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원동
    2026-01-29
    검색기록 지우기
  • 동서
    2026-01-29
    검색기록 지우기
  • 두부
    2026-01-29
    검색기록 지우기
  • 원심
    2026-01-29
    검색기록 지우기
  • 설날
    2026-01-2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2,211
  • “정치·사회 변혁 있어야 새 도약” 관료의 마지막 훈수

    “정치·사회 변혁 있어야 새 도약” 관료의 마지막 훈수

    암 투병 중에도 경제 원로로 조언 김대중 정부 ‘정책 브레인’ 역할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외환위기 시절 한국 경제의 컨트롤타워를 맡았던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별세했다. 74세. 강 전 장관은 최근까지도 경제 원로로서 언론 등을 통해 내수·수출 동반 둔화, 저성장 고착화 등의 경제 난국을 헤쳐 나갈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30일 ‘코리안 미러클 4: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어’ 발간 보고회에서는 “요즘 나라 사정, 특히 정치가 극도로 불안정하고 어수선하지만 정치·사회적 변혁이 있어야만 새로운 도약과 구조개혁이 이뤄지는 것이다. 쉽게 오지 않는 이번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나라 경제를 걱정하는 노()관료의 마지막 훈수가 됐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그는 서울대 상대에 늦깎이로 입학한 뒤 1969년 행정고시(6회)에 합격했다. 노동부 차관과 경제기획원 차관 등을 거쳐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정책 브레인’을 두루 역임하며 외환위기 극복에 큰 역할을 했다.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경제수석, 재경부 장관을 지내며 재벌 개혁과 부실기업·금융기관 구조조정 등을 이끌었다. 2002년 8월 재·보궐선거에서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해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의 경제공약 수립을 주도했다. 18대 국회의원까지 내리 3선을 했으며 지난해 4·13 총선 때는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다. 지난해 9월부터 대한석유협회장을 맡아 왔다. 최근 췌장암으로 건강 상태가 급속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는 1일 오전부터 학계와 재계, 전현직 관료, 정치권 인사, 시민들이 찾아와 애도를 표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을 대신 보내 조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도 조화를 보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 원로로서 후배들이 깊이 존경하는 분이자 외환위기 극복에 기여하신 바가 매우 큰 분”이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유족으로 부인 서혜원(71)씨와 아들 문선(43)씨, 딸 보영(42)씨가 있다. 발인은 3일 오전 7시, 장지는 전북 군산시 옥구읍 가족묘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과감한 혁신이 부른 승리/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전으로 여는 아침] 과감한 혁신이 부른 승리/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기원전 6세기에서 4세기 초까지 스파르타의 중무장보병은 그리스 세계에서 천하무적이었다. 그들과 감히 대적하고자 하는 국가들이 없었다. 아테네가 기원전 404년 스파르타에 항복함으로써 펠로폰네소스 전쟁(BC 431~404)은 막을 내렸다. 그 후 30여년간 스파르타 중무장보병에 맞설 세력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영원한 승자는 없다. 기원전 371년 스파르타는 레우크트라 전투에서 테베와 보이오티아 연합군에 완패한다. 이로써 스파르타의 육상패권은 테베로 넘어갔고, 스파르타는 영구적으로 이류로 떨어진다. 이 전투는 그리스 역사에서 엄청난 전기를 만들었던 것이다. 승리의 주역은 테베의 장군 에파미논다스(BC 420?~362)였다. 아테네의 저술가 크세노폰(BC 430?~355?)은 ‘헬레니카’(Hellenika)에 당시 상황을 기록했다. 사실 병력수로 보나 과거의 승전 경험으로 보나 1만여명의 스파르타군이 6000여명의 테베 연합군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테베군은 어떻게 무적의 스파르타군을 물리칠 수 있었을까. 양군의 핵심 전력인 중무장보병의 진형과 운용에서 전세의 판가름이 났다. 에파미논다스는 전투대형과 운용 방식에서 스파르타 방식과 판이한 새로운 진형을 채택했다. 스파르타의 중무장보병은 방패를 맞대며 횡렬로 늘어선 대열을 열두 겹 정도 두는 전통적 사각진이다. 좌익, 우익, 중앙군을 편성하고 일렬로 배치했다. 반면 에파미논다스는 테베의 좌익 중무장보병의 종대를 무려 50명으로 편성했다. 50겹이 하나같이 움직이는 엄청난 대항력은 스파르타의 얇은 진형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 나머지 중앙과 우익은 종대를 얇게 편성하고 좌익의 대열보다 뒤로 처지게 해 전체 전투 대열을 사선(斜線)으로 배치했다. 정예병을 좌익에 두껍게 집중 배치해 적의 정예군이 배치된 우익을 압도하도록 하고, 나머지 군은 적의 대열과 거리를 두게 해 시간차 공격이 가능하게 한 것이다. 테베의 낯선 전투대형은 옛 방식에 익숙한 스파르타군을 혼란시키고 패주하게 만들었다. 에파미논다스의 혁신적인 50종대의 방진과 사선 배치 전법은 중무장보병의 전투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이 방식은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2세와 그의 아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팔랑크스(Phalanx) 밀집전투대형에 그대로 전수·응용됐다. 적은 전력으로 다수의 적을 상대하면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파격적인 전법을 창안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전투나 경영, 정치나 선거에서도 승리의 비결은 맥이 통한다. 선두가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후발주자의 혁신으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구습을 탈피해 혁신적인 방법을 창안하고 도전하는 이가 승리를 얻게 되지 않을까.
  • IMF 위기 극복 ‘경제 브레인’ 강봉균 前 재정경제부 장관 별세

    IMF 위기 극복 ‘경제 브레인’ 강봉균 前 재정경제부 장관 별세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경제사령탑을 맡아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췌장암으로 31일 별세했다. 74세.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고인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2000년 2대 재경부 장관을 지내며 구조조정 사령탑으로서 외환위기 극복에 앞장섰다.●DJ 정부때 경제수석 등 요직에 중용 전북 군산 출신으로 서울대 상대 재학시절인 1969년 행정고시(6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박정희 정부 때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과정에 참여했다. 또 IMF 직후에는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정경제부 장관으로서 재벌 개혁과 부실 기업,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이끄는 등 한국 경제사의 산증인으로 불렸다. ●작년 與 입당… 한국판 양적 완화 제시 16대 국회부터 내리 3선의원을 지낸 고인은 지난해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으며 이후에도 합리적인 중도성향의 경제 원로로서 구조개혁과 재정개혁을 핵심 화두로 제시하는 등 최근까지 경제회복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기업 구조조정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형 양적완화를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군산대 석좌교수, 건전재정포럼 대표를 맡았다. 지난해 9월에는 2년 임기의 대한석유협회장으로 선임되기도 했으나, 최근 건강 상태가 급속히 악화돼 이날 숨을 거뒀다. ●구조·재정개혁 화두로 경제회복 조언 고인은 지난해 11월 30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 부총리 및 재경부 장관들과 만난 자리에 참석했으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인 12월 중순 부총리와 전 부총리, 재경부 장관 모임에는 건강 악화로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으로는 부인 서혜원(71)씨와 아들 문선(43)씨, 딸 보영(42)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3일 오전 7시. 장지는 전북 군산 옥구읍 가족묘지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강남4구에 아파트 1만 8281가구 쏟아진다

