시의회 진풍경

    지난 3일 열린 서울시의회 161회 임시회에서는 그 어느때 보다 시의원들의 집요한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최근 공천심사에 반발해 한나라당을 탈당한 시의원들의 곤혹스러운 시정 질문들이 이어진 탓이다. 사실상 시의원의 80% 이상이 한나라당 출신인 시의회에서는 그동안 좀처럼 보기 드문 풍경을 연출했다. 포문을 연 것은 한나라당 출신으로 서울시 부대변인을 맡았던 전대수(51·성동2·무소속) 의원. 전 의원은 이날 시정질문에서 이명박 시장을 30분 넘게 몰아세웠다. 전 의원은 “여론 조사결과 ‘황제테니스’에 대한 추가 해명과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데 입장을 밝히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창동실내체육관과 한강시민공원 테니스장 민간위탁과 잠원동 실내테니스장 건립문제 등을 조목조목 지적한 뒤 특혜의혹에 대한 자체감사를 요구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질문공세가 ‘공천 탈락에 대한 분풀이’라는 눈총을 사기도 했지만 동료 의원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질문시간을 초과해 마이크가 꺼지자 “3분만 더 달라.”고 요구해 동료 의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앞서 전 의원은 지난달 24일 “한나라당 서울시당 공천은 공천(公薦)이 아닌 사천(私薦)”이라고 비판하며,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전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의 보좌관이나 중진 의원의 딸을 공천한 것을 인맥공천의 사례로 들며 비판했다. 한편 한나라당 서울시의원 공천에는 의정 경험이 풍부한 일부 상임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들까지 대거 포함되는 이변이 발생했고, 이들의 탈당과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20&30] “마니아 중의 마니아 우리는 통이다”

    [20&30] “마니아 중의 마니아 우리는 통이다”

    어떤 분야에 남보다 높은 관심과 식견을 갖고 있는 사람을 흔히 ‘광’(狂) 또는 ‘마니아’(mania)라고 했다. 하지만 ‘광’이 많아지면 언젠가는 그 세계를 압도하는 ‘광 중의 광’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우리는 그들을 ‘통’(通)이라고 부른다. 이 시대 ‘통’의 경지에 도달한 2030 4명을 만나봤다. ■ 타이틀 700여개 보유… 게임리뷰도 이치수(26)씨는 게임 ‘통’이다. 국내에서 나오는 게임 타이틀뿐만 아니라 일본 타이틀도 모조리 섭렵해 전문가적 지식을 갖췄다. 현재 월간 게이머즈와 웹진 엔게이머즈 등 게임잡지 두군데에 정기적으로 글을 싣고 있고 지난해부터 게임제작사 ㈜엠게임에서 게임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이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게임을 접했다. 친구 집에서 8비트 게임기 패미콤으로 ‘슈퍼마리오’라는 게임을 하면서부터다. 가만히 앉아서 감상하는 만화나 TV가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캐릭터를 조종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단박에 이씨를 사로 잡았다. 고등학교 때까지 일반적인 ‘마니아’ 수준에 불과하던 이씨가 ‘통’의 경지로 올라선 건 1999년 대학에 들어가고나서부터. 수업도 빼먹으며 게임에서 익힌 전술·전략을 PC통신 게시판에 마구 올려댔다. 이씨는 플레이스테이션2와 엑스박스, 닌텐도DS 등 시판되고 있는 게임기 18종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1개에 6만원 정도하는 게임 타이틀은 한달 평균 7∼8개 구입, 모두 700여개에 달한다.1년에 2차례 정도 꼭 ‘게임천국’ 일본을 방문해 희귀 타이틀을 구한다. 업무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게임을 만드는 데 몰두한다면 여가시간은 게임을 즐기고 게임 마니아 수천명이 찾는 개인 블로그에 게임 리뷰를 쓰는 데 보낸다. 