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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 앞서간 ‘박제가 된 천재’들… 제대로 평가 받을 길 열리나

    시대 앞서간 ‘박제가 된 천재’들… 제대로 평가 받을 길 열리나

    오늘날 우리는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한 사람의 힘이 세상을 바꾼 사례는 흔치 않고, 이 때문에 천재는 쉽게 사라진다. 실패한 천재라면 더욱 그렇다. 학자의 최고 영예로 꼽히는 노벨상 수상자들도 먼저 연구를 시작한 사람의 아이디어를 이어받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거나 검증한 덕분에 영광을 얻게 된다. 지난 17일 미국에서 잊혀진 천재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그의 이름은 어느 곳에도 없다. 반면 영국에서는 여자라는 이유로 잊혀진 천재들을 기억하기 위한 운동이 시작됐다. 잇따른 두 개의 사건은 우리에게 역사가 승자의 시각에서 쓰여진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동시에 한번 내려진 평가가 언젠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고졸 ‘발명영웅’ 美 재조명 한창 토머스 에디슨이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발명과 사업에서 모두 성공한 그가 혁신과 실용을 중시하는 미국의 정신에 걸맞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17일 미시간에서 전립선암 때문에 89세를 일기로 숨진 스탠퍼드 오브신스키도 그 길을 걸었다. 고졸인 그는 독학으로 1947년 고속 자동선반을 개발했고, 1952년에는 방위산업체인 허프의 연구디렉터가 됐다. 그는 시대의 흐름을 바꿨다. 1950년대 후반 오브신스키는 ‘비정질 불균질’ 물질인 실리콘이 반도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951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가 트랜지스터 개발에 성공했지만 반도체가 본격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오브신스키의 발견 이후였다. 하지만 고졸인 그의 공헌은 철저히 무시됐다. 1960년 두 번째 아내인 이리스를 만나면서 오브신스키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에너지 컨버전 랩’이라는 회사를 세워 발명품을 상품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초로 태양전지를 만들었고, 지금도 사용되는 ‘태양열 계산기’도 출시했다. 400개가 넘는 특허를 가졌던 오브신스키의 가장 큰 업적은 ‘니켈-메탈 배터리’다. 현재 전 세계에서 출시되는 모든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달리게 하는 원동력이다. LA타임스는 “그는 50년 전에 석유산업의 종말을 예견했다.”면서 “수소연료전지를 만들었고, 자동차 내연기관까지 완성하면서 하이브리드의 역사를 혼자서 썼다.”고 추앙했다. 세상도 그를 인정하는 듯했다. 시사주간 타임은 그를 ‘지구의 영웅’으로 칭했고,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시대의 에디슨’이라고 지칭했다. 7개 대학이 명예박사 학위를 줬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수상소감에서 오브신스키에 존경을 표했다. 오브신스키는 “진정한 발명가는 돈이 아닌 아이디어와 창조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런 오브신스키의 몰락은 엉뚱한 곳에서 시작됐다. 그의 니켈-메탈 배터리는 1996년 GM이 출시한 전기차 EV1에 탑재됐다. 오브신스키의 배터리는 4시간 충전에 최대 시속 130㎞의 속도로 100㎞ 이상을 달릴 수 있었고, 곧 300㎞까지 거리가 늘어났다. 톰 행크스, 멜 깁슨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EV1의 첫 구매자였다. 하지만 GM은 돌연 EV1을 모두 수거해 애리조나의 사막에 폐기처분했다. GM은 오브신스키의 회사들을 적대적으로 합병했고, 이 회사들은 화학회사와 석유회사로 팔려나갔다. 2006년 다큐멘터리 감독 크리스 페인은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라는 영화에서 오브신스키의 몰락 뒤에 석유회사와 자동차회사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음모론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전기차 시대가 열리고 있다. 헬무트 프리츠슈 시카고대 교수는 “그는 교수 생활 40년간 만나본 수많은 이들 중 유일한 천재였다.”고 그를 회고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男에 가린 女과학자들 발굴 열기 에이다 러브레이스는 1815년 영국 낭만파 시인 바이런의 딸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수학에 비상한 재능을 보였지만, 19세에 러브레이스 백작과 결혼하면서 평범한 귀족부인으로 살아야 할 운명이 됐다. 우울증까지 생긴 에이다는 어느 날 찰스 베비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발명품 소개회에 참석하면서 삶의 의미를 되찾았다. 당시 베비지는 로그와 삼각함수를 계산할 수 있는 계산기인 ‘차분기관’을 완성한 상태였고, 모든 종류의 계산을 할 수 있는 기계식 자동계산기 ‘해석기관’을 설계 중이었다. 에이다는 베비지의 해석기관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같은 공식을 반복하는 ‘루프’, 사용한 공식을 다시 사용하는 ‘서브루틴’, 구문을 뛰어넘어 실행하는 ‘점프’, 조건식이 달린 구문인 ‘IF’ 등의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에이다는 36세인 1852년 세상을 떴고, 그후 100년간 까맣게 잊혀졌다. 1975년 미 국방부는 서로 난립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들을 통합하기 위한 작업을 완료한 뒤 이 언어를 ‘에이다’라고 명명했다. 에이다를 ‘최초의 프로그래머’로 인정한 것이다. 지난 19일은 에이다를 기념하는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날’이었다. 엘리노어 맥과이어 런던대 교수와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편집 마라톤’을 계획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을 보태는 위키피디아의 특성을 살려 ‘역사의 그림자 속에 숨은 여성과학자에 대해 각자의 지식을 모으는’ 마라톤이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과학은 여성을 냉대했다. 원자폭탄을 만들어낸 맨해튼 프로젝트에는 수많은 여성과학자들이 동원돼 ‘인간계산기’로 사용됐지만 역사는 그들의 존재를 기록하지 않았다. 또 1892년 레드클리프 칼리지를 졸업한 천재소녀 헨리에타 스윈 리비트는 빛이 변하는 변광성의 주기를 발견, 빅뱅이론의 토대를 제공했지만 공적은 하버드천문대장이었던 에드워드 피커링에게 돌아갔다. 위키피디아의 과학자 서술에서도 남녀차별이 존재한다. 여성에게 까다롭기로 유명한 ‘왕립학회’의 문턱을 넘은 여성과학자들조차 위키피디아에서 외면받고 있다. 최초의 흑인 신경외과의인 알렉사 캐나다는 고작 5줄로 위키피디아에 기록돼 있고, 단백질결정학의 선구자 루이스 나피에르 존슨 옥스퍼드대 교수는 지난달 사망소식이 보태져 고작 8줄 뿐이다. 존슨 교수의 남편인 노벨상 수상자 아브두스 살람 교수는 200줄이 넘는다. 왕립학회 종신회원인 우타 프리스 박사는 “에이다조차도 베비지와의 공동연구가 서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편집 마라톤’은 성공적인 출발을 보였다. 19일 이후 수백명 여성 과학자들의 위키피디아 서술이 크게 늘거나 새로운 여성과학자들의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영국 책임자인 샘 하르켈은 “일반인이 아닌 여성과학자들조차 마리 퀴리 이외의 여성과학자의 이름을 잘 대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그들의 업적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신도시 아파트 전셋값 0.03% ↑… 오름세 지속

    신도시 아파트 전셋값 0.03% ↑… 오름세 지속

    재건축 아파트에 이어 서울 외곽과 수도권에서 저가 급매물이 간간이 소진되고 있다. ‘9·10부동산대책’ 이후 취득세 감면혜택 효과가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직 가격 회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울 지역과 신도시, 수도권 아파트값은 각각 0.01%씩 빠졌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급매물이 거래되면서 매도 호가는 올랐지만 추격 매수로 이어지지 않았다. 일반 아파트도 가격 보합세를 나타냈다. 신도시 가운데 분당은 중소형 아파트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하락세도 진정됐다. 고양, 과천, 용인 등 수도권 아파트값도 보합세 내지는 소폭 하락했다. 전세시장은 서울 강남 아파트 전셋값 상승이 눈에 띄었다. 서초구의 대림아파트 재건축 이주가 시작되면서 전세 이동이 나타났다. 잠원동 대주파크빌, 한신 일대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했다. 잠원동의 저렴한 전세 매물이 줄면서 강남 압구정동 구현대1, 2, 3차와 신현대 등 인근 아파트로 수요자들이 이동했고 주변 단지 전셋값도 1000만~4000만원가량 올랐다. 서대문구 북가좌동 가재울뉴타운 아파트 전셋값이 500만~1000만원 상승했다. 입주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저렴한 전세 매물이 소진되며 조금씩 가격이 오르는 모습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안정세를 보여 전체 전셋값은 큰 변동이 없었다. 신도시에서는 전셋값 오름세가 여전하다. 지난주에만 0.03% 상승했다. 분당, 평촌 전셋값이 상승했다. 일산, 산본, 중동 등은 보합세를 기록했다. 전세 물건은 전반적으로 부족하지만 가을 이사철 성수기도 지나가는 상황이어서 조정폭은 크지 않다. 수도권에서는 김포, 용인, 화성, 인천 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中경제 L자형 횡보세 보일 것”

