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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 공직열전] 산림청

    [2014 공직열전] 산림청

    우리나라의 국토 녹화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성공의 역사(役事)’로 통한다. 치산녹화의 주역인 산림 공무원들의 자부심은 ‘푸른 숲’이라는 단어에 집약돼 있다. 이제 산림청의 역할이 다양화되고 있다. 나무를 심고 가꾸어 목재를 생산하는 전통적 임업에서 산불이나 병해충으로부터 산림을 보호하는 숲 지킴이, 산림에서 정신적·육체적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생애주기별 산림복지’ 등으로 확대됐다. 산림 공무원은 조용하고 순박하며 서로 배려하고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가 장점이다. 다양한 수종이 건강한 숲을 이뤄내듯 본청은 고시 출신이, 지방청 등 소속기관은 공채 출신이 배치돼 조화를 이룬다. 최근 산림경영, 산림재해, 복지 등 특화된 ‘스페셜리스트’가 부각되는 등 변화도 감지된다. 김용하 산림청 차장은 국립수목원장, 산림항공본부장, 해외자원협력관 등 산림 분야의 굵직한 업무를 두루 거친 정통파로 통한다. 해박한 전문성과 빈틈없는 업무 스타일 덕분에 ‘샤프’한 상사로 꼽힌다. 국립수목원장 재직 당시 우려하던 주변을 설득해 광릉숲 공휴일 개방을 실현하는 등 추진력이 돋보인다.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인상이 날카로워 ‘차갑다’는 평가도 있지만 사석에서는 다정다감한 ‘인정미’를 느낄 수 있다. 산림연구 분야의 수장인 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은 산림행정과 기획에도 탁월한 기술관료 출신이다. 산림자원국장과 북부지방산림청장을 역임해 현장의 문제해결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직원 간 소통과 화합을 중시하는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이면서도 산림자원화 도입 초기 펠릿의 가치를 인정하고 전파할 정도로 판단력과 업무추진력이 뛰어나다. 류광수 기획조정관은 행정학을 전공했으나 산림 공무원으로 재직 중 산림자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자타 공인 학구파다. 신속하고 깔끔한 일 처리가 장점으로 임업정책과장 재직 때 산림기본법 제정을 통해 산림법의 분법화 계기를 마련했다. 이창재 해외자원협력관은 기술직 간부로는 이례적으로 인사·기획·정책부서를 두루 거쳤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 파견근무를 마치고 복귀한 산림청의 대표적 ‘글로벌 리더’로 국제 산림협력을 한 단계 도약시킬 적임자로 인정받고 있다. 큰소리를 내지 않고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로 직원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김현식 국장은 건장한 외모와 달리 도시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열성 간부다. 지리공간정보시스템(GIS)을 산림행정에 처음 도입해 산림청이 선도적 위치에 서는 발판을 마련했다. 동양철학에 조예가 깊어 자녀를 출산한 직원들의 작명 의뢰가 끊이질 않는다. 최병암 국장은 지방 현장부터 핵심 부서를 두루 거친 실무형 국장으로 통한다. 최연소 국장답게 업무에 대한 열정이 높다. 탄소흡수원법 제정, 한국임업진흥원 설립, 순천만정원박람회 등 굵직한 사업을 무리없이 마무리했다. 한국산림문학회 회원이자 시인이다. 김현수 국장은 고시 출신으로 국유림관리소장, 지방산림청장을 거쳤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우문현답’ 신봉자로 200㎞ 울트라마라톤에서 1위에 입상할 정도로 ‘강철 체력’을 자랑한다. 특별한 운동 대신 왕복 20㎞를 걸어서 출퇴근하며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김윤종 원장은 농림축산식품부 출신으로 농정기획과 통상 전문가로 아이디어가 풍부해 대형 프로젝트마다 참여한 전략통이다. ‘농가소득 안정정책’은 농업정책의 핵심을 꿰뚫는 보고서로 평가된다. 배정호 산림항공본부장은 법제·감사 등 행정 분야 전문가로 ‘산림청 대쪽’으로 불린다. 현장 직원들이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애로사항을 적극 개선하는 ‘가슴 따뜻한 남자’로 통한다. 최준석 북부청장은 민간기업의 경영시스템을 경험하고 몽골 그린벨트사업단장 등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청소년 숲 교육과 사회공헌 분야에 해박하고 부드러운 성격으로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다. 이경일 동부청장은 9급 공채 출신으로 일선현장과 본청을 거쳐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까지 역임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유명하다. 김판석 남부청장은 최고의 ‘예산통’이다. 국가산림자원 조사방법을 국제 수준에 맞춘 당사자로, 강원대 연구교수 당시 소나무와 잣나무처럼 한결같다는 뜻의 ‘송백’(松栢)이라는 호를 받았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다음 회는 특허청입니다.
  • ‘마라톤 완주 100회’ 강철 공무원 “계속 달릴 겁니다”

    ‘마라톤 완주 100회’ 강철 공무원 “계속 달릴 겁니다”

    “마라톤은 내 인생의 동반자입니다. 풀코스를 완주하고 나면 뿌듯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라톤 풀코스 42.195㎞를 100회 완주한 전북 익산시청 마라톤 동호회 최석기(50·청소과 기능 7급)씨는 18일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최씨는 지난 17일 제11회 고창고인돌마라톤대회에서 통산 100회째 완주를 기록했다. 그는 2006년 4월 전남 함평나비마라톤대회 하프코스(21.0975㎞)를 시작으로 1년 만인 2007년 4월 경기 이천도자기마라톤에서 처음 풀코스에 도전했다. 이후 지금까지 6년여 동안 150여개 대회에 참가해 100회 완주라는 대기록을 일궜다. 최씨가 마라톤 풀코스 100회를 완주한 거리는 4219.5㎞로 서울~부산 간 왕복 다섯 차례에 해당하는 거리다. 특히 최씨는 마라토너라면 누구나 꿈꾸는 풀코스 3시간 이내 주파인 ‘Sub-3’를 무려 44회나 달성했다. 또 100㎞ 울트라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해 완주했다. 2011년에는 제115회 미국 보스턴마라톤대회에 출전해 참가한 한국인 중 유일하게 ‘Sub-3’를 달성해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씨는 “2007년 11월 처음 ‘Sub-3’를 달성했던 고창고인돌마라톤대회에서 꿈꾸던 100회 완주를 할 수 있게 돼 감회가 더욱 새롭다”면서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달릴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100km 사막 달리는 ‘다카르 도보랠리’ 11시간 주파