이씨는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산업적으로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돼주는 적극적인 소비자’를 ‘통’으로 정의한다.“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여전히 복제품 문화가 판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정말로 게임을 사랑한다면 게임에 아낌없이 주머니를 바치는 확실한 소비주체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12만권 독파 1만권 소장 게임프로듀서 김상하(30)씨의 3평짜리 방은 사방이 책꽂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5000권 정도의 만화책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창고에 따로 보관하는 책까지 합치면 1만권에 이른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여느 만화 마니아와 다를 바 없이 수업시간에 만화를 보다 들켜 혼나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20대에 접어들면서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통’의 반열에 올라섰다. 한달에 보통 100권, 많을 때는 300권씩 만화책을 무더기로 샀다. 일본만화 원서나 번역본, 우리나라에 단 한권만 유통되고 있는 희귀 이란 만화 ‘페르세포스’ 등 미국·프랑스·타이완·홍콩 등 각국의 만화 수집에 나섰다. 만화선진국 일본에 연간 2∼3차례는 꼭 날아가 희귀본을 구한다. 헌책 거래총판들과 안면을 터 희귀본이 나오면 먼저 연락을 해 준다. 3년 전 1억권 가량의 유통만화를 집대성해 놓은 일본 만화연감을 놓고 하나하나 따져봤더니 읽은 책이 무려 12만권에 달했다. 일본 만화에 대한 남다른 지식에 자존심이 상한 일본의 ‘만화 오타쿠’들은 김씨를 ‘재수없는 촌(조선인의 줄임말)’이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2004년 3월부터 작품과 작가 소개, 만화책 사는 요령 등을 실으며 운영하고 있는 개인 블로그에는 하루 평균 3000여명이 방문한다.‘씨네21’‘DVD 2.0’ 등 영화잡지에 가끔 작품 소개 등을 기고하며 지식을 나누고 있다. 김씨 역시 ‘통’으로서 만화에 대한 걱정을 산업과 연결시켰다.“인터넷에서 스캔한 만화 단행본들이 떠돌아다니며 게임 복제품과 다름없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10권을 스캔 떠서 봤다면 1권 정도는 돈 주고 사서 보는 최소한의 양식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회원 11000명 카페 운영까지 권오현(21·KAIST 산업공학과 3학년)씨는 지난달 대구로 가서 NBC라는 기종의 기차를 타보고 왔다.1985년부터 대구∼마산을 운행해온 3칸짜리 이 기차가 올해안에 모두 폐차된다고 해서다. 그가 기차를 탈 때에는 이유가 있다. 차량 내부구조는 물론 전기, 통신, 신호체계 등을 꼼꼼히 기록하고 체크하기 위해서다. 권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이렇게 모은 자료가 가득하다. 버리지 않고 모아온 기차표가 구두상자 여러개에 담겨 있다. 권씨 카페의 회원들은 수집한 자료를 공유하고 현 철도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수원∼천안을 1시간에 1대만 운행하고 있지만 시간표를 잘 짜면 더 자주 운행시킬 수 있지요. 분당선·3호선에도 급행열차를 다니게 하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운송이 가능합니다.” 권씨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는 스스로 철도 운행시간표를 짜보는 것. 다이어그램이라고 하는 시간표는 전차의 속도·성능, 역구간 거리, 승객 수, 기관사 휴식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짤 수 있다. 거기에 감칠맛 나는 두뇌게임의 묘미가 있다. 