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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고자 구조 못한 죄책감에 목숨 끊은 소방관…법원 “순직 인정”

    사고자 구조 못한 죄책감에 목숨 끊은 소방관…법원 “순직 인정”

    매몰사고 현장에서 사고자를 구조하지 못한 이후 수면장애를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관에 대해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함상훈)는 순직유족보상금을 줄 수 없다고 결정한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고인의 유족이 낸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뉴스1이 5일 보도했다. 고인은 지난 2015년 11월 승합차가 토사에 매몰된 사고 현장에 출동했다. 고인은 탑승자 6명 중 5명은 구조했지만 1명은 구조하지 못했다. 구조되지 못한 탑승자는 결국 질식사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에 고인은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유족은 고인이 공무상 재해로 사망했다며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유족보상금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지급을 거부했다. 사망과 공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공무원급여재심위원회에서도 청구가 기각되자 유족은 결국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재판부에 “소방관 실태조사에서 불면증이나 자살 충동을 느끼는 비중이 높게 나타난 것이 이를(고인의 사망이 공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면서 “고인도 실제 업무 부담 등을 호소해 병원에서 수면장애 진단을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5년 발표된 ‘소방공무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소방공무원 7625명 중 7.2%가 ‘지난 12개월 사이에 자살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다’고 답했다. 이는 일반 노동자 집단(전일제 노동자)에서 관찰된 1.7%보다 4배가 넘는 수준이다. 재판부는 “토사 매몰 현장은 장비 부족과 작업시간, 체력 부담으로 소방관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작업”이라면서 “당시 현장은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공무원연금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판단은 대법원 판례와 맥을 함께 한다. 2015년 대법원은 공무원이 자살로 사망한 경우에 “공무로 인해 질병이 발생하거나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나 행위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됐다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 지하 4m에 34만 5000V 특고압선공사 강행땐 초중고교생 등교거부 투쟁 불사하겠다”

    “ 지하 4m에 34만 5000V 특고압선공사 강행땐 초중고교생 등교거부 투쟁 불사하겠다”

    “겨우 지하 4m에 34만 5000V 특초고압선 공사를 밀어붙이면 초·중·고교생 등교 거부 투쟁에 나서겠습니다.” 한국전력 경인건설사업본부가 시행 중인 경기 부천시 상동지구 초고압선 매설공사로 전파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지역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기존 매설했다는 전력구도 비대위에서 실측한 결과 지하 8m가 아닌 지하 4m에 불과했다. 5일 특고압결사반대학부모연대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 따르면 현재 한전은 광명시 영서변전소에서 인천 부평구 신부평변전소까지 총 24㎞ 구간에 34만 5000V의 초고압 송전선로 매설공사를 진행 중이다. 내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문제는 타 구간은 ‘전력구’를 지하 30∼50m 깊이에 뚫는 데 비해 부천 상동~부평구 삼산동 2.5㎞ 구간만 지하 4m짜리 공사로 진행한다는 데 있다. 부천내 총공사구간은 역곡동 유한대학교~상동아인스월드까지다. 이 중 유한대~약대동 두산트레지움아파트 삼거리 구간은 지하 40m로 공사가 완료됐다. 이어 트레지움아파트삼거리~부천체육관옆 구간은 지하 30m로 공사예정이었으나 주민집단민원으로 부천시가 불허해 공사가 중단됐다. 이 구간공사는 1번수직구까지 가는 터널공사로 마지막 단계로 중요하다. 850m거리로 이 터널이 완성되면 다음단계인 상동구간은 케이블만 연결하면 부천공사가 마무리된다. 나머지 중원고교사거리~ 삼산지구 2.5㎞ 구간은 아직 승인도 안돼 있는 상태다. 상동지구 대림아파트 주민 김선화씨는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가 끝나면 집으로 가는데 사실상 온종일 계속 특고압 상태서 살아가야 한다. 지하에 15만 4000V짜리가 매설된 것도 몰랐었는데 이번에는 두 배가 넘는 34만 5000V짜리 특고압을 지하 4m에 또 연결한다니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한전측은 이 구간 지하 8m(실측 4m) 깊이에 기존의 전력구가 뚫려 있어 추가로 만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지하30m 이상 터널공사시 550억원이 더 들고 공사 기간도 2∼3년 길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초 부천 상동 상인초등학교 정문앞 도로 부근에서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한전 0.1mG, 부천시 3.8mG, MBC는 10.2mG로 보고됐다. 한전은 허리부분에서, 부천시와 MBC는 땅바닥에서 측정한 수치다. 전자파는 몸의 혈관을 통해서 순환되니 발이 닿는 땅바닥에서 재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교수는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스웨덴이나 덴마크는 어린이 안전기준을 3~4mG로 관리하고 있다. 한전의 833mG기준은 어린이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안전상 매우 불확실성이 크다”며, “인근지역으로 우회매설하거나 좀더 깊이 매설해야 안전을 담보할 수 있으니 이점을 염두에 두고 매설공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전은 상인초교~영선초교 구간만 기설 전력구를 재활용해 34만 5000V의 특고압을 추가로 매립할 계획이다. 이 구간에는 아파트와 주택 밀집 지역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교가 밀집해 있다. 초·중·고교 14곳에 학생수만 1만명이 넘는다. 인근아파트 9300가구에는 주민 7만여명이 살고 있다. 인근 대우푸르지오아파트 주민 이수진씨는 “학교와 아파트가 대량 밀집해 있는 2.5km 구간만을 지하 4m에 34만 5000V로 추가 매설한다는 게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부천내 동일공사 구간에서 이뤄지는 공사조차도 전력구 공사 깊이에 있어서 형평성에 맞지 않는 공사”라며 “지역특성상 구간별 깊이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나 1만명이 넘는 아이들의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는지 한전 태도에 너무 화가 난다”고 분노했다. 현재 한전측은 부천체육관옆 구간 공사에 부천시가 굴착작업 허가를 불허하자 지난 7월 시를 상대로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부천시와 행정·법률적으로 모든 절차를 거쳐 진행을 해왔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부천시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구간별로 시가 공사허가를 내주는데 불거진 문제에 대해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비대위는 지하 4m매설은 결코 수용할 수가 없으므로 주민들의 안전에 피해가 없는 지역으로 우회건설하든지, 아니면 당초 계획대로 지하 50m 전력구 공사로 추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주성 비대위원장은 “만약 행정심판소송에서 부천시가 패소하면 즉시 한전을 상대로 공사중지가처분을 검토하겠다”며, “한전이 공사강행 땐 전자파 우려가 있는 상동지구일대 학교 학생 모두가 참여하는 등교거부투쟁을 벌이고 노동계와 연대투쟁을 확대하겠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장자·반야심경과 떠난 8400㎞