    올해 서울 강남권 아파트 분양 물량이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3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구와 서초, 송파, 강동구 등 강남 4구에 예정된 올해 분양물량은 16개 단지 1만 8281가구다. 이는 2005년 분양물량 2만 5084가구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강남 4구의 아파트 분양물량은 1만 6023가구였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올해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이 막바지 공급물량을 쏟아낸 결과”라면서 “입지가 뛰어나고 교육 여건도 좋아 수요층이 탄탄해 분양에는 큰 걱정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공급되는 강남 4구 아파트 중 실제 청약을 할 수 있는 일반분양은 6661가구다. 강남구에선 개포동 개포시영와 개포주공 8단지, 대치동 대치1지구, 청담동 청담삼익재건축 등이 분양을 진행한다. 서초구에선 서초동 서초우성1단지, 반포동 삼호가든맨션3차, 잠원동 신반포6차 아파트 등이 관심 단지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처럼 강남 재건축 아파트 청약 광풍은 불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11·3부동산 대책으로 분양권 전매가 입주 전까지 불가능하고, 중도금 대출도 제한이 되는 만큼 지난해처럼 수백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미미한 4억짜리 연구용역이 9000배 ‘잭팟’

    미미한 4억짜리 연구용역이 9000배 ‘잭팟’

    지난해 5월 국토교통부가 4억원짜리 입찰 예비타당성 연구용역 1건을 발주했을 때 이를 눈여겨본 곳은 거의 없었다. 한 해 40조원이 넘는 국토부 예산과 견주어 보면 4억원짜리 용역은 미미한 액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연구용역은 약 8개월 뒤 9000배 가까운 3조 5000억원 규모의 ‘대형잭팟’으로 터졌다.연구용역이 처음 나왔을 때 다른 곳과 달리 대림산업 측은 유독 관심을 가졌다. 내용이 터키 다르다넬스해협 현수교(주탑과 주탑 사이의 길이 2023m), 가칭 ‘차나칼레 1915’ 프로젝트를 위한 기초연구여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31일 “전남 여수에 1945m 길이의 이순신대교를 건설한 이후 초장대교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던 때라 규모는 작았지만 꼭 따내야 했던 용역이었다”고 설명했다. 대림산업은 연구비 4억원을 활용해 다르다넬스해협의 지질과 해류 등을 꼼꼼하게 분석해 현수교 건설을 위한 기술과 비용에 대한 검토를 미리 마칠 수 있었다. 일이 되려다 보니 운도 따랐다.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로 계획됐던 차나칼레 1915 프로젝트의 입찰은 예상보다 빠른 지난해 10월 시작됐다. 글로벌 건설사들은 그때부터 현지 상황을 파악하기 바빴다. 유일한 경쟁자인 일본만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대림산업은 일단 이순신대교 건설 현장소장을 맡았던 윤태섭 부사장을 터키로 급파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기술력에선 낫다고 자부했지만, 아베 총리가 직접 뛰는 일본과 승부 예측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구나 대림산업에 터키 공사는 일종의 ‘원정경기’다. 세금·인력·자재 등에 대한 정보는 물론 어떤 협력업체를 써야 할지도 정보가 없었다. 결국 국내 건설사 중 터키를 9년째 안방처럼 쓰는, SK건설과 손을 잡았다. SK건설은 보스포루스 3교와 유라시아 해저터널 건설을 통해 구축한 터키 현지 네트워크가 탄탄했다. SK건설의 터키 현지 노하우는 공사비를 낮출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SK건설 관계자는 “유라시아 해저터널 건설 이후 인력도 빠지지 않았던 상황”이라면서 “해외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시행착오와 그에 따른 비용을 이번 터키 수주전에서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SK건설·대림산업 컨소시엄이 써낸 공사비는 26억 8000만 달러, 운영기한은 16년 2개월이다. 일본은 27억 2000만 달러에 운영기한을 17년 10개월로 잡았다. 두 건설사가 각각의 장점을 살린 결과 경쟁력에서 일본을 압도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앞으로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보여야 할 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新전원일기] 초지 달리고, 한우 먹고, 펜션서 자고 ‘테마공원 같은 농장’ 제주서 영근다

