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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 ‘그 사람’은 50년 내 문학의 풀리지 않는 화두”

    “아버지 ‘그 사람’은 50년 내 문학의 풀리지 않는 화두”

    아버지 6·25전쟁때 가족 두고 월북 ‘빨치산 활동’ 이야기도 써보고 싶어 신장 투석 받으며 글쓰기 놓치 않아 소설가 김원일(74)은 아버지를 ‘그 사람’이라고 했다. 이유는 간명했다. “아버지라고 불러본 적이 없어서”다. ‘그 사람’은 작가가 여덟살이던 6·25전쟁 때 가족을 두고 월북했다. ‘그 사람’의 삶을 추적하고 재구성하는 데 작가는 반세기를 바쳤다.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아 펴낸 새 소설집 ‘비단길’(문학과지성사)도 북한을 찾아 소설가인 ‘내’가 아버지의 행적을 쫓는 단편 ‘아버지의 나라’로 끝맺었다. 작품 속 화자는 말한다. ‘내게 아버지란 어떤 존재이기에 이렇게 그분의 생사 문제에 매달릴까를 되짚어보자, 목울대로 무엇인가 울컥 치받쳤다. 나는 문단에 나온 초기부터 아버지의 험난한 생애를 유추하며 당신의 곡진한 삶을 다루어보겠다고 애면글면 애써온 셈이었다. 아버지야말로 내 문학의 풀리지 않는 화두였다.’(245쪽) 이는 작가의 고백과 다름없다. 지난 16일 찾은 서울 서초동 작가의 자택 서재 한쪽 벽에는 그의 문학 세계를 상징하듯 아버지와 어머니의 흑백사진이 정물처럼 걸려 있었다. “저는 어머니와 달라서 (아버지의 부재에) 적응은 했어요. 문학적으로 다 이해를 했죠.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다 삶이 있어서 그렇게 살았다. 가정을 도외시했지만 자기 말대로 혁명가의 길을 걸으려면 선택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오십 넘고부터는 ‘길거리에 지나가다 만난다 해도 저 사람이 내 아버지인지 모르겠다’ 싶더라고. 그전까지는 알 수 있다 생각했는데….” 기억은 희미해졌지만 아버지의 빈자리를 되찾아 주려는 마음은 이번 소설집에 고스란히 읽힌다. ‘비단길’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나게 하고, ‘아버지의 나라’에서는 아버지의 기일이라도 알아내기 위해 북한을 찾아 갖은 경로로 수소문한다. 작가는 2013년 장편 ‘아들의 아버지’를 내며 한 언론 인터뷰에서 더이상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쓰지 않겠다고 했다. 그 말은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그는 아직도 더 쓸 말이 남았다고 했다. “아버지의 생사를 알려고 북한에 갔다 와도 기일도 확인 못했으니 더이상 쓸 것이 없다고 했지요(작가는 2002년, 2005년 두 차례 방북한 적이 있다). 장편까지 만들어 냈으니 쓸 만큼 썼다. 그런데 빨치산들이 남한으로 내려왔을 때 아버지도 태백산을 타고 일월산으로 내려왔대요. 민간 복장으로 갈아입고 우리 가족을 찾았다는 거지. 우리 아버지를 봤다는 사람이 있더라고. 피난 못 가고 있던 우리 고향 사람이요. 그 얘기를 써볼까 해요. 그런 얘기라면 하도 겪고 조사도 많이 했으니 자신 있죠.” 이번 소설집을 이룬 7편의 소설 가운데 4편은 지난해 내내 계간에 투고한 작품들이다. 일흔 중반인 고령에 일주일에 세 번씩 신장 투석을 받으면서도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설상가상 장남과 함께 사는 집은 7살짜리와 돌쟁이 손주들까지 헤집고 다녀 집필에는 ‘악조건’이랄 만하다. 하지만 오전 한나절은 온전히 글에 매달린다. “손주들이 공치기하고 소란을 피워도 나는 돌아앉아서 그냥 써요. 이 의자에 앉으면 2~3시간은 안 일어나야 돼요. 아주 불편해야 돼.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 좋은 글을 쓴다는 말이 있잖아요. 시인은 몰라도 70대 들어서도 쓰는 소설가는 잘 없죠.” 원고지 200매가량 써놓은 새 장편(가제 ‘지푸라기’)도 있다. 모두가 헐벗던 휴전 직후 아버지, 삼촌 등을 잃은 소년소녀들의 성장 이야기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애써 부풀리지 않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자신의 이야기다. “젊었을 땐 알베르 카뮈와 토마스 만을 좋아해 그런 취향을 따라 꾸며내 창작을 했죠. 나이가 드니 일천한 경험 가지고 꾸미고 하는 자체가 싫어집디다. 거친 파도와 싸워 진군하기보다 조용한 강처럼 흘러 내려가는 거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단원고 학부모들, “교장 교체 반발” 교사들과 몸싸움까지…무슨 일 있었나