    중국 경제가 앞으로 ‘L자형’ 횡보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수출 시장에서 ‘중국 특수’가 사라진다는 의미로, 기업들의 대중국 수출 전략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1일 ‘중국경제, 3분기 바닥 찍고 횡보 전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한국 기업은 앞으로 중국 내수시장에서 현지 기업과 진검승부를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국 경제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4% 성장했다. 전분기 7.6%보다는 낮지만 낙폭은 전분기(0.5% 포인트)보다 작아 중국 경제가 반등세에 들어섰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박 위원은 “중국 거시경제가 3분기에 바닥을 찍었다 해도 4분기 이후 강한 회복세로 돌아선다고 기대하기 어렵다.”며 “상당 기간 7%대 중후반에서 모(횡보)로 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현재 중국 경제의 원동력이 수출 제조업에서 내수 서비스업으로 바뀌는 질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이 이제 인구를 발판 삼아 ‘세계의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한국 기업이 중국 내수시장에서 현지 기업과 진검승부를 피할 수 없다는 얘기”라며 “중국 소비자에게 호소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과 브랜드 파워가 시장 접근의 전제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일렁이는 물결 자욱한 안개 … 적막한 ‘느낌’ 화폭에 담아

    일렁이는 물결 자욱한 안개 … 적막한 ‘느낌’ 화폭에 담아

    “영업비밀이에요.” 장난스레 입을 앙다물더니 이내 설명해 준다. “사진으론 잘 안 살아나는데 실제로 보면 이 물결의 입체감이 대단하거든요. 그래서 제 작품을 본 분들은 꼭 이걸 어떻게 했느냐고 물어보세요. 붓으로 하는 게 아니라 스프레이를 이용하는 거예요. 캔버스를 눕혀서 양쪽으로 다른 색을 뿌리면 중간에 뭉쳐지면서 저런 느낌이 나와요.” 그림의 소재는 주로 물이다. 물인데 그냥 물 자체라기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일렁대는 물결이 부각된다. 작가 말마따나 사진보다 실물의 느낌이 더 강하다. ●“물감 스프레이 작업 입체감 살려” 23일부터 11월 6일까지 서울 잠원동 갤러리우덕에서 초대전을 앞두고 있는 최아영(64) 작가를 신문로 자택에서 만났다. 미리 얘기하자면 남편은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 작가는 그래서 “이제 해방됐다.”고 말했다. 무슨 얘긴가 했더니 남편이 공무원이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그간 개인전을 못 열었단다. 그래서 서울대 미대 여자 졸업생들로 구성된 한울회 명의의 단체전에만 작품을 내놨었다. 이제 남편이 공무원이 아니니 마음 편하게 개인전도 열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사실상 첫 개인전인 셈이다. 작품은 전반적으로 은은한 톤이다. 빨강처럼 화려하고 강렬한 색보다는 파란색, 녹색 위주로 하되 톤에다 많은 변화를 주는 방식이다. 산과 바다를 주된 소재로 삼았는데, 그것 역시 하나하나 일일이 묘사한다기보다 그때 받았던 눈부신 인상만 뽑아내 스케치한 느낌이 강하다. 물결의 느낌, 산세의 느낌, 자욱하게 낀 안개의 느낌 같은 것들을 툭툭 던져뒀다. 지난 3년간 틈틈이 그린 30점을 내놓았다. 왜 이런 자연만 그리느냐고 했더니 취미가 그렇단다. 야외활동, 그러니까 이런저런 운동에다 뛰어난 운전 솜씨까지 아주 활달한 성격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스킨스쿠버. 힘든 운동인데도 어쩌다 한번 배워 보니 의외로 쉬웠단다. 스쿠버 다이빙을 할 때 느꼈던 그 물 속 세계의 환상적인 느낌이 좋아 자주 그린다. 오래 머물 기회가 있었던 미국 알래스카의 사계절 풍경이나 우연히 들렀던 노르웨이 북단의 피요르드 풍경도 있다. 그래서 전시를 한다고 했을 때 놀라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성격도 활발한 데다, 남편의 대외활동상 이런저런 바깥 약속도 많다. 그렇게 바쁘게 지내면서 언제 그림 그릴 새가 있었느냐는 말이 나올밖에. 그림은 새벽에 그린다. “전 새벽 4시 30분쯤이면 항상 일어나요. 기분이 맑고 좋을 때, 그때 작품에 몰입하고 집중하는 편입니다.” 뜸도 많이 들이고 공도 많이 들인다. “사실 어릴 적에는 피아노를 배웠어요. 그런데 피아노는 현장에서 한 음 잘못 치면 망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림은 내가 완성됐다 싶을 때 내보일 수 있더라고요. 그게 마음에 들어서 미술을 했지요.” 지금도 그림 한 점에 3년 정도 공을 들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벽에 걸어두고 마음에 들 때까지 만진 뒤에야 내놓는다. 그런데 작품에 사람이 너무 없다. 일렁대는 물결과 자욱한 안개 외에 인기척이 없다 보니 다소 썰렁한 느낌이 든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 살면서 고민이 많아 사주와 관상을 배운 적이 있었다. 그 공부 끝에 사람마다 다 팔자가 있고, 이것 또한 내 팔자니 편안하게 받아들이자는 깨달음을 얻었다. 부작용은? 사람 얼굴을 안 그리게 됐다. “얼굴을 보면 관상이 보이고 관상이 보이는 가운데 사주가 함께 보여서 그릴 수가 없더라고요.” 어째 섬뜩하다 했더니 작가는 가볍게 웃어 넘기란다. ●“받아들이며 살자는 깨달음이 작품에 도움” 무슨 고민이 있었을까. 남편 이력은 화려하다. 엘리트 공무원으로 국무총리까지 지냈고 새 정부 들어서도 주미 대사에다 무역협회장으로 계속 현장을 뛰어다니고 있다. 말하자면 ‘고상한 마나님’인 셈이다. “아유, 바깥에서 남들 보기엔 그렇죠. 그런데 공무원 생활 초기에는 너무 승진이 안 됐어요. 남편도 국장 한번 되어 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었으니까요.” 사주, 관상을 공부하게 된 계기다. 뒤로 갈수록 관운이 트이는 것도 알았다고 한다. 지금도 사주와 관상을 기초로 이런저런 일에 몇 가지 조언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어떨 때 어떤 내용으로? 그 또한 영업비밀이다. (02)3449-6071~2.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열린세상] 대선 주자들이여, 도시정책은 있는가?/김정후 런던대학 UCL 지리학과 박사