    [그 책속 이미지] 장자·반야심경과 떠난 8400㎞

    자전거와 반야심경과 장자/유시범 지음/책과나무/336쪽/1만 6000원고등학교에서 물리를 가르치던 교사는 퇴직 후 훌쩍 여행을 떠났다. 10년 전부터 자신을 짓누르던 ‘정신과 육체와 관계의 군더더기가 주렁주렁 달리는 느낌’을 떨쳐버리기 위해서였다. 수채화 물감과 팔레트, 붓 한 자루, 스케치북을 챙겨들고 자전거에 오른다. 자신의 길잡이인 ‘반야심경’과 ‘장자’도 함께 넣었다. 그리고 서울에서 동해로, 동해에서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를 지나 중국 훈춘으로, 바이칼호수를 거쳐 몽골, 시베리아 횡단, 유럽의 끝 포르투갈 호카곶까지 218일 동안 모두 8400㎞를 달렸다.책에는 여행 중 빼곡히 적은 메모와 사진, 그리고 수채화 물감으로 그린 그림과 글이 담겼다. 러시아와 에스토니아 간 영토분쟁 현장인 이반고로드를 직접 보고, 저자는 ‘촉’과 ‘만’이 보름 동안 싸웠지만 결국엔 달팽이 뿔 위였다는 장자의 ‘칙양’ 이야기를 떠올리기도 한다. 시작점과 끝점만 정하고 일정을 따로 잡지 않은 채 내달린 여행기는 저돌적이면서 인간적이고, 철학적이다. 자연이 주는 경외감, 크고 작은 곤경에 기꺼이 손 내민 현지 사람들, 정신과 육체와 관계의 군더더기는 아마 여행 중 후드득 떨어져 나가지 않았을까.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조선을 사랑한 英언론인 베델의 히스토리] 日 사업 실패·소송, 형제들 불화 얽힌 베델… 한국행 배에 오르다

    [조선을 사랑한 英언론인 베델의 히스토리] 日 사업 실패·소송, 형제들 불화 얽힌 베델… 한국행 배에 오르다

    일본에서 무역 일을 하던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한국명 배설)은 한동안 성공 가도를 달리는 듯했으나 오래지 않아 악재가 겹쳐 어려움을 겪었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일본 업체들의 담합·소송에 휘말리고 형제들과도 관계가 나빠져 결국 일본 사업을 포기했다.●9개나 되는 공장 차렸다가 못 버티고 폐업 1888년 고베에 와 아버지와 이모부 밑에서 무역 일을 배운 베델은 1899년 ‘베델 브러더스’를 세워 독자 사업에 나섰다. 일본의 골동품을 영국에 내다파는 중개업에 자신감이 붙은 베델은 한발 더 나아가 일본에서 직접 물건을 만들어 영국에 수출하기로 마음먹었다. ‘베델 브러더스’가 생산하기로 한 첫 제품은 바로 러그였다. 러그는 바닥깔개나 무릎덮개 용도로 쓰는 직물제품을 말한다. 베델은 형제들과 1901년 7월 오사카 남부 사카이 지역에 소규모 러그 제조 공장 9개를 차렸다. 당시 사카이에는 일본인들이 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러그 공장이 많았다. 한때 이곳은 지역 주민의 70%가 러그 생산에 매달릴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베델 브러더스’는 이런 사카이에 공장을 차린 첫 외국인 업체였다. 이들이 만든 러그는 품질도 꽤 좋았던 것 같다. 영자지 ‘재팬 크로니클’은 기자가 사카이 공장을 직접 방문하고 쓴 르포 기사에서 “베델의 러그는 터키에서 생산된 최고급 제품과 차이가 없다”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조업을 처음 해 보는 베델이 한꺼번에 9개나 되는 공장을 무리하게 운영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일본에서는 1899년 외국인에 대한 치외법권이 마무리돼 이들에 대한 소송이 급증했는데 ‘베델 브러더스’도 예외가 아니었다. 품질 좋은 러그를 만들기 위해 주변 공장에서 일하던 일꾼들을 대거 스카우트한 것이 일본업체들을 자극했다. 공장을 9개나 돌리다 보니 경쟁회사에서 데려 온 장인의 수도 상당했을 것이다. 이 지역 카르텔은 ‘베델 브러더스’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영업을 방해했다. 결국 베델 형제들은 이들의 보이콧을 버티지 못하고 얼마 안 가 러그 사업을 접었다.●3억원대 러그 납품 분쟁… 日반감도 커져 베델은 이 시기 최소 3건의 소송에 휘말렸다. 사업과 관련된 것으로는 ‘수세미 사건’과 ‘러그 사건’이 대표적이다. ‘수세미 사건’은 주방용품이나 목욕용품으로 쓰는 수세미의 납품을 둘러싼 분쟁이었다. 1902년 2월 고베 상인 나리타 세이사부로는 “‘베델 브러더스’가 수세미 3만 6942개를 주문했지만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며 1567.31엔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905년 7월까지 3년 반 동안 재판이 이어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만 결론은 알려지지 않았다. ‘러그 사건’은 러그 납품 대금 관련 소송이었다. 베델이 조선에 온 뒤인 1904년 10월 러그 상인 도이 젠노스케는 베델을 상대로 대금 5026.73엔과 6%의 이자를 별도로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미국 뉴욕·샌프란시스코에서 거래된 엔화의 평균가를 고려하면 5026.73엔은 지금 가치로 27만 4870달러(약 3억 700만원)에 해당하는 거액이었다. 베델은 이 시기 조선에서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데일리뉴스(KDN)를 창간해 활동하고 있었다. 원고(도이)와 피고(베델)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자 손해배상 청구가 자연스레 기각돼 사건이 마무리되는 듯 했지만, 도이가 이듬해 2월 베델을 상대로 또 한 번 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도 처음보다 11% 늘어난 5795.73엔으로 책정했다. 고베 지역 영자지 ‘고베 크로니클’은 이 사건의 첫 공판이 있었던 1904년 10월부터 1905년 2월까지 네 차례의 공판을 기사로 다뤘다. 이 역시도 재판 결과는 기록이 없다. 사업과 관련한 두 가지 분쟁 사이에 작은 소송 하나가 더 있었다. 1903년 초 고베에 살던 히로시마 수마라는 여성이 “1902년 베델의 부인 메리 모드 게일(1873~1965)과 아들 허버트 오언 친키 베델(1901~1964)이 영국에 갔을 때 이들을 수행하고 96.91엔을 받기로 했지만 실제 대가는 40엔이 전부였다”며 재판을 걸었다. 비록 수세미나 러그 대금처럼 큰돈은 아니었지만 베델 입장에서는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이렇다할 합의 노력 없이 소송부터 하고 보는 일부 일본인들의 행태에 상당히 실망했던 것 같다. 영국 런던에서 만난 베델의 손자 토머스 오언 베델(59)은 “할아버지(베델)가 자신과 아무 이해관계도 없는 한국을 돕기 위해 나선 이유 가운데 하나로 일본인들의 줄소송으로 인한 반일 감정 때문이 아니었나 추측한다”고 전했다.●日사업하던 형제들 항일 신문 만든 베델 내쳐 베델은 매사 솔직하고 직설적이었다. 베델의 후손들은 그가 성질이 급한 사람이었다고 전한다. 1901년 8월 베델은 고베의 인력거꾼들과 요금을 놓고 시비를 벌이다가 싸움이 나서 심한 부상을 입었다. 이를 두고 당시 ‘고베 크로니클’은 “외국인을 집단 폭행한 인력거꾼들의 잘못이 크지만 인력거 면허번호를 떼어 내는 등 불필요한 행동으로 이들을 자극한 베델도 생각이 모자랐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화를 다스리지 못하는 성격 탓에 베델은 형제들과도 사이가 나빠져 결국 동업을 정리하게 된다. 아마도 이들은 일본인들과의 소송 과정에서 관계가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보인다. 베델이 한국에서 신보와 KDN을 발행하던 1905년 ‘고베유신일보’ 11월 27일자에는 ‘베델 브러더스’ 고베 지사에서 일하던 S E 길스가 신문사로 찾아왔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는 “베델은 한때 ‘베델 브러더스’의 일원이었다. 하지만 그는 술고래였고 결근도 잦았다. 급기야 회사를 내팽개치고 한국으로 건너갔다. 이제 이 회사는 베델과 아무 관계도 없다. 우리는 이 내용을 신문에 광고도 했다”고 밝혔다. 길스를 대리인으로 내세우긴 했지만 베델을 과음과 근무태만, 무책임 등의 단어로 묘사한 것을 볼 때 (사실 여부를 떠나) 그를 바라보는 남동생 허버트(1875~1939)와 아서 퍼시(1877~1947)의 감정이 부정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일본 영자신문에 베델이 해고됐다는 사실을 광고까지 한 것을 보면 한국에서 항일신문을 발간한 큰 형(베델)을 이렇게라도 내치치 않을 경우 ‘베델 브러더스’를 유지하기 어려웠을 형제들의 복잡한 속내가 읽혀지기는 한다.앞서 ‘고베유신일보’는 11월 26일자 기사에 “베델은 1899년 ‘베델 브러더스’를 설립해 지난해(1904년)까지 도자기업을 운영하다가 (사업) 실패로 야반도주하다시피 한국으로 건너간 러시아 스파이”라고 비난했다. 베델이 러시아 스파이라는 주장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가 사업에 실패해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러그 사업이 실패한 뒤 도자기 판매로 활로를 모색했지만 이마저도 성공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베델은 사업 실패와 잇따른 소송, 형제와의 불화 등으로 16년간 살던 고베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후 1904년 러일전쟁이 시작되자 영국 일간지 ‘데일리 크로니클’의 조선 특파원에 지원해 언론인으로서 새 삶을 시작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그가 일본에서 사업에 실패한 것이 조선에는 되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고베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런던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가맹점 500m 거리에 직영점 개설…법원 “영업권 침해… 손해배상해야”

