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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까마귀는 민주주의로 날더라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갈까마귀는 민주주의로 날더라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폭풍 속으로, 밤의 저승 세계로 돌아가라!/ 네 영혼이 말한 거짓의 징표인 검은 깃털 하나도 남기지 말고!/ 내 고독을 깨뜨리지도 말고 문 위 흉상에서 떠나라!”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시 ‘갈가마귀’(The Raven) 중 일부입니다. 음울하면서도 신비한 느낌을 줍니다. 분류학적으로 본다면 레이븐은 ‘큰까마귀’입니다. 처음 번역된 제목이 변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면 바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갈가마귀도 틀린 단어입니다. ‘갈까마귀’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우두머리 울음에 동의할 때 빨리 날아 레이븐과 갈까마귀는 똑같은 참새목 까마귓과 조류이지만 크기와 모양은 다릅니다. 레이븐은 온몸이 검은색인 약 64㎝ 크기의 대형 조류이지만 갈까마귀(jackdaw)는 위쪽은 검은색, 아래쪽은 연한 잿빛이며 크기는 레이븐의 절반 수준인 33㎝ 안팎입니다. 레이븐과 갈까마귀 모두 무리 생활을 하는데, 특히 갈까마귀는 직접민주주의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영국 엑서터대 생태·보존연구센터, 케임브리지대 동물학과, 스웨덴 룬드대 생물학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생태·산림응용연구센터(CREAF) 공동 연구팀은 갈까마귀 집단이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집단 비행을 한다고 29일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5월 24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영국 콘월 일대 갈까마귀 서식지 6곳을 약 6개월 동안 녹화해 관찰했습니다. 각 서식지에 사는 갈까마귀 집단 크기는 최소 160마리에서 최대 1470마리였습니다. 조사 결과 20분 동안 20~30마리의 소그룹으로 쪼개 날아오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집단 전체가 4초 이내에 한꺼번에 이륙하는 것이 관찰됐습니다. 이륙 시간과 집단 크기의 차이는 이륙 직전 울음소리에 대한 반응에 따라 달라진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이륙 직전 우두머리 갈까마귀의 울음소리에 응답하는 새가 많지 않을 경우 날아오르는 새 집단 숫자도 작아진다는 설명입니다. 첫 울음소리는 날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을 제안하는 것이며 따라 우는 새가 적은 것은 그에 동의하는 갈까마귀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집단에 속해 있는 갈까마귀들이 한 번에 울어 대는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했을 때 평균 6.5분 빨리 이륙하는 것으로 관찰됐습니다. 천적 등장이나 변하는 기상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함께 나는 집단의 크기가 큰 것이 유리합니다. ●인간 가까이선 합의 잘 안 돼 연구를 이끈 앨릭스 손턴 엑서터대 교수(인지진화학)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들도 민주적 합의에 도달함으로써 소집단일 때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을 극복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서식지가 인간 거주지와 가까운 갈까마귀 집단은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인간이 유발하는 빛공해와 소음 등이 동물들의 의사소통과 합의 결정 과정을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추정했습니다. 생물다양성 감소와 생태계 파괴의 주요 원인도 온난화, 도시화입니다. 이런 연구들을 접할 때마다 과연 지구 전체를 위한 인간의 존재 이유는 뭘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오미크론 정점’ 찍었던 3월 사망자 사상 첫 4만명대

    ‘오미크론 정점’ 찍었던 3월 사망자 사상 첫 4만명대

    평소 1.6배… 1년 전보다 67% 급증출생아 수 2만 2925명… 4.2% 줄어아기 울음소리 76개월째 내리막혼인 건수 8.6% 감소… 역대 최저지난 3월 국내 사망자 수가 평소의 1.6배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4만명을 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정점을 찍었던 때로 코로나19 직간접 사망자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전염병 등으로 사망자 수가 평시보다 월등히 많은 현상을 ‘초과 사망’이라고 하는데, 지난 3월이 특히 심했다. 통계청은 25일 3월 사망자 수가 4만 4487명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67.6% 급증했다는 내용을 담은 월간 인구동향을 발간했다. 한 달 사망자가 4만명을 넘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3만명을 웃돈 적도 겨울철인 2018년 1월(3만 1550명)과 지난해 12월(3만 1634명) 두 차례밖에 없었다. 지난 3월엔 코로나19 공식 사망자만 8420명에 달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합병증·후유증이나 의료 시스템 과부하로 인한 응급치료 지연 등 간접 사망자도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고령화 현상 심화로 사망자 수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월 출생아 수는 2만 2925명에 그쳐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감소했다. 2015년 12월부터 76개월 연속 내리막을 지속했다. 1분기 통틀어 출생아 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 감소한 6만 8177명에 불과했다.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은 0.86명을 기록해 1분기 기준 역대 최저 기록을 새로 썼다.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월등히 많으면서 지난 3월에만 인구가 2만 1562명 자연감소했다. 인구 자연감소는 29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비혼 문화 확산과 결혼 주 연령층인 30대 인구의 감소로 지난 3월 혼인 건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8.6% 줄어든 1만 5316건에 그쳤다. 같은 달 기준 역대 가장 적었다. 지난달 이사 등으로 이동한 사람 수는 48만 2543명으로 1년 전보다 18.7%나 감소했다. 같은 달 기준으로 1974년(48만명) 이후 48년 만에 가장 적었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최근 주택 거래가 침체된 영향이다.
  • “구청장 산하 재건축·재개발 민간합동기구 설치”

    “구청장 산하 재건축·재개발 민간합동기구 설치”

    “낙후된 강북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재건축·재개발을 신속하게 추진하겠습니다.” 이성희 국민의힘 후보는 1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2년 동안 강북구는 변화가 없고 지역 발전이 미진했다”며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그는 “구청장 산하에 재건축·재개발 민간합동기구를 설치해 행복한 주거환경 조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서울시와도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번이 두 번째 구청장 도전이다. 그는 “2018년 낙선 후 4년 동안 지역 곳곳을 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강북구에 애정을 가지고 바꿔야 할 부분들을 끊임없이 찾았고, 모두 메모를 해 놨다가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다시 출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의원과 구의원을 하며 쌓아 온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살기 좋은 강북’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보건소 콜센터를 24시간 운영하겠다는 공약이 눈에 띈다. 응급상황 발생 시 전문 간호사 상담과 병원 연계까지 24시간 신속 대응을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지역 내 어르신 비율이 높다 보니 코로나19 사태 이후 구민들이 119구급차를 부르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며 “이 부분을 보완하고 구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강북구의 65세 이상 주민 비율은 약 27%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1위다. 한 달에 한 번씩 구청장실을 개방하겠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직원들을 거쳐 민원을 듣게 되면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 구청장이 직접 만나서 구민들의 고충 사항을 듣겠다는 것”이라며 “매월 1회,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온종일 최대 20여명의 민원인을 만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젊은층이 떠나지 않는 강북구, 이사 오고 싶은 강북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20여년 전 강북구 인구가 36만명대였는데 지금은 29만명대로 떨어졌고,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듣기 힘든 상황”이라며 “재건축·재개발 등으로 삶의 질이 좋아지고 교육 환경이 좋아져야 젊은층이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청장이 되면 명문학원들을 유치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낙후된 강북구를 하나라도 더 발전시키겠다는 마음가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성경책에 갑옷 착용…1호선 ‘십자군男’ 정체