권씨는 “일본에서 들어온 ‘오타쿠’가 소비를 중심으로 한 전문가라면 우리는 수집한 자료를 공유하고 분석·연구하면서 실생활에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등 좀더 생산적인 주체”라고 말했다. 그도 여느 ‘철도 통’처럼 지나가는 기차를 보면 한눈에 행선지와 출발지를 파악할 수 있다. 열차번호를 보면 제조시기와 운행시기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철도에 푹 빠진 이유는 뭘까.“전국을 거미줄처럼 얽고 있는 철도망이 한치의 오차없이 정확하고 빠르게 운행되고 있는데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나요?”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항공 시뮬레이션 대가… 비행사가 꿈 “피에프(PF·Pilot Flying), 기어업(Gear Up).” GM대우에서 차체설계를 담당하고 있는 이윤진(28)씨의 어릴 적 꿈은 파일럿. 그는 이 꿈을 이루지 못했으나 매일 밤 전 세계 하늘을 날아다닌다. 비행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대학 2학년때 이 프로그램을 접하고서 한동안 잊고 살던 어린 시절 꿈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실제 비행사들이 비행 훈련을 할 때 사용하기도 하는 이 프로그램은 비행기의 기종과 성능은 물론, 전세계 공항의 지형과 활주로도 실제와 똑같아 비행사들과 거의 같은 수준의 지식을 요구한다. “한 단계를 넘을 때마나 실제 비행과 가까워지니까 진짜 조종사가 된 느낌이었죠.” 이씨는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에서 주최한 항공 시뮬레이션 대회에서 외국인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1등을 차지했다. 예선, 본선을 거쳐 결선에서 인천국제공항에서 제주공항까지 운항하는 과제를 훌륭히 해냈다. 이씨는 비행에 만족하지 않고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위성사진을 받아 한국의 지형을 프로그램에 적용시켰다. 육군 항공대 헬기 조종사가 “실제와 정말 똑같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이씨는 기체 일부만 봐도 어느 회사에서 만든 어떤 비행기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전세계에 300명 이상 타는 비행기는 어림잡아 30종입니다. 다 비슷하게 보여도 기장석 작은 창문 하나까지 모양이 조금씩 다르죠.” 에어버스 A-330기종을 가장 좋아한다. 착륙할 때 기어가 축 처지는 모양이 마치 새가 내려앉는 것과 비슷해 매력적이다. 지난해 여름 휴가 때 싱가포르∼뉴욕을 19시간30분 동안 쉬지 않고 날았다. 시뮬레이션을 통해서다. 올 여름휴가는 어디로 떠날까.‘비행 통’은 벌써부터 고민에 빠져 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선우용녀 혼인길 터지나봐

    선우용녀 혼인길 터지나봐

    1945년 8월15일. 이 날 저녁 6시5분-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64의 아담한 기와집에서 한 딸아기가 태어났다. 이름은 정용례(鄭蓉禮). 이 딸아기가 바로 TV연속극 『상궁나인』『추격자』『다방골 알부자』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탤런트」 선우용녀(鮮于龍女)양. 그 선우용녀양이 현재 젊은 청년실업가 한사람과 「뜨거운 사이」다. 『제 생일이 8월15일 이거든요. 그래서 모든 것이 순조로우면 내년 8월15일엔 결혼식을 올릴까 해요』 어머님이 골라주신 그이 만나뵈니까 마음에 들어 한때 동경서 영화 『동경 나그네』(최무룡(崔戊龍)감독) 촬영도중 어디론가 증발해 버렸던 선우용녀.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TBC-TV연속극 『추격자』의 전야제에 나타났던 선우용녀. 한때 재일교포 야구선수 장훈(張勳)과 「스캔들」을 뿌리기도 했던 선우용녀. 그 선우용녀가 이제 혼인길에 접어든 것이다. 『젊은 여자가 혼자 있으니까요. 별의별 소문이 다 나지 뭐예요. 지금 그이는 어머님이 골라주신 분인데요. 몇번 만나 뵈니까 젊은 분이 참 착실하더군요. 현재의 계획으론 약혼식이나 올리고 내년 7월에 TBC-TV 전속계약이 끝나니까 그뒤에 결혼식을 올렸으면 좋겠어요. 