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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루트 폭발 당시 웨딩촬영 신부 정체는 의사…“부상자 치료”

    베이루트 폭발 당시 웨딩촬영 신부 정체는 의사…“부상자 치료”

    최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초대형 폭발사고가 일어났을 때 예비신부 이스라 세블라니(29)는 근처 광장에서 웨딩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당시 긴박했던 폭발 순간은 웨딩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고 SNS상에 공유돼 순식간에 확산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의사로 일하다가 결혼식을 위해 베이루트에 왔다는 이스라 세블라니는 “처음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지만, 다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블라니는 또 “폭발사고가 일어난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난 죽을 것이고 남편도 잃을 것이며 건물 밑에 깔릴 것’이라는 것뿐이었다”고 회상했다. 세블라니는 폭발음을 들었을 때 한 가지 소원을 빌었는데 만일 자신이 죽는다면 죽기 전 부모의 손을 잡아보는 것이었다.하지만 그녀가 식당으로 대피했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다친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그 즉시 그녀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그녀는 “의사 가운은 흰색이고 내 웨딩드레스도 흰색”이라면서 “스타일만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그녀는 또 “조금 전까지 식사하거나 쇼핑을 즐기던 사람들은 우리가 식당에 들어섰을 때쯤 모두 비명을 지르고 소리치며 울면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래서 난 다친 사람들을 돕기 시작했는데 그들에게 먼저 ‘긴장을 풀고 우리는 모두 무사하며 여전히 살아있고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더는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난 여기 내 일을 하러온 기분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의사가 된 이유로 “이 세상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돌려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당시 ‘이슬라, 네 일이 여기서 시작되니 네가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고 말했다.지난 4일 베이루트에서는 2750t의 질산암모늄이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150여 명이 사망하고 5000명 이상이 다쳤다. 레바논은 최근 몇십 년 동안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아 몇백만 명의 국민이 빈곤에 빠져들기 시작한 가운데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 수많은 주택과 빌딩 그리고 병원 등이 파괴됐고 환자들을 밖에서 치료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야만 하는 병원들도 있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국왕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 ‘금기’ 도전한 태국 학생들

    “국왕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 ‘금기’ 도전한 태국 학생들

    최고 15년형 감수하고 “왕실 개혁” 외쳐“표현의 자유 중시하는 젊은층 의식 맞물려사회 전반에 누적된 군주제 불만 터진 것”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달째 계속되고 있는 태국 반정부 시위가 공개적 거론이 금기시됐던 입헌군주제 문제까지 건드리며 확산되고 있다. 왕실에 대해 오랫동안 쌓여 온 불만이 사상·표현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여기는 젊은 세대의 열린 의식과 맞물려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달 18일 처음 시작된 태국 반정부 시위는 수도 방콕 시내 민주주의 기념비 앞에 5000여명이 모인 16일 시위까지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대학생 등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는 ▲의회 해산 및 새로운 총선 실시 ▲군부 제정 헌법 개정 ▲반정부 인사 탄압 중지 등 3대 요구사항을 제기하고 있다. 국가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던 2014년 등 태국에서 대규모 시위 사태가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2020년 시위는 시민들이 왕실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 워싱턴포스트(WP)가 만난 탐마삿대 소속 대학생은 자신의 실명을 밝히며 “우리는 태국 군주제가 영국 왕실처럼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태국이 지금처럼 발전을 가로막는 오랜 전통에 갇혀 있다면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또 다른 학생은 “국왕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처벌을 감수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수위가 높은 것이다. 왕실 모독죄로 3~1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태국에서는 집이나 커피숍 같은 사적 공간에서조차 왕을 직접 지칭하기보다는 에둘러 표현할 정도로 왕실 문제 언급을 금기시해 왔다. 하지만 인터넷 등 새로운 기술과 해외문물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왕실이라고 해서 비판이나 풍자의 대상으로 삼지 말란 법은 없다고 여기는 모습이다. ‘나는 군주제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는 문구가 쓰인 티셔츠 사진 등 왕실을 모독하거나 반정부 인사 석방을 요구하는 콘텐츠가 넘쳐 나자 태국 정부는 지난달 23일 7000개가 넘는 문제 게시물의 삭제나 접속 제한 조치를 시도하기도 했다. 젊은층은 물론 기성세대까지 사회 전반에 오랫동안 누적됐던 군주제에 대한 불만이 마침내 터져 나온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역사학자인 통차이 위니차쿨 미 위스콘신대 교수는 BBC에서 “태국인들은 사적인 자리에서는 왕정을 비판하면서도 자녀들에게는 그들을 존중하라고 가르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면서 “젊은이들은 (부모로부터 들었던) 왕실에 대한 험담을 밖으로 드러낸 것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이번엔 집배원 문제… 美 대선 우편투표 제대로 될까

    이번엔 집배원 문제… 美 대선 우편투표 제대로 될까

    美 우편선거용지 기한 내 도착 어려워올 위스콘신 양당 경선 10% 집계 못 해2016년엔 7만 3000표 늦어 반영 안 돼“우편으로 온 부재자 투표 신청서에 들어 있는 반송봉투의 주소가 잘못됐어요. 절대 보내지 마세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주민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런 글을 올리자 수백명이 같은 일을 당했다고 댓글을 달았다. 부재자 투표를 원하면 동봉된 봉투에 신청서를 넣어 보내면 되는데, 반송봉투에 ‘페어펙스카운티’가 아닌 ‘페어펙스시’로 주소가 잘못 표기됐다는 거였다. 여론조사를 위한 우편이라거나 개인정보 탈취용 사기 우편이라는 등의 추측이 나왔다. 이튿날 신청서 발송을 맡았던 시민단체의 오기로 밝혀졌지만 잘못된 우편을 받은 이들은 약 50만명이나 됐다. 해당 시민단체는 “매우 심각한 실수”라며 자비로 시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안은 커졌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백악관 코로나19대응 브리핑에서 “(잘못된 신청서가) 버지니아주에 살지 않는 50만명에게 보내졌다. 몇몇은 애완동물에게 갔다”며 “형편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편투표는) 재앙”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오는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미국 우편 시스템의 신뢰도가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미 연방우체국(USPS)은 대부분의 주에서 우편투표가 힘들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 트럼프와 조 바이든 두 후보의 정치적 계산까지 맞부딪치면서 우편투표의 성공 여부는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뉴저지주의 골프클럽에서 연 언론 브리핑에서 “(루이스 드조이 USPS 국장은) 우체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려고 한다. 그의 최근 조치들은 수년간의 엄청난 손실을 메우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드조이 국장은 최근 우편배달원의 초과근무를 없앴는데 민주당은 이런 행위가 우편투표를 방해하려는 ‘고의배송 지연’이라는 입장이다. 드조이 국장은 물류업체 뉴브리드로지스틱스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공화당의 거액 기부자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에 소극적이던 청년층과 흑인이 우편투표에 대거 참여해 자신이 불리해지는 것을 우려해 지난 3월부터 우편투표를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USPS는 50개 주 가운데 46개 주와 워싱턴DC에 개표에 맞춰 투표용지가 도착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례로 펜실베이니아는 부재자 투표 신청 마감일이 선거 1주일 전이고, 미시간은 불과 4일 전인데 이 시간 안에 투표지가 우편으로 왕복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 신시내티 지역 언론인 로컬12는 최근 100개의 모의선거용지를 담은 봉투를 여러 우체통에 넣은 뒤 1주일간 우체국에서 도착 여부를 확인했는데 3장이 도착하지 않았다. CBS 역시 필라델피아에서 같은 실험으로 같은 결과를 얻고 “3%는 선거 결과가 막상막하라면 큰 비율”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4월 위스콘신주의 양당 대선 경선에서는 우편투표 중 10%인 2만 3100여표가 서명 불일치 및 배송 지연 등으로 집계되지 못했다. 2016년 대선에서 전체의 24%가 우편투표를 이용했는데 총 3300만장의 우편투표용지 중 7만 3000여장이 너무 늦게 도착해 반영되지 못했다. 특히 이번 대선의 우편투표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전체 유권자의 77%인 1억 8000여명이 우편투표를 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바이든(전 부통령) 민주당 후보는 250억 달러의 긴급예산을 들여 USPS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우편투표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예산 투입에 반대하고 “그들(USPS)은 보편적인 우편투표를 할 돈이 없다. 따라서 (우편투표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트럼프·김정은 간 친서 25통 내용, 다음달 공개된다