    성경책에 갑옷 착용…1호선 ‘십자군男’ 정체

    “갑자기 철뚜껑을 벗더니 모두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한 남성이 중세시대 십자군 복장으로 지하철에 탑승해 화제가 됐다. 최근 트위터에는 서울 지하철 1호선에 수상한 사람이 탑승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쓴이가 올린 사진에는 투구와 갑옷을 입고, 닭 울음소리를 내는 장난감과 성경책을 든 남성의 모습이 담겼다. 이 남성은 디시인사이드 ‘군사 갤러리’에 “지하철 1호선 빌런(악당) 나임”이라며 자신이 특이한 복장으로 지하철을 타게 된 것은 대인기피증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인기피증이 심해 정신과 치료를 10년 가까이 받고 있는데 더 나아지지도 않았다. 약을 먹으면 졸려서 사회 생활을 못했고, 약을 끊으니 버스만 타도 가끔 혼자 소리를 지르고 발작했다”고 말했다.이어 억대의 빚이 생기는 등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다며 “에라 모르겠다 하고 갑옷을 사고 남은 돈 다 쓰고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는데 갑옷을 입고 돌아다니니 발작을 안 했다. 투구 때문에 심리적으로 보호 받고 있다는 느낌이라도 드는 건지”라며 “신기해서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며 모르는 사람들과 말도 섞고 사진도 찍어줬다. 별일 없이 집에 돌아오니 기분이 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 다음 검사에서 정신 감정 정상 판정이 나올 때까지는 계속 갑옷을 입고 다닐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닭 모형 장난감에 대해선 “옷차림을 보고 간혹 사람들이 놀라길래 검을 빼들고 달려들 것 같은 인상을 안 주려고 들고 다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십자군 옷을 입은 이유에 대해서는 “그냥 옷이 멋져서 입고 다니는 것”이라고 했고, 성경을 들고 다니는 이유는 “원래 코란을 들고 다니려 했는데 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두 달 전부터 인스타그램 계정에 갑옷 차림으로 일상생활을 하는 사진을 올리고 있는 이 남성은 “사연 보고 왔습니다. 힘내세요” “잘 극복하시기 바란다”라는 댓글에 “다들 하시는 일 잘 되길 바란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 [문화마당] 아이가 고른 책, 어른이 고른 책/위원석 딸기책방 대표

    [문화마당] 아이가 고른 책, 어른이 고른 책/위원석 딸기책방 대표

    지난 어린이날은 시골 그림책방이 모처럼 활기를 띤 하루였다. 코로나19 방역 제재가 해제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책방을 찾는 발길은 뜸했기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손님들의 환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즐거웠다. 손주 옆에 앉아 책장을 넘기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 주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따뜻했고, 책꽂이에 촘촘하게 자리한 그림책들 사이에서 마음에 맞는 책을 고르는 어린이를 볼 때면 독자의 탄생을 지켜보는 것 같아 설?다. 화창한 봄날 아이의 손을 잡고 책방을 찾아온 가족은 더 바랄 것 없이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도 팽팽한 긴장이 감돌 때가 있다. 대개는 자분자분 대화가 오가며 긴장이 해소되지만 때로 아이의 울음소리나 부모의 짜증으로 긴장이 고조되기도 한다. 책방에서 다툴 이유가 뭐가 있겠나 하겠지만 책을 선택하기 위한 주도권 싸움은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 흔한 일이다. 그럴 때면 책방지기는 모니터 뒤에서 마음을 졸이며 평화를 기원한다. 괜한 집안싸움에 끼어드는 것도 난처한 일이라 한 걸음 물러나 갈등이 해결되기를 바라지만, 나는 내심 어린이가 고른 책을 지지하는 편이다. 물론 아이를 위해 책 고르기를 도와주려는 것이 어른의 마음이지만, 어른은 사실 아이의 마음을 잘 모른다. 우리는 모두 그 시절을 지나서 왔지만 그 시간을 망각하는 만큼 성장했으므로. “그 책은 지금 읽었으니까 다른 책 골라서 사.” 어른은 새로운 책을 고르라 하지만 아이는 방금 읽은 책을 집에 데려가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어른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의 책을 굳이 살 필요 없다고 믿지만 아이는 좋아하는 책을 반복적으로 읽는 것이 더 즐겁다. 줄거리를 파악하면 책 한 권을 다 보았다고 생각하는 어른과 달리 아이는 책장을 열 때마다 새로운 그림을 발견하고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 수백 번은 들어 외울 정도였던 옛이야기를 날마다 반복해서 들려 달라고 어머니에게 졸라 댔던 기억을 떠올려 보자. 나이가 어린 아이일수록 반복을 통해 책을 즐기고 세상을 배운다. “그 책보다 이 책이 좋겠다.” 어린이가 한참 고민 끝에 고른 책을 한쪽으로 치우며 어른이 고른 책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 어른이 아이보다 좋은 책을 고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내 아이에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담긴 책을 선물하는 것은 당연하고 고상한 일이다. 다만 아이와 함께 책방에 왔다면 아이의 선택을 우선하는 것이 좋겠다. 아이가 여러 권의 책을 살펴 그중 한 권을 골라 사는 것, 그리고 그 책을 집에 가져가 짬짬이 다시 펼쳐 보며 즐기는 것, 이 과정 전체가 온전히 ‘내 책’을 소유하고 행복한 독서를 체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지금 그 아이에게 자기가 고른 것만큼 좋은 책은 없다. 어떤 책은 어린이가 읽기에 부족해 보이기도 하고, 어떤 책은 어린이가 보기에 부적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책방지기들은 어린이들이 보기에 좋은 책들로만 서가를 채우기 위해 늘 노력한다. ‘어린이도서연구회’나 ‘행복한 아침독서’처럼 공신력 있는 어린이 독서 단체의 추천 리스트를 참고해 자기 지역의 어린 독자들과 만날 책들을 준비하고 있으니 아이들이 더 자유롭게 스스로 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좋겠다. 아이와 함께 책방을 찾을 때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멋진 책 한 권을 골라 주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모처럼 찾은 책방에서 어른과 어린이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면 좋겠다. 다음에도 아이가 웃는 얼굴로 책방 문을 연다면 성공.
  • 흙냄새·새소리·개미… 숲에서 만난 모두 관악 아이들의 친구

    흙냄새·새소리·개미… 숲에서 만난 모두 관악 아이들의 친구

    “다름반 친구들, 이 애벌레 어때요?” 지난 3일 서울 관악구 청룡산 유아숲체험원 프로그램에 참가한 5세반 어린이들에게 꿈틀거리는 애벌레를 보여 주자 아이들에게선 의외의 대답이 튀어나왔다. 한 여자아이는 “애벌레가 예뻐요”라고 했고 한 남자아이는 “무지개 색이에요”라고 외쳤다. 이날 관찰을 위해 숲에서 애벌레를 채집하던 도중 아이들이 줄지어 지나가는 개미들을 발견하자 유아숲지도사는 “우리가 개미보다 힘이 세니까 지켜 줘야 해. 우리가 비켜 줄까?”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폴짝 옆으로 뛰어 개미떼에게 길을 양보했다. 지역 내 많은 녹지를 품은 관악구는 빽빽한 빌딩 숲에 사는 어린이들이 흙냄새와 새소리, 작고 다양한 생물들을 접할 기회를 잃지 않도록 생태감수성을 길러 줄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청룡산에 마련된 유아숲체험원은 국내 제1호 유아숲체험원이다. 완만한 경사에 울창한 숲이 있어 어린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비 오는 날을 대비해 도롱뇽 알 모양 외관의 실내 수업 공간도 마련돼 있다. 관악 유아숲체험원은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 3월부터 11월까지 문을 연다. 어린이집 등에서 정기이용기관으로 등록하면 유아숲지도사와 주 1회 숲 활동에 나선다. 개인 이용객들은 서울시공공예약서비스를 통해 정기이용기관의 숲체험 이후인 오후 4시부터 체험 신청을 할 수 있다. 별도의 수업 의뢰가 있으면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청룡산 청설모들이 뛰노는 모습을 보며 나뭇잎 퍼즐을 즐길 수 있다. 포근한 봄 날씨 속 5세반 어린이 12명이 체험원을 찾은 이날은 멋진 깃을 가진 ‘어치’가 큰 울음소리를 내며 아이들을 반겼다. 여름에는 매미 소리와 우거진 숲을 경험할 수 있다. 가을에는 지렁이와 거미, 단풍을 만나는 시간이 준비돼 있다. 겨울엔 산도 겨울잠을 잘 수 있도록 유아숲체험원도 잠시 멈춘다. 관악구는 청룡산 외에도 낙성대, 선우공원, 당곡, 삼성동, 대학동, 인헌동 등 지역 내 7군데에 유아숲체험원을 운영하고 있다. 강희진 청룡산 유아숲지도사는 “오감으로 자연 사계절의 변화를 체험하며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자연스레 체험을 통해 배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 “피 토한 사망자 옷도 못 갈아입히고 화장”… 존엄한 죽음은 없었다

