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원고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게스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쓰기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7000만 달러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행복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6,756
  • [권혁 변호사의 행정법 판례 강의](10) 다른 구제수단 있어도 별도 ‘무효확인訴’ 가능

    이번에는 무효확인소송의 ‘확인의 이익(보충성)’에 관한 대법원 2007두6342 전원합의체 판결을 소개하고자 한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행정소송법 제35조에서는 무효 등 확인소송은 처분 등의 효력 유무 또는 존재 여부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효 등 확인소송과 취소소송의 원고 적격에 관한 ‘법률상 이익’은 같은 것으로 보는 것이 통설과 판례의 태도이다. 나아가 소의 이익(협의의 소의 이익)에 관한 이론도 취소소송과 같이 그대로 적용되어, 무효인 환지처분(換地處分·토지 소유권 및 기타 권리 보유자에게 해당 토지에 상응하는 토지나 금전을 줘 청산하는 행정처분)이 있은 후 적법한 환지처분이 이루어지면 당초 환지처분은 무효확인을 구한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0두2495판결). 그런데, 위와 같은 법률상 이익 이외에 확인의 이익이 별도로 요구되는지에 관하여 견해가 나뉘었다. 종전 판례에서는 확인의 소가 원고의 법적 지위 불안 또는 위험을 제거하기 위하여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경우에만 허용되고, 보다 더 발본색원적인 수단이 있는 경우에는 소의 이익이 부정된다고 보았다(대법원 2002두3699판결). 종전 판례에 대해 다수의 견해는 ①행정소송법은 취소소송의 기속력을 무효확인소송에도 준용하고 있는 점 ②민사소송과 행정소송의 성격상 차이점 ③행정소송법에서 무효확인소송을 항고소송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④하자가 무효인지 취소인지는 구분이 용이하지 않은 점 ⑤비교법적으로 독일과 프랑스의 행정소송 역시 무효확인소송에 보충성을 요구하고 있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이를 비판하고 있었다. 이번 판결에서는 행정소송에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 행정처분의 무효를 전제로 한 이행소송 등과 같은 직접적인 구제수단이 있는지를 따져 볼 필요가 없다는 점을 판시하여 종전 대법원의 입장을 변경하고, 다수의 견해를 받아들였다. 사안을 간략히 살펴 보면, 구 하수도법에 따라 사업시행자에게 원인자 부담금이 부과되었고, 원고가 그에 대해 무효확인을 구한 것이다. 종전에는 조세(준조세 포함)에 대해 이를 납부한 경우에는 민사소송으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면 되고, 행정소송으로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다고 보았다(대법원 87누533판결 등). 과세처분에 취소사유가 있는 경우 민사법원에서는 선결문제로 이를 판단할 수 없지만, 무효사유인 경우는 판단이 가능하다고 보았으므로 민사법원에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면 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는 조세(준조세)를 이미 납부하였다 할지라도 행정소송으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면서, 행정소송의 취지와 기능상 민사소송에서 요구하는 확인의 이익(보충성)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시하여, 종전 판례의 태도를 변경하였다. 대법원 판결에서 받아들인 논거는 다수의 견해가 주장하던 것으로, 특히 행정소송법에서 무효 확인소송을 항고소송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있고, 무효 등 확인소송의 판결에도 기속력이 인정되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 밖에도 민사소송에 의할 경우 행정법원과 달리 과세처분의 위법 여부, 특히 무효나 취소 사유의 구별 등에 관하여 전문적인 판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판결 이유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 “지방의원 보좌직원 도입 서울시의회 조례는 위법”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지방의회 의원의 보좌직원을 두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서울시의회 조례안이 법률에 위반된다며 서울시장이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낸 조례안 재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지방의회 의원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보좌직원을 두는 것은 지방의회 의원의 신분, 지위 및 그 처우에 관한 현행 법령상의 제도에 중대한 변경을 일으키는 것으로 이는 국회의 법률로 규정해야 할 입법 사항”이라고 판시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2월 지방의회 의원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보좌직원을 두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서울시의회 기본조례안을 의결했다. 서울시는 해당 조례안 중 보좌직원을 둘 수 있도록 한 내용 등이 법률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재의를 요구했지만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4월 조례안을 원안대로 재의결해 이를 확정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대법원에 조례안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최지숙 기자 trutr173@seoul.co.kr
  • [권혁 변호사의 행정법 판례 강의(9)] 제안서도 정당한 신청 형식…행정청 반려, 거부처분에 해당

    이번 사안은 국유재산 사용허가 거부처분에 관한 대법원 2007두6212, 6229판결이다. 서울대공원 토지에 대해 사용허가를 받고, 서울대공원 시설을 기부채납한 원고가 무상 사용기간 만료 후 확약사실에 근거하여 10년 유상사용의 허가를 구하였다. 그런데, 서울대공원 관리사업소장이 그 신청을 반려하고 조건부 1년의 임시사용허가처분을 통보하였고, 이에 대해 원고가 이를 거부처분으로 보고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먼저, 국유재산 또는 공유재산(지방자치단체 소유)에 대한 기본 개념을 살펴본다. 국·공유재산은 행정재산(종전 행정재산과 보존재산)과 일반재산(종전 잡종재산)으로 나뉜다. 일반재산은 사법상 권리관계의 대상으로 보고 있어, 매각(처분)이나 임차에 별다른 제한이 없고, 취득시효의 대상도 된다. 다만, 일반재산에 대해서도 변상금의 부과 및 징수절차만은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에 비해 행정재산은 매각 등 처분이 제한되고, 임대를 위해서는 관리청으로부터 사용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행정재산의 사용허가는 공법관계로 보고 있다. 행정재산의 사용허가를 받게 되는 사인은 사용허가에 따라 사용료와 사용허가기간 등에 대해 행정청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보통이다. 통상 행정재산인 토지에 대해 사용허가를 받는 자는 시설물에 대해서는 자신의 부담으로 건축을 하고, 행정청에 이를 기부채납한 후, 사용료의 총액이 기부를 받은 재산에 이르는 기간 이내에 무상사용의 허가를 받게 된다. 또 행정재산의 사용허가는 갱신할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 역시 서울대공원 토지에 대해 사용허가를 받고, 그 토지 위 시설물을 기부채납한 이후 10년의 무상사용허가를 받았다. 원고는 행정청으로부터 10년의 유상사용허가로의 갱신을 약속받았고, 위 확약에 기초하여 같은 내용의 신청을 하였다. 원고는 제안서의 형식으로 10년의 유상사용허가를 신청하였는데, 피고는 1차로는 반려 없이 1년의 조건부 임시사용허가를, 2차로는 제안서를 반려하면서 1년의 임시사용허가처분을 하였다. 행정청에 대한 신청의 의사표시는 명시적으로 확정적인 것이어야 하는데, 판례는 원고가 제안서의 형식으로 10년의 유상사용허가를 신청한 것은 명시적이고 확정적인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1차의 처분은 원고의 신청에 대한 부작위, 2차의 처분은 원고의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다. 부작위 또는 거부처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원고에게 법령상 또는 조리상 신청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에게는 행정재산의 사용·수익허가를 신청할 법규상 조리상 신청권이 있고(대법원 1105판결), 사용허가의 갱신(연장) 역시 그와 달리 볼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원고로서는 사용허가갱신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에 관하여 다툴 수 있다. 본안에 관하여 본다면, 사용수익허가는 행정청에 재량이 있는 재량행위의 성격을 가진다(대법원 97누20724판결 등). 그런데, 행정청이 유상사용허가 갱신에 대해 확약을 한 사실이 있으므로, 원고가 그 확약을 신뢰하여 후속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위 거부처분은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함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제안서 형식의 신청에 대한 부작위 또는 반려가 처분에 해당된다는 점, 국유재산 사용허가(연장)신청에 대한 행정청의 재량범위 등에 관하여 좋은 선례가 된다고 생각된다.
  • “기혼자녀 1차부양자는 부모 아닌 배우자”

    정모(67)씨의 아들 안모(44)씨는 2006년 11월 교통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쳤다. 경막외 출혈, 두개골 골절 등으로 대수술을 받고 3년여 동안을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가 2009년 12월 깨어났다. 그 사이에 들어간 입원비·수술비는 물론이고 이후 재활 치료비 등 1억 6400여만원의 비용 전액을 정씨가 댔다. 하지만 정씨는 보험사로부터 8000만원밖에 못 받았고 나머지 금액 8400여만원을 며느리 허모(41)씨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며느리는 이를 거부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는 정씨가 며느리 허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혼인한 자녀의 경우 그 배우자가 1차 부양 의무자이고 부모는 2차 부양 의무자”라면서 “부모가 성년이 된 자녀의 병원비를 내는 등 대신 부양했을 경우 1차 부양 의무자인 배우자에게 소요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는 혼인한 자녀의 부양 의무자를 명시한 첫 판결이다. 재판부는 이어 “배우자가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아 이행 지체에 빠졌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과거 부양료까지 청구할 수 있다.”면서 “재산상태와 경제적 능력, 혼인생활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환 의무가 있는지 여부와 범위를 다시 판단하라.”고 덧붙였다. 앞서 1, 2심은 “정씨는 자신의 부양의무를 이행한 것이지 배우자 허씨의 의무를 대신한 것이 아니다.”며 며느리의 손을 들어줬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힘내… ‘해리 포터’도 12번 퇴짜 맞았어