    단원고 학부모들, “교장 교체 반발” 교사들과 몸싸움까지…무슨 일 있었나

    ‘존치교실’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부모들이 학교장 교체에 반발해 교사들과 몸싸움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단원고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에 따르면 단원고 재학생 학부모 20여명은 전날 오후 2시 30분부터 단원고 교장실에 모여 긴급회의를 열고 현 추교영 교장 전보와 존치교실 원상회복 등을 논의했다. 학부모들은 이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이 사용하던 ‘존치교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3월 1일자로 현 교장의 전보 인사가 단행된 데 대해 성토했다.일부 학부모는 교감, 교사 등과 신체접촉까지 벌였으며, 교무실로 몰려가 항의하면서 교무실 집기와 비품 일부가 파손되기도 했다고 현장 목격자는 전했다. 당시 교무실에는 교사 10여명이 나와 전보 발령 등으로 책상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일부 학부모는 존치교실로 가서 당장 철거하겠다고 나섰으나 교사들이 이를 말려 더 이상의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추 교장은 오후 5시쯤 학교에 나와 “문제 해결을 위해 교육청 못지않게 노력하고 준비했으며 학교를 떠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고, 학부모들은 오후 7시쯤 돌아갔다.학부모들은 “학부모들은 교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학교장과 학교운영위원장을 보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22일 오후 예정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막지 않기로 했다.앞서 단원고 재학생 학부모들은 “존치교실 앞에서 아이들이 심리적 불안감, 우울감, 억압감, 죄책감, 표현의 제한 등으로 정상적인 교육을 받기 어려운 상태”라며 “단원고 학생들도 다른 학교 학생과 동등한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지난 16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저지한 바 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산별노조 탈퇴해 기업노조 전환 가능

    ‘산별’ 중심 노동운동 변화 예고 ‘산별노조 산하 지부·지회’가 요건만 갖춰지면 스스로 ‘기업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조직 전환을 허용하지 않는 기존 노동법 해석과 판례를 뒤집은 것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산별노조 중심으로 전개돼 온 노동운동에 변화가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9일 “기업노조로 전환한 총회 결의를 무효로 해 달라”며 ‘금속노조 발레오만도 지회’ 지회장 등 4명이 ‘발레오전장 노조’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 활동해 근로자 단체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 경우 조직 형태의 변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근로자 단체로서 독립적으로 의사를 결정할 능력을 갖췄다면 자주적·민주적 결의를 거쳐 목적이나 조직을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지부·지회는 산별노조의 하부조직에 불과할 뿐 독립된 노조가 아닌 것으로 해석돼, 중간에 조직형태를 개별 기업 노조로 전환하기가 어려웠다. 경북 경주의 자동차 부품업체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옛 발레오만도) 노조는 금속노조 산하에 있다가 2010년 6월 조합원 총회를 열어 기업노조인 발레오전장 노조로 조직 형태를 변경했다. 노사분규로 직장폐쇄가 장기화하자 금속노조의 강경투쟁 기조에 반발한 조합원들이 이를 주도했다. 총회에는 조합원 601명 중 550명이 참석해 97.5%인 536명이 기업노조 전환에 찬성했다. 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금속노조 산하 지회장 등은 “금속노조 규약상 총회를 통한 집단 탈퇴가 금지돼 있고 기존 노동법 해석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소송을 냈다. 1, 2심은 임금 교섭이나 단체협약 체결 등이 금속노조 차원에서 이뤄진 점 등을 들어 발레오전장 노조를 독립된 노조가 아니라고 판단해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동안 대세를 이뤘던 산별노조 중심의 노동운동에 일정 수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조합원의 80%가 산별 노조에 속해 있는 민주노총은 이번 판결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고,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노조 설립과 조직 형태 선택의 자유, 근로자의 자주적 의사결정이 산별노조 조직 유지의 필요성 못지않게 중요함을 선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오기’ 보성사판 3·1독립선언서 서울시 등록문화재 추진… 첫 사례

