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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부문부터 도입하면 충분히 가능” “차별 여전해 나쁜 일자리만 늘릴 것”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는 네덜란드 모델 중심의 시간제 일자리로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사회 구조와 직장 문화가 다른 우리나라에 유럽식 개념의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하는 일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업률이 올라가고 일자리 창출이 더딘 상황에서 (시간제 일자리는) 선택이 아닌 의무”라면서도 “근로 조건이 불안정한 우리나라에서 일자리 확대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결국 나쁜 일자리만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좋은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착에 필요한 문제점을 해결하거나 최소한 병행해서 진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시간제 일자리에 긍정적인 전문가들은 “(시간제 일자리가) 정착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면서 “공공부문 등 현실화할 수 있는 영역부터 모델 케이스를 발굴하고 전파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동법 전문가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0일 “유럽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근로 조건의 안정성과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새로운 가치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면서 “임금 수준과 각종 사회보장 비용 등을 정규직 수준으로 맞추며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는 정부가 고용보험 등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지원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필요에 따라 시간제와 종일 근무의 전환이 탄력적으로 이뤄지는 ‘파트타임 전환 청구권’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 외 직장 내 시간제 근로자가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사회에서 시간제 일자리는 허드렛일 정도로 인식해 왔는데 여기에 따른 각종 차별 등의 관행을 어떻게 끊어버리느냐가 정책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고용의 질적 측면을 담보할 만한 법적·정책적 뒷받침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어 시간제 일자리가 비정규직만 양산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네덜란드만 해도 시급이 1만 6000원 수준인데 현재 우리나라 법정 최저 임금이 4860원임을 고려하면 동일 임금을 맞추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네덜란드처럼 복지와 관련된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깔려 있지 않고 출산 여성에 대한 차별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만 도입한다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현재 민간 기업에서 비정규직 일자리를 아주 싸게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얼마나 호응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노사정 일자리 협약의 내용을 봐도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개념을 장황하게 설명했는데 그냥 정규직 신분으로 고용을 보장한다고 하면 될 일”이라면서 “네덜란드형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외형만 따르는 것이지 그 내용을 보면 결국 무기계약직 양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부의 주장대로 시간제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가 되려면 신분 자체가 정규직으로 보장되어야 하고 임금도 정규직 기준에 따른 시간제 임금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자동차 정비내역 전산입력 의무화

    오는 9월부터 종합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자동차의 수리내역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주행거리를 속이거나 침수 차량을 정상 차량으로 속여 파는 일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정비·매매·해체재활용(폐차)업자가 정비·성능점검 내역을 자동차정보시스템에 의무적으로 전송하는 ‘자동차 생애주기 토털 이력정보체계’를 9월부터 가동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자동차 생애주기 토털 이력정보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정한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동차정비업자는 차량 안전에 관련한 주요 정비내역을 72시간 이내에 자동차 토털 이력정보시스템에 의무적으로 전산 입력해야 한다. 매매업자는 성능검사기록부를, 해체재활용업체는 폐차 인수증명서를 입력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과징금 및 과태료를 내야 한다. 현재는 종합보험에 가입된 자동차만 보험개발원을 통해 정비내역을 알아볼 수 있다. 그러나 종합보험에 가입한 차량은 전체의 51%에 불과하고 정비내역도 침수차량과 사고차량에 한정됐다. 이에 따라 절반 가까운 차량은 종합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중고차 거래 시 주행거리를 속이거나 사고 전력을 속여 팔아도 소비자는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비 내역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사고 차량이나 자차수리 차량 모두 정비업체를 거친다는 점을 착안, 정비업체가 의무적으로 정비 내역을 시스템에 전산 입력하도록 했다. 입력 내용은 엔진오일 교환 등 소모성 제품 교환을 뺀 안전과 관련한 모든 정비 내역이 해당된다. 정비업자는 종합·소형·원동기·전문정비(카센터) 업체 등 모든 정비업체가 포함된다. 안전 관련 정비는 엔진, 변속기, 크로스멤버(차량 전면 지지대) 수리, 판금, 문짝 교체 등으로 세부 내역은 9월 중 고시할 예정이다. 자동차 토털 이력정보시스템이 가동되면 고질적인 주행거리 조작이 줄어들고 자비부담 차량 수리내역도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전문 정비업체가 불법으로 수행하는 판금, 도장 등과 같은 불법 수리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그러나 정비업체와 정비 의뢰자가 짜고 정비 내역을 고의로 누락시킬 경우 이를 적발하는 데는 한계가 따를 것으로 보고, 정비 누락이 만연하면 소비자를 함께 처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황성규 자동차정책과장은 “자동차 정비 내역이 드러나면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과 자동차 안전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국민경제자문회의 출범] 대표 경제학자·대학 총장…해당 분야 ‘베스트’ 결집

    [국민경제자문회의 출범] 대표 경제학자·대학 총장…해당 분야 ‘베스트’ 결집

    “경제원로회의가 아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29일 30명의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자문위원에 대해 이같이 말한 뒤 “해당 분야 베스트(최고)를 모시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일해 본’ 사람이 아닌 ‘일할 수 있는’ 사람으로 꾸렸다는 얘기다. 실제 자문위원의 평균 연령은 54.3세로, 청와대 실장·수석(61.1세)은 물론 국무총리·장관(58.7세)에 비해 젊다. 사실상의 수장 격인 부의장에 위촉된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청와대 경제수석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경제학자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 회원이다. 현 교수를 비롯해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윤창번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 9명이 미래연 회원이다. 손 교수와 윤 고문, 안 교수는 인수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 인수위 출신 인사는 이들 3명을 포함해 신인석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 모두 5명이다. 미래연과 인수위 출신 인사들은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핵심’에 근접한 정책을 자문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민주화를 주도하게 될 공정경제 분과위원장인 서동원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은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하지만 공직에서 로펌으로 갔다가 다시 준(準)공직으로 돌아와 ‘신(新)전관예우’ 논란도 제기된다. 거시금융 분과위원장인 정갑영 연세대 총장은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 후보 등으로 거론됐었고, 민생경제 분과위원장인 안상훈 교수는 최성재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의 제자다. 창조경제 분과위원장은 미 프린스턴대 기계·항공우주공학과와 와튼스쿨 MBA 출신의 최원식 매킨지 한국사무소 대표가 맡았다.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미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김창준씨도 자문위원에 위촉됐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30일 TV 하이라이트]