    100km 사막 달리는 ‘다카르 도보랠리’ 11시간 주파

    목숨을 건 사막에서의 마라톤이 최근 페루에서 열렸다. 대회에선 페루와 칠레에서 참가한 남자 두 명이 공동우승을 차지했다. 페루 사막지대 이카에서 열린 이번 대회의 명칭은 울트라마라톤 100k. 하지만 대회는 ‘다카르 도보랠리’이라는 애칭으로 더 알려졌다. 생존을 건 게임이라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대회는 사막을 질주하는 100km로 코스가 정해졌다. 남자참가자 중에선 페루에서 출전한 마누엘 피게로아와 칠레를 대표해 나간 넬슨 세풀베다가 나란히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두 사람은 100km 사막코스를 11시간 16분38초에 완주했다. 여자부문에선 페루가 1위와 2위를 독식했다. 페루대표 리디아 콜로마가 13시간43분53초로 1위, 아이디 소토가 14시간16분으로 2위에 올랐다. 우승자에겐 1750솔레스(약 70만원)의 부상이 주어졌다. 페루사막을 무대로 처음 열린 이번 대회는 죽음의 랠리라는 다카르 랠리의 마라톤판으로 중남미 각국 언론에 소개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1회 대회지만 중남미 10개국에서 110명의 선수가 참가, 모래언덕을 오르내리며 열띤 경쟁을 벌였다. 주최 측은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밤에 스타트를 끊도록 대회일정을 잡았다. 밤새 달려야 하는 선수들에겐 머리에 전등을 부착하게 했고 붉은 빛 깜빡이등을 지참해 긴급상황 땐 SOS를 보내도록 했다. 선수들은 식량과 구급약이 든 무게 5.5kg 배낭을 짊어지고 사막을 달렸다. 사진=알디아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58세 제천 공무원, 622㎞ 국토 종단 ‘그랜드슬램’

    58세 제천 공무원, 622㎞ 국토 종단 ‘그랜드슬램’

    환갑을 바라보는 공무원이 밤을 새워 가며 달리는 울트라마라톤(초장거리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해 화제다. 16일 충북 제천시에 따르면 시 환경사업소 김태억(58) 마을하수팀장이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열린 ‘2013년 대한민국 종단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완주했다. 전남 해남에서 강원 통일전망대까지 622㎞ 구간을 달리는 이 대회의 완주 제한시간은 150시간이다. 김 팀장은 7일 동안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며 145시간 56분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 대회 참가자 82명 가운데 제한시간 내에 완주한 사람은 33명뿐이다. 2012년 한반도종단(537㎞) 대회와 한반도횡단(308㎞) 대회 완주기록을 갖고 있던 김 팀장은 이번 대회마저 완주에 성공하면서 지난 13일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이 수여하는 그랜드슬램 인증서를 받았다. 국내 울트라마라톤 그랜드슬램 달성자는 50여명이다. 이 대회들은 국내에서 가장 긴 울트라마라톤대회들로, 제한시간 내에 무박으로 달리는 대회다. 참가자들은 버스승강장이나 공터에서 쪽잠을 자고, 식사는 식당에서 사 먹거나 가방에 음식을 넣어 갖고 다니며 해결한다. 10시간이 넘는 산행을 즐기며 체력에 자신이 있던 그는 뛰다 걷다를 반복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에 2004년 마라톤에 입문했다. 김 팀장은 그해 충주국제마라톤대회(42.195㎞)를 완주한 뒤 바로 대청호울트라마라톤(100㎞)에 도전해 완주에 성공하면서 자신감을 얻고 이후 각종 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그는 “오랜 산행이 울트라마라톤에 큰 도움이 돼 백두대간 종주를 한 뒤 다시 울트라마라톤에 도전할 계획”이라면서 “울트라마라톤은 건강에도 좋고 전국 각지를 다니며 다양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철각들 UNCCD 총회 알린다

    철각들 UNCCD 총회 알린다

    다음 달 10일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세계사막화방지협약(UNCCD) 총회 홍보를 위해 ‘철각’들이 나섰다. 산림청과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은 22일 ‘한반도 횡단 울트라마라톤대회’를 개최한다. 22일 오전 6시 강화도를 출발해 김포~양평~횡성~대관령을 거쳐 강릉까지 총 308㎞를 사흘간 달리는 대장정이다. 24일 오후 10시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에 골인해야 기록을 인정받는다. 이번 레이스에는 100여명의 선수가 출전, UNCCD 홍보 티셔츠를 입고 달리게 된다. 참가자 중에는 유일한 산림 공무원인 박석희(46·산림휴양문화과)씨가 있다. 그는 지난 7월 전남 해남 땅끝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622㎞를 달린 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한 대표적인 철각이다. 당시 박씨는 127시간 26분 만에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박씨는 “산림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헌혈 홍보 위해 사하라 모래바람 속 달렸죠”

    “헌혈 홍보 위해 사하라 모래바람 속 달렸죠”