    “피 토한 사망자 옷도 못 갈아입히고 화장”… 존엄한 죽음은 없었다

    자택서 숨지면 30분 안에 수습손도 못 잡아보고 눈물의 이별요양병원 노인 “살려달라” 호소 남편 떠나고 보름 뒤 아내 숨져화장장 오는 신생아 너무 참담죄책감 클 유족들 껴안아 줘야“엄마, 엄마… 다음 생에도 내 엄마로 태어나 주세요. 내가 못해 드린 게 너무 많아.” 중년 남성이 서울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서러운 아이처럼 오열한다. 사랑하는 엄마가 눈앞에 있는데 손을 잡을 수도, 얼굴을 쓰다듬을 수도 없다. “자, 이제 이동하겠습니다.” 옆에서 때를 보던 다른 남자가 담담히 말한다. 장의사(장례지도사) 이상재(54)씨다. 코로나19로 숨진 망자는 불투명한 녹색 방수 플라스틱백에 봉해진다. 투명 비닐 창으로 얼굴만 겨우 볼 수 있다. 아들은 “왜 작별 인사도 못하게 하느냐”며 따져 묻는다. 이씨도 이 비정한 작별법을 이해할 수 없다. 위에서 내려온 규칙을 따를 뿐이다. 존엄한 죽음이 허락되지 않았던 지난 2년여간 이씨가 숱하게 봐온 풍경이다. 먼저 떠난 가족의 얼굴을 몇 초라도 봤다면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정부의 ‘선(先) 화장 후(後) 장례’ 지침 때문에 유족들은 유골함만 건네받았다. 엔데믹(코로나19의 풍토병화)의 시대.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모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장례 절차도 예전처럼 돌아왔다. 25년차 베테랑인 이씨는 “애도하지 못한 죽음은 유족에게 말 못할 상처를 남긴다”면서 “엔데믹을 선언하더라도 남은 자의 트라우마를 껴안는 게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와 동료들이 수습·운구했던 코로나19 사망자는 약 2000명. 지난 2년여간 목격한 죽음에 대해 물었다.“자택에서 숨진 코로나 사망자를 수습하는 건 상당히 힘들었어요. 솔직히 끔찍했죠.” 이씨는 힘든 기억을 억지로 떠올려 본다. 적지 않은 사망자들이 온 바닥에 피를 토하고 떠난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별별 죽음을 다뤄 왔지만, 이번엔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코로나19 사망자는 자신이 살던 집에서 최대한 빨리,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 했다. 이웃이 느끼는 공포감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지연되면 민원이 들어온다. 딱 30분. 이씨와 3명의 동료에게 허락된 시간이다. 급한 이삿짐 싸듯 움직여야 한다. 죽은 자의 존엄을 따질 겨를은 없다. 방호복과 마스크, 두 겹의 장갑과 덧신, 고글, 페이스실드까지 쓰고는 관을 들고 망자의 집으로 올라간다. 시신을 마주하면 소독약부터 뿌린다. 옷을 깨끗이 갈아입힐 틈도 없다. 수세포(홑이불)로 시신을 한번 감싼 뒤 비닐팩으로 밀봉한다. 시신 전용 밀봉백(보디백)으로 한 차례 더 봉하고, 관에 넣으면 옮길 준비는 끝난다. 곧장 화장장으로 향한다. 보통 3일장에서는 수시(시신의 머리와 팔다리를 가지런히 하는 것), 염습(시신을 씻겨 수의를 입히는 것), 입관(염한 시신을 관에 넣는 것) 등을 거치며 예를 다한다. 코로나19 사망자에게는 이조차 사치다. “사망 직전까지 오한에 떨던 고인을 이불로 덮어놓은 경우가 많아요. 그럼 이불째 밀봉백에 넣죠. 시간이 없으니까요.” 사연 없는 죽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지난 2년간은 유독 안타까운 일이 많았다. “시신을 수습해야 할 주소를 봤더니 보름 전에 갔던 곳인 거예요. ‘잘못 들어왔나’ 싶었죠. 알고 보니 남편이 먼저 떠난 뒤 15일 만에 부인도 코로나로 돌아가신 것이었어요.” 이름조차 가져보지 못한 신생아가 코로나19로 숨져 화장장에 오기도 했다. 손주 울음소리도 듣지 못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말없이 흐느꼈다. 또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사망자를 수습하는 일도 고통스러웠다. “병실에 들어가면 80~90대 어르신 8명이 천장을 보고 다닥다닥 붙어 누워 계세요. 거기에 확진 사망자가 섞여 있죠. 살아계신 어르신과 눈을 안 마주치려고 노력했어요. 곁의 노인이 떠난 걸 알면 어떤 감정이 드실지 가늠조차 어렵잖아요. 저희 작업을 애써 외면하는 분도, 측은히 바라보시는 분도 계세요. 가끔 ‘살려 달라’고 외치시는 분도 있죠. 정말 지옥 같았어요.” 장례는 남은 자들을 위한 치유의 절차다. 유족은 망자를 진심으로 애도하며, 동시에 자신의 상처도 어루만진다. 이씨는 평소 장례 때 관을 닫기 전 가족들에게 고인의 손, 발을 한번 잡아드리라고 권한다. 살아생전 못 구한 용서를 빌라는 취지다. “그게 우리의 마지막 역할이에요. 발 한번 잡는다고 용서되는 건 아니겠죠. 하지만 고인과 함께한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마음이 조금 자유로워질 수도 있고, 원망과 후회가 남을 수도 있죠. 코로나 때는 이 의식이 불가했어요.” 지난 2년여간 국내 코로나 사망자(25일 기준)는 모두 2만 2243명. 이들의 직계가족만 심리적 충격을 받았다고 가정해도 6만 8000명(4인 가구 기준)에 달한다. 코로나19 대응에 의료 자원을 쏟아붓느라 제때 치료받지 못해 숨진 다른 질환 사망자와 백신 부작용에 따른 사망자 등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이 말했다. “가족 내 전염으로 ‘나 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건 아닐까’라고 큰 죄책감을 느끼는 유족들이 있어요. 애도는 상실을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런데 장례를 제대로 못 치렀다면 돌아가신 분을 그리워하고, 위로를 주고받는 행위를 할 수 없어 모든 게 부정당하는 느낌이었을 겁니다.” 그는 주변인들이 망자에 대한 언급을 애써 피하는 것보다는 이름도 부르고, ‘정말 좋은 분이셨다’고 감정도 나누는 게 유족에게는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적어도 코로나19와 그 여파로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이씨는 갑갑한 표정으로 말했다. “코로나는 우리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었어요. 이후에도 고통을 겪을 이들을 위로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팬데믹(대유행) 때 현장에서 치열하게 지냈던 이들이 있었다는 것도 기억해 줬으면 해요.”
  • “피 토한 사망자 옷도 못 갈아입히고 화장”… 존엄한 죽음은 없었다