    트럼프·김정은 간 친서 25통 내용, 다음달 공개된다

    ‘워터게이트 보도’ 밥 우드워드 신간 ‘격노’(Rage)서 공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로 주고받은 친서 내용이 다음달 출간되는 책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친서 내용이 공개되는 책은 1873년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보도로 유명한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트럼프 대통령을 주제로 집필한 신간 ‘격노’(Rage)다. ‘격노’는 우드워드가 트럼프 대통령을 주제로 집필한 두번째 책이다. 앞서 2018년 우드워드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난맥상을 고발한 ‘공포’(Fear)를 출간한 바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 힐’에 따르면 출판사 사이먼앤드슈스터가 발간하는 이번 저서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사적으로 주고받은 편지 25통의 내용이 담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제1, 2차 북미정상회담을 전후로 친서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때때로 공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진 적이 없다.미국의 온라인서점 아마존에 올라온 책 소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에는 서로의 관계를 ‘판타지 영화’로 묘사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년간 재직하며 발전시켜 온 본능, 습관, 스타일이 2020년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에 어떻게 뿌리내렸는지를 신간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약 7주 앞두고 공개되는 우드워드의 신간은 이해 당사자들을 수백 시간에 걸쳐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쓰였다. 인터뷰뿐만 아니라 그들이 남긴 메모, 주고받은 이메일, 일기와 대외비 문서도 참고했다고 소개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우드워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장인 우드워드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부터 트럼프 현 대통령까지 역대 미국 대통령을 지난 49년간 취재해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케이팝 팬덤, 美에 행동하는 법 가르쳤다”

    “케이팝 팬덤, 美에 행동하는 법 가르쳤다”

    트럼프 털사 유세서 한류팬들의 ‘노쇼’디지털 조직 기법으로 단체행동 나서한류, 美 문화상품 우월성 뒤엎고 있어한국적이라 낯선 매력… 美만 겨냥 안 돼 최근 미국에서 1020세대의 ‘케이팝 팬덤’은 인기를 넘어 사회적 조류로 조명받는다. 이들은 지난 6월 흑인시위대의 불법행위를 제보하라며 댈러스 경찰이 만든 아이와치(iWatch) 앱을 다운시켰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클라호마주 털사 유세 입장권을 매집하고 불참해 흥행 참패로 만들었다. 한류의 인기도 여전하다. 미 언론은 곧 공개될 글로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새 곡 ‘다이너마이트’를 연일 조명하고, 영화 ‘기생충’의 신선한 충격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워싱턴DC의 각국 외교관리 사이에서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화제다. 시더바우 새지(49) 인디애나주립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객원조교수에게 ‘미국이 보는 한국 대중문화의 힘과 미래’에 대해 11일(현지시간) 이메일로 물었다. 새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 등에 한류 관련 글을 기고하는 한류 전문가로 통한다. -각국의 대중문화가 미국에서 경쟁한다. 한류는 무엇이 다른가. “한류는 미국 10대와 20대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쓰는 노년층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스포티파이나 넷플릭스 앱을 쓰는 이들에게 한국 콘텐츠는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털사 유세에서 한류팬들의 ‘노쇼’를 ‘정치적 행동’으로 보는 미 언론의 분석도 있었다. “케이팝 팬덤은 팬들에게 효과적인 디지털 조직 기법을 가르쳐 주었고 BTS는 청년들에게 “너 자신을 말하라”고 알렸다. 팬들은 온라인에서 단체행동을 하는 법을 알게 됐다. 이들은 케이팝 팬인 동시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종차별적인 경찰 행위를 보고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를 깊이 느낀 젊은이다. 따라서 뿌리 깊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의 문제보다는 인권의 문제다.” -한국 대중문화는 지속적으로 미국 무대에 도전했다. “이미 1950년대 김 시스터스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시청자에게 미국이 세계 무대에서 ‘좋은 국가’임을 느끼게 했고, 미국 TV가 세계주의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물론 김 시스터스의 재능은 대단했다. 하지만 아리랑 싱어스(코리아나)와 김덕수 사물놀이패 등 몇몇 시도 이후 비, 세븐, 보아, 원더걸스, SNSD(소녀시대), 싸이 등의 진출 전까지는 (한국 대중문화의 진출이) 잘 되지 않았다.”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싸이는 아시아 남성에 대한 서구의 고정관념에 도전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는 매력적이라기보다 재미있었다. BTS의 인기는 완전히 다르다. 팬들은 7명의 멤버를 우상화하고 있다.” -미국 네티즌 글을 보면 한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꽤 있다. “한류는 미국 문화 흐름을 뒤엎는 것이다. 문화강국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나라가 갑자기 미국 문화상품의 우월성을 뒤엎고 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에게 놀랍고 몇몇 문화 민족주의자에게는 무섭거나 심지어 모욕적인 일이다.” -미국 내 한류의 저변을 더욱 확대하려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문화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뭔가 새롭고 다른 점이 미국에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만일 한국이 미국 시장을 특별히 겨냥해 문화상품을 만든다면, 가짜 미국 상품으로 인식될 위험이 있다. 다만 뮤직비디오 등에서 흑인 외모를 희화화한 ‘블랙페이스’ 행위같이 타 인종에게 잠재적 불쾌감을 줄 수 있는 것들을 피하는 데 관심을 두면 좋겠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여자 오바마’ 反트럼프 선봉에 서다

