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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 기록’ 3060점 영구 보존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 3060점이 제8호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돼 영구 보존된다. 국가기록원은 25일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을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 예고했으며, 다음 달 중순 열리는 국가기록관리위원회에서 국가지정기록물로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 3060점은 사회복지법인 나눔의 집에 소장된 것으로 주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돌아가실 때 지녔던 유품, 직접 그린 그림, 피해 증언 영상, 수요집회 사진 등이다. 국가지정기록물이란 개인 또는 단체가 생산·취득한 민간기록물 중 국가적 보존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을 지정해 보존·관리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2008년부터 유진오 선생의 제헌 헌법 초고, 이승만 대통령 기록물, 조선말큰사전 편찬원고, 새마을운동 관련 기록물 등을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했다.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되면 보존과 정리, 전산화 등을 위해 예산이 지원되며 올해 7건의 기록물에 부여된 예산은 4500만원이었다. 우리 외교부는 “위안부 문제는 한·일 기본조약 협상 과정에서 결코 다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기록원 측은 위안부 관련 기록물의 국가지정기록물 지정에 대한 일본 측의 의견 제출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구당 오프라인 침·뜸교육은 위법”

    무면허 침·뜸 시술과 교육으로 논란이 됐던 구당(灸堂) 김남수(98)옹이 평생교육원을 설치해 일반 사람에게 오프라인 교육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앞서 김옹은 2011년 대법원에서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침·뜸 교육은 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경란)는 김옹이 대표로 있는 한국정통침구학회가 서울동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반려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침·뜸 시술은 현행법상 면허나 자격이 있는 의료인에 의한 의료행위로 대학 정규교육을 통해 배워야 할 내용”이라며 “인터넷과 달리 오프라인 교육은 직접적인 임상교육이나 실습이 이뤄지기 때문에 교육과정 자체에서 무면허 의료행위가 명백히 예상되고 수강생의 의료법 위반 행위를 전제로 하고 있다”며 이를 허가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가 인터넷과 오프라인 교육의 차이점을 직접 언급한 것은 2011년 대법원이 “인터넷 교육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온라인 침·뜸 교육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명작속 주인공들…이색분석 ‘눈길’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명작속 주인공들…이색분석 ‘눈길’

    어릴 적 감명 깊게 본 문학작품, 영화, 만화 속 주인공들. 그때는 그들이 모두 멋지고 쿨하고 사랑스러워보였지만 지금 다시 떠올려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알고 보면 악역보다 더한 악질인 경우도 있고 한 대 때려주고 싶을 만큼 비겁할 때도 많다. 게다가 그들이 처한 곤경을 오히려 스스로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는 이런 유명 작품 속 주인공들의 어두운 뒷면을 흥미롭게 조명했다. 위대한 개츠비의 제이 캐츠비, 해리포터 시리즈의 해리포터,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 등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주인공들의 다른 얼굴은 무엇일까. 제이 개츠비(Jay Gatsby)-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스콧 피츠제럴드의 손끝에서 탄생한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 혹은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남성의 순정’으로 해석되는 이 작품에서 악역으로 꼽히는 인물은 바로 개츠비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는 데이지 뷰캐넌이다. 그녀의 자기중심적 태도가 결국 개츠비를 비극으로 몰아넣었다고 독자들은 판단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개츠비가 그토록 병적으로 데이지에게 집작하는 것 자체가 더 이상하지 않은가? 작품 초반에 매일 밤 사치의 극을 달리는 호화 파티를 개최하는 것도 정상적인 행동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그가 이런 집착을 보이지 않았다면 작품 속 비극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데이지의 자기중심적 태도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개츠비의 ‘병적인 집착’이다. 에이미 마치(Amy March)- 작은 아씨들(Little Women)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매사추세츠 주에 살고 있는 중산층 마치(March) 가족 네 자매의 성장기를 담은 이 작품에서 유독 튀는 것은 막내인 에이미 마치다. 어렸을 때부터 응석받이로 자란 그녀는 자기중심의 끝을 보여주는데 심지어 둘째 언니인 조세핀의 원고를 불살라버리기도 한다. 또한 어린 나이에 비해 무척 냉정하고 속물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독자들의 어린 시절 기억 속 에이미는 언니들에게 평생 도움이 안 되는 말괄량이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그저 ‘코 납작한 꼬맹이’일 뿐이다. 로미오 몬태규(Romeo Montague)- 로미오와 줄리엣(Romeo & Juliet) 당신은 로미오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로맨티스트라고 믿을지 모른다. 하지만 로미오가 줄리엣을 안지는 불과 4일밖에 안 된다. 일주일도 채 만나지 못한 여자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그의 행동이 과연 정상적인지 의문이다. 또 한 가지, 줄리엣은 이제 겨우 13세다. 한국이었으면 로미오는 아청법(아동청소년 성보호법)으로 이미 구속이다. 해리 포터(Harry Potter), 해리포터시리즈(Harry Potter series) 해리포터는 최근 가장 성공한 문학 작품 속 주인공이지만 동시에 가장 악랄한 존재이기도하다. 해리포터는 본인 외에 다른 사람들의 말을 전혀 듣지 않으며 호그와트의 각종 규칙들을 깨고 무시하는데 선수며 심지어 건물을 부수기까지 한다. 그 때문에 죽어나간 애꿎은 이들도 많다. 윌리 웡카(Willy Wonka), 찰리와 초콜릿 공장(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월리 웡카가 엄청난 천재인 것은 맞으나 반면 그의 초콜릿 공장은 매우 위험한 곳이 분명하다. 일단 그의 공장을 방문한 어린아이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경찰들이 그의 공장을 압수 수색하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월리(Wally), 월리를 찾아라(Where‘s Wally?) 이봐요 월리 씨, 왜 우리가 항상 당신을 찾아야 하죠? 그리고 좀 한 곳에 정착하면 안돼요? (참고로 ‘월리’는 영국 본판용 이름이고 미국 판에서는 ‘왈도-Waldo’라고 표기 한다) 톰 소여(Tom Sawyer), 톰 소여의 모험(Adventures of Tom Sawyer) 본인 잘못으로 나무 담장에 페인트칠을 해야 했던 톰은 일이 하기 싫어지자 교묘하게 꾀를 부려 친구들에게 떠넘기고 태연히 선물까지 받아 챙겼다. 또 죄 없는 동네 아주머니를 깜짝 놀라게 만들어 심장건강까지 악화 시켰다. 정말 타고난 사기꾼에다 사이코패스 기질까지 다분하다. 어떻게 허클베리 핀이 이런 녀석하고 친구가 됐는지 의문이다. 사진=허핑턴포스트·위키피디아 캡처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학부모 폭언에 우울증, 자살한 교사 법원… “자유의사… 공무상 재해 아냐”