    [新전원일기] 초지 달리고, 한우 먹고, 펜션서 자고 ‘테마공원 같은 농장’ 제주서 영근다

    제주는 ‘신화의 땅’이다. 1만 8000개 신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창조신 ‘설문대할망’이 제주도를 만들었다면 그의 아들 ‘오백장군’은 바위로 굳어 제주도를 지킨다. 서울에 살던 여신 ‘금백주’가 제주 송당의 ‘소천국’이라는 남자와 결혼해 자식을 낳았고, 그 자손들이 흩어져 마을마다 수호신이 됐다는 이야기도 전해 온다. 제주의 마을마다 지금까지 1~2개씩 남아 있는 당(堂)은 그런 신화들의 흔적이다. 제주 곳곳에 남아 있는 당 중에서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본향당은 제주도 구좌읍 송당리에 있다. 당 안에 오래된 소나무가 자리 잡고 있어서 마을 사람들은 소나무가 있는 집이라는 의미로 ‘송당’이라고 부른다.신화의 마을 송당에서 ‘한울타리 농장’을 키우는 안석찬(47)·강인자(44)씨 부부를 만났다. 비바람에 우산이 뒤집혀질 정도로 사나운 날씨였다. 도착하자마자 250마리의 황우 한우를 키우는 축사를 둘러봤다. 거기서 좀 떨어져 있는 다른 축사에는 200마리의 소들이 있다고 한다. 천장이 높은 조립식 축사 안은 눅눅한 볏짚 냄새와 소들의 분뇨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사료가 쏟아져 내려오자 소들이 일제히 머리를 내밀고 사료를 핥기 시작했다. 몸집이 큰 소 사이에 있는 송아지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송아지는 등에 천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어제 태어난 송아지라고 했다.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 됐다는 말을 들으니 어쩐지 걸음도 불안해 보였다. 송아지는 당연히 아직 귀표도 부착되어 있지 않았다. 모든 소들은 축산물 이력제에 의해 귀표를 부착해야 한다. 귀표는 개체별 식별번호로 구제역과 같은 질병이 발생했을 때 방역이나 추적 관리, 품질 향상을 위해 축산물의 원산지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 제주, 1995년부터 축산물 수출 전지기지로 육성 축사 안쪽 끝까지 들어갔을 때, 몇 마리의 소가 축사를 벗어나 비를 맞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진흙을 딛고 비탈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언덕을 올라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축사로 돌아오지도 않고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놈들의 행동이 이상해 이유를 물었더니 경사진 길을 올라서면 9만평의 초지와 연결돼 있는데 습관적으로 거기로 향하는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비를 맞으며 비탈길에 서 있는 녀석들은 넓은 초지가 그리워 비를 맞으면서도 그 너머로 가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제주도에 본격적으로 축산단지가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다. 특히 제주 동부 지역 중산간에 분포된 방대한 초지는 조사료(건초)를 만들 수 있는 유리한 자연 조건이다. 1995년에는 한우 축산뿐 아니라 낙농, 양돈 등을 장려하고 축산물 수출 전진 기지화의 중심으로 육성됐다. 안 대표의 한우 사육은 선대로부터 시작됐다. 안 대표의 부친은 축사 60평에서 20마리의 소를 키웠다. 이런 환경 때문에 안 대표는 자연스럽게 소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소에게 물을 먹이는 일이 그의 주된 임무였다고 한다. 초지는 넓지만 습지가 부족한 제주에서는 풀을 먹이기 위해 초지를 찾아갈 필요는 없었지만 물을 먹이기 위해서는 물웅덩이로 소들을 데리고 가야만 했다. 이때 하나의 물웅덩이에서 사람과 소가 함께 물을 마셨는데, 가운데에 돌담을 쌓아서 그 경계를 나누었다고 한다. 경계만을 나눴을 뿐 결국 같은 물이었지만 이쪽과 저쪽, 사람과 소가 그 물을 나눠 먹었다고 한다. 그때 꼭 챙겨 갔던 것이 수건이란다. 그래도 소와 같은 물을 마실 수는 없다고 생각해 물 위에 수건을 놓고 필터처럼 사용했다고 한다. 그는 제주대 축산학과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축산인의 꿈을 키웠다. 아버지에 이어 축산을 업으로 삼으려는 계획이 구체화된 시기였다. 대학에서 체계적으로 축산 이론을 공부했고 축사 관리나 전산 관리같이 농장 경영에 실제로 필요한 것을 익혔다. 그는 정치에도 관심이 많아서 ‘흥사단’ 동아리 활동도 했다. 그때 부인 강씨를 만났다. 대학 졸업 후 조립식 건축 현장에 다니면서 기술을 익혔다. 트랙터나 포클레인 같은 농기계 조작 방법도 배웠다. 축산은 소나 돼지를 잘 사육하는 것 못지않게 경영이나 기계 조작 능력과 같은 외적 요소도 중요하다. 초기 투자에서 출하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각각의 과정마다 전혀 다른 영역의 능력이 요구된다. 특히 소사육은 초기 투자 비용도 많이 들고 출하까지 대략 3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조사료 비용과 인건비를 얼마나 절감하느냐가 중요하다. 안 대표는 일찍 그것을 깨달았다. 조립식 건축 현장에서 배운 기술로 그는 지금의 축사 2개 동을 직접 지었다고 한다. 트랙터나 포클레인뿐 아니라 노우어 컨디셔너, 테더와 같은 건초 생산 장비로 초지에서 직접 조사료를 만듦으로써 원가를 절감했다. 이런 끊임없는 노력은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소고기의 단가가 떨어져 마리당 50만원 정도의 이익밖에 남지 않을 때에도 무사히 버틸 수 있다고 한다.# 관광자원 결합한 체험프로그램 개발 필요 그가 한우 농장을 시작한 것은 20년 전이다. 처음 25마리로 시작한 농장은 이제는 450마리를 키우는 제법 큰 규모의 농장이 됐다. 한울타리 농장은 여기서 태어난 송아지를 한 마리도 내보내지 않으며, 또한 외부의 송아지를 받아들여 키우지도 않는다고 한다. 오로지 자신의 농장에서 태어난 송아지를 키워서 출하하고 있다. 한 달 평균 10마리의 소를 출하해 연간 12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 농장을 더 확대할 계획은 없으신가요?” 앞으로 그의 행보가 궁금했다. “지금이 딱 기로인 것 같아요. 이 상태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더 확장할 것인가. 만약 농장을 확대한다면 2000마리까지 늘려야 해요. 초지가 9만평 있으니까 조사료를 만들어 먹이고 부족할 경우 수입 건초를 먹이면 사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문제는 전문가예요. 송아지 관리, 농기계 사용, 전산 관리 등을 할 줄 아는 전문가가 더 있어야 해요. 그래서 쉬운 얘기가 아니죠.” 안 대표는 농장을 확장하는 것보다는 좀더 다른 방향을 잡은 듯 보였다. “거의 대부분의 농가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고, 귤을 재배하는 1차 산업만으로 농촌은 힘들죠. 농촌의 미래는 1차 산업과 결합할 수 있는 것들을 개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바다가 보이는 넓은 초지를 이용한 관광객들의 체험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초지를 달리고, 식당에서 맛있는 고기를 먹고, 송당 펜션에서 자는 이른바 ‘즐길거리’와 ‘먹거리’와 ‘자는 곳’이 어우러진 큰 그림이었다. 송당이 속해 있는 구좌읍은 농축산업을 바탕으로 해서 다른 산업과 결합시킬 좋은 향토 자원을 갖고 있다. 구좌읍에서 시작해 지미봉에 이르는 제주 올레 21코스 ‘하도 종달올레’는 올레 코스 중에서도 그 아름다움이 손에 꼽힌다. 바다를 바라보며 걷다가 당근밭과 감자밭 사이를 지나면 다랑쉬오름을 비롯해 성불오름, 아부오름, 용눈이오름 등 크고 작은 오름들로 이어진다. 수령이 1000년 된 비자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비자림도 있다. 초지 위의 풍력발전소도 이색적인 풍광을 더한다. 또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산마을곳’이라는 활엽수림 지대도 있다고 한다. 예전에 마을이 있었던 산마을곳은 제주 4·3 때 소개(疏開)돼 지금은 무성한 활엽수 숲이 돼 있다고 한다. 기본적인 정비는 이미 끝났고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절차만 남아 있다니 기대되는 곳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태어나 자라고 그 땅에 뿌리를 내린 송당 토박이인 안 대표가 고향을 중심으로 농축산업을 연계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발전을 위해 그는 전국한우협회 제주도지부 부회장을 비롯해 제주대 동문회, 동아리연합회, 초등학교 동창회 등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 최소 ㎏당 2만 2000원 보장돼야 한우산업 유지 미국을 비롯해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도 소고기가 수입되는 현실에서 한우 농장에 대한 전망과 축산 농가가 살아남기 위한 조건 등이 궁금했다. “한우는 ‘만숙종’(晩熟種)입니다. 그래서 사육하는 데 경비가 많이 듭니다. 그 대신 육질의 조직이 촘촘해 식감이 뛰어나고 풍미가 좋습니다. 교잡우에 비할 바는 아니지요.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가격 경쟁력도 중요합니다. 최소 ㎏당 2만 2000원은 보장돼야 한우산업은 할 만합니다. 한 마리를 400㎏으로 잡았을 때 800만원은 돼야겠지요.” “안 대표는 선친의 일을 물려받아서 이렇게 잘 이어 가고 계시는데 혹시 아들이 소사육을 하겠다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아들이 초등학교 때 장래 희망이 소사육사라고 해서 기분이 좋았어요. 힘들지만 보람 있는 일이니까 하겠다면 물려줄 생각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대에서는 가족 노동력으로 소를 사육했고 그래서 다른 일도 같이 해야 했지요.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전문화되고 기계화됐죠. 아마 앞으로는 더 전문적인 기술이나 시스템이 필요하겠죠. 아들은 아직 어리니까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하길 바래요. 기본적인 것을 익힌 다음 판단하고 선택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빗소리도 더 거세게 들렸고 바람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한울타리 농장 이야기는 끝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비행기 시간을 계산한다면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공항으로 가는 길은 한적하고 어두운 산길이었다. 송당 사거리를 지나 중산간을 가로지르는 1112번 도로를 따라갔다. 공항은 비행기 이착륙이 지연돼 혼잡스러웠다. 언젠가 TV에서 본 적이 있는 제주공항 장면이 떠올랐다. 폭설로 며칠 동안 비행기가 결항되면서 공항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던 뉴스가 연일 보도된 때였다. 겨우 대합실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침부터 종종거리며 돌아다닌 피곤함이 밀려왔다. 비행기가 뜨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과 오늘 못 가면 내일 가면 되지라는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자포자기 심정이 뒤섞여 머릿속에 떠돌아다녔다. 나중에 송당 본향당의 위치를 지도에서 확인하면서 잠깐 이런 생각을 했다. 그날 밤 무사히 서울에 도착한 것은 본향당 신의 가호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우리가 지나왔던 1112번 도로에 제주 수호신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신을 모신 본향당이 있었다.■글쓴이 소설가 강진 2007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건조주의보’로 등단. 소설집 ‘너는, 나의 꽃’, ‘피크’(공저), ‘캣캣캣’(공저) 등.
  • 여수 빌라서 불…70대 할머니 숨진 채 발견