    [열린세상] 대선 주자들이여, 도시정책은 있는가?/김정후 런던대학 UCL 지리학과 박사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역대 어느 선거보다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대선 주자들이 정치·경제·사회·복지·교육 등을 필두로 각 분야에 걸쳐 속속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대선 주자들은 도시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현재까지 대선 주자들의 출마선언문, 발표한 주요 정책, 인터뷰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보았다. 도시에 대해서는 다른 분야와 구색을 맞추려고 한두 문장을 포함시켰거나 아예 그것마저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선 주자들의 도시에 대한 접근이 그들이 내세운 정책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 당연하다면 적어도 도시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지난 2007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함으로써 오늘날은 명실공히 ‘도시 시대’이다. 이러한 변화는 도시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그에 따른 다차원적인 해결책을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화율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고, 주요 대도시는 전 세계의 건축가들이 호시탐탐 진출을 모색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시장으로 떠올랐다. 그런가 하면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도시환경과 공공공간이 제공하는 삶의 질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작 대통령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도시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해서일까, 관심이 없어서 일까, 아니면 모르기 때문일까. 미국 대통령 선거는 어떠할까?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스마트 성장’, ‘지속가능성’, ‘친환경’ 등을 중심으로 도시 정책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모습은 비록 우리나라가 아닐지라도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다. 후보자들이 도시 정책에 대하여 각자의 분명한 입장을 드러냄에 따라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분석과 비판이 가능하고, 국민들은 자연스럽게 평가와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대선주자들이 내건 공약을 살펴보면 개별 분야와 무관하게 ‘치유’라는 표현이 유난히 강하게 등장함을 알 수 있다. 그 동안 잘살아야 한다는 일념 하에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가 낳은 문제가 더 이상 방치되거나 개인에게 맡겨둘 정도가 아님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따라서 치유는 ‘앞과 속도’가 아니라 ‘옆과 깊이’를 고찰하려는 의미 있는 변화의 징후라 할 수 있다. 즉, 모든 분야에서 목표의 달성 못지않게 목표로 향하는 과정을 들여다본다는 개념이다. 대선주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도시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또한 여기에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대통령 선거에서 등장한 도시와 관련된 공약은 거대한 무엇인가를 건립하거나 헐고, 뚫고, 옮기고, 바꾸는 일로 수없이 점철되었다. 어디는 문화도시로, 어디는 과학도시로, 어디는 첨단도시로 만들겠다는 얄팍한 정략적 구호를 남발했는데, 이는 해당 지역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나 표를 의식한 선심성 공약의 성격이 강하다. 막무가내 식 건설과 인기몰이를 위한 개발로 대변되는 공약에 진실로 국민의 삶을 보듬으려는 도시정책이 끼어들 자리가 없었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제 대한민국의 도시는 정책을 통한 치유를 필요로 한다. 도시학자 로버트 타버너는 “도시정책은 도시의 건강한 토대를 만들고 건전한 진화를 이끄는 소중한 원동력”이라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도시정책은 도시를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끄는 열쇠이다. 거창하거나 아주 구체적이지 않아도 좋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모든 대선 주자들이 도시에 대한 비전을 분명히 밝히고, 그에 대하여 전문가들이 다양한 견해를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받자. 그 어느 때보다 도시의 의미와 가치가 중대해진 오늘날, 시대착오적 개발 논리에서 벗어나 섬세한 도시정책을 가진 대통령을 원하는 것은 결코 지나친 욕심이 아니다. 대선 주자들이여, 도시정책을 겨루어 보는 것이 어떠한가?
  • “믿음은 궁극의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원동력”

    “믿음은 궁극의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원동력”

    오는27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공연장에선 독특한 학술연찬회가 열린다. 밝은사람들연구소와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와심리연구원이 함께 주최하는 ‘믿음, 디딤돌인가 걸림돌인가’라는 주제의 연찬회다. 어찌 보면 종교의 바탕이자 본질이라 할 수 있는 믿음에 천착한 토론의 자리다. 과연 요즘 종교 전문가들은 믿음이라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연찬회에 앞서 16일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선승과 비교종교학자가 나란히 앉아 ‘믿음론’을 털어놨다. 제방 선원에서 수행하며 전국선원수좌회 학술위원장을 지낸 문경 한산사 용성선원장의 월암 스님과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종교학과 명예교수. 절대 진리는 통한다고 했던가. 두 전문가는 이날 이상하리만큼 호흡과 마음을 차분하게 맞췄다. 조금은 다르지만 결국 믿음은 궁극의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원동력이라는 점에 의견이 일치했다. “불교 선종의 견성은 결국 일체의 분별을 멈추고 자신의 본성을 자각하고 내면을 직관해 알아차리는 회광반조입니다.” 월암 스님은 자신의 영역인 선불교를 제시하며 믿음은 그대로가 깨달음으로 승화될 수 있는 바탕이라고 말한다. 선불교의 교리로 볼 때 자성은 청정한 것이므로 마음이 곧 부처이며 마음이 부처임을 확신해야 한단다. 곧 믿음은 견성의 씨앗이라는 것이다. 월암 스님은 특히 화두를 들고 깨달음에 이르는 간화선 수행에서 믿음이야말로 큰 수행의 방편이라고 거듭 말한다. “화두에 대한 의심을 통해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믿음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깨달음을 향해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결국 나 자신이 부처임을 믿고 수행을 통해 깨달음의 경지로 나아가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선지식(善知識), 즉 스승에 대한 믿음 또한 빠질 수 없는 대상이라고 말한다. ‘믿음은 궁극의 깨달음에 이르는 디딤돌’이라는 명제에 비교종교학자 오 교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러면서도 그 믿음에는 두 가지 방향이 있으며 잘못된 방향을 택할 때 자칫 믿음이 종교의 본질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선을 긋는다. “믿음에는 맹신과 광신, 경신으로 대표되는 이성적 통찰 없는 무조건적 믿음과 정말 참된 나를 찾아보자는 심층의 믿음이 있습니다.” 오 교수가 늘 강조하는 이른바 표층과 심층의 종교 차이다. ‘믿음은 이성에 어긋나는 게 아니라 이성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오 교수는 지금의 내가 더 잘되기 위해 의지하는 표층의 믿음은 결국 해악이라고 말한다. 종교는 대부분 표층의 믿음에서 시작해 점점 심층으로 발전해 가는 것이 아닐까. 오 교수는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문자적 믿음이나 승인으로서의 믿음에 그치지 않고 신뢰하고 충성하며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게 바로 인격의 성장, 신앙의 성장일 수 있습니다.” 인간은 언제 어디서건 믿음 없이는 살 수 없으며 종교에서의 믿음도 천차만별일 터. 그중에서도 종교적 믿음은 결국 무엇을 어떻게 믿어야 윤택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궁극의 의문에 답을 내야 할 과업을 등에 지고 있다. 그래서 요즘 종교는 우리 삶에서 정신적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와 새로운 성장을 기약하는 희망의 방편이란 틈새에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27일 연찬회에선 그 답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찬회에는 이화여대 철학과 한자경 교수를 좌장으로 정준영(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석길암(금강대), 권명수(한신대) 교수가 월암 스님, 오 교수와 함께 설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수술 마취제·인공심장·안경… 인류 살린 1000년의 발견들