    본사가 가맹점으로부터 도보 500m 거리 내에 대형 직영점을 설치했다면 이는 가맹점의 영업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이광영 부장판사는 중고 명품 판매 업체 B사의 가맹점주였던 A씨가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 측은 원고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12년 4월 B사와 계약을 맺고 부산 지하철 센텀시티역 인근 주상복합아파트에 가맹점을 낸 A씨는 4년 뒤 B사가 가맹점에서 약 500m 떨어진 대로변에 4층 건물 전체를 매장으로 하는 ‘부산 본점’을 설치하자 소송을 냈다. A씨는 “대부분의 고객을 부산 본점에 빼앗겨 막대한 손해를 입고 3개월 만에 가맹점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부장판사는 “소비자의 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 본점과 센텀점은 큰 차이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인접한 두 곳 중 아무래도 더 크고 다양한 상품을 보유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본점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단독]“과로사 기준 못미쳐도 인과성 상당하면 산재 인정” 판결 뒤집혀

    [단독]“과로사 기준 못미쳐도 인과성 상당하면 산재 인정” 판결 뒤집혀

    실직 우려 등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면 업무시간이 정부가 정한 기준을 초과하지 않더라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법 행정5부(부장 배광국)는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줄 수 없다고 처분한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노동자의 유족이 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고인은 7년 동안 택지개발, 전원주택 건축 및 분양 업무를 맡았으나,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분양이 거의 전무해지면서 실적 부진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한 때 공황장애 판정을 받기도 했다. 그런 중에 회사로부터 권고 사직 통보를 받았다. 그로부터 약 2주 뒤에 고인은 회식 자리에서 동료 직원들에게 권고 사직에 대한 부당함을 토로했고, 이후 가족들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후 고인은 사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검안 결과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거나 타살의 흔적은 없었다. 유족은 고인이 과로와 업무상 스트레스로 사망했다면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근로복지공단에 청구했다. 공단은 지급을 거부했다. 부검이 실시되지 않아 고인의 사망 원인이 확인되지 않았고,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규정한 과로사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당시 고용노동부 고시는 ‘발병 전 24시간 내에 업무와 관련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의 발생과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가 있는 경우’, ‘발병 전 1주일 이내 업무의 양·시간이 평상시보다 30% 이상 많아진 경우’ 등을 업무와 사망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보고 있었다. 1심 재판부도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해야 한다”면서 “근로자의 사인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업무에 기인한 사망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고인의 흡연 습관이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고, 공단이 주장한 것과 같이 고인의 노동시간이 정부가 정한 과로사 인정 기준의 업무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모두 뒤집었다. 재판부는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사망 당시의 상황에 관한 정보나 과거의 치료 경력 등을 고려하면 사망 원인을 추정할 수 있다”면서 “여러 의사들의 소견 등을 종합했을 때 고인은 급성 심근경색증 등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돌연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또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업무시간에 관한 기준은 예시적 규정으로 볼 수 있다”면서 “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업무 수행을 둘러싼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이 사직을 권고받은 것과 고인의 사망 추정일 사이에는 약 보름 정도의 시간적 간격이 있으나 이 기간이 경과했다고 충분히 안정됐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의사들의 소견 등을 종합했을 때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당시 의사들은 “권고 사직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심혈관 질환의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어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법률사무소 인정의 오빛나라 변호사는 “그동안 과로사에 관한 판례 경향을 보면 (개정 전) 정부가 정한 과로사 인정 기준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참작했고, 회사로부터 권고 사직 통보를 받았더라도 근무시간, 업무량, 업무 변화 등 업무 부담이 객관적으로 과중하지 않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어려웠다”면서 “퇴직 강요나 해고는 일생 중 드물게 경험하는 강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유발하지만 이런 스트레스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부검을 하지 않았더라도 제반 사정들을 종합해 사망 원인을 추정할 수 있다고 보았고, 업무상 스트레스의 ‘양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질적 측면’을 충분히 고려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美 법원, 바람피운 불륜남에게 100억원 손해배상금 철퇴

    美 법원, 바람피운 불륜남에게 100억원 손해배상금 철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州)에서 유부녀와 바람이 난 남성에게 우리 돈으로 100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 주(州)는 우리나라의 ‘간통죄‘와 비슷한 ‘애정 이간법’(alienation of affection)이 남아있는 미국 내 6개 주중의 한 주기 때문이다. 미국 CNN방송 등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 고등법원의 올랜도 허드슨 판사는 기혼 여성과 불륜 관계를 맺은 한 남성에게 880만 달러(약 98억70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징벌적 손해배상금 660만 달러(약 73억9000만 원)가 더해져 막대한 돈을 물게 된 텍사스주(州) 남성 프란시스코 후이자 3세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곧바로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후이자는 마케팅 투어 매니저로 일하며 연봉이 8만4000달러(약 9400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이자는 원고 키스 킹의 아내 대니엘 소즈(당시 대니엘 킹)와 1년 4개월 동안 만났다. 후이자와 소즈는 지난 2015년 뉴욕에서 열린 자전거 전시회 ‘킹 BMX 스턴트 쇼’에서 처음 알게 됐다. 이 전시회는 키스 킹이 소유한 킹 BMX가 주관한 것으로 소즈는 당시 이 회사의 직원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키스 킹의 변호인 조앤 포일은 후이자는 전시회에서 소즈와 만난 뒤 킹 부부의 집 근처에 집을 얻고 부부의 여행에 몰래 따라가는 등 치밀한 계획 아래 소즈에게 접근했다고 주장했다. 키스 킹은 후이자가 자신의 아내와 만나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그에게 전화해 아내가 유부녀이고 어린 딸이 있다고 알리며 만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후에도 후이자는 킹의 아내와 만남을 이어갔고 급기야 키스 킹은 후이자와 말다툼까지 벌였는데 화가 난 후이자가 킹을 제압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혀 공개되기도 했다. 그 모습은 킹의 아내가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킹은 아내가 후이자와 통화한 기록과 호텔 영수증, SNS 게시물 등의 증거를 수집해 법원에 제출했다. 반면 후이자 측 변호인 채리 패트릭은 후이자가 소즈와 만나기 전부터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파탄 직전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법원 “태권브이, 마징가제트 표절 아냐”

