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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조덕제 ‘보복성 고소’에 “반민정에 3000만원 배상하라”

    법원, 조덕제 ‘보복성 고소’에 “반민정에 3000만원 배상하라”

    법원 “조덕제가 피해자에 보복성 고소..3000만원 배상하라”반민정 “2차피해 힘들지만 다시 일어날 것” 영화 촬영 현장에서 상대 배우를 성추행한 영화배우 조덕제(사진)씨가 피해자인 반민정씨에 대한 ‘보복성 고소’를 한 데 법원이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조씨는 대법원에서 반씨에 대한 강제추행 및 무고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반씨는 2차피해로 여전히 힘들지만 다시 일어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서울남부지법 민사7단독 이영광 부장판사는 15일 반씨가 조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반씨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부장판사는 “원고가 영화를 촬영하면서 피고를 강제로 추행하고 무고하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인정되고, 이로 인해 피고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이 명백하다”고 판결 취지를 밝혔다. 재판부는 조씨에 반씨에게 위자료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반면, 조씨가 반씨를 상대로 낸 5000만원의 손해배상액 청구는 기각했다. 반씨는 2015년 4월 영화 ‘사랑은 없다’ 촬영 도중 조씨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자 조씨는 반씨가 ‘허위 신고’를 했다며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또한 5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이에 반씨도 조씨를 상대로 반소(맞소송)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조씨의 강제추행과 무고 혐의에 유죄 판결을 내렸다. 조씨에게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가 선고됐다. 당시 재판부는 “조씨는 연기 행위를 벗어나 범행을 저질러 반씨에게 정신적 충격과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판결했다. 반씨는 이날 서울신문에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힘들었지만, 다시 일어나려고 한다”면서 “성폭력 피해자가 숨어버리지 않는 사례를 만들고자 애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조씨는 여전히 사건에 대해 거짓을 말하며 추가 가해를 하고 있고, 이에 대해 수사 기관은 여전히 미온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시와 방관 속 피해자 홀로 애써야 하는 상황에 쉽게 다른 피해자들에게 저같은 길을 걸으라고 하기 어렵다”면서도 “피해자들이 살 수 있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고 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광주서 돌 세례 맞고 영남 표 결집… 1987년 노태우 재현 노리나

    광주서 돌 세례 맞고 영남 표 결집… 1987년 노태우 재현 노리나

    신군부 핵심 盧, 5·18사죄 없이 유세 강행 방탄유리· ‘돌 던지지 말라’ 원고 준비 폭력사태 배후 ‘안기부 기획설’ 파다 황교안 지난 3일 방문 때 우산 준비 의혹 유 이사장 “이번엔 등만 보고 가게 하자”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전략적 자제 촉구“1987년 대선 때 노태우 후보가 광주 유세를 왔어요. 돌을 집어던지고 신문지를 불 지르고 유세장이 엉망이 됐거든요. 그러고 대구로 와서 ‘광주에서 얻어맞고 왔다’고 지역감정을 엄청나게 부추겼거든요. 황교안 대표가 올 자격을 얻으려면 망언한 사람들을 중징계해야 해요. 유야무야 깔아뭉개고 오겠다는 거잖아요? 얻어맞으려고 오는 거예요.”(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지난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모문화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18일 광주행에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유 이사장이 1987년 노태우 전 대통령(당시 민주정의당 대선후보)의 광주역 유세를 언급하면서 32년 전 ‘그날’에 관심이 쏠린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과 더불어 1980년 ‘서울의 봄’을 짓밟은 신군부의 핵심인 노 후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에 대한 사죄나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에 대한 언급 없이 광주를 찾았다. 황 대표도 ‘5·18 망언’으로 공분을 일으킨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 징계를 제대로 하지 않고, 한국당이 5·18 진상조사위 출범을 발목 잡는 상황에서 광주행을 강행할 태세다. 때문에 노태우 후보처럼 광주에서 ‘얻어맞고’ 보수 지지를 결집하려는 불순함이 엿보인다는 게 진보진영의 시각이다. 13대 대선을 채 20일도 남겨놓지 않은 1987년 11월 29일, 노태우 후보는 유세를 위해 광주역 광장을 찾았다. 식전행사 때부터 청년과 대학생 300여명이 “김대중(평화민주당 후보)”을 연호했다. 노태우 후보가 탄 카퍼레이드가 연단 앞 100m 지점에 이르렀을 때 돌과 막대기 등이 날아들었다. 방탄유리를 든 경호원에 둘러싸여 무대에 오른 노태우 후보는 “우리 모두 화합합시다”라고 하더니 애국가를 불렀다. 이 장면이 영남의 지역감정을 자극하면서 노태우 후보의 대선 승리로 이어졌다. 유 이사장은 “노태우 후보가 광주에서 항의받고, 대구에 가서 지역감정을 엄청나게 부추겼다”고 했다. 폭력사태 배후와 관련, ‘안기부(국정원 전신) 기획설’이 파다했다. 실제 노태우 후보가 방탄유리를 미리 준비한 점, 미리 써온 원고에 “광주 시민 여러분, 돌을 던지지 마세요”라고 적은 점, 뜬금 없이 애국가를 부른 점 등이 폭력사태를 예견한 방증으로 간주된다. 황 대표가 지난 3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해 순회 투쟁차 광주를 찾았다가 일부 시민들로부터 물벼락을 맞았을 때 황 대표 측은 큰 우산으로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당시 그런 불상사를 예견하고 우산을 미리 준비해간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이번 5·18에도 이미 광주 시민단체들이 공개적으로 황 대표의 광주 방문을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보수단체의 17~18일 집회가 예고된 터라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 여권 관계자는 “황 대표가 5·18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한 뒤 광주를 찾는다면 국민화합을 위한 용단으로 볼 수 있지만, 망언 의원들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 후 광주를 찾는 건 지역감정 유발용 행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 경계는 강화되겠지만, 믿을 곳은 결국 광주의 성숙한 시민의식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유 이사장은 “5·18 때 황 대표가 광주를 찾으면 눈 맞추지 말고, 말을 붙이지 않고, 악수하지 말고, 뒤돌아서서 등만 보고 가게 하자”고 ‘전략적 자제’를 촉구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성남시 ,5·18 민주화운동 사진전 ‘Let’s go, Gwangju!’

    성남시 ,5·18 민주화운동 사진전 ‘Let’s go, Gwangju!’

    경기 성남시는 15일부터 24일까지 시청 로비에서 5·18 민주화운동 사진전 ‘Let’s go, Gwangju! 광주로 갑시다‘를 연다. 사진전은 1980년 5월 광주의 참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성남시, 성남민주화운동사업회, 5·18기념재단, 5·18민주화운동기념관이 공동 주최한다. 행사명 ’Let‘s go, Gwangju! 광주로 갑시다’는 영화 ‘택시 운전사’의 주인공 김만섭(배우 송강호)이 독일기자 힌츠페터를 택시에 태우고 광주로 향하는 장면의 대사에서 따왔다. 행사장에는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사진 40여점, 시민이 작성한 유인물 원고와 공무원 일지 등 기록물 30여점, 힌츠페터가 남긴 다큐멘터리 영상, 택시 운전사의 실존 인물 고 김사복씨 관련 자료 등이 전시된다.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 외벽에서 발견된 외부 총탄 흔적 재현물과 관련 영상 등도 볼 수 있다. 5·18 진상규명을 외치며 산화한 성남 출신 민주열사 김종태·송광영·신장호씨의 사진도 함께 전시된다.어린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 5·18을 겪었던 대학생, 여고생 등 6명을 웹툰 콘텐츠로 제작해 전시하고, 영화 속 택시 모형의 포토존을 설치 운영한다. 15일 개막식에는 은수미 시장, 이상락 성남민주화운동사업회 이사장, 김후식 제39주년 5·18행사위원회 상임위원장, 고 김사복씨의 아들 승필(분당구 정자동)씨 등이 함께한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박미경의 사진 산문] ‘반도체’ 뒤에 숨겨진 풍경들