    ‘여자 오바마’ 反트럼프 선봉에 서다

    바이든 러닝메이트에 해리스 상원의원첫 흑인여성 州법무장관 ‘스타 정치인’50대 달변가… 흑인 시위 기대에도 부응 바이든 “보통사람 위한 겁없는 전사”트럼프 “사회주의 전락시킬 것” 맹공조 바이든(77·전 부통령)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현지시간) 러닝메이트로 카멀라 해리스(56) 상원의원을 선택하면서 미국 대선 사상 최초로 흑인·아시아계 여성이 부통령에 도전하게 됐다.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 탄생한다. 해리스 의원은 흑인 여성 정치인이자 사법 전문가로서 흑인시위로 불거진 인종적 불평등과 형사사법제도를 개혁할 인물로 꼽혀 왔다. 송곳 질의와 공감화법으로 잘 알려진 50대 달변가라는 점에서 바이든 후보의 단점으로 꼽히는 어눌한 말투·고령·온건한 성향 등을 보완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바이든 후보는 이날 공식 유세 홈페이지에 “해리스와 함께 트럼프를 이기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트윗에도 “보통사람을 위한 겁없는 전사인 해리스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발표해 큰 영광”이라고 했다. 해리스 의원도 “바이든 후보는 미국 국민을 통합시킬 수 있다. 대통령으로서 우리의 이상에 부응하는 미국을 건설할 것”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둘은 오는 17일부터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공식 지명된다. 유세 홈페이지는 해리스 의원을 ‘흑인이자 인도계 여성’이라고 소개했다. 워싱턴포스트 등도 ‘흑인·아시아계’로 표기했다. 그의 아버지는 자메이카 이민 가정에서 자란 흑인으로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였고 어머니는 인도 출신 과학자였다. 카멀라라는 이름도 ‘연꽃’(인도 산스크리트어)에서 왔다. 미 언론들은 해리스 의원에 대해 흥행성과 상징성에 더해 흑인시위의 기대에 부응하는 ‘안정적인 선택’으로 평가했다. 실제 그는 스타 정치인이다. 샌프란시스코와 캘리포니아주에서 연이어 흑인 여성으로 첫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을 지냈고, 2017년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이 됐으며, 이제는 첫 여성 부통령에 도전한다. 1982년 민주당, 2008년 공화당에서 여성 부통령 후보를 내세웠지만 둘 다 대선에서 졌다. 해리스 의원은 지난해 5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을 한참이나 얼버무리게 만든 송곳 질문으로도 유명하다. 민주당 경선에 참가했던 지난해 6월 말 1차 TV토론회에서는 바이든 후보에게 “당신은 버싱(인종이 섞이도록 스쿨버스를 운영하는 정책) 반대에 협력했다. 당시 캘리포니아에 매일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던 소녀가 있었다. 그 작은 소녀가 나”라고 공격하며 공감 전략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슬리피 조’(졸린 조)라고 부를 정도인 바이든 후보의 어눌한 말솜씨를 보완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선출직 경험으로 이미 인기와 도덕성이 검증돼 ‘돌발 변수’로 공격당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적다. 바이든 후보가 고령으로 재선은 힘들다는 점에서 해리스 의원은 자연스레 다음 대선의 잠재적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해리스 의원은 최근 흑인시위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의 저격수로서 존재감을 부각했고, 법 전문가로서 ‘인종적 불평등 개혁’을 법제화할 적임자라는 평가도 받았다. 백인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뿐 아니라 흑인인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캐런 배스 하원의원 등 10여명의 여성 경쟁자 중에서 선택된 이유다. 미 언론들은 “유세 중이던 바이든 후보의 차에 해리스 의원이 갑자기 탈 정도로” 둘의 사이가 가깝다고 전했다. 해리스 의원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시절 바이든 후보의 장남인 보 바이든(델라웨어주 전 법무장관·2015년 암으로 사망)과 막역한 사이이기도 했다. 이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윗에 해리스 의원에게 축하를 전한 뒤 “이제 이기러 나가자”고 썼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동영상을 올리고 해리스 의원은 유권자를 의식해 겉으로만 중도인 척하는 급진좌파라며 ‘가짜 카멀라·느림보 조’라고 비난했다. 또 “바이든이 통치권을 해리스에게 헌납하고, 미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해리스 의원을 지명한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해리스는 (선거자금이 많이 모이지 않아) 민주당 경선을 포기했고 흑인표는 바이든이 더 많았다”고 언급한 뒤 대선에서 흑인들의 투표율이 낮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우파는 (해리스를) 너무 진보로, 극좌파는 너무 중도로 본다”며 정치 성향이 애매한 점을 언급했다. 해리스 의원은 6년 전 변호사와 결혼했으며 두 아이의 엄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백신이 우주경쟁이냐” 러시아 백신 발표에 냉랭한 반응(종합)

    “백신이 우주경쟁이냐” 러시아 백신 발표에 냉랭한 반응(종합)

    미국 복지부 장관 “최초가 중요한 게 아냐”독일 정부 “안전성 알려진 자료 없다” 신중세계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명칭 차용“안전보다 국가적 위신 우선한다” 우려 제기 러시아가 11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등록했다고 발표했지만, 미국 등 서방 국가와 보건 담당 국제기구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 백신은 3상 임상 시험을 거치지 않아 안정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백신 등록 발표가 과거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 시대를 연상케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날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백신에 있어 중요한 것은 최초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인과 전 세계인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3상 임상시험으로부터 확보된 투명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도 “환자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러시아 백신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보건부 대변인은 현지 매체 RND에 “러시아 백신의 품질과 효능, 안전성에 대해 알려진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타릭 야사레비치 WHO 대변인은 “러시아 당국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으며 백신에 대한 WHO의 사전 자격 인정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WHO는 백신과 의약품에 대한 사전 자격 심사 절차를 마련한 상태”라면서 “어떤 백신이든 사전 적격성 심사에는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모든 필수 자료의 엄격한 검토와 평가가 포함된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절차를 가속하는 것이 곧 안전성과 타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목소리 높였다. 앞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공식 등록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백신이 필요한 모든 검증 절차를 거쳤다면서 본인의 두 딸 중 한 명도 이 백신의 임상 시험에 참여해 접종을 받았다고 말했다. 스푸트니크 1호는 1957년 러시아 전신인 소련이 전 세계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이다. 당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미국에는 큰 충격이었고, 1960년대 미소 냉전 체제에서 치열하게 전개된 우주 경쟁의 도화선으로 작용한 사건이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유럽, 중국 등 전 세계적 백신 개발 경쟁을 언급한 뒤 “이번 백신 명칭은 러시아 정부가 국가적 자존심과 전 세계적 규모의 경쟁 일부로서 백신 개발 경쟁을 보고 있음을 상기해준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백신 명칭에 대해 “냉전 시대 우주 경쟁에서 소련이 성공했다고 비유한 것과 비슷한 움직임”이라며 “일부 과학자는 러시아가 안전보다 국가적 위신을 우선에 두고 있다고 우려한다”고 지적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온라인수업이냐 등교냐…미 학교, 정치 성향 따라 다르다고?

    온라인수업이냐 등교냐…미 학교, 정치 성향 따라 다르다고?

    지난 대선 기준, 정치적 성향에 따라 민주당 승리지역 67% 전면 온라인수업공화당 승리 58% 전면·부분 대면수업자녀 안전보다 정치성향 따르는 경향 우려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5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가을학기 개교를 두고 혼란이 커지고 있다. 대면 수업을 강행한 학교들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는 데다 감염 위험에 출근 거부를 하는 교사들도 많아지고 있어서다. 특히 보수성향의 지역에서 대면 수업이, 진보 지역에서 온라인 수업이 주를 이루는 등 방역이 아닌 정치적인 결정에 따라 학생들의 수업이 결정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공화당 지역 학교들이 민주당 지역보다 개교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며 “개교 결정이 정치적인 노선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교육전문매체 에듀케이션 위크의 지역별 개교 현황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승리했던 153개 지역 중 67%가 전면 원격 학습을 계획하고 있다. 반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겼던 지역 307개 중 58%는 전체 또는 일부 대면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교원협회(AASA) 관계자는 WP에 “불행히도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과 자녀들에게 안전한 일을 하기보다는 정치적 성향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수업 방식을 둘러싼 혼돈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버지니아주 페어펙스는 ‘2일간 대면 수업’과 ‘4일간 온라인 수업’ 중 하나를 고르라는 설문을 시행했다가 결국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결정했다. 시카고의 경우도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을 섞어서 진행키로 했다가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바꿨고,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대도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자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변경했다.지난주 대면 수업을 시작했던 조지아주 체로키 지역에서는 13명의 학생들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고, 이들과 접촉한 300여명이 격리조치를 했다. 지난 학기에 대면수업을 강행했던 사립학교 중에서도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변경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비싼 돈을 지불한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출근을 거부하는 교사들도 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시카고, 밀워키, 필라델피아 등 10여개 지역의 교사들이 개교 강행을 반대하며 시위를 벌인 바 있다. 170만명의 회원을 둔 미국교사연맹(AFT)도 지난달 말 개학 반대 투쟁을 지지하겠다는 성명을 냈었다. 한편 존스홉킨스대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04만명을, 사망자는 16만명을 넘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워싱턴DC 수백명 파티서 총격…1명 사망·20명 부상