제 생일이 공교롭게도 8월15일이잖아요? 그러니 이왕이면 결혼식도 8월15일에 올렸으면 좋겠어요. 이건 제 생각이고요. 부모님도 계시고 또 그이의 생각도 들어보아야 하니까 확정적인 건 아니지만요』 이러면서 살짝 얼굴을 붉힌다. 그럼 선우용녀양이 말하는 「그이」의 정체는? 『다른 건 다 좋지만 그 이의 이름만은 곤란해요. 뭐 결혼식 올릴 때 쯤이면 아실텐데요』 이 「그이」는 올해 28세. 용녀양의 표현을 빌면 「조그맣게 장사하는 분」이라지만 현재 사업관계로 일본(日本)에 가있는 정도니까 그리 「조그맣게 장사하는 분」도 아니다. 청년실업가 K씨(본인의 요청으로 실명(實名)을 밝히지 않음)라면 대체로 알만한 사람은 안다. 헌칠한 키에 건강한 체구, 어떤 여자가 보아도 첫눈에 반할 만큼 호남형의 젊은이다. 용녀양이 K씨에게 얼마나 열중해 있는 가는 어느 「데이트」날 양식점 「라·칸티나」의 한구석에서 약속 시간에 늦은 K씨 오기를 무려 37분간이나 기다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어디가 좋다고 할것없이 그이의 모든점 그저 좋아 『어디가 좋다고 꼭 꼬집어 말할 수 있나요?』 그러니까 「그이」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는 용녀양의 간접화법이다. 이 「알짜 해방동이 아가씨」용녀양이 태어난 집은 3代 63년째 살아오던 집. 남들은 소개를 간다고 법석을 떨던 날, 용녀양의 아버지 정성덕(鄭成德·63·신문사 근무)씨는 신문사에서 해방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집으로 뛰어왔다. 집에 돌아와서 부인 李남훈(54)씨에게 『해방되었다』는 소식을 알리려고 방문을 여니 부인은 진땀을 흘리며 아래목에 누워있고 장모가 조산역을 맡느라 물수건을 짜고 있더라고. 『그래도 순산이었으니 효녀였던 셈이지』 그 효녀를 꼭 한번 잃어버릴 뻔한 때가 있다. 바로 1·4후퇴 때. 당시 6세된 용녀양은 대전(大田)으로 피난을 갔다. 아버지 정성덕씨가 큰 딸과 큰 아들을 데리고 길가에 서있고 부인 李씨와 용녀양을 밥먹고 오라고 식당엘 보냈단다. 그런데 그 식당에서 부인 李씨가 동네 아줌마들을 만나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 틈엔가 용녀양이 없어졌더라는 것. 연예계 나올 때 부모님이 반대 하셨지만 『3시간반쯤 어디가서 찾아볼 생각도 못하고 서 있던 자리서 그대로 서서 기다렸지. 그랬더니 어디선가 「엄마!」 하면서 얘가 걸어오지 않겠어?』 하마터면 사랑하는 딸을 잃을뻔 했던 부모의 고백이다. 『애가 마음이 순해서 별 걱정은 안시켜 주었지만, 커서는 부모 속좀 썩힌 셈이지. 그 딴따란가 뭔가 하는 거 처음 시작할 때 얼마나 우리가 반대했었다구. 그래도 요새 애들 뭐-부모 말 듣나? 그저 제맘대로니 할 수 없지』 차라리 자기 딸이 이름없는 얌전한 규수이기를 바라는 부모의 심정이다. 대전서 국민학교 입학, 환도후 이태원 국민학교를 졸업. 상명(祥明)여고엘 들어갔다. 이때 교회에 나가며 성가대의 한사람이었고 여고시절엔 「발레」를 배웠다. 서라벌예대(藝大) 연극영화과 입학때 처음으로 반대하는 부모의 명령을 거역한 셈. 서라벌예대 1학년 재학시절 TBC-TV가 개국에 앞서 제1기 「탤런트」를 모집했다. 이때 뽑힌 것이 용녀양. 그래서 첫 출연한 『상궁나인』 시절만해도 지금의 예명(藝名)이 쓰이지 않았다. 선우용녀란 이름을 정해준 것은 김기영(金綺泳)감독. 당시 『병사는 죽어서 말한다』란 영화에 용례(蓉禮)양을 「데뷔」시키면서 金감독이 지어준 것. 그뒤 TBC-TV 연속극 『갑이』『여성이 가장 아름다울 때』『김유신』『풍운아 김옥균』『추격자』등에 출연. 영화로는 『병사는 죽어서 말한다』이후 『여대생과 노신사』 『소문난 아가씨들』의 2편에 출연, 그러니까 단 3편의 영화에 출연한 셈이다. 『TV에서는요, 액수가 적어도 꼬박꼬박 보수를 주잖아요? 그런데 영화계에는 그런「룰」이 없더군요. 영화 3편에 나갔어도 아직껏 보수를 받아 본 기억이 없어요』 해방동이 아가씨가 본 한국영화계의 어느 한 부분이다. 8·15에 결혼식 올린다면 생일날이자 결혼 기념일 『제일 마음에 들었 던건 TV「드라마」「추격자」였어요』 -일본서의 증발 사건은? 『형부의 소개로 태국(泰國)에 갔었죠. 영화촬영을 위해 일본에 갔다가… 태국서 초청이 왔지 뭐얘요』 이것이 용녀양이 밝히는 「전부」. -장훈과의 「스캔들」은? 『꼭 두번 만났어요. 언니의 소개로 「블루·룸」서 한번, 다음이 반도「호텔」「코피·숍」이었죠. 