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울음
    2026-07-05
    검색기록 지우기
  • 봉하
    2026-07-05
    검색기록 지우기
  • 퇴사
    2026-07-05
    검색기록 지우기
  • 폭발물
    2026-07-05
    검색기록 지우기
  • 음식
    2026-07-0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540
  • [황서미의 시청각 교실] 가족이란 무엇인가

    [황서미의 시청각 교실] 가족이란 무엇인가

    2019년 여름, 예기치 않게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될 일이 생겼다. 입원하는 날 남편이 슬쩍 “혼자 가도 되겠어?” 하고 묻기는 했으나, 이미 그는 답을 알고 물은 것임을 나야 잘 알고 있다. “당연하지!” 씩씩한 이 대답 한마디에 남편은 바로 출근했다. 굿바이. 병실은 2인실로 당첨됐다. 옆 침대 여자분은 나보다 조금 더 일찍 와서 짐을 다 풀어놓은 모양이었다. 변성기에 갓 접어든 아들과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돼 보이는 딸이 함께 왔다. 물론, 아빠도 함께. 커튼을 쳐 놓았지만 두런두런 다정한 말소리가 더 들어 보지 않아도 분명히 행복한 네 식구였다. 역시 귀 밝고, 눈치 빠른 나의 ‘시청각’이 발동되는 순간이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저녁밥 카트가 한 바퀴 돌았다. 맛있는 밥 냄새가 병원 복도에 퍼지고, 옆 식구들은 다시 두런두런…. 얼른 나가서 밥들 먹고 들어오라는 따뜻한 엄마의 배려였다. 이에 아빠는 물론 아이들까지 엄마 자는 것 보고 나갈 거라고 하는데 이제 슬슬 와, 이 가족 결속력이 장난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순간 의연했던 엄마가 울음을 터뜨린다. 같은 암이라 할지라도 나는 0기, 간단히 제거만 하면 된다지만, 병세가 더 깊거나 혹시라도 넓게 퍼진 종양이라면 그 두려움은 나로서는 상상도 못 할 범주다. 엄마가 우니까 딸도 같이 운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아무래도 엄마를 껴안고 있는 것 같았다. “엄마, 괜찮아. 다 잘될 거야.” “엄마, 죽지 마.” “여보, 걱정 마. 편한 맘으로 받아야 결과도 좋지. 수술 잘 끝내고 우리 다 같이 여행이나 가자.” 우리 식구들한테서는 나올 리 만무한, 세상에서 제일 따뜻하고 보석 같은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우리집은 나부터 무뚝뚝한 데다가 남편은 술이나 마셔야 말이 좀 많아지고, 한 명은 발달 장애로 말을 잘하지 못하고, 나머지 한 명은 제일 무서운 중2다. ‘가족의 힘’이란 것이 저런 것일까. 내게 ‘가족’은 ‘늘 바쁘게 챙기고, 펑크나면 막아야 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와 같은 뜻이었다. 옆 침대 가족과 같은, 감정을 지켜주고, 돌봐주는 것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 안 그래도 아주머니가 우시니 그렇게 씩씩하게 돌아다니던 나도 코가 찡해졌는데 태어나서 처음 보는, 가족 감동 드라마에 급기야 눈물이 터져 버렸다. 다음날 아침 7시 30분, 남편의 응원 아래 먼저 옆 침대 분의 침대가 수술실을 향했다. 바로 다음 내 차례. 간단한 수술이었던지라 마취가 깨고 병실로 돌아왔을 때는 당연히 옆 침대 환자분은 계속 수술을 받고 계실 줄 알았다. 그런데 천만에! 침대에 앉아 점심밥 첫 끼니를 진짜 맛있게 들고 계시는데, ‘나같이 간단한 수술이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어제 가족들이 함께 나누었던 파이팅을 생각하니…. 그래, 감정에 정답이 어딨나. 그런데도 아스라이 밀려오는 오글거림을 참을 수 없기는 했다. 가족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 물고 할퀴고…원숭이, 가정집 침입해 아기 공격해 중상 입혀

    물고 할퀴고…원숭이, 가정집 침입해 아기 공격해 중상 입혀

    생후 50일 된 아기가 원숭이 공격으로 중상을 입었다. 11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매체 하리안 메트로는 페낭섬 풀라우피낭주의 한 가정집에 원숭이가 난입해 아기를 물고 달아났다고 전했다. 지난 9일 풀라우피낭주 버터워스 지역의 주택에 야생 원숭이가 침입했다. 아기 어머니는 “아들을 잠시 거실 침대에 눕혀놓고 주방에서 분유를 타고 있는데 비명이 들렸다. 달려가 보니 침대에서 떨어진 아들이 피투성이가 돼 있었다”고 밝혔다. 옆에는 커다란 야생 원숭이 한 마리가 버티고 있었다. 원숭이는 부리나케 달려온 어머니를 보고 달아났다.머리와 얼굴, 배를 심하게 물린 아기는 수술을 받고 현재 병원에서 회복 중이다. 의료진은 장기가 보일 만큼 복부 상처가 특히 심했다고 밝혔다. 아기는 앞으로 2주 더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다. 일가족 5명이 사는 집에는 사고 당시 아기 어머니와 할머니 둘뿐이었다. 집 문은 모두 닫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기 아버지는 “모든 문과 창문은 닫힌 상태였다. 원숭이가 빗장으로 걸어놓은 출입문이 열릴 때까지 흔들어 집 안으로 들어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원숭이는 인근을 종종 어슬렁거리던 수컷으로, 무리 없이 혼자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고 이틀만인 11일 오전 원숭이를 찾아 사살했다.얼마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지난달 20일 말레이시아 조호르주타만 누사 다마이의 한 가정집에 침입한 야생 원숭이는 생후 5개월 된 여자 아기를 공격하고 달아났다. 주방에서 분유를 타다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간 어머니는 “딸과 비슷한 몸집의 원숭이가 앉아 아기 등을 할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빗자루로 쫓으려 하자 원숭이가 딸의 손을 잡아당기며 데려가려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2010년에는 생후 4일 된 신생아가 원숭이에게 납치, 살해됐다. 당시 먹이를 찾아 집으로 난입한 원숭이는 거실에서 잠을 자던 아기를 데리고 달아났다. 얼마 후 온몸을 물리고 긁힌 상태로 발견된 아기는 병원 이송 도중 사망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울음소리 싫다고 길고양이 죽여”…오픈채팅방 강제수사

    “울음소리 싫다고 길고양이 죽여”…오픈채팅방 강제수사

    야생동물 잔혹 학대 사진 등 공유경찰, 카카오톡 압수수색영장 신청“엄중 처벌” 국민청원 20만명 넘어 경찰이 야생동물을 잔혹하게 학대하는 사진 등이 공유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참여자들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1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성동경찰서는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고어전문방’ 참여자들의 신원을 특정하기 위해 이날 카카오톡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자료를 확보해 참가자들의 신원을 특정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로 학대 행위를 한 사람을 먼저 선별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시민단체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8일 동물보호법·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고어전문방 참가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 채팅방에서는 동물을 포획하는 법이나 신체 부위를 자르는 방법, 관련 경험담 등이 공유됐고, 실제로 학대당하는 동물의 사진·영상 등도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채팅방은 현재 카카오톡에서 사라진 상태다. 일부 채팅 내용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퍼져나가며 국민적 공분도 커지고 있다. 이들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날 오후 4시 30분 현재 20만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이들은 울음소리가 싫다는 이유로 길고양이를 죽이고, 그걸 사진 찍어 자랑하며 낄낄대는 악마들”이라며 “가엾은 생명을 외면하지 말고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해달라”고 강조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동물판 ‘n번방 사건’이나 마찬가지로 심각한 사안”이라며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학대자들은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길고양이 죽였다고 자랑하며 낄낄”…경찰, 단톡방 수사 착수

    “길고양이 죽였다고 자랑하며 낄낄”…경찰, 단톡방 수사 착수

    한 온라인 단체 채팅방에서 길고양이를 비롯한 야생동물을 잔혹하게 살해하거나 학대하는 영상과 사진이 공유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10일 경찰과 동물권 단체 등에 따르면 익명으로 운영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 ‘고어전문방’에서 야생동물을 포획하는 법이나 신체를 훼손하는 방법 등이 공유됐다. 이들은 “길고양이를 죽이고 싶다”고 말하거나, 실제로 학대당하는 동물의 사진과 영상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동물들을 직접 학대했다는 사실을 인증해야만 참여할 수 있는 소수 카톡방까지 운영했다. 해당 채팅방들은 현재 카카오톡에서 모두 사라진 상태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8일 동물보호법·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이들을 서울 성동경찰서에 고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고양이를 잔혹하게 학대하는 단체 카톡방을 수사하고 처벌해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는 “이들은 울음소리가 싫다는 이유로 길고양이를 죽이고, 그걸 사진 찍어 자랑하며 낄낄대는 악마들”이라며 “가엾은 생명을 외면하지 말고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해달라”고 역설했다. 이 청원은 이날 오후 9시 30분 기준으로 17만 5천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러한 행위를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물을 게재·전달하는 행위도 학대로 보고 금지한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정인이 사건’ 재판부 “사회적 관심 고려해 중계법정 결정”(종합)

    ‘정인이 사건’ 재판부 “사회적 관심 고려해 중계법정 결정”(종합)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부모의 재판을 앞둔 서울남부지법이 다른 법정에서도 이 사건 심리 과정을 볼 수 있도록 중계법정을 운영한다. 서울남부지법은 6일 “이 사건 본 법정인 306호와 같은 층에 위치한 312호와 315호 법정을 중계법정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면서 “306호 법정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모습을 생중계하여 312호와 315호 법정에서 보도록 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점을 고려하여 중계법정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은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를 위한 법정 내 인원 조절을 위해 3개 법정 방청 인원을 선착순이 아닌 추첨 방식으로 뽑기로 했다. 앞서 이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남부지법 재판부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등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피고인들의 유무죄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는 진정서를 보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법은 “이 사건 진정서 접수 건수가 접수 직원이 (진정서 제출 내역을) 전산 시스템에 일일이 입력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이 사건 담당 재판부인 형사13부(부장 신혁재)는 (진정서가)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증거를 다 보고 (피고인들의) 유무죄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는 진정서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알려왔다”고 밝혔다. 증거조사를 마친(증거능력이 있는) 적법한 증거만을 바탕으로 재판부가 유무죄 심증을 형성해야 하는데 증거능력이 없는 진정서 내용을 먼저 확인한다면 심증에 영향을 미쳐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법원은 이어 “이제부터는 (제출되는 진정서를) 전산에 입력하지 않고 사건기록에 바로 편철하기로 했다”며 “현재까지 접수된 진정서 양도 상당하고 앞으로 제출될 진정서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진정서는 별책으로 분류·관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1일부터 이날까지 정인양의 양부모를 엄벌해달라는 진정서 약 700개가 재판부에 제출됐다. 앞서 정인양의 양부인 안모(불구속)씨와 양모인 정모(구속)씨는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지난달 8일 기소됐다. 장씨는 지난해 3~10월 정인양을 집 또는 자동차 안에 혼자 있게 해 유기·방임하고 지난해 6월부터는 정인양을 상습적으로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의 폭행으로 정인양은 전신에 골절 피해를 입었고 온몸에 멍이 생겼다. 췌장 등의 장기 손상도 심각했다. 장씨는 지난해 10월 13일 등 부위에 강한 충격을 가해 정인양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씨는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장씨가 정인양을 지속적으로 폭행·방임하고 이로 인해 정인양의 건강이 극도로 나빠진 것을 알면서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4월 정인양 팔을 꽉 잡고 정인양 손뼉을 강하게 쳐서 정인양이 울음을 터뜨렸음에도 불구하고 이 행위를 계속해 정인양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전문 부검의 3명에게 정인양의 사망 원인 재감정을 의뢰했다. 재감정 결과 정인양에게 가해진 충격의 정도가 양모의 고의에 의한 것으로 판단되면 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고, 이에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통해 살인죄를 적용할 여지도 열려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법원 “정인이 양부모 유무죄 판단 전에는 진정서 보지 않을 것”