    지난 6일 오전 9시(현지시간) 아프리카 모로코의 사하라사막. ‘헌혈 전도사’ 임종근(53)씨가 48시간의 기록으로 250㎞의 사하라사막 마라톤을 완주한 시점이었다. 한낮 기온이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찜통 더위 속에서 숨이 막혀 쓰러질 듯 힘들었지만, 그는 헌혈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직접 준비한 작은 팻말을 소중히 들어올렸다. 세찬 모래바람 속에서도 영어로 적은 “366회 헌혈했습니다. 달리기로 얻은 건강, 행복한 헌혈로 나누겠습니다. 대한민국 임종근”이라는 문구가 빛을 발했다. ●총 367회 헌혈… 작년 4000㎞ 달려 현지에 있던 해외취재진이 몰려들었고, 100회 이상 다회헌혈자 가운데 세계 최초로 사하라사막 마라톤을 완주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금세 주목을 받았다. 그는 왜 헌혈과 마라톤을 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더 많은 사람이 헌혈에 동참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보태기 위해”라고 답했다. ●“다음 도전은 북극마라톤 250㎞” 인천 동방중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임씨는 ‘기록의 사나이’로 불린다. 평생 42.195㎞의 정식 마라톤을 53회 완주했고, 100㎞ 울트라마라톤은 무려 18번 완주했다. 지난해 연습을 포함해 그가 달린 거리만 4000㎞에 이른다. 헌혈 기록은 더욱 다채롭다. 그는 혈액 성분 전체를 헌혈하는 전혈(全血) 헌혈 59회, 혈장헌혈 49회, 혈소판 헌혈 254회, 백혈구 헌혈 5회 등 최근까지 총 367차례 헌혈했다. 그는 어려운 가정 환경 때문에 공장과 조선소 등에서 일하며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임씨는 “굴껍데기처럼 달라붙은 가난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선반공, 전기용접공 등으로 경남 거제시 대우옥포조선소에서 일하던 그는 1982년 중학교 검정고시 준비를 시작, 잠을 줄여가며 공부한 끝에 5년 만에 고등학교 검정고시까지 통과했다. 임씨는 “1979년 가톨릭 영세를 받으면서 처음 평생을 지켜나갈 약속으로 헌혈을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의 다음 도전은 250㎞를 달리는 북극마라톤이다. 임씨는 “세상의 벽돌 한 장이 되어 그 역할을 다하는 삶을 살겠다. 앞으로도 한결같은 삶을 살아가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행복해지려면 달리고 달려라

    그들의 사슴 사냥 방식은 이렇다. 사슴을 발견하면 일단 달린다. 네 발 달린 짐승의 폭발적인 순간 속도를 따라잡기는 물론 어렵다. 그러나 사슴의 뒤를 쫓아 달리기는 계속된다. 며칠이건. 그러다 사슴의 발굽은 너덜너덜해지고 결국 탈진한다. 그때 손쉽게 사로잡는다. 매의 둥지보다도 높은 절벽 비탈에서 무리를 이뤄 사는 멕시코의 원시부족 타라우마라족 이야기다.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달리는 종족들이다. 얇은 샌들 하나 신고서 하루에 100㎞를 훌쩍 달릴 수 있다. 음식이라고는 그저 옥수수 가루죽에 옥수수 맥주를 마시고, 가끔 구운 쥐를 별미 삼아 먹는다. 이들의 마을을 봤다는 이방인은 ‘거의’ 없다. 오지 중의 오지인 데다 타는 듯한 더위와 재규어, 독사, 높은 계곡의 열병 등은 바깥에서 들어오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들은 왜 이렇게 험준한 협곡 오지에 숨어 살고 있을까. 이들이 처음부터 은둔하거나 외부를 배척한 것은 아니다. 지극히 평화를 사랑하며 바깥 세상과 자신의 달리기 능력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베리아에까지 나타나기도 했던 이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마음 속에 공포를 키운 것은 외부인들이었다. 아주 오래전 은을 찾아 나선 스페인 사람들은 타라우마라 족장의 머리를 베었고, 이들에게 광산에서 노예 노동을 시켰다. 또 서부 개척 시대에는 현상금이 걸린 아파치 인디언 대신 비슷한 외모의 타라우마라족을 죽였다. 게다가 영생을 약속하며 이 부족을 찾은 선교사들은 아무런 항체도 없는 이들에게 스페인 독감을 퍼뜨려 대부분 부족을 말살시키기까지 했다. 타라우마라족이 오지로 꼭꼭 숨어 들어간 것은 필연적 결과였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세상에 알려질 수 있게 됐을까. 타라우마라족과 그들의 자연이 받아들인 한 남자, ‘카바요 블랑코(흰 말)’에 의해 가능했다. 카바요와 타라우마라족을 하나로 묶어준 것은 바로 ‘달리기’다. 이를 매개로 기록이 남겨질 수 있었다. 바로 ‘본 투 런(Born To Run)’(민영진 옮김, 페이퍼로드 펴냄)을 쓴 전직 AP통신 종군기자이자 현재 유명 스포츠잡지의 칼럼니스트인 크리스토퍼 맥두걸에 의해서다. ‘본 투 런’은 단순한 달리기 입문서, 인문서와는 궤를 달리 한다. 발바닥부터 허벅지까지 걸핏하면 부상을 입기 일쑤인 ‘초보 울트라’ 달리기 선수 맥두걸이 현대 과학의 산물이라는 첨단 운동화가 아닌, 타라우마라족과 같은 맨발 달리기를 주장한다. 오히려 운동화가 부상을 낳는다는 얘기다. 또한 달리기는 경쟁의 승리·돈·명예를 위해서가 아닌, 기쁨과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가 직접 참가한 울트라마라톤 경기도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하다. 지극히 평화로우면서도 겁많고 순박한, 자연을 고스란히 빼닮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행복 그 자체다. 저자는 현장의 생생함과 사람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문장을 구사하고 있다. 더욱 쉽고 편안하게 읽히는 요인이다. 책의 말미에서 카바요는 울트라 마라톤 달리기 선수로서 유명 기업으로부터 스폰서 제안을 받지만 이를 거부한다. 그리고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는 함께 달리고 먹고 마시고 춤추고 어울릴 사람만 원해. 달리기는 물건을 파는 일이 아니야. 달리기는 자유로워야 해.” 타라우마라족의 본래 이름은 ‘라라무리’족이다. 달리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문명에서 온 이들이 멋대로 부른 이름이 굳어진 것이다. 이들의 행복한 달리기만 배울 것이 아니라 남의 이름을 존중하는 법도 함께 배워야겠다. 1만 48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제주 亞 울트라마라톤 개최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2010 아시아 울트라마라톤선수권대회’가 3월27∼28일 제주시 탑동∼한림∼서귀포 구간에서 열린다.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이 주최하는 이 대회에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타이완,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은 물론 미국, 캐나다, 독일, 호주 등 15개국에서 5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34시간 안에 완주해야 하는 200㎞ 경기는 탑동∼한림∼서귀포∼성산∼탑동 구간에서, 15시간 안에 완주해야 하는 100㎞ 경기는 탑동∼한림∼고산 수월봉 왕복 구간에서 벌어진다. 50㎞ 울트라대회(제한시간 7시간)는 탑동∼애월 구간에서, 한라산 트레일런 148㎞ 경기(제한시간 30시간)는 탑동∼한라산 정상∼중문∼한라산 정상∼탑동 구간에서 열린다. 경기는 27일 오전 6시 시작되며, 시상식 및 폐회식은 28일 오후 6시 제주시 탑동광장에서 열린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제주서 아시아 울트라마라톤대회