    ■KBS 파노라마(KBS1 밤 10시) ‘몸’은 이 시대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특히 젊은 세대는 건강한 몸 못지않게 매력적인 몸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의학적으로는 적정 체중인 여성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몸은 자신에게 가해진 모든 것을 기억하고 반응한다. 프로그램은 내 몸의 반응을 기억하고, 이에 맞춰 몸을 가꿔온 사람들을 만나본다. ■TV소설 삼생이(KBS2 오전 9시) 지성(지일주)은 인수(김승욱)와 경자(김도연) 앞에서 체포되고, 삼생(홍아름)은 돌아오지 않는 지성을 기다리다 마침내 지성이 연행된 것을 알게 된다. 한편 인수에게서 지성이 체포되었다는 말을 들은 봉무룡(독고영재)은 동우(차도진)와 함께 급히 삼생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남자가 사랑할 때(MBC 밤 10시) 태상(송승헌)은 재희(연우진)에게 창희(김성오)의 편지를 전해주려 하지만 재희는 창희에게 직접 듣겠다고 거절한다. 태상의 부탁으로 미도(신세경)는 재희를 설득한다. 한편 재희의 제안으로 로이장(김서경)은 골든 트리를 찾는다. 로이는 태상과 함께 한국의 맛집과 관광지 등을 둘러본다. ■한국인의 밥상(KBS1 밤 7시 30분) ‘한우 고기’하면 흔히 마블링이 촘촘히 박혀 있는 등심을 연상하지만, 소의 고기는 39가지로 세분화되어 있다. 창문 안쪽의 커튼 주름을 닮아서 안창살, 부채 모양을 닮았다 하여 부챗살 등 이름만큼이나 맛도 질감도 다르다. 고기가 아닌 내장과 머리 부분까지 포함하면 먹을 수 있는 부위는 더 다양한데…. ■대한민국 화해 프로젝트 용서(EBS 밤 9시 50분) 평화로운 농촌, 경기 남양주시 부엉배 마을이 둘로 나누어졌다. 대대로 살아온 원주민과 전원생활을 꿈꾸고 찾아온 이주민 간의 반목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원주민과 이주민, 성격만큼이나 다른 두 사람의 견해 차이. 화해를 위해 떠난 인도네시아에서 두 사람은 과연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까. ■더 워(OBS 밤 9시 50분)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유럽을 정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었을까.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군사 기술은 연합군보다 한참 앞서 있었으며, 막강한 병기로 전 세계를 불안에 떨게 했다. 이번 시간에는 전장에서 맹위를 떨치며 독일군에게 승리를 안겨 줄 뻔했던 나치의 비밀 병기에 대해 알아본다.
  • [국민경제자문회의 출범] ‘원톱’ 위원회… 근혜노믹스 선도

    [국민경제자문회의 출범] ‘원톱’ 위원회… 근혜노믹스 선도

    29일 공식 출범한 국민경제자문회의는 ‘근혜 노믹스’(박근혜 대통령 경제정책)를 이끌 ‘왕(王) 위원회’로 평가된다. 단순한 자문기구 역할을 넘어 국정과제를 제시하는 정책기구 역할을 겸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경쟁력강화위와 국가브랜드위, 미래기획위, 녹색성장위 등 경제 관련 대통령 자문위원회가 우후죽순처럼 세워져 헌법에 규정된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유명무실했던 이명박 정부와 달리 박근혜 정부는 5개의 경제 관련 자문위원회를 없애고 국민경제자문회의만 남기는 ‘원톱’ 체제로 전환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정부에서는 위원회가 너무 많았고 위원회끼리 경쟁하다 보니 국민경제자문회의의 역할이 작았다”면서 “경제 분야의 유일한 대통령 직속위원회이기 때문에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직 체계도 창조경제, 민생경제, 공정경제, 거시금융 등 현 정부 경제 기조에 맞춰 재구성했다.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 기조 중 하나인 ‘경제부흥’의 밑그림을 짜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첫 회의를 갖고 활동에 들어간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앞으로 분기마다 대통령 주재 전체회의를 열고 분과별로는 매달 한 차례씩 회의를 열기로 했다. 국내외 연구기관과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정책보고서도 발간할 계획이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학사장교 출신 공직 새 파워엘리트 인맥 부상

    학사장교 출신 공직 새 파워엘리트 인맥 부상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정승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김덕중 국세청장. 박근혜 정부에서 주요 정부기관의 수장으로 임명된 이들 세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학사장교 출신이라는 점이다. 동문 규모가 4만 7000여명에 이르는 학사장교 인맥이 이번 정부에서 새로운 파워엘리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육군학사장교총동문회는 지난 25일 ‘2013년 명품 학사장교 교류의 장’이라는 동문행사를 했다. 과거 동문행사 참석자는 200명 내외였지만 올해에는 3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했다. 최근 학사장교 출신들이 공직의 새 그룹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사였다. 1기 출신인 유 장관은 1981년 학사장교제도의 탄생을 함께했다. 그의 1기 동기로는 현 총동문회장인 김동완 새누리당 의원과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이종배 충주시장 등이 있다. 충남도청 행정부시장을 지낸 김 의원과 행정안전부 2차관을 지낸 이 시장은 유 장관과 같은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함께 입문했다. 유 장관은 “당시 총무처에서 행정고시 출신 장교를 선발했던 것이 지원동기였다”면서 “장교로서 지휘통솔 경험이 이후 공직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9, 10대 학사장교총동문회장을 지냈다. 이번 정부에서는 국세청의 학사장교 인맥이 눈에 띈다. 김덕중 국세청장 이외에도 이전환 국세청 차장, 이종호 중부지방국세청장 등이 학사장교로 군 복무를 했다. 이들은 모두 학사장교 7기이다. 김 청장은 “학사장교로 복무하며 리더십과 소통능력을 배웠고 내성적인 성격도 변했다”는 소회를 대내외적으로 밝힌 바 있다. 청와대에서는 오균 국정과제비서관과 박동훈 행정자치비서관 등이 학사장교 출신이다. 그 외 공직에서는 김준동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과 김낙회 국무조정실 조세심판원장, 정재근 안행부 지방행정실장, 김의도 통일부 남북출입사무소장 등이 있다. 현직 단체장 가운데는 이 시장 외에도 이성 서울 구로구청장과 전귀권 양천구청장 권한대행 등이 있다. 학사장교는 학군장교(ROTC) 등 다른 장교임관 제도와 달리 학사 이상의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매해 6월에 입교해 16주의 양성교육을 받고 복무기간은 36개월이다. 올해 임관하는 58기는 다음 달 28일 입교한다. 학사장교의 가장 큰 특징은 사회의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인다는 점이다. 한 기수에 속한 연령대의 폭이 넓고 대학졸업자, 석·박사, 유학파 등 출신 분야가 다양하다. 박명수 학사장교총동문회 사무총장은 “학사장교 출신들의 다양성이 단결을 강조하는 군 문화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고용률 70% 달성’ 비정규직 양산 우려