    여수 빌라서 불…70대 할머니 숨진 채 발견

    전남 여수의 한 빌라에서 불이 나 70대 할머니가 숨졌다. 28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54분쯤 전남 여수시 선원동 모 빌라 4층에서 불이 나 거실 일부를 태우고 10여 분 만에 꺼졌다. 빌라 현관 입구에는 김모(79·여)씨가 연기에 질식해 숨져 있었다. 김씨는 이 빌라에 혼자 살고 있다. 아들은 경기도, 딸은 인근에서 따로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은 전날 밤 김씨의 집에 와 함께 차례를 지내고 돌아갔으며, 김씨는 관절염으로 평소 거동이 불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불이 난 거실에서 타고 남은 향초가 나온 점 등을 토대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In&Out] 기초과학과 과학 외교/정우성 아·태이론물리센터 사무총장·POSTECH 물리학과 교수

    [In&Out] 기초과학과 과학 외교/정우성 아·태이론물리센터 사무총장·POSTECH 물리학과 교수

    물리학자는 교과서를 믿지 않는다. 교과서가 수정할 것이 하나도 없는 절대적인 진리라고 생각한다면, 더이상 과학의 진보와 신기술 개발 같은 건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에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진리와의 투쟁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시험 답안지를 채우기 위한 암기를 했다. 이제야 교과서의 한 문장을 적는 과정에 숨겨진 학자들의 수많은 땀과 열정을 생각하게 됐다. 비단 필자의 전공인 과학 과목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 시간에 배웠던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우리의 현실은, 연구 현장에서 느꼈던 선진국의 거대한 벽과 국제공동연구의 어려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짧은 시간 동안 우리의 경제적 지위는 많이 상승했다. 과학기술 역시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 어떤 분야는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세계 수준의 학자와 대학, 연구소도 여럿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 선진국이라 불리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노벨상 수상자 발표 시기가 되면 과학 선진국을 부러워한다. 우수 인력을 양성하거나 해외 학자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그나마 많은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실도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의 거침없는 과학기술 투자를 보면 주변 강대국과의 경쟁이 더욱 두려워진다. 반도 국가여서 겪어야 했던 아픈 역사가 과학기술에도 적용되나 싶다. 예전보다 더 많은 견제가 있을 것이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만의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우수한 인력과 튼실한 과학기술이 우리의 미래를 먹여 살릴 원동력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단지 경제성장의 도구에 불과한 건 아니다. 어릴 때 교과서에서 봤던 지정학적 위치와 국제사회에서의 관계 등에도 과학기술은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흔히 중국의 문호를 연 계기가 ‘핑퐁외교’로 대표되는 스포츠 외교라 생각한다. 과학기술도 민간 외교를 담당한다. 다만 스포츠만큼의 대중성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인지, 대중들이 잘 알지 못한다. 과학기술계가 과학대중화에는 신경 쓰지 않고 연구개발에만 매진한 탓도 있다. 우리 사회가 과학기술의 역할을 산업 발전으로 좁혀서 바라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냉전 시절 동유럽과 서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미국, 소련 등이 영구중립국인 오스트리아에 공동연구소를 만들어서 교류했다. 이탈리아에는 제3세계와 선진국을 연결하는 국제이론물리센터가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핵개발 문제로 갈등을 겪는 미국과 북한도 백두산의 화산활동을 함께 연구하며, 민간 교류의 문은 닫지 않았다. 과학기술 국제협력은 단지 과학자들의 공동연구로 제한되지 않는다. 보다 다양한 과학외교 활동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우리나라도 선진 기술을 수입해 산업에 적용하는 데 치우쳤던 후진국의 위치를 벗어나, 중견국 외교 차원의 글로벌 과학 활동이 요구된다. 과학기술은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 같은 강대국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거나, 개도국을 지원하며, 지역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소통 창구의 역할을 하게 해 줄 수 있다. 특히 국가 간의 이해 대립이 덜한 기초과학은 우리나라의 과학외교 지평을 넓혀 갈 좋은 출발점이다. 동북아의 연구개발 허브를 구축하고, 아시아·태평양 선도 국가로 자리매김하며, 나아가 국제사회를 이끄는 과학기술 글로벌 강국 구축에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때가 됐다. ‘과학외교’의 역할과 중요성을 교과서에서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 밤에 눈 예보로 고속도로 교통상황 비상

    밤에 눈 예보로 고속도로 교통상황 비상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6일 밤부터 서울 등 중북부지방에 눈 또는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고속도로 교통상황에 비상이 걸렸다. 기상청은 이날 밤부터 서울, 경기북부와 강원영서북부에 비 또는 눈이 시작돼 27일 아침에는 전국에 확대될 것으로 예보했다. 이날 밤부터 27일 오전까지 경기동부와 강원영서 및 산지에 3∼10cm의 눈이 쌓인다. 27일 새벽부터 오전까지 강원동해안, 충청내륙, 전북내륙, 경북내륙에는 1∼5cm의 적설이 예상된다. 서울, 경기도(경기동부 제외), 충남서해안, 전남동부내륙, 경남북서내륙, 서해5도에는 1cm 내외의 눈이 쌓일 전망이다. 지표면의 온도가 낮아 내린 눈, 비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도로가 얼면 교통사고 위험이 급증하고, 이로 인한 사망자 수도 크게 늘어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13∼15년 겨울철에 노면 결빙과 적설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는 7592건에 달하고, 222명이 숨져 치사율이 2.9%로 나타났다. 사고 1000건당 사망자 수도 전체 사고 평균 21.6명보다 66.2% 높은 35.9명에 달했다. 고향까지 장거리를 가는 만큼 타이어, 연료, 엔진오일, 냉각수(부동액), 워셔액, 배터리 등을 점검하고 타이어의 홈(트래드 패턴)이 닳아 무늬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면 타이어를 교체한 다음 출발하는 게 좋다. 빙판이나 눈이 쌓인 도로는 제동거리가 평소보다 훨씬 길어지기 때문에 앞차와 평소보다 2배 이상 충분한 차간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단독] [현장 블로그] 발작하며 쓰러진 얼룩이…누가 길고양이를 죽였나

    지난 11일 충북 제천 대학가에서 길고양이가 돌에 맞아 사망한 사건에 이어 서울에서도 길고양이 학살이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나뭇가지로 몸을 쑤시거나 발로 차는 등의 학대뿐 아니라 돌로 내려 찍거나 부동액, 쥐약 등 독극물을 사용한 살해까지 이어지면서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 주택가서 또 독살 의심 사체 지난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동 주택가 골목에서 주변 상인과 주민들에게 예쁨을 받던 새끼고양이 ’얼룩이’가 숨졌다. 주민들은 고양이가 피를 토한 뒤 펄쩍펄쩍 뛰다 사망한 점을 근거로 타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곳은 2015년 6월과 7월에도 길고양이와 개 10여마리가 호흡곤란 증세로 잇따라 죽는 사건이 발생했던 지역 중 한 곳이다. 죽은 얼룩이를 처음 발견한 주민은 “골목에 자주 나타나던 고양이 4마리 가운데 가장 어린 고양이”라며 “나머지 3마리도 계속 토하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지만 지금은 건강을 되찾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들 고양이 4마리는 골목 가게 등에 들어가 쉬거나 주민에게 재롱을 부려 길고양이임에도 많은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아왔다. 한 상인은 “새끼고양이를 잃은 어미 고양이는 골목을 쉴 새 없이 오가고 있다”며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게 새끼가 죽은 사실을 모르고 끊임없이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대 징역 1년… 검거는 어려워 길고양이 학대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징역 1년 이하, 벌금 1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폐쇄회로(CC)TV나 목격자가 없고 부검도 이뤄지지 않아 범인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구철민 동물자유연대 간사는 “사망 당시 정황으로만 보면 독극물로 인한 사망이 의심된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길고양이 학대 사건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도 밝혀내지 못하고, 증거도 부족해 범인을 잡기 힘들다”고 말했다. 길고양이를 혐오해 발생하는 학대·학살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15년 대구 북구·달서구·동구에서는 길고양이 20여마리가 독극물로 추정되는 음식물을 먹고 죽은 채 발견됐고, 같은 해 경기 동두천에서도 12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부동액이나 특정약품 등을 언급하면서 ‘동네에 고양이들 보기 싫으면 이 약품을 발라서 먹이를 주면 됩니다’와 같은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밖에 마당으로 들어온 고양이를 PVC파이프로 때려 죽이거나 길고양이가 자주 다니는 골목에 그물을 쳐서 잡은 뒤 죽이는 사건들도 있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인사]