    국제울트라마라톤연맹(IAU)이 주최하는 아시아울트라마라톤선수권대회가 내년 3월 제주에서 처음 열린다.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은 내년 3월27∼28일 첫 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제주에서 이 대회를 상설 개최하게 됐다고 도에 알려왔다. 울트라마라톤은 유럽과 미주에서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스포츠로 IAU가 공인한 대회가 아시아 지역에서 열린 적이 없다. 200㎞(완주 제한시간 32시간), 100㎞(〃15시간), 50㎞(〃7시간), 한라산 트레일 런 148㎞(〃30시간) 등 4개 종목으로 치러진다.
  • [Let´s Go] 경남 함안 둑길

    [Let´s Go] 경남 함안 둑길

    “아니, 하먕이 아이고, 하만. 걩남 하~만. 마, 좀 단디 하소.”  경상남도 함안군은 1시간 남짓 떨어진 지리산 자락의 함양군과 늘상 헷갈린다. 경남 20개 시·군 기초단체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재정자립도도 높고, 인구수도 8만명 가까이 되니 제법 큰 군(郡)임에도 타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강렬한 뭔가가 부족했나보다. 실제 함안으로 와야할 우편물이 함양땅 어딘가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고 한다. 참 답답할 노릇이겠다.  채 알려지지 않은 점이 있다. 바로 강(江). 함안 땅을 끼고 돌거나 복판을 가로지르는 함안천, 남강, 낙동강 줄기가 유장히 이어져 있다. 핵심은 강이 아니라 그 둘레의 둑방길이다. 무려 338㎞가 구비구비 이어져있다. 요즘 참살이(웰빙)의 핵심 트렌드가 뭔가, 바로 길, 그리고 걷기 아닌가. 5㎞ 걷기, 10㎞ 건강마라톤, 풀코스 마라톤, 울트라마라톤 등 어떤 대회든 못 치를 게 없다. 게다가 아스팔트 달리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상쾌함을 주는 황토 흙길이다. 천혜의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으니 매연을 걱정하거나 교통을 통제할 필요조차 없다. 그냥 둑 위로 올라가 걷고 뛰면 된다.  이리도 푸른 가을 하늘, 뻥 뚫린 길이 놓여있는데 뛰지 않고 배길 수 있나. 강변따라 338㎞… 가을을 느껴보세요 제주에 올레길, 지리산에 둘레길이 있다면 함안은 둑길이다. 이런 천혜의 관광 자원을 함안 사는 사람들이 모를 리 없다. 주말이면 걷는 사람, 뛰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등이 몰려든다. 이들은 “확 트인 전망은 오히려 (그런 길보다)낫다.”고 자부한다. 허나 엄밀히 말하면 천혜의 자원이라기보다는 역사의 산물에 가깝겠다. 해마다 물 피해를 보곤 했기에 일제시대 함안천, 남강의 수해를 막기 위해 쌓은 둑이라고 한다. 수해를 막기 위한 필요로 만들었지만 아무튼 지금은 사시사철 상쾌한 바람 부는 둑길은 물론, 골프장 몇 개는 짓고도 남을 너른 둔치와 함께, 야트막한 키로도 하늘을 충분히 가릴 수 있는 풍성한 갯버들 수풀길까지 덤으로 얻었다. 338㎞의 강변 둑길은 네 군데 정도가 50m 남짓씩 끊어졌다. 함안에서는 조만간 끊어진 둑길을 몽땅 이을 계획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트레일 런 코스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일단 오는 27일 둑길 마라톤 축제인 ‘제1회 함안 둑방 마라투어’를 준비했다가 신종플루 탓에 부랴부랴 취소했다. 대회는 열리지 않더라도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이날 함안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함안군 측은 이동 차량과 안내, 주차시설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둑길을 미리 되짚어봤다. 딱히 출발 지점이 따로 있을 이유는 없지만 합수천과 남강이 만나는 지점, 악양루가 올려다 보이는 곳에서 길을 시작했다. 농촌의 가을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벼가 누렇게 잘도 익었다. 길 양쪽에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꽉찬 가을을 즐겨라고 소곤거린다. 둑 아래쪽 한편에 고추모종이 삐죽삐죽 솟아 농촌의 한가로운 느낌을 전한다. 평화로운 농촌의 풍경 외에도 둑길 양쪽은 제법 신기한 볼거리들이 많다. 둑길 왼쪽 아래에 무거운 시멘트를 발라놓은 타이어가 널려 있었다. 바로 싸움용 소 훈련장이다. 그 오른쪽에는 일반 소보다 두 배 가까이 큰 싸움소들이 엎드려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조금 더 달려보니 백로 서 너 마리가 마치 어미 뒤를 쫓듯 풀 뜯는 황소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 정작 송아지는 어미 곁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소똥에 섞인 먹잇감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부드러운 흙이 깔린 황톳길은 단단하지만 발에 피로감을 주지 않을 만큼 폭신폭신하다. ‘황토길에 선연한/ 핏자웃 핏자욱 따라/ 나는 간다 애비야/’로 시작하는 김지하의 처연한 시 ‘황토길’과는 느낌이 사뭇 다른 것은 당연지사다. 함안군체육회 안준욱 사무국장은 “겨울에는 둑길 주변에서 철새들이 떼를 지어 군무를 펼치는 모습을 무시로 볼 수 있다.”면서 “가을걷이 끝난 논이 수박비닐하우스로 온통 바뀌어 은빛으로 번쩍거리는 모습은 가을 풍경 못지 않은 장관”이라고 자랑했다. 악양마을엔 처녀뱃사공 노래비 법수면 옆 대산면 악양마을에는 ‘처녀 뱃사공 노래비’가 있다. ‘군인 간 오라버니’ 대신 노를 잡고 뱃사공 역할을 했다는 ‘큰 애기 사공’의 실제 주인공은 여전히 살아 있지만 함안을 떠나 마산에서 살고 있다는 소식만 남아 있다. 가수 윤항기, 윤복희 남매의 아버지인 윤부길씨가 유랑공연을 다니다가 악양나루터에서 처녀뱃사공을 보고서 가사를 써내려갔다고. 당시 나룻배를 기다리며 지친 다리쉼을 한편, 허기와 조갈을 달래던 나루터 주막은 이제 전망좋은 식당이 됐다. 또한 유유히 흐르는 남강과 둑길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악양루는 이 식당에서 좁은 길로 1~2분만 오르면 된다. 함안 둑길의 전모를 확인하고자 하는 사람들 혹은 처녀뱃사공 노래의 현장을 보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여행수첩 ▲먹거리 붕어찜과 참게탕, 장어구이, 민물고기회 등 남강에 기댄 먹거리가 유명하다. 장어구이는 다른 곳과 달리 머리까지 통째로 구워 내놓는다. 눈에 익숙하지 않지만, 숨어있는 머릿살을 발라 먹는 맛이 일품이다. 장어 또한 물고기 아닌가. 역시 어두일미(魚頭一味)다. 산초와 방아잎을 듬뿍 넣은 참게탕은 향긋하지만 쌉싸름하다. 혹시 산초에 거부감이 있는 이들은 주문 때 미리 말하는 것이 좋다. 회로 먹는 민물고기는 향어다. 뼈째 썰어준 향어회를 참기름, 마늘로 양념한 된장에 푹 찍어먹으면 약간의 오독거림과 고소함이 입안에 감돈다. 함안에서는 잉어와 붕어도 회로 먹는다고 하니 민물고기의 천국이다. 둑길 마라톤 출발지(법수면)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악양둘안횟집(055-584-3393)이 남강에서 뛰놀던 각종 먹거리를 모두 담고 있다. ‘처녀뱃사공’의 조카손녀가 운영하는 곳이라 한다. 가을에 최고의 당도를 더하는 씨없는 칠북포도가 있다. 겨울에는 하우스수박이 유명하다. ▲가는 길 서울에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함양분기점을 지나 진주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함안나들목으로 빠지면 된다.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열차는 하루 세 차례 서울에서 함안까지 직접 간다. 5시간~5시간30분 소요된다. 좀 더 빠른 방법은 KTX를 타고 밀양역에서 갈아타는 방법이 있다. 환승 시간을 감안해도 4시간 남짓이면 된다. 글ㆍ사진 함안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장애가 지적 호기심을 이길 순 없죠”