    ‘고용률 70% 달성’ 비정규직 양산 우려

    정부가 다음 주 초에 발표할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에 대한 군불때기가 한창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나서서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관련 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고용률 70%에 과도하게 집착한 나머지 비정규직 확충이란 손쉬운 카드로 성과를 내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 확충 논의는 청와대가 불을 지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고용률 70%를 달성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제 일자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선진국을 보면 그런 일자리(시간제 일자리)가 굉장히 많고 그 일자리들도 좋은 일자리들”이라고 부연했다. 28일에는 조원동 경제수석이 나서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과 우리의 평균 근로시간을 비교하며 시간제 일자리 확충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조 수석은 “근로시간을 연 2100시간에서 1800시간으로 줄이면서 2100시간 일한 만큼 가져간다면 생산성이 안 되는 것”이라며 근로시간 단축과 시간제 일자리 확충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을 거론하기도 했다. 현 부총리도 2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여성과 청년 등 비경제활동인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중앙 부처와 공공기관에 시간제 근로자 5만명을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 확충을 주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하루 8시간 근무하는 정규직’이라는 기존 일자리 기준으로는 고용률 70% 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5~64세 고용률은 64.4%. 고용노동부 추산에 따르면 이를 현 정부 임기 내에 70%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5년 간 238만개, 매년 47만 6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매년 7%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가능한 수치다. 지난해 성장률 2%의 3.5배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4%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다.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를 강조하면서 ‘좋은 일자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간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꾸는 처방은 고용 불안정과 열악한 근로환경의 개선인데도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은 탓이다. 더구나 기업들에 시간제 일자리를 강요할 수도 없고, 기업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정규직 채용을 줄이면 나라 전체적으로 좋은 일자리는 늘어나기 어렵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일자리의 양에만 집착하는 대신 시간제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과 4대보험 보장 등 좋은 일자리로 바꾸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재호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수출·대기업 위주에서 내수·중소기업의 균형성장으로 고용효과를 제고하는 게 일자리 창출의 해법”이라면서 “임금 유연화와 고용안정, 일자리 나누기 정책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지방예산 쪼그라든 ‘공약 가계부’ 갈등… 당·청 관계 재정립 첫 시험대 오르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 이행을 위한 재정계획을 담은 ‘공약 가계부’를 둘러싸고 당·청 갈등이 점증하고 있다. 정부의 ‘공약 가계부’에 대선 과정에서 내세운 105개 지방공약 예산이 현저히 줄어든 데 대해 당내에서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 체제가 내세운 당·청 관계 재정립 공약이 처음으로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정부는 2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4대 국정기조와 140개 국정과제를 확정한 가운데 이의 실현을 위해 135조 1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산정한 정부의 ‘공약 가계부’를 오는 31일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재원방안 마련으로는 세입 확충 50조 7000억원, 세출 구조조정 84조 4000억원이 들어간다. 사회간접자본(SOC) 부분이 12조원으로 가장 많지만, 신규 사업 투자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SOC·산업 분야 지출의 비중이 감소하고 복지·교육·문화 등의 비중이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는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당의 불만은 지방공약 예산 가운데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가 없다는 데에 있다. 당에서는 SOC 등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가 없으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신규 사업의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도 안 한 상태에서 사업을 책정하다 보니, 전체적인 추계를 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도 “신규 사업에 해당하는 지방공약 예산을 축소하면 당에서 추진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갈등이 커지자 청와대에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나섰다. 조 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재원 마련에서 우선 순위를 적용하다 보니 허리띠 졸라매는 부분이 없을 순 없다”고 해명하고 “SOC 신규 사업을 완전히 배제한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사업은 신규로 해야 할 부분이 있지 않나. 당장 내년에 하기로 프로젝트로 구체화된 것은 내년 사업에 대해선 재원이 들어가 있다”면서 “이런 게 전부 합치면 20조 이상이며, 프로젝트로 구체화되지 않은 것은 앞으로 추가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갈등은, 청와대 및 정부와의 관계에서 분명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최경환 원내대표 체제에 전투력을 고양시키고 있다. 당은 기존 당정 협의가 아닌 ‘항시 당정체제’를 통해 대정부 영향력을 상시 유지하기 위해 정책위 산하의 1~6 정조위원장에게 막강한 권한을 위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당은 전날 정부의 ‘공약 가계부’를 보고받은 자리에서 105개 지방공약 실천을 위한 예산이 4분의1밖에 반영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청와대에 강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몇몇 경제부처는 당과의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정책을 발표했다가 당으로부터 엄중한 경고를 듣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는 후문이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동물원 야생동물병원에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동물원 야생동물병원에 가다