    학부모의 전화 폭언에 시달리다 우울증에 걸린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공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이승한)는 김모(32)씨의 유족이 ‘유족보상금을 지급하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2006년 광주의 한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을 맡았던 김씨는 그해 10월 수학 숙제를 해오지 않은 A군을 나무라며 귀밑머리를 잡아당겼다. 이 일로 A군 부모는 저녁마다 김씨에게 전화해 폭언과 막말을 퍼부었다. 이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김씨는 해마다 10월이 되면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다른 학교로 전근도 해보고 병원 치료도 받아봤지만 10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우울증을 견디지 못한 김씨는 2011년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재판부는 “김씨가 학부모의 폭언과 막말 등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사회평균인 입장에서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정도라고는 볼 수 없다”며 “자살은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므로 공무원이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우울증이 발생했고, 그 우울증이 자살의 동기나 원인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공무와 자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함부로 추단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명작속 주인공들…이색분석 ‘눈길’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명작속 주인공들…이색분석 ‘눈길’

    어릴 적 감명 깊게 본 문학작품, 영화, 만화의 주인공들. 그때는 그들이 모두 멋지고 쿨하고 사랑스러워보였지만 지금 다시 떠올려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알고 보면 악역보다 더한 악질인 경우도 있고 한 대 때려주고 싶을 만큼 비겁할 때도 많다. 게다가 그들이 처한 곤경을 오히려 스스로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는 이런 유명 작품 속 주인공들의 어두운 뒷면을 흥미롭게 조명했다. 위대한 개츠비의 제이 캐츠비, 해리포터 시리즈의 해리포터,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 등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주인공들의 다른 얼굴은 무엇일까. 제이 개츠비(Jay Gatsby)-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스콧 피츠제럴드의 손끝에서 탄생한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 혹은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남성의 순정’으로 해석되는 이 작품에서 악역으로 꼽히는 인물은 바로 개츠비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는 데이지 뷰캐넌이다. 그녀의 자기중심적 태도가 결국 개츠비를 비극으로 몰아넣었다고 독자들은 판단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개츠비가 그토록 병적으로 데이지에게 집작하는 것 자체가 더 이상하지 않은가? 작품 초반에 매일 밤 사치의 극을 달리는 호화 파티를 개최하는 것도 정상적인 행동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그가 이런 집착을 보이지 않았다면 작품 속 비극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데이지의 자기중심적 태도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개츠비의 ‘병적인 집착’이다. 에이미 마치(Amy March)- 작은 아씨들(Little Women)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매사추세츠 주에 살고 있는 중산층 마치(March) 가족 네 자매의 성장기를 담은 이 작품에서 유독 튀는 것은 막내인 에이미 마치다. 어렸을 때부터 응석받이로 자란 그녀는 자기중심의 끝을 보여주는데 심지어 둘째 언니인 조세핀의 원고를 불살라버리기도 한다. 또한 어린 나이에 비해 무척 냉정하고 속물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독자들의 어린 시절 기억 속 에이미는 언니들에게 평생 도움이 안 되는 말괄량이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그저 ‘코 납작한 꼬맹이’일 뿐이다. 로미오 몬태규(Romeo Montague)- 로미오와 줄리엣(Romeo & Juliet) 당신은 로미오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로맨티스트라고 믿을지 모른다. 하지만 로미오가 줄리엣을 안지는 불과 4일밖에 안 된다. 일주일도 채 만나지 못한 여자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그의 행동이 과연 정상적인지 의문이다. 또 한 가지, 줄리엣은 이제 겨우 13세다. 한국이었으면 로미오는 아청법(아동청소년 성보호법)으로 이미 구속이다. 해리 포터(Harry Potter), 해리포터시리즈(Harry Potter series) 해리포터는 최근 가장 성공한 문학 작품 속 주인공이지만 동시에 가장 악랄한 존재이기도하다. 해리포터는 본인 외에 다른 사람들의 말을 전혀 듣지 않으며 호그와트의 각종 규칙들을 깨고 무시하는데 선수며 심지어 건물을 부수기까지 한다. 그 때문에 죽어나간 애꿎은 이들도 많다. 윌리 웡카(Willy Wonka), 찰리와 초콜릿 공장(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월리 웡카가 엄청난 천재인 것은 맞으나 반면 그의 초콜릿 공장은 매우 위험한 곳이 분명하다. 일단 그의 공장을 방문한 어린아이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경찰들이 그의 공장을 압수 수색하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월리(Wally), 월리를 찾아라(Where‘s Wally?) 이봐요 월리 씨, 왜 우리가 항상 당신을 찾아야 하죠? 그리고 좀 한 곳에 정착하면 안돼요? (참고로 ‘월리’는 영국 본판용 이름이고 미국 판에서는 ‘왈도-Waldo’라고 표기 한다) 톰 소여(Tom Sawyer), 톰 소여의 모험(Adventures of Tom Sawyer) 본인 잘못으로 나무 담장에 페인트칠을 해야 했던 톰은 일이 하기 싫어지자 교묘하게 꾀를 부려 친구들에게 떠넘기고 태연히 선물까지 받아 챙겼다. 또 죄 없는 동네 아주머니를 깜짝 놀라게 만들어 심장건강까지 악화 시켰다. 정말 타고난 사기꾼에다 사이코패스 기질까지 다분하다. 어떻게 허클베리 핀이 이런 녀석하고 친구가 됐는지 의문이다. 사진=허핑턴포스트·위키피디아 캡처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문재인 ‘패배한 대선’ 회고록 새달 출간