    국내 로봇 캐릭터의 대명사 ‘로보트 태권브이(V)’가 일본의 ‘마징가제트(Z)’와 구별되는 독립적인 저작물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와 눈길을 끈다. 지난 1976년 극장판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브이’가 개봉한 이래 국내에서는 태권브이가 1972년 일본에서 TV애니메이션으로 첫선을 보이며 인기를 끌었던 ‘마징가제트’ 등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이광영 부장판사는 주식회사 로보트태권브이가 완구류 수입업체 운영자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태권브이는 등록된 저작물로, 마징가제트나 그레이트마징가와는 외관상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며 “태권브이는 마징가제트 등과 구별되는 독립적 저작물이거나 이를 변형, 각색한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수원고등법원ㆍ검찰청 내년 3월 개원...생산유발·고용창출 등 경제적 효과 기대

    수원고등법원ㆍ검찰청 내년 3월 개원...생산유발·고용창출 등 경제적 효과 기대

    우리나라 6번째 고등법원인 수원고등법원과 수원고등검찰청 개원이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31일 수원시에 따르면 2014년 10월 건립을 시작한 수원고법과 이듬해 10월 공사를 시작한 수원고검은 내년 1월 나란히 완공 예정이다. 개원은 3월이다. 수원고법은 서울·부산·대전·대구·광주고법에 이은 우리나라 6번째 고법이다. 전국 최대 기초자치단체인 수원시는 고법이 들어서는 최초의 기초 지자체가 되는 것이다. 수원고법과 수원고검은 수원·용인·화성·성남·오산시 등 경기도 19개 시·군을 담당하게 된다. 관할 인구는 820만여 명으로 6개 고등법원 중 서울고법(1900만여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고법은 지방법원의 상급법원으로 지방·가정법원 합의부 또는 행정 법원 제1심의 판결·결정·명령에 대한 항소·항고 사건을 심판한다. 수원시를 비롯한 경기도 주민들은 고법 법률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자동차로 1~2시간가량 걸리는 서울고법(서울 서초동)을 오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수원고법과 수원고검이 개원하면 고법 법률서비스를 이용할 때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남부지역 법률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 중심 사법권이 경기도로 분산되면서 경기도 위상이 올라가고, 법률서비스 수준이 높아져 기업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원고법과 수원고검이 들어서는 영통구 하동 일원은 ‘법조 단지’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관 설치에 따른 생산·고용 유발 효과 등 경제적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개발연구원의 ‘고등법원 설치의 타당성 및 파급효과 연구’에 따르면 생산유발 효과는 단기(3년) 1302억 7700만 원, 중기(5년) 4038억 5900만 원, 장기(10년) 1조 1203억 8200만 원에 이른다. 고용유발 효과는 단기 1454명, 중기 2404명, 장기 5064명으로 예측했다. 수원시는 이들 기관을 이용할 시민을 지원하는 민·관 합동지원위원회와 수원시행정지원단을 구성해 8월부터 내년 4월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수원고등원, 고검 개원이 우리 시에 미치는 경제적·사회적 파급효과는 무척 크다”면서 “개원에 따른 광교 지역 교통량 증가, 주차난 등 예상되는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파악해 적절한 지원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복불복 주심, 묻지마 ‘심불’ 기각…상고심이 왜 그럴까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복불복 주심, 묻지마 ‘심불’ 기각…상고심이 왜 그럴까

    우리나라 재판은 3심제라고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 형사재판을 빼고 민사·가사·행정·특허재판 상고심에선 매년 70% 이상의 판결문이 딱 한 줄로 끝난다. ‘심리불속행에 해당되어 기각한다’는 한 문장이다. 심리불속행, 법조계에선 줄여서 ‘심불’이라고 부르는 이 제도는 말 그대로 심리하지 않았단 뜻을 담고 있다. 세 개의 소부로 나뉘어 재판하는 12명의 대법관이든, 대법관 아래 배치돼 재판을 돕는 100여명의 재판연구관 판사든 사건의 쟁점을 진지하게 보지 않은 채 2심 판결 그대로 재판을 끝낸다는 뜻이다. 대법원에서 사건을 면밀히 보지 않았으니 민사·가사·행정재판의 7할 이상은 사실상 2심제라고 봐도 되겠다.1·2심은 사건의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실심, 3심은 하급심에서 법리를 잘못 적용했는지 보는 법률심이라 서로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대법원은 3심제라는 우리 헌법의 가치를 무력화시키는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사실관계는 하급심에서 다 다투고 대법원에선 법리 적용 여부에 대해서만 상고해야 하는데, 하급심 재판에서 지면 너도나도 상고를 해대니 대법원에서 심리 없이 솎아 낼 사건이 늘어난다는 논리다. 결국 상고를 남발하는 시민과 이를 부추기는 변호사들이 문제란 게 법원의 속내다. 같은 맥락에서 상고심 사건 넷 중 셋을 심불 처리하는 근본 이유를 대법관의 과중한 사건 수에서 찾는 판사들은 “삼세판을 좋아하는 국민성 때문에 상고가 남용된다”란 분석을 자주 내놓는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재판이 내기 바둑도 아니고, 비싼 인지대와 변호사 선임 비용,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수해야 하는 재판을 좋아할 국민이 몇이나 있겠느냐”며 “어떤 사건이 심불 기각되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으니 심불 처리율이 높아도 재판을 멈출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원과 재판 당사자, 법원과 변호사 간 심불을 바라보는 인식 차이는 서울신문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단독 입수한 대법관별 심불 처리율을 판독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먼저 올 상반기 소부에서 처리된 상고심 재판의 심불 처리율을 살펴보니 이기택·박상옥·민유숙·조희대·김창석·김신 대법관이 주심이 맡은 사건에선 80% 이상이, 권순일·박정화·김소영 대법관 주심 사건의 70% 이상이 심불 처리됐다. 이 비율은 김재형 대법관 주심 사건에선 50.9%로, 조재연·고영한 대법관 주심 사건에선 20%대로 줄었다. 최대(이기택 대법관·84.3%)와 최소(고영한·22.0%) 간 격차는 62.3% 포인트에 달했다. 패소했더라도 고영한 대법관 주심 재판의 8할은 패소 이유가 적힌 상고심 판결문을 받은 것이고, 이기택 대법관 주심 재판에선 8할이 설명 없는 판결문을 받아든 셈이다. 대법원은 “원고 한 명이 ‘민원 폭탄’을 넣은 사건을 조재연·고영한 대법관에게 배당해 이들의 처리율이 20%대로 낮아졌다”고 해명했지만 그렇게 접수된 민원 사건이 두 대법관이 맡은 2000여건 중 몇 건인지, 두 대법관 사례를 빼더라도 여전히 심불 처리율 격차가 최대 30% 포인트 이상으로 큰 것에 대한 공식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사견을 전제로 일부 판사들은 “대법관별 심불 처리 격차가 큰 것은 그만큼 재판이 대법관의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을 방증한 것”이란 설명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판사들도 ‘법관의 독립이 외압 없이 공정하게 심리하는 과정에 작용하는 게 아니라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버릴 자유를 보장한 권리였느냐’는 다소 날을 세운 후속 질문엔 쉽게 답하지 못했다. 법원 안팎에선 대법관의 경험에 대한 분석도 나왔다. 변호사 경험이 있는 조재연 대법관(23.8%)은 심불 판결문을 받은 당사자들의 황망함을 알기에, 교수 출신 김재형 대법관(50.9%)은 심불 처리가 기본권 제한 요인 때문에 툭 하면 위헌 시비에 휘말리는 기형적 제도임을 알기에 심불 처리율이 평균보다 낮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역대 대법관 중에는 사건을 심불로 처리하는 경우에도 판결문에 심불에 해당돼 기각하는 이유를 쓰기도 했다. 변호사들, 특히 판사 출신이 아닌 변호사들은 주심 대법관별 심불 처리율 편차를 보고 분노를 터뜨렸다.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시절부터 심불 폐지를 주장해 온 강신업 변호사는 “주심에 따라 심불 처리율 편차가 이렇게 크니 심불이 ‘엿장수 마음대로’ 이뤄진다고 의심하고 상고심을 불신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라면서 “주심 대법관이나 재판연구관들의 열정과 성실성 여부에 따라 최종심 심리를 받을지 못 받을지 결정된다면 그 억울함을 대체 어디에서 풀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도 “사건이 누구에게 배당되는지에 따라 심리를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된다면 결국 사법 불신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김준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주심별로 심불 처리율 격차뿐 아니라 어떤 사건이 심불 처리되는지도 불투명하다”면서 “상고심 변호사에 고위 법관 출신이 있으면 심불 처리 없이 사건을 심리한다는 속설이 있다 보니 전관 몸값이 올라간다”고 귀띔했다. 전관들이 상고이유서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리고 받는 이른바 ‘도장 값’은 여전히 기본 1000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판사들의 ‘열정’에 따라 심불 처리율이 바뀌는 게 아니냐는 짐작은 대체로 새로 대법관이 유입되는 시점에 심불 처리율이 줄어드는 현상 때문에 한층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예컨대 대법관 2명이 교체된 올해 1~5월 대법관 전원의 심불 처리율은 54.1%로 지난해 말 77.4%보다 23.3% 포인트 줄었다. 2013년 54.0%였던 심불 처리율이 2014년 54.5%, 2015년 60.7%, 2016년 71.2%, 지난해 77.4%로 오르다 대법관 교체기인 올해 다시 뚝 떨어진 것이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왜 심리도 않고 끝내는 거죠? 불복 부르는 ‘엿장수식’ 상고심
  • 삼성생명 즉시연금 추가 지급 총 370억 불과… 집단소송 움직임