    ■국회 ◇국회사무처 <이사관 승진>△국회사무처 박태형 박희석 이신우 최상진 홍성현<이사관 전보>△의정연수원 교수 유상조△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문위원 이승재△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 정연호△특별위원회 전문위원 정영진△정무위원회 전문위원 정운경△의정연수원장 조기열△감사관 지동하△안전행정위원회 전문위원 천우정△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문위원 채수근△국토교통위원회 전문위원 최시억△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 홍형선△국회사무처 고상근 박종희 송병철 정순임<부이사관 전보>△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입법심의관 이정은△법제실 행정법제심의관 진선희△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입법심의관 김상수△국토교통위원회 입법심의관 이지민△국회운영위원회 입법심의관 최병권△법제실 경제법제심의관 최선영△관리국 시설관리심의관 정길준△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입법심의관 조신국△운영지원과장 이양성△국회사무처 송기형 ■교육부 △창조행정담당관 이윤홍△기획조정실 전재민 ■국방부 ◇과장급 전보△운영지원과장 윤영모△예산편성담당관 이영빈△국방전산정보원 관리과장 한영수△자원동원과장 성길수△건설관리과장 유희승 ■산업통상자원부 ◇과장급 전보△지역산업과장 정경록 ■서울주택도시공사 ◇1급 승진△기획조정처 조한보△경영지원처장 민경배△주거복지기획부장 박인△남부주거복지단장 겸 주거복지사업처장 이상현△북부주거복지단장 전재성△마케팅처장 이영철△택지조성처장 박광균△마곡위례사업단장 황의필△첨단기술사업처장 이원풍◇2급 승진△재정관리부장 장한수△경영관리부장 차승민△회계부장 고상호△주거복지사업부장 손명호△노원센터 관리운영부장 이현희△시설활용부장 윤형국△개발사업부장 나용환△개발기획부장 정낙현△수탁보상부장 이태곤△운영관리부장 윤성수△택지설계부장 나재하△도시환경부장 김덕근△택지조성부장 박영욱△하자관리부장 손오성△행정감사부장 김주민△기술감사부장 백경희△주거복지기획부 강인구◇전보△SH교육원장 문완식△시설관리처장 최윤식△택지계획처장 이광윤△건축설계처장 김길상△건설사업처장 김동일△안전하자관리실장 이우필△감사실장 심윤수△소통홍보처장 송순기△서부주거복지단장 정갑수△중부주거복지단장 최임규 ■한국수력원자력 ◇1급 승격 및 이동△기획처장 이인식△지역상생협력처장 손병오△인사처장 이남석△노무처장 이상희△건설처장 김상돈△건설기술처장 원재연△고리원자력본부 제1발전소장 박지태△고리원자력본부 제3발전소장 이명춘△한빛원자력본부 제2발전소장 이선일△한빛원자력본부 제3발전소장 한상욱△월성원자력본부 제2발전소장 강설희△새울원자력본부 제1발전소장 박병권△새울원자력본부 제2건설소장 박성훈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부원장 박승남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융합연구부장 방옥선△기획예산팀장 류철현 ■서울대 △경영대학장 및 경영전문대학원장 박철순 ■동국대 △미래융합대학장(미래융합대학부설평생교육원장·미래융합대학부설원격평생교육원장 겸임) 박선형 ■나사렛대 △대학원장 겸 신학대학원장 유흥렬△교목실장 홍기영△기획처장 정해용△교무처장 오세철△인재개발처장 공진용△입학처장 유현배△취업지원센터장 김홍성△비서실장 정석용△대외협력실장 이현구△산학협력단장 김행조△교원양성지원센터장 겸 교육혁신평가본부장 황복선△장애학생지원센터장 석말숙△국제교류본부장 김용범△특성화본부장 조재훈△도서관장 엄정국
  • 아시아 최대규모 홈브루잉 대회 서울에서 열린다

    아시아 최대규모 홈브루잉 대회 서울에서 열린다

    상금 1000만 원이 걸린 아시아 최대 규모의 맥주 홈브루잉(Homebrewing·자가양조) 대회가 다음달 4~5일 이틀간 서울 성동구의 어메이징 브루잉컴퍼니에서 열린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한국 크래프트맥주(수제맥주)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맥주 발전의 원동력인 홈브루잉 대회를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국내 양조장 주도로 일반인 대상 홈브루잉 대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참가 규모도 크다. 한국,홍콩,일본 등을 비롯한 국내외 60여명의 홈브루어가 약 200 종에 달하는 맥주들을 제출했고, 국내외 유명 양조사, 맥주 심사관(Beer Judge), 맥주 소믈리에, 맥주 업계 관계자 및 맥주 책 저자 등 맥주전문가 25명이 심사에 참여해 뛰어난 맥주를 가린다. ‘최고의 맥주’에 선정되면 상금 500만원과 함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에서 해당 맥주를 양조해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2등, 3등은 각각 300만원·200만원을 받게 된다. 우승자는 5일 발표된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태경 대표는 “홈브루잉은 자기가 원하는 맥주를 마음껏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 창의적인 맥주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의 유명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의 양조사도 대부분 홈브루어 출신인 점을 볼 때 홈브루잉의 수준이 그 나라의 맥주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만큼 앞으로 대회 규모를 더욱 키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접수 마감은 오는 26일이며 참가신청은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홈페이지(www.amazingbrewing.co.kr/homebrew) 에 접속해 참가 서식을 작성한 뒤 맥주 330ml 이상 세 병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1호점(서울 성동구 성수일로 4길4)으로 보내면 된다. 참가비는 무료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In&Out] 올바르지 못한 권력자와 상관의 지시/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In&Out] 올바르지 못한 권력자와 상관의 지시/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플라톤의 ‘국가’는 여러 제목으로 번역된다. 그리스어 ‘Πολιτε?α’에 주목하는 사람은 ‘정체’(政體), 라틴어 ‘De Re Publica’에 충실한 번역가는 ‘공화국’으로 번역한다. 책의 내용에 충실하게 의역하고자 한다면 ‘정의란 무엇인가’가 제일 어울린다. 이 제목보다 책의 내용을 더 압축할 수 있는 어휘를 찾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흥미로운 건 올바른 사회로 나아가려 할 때 인간사회가 부딪쳐야 하는 상황이다. 권력자가 정의로우면 민중이 그렇지 못해도 문제되지 않는다. 권력자가 만들어 놓은 법으로 처벌받고 교정되기 때문이다. 정의롭고 지혜로운 통치자, 철인이 다스리기만 하면 이상향으로 가는 것은 쉽다. 그러나 정의롭지 못한 권력자가 올바르지 못한 명령을 남발할 때 어려워진다. 부하와 민초들은 현명하게 대처해 살아남아야 하고 사회를 발전시켜야 하는 딜레마에 마주친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신음하는 한국에도 플라톤이 했던 고민은 동일하게 나타난다. 어차피 권력자에게 정의로울 것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의롭지 못한 권력자들과 통치자들, 그리고 그들이 휘두르는 올바르지 못한 지시에 대해 부하 혹은 민초에 머물러야 하는 우리가 대처해야 하는 자세와 방법이 문제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은 한결같이 윗선의 지시를 탓했다. 속으로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최순실과 결탁했을지 모르지만, 중요한 부분은 상관의 지시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랐다는 논리다. 아무리 상관의 명령이라도 그것이 바르지 못할 때에는 명백히 본인의 책임이라는 공무원의 기본 수칙조차 이들은 망각한 듯하다. 2차 대전 때 히틀러의 명령을 따라 유대인 학살에 나섰던 수많은 공무원들이 ‘그것은 국가의 명령이자 상관의 지시였다’고 변명했으나, 예외 없이 사형을 당하거나 감옥에 갇혔다. 상관의 명령은 도덕과 법에 부합할 때만 복종의 가치가 있다. 2015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은 권력이 줏대 없는 인간을 얼마나 한심한 꼭두각시로 만드는지 보여주었다. 대면 소통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은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며 뒤에 배석한 보좌진에게 물었다. 보좌진들은 일제히 아부성 웃음으로 대통령에게 맞장구를 쳤다. 한국이 민주화된 청렴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권력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국회에 지금 국가공무원법 57조를 보완하려는 법률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공무원은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상관의 명령이 위법한 경우 복종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넣자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법체계로도 위법한 명령에 복종해서는 안 되고, 처벌을 받는 게 원칙이다. 중요한 건 위법하거나 부당한 명령들이 투명하게 드러날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다. 덴마크에서는 모든 공무원이 개인의 이메일과 서신을 필요 시 제출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고위 공직자에게 사적 이메일을 쓰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정책의 투명성과 반부패를 위해서다. 우병우 사건을 보며 느꼈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공무원을 불러 공직이나 비위에 관한 걸 조사할 수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공무원에 관한 한 국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를 불러 정책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개인적 비위를 규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 국가라 할 수 있다. 5년 임기도 벅찬 대통령들에게 중임을 허락하는 개헌이 중요한 게 아니라, 투명한 질서를 세우는 게 긴요하다.
  • [포토 다큐] 당신이 잠든 사이… 세상은 바삐 움직인다