    문재인 ‘패배한 대선’ 회고록 새달 출간

    문재인(얼굴)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대통령선거 관련 회고록을 다음 달 출간한다. 회고록에는 대선 패배에 대한 성찰과 함께 차기 대선에 대한 구상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의원 측 관계자는 22일 “지난 대선 과정에 대한 성찰을 통해 다음 대선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짚어 보는 희망보고서 성격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 막바지 원고를 손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문 의원은 자신과 민주당이 부족했던 점을 하나하나 따져 보고, 민주개혁진영 특히 민주당이 다음 대선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부분 등에 대한 생각을 책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선 이후 1년여가 흐른 지금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우려와 문제의식, 애정 어린 충고의 내용도 함께 담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의원은 이번 회고록의 정치·사회적 파급력을 우려해 출간을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문 의원은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패배를 거울삼아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생각에서 집필을 결심했다”면서 “무엇보다 대선 이후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견뎌온 국민들에게 사과와 함께 위로를 드리고, 이제는 아픈 마음을 털어내고 다시 시작하자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 책 집필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패배한 대선 후보가 1년 만에 내놓는 회고록이라는 점에서 문 의원의 회고록 출간은 이례적이다. 후보 단일화 등과 관련된 민감한 ‘뒷이야기’나 아직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관련 내용 등이 수록돼 있다면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도 예상된다. 실제 최근 지난 대선 때 문 후보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비화 등을 담은 ‘비망록’을 출간해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회고록 출간이 안 의원의 신당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문 의원은 오는 29일 기자단과 만찬을 갖는 등 보폭을 확대하면서 안 의원과 함께 야권의 차기 잠룡 간 경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해마다 300만명 다녀가는데… 순천만 갈대밭 아직도 못 가봤나요

    [주말 인사이드] 해마다 300만명 다녀가는데… 순천만 갈대밭 아직도 못 가봤나요

    세계 5대 연안습지이자 갯벌로는 국내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가입한 순천만이 늦가을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순천만은 22.6㎢의 갯벌, 5.4㎢의 갈대 군락지, 75㎢의 해수역, 220여종의 철새, 120여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는 생태보고다. 또 세계 제일의 여행 잡지인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3개를 받아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인정받은 데다 갯벌로는 우리나라 최초로 국가명승지로 지정된 곳이다. 순천만에는 매년 30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4계절 모두 제 나름대로 멋을 풍기고 있지만 11월과 12월 초순까지가 가장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바람에 사각거리는 갈대밭, 농게와 짱뚱어의 몸짓, 천연기념물이자 멸종 위기종인 흑두루미를 비롯해 수많은 새들이 날갯짓하며 먹이를 주워 먹는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빙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1964년 출간한 이래 현재까지도 한국 문학 사상 최고의 단편소설로 평가받고 있는 ‘무진기행’ 작가 김승옥이 표현한 순천만이다. 하늘이 내린 정원이라 불리는 순천만에 들어서면 아! 여기가 순천만이구나 하고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갈대다. 바람에 사각거리는 갈대는 수많은 이야기를 건네온다. 계절마다 다른 색깔로 사람들을 만난다. 5.4㎢의 드넓은 벌판에 자리잡은 순천만 갈대는 요즘 같은 늦가을이면 누렇게 빛나는 황금색을 띤다. 갈대밭길 사이로 걸어가는 사람들 모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다. 모래가 많은 서해안 갯벌과는 달리 밀가루를 반죽한 듯 순전히 펄로 이뤄진 갯벌에는 게와 짱뚱어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갈대를 뜯어먹기도 하고 연신 집게로 젓가락질을 하는 게를 보면서 너무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순천만의 또 다른 명물 짱뚱어의 몸짓도 예사롭지 않다. 낮은 곳에 깃드는 생물이란 의미의 저생생물 짱뚱어는 남해한 서부와 서해안 남부 지역의 한정된 곳에서 서식한다. 또 하나, 용산전망대를 오르지 않고 순천만을 봤다고 할 수 없다. 용이 승천하다 순천만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내려와 머문 곳이라 전해지는 용산은 용이 누워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여의주로 불리는 자그마한 언덕도 있다. 2.6㎞ 거리의 용산은 산은 아니지만 조금 걷다 보면 땀도 나고 등산하는 기분이 든다. 