    때 이른 초여름 날씨로 신록이 제 빛깔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다. 집안에 있기에는 아까운 날씨다. 예나 지금이나 동물원은 가족단위의 나들이 장소로, 어린이들의 소풍장소로 최고 인기다. 동물들은 저마다의 고운 자태를 뽐내고 관람객들의 시선에 신이 나 재롱을 부려본다. 동물들과 사람들이 즐거운 추억거리를 만들고 있는 사이 다른 한편에서는 동물원 식구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이가 있다. 바로 수의사들이다.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병원 응급실에 비상전화벨이 울린다. 코끼리사육장에 응급상황이 발생했다는 연락이다. 9년생 코끼리의 상아가 부러진 것. 오석헌 수의사는 “어딘가에 부딪혀 다치는 경우도 많지만, 서로 영역 다툼을 벌이다 상처가 날 때가 많다”며 서둘러 왕진가방을 챙겨 출동했다. 성이 날 대로 난 녀석은 쇠사슬에 발이 묶인 채로 사육사들에게 긴 코를 휘두르며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위험해질 수도 있지만 수의사는 주저할 여유가 없다. 사육사 서너 명과 함께 달라붙어 급한 대로 응급처치를 한 후 진정제 주사를 놓았다. 녀석은 그제서야 얌전해졌다. 야생동물 수의사들의 일과는 동물원 아침 회진(回診)으로 시작한다. 종합병원 의사들이 아침마다 환자들을 둘러보는 것처럼. 환자들이 ‘말 못하는 동물’이다 보니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다. 오 수의사는 “치료하는 도중 해대는 발길질도 곤혹스럽지만 더 힘든 건 예방접종을 할 때”라면서 “동물들을 한 마리씩 붙잡고 주사를 놔줘야 하는데,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고 힘은 또 얼마나 센지, 여간 힘든 게 아니다”라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수의사들이 동물들의 건강만 챙기는 건 아니다. 굽이 있는 동물의 발톱을 깎아주는 일도 수의사들 몫이다. 그러다 보니 울음소리만 들어도, 눈빛만 봐도 대충 어디가 불편한지 알 수 있다.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동물병원에 ‘입원’ 중인 두루미는 지난달 관람객이 던져준 음료수 캔에 부리가 끼면서 크게 다쳤다. 그동안 입원치료를 해 왔지만 상처가 아물지 않아 결국 봉합수술을 해야 한다. 두루미가 놀랄까봐 수건으로 눈을 가린 채 수술대 위에 겨우 눕혔다. 야생동물 수술의 최대 관건은 시간이다. 마취가 동물 건강에 영향을 덜 주게 하려면 수술을 최단시간 안에 마쳐야 한다. 여용구 수의사는 “사람과 친밀한 애완동물은 수술과정이 수월하지만, 사람을 경계하는 야생동물들은 무척 예민해서 마취도 잘 안 걸린다”며 수술을 시작했다. 수의사들은 담당별로 상처 부위를 살핀 뒤 혈액검사, 초음파, X선 검사 등을 신속히 진행했다. 수술대에 오른 지 한 시간 뒤 두루미는 부리에 붕대를 감은 채 회복실로 옮겨졌다. 다행히 수술은 잘됐고 다른 검사 결과에서도 이상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일주일간 입원치료를 하면서 상처 부위가 아물면 우리로 돌아가 다시 힘찬 날갯짓을 할 것이다. 수술실 밖 욕조에선 배탈이 난 아기 하마가 수의사가 주는 설사약을 받아먹고 있었다. 올해 초 동물원에서 태어난 녀석이다. 동물원에서 태어나는 새끼 야생동물들이 늘고 있다. 그만큼 동물원이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가족처럼 돌보는 수의사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수의사들은 성한 녀석들보다 아프거나 다친 동물, 기형으로 태어난 동물, 인기 없는 동물들에게 마음이 더 간다고 한다. 그렇게 태어난 동물들은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고, 인간과 함께 늙어간다. 동물원은 더 이상 인간만을 위한 휴식 공간이 아니다. 야생동물의 보호와 종(種)보존을 위한 메카로 진화하고 있다. 그 속에서 수의사들은 ‘생명’이라는 무거운 짐을 기꺼이 지고 지금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글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정부·청와대 고위공직자 재산 내역 살펴보니] 靑 실장·수석 등 11명 평균 19억5921만원

    [정부·청와대 고위공직자 재산 내역 살펴보니] 靑 실장·수석 등 11명 평균 19억5921만원

    허태열 비서실장을 포함해 차관급 이상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평균 재산은 19억 5921만원으로 나타났다. 24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2월 25일 기준으로 청와대 차관급 이상 11명의 참모 가운데 ‘윤창중 성추행 파문’으로 사퇴한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32억 9394만원으로 가장 많은 재산을 신고했다. 현직으로는 최순홍 미래전략수석이 32억 527만원을 신고해 가장 재산이 많았다. 최 수석은 미국에 본인 소유의 단독주택 2채와 아파트 1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택 가격은 26억원이다. 예금의 경우, 본인과 부인이 합해 15억 2000만원가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본인 소유 차량 3대 모두가 벤츠와 BMW , 토요타 등 외제차라는 사실이 눈에 띈다. 29억 4400만원을 신고한 곽상도 민정수석은 예금이 20억 4794만원으로 재산 가운데 비중이 가장 컸고 본인 명의의 자동차도 외제차 1대를 포함해 3대를 신고했다. 이어 허태열 비서실장은 26억 6102만원, 최성재 고용복지수석 22억 1343만원 순이었다. 박흥렬 대통령 경호실장은 14억 4889만원,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9억 8067만원,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은 7억 3896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왕수석’으로 불리는 이정현 정무수석은 4억 4543만원으로 재산이 가장 적었다. 정치자금을 정당기탁금으로 반환해 예금금액이 감소했고, 주택대출금 상환 등의 이유로 종전 신고 재산(7억 2115만원)에서 2억 7571만원이 줄었다. 이 정무수석은 부모에 대해 독립생계유지를 이유로, 주 외교안보수석도 장·차남과 손자·손녀 각각 2명 등 모두 6명에 대해 독립생계유지 이유를 들어 고지거부했다. 박 경호실장과 이 전 수석 역시 같은 이유로 각각 장남·손자와 손녀에 대해 고지를 거부했다. 조원동 경제수석과 모철민 교육문화수석은 이미 올해 3월 재산을 공개해 이번 재산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식 임명이 늦어졌던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다음달 초 재산내역이 공개될 예정이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프로축구] 포항 ‘용병의 전설’ 라데, 17년 만에 스틸야드 뜬다