    워싱턴DC 수백명 파티서 총격…1명 사망·20명 부상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의 주택가에서 주말 새벽 총기 난사가 벌어져 17세 소년 1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부상을 당했다. 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0시 30분쯤 워싱턴DC 동남부 그린웨이 지역 주택가에서 이뤄지던 야외 파티에서 총격이 벌어졌다. 파티에는 수백명이 참석했으며 이들 사이에서 벌어진 승강이가 총격으로 번졌다. 총격범 3명이 각자 다른 위치에서 총을 쐈으며 현장에서 170개의 탄피가 발견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번 사건으로 17세인 크리스토퍼 브라운이 숨졌고 20명이 다쳤다. 비번인 상태에서 파티에 참석한 경찰관 1명도 중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네 주민들에 따르면 이 파티는 매년 열리는 행사로 개최를 알리는 전단까지 배포됐다. 사망한 브라운의 친지들은 예년보다 더 참석자가 많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워싱턴DC에서 50명 이상의 모임이 금지되고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상황에서 지침에 어긋나는 행사가 열린 셈이다. 브라운의 친지는 WP에 며칠간 파티 홍보가 이뤄졌다면서 경찰이 진작에 파티를 못하도록 막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피터 뉴셤 워싱턴DC 경찰청장은 경찰관들이 파티 현장에 가봤으나 참석자들을 해산시킬 정도로 충분한 인원이 아니었다면서 대응 과정에 대해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냉전시대 이끈 美 외교 현인… 북핵 타격론 제기도

    냉전시대 이끈 美 외교 현인… 북핵 타격론 제기도

    제럴드 포드 전 미국 대통령과 조지 HW 부시 행정부에서 유일하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두 번 지낸 브렌트 스코크로프트가 지난 6일(현지시간) 버지니아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95세. 스코크로프트는 1991년 소비에트 연방 해체 이후 미국 외교정책의 뼈대를 만들었고,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미국의 3대 외교 거물로 꼽힌다. ‘냉전시대 미국을 이끈 현인’으로도 불린다. 공군 장성 출신인 스코크로프트는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고 이후 40년 가까이 외교무대에 섰다. 1989년부터 4년간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스코크로프트와 함께했던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8일 워싱턴포스트 칼럼에서 “그는 무엇보다 현실주의자였다. 자신의 명성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견해를 확고하게 표현했지만 차이는 그저 차이일 뿐 적을 만들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실제 스코크로프트는 논란이 될 만한 입장을 피력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1989년 중국 톈안먼 광장 대학살 이후 대중 관계를 유지하자며 스스로 베이징 특사로 파견돼 덩샤오핑 당시 주석을 만났다. 1991년 걸프전 때는 연합군을 구축했지만 ‘사막의 폭풍’ 작전 이후 바그다드 진격에는 반대했다. 또 2003년 이라크 침공에도 “전략적 실수”라며 반발했다.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뒤 1차 북핵 위기가 조성됐을 때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막기 힘들다”며 북핵시설에 대한 제한적 타격론을 제기했다. 반면 그는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보다 소통통로가 돼야 한다고 믿었고, 후임들이 이를 ‘롤모델’로 삼으면서 소위 ‘스코크로프트 모델’이 만들어졌다. 정치분야 저술가인 제임스 만은 8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스코크로프트 모델에 따르면 국가안보보좌관은 국무부, 국방부, 중앙정보국(CIA) 등의 다양하고 충돌하는 입장을 수렴해 공정하고 균형 있게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재선 급한 트럼프 ‘실업수당 연장·급여세 유예’ 행정명령 강행

    재선 급한 트럼프 ‘실업수당 연장·급여세 유예’ 행정명령 강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해 추가로 지급했던 실업수당을 연장하고 급여세를 올해 말까지 유예하는 내용 등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여야가 추가 부양안 타결에 실패하자 우회로를 택한 셈이다. 하지만 의회가 자신들의 예산 지출 권한을 침해했다며 소송에 나설 수 있고, 재원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은 모두 4건이다. 우선 지난달에 만료된 실업수당이 연장된다. 금액은 기존 ‘주당 600달러’에서 ‘400달러’로 하향 조정된다. 또 연소득 10만 달러(약 1억 2000만원) 미만인 경우 올해 연말까지 급여세를 유예해 준다. 이 외 연방 자금을 갖다 쓴 주택 세입자의 퇴거를 ‘동결’하고, 학자금 융자 상환을 연말까지 유예한다. 이런 조치는 대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의 개인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가 11월 3일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급여세에 대한 영구적 감면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표심을 잡으려 감세정책을 내세운 셈이다. 코로나19 및 흑인 시위 등으로 지지율이 열세인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오하이오주의 월풀 세탁기 생산 공장 연설에서도 ‘미국 제품 구입’ 및 ‘미국인 고용’을 강조하며 경제 부문에서 점수 따기에 나섰다. 반면 이번 행정명령에서 추가로 연장되는 실업수당 400달러 중 100달러는 주 정부가 부담하도록 했는데, 주 정부에 여력이 없다고 CNN이 전했다. 외려 5000억 달러(약 594조원)의 예산을 지원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한 상태라는 것이다. 또 미국 헌법상 연방예산 지출 권한은 의회에 있어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의회의 세금 지출권 탈취를 시도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여야는 거의 2주간 추가 부양안을 두고 협상했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3조 4000억 달러(약 4090조원) 규모의 부양책을 요구했던 민주당은 1조 달러를 줄였지만, 공화당은 기간을 줄여 예산액이 적은 것처럼 ‘꼼수’를 부렸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中 ‘틱톡’ ‘위챗’ 퇴출·홍콩관리 제재·… 트럼프 자충수 되나