보조전망대를 지나 드디어 용산전망대에 오르면 사진으로 무수히 봐왔던 순천만을 상징하는 S자 수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망대는 전국에서 온 사진작가들이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항상 모여 있다 보니 일반인들은 사진 찍기가 곤란한 경우도 많다. 종전과 다른 색다른 갈대의 모습을 보노라면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굽이도는 물줄기와 사이사이에 둥근 원을 그리며 자리잡은 갈대 군락, 빨간색의 칠면초 군락, 그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철새들은 도심에서 느끼는 모든 힘겨움과 근심을 일순간에 사라지게 한다. 순천만 갯벌에 붉은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빛깔이 고운 칠면초 군락은 이즈음에만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이다. 일곱 번 옷을 갈아입는 칠면초는 염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 가지 색으로 단정짓지 못한다. 칠면초가 몸이 붉어지는 때는 가을로, 지금 순천만에 가면 붉디붉은 칠면초를 만날 수 있다. 순천만은 추우면 추울수록 수많은 겨울 철새가 몰려오는 곳이다. 국내 최대 흑두루미 월동지인 순천만은 최근 겨울을 나는 흑두루미 개체수가 지난해에 비해 66%증가했다. 22일 현재 순천만에는 흑두루미 663마리, 재두루미 2마리, 큰고니 22마리를 포함한 1만여 마리가 관찰됐다. 개체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순천만의 풍부한 생태자원 때문이다. 사방의 공간이 탁 트인 갯벌은 잠을 자는 장소로 부족함이 없고 제방 너머 들판에는 먹잇감이 풍부하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는 순천만 안에 있는 자연생태관이다. 1층에 들어서면 3m 높이의 흑두루미가 관람객을 맞는 자연생태관은 순천만의 다양한 생태자원을 보존하고, 일반인들의 생태 학습을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순천만에 사는 생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실과 영상관, 낮에는 새를 보고 밤에는 별을 보는 천문대 등이 갖춰져 있다. 겨울 철새들과 순천만 습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28~35인승의 생태체험선을 타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하루 10~17차례 운항하는 생태체험선은 평일에는 오후 2시쯤, 주말에는 오전에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 있다. 왕복 30분, 3㎞ 정도를 운항하는 이 배를 타고 순천만 갯벌을 따라가면 바로 눈앞에 수많은 철새들이 먹이를 찾아 떼를 지어 다니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생태해설사 한영미씨는 “철새들 사이에도 소문이 났는지 겨울 철새가 매년 더 많아 찾아온다”며 “주말에는 1000대1 이상 될 정도로 배를 타기 위한 경쟁률이 치열한 만큼 반드시 봐야 할 코스다”라고 말했다. 자연 그대로를 뽐내는 순천만에는 문학의 향기도 가득하다. 소설가 김승옥과 동화작가 정채봉을 만날 수 있다. 순천만에서 700m 정도 방죽길을 따라가다 보면 운치 있는 순천문학관이 관광객들을 손짓한다. 하얀 솜을 자랑하는 목화밭, 흥부집에 온 것 같은 초가집 위의 박들은 편한함과 함께 도시 탈출을 느끼게 해준다. 순천문학관은 순천을 대표하는 소설가 김승옥과 동화작가 고 정채봉의 생애와 문학 사상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이 두 작가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순천에서 보내면서 왕성한 문학 활동을 해왔다. 두 작가의 육필 원고와 작품·편지 등 손때 묻은 물건이 전시돼 있으며, 이곳을 둘러보면 두 작가의 삶과 문학을 만날 수 있다. 순천만이 유명한 생태 관광지로 보전된 데에는 순천만에 사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과 시민단체, 해당 공무원이 하나로 뭉쳐 순천만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인안들판에서 거둔 벼의 10% 정도를 두루미 먹이로 다시 부려준다. 공무원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순천만 갯벌지기단’을 결성해 정기적으로 조류와 식물, 갯벌과 주민들의 동태를 모니터링한다. 공무원들은 순천만을 찾는 관광객의 질서 유지와 안내까지 맡으니 눈코 뜰 새 없다. 2003년 이들 세 주체는 순천만의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순천만협의회를 구성했고, 2004년에는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을 개장했으며, 2006년에는 람사르 사이트에 등재됐다. 순천만에서 경관농업으로 생산되는 쌀은 2009년 9월 친환경인증을 획득해 ‘흑두루미 쌀’로 탐방객들에게 판매되고 있고, 그중 일부는 겨울철새 먹이로 제공된다. 순천시는 갯벌 인근의 생태 환경을 훼손하는 음식점 등을 이전시키고 동천과 그 인근의 농경지, 나대지를 매입해 습지로 복원하는 등 그간 흐트러진 생태 환경을 복원하는 데도 주력했다. 순천만 사람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해마다 늘어나는 관광객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도 걱정이다. 순천만과 연결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과 낙안읍성, 드라마촬영장, 송광사, 선암사 등은 관광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 칠면초의 붉음, 황금빛 갈대, 높다란 하늘, 들판 그리고 순천만을 찾는 사람들, 이렇게 순천만의 늦가을은 깊어가고 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해마다 300만명 다녀가는데… 순천만 갈대밭 아직도 못 가봤나요