    [박미경의 사진 산문] ‘반도체’ 뒤에 숨겨진 풍경들

    실타래를 풀어놓은 듯한 길옆으로 광활한 협곡이 펼쳐져 있다. 협곡 바닥에 서 있는 인물의 크기를 보면 협곡의 너비와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언뜻 보아서는 자연 그대로의 원생 지역을 담은 장쾌한 풍경 사진처럼 보인다. 울끈불끈 굴곡진 바위며 구불구불 돌아 흐르는 물줄기는 저 멀리 능선 위에 솟구친 뭉게구름의 형상만큼이나 자연스럽다. 그러나 스트레이트로 찍은 이 사진의 뒤에는 말하자면 ‘반도체가 숨어 있다’. 협곡은 인공을 가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이르는 원생이 아니다. 협곡이 펼쳐진 자리는 본디 길과 나란한 높이의 평지였다. 그 평지를 사람들이 주석을 캐기 위해 오랜 세월 파고 또 파서 저와 같은 협곡이 생긴 것이다. 인도네시아 방카섬에 인공적으로 생겨난 이 협곡의 깊이와 너비는 사람들이 파헤친 욕망의 크기다. 사진 안에서 한 사람은 선 채로, 한 사람은 앉은 채로인 인물들은 사금을 캐듯이 주석을 캐고 있는 중이다. 생계가 어려운 섬 주민들은 주석 광산으로 쓰임을 다한 이곳에서 아직도 불법 채굴을 이어 가고 있다. 파괴된 환경 생태계와 섬 주민들의 무너진 경제 생태계를 한 장의 사진 안에 압축한 것이다.이 사진은 홀로 수년간 ‘반도체의 궤적’을 좇는 사진가 신웅재의 <From Sand to Ash>의 일부다.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직업으로 포토저널리즘 사진을, 개인 작업으로 다큐멘터리 사진 프로젝트를 이어 가는 그는 ‘모래(실리콘)에서 나와 재(산업폐기물)가 되기까지’ 반도체 산업이 인류 문명에 쏟아내는 폐해들을 르포르타주 방식으로 담고 있다. 미래를 이끌어 갈 산업 기술로 열광할 뿐 환경파괴와 오염, 자원고갈, 노동착취, 아동노동 문제 등 반도체 산업의 어두운 이면들은 알지도, 세상에 잘 알려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방카섬은 섬 전체가 주석이 풍부해 수백 년간 전 세계 주석의 공급원이었던 섬이다. 반도체칩을 이용하는 제품 제작에 주석이 필수 광물로 사용되면서 현재는 토양 파괴를 넘어 인근 해역의 생태계까지 재앙에 가까운 환경문제에 직면해 있다. 방카섬에 관한 르포르타주가 ‘모래’의 일부라면 아프리카 각지와 유럽 국가의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가나의 수도 아크라 슬럼 지대 사람들의 전자제품 소각 현장은 ‘재’에 해당한다. 서울과 뉴욕, 도쿄에서 새로운 휴대전화의 출시에 열광하는 인파에서부터 전자제품에 둘러싸인 일상까지 반도체가 최첨단 기기로 소비되는 대도시의 모습들도 포착했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공장 노동자들의 안전을 방치하고 그들이 처한 위험과 죽음을 은폐해 온 반도체 메모리칩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의 ‘자랑스러운 한국 기업’을 상대로 피해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벌여 온 11년간의 투쟁 또한 기록했다. 반도체칩이 생산되고 소비되고 폐기되는 전 과정에 걸쳐 일반적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명백히 존재하고 발생하는 ‘감춰진’ 폐해들을 사진의 힘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처음 그 용어가 시작된 20세기 초부터 지금껏 망각의 반대편에서 ‘우리 주위의 세상을 묘사하려는 정직한 노력’(‘세계, 인간, 그리고 다큐멘터리’에서 스튜어트 프랭클린이 말한 다큐멘터리의 정의)을 지속하고 있다. 세계 여러 지역을 하나의 ‘현장’으로 넘나드는 젊은 사진가 신웅재는 그 다큐멘터리 사진의 가치에 복무 중이다.
  • [5·18 39주년] “계엄군 무차별 총칼, 혈투로 맞선 시민들… 5월은 잔인했다”

    [5·18 39주년] “계엄군 무차별 총칼, 혈투로 맞선 시민들… 5월은 잔인했다”

    5·18민주화운동 기간인 1980년 5월 18~27일 실상을 낱낱이 밝힌 자필 원고(200자 원고지 140장 분량)의 구체적 내용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박석무(77·당시 광주 대동고 교사)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항쟁 중심지 곳곳을 누비며 직접 보거나 들은 내용을 꼼꼼하게 정리한 ‘5·18 광주 의거-시민항쟁의 배경과 전개 과정’이란 제목의 글이다. 일자별 항쟁 상황과 발생 원인, 의의, 교훈 등 8개 소주제별로 기록돼 있다. 국회 청문회, 검찰 수사,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등 몇 차례 조사를 거쳐 상당 부분 세상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항쟁에 참여한 교사가 직접 작성한 수기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띤다. 내용을 발췌해 그 과정을 되짚어 본다.#18일 군부에 의한 전국 계엄 확대 조치 다음날로 일요일인 이날 오전 9시쯤 전남대생 500여명은 정문 앞에서 이미 시내에 배치된 계엄군과 대치 중이었다. 돌멩이로 계엄군에 맞서던 학생들은 힘이 부치자 삼삼오오 흩어져 4㎞쯤 떨어진 전남도청(현 동구 광산동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으로 몰려들었다. 학생들은 최루탄을 쏘는 경찰에 맞서 투석전을 벌이며 금남로·충장로 골목으로 흩어졌다 모였다를 되풀이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오전 투석전 등으로 충장로파출소가 파괴되는 등 시위는 점차 과격해졌다. 계엄사 측은 오후 공수부대 병력을 시내에 투입, 젊은이들을 무차별 구타하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 가택 수색과 연행 등으로 숱한 학생과 시민들이 짐짝처럼 군용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19일 날이 밝자 도청 인근 골목 곳곳에서 대학생들이 떼 지어 몰려들었다. 시민들이 가세하면서 시가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계엄군은 닥치는 대로 찌르고 구타했다. 시내가 온통 유혈로 물들었다. 동구 계림동 광주고 인근에서 계엄군의 첫 발포로 부상자도 나왔다. 시민들은 육탄으로 총칼 앞에 혈투를 감행했다. 금남로, 공용터미널, 광주역 인근 등에선 인산인해를 이뤄 계엄군과 밀고 밀리는 공방전을 벌였다. 분노한 군중은 식칼, 낫, 몽둥이를 들기도 했다. 사망자가 쏟아졌지만 사람이 쓰러지면 곧바로 연막탄을 뿌려 시야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군용차로 실어 갔다. #20일 아침부터 휴교 중인 고교생들도 거리로 나왔다. 대학생 지도부가 작성한 ‘시민 회보’라는 전단이 뿌려지고, 신문이 없는 터에 신문 구실을 했다. 계엄군 만행과 시민 도륙 참상이 알려지고 외신기자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해질무렵엔 도청 앞 계엄군과 대치하던 금남로 왕복 8차로 도로, 광주역~전남여고~노동청 사잇길도 인파로 메워졌다. 30만~40만 인파가 각목 등을 들고 “전두환 찢어 죽이자”며 어깨를 결었다. 영업하던 택시기사 5명이 무차별 자상과 폭행으로 숨졌다는 게 확인되자 동료 기사 80여명은 공설운동장(무등경기장)에 모여 클랙션을 울리며 차량을 몰고 금남로로 진출했다. 시민들은 밤을 꼬박 새우며 계엄군과 일진일퇴 공방전을 계속했다. 격렬한 ‘전투’로 도청을 뺀 전역이 시민들에게 넘어갔다. #21일 새벽 곳곳에서 총성과 함께 불탄 차량, 혈흔, 흩어진 보도블럭이 어우러져 잔인한 아침을 맞고 있었다. 시민들은 전날 밤 계엄군으로부터 탈취한 M16 소총 20여정으로 아세아자동차(현 기아차)를 털어 차량을 확보하고 일부 자체 무장했다. 낮 12시 30분쯤 계엄군 저지선을 차량으로 뚫으려 접전을 벌였다. 계엄군의 도청 앞 집단 발포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시민들은 부상자를 병원으로 나르고 헌혈을 자처했다. 아낙네들은 차량에 탄 시위대에 물과 음료수, 김밥을 날랐다. 오후 3시쯤부터는 인근 전남 화순과 나주 등지의 예비군 무기고에서 빼앗은 칼빈 소총과 권총, 수류탄, 폭약(TNT) 등으로 무장했다. 도청을 지키던 계엄군은 오후 4시 외곽으로 철수했다. 광주는 ‘해방구’로 변했다. #22~27일 도청 앞에선 시민궐기대회가 열려 ‘독재 타도’ ‘살인마 전두환 퇴진’을 외쳤다. 도청에 작전본부와 수습대책위도 꾸려졌다. 시민군은 도시 외곽에 진지를 구축하고 야간 계엄군 침입에 대비하는 등 자체 경비와 치안을 강화했다. 도청 앞 상무관 등지에는 시신과 부상자를 확인하려는 가족으로 뒤덮였다. 매일 낮 대규모 군중이 시국을 성토했다. 광주는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상태에서 며칠을 보냈다. 계엄군은 27일 새벽 지상과 공중을 이용해 살육작전을 감행해 압도적인 화력을 앞세워 도청을 접수했다. 항쟁 지도부는 도청 사수를 결의하고 끝까지 저항했으나 5·18은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법원 “해고 뒤 다투다 정신질환 알았다면 산재”