    수술 마취제·인공심장·안경… 인류 살린 1000년의 발견들

    과학기술은 지식이 켜켜이 쌓여 가는 학문이다. 먼저 연구를 시작한 과학자들이 남겨 놓은 유산은 후세들의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때로는 반박하고 뛰어넘어야 할 대상이 된다. 물론 그 와중에 얻어진 결과물들은 인류가 발전하는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때로는 시대를 뛰어넘는 발명이나 발견이 등장한다. 이 같은 성과는 소위 ‘이정표’(Milestone)라고 불리며 과학기술은 물론 삶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생리·의학 분야에서 직접적으로 의학기술이 돼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친 이정표들을 시대순으로 선정, 소개했다. 첫 이정표는 13세기 중반에 시작하지만 현대로 올수록 급격히 이정표가 많아진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혜택이지만, 이 같은 이정표들이 없었다면 오늘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현미경·수술용 확대경의 원조 ‘돋보기’ 역사에 정확하게 기록된 생리의학사의 첫 이정표는 1250년에 세워졌다. 영국의 수도사였던 로저 베이컨은 ‘돋보기’(루페)를 발명했다. 이전에도 수정을 이용해 사물을 크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베이컨은 목적이 분명하게 무언가를 확대해 볼 수 있는 ‘볼록렌즈’를 의도적으로 만들어냈다. 현미경, 수술용 확대경 등의 원조다. 신학자이자 철학자, 의사이기도 했던 베이컨은 근대 자연과학의 탐구방법을 정립해 ‘경이의 박사’라고 불렸다. ●벤저민 프랭클린, 동생 위해 카테터 발명 다음 이정표는 무려 500년이 지난 1752년에 등장했다. 우선 밀라노 공작은 피렌체의 장인에게 ‘안경알 세 다스’를 주문하는 편지를 보낸다. 오목렌즈를 기반으로 한 안경의 발명과 기원에 대한 수많은 얘기 중 문서가 남아 있는 최초의 사례다. 같은 해 미국의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은 ‘카테터’로 불리는 구부러지는 관을 만들어냈다. 요로결석으로 고생하는 동생 존을 위해 프랭클린은 금속 조각들을 연결해 요도를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카테터는 현재 인체 내의 모든 관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나무막대에서 영감 얻은 청진기의 탄생 1815년 12월 31일 프랑스 내과의사 르네 라에네크는 트럼펫 모양의 나무와 튜브가 달린 진찰기기를 만들어 아주 뚱뚱한 여성의 심장소리를 듣는 데 활용했다. 라에네크는 루브르궁에서 아이들이 긴 나무막대를 서로의 귀에 대고 떠드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이 기계를 만들었다. 의사의 필수품인 청진기의 탄생이었다. ●외과 수술의 고통을 줄여준 ‘에테르’ 인체에 칼을 대는 외과 수술의 고통을 덜기 위한 방법은 1841년 12월에 등장했다. 알코올, 아편, 마리화나, 최면 등 이전에 사용된 어떤 방법도 완벽하지 않았다. 미 조지아주의 의사인 크로퍼드 윌리엄슨 롱은 일종의 환각물질인 아산화질소를 즐기던 친구들의 자극을 더욱 높여줄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롱은 황산 에테르를 마신 사람들이 심하게 멍이 들어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롱은 환자의 목에서 낭포성 종양을 제거하면서 처음으로 현대식 수술용 마취제를 사용했다. ●엑스레이, 보이지 않는 곳을 찍다 1874년에는 영국의 리처드 카톤이 검류계를 이용해 동물의 뇌파를 측정했다. 뇌전도(EEG)는 이후 사람에게 적용되면서 수면이나 정신질환을 근본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1895년에는 빌헬름 뢴트겐이 우연찮게 엑스레이를 발견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이 발견은 보이지 않는 곳을 찍는 사진기술의 발명에 불과하다.”고 조롱했다. 엑스레이가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에 대해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노벨상’ 에인트호번 심전도 측정기 개발 192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네덜란드의 빌럼 에인트호번은 1903년 심장의 전기 흐름을 살피는 ‘심전도 측정기’를 개발했다. 첫 심전도 측정기는 300㎏에 이르는 거대한 기계로, 5명의 사람이 달라붙어야 조작이 가능했다. 1910년에는 스웨덴에서 복강경이 등장했고, 1935년에는 포르투갈에서 뇌엽절단 기술이 개발됐다. 복강경의 등장으로 더 좁게 절제하면서도 더 쉽게 수술을 할 수 있게 됐고, 뇌엽절단 기술은 ‘신의 영역’으로 분류되던 정신세계에 외과적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죽은 사람 살려낸 전기충격기에 ‘충격’ 이후 생리의학의 발전속도는 급속히 빨라진다. 1936년에는 심장박동기가, 그 다음 해에는 전기자극요법이 개발됐다. 1943년에 투석, 1944년에 일회용 도뇨관이 등장했고 1947년에는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전기충격기(제세동기)가 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1950년에는 영국의 해럴드 리들리가 사람의 눈 속에 들어가는 콘택트렌즈를 만들어 ‘안과 혁명’을 이끌었다. ●인류 최초 ‘기계 심장’을 단 사나이 1952년 자동차회사 GM의 연구원이었던 41살의 헨리 오피텍은 인류 최초로 기계심장을 달았다. 오피텍은 1981년까지 살았다. 같은 해 자기공명영상(MRI)에 대한 원리도 발견됐다. MRI를 개발한 펠릭스 블로허와 에드워드 퍼셀은 이 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실제 MRI 기계는 1978년에 만들어졌다). 1953년에는 심장을 거치지 않고 혈액을 순환할 수 있는 바이패스 기술이 개발돼 멈춰 있는 심장을 수술할 수 있게 됐고, 프랑스에서는 인공 달팽이관이 청각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소리를 선물했다. ●하운스필드, CT 설계로 노벨상 받다 1958년에는 태아 초음파를 통해 임신 초기진단이 가능해졌다. 1963년에는 3살 아이를 대상으로 최초의 ‘간 이식’이 시행됐고 1967년에는 53세 남성이 최초의 심장 이식 수술을 받고 18일을 더 살았다. 1971년 영국의 고드프리 하운스필드는 컴퓨터단층촬영기(CT)를 설계해 197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1973년에는 인슐린 펌프가 개발돼 당뇨환자들을 주사의 고통에서 해방시켰다. ●협업으로 만든 인공혈액·게놈 프로젝트 1980년대 후반부터는 보다 크고 획기적인 이정표들이 세워졌다. 더 이상 생리의학은 과학자 개인의 영역이 아닌, 집단협업으로 이뤄졌다. 인공혈액이 1989년에 만들어졌고, 1992년에는 DNA 정보읽기가 가능해졌다. 단순히 질병치료뿐 아니라 범죄자를 잡거나 친자확인을 할 때도 핵심적인 기술이다. 사람의 유전자 지도 전체를 그리는 휴먼게놈 프로젝트(2000년), 인공관절(2004), 인공간장(2006년) 등도 엄청난 자금과 인력이 투입된 작업이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수사반장’ ‘호랑이 선생님’ 조경환씨 하늘로

    ‘수사반장’ ‘호랑이 선생님’ 조경환씨 하늘로

    드라마 ‘수사반장’과 ‘호랑이 선생님’으로 잘 알려진 탤런트 조경환씨가 간암으로 투병하다 13일 별세했다. 67세. 조씨는 지난 8월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이날 오전 9시 20분쯤 서울 잠실동 자택에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으로는 사별한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딸이 있다. 조씨는 한양대에서 영화를 전공한 뒤 1969년 MBC 공채 탤런트 1기로 데뷔했다. 1970년대 MBC 드라마 ‘수사반장’에서 ‘조 형사’ 역으로 큰 인기를 모은 뒤 1980년대 MBC 청소년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에서 인자하고 엄한 선생님 역으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호랑이 선생님’에서의 연기로 MBC 방송연기상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모래시계’ ‘왕과 비’ ‘허준’ ‘대장금’ ‘종합병원’ ‘이산’ 등 굵직한 드라마에 출연해 중후하면서도 강한 이미지를 쌓아 왔다. 최근에는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노란복수초’에 출연했고 지난 7월에는 JTBC의 의학 토크쇼 ‘닥터의 승부’에도 참여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연예계 선후배와 동료들이 찾아와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극 ‘이산’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이서진은 침묵으로 고인을 애도했다. 가수 조경수는 “몇 달 전만 해도 ‘운동으로 10㎏을 빼 건강하다’던 형님과 술을 마신 내가 죄인”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생전 연예계의 대표적인 ‘주당’으로 꼽힐 만큼 애주가였다.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애주가라는 사실을 공개한 적이 있으며 32년 전에는 간경화를 앓았다. 발인은 16일 오전 8시 30분,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02)3410-6903.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삼성·LG ‘40년 전쟁’] 경쟁 먹고 큰 두 공룡… TV·반도체·휴대전화 시장 ‘코리안 신화’

    [삼성·LG ‘40년 전쟁’] 경쟁 먹고 큰 두 공룡… TV·반도체·휴대전화 시장 ‘코리안 신화’