    힘내… ‘해리 포터’도 12번 퇴짜 맞았어

    ‘신춘문예 당선자들 통보를 했느냐’는 문의 전화를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적지 않게 받았다. 문학 지망생들에게 신춘문예 당선은 ‘크리스마스 선물’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수화기 저편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응모자에게 사무적으로 가장해 “모두 개별 통보됐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반면 1월 1일에 발표할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들을 미리 만난 지난주 어느 날 그들은 흥분이 가득했다. 다소 높은 목소리로 “당선 발표를 듣고 사흘 동안 잠을 못 잤다.”거나, 당선 통보를 진정 믿을 수 없었던 터라 “당선을 취소한다고 다시 전화가 오면 어쩌지?” 하는 망상부터 “당선됐다고 이미 발표했으니까 취소해도 당신들이 책임지라고 해야 할까?”라며 안하무인으로 나가야겠다는 각오를 들려주기도 했다. 지난해 응모작보다 1450여 편이 더 많이 몰린 올해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살까를 생각해 보았다. 대학을 나와도 88만원 세대로 전락하는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칠순 팔순의 나이 든 노인들도 신춘문예라는 ‘장원급제’에 목을 매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은 한국적 상황만은 아니었다. ‘소설거절술’(카밀리앵 루아 지음, 최정수 옮김, 톨 펴냄)은 문학을 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비애, 고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저자 카밀리앵 루아는 새해에 만 50세가 되는 캐나다 출신의 소설가다. 프랑스계 혈통인 그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소설책도 두 권이나 냈다. 책 두 권을 내고 두 번째 소설로 2005년에 ‘엘루아즈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데, 그는 자신을 두고 무명에 가까운 소설가라고 주장한다. ‘편집자가 투고 원고를 거절하는 99가지 방법’이라는 부제에 맞게 이 책은 그가 보낸 소설을 읽고 출판사가 출판 거절 의사를 밝힌 내용을 모아서 냈다. 신춘문예가 없으니 캐나다에 사는 루아는 출판사에 투고하고, 출판 결정을 눈 빠지게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루아는 힘들여 쓴 자식 같은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 놓고 99번 퇴짜를 맞았다고 보면 된다. 출판사는 이렇게 말한다. “선불금을 내면 출판해 주겠다.”는 사기꾼 같은 출판사(28쪽)도 있고, “아마도 당신은 제2의 프루스트”라고 추어 준 뒤 “오늘날 출판사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피, 폭력, 섹스가 난무하는 책을 출간해야 한다.”거나 “인맥이 좋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한다(44~45쪽). “아프리카가 죽어 가고 지구 전체가 독재자들의 파렴치한 개발주의에 질식해 갑니다. 그런데 당신은 이런 연애소설이나 쓰고 희희낙락하고 있다.”며 꾸짖는 아나키즘 출판사도 있다(48쪽). 오히려 “우리 출판사를 암흑에서 끌어내 줄 무명 작가는 결코 우리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지 않는다.”고 한탄도 한다(63쪽). “너는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40년 넘게 이 직업에 종사해 왔다. 내 말을 믿어도 돼.”라고 아버지처럼 충고도 한다(116쪽). 그러나 이런 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어차피 출간 거부의 소식들인데 말이다. 이 책은 신춘문예에 낙선해 낙심한 나이불문의 ‘문학청년’들에게 상당한 위안을 줄 것이다. 문학을 하려는 섬세한 심성의 작가들은 낙선과 퇴짜에서 맷집을 기르고, 포기를 모르는 열정을 꾸준히 유지하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출판사로부터 12번 퇴짜를 맞았고 겨우 조그마한 출판사에서 출간이 결정됐지만, 원고료로 겨우 1500파운드(약 260만원)를 받았을 뿐이고, 초쇄로 500권밖에 찍지 못했던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세계적인 작가 J K 롤링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젖먹이를 둘러업고 추위에 곱은 손에 입김을 쐬며 타자기를 두드리는 가난한 롤링을 생각하면 기운이 번쩍 나지 않는가. 세계적인 작품을 알아보지 못하는 심사위원과 편집장들을 탓할 수밖에 없으리라. 다만 신춘문예를 진행하다 보니 투고한 원고 중엔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아서 읽어 보지도 않고 ‘탈락’ 박스로 직행하는 원고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다. 과도한 장식도 문제지만, 형식이 내용의 질을 설명하기도 한다. 국내 유명 출판사들은 투고해 온 원고를 창고에 쌓아 놓고 세월만 보내지 말고, 오매불망 전화를 기다리는 응모자들에게 가부를 빨리 알려 주길 바란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인간의 조건’ 쓴 한승태씨