    법원 “정인이 양부모 유무죄 판단 전에는 진정서 보지 않을 것”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부모를 엄벌해달라는 진정서가 이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남부지법 재판부에 수백건이 제출된 가운데 재판부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등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피고인들의 유무죄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는 진정서를 보지 않겠다고 밝혔다. 6일 서울남부지법은 “이 사건 진정서 접수 건수가 접수 직원이 (진정서 제출 내역을) 전산 시스템에 일일이 입력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이 사건 담당 재판부인 형사13부(부장 신혁재)는 (진정서가)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증거를 다 보고 (피고인들의) 유무죄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는 진정서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알려왔다”고 밝혔다. 증거조사를 마친(증거능력이 있는) 적법한 증거만을 바탕으로 재판부가 유무죄 심증을 형성해야 하는데 증거능력이 없는 진정서 내용을 먼저 확인한다면 심증에 영향을 미쳐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법원은 이어 “이제부터는 (제출되는 진정서를) 전산에 입력하지 않고 사건기록에 바로 편철하기로 했다”며 “현재까지 접수된 진정서 양도 상당하고 앞으로 제출될 진정서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진정서는 별책으로 분류·관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기준으로 지난달 11일부터 이날까지 정인양의 양부모를 엄벌해달라는 진정서 680여개가 재판부에 제출됐다. 앞서 정인양의 양부인 안모(불구속)씨와 양모인 정모(구속)씨는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지난달 8일 기소됐다. 장씨는 지난해 3~10월 정인양을 집 또는 자동차 안에 혼자 있게 해 유기·방임하고 지난해 6월부터는 정인양을 상습적으로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의 폭행으로 정인양은 전신에 골절 피해를 입었고 온몸에 멍이 생겼다. 췌장 등의 장기 손상도 심각했다. 장씨는 지난해 10월 13일 등 부위에 강한 충격을 가해 정인양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씨는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장씨가 정인양을 지속적으로 폭행·방임하고 이로 인해 정인양의 건강이 극도로 나빠진 것을 알면서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4월 정인양 팔을 꽉 잡고 정인양 손뼉을 강하게 쳐서 정인양이 울음을 터뜨렸음에도 불구하고 이 행위를 계속해 정인양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전문 부검의 3명에게 정인양의 사망 원인 재감정을 의뢰했다. 재감정 결과 정인양에게 가해진 충격의 정도가 양모의 고의에 의한 것으로 판단되면 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고, 이에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통해 살인죄를 적용할 여지도 열려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BBC “한국 출산율 최저 이어 인구 첫 감소 우려할 만”

    BBC “한국 출산율 최저 이어 인구 첫 감소 우려할 만”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는 모두 5182만 9023명으로 일년 전보다 2만 838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사에서 주민등록 인구가 감소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한 해에 군 단위 기초자치단체 하나가 통째로 사라진 것에 진배 없다. 영국 BBC도 이미 세계 최저의 신생아 출산율을 기록한 한국의 주민등록 인구가 처음 감소한 것은 심상찮은 인구 재앙의 신호탄을 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자는 27만 5815명으로 10.7%(3만 2882명)나 감소했지만, 사망자 수는 30만 7764명으로 3.1%(9269명) 늘면서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출생 감소는 아찔할 정도다. 2017년 40만명 선이 무너진 지 불과 3년 만에 30만명 선 아래로 떨어졌다. 출생아 40만명 선은 15년간 유지됐으나 30만명 선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으로 예고된 것이었다.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은 작년 1분기 0.90명, 2분기와 3분기 0.84명이었다. 역대 최저이자 세계 최저 수준이다. 세계 평균(2.4명)이나 복지국가가 많은 유럽연합(EU) 국가의 평균(1.59명)과도 너무 차이가 크다. 코로나19 사태로 젊은 층이 결혼이나 출산 계획을 미루면서 아기 울음소리 듣기는 점점 힘들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 여건 점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감염증으로 인한 임신 유예와 혼인 감소 등을 고려할 때 2022년엔 합계출산율이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 상 비관 시나리오인 0.72명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40년 뒤인 2060년에는 인구가 2500만명 이하로 줄어들어 생산 인력도, 학생도, 군에 입대할 자원도 반토막 이하로 감소한다고 음울한 전망을 내놓았는데 이번 통계는 이런 인구재앙이 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한경연은 지난해 7월 보고서를 통해 40년 뒤 생산가능인구는 48.1%, 현역병 입영대상자는 38.7%, 학령인구(6∼21세)는 42.8%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생산가능인구 한 명이 부양해야 할 노인 수는 0.22명에서 0.98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는 생산가능인구 다섯 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하지만, 40년 뒤에는 생산가능인구 한 명이 노인 한 명을 도맡아야 한다는 얘기다. 한은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2026∼2035년 경제성장률이 0.4%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지난해 12월 내놓은 제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2021~2025년)에서 다양한 현금성 출산 장려책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2022년부터 모든 신생아가 출산 직후부터 한 살이 될 때까지 월 30만원, 2025년부터는 월 50만원의 ‘영아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출산 땐 일시금 200만원과 국민행복카드를 합해 300만원을, 부부가 동시에 3개월간 육아휴직을 할 때 최대 100만원의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올해 36조원을 포함해 2025년까지 총 196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돈으로 무너진 출산율을 되돌리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다며 200조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했으나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BBC도 이런 금전적 보상이나 지엽적이거나 산발적인 지원으로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어렵다고 봤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K방역은 없다”…확진자 가족 자가격리 투병기(종합)

    “K방역은 없다”…확진자 가족 자가격리 투병기(종합)