    中 ‘틱톡’ ‘위챗’ 퇴출·홍콩관리 제재·… 트럼프 자충수 되나

    므누신·나바로, 틱톡 인수 여부 놓고 충돌WSJ “트위터도 틱톡 인수에 뛰어들 듯”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중국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미 텍사스주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고 중국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과 ‘위챗’을 제재한 데 이어 이번에는 중국과 홍콩의 관리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시켰다. 1979년 수교 이후 두 나라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양국이 너무도 밀접하게 연계돼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미국에도 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 등 홍콩과 중국 고위관리 11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지난달 1일 중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을 강행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홍콩 경찰 총수인 크리스 탕 경무처장과 테레사 청 법무장관, 샤바오룽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주임과 뤄후이닝 홍콩연락판공실 주임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미국 비자를 받을 수 없고 미국 내 자산도 동결된다. 그러자 홍콩 정부는 8일 “미국의 조치는 파렴치하고 비열하다”고 반박했다. 람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우리는 겁내지 않을 것”이라며 “내 미국 비자 유효기간은 2026년까지다. 미국에 갈 생각이 없으니 스스로 말소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홍콩 문제를 담당하는 뤄 주임도 “해외에 한 푼도 없다 보니 제재해 봐야 헛수고 아니겠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100달러(약 11만 8000원)를 부쳐 (의도적으로) 동결 자산을 만들 수는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홍콩 당국은 9일 “이번 발표 때 람 장관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신상털기’가 시작됐다”며 미 행정부를 고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9일 대만을 방문했다고 대만 EBC방송이 전했다. 에이자 장관은 미·대만 단교 뒤 대만을 방문한 미 행정부 최고위급 인사다. 미 고위 관료의 대만 방문은 2014년 지나 매카시 환경보호청장 이후 6년 만이다. 중국이 불가침의 성역으로 여기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의도적으로 훼손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최고 지도부를 자극하려는 의도다. 블룸버그는 “미 행정부의 끊임없는 ‘중국 때리기’가 대선 정국에서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반전을 모색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나빠진 상황을 지렛대 삼아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이 끝나는 11월까지 지금과 같은 ‘준전시’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몰아치기식’ 조치가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미중 양국은 ‘샴쌍둥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서로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완전한 단절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를 입증하듯 워싱턴포스트는 8일 “최근 백악관에서 므누신 장관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틱톡 인수 여부를 두고 언성을 높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도 중국 정보기술(IT) 업체에 대한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9일 “미 행정부가 애플 앱스토어에서 중국 대표 SNS 위챗을 차단하면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가 불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SNS 업체 트위터가 틱톡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의 미국 사업을 금지시키려 하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틱톡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여기에 트위터도 뛰어들었다는 설명이다. 틱톡의 미국 내 사업을 중단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미 기업이 중국에 뺏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회복시켜 주려는 의도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의 통신용 칩 제조사 퀄컴도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의 거래를 재개하고자 트럼프 행정부 설득에 나섰다고 WSJ는 덧붙였다. 화웨이가 삼성전자 등 다른 업체에서 대체품을 살 수 있어 제재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다. 서울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만리장성 방화벽’ 중국, 틱톡·위챗 美퇴출령에 보복 시사

    ‘만리장성 방화벽’ 중국, 틱톡·위챗 美퇴출령에 보복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중국 기업의 인기앱 틱톡과 위챗의 퇴출을 예고하자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대한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보복을 시사했다. 중국은 미국 소셜미디어 기업의 진출에 대해 ‘만리장성’ 방화벽으로 가로막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틱톡 등 퇴출 압박과 관련해 “중국은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확고히 지킬 것”이라고 표명했다. 이어 “해당 기업들은 시장 원칙과 국제 규칙에 따라 상업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이들 기업은 미국 법을 준수하고 있는데 미국은 국가 안보를 빙자해 힘을 남용하고 미국 외 다른 기업을 무리하게 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 역시 다른 나라의 소셜미디어와 언론을 막고 있다. 중국은 ‘인터넷 주권’을 내세우며 만리장성 방화벽을 통해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를 포함의 구글의 각종 서비스 뿐만 아니라 드랍박스, 슬랙, 왓츠앱을 막고 있다. 또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의 가디언도 차단하고 있다. 이렇게 차단되는 웹사이트는 1만개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중국 이용자들이 사설망(VPN)을 통해 이런 사이트에 우회 접속하자 중국 당국이 물리적으로 금지하는 방법도 찾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틱톡과 위챗 금지 조치에 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보복을 우려하고 있다. 금지의 시기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점이다. 중국의 보복이 정보기술(IT) 신냉전을 얼마나 심화시킬지 주목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위챗 모회사 텐센트와의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 2건에 서명했다. 시한은 앞으로 45일로 미국 관할권 내 개인 또는 기업에 모두 적용된다. 틱톡은 짧은 동영상 공유 앱으로 미국 10대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으며, 위챗은 중국인 대부분이 쓰는 채팅 앱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틱톡의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서비스 인수를 협상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가위 절도범에 종신형… 루이지애나 대법 “옳은 결정”

    가위 절도범에 종신형… 루이지애나 대법 “옳은 결정”

    전 판사 “끝없는 처벌 정당화한 비인간적 결정” 비판 23년 전인 1997년, 미국 루이지애나주 시리브로트 경찰이 운전하고 가던 페어 웨인 브라이언트를 정원 손질용 가위를 훔친 의혹으로 길가에 세웠다. 그의 차량이 최근 다른 가정집 절도 사건에 사용된 것처럼 보였다. 경찰은 당시 38세이던 이 흑인 남성과 잠시 말하다가 체포했다. 브라이언트는 차에서 나온 정원용 가위는 아내의 것이라고 주장하다가 다른 경찰에게 이렇게 자백했다. “차량이 낯선 도로에서 갑자기 고장나 멈추는 바람에 연료통을 찾다가 간이 차고에 들어갔다” 이런 자백에 브라이언트는 평생을 교도소에서 보내고 있다. 루이지애나주 최고 법원이 고무 도장을 찍는 선고를 내린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그에게는 다른 범죄 경력도 있었다. 1979년 택시 무장강도 미수로 10년을 복역했다. 1987년에는 장물을 소지한 혐의로, 또 1989년에는 150달러의 수표 위조 혐의로, 1992년에는 가정집에 침입해 강도 행각을 벌인 혐의로 각각 처벌을 받았다. 정원 손질용 가위 절도 미수가 아무리 전과가 있다고 할지라도 범죄의 비례성이나 처벌의 목적에 합당하느냐에 깊의 의문이 든다. 그의 과거 범죄 가운데 3건은 폭력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난주, 루이지애나주 대법원은 종신형을 재심해달라는 브라이언트의 요청을 기각했다. 대법관 6명이 이런 기각 결정을 지지했다고 뉴올리언스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비영리 뉴스사이트인 렌즈 놀라가 처음 보도했다. 유일한 흑인 판사만이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장인 버넷 존슨 대법원장은 브라이언트의 선고 형량은 루이지아내주의 가혹한 처벌 관행 때문이라며 이번 결정은 재건시대(1865~1877) 빈곤한 흑인을 가두어 두기 위해 제정된 ‘돼지법(pig law)의 현대판’이라고 비판했다. 재건시대 돼지법은 자유를 얻었지만 가난 때문에 가축이나 돼지, 빵을 훔치던 흑인들을 범죄인으로 만들어 중형을 선고한 것이라고 존슨 대법원장이 지적했다. 또 “돼지법은 자유를 얻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다시 노예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꼬았다.여성인 존슨 대법원장은 “브라이언트는 이미 23년간 수감생활을 했고, 지금은 60세가 되었다”며 “만약 그가 또 20년을 교도소에서 보내면 루이지애나 납세자들은 정원 손질용 가위 절도에 실패한 그를 처벌하는 데 100만달러를 지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를 가두어 두는데 51만 8667달러가 들어갔다. 루이지애나주 최초의 흑인 대법원장인 그녀는 브라이언트가 평생 앙골라에서 보내도록 조치한 검찰에 대해 노예제도의 연장선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앙골라에 있는 ‘루이지애나 주립 교도소’는 이 주에서 가장 큰 교도소로, 과거 노예 농장이었다. 형사 사법제도 개혁에 앞장서는 은퇴한 뉴올리언스 판사 캘린 존슨은 “브라이언트 재심 기각은 끝도 없는 처벌을 정당화시키는 한 예”라고 말했다. 그는 주 대법원장 존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존슨 전 판사는 지난 4일 렌즈 올라와의 인터뷰에서 “법을 떠나서, 존슨 대법원장이 말한 인종 역사를 잠시 접어두고, 우리 미국이 현재 어디에 있고, 루이지애나가 어디에 있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비인간적인, 너무나 비인간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포천 500대 기업 여성 CEO 역대 최다… 대세일까, ‘유리절벽’일까