    [주말 인사이드] 해마다 300만명 다녀가는데… 순천만 갈대밭 아직도 못 가봤나요

    세계 5대 연안습지이자 갯벌로는 국내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가입한 순천만이 늦가을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순천만은 22.6㎢의 갯벌, 5.4㎢의 갈대 군락지, 75㎢의 해수역, 220여종의 철새, 120여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는 생태보고다. 또 세계 제일의 여행 잡지인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3개를 받아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인정받은 데다 갯벌로는 우리나라 최초로 국가명승지로 지정된 곳이다. 순천만에는 매년 30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4계절 모두 제 나름대로 멋을 풍기고 있지만 11월과 12월 초순까지가 가장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바람에 사각거리는 갈대밭, 농게와 짱뚱어의 몸짓, 천연기념물이자 멸종 위기종인 흑두루미를 비롯해 수많은 새들이 날갯짓하며 먹이를 주워 먹는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빙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1964년 출간한 이래 현재까지도 한국 문학 사상 최고의 단편소설로 평가받고 있는 ‘무진기행’ 작가 김승옥이 표현한 순천만이다. 하늘이 내린 정원이라 불리는 순천만에 들어서면 아! 여기가 순천만이구나 하고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갈대다. 바람에 사각거리는 갈대는 수많은 이야기를 건네온다. 계절마다 다른 색깔로 사람들을 만난다. 5.4㎢의 드넓은 벌판에 자리잡은 순천만 갈대는 요즘 같은 늦가을이면 누렇게 빛나는 황금색을 띤다. 갈대밭길 사이로 걸어가는 사람들 모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다. 모래가 많은 서해안 갯벌과는 달리 밀가루를 반죽한 듯 순전히 펄로 이뤄진 갯벌에는 게와 짱뚱어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갈대를 뜯어먹기도 하고 연신 집게로 젓가락질을 하는 게를 보면서 너무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순천만의 또 다른 명물 짱뚱어의 몸짓도 예사롭지 않다. 낮은 곳에 깃드는 생물이란 의미의 저생생물 짱뚱어는 남해한 서부와 서해안 남부 지역의 한정된 곳에서 서식한다. 또 하나, 용산전망대를 오르지 않고 순천만을 봤다고 할 수 없다. 용이 승천하다 순천만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내려와 머문 곳이라 전해지는 용산은 용이 누워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여의주로 불리는 자그마한 언덕도 있다. 2.6㎞ 거리의 용산은 산은 아니지만 조금 걷다 보면 땀도 나고 등산하는 기분이 든다. 보조전망대를 지나 드디어 용산전망대에 오르면 사진으로 무수히 봐왔던 순천만을 상징하는 S자 수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망대는 전국에서 온 사진작가들이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항상 모여 있다 보니 일반인들은 사진 찍기가 곤란한 경우도 많다. 종전과 다른 색다른 갈대의 모습을 보노라면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굽이도는 물줄기와 사이사이에 둥근 원을 그리며 자리잡은 갈대 군락, 빨간색의 칠면초 군락, 그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철새들은 도심에서 느끼는 모든 힘겨움과 근심을 일순간에 사라지게 한다. 순천만 갯벌에 붉은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빛깔이 고운 칠면초 군락은 이즈음에만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이다. 일곱 번 옷을 갈아입는 칠면초는 염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 가지 색으로 단정짓지 못한다. 칠면초가 몸이 붉어지는 때는 가을로, 지금 순천만에 가면 붉디붉은 칠면초를 만날 수 있다. 순천만은 추우면 추울수록 수많은 겨울 철새가 몰려오는 곳이다. 국내 최대 흑두루미 월동지인 순천만은 최근 겨울을 나는 흑두루미 개체수가 지난해에 비해 66%증가했다. 22일 현재 순천만에는 흑두루미 663마리, 재두루미 2마리, 큰고니 22마리를 포함한 1만여 마리가 관찰됐다. 개체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순천만의 풍부한 생태자원 때문이다. 사방의 공간이 탁 트인 갯벌은 잠을 자는 장소로 부족함이 없고 제방 너머 들판에는 먹잇감이 풍부하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는 순천만 안에 있는 자연생태관이다. 1층에 들어서면 3m 높이의 흑두루미가 관람객을 맞는 자연생태관은 순천만의 다양한 생태자원을 보존하고, 일반인들의 생태 학습을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순천만에 사는 생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실과 영상관, 낮에는 새를 보고 밤에는 별을 보는 천문대 등이 갖춰져 있다. 겨울 철새들과 순천만 습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28~35인승의 생태체험선을 타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하루 10~17차례 운항하는 생태체험선은 평일에는 오후 2시쯤, 주말에는 오전에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 있다. 왕복 30분, 3㎞ 정도를 운항하는 이 배를 타고 순천만 갯벌을 따라가면 바로 눈앞에 수많은 철새들이 먹이를 찾아 떼를 지어 다니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생태해설사 한영미씨는 “철새들 사이에도 소문이 났는지 겨울 철새가 매년 더 많아 찾아온다”며 “주말에는 1000대1 이상 될 정도로 배를 타기 위한 경쟁률이 치열한 만큼 반드시 봐야 할 코스다”라고 말했다. 자연 그대로를 뽐내는 순천만에는 문학의 향기도 가득하다. 소설가 김승옥과 동화작가 정채봉을 만날 수 있다. 순천만에서 700m 정도 방죽길을 따라가다 보면 운치 있는 순천문학관이 관광객들을 손짓한다. 하얀 솜을 자랑하는 목화밭, 흥부집에 온 것 같은 초가집 위의 박들은 편한함과 함께 도시 탈출을 느끼게 해준다. 순천문학관은 순천을 대표하는 소설가 김승옥과 동화작가 고 정채봉의 생애와 문학 사상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이 두 작가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순천에서 보내면서 왕성한 문학 활동을 해왔다. 두 작가의 육필 원고와 작품·편지 등 손때 묻은 물건이 전시돼 있으며, 이곳을 둘러보면 두 작가의 삶과 문학을 만날 수 있다. 순천만이 유명한 생태 관광지로 보전된 데에는 순천만에 사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과 시민단체, 해당 공무원이 하나로 뭉쳐 순천만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인안들판에서 거둔 벼의 10% 정도를 두루미 먹이로 다시 부려준다. 공무원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순천만 갯벌지기단’을 결성해 정기적으로 조류와 식물, 갯벌과 주민들의 동태를 모니터링한다. 공무원들은 순천만을 찾는 관광객의 질서 유지와 안내까지 맡으니 눈코 뜰 새 없다. 2003년 이들 세 주체는 순천만의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순천만협의회를 구성했고, 2004년에는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을 개장했으며, 2006년에는 람사르 사이트에 등재됐다. 순천만에서 경관농업으로 생산되는 쌀은 2009년 9월 친환경인증을 획득해 ‘흑두루미 쌀’로 탐방객들에게 판매되고 있고, 그중 일부는 겨울철새 먹이로 제공된다. 순천시는 갯벌 인근의 생태 환경을 훼손하는 음식점 등을 이전시키고 동천과 그 인근의 농경지, 나대지를 매입해 습지로 복원하는 등 그간 흐트러진 생태 환경을 복원하는 데도 주력했다. 순천만 사람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해마다 늘어나는 관광객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도 걱정이다. 순천만과 연결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과 낙안읍성, 드라마촬영장, 송광사, 선암사 등은 관광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 칠면초의 붉음, 황금빛 갈대, 높다란 하늘, 들판 그리고 순천만을 찾는 사람들, 이렇게 순천만의 늦가을은 깊어가고 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삼성, 애플에 3000억원 추가 배상”

    “삼성, 애플에 3000억원 추가 배상”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서 2억 9000만 달러(약 3080억원)를 추가로 배상하라는 배심원 평결이 21일(현지시간) 나왔다. 이번 평결이 확정되면 삼성은 먼저 확정 판결받은 6억 4000만 달러(6790억원)를 더해 총 9억 3000만 달러(9870억원)를 애플에 물어줘야 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 지원은 애플과 삼성전자 간 특허침해 손해배상 재(再)산정 공판에서 이 같은 배심원 평결을 내렸다. 지난해 8월 이 법원 배심원단은 양사 간 소송에서 “삼성이 애플에 10억 5000만 달러(1조 115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하지만 올해 3월 루시 고 판사는 최종 판결에서 “배심원들이 배상액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면서 “배심원 평결 가운데 6억 4000만 달러만 인정하고 나머지 부분은 다시 계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은 지난 12일 나머지 부분을 재산정하기 위해 새로 재판을 열었다. 원고인 애플은 손해배상액으로 3억 7978만 달러(4066억원)를 요구했고, 피고인 삼성전자는 5270만 달러(556억원)면 충분하다고 맞섰다. 이번 평결은 두 회사의 주장에 대한 배심원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평결 금액이 애플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산정돼 이들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심도 있게 논의했는지는 미지수다. 애플은 평결이 내려진 뒤 “우리는 배심원단이 ‘베끼는 데는 돈이 든다’는 사실을 삼성에 보여준 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미국 특허청(USPTO)에서 무효 결정된 특허를 주요 근거로 이뤄진 이번 평결에 유감을 표하며 이의 신청과 항소 등의 절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도가니’ 인화학교 성폭행 피해자들에 위자료 2000만원 지급 판결