    1910년대 최남선의 ‘신문관’과 천도교 ‘보성사’는 대한제국의 지성을 이끈 출판·인쇄계 양대 기관이다. 한국 출판문화를 꽃피운 전당인 이곳은 1919년 3·1운동을 앞두고 독립선언서 원고를 인쇄했다는 점에서 한국사에 또 다른 의미를 남긴다. 1919년 2월 27일 밤 두 곳에서 찍은 독립선언서는 2만 1000여장에 이른다. 그러나 현재는 거의 볼 수 없어 가치가 더 높다. 서울시는 3·1독립선언서 중 개인이 소장한 보성사판에 대해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 신청을 했다고 17일 밝혔다. 등록문화재 등록이 확정되면 독립선언서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는 첫 사례가 된다. 보성사판이 신문관판과 다른 부분은 판형, 활자체와 첫 줄에 ‘我鮮朝’(아조선)이라고 된 표기 오류다. 보성사판 중 공개된 것은 독립기념관, 서울역사박물관, 독립운동가 오세창과 박종화 가문의 소장본 등 5점이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단원고 재학생 학부모 집단 행동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을 위한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추모교실 존치 문제를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센 가운데 재학생 학부모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재학생 학부모 30여명은 16일 오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장에 미리 들어가 출입문을 모두 걸어 잠그고 신입생들의 입장을 막아 행사를 무산시켰다.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가 주축이 된 ‘단원고 교육가족’은 경기도교육청이 오는 19일까지 추모교실 존치 여부에 대한 확답을 제시하지 않으면 모든 사람들이 교내에 출입할 수 없도록 저지하고 교육활동도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재학생 학부모들은 “존치교실 앞에서 아이들이 심리적 불안감, 우울감, 억압감, 죄책감 등을 느끼며 정상적으로 교육을 받기 어려운 상태”라면서 “참사의 아픔과 교훈을 기억하고 추모도 해야 하지만 학업을 중단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주장했다. 장기 단원고 학교운영위원장은 “교실 정리 기간을 고려하면 늦어도 이번 주 안에는 교육청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대책이 안 나오면 재학생 방과후 수업을 거부하거나 교육청으로 등교시키겠다”고 말했다. 희생자 유족인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는 “단원고가 416교육체제의 중심에 서서 새로운 교육을 실천하지 않고 교실부터 빼내 기억을 지우려고 한다”며 교실 존치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졸업식(지난 1월 12일) 때까지만 (기억교실로) 유지하자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 교실은 본래의 교육 목적대로 써야 한다. (신입생 입학 때까지) 시간이 얼마 없지만 정상화를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보성사판 ‘3·1독립선언서’ 문화재 등록 추진

    보성사판 ‘3·1독립선언서’ 문화재 등록 추진

    1910년대 최남선의 ‘신문관’과 천도교 ‘보성사’는 대한제국의 지성을 이끈 출판·인쇄계 양대 기관이다. 한국 출판문화를 꽃피운 전당이란 의미를 갖는 이곳이 한국사에 남긴 큰 의미는 1919년 3·1운동을 앞두고 독립선언서 원고를 인쇄했다는 점이다. 1919년 2월 27일 밤 두 곳에서 찍은 독립선언서는 2만 1000여장에 이른다. 그러나 현재는 거의 볼 수 없어 가치가 더 높다. 서울시는 3·1독립선언서 중 개인이 소장한 보성사판에 대해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 신청을 했다고 17일 밝혔다. 등록문화재는 1876년 개항 후 한국전쟁까지 근대문화유산 중 보존·활용 가치가 높은 문화재를 뜻한다. 전문가 조사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등록문화재 등록이 확정되면 독립선언서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는 첫 사례가 된다. 보성사판이 신문관판과 다른 부분은 판형, 활자체와 첫 줄에 ‘我鮮朝(아조선)’이라고 된 표기 오류다. 보성사판 중 공개된 것은 독립기념관, 서울역사박물관, 독립운동가 오세창과 박종화 가문의 소장본 등 5점이다. 아울러 시는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백용성 스님의 ‘조선글화엄경’과 ‘조선어늠엄경’, 성북구 흥천사가 소장한 ‘감로도’ 등도 함께 등록문화재 등록을 신청했다. 백용성 스님은 한문 불경을 우리말로 번역해 불교를 대중화하고 민족의 독립 역량을 결집하고자 했다. 두 자료에선 당시 한글의 변화 과정도 엿볼 수 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이재정 “단원고 기억교실 재학생에게 돌려줘야”

    이재정 “단원고 기억교실 재학생에게 돌려줘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17일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이 사용하던 안산 단원고 ‘기억교실’ 존치 문제와 관련해 “교실은 추모공간이 아니며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이날 경기도교육청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추모공간은 별도 방안(4·16민주시민교육원)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교실은 재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 역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모든 책임은 학교와 교장에게 있고 주변에서 이를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재학생 학부모들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저지를 두고는 “학교교육을 비정상적으로 끌고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 교육감은 “학생을 마음으로 보듬는 ‘회복적 교육’을 추진하겠다”며 “법원, 검찰, 경찰 등 관련 기관장과 만나 학생 안전과 보호를 위한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하고 실무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논란이 된 ‘빗자루 폭행’ 사건을 예로 들며 학생 사안 발생 때 처벌이나 사법조치 전에 교육청이나 교육전문가가 교육적 관점에서 개입해 일상 복귀를 돕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과 관련한 감사원 감사에 대해서는 “지난해 90일간(교육부 14일, 감사원 76일) 재정감사를 받았다”며 “헌법과 교육기본법이 보장한 교육의 자주성과 중립성을 침해하고 새 학기 교육현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정치적 중복감사”라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지난 15일부터 2주 일정으로 예비감사를 진행 중이다. 이어 “누리과정 예산을 추가로 받은 적이 없는데 정부와 여당대표가 사실과 다른 잘못된 주장을 한다. 전국 교육청이 빚더미에 앉았고 경기도는 그 중 가장 심각해 교육재정 파탄이 이미 시작됐다”며 국고 지원을 거듭 촉구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저임금·조울증의 그늘도… 일상의 불안 비추는 빛 되다