    전 가족이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자가격리 중인 정지현씨가 4일 “K방역은 없다”면서 자신의 SNS를 통해 코로나19 투병기를 소개했다. 정씨는 아내와 37개월인 자녀가 모두 지난 22~2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체온은 많이 내렸지만 저만 해도 호흡곤란, 속쓰림, 후각마비 등 다양한 증상이 남아있고, 코로나19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을 보면 심지어 치유된 이후에도 일부 증세가 남아있을 수 있다하니 완전히 마음을 놓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19일 본격적인 발열 증상이 시작되어 21일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고 22일 확진 통보를 받은 뒤 회사와 거주지 단체대화방에 확진 사실을 알렸다. 24일 보건소에서 방문하여 소독제를 제공하고, 생활쓰레기를 수거해 갔지만 그날 오후 아이의 발열이 시작되자 해열제 부족으로 큰 고통을 겪게 된다. 정씨는 “오후 7시쯤 아이의 발열이 시작됐는데 해열제 2종류 가운데 하나가 부족해 보건소에 해열제를 요청했지만 3명과 통화끝에 모두 거절당해 패닉 상태에 빠질뻔 했다”면서 “다행히 같은 빌라에 사는 주민분들의 도움으로 약을 구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발병 이후 열이 37~39도를 수차례 오르내려 해열제인 타이레놀과 모트린을 교차복용하며 열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아이는 초기에 37도까지 열이 올랐다 해열제 복용으로 열은 떨어졌고 별다른 증상없이 잘 논다고 소개했다. 정씨는 “19일로 추정되는 최초발열일을 기준으로 17일 20분간 검진받은 치과를 감염경로로 의심했지만, 그 이전에 감염됐을 확률이 높다”면서 “대중교통으로 하루 왕복3시간 출퇴근길을 매일 통근하며, 회사에서는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었다”면서 자신을 ‘깜깜이 환자’라고 추정했다. 동선이 겹치는 친구, 회사동료, 같은 치과를 방문한 지인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확진자로서 “현재 확진자가 너무 많이 나오고 있어 방역당국의 대응능력이 이미 그 한계를 넘어섰다”고 진단했다.모든 보건소를 비롯한 방역당국 직원분들은 친절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실제는 너무나 많은 구멍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역학조사의 문제가 있는데, 최초발열일 3일전 행적으로 역학조사관에게 구두로 설명하고 신용카드 번호를 제공하는 과정이 ‘시민의 선량한 신고’에 의존하는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주민번호로 모든 신용카드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이동경로를 숨길 수 있다고 부연했다. 보건소의 관리체계도 부실해 자가격리중인 확진자에게 최소한의 해열제도 주지 않아 아이의 생명이 걱정되어 부인이 울음을 터뜨리는 일도 있었다고 분노했다. 발병 이후 단 한 차례도 의료진과 상담을 받은 적이 없었고 보건소는 해열제를 구했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의료진과의 상담은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으로 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긴 했지만, 초기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부연했다. 코로나와 싸우던중 지난 28일에는 대구의 한 병원에 자리가 났으니 입소하라는 반강제의 권유를 받았지만, 대형버스로 다른 가족과 함께 3~4시간씩 어린 아이와 이동할 수 없어 거절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코로나에 걸리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게 가장 좋지만 방역당국의 대응능력이 한계에 이른 이상 그때까지 시간이 걸릴 확률이 높다”면서 “타이레놀과 모트린(이부프로펜) 해열제 2종은 고립을 대비해서 사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간호사인 지인을 통해 문의한 결과 면역력 강화와 위생 신경을 써야한다는 말에 비타민제와 과일을 많이 먹고, 물을 자주 마시며, 끼니 거르지 않기 및 단백질 보충과 충분한 수면을 실천 중이라고 소개했다. 양치질과 리스테린 등 가글을 자주해서 입안 코로나균을 없애는 것은 좋지만 소금물 가글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족 모두 열이 내리고 증상도 약해졌다며 “미국, 유럽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타주의가 있는 편이라 서로들 자제해서 코로나 확산이 덜되었을 뿐, 시스템이 우월해서 확산이 덜되고 있는게 아니다”라며 “K방역, 관리체계 너무 믿지 마시고 각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정지현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 안녕하세요. 정지현입니다. 새해 복많이들 받으세요. 많은 분들에게 따로 간단하게 응급약을 사두시라고 전하면서 밝히긴 했는데, 저와 아내, 아이(37개월)가 코로나19에 걸렸습니다. 현재 투병(?)중이며, 다행히도 고비를 지나 점차 나아가는 상태..로 추정됩니다.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1/1 새벽3시)은 저희 가족 모두 체온은 미열상태로, 낙관하기는 이르지만, 그럭저럭 버티게는 된 상태입니다. 슬픔과 두려움을 비롯한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으로 괴롭던 시간은 이미 일치감치 끝났으며, 이미 1주일도 전부터 모든 잡념을 떨치고 가족의 안녕과 치유를 위해서만 살고 있기에 지금 제게 위로는 굳이 안하셔도 됩니다. 위로해줄 여력이 혹시 되신다면, 그 힘으로 저희 가족의 후유증없는 쾌유를 기원해주셨음 합니다. 체온은 많이 내려왔으나 저만 해도 호흡곤란, 속쓰림, 후각마비등 다양한 증상이 남아있고, 코로나19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을 보건데, 마지막까지, 심지어 치유된 이후에도 일부 증세가 남아있을 수 있다하니, 완전히 마음을 놓지는 않고 있습니다. 어제 오후까지도 아내에게 육체적 고통이 있어서 제 마음이 많이 괴로웠기에 이런 글을 작성할 여력이 없었으나, 지금은 저희의 증세도 조금 약해진 터라, 제 주변분들 또는 그 넘어 분들에게 , 다소 불편함이 있을지언정, 일선현장(?)을 겪으면서 느낀 사실을 알려드리고 좀 더 조심하시도록 당부드리고자 글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확실한건, 전화통화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하나같이 깜짝 놀라시더라구요. 통화로는 한시간도 넘는 얘기들인데, 하고나니 저도 머리가 띵해지는지라 그냥 적어서 알려드리는게 나을듯합니다. 1. 관련사실 1.1 경과 12월 19일 (토) 저녁. 본격적인 발열 시작. (18일에도 몸이 좋지 않았던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20일. 선별진료소에 도보로 갔으나 미운영 21일 오전. 선별진료소 방문해서 검사. 22일 오전 11시경. 확진통보받음. 이후 회사(안양)에 통보. 거주지(잠실동 빌라) 단톡방에 확진사실 공유. 보건소 안내로 아내와 아이가 선별진료소에 가서 검사. 22일 오후 3시경. 송파구 보건소 역학조사관 통화. 3개월전 병력으로 제가 당뇨환자로 등재되는 바람에 생활치료센터에 23일 입실하는거로 배정. 23일 오전. 아이 확진통보받음. 배정받은 방이 아이 동반 입소가 안된다하여 배정취소하고 재신청. 23일 오전. 아내 재검통보. 엠뷸런스와서 재검 다녀옴. 저녁부터 아내 발열. 24일 오전. 아내 확진통보받음. 이후 가족실 요청. 구해주신다 함. 24일 오후. 보건소에서 방문하여 소독제(제 입실후 집안소독용)제공, 생활쓰레기 수거. 24일 오후. 아이 발열시작. 7시경 아이 해열제 2종중 1종 부족하여 보건소에 요청. 3명과 통화끝에 거절. 패닉에 빠질뻔했으나 빌라 주민분들의 협조로 해열제 구함. 25일 오후. 지인이 와준다하여, 그를 통해 영양제, 성인용 모트린(이부프로펜) 1통 습득. 25일밤부터 제게 타이레놀이 듣지않아 39도 넘어서자 모트린 복용. 이후부터 발열과 해열을 반복. 1.2 증상 저(송파#945) – 발병이후 28일새벽까지 37도-39도를 수차례 왕복. 해열제(타이레놀,모트린) 교차복용으로 발열억제. 피로, 후각마비, 근육통 등이 교차로 반복. 28일 새벽이후 해열제없이 37도 유지하며, 호흡곤란, 가벼운 위경련, 속쓰림, 소화불량, 경미한 두통 반복. 후각마비 지속. 아내 – 38.5 또는 후반까지 왕복. 기타 증상 저와 유사. 발열정도는 저보다 낮지만 상대적으로 저보다 더 많이 괴로워함. 아이 – 초기 38도에 한번 갔다가 해열제 복용후 내려옴. 이후 미열과 정상체온 왕복중. 별다른 증상은 없음. 의사소통에 한계도 있고, 괜히 술냄새 맡아보게 하기싫어 후각마비여부 알수없음. 다행히 잘 놀아요. 1.3 감염경로 제 감염경로는 알 수 없습니다. 확진 직후에는, 최초발열 (19일추정)을 기준으로 그 전을 돌이켜 17일오후 늦게 방문한 치과에서 20분이상 검진을 받다가 생긴걸 의심했으나, 최근에 얻어서 읽은 한 논문에 의하면 코로나19의 잠복기는 1-14일이되 평균 5~7일 이라는걸 감안한다면, 그 이전에 감염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저는 대중교통으로 잠실-평촌 하루 왕복3시간의 출퇴근길을 매일 통근하며, 회사에서는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으며 식사, 양치질, 물마실때만 제외하면 벗지도 않습니다. 흡연도 안하고, 커피도 안마시며, 최근에는 주전부리마저 다 끊고 지내기에 남들보다 훨씬 더 오래 마스크를 착용하고 소위 턱스크, 코스크도 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저녁약속도 일체 잡지 않았고, 18일 금요일 낮에 휴가를 내서 절친들과 역삼동에서 점심을 함께한 것도 몇 달만에 모처럼 한가한 시간에 만난 겁니다. 저와 동선이 겹치는 회사동료, 친구, 심지어 제가 간 치과를 다음날 방문했던 회사동료의 동생도 음성으로 나왔기에, 저는 깜깜이환자입니다. (보건소에 제 경로조사결과를 따로 묻진 않았습니다. 결과가 무엇이건 제게는 큰 의미가 없기도 하고, 그 분들 몹시 바쁠거라 의미없는 일로 누를 끼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저희 가족은 제가 감염시켰을 확률이 매우 유력하나, 그 역시 100%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2. 문제점 모든 문제점들의 결론은, 현재 확진자가 너무 많이 나오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방역당국의 대응능력이 이미 그 한계를 넘어섰다는 겁니다. 대충들은 짐작하고 계시겠지만, 상황은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하며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저와 통화해본 사람들은 관리가 되지 않는 실상에 다들 놀랐습니다. 먼저,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이 일을 겪으면서 제가 통화한 모든 보건소를 비롯한 방역당국 직원분들의 친절, 열심 뭐 이런게 잘 느껴졌다는 걸 밝힙니다. 문제는, 그들의 친절과 열심에도 불구하고, 실제는 너무나 많은 구멍이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건 사람의 문제가 아닌 현재 확진자가 쏱아져나오는 상황의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1) 역학조사의 한계 이 일이 있기전에는 역학조사가 어느정도는 체계적일거라 기대했었는데, 실제로 접해보니 문제가 많네요. 역학조사관의 요청에 따라, 제 기억상 최초발열일(19일)을 기준으로 3일전부터의 행적을 구두로 설명하고, 증빙으로 제 신용카드번호를 제공하여 실시간으로 자료를 서로 확인하면서 구두로 제 행적을 진술했습니다. 문제는 막상 확진을 통보받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사소한 행적은 기억이 안난다는 겁니다. (ㅇ월ㅇ일 출근길에 전철역까지 걸어갔는지 혹은 버스를 탔는지 조차도. 제 공인인증서는 회사에 있어서 조회안됨) 지금 제 글을 읽는 당신이 5일전 행적을 그대로 떠올리려 해보시면, 쉽지 않다고 느끼실겁니다. 그리고, 신용카드는 제가 번호를 불러드리는 하나의 카드만 확인합니다. 이 말은 제가 여러 개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다면 얼마든지 이동경로를 숨길 수 있다는 거죠. 제 주민번호로 강제로 모든 카드를 확인하리라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시민의 선량한 신고’에 의존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이럴 수밖에 없다는 이해는 됩니다.) 그나마 카드가 아닌, 현금을 쓴데는 잘 기억도 나지 않아 긴 시간 괴로운 상태에서 통화하며 빼먹은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 확진사실 통지(11시경) 시간과 역학조사관 통화(3시경) 시간 사이의 갭이 너무나도 컸습니다. 확진자가 쏟아지다보니 빠른 조치가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2) 보건소의 관리체계의 부실 소결내자면 위와 같습니다. 보건소분들 친절하게, 열심히 하십니다. 다만 지금 업무량 과다때문인지 저희 가족은 의료공백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시스템이 현상을 감당못한다고 밖에는 볼수가 없네요. 굳이 탓한다면 한계상황에서 꾸역꾸역 일하고 계신 보건소나 일선 방역당국 분들이 아니라, 상황이 이런데도 감당이 된다고 발표하는 정책당국을 탓하겠습니다. 우선, 자가격리중인 확진자에게 소독제는 제공하나 최소한의 해열제도 주지 않습니다. 겪어보니 코로나19에는, 해열제가 꼭 있어야 합니다. 24일 저녁 7시경부터 아이와 저희의 해열제를 요청했으나, 3명이 전화를 바꿔가며 거절하는데 그 대화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 저 : 아이 해열제가 모자르다. 지원해달라. - 직원A : 보건소가 바빠 직원여력이 없다. 가족이나 지인을 통해 알아봐라. - 저 : 알겠다. 알아보겠다. (알아보고 잠시후) 지금 상황에서 주변에 요청하기 어렵다. 성인 타이레놀x개, 아이용 해열제 각 종류별 x개 너무 디테일해서 마땅히 요청하기 어렵다. 일가친척은 다 멀리살며, 약하나주러 오는데 오래 걸린다. 게다가 지인중 누구에게도 맘편히 요청하기 힘들다. - 직원B : 비용이 든다. (예산이 없다.) - 저 : 내가 돈 책임지고 주겠다. - 직원B : 당장 일손이 없다. - 저 : 충분히 이해한다 제발 12시까지만이라도 소독제 나눠주는 차편에 지나가다가라도 와달라 그전까진 버틸수 있다. - 직원B : 미안하다 줄수없다. - 저 : 내가 지금 약국나가서 사오면 어쩔텐가? - 직원B : 그러지 마라. 그러나 줄 수는 없다. (사람 바꿈) - 직원C : 규정상 의약품은 줄수없다. 앱깔고 의료진과 상담을 받아라 (통상적 안내) 대화과정은 정말 친절했으나, 벽에 대고 대화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분들 친절하시고, 지금 이상황에서 매우 바쁘고 다른 부서에 이래라 저래라조차 하기힘들다는 것도 잘 압니다. 그러나 해열제는 약국에 가도 처방전없이 쉽게 살 수 있는 겁니다. 그걸 규정까지 들어가며 안주는게.. 순간 아이의 생명이 걱정도 되었습니다. 게다가 아내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위해 국가가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격분하여 울음을 터트리고.. 불통인 전화통만 붙잡고있다가는 아내의 평상심이 무너져 아내까지도 위험해질 듯해서 화가 치밀어 올라 버럭하고 끊었습니다. 저도 공기업을 다녀본 바, 규정을 중시하는 그 분의 입장은 이해하나, 당장 생사의 문제가 걸려있던 저희로서는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지금은 확진자가 너무 많아지는 바람에, 지병이 없는 사람의 경우 확진통보 이후 수일이 걸려야 방을 배정받을 수있다는 말도 들었는데 그 분들은 집에서 해열제가 없다면 어떠실지.. 이후 우여곡절끝에 빌라 주민분들이 나서서 해열제를 구해주셔서 제 아내는 심경의 안정을 간신히 회복했습니다. 문제는 그 후입니다. 보건소에서는 저희가 해열제를 구했는지 여부를 24일 저녁7시의 그 통화 이후 1월1일인 현재까지 단 한차례도 확인한 적이 없습니다. 포스트잇에 써놓은게 날아간건지, 담당자가 누락한건지 사람이 바뀐건지 몰라도,.. 또한, 발병이후로 지금까지 저희 가족이 그동안 국가의료쳬계 (보건소 또는 알선 의사)와 단한차례도 상담받은 적이 없습니다. 무슨 앱을 깔아서 신청하라고 통보는 왔으나, 그게 뭔지 최근에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심경이 복잡한 상황에서 그전에는 잘 이해도 안되는 문구였어요. 심지어 보건소분과 통화하면서 몇가지 증상을 얘기했더니, 연락가게 하겠다 또는 어디에 전화해보라는 소리도 없이 그냥 미안한데 모르겠다라고… 너무도 솔직한 그분의 사과와 인정에 그냥 알겠다고 하고 끊었습니다. 비꼬려는게 아니라, 정말 친절하고 좋은 분인데 일에 치이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화내기도 싫었습니다. 저 또한 일하다가 로드가 과하게 걸리면 일처리에 문제가 생기곤 한 경험이 있던터라, 제가 졸라봐야 아무 성과도 없을 분께 푸시할 수 없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를 지키기 위해 그런 불필요한 힘낭비를 피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몇일간 병마와 싸우고 있던중, 28일 오전에 대구의 한 병원에 자리가 났으니 입소하라고 반강제의 권유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엠뷸런스로 이동하라는거 같아 좁은 차안에서 몇시간동안 아이가 갇혀있다가 혹시 갑갑해하며 멘탈이 나갈까봐 거절했습니다. 저희 집은 평소에도 애가 몽니를 거듭부리다보면 아내가 참지못해 멘탈을 잃는 경우가 더러 있기에,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아내도 아이도 지키려면 제가 선택할 수 없는 옵션이었습니다. 그리고 최소 3~4시간의 이동시간중에 생길 수 있는 잠재적인 다양한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병원에 가야만 완치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서는 행정편의주의마저도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결국, 제 가족의 생명이 가장 중요했기에 서너명과의 통화과정에서 모두 거절했습니다. 게다가 나중에 전화온 분은 ‘대형버스에 다른 가족도 함께 간다. 다른집은 간대는데 당신은 왜그러냐’고.. 기가차서 해줄말이 없었습니다. 이때만해도 제가 이 병에 대해서 잘 몰라서 모든게 불안했습니다. 그리고 이 무렵에는 제 지인중 다양한 코로나19임상경험을 가진 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집에 머물러 있더라도 병을 이겨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가지게 된 때라서 아내와 상의 끝에 최종 거절했습니다. (집에서 버티는걸 다른 분들에게 권유하진 않습니다. 저는 힘겨웠으나, 운좋게도 버틸만했으며, 지인중에 수간호사분이 다섯이나 있어서 그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정신적으로도 강한 상태였어서 이럴수 있었습니다. 만약 그 분들이 없었거나 또는 아내나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안좋은 상황이 생겼다면 제 선택이 달라졌을 확률이 높습니다.) 한시간이면 정리할 줄 알았는데, 너무 기네요. 면역력 강화를 위해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해서 일단 한숨자고 다시 적겠습니다. 지금은 1월 2일 18시, 이틀만에 글을 계속 씁니다. 낮에 할일이 많습니다. 여기저기 수시로 살균을 위해 청소도 해야하고, 아이가 깨어있으면 밥도 멕이고 놀아줘야 해서요. 아내가 힘들어해서 이럴때는 제가 다 해야죠.. 제가 pc를 만지고 있으면 뽀로로랑 콩순이 보여달라고 절 괴롭혀서 글 쓸 수도 없네요. 참고로, 보건소랑 마지막 통화한게 12월 28일에 대구로 가라고 전화오고 거절했던 그 통화였고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이후로는 저희 가족의 생사는 커녕 상태를 묻는 전화도 한통 없습니다. 위에서 얘기한 해열제 얘기는 고사하고, 어떤 약을 어떨 때 먹으라는 상담도 없네요. (다행히 그런 내용은 지인-간호사들로부터 매일매일 질문해가면서 습득했습니다.) 이미 보건소와의 통화에서 저희가 얻을 수 있는게 없다는 결론이 났기에, 희망고문받지 않으려 저도 따로 연락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막상 소외되었다는 느낌이 들고나니 기분이 좋진 않네요. 그리고 이건 거듭 적었지만, 보건소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미 방역/보건체계의 한계를 넘어선 현실을 정부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데서 초래된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3) 의료현장에서의 다양한 문제. 이건, 코로나19에 관한 기사마다 워낙 다양한 댓글로 실상을 전하려는 분들의 의견이 많고, 저는 충분히 공감하나 복붙 수준밖에 되지 않을거라 생략합니다. 아무튼 한계에 봉착해 보이네요. 3. 위험한 현실 제가 만일 혼자 살았다면, 또는 집에 체온계가 없었더라면 저는 아마 그냥 열감기쯤으로 치부하고 월요일에 휴가까지 내면서까지 선별진료소에 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랬다면 계속 회사 다니다가 그 주 수/목요일 정도나 되어서야 ‘혹시’.. 의심하다가 그때에서야 가거나 아니면 말았을 겁니다. 또한, 제가 듣기로는 최근 확진자 퇴소기준이 바꼈다고 합니다. 저도 전해들은거고 법적책임이 있을 수 있어 상세히 적기는 어려운데.. 뒷말은 생략합니다. 궁금하신 분은 따로 물어보시길. 뭐 아무튼 , 그런 사람들이 길에 많이 풀려 있을 겁니다. 대중교통에도, 커피숍에도, 식당에도, 직장에도. 이런 상황에서 거리두기를 격상하지 않는 정책당국의 계속된 발표에 실소를 금치 못하겠네요. 5명이상 식사하지 말라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을지..(조금은 있겠지만.) 저는 대중교통을 제외하곤 5명이상 모인적이 없었으며, 제 절친들은 저까지 3명이서 식사한 이유로 제 확진통보이후 검사결과 기다리는 하루동안 식겁했습니다. (천만다행히도 음성이었습니다.) 처음 발병했을 때는, 그 전에 다녀온 치과를 의심했으나, 평균 5~7일의 잠복기를 지닌다는 연구결과와 위험한 현실을 감안하니 지금은 대중교통에서의 감염이 가장 의심됩니다. 아무리 마스크를 열심히 쓰고 다녔지만, 간간히 콧물이 맺히는 등의 이유로 손으로 코를 만지곤 하는 등.. 빈틈이 없진 않았거든요. 다만 대중교통에서 감염되었다는 생각 역시 추정이고, 증거는 없습니다. 4. 팁 처음 제가 확진통보를 받았을 때 무척 당황했고, 그날 하루동안 아내와 아이가 각각 양성일지 음성일지에 대한 네가지의 변수에 무척 괴로웠습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아이가 확진통보를 받았을 때부터, 또 다음날 아내가 확진통보를 받을 때까지도 여러가지 다른 사유로 괴로웠습니다. 돌이켜보니 이 병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몰랐던 게 가장 큰 이유였던거 같습니다. 혹시라도 제 주변에서 누가 걸리시면, 연락주시면 제가 아는 팁은 다 드리겠습니다. 덤으로 파이팅까지. 페이스북 메신저는 쓰지 않습니다. 카카오톡 아이디는 uvgotme 입니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게 가장 좋은 대안일 것이나, 그때까지 시간이 걸릴 확률이 높습니다. 타이레놀과 모트린(이부프로펜) 이 해열제 2종은 고립을 대비해서 사두시길. 값도 싸고 유통기한도 기니 상비약으로 갖춰주시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복용방법은 제가 적기는 그렇고, 주변 의료인들에게 여쭤보시길…(제게 문의하신다면 뭐.. ) 제 지인들중 한국/미국 코로나병동 수간호사들과, 다른 의료인들로부터 들은 바, 일단 발병하면 주로 면역력 강화와 위생에 신경을 많이 써라는 걸 많이 들었고, 저 역시 그렇게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비타민제와 과일 많이 먹고, 물을 자주 마시고, 억지로라도 끼니 거르지 말고, 고기/단백질제 등으로 단백질 보충하고 ,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양치질, 리스테린 등 가글 자주해서 입안 코로나균 없애기, 환기 / 자외선 자주쬐고 뭐.. 일상적으로는 해도 손해볼거없이 좋은 행동들인데, 주변에서 이런 지침을 받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약장사 약파는 거 아니니 오해마시길. 건강유지를 위한 운동(예:실내자전거)은 하지말라는 의견과 해도된다는 의견이 갈렸습니다. 몸이 힘들게 싸우고있는데 굳이 힘 빼앗지 말라는 이유와, 건강유지를 위해 해도 된다는 이유였는데, 저는 전자가 좀더 와닿아서 발병전까지 꾸준히 하던 운동을 요즘은 삼가하고 있습니다. 소금물 가글은 별로 권하지 않습니다. 저도 오래 알고지낸 민간요법으로 , 발병초기에 한두번해봤는데, 입안에 느낌만 이상하네요. 누구도 추천하지 않았습니다. 흥분은 될수로 피하고, TV도 가급적 코미디프로만 봤습니다. 조금만 흥분해도 체온이 오르더군요. 5. 맺음말 다행히 글을 적는 지금(1/2)은 해열제 없이 저희 가족 모두 지낼수 있게 된 상태입니다. 기침, 가래, 후각마비, 설사, 호흡곤란, 소화불량(?), 위경련 등의 자잘한 코로나증상들은 여전히 있습니다만 점점 모든 증상이 약해져가고 있습니다. 아이는 발열없이 잘먹고 잘놀고 잘자고 있구요. 그리고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병을 이겨낼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다만 저희는 여전히 집이고, 이후에는 어떤 절차를 거쳐서 집밖으로 다시 나갈수 있을지, 아무러한 통보도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월요일에 보건소가 문여는대로 연락해서 문의할 예정이나, 규정을 들어 해열제 하나 주지 않는 분들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지… K방역 그런거 없습니다. 미국 유럽과 비교하자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래도 이타주의가 있는 편이다보니 서로들 자제해서 확산이 덜되었을 뿐, 시스템이 우월해서 확산이 덜되고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 의료진과 방역종사자들의 헌신 덕분. 이전 유행까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현재로서는 시스템이 감당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선별진료소 차려놓고 검사를 해봐야 그 뒷감당도 제대로 안되는데 … K방역, 관리체계 너무 믿지 마시고 각자 주의하시길. 체온이 잡혔다는 생각에 방심하며 이런 아니 이보다 더 적나라한 얘기를 사촌형께 통화로 하다가 또 체온이 오른 적이 있어서 생략합니다. 뭐 아무튼, 난리를 다 치르고 나면, 항체도 면역도 생길거 같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큰 걱정 안 해주셔도 됩니다. 그저 저희 가족 모두 후유증없이 무사하게 낫기만 바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끝으로, 지금도 고생중이신 코로나19관련 의료인들, 방역종사자 모든 분들 힘내시고, 환자분들 몸도 마음도 쾌유하시길 바랍니다. 안타깝게도 돌아가신 분들께는 고개 숙여 조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이와중에 제게 정신적, 의료적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강은미 “말 안 듣는 사지가 원망…중대재해 쟁점들만 머릿속에 떠돌아”