    “장애가 지적 호기심을 이길 순 없죠”

    “장애가 열정과 지적 호기심을 이길 순 없죠.” 중증 시각장애인이 국내 최초로 국가공인 한자 급수자격 최고 단계를 통과했다. 주인공은 이윤동(52·울산 신정1동)씨. 이씨는 지난 22일 실시된 제44회 국가공인 대한민국 한자급수 자격검정시험 사범급에서 100점 만점(합격기준 80점)에 83.5점을 받아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 대학 한문교육학과 석사학위 수준 사범급은 한자 5000자를 자유롭게 쓰고 대학, 논어, 고문진보(중국의 시문선집) 등 고전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며 평균 합격률이 20% 정도다. 대학 한문교육학과 석사학위 정도의 수준이다. 이씨가 ‘한자 정복’에 나선 데는 아내 박순옥(53)씨의 권유가 결정적이었다. 지역사회 아이들을 상대로 한자를 가르치는 박씨는 남편이 한번 들은 한문 구절을 쉽게 따라 읽는 것을 보고 자격증 도전을 권했다. 이씨는 컴퓨터 모니터에서 한자 교재를 확대해 읽는 방법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박씨는 작은 글씨로 된 종이교재 내용을 읽어주는 등 남편의 학습을 도왔다. 2004년 한자 3500자를 다루는 한자급수 검정 1급 시험에 합격한 그는 6년을 더 공부해 사범급 자격증까지 얻게 됐다. 시험을 주최한 대한검정회는 이씨를 고려해 글자 크기를 40포인트(일반인용 시험지의 16배)로 확대한 특수 문제지를 제공하고 고배율 돋보기를 쓸 수 있도록 허용했다. 장애를 뛰어넘기 위한 이씨의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탓에 제대로 된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이씨는 독학으로 울산대에 입학해 2006년 행정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에는 시각장애인으로는 국내 두 번째로 100㎞ 구간의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했다. 1998년부터 7년간 울산시 장애인협회장을 맡았던 그는 2006년 정부로부터 ‘장애 극복상’을 수상한 뒤 포상금 1000만원 중 절반을 시각장애인 치료지원비로 써달라고 선뜻 내놓기도 했다. ● “서당 열어 이웃과 지식 나누고 싶어” 이씨는 자신의 선행에 대해 ‘기소불욕(己所不欲)이면 물시어인(勿施於人)’(스스로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는 뜻)이라는 논어구절을 들며 “의미있는 일은 먼저 나서서 한다는 좌우명을 실천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앞으로 서당을 열어 자신이 익힌 지식을 이웃과 나누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울트라마라톤 ‘한국 新’ 현대車 울산공장 이동문씨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근무하는 이동문(47·변속기생산관리부)씨가 꼬박 24시간을 쉬지 않고 달리는 울트라마라톤 한국 최고기록을 경신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동문씨는 지난 2일 서울 한국체육대학에서 열린 울트라마라톤 한국선수권대회 24시간 종주 종목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이 종목은 400m 트랙 위에서 24시간 동안 얼마나 먼 거리를 달리느냐로 기록을 매긴다. 이씨는 종전 기록보다 3㎞ 더 늘린 241㎞를 뛰었다. 이씨는 울트라마라톤 국가대표로 발탁돼 내년 네덜란드에서 개최되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이씨는 2007년 사내 마라톤동호회에 가입하면서 울트라마라톤과 인연을 맺었다. 술과 담배를 끊어보자는 단순한 목적에서 시작했지만 불과 3년 만에 태극마크까지 달게 된 것. 이씨는 “달린 지 16시간 이후부터는 죽을 것 같은 고통이 밀려들지만 한 바퀴 한 바퀴에 충실하자는 생각만 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한다.”면서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 생겨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인내를 얻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매일 왕복 20㎞ 뛰어서 출퇴근하죠”