    포천 500대 기업 여성 CEO 역대 최다… 대세일까, ‘유리절벽’일까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이어 살균·표백제 ‘클로록스’로 유명한 미국 생활용품업체 클로록스가 최근 40대 여성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했다. 앞서 미국의 화장품회사인 코티도 로레알 CEO를 지낸 여성을 새 CEO로 영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힘든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미국의 포천 500대 기업의 여성 CEO 수가 3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위기 속에서 기업 경영의 책임을 여성에게 맡겨 변화를 시도하는 이른바 ‘유리절벽’ 상황인지, 아니면 추세인지는 좀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앞서 올 상반기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악화하면서 여성 정치지도자들의 리더십이 관심을 끌었다. 뉴질랜드와 독일, 대만, 노르웨이 등 총리나 대통령이 여성인 이들 국가는 경제적 손실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시하면서 초반에 강력한 조치들을 취해 감염을 최소화했다. 그러면서 위기 때 빛을 발하는 여성 리더십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정치적 리더십과 기업을 이끌어 가는 리더십이 같지는 않겠지만 위기 상황은 여성 지도자에게 기회인 동시에 더 큰 도전이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한다면 재기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은 다음달 중순 린다 렌들(42)이 클로록스의 CEO에 취임하면 ‘포천 500대 기업’ 중 여성 CEO가 역대 최다인 38명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전했다. 역대 최다라지만 7.6%에 불과하다. 1972년 캐서린 그레이엄 전 워싱턴포스트 CEO 겸 발행인이 여성으로는 처음 포천 500대 기업의 CEO로 이름을 올린 지 거의 반세기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10%도 달성하지 못했을 정도로 진전이 더디다. ●여성 CEO 역대 최다 38명이지만 7.6% 불과 CNBC에 따르면 미국 기업에 처음 입사할 때 남녀 비율은 거의 비슷하지만 임원으로 올라갈수록 격차가 벌어진다. CEO 후보군인 각 부문 최고 책임자 레벨(C-suite)에 오른 여성 임원은 20%에도 못 미친다. 이사회 이사와 CEO로 올라가면 그 수는 더 줄어든다. 따라서 위기 상황에서 주어지는 CEO 제의는 여성 등 소수의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꼭 잡아야 하는 드문 기회다. 그런 의미에서 렌들은 행복한 경우에 속한다. 렌들은 프록터앤드갬블(P&G)을 거쳐 2003년 클로록스에 입사했으며 판매 담당 부사장 등을 지낸 뒤 올해 5월부터 사업개발계획 총괄 사장을 맡아 왔다. 렌들이 경영을 맡게 될 클로록스의 경영 상태는 양호하다.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건강 관련 부문의 최근 분기 매출이 33%가량 늘어났고, 코로나19 사태로 세정·살균 제품 수요도 급증하면서 주가가 올 들어 50% 가까이 올랐다. 위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은 아닌 셈이다. 반면 9월 1일 취임하는 수 유세프 나비는 코티의 올 들어 네 번째 CEO다. 나비는 코티가 5년 전 인수한 P&G의 수십개 화장품 브랜드와 올해 인수한 유명 모델 킴 카다시안의 화장품 업체 지분 등 70여개 보유 브랜드의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하고 코로나 사태를 극복해 성과를 내야 할 과제를 안았다. 코티의 주가는 코로나 사태로 연초 대비 60% 떨어졌다. 나비가 로레알의 랑콤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변신시키고 2017년 자신이 설립한 식물성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오베다의 경영 능력을 코티에서도 발휘하길 요구받고 있다. ‘유리천장’은 여성과 소수민족 출신자들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한다. 그런가 하면 ‘유리절벽’은 기업이나 조직이 실패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만 여성을 최고위직에 승진시킨 뒤 실패하면 책임을 물어 해고해 결국 다음 경력을 쌓을 기회를 찾지 못하는 것을 가리킨다. ●유리천장 뚫으니 유리절벽 나와 유리절벽은 2005년 영국 엑서터대의 미셸 라이언과 알렉산더 해즐럼 교수가 처음 쓴 개념이다. 이들이 영국의 100대 기업의 성과와 이사회 남녀 이사 승진 추세를 분석한 결과 여성 이사를 승진시킨 기업들의 승진 전 5개월간 실적이 남성 이사를 임용한 기업들보다 악화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즉, 기업의 경영 상태가 나쁠 때 여성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는 얘기다.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기업의 CEO 임기는 안정적인 기업에 비해 짧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유타대의 앨리슨 쿡과 크리스티 글래스 교수의 2013년 연구 결과도 비슷했다. 쿡과 글래스가 포천 500대 기업의 15년간 추이를 분석한 결과 백인 여성과 유색 남녀가 백인 남성에 비해 실적이 나쁜 기업의 CEO로 승진한 경우가 많았다. 2010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유리절벽과 관련된 논문이 실렸다. 남녀 대학생에게 가상의 기업의 재정 상황을 알려 주고 새 CEO를 뽑아야 할 경우 남성과 여성 중 누구를 선택할지 물었다. 주로 남성 CEO가 경영해 오던 기업이 경영 상태가 좋으면 응답자의 62%가 남성 후보를 CEO로 선택했고, 회사가 경영 위기에 처하면 응답자의 69%가 여성 후보를 뽑았다. 일반인들도 여성 CEO가 위기에 더 적합하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유리천장을 뚫고 올라간 여성 기업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유리절벽인 사례는 많다. 가장 비근한 예로 미국의 드러그스토어체인인 라이트에이드는 2017년부터 3년간 주가가 100% 가까이 폭락하자 2019년 8월 여성을 CEO에 앉혔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 결국 파산 신청을 한 JC페니도 2018년 10월 남성 CEO가 경영 회생에 실패하자 질 솔타우를 CEO로 긴급 투입했다. 하지만 코로나에는 역부족이었다. 솔타우가 CEO로 오기 전 3년 동안 주가가 82% 폭락했다. 위기 상황에 발탁됐다가 성공한 사례도 물론 여럿 있다. 앤 멀케이는 2001년 파산 직전까지 갔던 복사기업체 제록스를 맡아 회생시킨 뒤 2009년 CEO에서 물러났다. ●유럽도 여성 CEO는 7~8% 수준 여성 CEO가 드문 것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7월 현재 런던 증시에 상장된 주요 100개 기업 중 여성이 CEO인 기업은 5개다. 유럽성평등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유럽 28개 국가의 주요 597개 기업 중 여성 CEO는 47명으로 7.8%에 불과하다. 특이하게도 태국의 여성 CEO 비율이 30%로 가장 높고, 중국이 거의 20%에 육박한다. 2008년 등 여러 차례 경제적 위기를 겪었지만 2020년만큼 여성의 리더십이 정치와 경제 등 각 분야에서 주목을 받은 적은 드물 것이다. 코로나의 전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에 따른 도시 전면 봉쇄와 경제 침체라는 미증유의 위기는 여성 리더십을 새롭게 평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 지도자들이 소통 능력과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포용적일 뿐 아니라 흔히 남성 지도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결단력과 단호함, 능력까지 겸비한 균형 있는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 줬다고 평가한다. 마리안 쿠퍼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남성 중심 조직에서 평생 살아온 여성들은 인내하고 공감하며 침착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키워 왔고, 이러한 특징들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기회와 리더십 확대를 지원하는 글로벌 비영리단체인 카탈리스트의 로레인 해리턴 대표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포천 500대 기업의 여성 CEO가 늘어난 것은 성과”라면서도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주요한 자리에 여성들이 늘어나야 하며, 여성을 전체가 아닌 개인으로 평가하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CEO를 비롯한 여성 지도자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위기 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지속될 수 있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전대 취소’ 트럼프 “백악관서 수락 연설 검토”