    “피 토한 사망자 옷도 못 갈아입히고 화장”… 존엄한 죽음은 없었다

    자택서 숨지면 30분 안에 수습손도 못 잡아보고 눈물의 이별요양병원 노인 “살려달라” 호소 남편 떠나고 보름 뒤 아내 숨져화장장 오는 신생아 너무 참담죄책감 클 유족들 껴안아 줘야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25일부터 2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1급으로 지정된 지 2년 3개월여 만이다. 이행기를 거쳐 다음달 하순부터는 확진자의 격리 의무도 사라진다.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가는 시점에 장의사(장례지도사) 이상재(54)씨를 만났다. 그와 동료들이 지난 2년간 수습·운구했던 코로나19 사망자는 약 2000명. 왜 우리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이 죽음들을 기억해야 하는지 물었다. “엄마, 엄마… 다음 생에도 내 엄마로 태어나 주세요. 못해 드린 게 너무 많아.” 중년 남성이 서울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서러운 아이처럼 오열한다. 사랑하는 엄마가 눈앞에 있는데 손을 잡을 수도, 얼굴을 쓰다듬을 수도 없다. “자, 이제 이동하겠습니다.” 옆에서 때를 보던 다른 남자가 담담히 말한다. 이상재씨다. 코로나19로 숨진 망자는 불투명한 녹색 방수 플라스틱백에 봉해진다. 투명 비닐 창으로 얼굴만 겨우 볼 수 있다. 아들은 “왜 작별 인사도 못하게 하느냐”며 따져 묻는다. 이씨도 이 비정한 작별법을 이해할 수 없다. 내려온 규칙을 따를 뿐이다. 존엄한 죽음이 허락되지 않았던 지난 2년여간 이씨가 숱하게 봐 온 풍경이다. 먼저 떠난 가족의 얼굴을 몇 초라도 봤다면 운이 좋은 편이다. 정부의 ‘선(先) 화장 후(後) 장례’ 지침 때문에 유족들은 유골함만 건네받았다. 25년차 베테랑인 이씨는 “애도하지 못한 죽음은 유족에게 말 못할 상처를 남긴다”면서 “엔데믹(코로나의 풍토병화)을 선언하더라도 남은 자의 트라우마를 껴안는 게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말했다. “자택에서 숨진 코로나 사망자를 수습하는 건 상당히 힘들었어요. 솔직히 끔찍했죠.” 이씨는 힘든 기억을 억지로 떠올려 본다. 적지 않은 사망자들이 온 바닥에 피를 토하고 떠난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별별 죽음을 다뤄 왔지만, 이번엔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코로나19 사망자는 자신이 살던 집에서 최대한 빨리, 흔적 없이 사라져야 했다. 이웃이 느끼는 공포감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지연되면 민원이 들어온다. 딱 30분. 이씨와 3명의 동료에게 허락된 시간이다. 급한 이삿짐 싸듯 움직여야 한다. 방호복과 마스크, 두 겹의 장갑과 덧신, 고글, 페이스실드까지 쓰고는 관을 들고 망자의 집으로 올라간다. 시신을 마주하면 소독약부터 뿌린다. 옷을 깨끗이 갈아입힐 틈도 없다. 수세포(홑이불)로 시신을 한번 감싼 뒤 비닐팩으로 밀봉한다. 시신 전용 밀봉백(보디백)으로 한 차례 더 봉하고, 관에 넣으면 옮길 준비는 끝난다. 곧장 화장장으로 향한다.보통 3일장에서는 수시(시신의 머리와 팔다리를 가지런히 하는 것), 염습(시신을 씻겨 수의를 입히는 것), 입관(염한 시신을 관에 넣는 것) 등을 거치며 예를 다한다. 코로나19 사망자에게는 이조차 사치다. “오한에 떨던 고인을 이불로 덮어놓은 경우가 많아요. 그럼 이불째 밀봉백에 넣죠. 시간이 없으니까요.” 사연 없는 죽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지난 2년간은 유독 안타까운 일이 많았다. “시신을 수습해야 할 주소를 봤더니 보름 전에 갔던 곳인 거예요. ‘잘못 들어왔나’ 싶었죠. 알고 보니 남편이 먼저 떠난 뒤 15일 만에 부인도 코로나로 돌아가신 것이었어요.” 신생아가 코로나19로 숨져 화장장에 오기도 했다. 손주 울음소리도 듣지 못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말없이 흐느꼈다. 또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사망자를 수습하는 일도 고통스러웠다. “병실에 들어가면 80~90대 어르신 8명이 천장을 보고 다닥다닥 붙어 누워 계세요. 거기에 확진 사망자가 섞여 있죠. 살아계신 어르신과 눈을 안 마주치려고 노력했어요. 곁의 노인이 떠난 걸 알면 어떤 감정이 들지 가늠조차 어렵잖아요. 저희 작업을 애써 외면하는 분도, 측은히 바라보시는 분도 계세요. 가끔 ‘살려 달라’고 외치시는 분도 있죠. 정말 지옥 같았어요.” 장례는 남은 자들을 위한 치유의 절차다. 유족은 망자를 진심으로 애도하며, 동시에 자신의 상처도 어루만진다. 이씨는 평소 장례 때 관을 닫기 전 가족들에게 고인의 손, 발을 한번 잡아드리라고 권한다. 살아생전 못 구한 용서를 빌라는 취지다. “그게 우리의 마지막 역할이에요. 발 한번 잡는다고 용서받는 건 아니겠죠. 하지만 고인과 함께 한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마음이 조금 자유로워질 수도 있고 원망과 후회가 남을 수도 있죠. 코로나 때는 이 의식이 불가했어요.” 지난 2년여간 국내 코로나19 사망자(25일 기준)는 모두 2만 2243명. 이들의 직계가족만 심리적 충격을 받았다고 가정해도 6만 6000명(4인 가구 기준)에 달한다. 코로나19 대응에 의료 자원을 쏟아붓느라 제때 치료받지 못해 숨진 다른 질환 사망자와 백신 부작용 사망자 등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이 말했다. “가족 내 전염으로 ‘나 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건 아닐까’라고 죄책감을 크게 느끼는 유족들이 있어요. 애도는 상실을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런데 장례를 제대로 못 치렀다면 돌아가신 분을 그리워하고, 위로를 주고받는 행위를 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는 주변인들이 망자에 대한 언급을 애써 피하는 것보다는 이름도 부르고, ‘정말 좋은 분이셨다’고 감정도 나누는 게 유족에게는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적어도 코로나와 그 여파로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이씨는 갑갑한 표정으로 말했다. “코로나는 우리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었어요. 이후에도 고통을 겪을 이들을 위로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죠. 팬데믹(대유행) 때 현장에서 치열하게 지냈던 이들이 있었다는 것도 기억해 줬으면 해요. 저희처럼요.”
  • “‘살려달라’던 요양병원 노인들, 잊을 수 없죠” 존엄한 죽음은 없었다