    소비자들 반발… 소송 의사 10명 넘어 미지급금 결정 앞둔 한화·교보 ‘촉각’ 삼성생명이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지만 당초 금융감독원이 권고한 액수의 10분의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가입자들은 집단소송에 나설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즉시연금을 둘러싼 논란이 ‘2라운드’를 맞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다음달 말까지 추가 환급액을 대상자들에게 모두 지급할 계획이다. 삼성생명의 추가 지급금은 총 370억여원, 지급 대상자 수가 5만 5000여명임을 감안하면 1인당 70여만원으로 추정된다. 당초 금감원은 삼성생명이 미지급한 보험금을 총 4300억원, 1인당 780여만원으로 추산했다. 금감원은 만기환급금을 위해 쌓은 준비금까지 모두 돌려줄 것을 권고했지만 삼성생명은 ‘가입설계서 상의 최저보증이율 시 예시금액’만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금감원 권고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사업비로 차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을 따르기로 한 만큼 금감원 권고액 중 일부만 선지급하는 개념”이라며 “만약 법원도 금감원과 마찬가지 판단을 하면 나머지 금액도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괄 지급을 기대했던 소비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공동 원고단을 구성하기로 한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이날까지 소송 의사를 밝힌 가입자가 10명을 넘겼다. 특히 삼성생명과의 분쟁 끝에 지난 2월 미지급금을 받은 민원인은 사업비 차감 몫까지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됐다. 금소연 관계자도 “삼성생명의 발표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보험금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사와 소비자 간 소송이 가시화되면서 약관 해석을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인 ‘자살보험금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16년 보험사들은 자살은 재해가 아닌 만큼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버텼지만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과 금감원의 압박 끝에 백기를 들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에 일괄 지급을 강제할 수단이 없어 곤욕스런 상황이다. 금감원이 지난 26일 삼성생명 이사회 결정 후 긴 침묵에 들어간 것도 일괄 지급 권고 자체가 법적 강제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감원 권고대로라면 2만 5000명에 850억원을 돌려줘야 할 한화생명은 다음달 10일 수용 여부를 금감원에 통보한다. 교보생명도 1만 5000명에 700억원이 미지급금으로 산출된 상태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활자가 지나간 자리… 눈으로 읽고 손으로 읽는 김소월

    활자가 지나간 자리… 눈으로 읽고 손으로 읽는 김소월

    한 권의 시집이 전하는 여운이 묵직할 때가 있다. 지친 마음을 보듬는 한 줄을, 미로 같은 삶을 헤쳐 나갈 지혜의 한 줄을 길어 올렸을 때가 아닐까. 우리의 내면을 정화하는 시의 아름다움을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시집을 만난다면 그 여운이 더 오래갈지도 모르겠다. 천연염색으로 독특한 색감을 머금은 표지와 활판인쇄로 찍어내 글자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시집들이 나와 눈길을 모은다.출판사 겸 책방인 ‘청색종이’를 운영하는 김태형 시인은 지난해부터 백석, 윤동주, 이상 등 국내 대표 시인들의 초간본 시집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한 수제본 시집을 만들고 있다. 최근 제작한 시집은 1925년 매문사에서 출간된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다. 천연염색 재료를 이용해 광목 등의 천에 염색하고 수세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쳐 세월의 흔적이 배어 있는 듯한 고풍스러운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총 127편의 시가 실린 이번 시집은 초간본 판형(가로 10.5㎝, 세로 14.9㎝)과 페이지 배열 순서를 그대로 따랐다. 세로 쓰기는 물론이고 1920년대 고어도 그대로 표기했다. 다만 읽기 어려운 한자는 한글 위에 덧말을 달아 가독성을 높였다. 제본 역시 사철 기계를 쓰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실을 꿰 바느질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반 책과 달리 제작 기간이 긴 탓에 하루에 최대 5권 정도 만들 수 있다. 김 시인은 힘들고 번거로운 시집 제작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천연 재료를 사용해서 사람이 정성 들여 만든 책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느낌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이 세상에서 이런 책을 만드는 곳이 별로 없다는 자부심에 작업을 이어 오고 있다”고 말했다.2015년 강원 춘천에 ‘책과인쇄박물관’을 세운 전용태 관장은 1970년대 이후 쇠퇴한 활판인쇄 방식을 사용한 김소월 시집 두 권을 최근 출간했다. 박물관 설립 3주년 기념으로 선보인 ‘활판인쇄로 다시 읽는 진달래꽃’과 ‘활판인쇄로 다시 읽는 못잊어’다. 활판인쇄는 글자틀에 납물을 부어 활자를 하나하나 만들고(주조), 원고에 쓰일 활자를 하나씩 찾아 뽑아낸 뒤(문선), 활자를 심어 인쇄판을 짜는(조판) 과정을 거친다. 컴퓨터 덕에 인쇄 공정 역시 간단해지면서 활판인쇄 방식은 자연스레 자취를 감췄다. 지난 40여년간 인쇄 관련 업종에 종사한 전 관장은 도시에서는 사라진 활판인쇄 기계를 공수하기 위해 전국을 수소문했고 70~80대 인쇄 장인도 어렵게 모셨다. 전 관장이 옛날 방식을 고집하는 건 책의 무게감과 깊이를 독자들에게 선사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는 “종이에 잉크를 꾹꾹 눌러서 찍어내 눌림 자국이 고스란히 드러난 시집을 보면서 책을 읽는 즐거움에 대해 새롭게 느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시집으로 “활자가 지나간 자리를 눈으로 한 번, 손으로 한 번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는 전 관장은 오는 8월에는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활판인쇄로 발간할 예정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대학 퇴학생, 성추행한 후배에게 처벌불원서 받더니