    ‘전대 취소’ 트럼프 “백악관서 수락 연설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로 대규모 전당대회를 취소한 가운데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백악관에서 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역시 전당대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수락 연설을 할 예정으로, 흑인 여성이 최초로 부통령 후보에 오르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것(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백악관에서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며 “이 나라의 관점에서 보면 가장 비용이 적게 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마 백악관에서 생중계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백악관 남쪽 잔디밭(사우스론)에서 (수락 연설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백악관이 선거운동의 장소가 되고 국가 세금이 쓰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용받지 않지만 백악관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정부 건물 내에서 관복을 입고 정치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한 ‘해치법’(Hatch Act)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공화당 의원들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바이든 후보는 오는 17~20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않고, 대신 자신의 홈그라운드인 델라웨어주에서 대선후보 지명 수락을 할 것이라고 CNN 등이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10여명이 각축을 벌이던 바이든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및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양자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고 전했다. 세 번째 후보는 캐런 배스 하원의원으로 모두 흑인 여성이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말문 막힌 트럼프, 갑자기 한국 코로나19 통계 의문 제기

    말문 막힌 트럼프, 갑자기 한국 코로나19 통계 의문 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코로나19 재확산의 심각성을 지적받던 중 한국의 사망자 통계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해 빈축을 샀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밤 방송된 다큐멘터리 뉴스 ‘악시오스 온 HBO’(Axios on HBO) 인터뷰에서 조너선 스완 기자와 설전을 벌였다. 지난달 28일 진행된 이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인구 대비 사망자 비율’ 대신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 통계가 적힌 종이를 가지고 나와 계속 미국의 수치가 나쁘지 않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이에 스완 기자가 “나는 인구 대비 사망자 비율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건 미국이 정말로 나쁜 지점이다. 한국, 독일 등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했고, 스완 기자는 “왜 그러면 안 되냐”고 반문했다. 스완 기자는 “미국의 인구가 ○명이라고 할 때 이 중 ×퍼센트의 사망자가 나왔다는 걸 한국과 비교해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히 적절한 통계”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아니다”라며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을 집계한 통계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로 맞섰다. 특정 국가에서 코로나19가 얼마나 심각하게 확산됐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스완 기자는 전체 인구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로 사망했는지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회복하지 못하고 숨졌는지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된 부정에 스완 기자가 “예를 들어 한국을 보자. 인구 5100만명인데 3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대단한 결과”라고 한국의 방역 상황을 칭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끔 “그것은 모를 일이다. 그건 모를 일이다”라고 반복해 부정했다. 스완 기자가 “한국이 통계를 날조했다는 뜻이냐”고 되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나는 그 나라(한국)와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치 한국의 사망자 통계가 실제와 다르게 축소돼 있다는 식으로 슬쩍 던지면서도 직접적으로 이에 대해 묻자 ‘한국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자세히 이야기하진 않겠다’는 뉘앙스로 숨겨진 통계가 있다는 듯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결국 자신의 주장에 대한 어떠한 근거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들(한국)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이 실제 사망자 수를 숨기고 있다는 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암시했다면서 “이(트럼프의 주장)는 물론 난센스(허튼소리)이다. 한국의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낮은 것은 한국이 빈번하게 그리고 조기에 검사를 실시, 지난 봄 바이러스를 봉쇄하고 새로운 발생이 나타났을 때 근절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한국이 많은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되게 만든 이유”라면서 “가려내야 할 양성 가능 사례들이 (미국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악시오스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보다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계속 압박적 질문을 받자 한국의 코로나19 자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비치는 듯 보였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나 국제 당국, 또는 미국으로부터 한국의 수치가 부정확하다는 어떠한 심각한 문제도 제기된 바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동안 코로나19 부실 대응 비판을 받을 때마다 “미국이 잘 하고 있다”며 자화자찬을 해왔다. 특히 모범 방역 사례로 한국과 비교될 때면 “미국이 한국 등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훨씬 더 많은 검사를 했다”는 식으로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을 하곤 했다. 그는 지난 5월 20일에도 미국의 코로나19 환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은 그만큼 검사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한국, 독일 만큼만 했다면 환자 수가 매우 적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또 코로나19가 계속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에서 하루에 1000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뭐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언급, 논란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나는 코로나19가 통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자 스완 기자는 “어떻게 그러냐. 하루에 1000명의 사람이 죽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죽어가고 있다. 그것은 사실이다. 뭐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이어 “그러나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코로나19는 가능한 선에서 통제되고 있다. 그것은 우리를 괴롭히는 끔찍한 전염병이다”라고 덧붙였다. 스완 기자가 “정말로 우리가 가능한 선에서 통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1000명의 사람이 죽는데도?”라고 재차 반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보다 우리는 매우 훌륭하게 해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 인터뷰에 대해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팬데믹이 어느 정도로 나쁜지 이해는 하고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열린세상] ‘상호의존성의 무기화’와 ‘탈동조화’, 한일 분쟁의 승자는?/김양희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

    [열린세상] ‘상호의존성의 무기화’와 ‘탈동조화’, 한일 분쟁의 승자는?/김양희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

    일본이 한국에 수출규제를 가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8월 4일 0시부터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 이행의 일환으로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 합작사 PNR에 대한 주식 압류명령 효력이 시작됐다. 일본의 수출규제 의도가 대법원 판결의 이행 저지였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에 한국에서는 일본 정부가 이후 또 어떤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호의존성의 무기화’ 개념을 설파한 헨리 패럴과 에이브러햄 뉴먼은 지난해 8월 1일자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일본의 수출규제도 그 일례라고 일침을 가한 바 있다. 이에 맞선 한국의 대응 전략은 ‘탈동조화’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지난 1년간의 한일 무역 분쟁은 ‘상호의존성의 무기화’ 대 ‘탈동조화’의 맞대결로 간주할 수 있겠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자. 상호의존성이 상대만 겨누는 무기가 될 수 있을까? 탈동조화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그럼 다시 질문을 던져 보자. 한일 양국은 그간 파국적인 치킨게임을 했을까? 글쎄다. 일본 정부는 ‘상호의존성의 무기화’를 강행하지 않았다. 이는 아직 압류자산 현금화가 실행 전이기도 하나, 상호의존성이란 양날의 칼이라 무기화가 어렵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교란도 감당할 엄두가 안 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도 일본이 부적절한 수출 관리를 문제 삼자 강력 반발했으나 결국 대외무역법 개정, 관련 조직의 확대 개편 등 일본 요구를 수용했다. 그뿐인가. 양국은 코로나 와중에도 3월까지 대화를 이어 갔다. 이처럼 양국은 정면충돌 시의 공멸을 잘 알기에 ‘밀당’하며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우리가 ‘화이트국가’ 배제 영향을 실감하기 힘들었던 연유다. 탈일본화는 곧 탈일본기업화일까? 글쎄다. 현재까지의 탈일본화 현황을 생산 거점별로 유형화하면 국산화, 외국인 투자 유치, 수입선 다각화가 주를 이루나 후자 2개 유형의 생산 주체는 일본 기업이 주를 이룬다. 즉 ‘탈일본화≠탈일본기업화’라는 흥미진진한 특징이 포착된다. 그것이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탈일본화의 요체는 국산화가 아니라 공급 다각화다. 기술 주기가 빠르고 시장 수요가 제한된 품목의 탈일본화에 장기 거래 관계의 일본 기업을 활용한 전략은 일본 입장에선 뼈아픈, 그러나 한국에는 영리한 선택지였다. 일본에 더 쓰라린 지점은 ‘탈일본화=탈일본기업화’ 유형일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자국 기업의 글로벌 독과점 시장에 균열을 내 듀폰이나 램리서치, 인프리아와 같은 미국 기업이 진입할 틈을 만들고 말았다. 그럼 한국의 승리일까? 글쎄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고사 직전의 20년 숙원 사업이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정책을 기사회생시킨 ‘위장된 축복’이다. 새옹지마가 따로 없다. 대일 전략으로 출발한 탈일본화 정책은 코로나19 발발 후 다른 나라보다 발 빠르게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설 수 있는 예행연습이 됐다. 한국이 그런 ‘복덩이’를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의 무대로 소환시킨 것은 뭘 의미할까?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고조된 오늘날 탈일본화는 지속하되 공급 다각화 차원에서 대일 수입의 불확실성이라도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탈동조화는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낳는다. 그러니 상호의존성의 무기화와 탈동조화의 맞대결 승자는 전자도 후자도 아닌 상호의존성 자체다. 일본은 수출규제로 강제동원 문제 해결에 도움을 얻었을까? 글쎄다. 오히려 사태는 꼬이고 부메랑만 자초했다. 지난 20여년간 양국 관계는 한국의 대일 의존에서 상호의존 관계로 변용됐으나 양국 모두 자각하지 못하다 이번에 호되게 상호의존성의 경제학을 학습했다. 이제 양국이 해야 할 일은 더 날카로운 창과 더 두꺼운 방패를 찾아 상호 확증 파괴의 모순에 직면할 게 아니라 정경분리 원칙으로 돌아가 수출규제 철회와 WTO 제소 취하를 선언하고 대화의 길에 나서는 것이다. 지구촌의 코로나 팬데믹 희생자가 70만명에 이르고 미중 갈등은 악화일로에다 최악의 경제침체로 허덕이는 지금 두 나라가 해야 할 일은 갈등과 대립이 아니라 협력과 화해다. 원칙은 때론 진부할 만큼 명쾌하고 단순하다.
  • 미중 갈등, 영사관 폐쇄 이어 기자 추방하나(종합)