    [프로축구] 포항 ‘용병의 전설’ 라데, 17년 만에 스틸야드 뜬다

    1990년대 프로축구를 주름잡았던 ‘유고산 폭격기’ 라데(43·세르비아)가 17년 만에 스틸야드에 뜬다. 포항 팬들이 뽑은 최고의 용병으로 선정된 라데는 창단 40주년을 맞아 26일 대구와의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 뒤 열리는 레전드매치에 선수로 참가한다. 라데는 K리그 역사에 획을 그은 선수다. 1992년부터 5시즌 포항 유니폼을 입고 55골 35어시스트(147경기)를 기록했고 1996년에는 K리그 최초로 10-10클럽(11골 14도움)에 가입했다. 탁월한 골 감각은 물론 훈훈한 외모에 화려한 쇼맨십까지 갖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1년에는 분데스리가 베르더 브레멘에 진출한 이동국(전북)과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몇해 전 구단으로 “베오그라드에 포스코아레나가 있는데 볼 때마다 포항을 떠올린다. 내가 운영하는 숙박업소를 ‘포스코레지던스’라고 지었다”는 편지를 보냈을 정도로 한국 사랑도 남다르다. 세르비아에 사는 라데는 시대를 풍미했던 최순호, 허정무, 이흥실, 박태하, 김기동 등과 함께 ‘별들의 잔치’에 초청받았다는 말에 주저 없이 비행기를 탔다. 쟁쟁한 선배들이 스틸야드를 찾는 만큼 단독 1위 포항(승점 23)의 결의는 남다르다. 전설들 앞에서 포항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포항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기겠다”고 큰소리쳤다. 지난주 울산에 패하며 무패 기록이 ‘19’(11승8무)에서 끊겼지만 동요하지 않고 대구FC 공략법에 집중했다. 월드컵 최종 예선 3연전에 선발된 ‘태극마크 3인방’ 황지수, 신광훈, 이명주가 선봉에 선다. 외국인 선수 없는 ‘쇄국 정책’ 포항이 잘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중원을 탄탄하게 지켜준 이들 덕분이다. 경기 다음 날 대표팀에 소집되는 이들은 A매치 휴식기 전에 팀에 승점 3을 안기겠다는 각오가 뜨겁다. 친정팀을 정조준한 아사모아(가나)가 경계 1순위. 지난 시즌까지 포항에서 뛰었던 아사모아는 아직 승리가 없는 꼴찌 대구(승점 5·5무7패)에서 1골 1도움으로 나름대로 제 몫을 하고 있다. 빠른 돌파와 날카로운 슈팅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이날 2위 제주(승점 22)는 FC서울(9위·승점 13)을 안방으로 불러들인다. 2008년 8월 이후 서울을 꺾은 적이 없지만(5무10패) 서울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으로 체력이 떨어진 상태라 만회할 찬스다. 군복을 입은 박경훈 제주 감독은 서울전을 ‘탐라대첩’이라고 명명하며 “싸움에는 무승부가 없다. 서울전에서 처참한 성적을 거뒀는데 이번엔 반드시 설욕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진한 감독이 사퇴한 경남FC는 25일 울산 원정을 치르고, 챔스리그 8강행이 좌절된 전북은 같은 날 강원FC를 상대로 분풀이에 나선다. 전남은 수원을 광양으로 불러 8경기 연속 무패에 도전한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초대 국무위원·靑수석 평균 18억6449만원… MB때의 절반 수준

    초대 국무위원·靑수석 평균 18억6449만원… MB때의 절반 수준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무위원과 청와대 수석(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의 1인당 평균 재산은 18억 6449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 첫 청와대 수석·내각(평균 31억 3800만원)의 59% 수준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24일 대한민국 전자관보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25억 5861만원, 정홍원 국무총리 18억 7739만원 등 청와대 수석 이상 9명, 국무위원(총리 포함) 10명 등 재산공개 대상 고위 공직자 19명의 재산등록 현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미 재산을 공개한 조원동 경제수석과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 8명을 포함해 청와대 수석 이상 11명, 국무위원 16명 등 27명의 1인당 평균재산은 18억 6449만원이었다. 박 대통령을 제외한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 박흥렬 대통령 경호실장 등 청와대 수석 이상 11명의 재산 평균액은 19억 5921만원이었다. 정 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16명의 재산 평균액은 18억 4533만원이었다. 청와대와 내각을 통틀어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46억 9738만원을 신고해 재산이 가장 많았다. 새 정부 고위 공직자 27명 가운데 29.6%에 달하는 8명은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공개를 거부해 전체 행정부 재산공개 대상 고위 공직자 고지거부 비율인 28%보다 다소 높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첫 국무위원·청와대 수석 이상의 39.1%(23명 중 9명)가 존비속의 재산 고지를 거부한 것에 비하면 10% 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공개입찰했더니 2억 예산 ‘뚝’

    중구 청소행정과와 재무과 직원들이 창의행정으로 두둑한 성과금을 받았다. 중구는 두 부서를 ‘2012 회계연도 예산성과금 지급대상’으로 선정, 각각 450만원과 250만원을 지급했다. 예산성과금 제도는 적극적인 행정으로 구 예산을 절약했거나 세입을 증대한 사업에 시상하는 것이다. 청소행정과는 재활용선별장 위탁을 수의계약에서 공개경쟁입찰로 전환하고 분리 위탁하던 잔재물 처리도 일괄 위탁으로 변경했다. 그 결과 단가를 낮추고 위탁업체를 2개에서 1개로 줄여 2억여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재무과는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서소문공원 지하주차장 부지 변상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 2심에서 승소해 15억원이 넘는 예산을 돌려받았다. 이 밖에 도시디자인과(관광특구지역 간판개선 국비 확보), 가로환경과(국공유재산 무단 사용에 대한 변상금 신규 부과), 도로시설과(준용도로 공고와 도로구역설정 고시에 따른 세입 증대) 등도 격려금을 받았다. 박기석 기획예산과장은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격언처럼 직원들의 작은 노력이 주민의 혈세를 아끼는 원동력”이라면서 “앞으로도 적극적인 포상과 더불어 직원들의 창의행정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남덕우 前총리, 5000년 가난 벗어나는 데 큰 발자취 남겨”

    “남덕우 前총리, 5000년 가난 벗어나는 데 큰 발자취 남겨”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고(故) 남덕우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박 대통령은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직후 빈소가 마련된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빈소에서 조문한 뒤 고인의 영정에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박 대통령은 유족들에게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하신 총리이고, 또 5000년 가난을 벗었다고 그러는데 남기신 발자취가 너무 크다”고 남 전 총리의 업적을 치하한 뒤 “또 한 번 ‘제2의 한강의 기적’을 곧 이루겠다 마음먹고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그래야 (고인이) 하늘나라에서도 기뻐하지 않겠는가”라고 위로했다. 박 대통령은 조문록에 “조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일생을 바치신 총리님의 영전에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라고 적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조문과 관련, “박 대통령은 유족들을 번거롭게 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비공개로 다녀왔으며 총 15분가량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허태열 비서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 이정현 정무·조원동 경제·주철기 외교안보수석, 김 대변인이 조문에 동행했다. 한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오후에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 하금열 전 대통령실장 등과 함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강창희 국회의장과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윤상직 산업통산자원부 장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인 허창수 GS 회장 등 정·관·재계 인사들도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고인은 22일 영결식 후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전용도로 늘리기커녕 없애기 바쁜 자전거 1000만대 시대