    대학 퇴학생, 성추행한 후배에게 처벌불원서 받더니

    퇴학 징계 부당 소송 제기···법원 “퇴학은 정당, 2차 피해 막아야” 후배를 성추행한 대학생을 퇴학 처분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1부(부장 김광진)는 A씨가 서울 소재 한 대학교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A씨는 지난해 4월 학과 행사에 참석했다가, 술을 마시고 잠든 후배 B씨를 성추행했다. B씨는 피해 사실을 즉각 학교와 경찰에 알렸다. 학교 측은 양성평등위원회의 진상 조사를 거쳐 A씨를 퇴학 처분했다. 퇴학 뒤 A씨는 B씨에게 합의를 요구했고, B씨는 적어도 학교에서 마주치지는 않게 됐다는 생각에 형사 사건에 관한 처벌불원서를 써줬다. 이에 검찰은 B씨의 처벌불원서와 A씨가 초범임을 참작해 A씨에게 성범죄 예방교육 이수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A씨는 “피해자와 합의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는데 퇴학 처분은 과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처벌불원서 작성과 기소유예 처분 모두 퇴학 징계 이후 발생한 것”이라며 “징계의 적법성은 당시 사정을 토대로 판단해야지 그 이후 사정을 소급적으로 고려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같은 과 선배가 후배를 강제로 추행한 것이고, 그 정도가 가볍지 않아 피해 학생은 휴학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며 “성범죄 피해자를 2차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엄중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학생에 대한 지도·감독·교육 의무를 게을리 한 학교가 퇴학 징계를 내린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는 A씨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성인인 대학생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지도·감독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지도·감독을 게을리 한 것이 이 사건의 실질적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 강제징용 배상 상고심 전원합의체 회부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 강제징용 배상 상고심 전원합의체 회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소송 중 하나인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대법원 접수 5년 만이다. 대법원은 여운택(95)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한다고 27일 밝혔다.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하는 일반 상고심과 다르게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전원이 참여해 심리하는 재판을 전원합의체라고 한다.고령의 원고들은 한국과 일본에서 21년째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1941~1943년 구 일본제철 측에 회유 당해 일본에 갔지만, 오사카 등지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임금도 제대로 못 받았다며 1인당 1억원의 위자료를 달라고 1997년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소송을 냈다. 1심에서 원고패소 판결이 났고, 2003년 10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여씨 등은 다시 한국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1·2심 모두 “일본의 확정 판결은 한국에서도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일본에 소송을 낸 적 없는 원고들에 대해서도 1·2심은 “구 일본제철에서 입은 피해를 법인격이 다른 신일본제철에 청구할 수 없다”며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상고심 판단은 달랐다. 김능환 전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상고심 재판에서 대법원은 2012년 5월 “일본 법원 판결 이유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으로 보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며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이듬해 7월 “구 일본제철 일본 정부와 함께 침략 전쟁을 위해 인력을 동원하는 등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했으니 원고들에게 각각 1억원씩 배상하라”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판결에 피고인 신일본제철이 재상고를 한 뒤 대법원에서의 사건 처리는 5년 넘도록 이뤄지지 않았다. 2013년 8월 재상고심이 접수됐지만, 상고이유서와 답변서가 모두 제출된 2015년 6월까지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원합의체 보고안건 논의는 2016년 11월부터 진행됐다.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법원행정처 문건 중 이 소송을 거론한 문건이 발견되며, 당시 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고의로 선고를 지연했는지 의혹이 제기됐다. 문건엔 행정처가 한·일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외교부 입장을 반영해 재판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반대급부로 외교부와 해외 파견 법관제도 부활을 검토한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이 문건이 실제 시행됐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한편 대법원 측은 “쟁점이 매우 어려운 사건이고, 그 동안 여러 차례 보고서와 의견서를 회람한 사건”이라면서 “심리를 지연하거나 심리를 하지 않다가 비로소 시작한 사건은 아니다”라며 계획적 지연 의혹을 일축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이태원 살인사건’ 국가 부실수사…법원 “유족에 3억 6000만원 배상”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부장 오상용)는 26일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조중필씨의 유족이 “수사당국의 부실 수사로 실체적 진실 발견이 늦어져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약 1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3억 6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고인의 부모에겐 각 1억 5000만원, 누나 3명에겐 2000만원씩이다. 선고 직후 고인의 모친 이복수씨는 “어떻게든 억울하게 죽은 중필이 한은 풀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같이 힘없는 국민들이 힘들게 살지 않도록 법이 똑바로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씨는 1997년 4월 서울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수차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 있던 미국 국적의 에드워드 리와 아서 존 패터슨이 서로를 범인이라고 우기자 검찰은 리를 범인으로 지목해 기소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이 났다. 범행 흉기를 버린 혐의(증거인멸) 등으로 복역하다가 1998년 8월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패터슨은 검찰이 출국 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미국으로 도주했다. 검찰은 2011년 재수사 끝에 패터슨을 기소했다. 같은 해 미국에서 체포된 패터슨은 지난해 1월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단독] 선거재판 등 거래 가능성… 하급심으로 번진 사법농단 의혹

    [단독] 선거재판 등 거래 가능성… 하급심으로 번진 사법농단 의혹

    선거법 위반 선고, 당선 무효 파괴력 법원장이 해당 지역 선관위장 맡아 檢, 재판 외 영향력 가능성도 주목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의혹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서 국회의원 민원 정리 문건을 발견함에 따라 재판개입 의혹 수사가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지난 6월 사법부 특별조사단 조사보고서에 언급된 410개 문건 중 98개가 공개됐을 때까지만 해도 대법원 재판, 즉 상고심을 중심으로 제기된 재판개입 의혹 범위가 선거재판 등 하급심까지 확산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26일 의원 민원 정리 문건이 작성된 경위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선출직인 의원들이 선출된 뒤 6개월 동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에서 선거법 위반 여부를 검증받고, 이들을 지지하는 정당인 역시 같은 위험성에 노출되는 만큼 민원에 선거재판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선거재판의 경우 선거 뒤 6개월 내 기소, 6개월 내 재판이란 긴박한 시간표를 따르게 되어 있는 데다,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되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이에 검찰은 재판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의원들과 사법부 간 접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일선 법원장들은 해당 지역 선관위원장을 맡는다”며 재판 외 영역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앞서 현직 대법관들이 ‘재판거래는 없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고,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3명의 대법관 후보자 역시 재판거래 가능성을 낮게 진단했지만 법원 내부에서마저 재판거래 의혹은 커지고 있다. 이날 재경지법에 근무하는 이모 부장판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보상금 청구 사건과 관련해 “일제 강제징용 배상책임을 미쓰비시중공업에 물려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원고승소 결론을 내린 파기환송심이 재상고돼 대법원에 계류됐는데, 난데없이 미쓰비시 사건을 원고패소, 즉 미쓰비시에 배상책임이 없다고 파기환송하기로 했으니 판결 이유를 그렇게 써야 한다고 선임연구원이 말했다”고 회상했다. 앞서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외교부의 ‘민원’ 내지 ‘요청’이 들어왔다고 언급한 법원행정처 문건을 확인했는데, 이 문건의 신빙성을 높여준 폭로로 주목받았다. 문건엔 외교부 민원을 들어준 대가로 ‘판사들의 해외 공관 파견’ 등을 추구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하지만 관련 내용이 보도되자 이 부장판사 측은 ‘선임연구원의 말을 오해한 것 같다. 단정적으로 파기환송된다는 게 아니라 파기환송 가능성이 있어서 기존 상고심 판시를 그대로 쓰면 안 된다는 얘기였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검찰은 이 부장판사를 소환해 진위를 확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단독] 이촌파출소, 철거 위기 벗어났다