    [저자와 차 한 잔] ‘인간의 조건’ 쓴 한승태씨

    섭씨 영하 10도 안팎의 날씨에도 얇은 셔츠에 얇은 점퍼 하나만 걸친 채 나타났다. 2007년 겨울 전남 진도 서망항의 꽃게잡이배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편의점과 서초구 서초동 주유소, 충남 아산의 돼지농장과 당진의 자동차부품공장 용역직, 강원 춘천의 오이 비닐하우스까지 거친 그의 이력으로 보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이력에 어울리지 않게 손가락이 하얗고 길었다. 춘천의 한 대학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스물여섯 무렵부터 한 달 죽도록 일한 대가로 100만원 남짓 쥐는 밑바닥 일터들을 맴돌았다. 위장취업의 불온함, 그 흔했던 문학수업,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 돈이 필요해 그런 곳을 돌아다녔다. 중학생 때 작가가 되면 좋겠다고 꿈꿨던 것을 편의점과 주유소에서 일하던 2008년 가을쯤, 신림동 고시원의 가로 1.2m에 세로 2.3m 방에서 기억해 내고는 농업, 축산업, 제조업 일자리를 모두 거친 뒤 책을 쓰겠다고 결심했다. ‘대한민국 워킹 푸어 잔혹사’를 부제로 거느린 ‘인간의 조건’(시대의창 펴냄)을 쓴 한승태(31·필명)씨를 26일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만났다. 그는 서문에 ‘누구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길 법한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 사는지 보여주고 싶어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잊힐 게 분명한 사소한 사항들로 책을 가득 메우고 싶었다’고 적었다. 그의 의도대로 깨알같은 사연들이 넘쳐난다. →요즘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비닐하우스 일을 그만 둔 게 지난해였습니다. 그때부터 아르바이트 일을 하며 돈을 모아 원고를 쓰고 돈이 떨어지면 일하는 식으로 지냈습니다. 지금은 도배일을 하고 있고요. 그냥 무거운 것 들어주고 기술 배우는 수준이지요. 일당 5만원입니다. 신림동과 난곡 일대에서 일하는 팀에 속해 있습니다. 오늘은 연락이 안 와 놉니다. 일 있는 날 전화 오면 형편 닿는 사람이 일하는 식이지요. 제가 지금 거주하는 신림동과 난곡 일대에도 저와 비슷한 또래, 처지의 사람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책은 어떻게 낸 거지요. 비닐하우스 일을 그만 둔 지난해 가을부터 쓰기 시작해 올해 4월 마쳤습니다. 제 책에 가장 흥미를 느낄 만한 출판사를 골랐는데 그게 시대의창이었습니다. 원고 일부를 읽어보시고 곧바로 연락이 와 나머지를 모두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하더군요. 보냈더니 곧바로 일주일이 안돼 책을 내자고 했어요. 일사천리로 진행됐죠.   편집자 이정남씨는 “워낙 원고 정리가 잘 돼 거의 손 댈 것이 없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책의 성격상 정확한 르포르타주로도 훌륭하고도 개성 넘치는 문학으로도 읽힐 수 있어 출판사 입장에서 포지셔닝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나중에 한씨를 통해서 들으니 출판사는 대통령선거와 새 정부 출범 등의 워낙 큰 이슈에 묻힐까 우려했다고 했다.   →그래서 다 쓰고 난 뒤 어떤 느낌이 들던가요. -홀가분한 느낌이었습니다. 짐을 벗었다는 생각도 들었고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다 썼으니까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지요. 전 그냥 제가 떠돌던 곳들이, 동시대 사람들이 아무런 관심도 애정도 기울여주지 않는 공간에서 시간이 멈춘 듯 공존하는 게 너무 신기하고 한편으로는 당연하게 느껴지고 했어요. 해서 이쪽의 사람들에게 그런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 그곳에서도 사람들이 살 부대끼며 살아간다는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는데 그 얘기를 다 마친 셈이지요.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했어요. -네, 그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요. 스스로 많이 닮고자 노력했어요. →책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요. -정말 쓰는 게 즐거웠는데요. 쓰는 동안 제가 갖고 있는 불안감 때문에 괴로웠지, 쓰는 것은 즐거웠어요. 과연 (독자들이) 받아주기나 할까, 계속 글만 쓸 수는 없어 생계비를 버느라 잠깐 멈추고 그랬지요. 제 머리 속에 들어 있던 거를 다 쏟아냈으니 만족합니다. 자신에 대한 불안감말고는 딱히 어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술도 못 마시면서 배 위에서의 생활을 어떻게 견뎌냈어요. -재미있는 게요, 돈 많은 사람들은 막 먹이고 그럴텐데요. 그 사람들은 돈이 없으니 입이 하나 줄면 그게 좋은 거예요. 술 마시라고 하는 시기가 어느 정도 지나면 ‘너 안 먹으면 좋지, 내가 더 먹을 수 있으니’ 이렇게 돼요. →워낙 키가 크니 군대에서 혹시 ‘고문관’ 아니었나요. -네, 키만 컸지. 체력이 뛰어나게 좋은 것도 아니고. 특히 제가 말귀를 잘 못 알아들어서. 그래도 제가 운이 좋았던 건 안 그런 사람도 있지만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아서. 좋게좋게 넘어가고 그랬던 거 같아요.   →책에는 비닐하우스 여주인과 다툰 뒤 하우스 안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을 때-그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그는 정말 키가 크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와 웃다가 짐짓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는 대목이 나온다. 어쩼든 큰 키 때문에 가는 곳마다 재미있는 사연들이 많이 나온다.   -특별히 그런 일 구하다 보면 키 큰 사람 좋아해요. 전구 가는 용도(?)로도 쓸모있지만, 이를테면 다른 사람들이 토익이나 뭐 그런 것들이 스펙이 되듯 제게도 스펙이 되는 거지요. 인력시장에서 전 스펙이 굉장히 좋은 편이었어요. 한국사람이지, 30대 초반이고 키도 아주 크고, 최고의 스펙이라 할 수 있죠.(웃음)   처음 출판사를 통해 인터뷰를 섭외할 때부터 사진을 찍고 싶지 않아 할 것 같았다. 두 가지 이유를 어렵지 않게 댈 수 있었다. 역시나 그랬고 몇번의 밀당 끝에 마주앉기는 했다. 앞으로도 평생 비슷하게 살텐데 취업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사진 촬영을 극구 마다하는 그를 설득할 수가 없었다. →돼지농장에서 Belle & Sebastian의 노래들을 흥얼거렸다는 대목에서 지독한 패러독스같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던데요. 늘 책보고 음악 듣지요. -예. 배에서도 일기를 썼어요. 그런 것들이 다 모여 책이 된 거고요. 늘 떠돌아 다녔으니 여자친구를 만나거나 할 상황도 아니었고. 만난 사람만 만나고 그렇지요. →형님들이나 아저씨들이 뭐라 하지 않나요. -상관 안하세요. 배 처음 탈 때는 굉장히 무섭고 두려웠는데 그곳 사람들, 의외로 관대해요. 처음엔 한두 번 뭐라 핀잔도 하고 눈치도 주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용납되고. →돼지농장에서 자돈(子豚)을 버리는 끔찍한 경험 같은 것들이 내면화되거나 해 괴롭거나 하지는 않는지요. -물론 머리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게 있지요. 누구나 그러는 건데 가끔식 떠오르거나 연상되곤 하지요. 길에서 죽은 고양이 시체를 봤을 때 그런 것들. 굳이 그런 이미지 때문에 생활을 못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요. 또 워낙 제가 잘 잊는 편이라. 너무 자연스럽게 돼지농장 사람들의 꿈은 다 로또였어요. 사회 초년생들이야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 나가는 과정을 밟겠지만 그곳 사람들이야 극단적으로, 초월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지요. 그곳을 빠져나오든가 굶든가 둘 중의 하나인 거지요. 혼자인 저야 논외지만 그들은 가족도 있고 아이 공부도 시켜야 하고 부모도 모셔야 하고, 빚도 있으니까. 현재와 미래를 단계적으로 그려볼,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그럴 경황이 없는 거지요. 그래서 더 공상적이 된다는 그런 느낌으로요. →함께 일했던 분들이 보고 싶거나 그런가요. -연락하고 싶기는 한데, 이를테면 책을 쓰는 게 아니라 제가 일만 하며 어느 곳을 떠돌다 만나면 그럴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렇지 않으니 선뜻 연락하기도 힘들고 같이 일할 때에는 제 개인적인 성격 탓도 있지만 그렇게 일하는 분들 역시, 멀리 있는 인연을 가까이 끌어 당기는 것에 부담스러워 하는 걸 많이 봐왔기 때문에. 그분들끼리는 당장 배 위나 돼지농장에서 닥친 상황,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만 신경쓰니까. 그런 연락을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부자가 됐으면 합니다. 부자가 돼 하고 싶은 일하며 사는 것인데 제게는 글 쓰는 일이 되겠지요. 생계비 걱정 않고 글 쓰는 것이 제 꿈입니다. →전업작가로 살려면 한달 얼마 정도? 물론 다른 이에 견줘 한참 낮겠지요. -한달에 80만~90만원 정도. 또 그런 게 죽 있어야 하니까 그렇게 쉽지는 않지요. (책에 나오는) 고시원 방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임시로 가는, 도저히 생활이 안되는 공간고요. 싼 데를 찾아보면 한달에 방세 30만~35만원, 식비는 30만원, 이것도 처음엔 아껴서 먹어요. 하루에(한끼가 아니다!) 7000원 정도씩 먹다가 더 이상 못 참겠다며 확 먹어버려서 대중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무리 아껴도 한 30만원 들어요. 여기에 공과금 전화세 교통비 등 합쳐 그 정도만 있으면 글만 쓰며 살 수 있지요. →문학 인생의 설계 같은 게 있나요. -당장은 없어요. 제 특성이기도 하지만요. 눈앞의 것만 확 처리하는 게 바쁘니까. 글 쓰며 살아야겠다, 생각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뭔가를 채워넣지 못하죠.. →2권을 생각하나요. -이걸로 끝입니다. 다음 책은 아마 다른 주제일 겁니다.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요. -이 책이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제가 책을 읽을 때 가슴에 뒀던 것은 사람들이 위로와 위안 받았으면 좋겠다, 이 정도로 생각했지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 앞에서 얘기한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과 함께 최근에는 존 툴 케네디가 쓴 ‘바보들의 결탁’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줄거리는 미국의 한 또라이 백수가 부모님 재산 축내며 살다가 안되겠다 싶어 직장 구하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워낙 이 친구 정신세계가 독특해 계속 쫓겨나는 일을 실었어요. 얼핏 굉장히 우울하게 들리는 얘기인데 너무 유쾌하게 썼어요. 캐릭터가 특이하고 좋아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1984’나 ‘동물농장’을 보고 오웰이 유머가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앞의 책을 보면 유머가 충만하죠. 제 나름대로 중점을 뒀던 대목은 이 책에도 진지한 정치적 사회적 성찰을 요하는 그런 부분이 있는데 이런 이슈에 관심없는 사람들도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출판사에서는 치밀하고 객관적인 르포르타주와 특이하지만 잘 쓴 문학작품의 경계가 혼재해 포지셔닝이 쉽지 않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제겐 후자가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좋은 읽을거리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진지한 사회적 성찰은 이미 좋은 책들이 많고 제가 깊이를 따라갈 수 없이 훌륭한 책들이 많아요. 제 책은 아카데믹하기보다 엔터테인먼트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비꼬는 글의 맛, 그런 것을 좋아해요. 더글러스 애덤스의 책이나 영국 작가들에 그런 게 특히 많은데 그런 걸 살리려고 조금은 했어요. →그러면 앞으로도 알바하고 글 쓰고, 그런 그림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겠네요. -네. 새 봄에는 누가 소개해줘 경남 합천의 대나무농장에 가서 일하게 될 것 같아요. 그러면서 틈틈이 계속 글 써야죠.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도심 속 ‘문화 특구’ 평창동 나들이