    [포토 다큐] 당신이 잠든 사이… 세상은 바삐 움직인다

    새해는 어둠 속의 액운을 쫓아내고 밝은 빛을 몰고 오는 새벽을 알리는 상서로운 동물인 닭의 해 정유년(丁酉年)이다. 특히 올해의 닭은 불의 기운이 가장 성해 붉은 닭의 해라고도 한다. 이렇게 어려움을 물리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희망의 대표적 상징인 닭보다도 부지런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인다. ●서울 첫 버스 5618번·별 관측·경매 시장… 하루를 여는 사람들 서울 구로구 구로동 보성운수 5618번 버스는 서울에서 가장 이른 새벽 3시 30분에 운행을 시작한다. 승객들은 청소용역, 일용직 근로자, 경비원, 심지어 술 마시고 집에 가는 사람 등 다양하다. “여의도에서 빌딩 청소일을 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타는데 1분이라도 빨리 도착하면 좋아하시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지체할 수가 없습니다. 이분들의 생활이 어떤지 잘 알기 때문에 마음이 더 가네요.” 첫차의 운전대를 잡은 모범기사 허영구(58)씨는 지체 없이 출발을 한다. 전국의 공무관(구 환경미화원)들도 새벽이면 어김없이 청소를 시작한다. 송파구 공무관 원진희(56)씨는 “청소를 시작할 땐 힘들기도 하지만 마치고 나서 깨끗해진 거리를 보면 마치 산 정상에 올랐을 때의 느낌이 듭니다. 국민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기쁨에 행복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항상 기분이 좋은 것만은 아니란다. “매일 청소를 하다 보니 상가 주민들하고 친한데 다들 어렵다 보니 오히려 미안한 마음도 드네요”라며 최근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넌지시 내비친다. 도심의 불빛이 거의 없는 산속 깊은 곳에서 천문학자들도 모두가 잠든 새벽에 별을 관측한다. 강원 화천군 광덕산 조경철천문대 유주상(40) 천문대장은 “과학자들에게 별은 미래, 기술 등 첨단의 이미지도 있지만 낭만, 그리움, 사랑, 꿈 등의 의미도 있습니다. 앞만 보고 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별을 관찰하면서 현실의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씻어내는 쉼의 시간을 제공해 주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낍니다. 가끔 우리가 왜 여길 지키고 있는지 생각할 때도 있지만 누군가 산중에 왔을 때 등대처럼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이곳을 지키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소회를 밝힌다. 동대문 의류상가 앞 인도는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지방으로 배달될 옷들로 가득 찬다. 대형 트럭과 버스가 길게 줄 서 있고 영하 7도의 추운 날씨에도 반팔을 입고 포장하는 사람들의 눈썹에는 땀이 맺힌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경매는 새벽 1시에 시작돼 새벽 5시가 돼서야 끝이 난다. 경매가 끝나면 소매상인들이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그 외에도 경찰, 소방서, 공항, 병원 응급실, 편의점 직원, 식당, 대리운전기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새벽을 지킨다. ●새벽을 깨우는 이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원동력 언뜻 보기에 새벽은 고요하고 차분한 듯하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 한국인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묵묵히 그리고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 덕분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최순실 국정농단,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 금리 인상,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갈등, 세계적인 불경기 등으로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하는 게 사실이다. 끝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여기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다. 공자는 “어둡다고 불평하는 것보다 작은 촛불 하나라도 켜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이제 우리는 남 탓, 환경 탓만 해서는 안 된다. 정치인, 지도자만을 믿어서도 안 된다. 스스로가 소중한 존재임을 자각하고 뜨거운 가슴으로 자신의 주변부터 감동시킬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조금이나마 좋은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위기가 닥친 지금이야말로 한국인의 저력을 발휘할 때이다. 우리는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김기춘‧조윤선 구속…블랙리스트 수사, 박 대통령만 남았다

    김기춘‧조윤선 구속…블랙리스트 수사, 박 대통령만 남았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파헤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1일 새벽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구속되면서 수사는 마무라 단계에 들어섰다. 특검은 이들을 상대로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밝혀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박 대통령은 정부에 비판적인 소위 ‘좌파’가 문화·예술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권력을 활용해 문화·예술계의 판도를 바꾸려고 한 정황도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11월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손경식 CJ 회장을 만나 ‘CJ의 영화·방송이 좌파 성향을 보인다’며 압박했다. 앞서 2013년 7월에는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손 회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VIP(대통령)의 뜻’을 내세워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촉발한 미르재단 설립을 박 대통령이 밀어붙인 것도 한류 확산이라는 공식 목표와는 달리 문화·예술계의 판도를 바꾸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수사의 관건은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했는지 밝혀내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달 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따라 특검이 다음 달 초 추진 중인 박 대통령의 대면 조사는 대기업 뇌물수수 의혹뿐 아니라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에도 정점이 될 전망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기춘·조윤선 구치소에서 대기…영장 담당 성창호 판사는 누구?