그런데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더군요. 나중에 장훈씨가 일본에 돌아간 뒤 3일만에 국제전화를 걸어왔더군요. 자기 때문에 엉뚱한 소문이 터져 미안하다고요』 현재 TBC-TV 전속으로 『다방골 알부자』(月 後 8·30) 『빨간 카네이션』(金 後 8·30)에 출연하는 한편 극단 실험(實驗)극장의 부산(釜山)공연 『맹진사댁 경사』서 첫선을 보이고 올 9월18일부터 있을 실험극장공연에도 계속 나갈 계획. 3남3녀의 세째이자 2녀. 35-23-36의 몸매에 키 1백65cm, 체중 50kg이다. 김치찌개를 제일 좋아하고 가장 다정한 친구는 TV「탤런트」 김희준(金喜俊)양. 『내년 8월15일, 꼭 만25세 되는 날 결혼할 수 있게 제발 그 이의 이름만은 아직 숨겨 주세요』 혼인길 트인 해방동이 아가씨의 「윙크」섞인 부탁이다. [ 선데이서울 69년 8/10 제2권 32호 통권 제46호 ]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5년째 소나무사랑 전파 전영우 국민대교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5년째 소나무사랑 전파 전영우 국민대교수

    기품이 당당하다. 스스로 길지(吉地)에서 생기와 절개를 묵묵히 뿌리내린다. 천년 세월, 어떤 모진 비바람도 견딘다.‘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그랬다. 거친 우리 민족사를 도도히 지켜왔다. 문득 성삼문의 시조가 생각난다.‘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꼬하니 봉래산(蓬萊山) 제일봉에 낙락장송(落落長松)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滿乾坤)할 제 독야청청(獨也靑靑)하리라.’ 태종실록(1411년)이다.‘(서울)남산과 태평로 북쪽 산지에 경기도 출신 장정 3000여명을 동원해 20일동안 100만그루의 소나무를 심었다.’ 한양을 도읍지로 정한 직후였다. 정조실록에도 ‘경기도 화성에 도읍을 정하기 위해 소나무를 많이 심었다.’는 기록이 있다. 세월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지난 3월25일 서울 국민대 114호 강의실. 전국 각지의 남녀노소 70여명이 조촐하게 모였다. 강원도 원주, 전남 광주 등 멀리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도 있었다. 이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소나무 교실’을 열었던 것. 사라져가는 소나무에 대한 관심을 새삼 고취시키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첫째 소나무 앞에서 경배를 드리고, 둘째 소나무를 가까이서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져서도 보고, 셋째 나무 주위를 천천히 돌면서도 보고, 넷째 앉아서도 누워서도 엎드린 자세로도 보고, 다섯째 오관을 활짝 열고 눈과 귀와 코와 입과 손끝으로도 접하며….” 소나무 박사로 유명한 전영우(55·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의 흥미진진한 강의에 참석자들은 숨소리조차 조용해진다. 이들은 1회용컵에 흙을 넣고 직접 소나무씨앗을 심어보는 소중한 경험까지 했다. 모처럼 ‘소나무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3주후면 싹이 틉니다. 돌아가서 식구들끼리 직접 심어보세요. 서로 비교를 해보는 겁니다. 어느정도 자라면 할아버지나 부모님 산소에 옮겨 심어 100년을 키워보세요. 집안과 가문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이날 참석자들은 처음 만져보는 대관령 금강소나무의 씨앗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머리를 연방 끄덕인다. 늘 가까이 있는 소나무였지만 이날처럼 새삼 소나무의 중요성을 느껴보긴 처음이다.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 오는 15일에도 ‘소나무교실’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이 소식이 알려져 식목일 하루 뒤인 6일 배재대학교에서 ‘소나무야 놀자’라는 주제로 초청특강을 한다. “소나무는 한민족의 문명발달에 숨은 원동력입니다. 