    저임금·조울증의 그늘도… 일상의 불안 비추는 빛 되다

    비정규직 10여개 거치며 글감 모아…평범한 사람의 기이한 강박이 서사의 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나에게 이상하게 보인다. 나는 내가 세상에서 본 그 이상한 모습들을 원고지에 담는다.” 소설가 최정화(37)가 첫 소설집 ‘지극히 내성적인’(창비)에 밝힌 말이다. 작가의 말대로 그의 소설에서 서사를 이끄는 동력은 기이할 정도로 집요한 강박이나 불안, 열등감, 피해의식 등에 사로잡힌 인물들이다. 가사 도우미 면접을 보러 온 여자에게 안주인 자리를 뺏길까 불안해하는 주부(구두), 가정에서 돈 버는 도구로 전락한 가장(팜비치), 경제적으로도 인간관계에서도 무능해진 60대 남자(대머리) 등 인물들은 연령도, 처지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들의 심리 세부까지 촉수를 드리워 능숙하게 간파해낸다. 이를 통해 일상에 매복해 있다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는 불안의 틈새를 한껏 부풀려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제가 대학원을 다니다가 우울증이 와서 그만두고 서른살 때 조울증을 앓았기 때문에 심리가 불안한 사람들에게 관심이 가고 이해도 잘 가요. 자연스럽게 정신분석학에도 관심을 갖게 됐죠. 등단하기 전 십여 가지가 넘는 직업을 거친 것도 글 쓰는 데 도움이 됐어요.” 대학 졸업 후 2012년 창비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하기 전까지 그는 짧으면 1개월, 길면 2년짜리 비정규직을 전전했다. 편의점 캐셔, 테마파크 안내원, 백화점 판매 아르바이트, 레스토랑 서버, 잡지사 경리 등 갖가지 업종에서 세상을 관찰하며 글감을 모았다. “글 쓰는 에너지를 뺏길까 봐 일부러 단기, 저임금의 비정규직를 선택했어요. 일로 글을 쓰면 집에 와서 글을 안 쓸 것 같아 일부러 글쓰기와 관련 없는 일을 찾아 했죠. 하지만 소설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흔들려 본 적이 없어요. 작품 당선 소식을 듣기 전 마지막 직업인 잡지사 경리로 일할 때는 매일 5시간 가까이 출퇴근을 하면서도 잠자기 전 한 시간은 매일 A4지 한 장은 쓰고 잤어요.” 이번 책은 2012년 등단작 ‘팜비치’부터 지난해까지 여러 계간에 발표한 단편 10편을 묶었다. 이 가운데 절반은 등단 전 써놓았던 것이다. 데뷔 전 이미 50편의 습작으로 내공을 쌓은 그는 노련한 화법으로 인간 사회의 갑을관계를 전복시키며 묘한 쾌감을 안긴다. 외모와 재력, 능력 등 모든 것이 완벽한 남편을 떠받들던 부인이 사고로 틀니를 하게 된 남편을 싸늘하게 무시하는가 하면(틀니), 남자에게 돈을 받으며 부인 역할로 고용된 50대 여자는 거짓말을 거듭하면서 자존감을 드높인다(홍로). 평온하던 일상에 금을 내는 불안의 기미를 포착하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 균형감도 유지한다. 그는 “재미있는 글을 쓰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지만 요즘 한국사회에 문제가 너무 많아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있다”고 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에 영감을 받은 장편 ‘도트’를 현재 집필 중인 이유다. 작가는 격월간 악스트에 연재 중인 이 작품을 올해 안에 출간할 계획이다. 전업 소설가가 됐지만 취미인 카포에라(브라질 무예) 한 달 수업비 9만원을 못 낼 정도로 생활은 녹록지 않다. “지금은 알바를 안 하고 글만 쓸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작가는 “내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동안 잠시 현실을 떠났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무언가 달라진 점이 있길 바란다”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공무상 재해 불인정, “학생들 때문에 화나 혈관 질환” 교사 패소…이유는?

    공무상 재해 불인정, “학생들 때문에 화나 혈관 질환” 교사 패소…이유는?

    공무상 재해 불인정, “학생들 때문에 화나 혈관 질환” 교사 패소…이유는?공무상 재해 불인정 뇌혈관 질환을 진단받은 교사가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에서 패소했다.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이규훈 판사는 교사 A씨가 “공무상 요양을 승인해 달라”면서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중학교 교사인 A씨는 지난 2013년 11월 수업시간에 TV모니터를 이용해 수업하던 중 모니터가 갑자기 꺼지자 학생의 장난으로 생각해 훈육하다 학생들의 반항으로 화를 많이 냈다. 이날 저녁 다른 교사들과 저녁식사를 한 뒤 길을 걷다 갑자기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났다. 그는 병원에서 뇌혈관 질환으로 진단받고 공무상 요양승인 신청을 했다.그러나 공무원연금공단은 A씨의 병이 직무수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체질적 요인과 공무 외적인 요인이 결합한 결과라는 의학적 소견을 들어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A씨가 소송을 냈지만 법원 역시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사는 “원고의 기본 근무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였고 전월 초과근무 내역도 3시간에 불과하며 발병 직전 5일간 연장근로를 했다는 자료도 없다”면서 “수업시간에 화를 내며 지도를 했더라도 질병의 발생·악화를 불러올 수준의 스트레스로 작용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무상 재해 불인정, “학생들 때문에 뇌혈관 발병” 교사 패소…근거는?