    사고를 내 해고된 후 회사와 다투는 과정에서 정신질환을 얻었다면 회사의 해고 사유가 정당하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김병훈 판사는 인천의 한 시내버스 회사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승인 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회사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던 A씨는 2016년 10월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치어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혔다. 회사는 A씨를 해고했고 A씨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A씨는 징계의 부당성과 손해배상 책임을 두고 회사와 다투는 과정에서 불안장애와 우울장애 등이 얻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공단이 A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자 회사가 불복해 소송까지 진행됐다. 회사 측은 “징계해고와 구상금 청구 소송은 규정에 따른 정당한 것으로, 이로 인해 적응장애가 왔더라도 업무상 재해라는 인과관계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일련의 사건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으리라는 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면서 “이는 모두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것이므로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A씨에 대한 회사의 징계해고와 소송이 정당한 것이었다고 해서 이를 다르게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법원 “학생에게 ‘빨갱이XX’ 교수 해임 지나쳐”

    법원 “학생에게 ‘빨갱이XX’ 교수 해임 지나쳐”

    학생들에게 막말과 성차별적인 발언을 했다가 공개 사과까지 한 교수를 해임 처분한 것은 지나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박성규)는 서울시립대 김모 교수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 교수는 2016년 수업 중 폭언과 성차별 발언을 한 사실이 학생 대자보를 통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대답을 못 하거나 틀린 답을 한 학생에게 “빨갱이 XX”, “모자란 XX” 등의 말을 하거나 죽비로 학생 어깨를 치며 “맞으면서 수업 들을 자신이 없으면 나가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학생들에게 “30살 넘은 여자들이 싱싱한 줄 알지만 자녀를 출산했을 때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빨리 결혼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도 했다. 대자보가 게시되자 김 교수는 수업 시간에 공개 사과했지만 2017년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가 재심사 후 해임됐다. 재판부는 “교원으로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원고가 여러 비위 행위로 소속 학교와 교원 명예 및 신뢰를 실추시켰다는 점에서 잘못이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도 “학생들의 집중력 등을 높이기 위해 그 같은 언행을 한 측면이 있고 폭언·욕설·폭행 수준이 중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성차별 발언도 “출산율 저하 문제 때문에 하게 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고 성희롱 의도는 약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원고는 대자보 게시 직후 공개 사과했다”면서 “징계 전까지 공식 문제 제기를 받지 않아 잘못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으니 반성할 기회를 부여받으면 더 성숙한 교육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빨갱이 XX, 여잔 男 낳아야”…서울시립대 교수 해임 취소 판결

    “빨갱이 XX, 여잔 男 낳아야”…서울시립대 교수 해임 취소 판결

    수업 중 대답 못하면 “모자란 XX”“여자 30살 넘으면 안 싱싱해 출산 문제”“여자는 男아이 낳아야 하니 컴퓨터 많이 하지 마”법원 “학생들 집중도 높이기 위한 측면…성희롱 의도 약해”“빨갱이 XX”, “여자는 남자아이 낳아야 하니 빨리 결혼해” 등 학생들에게 수업 도중 수차례 막말과 성차별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서울시립대 교수에 대한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본인이 공개 사과했고 학생들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측면, 성희롱 의도가 약한 점 등에서 징계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서울시립대 김모 교수가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김 교수는 2016년 수업 중 대답을 못 하거나 틀린 답을 한 학생에게 “빨갱이 XX”, “모자란 XX” 등 폭언을 하고, 죽비로 학생들의 어깨를 치며 “맞으면서 수업을 들을 자신이 없으면 나가라”고 말한 사실이 학생 대자보를 통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그는 또 여학생들에게 “30살 넘은 여자들이 싱싱한 줄 알지만 자녀를 출산했을 때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빨리 결혼해야 한다”, “여자는 남자아이를 낳아야 하니까 컴퓨터를 너무 많이 하거나 TV 시청을 많이 하지 마라”는 등 성희롱과 성차별 요소가 있는 발언도 했다. 대자보가 게시되자 김 교수는 수업 시간에 공개 사과를 했으나 직후에 연구교수가 시험지를 잘못 가져오자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욕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학생은 대자보 게시, 국가인권위원회 및 서울시의회에 대한 진정 등 과정을 거치며 일부 동료 학생들과 원고를 옹호하는 대학원생 및 졸업생들로부터 비난받는 등 2차 피해를 보기도 했다. 김 교수는 2017년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으나, 재심사 후 해임 처분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김 교수의 비위 내용을 인정하면서도 징계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비위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성희롱의 경우’에는 해임 외에도 정직, 감봉, 견책 등 처분이 가능한데 해임을 한 것은 징계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교원으로서 일반 직업인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원고가 여러 비위 행위를 해 소속 대학교와 교원들의 명예 및 신뢰를 실추시켰다는 점에서 잘못이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도 해임 사유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재판부는 “강의 과정에서 학생들의 집중력 등을 높이기 위해 그 같은 언행을 한 측면도 있고, 폭언·욕설 및 폭행 수준이 중하지 않다”면서 “성차별적 발언은 출산율 저하 문제 때문에 하게 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고, 성희롱 의도는 약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피해 학생에 대한 2차 피해는 원고가 개입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 이를 원고에게 불리한 징계 양정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대자보 게시 직후 공개적으로 잘못을 사과했다”면서 “동종 징계 전력도 없고 이 사건 징계 이전까지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받은 바 없어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으니 반성할 기회를 부여받으면 더 성숙한 교육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기안84, 장애인 희화화 논란에 사과 “앞으로 더 신중하겠다” [종합]

    기안84, 장애인 희화화 논란에 사과 “앞으로 더 신중하겠다” [종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10일 기안84의 웹툰 ‘복학왕’에 청각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 담겼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한 가운데, 기안84가 “잘못된 방향으로 과장하고 묘사했다”며 사과했다. 10일 오후 기안84는 ‘복학왕’ 최신화 마지막 부분에 이미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이번 원고에 많은 분들이 불쾌하실 수 있는 표현이 있었던 점에 사과 말씀 드린다”며 “성별/장애/특정직업군 등 캐릭터 묘사에 있어 많은 지적을 받았다. 작품을 재미있게 만들려고 캐릭터를 잘못된 방향으로 과장하고 묘사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기안84는 이어 “앞으로는 더 신중하겠다. 정말 죄송하다. 다시 한번 사과 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앞서 전장연은 지난 7일 공개된 248화 ‘세미나1’에 나오는 장면 중 하나를 예로 들며 “주시은이라는 캐릭터가 말이 어눌하고 발음도 제대로 못 하는 것은 물론, 생각하는 부분에서도 제대로 발음을 못 하는 것처럼 등장 내내 표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장연은 이어 “이는 청각장애인이 말을 제대로 못 할 것이라는 편견을 고취하고 청각장애인을 별개의 사람인 것처럼 차별하는 것”이라며 “특히 이번 연재물에서는 청각장애인을 지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사람처럼 희화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명백히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장애인에 대한 차별 행위”라며 “기안84에게 이런 식으로 청각장애인을 희화화할 정당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전장연은 기안84를 향해 “지금까지 작품을 통해 지속해서 차별 행위를 해온 데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라고 요구했다. 또한 네이버주식회사(네이버웹툰)에 대해서도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행위가 다른 작품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진=뉴스1, 페이스북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판깨스트] “최시원 사건에 왜 우리 개 사진을“ 반려동물 업체 대표, 언론사에 패소

