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은 없다 노동자들의 눈물만 있을 뿐
‘왜 어떤 정치인은’이 대단히 흥미로운 주제이긴 하지만, 통계를 통해 사회 전체의 뼈대를 더듬다 보니 다소 추상적이다. 이 뼈대 위에 풍부한 살을 덧붙인다면 어떨까. ‘미국을 닮은 어떤 나라’(데일 마하리지 지음, 마이클 윌리엄스 사진, 김훈 옮김, 여름언덕 펴냄)는 그런 의미에서 사례집이라고 부를 수 있다.
마하리지는 신문 취재 기자를 거쳐 지금은 컬럼비아대 교수다. 윌리엄스는 지역신문에서 출발해 지금은 워싱턴포스트에서 근무하는 사진기자다. 지역신문에서 일하다 만난 이들은 레이거노믹스 때문에 휘청대는 노동자들의 삶을 묘사하기 위해 미국 전역을 휘젓고 다니는 르포 취재에 나선다. 그 결과를 묶어 1985년 ‘어딘지 모를 곳으로의 여행 ; 새로운 최하층계급의 서사시’, 1989년 ‘그리고 그들 이후 자식들은’이란 책을 냈다. 1989년 나온 책은 이들에게 퓰리처상을 안겼다. 이번 책은 앞의 두 책에다 그 이후 추가 취재 결과를 묶어낸 것이다. 르포답게 힘겹게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묘사가 아주 상세하다. 또 퓰리처 수상 기자들답게 문체도 간결하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들이 주로 탐험한 지역이 ‘경도 80~90도’ 사이의 지역, 그러니까 미국 중남부라는 점이다. ‘왜 어떤 정치인은’의 저자 제임스 길리건이 공화당의 선거캠페인 전략의 핵심으로 지목하는, 이른바 ‘남부전략’이 먹혀드는 지역, 다시 말해 공화당을 지지하는 적색주 대부분이 이 범위에 포함된다. 저자가 만난 이들이 토해 놓는 좌절감은, 아직은 살인이나 자살로까지 번지지 않은 수치심이다.
책 서문은 록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썼다. 청바지 입고 무대에 오르고, 블루컬러 노동자를 위한 노래를 부르다 보니 그들에게서 ‘큰 형님’(Boss)이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그러고 보니 책을 덮을 때쯤이면 본 조비의 노래 ‘드라이 카운티’(Dry County)가 떠오른다. 저자들처럼 본 조비가 미국 전역을 여행한 뒤 내놓은 노래다. 여기서 본 조비는 ‘석유는 없어지고, 돈은 떨어졌고, 직업은 다 사라져버렸다.’(Now the oil’s gone. And the money’s gone. All the jobs are gone.)고 쓸쓸히 읊조린다. 곱상한 외모에 사랑타령 노래나 부르는 바람에 로커가 맞느냐는 비아냥을 받았던 본 조비가 미국의 실상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전혀 다른 노래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책의 제목도 지금 현실의 미국을 보고서도 머릿속에 그려둔 이상적 미국 같은 곳이 있다고 믿느냐는,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노동자의 냉소적인 대꾸에서 따온 것이다. 2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