    전용도로 늘리기커녕 없애기 바쁜 자전거 1000만대 시대

    지방자치단체들이 수년 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두 바퀴(자전거) 정책’이 슬며시 꼬리를 내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생성장 드라이브로 수많은 자전거 도로를 건설했지만 이용자가 많지 않은 데다 각종 민원이 속출해 추진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가 4대강 사업과 병행해 2011년 조성한 북한강 자전거 도로(75㎞)는 누더기로 전락했다. 강원 춘천, 강촌 구간 곳곳에서 자전거 도로의 콘크리트 표면이 떨어져 나오는 박리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강촌교∼경강교 6㎞ 구간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해 이용자들이 넘어지는 등 안전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해 7월 조직 개편 때 자전거정책팀을 신설, 팀장을 포함해 3명을 배치했다. 이들은 시내와 이웃 도시를 자전거 도로로 잇는 정책을 개발하는 일 등을 전담한다. 그러나 올해 196개 노선 584㎞의 자전거 도로 가운데 일부에 대한 보수, 관리만 계획하고 있다. 예산이 3억원뿐이라 신설은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2009년 전국 최초로 자전거정책팀을 신설한 인천시도 2010년까지 도심 등에 889억원을 들여 715㎞의 자전거 도로를 설치했다. 성과를 자축하기도 전에 운전자, 버스 이용객, 상가 주민들이 차선을 점거한 자전거 도로로 인한 교통 체증과 사고 위험, 주차 불편 등을 들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시는 자전거 도로 3.2㎞를 철거했다. 인천시는 2011년 자전거정책팀을 없애고 수세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바꿨다. 도로 개설 지역이나 택지개발지구 등에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난 정부가 청계천 복원하듯이 자전거정책을 밀어붙인 게 문제”라며 “시차를 두고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가면서 추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대전시도 2011년 4.6㎞의 대덕대로 자전거 도로를 철거했다. 폭 3.25m인 차도를 3m로 줄인 뒤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으나 이용자들이 펜스에 부딪히는 사고가 잦고 차들과 뒤엉켜 교통 체증이 발생한 탓이다. 이용자도 많지 않아 14억원이 들어갔음에도 1년 4개월 만에 철거되는 수모를 당했다. 도안신도시는 차도 옆에 1.1∼2.7m의 자전거 도로를 만든 뒤 자전거가 없으면 차량이 유턴 및 좌우회전 시 들어갈 수 있도록 했으나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정부 정책으로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지만 여러 문제가 발생해 더 이상 차도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자전거 도로를 철거했다. 그럼에도 자전거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자전거 도로를 지속적으로 건설해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자전거 인구는 현재 1000만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나 지자체가 도로에 선만 긋는 식으로 급조하지 말고 자전거 이용량 예측, 안전, 편의성, 교통 체증 유발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자전거 도로를 설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태옥 안전행정부 지역발전정책관은 “도심은 차량이 많아 자전거로 장거리를 가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출퇴근 등 생활형 자전거는 5㎞ 미만 거리에서 이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레저형 자전거 도로는 시 외곽이나 강변 등에 시원하게 설치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6월 여야·노사 격돌 예상… 통상임금 핵심쟁점은?

    6월 여야·노사 격돌 예상… 통상임금 핵심쟁점은?

    ‘통상임금’ 문제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대니얼 애커슨 GM회장이 80억 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통상임금 문제의 해결을 요청하자 박 대통령이 “꼭 풀어나가겠다”고 답한 게 발단이 됐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15일 “통상임금에서 상여금을 제외하는 것이 좋겠다”는 발언으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법원의 결정을 대통령과 주무 장관이 뒤집는다며 즉각 반발했고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도 탄핵감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통상임금 관련 소송은 한국GM과 현대·기아차, 대우조선해양,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 등 초과근로가 많은 기업을 중심으로 대법원에 11건, 전국 법원에 100여건이 계류 중이다. 통상임금은 퇴직금부터 휴일수당이나 야간·연장 수당 등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따라서 통상임금이 올라가면 각종 수당이 늘어나기 때문에 노사가 첨예한 견해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또 지금 진행 중인 소송 말고도 퇴직한 직원들의 소급적용 소송도 줄을 이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재계는 통상임금 적용 범위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문제의 핵심은 정기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다. 정부의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보면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 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고 돼 있다. 이 중 ‘정기적이고 일률적’이란 표현의 해석을 두고 정부(고용노동부) 지침과 법원 판례가 대립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소정근로 또는 법정근로시간에 대해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정해진 기본급 임금과 정기적·일률적으로 임금산정기간(한 달 주기)에 지급하기로 정해진 고정급 임금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은 지난 30여년간 매달 지급하는 것이 아닌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는다는 고용부 지침에 따라 현 임금체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법원은 1996년부터 ‘1임금지급기를 초과하는 임금이더라도 그것이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판결함으로써 행정부 해석과 거리를 뒀다. 최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제1민사부(부장 최성배)는 경기 파주시 시설관리공단 직원 28명이 퇴직금 산정 시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판결을 했다. 직원들은 상여금과 명절 휴가비 등이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된 고정임금인 만큼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통상임금이 늘었으니 퇴직금을 재산정해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한국GM은 2002년 연봉제 도입 이후 통상임금을 둘러싼 소송이 진행 중이며 현재 1, 2심에서 사측이 패소하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판결이 확정되면 한국GM은 8140억원을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이 다 비슷한 것이다. 따라서 재계는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할 뿐 아니라 임금 인상 효과로 경영상 부담이 늘 전망이다. 통상임금의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각종 수당까지 포함해 통상임금 문제를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15일 “통상임금 문제를 일본식으로 법제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상여금만 갖고 얘기를 했지만 상여금이 아닌 각종 수당까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수당의 내용과 형태에 따라 어떤 것은 통상임금에 포함되고 어떤 것은 포함되지 않는지 노사정이 모두 모여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자치구 주민건강 챙기기 2題] 동작구, 수험생 건강 든든하게!