    [판깨스트] “최시원 사건에 왜 우리 개 사진을“ 반려동물 업체 대표, 언론사에 패소

    2017년 10월 중순, 서울의 한 유명 한식당 대표가 목줄을 하지 않은 개에게 물려 치료를 받다 패혈증으로 사망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개의 주인이 유명 가수이자 배우인 최시원씨로 알려져 더욱 논란이 됐죠. 최씨가 반려견인 프렌치 불도그의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과 함께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외출 시 반려견에게 목줄과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자는 이른바 ‘최시원 특별법’의 입법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최씨는 지난달 1일 “저와 관련된 모든 일에 더욱 주의하겠다”면서 “많은 분들께 심리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법원에서 당시 사건에서 비롯된 판결이 있었습니다. 당사자는 최씨도, 한식당 대표도 아닌 전혀 아니었는데요. 프렌치 불도그 견종을 포함해 반려동물의 분양과 관련 도·소매업을 하는 김모씨는 지난해 1월 A신문사와 B종합편성채널 방송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한식당 대표의 사고를 당시 많은 언론들이 보도를 했는데 A사와 B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려동물 업체 대표 “프렌치 불도그 사진 저작권 침해·영업방해” 김씨는 A사의 ‘이웃집 반려견<프렌치 불도그>에 물린 50대 여성, 3일 만에 사망’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B사의 한 프로그램에서 관련 사고를 방송하면서 자신이 촬영한 프렌치 불도그의 사진을 내보낸 점을 문제삼았습니다. 분양사업을 위한 프렌치 불도그 사진을 방송에 내보내 자신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영업을 방해했으며 마치 자신이 분양하는 개들이 이 사고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김씨는 A사와 B씨가 각각 3000만원의 위자료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고 각각 정정보도문을 내야 한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정정보도를 하지 않을 경우 매일 300만원씩을 줘야 한다는 조건도 덧붙였죠. 그러나 법원은 김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우선 A사의 기사에 대해서는 “해당 보도가 원고의 저작권, 영업권, 인격권을 침해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했는데요. A사의 기사에 김씨가 찍었다는 프렌치 불도그의 사진은 물론이고 아무런 사진이 첨부되지 않았고, 프렌치 불도그의 일반적인 특성을 설명했지만 김씨의 분양사업에 관련된 개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B사의 방송에 사용된 프렌치 불도그 사진은 김씨가 촬영한 것이 맞다고 인정이 됐는데요. 그러나 A사와 마찬가지로 B사의 방송 내용으로 김씨의 저작권이나 영업권 등이 침해되고 명예가 훼손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법원 “프렌치 불도그 사진 저작물로 볼 수 없다” 판결을 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 이동욱)는 “이 사건 사진을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사진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창작성이 필요합니다. 특히 사진저작물은 피사체의 선정이나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촬영기회의 포착, 기타 촬영방법, 현상과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어야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된다는 게 판례입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사진에는 아무 것도 착용하지 않은 프렌치 불도그가 정면 내지 측면을 응시하고 있을 뿐 별다른 소품이나 장치는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촬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개성과 창조성이 드러나는 기법을 사용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피사체인 프렌치 불도그 견종 자체만을 충실하게 표현해 광고라는 실용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임이 인정될 뿐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B사의 방송 내용에 김씨의 이름이나 김씨가 운영하는 업체의 상호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사진에 등장하는 개들의 이름이나 소유자가 누구인지도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인정되려면 피해자가 특정돼야 합니다. 그런데 방송 어디에서도 김씨나 업체에 관련된 내용이 나오지 않았으니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B사의 방송 내용은 “최근 반려견에 의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어 그에 대한 안전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고, 그 과정에서 비춰진 프렌치 불도그의 사진은 단순히 프렌치 불도그라는 견종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예시사진이었던 만큼 김씨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가해행위를 했다고는 볼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마찬가지로 단순히 프렌치 불도그의 사진을 보여준 것만으로 김씨 업체의 영업을 방해했다고 볼 여지도 없다고 재판부는 밝혔습니다. 결국 김씨의 모든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원고 패소로 결론이 났습니다. 판결은 지난 3월 선고됐고 김씨는 항소를 하지 않아 지난달 초 최종 확정됐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여기는 중국] 칭화大 “‘칭화’ 이름 함부로 쓰지마”…다수 업체 상대 소송

    중국의 대표적인 명문대학교 칭화대학(清华大学)이 ‘칭화(清华)’ 명칭을 사용한 다수의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중국 전역에 ‘칭화’ 명칭을 무단으로 사용 중인 교육 서비스 제공 업체의 수는 약 4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중국 베이징 하이덴취(海淀区)에 소재한 칭화대학교 측은 최근 ‘칭화’라는 학교 명칭을 무단으로 사용한 유치원, 어린이집, 사설 학원 등을 겨냥해 상표권 침해 소송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영언론 인민일보는 칭화대 측이 최근 제기한 소송과 관련, ‘칭화’라는 명칭을 사용한 업체들이 ‘대중을 혼동 시키려는 취지를 가졌다’고 보고 학교 측은 이에 대한 부당 이익 편취 등을 내용으로 한 상표권 침해 분쟁 심리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장시성(江西省) 간저우시(赣州市) 중급인민법원은 원고 칭화대가 이 일대에 소재한 ‘칭화어린이집’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 분쟁 심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칭화대 측은 지난달 26일에도 장시(江西) 신위시(新余市) 소재한 칭화유치원, 칭화어린이집 등을 상대로 총 3건의 상표권 위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다수의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칭화대 측은 ‘칭화’라는 명칭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지적, 이는 지난 1998년 11월 21일 이후 줄곧 해당 명칭에 대해 상표권을 소지하고 있는 칭화대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사용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칭화’라는 명칭은 지난 1911년 ‘칭화학당’이 설립되면서 생겨났다. 이후 1998년 11월 국가상표국의 심사를 거쳐 줄곧 칭화대 측에서 상표 전용권을 유지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칭화’ 명칭에 대한 상표권(제1225974번)에 따르면, 교육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타 업체의 경우 칭화대 측의 인가 또는 허가 없이는 해당 상표를 무단으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칭화대 측은 지난 2006년 12월 베이징시 고등인민법원 심리를 통해 ‘칭화’라는 상표권에 대해 칭화대학이 유일한 권리자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때문에 칭화대 측은 전국에 소재한 교육 서비스를 목적으로 한 다수의 업체에서 ‘칭화 유치원’, ‘칭화 어린이집’, ‘칭화사설학원’ 등의 명칭을 사용할 시, 이는 대중에게 칭화대와의 교육 서비스 연계라는 혼돈을 줄 우려가 크다며 이번 소송 진행의 취지를 밝혔다. 칭화대 관계자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칭화라는 명칭을 남용해 대중에게 혼동을 주고, 이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도모한 업체는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해당 사건은 현재 각 지역 소재 인민법원에서 심사, 일부 지역에서의 소송은 원고 승소 판결로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원고 승소 판결을 받은 판결문에서는 ‘피고는 원고에 대한 권리 침해 행위를 즉각 중지해야 한다’면서 신문, 방송 등 언론을 통해 약 1개월 동안 사과 안내문을 게재하도록 강제했다. 또한 ‘칭화’라는 명칭 남용을 통해 얻은 부당 이익에 대해 법원 측은 50만 위안(약 8천 500만 원)을 원고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2000자 인터뷰 12]김숙현 “강제징용 문제, 한일 3개월 내 협의를”

    [2000자 인터뷰 12]김숙현 “강제징용 문제, 한일 3개월 내 협의를”