    “‘살려달라’던 요양병원 노인들, 잊을 수 없죠” 존엄한 죽음은 없었다

    25년차 장의사 이상재씨가 말하는 코로나 2년숨지면 ‘최대한 빨리, 흔적 없이’ 사라져야신생아 손자 사망에 들렸던 조부모의 흐느낌“장례는 남은 자의 치유 절차…코로나도 빼앗겨”코로나 사망자 2만 여명 유족들, 애도 절차 못 거쳐“남은 자들의 트라우마 껴안는 게 우리 모두의 몫”“엄마, 엄마… 다음 생에도 내 엄마로 태어나 주세요. 못해 드린 게 너무 많아.” 중년 남성이 서울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서러운 아이처럼 오열한다. 사랑하는 엄마가 눈앞에 있는데 손을 잡을 수도, 얼굴을 쓰다듬을 수도 없다. “자, 이제 이동하겠습니다.” 옆에서 때를 보던 다른 남자가 담담히 말한다. 이상재씨다. 코로나19로 숨진 망자는 불투명한 녹색 방수 플라스틱백에 봉해진다. 투명 비닐 창으로 얼굴만 겨우 볼 수 있다. 아들은 “왜 작별 인사도 못하게 하느냐”며 따져 묻는다. 이씨도 이 비정한 작별법을 이해할 수 없다. 내려온 규칙을 따를 뿐이다. 존엄한 죽음이 허락되지 않았던 지난 2년여간 이씨가 숱하게 봐 온 풍경이다. 먼저 떠난 가족의 얼굴을 몇 초라도 봤다면 운이 좋은 편이다. 정부의 ‘선(先) 화장 후(後) 장례’ 지침 때문에 유족들은 유골함만 건네받았다. 25년차 베테랑인 이씨는 “애도하지 못한 죽음은 유족에게 말 못할 상처를 남긴다”면서 “엔데믹(코로나의 풍토병화)을 선언하더라도 남은 자의 트라우마를 껴안는 게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말했다. 시신 수습 때 주어진 시간 30분…망자에 예를 다하는 것도 사치 “자택에서 숨진 코로나 사망자를 수습하는 건 상당히 힘들었어요. 솔직히 끔찍했죠.” 이씨는 힘든 기억을 억지로 떠올려 본다. 적지 않은 사망자들이 온 바닥에 피를 토하고 떠난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별별 죽음을 다뤄 왔지만, 이번엔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코로나19 사망자는 자신이 살던 집에서 최대한 빨리, 흔적 없이 사라져야 했다. 이웃이 느끼는 공포감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지연되면 민원이 들어온다. 딱 30분. 이씨와 3명의 동료에게 허락된 시간이다. 급한 이삿짐 싸듯 움직여야 한다. 방호복과 마스크, 두 겹의 장갑과 덧신, 고글, 페이스실드까지 쓰고는 관을 들고 망자의 집으로 올라간다. 시신을 마주하면 소독약부터 뿌린다. 옷을 깨끗이 갈아입힐 틈도 없다. 수세포(홑이불)로 시신을 한번 감싼 뒤 비닐팩으로 밀봉한다. 시신 전용 밀봉백(보디백)으로 한 차례 더 봉하고, 관에 넣으면 옮길 준비는 끝난다. 곧장 화장장으로 향한다. 보통 3일장에서는 수시(시신의 머리와 팔다리를 가지런히 하는 것), 염습(시신을 씻겨 수의를 입히는 것), 입관(염한 시신을 관에 넣는 것) 등을 거치며 예를 다한다. 코로나19 사망자에게는 이조차 사치다. “오한에 떨던 고인을 이불로 덮어놓은 경우가 많아요. 그럼 이불째 밀봉백에 넣죠. 시간이 없으니까요.”사연 없는 죽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지난 2년간은 유독 안타까운 일이 많았다. “시신을 수습해야 할 주소를 봤더니 보름 전에 갔던 곳인 거예요. ‘잘못 들어왔나’ 싶었죠. 알고 보니 남편이 먼저 떠난 뒤 15일 만에 부인도 코로나로 돌아가신 것이었어요.” 신생아가 코로나19로 숨져 화장장에 오기도 했다. 손주 울음소리도 듣지 못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말없이 흐느꼈다. 또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사망자를 수습하는 일도 고통스러웠다. “병실에 들어가면 80~90대 어르신 8명이 천장을 보고 다닥다닥 붙어 누워 계세요. 거기에 확진 사망자가 섞여 있죠. 살아계신 어르신과 눈을 안 마주치려고 노력했어요. 곁의 노인이 떠난 걸 알면 어떤 감정이 들지 가늠조차 어렵잖아요. 저희 작업을 애써 외면하는 분도, 측은히 바라보시는 분도 계세요. 가끔 ‘살려 달라’고 외치시는 분도 있죠. 정말 지옥 같았어요.” 장례는 남은 자들을 위한 치유의 절차다. 유족은 망자를 진심으로 애도하며, 동시에 자신의 상처도 어루만진다. 이씨는 평소 장례 때 관을 닫기 전 가족들에게 고인의 손, 발을 한번 잡아드리라고 권한다. 살아생전 못 구한 용서를 빌라는 취지다. “그게 우리의 마지막 역할이에요. 발 한번 잡는다고 용서받는 건 아니겠죠. 하지만 고인과 함께 한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마음이 조금 자유로워질 수도 있고 원망과 후회가 남을 수도 있죠. 코로나 때는 이 의식이 불가했어요.”지난 2년여간 국내 코로나19 사망자(25일 기준)는 모두 2만 2243명. 이들의 직계가족만 심리적 충격을 받았다고 가정해도 6만 6000명(4인 가구 기준)에 달한다. 코로나19 대응에 의료 자원을 쏟아붓느라 제때 치료받지 못해 숨진 다른 질환 사망자와 백신 부작용 사망자 등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이 말했다. “가족 내 전염으로 ‘나 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건 아닐까’라고 죄책감을 크게 느끼는 유족들이 있어요. 애도는 상실을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런데 장례를 제대로 못 치렀다면 돌아가신 분을 그리워하고, 위로를 주고받는 행위를 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는 주변인들이 망자에 대한 언급을 애써 피하는 것보다는 이름도 부르고, ‘정말 좋은 분이셨다’고 감정도 나누는 게 유족에게는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적어도 코로나와 그 여파로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이씨는 갑갑한 표정으로 말했다. “코로나는 우리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었어요. 이후에도 고통을 겪을 이들을 위로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죠. 팬데믹(대유행) 때 현장에서 치열하게 지냈던 이들이 있었다는 것도 기억해 줬으면 해요. 저희처럼요.”
  • 상하이·베이징 감염 비상… ‘봉쇄 절규’ 주민 동영상 확산

    상하이·베이징 감염 비상… ‘봉쇄 절규’ 주민 동영상 확산

    ‘제로 코로나’ 기조를 고수하는 중국에서 양대 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 모두 비상이 걸렸다. 한 달 가까이 봉쇄가 이어지는 상하이에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수도 베이징에서도 학교를 통한 ‘조용한 전파’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24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에 따르면 전날 상하이 코로나19 신규 사망자는 39명으로, 지난달 집단 감염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았다. 누적 사망자도 87명으로 늘었다. 하루 상하이 감염자 수 역시 2만 1058명(무증상 1만 9657명)에 달했다. 상하이 보건 당국은 기자회견에서 “사망자의 평균 연령은 78.7세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튜브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중국 정부의 고강도 방역 정책으로 고통받는 상하이 주민들의 절규가 담긴 ‘4월의 목소리’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엄격한 격리로 부모와 떨어지게 된 영아의 울음소리, 병이 중한 아버지를 받아 주는 병원이 없다는 자식의 호소, 배달 음식도 받지 못하게 하는 데 대한 항의, 거주단지 출입구가 봉쇄되자 “불이 나면 어떻게 하느냐”며 울먹이는 주민의 목소리 등이 쏟아졌다. 현재 이 영상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바이두(포털 사이트) 등 중국 플랫폼에서는 쉽게 검색이 되지 않는다. 당국의 검열이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가장 엄격하게 감염병을 관리하는 베이징에서도 전날 2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 당국은 학교 등을 통해 지난 한 주간 ‘조용한 전파’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확진자가 나온 학교에 대한 등교 수업을 중단하고 확진자 거주지를 봉쇄했다. 그러나 이미 확진자가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장기간 외부 활동을 했다는 점 때문에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베이징시 방역 당국 관계자도 “감염자군이 다양하고 이들의 활동 범위가 넓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베이징이 상하이처럼 전면 봉쇄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 中, 상하이·베이징 모두 코로나 난리…‘조용한 전파‘ 확산

    中, 상하이·베이징 모두 코로나 난리…‘조용한 전파‘ 확산

    ‘제로 코로나’ 기조를 고수하는 중국에서 양대 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 모두 비상이 걸렸다. 한 달 가까이 봉쇄가 이어지는 상하이에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수도 베이징에서도 학교를 통한 ‘조용한 전파’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24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에 따르면 전날 상하이 코로나19 신규 사망자는 39명으로, 지난달 집단 감염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았다. 누적 사망자도 87명으로 늘었다. 하루 상하이 감염자 수 역시 2만 1058명(무증상 1만 9657명)에 달했다. 상하이 보건 당국은 기자회견에서 “사망자의 평균 연령은 78.7세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튜브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중국 정부의 고강도 방역 정책으로 고통받는 상하이 주민들의 절규가 담긴 ‘4월의 목소리’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엄격한 격리로 부모와 떨어지게 된 영아의 울음소리, 병이 중한 아버지를 받아 주는 병원이 없다는 자식의 호소, 배달 음식도 받지 못하게 하는 데 대한 항의, 거주단지 출입구가 봉쇄되자 “불이 나면 어떻게 하느냐”며 울먹이는 주민의 목소리 등이 쏟아졌다. 현재 이 영상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바이두(포털 사이트) 등 중국 플랫폼에서는 쉽게 검색이 되지 않는다. 당국의 검열이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가장 엄격하게 감염병을 관리하는 베이징에서도 전날 2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 당국은 학교 등을 통해 지난 한 주간 ‘조용한 전파’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확진자가 나온 학교에 대한 등교 수업을 중단하고 확진자 거주지를 봉쇄했다. 그러나 이미 확진자가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장기간 외부 활동을 했다는 점 때문에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베이징시 방역 당국 관계자도 “감염자군이 다양하고 이들의 활동 범위가 넓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베이징이 상하이처럼 전면 봉쇄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 “갓난 아기 쓰레기통에 버려” 20대 친모, 항소심도 징역 12년