    도심 속 ‘문화 특구’ 평창동 나들이

    서울의 중심에 있어 찾아가기 편하고, 가나아트센터·토탈미술관·키미아트 등 유명한 미술관을 한꺼번에 관람할 수 있는 곳은. 정답은 ‘평창동 미술의 거리’다. 28일 오후 8시, 케이블채널 서울신문STV로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은 ‘평창동 미술의 거리’를 찾았다.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이곳은 서울 도심에서 가까워 누구나 쉽게 찾아가 문화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다. 미술 작품뿐 아니라 한적한 길을 걸어가며 다양한 건축디자인과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많은 젊은이들이 찾는다. 주택들이 개성 있는 외관을 자랑하는 데다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해서 이국땅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미술관마다 개성을 살린 독특한 외양도 볼거리다. 평창동에는 미술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곳곳에 박물관과 문학관 등이 있어서 다양한 문화의 향취를 즐길 수 있다. 1969년 이어령 씨가 설립한 ‘한국문학연구소’에서 태동한 ‘영인문학관’도 찾아가볼 만하다. 최근 나혜석에서 박경리까지 망라하는 여류문인전이 열렸던 이곳에서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류작가들의 발자취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작가별로 저서는 물론 신문기사 스크랩, 자필 원고, 초상화 등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돼 있다. 이 밖에 ‘TV 쏙 서울신문’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공원을 들썩이게 한 ‘솔로대첩’ 현장도 카메라에 담았다.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남녀 수천명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색상의 옷을 입고, 한자리에서 서로의 짝을 찾는 모습은 이채로운 볼거리였다. 한 대학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 시작한 다소 엉뚱한 생각이 여러 사람을 움직였지만, 원활하지 못한 진행과 남성이 80%를 차지하는 성비 문제 등 한계도 드러냈다. 행사를 주최한 유태형(24) 님연시(님이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운영자는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얼굴과 능력을 보지 말고, 차나 한잔 하자는 의미에서 행사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013년 계사년을 맞아 얼음동산 축제가 열리고 있는 대구 달성군 비슬산도 찾았다. 뱀 형상의 얼음 조각뿐 아니라 얼음 빙벽과 에스키모집, 독립문 등 29점의 얼음 조각들을 영상에 담았다. 또한 지난 21일 국가기록원이 나라기록포털(contents.archives.go.kr)을 통해 공개한 1950년대 부터 1990년대 겨울방학을 맞은 학생들의 모습도 전한다. SNS에 나타난 목소리를 통해 한 주일 동안 뉴스의 흐름을 짚어보는 ‘톡톡 SNS’에서는 대선 이후의 정치권 동향과 노동자들의 잇단 자살 등에 대한 네티즌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성민수 PD globalsms@seoul.co.kr
  • [권혁 변호사의 행정법 판례강의 (8)] 제재 처분 기간 경과후에도 취소 구할 법률상 이익 있어

    이번 회에서는 처분에서 정한 제재기간의 경과로 인하여 그 효과가 소멸된 경우에 제재처분 및 가중처분의 근거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면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본 대법원 2003두1684 전원합의체 판결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사안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환경영향평가 업체인 원고는 부정행위를 이유로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을 받았는데,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 과정에서 영업정지 기간이 이미 도과되었다. 원고는 처분의 기간이 지났지만, 환경영향평가법 시행규칙에 2회 위반시 가중처분의 규정이 있으므로, 여전히 원처분의 취소를 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문은 ‘처분 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 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도 그 처분 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의 경우’에 취소소송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에 대해 그 법률상 성격이 협의의 소의 이익이라는 견해와 원고적격이라는 견해로 나뉘고 있다. 협의의 소의 이익은 재판을 계속할 이익(권리보호의 필요성)에 해당된다는 견해이다. 원고적격은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을 말하고, 조문에 충실한 견해이다. 종전 대법원 94누15148 전원합의체 판결 등에서는 행정규칙에서 제재적 처분을 장래에 다시 처분을 받을 경우의 가중 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그 규정에 따라 가중처분의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 처분의 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종전 판례의 이유를 살펴보면, 행정소송법 제12조의 법률상 이익은 처분의 근거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 있는 경우를 말하고, 간접적이거나 사실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는 데 불과한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위 대법원 판례의 설시 이유를 보면, 행정소송법 제12조 전단과 후단의 각 법률상 이익을 동일한 개념 요소로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종전 대법원 판결에서는 행정규칙의 법규성이 부정된다면,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에 대한 구속력이 없어서, 가중처분 우려는 법률상의 이익이라고 할 수는 없고, 사실상 경제적 이익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즉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을 원고적격과 동일하게 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행정규칙이라 하더라도, 관할 행정청이나 담당 공무원은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들이 그 규칙에 정해진 바에 따라 처분을 할 것이 당연히 예견된다. 또 상대방인 국민으로서는 그 규칙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행정규칙이 정한 바에 따라 선행처분을 받은 상대방이 장래에 받을 불이익, 즉 가중처분의 위험은 국민으로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고, 상대방에게는 선행처분의 취소소송을 통하여 그 불이익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그와 같이 국민의 권리보호의 필요성 측면에서 원고의 법률상 이익을 인정할 실익이 충분하다. 이번 대법원 2003두1684판결은 위와 같은 논거들을 반영, 제재처분의 기간 경과 후에도, 행정규칙에 따른 가중처분을 받을 위험을 받지 않기 위해 선행 제재처분에 대한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을 협의의 소의 이익(권리구제 필요성)으로 파악하면서 결과적으로 국민의 권리구제에 진일보한 태도를 보였다.
  • [열린세상] 난상토론이란 무엇인가/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열린세상] 난상토론이란 무엇인가/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지금은 모두 토론을 중시한다. 대선과 관련한 토론 방송의 시청률이 무척 높았고, 전문가들이 하나의 주제를 두고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데 토론과 관련한 말 가운데 도무지 어원을 알 수 없는 단어가 하나 있다. ‘난상토론’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1999)에는 이 말이 등재되어 있지 않다. 난상공론, 난상공의, 난상토의 등은 표제어로 올라 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어떤 사안을 두고 충분히 의견을 나누어 의논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해방 이후 얼마 동안 ‘토론’보다 ‘토의’란 말이 더 많이 쓰였으므로, 난상토론이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런데 ‘난상’(爛商)은 오래된 고전어가 아니다. 영조 이후 우리나라 문헌에 용례가 많이 나온다. ‘일성록’ 등을 보면 영조 때부터 ‘어떤 사안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다.’는 뜻으로 이 말을 쓰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용례가 ‘정조실록’에 나온다. 정조는 재위 8년(1784년) 음력 3월 27일(임자)에 형조 낭관을 불러 “여러 도에서 올린 심리 문안 일백 수십 도 가운데 부생(傅生)할 만한 것은 궁궐에 두고 난상해야 할 만한 것은 찌를 붙여 내도록 하라.”고 명했다. 부생은 이미 내려진 사형선고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어 형벌을 감해주는 일을 말한다. 이에 비해 난상은 심리에 의문이 있어 재조사하는 등 충분히 검토하는 일을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난상토론’이라는 말은 옛 문헌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난상토의라는 말도 보이지 않는다. 정조는 원래의 심리 문안을 내려보내 실무자인 낭관으로 하여금 의견을 갖춰 꼬리에 붙인 뒤 세 명의 당상관에게 각각 의견을 갖추어 들이도록 했고, 필요하다면 해당 도의 관리에게 의견을 더하도록 했다. 따라서 당시의 난상은 토론이 아니라 여러 단계와 여러 경로의 심의로 이루어졌다. 이것을 난상숙의라고 부른다면 옳을 것 같다. 그렇지만 오늘날에는 견해를 달리하는 여러 사람들이 논거를 제시하면서 구두로 맞대결하는 방식에 대해 난상토론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다. 어떤 기사에 따르면, 한 정당의 의원총회에서는 자유토론에 이어 “오후 2시에 속개된 후부터는 난상토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유토론과 난상토론은 서로 다른 셈이다. 그것이 어떻게 다른가? 참으로 궁금하다. 혹자는 난상토론이라 하면 브레인스토밍을 가리킨다고 말한다. 브레인스토밍이란 각자 자유롭게 생각을 말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는 토의 방법이다. 알렉스 F 오스본이 창안한 것으로, 흔히 BS법이라고 부른다. 이 방법은 숙지된 의제를 두고 집단의 창조적 발상을 촉발하되, 판단이나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정당의 난상토론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자유토론을 해 본 적도 없고 BS법도 몰랐다. 대학시절 대토론에 나가기 위해 원고를 읽어 나가면서 어세를 변환시키는 방법을 연습한 경험이 있을 따름이다. 토론보다 연설에 익숙했던 나는, 1990년대 동아시아 학자들의 모임에서 중국 학자들이 무척 부러웠다. 그들은 학술 발표를 하면서 원고를 보지 않고 웅변조로 말했을 뿐 아니라,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자기 주장을 긴 시간 토로했다. 문화대혁명을 겪은 세대라서 웅변이 뛰어났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웅변식 발언은 토론의 분위기를 식게 만들었다. 우리 세대의 사람들은 어눌하게 말해야 후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집단 토의에서 대개 호승(好勝)의 마음을 억제할 줄 안다. 또한 어떤 사안이든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난상’하는 법을 배웠다. 옛사람은 두 번 생각하면 그것으로 좋다고 했지만, 우리는 세 번 생각하는 법을 익혔다. 여러 사람이 한 사안을 두고 충분히 헤아리는 것을 과연 토론의 방식으로 행할 수 있을까? 상대방을 압도하려고 애쓰는 토론의 장에서,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과연 우호적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토론에 익숙지 못한 나로서는 아무래도 난상토론이란 말이 기이하기만 하다. 이것만은 분명하다. 토론의 장에 나가려면 그에 앞서 난상을 통해 자기 견해를 충분히 정돈해 둬야 한다는 것 말이다.
  • 대법 “BBK 피해자 배상 다시 판단하라”