    삼성과 LG의 경쟁 과정은 대한민국 산업 역사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그룹은 반세기에 걸쳐 경쟁을 펼치며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주요 분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지난 수십년간 두 그룹은 서로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 왔다. 하지만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돼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의미 없는 이전투구의 소모전을 벌인 측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싸우면서 커 온 삼성과 LG “왜 금성사(현 LG전자)를 경쟁자로 생각하느냐. 우리 경쟁자는 소니, 마쓰시타, 인텔 같은 회사다. 이제부터 금성사에 대해서는 내 앞에서 말도 하지 마라. 보고도 받지 않겠다. 나는 금성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내 생각으로는 삼성전자는 조(兆) 단위 이익이 나야 한다. 올림픽 풀스폰서 정도는 돼야 한다.” 1987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취임 직후 직원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LG를 더 이상 경쟁 대상으로 여기지 말라는 선전포고다. 하지만 삼성과 LG는 지금까지도 서로를 벤치마킹하고 경쟁하며 성장하고 있다. 반도체와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평판TV 등이 그랬다. 싸우면서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가 TV다. 특히 브라운관TV에서 평판TV로 넘어가는 시기에 두 회사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세대 경쟁에서 TV 판촉전에 이르기까지 어떤 양보도 용납하지 않으면서 숱한 경쟁 신화를 만들어 냈다. 이러한 경쟁의 결과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06년 세계 TV 시장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과거 ‘트리니트론 TV’로 유명한, TV에서 영원히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았던 소니 등의 일본 업체들을 넘어서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현재 디스플레이 및 2차 전지 분야에서도 같은 식으로 세계 1위 싸움을 하고 있으며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역시 전 세계에서 삼성과 LG만 55인치 대형 제품을 내놓은 상태다. 박원규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1960년대 대한민국 상위 10개 그룹 가운데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아남은 곳은 삼성과 LG뿐”이라면서 “수십년간 서로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점이 오늘날 눈부신 발전을 이룩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지난해 두 회사가 벌였던 3차원(3D) 입체영상 TV 논쟁만 해도 우리 업체끼리 세계 가전 시장의 표준을 정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점을 반영한다.”면서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1등주의·인화 내세운 기업 슬로건 서로 모방 특히 두 기업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을 거듭했다. 대표적인 것이 ‘1등주의’와 ‘인화’다. 1990년대 LG는 ‘미래의 얼굴’ 로고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사랑해요, LG.” 광고는 고객들에게 그룹의 따뜻한 이미지를 알리는 데 기여했다. 같은 시기 삼성은 “세상은 2등을 기억하지 않습니다.”와 같은 일등주의를 강조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그러다가 “사랑해요, LG.” 광고가 인기를 얻자 삼성도 콘셉트를 바꿔 친근한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삼성은 “신뢰할 수 있는 친구, 삼성”, “또 하나의 가족” 등의 슬로건을 사용해 일류, 첨단, 최고 등의 이미지를 친화와 신뢰의 콘셉트로 바꾸기 시작했다. 반면 LG그룹은 2002년 시무식부터 “1등 LG”라는 새로운 모토를 선보였다. 과거 삼성이 내걸었던 세계 일류 광고와 비슷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2010년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에 부임하면서 LG전자는 “1등 합시다”라는 슬로건을 쓰고 있다. 두 그룹이 순서만 바뀌었지 비슷한 브랜드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1960년대 상위 10개 그룹 중 2곳만 생존 반면 두 회사의 경쟁이 지나치게 가열된 나머지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의미 없는 이전투구의 소모전을 벌인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삼성의 전자산업 진출 당시 삼성과 LG가 자신들이 갖고 있던 언론매체를 활용해 상대방을 비난했던 것은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경언(經言) 유착 사례로 거론된다. 당시 삼성은 J신문사를 통해, LG는 부산 지역 신문인 K사를 통해 자사 입장을 대변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삼성은 당시 “생산량 대부분을 수출하겠다.”는 전제를 내걸어 전자산업 진출 허가를 받아냈다. 이는 ‘수출만 한다면’ 재벌들이 어떤 분야에라도 진출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삼성의 전자산업 진출이 재벌들의 문어발식 확장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부정적 분석도 내놓는다. 전직 LG전자 창원공장 직원은 “삼성TV가 있는 음식점을 부서 회식 자리로 잡게 되면 해당 사원은 상사에게 따귀를 맞기도 했다.”면서 “그건 삼성 쪽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디스플레이의 경우 두 회사는 방식도 다르고 주력 패널의 크기도 다르다. 한때 정부가 이 같은 대결구도를 깨기 위해 양측에 교차 구매에 나설 것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두 진영은 물류비 부담을 감수하면서 타이완 업체의 패널을 공급받고 있다. 두 회사가 자존심을 걸고 과당 경쟁을 벌이면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떨어지는 경쟁 업체들의 설 자리까지 빼앗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문섭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과 LG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출혈 경쟁과 입도선매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기술이 뛰어난 전문 업체들이 대부분 설 자리를 잃고 무너졌다.”면서 “이 때문에 한국 전자업계는 사실상 삼성과 LG 두 곳만 살아남아 다양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부고] 문태경 마이데일리 기자 본인상

    문태경 마이데일리 기자 본인상 -일 시 : 10월 11일 새벽 3시 -빈 소 :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지하1층 9호실 (02)3410-3151~3 - 발 인 : 10월 13일(토) 오전 8시
  • [부고]

    ●송주현(전 현대종합상사 상무이사)강현(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실장)국현(한국LED 부사장)창현(강남성심병원 원무팀장)씨 부친상 차흥봉(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전 보건복지부 장관)김제영(그린바이로 본부장)씨 장인상 8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1일 오전 6시 30분 (02)2227-7556 ●이상보(국민대 명예교수)씨 부인상 훈승(대우인터내셔널 상무)사라(서울과학기술대 교수)숙영(중앙대 교수)화익(이화익갤러리 대표)씨 모친상 정진홍(울산대 석좌교수)김을수(꿈의교회 목사)정두언(국회의원)씨 장모상 이이정(가영시아 강사)씨 시모상 8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1일 오전 (02)2227-7580 ●박준봉(경희대 치의학전문대학원장)씨 장모상 9일 경북 청도 대남병원, 발인 11일 오전 (054)371-5796 ●김태완(지클릭스페이스 대표이사)씨 부친상 9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1일 오전 7시 (02)2258-5940 ●김진국(전 베트남 달랏대 교수)씨 별세 나마(씨드스토리 대표이사)씨 부친상 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1일 오전 10시 (02)3010-2291 ●이용철(노틸러스효성 부장)씨 모친상 박종일(석화하이테크 대표이사)김천국(가나안농군마을 대표이사)씨 장모상 김은정(가평초 지방교육행정서기)씨 시모상 9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11일 오전 5시 30분 (031)787-1508 ●김형욱(서울시청 정보화기획단 기획팀장)형철(고대구로병원 전산팀 대리)형진(사업)씨 부친상 9일 고려대 구로병원, 발인 11일 오전 9시 (02)857-0444 ●구재영(KBS 보도영상국 부장)병영(창원동일중기건설 대표)재성(부산 강서구청 건축지도계장)성일(사천 사남농협 공단지점장)씨 모친상 김시연(전 KBS 충주방송국장)신용권(삼성디스플레이)남훈우(한성컴퓨터 관리이사)씨 장모상 9일 경남 사천전문장례식장, 발인 12일 오전 7시 (055)852-0004 ●이준무(SPC그룹 홍보실 부장)씨 조부상 9일 의정부 신천병원, 발인 11일 오전 9시 (031)877-0044
  • 자기주도학습·인성평가 강화… 학습계획·지원동기 당락 좌우