    강은미 “말 안 듣는 사지가 원망…중대재해 쟁점들만 머릿속에 떠돌아”

    강은미 “어머님의 절규…몸 둘 바 모르겠다”“오늘도 사망사고 발생했다. 분하고 서럽다”단식 23일차인 지난 2일 병원에 실려간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가 3일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 사지가 원망스럽기조차 하다”고 말했다. 강 원내대표는 이날 “누운 병상은 가시방석이 깔려있는 것 같고 머릿속에는 법안의 쟁점들만 떠돌아 다닌다”며 이렇게 말했다. 강 원내대표의 구술을 의원실 관계자들이 기록한 ‘정의당원들께 드리는 글’은 김종철 대표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됐다. 단식을 중단한 강 원내대표는 “지금도 국회에서 농성장을 지키고 계실 김미숙 어머님, 이용관 아버님, 이상진 집행위원장님께 너무나 송구스럽다”며 단식단에 먼저 미안함을 전했다. 강 원내대표는 “‘용균’이 없는 용균이 법 같은 것은 다시는 절대로 만들지 말자던 어머님의 절규를 이렇게밖에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적었다. 또한 강 원내대표는 “한빛’이 제기했던 일터 괴롭힘이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아버님의 피 울음 섞인 목소리가 쟁쟁한데, 제가 여기서 이러고 있어서 정말 죄송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강 원내대표는 “오늘도 울산 현대차 협력업체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린다”며 “53세 되신 노동자다. 기계 작동을 멈추지 않고 청소작업을 하다 벌어진 사고”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언제까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당하고 살아야 합니까. 분하고 서럽다”고 했다. 강 원내대표는 “당원 동지 여러분, 송구한 마음 다시 한 번 전하면서 남은 시간 함께 힘 모아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저도 하루속히 회복해 반드시 이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는 오는 5일 중재해해기업처벌법의 남은 쟁점을 정리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오는 8일 임시회 종료 전에 중대재해법을 처리한다고 약속한 바 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1월1일0시 태어난 아기”···신축년 ‘새해둥이’ 탄생

    “1월1일0시 태어난 아기”···신축년 ‘새해둥이’ 탄생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 첫아기 탄생“이런 축하 처음”…비대면 축하 1월 1일 0시. 경기 고양시 일산차병원과 서울 강서구 미즈메디병원에서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여는 첫아기가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태어났다. 정송민(34)·임상현(37)씨, 박세미(33)·김형모(38) 씨 부부가 각각 ‘하트’와 ‘봉이’라는 태명을 지어준 흰 소띠 아들이다. 하트의 엄마, 아빠는 “새해 벽두에 태어난 우리 아이가 흰 소의 상서로운 기운을 받아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며 “많은 분들의 축복 속에 태어나 씩씩하고 밝게 자랐으면 한다”고 덕담을 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분만실 밖 대형 모니터를 통해 손자를 지켜본 하트의 할아버지 임성빈(63)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첫 손자 얼굴을 제때 못 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모니터로나마 볼 수 있어 무척 기쁘다”며 웃었다. 봉이 아빠는 “건강하게 태어난 봉이와 아내에게 고맙다. 슬기롭고 지혜로운 아이로 자라나 사회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해둥이’ 탄생 소식에 네티즌은 “새해둥이 너무 축하합니다”,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힘들지만 올해는 모두 사라져 아이들이 편하게 숨쉬는 세상이 왔으면”, “너무 귀엽다”, “새 생명은 우리 희망”, “새해둥이 비대면 축하라도 너무 축하해”등 축하를 전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몸집 2배’ 늑대와 싸워 주인 구하고…숨 거둔 러시아 반려견

    ‘몸집 2배’ 늑대와 싸워 주인 구하고…숨 거둔 러시아 반려견

    늑대가 10살 주인에게 접근하자 달려들어목덜미 물린 채 끌려가다 구조…결국 숨져 러시아에서 반려견이 어린 주인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몸집의 2배가 넘는 늑대와 용감하게 싸우다 숨을 거둬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31일 영국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러시아 북부 코미공화국의 한 마을에서 예멜리얀(10)이라는 소년은 최근 커다란 늑대가 접근하는 것도 모르고 집 근처 숲에서 형제들과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인근 가정집의 폐쇄회로(CC)TV에 촬영된 영상을 보면 예멜리얀이 눈 더미 속으로 숨을 때 늑대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왔고, 근처에 있던 잭 러셀 품종의 반려견 제시가 이를 보고 총알처럼 달려나갔다. 놀란 늑대는 급히 도망쳤지만 이내 둘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고, 덩치에서 열세인 제시가 늑대에게 일방적으로 물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비명이 들렸다. 예멜리얀은 제시의 울음소리를 듣고 얼른 현장을 피해 아버지에게 알렸고, 아버지와 이웃들은 함께 밖으로 나와 늑대를 쫓았다. 이미 온몸에 상처를 입고 피범벅이 된 제시는 늑대에게 목덜미를 물린 채 끌려가다 구조됐으나 의식이 희미한 상태였다. 가족들은 즉시 차를 몰고 200km나 떨어진 도시의 동물병원을 찾았으나 수의사는 더 손을 쓸 수가 없다며 진통제만 놓아주었고, 제시는 가족의 품에 안겨 하늘나라로 떠났다. 소년의 아버지는 “늑대는 우리가 쫓는 것을 알고 제시를 놔두고 달아났다”면서 “늑대들이 최근 민가로 내려와 개들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 특별히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은 제시를 죽인 늑대의 사살을 허용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김포·여수 ‘두 아동 방임 범죄’ 평행이론