    “마라톤 풀코스 100번째 완주 기록을 가족들이 지켜 보는 울산에서 이루게 돼 기쁨이 더 큽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근무하는 유복근(48)씨가 지난 1일 열린 ‘제10회 울산마라톤대회’에서 100번째 풀코스 완주 기록을 세웠다. 유씨는 2001년 춘천마라톤대회에 입문한 이후 9년 동안 풀코스 100회를 비롯해 하프·10㎞ 각 50회, 100㎞ 울트라마라톤 5회 등을 완주하면서 6000㎞가량을 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기록은 2007년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세운 3시간 2분. 그는 레이스 도중 단 한번도 포기하지 않아 이번 풀코스 100회 완주가 더욱 값진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대회가 있는 어디든 찾아가 달렸다. 100번째 완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해에만 풀코스를 무려 34번이나 달렸다. 그는 “남들이 심각한 마라톤 중독이라며 염려하지만, 항상 제 능력에 맞게 레이스를 펼치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다.”면서 “마라톤대회에 출전한 다음날도 정상 출근할 정도로 건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다이어트용으로 마라톤을 선택했다. 갑자기 불어난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9년이 지난 지금은 마라톤의 매력에 흠뻑 빠져 매일 달리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마니아로 변모했다. 그는 “매일 집에서 회사까지 왕복 20㎞를 뛰어서 출퇴근하는 게 훈련의 전부”라며 “올해는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꿈의 기록인 ‘서브3’(3시간 이내 진입) 달성을 위해 더욱 열심히 뛸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정윤수의 종횡무진] 하루키가 달리는 이유

    ‘인간실격’으로 유명한 일본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가 지독한 자기 환멸과 근원적인 절망감 때문에 자살했을 때, 동시대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는 이를 경멸하면서 말했다. “그런 성격 결함의 절반쯤은 냉수마찰이나 기계체조로 고칠 수 있다.” 그렇게 말한 미시마 유키오 역시 자살을 했다. 그런데 그 사유는 다자이 오사무와 다르다. 다자이 오사무가 내면에 대한 불안의식과 일본 사회의 과잉된 우경화에 시달리다 자살했다면 미시마 유키오는 일본 파시즘 부활을 외치며 할복 자살했다. 미시마 유키오의 대표작은 ‘금각사’. 이 소설은 유일무이한 미를 영원히 간직하기 위하여 불을 지르고 만다는 지극히 일본적인 소설이다. 이 소설을 쓴 뒤 미시마 유키오는 보디빌딩으로 제 육체를 단련하기 시작했다. 강력한 힘,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절대적 세계, 군더더기 하나 없는 완벽한 힘과 미와 열정이 충일된 세계. 그것을 동경한 미시마 유키오는 현실 속에서 이를 충족하기 위해 군국주의 부활 운동에 뛰어들었다가 마침내 할복자살했다. 육체에 대한 과도한 몰입, 스포츠에 대한 지나친 열병, 강한 힘에 대한 한없는 동경. 이러한 것이 때로는 치명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미시마 유키오는 보여준 것이다. 스포츠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 대단히 유연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역설적으로 가르쳐 준 것이다. 스포츠는 힘 자랑이 아니며 남에게 으스대기 위한 행동이 아니다. 완벽하고 강한 힘을 추구하는 것 못지않게 여리고 시들고 병든 것을 사랑해야 하는 것 역시 인간의 의무다. 건강한 스포츠 정신이란 이처럼 상반된 것에 대하여 균형 있는 시각을 갖는 것이다. 또 한 명의 일본 소설가가 있다. ‘상실의 시대’로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다. 그는 널리 알려진 마라토너이다. 마라톤 풀코스를 25회나 완주하고 100㎞ 울트라마라톤에도 성공한 작가다. 소설가하면 골방에서 담배나 연신 피워대야 어울릴 법한데 하루키는 지금도 매일 같이 달리는 작가다. 전업 작가가 된 32살 때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 하루 두 갑 이상 담배를 핀 체인스모커였으나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담배를 끊어 버렸다. 그는 매일 달린다.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 23시간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나머지 1시간은 달리기 위해 빼놓았다. 그는 예술이란 몸 안에 든 독을 빼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독을 빼내기 위해서 소설가는 건강해야 하는데 랭보, 다자이 오사무, 아쿠다가와 류노스케 같은 소설가는 그 독에 물려 죽은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최근 발간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문학사상 펴냄)에 보면 하루키는 언젠가 죽고 나면 묘비명에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고 써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번은 어느 친구가 “신체 장애가 있고 스포츠를 못하는 사람도 좀 생각하라.”고 지적을 했다. 하루키는 이에 대해 건강한 몸을 갖고 있으면서 그것을 무신경하게 함부로 다루는 사람이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1998년 6월 호놀룰루에서 열린 시각장애인 마라톤 15km 코스에 동반자로 참가한 적이 있다. 어느 시각장애인과 끈 하나로 연결를 마주 잡고 달린 것이다. 그 ‘행복한 경험’을 마친 후 하루키는 썼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장애가 신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신체를 진정으로 의식하는 것이다.” 이 겨울, 땀 흘리며 스포츠에 몰두하고 있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새해 덕담이다. 스포츠 평론가 prague@naver.com
  • “성취감 맛보려 시작… 죽다 살아난 느낌”

    60대 후반의 동갑내기 울트라마라토너 2명이 25일 동안 2500㎞를 완주함으로써 최단시간에 최장거리를 달리는 세계기록을 세웠다. ‘2500㎞ 세계기록추진위원회’는 3일 울산을 출발해 전국 2500㎞를 돌아 울산으로 되돌아오는 대장정에 도전한 이영정(66·전 울산 남구문화원 사무국장)씨와 김수원(66)씨가 이날 오전 10시25분 남구 울산대공원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밝혔다. ●66세 동갑내기… 25일동안 2500㎞ 완주 이씨와 김씨가 공원 광장에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윤명희 울산시의회 의장과 김두겸 남구청장을 비롯해 많은 시민들이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이씨 등은 지난 9월9일 울산을 출발해 초인적인 체력과 정신력으로 25일 동안 날마다 20시간씩 100㎞ 이상을 달렸다. 달린 코스는 울산∼부산∼지리산∼보성∼보령∼김포∼동두천∼춘천∼인제∼양양∼강릉∼삼척∼울진∼포항∼울산으로, 남한을 한 바퀴 돈 셈이다. 한계를 뛰어넘은 도전에 성공한 이씨는 “인간에게는 어떤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성취욕이 있기 마련이며 이번 도전도 그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 시작했다.”면서 “정말 힘들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3일쯤 잠만 푹 자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씨는 “체력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는 좌절을 느끼기도 했지만 ‘조금만 더 참자.’는 생각으로 이겨냈다.”면서 “죽다 살아난 느낌이어서 억만금을 준대도 다시는 뛰고 싶지 않다.”며 활짝 웃었다. ●기네스북 등재 절차 밟기로 이들의 대장정은 ▲최단시간(25일)에 ▲최장거리(2500㎞)를 ▲최고령자(66세)로서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바이벌) 성공한 세계기록으로 기네스북 등재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씨는 2003년에도 6일 동안 842㎞를 달려 아시아기록을 바꾸었고, 김씨는 지난해 9월 19일 동안 2030㎞를 뛰어 비공인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북극점 마라톤 한국인 첫 우승