    대법 “BBK 피해자 배상 다시 판단하라”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옵셔널캐피탈 주주 이모(38)씨와 김모(44)씨가 “주가 조작으로 손해를 봤다.”며 옵셔널벤처스의 대표를 지냈던 김경준(46·구속)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김경준씨 패소 부분을 깨고 “손해와 주가조작 등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의 횡령, 주가조작, 부실공시 등 행위와 코스닥 등록 취소 전 옵셔널캐피탈의 주가 하락으로 원고들이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어떤 내용의 부실공시나 주가조작을 했는지, 원고들이 어떤 행위로 인해 진상을 알지 못한 채 몇 주의 주식을 정상주가보다 얼마나 높은 가격에 취득했는지 등을 심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씨 등은 옵셔널캐피탈의 실질적 경영자인 김경준씨가 320억원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알려져 이 회사의 코스닥 등록이 취소되면서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횡령과 주가하락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고 이씨에게 1억 2000여만원을, 김씨에게는 6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도 인과관계를 인정했으나 배상액은 각각 9100여만원과 4500여만원으로 깎았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부고]

    ●김형보(전 단국대 부총장)씨 별세 성철(미국 거주)계환(미국 오리건대 교수)성심(미국 거주)성숙(배재대 전산수학과 교수)씨 부친상 박승빈(카이스트 공대 학장)이인희(일산자애병원장)씨 장인상 19일 일산백병원, 발인 23일 오전 (031)910-7444 ●이칭찬(전 강원대 교수)좌찬(전 강원고 교장)정희(기쿠치내과 부원장)우찬(이노션 전무)경찬(영산대 교수)씨 모친상 허남순(한림대 교수)박미선(미술학원장)허운옥(울산중 교사)씨 시모상 기쿠치 히로시(기쿠치내과 원장)씨 장모상 20일 춘천 호반요양병원, 발인 22일 오전 9시 (033)252-0046 ●윤세영(국일정공 여자농구단 단장)씨 별세 20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2일 오전 7시 30분 (02)3410-6906 ●강희수(성안기계 이사)권수(애픽스 대표)씨 부친상 19일 아주대병원, 발인 23일 오전 8시 (031)219-4116 ●김중원(엔디에스 대표이사 사장)방옥(동국대 교수)씨 모친상 최윤근(KENIX 회장)김연호(삼화제지 회장)이중환(전 KBS 심의위원)씨 장모상 2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2일 오전 8시 30분 (02)3010-2230 ●김윤배(삼성중공업 홍보팀 파트장)씨 부친상 20일 국립중앙의료원, 발인 22일 오전 5시 (02)2262-4820 ●박경담(머니투데이 기자)씨 조모상 19일 전북 부안 혜성병원, 발인 22일 오후 1시 (063)581-0354 ●홍순규(극지연구소 수석연구원)씨 모친상 권상필(대은 대표이사)이종도(대은 전무)김진영(대은 과장)씨 장모상 20일 대구 수성성당, 발인 22일 오전 8시 30분 (053)751-5365 ●황상주(부산시의회 교육의원)씨 모친상 20일 부산 대동병원, 발인 22일 오전 9시 30분 (051)550-9983 ●정현백(성균관대 사학과 교수)현돈(농협유통 전무이사)용욱(서울대 국사학과 교수)씨 부친상 정해길(삼부토건 사장)씨 장인상 20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3일 오전 (02)3410-3151
  • LG, 美로비사와 TV특허소송 승소

    LG전자가 독일에서 제기된 TV 관련 특허침해소송에서 승소했다. 독일 만하임 지방법원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로비(Rovi)가 ‘TV 시청 시 선호 채널그룹을 복수로 지정하는 특허’를 침해했다며 LG전자를 상대로 낸 TV제품 판매금지·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LG전자에 따르면 전자프로그램 가이드(EPG) 솔루션업체인 로비는 지난해 말 LG전자에 과도한 기술사용료를 요구하다가 LG전자가 이를 거절하자 지난 4월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LG전자는 이번 소송에서 해당 특허가 자사 TV에 적용한 기술과 상관없고 로비가 주장하는 특허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함으로써 승소판결을 끌어냈다. 이번 승소는 로비로부터 본건과 동일한 특허침해소송을 당한 주요 TV 제조사들이 잇따라 패소 혹은 불리한 합의를 도출한 것을 감안하면 큰 의미가 있다. 홍혜정기자 jukebox@seoul.co.kr
  • ‘영화배우 장광’ 환갑의 샛별, 활짝 핀 연기꽃