    “건강 챙기면서 공부하세요.” 최근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동작구가 더위 속에서 수험 공부에 매진하는 고시생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나섰다. 구는 1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노량진 1동 삼익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서 250여명의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지역에는 노량진동을 중심으로 500여개의 고시학원과 고시원이 있다. 건강검진 결과는 문자전송, 유선, 우편 등을 통해 개별 통보하고, 지속적으로 구 보건소와 유관 의료기관에서 상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날 검진은 결핵검진, 빈혈, B형 간염, 에이즈 검사, 혈당, 혈압검사, 금연상담, 스트레스와 우울증, 알코올 중독 자가진단 등으로 이뤄졌다. 문충실 구청장은 “미래 공직사회 발전의 원동력인 수험생들의 건강관리에 최선의 지원을 다해 인재양성 구로서 면모를 튼튼히 다지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은빛 속살에 다 털렸네, 봄도 입맛도

    은빛 속살에 다 털렸네, 봄도 입맛도

    우리는 늘 달의 한쪽 면만 본답니다. 그 탓에 달의 저편은 언제나 가려져 있지요. 눈과 귀에 익숙한 곳들만 좇았다면, 필경 부산을 보는 당신의 시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부산은 ‘늘 보던’ 명소 몇 곳으로만 한정될 수 없는 다양한 매력을 가진 곳이지요. 예컨대 기장 지역이 그렇습니다. 해운대 끝자락, 그러니까 달맞이 고개를 넘어서면 대도시 부산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아름답고 넉넉한 기장의 항·포구와 마을들이 주르륵 펼쳐지지요. 갯가 마을마다 독특한 형태의 등대도 서 있습니다. 이게 제법 볼 만합니다. 등대 따라 풍경과 맛집이 동행하는 곳, 여기는 기장입니다. 요즘 기장에서 가장 물오른 해산물을 꼽으라면 단연 멸치다. 어획량도, 맛도 최고다. 그 중심지가 대변항이다. 기장 멸치는 대부분 몸집이 큰 대멸이다. 큰 녀석은 길이가 10㎝를 훌쩍 넘는다. 이만 하면 ‘생선급’이다. 구워 먹고, 무쳐 먹고, 끓여 먹는다. 다른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한 보조 재료가 아닌 당당한 요리의 주재료다. 기장 멸치는 사철 나지만, 이맘 때를 제철로 친다. 대변항 인근의 한 여성 상인은 이 시기를 “아카시아 꽃 필 때”라고 했다. 예부터 기장의 봄철 멸치잡이는 음력 삼월 삼짇날 시작해 5월 단오 무렵 절정을 이뤘다. 이처럼 물오른 멸치가 절정의 맛을 선사하는 시기가 아카시아꽃 필 무렵과 겹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기장일까. 기장 앞바다는 동해와 남해의 경계수역이다. 한류와 난류의 교차수역이기도 하다. 이런 곳은 거개가 물살이 세고 생태계 환경이 우수하다. 먹잇감이 많은 곳에서 물살 헤치며 살아온 녀석들이니 당연히 살이 탄탄하고 맛도 좋을 터다. 멸치는 식탁에 오르기 전 사람들에게 눈요깃거리를 안겨준다. 멸치 털이다. 대변항 선착장에 늘어선 배 앞에서 선원들이 그물에 걸린 멸치들을 떨궈 내는데, 사람과 그물, 그리고 멸치가 어우러져 볼거리를 펼쳐낸다. 멸치 털이 장면을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을 땐 먼저 바닷물에 잠긴 배의 면적부터 헤아릴 일이다. 풍어를 이룬 배는 그러지 못한 배에 견줘 멸치 무게만큼 선체가 바닷물에 깊이 잠겨 있다. 이런 배를 골라야 한다. 하필 바다 위로 가붓하게 솟아오른 배를 골라 카메라를 들이댔다간, 선원들에게 욕깨나 얻어먹는다. 멸치 털이 과정이 필요한 건 그물 때문이다. 기장 쪽 어선들은 유자망(流刺網)을 이용해 멸치를 잡는다. 유자망은 조류를 따라 그물을 흘려 멸치가 그물코에 꽂히게 해 잡는 어구다. 멸치를 그물째 감아 온 어선은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분리 작업을 벌이는데, 그게 바로 멸치 털이다. 선원들 눈치 살피며 엿본 멸치 털이는 역동적이었다. 멸치가 튀고, 땀이 튀고, 그리고 돈이 튄다. 멸치 털이는 8명의 선원이 4명씩 짝을 맞춰 펼쳐진다. 그물을 올리고 털 때마다 후리 소리 장단이 들어간다. 후리 소리는 배마다 제각각이다. 장단에 따라 위로 솟구치던 그물이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수많은 멸치들이 허공에 잠시 머문 뒤 수거 망으로 쏟아져 내린다. 격렬한 털이 과정에서 60% 정도의 멸치만 온전한 모습으로 남고 나머지는 형편없는 몰골로 변하고 만다. 올해는 지난해에 견줘 멸치가 한결 많이 잡히고 있다. 편차는 있지만, 어선마다 대략 400상자 안팎의 수확을 올린다. 경매가가 한 상자당 4만원 정도에 형성되고 있으니 한 번 출어에 16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선원들 뒤편엔 예외 없이 아낙네 두어 명이 비닐 봉투를 들고 어슬렁거린다. 수거망 밖으로 떨어진 멸치를 주으려는 인근 주민들이다. 예전엔 선원들 발치에 수북이 쌓인 멸치를 한 움큼씩 집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곳간에서 인심 나는 법. 어획량이 줄어든 요즘엔 수거 망 바깥쪽으로 경계가 그어졌다. 구경꾼의 시선에선 역동적이지만, 선원들로서는 죽을 맛이다. 한 선원에게 듣자니 “그물을 깔고 걷는 건 둘째고, 멸치 털이가 가장 고역”이란다. 예닐곱 시간은 보통이고, 많이 잡혔을 때는 밤늦도록 작업이 이어진다. 기장 해안가엔 빼어난 형태의 바위들이 많다. 일광면 일대에 수없이 많은 수석 판매장이 늘어선 것도 이런 이유다. 예전엔 ‘기장의 바둑돌’이란 말도 있었다. 기장군에 남은 ‘기포’(碁浦)란 지명은 그 역사의 흔적이다. 그 멋들어진 풍경 위에 죽성리 성당이 서 있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 세트장이었던 곳으로, 청잣빛 바다와 어우러진 이국적인 자태가 인상적이다. 실제 미사는 열리지 않지만 5분이 멀다 하고 관광객들이 찾아 든다. 부산관광공사가 기장 지역을 돌아볼 수 있는 걷기코스도 마련해 뒀다. 기장등대길과 기장포구길이다. 등대길은 해동용궁사에서 오랑대, 서암마을을 지나 대변항까지 이어진다. 등대길의 묘미는 오가며 만나는 독특한 형태의 등대들이다. 서암마을엔 5개의 조형등대가 있다. 특히 젖병등대가 이채롭다. 5.6m 높이의 등(램프) 위에 도자기로 구운 젖꼭지 모양의 지붕을 얹었다. 등대 외벽에는 어린이와 아기 144명의 손과 발 도장이 찍힌 타일을 붙였다. 출산 장려의 뜻이 담겼다. 닭벼슬등대도 있다. 힘과 권력을 상징하는 닭벼슬처럼 보인다 해서다. 원래는 차전놀이등대다. 일(一)자 방파제엔 장승등대를 세웠다. 일본 만화영화의 주인공 이름을 따 마징가 등대로도 불린다. 기장포구길은 일광면 학리마을을 출발, 수작업으로 배를 정비하는 기장조선소와 삼성대 등을 지나 이천마을까지 이어진다. 기장의 제철 먹거리는 역시 멸치다. 멸치회는 주로 새콤달콤한 양념에 무쳐서 먹는다. 구워서도 먹는다. 다만 값에 견줘 양은 다소 적다. 그 ‘험한’ 멸치 털이에서 온전하게 몸을 보전한 녀석들만 구이용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찌개는 일반적으로 방아잎을 넣어 끓인다. 방아잎은 산초와 비슷한 독특한 향 때문에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린다. 방아잎 향이 싫다면 주문 전 밝혀두는 게 좋겠다. 대변항 일대 어디서든 멸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가격은 요리 종류를 불문하고 대부분 2만~4만원 선이다. 대변항은 큰길을 기준으로 노점과 일반 식당으로 양분돼 있다. 노점에선 멸치 등의 생물만 판다. 멸치 40~50마리에 1만원쯤 받는다. 단 구이 등 조리는 일반 식당에서만 판다. 일종의 묵계인 셈이다. 기장의 또 다른 명물은 짚불 곰장어다. 곰장어를 짚불에 초벌구이한 뒤 이를 식탁에서 구워 먹는다. 월전리와 죽성리 인근에 장어마을이 조성돼 있다. 대변항까지는 경부고속도로 원동 나들목으로 나와 벡스코 사거리에서 송정 방향으로 좌회전한 뒤 송정터널을 거쳐 가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글 사진 부산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창조경제 시작은 ‘특허’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기술과 아이디어의 융·복합, 혁신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걷어내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48회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 “앞으로 저와 정부는 창조 의욕과 혁신 의지가 제대로 보호받고 꽃피울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발명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003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이와 관련, 조원동 경제수석은 “(박 대통령이) 기념식 행사에 참석한 것 자체가 창조경제의 시작을 특허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에서 가진 창조경제 리더들과의 만남에서도 규제 때문에 창의적 아이디어가 사장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규제 방식을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자유와 자율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네거티브 방식은 예외적인 것만을 금지(규제)하며 원칙적으로는 모두 허용하는 형태를 말한다. 박 대통령은 또 창조경제 체제 구축과 관련, “창업과 투자가 선순환하고 실패해도 패자 부활이 가능한 ‘벤처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좋은 아이디어가 손쉽게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하고, 성공한 기업은 조기에 수익을 실현해 다시 다른 창업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힘들여 개발한 기술을 탈취당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인 보호 장치를 강화하고 국내 특허를 취득한 분들의 해외 특허 취득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는 해외 동포 전문가들과 창조경제 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글로벌 창조경제 협의체’ 설립에 착수했다. 최순홍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방안은 구상 중이지만 관련 부처와의 상의를 통해 조만간 협의체를 출범시켜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협의체는 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 세 번째 기착지인 로스앤젤레스에서 지난 10일 가진 ‘창조경제 리더 간담회’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올 벤처·창업에 3조 3000억 지원… ‘한국형 창조경제’ 본격 시동