    공무상 재해 불인정, “학생들 때문에 뇌혈관 발병” 교사 패소…근거는?

    공무상 재해 불인정, “학생들 때문에 뇌혈관 발병” 교사 패소…근거는? 공무상 재해 불인정 뇌혈관 질환을 진단받은 교사가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에서 패소했다.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이규훈 판사는 교사 A씨가 “공무상 요양을 승인해 달라”면서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중학교 교사인 A씨는 지난 2013년 11월 수업시간에 TV모니터를 이용해 수업하던 중 모니터가 갑자기 꺼지자 학생의 장난으로 생각해 훈육하다 학생들의 반항으로 화를 많이 냈다. 이날 저녁 다른 교사들과 저녁식사를 한 뒤 길을 걷다 갑자기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났다. 그는 병원에서 뇌혈관 질환으로 진단받고 공무상 요양승인 신청을 했다.그러나 공무원연금공단은 A씨의 병이 직무수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체질적 요인과 공무 외적인 요인이 결합한 결과라는 의학적 소견을 들어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A씨가 소송을 냈지만 법원 역시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사는 “원고의 기본 근무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였고 전월 초과근무 내역도 3시간에 불과하며 발병 직전 5일간 연장근로를 했다는 자료도 없다”면서 “수업시간에 화를 내며 지도를 했더라도 질병의 발생·악화를 불러올 수준의 스트레스로 작용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법 ‘업무상 스트레스 자살’ 잇따라 산재 인정

    ‘학폭’ 업무 맡았던 중학교 교사… 모욕적 언사 못 이긴 리조트 직원 최근 법원이 직장인 자살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법원의 판단 초점이 우울증 치료 여부 등 개인의 문제에서 업무 스트레스와의 인과관계로 바뀌고 있어 앞으로 ‘업무상 재해에 따른 자살’이라는 판정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12년 9월 경기도의 한 중학교 수학교사 현모(당시 47세)씨는 학교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초부터 학생생활인권부장을 맡아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했던 그는 교내 집단·상습 폭행 사건을 처리하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학부모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가해 학생 6명이 강제로 전학을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우울증 치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현씨 사망과 업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자 유족들은 보상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감수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에 따른 우울증에 기인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하지만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업무상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유발해 자살에 이른 것으로 판단할 여지가 충분해 업무와 자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학폭위 결정 직후 현씨가 목숨을 끊었고, 그것 외에는 다른 자살 동기가 없었다는 점 등이 주요 근거였다. 2010년 8월 직장 상사의 모욕적인 언사로 자살한 경북의 한 리조트 직원 이모(당시 39세)씨에 대해서도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원심과 달리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원심은 내성적인 성격이나 지나친 책임의식 등이 자살의 원인일 수 있다고 봤던 반면 대법원은 “자살과 업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직장인 자살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판단하는 선고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공무상 재해 불인정, “학생들 때문에 화나서 뇌혈관 발병” 교사 패소…근거는?

    공무상 재해 불인정, “학생들 때문에 화나서 뇌혈관 발병” 교사 패소…근거는?

    공무상 재해 불인정, “학생들 때문에 화나서 뇌혈관 발병” 교사 패소…근거는?공무상 재해 불인정 뇌혈관 질환을 진단받은 교사가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에서 패소했다.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이규훈 판사는 교사 A씨가 “공무상 요양을 승인해 달라”면서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중학교 교사인 A씨는 지난 2013년 11월 수업시간에 TV모니터를 이용해 수업하던 중 모니터가 갑자기 꺼지자 학생의 장난으로 생각해 훈육하다 학생들의 반항으로 화를 많이 냈다. 이날 저녁 다른 교사들과 저녁식사를 한 뒤 길을 걷다 갑자기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났다. 그는 병원에서 뇌혈관 질환으로 진단받고 공무상 요양승인 신청을 했다.그러나 공무원연금공단은 A씨의 병이 직무수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체질적 요인과 공무 외적인 요인이 결합한 결과라는 의학적 소견을 들어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A씨가 소송을 냈지만 법원 역시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사는 “원고의 기본 근무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였고 전월 초과근무 내역도 3시간에 불과하며 발병 직전 5일간 연장근로를 했다는 자료도 없다”면서 “수업시간에 화를 내며 지도를 했더라도 질병의 발생·악화를 불러올 수준의 스트레스로 작용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무상 재해 불인정, “학생들 때문에 화나서 뇌혈관 발병” 교사 패소…왜?