    ‘영화배우 장광’ 환갑의 샛별, 활짝 핀 연기꽃

    “왜 저를 신인상이 아닌 조연상 후보에 올리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엄연한 신인 배우인데…(웃음).” 환갑의 나이에 영화배우로서 꽃을 활짝 피운 이가 있다. 지난해 실질적인 영화 데뷔작인 ‘도가니’의 악랄한 교장 역부터 관객 250만명을 넘어서며 흥행 중인 ‘26년’에서 서슬 퍼런 ‘그 사람’까지 종횡무진하고 있는 배우 장광(60)이다.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성우 출신답게 나지막한 목소리에 정확한 발음, 여유 있는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 ‘내가 살인범이다’, ‘음치클리닉’ 등 올해 출연작만 무려 5편. 그는 내년에 개봉하는 화제작 ‘신세계’와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에도 캐스팅돼 충무로의 섭외 1순위로 떠올랐다. 그는 요즘 이런 높은 인기를 실감하고 있을까. “그동안 지하철을 타고 다녔는데 조금 불편해졌어요. ‘도가니’ 때부터 알아보는 분이 꽤 생겼는데 ‘광해’가 1200만이 넘으니까 어른들도 많이 알아보더군요. 사진을 같이 찍자거나 사인해 달라는 분도 계시고 심지어 가끔은 잘생겼다는 분까지(웃음).”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인 그는 1978년 동아방송에 입사했으나 1980년 방송 통폐합으로 KBS에서 유명 성우로 이름을 날렸다. 수많은 외화와 드라마에서 게리 올드먼 등 스타들의 목소리 연기를 도맡았고 TV시리즈 ‘브이’나 최근작 ‘프리즌 브레이크’, 영화 ‘레옹’ 등에도 참여했다. 그는 “일부 감독들이 성우들은 틀에 박힌 것처럼 대사한다고 싫어하기도 하지만, 성우로서 수많은 역할로 변신한 것이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10년 전 영화 ‘휘파람 공주’에서 한 장면 나오는 단역으로 출연했던 그는 지난해 ‘도가니’를 통해 영화에 본격 데뷔했다. 아무리 비중이 높다지만 장애 아동을 성폭행하는 악역으로 출연하는 데 대한 거부감은 없었을까. “그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부동산 투자를 했는데 엄청난 손해를 입어서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때였거든요. 오십대 후반의 대머리, 선악이 공존하는 캐릭터를 찾던 ‘도가니’ 측의 조건에 딱 들어맞은 거죠. 다른 영화 오디션도 다 떨어진 상황에서 일단 하겠다고 결심했지만, 그 뒤에 고민이 밀려오더군요.” 게다가 당시 교회에서 안수집사까지 맡고 있어서 더욱 갈등이 컸다. 그는 “어차피 누군가가 이 역할을 해야 하고, 영화를 잘 만들어서 사회적으로 이 문제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 최선을 다해서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목소리 연기만 하다가 카메라 앞에 처음 섰을 때는 어색하기도 했다. 감독이 초반에 비교적 짧은 대사를 주는 등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도가니’가 개봉되고서 처음에는 집사람도 저를 보기 싫어하더군요. 전철을 탈 때도 노인석에서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죠. 가끔 멀리서 알아보고는 다가왔다가 눈이 커지고 입까지 벌어지면서 무서워하는 분도 계셨어요.” 하지만 영화의 흥행 이후 각종 TV 예능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출연한 그는 의외의 반전 매력을 선보이며 악역에 대한 이미지를 많이 털어냈다. 이후 ‘광해’에서 따뜻하고 우직한 조 내관 역으로 이미지를 회복했다. “조 내관은 정말 벽 같고 고목 같은 사람이죠. 천민으로서 생존을 위해 궁에 들어왔다가 지금의 대통령 비서실장급인 상선의 자리까지 올라간 그는 모든 상황을 알면서도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습니다. 자기 주관이 분명하고 웬만한 데는 흔들리지 않는 인물이죠. 왕보다도 왕 같은 하선에게 인간미를 느끼면서 멘토 같은 역할을 자처하는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광해’로 이미지 쇄신을 즐길 새도 없이 그는 ‘내가 살인범이다’의 고집불통 방송국 국장을 거쳐 ‘26년’에서 5·18 시민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으로 또다시 악역을 맡았다. TV 드라마인 ‘삼김시대’에서도 전두환 전 대통령 역으로 출연한 그는 당시의 아쉬움을 이번 영화에서 풀고 싶었다고 말했다. “12년 전쯤 ‘삼김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막을 내려서 더 늙기 전에 그 역할을 다시 한번 연기하고 싶었어요. ‘삼김시대’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복을 입은 젊은 시절부터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일대기를 역사적으로 그렸다면 ‘26년’은 대통령이 된 이후의 이야기를 현 시점에서 다루기 때문에 두 작품의 색깔은 확연히 다르다고 할 수 있죠.” TV 자료 화면을 통해 사투리나 담배 피우는 모습 등 외적인 면 뿐 아니라 ‘그 사람’의 내적인 면도 연구했다고 했다. 장광은 “영화 속에도 나오지만, 지금까지 따르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볼 때 좋든 나쁘든 그의 카리스마를 강조하고 능숙함과 노련함이 부각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악역을 표현할 때도 자신만의 원칙이 있다고 말했다. “악역이라고 하더라도 완벽히 그 사람이 되어 표현하려고 합니다. 당시에 그런 행동을 한 이유를 찾아 그 사람에 가깝게 표현하는 것이죠.” 그 덕분에 함께 출연한 이경영에게 “정말 얄밉게 연기한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그 사람’을 대신해 사과하기도 했다. “저 역시 1980년 계엄령 당시의 서슬 퍼런 시대를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시청 앞에 가서 군인들에게 방송용 원고를 일일이 검열받곤 했었죠. 5·18때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가족을 잃은 울분을 영화 ‘26년’이 대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과든 보상이든 피해자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화해가 잘 마무리 됐으면 좋겠어요.” 요즘 성탄절을 앞두고 교회에서 공연할 칸타타 준비에 한창이라며 환하게 웃는 장광. 실제 모습은 영화 속 누구와 가장 닮았느냐고 물었더니 “제가 박치인데 ‘음치클리닉’의 공사장처럼 부족하지만 귀여운 모습이 닮았고, 도와주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조언을 잘 해주는 것은 ‘광해’의 조 내관과 닮았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연극배우인 아들은 ‘26년’에 전경 역으로 출연했고 딸도 개그우먼의 길을 걷고 있다. “아들딸들이 처음에는 쑥스러워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연기를 봐 달라고 합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작은 역할을 주어지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생명력 있는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전 세계가 주목하는 ‘두 입’… 美국무부 vs 中외교부 대변인

    전 세계가 주목하는 ‘두 입’… 美국무부 vs 中외교부 대변인

    국제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세계 언론은 이들의 입에 주목한다.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 정부의 대변인이다. 지구촌 현안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24시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미국 국무부 대변인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실상과 이면을 심층 취재했다. “자, 이제 여러분의 마음에 있는 얘기를 해보세요.” 빅토리아 뉼런드(왼쪽)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매일 낮 정례 브리핑을 이 말로 시작한다. 대변인의 부드러운 말과 달리 기자들은 굶주린 사자떼처럼 대변인에게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첫 질문은 AP통신 기자가 맡는 게 불문율이다. 이어 다른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는데 대변인은 주로 브리핑 초반엔 미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주고 후반에 외국 기자들에게 기회를 준다. 질문의 범위는 그야말로 전 세계를 망라한다. 중동의 시리아에서부터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기자들의 관심사가 모두 질문에 오른다. ‘아무리 대변인이라도 어떻게 매일 저 많은 현안을 다 파악해 답변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다양하다. 한편으로는 ‘도대체 미국 대변인이 저렇게 많은 나라의 현안에 일일이 답해야 할 의무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대변인은 고위 외교관… 보좌관 대동·직원 수십여명 하지만 국무부 대변인은 짜증 한번 내지 않고 1시간 가량 서서 기자들의 질문에 최대한 성의껏 답한다. 간혹 사실 관계가 파악되지 않은 질문을 받을 때도 있다. 그럴 때 대변인은 “나중에 확인한 뒤 여러분에게 알려주겠다.”고 위기를 모면한다. 브리핑이 끝나고 몇 시간 뒤 이메일로 보충 답변이 기자들에게 전달된다. 대변인이 “그럼 오늘 브리핑은 여기서 마치겠다.”고 끝인사를 한다고 해서 바로 짐을 싸는 기자들은 없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기자들은 수첩을 들고 단상 위 대변인에게 우르르 몰려간다. 방송 카메라가 꺼진 상태에서 대변인이 민감한 현안에 대해 좀 더 솔직하게 답하는 ‘막후 브리핑’이 20여분간 뒤따르기 때문이다. 대신 대변인이 이 자리에서 하는 언급은 익명으로 보도한다는 ‘약속’이 대변인과 기자 사이에 있다. 국무부 대변인은 전 세계의 현안을 두루 챙겨야 하는 만큼 대변인실 직원은 수십여명에 이른다. 대변인실 입구에 안내 데스크가 따로 있고 미로처럼 생긴 직원 사무실을 한참 거쳐야 대변인 방이 나온다. 대변인실은 담당 지역별로 업무영역이 나눠진다. 직원들은 아침에 출근하면 지역별로 현안을 점검해 주요 이슈를 챙긴다. 그리고 매일 오전 10~11시쯤 대변인이 지역 책임자들을 소집해 회의를 한다. 이 자리에서 브리핑 전략이 수립된다. “이런 질문이 나오면 이렇게 답하시라.”는 식의 구체적인 답변 전략이 건의되는 경우도 있다고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이렇게 회의를 해도 세계 각지에서 수시로 업데이트된 현안이 올라오기 때문에 브리핑 시간에 늦기 일쑤다. 그래서 브리핑 시간이 보통 ‘12시 30분’이라고 고지되도 막상 대변인이 브리핑룸에 나타나는 시간은 1시가 다 되거나 넘길 때도 있다. 그래서 대변인의 인사말은 “늦어서 미안하다.”이다. 요즘엔 아예 브리핑 시간을 ‘12시 30분’으로 못 박지 않고 ‘12시 30분 이후’라고 여유 있게 고지한다. 국무부 대변인은 아무래도 미국 기자들과 더 교류가 잦고 외국 기자들에게는 문턱이 높은 편이다. 한 외국 기자는 몇 년 전 대변인과 드디어 점심식사를 하는 데 ‘성공’했는데 무려 1년 넘게 ‘애원’한 끝에 얻은 결과물이었다. 그마저도 대변인은 “식사 자리에서 한 얘기는 오프더레코드(비보도)로 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다른 외국 기자는 대변인을 조르고 졸라 겨우 인터뷰 기회를 얻었는데 인터뷰 도중에도 계속 보고가 들어오는 바람에 20분 만에 인터뷰를 끝내야 했다고 토로했다. ●대변인 크롤리 대학행사서 실언 후 옷벗어 국무부 대변인은 차관보급 고위 외교관으로 늘 보좌관을 대동하는 막강한 자리다. 하지만 입 한번 잘못 놀리면 바로 옷을 벗어야 하는 ‘파리 목숨’이기도 하다. 지난해 3월 당시 대변인이던 필립 크롤리는 한 대학 행사에서 “국방부가 위키리크스에 국무부 전문을 유출한 혐의로 수감 중인 브래들리 매닝 일병의 구금을 말도 안 되게 비생산적이고 어리석게 다뤘다.”고 언급한 것이 언론에 공개돼 논란이 됐고 그 후 1주일도 안 돼 사임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소식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타전된 지난 12일 오전 11시 7분(현지시간). 중국 외교부 대변인실 격인 신문사(司·우리의 국 해당)는 즉시 아주사(아시아국) 등 부처 내 관련 국들과의 공조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이날 브리핑 당번인 훙레이(洪磊·오른쪽) 대변인은 각 국에서 자료를 받아 팀원들과 함께 사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 등을 파악하고 정례 브리핑 때 나올 만한 예상 질문들을 뽑아 브리핑 준비에 나섰다. 오후 3시 5분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외교부 별관 건물 3층 란팅(廳) 브리핑룸. 파란 배경의 무대 뒤에서 성큼성큼 걸어나온 그는 마지막 기자의 질문에 답할 때까지 30여분간 중국 입장을 설명했다. 긴박한 반나절이었다. ●팀 10여명 구성… 모니터링 등 상시 대비 이와 같은 돌발 상황이 아니더라도 외교부 대변인은 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지난 11월 한 달간 브리핑에서 나온 질문에 등장한 국가만 30여 개국이다. 각종 국제 이슈에 중국의 입김이 미치는 탓에 대변인은 글로벌 뉴스를 훤히 꿰고 있어야 한다. 물론 혼자서 하는 일은 아니다. 신문사 총책임자인 친강(秦剛) 사장(국장) 겸 대변인은 최근 기자와 만나 “중국의 대변인은 한 명이 아니라 한 개의 팀이자 24시간 가동되는 시스템”이라고 소개했다. 기자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는 대변인은 훙레이·화춘잉(華春營) 부사장 두 사람이다. 하지만 10여명으로 구성된 신문사 팀원들이 뉴스 모니터링과 각 국 간 협조, 원고 정리 등을 맡고 있어 방대한 양의 브리핑이 가능하다. 지난해 9월 1일부터 브리핑이 주 5회로 늘어났고 올 7월부터는 주말에도 전화나 이메일로 질문을 받는 등 상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대변인은 국내외에서 브리핑 시스템을 견학하러 오는 손님들도 맞는다. 방문객 수는 매해 평균 1000명 이상이다. 대변인은 웃는 얼굴로 방문객들과 포즈를 취하며 사진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친 대변인은 “외교부 정례 브리핑제의 발전은 중국의 국제적 지위 상승과 관련이 있다.”면서 “사안이 크든 작든, 중국과 상관이 있든 없든, 국제사회는 이제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중국의 입장과 생각을 알고 싶어 한다.”며 대변인 제도에 공을 들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30년 동안 외교부 대변인제는 중국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 왔다. 외교부의 첫 공식 브리핑은 1982년 3월 26일 중·러 관계 회복과 함께 이뤄졌다. 당시 첸치천(錢其琛) 신문사(국) 사장(국장)이 7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중·러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데 대한 중국의 입장을 짤막한 세 문장으로 말한 것이 시초다. 하지만 질문은 받지 않았다. 1983년 3월 1일부터 주 1회 브리핑을 공식적으로 실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자들의 질문이 가능해진 것은 1988년부터다. 한때는 중국어로만 질문을 받았고 시간 제한도 뒀지만 지금은 중국어나 영어로 모두 질문을 받고 마지막 사람의 질문에까지 모두 답한다. 단, 대변인은 중국어로만 말하되 답변이 진행되는 동안 영어로 동시통역이 제공된다. ●1988년부터 질문받아… 여성 대변인 5명 배출 브리핑 장소도 진화했다. 1983년에는 외교부 건물이 아닌 차오양구의 국제구락부호텔에서 브리핑을 했다. 하지만 현재 외교부 별관의 란팅 브리핑룸은 6개 국어 동시 통역 시스템을 갖춘 국제회의장으로 격이 높아졌다. 대변인직은 출세길로 통한다. 첸치천은 대변인 이후 외교부장을 역임했고, 첸치천의 첫 브리핑 때 영어 통역을 담당했던 리자오싱(李肇星)도 대변인을 거쳐 외교부장에 올랐다. 여성 대변인도 많다. 지난 11월 새로 부임한 27대 대변인 화춘잉 부사장까지 총 5명의 여성 대변인이 배출됐다. 대변인으로서 가장 곤란한 상황은 인권 등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공격성 질문이 나올 때다. 이럴 경우 기자회견장은 논쟁을 하는 곳이 아니라 중국 외교 정책과 방향을 전달하는 공적인 자리라는 원칙을 내세워 대응한다. 이 때문에 대변인이 같은 말만 반복하는 광경이 종종 펼쳐진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제주 해군기지 건설 승인 적법”