    ‘도가니’ 인화학교 성폭행 피해자들에 위자료 2000만원 지급 판결

    영화 ‘도가니’의 소재가 됐던 인화학교 성폭행 피해자들이 위자료 2000만원씩을 받게 됐다. 광주지법 민사11부(부장 최영남)는 22일 피해자(원고) A씨 등 7명이 사회복지법인 우석과 인화학교 행정실장, 교사 등 개인 6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원고 가운데 1명에게 행정실장과 우석으로 하여금 2000만원씩 40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다른 원고 3명은 가해자로부터 2000만원씩을 받을 수 있게 됐으며 나머지 원고 3명의 청구는 기각됐다. 재판부는 “성폭행 당시 피해자들의 나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성폭행 사건들에 대한 학교 측의 대응, 피해자들이 받은 정신적 고통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와 관련해서는 피해자 모두 미성년자일때 우월적 지위에 있는 교사 등으로부터 성폭행당한 사실을 고려해 법정대리인이 피해사실을 안 날 또는 피해자가 성년이 된 날을 기점으로 적용했다. 다만 원고 2명의 청구는 피해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1명의 청구는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난 것으로 보고 기각했다.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는 재판 뒤 기자회견을 열고 “(승소는)사필귀정”이라면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피해자, 변호인단, 시민사회 단체들과 협의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또 “피해자들의 한 맺힌 절규를 분명히 기억하고 가해자들에게 더 명확한 심판이 내려질 때까지 물러서지 않고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임수경 ‘김일성 아버지’ 발언 손해배상 청구 소송서 패소

    민주당 임수경 의원이 1989년 방북 때 김일성 주석을 ‘아버지’로 불렀다고 말한 새누리당 의원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 장준현)는 20일 임 의원이 새누리당과 한기호 의원, 전광삼 전 수석부대변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아버지’ 발언에 대한 언급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만 공익적이고 사실로 믿을 만해 위법성이 사라진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탈북자에게 한 ‘변절자’ 발언을 계기로 임 의원의 정치·이념적 성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폭된 상황에서 방북 당시 행적에 관한 내용을 다룬 것”이라며 공익성을 인정했다. 임 의원은 지난해 6월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탈북자 단체 간부인 백씨와 시비를 벌이다가 ‘대한민국에 왔으면 조용히 살아, 이 변절자 ××들아’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진 상황에서 전광삼 당시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과 한기호 의원은 각각 논평과 라디오 방송에서 ‘임 의원이 평양 방문 당시 김일성을 아버지라고 불렀다’고 언급했다. 임 의원은 허위사실을 적시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독감 예방주사 맞고 기면증에…법원 “장애보상금 지급해야”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 기면증에 걸린 30대 남성이 장애보상금을 지급해달라며 질병관리본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 승소했다. 법원은 예방접종과 기면증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은 물론, 유사 사건에서는 처음으로 법률상으로 장애보상금을 청구할 근거가 없더라도 관련 법의 목적과 도입 취지 등을 고려해 보상금을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기업 직원 이모(30)씨는 지난 2010년 11월 계절 독감 예방접종을 받은 후 낮에도 계속 졸음이 쏟아지는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이씨는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 증세를 보이는가 하면 졸음운전으로 수차례 교통사고를 내기도 했다. 이씨는 2011년 7월 기면증 진단을 받은데 이어 지난해 5월에는 졸음으로 일상생활에 제한이 있고 보호자의 감독이 필요하다는 사유로 후유장해진단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이씨는 예방접종으로 인해 기면증이 발병했다며 질병관리본부에 장애 일시보상금을 신청했다. 처음에는 ‘백신에 의한 발병가능성이 불명확하다’며 인과관계를 부인했던 질병관리본부는 이씨의 이의제기에 ‘백신에 의한 기면증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한발 물러나 그동안의 진료비와 간병비 68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장애보상금은 여전히 줄 수 없다고 했다. 감염병예방관리법 시행령 29조3호에 따르면 예방접종으로 장애인이 되면 장애인복지법에서 정한 장애등급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기면증의 경우 장애등급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진창수 부장판사)는 이씨가 질병관리본부를 상대로 낸 장애일시보상금 부지급결정 취소소송에서 “예방접종으로 장애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골퍼 최경주 부인, 사기당한 18억 소송서 되찾아

    프로골퍼 최경주(43)씨의 부인이 사기당한 수억원을 재판을 통해 되찾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 김창보)는 19일 최씨의 부인 김모(42)씨가 여비서 박모(34)씨와 박씨의 연인 조모(38)씨, 조씨가 근무한 메트라이프생명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김씨에게 18억 9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김씨의 승낙 없이 조씨에게 돈을 보낸 것은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며 “조씨가 소속됐던 보험사도 보험 계약자인 김씨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박씨가 조씨의 편취 행위를 알았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제한했다. 김씨는 5년 가까이 알고 지내던 박씨를 믿고 사단법인 최경주복지회의 회계 및 경리를 맡겼다. 하지만 박씨는 2010년 큰 수익을 내 주겠다는 연인 조씨의 말에 속아 김씨의 돈을 마음대로 송금했다. 조씨는 박씨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하거나 김씨 명의의 주식을 팔도록 했다. 박씨는 2011년 한 해 동안 22억원이 넘는 돈을 조씨에게 보냈다. 이 사실을 안 김씨의 고소로 재판에 넘겨진 박씨와 조씨는 지난 5월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2년 6개월과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골퍼 최경주 부인, 사기당한 18억 소송서 되찾아

     프로골퍼 최경주(43)씨의 부인이 사기당한 수억원을 재판을 통해 되찾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 김창보)는 19일 최씨의 부인 김모(42)씨가 여비서 박모(34)씨와 박씨의 연인 조모(38)씨, 조씨가 근무한 메트라이프생명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김씨에게 18억 9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김씨의 승낙 없이 조씨에게 돈을 보낸 것은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며 “조씨가 소속됐던 보험사도 보험 계약자인 김씨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박씨가 조씨의 편취 행위를 알았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제한했다.  김씨는 5년 가까이 알고 지내던 박씨를 믿고 사단법인 최경주복지회의 회계 및 경리를 맡겼다. 하지만 박씨는 2010년 큰 수익을 내 주겠다는 연인 조씨의 말에 속아 김씨의 돈을 마음대로 송금했다. 조씨는 박씨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하거나 김씨 명의의 주식을 팔도록 했다. 박씨는 2011년 한 해 동안 22억원이 넘는 돈을 조씨에게 보냈다.  이 사실을 안 김씨의 고소로 재판에 넘겨진 박씨와 조씨는 지난 5월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2년 6개월과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장자연 문건 조작증거 없다”