소나무 없이 궁궐을 비롯한 옛 건축물의 축조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지요. 왜적을 무찌른 거북선과 전함은 물론이고 쌀과 소금을 실어날랐던 조운선도 모두 소나무로 만들었습니다. 세계에 자랑하는 조선백자도 영사라고 불리는 소나무 장작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오죽하면 ‘소나무와 함께 태어나고, 소나무 속에서 살다가 뒷산 솔밭에 묻힌다.’고 했을까요.” 하기야 소나무로 만든 집, 가구와 농기구, 관재로 사용하는 송판을 생각하면 금방 와닿는다. 우리 문화를 ‘소나무 문화’로 얘기하는 것도, 오늘날 산업사회에서 여전히 소나무를 사랑하는 이유도 소나무가 바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문화코드이기 때문이라고 전 교수는 강조한다. 이처럼 소나무가 생명문화 유산의 상징임에도 언제부터인가 소나무는 우리와 점점 멀어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요즘 식목일조차 소나무를 심는 사람이 있을까요.”라고 반문한 뒤,50년전 우리 국토 산림면적의 60%가 소나무숲으로 덮였으나 지금은 25%에 불과하단다. 지난 10년동안만 서울 면적의 4.2배에 달하는 소나무숲이 사라졌다는 것. 이유에 대해서는 농촌인구의 감소와 재선충, 산불 등의 자연적인 요인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무관심’이라고 강조한다. 적어도 애국가에 나오는 ‘소나무’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어 “우리 사회가 갈기갈기 찢겨져 있다. 소나무는 단절된 관계를 복원시켜주는 치유제 역할을 한다.”고 전제한 뒤,“우리나라 남녀노소는 나무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으며 나무 이야기의 종착점은 결국 소나무로 귀결되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소나무 한그루가 집값보다 비싼 것도 있다.”고 귀띔하면서 이번 식목일에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소나무 한그루만이라도 심어볼 것을 권유한다. 방법을 물었더니 산림조합중앙회에서 2년생 묘목을 한그루당 200∼500원을 주고 구입하면 된다고 했다. 이처럼 전 교수의 소나무 사랑은 각별하다. 올해로 15년째 소나무 사랑 전도에 나서고 있는 것.1992년 ‘숲과 문화연구회’를 처음 결성, 숲문화 연구에 물꼬를 텄다.99년에는 국내 최초 숲 해설가 양성교육을 실시했다. 이후 전국 각지의 숲 해설가 단체가 100여곳으로 늘어났다.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천지사방에 널려 있는 숲이 문화산업의 소중한 출처가 된다는 인식을 깨우쳤다. 또한 국내 많은 산림학과 교수가 있지만 전국 방방곡곡의 소나무숲을 찾아다니며 직접 촬영과 취재를 통해 사진도록(한국의 명품 소나무,2005년)을 발간한 경우는 전 교수가 거의 유일하다. 아울러 지난해 제정된 ‘산림문화 휴양에 관한 법률’ 역시 전 교수의 숨은 공로로 이루어졌다. 현재 국회에서 발의되는 ‘소나무를 국목(國木)으로 정하자’는 관련법 제정 주장도 전 교수의 발품에서 비롯된다. 외국의 경우 국목이나 국화(國花)를 법으로 지정한 곳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관심조차 없다는 것. 예를 들어 사탕단풍나무(캐나다), 배화나무(러시아), 반야나무(인도), 올리브나무(이스라엘) 등 각 나라별로 법을 제정, 국목으로 삼고 있다. 전 교수는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바로 앞에도 소나무가 심어져 있다.”는 예를 들면서 조선시대에는 소나무를 병들게 하면 나라가 위태롭다고 해 소나무를 숭배했으며 임금이 죽은 뒤에도 능 주변에 소나무를 심어 영혼을 지켜주는 나무로 여겼다고 했다. 고려가 송도(松都)에, 태조가 한양에 도읍지를 정해 소나무를 심게 한 것도 천년왕국을 기리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시민을 위한 녹색체험, 자녀와 함께 숲 찾아가기, 숲속의 작은 음악회, 시 낭송회, 숲속 문화제, 사진전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소나무와 함께 살아오고 있다. 