    서울고등법원이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제주 해군기지 건설 승인 처분이 모두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행정9부(부장 조인호)는 강모(55)씨 등 제주 강정마을 주민 400여명이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국방·군사시설 사업 실시계획 승인 무효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주민들이 대법원에 다시 상고할 수는 있지만 이번 판결은 이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따라 내려진 것이어서 사실상 국방부의 계획대로 해군기지가 건설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결 취지와 마찬가지로 환경영향평가서 제출 시기는 실시 계획 승인 전이 아니라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상 ‘기본설계의 승인 전’으로 봐야 한다.”면서 “국방부의 승인 처분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방부는 주민 의견 수렴, 제주도지사와 협의, 사전 환경 검토 등을 거쳤으므로 위법사항이나 재량권의 일탈 및 남용이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2009년 1월 이지스함 등 함정 20여척을 동시에 댈 수 있는 대규모 해군기지를 서귀포 강정마을 인근에 건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방·군사시설 사업실시 계획을 승인했다. 이에 강씨 등 강정마을 주민들은 환경영향 평가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실시계획이 승인됐다며 2009년 4월 사업실시계획 무효 소송을 냈다. 이 소송 도중 국방부는 2010년 3월 다시 환경영향 평가를 반영해 사업실시 계획을 변경, 승인했다.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 [권혁 변호사의 행정법 판례 강의(7)] 잘못 납부된 취득세, 중대한 하자 있을땐 예외적으로 무효사유 인정

    이번 회에서는 취득세 납세 의무자의 신고행위의 하자가 중대하지만 명백하지는 않은 때 예외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2008두11716)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사안의 이해를 위해 취득세의 납부 방식에 대해 설명한다. 세금은 신고납부 방식의 조세와 부과납부방식의 조세로 나뉜다. 신고납부 방식이란 납세자가 스스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할 때 납세의무가 확정되는 것을 말한다. 소득세, 부가가치세, 법인세, 취득세, 등록세 등이 신고납부 방식의 조세로 규정되어 있다. 부과납부 방식은 과세관청이 처분의 형식으로 납세의무를 확정하는 것으로 양도소득세, 상속세, 증여세 등이 이에 해당된다. 신고납부 방식의 조세는 신고행위에 의해 구체적으로 확정되는 것이고, 납부행위는 신고에 의하여 확정된 구체적 납세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다. 종전 대법원 판결(2004다64340)에서는 잘못 납부된 취득세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청구에 관하여 납세의무자의 신고행위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로 인하여 당연무효로 되지 아니하는 한 부당 이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이번 사안의 경우 부동산을 매매했다가 매매계약이 합의 해제 등으로 다시 부동산 소유권이 회복되는 경우 취득세를 납부해야 하는지가 문제된 것이다. 사안의 원고는 구청의 담당 공무원에게 질의했고, 담당 공무원은 일단 납부를 유도해 원고는 이를 신뢰하고 취득세를 납부했던 것이다. 합의 해제의 경우 부동산 소유권 회복 시 취득세 납부 여부는 대법원 판례에서 태도가 엇갈렸다가 최근에 이르러서야 취득세 납부 의무가 없다는 판례의 태도가 확립되었다. 담당 공무원도 그 경우 취득세 납부 의무에 대해 확실히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단 취득세를 신고하고 납부한 후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이 도과(徒過·신청기한이나 고소의 기간 등이 지나버린 것)하게 되면, 무효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이미 납부한 취득세를 반환받을 수가 없다. 종전의 대법원 판례에서는 처분의 무효사유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에 해당해야 한다는 이른바 ‘중대 명백설’을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판결에서는 중대 명백설과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이번 판결에서는 중대한 하자에 해당되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명백하지 않아도 무효사유라고 하는 명백설 보충요건설을 채택하고 있다. 판결에서 설시한 사유를 조금 더 살펴보면 ①원고가 소유권 취득의 형식적·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점 ②취득이라는 과세요건이 완성되지 않는 등으로 하자의 중대성을 인정했다. 나아가 예외적으로 무효사유를 인정하는 점에 대해 ▲취득세 신고행위는 제3자의 보호가 문제되지 않아 법적 안정성에 문제가 없는 점 ▲신고행위로 인한 불이익을 원고에게 그대로 감수시키는 것이 원고의 권익구제 등의 측면에서 현저하게 부당하다고 보이는 점 ▲이 사건 신고행위를 당연무효로 보더라도 과세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지장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논거로 명백한 하자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무효라고 인정할 특별한 사정에 해당된다고 설시하였다. 이번 판결이 전원합의체 판결은 아니어서, 기존 대법원 판례에서 인정한 무효사유에 관한 중대명백설의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법적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 명백설 보충요건설을 채택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 프랜차이즈 빵집 점주들, 제과協 손배소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영세한 동네 빵집을 고사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거꾸로 프랜차이즈 점주들이 제과협회가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며 소송을 냈다. 경기 의정부 등지에서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점주 29명은 11일 “대한제과협회가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회원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했으니 가입비와 회비를 반환하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점주들은 5만∼20만원 상당의 가입비와 2만원 안팎의 월 회비 등 2000여만원을 돌려 달라고 했다. 이들은 “협회가 최근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동네 빵집을 몰락시켰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협회가 프랜차이즈 기업의 시장 진출을 제한해야 한다며 정부에 제과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이동통신사 제휴카드 사용이 제한되는 등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큰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점주는 “소송 참여자를 계속 모집 중이며 내년 1월 중 원고 800명, 반환액 10억원 규모로 소송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한제과협회는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의 무분별한 확장과 불공정 행위로 수많은 동네 빵집이 심각한 손해를 입었다.”고 확장 자제를 주장해 프랜차이즈 기업 및 가맹점주들과 마찰을 빚어 왔다. 대한제과협회는 제과·제빵업주들의 이익단체로 전국 27개 지회에 4800여명의 회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프랜차이즈 점주는 전체 회원의 20~25% 수준이고 나머지는 개별 제과·제빵업자들이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영화리뷰] ‘더 스토리:세상에 숨겨진 사랑’