    올 벤처·창업에 3조 3000억 지원… ‘한국형 창조경제’ 본격 시동

    정부가 ‘창조경제’의 핵심인 벤처기업과 창업 활성화를 위해 금융·세제 지원을 총망라한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 ‘한국판 실리콘밸리’ 구축을 통해 창조경제 마스터플랜의 첫 단추를 끼우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15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벤처·창업 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새 정부의 창조경제 실현 계획 6대 전략 가운데 하나로 ‘창업-성장-회수-재투자·재도전’의 선순환 여건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 창업 초기 투자만 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한 기업인들의 재투자를 촉진하고 실패한 기업인에게 재기 기회를 마련해 성장 단계별로 투자금 조달 체제를 정착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과거 벤처 활성화 정책은 초기 벤처 붐을 일으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투자금 회수와 재투자가 어려워 민간 부문에서 투자를 주저하는 현상이 15년간 지속됐다. 실제로 김대중 정부는 벤처기업 육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지만 2000년대 초 벤처 붐이 꺼진 이후 사업 실패에 대한 부담 때문에 벤처 도전을 꺼리는 구조로 고착화됐다. 벤처 창업은 일반적으로 서너 번 실패를 거쳐야 성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성공 확률이 매우 낮지만 한번 성공하면 수익률이 매우 높다. 이런 ‘고위험·고수익’ 분야는 융자 중심의 자금 조달이 부적절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금 조달 방식을 융자에서 투자 중심으로 바꾼 것도 이런 맥락이다. 벤처기업의 창업주나 소유주가 경영권 이전을 수반하는 주식 매각으로 현금화된 자금을 일정 기간 안에 벤처기업 등에 재투자하면 이 지분을 처분할 때까지 양도소득세(10%) 과세를 미뤄 준다. 엔젤투자에 대한 소득공제는 5000만원까지 기존 30%를 50%로 확대하고 연간 종합소득 중 공제 한도도 40%에서 50%로 늘리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올해 3조 3000억원을 지원한다. 벤처자금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기술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인수·합병(M&A)에 대한 세제 혜택도 눈에 띈다. 매수 기업에는 거래액 중 기술가치 금액의 10%를 법인세에서 공제하고 매도 기업에는 특수관계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는 세제·금융 혜택으로 조기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을 넓혀 재투자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공개(IPO) 진입 장벽도 낮춘다. 오는 7월 신설되는 코넥스 시장은 창업 초기 기업의 특성에 맞춰 상장 요건을 최소화하고 공시 사항은 축소한다. 하지만 벤처가 활성화되지 않는 현재의 틀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번 대책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결국 시장에 달렸다”는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의 판단이 결코 틀리지 않는다. 우수 인력을 키워 놓으면 몇 년 있다가 대기업에서 스카우트해 벤처기업의 문을 닫게 만드는 현재의 약육강식 구조를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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