    이달 11~15일 강원도 소재 외국어 고등학교의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다음 달 초 서울·경기지역 주요 외고의 원서접수가 본격화되면서 2013학년도 외고 입시의 막이 올랐다. 내년도 외고 입시는 2012학년도에 비해 일반전형 정원이 10% 정도 줄어드는 데다 국제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비교 내신제 적용이 확대돼 일반 중학교 출신 지원자들이 더욱 불리해질 전망이다. ●일반전형 10%축소 경쟁 높을 듯 전국 31개 외고는 내년도 입시에서 모두 6989명을 선발한다. 이는 지난해 정원 7368명에 비해 5.1% 정도 줄어든 규모다. 서울지역 6개 외고의 경우 지난해보다 128명이 줄어든 1856명, 경기지역 외고는 지난해보다 213명이 감소한 1916명을 뽑는다. 전체 정원을 놓고 보면 지난해보다 5~6% 정도 감소한 규모지만 전형별로 나눠서 보면 일반전형의 정원이 대폭 줄어들어 일반전형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경쟁률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각 외고들은 내년도 입시에서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을 확대하고 일반전형에서 약 10%에 가까운 정원을 감축했다. 서울의 경우 일반전형 모집자는 6개교를 합해 모두 1483명으로, 지난해 모집인원인 1685명보다 13.6%나 줄어들었다. ●국제중 졸업생 비교내신 적용 게다가 일반중에 비해 특목고 진학률이 높은 국제중 가운데 비교내신을 적용받는 학교가 늘어 일반중 출신 지원자는 더욱 불리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비교내신제를 적용받았던 서울의 대원중·영훈국제중, 부산의 부산국제중은 올해도 비교내신이 유지되고, 경기도에 있는 청심국제중은 같은 경기도권 내의 외고에 지원할 경우 올해 처음으로 비교내신제가 적용된다. 비교내신제는 여건이 다른 학생들의 내신점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비교평가를 치른 뒤 그 점수를 내신점수로 환산하는 제도다. 비교내신제를 적용받는 국제중이 늘어나면서 지난해에 이어 이들 학교 출신이 외고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중학교 출신 지원자 불리 경쟁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영어 내신 합격가능 점수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입시전문업체 하늘교육이 지난해 서울지역 외고 1차 전형에 합격한 2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일반전형 영어내신 커트라인은 160점 만점에 평균 156.7점(2~3학년 내신 평균 1.45등급)이었다. 대원외고가 1.2등급으로 가장 높았고 대부분 1.38~1.71등급에 분포했다. 경기지역 외고는 커트라인 평균이 155.4점(1.6등급)이었고 대부분이 1.2~2.2등급에 걸쳐 있었다. 1차 전형을 통과한 지원자 중 가장 낮은 영어내신 점수를 보인 학생은 서울지역이 3.0등급, 경기는 3.3등급이었다. ●영어내신 합격점수도 상승할 것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일반전형의 경우 정원 축소와 국제중 졸업생의 비교내신 적용이 맞물려 경쟁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난해 합격자의 평균 영어내신이 1.5등급 정도로 올해 1단계 선발 가능 평균등급은 최소 2.0등급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도 외고입시에서는 자기주도학습 전형과 인성평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1단계 영어내신과 출결사항, 2단계 자기개발계획서와 면접 등을 통해 합격자를 선발하는데 지원자들의 내신성적이 대부분 비슷한 만큼 자기개발계획서와 면접이 당락의 주요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내년도 입시부터 인성평가가 새롭게 도입됐지만 기존 봉사활동 경험과 체험활동에 대한 평가에서 명칭만 바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내년도 입시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자기주도학습과정 및 지원동기, 학습계획이 변별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인사]

    ■관세청 ◇부이사관 승진△대변인 윤이근 ■특허청 ◇서기관 승진△대변인실 차광오△산업재산경영지원팀 유장호△산업재산인력과 이익희△국제협력과 유병덕△국제상표심사팀 이경림◇기술서기관 승진△심사품질담당관실 한충희△국제협력과 김태근 신훈식△원동기계심사과 백재홍△정밀기계심사과 안영웅△건설기술심사과 최병석△생명공학심사과 신주철△식품생물자원심사과 이형곤△전기심사과 문태진△통신심사과 이강하△영상기기심사과 오제욱△디지털방송심사팀 문영재◇기술서기관 전보△정보협력팀 김용웅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감사 이재순 ■건국대 ◇학교법인△이사장비서실장 김기홍△법인사무국장 홍성용 ■미디어크리에이트 ◇경영기획실△HR팀장 이사대우 김건호◇영업1본부△영업1팀장 부국장 이석규△영업2팀장 부장 김용민◇영업2본부△영업3팀장 부장 김학겸△영업4팀장 〃 박정문◇마케팅전략실△마케팅전략팀장 부국장 조영일△대외협력팀장(리서치팀장 겸임) 부장 박설웅 ■KB국민은행 ◇승진 <지점장>△공항동 박경숙△신길사랑 최진호△인천원당 황희문△삼산 편득준△충렬로 배건한 ■신한금융투자 ◇신규 선임 <이사>△주식운용팀 백병목
  • [도약하는 대학] ‘개혁 5년’ 전북대 글로벌 명문 떠오른다

    [도약하는 대학] ‘개혁 5년’ 전북대 글로벌 명문 떠오른다

    전북대가 글로벌 명문 대학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6년에 서거석 총장이 부임한 후 변화와 개혁에 시동을 건 전북대는 최근 들어 그 존재감을 국내외에 과시하고 있다. 교육과 연구 경쟁력은 이미 국내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제 타 대학들이 ‘전북대 스타일’ 배우기에 나설 정도다. 지역 대학이라는 한계를 떨쳐버리고 나날이 놀라운 성과를 일궈내자 전북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전북대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대학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데 그치지 않고 연구 경쟁력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소통으로 구성원들을 변화시킨 것도 전북대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최근 몇년간 전북대의 연구 경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높아졌다. 2009년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논문 증가율 전국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지역 대학 최초로 연구비 수주액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연구비 수주액은 1244억원으로 서울대를 제외한 국립대 중 가장 많았다. 전임교원 1인당 연구비도 1억 2150만원으로 거점 국립대 가운데 1위다. 특히 최근 과학 기술 논문의 질적 경쟁력을 평가하는 ‘레이던 랭킹’에서 국내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수도권의 명문 사립대인 연세대, 고려대를 앞서는 것으로 신선한 충격을 줬다. 전북대가 연구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타 대학보다 한발 앞서 개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대학의 경쟁력은 교수의 연구력과 비례한다고 판단, 2007년부터 교수 승진에 필요한 논문 수를 두배 이상 강화했다.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정년 보장 교수들에게도 연구 실적 제출을 의무화했다. 또 교수들이 제대로 된 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도 주력했다. 우수 논문에는 승진 가산점을 주고 세계 수준의 논문에는 전국 대학 가운데 가장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세계 3대 저널에 논문을 게재한 교수에게는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이 같은 ‘채찍과 당근’ 제시에 일부 대학 구성원이 불만을 제기하고 저항하기도 했지만 소통과 리더십으로 이를 잘 극복했다. 또 논문의 양적 성장은 물론 질을 우선하는 교수 업적 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연구 경쟁력의 원동력을 확보했다. 이 같은 뒷받침은 국내외 학계가 주목하는 훌륭한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는 결실을 맺었다. 화학과 최희욱 교수가 2년간 3회 이상 국제학술지인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하는 등 좋은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전북대는 지역의 성장동력산업인 신재생에너지, 복합소재, 식품 및 생명공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북대는 교수들의 연구 역량뿐 아니라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교육 경쟁력이 높은 대학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교수진의 우수한 연구 경쟁력을 교육으로 확대하고 접목시킨 것이다. 지난해에는 전국 202개 대학 가운데 가장 잘 가르치는 11개 대학에 꼽혔다. 호남과 영남을 대표하는 거점 국립대 가운데 유일하게 5년 연속 교육 역량 강화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1년에는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 대학에 선정됐고 교육 역량 강화 사업 성과 최우수 대학으로도 뽑혔다. 전국 유일의 미 국무부 위탁 한국어 교육 기관이기도 하다. 전북대는 학생들에게는 기초 교육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기초가 탄탄하면 전공교육이 내실화되고 전공 지식이 풍부해지면 취업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신입생의 경우 영어, 수학, 물리, 화학 등 모든 전공의 기초가 되는 과목이 일정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2학년으로 올라갈 수 없도록 했다. 학과별로 기초과목을 정해 일정 수준 이상 도달한 학생에게는 인증서를 발급한다. 기초교양교육원에서는 잘 가르치고 창의적으로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교수·학습법을 개발해 수업 만족도를 높였다. 올해부터는 거점 국립대 가운데 최초로 4학기제를 운영하고 수준별 분반수업도 실시하고 있다. 4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는 문화소통 역량, 창의적 문제 해결 역량 등 6대 핵심 역량을 연 2회 평가해 우수 학생 인증서를 발급한다. 모든 졸업생에게 원어민 실용영어를 이수하게 했고 이공계생에 대해서도 글쓰기 수업을 의무화했다. 대학 곳곳에는 그룹 스터디룸을 만들어 학생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취업 예정 학생들의 실무 능력 향상을 위해 매년 1200여명의 학생이 기업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전북대는 취업 지원 방식도 남다르다. ‘입학에서 졸업까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체계적인 경력 관리를 해주고 있다. 2007년 국립대 최초로 시행한 ‘평생지도교수제’는 입학과 동시에 배정된 지도교수가 학업, 대학 생활은 물론 취업까지 상담하고 고민을 해결해 주는 교수·학생 멘토링 시스템이다. 학생들은 매 학기 지도교수를 찾아가 반드시 상담을 해야만 졸업할 수 있다. 이 관계는 졸업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큰사람 프로젝트’는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년별 전문 지식과 인성을 쌓을 수 있게 하는 경력관리 프로그램이다. 또 전액 장학금을 주고 졸업과 동시에 100%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도 여럿 운영하고 있다. 각종 국가고시에 대비하는 ‘고시지원반’도 성과가 높다. 총장과 보직자들이 국내 굴지 기업을 직접 찾아가 학생들의 우수성을 알리는 프로그램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밖에도 전북대는 국제화 지수 부문에서 전국 국립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전북대는 매 학기와 방학 기간에 연간 600여명의 학생을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중국 등의 자매결연 대학에 파견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글로벌 리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유수 대학과도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적극 확대해 왔다. 현재 전북대에서는 1000여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학위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국내외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져 공부하는 ‘국제하계대학’을 개설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부고]