    “갓난 아기 쓰레기통에 버려” 20대 친모, 항소심도 징역 12년

    갓난 아기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린 20대 친모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형사1부(부장 김유진)는 21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26)씨에 대한 항소심을 열고 “음식물 쓰레기통에 갓 태어난 아기를 버렸다는 점에서 엄벌의 필요성이 있다”고 기각하고 1심과 같은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청주시 흥덕구 한 음식점 쓰레기통(10ℓ)에 자신이 낳은 아기를 유기했다. 아기는 사흘 뒤 “쓰레기통 안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구조 당시 아기 몸에는 탯줄이 달려 있었고, 얼굴과 목 등에 깊은 상처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상처는 A씨가 유기하기 전에 상해를 입혀 생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에게 영아살해 미수 혐의를 적용했으나 검찰이 추가 범행을 밝혀내고 처벌 수위가 더 높은 살인미수로 변경했다.A씨는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또 지난달 8일 A씨에 대한 친권상실을 선고하고 후견인으로 현재 아기를 양육 중인 보호시설 대표자를 지정했다.
  • [서울광장] 동종·근친 교배의 함정/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동종·근친 교배의 함정/오일만 논설위원

    윤석열 시대를 여는 첫 단추부터 꼬이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첫 내각 인선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언론에서는 ‘서울대 출신의 60대 영남 인사’(서육남)로 요약되는 인사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념과 진영을 떠나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겠다”고 한 윤 당선인의 약속과는 거리가 멀다. 절친과 후배, 지인 등이 주축이 된 ‘이너 서클’이 내각으로 직행했다는 지적이다. 기계적 인선을 거부하고 ‘실력과 능력’을 앞세운 윤 당선인의 인사 기준도 물론 존중받아야 한다.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고 책임내각을 구현할 총리·장관 인선에서 최우선 고려 사항임이 틀림없다.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인사에는 늘 뒷말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이번 인선의 면면을 보면 도를 넘어선 느낌이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윤 당선인이 가장 아끼는 검찰 후배다. 법무부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무시할 정도로 고락을 함께한 ‘전우’에 가깝다.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상민 변호사는 윤 당선인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직속 후배다. 서울대 법대 2년 선배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윤 당선인이 사석에서 ‘영세 형’이라고 부를 정도다. ‘40년 지기’로 알려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윤 당선인이 대구 고검으로 ‘좌천’됐을 때 수시로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던 ‘절친’이라고 한다. ‘코드·편중 인사’도 나름 장점이 있을 수 있다. 같은 가치와 정서를 공유하는 인물들이 국정을 운영하면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책임 의식도 강해진다. 하지만 권력의 속성상 ‘우리가 남이가’로 통하는 진영 논리가 극대화되는 위험성이 잠재해 있다. 국회 권력을 장악한 뒤 폭주를 거듭하다 정권을 내 준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권력의 균형과 견제가 사라진 국정 운용의 폐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유행어를 만든 김영삼(YS) 전 대통령 집권기인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의 아픔을 기억한다. 이른바 경기고ㆍ서울대(KS) 학연과 부산ㆍ경남(PK) 지연으로 뭉친 당시 재경원 모피아들이 한국 경제를 어떻게 파국으로 몰아갔는지 국민들은 또렷이 목도했다. 밀어주고 당겨주며 요직을 독차지했던 이들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렸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실은 왜곡까지 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이 IMF 사태 직전에야 우리 경제의 실상을 파악하고 크게 노했다는 증언도 있다. 공직사회의 편중·코드 인사는 자연 생태계의 동종 교배와 유사한 측면이 많다. 1970~80년대 들녘마다 울려 퍼졌던 황소개구리의 울음소리가 그친 이유다. 능력(?)이 출중해 생태계를 장악했던 황소개구리는 동종·근친 교배를 반복하면서 적응력과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지금은 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다. 편중·코드 인사는 단기 내에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마이너스 요소가 많다. 균형과 견제의 룰이 깨지면서 끼리끼리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서 주거니 받거니 자신들의 이권 보호에 열을 올린다. 기회의 공정성이 사라지니 사회 전체의 역동성이 떨어진다. 공직사회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파국의 씨앗을 품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내내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권) 인사’라는 멍에를 짊어졌다. 첫 조각 당시 국회 청문회에서 3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할 정도로 국민들의 불신이 컸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당시 한때 황교안 전 총리를 제외하고 의전 서열 5위까지 영남 출신으로 채웠던 시기도 있었다. 두 전 대통령 모두 ‘능력과 실력 위주의 인사’라고 항변했던 기억이 새롭다. 포용 대신 이분법적 진영논리를 토대로 코드인사로 얼룩졌던 문재인 정부 역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윤 당선인의 첫 인선을 지켜보면서 정치의 요체인 ‘통합과 공존’의 가치가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 쓰레기차에서 압사 당할 뻔한 신생아...고양이 울음소리가 살렸다

    쓰레기차에서 압사 당할 뻔한 신생아...고양이 울음소리가 살렸다

    태어나자마자 탯줄도 끊지 않은 채 쓰레기더미 속에 버려진 신생아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아기가 버려진 시간은 쓰레기 수거차가 지나나기 직전이어서 기적적으로 구조되지 않았더라면 아기는 압사를 당할 뻔했다.   아르헨티나 수도권 모론에서 최근 벌어진 사건이다.   아기를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자전거를 타던 한 남자였다. 남자는 쓰레기가 쌓여 있는 사거리 모퉁이를 지나다가 우연히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쓰레기차가 수거하도록 주민들이 쓰레기를 모아 놓은 곳에서 나는 소리였다. 남자는 "고양이 우는 것과 비슷한 소리가 들리기에 어린 고양이가 버려진 줄 알았다"고 말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든 남자는 자전거를 세우고 쓰레기더미 사이를 살펴봤다. 고양이 울음 같은 소리는 버려진 한 쓰레기봉투 안에서 나고 있었다.   쓰레기봉투를 열어본 남자는 깜짝 놀랐다. 안에는 갓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 신생아가 들어 있었다. 누군가 행주 같은 천으로 싼 뒤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린 여자아기였다. 남자의 신고로 아기는 인근의 병원으로 후송됐다. 탯줄도 끊지 않은 아기는 병원이 추정할 때 태어난 지 3~4시간밖에 되지 않은 신생아였다.   약간의 저체온증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아기의 건강상태는 양호한 편이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CCTV를 확인, 아기를 버린 여자 용의자를 검거했다. CCTV에는 여자가 아기를 버린 뒤 잠시 쓰레기더미를 바라보더니 현장을 뜨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여자는 파라과이 국적의 42세 이민자였다. 경찰은 "여자가 버린 아기의 엄마로 추정되지만 아직 DNA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법에 따라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이 알려지자 지역 주민들은 "아기가 그때 발견된 건 천운"이라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남자가 울음소리를 듣고 아기를 발견한 건 쓰레기 수거차가 지나가기 약 30분 전이었다.  한 지역주민은 "쓰레기차 소리가 워낙 요란해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아기가 그대로 쓰레기차 뒤칸(적재함)에 던져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의 쓰레기 수거차는 모두 압착진개차다. 쓰레기 부피를 줄이기 위해 쓰레기를 압착하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마리아라는 이름의 한 주민은 "아무 것도 모르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쓰레기차에서 압사를 당할 뻔했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고 슬프다"고 말했다. 
  • 한교총 “분노와 절망 넘어 희망 증거하는 부활절 되길”…개신교계 17일 연합예배