    문재인 대통령이 6월 말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과 관련 9일 “일본을 방문할 텐데 아베 신조 총리와 회담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에서는 지난달 ‘오사카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부정적’이라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한일 관계는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최악인 상황이다. 그 돌파구는 없는지 평화연구소는 10일 일본 전문가인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실장에게 물어봤다. 김 실장은 도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동북지방의 명문 도호쿠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2015년부터 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협의 의사도 밝혀  Q: 일본은 지난해 10월30일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개인청구권은 소멸됐다고 정한 한일청구권협정이란 국제법을 한국 사법부가 어겼다고 이의 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승소한 강제징용 피해자 원고가 압류한 피고인 일본 기업 재산의 현금화에 들어가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원고 측이 일본 기업 재산의 현금화에 들어갈 것으로 보는가. A: 5월 1일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 및 후지코시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단이 해당 기업으로부터 압류한 자산에 대해 매각명령 신청을 냈다. 대리인단 측은 생존 피해자들의 고령화를 고려해서 현금화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힘과 동시에 협의 의사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 법원의 매각 명령서가 일본 기업에 송달되는 기간이 약 3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고 포괄적인 협의의사를 갖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일본 기업 재산에 대한 현금화에 들어간 상황인데, 협의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한일 정부 간 조율이 적어도 3개월 내에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그렇지 않으면 한일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 부분적 영향 미칠 수도 Q: 일본이 한국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조치란. A: 경제보복 조치가 예상된다. 첫째,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 및 한국 상품에 대한 압박을 생각할 수 있다. 세무사찰, 외환관리, 노무관리, 환경 및 안전기준 준수 여부 조사 등을 시행하거나, 한국 및 한국 기업과 상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키고 한류 컨텐츠 관련 방송을 억제할 수도 있다. 둘째, 보이지 않는 금융제재의 단계적 강화이다. 현재 일본계 은행의 한국에 대한 여신 규모는 586억 달러로, 이들 자금의 부분적 회수 압박도 가능할 것이다. 일본계 신용평가기관 등에게 한국 관련 채권 신용평점을 낮추라는 행정 압력을 가할 수 있는데, 이런 일본의 제재로 한국 경제가 혼란을 겪을 가능성은 낮지만, 개별 기업이나 금융기관 등은 금융조달 비용의 증가에 따른 피해 가능성도 있다. 셋째,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긴 하나 한국의 중요 수출부분인 반도체에 필요한 불소나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평관판, 배터리(양음극제) 등 이른바 전략물자에 대한 수출 규제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된다. 실제로 수출규제를 언급하기보다 수출제한 가능성 검토 및 자본 철수 위협을 노출시키면서 우회적 파급효과를 노릴 가능성도 있다. 외교적 실리 위해 정부간 협의해야 Q: 강 대 강의 조치를 서로가 취하면 한일관계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나락의 상태로 빠질 것이다. 대책은 무엇인가. A: 대책은 한일 간 정부 당국자 간 협의와 조정뿐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정부가 입장을 조속히 밝히길 촉구하고 있는 상황인데 비해, 한국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의 재검토라는 전례가 있었듯이 국내 정서를 고려해 쉽사리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일 관계는 국내문제가 아니라 외교문제라는 점에서 국내 요인을 지나치게 고려하여 외교적 실리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Q: 국내 일각에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한국 사법부의 판단의 옳고그름을 물어보자는 의견이 있다. 또한 일본 정부에서 말하는 ‘청구권협정에서 분쟁이 발생했으니 협정이 규정한 중재위원회에 먼저 판단을 구해보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바람직하지 않아 A: ICJ에 가려면 한국과 일본 양국 모두 찬성해야한다. 설사 ICJ 판결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근본적인 한일 간 현안들은 모두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불법성과 연관되어 있고, 궁극적으로는 감정적 문제이다. ICJ에서 한국이 승소하더라도 일본 측이 하루아침에 입장을 달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한국이 패소한다면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을까. 어려운 부분이다. ICJ에 제소하더라도 현 정권 임기 내에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없다. 차기 정부에게 공을 넘기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한일 간 문제를 제3자 혹은 제3의 기관에게 판단을 받는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본 측이 주장하는 중재위원회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이 제안한 중재위원회도 한일 각 정부가 한명 씩 임명하는 위원과 제3국 위원을 포함해 3명으로 구성하는 것인데, 제3국 위원 선임문제 등이 있어 쉽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Q: 한일 정상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한일관계 원로들의 제안도 있다. 과연 한일 정상회담으로 현안이 해소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A: 한일 두 정상이 만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렇게 현재 한일 정상 간 근본적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만난다고 뭔가 해결이 될 수 있을까. 정상이 만나기 전에 당국자 간 협의와 조정이 선행돼야 한다. 다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간 정상은 회담 3차례, 전화통화 17차례 이상 등 박근혜 정부시절에 비해 소통은 강화되었다. 배경에는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관련 정세변화가 있었다. 지금 유일하게 한일문제가 해소될 실마리는 북한 관련 현안에 대한 정보공유 및 소통이라 할 수 있는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현재로서는 이것도 여의치 못한 상황이다. 북일 정상회담, 당분간 실현 어려워 Q: 얘기를 바꿔서, 최근 부쩍 일본 측에서 제기되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문제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제안한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북미 협상 재개에 대해서도 반응이 없는 평양이 과연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할 동력이 있는가. A: 지난 4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아베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했고, 여기서도 아베총리는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야 한다면서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북한은 납치문제 해결이 2014년 스톡홀름 합의에 의해 해결됐다는 입장이고, 현 시점에서 아베 총리와 조건없는 대화를 한다고 할지라도 북한이 가져갈 수 있는 이득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외교적 성과나 리더십 보여주기에는 적절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이다. 현재 북미 간 협상을 통한 비핵화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할 만한 여력이나 동력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북미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은 보다 높은 몸값으로 일본과 협상할 수 있는데 확실한 카드를 쉽게 써버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Q: 일본이 과거와는 달리 북일 정상회담에 의욕을 보이는데, 그 이유는. A: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북미 간 협상과 한반도 정세변화에 일본이 뒤처지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일동맹 강화의 저변에는 중국을 견제하면서 동시에 동북아시아에서 일본의 위상과 영향력을 유지하고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두차례, 북중 정상회담 네차례, 남북 정상회담 3차례, 북러 정상회담이 열렸는데도 일본만 북한과 정상회담을 갖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국내적 요인이다.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아베총리의 지지율은 40%대로 그다지 국민적 인기는 높지 않다. 납치문제 해결은 아베 총리가 집권 초기부터 강조한 사안으로 납치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국내적으로 유리하다.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되어 설사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할지라도 작년 9월 아베 총리가 유엔에서 연설했던 바와 같이,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였다는 점에서 성과없는 북일 정상회담도 아베총리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니다. Q: 흔히 북일 관계 개선은 비핵화 퍼즐의 마지막에 끼우는 조각이라고 한다. 북미 관계 개선에 앞서 북일이 먼저 갈 가능성이 있는가. A: 북미관계 개선이 어느 정도 진전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과거 미소 냉전기였던 1971년 7월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비밀리에 방중하고,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자, 일본은 그해 9월에 중국과 국교정상화를 먼저 했다. 이미 키신저와 닉슨 대통령의 방중으로 미중 화해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고, 중일은 경제적으로 충분한 교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북일과는 다른 것이다. 일본 단독으로 북일 관계 개선을 추진하기에는 미일 동맹이라 는 큰 틀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다. 황성기 평화연구소장 marry04@seoul.co.kr
  • “일기 셀프 연재… 스스로 직장 선물하는 느낌”

    “일기 셀프 연재… 스스로 직장 선물하는 느낌”