    북극점 마라톤에서 한국인이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7일 제주대에 따르면 오지마라토너 안병식(35·노스페이스)씨는 지난 1일 북위 89∼90도에서 열린 42㎞ 북극점 마라톤(2008 Northpole Marathon)에서 4시간2분37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이로써 안씨는 한국인 최초로 남극과 북극의 마라톤을 모두 완주한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대회 당일 기온은 영하 29도로 전체 참가자 24명 가운데 17명이 완주했다. 안씨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추운 경험은 처음이었고, 모든 것이 얼어 버리는 냉동창고에 들어간 기분이었다.”며 “완주한 뒤 북극점에 서 있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흥분됐다.”고 말했다. 제주대 미술학과를 졸업한 뒤 대학원에서 체육을 전공하고 있는 안씨는 2004년 국제아이언맨대회와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했다. 또 2005년 9월 사하라마라톤 완주에 이어 2006년 고비 마라톤 우승,8월 아타카마 마라톤 4위,11월 사하라 마라톤 3위 등을 차지하며 세계 3대 ‘죽음의 레이스’를 완주한 뒤 지난해 12월 남극마라톤 130㎞를 완주했다.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은행도 마라톤처럼 정직해야 고객 안심”

    “은행도 마라톤처럼 정직해야 고객 안심”

    “왜 달리냐고요?마라톤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죠. 하루라도 운동을 거르면 바로 티가 납니다. 은행도 마라톤처럼 정직해야 고객이 돈을 믿고 맡기지 않겠어요?” 국민은행 여신관리센터의 이명열(46) 팀장은 폭염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던 지난 12일 과천에서 열린 혹서기 마라톤 대회에서 풀코스를 뛰었다.1996년 첫 완주 이후 10년 동안 무려 115회나 42.195㎞를 뛰었다. 오는 9월부터 12월 초까지 이 팀장은 13주 연속 풀코스를 뛸 계획이다. 마라톤 중독에 걸린 것 아니냐고 묻자 “몸에 좋은 중독은 걸려도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은행권에는 달리기에 미친 사람들이 유독 많다. 은행 마라톤 동호회마다 수백명이 활동하고,1∼2차례의 완주로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SC제일은행 서초중앙지점 김대윤(47) 지점장은 전세계 스탠다드차타드(SC) 그룹에서 철인3종 경기(아이언맨 경기)를 완주한 ‘3대 철인’ 중 한 명이다. 철인3종 경기는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17시간 내에 수영 3.8㎞, 사이클 180.2㎞, 마라톤 42.195㎞를 마쳐야 하는 인간의 극한을 시험하는 스포츠다. 그는 2002년과 2004년 두차례 도전에서 모두 성공했다. 이달 말 제주도에서 열리는 대회에도 참가한다. 은행 내에서 소문난 일벌레인 김 지점장은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맞춤형’ 점포를 열었다. 신한은행 기업여신관리부 황선용(43) 차장은 지난달 15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울트라마라톤 대한민국 종단 537㎞(부산 태종대∼임진각)를 완주했다.2001년에는 강화도에서 강릉 경포대까지 314㎞를 횡단했고, 이듬해에는 200㎞에 이르는 제주도를 일주했다.2003년에는 해남 땅끝마을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643㎞를 달렸다. 한반도를 대각선으로 두 차례 종단, 한 차례 횡단,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울트라마라톤 그랜드 슬램에 성공한 셈이다. 외환은행 홍보팀의 김영아(32)씨는 ‘마라톤 천사’로 불리며 수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유명인사다. 마라톤 대회 홍보대사로 영입되기 일쑤고, 영화 ‘말아톤’에서는 지쳐 쓰러진 주인공에게 초코파이를 건네주는 인물로 등장하기도 했다. 풀코스 최고 기록이 2시간 55분 4초로 프로급이다. 임원급 중에서 대표적인 인물은 기업은행 현병택(52) 부행장이다.10년 전 늦깎이로 마라톤을 시작해 벌써 17번이나 완주했다. 기업은행 마라톤 동호회를 이끌고 있으며, 최근 ‘마라톤 통장’을 직접 만들어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현 부행장은 “마라톤은 출발선이 같은 평등한 운동이지만 꾸준하지 못하면 완주할 수 없다.”면서 “은행원의 필수 덕목인 정직과 끈기를 배울 수 있어 직원들에게 적극 권한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시각장애 이윤동씨 ‘아름다운 기부’

    “투병생활을 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 시각장애인이 장애극복상으로 받은 상금을 자신보다 더 어려운 동료 시각장애인 돕기 성금으로 내놓는 아름다운 기부를 했다. 1급 시각장애인인 울산시 남구 신정1동의 이윤동(49)씨는 4일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 500만원을 신장이 좋지 않아 혈액투석을 받는 시각장애인을 돕는 데 써달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이 장애극복상은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장애극복상위원회가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장애를 이기고 꿋꿋하게 사는 장애인을 선정해 해마다 장애인의 날인 4월20일 시상한다. 어렸을 때 눈을 다쳐 앞을 거의 볼 수 없는 이씨는 한자 공인1급 자격증을 갖고 있으며, 마라톤 풀코스를 11회 완주한 의지의 사나이다. 특히 울트라마라톤(100㎞)도 한 차례나 완주한 기록도 갖고 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1㎞ 뛸 때마다 장학금 5000원 쌓여요”