    한교총 “분노와 절망 넘어 희망 증거하는 부활절 되길”…개신교계 17일 연합예배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11일 “분노와 절망을 넘어 희망을 증거하는 부활절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교총은 이날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지금은 어느 때보다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이 간절한 시대”라면서 “지구촌을 뒤덮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한숨소리, 산불로 삶의 터전이 잿더미가 된 울진·삼척의 탄식소리, 우크라이나 땅에서 들리는 총성과 울음소리가 우리의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세상은 이웃의 아픔에 아랑곳하지 않고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 무한경쟁을 일삼는 정글이 되고 말았다”며 “이러한 탐욕과 아집은 결국 모두를 대적하여 싸우는 절망의 미래를 만들고 말 뿐”이라고 덧붙였다. “증오와 보복과 원망의 소리가 가득한 이 세상에서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만이 유일한 소망”이라고 강조한 한교총은 “한국 교회는 울진·삼척 지역의 산불 피해를 지원하며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전개하고, 우크라이나의 전쟁종식과 평화를 기도하며 난민지원 활동을 펴고 있다”면서 “우리의 사랑을 나눔으로 고난받는 이들에 한 줄기 빛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개신교계는 17일 오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와 74개 교단이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를 올린다. 연합예배를 주최하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는 미리 낸 부활절 메시지에서 “예수님의 부활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기적이며, 축복의 사건”이라면서 “부활의 주님께서 절망에 처한 모든 사람에게 기쁨과 평안과 위대한 축복을 가져다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 ‘잘 다녀오라 했는데’...순직 해경 합동분향소 친척·동료·시민 조문 행렬

    ‘잘 다녀오라 했는데’...순직 해경 합동분향소 친척·동료·시민 조문 행렬

    제주 마라도 앞 먼 바다에서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항공대원 3명을 추모하기 위해 부산시민장례식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추모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10일 오전 부산시민장례식장에는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부기장 정두환(50) 경위, 정비사 차주일(42) 경장, 전탐사 황현준(27) 경장의 빈소가 마련됐다. 앞서 사고직후인 지난 8일 오전 2시 10분쯤 정 경위와 황 경장이 구조됐지만 숨진데 이어 실종됐던 차 경장도 사고 이틀째인 9일 오전 11시 18분쯤 바다 밑에 뒤집힌 상태로 가라앉아 있던 헬기 동체안에서 숨진채 발견돼 인양됐다. 해경은 동료 해양경찰관과 외부인사 등이 순직한 이들을 추모할 수 있도록 부산시민장례식장에 이날 오전 합동 분향소를 차렸다. 분향소에는 이날 아침부터 친척과 해경 동료, 일반 시민 등의 조문과 분향이 이어졌다. 고인들의 친척과 지인 등은 침통한 모습으로 분향소에 들어섰고, 유족은 친척들을 만나자 오열했다. 유족과 친척 등의 울음소리가 분향소 밖까지 들려 조문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친척들은 유족을 부둥켜 안으며 위로했다. 동료를 떠나보내기 위해 제복을 차려입고 방문한 해경 직원들은 분향소 안으로 들어서면서 동료를 잃은 슬픔에 울먹이며 조문과 분향을 했다. 사고가 나기 전 제주에서 차 경장을 만났다는 황성호(39) 제주소방안전본부 소방장은 “헬기 연료를 받기 위해 제주에 왔다고 하길래 잠시 만났는데, 불과 몇 시간 뒤 사고로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믿을 수가 없었다”면서 “야간에 멀리까지 비행을 가니 조심히 잘 다녀오라고 했는데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이봉환(48) 호남119특수구조대 전문경력관은 “해경 동기인 차 경장은 항상 끝까지 현장에 남아 일을 했던 친구였다”며 “언제 어디서든지 불평이나 불만 한마디 없이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 본받을 부분이 많았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그는 “차 경장과 조만간 밥을 먹기로 약속 했는데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시민들도 국가를 위해 현장에 투입됐다가 순직한 고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분향소를 찾았다. 분향소에서 만난 A씨는 “뉴스에서 헬기 추락사고 소식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파 분향소를 방문했다”며 “나라를 위해 일하다 순직한 고인들이 부디 영면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대만 해역에서 실종된 ‘교토 1호’ 수색에 투입됐다가 복귀하던 헬기(S-92)가 추락하면서 정 부기장 등 남해해경청 항공대원 3명이 순직했다. 순직한 해경대원 3명의 장례는 해양경찰장으로 12일까지 진행된다. 영결식은 12일 오전 10시 부산 강서실내체육관에서 엄수된다. 해경은 순직한 대원 3명에게 1계급 진급을 추서할 예정이다.국립묘지 안장과 국가유공자 지정 등 예우절차도 진행한다.
  • 4·3 깊은 애도... 윤 당선자는 추모 약속 지켰다