    김포·여수 ‘두 아동 방임 범죄’ 평행이론

    김포 신고자, 세입자 신고로 방임 확인 여수 아동학대 첫 신고자도 윗집 주민경제적 어려움 겪는 ‘편모 양육’ 공통점“위기 아동 발굴 위한 전담 인력 늘려야”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돌봄 공백 우려가 커진 가운데 지난달 30일 ‘여수 냉장고 영아 사망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여 만에 경기 김포에서 남매를 쓰레기 가득한 집에 내버려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27일 서울신문 취재에 따르면 두 사건의 피의자는 아이들의 엄마로, 친부와 가족 등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고립된 상태에서 자녀를 양육하며 어렵게 생계를 꾸린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학교와 보육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학대 피해 아동들이 외부에 노출될 기회가 적어진 만큼 이웃의 관심과 신고, 위기 아동을 발굴하려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 행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포 양촌읍에 사는 40대 유모씨는 지난 18일 아들 A(12)군과 딸 B(6)양을 방치해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상 방임)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최초 신고자는 집주인이었다. 그는 이달 초 “한밤중에 아이 울음소리가 나서 잠을 잘 수 없다”는 세입자의 항의 전화를 받고 유씨를 만났고 방임 정황을 확인한 뒤 읍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남매는 수척한 상태로 발견됐고 특히 B양은 거동이 힘들 정도로 건강 상태가 나빴던 것으로 전해졌다.유씨의 집은 23㎡(약 7평) 남짓한 원룸으로 한 층에 6가구가 모여 사는 빌라에 있었다. 주민 대부분이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5만원을 내고 방을 구해 인근 김포한강신도시로 통근하는 독신 남성들이다.앞서 전남 여수 아동학대 사건의 최초 신고자는 윗집 주민이었다. 신고자는 미혼모인 조모(42·구속 기소)씨가 밤에 일을 나간 뒤 남겨진 큰아들 C(7)군의 끼니를 챙겨 주다 몸에서 악취가 나고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다니는 모습을 눈여겨본 끝에 지자체에 신고했다. 조씨는 2018년 집에서 혼자 이란성쌍둥이를 출산한 뒤 출생신고도 하지 않다가 생후 2개월 된 쌍둥이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2년간 냉동실에 보관한 혐의도 받고 있다. 쌍둥이 딸 D(2)양도 오랜 방임으로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채로 발견됐다. 두 사건의 친모들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유씨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한부모 가정 수당 41만 5000원을 받고 있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산다”고 말했다. 유씨는 월세가 열 달 넘게 밀려 2017년 12월 입주할 때 맡긴 보증금 500만원을 모두 차감한 뒤 추가 지불해야 할 처지였다. 여수 사건의 피의자 조씨는 건강보험료 550여만원, 아파트 관리비, 가스요금, 지방세 등 각종 미납액이 700여만원에 달했다. 유씨와 조씨는 가정을 돌보지 않고 방치해 집안을 쓰레기산으로 만들었다. 여수시는 조씨 집에서 5t의 쓰레기 더미를 꺼냈고,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가 찾았을 때 유씨의 집도 정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생활 쓰레기가 쌓인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위기 아동 발굴을 위해 전담 인력이 확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공요금이 미납된 위기가정 정보를 해당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공무원 1명이 관리해야 할 범위가 너무 넓어 세심한 관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아동복지 전담 관리 인력을 확충하고 이들의 전문성을 키우는 게 향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10월 아동보호 및 학대전담 공무원 281명을 전국 176개 시군구에 배치했다. 글 사진 여수·김포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애 다섯도 벅차, 좋은 집에서 컸으면…” 낳자마자 아기 버린 中 여성

    “애 다섯도 벅차, 좋은 집에서 컸으면…” 낳자마자 아기 버린 中 여성

    출산 직후 아이를 유기한 매정한 친모가 이웃들의 신고로 공안에 붙잡혔다. 이 여성이 아이를 유기한 장소는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바로 윗층 무자녀 부부의 집 앞이었다. 중국 상하이에서 화물차 운전사로 근무하는 여성 주리(朱丽, 35세) 씨. 주 씨는 현 남편 천웨이안(陈伟安) 씨와 재혼 한 여성으로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1명 딸과 현 남편과의 사이에서 2명의 남매를 출산한 바 있다. 또, 전 남편이 재혼 전 전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2명도 주 씨 부부와 함께 거주해오고 있는 형편이었다. 총 5명의 자녀의 양육비와 교육비를 주 씨와 천 씨 두 사람이 일체 부담해왔던 것. 다만, 사하이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큰 아들 한 명을 제외하고 4명의 자녀들은 주 씨의 고향에 거주하는 외가에서 거주 중인 상태였다. 하지만 최근 주 씨는 3개월 전 심한 복통을 호소하고 인근 병원을 찾았다가 자신이 임신 상태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이후 임신 사실에 대해 남편 천 씨와 직장 동료,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아이를 고아원에 입양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주 씨가 이 같은 계획을 세운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부담이 컸다. 화물차 운전기사로 근무하는 주 씨와 상하이(上海) 푸동(浦东) 공업지구에서 공장 직원으로 일하는 천 씨 두 사람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월평균 1만 위안(약 170만 원)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현재 부부의 수입으로는 임대한 아파트 월세와 식비를 감당하기에 벅찼다는 것이 주 씨의 진술이다. 실제로 사건이 있었던 지난 11월 4일, 당일 오전 10시부터 출산 통증을 느낀 주 씨는 같은 날 오후 2시경 자신의 거주지로 돌아와 여섯 째 남아를 출산했다. 모든 출산 과정은 비밀에 부친 채 홀로 감당한 상태였다. 출산 직후 주 씨는 막 태어난 영아를 포대에 넣어 자신의 승용차에 태운 채 다시 직장으로 돌아와 근무에 임하는 하는 모습도 보였다. 때문에 사건 초기 친모를 수사했던 관할 공안들은 가임기 여성들을 수소문해 모두 조사했지만, 주 씨의 근무 내역 탓에 그를 의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직장에 돌아왔던 뒤 주 씨는 약 30분 마다 한 차례 씨 차량에 있는 아이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그는 이날 퇴근과 동시에 인근 고아원에 아이를 맡길 작정이었다. 하지만 주 씨는 곧 계획을 변경키로 했다.건강하게 태어난 남아를 이웃 주민의 집 앞에 유기키로 한 것. 유기한 장소는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바로 윗 층 부부가 사는 현관문 앞이었다. 주 씨는 이후 수사 과정에서 당시 이 같은 결정을 한 이유에 대해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를 보자 고아원에 맡기겠다는 생각을 하자 마음이 크게 동요됐다”면서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안정적인 가정에서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이웃 주민 집 앞에 유기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주 씨가 아이를 유기한 이웃 주민인 류 씨 부부는 아이가 없는 무자녀 부부로 알려졌다. 아파트 단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영아 유기 사건은 류 씨 부부가 공안에 신고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22시 경, 류 씨 부부는 퇴근 직후 현관 앞에 놓인 포대 속에서 갓난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곧장 집 안으로 아이를 데리고 들어갔다. 친 자녀가 없었던 류 씨 부부는 아이를 안아 든 채 “하늘에서 준 선물이라고 느꼈다”면서도 “누군가 아이를 잃어버렸을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에 미치면서 일단 관할 파출소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관할 공안국 측은 아이를 유기한 친모를 수사하던 중 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주 씨를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관할 공안국은 아이를 유기한 주 씨에 대해 형법 261조에 근거, 아동 유기죄를 적용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주 씨가 유기 사실을 순순히 인정한 점과 여성의 수유기라는 점 등을 고려해 보석 조치한 상태로 알려졌다. 공안국 관계자는 “부모라면 누구나 반드시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다해야 한다”면서 “이를 거부하고 이행하지 않은 채 아이를 길거리에 유기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형사 처벌이 뒤따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동 유기죄는 그 당사자의 나이의 많고 적은 것, 병에 걸렸거나 경제적인 책임을 다할 수 없다는 환경적인 측면의 고려 없이 모든 부모에게 엄하게 적용된다”면서 “만일 아이를 버리고 유기한 것이 확인된 부모는 적발 시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취중생] 잘 돌보지 못했다는 수치심은 왜 엄마 혼자만의 몫인가