    4월 한 달, 구독료 1만원을 냈더니, 각양각색의 글이 메일함으로 들어왔다. ‘이슬아’라는 발신자는 ‘할아버지가 있어서 기뻐요’를 ‘깊어요’로 쓰는 어린 사촌 동생의 이야기, 서평, 누군가에 대한 인터뷰, 웹툰을 보내왔고, ‘문보영’이라는 발신자는 시 또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알 수 없는, 우롱당하는 재미가 있는 글을 보내왔다.독자의 메일함으로 직접 원고를 보내는, 이른바 ‘셀프 연재’를 이어 가는 27세 동갑내기 작가 둘을 만났다. 지난해 2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학자금 대출 2500만원을 갚겠다”며 연재를 선언했던 이슬아 작가는 그렇게 써내려 간 글로 본인이 차린 독립출판 헤엄출판사에서 ‘일간 이슬아 수필집’과 그림 에세이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문학동네)를 냈다. 등단 후 최단기 김수영문학상 수상에 ‘유튜브 브이로그를 하는 시인’으로 알려진 문보영 시인은 지난해 12월부터 연재를 시작해 태국살이, 동료 시인과의 교환 일기 등을 선보이고 있다. 그사이 이 작가는 대출 빚을 다 갚았고, 문 시인은 최근 첫 산문집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쌤앤파커스)을 냈다. 4월분 연재를 마친 4월의 마지막 날,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두 사람을 만나 ‘셀프 연재’와 지속 가능한 글쓰기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셀프 연재,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이슬아 작가(이하 이) 웹툰계에 애매하게 발을 걸치던 시기가 있었어요. ‘잇선’이라는 만화 작가 친구와 고정적이지 않은 수입에 대해서 자주 얘기했어요. 잇선씨가 작은 사업 아이템이 있다고, 일기를 메일로 독자에게 직거래하는 서비스 어떠냐고 하더라고요. 아무도 안 하고 있고, 심지어 초기 자본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마침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던 시기여서, 갑자기 ‘파박’ 시작했어요. 문보영 시인(이하 문) 저는 슬아씨가 하니까….(웃음) 심심해서요. 작가들은 문예지가 무대인데, 그 무대가 낡다고 느껴졌어요. 시를 발표했을 때, 누군가 읽는다는 느낌을 받아야 되는데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거기 내는 글을 엉망으로 쓰게 되는 거예요. 그러다가 슬아씨가 하는 걸 보게 됐어요. 일기 쓰는 사람을 원래 좋아하는데, 일기로 돈 버는 사람은 더 좋았어요. -셀프 연재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문 등단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게 글 청탁이었어요. 출판사의 연락을 받아 문예지라는 무대에 오르거나 시집을 내는 구조잖아요. 청탁을 받는 과정에서 권력이 생기는데요, 누군가한테 잘 보여 청탁을 받을 수도, 밉보여서 뺏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위협을 많이 느꼈어요. 전화 받는 게 무서워서 아예 도서관 사물함에 휴대전화를 넣고 다니기도 하고요. 셀프 연재를 하니까 그런 권력을 악용하는 사람들을 쳐낼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이 진짜 중요한 문제인거 같아요. 등단을 안 해서 이 구조를 경험하진 않았지만, 책 내는 구조는 기본적으로 똑같잖아요. 청탁을 받지 않고 고용되지 않는 날들이 너무 불안했기 때문에 스스로한테 안정적인 직장을 선물하는 느낌이에요. 20대 초반부터 카페 알바, 누드모델, 글쓰기 선생님처럼 다른 일을 많이 했는데 다른 일을 줄여서 글 쓸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좋았어요. 말로 돈 벌기 싫고, 싫은 지면에 글 쓰기 싫은데 내가 가장 문제의식을 느끼는 지점에 대해 허락받지 않고 쓸 수 있다는 점. -스스로 만든 글 감옥 속에서 힘들지 않나요. 이 CS(Customer Service)가 힘들어요. 첫 달에는 메일 발송 오류 같은 것도 많이 있고요. 입금, 수금 관련 일도 많아요. 가끔씩 사람들이 제 글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때도 있어요. ‘돈을 냈는데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글이 굉장히 길게 정돈된 언어로 오면 굉장히 공을 들여서 빈틈없는 장문의 사과를 해야 해요. 욕먹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을 갖고 글을 쓰는 게 힘든 거 같아요. 문 연재를 하니까 남의 시선을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글은 블로그에 싸지르는 글인데, 그 글을 사람들한테 이메일로 보낼 때는 찝찝한 거예요. 파편적이고, 완성되지도 않고, 주제도 안 잡히는 글을 사람들이 재밌어 할지 모르겠고…. 그런 생각들이 저를 갇히게 하기도 해요. 그래서 최대한 SNS에 안 들어가고, 안 보고 그래요. 그래서 죄송해요. 답장도 빨리 못하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문 문예지를 시작했는데요. 스스로 마감을 만들어서 거기 넣을 시를 많이 써 두려고요. 일기랑 소설도 있고, 노래 가사도 쓸 생각이에요. 이 여름까지 연재를 지속하고, 올해 ‘서울 아트북 페어’에 낼 단행본을 제작할 거예요. 연재 끝나고 부지런히 책 작업도 하고요. 어떤 물성으로 만들까 고민하고 있어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김훈 문장을 솎아내는 그녀…하정우가 미팅 청하는 그녀

    김훈 문장을 솎아내는 그녀…하정우가 미팅 청하는 그녀

    김훈 작가 육필 컴퓨터로 옮기며 인연 지우개 가루 속에서 단단한 글 만들어 하정우 미팅만 20번 하는 ‘열혈 작가’ 교정지 직접 제본… 새 아이디어 추가김훈 작가의 산문집 ‘연필로 쓰기’를 보며 떠오르는 생각 하나. 원고지에 꾹꾹 눌러쓴 저 글씨는 누가 타이핑해 컴퓨터에 옮겼을까. 지난해 11월 출간 이래 11만부가 발행된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는 정말 배우 하정우가 쓴 게 맞을까. 6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연실(35) 문학동네 편집부 국내5팀장은 이들 책 뒤에 있는 사람이다. 명함에 빼곡히 적힌 책들은 다 그가 편집한 것들이다. ‘북 디렉터’를 자처하는 그가 기획하고, 원고를 수정하고, 책과 엮인 사람과 소통한 흔적이다. 7년 차 비교적 ‘신참자’였던 이 팀장이 김훈 작가와 연을 맺은 것은 2015년 출간된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부터다. 작가의 육필 원고를 컴퓨터에 옮기는 일은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이루어진다. 오자를 낼까 무서워서, 즉시즉시 저자에게 확인하기 위함이란다. 처음에는 못 알아보는 글자가 너무 많아 ‘자꾸 물어보다 편집자가 바뀌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지금은 척 하면 척이다. “선생님이 연필로 글을 쓰시면서 문장이 더 단단해져 가는 걸 느껴요. 조사 하나 쓰는 것도 ‘헉’ 하게 될 때가 많아요. 지우개 가루 속에 계시는 걸 보면 감동적이기도 하고요.” 편집자의 역할 중 하나는 날것 그대로의 원고를 받고 고언을 하는 일. 김훈 같은 거장에게는 무슨 말을 어찌 전할까. “저자 교정지 여백에 편지를 써요. ‘이 문장은 이러이러한 연유로 없으면 더 잘 읽힐 것 같습니다’ 하는 식으로요. 처음에는 ‘안 된다’고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셨더라고요. ‘빼라 빼!!’” 원고를 받으러 가느라 만나는 횟수만큼, 아니 그보다 더 김 작가는 그에게 특별한 존재다. 작가는 이 팀장 언니의 결혼식에도 소리 소문 없이 참석했다. ‘두 딸을 훌륭하게 키운 어머니한테 인사드리는 게 맞다’는 이유에서였다. “어머니가 학교 교육을 못 받으시고, 홀몸으로 저희를 키우셨거든요. 선생님이 늘 ‘너희 엄마는 성인이시다, 엄마 앞에서 까불지 말고 깊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하셨어요.” 어머니가 직접 농사지어 선물한 흙 묻은 풋마늘을, 손에 들고 활보하는 작가를 두고 이 팀장은 “이 세상 스웨그가 아니시다”라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적었다. 다음 질문. 배우 하정우는 정말 책을 직접 썼을까. 편집자 보증 ‘100%’다. “책을 내고 싶다”며 ‘작가 하정우’가 건넨 원고 뭉치에서 ‘걷는 사람’이라는 주제를 뽑아낸 사람이 이 팀장이다. 하루 3만보씩, 많게는 10만보까지도 걷는다는 이야기가 와닿았기 때문이다. 하 작가는 교정지를 직접 제본해 들고 다니며 빼곡히 새로운 아이디어로 채워 넣는 ‘열혈 저자’다. 길게는 4~5시간, 미팅만도 20번을 했다. 육필 원고를 받아치는 일, 너무 힘들지 않냐고 넌지시 물었다. “선생님이 갑자기 ‘나 이제부터 컴퓨터로 쓰고 이메일로 보내겠다’고 하시면 너무 서운할 거 같아요. 선생님 글쓰기의 최종 단계를 제가 못 보게 되는 거라서….” 17세 청년 마리오가 유명 시인 네루다의 우편을 배달하면서 자신 또한 시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책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좋아한다는 이 팀장. 그의 꿈은 저자들의 ‘할머니 우체부’가 되는 것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11년 만에 다시 기지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11년 만에 다시 기지개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수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강원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추진에 청신호가 켜졌다. 6일 강원도에 따르면 환경단체와 지역 일부 주민들이 환경부 장관과 문화재청장 등을 상대로 낸 국립공원계획변경처분 무효 확인 소송과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허가 취소 소송에서 모두 원고 기각 또는 각하되면서 소송전이 일단락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부장 이성용)는 지난 3일 강원도민·양양군민 등 지역주민과 환경운동가·산악인·작가 등 348명이 독립심의기구인 문화재위원회 결정을 뒤집은 문화재청을 상대로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허가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환경운동가 등이 불이익을 받는 당사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주민들 청구에 대해서는 문화재청의 현상변경허가 결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월에는 서울행정법원 행정 제5부가 환경단체 관계자 798명이 환경부 장관을 상대로 낸 국립공원계획변경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기각 또는 각하했다. 원고 측이 항소했으나 결과를 뒤집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준화 양양군번영회장은 “친환경 오색케이블카 추진에 다시 시동을 걸게 됐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환경단체에 오색케이블카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참여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2016년 11월 원주지방환경청의 보완 요구 이후 2년이 넘게 중단됐던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재협의에 착수해 이달 중 보완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2008년 12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진 이후 11년 만에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 강원도는 하반기 시설공사에 착수해 2021년 준공 및 운영을 목표로 한다. 노선은 환경 등을 고려해 오색~끝청봉 간 3.4㎞로 정해놨다. 김진하 양양군수는 “사업 추진을 위한 법적 입지를 확보했다”며 “백두대간개발행위, 공원사업시행허가 등 남아 있는 개별 인허가를 차질 없이 추진해 친환경케이블카를 설치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원인 모를 불, 책임자는?