    김기춘·조윤선 구치소에서 대기…영장 담당 성창호 판사는 누구?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서울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다. 이번 영장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의 성창호(45·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에게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 성 판사는 ‘신중·엄정한 법관’으로 알려졌다. 부산 출신인 성 부장판사는 서울 성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3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로 임관했다. 법원행정처 인사관리심의관에 이어 인사심의관을 지냈고 대법원장 비서실 부장판사로 2년 근무하는 등 요직을 거쳤다. 지난해 2월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전담 업무를 맡고 있다. 서울지법, 서울고법, 수원지법 등에서 재판 업무 경험도 풍부하다. 신중한 성격으로 동료와 선후배 사이에 신망이 두텁다. 법관으로서 균형·형평 감각이 뛰어나고 법이론에도 해박하며 엄정한 판단력을 구비한 판사로 통한다. 법원 관계자는 “평소 업무처리 방식에 비춰볼 때 영장과 관련해 범죄 사실의 소명 여부와 증거인멸 가능성 등을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성 부장판사는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청구한 구속영장 상당 부분을 심사했다. 이달 2일 ‘비선 실세’ 최순실(61)씨 딸 정유라(21)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를 받는 류철균(51·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에게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또 17일에는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학사 특혜와 비리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경숙(62) 전 이대 신산업융합대학장의 구속영장 발부도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3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청구한 조원동(61)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왕실장’ 운명 쥔 영장판사는...“머리는 비상한데, 행동이”

    ‘왕실장’ 운명 쥔 영장판사는...“머리는 비상한데, 행동이”

    ‘ 왕실장’과 현직 장관의 운명을 쥔 성창호(45·사법연수원 25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전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부장판사에 대해 인신공격성 항의가 빗발치고 ‘삼성 장학생’이라는 악성 루머가 나돌면서 성창호 부장판사의 영장심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성창호 부장판사는 겸손하면서도 법원 내의 엘리트로 정평이 나있다. 1972년생으로 성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거쳐 사법시험(35회)을 합격했다. “머리는 비상한데 간혹 서툰 행동을 한다”는 이야기도 법원 안팎에서 나온다. 이와 맞물려 지난 연말을 달궜던 고(故) 백남기씨의 부검영장을 발부한 것이 연상된다. 경찰이 두번째 청구한 부검영장에 ‘압수수색 검증의 방법과 절차에 관한 제한’이라는 조건을 붙여 발부한 것이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성 부장판사의 과거 영장발부 이력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24일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또 성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정운호(52·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 사건에 연루된 김수천(58·사법연수원 17기) 부장판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적이 있다. 당시 현직 판사가 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은 ‘명동 사채왕’ 최모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던 최민호 판사 사건 이후 처음이어서 큰 관심을 모았다. 성창호 부장판사는 20일 오전 10시30분쯤부터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살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3시간가량 진행했다. 김 전 실장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있을 당시 ‘왕실장’으로 불렸다.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지낸 이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는 처음으로 알려졌다. 성창호 부장판사는 또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현직 장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는 처음이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수의로 갈아입고 서울구치소에서 영장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했다. 이들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의 ‘설계자’이자 ‘총지휘자’라는 게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입장이지만 김 전 실장측 “블랙리스트를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며 완강히 부인했다. 조 장관 역시 “블랙리스트 존재는 작년 9월 문체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알게 됐다. 작성 경위나 전달 경위는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법리 다툼과 함께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 등 여러 상황을 살펴보고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되겠지만 만약 김 전 실장이나 조 장관에 대한 영장이 동시에 모두 기각되면 특검의 부실수사나 성급한 영장 청구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기춘·조윤선 영장 심리하는 성창호 판사…조원동 영장기각·백남기 부검영장 발부 전력

    김기춘·조윤선 영장 심리하는 성창호 판사…조원동 영장기각·백남기 부검영장 발부 전력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10시 30분부터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다. 구속 여부는 밤늦게 가려질 전망이다. 전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이날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구속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하는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주목 받고 있다. 성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24일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지난해 9월에는 고(故) 백남기 농민의 부검 영장에 대해 유족측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국 ‘압수수색 검증의 방법과 절차에 관한 제한’이라는 조건을 붙여 발부하기도 했다. 성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정운호(52·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 사건에 연루된 김수천(58·사법연수원 17기) 부장판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적이 있다. 당시 현직 판사가 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은 재작년 1월 ‘명동 사채왕’ 최모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던 최민호 판사 사건 이후 처음이어서 큰 관심을 모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안종범, 전경련에 위증 강요… ‘잘했다’고 연락도”

    “안종범, 전경련에 위증 강요… ‘잘했다’고 연락도”

    “미르·K스포츠 설립 자발적, 靑개입 안 했다 말 맞추라 지시” 안, 檢·국감서 허위 진술 종용 전경련 상무 “靑, 미르 파견 요청”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 기소)씨와 연관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안종범(48·구속 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전국경제인연합회 임원에게 검찰 조사에서 허위 진술을 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의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 전 수석의 공판에서 이승철(58)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안 전 수석이 전화해 ‘(미르재단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고 청와대에서 개입한 적이 없다고 했으니 같은 입장을 유지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어떨 때는 국감이 끝난 뒤 (안 전 수석이) ‘잘했다’고 연락하기도 했다”며 “‘아래 직원들까지 사실과 달리 말하라고 통제할 수는 없다’고 반박하자 안 전 수석은 ‘검찰에 가서 얘기하면 되도록 조치가 다 돼 있다’고 답했다”고 증언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법정에서 안 전 수석이 검찰조사를 앞두고 허위 진술을 종용한 내용의 메모도 공개했다. 메모에는 ‘수사팀 확대, 야당 특검,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되고 새누리 특검도 사실상 우리가 컨트롤하기 위한 거라 문제없다’고 적혀 있다. 국정농단을 해결하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도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하에 있다’는 것으로 감지된다. 이 부회장은 “이미 전경련 직원이 검찰에 출석해 사실대로 말하고 있는데 (안 전 수석이) 사태 파악을 못한 게 아닌가 생각해 며칠 전부터 전화를 받지 않았더니 직원을 시켜 전달해 놓은 메모”라고 설명했다. ●“재단, 우파 단체 지원 목적 있다고 해” 이날 이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은 청와대의 지시였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특히 배경에는 ‘우파 단체 지원’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 부회장은 안 전 수석과의 대화를 전하며 “(양 재단의) 설립 목적으로 한류문화 확산과 문화계 우파 단체 지원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피고인 측 변호사들은 과거 전경련 주도로 기업들이 기금이나 성금을 모은 전력이 있고 미르·K스포츠재단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처럼 청와대 지시에 따른 재단 설립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세월호 성금 모금은 오히려 기업들이 먼저 하려고 했고, 평창올림픽 관련 모금은 조직위원회에서 나섰다”고 반박했다. 그는 “20대 그룹이 광역시도에 설치한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시작은 강압이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르재단이 전경련에 직원 파견을 요청했고 청와대도 이에 협조를 요청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용우 전경련 상무는 “청와대가 미르재단 사무실 쓰레기통까지 갖춰 놓고 나중에는 현판식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보일 직원들을 섭외해 놨다”며 “(전경련은) 선택의 여지 없이 따라갔다”고 말했다. ●“20대 그룹 창조혁신센터, 시작은 강압” 한편 이날 이미경 CJ 부회장 퇴진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조원동(61)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한 2차 공판 준비기일이 진행됐다. 조 전 수석 측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는 받았지만 공모를 구체적으로 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⑧ 시큼함에 취하다. ‘사우어맥주’의 세계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⑧ 시큼함에 취하다. ‘사우어맥주’의 세계