    [취중생] 잘 돌보지 못했다는 수치심은 왜 엄마 혼자만의 몫인가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안녕하세요. 서울신문 최영권 기자입니다. 오늘 저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돌봄 공백이 커진 한국 사회에서 불과 3주 정도의 간격을 두고 세상에 알려진 ‘여수 냉장고 영아 시신 유기 및 아동 방임 사건’(여수 사건)과 ‘김포 양촌읍 쓰레기 산 남매 방임 사건’(김포 사건)의 닮은 점을 되돌아보려고 합니다. 두 사건 모두 쓰레기산에서 남매가 방치된 채 발견됐다는 점, 장기간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한 아동방임형 범죄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두 아동방임 사건을 되돌아봄으로써 앞으로 똑같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대처를 할 수 있을 겁니다. 먼저, 두 사건을 현장에 직접 가서 취재하면서 발견한 닮은 점을 말씀드리고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제2,제3의 여수·김포 사건 방지책에 관해 토론해보려고 합니다.■숨겨진 여동생의 존재, 오빠가 보낸 신호로 이웃이 알았다 두 사건 모두 어린 여자 아이가 집밖으로 나오질 않다보니 이웃 주민들은 여자 아이의 존재를 몰랐습니다. 두 아이는 영양이 불균형하고 쇠약한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생후 27개월된 여수 선원동 아파트의 여아, 6살 먹은 경기 김포 양촌읍 여아 모두 구출 직후에 음식을 삼키는 게 어려워 이유식 등으로 섭식 훈련을 해야 했습니다. 두 아이 모두 집안에 방치된 채로 있는 바람에 제대로 일어나거나 걷지를 못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첫 번째 공통점은 그럼에도 두 사건 모두 이웃 주민들이 초등학생인 남자 아이를 통해 ‘아동 방임의 낌새’를 알아차렸다는 점입니다. 여수 사건은 ‘큰 아들의 말과 행동’에서, 김포 사건은 ‘큰 아들의 울음’이 이웃들이 눈치 챌 수 있었던 신호가 됐습니다. ‘여수 사건’의 최초 신고자인 윗집 주민은 아이가 혼자서 밤 8시가 넘어서 아파트 입구에 있던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던 걸 보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밥을 차려주곤 했습니다. 하루는 이 어머니가 “자, 밥 먹자”고 말을 했더니 아이가 “이거 밥 아니야”라며 손가락으로 찬장에 있는 과자를 가리켰다고 합니다. 일곱 살 큰아들이 평소에 밥을 과자로 인식하고 있을만큼 친모가 아이에게 밥을 차려주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것입니다. 또 이 아이는 몸에서 악취가 났을 뿐만 아니라 겨울에는 반팔을 입고, 여름에는 긴팔을 입는 등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다니는 등 방임형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 아동의 전형적인 특성을 띄고 있었습니다. 밤이 늦어도 아이가 집에 갈 생각을 하질 않자 “동생 혼자 있으면 무서울텐데 얼른 집에 가야지”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혼자가 아니라 둘이다”라고 말을 했고, 윗집 어머니는 큰 아이에게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다음날 이 분은 아랫집 주민에게 쌍둥이 동생이 있냐고 물어본 뒤 “큰 아이가 말하고 다녔다”는 사실을 알고 신고를 하게 됐습니다. 사실 주민들은 쌍둥이 동생의 존재를 지난해부터 알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2013년생인 일곱 살 남자아이는 자신에게 쌍둥이 여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이웃들에게 말을 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이 아파트는 특이하게도 자녀들이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등학교에 다니는 엄마들이 많이 살고 있어 일종의 돌봄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엄마들은 평소에 함께 아이들을 돌보면서 깊이 교류했고, 이웃집 사정을 뻔히 알고 있었습니다. 아파트 이웃 엄마들은 서로의 아이들의 통학을 도와주었습니다. 서로 아이들의 식사도 같이 차려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씨의 큰아들도 함께 차를 타고 와서 이웃집에서 밥을 먹기도 했습니다. 이 아파트에는 놀이터가 없어 아파트 앞 주차장이 놀이터 구실을 하고 있었고, 저녁 무렵 어둑해지면 아이들이 혹여라도 차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아파트 현관문 앞에서 아이들을 지켜보곤 했습니다.조씨의 큰 아이가 이웃집 아이들의 자전거를 빌려서 타다 갈등이 생기기도 했고, 조씨가 사준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큰 아이가 차 사고를 당한 날 조씨 집안으로 뛰어 올라온 주민이 쓰레기 더미가 있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최초 신고자뿐만 아니라 이웃 주민 가운데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의 여동생을 직접 본 이웃은 거의 없었습니다. 주민들은 조씨에게 직접 “XX이(일곱살 큰아들의 이름) 동생 있다면서요?”라고 여러 차례 물었습니다. 그때마다 조씨는 “내 아이가 아니다. 지인의 아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주민들이 쌍둥이 여아의 존재를 의심했지만 신고를 망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밥을 굶고 다니는 큰 아이를 돌본 사려 깊은 윗집 주민의 용기가 없었더라면 이 사건은 알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김포 사건’의 최초 신고자는 집주인이었습니다. 집주인이 이 집이 어려운 사정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2017년 12월쯤 입주한 유씨가 월세가 10번 넘게 밀리면서부터였습니다. 집주인은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유씨의 사정을 알고 월세 일부를 받지 않고 계속 살게 해줬습니다. 집주인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 울음 소리가 들려 잠을 잘 수 없다”는 옆집 세입자의 전화를 받고 신고를 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집주인은 “여자 아이의 울음 소리는 아니었고 남자 아이의 울음 소리였다”고 전했습니다. 여수 사건과는 달리 이 빌라에는 영유아들이 살고 있지 않았고, 당연히 ‘돌봄공동체’가 없었습니다. 이 빌라에 이 또래의 아이들이 살지 않았기 때문에 주민들은 평소에 저녁 때 동네를 혼자 돌아다니는 남자 아이의 모습이 더 눈에 띄었다고 말했습니다. 한 층에 6가구가 살고 있는 이 빌라 안으로 들어가면 화장실과 부엌 겸 거실이 하나 있고, 방 그리고 베란다가 있는 7평 남짓한 곳입니다. 즉, 가족이 살기에는 충분치 않은 공간이었습니다. 제가 지난 25일에 만난 빌라 주민들은 인근 김포 신도시에서 직장 통근을 위해 집을 구한 남성들이었습니다. 대부분 보증금500만원에 55만원의 월세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남자아이의 여동생의 모습을 본 적은 한번도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홀로 생계를 책임지고 두 아이 키워야 했던 두 엄마 두 사건의 두 번째 공통점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친모가 혼자서 두 아이를 양육했다’는 것입니다.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고소득을 버는 가정에서도 생계와 육아를 동시에 책임지고 해내는 일은 무척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여수와 김포 사건의 친모 모두 혼자서 생계를 이어가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었습니다. 여수 사건의 친모 조씨는 매일 저녁 6시 집을 나서 유흥 업소 주방에서 일하다 새벽 3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오곤 했습니다. 밤을 샌 조씨는 집에 돌아와서 잠을 청한 뒤 다시 일을 나가야 하는 일상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지난 25일 서울신문과 통화가 닿은 김포 사건의 친모 유씨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며 “한부모 가정 수당을 41만 5000원씩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친부에게 양육비를 받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몸이 아프기라도 하면 대신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주변에 없었습니다. 혼자서 세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야하는 어려운 미션을 해결하면서도 ‘독박 육아’ 상황에 처한 두 엄마를 도와줄 가족조차 없었던 것입니다.■그러나 수치심은 왜 친모 혼자만의 몫인가. 여수 김포 사건의 세 번째 공통점은 ‘두 엄마가 쓰레기 산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저장강박으로 알려진 이 정신 질환은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장강박증에 빠진 사람을 호더(Hoarder)라 부릅니다. 호더는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의사 결정을 회피하게 되고 결국 저장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호더는 보통 우울증을 가지고 있고, 정상적인 판단력을 상실한 상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 사건의 친모 모두 자신이 겪고 있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끝까지 숨기려 했습니다. 아동 방임이 아이들의 목숨을 잃게 하고 아이들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잘못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부끄럽고 두려웠을 것입니다. 두 사람은 평소 한부모 가정이 받던 사회의 편견과 따가운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로 인해 느끼는 사회적인 고립감은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것보다 컸을 것입니다. 여수 사건의 조씨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집에서 출산한 미혼모였습니다. 김포 사건의 유씨도 한부모가정 수당을 받으면서 혼자서 아이를 키웠습니다. 또 두 사람은 코로나19로 인해 공공 돌봄 서비스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않는 날도 길어지면서 돌봄 노동의 부담도 가중됐습니다. 김포 사건의 유씨는 서울신문이 ‘외벌이로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특별한 사정이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여수 사건의 이웃 주민들은 조씨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거나 공공돌봄시설에 맡기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밤에 일하는 자신이 아이를 잘 못 챙길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고, 아이가 다른 집단에 가서 타인의 시선을 받는 것을 꺼려했다고 전했습니다. ‘방임형 아동학대’는 학대로 잘 인식되지 않습니다. 또 피해자인 아동들도 친모로부터 방임형 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해자인 친모와 피해 아동 사이에 애착 관계가 형성돼 있기도 합니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한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더 좋은 양육 환경을 제공하고 싶어도 방임에 익숙해진 아이가 원가정의 문제점을 모르고 오히려 ‘집이 좋다’,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는 엄마, 아빠가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동이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해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명백히 아동복지법을 위반한 범죄에 해당합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9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사망한 사건 중에서도 방임은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신체학대(51.8%) 다음으로 방임학대(21.4%)가 많고 중복학대까지 포함하면 비중이 37.5%에 달합니다. 이세원 강릉원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서울신문 손지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학교, 어린이집 등 상시 등원기관을 포함한 지역사회에서 방임형 학대 징후를 보이는 아동을 적극 발견해 신고하고, 영·유아 건강검진 등을 활용해 병원에 오지 않는 아이를 가려내야 한다”면서 “학대 가해 부모가 양육 방법을 모른다거나, 양육할 여력이 부족하다면 원인을 파악해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김포 사건이 여수 사건보다 더 빨리 해결된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여수 사건이 해결돼 가는 타임라인입니다. 2020년 11월 6일 오후 5시, 윗층 주민이 여천동주민센터에 “아랫집에 사는 아이가 우리 집에 밥을 먹으러 왔는데 아이 몸에서 악취가 난다. 이 집에는 어머니와 두 아이가 산다”며 “집 안을 우연히 봤는데 쓰레기가 가득하다. 청소를 해줄 방법이 있겠냐”는 내용의 신고를 했습니다. 11월 10일 같은 주민이 여천동주민센터에 2번째 신고를 합니다. 이때 처음으로 ‘쌍둥이 동생의 존재’에 대해 언급합니다. 주민센터는 이날 오후 3시 30분과 오후 8시 10분 2차례에 걸쳐 방문했습니다. 11월 12일 여천동주민센터가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여수시청 여성가족과에 사건을 보고했습니다. 11월 13일 아동보호전문기관과 동주민센터 직원들이 친모 조씨를 만나 면담을 했습니다. 조씨는 집 안에 쌍둥이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지만 “지인의 자녀를 돌봐주고 있다”고 둘러댔습니다. 주민센터 직원들이 27개월된 쌍둥이 여아 이름을 아무리 검색해도 출생 등록 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 아이의 신원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동명이인이 있었지만 주소지는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11월 17일 친모 조씨는 ‘한부모 가정 복지 급여 신청’을 위해 11월 17일 동사무소에 오기로 했지만 오지 않았습니다. 주민센터 직원과 20일에 재방문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11월 20일 아동학대로 판단한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이 여수경찰서 소속 경찰을 대동해 여수 선원동의 조씨의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쓰레기 산에서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와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27개월된 여자아이가 어른이 없는 상태로 장시간 방치돼 있었고, 쓰레기 산에 있다 구조됐습니다. 11월 25일 여천동주민센터 직원들과 청소 협력업체 직원들이 5톤 분량의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11월 26일 청소를 했음에도 쌍둥이 동생이 발견되지 않은 게 이상하다고 느낀 최초신고자인 윗집 주민이 다시 오전 9시18분쯤 여천동주민센터에 3번째로 전화를 했습니다. 여천동주민센터는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은 경찰에 다시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여수경찰서는 아파트 주민들을 상대로 “쌍둥이 동생이 있는게 맞느냐”는 탐문 수사를 벌인 뒤 11월 27일, 다시 조씨의 집을 수색해 냉장고에서 쌍둥이 영아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아이의 친모인 조씨는 주민센터의 대청소 때 자신의 회색 아반떼 차량에 아이 시신을 숨긴 뒤 청소가 끝난 뒤 다시 냉장고에 시신을 넣어뒀습니다. 11월 30일 여수경찰서는 친모 조씨가 구속된 상태로 아동학대죄와 사체유기죄로 수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씨는 2018년 자택에서 쌍둥이를 혼자서 출산했다고 밝혔습니다. 2년 전 어느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보니 아이가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1차 부검 결과, 숨진 쌍둥이 영아의 시신에서 외부에서 물리적인 힘이 가해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미혼모인 조씨는 첫째 아들만 출생신고를 했고, 2018년 낳은 이란성 쌍둥이 남매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조씨가 생계를 위해 오후 6시부터 새벽 3시까지 유흥업소 주방에서 일하는 동안 일곱살 남아와 두살 여아는 어른 없이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여수 사건은 사건을 인지한 뒤에도 집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판단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물론 주민센터,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집주인인 부모가 허락을 해주지 않으면 방문을 열고 강제로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여천동주민센터는 주민 최초 신고가 일어난 11월 6일에는 현장 방문을 하지 않았고, 4일 뒤 동일인의 2번째 신고가 들어와서야 현장 방문을 했습니다. 그사이에 적절한 조처가 취해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천동주민센터 측은 ‘아이가 쓰레기 더미에 살고 있다’는 신고에 대해 “단지 쓰레기를 청소해주면 되는 문제로 여겼다”고 신고 내용을 기계적으로만 이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뒤늦은 판단을 한 것입니다.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 역시, 친모 조씨가 문을 열어주지 않았을 때 곧바로 경찰에 알렸더라면 조금 더 빠른 구조가 가능했을 것입니다. 물론, 공공기관의 판단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친모 조씨가 철저히 쌍둥이 영아 시신을 숨겼습니다. 조씨는 집안 내부를 보여주지 않으려 했고, 이웃 주민들에게도, 주민센터에도 27개월된 쌍둥이 여아가 자신의 딸이 아니라고 둘러댔습니다. 또 조씨의 큰아들(7)은 밝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웃 주민들도 큰 아이와 친모와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큰아이가 다니는 학교 교육복지사조차도 아이가 아동 방임에 처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여수시청을 칭찬하고 싶은 건 자신들의 잘못을 숨기지 않고 사건 해결 과정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그리고 최대한 자세히 공개했다는 것입니다. 그 덕분에 우리 사회는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해 교훈을 얻고 복기할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어쩌면 판박이 사건인 김포 사건의 처리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건지도 모릅니다. 다음은 김포 사건의 개요입니다. 2020년 12월 16일, 경기 김포 양촌읍의 한 빌라 집주인이 양촌읍사무소에 “아이 울음 소리가 계속 들린다”는 내용의 신고를 했습니다. 양촌읍사무소 직원들은 곧바로 현장을 방문했으나 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읍사무소 사회복지과 직원들은 곧바로 부천아동보호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12월 18일, 부천아동보호전문기관과 김포경찰서가 현장을 방문해 열두살 남자 아이와 여섯살 여자 아이가 쓰레기 더미에서 방치돼 있는 걸 발견해 구조했습니다. 아이 엄마인 유모 씨는 경찰과 함께 동행해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로 1차 조사를 받았습니다. 12월 26일에는 2차 조사를 받았습니다. 불과 2주 정도 전에 일어난 ‘여수 사건’이 준 교훈 때문일까요. 한눈에 보기에도 여수 사건보다 사건 해결 과정이 신속합니다. 부천아동보호전문기관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작은 단서만으로 좌고우면하지 않고 김포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사실 아동 방임 사건을 취재하면서 가장 마음을 아프게 했던 건 여수 선원동 아파트 이웃들이 돌봤던 초등학교 1학년생인 큰 아이였습니다. 이웃들은 큰 아이가 평소에 아파트 이웃 주민들의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고 동생들을 챙겨줄 정도로 “싹싹하고 세심한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전남아동보호기관에 따르면, 임시보호시설로 옮겨진 아이는 아직도 엄마를 많이 보고 싶어한다고 합니다. 현재 친모는 광주지검 순천지청 검사가 구속 기소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는 앞으로 엄마를 보지 못할 것이고 그룹홈(아동공동생활가정)에서 장기보호를 받으며 자랄 가능성이 큽니다. 아이가 엄마를 보지 못해 상처를 받는 건 안타깝지만 검사가 친권상실 청구를 한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아동학대를 한 전력이 있는 원가정에서는 다시 방임형 아동 학대를 당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룹홈에서 성장하는 것이 여러모로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는 더욱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검사의 판단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구속 입건된 김포 엄마 역시, 둘째 아이의 몸 상태를 생각한다면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친권 박탈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두 사건은 한 아이를 돌보는 문제를 개인의 책임에만 떠맡겨선 안될 문제이며, 또 이웃의 작은 관심이 방임형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는 아이를 구해낼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건입니다. 이제 이 사건의 해결 방법에 대해 말할 차례입니다. 사실 독자 여러분들도 이미 답을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25일 저녁 이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뒤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아이를 저렇게 방치하지는 않습니다. 잘못한 건 처벌 받아야합니다”라면서도 “가해 엄마도 안타깝네요. 우리가 보듬어야 할 이웃이었네요”라는 댓글이 수없이 달렸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은 우리 사회에도 적용됩니다. 딱한 사정을 알고 월세를 받지 않았던 김포 양촌읍 빌라 주인, 아이 밥을 친모 대신 차려줬던 여수 선원동 아파트 윗집 어머님처럼 이웃들의 따뜻한 관심이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국가는 국민의 어려움을 알려고 마음 먹으면 알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아이들이 학교에도 가지 않는 상황이라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이 발굴하는 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도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정부가 체납된 요금 고지서를 살펴보는 일입니다. 가스비, 전기세, 월세 등 살기 위해 필수적인 돈이 오랫동안 연체되는 건 위기 가정이 보내는 공통된 신호입니다. 여수 사건의 친모 조씨는 서울신문 취재 결과 500만원 넘는 건강보험료를 비롯해 가스비, 전기세 등을 미납하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김포 사건의 친모 유씨도 500만원 넘는 월세를 열달 넘게 내지 못해 2017년 12월 입주하며 맡긴 보증금을 모두 차감한 뒤 보증금을 추가 지불해야 하는 상황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전력 등 필수 요금 미납 정보를 가지고 있는 기관이 해당 읍면동 주민센터에 취약계층의 존재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후 주민센터에서 사례 관리에 들어가게 하면서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국회에서 미납된 요금을 읍면동 주민센터, 시군구청 단위에서 즉시 알 수 있도록 정보 공유를 하고, 위기 가정을 발굴하도록 의무화하도록 법을 만드는 것도 여수 김포 사건과 같은 비극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두 사건은 ‘국가 실패’ 사례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라는 모든 아이는 학대나 방임을 받지 않고 클 권리가 있습니다. 국가는 자신의 의지로는 극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고 있는 국민을 마땅히 구제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위험한 재난이지만 사회적 취약 계층은 충분한 공공서비스를 받지 못해 더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개인 정보 보호’를 핑계로 국가가 뒷짐지고 있으면 안됩니다. 국가가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을 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건 ‘부작위에 의한 아동학대 방조’이자 ‘직무유기’가 아닐까요.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단독] “제가 잘못했습니다” 쓰레기산에 남매 방치한 김포 엄마의 방어기제