    [단독] 이촌파출소, 철거 위기 벗어났다

    43년 만에 쫓겨날 위기에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이촌파출소가 철거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경찰은 조만간 이촌파출소 부지를 소유한 고승덕 변호사 측과 정식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치안 공백을 우려한 3만여명 주민들의 불안도 해소될 전망이다.26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고 변호사의 부인이 임원으로 있는 부동산 개발·투자 자문업체인 마켓데이 측과 수차례 협상을 벌여 이촌파출소를 계속 유지하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고 변호사 측과 임대차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촌파출소가 1975년 이곳에 둥지를 틀 때만 해도 파출소 부지는 정부 소유 땅이었다. 이후 땅 주인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 바뀌었다가 2007년 마켓데이가 이 땅을 사들이면서 사유지가 됐다. 하지만 경찰은 마켓데이와 별도의 임대차 계약은 맺지 않았다. 이에 마켓데이는 2013년 고 변호사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해 ‘파출소 부지사용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해 4월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 승소하면서 경찰로부터 10년 간 못받은 사용료 1억 5000만원을 받아냈다. 지난해 6월부터는 임대료 형식으로 매달 243만원씩 받고 있다. 그러다 마켓데이는 지난해 7월 재차 파출소 건물 철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이 원고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파출소는 돌연 철거 위기에 직면했다. 경찰은 ‘파출소 철거’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해 고 변호사 측에 계속 연락을 취해 협상을 시도했다. 노력 끝에 양측은 ‘임대료 현실화’를 조건으로 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해당 지역의 임대료는 월 1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합의할 최종 임대료가 주변 시세와 비슷해지면 경찰은 지금보다 6배가량을 더 내야 한다. 하지만 경찰은 임대료가 올라도 이전 비용 보다는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 변호사 측이 이촌파출소가 속한 공원을 개발하면 기부채납 형태로 파출소 소유권을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점도 경찰의 잔류 의지를 높이는 대목이다. 이촌파출소 부지는 현재 공원 부지로 등록돼 있다. 2020년 7월까지 용산구청이 공원을 매입하지 않으면 공원 부지에서 해제돼 개발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경찰은 임대차 계약 기간을 2년 가량 단기로 설정한 뒤 이후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용산구청은 공원을 고 변호사 측으로부터 매입할 경우 파출소를 현 위치에 그대로 둘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아직 임대차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고,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항소 기한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서울고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파출소 철거 가집행 정지 신청도 해놓았다. 경찰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것이며,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 소를 취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근 건물을 임대하거나 주변 파출소와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한 뒤 다음달 주민 대표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판사 위한 ‘3000만원 룰’… 수개월 밀린 내 월급은 ‘덤핑 재판’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판사 위한 ‘3000만원 룰’… 수개월 밀린 내 월급은 ‘덤핑 재판’

    상한선 20년 새 1000만원 급상승 민사소송 76% 3분 만에 ‘땅땅땅’1973년 20만원이던 소액재판 기준 금액은 76년 30만원, 80년 50만원, 81년 100만원, 83년 200만원, 87년 500만원, 93년 1000만원, 98년 2000만원으로 오르다 지난해 1월부터 3000만원이 됐다. 명목금액을 보면 2000만원이 된 98년 즈음부터 한국의 소액재판 기준 금액은 수십만~수백만원대인 해외 주요국보다 월등하게 오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이 통계청 화폐가치계산 사이트를 활용해 소비자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한 실질가치로 금액을 재계산해 보니 문제는 90년대가 아닌 80년대부터 본격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80년대부터 대법원이 알아서 기준 정해 현행 기준(3000만원)을 채택한 지난해 1월에 준해 소액재판 기준 금액의 실질가치를 재계산해 보니 73년 316만원, 80년 254만원, 81년 400만원 수준으로 당시로서는 다른 나라와 비슷했다. 그러던 것이 83년 687만원, 87년 1525만원, 93년 2045만원, 98년 3168만원으로 개정 때마다 50~75%씩 크게 높아졌다. 80년대 초 이후 변동이 컸던 까닭은 이때를 기점으로 소액재판 기준 금액을 정할 권한이 입법부에서 사법부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원래의 소액사건심판법은 소액재판 기준 금액을 국회가 법률로 정하도록 해 뒀지만, 1980년 1월 금액을 대법원 규칙으로 위임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이후 38년째 소액재판 기준 금액을 ‘재판 공급자’인 사법부가 직접 정하는 법제가 유지됐고, 대법원은 가파르게 기준 금액을 높였다. 대법원 규칙은 대법관 회의만 거치면 즉시, 혹은 약 6개월 동안의 기간을 둔 뒤 고칠 수 있다. 이렇게 우리 사법부는 소액재판 기준 금액을 높이며 전체 민사재판 중 소액재판 심리를 70%대로 유지해 온 것이다. 소액재판은 원고·피고 변론을 들은 뒤 숙고 없이 곧바로 선고를 내릴 수 있고, 심지어 청구가 이유 없다고 판단되면 아예 변론을 듣지 않은 채 판결할 수 있고, 왜 그렇게 판결했는지 설명을 생략한 채 트위터(140자)보다 짧은 판결문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민사 본안사건에 비해 여러모로 판사를 편하게 한다. ●“사법 신뢰 뿌리부터 흔들릴 수도 있어” 대법원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1심 법원이 다룬 민사사건 중 76.1%를 ‘공정한 재판을 받을 장치를 제한할 소액재판 특례’가 적용되도록 규칙을 설계했다. 김상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는 이에 대해 “시민 생활과 밀접한 이런 기준을 시민 의견 수렴이나 국회 공론화 과정 없이 대법원이 결정하게 한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면서 “법원에도 판사 수 증원이 어렵고 금융사가 대량으로 제기하는 다툼 없는 소송 등은 소액재판으로 신속 해결하는 게 사법 서비스 측면에서 적합하다는 사정이 있겠지만, 개인적인 분쟁에 휘말려 재판까지 받게 된 서민 입장에서 3000만원으로 매우 높게 정한 소액재판 기준은 국민을 위한 것인지, (판사들이) 사건을 떼려고 분류한 것인지 의심을 품게 하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으로 김 교수는 “소액재판은 보통 서민이 ‘생전 처음 법원과 접촉하는 소송’인데 간소 절차를 밟아 ‘우당탕탕 판결’을 내면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면서 “우리 하급심이 스피드는 빠지지 않는데 품질이 썩 좋지 않다 보니 항소, 상고심이 늘어 결국 재판 업무는 더 가중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정식 재판 청구위해 ‘3000만원+100원’ 소송 사법부가 직접 재판 제도를 설계할 수 있는 한국과 다르게 재판 제도 설계는 입법부에 맡기고 사법부는 재판에 전념하도록 권한을 분리한 해외 주요국에선 ‘재판 수요자’인 시민들을 배려한 장치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일본에선 소액재판 기준을 한국의 5분의1 수준인 60만엔(약 600만원)으로 제한한 데다, 소송가액(소가) 60만엔 이하 소송이더라도 원고·피고에게 소액재판과 정식재판(민사본안 재판)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도록 했다. 원고가 소액소송을 청구하더라도 피고가 정식재판을 원하면 정식재판을 해야 한다. 한국에선 3000만원 이하 사건에 대해 소액재판이 아닌 정식재판을 청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 항목에 위자료 등을 더하는 방식으로 3100만원, 심지어 3000만 100원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변호사들은 귀띔했다. ●외국선 다툼 큰 사건은 소액재판서 배제 캐나다는 사건 종류에 따라 소액재판 금액 기준을 차등 적용하도록 소액소송법을 설계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경우 금전 지급·계약이행·환불 청구처럼 원고·피고 간 잘잘못이 비교적 명백한 사건에 대해선 2만 5000캐나다달러(약 2150만원)까지 소액재판으로 다룬다. 주요국 중 소액재판 기준을 높게 책정한 것이지만,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명예훼손·모욕·무고에 따른 손해배상 사건이나 주택 임대차 분쟁처럼 다툼이 큰 사건에 대해선 소가가 2만 5000캐나다달러 이하더라도 소액재판 대상에서 제외했다. 캐나다에선 주에 따라 한국처럼 소액재판 금액 기준을 법률에 정하지 않고 사법부 규칙에 위임한 경우가 있지만, 시민들의 재판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툼이 큰 사건은 소액재판에서 배제하는 보완책을 마련한 셈이다. 독일에서도 소액재판 대상 사건을 법에 정해 뒀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법원의 속사정] 소액사건 집중심리 위해 법원장급 투입 ‘고군분투’