     “사우어(Sour·신 맛)맥주 인기가 이 정도인데, 이제 그만 해체해도 되지 않을까요?”  매서운 겨울 바람이 불었던 지난 15일, 이상원(43)씨를 비롯한 3명의 한국사우어맥주연합(이하 한사연) 운영진들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모여 행복한 고민을 했습니다. 이날 아시아 최초 사우어맥주 전문 펍인 ‘사우어 퐁당’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는데, 마감 시간인 오전 2시까지도 사우어 맥주를 찾는 손님들로 종일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사우어맥주의 존재조차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었던 3년 전, 한사연을 결성해 국내 맥주업계를 대상으로 매년 ‘사우어 토크’를 개최하는 등 사우어 맥주를 적극적으로 알려온 이들은 이날 강추위를 뚫고 사우어 맥주를 마시러 온 수많은 사람을 지켜보며 감격스러워했는데요. 한국 최초의 사우어 맥주인 ‘설레임’을 만든 와일드웨이브브루잉의 푸브루(45·필명) 대표는 “크래프트맥주가 상륙한지 고작 3~4년 남짓 된 한국에서 사우어맥주가 이렇게까지 빨리 알려지고, 자리를 잡을 줄은 몰랐다”며 “커뮤니티를 만들때 사우어맥주가 대중화되면 해체하자며 우스갯소리를 했었는데, 이 정도 인기라면 이제 (해체)해도 될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최근 크래프트 맥주계의 대세로 떠오른 사우어(Sour·신 맛) 맥주는 젖산이나 야생효모를 넣어 발효한 맥주로, 시큼한 맛이 나는 독특한 특징을 가졌습니다. 또 사우어맥주는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오크통 안에서 숙성 시간을 거치기 때문에 어떤 맥주는 식초를 마셨을때와 같이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시고, 때로는 지하실 곰팡이같은 쿰쿰한 맛이 나기도 합니다. 다수의 입맛을 사로잡기에는 매니악한 성격이 강한 맥주죠. 그런데 이 괴상한(?) 맛이 나는 맥주가 현재 글로벌 맥주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크래프트맥주계를 이끄는 미국에는 2013년만 해도 사우어맥주 종류에 속하는 ‘고제’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이 50여 개밖에 없었지만 현재는 수백 개에 이르는 양조장이 다양한 종류의 사우어 맥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도 지난해에만 7곳의 양조장에서 12종류 이상의 사우어 맥주를 출시하면서 트렌드를 부지런히 쫓아가고 있고요. 해외맥주 수입사 ATL 코리아의 임준택 대표는 “사우어 열풍 때문에 기존 IPA와 스타우트 맥주 수입에 주력했던 수입사들도 사우어 맥주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체 사우어 맥주가 무엇이기에 맥주매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걸까요? 이 이상한 맥주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사우어 원조는 유럽, 천국은 미국  사우어 맥주의 원조는 벨기에와 독일입니다. 벨기에는 현대에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맥주를 빚는 문화가 남아있는 곳으로 유명한데요. 전통적인 양조방식이란 인위적으로 배양된 효모가 아닌 공기 중에 떠다니거나 오크통에 서식하는 야생효모, 박테리아 등을 이용해 맥주를 자연적으로 발효시키는 것을 뜻합니다. 대표적인 벨기에 사워맥주인 ‘람빅(Lambic)’이 바로 이 방식으로 만든 맥주입니다. 람빅 맥주를 마시면 신맛과 함께 젖은 가죽, 헛간 풀냄새 등 특이한 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람빅 맥주는 숙성 기간에 따라 맛도 달라지기 때문에 연식이 다른 것들을 섞어 마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렇게 블렌딩된 람빅 맥주를 ‘괴즈’라고 부르고, 괴즈는 가장 대중적인 람빅 맥주 스타일입니다.  와인맥주라는 별명을 가진 ‘플렌더스 레드’도 빼놓을 수 없는 벨기에 사우어맥주입니다. 플렌더스 레드는 벨기에 서부의 플랑드르 라는 지역에서 빚는 맥주인데요. 이 맥주는 연한 색과 어두운 색의 맥아를 섞기 때문에 적갈색을 띕니다. 플랜더스 레드는 자연발효를 거치는 람빅과 달리 효모와 젖산균을 주입시켜 오크통에서 최장 2년까지 숙성되는데, 역시 맛의 균형을 위해 연식이 다른 맥주들을 블렌딩시킵니다. 플랜더스 레드는 포도, 자두 등 블랙 베리류의 과일향과 산미, 떫은 맛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레드와인과 비슷한 풍미를 내기 때문에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나 ‘와인 러버’들의 입맛에도 맞아 인기가 높습니다.  독일의 사우어맥주는 ‘베를리너 바이세’와 ‘고제’가 있습니다. 베를린 전통 지역 맥주인 베를리너 바이세는 말 그대로 과거 베를린 사람들이 즐겨 먹었던 밀맥주입니다. 이 맥주는 젖산균이 들어가 시큼하고 청량해 목넘김이 아주 가볍습니다. 알콜도수도 3%로 낮아 술이 약한 사람에게 혹은 여름용 갈증해소용으로 제격입니다.  고제는 북부 니더작센주의 고슬라르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밀맥주로 젖산균과 ‘소금’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인데요. 이 소금때문에 시고 짭잘한 맛이 무척 독특하고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늘 새로운 맛을 갈구하는 크래프트맥주 팬이라면 열광하지 않을 수 없는 맥주이기도 하죠.  그러나 독일 사우어 맥주는 라거맥주 열풍에 밀려 2차 세계대전 이후 거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합니다. 이 독일 사우어맥주를 부활시킨 곳이 바로 미국인데요. 1980년대 이후 크래프트맥주양조장이 성행하면서 미국의 소규모양조장들은 유럽 전통 맥주 레시피를 되살려 사우어맥주를 대중화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사우어 맥주에 과일, 홉 등을 추가해 ‘아메리칸 와일드에일’이라는 새로운 사우어 장르를 개척하는데 성공합니다. 사우어맥주는 유럽에서 시작됐지만 사우어맥주를 취급하는 양조장은 현재 유럽보다 미국에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새로운 사우어 맥주들도 계속 미국에서 나오고 있고요. ‘사우어 천국’ 미국을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사우어 맥주를 마셔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신김치에 단련된 한국인… 사우어의 매력  한국에도 미국의 여느 양조장 못지 않은 훌륭한 사우어맥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치 유산균을 사용한 핸드앤몰트의 K-바이세, 청국장의 미생물을 넣어 발효시킨 아키투브루잉의 도깨비 등 한국적인 재료를 사용한 사우어 맥주도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신김치, 홍어, 청국장 등 각종 발효음식을 즐기기 때문일까요? 한국은 사우어 맥주에 대한 적응도 빠르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사우어 맥주의 인기도 뜨거운 편인데요. 사우어 맥주만 전문으로 만드는 와일드웨이브브루잉의 푸브루 대표는 “3년 전만 해도 너무 매니악한 맥주여서 과연 한국 시장에서 먹힐까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현재는 주문 물량이 너무 많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라며 “맥주 트렌드가 빠른 홍콩이나 도쿄를 방문했는데 사우어 맥주에 있어서만큼은 한국이 훨씬 저변이 넓더라. 한국에 들어오는 해외 사우어 맥주 라인업도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사우어 맥주의 인기는 맥주,와인을 포함한 전 세계 미식·주류 트렌드가 ‘신 맛’이라는데서 비롯된 측면이 있습니다. 또 서울이 세계 트렌드에 워낙 민감한 곳이다보니 그만큼 유행을 소비하는 속도도 빠르다는 분석도 있고요. 전문가들은 사우어 맥주의 매력을 ‘음용성’과 ‘중독성’으로 꼽습니다. 양조사 출신인 이상준(31·메이드인퐁당) 매니저는 “사우어맥주의 장점은 바디감이 가벼워 대체로 청량하고, 특유의 신맛 때문에 알콜도수가 높아도 마셨을때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이라며 “사우어 맥주를 마셨을때 전체에 느껴지는 시고 자극적인 맛 또한 강한 중독성이 있어 맥주 초보자나 맥주덕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맥주”라고 말합니다. 그는 “사우어맥주는 맥주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가장 넓은 범주로 응용이 가능해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맥주“라며 “과일을 넣거나 홉을 더 첨가하면 완전히 새로운 맥주로 재탄생하면서도 신 맛이 나는 기본 캐릭터를 잃지 않아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우어 맥주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글·사진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