    옆 건물에 난 불이 옮겨붙어 재산피해를 입었다면 화재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어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불이 난 시설물의 점유자가 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다. 6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5단독 신동헌 판사는 A씨가 이웃인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경기 안산에 땅을 빌려 비닐하우스를 짓고 농원을 운영하던 A씨는 2016년 어느 날 밤 옆쪽에 있던 B씨의 비닐하우스에 난 불이 자신의 비닐하우스로 번져 1600만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화재가 ‘원인 미상’으로 처리돼 누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할지 막막했던 B씨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B씨에게 소송을 냈고 B씨가 컨테이너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불이 났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화재 발생 책임이 전혀 없다”면서 “설령 책임이 있다 해도 중대한 과실로 불이 난 게 아니어서 손해배상액을 줄여야 한다”고 맞섰다. 신 판사는 “피고(B씨)는 소방시설 및 화재경보장치 등을 설치해 화재 확산을 방지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소홀히 해 비닐하우스에서 발생한 화재가 원고 비닐하우스에까지 번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B씨가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美 싱크탱크 브레인 ③] 미국평화연구소 중국의 역할 보고서 요약

    [美 싱크탱크 브레인 ③] 미국평화연구소 중국의 역할 보고서 요약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은 북한의 최대 우방인 중국이 건설적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설득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싱크탱크인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6일(현지시간) 제안했다. 연구소는 이날 워싱턴DC에서 ‘북한 핵 및 평화 협상에서 중국의 역할’을 주제로 15명의 전문가들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토론에 참가한 내용을 담은 ‘시니어 스터디 그룹(SSG)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들의 권고안 핵심은 미국이 중국의 역할과 이해를 살펴 북한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더 효과적인 역할을 하도록 애쓰라는 것이다. 논문의 압스트랙에 해당하는 집행요약과 관측들, 권고들 세 대목을 간추려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는데 200자 원고지 48장 분량이다. SSG가 굵은 활자로 인쇄해 강조한 대목과 연합뉴스가 옮긴 것을 함께 반영해 간추린다. 관측들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바라는 워싱턴의 열망을 공유하지만 그것이 단기간에 성취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베이징은 (비핵화를 우선시하는 미국과 달리) 북한이 요구한 ‘단계적·쌍발적’ 비핵화 방식을 계속해서 지지학 있다. 중국은 북한을 비핵화하는 노력들에 필수적인 플레이어이며 건설적인 역할을 하도록 고무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미국을 위해 북한의 위기를 “해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외교적 관계를 다양하게 하기 위해 평양은 미국과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권고들 미국은 단계적이며 비핵화와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상응 조치들에 필요한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병행 과정에 터 잡은 협상들을 추구해야 한다. 워싱턴은 미국의 대응태세와 한반도의 무력 시위를 줄이지 않고도 평양이 그 대가로 비핵화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내딛도록 제공하는 조치들을 정립해야 한다. 워싱턴과 베이징이 이런 로드맵을 함께 인정하게 되면 평양이 둘 사이의 간극을 이용하려는 노력이 실패할 것이란 강력한 신호를 보내게 된다. 미국 정책입안자들은 북한 이슈와 미국과 중국의 쌍무 관계에서 빚어지는 다른 이슈들과 연결해선 안된다. 미국은 베이징과, 나아가 국제사회와 함께 제재 면제를 불러오는 과정에 대해 완벽하게 의견 일치를 볼 때까지 북한에 부과된 국제 제재들을 엄격히 따르라고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 미국 정책입안자들은 일본의 지역 안보에서의 역할을 증진하는 것과 같은 미국의 전략적 목표들이 한국과 일본의 균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두 나라 사이의 균열을 좁히는 노력을 더욱 해내야 한다. 워싱턴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서울의 접근에 가능한 지원군으로 남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청와대가 지나치게 앞서나가지 않도록 가드를 쳐야 한다. 만약 미북 대화가 무기한 교착되거나 완전히 결렬되더라도 워싱턴은 평양이 협상 테이블에 돌아오도록 베이징과 협력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이 이런 교착에 주된 책임을 져야 하는 쪽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임을 믿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압스트랙 전문 보러가기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열린세상] 어떻게 읽을 것인가/유종필 전 관악구청장