    “혹시 소액재판에서 안 좋은 일 겪으셨어요?” 지금은 3000만원인 소액재판 소송 기준이 2000만원이던 시절 한 학회에서 우리 기준이 세계 유례없이 높다고 지적한 법학자에게 휴식시간 판사 몇 명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법학자가 “그런 적 없고, 제도적인 문제점을 학자로서 지적한 것”이라고 답하자 질문한 판사들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재판을 어디에도 뒤지지 않게 신속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일하는 법원을 격려하지 못 할망정 소액재판 기준을 낮추라는 비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면 어떡하느냐는 못마땅함이 판사들의 표정에서 읽혔다. 만일 소액재판 가액을 획기적으로 낮추면 단독 재판부에서 다룰 수 있는 최대 소가 기준인 2억원 기준도 연쇄적으로 낮춰야 하고 결국 2억원 이상 사건만 다루는 민사 합의부 재판까지 황폐화될 수 있다는 데 법원의 고민이 있다. 지난해 1심 민사재판 중 소액재판 비중이 76.1%에 이른 반대급부로 합의부 재판 비중은 4.2%로 묶였다. 소액재판은 신속하게, 민사합의부 고액사건은 신중하고 공정하게 재판할 수 있는 핵심 장치가 대법원 규칙으로 높게 정한 소액재판 기준에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서민 상대 무더기 소송이 전체 70% 민사 청구가 늘어나는 것 또한 법원 탓으로 돌릴 순 없다.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사태 뒤 금융기관이 서민을 상대로 대여금·양수금·구상금·신용카드 이용대금을 무더기로 청구해 집행권원(채무 회수를 강제 집행할 권리)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삼는 소송이 소액재판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법원은 오히려 금융기관 필요에 이용당하는 피해자일 수 있다. 재경지법의 한 소액전담판사는 “소액사건의 3분의2 이상이 금융기관이 청구하는 사건”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중앙지법에 지난해 접수된 소액재판 20만 9745건 중 14만 530여건은 금융기관 대출집행 내역을 확인한 뒤 승소 판결 도장을 찍으면 되는 사건이다. 나머지 6만 9215건을 이 법원에서 소액사건을 우선 배당받는 소액전담재판부 약 40개에 나눠 주면 한 단독 재판부마다 신건(계류된 사건을 뺀 새로 접수된 사건)만 평균적으로 연 1730건, 한 달에 144건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5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시법원 통계 분석 결과 신건과 계류 사건을 모두 포함해 소액재판부 한 곳이 처리한 사건은 연 826건, 한 달에 약 70건이었다. ●대법원 소액재판 개선 연구반 운영 법원이 소액재판을 허투루 다루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 면도 있다. 생활형 분쟁은 가능하면 원고·피고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조정으로 해결하자며 조정 활성화 정책을 꾸준히 폈다. 유광희 서울중앙지법 총괄 조정위원은 “재판 당일에 하는 조정은 성공률이 75%로 높다. 법원에서 판단만 내려주는 게 아니라 흐트러진 인간관계를 복원해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장까지 지낸 연륜 있는 법관을 다툼이 큰 소액사건을 재배당받는 ‘소액사건 집중심리재판부’ 재판장으로 모시기도 했다. 대법원은 또 지난해 수도권 소액 전담 재판장 10명으로 ‘소액재판 개선 연구반’을 운영했다. 소액재판의 가장 큰 문제로 트위터(140자)보다 짧게 이유 없이 주문만 적는 판결문이 지적됐다. 향후 항소심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이유를 적자고 권고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소액전담 판사는 “판결문에 이유를 쓰는 게 원칙이 돼 버리면 연 수천건에 달하는 사건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한정된 사법 자원 안에서 판사들의 혹사로 겨우 유지되는 제도의 효율성이 작은 변화 때문에 무너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판사 증원 등 대안 마련 논의 시작도 못 해 한정된 사법 자원, 즉 판사 수를 늘리면 어떨까. 한 번 판사가 되면 파면할 수 없도록 신분이 보장된 직업이란 점 때문에 당장 급하다고 검증이 안 된 판사를 신규 임용하는 건 부담스럽다고 법원은 설명했다. 시급한 판사 증원 논의마저 난항인 와중에 다툼이 덜한 소액재판을 판사 대신 법조 경력을 갖춘 가칭 사법보좌관에게 맡기는 개혁, 소액재판 대상을 금액뿐 아니라 사건의 성격에 따라 분류해 재판방식을 다르게 하는 방법, 소액재판 기준 내 금액을 세분화하는 방안 등의 대안 논의는 시작조차 안 되고 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고은 시인 ‘성추행 폭로’ 최영미 등에 10억대 소송

    고은 시인 ‘성추행 폭로’ 최영미 등에 10억대 소송

    최 “힘든 싸움 시작” 페북에 글고은 시인의 성추문 의혹이 법정으로 갔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고 시인은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에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과 박진성 시인, 언론사 등을 상대로 10억 7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민사합의14부(부장 이상윤)에 배당됐다. 고 시인 측 소송 대리인은 법무법인 덕수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시인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법원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받았습니다. 누군가로부터 소송당하는 건 처음입니다. 원고 고은태(고은 본명)의 소송 대리인으로 꽤 유명한 법무법인 이름이 적혀 있네요. 힘든 싸움이 시작되었으니, 밥부터 먹어야겠네요”라고 썼다. 고 시인의 성추문은 최 시인이 지난해 겨울 한 계간지에 고 시인의 성추행을 암시하는 시 ‘괴물’을 발표하고 이 같은 사실이 지난 2월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최 시인은 직접 방송 뉴스에 출연해 원로 시인의 성추행이 상습적이었다고 밝혔다. 또 한 일간지를 통해서는 고 시인이 과거 한 술집에서 바지 지퍼를 열고 후배 문인들에게 특정 부위를 만져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 시인은 지난 3월 영국의 출판사를 통해 “나 자신과 아내에게 부끄러울 일은 하지 않았다. 일부에서 제기한 상습적인 추행 의혹을 단호히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박 시인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저는 추악한 성범죄 현장의 목격자입니다. 그리고 방관자입니다. 지난날의 저 자신을 반성합니다. 그리고 증언합니다”라며 최 시인의 폭로가 사실이라고 거들었다. 폭로가 잇따르자 서울시는 고 시인의 삶과 문학을 조명한 서울도서관의 ‘만인의 방’을 철거했고, 고 시인은 국내 대표 문인단체 한국작가회의를 탈퇴했다. 최 시인은 ‘미투 운동’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을 수상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조희선 기자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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