    자살한 탤런트 장자연씨가 성접대를 강요당했다는 내용의 이른바 ‘장자연 문건’이 조작됐다고 볼 수 없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장준현 부장판사)는 20일 장씨의 소속사 대표 김모(44)씨가 장씨의 매니저 유모(33)씨와 탤런트 이미숙(54)·송선미(39)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모욕 행위에 대한 배상책임만 인정해 “유씨가 김씨에게 7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장자연 문건을 유씨가 작성하거나 장씨에게 쓰도록 하고 퍼뜨리는 바람에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김씨가 낸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문건이 장씨의 글씨가 아니라고 유족이 주장한 바는 있지만 그런 사정만으로 유씨가 문건을 작성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속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던 두 탤런트가 유씨와 함께 문건에 개입했다는 김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씨는 김씨의 회사에서 일하다가 새 연예기획사를 설립하고 이미숙씨 등을 영입했다. 그는 2009년 장씨가 숨지기 직전 받아놓은 문건을 언론에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유씨는 장자연씨의 자살이 김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유씨가 자신을 인신공격하고 장자연 문건도 직접 작성했다며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임수경 의원 ‘김일성 아버지’ 발언 손배소 패소 “사실로 믿을만 해”

    임수경 의원 ‘김일성 아버지’ 발언 손배소 패소 “사실로 믿을만 해”

    임수경 민주당 의원이 지난 1989년 방북 당시 북한의 김일성 주석을 ‘아버지’로 불렀다고 말한 새누리당 의원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 장준현)는 20일 임 의원이 새누리당과 한기호 의원, 전광삼 전 수석부대변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임 의원의 ‘아버지’ 발언에 대한 언급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만 공익적이고 사실로 믿을 만해 위법성이 사라진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탈북자에게 한 ‘변절자’ 발언을 계기로 임 의원의 정치·이념적 성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폭된 상황에서 방북 당시 행적에 관한 내용을 다룬 것”이라면서 공익성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임 의원이 실제로 김일성 주석에게 ‘아버지’라는 호칭을 썼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봤다. 임 의원은 지난해 6월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탈북자 단체 간부인 백요셉씨와 시비를 벌이다가 “대한민국에 왔으면 조용히 살아, 이 변절자 XX들아”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당시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과 전광삼 수석부대변인은 각각 논평과 라디오 방송을 통해 “임 의원이 평양 방문 당시 김일성을 아버지라고 불렀다”고 언급했다. 임 의원은 이들이 허위사실을 적시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탈북자 백씨는 ‘변절자’ 발언을 놓고 임 의원과 언쟁을 벌이면서 “당신이 아버지라고 부른 김일성”이라며 대응했고, 탈북자 단체들 역시 임 의원을 “김일성을 아버지라고 부른 사람”이라고 말했다. 단체들은 재판부의 질의에 임 의원의 방북 당시 북한 TV에서 그가 김일성 주석을 ‘어버이 수령님’ 또는 ‘아버지 장군님’이라고 불렀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아버지’ 발언에 대한 언급이 “진실이라고 단정할 증거는 없지만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에 해당하지는 않아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詩가 읽히지 않는 무력한 시대 詩, 스스로 운명 개척하도록 해”

    “詩가 읽히지 않는 무력한 시대 詩, 스스로 운명 개척하도록 해”

    ‘나는 돼지가 되어서도/시인이련다/돼지가 되어서/꿀꿀/구정물 속 주둥이로/새파랗고/샛노랗고/새빨간/새하얀/아흐 새까만/시 몇편을 꿀꿀 쓰련다’(궁한 날) 팔순의 시인은 죽어갈 때도, 돼지가 되어서도 시를 쓰겠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시를 모르고 쓰고 있다”며 스스로를 ‘시의 아기’라고 칭한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호명되는 고은(80) 시인이다. 그가 올 봄과 여름 두 계절 동안 폭발하듯 써내려 간 시편들을 들고 돌아왔다.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밤낮을 모르고 퍼부어내린 시의 유성우(流星雨)’다. 총 607편, 1016쪽에 이르는 ‘무제 시편’(창비)이다. ‘내 변방은 어디 갔나’, ‘상화 시편: 행성의 사랑’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새 시집은 올해 쓴 무제 시편 539편과 30년간의 안성 시대를 마감하고 수원 광교산 자락에 안긴 근황을 담은 부록 시편 68편으로 나뉜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여기 오기가 부끄러워서 소주를 두어 병 마시고 왔다”면서 “시인 생활 55년의 자취를 허여하는 내 모국어와 조국, 조국 밖의 나라들에 대해 새삼 무거운 은택을 깨닫게 된다”고 입을 열었다. 지난 반년간 수백 편의 시를 쏟아낸 열정은 어디서 왔을까. 동력을 묻는 질문에 시인은 태연한 얼굴로 답했다. “나는 시에 관한 한 밤과 낮이 없습니다. 비 오는 날, 바람 부는 날도 시의 시간이고 햇볕이 퍼부을 때도 시의 시간이지요. 전천후라고 하는 것이 내 시가 있는 장소가 아닐까 합니다.” ‘무제 시편’이라는 제목처럼 그는 이번 시에 제목을 따로 붙이지 않고 1번부터 539번까지 번호를 매겼다. “시로부터 해방된 자로서, 시의 가장 먼 곳에 있고 싶은 바람이 담겨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나의 이름에 시를 흡수시켜 버리는 게 과연 옳은 건가’ 하는 회의를 느껴 시에게 자기 운명을 개척하도록 했지요.”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에 시인에게 시의 위력과 무력은 동시에 찾아온다. 역설적이게도 시인은 시가 무력한 시대에 시인인 것이 ‘최고의 축복’이라고 했다. “호메로스(기원전 7~8세기 작가) 때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시의 영광이 너무나 오랫동안 지속됐습니다. 이제 무력해야 될 때가 됐어요. 이때 시인인 것을 최고의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시에서 멀어지는 지금을 ‘시의 죽음’이라고 여기지 않고 시를 회생시키는 게 제 존재 이유입니다. 남아 있는 삶의 시간 동안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시가 네 심장 안에 들어 있고, 네가 존재하는 이유’라는 걸 일러줄 생각입니다.” 올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체류하면서 유럽,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을 바삐 오간 시인의 시는 대부분 길 위에서 쓰여졌다. “어렸을 때도 기차, 돛단배, 새를 가장 많이 그렸더니 아버지가 그래요. ‘너는 왜 어디로 떠나는 것만 그리냐’고요. 그 점에서 정말 나는 로드무비야. 지금도 나는 분명 집의 행복을 알고 아내와 아기가 있는 집에 가면 행복한데 늘 내 꿈은 길에 있거든요. 이게 모순이에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해외 초청이 쇄도한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1년간 글을 써 달라, 프랑스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는 강의를 해 달라, 중남미 국가에서도 방문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고 시인은 소개했다. 하지만 요즘도 밤에는 책에, 낮에는 원고지에 매달린다는 그는 “유럽에 한번 가면 사방에서 ‘미친갱이’처럼 초청해 찢어발겨지고 창작의 시간이 깨진다”며 “수원 골짜기에서 집념을 가지고 작품을 써야겠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내 남아 있는 삶을 문학 자체에 충일하고 싶은 꿈이 있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與 35차례 열렬 박수… 野 무표정 ‘침묵 시위’