이러는 동안 ‘산림문화’‘숲과 한국문화’‘우리가 알아야 할 우리 소나무’ 등 10여권의 저서를 펴냈다.2년전에는 ‘솔바람모임’을 결성, 틈만 나면 전국의 소나무숲을 찾아간다. 여기에는 엄호열 시사일본어사 사장, 박희진 시인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홈페이지를 통해 ‘소나무 살리기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매월 소식지 1000부씩을 발간, 회원들에게 발송한다. 전 교수는 몇해 전 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소나무와 호흡을 하는 동안 완치됐다. 오히려 같은 연배보다 훨씬 젊다는 인사까지 받을 정도.“수술환자가 숲을 바라보면 훨씬 빨리 치유된다는 얘기가 있다.”며 활짝 웃는다. 전 교수는 요즘 독특한 강의방법으로 인기를 모은다. 예를 들어 교양과목 수강생들에게 교정의 나무 한 그루를 임의로 선정하게 한 후 3개월동안 나무와 대화를 나눈 소감을 써내라고 한다. 처음에는 다들 의아해 했지만 녹색 생명체인 나무와의 소통으로 자연·생명·친화본능을 일깨우게 했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또한 이번 학기부터 북한산 등산과목(자연학습)을 신설했다. 국민대를 출발하는 8자형 코스를 개발한 뒤 요소요소에 번호를 매겨 현장의 소감을 과제물로 제출토록 했다. 어느 지점에 가면 몇년생 소나무, 산수유 등이 있으니 보고 느낀 소감을 발표하는 것이다. “소나무는 이 땅의 풍토와 절묘하게 결합해 한국인의 정신과 정서를 살찌우는 자양분이 됐지요. 하루빨리 국목으로 지정해 자손만대에 이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오는 6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리는 국제 산림문화 세미나에 참석, 우리나라 소나무의 우수성을 알릴 예정이다. 전 교수의 연구실에는 ‘독자청청(獨自靑靑)이라는 글귀가 걸려 있다. 한 서예가가 ‘소나무 같은’ 전 교수를 위해 써 준 것이라고 했다. 주말매거진 We팀장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51년 경남 마산 출생 ▲70년 마산고 졸업 ▲78년 고려대 임학과 졸업, 동대학 석사(81년) ▲84년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 석사, 동대학 박사(87년) ▲88년∼현재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삼림대 학장, 도서관장, 전산정보원장 역임 ▲92∼02년 숲과 문화연구회 결성, 발행인, 편집인, 대표 역임 ▲96년∼현재 재단법인 동숭학술재단 사무국장 ▲98∼02년 생명의 숲 운영위원, 공동운영위원장, 이사 역임 ▲99년 국내 최초 숲 해설가 양성교육 실시, 숲 해설가 협회 공동대표(04) 역임 ▲04년∼현재 한국녹색문화재단 이사, 한국산지보전협회 이사, 솔바람 모임 대표 ▲05년 소나무 지키기 국민연대 공동대표 ■ 상훈 홍조근정훈장(04) ■ 저서 산림문화론(국민대학교 출판부,97), 숲과 한국문화(수문출판사,99), 나무와 숲이 있었네(학고재,99),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소나무(현암사,04), 숲과 문화(북스힐,05), 한국의 명품 소나무(시사일본어사,05)외 다수
  • [재건축과의 전쟁] 직격탄 맞은 ‘강남4구’

    3·30 부동산 대책이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 4구’의 재건축 아파트값을 주춤거리게 하고 있다. 최근 한달동안 거래가 거의 없어 시세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가 관망세로 접어들며 가격도 상승세를 멈췄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조합원들은 개발부담금 부과에 불만을 표시하며 매물을 내놔야 할 지 망설이는 분위기”라며 “매수자들도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약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S부동산 관계자는 “17평형이 13억∼14억원 정도에 나오다가 3·30 대책으로 매수세가 빠지면서 급한 