    [열린세상] 어떻게 읽을 것인가/유종필 전 관악구청장

    “세상에 책도 많이 나오고, 읽고 싶은 책도 많은데, 독서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도서관 관련 강연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수많은 책 중에서 어떤 책을 어떤 방식으로 읽는 것이 효율적일까. 초원에서 양 떼나 소 떼들이 풀을 뜯어먹는 모습을 살펴보면 참 흥미롭다. 짐승들은 언제 어디서나 먹을 만한 것은 다 먹어 치운다. 또 먹기 힘든 것은 얼른 건너뛴다. 뷔페에 차려진 음식은 130여종 안팎이라고 한다. 이것들을 다 먹을 수는 없다. 먹고 싶은 것만 군데군데 골라서 먹는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초원에서 양 떼들이 풀을 뜯어먹는 것처럼 뷔페에서 음식 골라 먹듯이 읽어라”라고 답하곤 한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나 읽을 만한 것을 얼른얼른 골라서 읽으라는 말이다. 요즘 가끔 서점에 가서 그 많은 책들을 둘러보면 기가 질린다. 잘 차려진 밥상에서 젓가락을 어디부터 갖다 댈까 망설이는 것처럼 어떤 것부터 읽을까 망설이며 시간을 흘려보낼 때가 많다. 이런 때는 아무 책이나 마음 가는 대로 뽑아서 읽는다. 간단한 책은 서점에서 선 채로 읽어 버린다. 책의 표지와 목차, 머리말만 훑어보는 것도 안 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서점에 진열된 책의 제목만 보아도 시대 흐름을 느낄 수 있다. 바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독서 시간을 따로 내기 힘들다.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독서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발소나 미용실, 은행에서 대기하는 동안에는 잡지를 이것저것 넘겨 본다. 사무실과 집의 곳곳에 책을 놓아 두고 수시로 조금씩 읽는다. 여행이나 등산 때는 마치 ‘지식 도시락’인 양 항상 책을 지니고 다니며, 집안이나 사무실의 손 닿는 곳마다 책을 놓아 두고 틈틈이 읽는다. 특히 화장실은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장소를 넘어 ‘지식충전소’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집중도 높은 독서가 이뤄지는 곳이다.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 눈에 글자가 들어가지 않으면 배출이 안 될 정도로 화장실 독서가 삶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독서 방법도 여러 가지인데, 필사하면서 읽는 경우까지 있다. 소설가 조정래는 외아들과 며느리에게 자신의 대표작인 10권짜리 ‘태백산맥’ 을 모두 원고지에 필사하도록 했다. 벌교에 있는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에는 작가의 육필원고와 아들 부부가 3년 넘게 필사한 원고가 각각 어른 키보다 높게 전시돼 있다. 사후 50년 저작권료가 유산으로 남겨지는 대작가라서 이런 일이 가능하지 보통 사람은 감히 흉내도 낼 수 없다. 독서 이력이 많이 쌓임에 따라 정독을 해야 할 책은 점차 줄어든다. 고시 공부가 아닌 이상 어려운 부분에 걸려서 끙끙 앓을 필요는 없다. 쉽게 책장을 넘기면서 필요한 부분만 쏙쏙 골라 읽으면 어떤 책은 단시간에 책장을 다 넘기곤 한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너무도 많다. 대학 시절 정년을 앞둔 고석구(영문학) 교수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원어로 읽기 위해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한 말에 감동을 받은 기억이 있다. 발명왕 에디슨은 “나는 책을 읽지 않았다. 도서관을 통째로 읽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지독한 독서광이었다. 나폴레옹은 해외 원정 때 사서를 데리고 다니면서 파리에서 나오는 신간을 신속하게 받아 보았다. 그는 말을 타고 가면서도 책을 읽다가 다 읽고 나서 신부가 부케를 던지듯 뒤로 던지는 장난기 어린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어릴 적 집 근처 작은 도서관에서 습관처럼 독서를 했던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동네 작은 도서관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하버드대 자퇴생인 그는 “하버드대 졸업장보다 책 읽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라틴 문학의 거장이자 20세기 대표적 지성인의 한 사람인 보르헤스는 “새들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다. 물이 없는 세상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책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책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책의 바다에 풍덩 빠지는 행복한 상상을 해 보라. 그리고 날마다 쏟아지는 다양한 책을 언제 어디서라도 읽을 수 있도록 자기만의 방법과 습관을 개발해 보라. 당신의 인생이 달라지는 황홀한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 기소 안 된 과거사 피해자도 국가 손해배상 받을 수 있다

    안기부 간첩 조작 고문 피해자 재심서 승소 “다른 피고인 재심 무죄 판결 전 소송 어려워 우연한 사정 따라 권리구제 다르면 부당” 양승태 사법부 판결 헌재 결정 이후 뒤집혀 과거 간첩 조작 사건에서 고문을 당했지만 기소되지 않았던 피해자도 유죄가 확정돼 수감 생활을 한 다른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가 국가배상청구권 행사 기간을 민법상 단기 소멸시효(3년)보다 짧은 6개월로 보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한 것을 법원이 받아들이며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5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8부(부장 설범식)는 국가안전기획부의 불법체포·구금·폭행·고문을 당한 피해자와 가족 등 27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약 5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박씨 등 8명은 1981년 3~4월 안기부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뒤 간첩이라고 거짓 자백했고, 이 중 5명이 기소돼 징역 3년 6개월~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1월 수사기관의 불법구금과 가혹행위를 인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했고, 이들은 그해 11월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이듬해 10월 형사보상결정이 확정됐고,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2011년 5월에야 피해자 8명과 그 가족들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양승태 사법부는 민법상 단기 소멸시효(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를 적용하던 과거사 사건에서 국가배상 범위를 좁히는 판결을 잇따라 내렸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는 2014년 12월 하급심에서 승소했던 박씨 등의 사건을 “형사보상 결정이 확정되고 6개월 이상 경과 후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또한 기소되지 않았던 한모씨 등 3명에 대해서도 “과거사위의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적이 없고,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적도 없다”며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후 서울고법 민사28부(부장 박정화)도 2015년 9월 같은 취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헌재가 지난해 8월 30일 박씨 등 과거사 사건 피해자들이 제기한 헌법소원 청구 사건에서 ‘재심판결 확정을 안 날부터 3년 이내에 국가배상을 청구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결정을 내렸다. 박씨 등의 사건을 재심한 서울고법 재판부는 “대부분 원고들은 재심 무죄 판결이 확정된 2009년 11월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2011년 5월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청구를 받아들였다. 불기소된 한모씨 등 3명에 대해서도 다른 피고인들의 재심 무죄 판결 전에는 불법 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만약 기소됐다면 다른 피고인들과 함께 유죄판결을 받았을 것이고 재심을 거쳐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동일한 불법 감금과 고문 피해를 입었는 데도 검사의 불기소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권리구제 여부가 달라지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이웃 ‘원인불명’ 화재로 재산 피해, 손해배상 책임 물을 수 없나

    이웃 ‘원인불명’ 화재로 재산 피해, 손해배상 책임 물을 수 없나

    이웃의 시설물에 난 불 때문에 내 소유의 시설물까지 피해를 입었다 해도 화재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걸까. 2016년 이웃하고 있던 비닐하우스에서 발생한 불길이 옮겨 붙은 화재 사건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 법원이 판단을 내렸다. 경기도 안산에서 땅을 빌려 비닐하우스를 짓고 농원을 운영하고 있던 A씨. 그 옆 부지에 설치된 비닐하우스에는 B씨가 컨테이너 건물 3채를 들여놓고 사무실로 이용하고 있었다. 2016년 어느 날 밤, B씨의 비닐하우스에서 불이 발생했다. 이 불은 옆에 있는 A씨의 비닐하우스에도 번져 집기 등을 태웠다. 16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본 A씨는 B씨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으려고 했다. 그러나 화재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B씨의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냉온수기 전원이 항상 켜져 있어 전기적 원인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냉온수기 배선에 합선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화재가 ‘원인 미상’ 처리된 것이다. 이 때문에 A씨는 B씨에게 위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혼자서 소송을 진행하다가 어려움을 부닥친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B씨가 컨테이너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불이 난 것이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법 758조에 따르면 컨테이너·비닐하우스 같은 공작물의 설치·보존 하자로 타인이 손해를 입었을 때에는 공작물 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에 대해 B씨는 자신에게 화재 발생 책임이 전혀 없으며, 설령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해도 자신의 중대한 과실로 불이 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해배상액이 감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6일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법원은 비닐하우스 설치·보존에 하자가 있었기 때문에 B씨가 A씨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지난 3월 판결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5단독 신동헌 판사는 “피고(B씨)는 소방시설 및 화재경보장치 등을 설치해 화재 확산을 방지하려고 조치하고,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관리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소홀히 해 결국 피고 비닐하우스에서 발생한 화재가 원고(A씨) 비닐하우스에까지 번졌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신 판사는 B씨가 ▲전기차단기를 내리지 않고 퇴근해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높았던 점 ▲컨테이너가 공터에 인접해 있어 제3자가 들어와 불을 지를 가능성이 있는데도 출입문을 잠그지 않은 점 ▲소방시설·화재경보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점 등을 손해배상 책임의 이유로 들었다. 다만 B씨가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다고 보기엔 어렵다면서 손해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해 8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소송을 도운 김민기 법률구조공단 공익법무관은 “화재 원인이 법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해도 공작물 설치 또는 보존상 하자가 손해 발생의 한 원인이 됐다면 그 점유자에게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판결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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