    “우리 청소년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미래의 인재들입니다. 그들이 밝은 마음과 건강한 정신으로 자랄 수 있도록 기성세대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뛰고 있지요.” 임채호(56)씨. 현재 법무부 범죄예방 부산광역시 연제지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임씨는 마라톤 완주 경험이 25회나 된다. 그냥 단순한 마니아가 아니다. 달려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뛰는 발걸음마다 불우 청소년을 위해 쓰여지는 장학금이 생기기 때문.1㎞ 구간마다 지인들로부터 5000원씩 통장에 입금된다. 이 돈은 연말에 모범 소년원생 장학금으로 지급된다. 지난해에는 마라톤을 통해 모두 176만원을 모았다.10회 가까이 완주하며 땀흘린 결과다. 비록 적은 금액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정성과 십시일반 돕는 자세로 부산 오륜 정보산업학교(교장 최찬) 등 어려운 학교에 돈을 전달, 훈훈한 화제가 됐다. 임씨는 지난 19일 낮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펼쳐진 ‘제2회 고구려 역사지키기 마라톤 대회’에서도 완주(3시간47분58초)를 해 장학금 21만원을 모았다. 올해는 15회 정도 완주해 300만원을 목표로 정했다. 주위에 안타까운 청소년들이 많아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돕겠다는 각오를 새삼 다졌던 것. 아울러 뛸 때에는 가슴과 등에 ‘자녀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운동’이라는 홍보문구를 꼭 붙인다. 임씨는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등을 종주할 정도로 산행을 좋아한다. 그러던 2001년 5월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보스턴 마라톤, 서울 국제마라톤, 동아마라톤 등의 풀코스를 완주했고 100㎞ 울트라마라톤을 2회나 완주했다. 그러면서 부산시 교육청과 연계해 각 학교에 범죄예방 강연활동을 꾸준히 해왔으며, 교통비를 아껴 장학금에 보탰다. 이같은 공로로 지난 2003년 부산 시민의 날에 ‘자랑스러운 시민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이때 받은 상금 500만원과 자비 20만원을 보태 부산 연제구 불우이웃 26가구에 20만원씩 전달하기도 했다.김문기자 km@seoul.co.kr
  • 울트라마라톤 맨/딘 카르나제스 지음

    “어제 신문에서 에베레스트 산을 무산소 등정하는데 성공한 산악인에 대한 기사를 봤어. 나중에 기자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왜 거기 올라갔냐고 물었더니, 그 사람이 뭐라고 답했는 줄 알아? ‘난 죽을려고 거기 오른 게 아닙니다. 살려고 올라간 거지요.’” ●MBA출신 딘 카르나제스 자전적 이야기 MBA 출신으로 수십만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딘 카르나제스는 서른 살 생일을 맞은 날 아침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그날 저녁, 늦은 생일파티후 낡은 운동화를 꺼내 신고 밤새워 50㎞를 달린다. 이어 기진맥진한 그를 데리러 온 아내의 차에서 실신 직전 이렇게 말한다.‘내 안의 스위치가 비로소 켜졌다고.’ ‘울트라마라톤 맨’(공경희 옮김, 해냄 펴냄)은 일반 마라톤의 열배에 해당하는 420㎞를 75시간 동안 한숨도 자지 않고 완주한 미국의 울트라마라톤맨 딘 카르나제스의 실화를 담은 자전적 휴먼스토리다. 고교때 크로스컨트리 선수였던 지은이. 하지만 그후 15년간 달리기와 담을 쌓고 술과 친구들에 둘러싸여 지내던 중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빠진듯한 심각한 공허함에 직면한다. 성인이 된 후 그는 내내 마감을 지키고 다음 일을 쫓아가며 살아왔다. 멈춰서 돌아보지 않은지 오래되었고, 뭐가 중요한지도 더 이상 확실히 알 수 없었다. 부유한 라이프스타일과 보너스, 훌륭한 복리후생에 익숙해졌지만 뭔가 빠진 듯한 기분은 무시할 수 없었다. ●서른살에 인생 허비하고 있음을 깨달아 그러던 서른 살 생일날 한 산악인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자신이 인생을 허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회사 현장이라는 함정에 가려서 정말 중요한 것들은 돈을 벌고 물건을 구입하는 것으로 비틀어 버렸음을 알게 된다. 그는 화려한 쇼핑가가 몰려 있고, 승용차로 사람을 판단하는 대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그 날 밤 불현 듯 예전의 육상 선수시절 기쁨을 누렸던 달리기에서 숨쉴 공간을 찾기에 이른다. 50㎞를 밤새워 내달린 후 그는 진정 자신이 원했던 삶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이후 고급차와 넓은 저택, 유복한 일상의 안락함을 뒤로하고, 출근 직전 새벽마다 20여㎞씩 남몰래 연습을 한 끝에 160㎞를 쉬지 않고 달리는 ‘서부주 100마일 대회’에 출전, 완주함으로써 진정한 삶의 주인으로 거듭난다. 그후 그는 시에라 네바다와 몽블랑의 험난한 산맥을 달려서 넘기도 하고,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섭씨 50도의 데스밸리를 가로지르는가 하면, 세계 최초로 남극을 달린 마라토너가 된다. 육체와 정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을 거듭하던 그는 마침내 세계에서 가장 힘들기로 유명한 2004 배드워터 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승리한다. 딘은 처음엔 자기를 만나고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달리지만, 나중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달린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며 생명이 꺼져가는 여자 아이를 돕기 위해 이틀 밤낮을 혼자 뛰면서, 힘들 때마다 아이의 사진을 꺼내 보기도 한다. 그는 달리고 또 달림으로써 오래 전 빛나던 자신을 되찾고, 관심을 자기 자신에서 세상 사람들로 확장시켜 간다. ●“도움 필요한 사람 위해 오늘도 달린다” 160㎞를 한번에 내달리는 그에게 사람들은 자주 ‘왜 그런 일을 하나요?’라고 질문을 던진다. 가장 대답이 힘든 질문이다. 그는 여러가지 이유를 말한다. 얼마나 달릴 수 있는지 알기 위해서 달리고,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달린다고. 뛰지 못하는 이들을 돕기 위해 달리고, 삶이 더 활기를 띠고 강렬해지기에 달린다고. 그러면서도 평온을 누릴 수 있기에 달린다고. 하지만 이를 한 마디로 압축한다면, 앞서 에베레스트를 무산소 등정한 등반가의 말처럼 ‘살기 위해서 달린다.’가 가장 훌륭한 답변이 아닐까? 책은 지은이의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그의 달리기 같은 무언가를 찾아 나서자고 부추기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다. 나의 ‘달리기’는 무엇일까? 책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9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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