매도자들이 12억 7000만∼12억 8000만원에 매물을 일부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예비안전진단 탈락에도 강세를 보이던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보합세로 접어들었다. S공인중개사측은 “며칠 눈치작전을 벌인 뒤 급한 사람은 매물을 내놓고 가격도 당분간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투기지역내 6억원 이상 주택 대출 축소 방침도 투자수요 감소로 가격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강남권 아파트는 20평형 이상이면 대부분 시가가 6억원을 넘기 때문이다. 서초구 잠원동 Y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현재 강남권 주택 구입자의 80∼90%가 대출을 끼고 산다.”며 “지난해 8·31대책 때 담보인정비율을 낮췄을 때보다 가격 안정효과가 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6월부터 주택거래신고 내역에 자금출처를 명시하게 한 부분도 투자심리를 다소 위축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 도곡렉슬도 마찬가지다. 인근 중개업소 사장은 “10억∼11억원을 현찰주고 입주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면서 “당분간 개발부담금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효과가 장기간 지속될지는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강남구 대치동 H공인 사장은 “개발부담금은 이미 예고된 것이고, 주민들은 재건축 관련 규제가 풀릴 때까지 재건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특히 규제에서 제외된 분양권이나 일반 아파트는 상대적인 강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북 뉴타운 지역은 3·30대책의 내용이 7월에 시행될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과 차이가 없어 큰 반향은 없는 분위기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부자동네 이웃사랑도 통크게

    “부자 동네라서 ‘손’이 큰 것만은 아닙니다.” 서울 강남구(구청장 권한대행 김상돈)는 지난 연말부터 ‘따뜻한 겨울보내기 사업’을 펼쳐 모두 15억 6000만원의 성금과 금품을 모아 저소득층 주민 등에게 전달했다고 2일 밝혔다. 이는 다른 자치구(5억∼10억원)에 비해 3배정도 많은 편이다. 이 가운데 13억원 상당의 성·금품은 1만 8731명의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에게 전달됐다. 나머지 2억 5000여만원은 오는 11월까지 저소득 주민에게 지원된다. 강남구가 이처럼 많은 성금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기존 성금을 내온 기업과 주민 외에 새롭게 157개 중소기업 및 단체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대치1동 통장협의회와 주민들은 600여만원의 성금을 모금, 저소득 중·고등학교 신입생 50명에게 교복비로 지원했고, 중증 치매노인 시설에도 80여만원의 위문금을 전달했다. 일원동의 한 기업체는 직원송년회 비용을 절약,200여만원을 보내오기도 했다. 개인으로는 청담동에서 사업을 하는 신민규(42·Party planer NB 대표)씨가 5차례에 걸쳐 1000만원을 내 수위를 차지했다. 동별로는 중소기업이 많은 청담1동(2억 7000만원)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대치3동(8700만원), 압구정2동(7600만원) 순이었다. 김상돈 권한대행은 “남을 돕는 일은 많이 가지고 적게 가지고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많은 주민과 기업의 도움으로 저소득 주민을 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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