    [단독] “제가 잘못했습니다” 쓰레기산에 남매 방치한 김포 엄마의 방어기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제가 잘못한 게 맞습니다. 죄송합니다.” 지난 18일 경기 김포 양촌읍의 어느 빌라에서 어린 남매를 쓰레기 더미 속에 방치해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김포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된 40대 여성 유모씨는 25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자신의 불행한 사정을 끝까지 숨기려 했다. ‘외벌이로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유씨는 “제게 특별한 사정은 없습니다. 제가 아이들을 방임하고 유기한 것이 맞습니다”라며 잘못을 순순히 인정했다. 서울신문 취재 결과 유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삽니다”라면서 “두 아이 합쳐 한부모 지원 월 41만5000원씩 지원 받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친부에게 양육비를 받고 있냐’고 물었지만 끝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지난 2017년 12월쯤 이 빌라에 입주한 유씨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한 달에 55만원인 월세를 열 번 넘게 내지 못했다. 3개월전 쯤 보증금 500만원을 모두 소진한 뒤에도 월세를 내지 못하자 집주인은 그동안 밀린 월세 일부를 받지 않기도 했다. 이후 12월 초쯤에 집주인은 “새벽에 유씨 집에 아이 울음 소리가 계속 나서 잠을 제대로 청할 수 없다”는 옆집 세입자의 전화를 받았다. 유씨의 딱한 사정을 알고 있었던 집주인은 “12월초에 유씨를 만났는데 안색이 안좋고 몸이 아파 보였다”며 “혹시라도 읍사무소 사회복지과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전화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집주인의 신고는 쓰레기 산에 살고 있던 남매를 구출한 계기가 됐다. 지난 16일 양촌읍사무소 직원들이 집에 방문했으나 유씨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후 읍사무소 사회복지과 직원이 부천에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연락을 취했고, 지난 18일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들이 경찰을 대동해 집에 들어갔다. 열두 살 남자 아이와 여섯 살 여자 아이가 쓰레기 더미에서 방치돼 있었다. 경찰은 곧바로 김포경찰서로 유씨를 임의동행해 1차 조사를 마쳤고, 오는 26일 2차 조사에 들어간다. 유씨에게 ‘여섯 살 여자 아이가 발달장애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냐’고 묻자 “네. 하지만 언제부터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라면서도 “그건(발달장애에 대한 판정) 병원에서 아직 판정을 안 받았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두 아이 모두 건강합니다. 굶기거나 그런 적은 없습니다”라며 “발달이 좀 늦을 뿐입니다. 발달이 늦은 건 제 잘못이 아니지 않습니까”라고도 했다. 최초 신고자인 집주인이 어린 여자아이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지난 10월 27일 이 빌라 전체 인터넷·전화 회선을 KT에서 SK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집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서다. 집주인은 이때 집 안 거실에 앉아있던 여자아이를 처음 봤고, “갓난아이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고 했다. 같은 빌라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25일 “남자 아이 혼자서 동네 주위를 배회하는 것을 본 적은 있지만 그집에 어린 여자아이가 살고 있다는 건 뉴스를 보고 처음 알았다”며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유씨의 두 자녀는 지난 18일 이 집에서 구조된 뒤 부천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김포시에 있는 그룹홈(아동공동생활가정)으로 옮겨졌다. 6살 여자아이는 구조될 때 걷기는커녕 일어서지도 못했으며 바지 속에는 기저귀를 차고 있었다. 보호시설에 도착한 이후 말을 거의 하지 못했고 섭식 장애가 있어 젖병으로 음식물 섭취를 돕고 있다. 이 아이는 지난 23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정밀검사를 진행한 뒤 뇌성마비와 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출동 당시 거동이 불편했다”며 “(장애 판정 사실 등은) 의료 기관에 인도되어 병원에서 진단 받은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두 아이 모두 출생 신고 사실을 확인했다”며 “아동 방임과 관련된 부분 전반에 대해서 수사 중에 있다”고 했다. 김포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머리 밀고 말기 암이라더니 거짓말…英 20대, 철창 신세

    머리 밀고 말기 암이라더니 거짓말…英 20대, 철창 신세

    SNS·언론에 “죽기 전 결혼식 소원”약 1200만원 모금…친구들 십시일반 영국에 사는 29세 여성 토니 스탠던은 지난해 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말기 암 투병 사실을 고백했다. 눈 밑이 초췌해져 병색이 완연한 얼굴을 찍은 사진도 함께 올렸다. 이후 긴 머리를 완전히 밀고 민머리로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말기 암 아버지 손 잡고 결혼식 입장하고파” 토니는 말기 암으로 온 몸의 기능이 떨어지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자신의 아버지 데렉(57)도 역시 말기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며,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결혼식에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하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토니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들은 친구들은 토니가 남자친구 제임스(25)와 결혼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며 기부금 모금을 위한 사이트 ‘고펀드미’에 페이지를 개설했다. 사연이 알려지면서 토니는 “암이 뇌와 뼈 등 온 몸에 퍼져 장기들이 제 기능을 못 한다”면서 두 차례 언론 인터뷰까지 했다. 토니의 간절한 호소에 총 8500파운드(약 1260만원)가 모금됐다. 결혼식 하루 전날 아버지 세상 떠나父 영상메시지에 결혼식장 울음바다건강하게 일어서서 웃으며 농담까지그러나 토니의 안타깝고 애절한 암 투병 사연은 황당하게도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말기 암 환자답지 않은 모습이 이어지자 친구들이 의심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여름 토니의 소원대로 결혼식이 치러졌지만, 딸의 손을 잡고 입장할 수 있기를 그토록 원했다는 아버지는 전날 세상을 떠난 상황이었다. 아버지가 생전에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남겨 결혼식장이 울음바다가 됐는데, 정작 토니는 건강한 모습으로 일어서서 감사 인사를 했다. 하객들은 “어머니와 남동생은 비통해하고 있는데 토니는 일어서서 농담까지 섞어가며 감사 인사를 했다”, “사연을 들은 유명 축구선수가 보내온 영상 메시지를 보며 내내 웃고 있었다”며 전혀 슬퍼하지 않는 토니의 모습을 전했다. “축의금 꼼꼼히 챙긴 뒤 신혼여행…코로나 봉쇄에도 유럽 각국 여행”의심한 친구들이 추궁하자 결국 실토 또 다른 목격자는 토니가 결혼식이 끝난 뒤 하객들이 낸 축의금을 꼼꼼히 확인하고서야 터키로 신혼여행을 꺼났다고 증언했다. 무직인 토니는 코로나19 봉쇄에도 남편과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등 유럽 각국을 여행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친구들이 확인 작업에 들어갔고, 결국 토니는 울음을 터뜨리며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 토니는 지난달 열린 재판에서도 모든 사기 혐의를 인정했다. 지난주 유죄 판결이 나왔고, 현재는 구속기간에 대해 심리 중이다. 법원은 토니의 거짓 행각이 지인들을 충격에 빠뜨린 철저한 배신 행위라고 규정하며, 토니가 챙긴 기부금 중 2000파운드가량을 다시 돌려주라고 판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토니의 대학 친구로서 525파운드(78만원)를 기부한 체릴 애스턴(33)은 “오스카상을 탈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연기였다. 모두들 완벽하게 속아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말기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말에 다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도 십시일반 돈을 모았고, 심지어 더 많이 도와주지 못해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어린이집 교사가 뺨 때리자 아이 마스크 휙…CCTV에 찍혔다

    어린이집 교사가 뺨 때리자 아이 마스크 휙…CCTV에 찍혔다

    대전 어린이집 교사, 원생 7명 손찌검CCTV 보니 머리·얼굴 여러 차례 때려아동학대 혐의 입건…구속영장은 기각 대전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들을 때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교사는 폐쇄회로(CC)TV에 녹화되는 것을 알면서도 보란 듯이 학대를 이어갔다. 23일 경찰과 어린이집 원생 학부모 등에 따르면 이달 초 대전 동구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 A씨가 4~5세 원생들 머리를 수차례 때리는 모습이 교실 내 CCTV에 찍혔다. 영상에는 A씨가 아이들 머리와 얼굴을 여러 차례 때리는 모습이 담겼다.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의 코를 비틀거나 뺨을 세차게 치기도 했다. 강한 충격에 한 아이 마스크가 벗겨지기도 했다. A씨의 학대는 처음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의 배나 얼굴을 꼬집어 멍이 들기도 했고, 부모가 물으면 거짓말로 둘러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로부터 학대 피해를 본 아이는 7명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원생 보호자는 전날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통해 “학습 시간에 가해 교사가 폭행을 자행했다. 폭행을 피해 도망가는 아이를 무자비하게 때리기도 했다”고 성토했다. 일부 피해 아동은 신체 일부를 심하게 깨무는 등 정신적 고통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어린이집 CCTV 영상을 분석한 대전 동부경찰서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구속영장도 신청했으나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공부를 가르치려는 욕심에 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동승자가 시켰다” 울음 터뜨린 ‘을왕리 참변’ 음주운전자