    공무상 재해 불인정, “학생들 때문에 화나서 뇌혈관 발병” 교사 패소…왜?

    공무상 재해 불인정, “학생들 때문에 화나서 뇌혈관 발병” 교사 패소…왜?공무상 재해 불인정 뇌혈관 질환을 진단받은 교사가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에서 패소했다.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이규훈 판사는 교사 A씨가 “공무상 요양을 승인해 달라”면서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중학교 교사인 A씨는 지난 2013년 11월 수업시간에 TV모니터를 이용해 수업하던 중 모니터가 갑자기 꺼지자 학생의 장난으로 생각해 훈육하다 학생들의 반항으로 화를 많이 냈다. 이날 저녁 다른 교사들과 저녁식사를 한 뒤 길을 걷다 갑자기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났다. 그는 병원에서 뇌혈관 질환으로 진단받고 공무상 요양승인 신청을 했다.그러나 공무원연금공단은 A씨의 병이 직무수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체질적 요인과 공무 외적인 요인이 결합한 결과라는 의학적 소견을 들어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A씨가 소송을 냈지만 법원 역시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사는 “원고의 기본 근무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였고 전월 초과근무 내역도 3시간에 불과하며 발병 직전 5일간 연장근로를 했다는 자료도 없다”면서 “수업시간에 화를 내며 지도를 했더라도 질병의 발생·악화를 불러올 수준의 스트레스로 작용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무상 재해 불인정, “학생들 때문에 화나 뇌혈관 발병” 교사 패소…이유는?

    공무상 재해 불인정, “학생들 때문에 화나 뇌혈관 발병” 교사 패소…이유는?

    공무상 재해 불인정, “학생들 때문에 화나 뇌혈관 발병” 교사 패소…이유는? 공무상 재해 불인정 뇌혈관 질환을 진단받은 교사가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에서 패소했다.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이규훈 판사는 교사 A씨가 “공무상 요양을 승인해 달라”면서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중학교 교사인 A씨는 지난 2013년 11월 수업시간에 TV모니터를 이용해 수업하던 중 모니터가 갑자기 꺼지자 학생의 장난으로 생각해 훈육하다 학생들의 반항으로 화를 많이 냈다. 이날 저녁 다른 교사들과 저녁식사를 한 뒤 길을 걷다 갑자기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났다. 그는 병원에서 뇌혈관 질환으로 진단받고 공무상 요양승인 신청을 했다.그러나 공무원연금공단은 A씨의 병이 직무수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체질적 요인과 공무 외적인 요인이 결합한 결과라는 의학적 소견을 들어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A씨가 소송을 냈지만 법원 역시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사는 “원고의 기본 근무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였고 전월 초과근무 내역도 3시간에 불과하며 발병 직전 5일간 연장근로를 했다는 자료도 없다”면서 “수업시간에 화를 내며 지도를 했더라도 질병의 발생·악화를 불러올 수준의 스트레스로 작용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무상 재해 불인정, “학생들 때문에 뇌혈관 발병” 교사 패소한 이유는?

    공무상 재해 불인정, “학생들 때문에 뇌혈관 발병” 교사 패소한 이유는?

    공무상 재해 불인정, “학생들 때문에 뇌혈관 발병” 교사 패소한 이유는? 공무상 재해 불인정 뇌혈관 질환을 진단받은 교사가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에서 패소했다.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이규훈 판사는 교사 A씨가 “공무상 요양을 승인해 달라”면서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중학교 교사인 A씨는 지난 2013년 11월 수업시간에 TV모니터를 이용해 수업하던 중 모니터가 갑자기 꺼지자 학생의 장난으로 생각해 훈육하다 학생들의 반항으로 화를 많이 냈다. 이날 저녁 다른 교사들과 저녁식사를 한 뒤 길을 걷다 갑자기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났다. 그는 병원에서 뇌혈관 질환으로 진단받고 공무상 요양승인 신청을 했다.그러나 공무원연금공단은 A씨의 병이 직무수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체질적 요인과 공무 외적인 요인이 결합한 결과라는 의학적 소견을 들어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A씨가 소송을 냈지만 법원 역시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사는 “원고의 기본 근무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였고 전월 초과근무 내역도 3시간에 불과하며 발병 직전 5일간 연장근로를 했다는 자료도 없다”면서 “수업시간에 화를 내며 지도를 했더라도 질병의 발생·악화를 불러올 수준의 스트레스로 작용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법원, ‘업무 변경 후 스트레스로 자살’ 업무상 재해 인정