    與 35차례 열렬 박수… 野 무표정 ‘침묵 시위’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현장에서 여야의 태도는 상반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입·퇴장 때를 포함해 35차례나 박수를 치며 열렬하게 화답했다. 반면 야당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입장할 때만 기립했을 뿐 단 한 차례의 박수도 치지 않았고, 퇴장 시에는 자리에 앉아 굳은 표정으로 ‘반감’을 표시했다. 야당 의원들의 반감은 엉뚱한 곳에서 ‘폭발’했다. 박 대통령 퇴장 후 국회 본청 앞에서 민주당이 규탄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 5~6명이 청와대의 경호용 버스를 옮겨줄 것을 요구하다가 경호 담당 직원들과 격한 몸싸움이 벌어진 것. 강기정 의원이 “차를 빨리 빼라”며 버스에 발길질을 하자 22경찰경호대 운전 담당 현모 순경이 “누구길래 차량을 발로 차느냐”며 강 의원의 상의 뒤편을 잡는 등 실랑이가 벌어 졌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 취재진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강 의원의 뒤통수에 부딪친 현 순경의 입술이 터져 피가 나기도 했다. 현 순경은 강북삼성병원으로 옮겨져 봉합치료를 받았다. 청와대 경호실 측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폭력 행사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폭행 사실을 부인하면서 “국회의원이니 손을 놓으라고 여러 번 말했음에도 팔을 꺾었다”며 경호실 측의 과잉대응을 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 직전까지 원고 문구를 가다듬는 데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설에서는 ‘경제’가 46회나 등장했고, ‘창조경제’도 13회 거론됐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을 연상시키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박 대통령은 또 “매년 정기국회 때마다 직접 시정연설을 하겠다”며 국회 존중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연설문 가운데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포함해 무엇이든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 합의점을 찾아주신다면 저는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는 대목은 새누리당과의 교감하에 박 대통령이 직접 써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대통령은 이날 ‘신뢰’를 상징하는 군청색 계열의 차이나코트와 바지 정장 차림으로 연설 예정 시각인 오전 10시보다 20분 일찍 국회에 도착했다. 본청 입구 왼쪽에서 삭발 단식 농성 중인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정당해산 철회’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 등의 안내를 받으며 의장접견실로 가 강창희 국회의장 등과 10여분간 환담한 뒤 연설장소인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환담장에는 강 의장과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정홍원 국무총리,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요인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야당 지도부는 참석하지 않았다. 연설은 총 29분 동안 이어졌다. 통합진보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당시 일어나지 않았고, 연설 내내 항의의 표시로 ‘민주’라고 적힌 마스크를 쓰고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맞춤형 복지 실현을 위해 국민기초생활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청와대 간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확인 결과 정부가 제출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단 한 건도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측은 “당정 협의를 거쳐 의원입법 형식으로 제출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골퍼 최경주씨 부인, 사기당한 18억 소송으로 되찾아

    골퍼 최경주씨 부인, 사기당한 18억 소송으로 되찾아

    프로골퍼 최경주(43)씨 부인이 자신의 비서와 그 연인에게 사기 당한 수억원을 재판을 통해 되찾게 됐다. 최씨의 부인 김모(42)씨는 지난 2011년 비서 박모(34·여)씨에게 사단법인 최경주복지회의 회계와 경리를 맡겼다. 김씨는 5년 가까이 알고 지낸 박씨를 믿고 신분증까지 맡겨둔 채 비서 역할을 시켰다. 하지만 박씨가 2010년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보험설계사 조모(38)씨와 연인이 된 뒤 문제가 생겼다. 큰 수익을 돌려주겠다는 조씨 말에 속아 김씨 돈을 마음대로 송금한 것이다. 조씨는 박씨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하거나 김씨 명의 주식을 팔도록 했다. 박씨는 연인의 제안과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고 2011년 한 해 동안 22억원이 넘는 돈을 조씨에게 보냈다. 이런 사실을 안 김씨의 고소로 재판에 넘겨진 박씨와 조씨는 지난 5월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2년 6개월과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박씨는 상고를 포기했고 조씨는 상고가 기각됐다. 김씨는 박씨와 조씨의 회사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냈다. 조씨가 피해 회복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김씨가 청구한 배상금 22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인정했다. 서울고법 민사12부(김창보 부장판사)는 김씨가 박씨와 메트라이프생명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심처럼 “김씨에게 총 18억 9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가 김씨 승낙없이 조씨에게 돈을 보낸 행위는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며 “조씨가 소속됐던 보험사도 보험 계약자인 김씨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박씨가 조씨의 편취 행위를 알았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을 손해액에서 제외하고 김씨가 신분증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제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긴급조치 위헌 결정 이후 경찰 상대로 손배소 급증

    헌법재판소가 지난 3월 유신 체제에서 단행된 긴급조치 1, 2, 9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당시 긴급조치로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긴급조치 1, 2, 9호 위반으로 체포 등 인신 구속되는 과정에서 경찰에게 폭행이나 가혹 행위를 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지난 7개월간 121건으로 집계됐다. 이어 부산청(8건)과 전남청(7건), 강원청(4건), 대구·광주·경기청(각각 3건), 본청·전북·경북·경남청(각각 1건) 순이었다. 제기된 소송 중 상당수는 특정 법무법인이 여러 청구인을 모아 제기한 것으로, 사건이 오래된 탓에 발생 시점이 특정되지 않거나 관련 증거 자료를 갖추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은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을 상대로도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민사소송은 피해 사실을 원고가 증명해야 하지만 40여년 전 일이어서 증거가 미흡한 청구가 많다”며 “자신을 때렸다는 상대방이 경찰관인지 아닌지 확인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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