    “동승자가 시켰다” 울음 터뜨린 ‘을왕리 참변’ 음주운전자

    지난 9월 9일 오전 1시쯤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이 중앙선을 넘어 달리던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술에 취해 벤츠 승용차를 몰던 운전자는 시속 60㎞인 제한속도를 시속 22㎞ 초과해 중앙선을 침범해 역주행을 했고,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94%로 면허취소 수치(0.08%)를 훨씬 넘었다. 50대 피해자의 딸은 사건 발생 다음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참변을 당한 50대 가장의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고, 운전자의 강력 처벌을 호소하는 글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사고를 낸 음주 운전자는 22일 인천지법 형사3단독 김지희 판사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동승자가 운전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하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34·여)씨는 “동승자 B(47·남)씨가 운전하라고 시킨 사실 있느냐”는 B씨 변호인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B씨의 변호인이 “그런 말을 언제 했느냐”고 하자 처음에는 “호텔 방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후 B씨의 차량으로 가면서 그런 말을 들었다”고 했다가 이후 “차 안에서 들었다”고 말을 바꿨다. A씨는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달라고 했는데 B씨가 ‘편의점 앞까지 가자’고 했고 운전을 하게 됐다”며 “앞을 향해 손짓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이 처음 공개한 사고 당시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는 A씨가 운전한 벤츠 차량이 편의점을 지나 우회전한 뒤 곧바로 중앙선을 넘는 장면이 담겼다. 벤츠 차량이 과속을 하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을 배달하러 가던 C(54·남)씨를 정면으로 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날 법정에서 사고 장면을 본 A씨는 울음을 터뜨렸고 증인 신문 중에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여러 차례 호소하기도 했다. 김 판사가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본인이 역주행하는 줄 몰랐고 오토바이 운전자가 역주행한 것으로 알았다고 진술했다”고 말하자 A씨는 “당시 B씨의 손짓을 보고 운전한 기억은 분명한데 그렇게 속도를 낸 것은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는 피해자 측 변호인 2명도 나와 증인 신문을 지켜봤고, “합의할 여지가 있느냐”는 재판장의 물음에 “오늘 B씨의 주장을 들으니 잘못을 전혀 인정하고 있지 않다”며 “진정한 사죄가 전제되지 않으면 합의는 없다”고 말했다.검찰, 음주운전 적극 부추겼다고 판단 B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피해자 유가족의 고통이나 사고 책임에 대해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라며 “피해자 측과 만나는 자리가 있으면 2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있으라고 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B씨는 사고가 나기 전 A씨가 운전석에 탈 수 있게 리모트컨트롤러로 자신의 회사 법인 소유인 벤츠 차량의 문을 열어주는 등 사실상 음주운전을 시킨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B씨가 A씨의 음주운전을 단순히 방조한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부추긴 것으로 판단하고 둘 모두에게 이른바 ‘윤창호법’을 적용했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내면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 특가법과 운전면허 정지·취소 기준 등을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검찰이 음주운전 차량에 함께 탄 동승자에게 윤창호법을 적용해 기소한 사례는 B씨가 처음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기록의 시간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기록의 시간

    올해 편집한 책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이다. 안세홍 작가가 25년간 아시아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 140명을 만나 그중 21명의 증언을 기록한 것이다. 여성들이 강간과 폭력을 당한 경험을 언어화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렸고, 작가가 녹취를 풀고 정리하는 데도 수년이 걸렸다. 어떤 사실들은 글이 속도를 내지 못하도록 뒤에서 머리채를 잡듯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진다. 2021년의 첫발은 네 권의 기록을 펴내며 시작할 것이다. ‘억척의 기원’은 여성 농민 김순애의 생애를 최현숙이 채록한 것이다. 김순애는 “더러운 팔자”를 타고났다며 스스로를 “미친년”이라 부른다. 남편은 외도를 했고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늘 욕설을 뱉었으며, 무학자(無學者)라고 주변의 괄시까지 받던 그녀가 농사로 자립하고 여성농민회 활동까지 하게 된 변화의 시간을 풀어냈다.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울음과 한탄이 말을 막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열적이고 상호파괴적인 가족관계, 상처가 누적된 삶은 느린 걸음으로 농촌사회와 가족 내에서 자기 몫을 되찾는 쪽으로 확장된다. 생애의 어떤 시점에 이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놓기로 마음먹고,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까지 갖는다. 계속 입을 다물면 내 겉모습과 과거 삶이 충돌하며 자아분열을 일으킬 것 같기 때문이다. ‘악취’는 ○○이 썼다. 이름과 그 어떤 것도 밝힐 준비가 안 된 저자는 18세에서 28세까지의 일을 투명하게 썼다. 왜 썼나. 우선, 과거에 성매매를 했던 경험을 떨쳐 내지 않으면 누구를 만나도 껍데기를 쓴 것 같아서다. 둘째,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한 남성들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저자는 가해자나 자신에게서, 지난 기억들에서 나쁜 냄새가 난다고 한다. 씻어낼 수 있을까. 글쓰기로 가능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더 망가지지 않기 위한 방법은 글쓰기밖에 없었다. 엘리자베스 로즈너의 부모는 나치 수용소에서 살아남았기에 로즈너는 ‘생존자’의 2세다. 부모는 미국으로 이민했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됐는데, 엄마는 굶주림의 기억 때문인지 게걸스런 식욕을 보였다. 닭뼈를 수북이 쌓아 두고 뼈다귀를 쪼개 골수를 빠는 모습은 흡사 동물 같아 작가인 딸은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게다가 딸은 엄마의 모유를 통해 생존자의 불안증이 자신한테도 유전됐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평생 미국인으로 자랐지만 부모의 과거를 기록하겠다며 살인자의 땅 독일을 밟아 ‘생존자 카페’를 쓴다. 홀로코스트를 벗어난 이들 중 ‘생존자’라 불리는 걸 불쾌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생존자라 불리느니 차라리 수용소 몇 곳을 전전했다고 하는 게 낫다’는데, 어떤 비극적 경험을 한 사람들은 과거의 딱지가 따라다니는 데 몸서리친다. 모든 책은 ‘기록’으로서 의미를 지니는데 폭력, 배타, 차별로 점철된 삶을 산 이들에게 자기 증언은 특히 힘들다. ‘절박한 삶’에 등장하는 5명의 탈북자도 꿈에 그리던 한국에 온 지 10년도 넘었는데 인터뷰하면서 여전히 운다. 백장원씨는 탈출 시도 중 두 번이나 북송돼 구류됐고, 그 후 결국 북한 땅을 벗어났지만 도중에 딸을 잃어버렸다. 여태 11년간 딸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다. 마현미씨 역시 남편과 아들 모두 북한에 있고 혼자 도망쳐 왔는데, 아들 쌀밥 먹이려고 남한에서 몸이 부서져라 일해 안 아픈 데가 없다. ‘자유’가 있어 안도하지만 혈혈단신의 외로움에 어쩔 줄 모르고, 사회의 편견 때문에 탈북자라는 틀에 삶을 욱여넣고 있는 것만 같다. 사람들은 진실과 실체에 다가가려고 증언과 기록을 한다. 그러면 슬픔이 옅어질 것 같지만 실은 더 명료해진다. 입을 봉인한 침묵의 시간도 차가웠지만, 기록의 시간이 고통을 끝내 주지는 않는다. 그래도 고백을 하는 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자신을 조명하기 위함이고, 기억과 증거의 한 형태로 존재가 규정되기 때문이다.
  • 희망 가득한 2021, 여기서 다 품고 가소~

    희망 가득한 2021, 여기서 다 품고 가소~

    소의 기세 흐르는 청주 우암산 전망 보고그 아래 수암골은 드라마 주무대 ‘핫플’전남 강진 ‘소 멍에 모양’ 가우도 한바퀴동백숲길 지나서 만나는 해남 미황사도소의 전설이 전하는 곳 중엔 풍경이 빼어난 곳도 있지만, 터 잡고 사는 이들의 정신적 지주 노릇을 하는 곳도 있다. 충북 청주의 우암산, 전남 강진 보은산(우두봉)과 가우도, 해남 미황사 등이 그렇다. 가족과 함께 단출하게 새해 첫 새벽을 열고 싶다면 이런 곳이 제격이지 싶다. 우암산(牛岩山·353m)은 청주의 진산이다. 도심을 관통해 흐르는 무심천과 함께 청주를 상징하는 자연경관 중 하나다. 수많은 집들과 공공기관, 학교 등이 우암산 일대에 깃들어 있다. 크고 작은 절집, 굿당 등 종교시설도 부지기수다. 그만큼 아주 오래전부터 청주 시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거다. 주민들의 의식세계에 깊게 뿌리내린 산이지만 이름의 유래는 불분명하다. 우암산 정상 능선에 있는 커다란 암괴에서 이름을 따 소바위산이라 불렀다는 설, 일제강점기에 한문 이름인 우암산으로 바뀌었다는 설, 우암산보다 이전에 불렸던 ‘와우산’(臥牛山)에서 변형됐다는 설 등 다양하다. ‘토정비결’을 쓴 이지함이 우암산에서 황소 같은 기세를 보았다는 기록이 전하는 걸 보면, 어쨌든 범부들은 보지 못하는 소의 기세가 산 전체에 흐르고 있는 건 분명한 듯하다. 우암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인데도 전망이 좋다. 주변에 높이를 견줄 대상이 없어서다. 힘들여 정상까지 오르지 않더라도 순환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산자락 곳곳에서 전망처와 마주할 수 있다. 다른 도시들처럼 산 중턱까지 아파트들이 파고들었다면 아마 지금과 같은 전망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표적인 곳은 수암골 전망대다. 우암산 뒤편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청주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저물녘 야경이 빼어나다. 여느 도시에 비해 화려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해넘이와 어우러질 때면 무척이나 낭만적인 저녁 풍경이 펼쳐진다. 전망대엔 주차공간이 따로 없다. 수암골이나 삼일공원에 차를 대고 10분 정도 걸어 올라야 한다.전망대 아래 수암골은 청주를 찾는 여행자들이 꼭 들르는 명소 중 하나다. 한국전쟁 후 피란민들이 정착해 살던 달동네로, 청주의 대표적인 낙후지역 중 한 곳이다. 지난 2007년에 진행된 골목 벽화 프로젝트로 슬그머니 명소 반열에 오르더니 ‘제빵왕 김탁구’, ‘카인과 아벨’ 등의 드라마에 주무대로 등장한 이후부터는 청주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를 잡았다. 수암골은 시린 겨울 밤에 찾아야 제맛이다. 낮에 자원봉사자들이 배달해 준 연탄들이 집 구들장에 온기를 전할 때면 골목 여기저기에 연탄가스 냄새가 스멀스멀 퍼지기 시작한다. 낮은 담장 너머로는 마을 옆 카페촌과 도심의 화사한 야경이 매달렸다. 가까워도, 결코 섞이지 않는 풍경 간의 경계는 그제야 조금 더 선명해진다. 수암골 반대편엔 명암저수지가 있다. 여기도 수암골처럼 ‘풍경의 신데렐라’가 된 곳이다. 예전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방죽’이었는데, 도시가 확대되면서 아름다운 저수지로 환골탈태했다. 주변에 맛집, 전망 카페, 산책로 등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전남 강진은 도시 전체에 소의 기세가 흐른다는 곳이다. 풍수지리를 연구한 이들은 이를 와우형(臥牛形)이라 부른다.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이란 거다. 소의 머리에 해당되는 곳은 읍내 중심에 솟은 보은산(439m)이다. 정상은 ‘당연히’ 우두봉(牛頭峰)이다. 바다에 접한 산들이 흔히 그렇듯, 보은산 역시 사방이 확 트여 천혜의 전망대로 손색이 없다. 보은산으로 오르려면 열두 고개를 넘어야 한다. 강진군에서 이에 착안해 고개마다 소와 관련된 이름을 붙였다. 첫 번째 고개는 소가 풀을 뜯는다는 초지(草旨), 두 번째 고개는 소가 쉰다는 휴우치(休牛峙)라는 식이다. 산 동쪽의 금곡사와 서쪽 고성사는 워낭 역할을 한다.하이라이트는 가우도(駕牛島)다. 소(牛)의 멍에(駕)에 해당하는 섬이다. 지세에 따라 작명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퍽 그럴싸한 이름이라는 생각이다. 가우도는 대구면 쪽의 저두출렁다리(438m)와 도암면의 망호출렁다리(716m)를 통해 뭍과 연결돼 있다. 외부 공간이긴 하나 강진 최고의 ‘핫플’로 꼽히는 곳인 만큼 거리두기를 잘 지키며 돌아봐야 한다.해남 미황사는 황소 전설이 전하는 곳이다. ‘미황사 사적기’는 당시를 이렇게 전하고 있다. 신라 성덕왕 때 돌로 만든 배가 사자포(땅끝)에 나타났다. 금으로 된 사람이 노를 쥔 돌배에는 경전과 불상, 검은 돌 등이 실려 있었다. 검은 돌은 뭍에 오르자 황소를 토해냈다. 경전과 불상을 짊어지고 한참을 걸어가던 황소는 한바탕 울음을 토하더니 숨을 거뒀다. 그 자리가 지금의 미황사터다. 황소의 아름다운(美) 울음소리, 금으로 된 사람의 빛(黃)을 상징하는 미황사는 그렇게 세워졌다. 미황사가 깃들인 곳은 달마산 아래다. 달마의 얼굴만큼이나 불퉁스런 형세의 달마산에 견줘 미황사는 화장기 없는 여인처럼 수수하다. 절집까지 가는 길은 동백숲이다. 동백꽃 필 무렵이면 나뭇가지마다 붉은 꽃술을 내걸 터다. 그때는 또 얼마나 요염한 모습일까. 글 사진 청주·강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