    ●유진상(서울신문 정책뉴스부 부국장)씨 장인상 6일 충남 새금산장례식장, 발인 9일 오전 7시 (041)751-4701 ●송원일(KD컨설팅 대표)원양(사업)씨 모친상 최창식(서울중구청장)정경훈(보해양조 상무)씨 장모상 6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8일 오전 9시 (02)2258-5940 ●신방현(전 단국대 부총장)씨 별세 상호(대한양궁협회 기획실장)상윤(삼성물산 부장)씨 부친상 최인규(총각네야채가게 본부장)씨 장인상 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8시 (02)3010-2631 ●정의모(전 성남제2초 교장)씨 별세 진호(전 주 페루 대사)진흥(벽산파워 상무)진협(사업)유진(성남성일중 교사)씨 부친상 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8시 (02)3010-2232 ●이수윤(한겨레신문 부국장)씨 별세 이정혜(부산 연천중 교사)씨 남편상 이수영(설악신문사 기자)수빈(전 민예총 사무총장)수남(더타워픽처스 대표)씨 형님상 수정(남해 도마초 교사)씨 오빠상 6일 부산의료원, 발인 9일 오전 7시 (051)607-2651 ●남흥우(고려대 명예교수)씨 별세 기윤(광운대 법대 교수)씨 부친상 전봉수(전우구조건축설계 회장)씨 장인상 6일 고려대 안암병원, 발인 9일 오전 9시 (02)927-4404 ●김진봉(충북대 사학과 명예교수)진영(김이비인후과 원장)씨 부친상 홍계영(홍금농원 대표)권택조(아세아연합신학대 교수)장인길(극동방송 상임이사)씨 장인상 6일 충북대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 (043)269-7212 ●정근용(예비역 육군 대령)씨 별세 인(정인안과의원 원장)씨 부친상 김정수(디에스디엘 대표이사)최윤호(화남산업 대표이사)씨 장인상 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6시 (02)3010-2237 ●주순기(음성삼성병원 과장)완기(프라임에셋 지사장)씨 모친상 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7시 (02)3010-2000 ●김세구(경향신문 편집국 모바일팀장)공구(자영업)의구(신기 과장)씨 부친상 김원동(순천향대 중어중문학과 교수)씨 장인상 6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9일 오전 8시 (02)2227-7547 ●심소웅(전 주택공사 본부장)달현(연산식품 사장)길중(서울예술대 교수)달훈(국세청 국장)은숙(명성학원장)씨 모친상, 이덕희(명성학원 이사장)김경진(아이티엠코퍼레이션 상무)씨 장모상, 심규선(한화투자증권 부장)씨 조모상 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5시 (02)3010-2295
  •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10가지 감정 이야기

    감정이 없는 인간들로 구성된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2003년 개봉된 영화 ‘이퀼리브리엄’의 줄거리를 잠시 들여다보자. 제3차 대전이 일어났다. 이후 ‘리브리아’라는 새로운 세계가 생겨나고 ‘총사령관’이라 불리우는 독재자의 통치하에 놓인다. 전 국민들은 ‘프로지움’이라는 약물에 의해 통제되고 이 약물을 정기적으로 투약함으로서 온 국민은 사랑, 증오, 분노 등의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펼쳐진다. ‘리브리아’에서 철저히 전사로 양성된 특수요원들은 ‘프로지움’ 투약을 거부하고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반역자들을 제거하며 책, 예술, 음악 등에 관련된 모든 금기 자료를 색출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 영화는 감정이 억눌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거꾸로 감정이 인간에게 있어 필수 불가결한 조건임을 보여준다. 결국 우리의 삶은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할 수 있다. 갑자기 들려오는 큰 소리에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으슥한 골목길에서는 사람과 닮은 형상만 봐도 공포를 느낀다. 연인이나 오랜 벗의 격려 한마디에 금세 행복해지기도 한다. 19세기 후반 찰스 다윈이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 대하여’를 세상에 내놓은 이래 감정은 다양한 지역과 인종을 가로질러 인간 종의 보편적이며 우리의 뼈대만큼이나 선천적이고 구조적이며 규칙적이라는 사실이 상식화됐다. 신간 ‘인간다움의 조건’(스튜어트 월턴 지음, 이희재 옮김, 사이언스 북스 펴냄)은 인간을 인간이게 만든 10가지 감정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간의 감정을 생물학적 성질과 문화적 성질을 동시에 지닌 것으로 바라본다. 인간의 문화사를 통해 감정의 문화사를 들여다보는 과감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담고 있다. 저널리스트이자 문화사 전문가인 저자는 다윈이 꼽은 인간의 기본 감정 6가지에다 4가지 감정, 즉 질투, 수치, 당황, 경멸 등을 더했다. 개별 감정이 처음 시작된 기원에서부터 국가나 언론, 광고 매체 등이 적극적으로 감정을 이용하고 조작하는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문학과 예술, 철학, 대중문화를 밀도 있게 분석한다. 다시 말해 감정이 어떻게 인간 사회를 바꿨고 또 인간 사회는 어떻게 감정을 변화시키는지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예를 들어 원초적인 공포의 감정은 모든 신앙의 원동력이며 또 우리 사회생활과 문화생활의 태반을 떠받치는 기반이라는 주장 등이 흥미롭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文 통일정책 화두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4일 제2 개성공단 조성,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대북정책 관련 공약을 제시했다. 10·4 남북공동선언 5주년을 맞아 남북 문제를 화두로 던진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주정부’ 계승자이자 안정감 있는 후보임을 부각시키며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의 차별화도 겨냥했다. 문 후보는 이날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대선 후보가 된 이후 처음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조우했다. 문 후보는 이날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한반도, 다시 평화와 공존의 시대로’라는 제목의 토론회에 참석, 자신의 ‘한반도 평화 구상’으로 북핵 문제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의 병행을 꼽았다. 문 후보는 “(집권하면) 내년 여름까지 한·미, 한·중 정상회담을 열어 한반도 평화 구상을 조율하고 그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014년 상반기에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6개국 정상선언’을 도출하고 그해 말까지 정상선언을 이행할 기구를 출범, 다자안보협력기구로 발전시킨 뒤 본부를 비무장지대(DMZ)에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 후보는 이날 김부겸·박영선·이학영·이인영·안도현·김영경 대선기획위원 6명을 포함한 공동선대위원장단 10명을 발표했다. 고 전태열 열사 여동생인 전순옥 의원, 호남 출신 4선인 이낙연 의원도 포함됐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전체를 총괄하는 위원장이 따로 없는 수평적 체제이며, 정치·시대 교체를 이끌겠다는 쇄신의 표현”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 후보는 후보 직속 자문기구인 고위전략회의도 설치했다. 손학규·김두관·정세균 전 대선 경선 후보 3명과 이해찬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김한길 최고위원, 한명숙 상임고문 등 7인 체제로 구성됐다. 이와 관련, 당내에서는 “‘2선 후퇴론’이 제기된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선대위에 수렴청정하기 위해 등장한 것 아니냐. 뒷방 늙은이 대접하는 자리 같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저녁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문 후보는 박 후보와 나란히 자리해 담소를 나눴다. 박 후보는 문 후보에게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를 본 소감을 물었고, 문 후보는 “아주 보기에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문 후보는 이창동 감독 동생이자 영화 ‘시’를 만든 이준동 제작자, ‘광해’ 원동연 제작자, ‘후궁’ 김대승 감독, ‘부러진 화살’ 정지영 감독 등 영화인 30여명과 대화의 자리를 갖고 영화인들의 열악한 처우를 정책을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부산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프로야구] 완벽한 투타, 삼성