    미중 갈등, 영사관 폐쇄 이어 기자 추방하나(종합)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영사관 폐쇄에 이어 기자 추방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민족주의 성향인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은 4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미국이 중국 기자들의 비자를 연장하지 않고 있으며 모든 중국 기자가 미국을 떠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며 “만약 모든 중국 기자가 미국에서 떠나야 한다면 홍콩에 주재하고 있는 미국 기자를 포함해 중국은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후 편집장은 미국이 중국 기자 60여명을 추방하고 모든 중국 기자의 비자를 3개월로 단축한 이후 중국 기자들의 비자를 연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 기자들은 어쩔 수 없이 미국을 떠나야 할 것이라는 전망했다. 현재 미국에서 주재하고 있는 중국 기자들의 비자 만료 시한이 오는 6일로 다가왔지만 아무도 비자를 새로 받지 못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 40명에 가까운 기자들이 지금까지도 비자 연장 수속에 관한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후 편집장은 “중국은 좌시하지 않고 반드시 정당한 대응을 할 것”이라며 “홍콩에 수백명의 미국 기자들이 있는데 중미간 언론 전쟁이 격화하면 누가 더 다칠지는 뻔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 네티즌들은 후 편집장의 트윗에 중국 기자들은 스파이란 댓글을 달며 중국에는 언론의 자유가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는 1년 또는 그 이하의 기간마다 중국 본토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자들이 기자증을 갱신하도록 하는데 기자증을 회수하거나 기한 만료 이후 연장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미국 기자를 추방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홍콩에서는 이미 최근 국가보안법 도입 이후 서방 기자들이 비자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나왔다. 미국은 지난 5월 중국 언론인의 비자를 연장 가능한 90일짜리로 제한했다. 앞서 지난 2월 신화통신 등 5개 중국 관영 매체를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외국 사절단’으로 지정했으며 중국은 한 달 뒤 중국에 주재하는 미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들의 기자증을 회수해 이들을 사실상 추방했다. 지난 6월에도 미국은 중국 중앙(CC)TV, 인민일보, 환구시보 등 4곳을 외국사절단에 추가 지정했으며 중국은 이에 대응해 AP통신 등 미국 언론사 4곳의 경영자료를 요구했다. 한편 홍콩에 지사를 두고 있던 미국 언론사들은 대만으로 주로 사무실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뉴욕타임스 홍콩사무소 일부는 서울로 거점을 옮길 예정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흑인·청년 투표율 높일라… ‘우편투표’ 때리는 트럼프

    흑인·청년 투표율 높일라… ‘우편투표’ 때리는 트럼프

    공화, 우체국 긴급 지원안 계속 막으면배달 지연으로 선거에 문제 생길 수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우편투표 부정선거 가능성’을 이유로 대선 연기까지 시사했다가 불과 몇 시간 만에 거둬들인 것을 두고 거센 역풍이 이어지고 있다. 재정난이 심각한 연방우체국(USPS)에 대한 지원을 꺼리는 건 전통적으로 투표소 행차에 소극적인 청년층과 흑인들이 우편투표에 나설 경우 불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 분석업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에머슨대학의 설문(7월 29~30일) 결과 오는 11월 예정된 대선에서 우편투표 희망자 중 조 바이든 지지자(76%)가 트럼프(20%)의 3.5배에 달했다고 1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는 투표소 선거 희망자 중 트럼프 지지자(65%)가 바이든(32%)의 2배에 이르는 것보다 큰 격차다. 그간 투표소 방문에 소극적이던 청년층과 흑인이 우편투표를 희망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 이 설문에서 18~29세의 바이든 지지율은 63%로 트럼프(27%)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상 가장 부패한 선거”, “시대의 스캔들” 등 막말도 서슴지 않으며 지난 3월부터 약 70차례나 우편투표를 공격한 이유가 이 같은 열세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우편투표를 택하는 주는 늘어나고 있다. 켄터키주는 지난 6월 예비선거에서 85%가 우편투표였고, 미시간주는 지난달까지 180만명이 우편투표를 요청해 4년 전(약 50만명)보다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미국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대선의 부재자·우편투표자는 전체의 23.6%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에도 우편투표를 비난하고 ‘이번 대선에서 부재자투표를 하겠다’고 주장했지만 CNN은 “부재자투표와 우편투표는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검증된다”고 지적했다. 대선에서 21만 8000대의 이동차량, 직원 60만명을 동원해 우편투표를 담당할 USPS에 대한 재정 지원을 두고도 정치적 공방이 치열하다. 미니애폴리스스타트리뷴은 이날 “양당 국회의원은 우편투표가 광범위한 사기를 유발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재정난에 처한 우체국에 대한 긴급자금 지원안을 공화당이 계속 막는다면 우편배달 지연으로 선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루이스 드조이 연방우체국장이 지난달 13일 집배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배달이 지연될 것 같으면 우편물을 배송센터에 두고 다음날 가져가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제때 배달하려고 초과근무를 하지 말라는 의미로, 이런 조치 때문에 실제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는 내부 직원들의 전언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USPS 경쟁력 강화를 위해 250억 달러(약 29조 7000억원)를 투입하자는 입장이지만 공화당은 반대다. 지난달 31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권력자들은 사람들을 (코로나19 감염으로) 아프지 않게 하려는 우편투표를 지연시키려 USPS를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 한편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대선후보를 공식 지명할 이번 달 전당대회를 코로나19로 인해 언론 출입을 금지한 채 치른다고 1일 밝혔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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