     담당 업무가 바뀐 뒤 상사와 마찰을 겪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40대 남성에 대해 대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14일 이모(43·여)씨가 남편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의 남편 A씨는 갑작스러운 담당 사무의 변경, 변경된 사무로 인한 자존심 손상, 심한 모욕감과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건 등에 직면해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급격히 우울증세 등이 유발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우울증세 등이 발현, 악화돼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빠지게 됐고 그런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해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1995년부터 경주시의 한 리조트 관리부서에서 오랜 기간 관리업무를 수행했다. 능력을 인정받아 2009년 총무과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가 다른 회사로 인수되는 과정에서 A씨의 보직은 변경됐다. 이후 A씨는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대리 밑에서 책상도 없이 일했다. 객실 전화기에 부착된 스티커 제거 등 허드렛일이 그의 업무였다. 그 과정에서 상사인 부총지배인과 마찰이 이어졌다.  급기야 2010년 8월 A씨는 고객 대응 업무 지원을 나갔다가 회원으로부터 심한 욕설을 들은 뒤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유서에는 “2년 전부터 회사가 너무 힘들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이씨는 남편이 사망한 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거부했고 이씨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A씨가 담당하고 있던 업무의 내용이나 업무시간이 A씨와 비슷한 경력을 가지고 동종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통상적인 업무 내용 및 시간보다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바보’가 남기고 간 숙제 “여러분도 사랑하세요”

    ‘바보’가 남기고 간 숙제 “여러분도 사랑하세요”

    일기·강론·편지 등 모아 자취 좇아 불평등한 현 사회가 가야할 길 제시 아, 김수환 추기경 1·2/이충렬 지음/김영사/1권 568쪽, 2권 564쪽/각 권 1만 6500원 2009년 2월 16일, 김수환 추기경의 병세는 폐렴 증세로 급격히 악화됐다. 문병 온 정진석 추기경과 염수정 주교, 명동성당 주임신부 박신언 몬시뇰 등에게 “나는 너무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여러분들도 사랑하세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오후 6시 12분, 명동성당 종탑에서는 열 번의 조종이 울렸다. 그의 나이 87세였다. 세례명은 스테파노. 다음날, 두 명의 시각장애인이 각막이식수술을 받고 눈에서 붕대를 풀었다. 조심스럽게 눈을 뜨자 빛이 보였다. 그가 세상에 남기고 간 ‘사랑’이었다. (2권 529~530쪽) 오는 16일은 김 추기경의 선종 7주기다. 기일에 맞춰 세상에 나온 전기 ‘아, 김수환 추기경’은 1권 ‘신을 향하여’와 2권 ‘인간을 향하여’로 나눠 초고 원고만 8000여장, 전권 1132쪽의 장서로 김 추기경의 삶을 가감 없이 그렸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공인한 첫 전기이기도 하다. ‘간송 전형필’ 등의 전기 작가로 유명한 저자는 김 추기경의 개인 일기와 미사 강론, 강연, 언론 인터뷰, 편지, 그리고 그와 함께했던 선후배 신부들과 남다른 인연을 가졌던 이들까지 모두 찾아내 김 추기경의 자취와 삶을 좇았다. 특히 수록된 360여장의 사진 중에서 100여장이 처음 공개될 정도로 김 추기경의 삶의 궤적을 묵직하고도 새롭게 재조명했다. 김 추기경은 30세에 대구 계산동에서 사제로 서품됐고, 1969년 전 세계 추기경 134명 중 최연소인 47세에 추기경이 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친구이자 한국 민주화 운동의 버팀목이었다. 그러한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몇 장면을 소개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성탄 미사 생중계 중지 명령 1970년대 명동성당은 민주화 운동의 성지였다. 김 추기경은 1971년 성탄 자정미사 강론을 통해 “우리나라는 독재 아니면 폭력 혁명이라는 양자택일의 기막힌 운명에 직면할지도 모른다”며 박정희 정권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사전 배포된 원고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청와대에서 생중계되던 성탄 미사를 지켜보던 박 대통령은 즉각 방송 중단을 지시했다. ●“하느님이 두렵지 않느냐” 1987년 1월 14일 서울대생 박종철이 고문으로 사망하자 김 추기경은 같은 달 26일 추모 미사 강론에서 “이 정권에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느냐’고 묻고 싶다”며 “박종철은 어디 있느냐”고 꾸짖었다. 앞서 1980년 12·12 사태 후 예방한 전두환 장군에게 김 추기경은 “전 소장 쪽이 총을 뽑았기 때문에 군대의 실권을 잡은 것 아니오”라고 일갈했다. 나는 새도 떨어트릴 권력자의 표정이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스테파노를 불쌍히 여겨주소서” 김 추기경은 평생을 주님께 나아갈 때 부끄럽지 않은 영혼이 되고 싶다고 기도하고 갈구했다. 감당할 수 있는 육체의 고통을 달라고도 했다. 김 추기경은 자화상 ‘바보야’ 전시회에서 “안다고 나대고 어딜 가서 대접받길 바라는 게 바보지. 그러고 보면 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 것 같다”고 고백하는 등 늘 스스로를 낮췄다. 왜 김 추기경에 대한 전기를 이 시점에서 세상에 선보이는 것일까. 저자는 머리글에서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부의 불균형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김 추기경이 생전에 보여준 삶과 정신 그리고 그가 추구했던 가치관에서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과 방법 하나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집필 이유를 밝혔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화상경마장 건물에 가족놀이시설 막을 이유없어”