    85.7%. 프로야구 삼성이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확률치다. 전후기 리그(1982~88년)와 양대 리그(1999~2000년)로 운영되던 시기를 제외하고 단일 리그 체제에서 치른 21번의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 1위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이 무려 18번이다. 특히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정규 1위 팀이 한국시리즈를 우승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14.3%의 이변 가능성은 남아 있다. 플레이오프(PO) 직행을 확정지은 SK와 준PO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큰 두산과 롯데도 만만찮은 상대다. 시즌 전 부동의 ‘1강’으로 꼽힌 것이 무색할 정도로 초반 삼성은 고전했다. 최형우, 차우찬 등 주축들이 부진했다. 하위권을 전전하다 5월 말이 돼서야 7위에서 6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코칭스태프 보직을 바꾸는 등 분위기 쇄신을 꾀하기도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반대로 갔다. 코치들의 자리를 한 번도 바꾸지 않고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더워지자 삼성의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6월부터 약진을 시작해 연승 행진을 이어갔고, 7월 1일 마침내 1위로 치고 나섰다. 그 뒤 2위 그룹을 승차 5경기 이상 앞지르며 한 번도 역전을 허용치 않았다 삼성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정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투·타의 조화를 꼽을 수 있다. 투수진에서는 류중일 식의 ‘선발 야구’가 돋보였다. 다승 공동 1위인 장원삼(16승)을 비롯해 외국인 탈보트(14승)와 고든(11승), 배영수(11승)가 고르게 활약했다. 선발진이 거둔 승수는 62승으로, 전체의 81%였다.타선에서는 이승엽을 중십으로 박한이, 박석민 등이 꾸준히 활약했다. 박한이는 지난해의 부진을 씻고 .306에 50타점, .395에 이르는 출루율로 공격에 물꼬를 텄다. 이승엽 역시 30홈런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홈런 21개, 타점 85개로 제 몫을 다했다. 타격에 눈을 뜬 박석민 역시 팀내 최다인 홈런 23개, 91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세 타자가 팀 타점(572)의 44%인 251타점을 합작하며 삼성은 어렵지 않게 팀 타점과 팀 득점(615), 팀 장타율(.391). 팀 타율(.273) 1위를 달리며 ‘공격 야구’를 펼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가는 길이 쉽지는 않다. 가장 까다로운 상대는 SK다. 최근 선발진이 살아나며 분위기가 상승세를 타고 있고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우승 DNA’ 역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두산과 롯데도 준PO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라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사설] 부실 저축은행 상시퇴출로 구조조정해야

    지난해 상·하반기와 올 상반기 대규모 퇴출 조치에도 불구하고 몇몇 저축은행이 다시 퇴출 루머에 휩싸이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묶인 부실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2개 저축은행은 2011 회계연도(2011년 7월~2012년 6월)에 1조 162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회계연도에 비해 적자 폭은 줄었다지만 여전히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10개 저축은행은 자기자본이 모두 날아가 버린 완전 자본잠식 상태라고 한다. 대주주의 증자나 자산매각 등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인다지만 일부 저축은행의 퇴출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연이은 저축은행의 퇴출 조치와 영업환경 악화 등으로 저축은행의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더구나 저축은행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PF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얼어붙으면서 돈 굴릴 곳도 마땅찮다. 그렇다 보니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는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불신에 금리마저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고객들의 외면을 받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의 영업 기반을 넓혀 주기 위해 겸업 허용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나지 않는 한 시중은행과 2금융권의 틈바구니에서 활로 모색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와 올해 군사작전을 하듯 퇴출 저축은행을 선정하고 금융지주사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러한 반(反)시장적 방식으로는 비리와 불신만 키울 뿐이다. 엄격한 공시와 철저한 심사를 통해 상시퇴출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저축은행을 둘러싼 루머도 잠재울 수 있다. 지난해와 올해 엄청나게 비싼 비용을 치르면서 저축은행들을 퇴출시키는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다.
  • [기고] 9·28 서울 수복과 박정모 소위/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기고] 9·28 서울 수복과 박정모 소위/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대전현충원은 대한민국의 역사다. 독립과 호국이라는 역사의 두 수레바퀴 속에서 조국을 세우고 만들기 위해 목숨을 던진 이 땅의 영웅들이 잠들어 있는 곳, 통곡과 회한의 눈물로 비석을 닦는 유가족들의 발길이 연중 멈추지 않는 곳, 이곳의 아픔과 영광을 모른 채 개개인의 정체성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마주치게 되는 것이 태극기이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넋을 원동력으로 조국을 영원토록 약진·번영으로 이끈다는 천마웅비상 밑에는 가로 9m, 세로 6m의 거대한 태극기 화단이 조성돼 있다. 조각상 뒤로 150m의 거리에 대형태극기 50개가 펄럭이고 있다. 태극기를 보고 있으면 6·25전쟁 당시 서울 한복판인 중앙청에 희망의 깃발을 내걸고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박정모 대령이 떠오른다. 미국 트루먼 대통령으로부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공훈’이라는 내용의 표창장을 받은 인물로 용감한 해병의 상징이다. 고인의 묘소에는 그날의 기쁨을 기억하듯 소형 태극기가 가을의 햇살에 빛나고 있다. 상석에는 ‘중앙청 태극기 게양 그 벅찬 감격의 순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필승’이라고 써 있다. 서울은 전쟁이 발발한 지 사흘 만에 함락됐다. 그러나 9월 15일 유엔군 총 7만여 명의 병력과 260여척의 함정으로 감행된 인천상륙작전은 전세를 역전시키며 9월 28일 서울을 수복했다. 시민들은 중앙청에서 휘날리는 대형태극기를 보고 서울을 되찾았음을 알고 양손을 번쩍 들고 만세를 불렀다. 극적인 중앙청 태극기 게양은 3명의 해병대원에 의해 이뤄졌다. 스물네 살의 해병대 소위 박정모, 이등병조(현 병장) 양병수, 견습해병(현 이병) 최국방이 바로 그들이다. 9월 25일부터 서울 시가지 전투가 전개돼 26일 서울 시청에 들어선 뒤 스탈린과 김일성 초상화를 내리고 인공기를 불태웠다. 해병대원들은 서울의 상징인 중앙청 수복은 반드시 우리 손으로 해야 한다는 각오로 북한군의 극렬한 저항을 뚫고 중앙청에 도착했다. 27일 새벽 3시 박 소위는 대형 태극기를 온몸에 감고 장대를 들고 태극기를 게양하기 위해 중앙청 건물 위로 올라갔다. 폭격과 총탄으로 벌집이 되어버린 중앙청 건물의 돔은 철제 사다리가 파괴돼 오르기가 힘겨웠다. 박 소위는 대원들의 허리띠를 연결해 로프를 만들어 올라갔다. 북한군에 점령된 지 꼭 89일 만에 다시 중앙청에 태극기가 휘날린 것이다. 박 소위는 ‘내가 온 국민이 소원하는 우리나라 심장부에 자랑스러운 태극기를 직접 꽂았다.’는 벅찬 감격에 눈물을 흘렸다. 서울 탈환에 앞장섰던 미 해병대는 한국 해병대가 태극기를 올리도록 양보함으로써 돈독한 혈맹관계를 보여줬다. 박 소위가 중앙청에 태극기를 게양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승리의 감동과 대한민국의 혼을 보여줬다. 그러나 승리의 뒷면에는 많은 희생이 있었다. 인천상륙작전과 서울 수복을 위해 국군과 유엔군 사상자가 4000여명이 발생했다. 9월 28일 서울수복을 기념하면서 오늘 우리는 자유와 평화가 유엔군과 국가유공자의 고귀한 희생 위에 꽃피웠음을 잊지 말고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갖는 날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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