    [영화리뷰] ‘더 스토리:세상에 숨겨진 사랑’

    무명작가 로리(브래들리 쿠퍼)는 번번이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는다. 부모도 슬슬 로리가 소설가의 꿈을 접기를 바란다. 그즈음 프랑스로 신혼여행을 떠난 로리는 파리 뒷골목 골동품 판매점에서 낡은 가방을 발견한다. 뉴욕으로 돌아와 가방을 열어본 로리는 넋을 잃고 만다. 제2차 세계대전 말 파리를 배경으로 한 짧지만, 강렬한 러브스토리가 담긴 원고를 발견한 것. 양심의 가책은 잠시뿐. 로리가 고스란히 베낀 소설 ‘창가의 눈물’은 불티나게 팔리고, 그는 단박에 저명인사가 된다. 하지만, 꿈같은 날을 보내던 로리 앞에 60여 년 전 원고를 잃어버린 노인(제러미 아이언스)이 나타난다. 그 순간 카메라는 클레이(데니스 퀘이드)란 베스트셀러 작가의 낭독회로 이동한다. 클레이가 읽을 새 소설은 다름 아닌 로리와 노인의 이야기였다. 브라이언 크러그만과 리 스턴탈 감독의 데뷔작 ‘더 스토리:세상에 숨겨진 사랑’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잃어버린 원고에 대한 유명한 일화에서 비롯됐다. 1922년 스위스 로잔에 취재를 갔던 헤밍웨이는 아내에게 파리 집에 있는 작품 초고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헤밍웨이를 만나러 가던 중, 파리 리옹역에서 실수로 초고들이 든 가방을 잃어버린다. 두 감독은 ‘만약, 훗날 누군가 헤밍웨이의 원고를 줍게 된다면?’이란 가설을 토대로 11년전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2012년 뉴욕의 로리와 아내 도라(조 샐다나), 1944년 파리의 노인과 아내, 2012년 클레이와 그를 흠모하는 소설가 지망생 다니엘라(올리비아 와일드) 등 세 커플의 강렬한 이야기가 이른바 액자구성으로 펼쳐진다. 독특한 구성방식과 표절이란 소재를 끌어들인 덕에 영화는 중반까지 흡인력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뒤늦게 양심의 가책을 느낀 로리가 표절작가란 사실을 커밍아웃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영화는 힘을 잃어간다. 출판사 편집장은 로리에게 적당히 돈으로 노인을 입막음하고 넘어가라고 압력을 가한다. 표절을 당한 노인은 로리가 평생 마음의 짐을 지고 가는 게 더 큰 복수라고 여긴다. 운이 좋은 건지 몇주뒤 노인은 숨지고 만다. 눈치가 조금 빠른 관객이라면 결말까지 보지 않고도 클레이가 로리와 노인의 이야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낭독회에서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접근한 다니엘라에게 클레이가 “우리는 가끔 가짜를 보고도 감동한다.”고 털어놓는 건 결정적인 힌트다. 뒷심이 부족한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하는 건 브래들리 쿠퍼, 제러미 아이언스, 데니스 퀘이드 등 노련한 배우들의 몫이다. 600만 달러짜리 저예산영화가 이 정도 캐스팅을 끌어낼 수 있었던 건 명배우 아이언스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른 배우들이 동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미에선 지난 9월 개봉했다.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4위에 오르면서 북미에서만 1149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거둬 두 배 장사를 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작가·칼럼니스트·사진가… 기록노동자 노조 생긴다

    “기록하는 일도 노동이다.” ‘작가’나 ‘칼럼니스트’ ‘사진가’라는 호칭보다 자신들을 ‘기록노동자’로 불러 주길 바라는 사람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다. 지난 8월 소설가 공지영씨가 촉발한 ‘의자놀이’ 논란이 계기가 됐다. 기록노조 설립에 참여하고 있는 르포작가 이선옥씨와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은 6일 “이르면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문화예술인 노조 또는 민주노총 산하에 기록노동자 분과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논의는 이씨 등 10여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자신을 기록노동자로 규정하는 모든 사람에 대해 문을 열어둔다는 방침이어서 조합원 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기록노동자란 주로 인권과 노동 문제 등을 다루는 르포작가와 사진가 등을 포함하는 말”이라면서 “글쓰는 작업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기록 작업을 통칭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기록노조 결성에는 ‘의자놀이’ 논란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의자놀이’ 논란이란 공씨가 지난 8월 쌍용차 해고 문제를 다룬 책 ‘의자놀이’를 펴내면서 이씨의 글을 인용한 뒤 가필하고도 출처를 밝히지 않아 이씨 등이 사과를 요구하며 항의했던 사건이다. 이씨는 쌍용차 사태를 처음부터 지켜보며 ‘아픈 철의 노동자 보듬는 작은 쉼터’ 등 해고자와 가족들의 피해를 다룬 글을 다수 발표했었다. 그러나 공씨는 “논란이 아니라 소란”이라며 사과 요구를 일축했다. 양측의 갈등은 봉합되지 않은 채 마무리됐지만 “공씨가 문화 권력을 이용해 원 저작자의 노동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씨는 “이런 흐름을 지켜보면서 기록하는 작업도 존중받아야 할 하나의 노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노조 결성을 논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노조를 통해 이 같은 분쟁 외에도 원고료 등 결과물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출판사와 언론사의 관행에 대응할 방침이다. 또 기업의 비윤리적인 행위를 고발하는 작업의 특성상 명예훼손 등의 고소, 고발이 많아 이에 공동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근저당권 설정 비용 은행, 반환책임 없다”

    주택 담보 대출시 대출 고객들이 부담한 근저당권 설정 비용을 은행 측에서 반환할 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은행권 표준약관에는 설정비를 금융기관이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 고영구)는 6일 은행 대출자 270명이 근저당권 설정비 4억 3700여만원을 돌려달라며 국민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같은 법원 민사합의33부(부장 이우재)도 고객 100명이 농협 및 중소기업은행, 하나은행, 농협 등 시중은행 40여곳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내렸다. 이번 판결은 지난달 27일 같은 취지의 소송에 대해 인천지법 부천지원이 근저당권 설정비 반환 책임을 인정한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이번 소송에서도 대출자들이 승소할 경우 당초 전체 추산 10조원 규모의 대규모 줄소송이 예상됐다. 그러나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근저당 설정비 반환과 관련된 두 건의 소송 모두 시중은행의 손을 들어줘 대출자들의 집단 소송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두 재판부는 “이 사건 약관 규정은 고객에게 비용을 무조건 부담시키는 것이 아니라 선택권을 부여한 ‘개별약정’으로 볼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약관조항이 무효로 인정되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공정을 잃은 조항’이어야 한다.”면서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고객이 담보 제공에 수반되는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춰 무효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인천지법 부천지원 이창경 판사는 지난 9월 이모(85)씨가 신용협동조합을 상대로 “근저당 설정비와 이자 등 70여만원을 돌려달라.”며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이 판사는 시중은행의 약관에 대해 “외형상 선택권 부여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금융기관의 대출 관련 부대비용을 고객에게 전가시키는 방편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당사자들과 금융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 측은 “대법원 판결에 위배되는 금융사 편향의 부당한 판결”이라며 즉각 항소하기로 했다. 하지만 두 재판부는 “대법 판결은 공정위의 개정 표준약관 사용 처분이 적법한 것인지를 가린 것일 뿐, 이 사건 약관이 무효라고 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금리 혜택을 줬기 때문에 은행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