     한국마사회가 서울 용산 장외발매소 건물에 추진하는 청소년 출입 가능 시설을 구청이 설치 못하도록 할 이유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이승택 부장판사)는 한국마사회가 용산구청장을 상대로 “‘가족형 놀이 여가시설’ 설치를 위한 용도변경을 불허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마사회의 건물 용도변경 신청 자체만을 놓고 보면 청소년 및 어린이를 주 대상으로 하지 않는 용도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므로 이것만으로 청소년과 어린이에게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보기 부족하다”며 “원고가 설치하려는 복합문화공간이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시설이라도 구청은 허가 조건을 부과하거나 장외발매소가 설치된 구역을 청소년 통행금지·제한구역 등으로 지정해 악영향을 방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장외발매소는 이미 주거단지와 학교에서 상당히 가까워 청소년과 어린이의 접근이 자유로운 곳에 있는데,이 건물에 복합문화공간이 설치된다고 해서 청소년과 어린이의 접근성이 더 높아진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건축허가권자는 건축허가신청이 관계 법규에서 정하는 제한에 배치되지 않는 이상 당연히 허가해야 하고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없는데도 허가를 거부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이 건물 용도변경 자체를 금지할 공익적 필요가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한국마사회는 2014년 2월부터 용산구 청파로 52 건물의 13,14,15층에 장외발매소를 운영하다 지난해 6월 이 건물의 1∼7층에 ‘복합문화공간’을 설치하겠다며 용산구에 건물의 대수선과 용도변경을 신청했다. 이에 용산구는 청소년유해업소인 마권장외발매소를 주 용도로 사용 중인 이 건물에 청소년도 출입 가능한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골프장 코스 설계도 저작권 인정…법원 “설계도 베낀 업체 5억 배상”

    설계도를 베껴 코스를 증설한 골프장에 대해 설계업체에 5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골프장 코스의 저작권을 인정한 결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 이태수)는 골프장 설계업체인 J사가 골프장을 운영하는 N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N사는 남쪽 9홀, 북쪽 9홀 등 총 18홀 규모로 운영하다 동쪽 5홀, 서쪽 4홀 등 9홀을 증설키로 하고 2009년 J사에 설계를 의뢰했다. J사는 북쪽 홀을 좌우로 갈라 왼쪽은 새로운 서쪽 홀과, 오른쪽은 새로운 동쪽 홀과 연결되는 설계도를 제출했다. 그러나 골프장은 J사의 설계도를 채택하지 않았고 2014년 공사를 마쳤다. 그러나 증설된 코스가 당초 J사가 제안했던 것과 비슷했다. J사는 “우리 설계도를 무단 도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N사는 “골프장 설계도는 저작권법상 저작물이 아니다”라며 맞섰다. 재판부는 “J사의 설계도는 골프장의 형상과 크기 등을 감안해 새로운 9개 홀을 배치, 연결하고 코스를 구성한 것”이라며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므로 저작권이 있다”고 밝혔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혈세 수백억 쓰고 10년간 연구 실패…법원 “출연금 반납하라”

    10년간 326억여원의 정부출연금을 쓰고도 연구·개발 목표를 한 건도 달성하지 못한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법원이 출연금의 일부를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출연금이 국민들이 낸 세금에 나온 나랏돈인 만큼 대학이 연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조한창)는 11일 해양수산부의 연구·개발 사업을 수행한 서울대 산학협력단 단장 박모 교수가 해수부를 상대로 정부출연금 환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산학협력단의 ‘해양천연물 신약 연구·개발 사업’은 10년 동안 기술 이전이 단 1건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거액의 정부출연금을 사용하고도 연구·개발이 실패로 끝났을 때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적정한 수행과 정부출연금의 엄정한 집행을 위해 연구·개발 참여 단체와 책임자를 제재할 공익상 필요가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2004년 해수부로부터 신약 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사업 목표로 ‘현대인의 3대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신약 후보 물질 및 신기술 개발, 2013년까지 8건 이상 기술 이전’이 제시됐다. 사업 평가를 맡은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은 2011년 중간평가에서 ‘데이터 누락’ 등을 이유로 해당 사업을 심층평가 대상으로 분류했다. 심층평가에서도 낙제점인 60.7점(100점 만점)에 그치자 진흥원은 연구 목표를 ‘2개 이상 기술 이전’으로 낮췄고 마지막 연도 연구 개발비를 20억 8900만원으로 정해 협약을 다시 체결했다. 하지만 산학협력단은 사업 종료 뒤 ‘실패’에 해당하는 57.7점의 평점을 받았다. 결국 10년간 투입된 326억 8000여만원의 출연금을 허공에 날린 셈이 됐다. 해수부는 최종 연도 출연금의 70%인 14억 6000만원을 돌려받도록 하고 연구 책임자인 강모 교수에게 ‘참여 제한 2년’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진흥원이 연구 체계 개선 등을 요청했지만 산학협력단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전체 출연비의 4.5% 정도를 환수한 처분은 지나치지 않다”고 밝혔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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