    4·3 깊은 애도... 윤 당선자는 추모 약속 지켰다

    4월 3일 오전 10시, 섬은 사이렌과 함께 묵념으로 1분간 모든 것이 멈췄다. 1분간 진혼곡이 울리던 그 시각, 김부겸 국무총리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등 참석자들은 고개를 숙인 채 제주 4·3사건 희생자의 넋을 기렸다. # 죽은 이는 부디 눈을 감고 산 자들은 서로 손을 잡으라 문재인 대통령은 추념식 메시지를 통해 “74주년 제주 4·3,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왔습니다. 제주는 상처가 깊었지만 이해하고자 했고, 아픔을 기억하면서도 고통을 평화와 인권으로 승화시키고자 했습니다. 다시금 유채꽃으로 피어난 희생자들과 슬픔을 딛고 일어서 유족들, 제주도민들께 추모와 존경의 인사를 드립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 ‘죽은 이는 부디 눈을 감고 산 자들은 서로 손을 잡으라’는 2020년 제주 하귀리 영모원에서 보았던 글귀가 선명하다”며 “아직 다하지 못한 과제들이 산 자들의 포용과 연대로 해결될 것이라 믿고 다음 정부에서도 노력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도 “오는 12일부터는 개정된 4·3특별법 에 따라서 4·3희생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이 가능해진다”며 “억울하게 희생되신 그 귀한 목숨과 긴 세월을 갚기에는 억만금의 보상금도 부족할 것이나, 이 보상을 통해서 희생자의 명예가 회복되고 유가족의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보상금 지급은 결코 희생자와 유가족 지원의 끝이 아니다. 이분들이 국가폭력에 빼앗긴 삶과 세월에 충분한 위로가 될 때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 특히 이날 추념식에는 윤 대통령 당선인이 참석해 추념식이 더 의미가 각별해졌다. 대통령 당선인이 4·3 추념식 참석은 처음이며 사실상 보수정권의 대통령으로서 첫 참석이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추념사를 통해 “우리는 4·3의 아픈 역사와 한 분, 한 분의 무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있다. 억울하단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소중한 이들을 잃은 통한을 그리움으로 견뎌온 제주도민과 제주의 역사 앞에 숙연해진다”고 말한 뒤 “희생자들의 영전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하며 고통의 세월을 함께하며 평화의 섬 제주를 일궈낸 유가족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추도했다. 이어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며,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이라며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생존 희생자들의 아픔과 힘든 시간을 이겨내 온 유가족들의 삶과 아픔도 국가가 책임 있게 어루만질 것을 거듭 약속해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국정과제 추진이 차기 정부에서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과거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74년이 지난 오늘 이 자리에서도 이어지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과거는 우리가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비극에서 평화로 나아간 4.3 역사의 힘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곳 제주 4.3 평화공원이 담고 있는 평화와 인권의 가치가 널리 퍼져나가 세계와 만날 수 있도록 새 정부에서도 노력하겠다”고 다시한번 약속했다. 그는 “지난 2월, 제가 이 곳을 찾았을 때 눈보라가 쳤는데 오늘 보니 제주 곳곳에 붉은 동백꽃이 만개해 완연한 봄이 왔다”며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가슴에도 따뜻한 봄이 피어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추모해 주시겠다는 약속을 지키시어 함께 해 주심에 감사드린다”며 “후보때 약속하신 4·3해결 공약을 인수위원회에서 국정과제로 채택해주시고 해결해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 국민통합의 시대를 여는 대통령이 되어 달라”고 말했다. # 돌아가시는 순간에도 출생 신고도 하지 못한 그 아들을 향해 “도망가라 아가야, 어서 도망가” 이날 유족 사연은 조부, 부친, 동생이 희생자로 결정된 1세대 유족 강춘희(77·삼도2동) 어르신의 사연을 배우 박정자 씨가 독백하며 어르신의 마음을 표현, 더 큰 울림을 전했다. 행방불명 희생자로 결정된 강춘희 어르신의 부친(故 강병흠)은 토벌대 연행 후 행방불명됐으며, 역시 행방불명 희생자인 조부(故 강익수)는 일반재판 수형인으로 지난 3월 29일 무죄판결을 받아 70여 년 만에 오랜 한을 풀었다. 4·3사건 당시 한 살이던 강춘희 어르신의 남동생(故 강원희)은 4·3사건 당시 상해의 후유증으로 3세에 사망했으며, 제7차 추가신고 시 희생자로 신청해 지난 3월 14일 희생자로 결정됐다. 강 어르신은 유족 사연에서 “저는 4·3으로 제 가족을 모두 잃었다”면서 “토벌대에 연행되어 지금도 소식을 알 길 없고,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 모진 고문 속에 목포형무소로 이송 중 돌아가신 할아버지, 주정 공장에 잡혀간 어머니와 한 살 배기 젖먹이 내 동생은 아무것도 모르고 배고파 우는 울음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어머니와 함께 매를 맞고 그 후유증으로 3살 때까지 걷지도 못하다 세상을 떴다. 4.3은 화목했던 우리 가족을 모두 빼앗아 가 버렸다. 살아남은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6살의 저는 참으로 막막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강 어르신은 “주정공장에서 뼈마디가 부러지는 구타를 당한 어머니는 아픔과 한을 품은 채 사시다 모든 기억을 지워버리는 치매에 걸려 돌아가셨다”며 “(4.3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도망가라 아가야, 어서 도망가, 저 대나무밭 속으로, 담 너머 어서 숨어라. 우리 어머니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불구덩이 속에서 어린 제 동생을 구하고 계셨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게 가여워 출생 신고도 하지 못한 그 아들 말이다”고 토로했다. 강 어르신의 사연이 소개되는 동안 유족들은 크게 흐느꼈다. 유족 사연이 끝나자 가수 양지은의 추모곡 ‘상사화’가 잔잔하게 울려퍼지면서 장내는 더욱 숙연해졌다. 한편, 구만섭 제주특별자치도 권한대행은 “제주도정은 4·3의 진상규명과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정성을 다해 과거사 청산의 모범이 되도록 4·3의 완전한 해결을 이뤄나가겠다”고 밝혔다.
  • 노인 진료비 급증, 임신·출산 진료비 급감

    노인 진료비 급증, 임신·출산 진료비 급감

    고령 인구는 늘고 아기 울음소리는 잦아든 대한민국의 현실이 건강보험 진료비에서도 드러났다. 지난해 전체 진료비 중 노인진료비 비중이 43.4%까지 치솟았고, 임신·출산 진료비는 전년보다 22.8%나 감소했다. 건강보험공단이 30일 발간한 ‘2021 건강보험 주요통계’를 보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15년 622만명에서 2018년 709만명, 지난해 832만명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건강보험 적용 인구 중 노인의 비중도 2015년 12.3%, 2018년 13.9%, 지난해 16.2%로 커졌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며 건강보험 총진료비도 매년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 총 진료비는 93조 5011억원으로, 전년(86조 9545억원)보다 7.5% 증가했고, 65세 이상 진료비는 40조 6129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43.4%를 차지했다. 2015년만 해도 37.6%였는데, 2018년 40%를 넘어서더니 갈수록 증가세다. 65세 이상 1인당 월평균 진료비는 41만 5887원으로, 전체 월평균 15만 1613원의 2.7배 수준이다. 반면 임신·출산 진료비는 출생아 수가 줄며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인다. 2015년 2301억원이던 진료비가 2020년 1990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는 1537억원까지 내려앉았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7월 임신·출산진료비 지원(단태아 기준 60만원→100만원) 확대의 영향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단일 요인으로 보기에는 감소폭이 크다. 가구당 월평균 보험료는 12만 2201원으로 전년보다 7.1% 증가했다. 직장 가입자는 13만 3591원, 지역 가입자는 9만 7221원을 월 보험료로 내고 있고, 1인당 월평균 보험료는 6만 5211원이다.
  • 확진 임신부 2시간 넘게 병원 찾다 구급차서 출산

    확진 임신부 2시간 넘게 병원 찾다 구급차서 출산

    출산을 앞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임신부가 병실이 없어 2시간 넘게 산부인과를 찾다가 구급차 안에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25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24분쯤 인천 서구 청라동 한 주택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만삭의 임신부 A(34·여)씨가 진통을 호소한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둘째 아이를 임신한 지 39주째인 A씨는 신고 당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자택에서 격리 중이었다. 소방당국은 A씨의 출산이 임박한 상태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인근 산부인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확진자라 처치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어 확진 임신부를 수용하는 가천대 길병원에 연락했으나 이곳마저도 처치가 어렵다고 답했다. A씨를 이송할 산부인과 병원이 정해진 것은 신고가 접수된 지 1시간 30여 분만인 오후 8시쯤이다. 하지만 경기 안양시에 병원으로 가던 중 A씨에게 진통이 찾아오는 주기가 짧아졌고 양수마저 터졌다. 이에 소방대원들은 응급분만을 준비해 A씨는 신고 접수 2시간 10분 만인 당일 오후 8시 33분 구급차 안에서 무사히 남아를 출산했다. A씨와 아이는 건강한 상태로 병원에 도착했다. A씨의 응급 분만을 도운 소방대원은 “번번이 병원 이송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식은땀이 나면서 긴장됐다”며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고 전했다.
  • [김택규의 문화 잠망경] 동아시아의 어떤 연대감/번역가

    [김택규의 문화 잠망경] 동아시아의 어떤 연대감/번역가

    하타노 이소코의 ‘소년기’(우주소년·2018)는 태평양전쟁 말기 미군의 공습을 피해 시골에 피신해 있던 한 어머니와 중학생 아들이 나눈 4년간의 편지를 묶은 책이다. 1945년 8월 15일 마침내 일왕의 항복 방송이 나온 뒤, 아들은 어머니와 함께 거리에 나갔다가 즐거워하는 어머니의 표정을 읽고 그날 편지에서 분노를 표한다. “어머니가 전쟁을 싫어하셨다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모두 패전을 슬퍼하는데 어떻게 즐거워하실 수가 있죠? 안 그런 척 숨기실 수도 있잖아요.”라고 말이다. 나라를 위해 자기도 전장에 나가고 싶다고 한 ‘애국 소년’으로서는 당연한 항의였다. 비슷한 장면을 중국 작가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문학동네·2012)에서도 본 적이 있다. 1976년 9월 어느 날 아침 고교 2학년이었던 위화는 모든 교사와 친구들과 함께 학교 강당에 불려 간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의 위대한 영수 마오쩌둥 주석이 불행히도 지병으로 서거했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곧장 강당은 울음바다가 됐다. 1000여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우는 통에 위화도 덩달아 울긴 했지만 문득 이렇게 풍부하고 다채로운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는, 모두 울음소리 경연을 벌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잡을 수 없이 웃음이 나왔고 놀라서 앞 의자에 두 팔을 올린 채 그 위에 엎드려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나중에 친구들은 어깨까지 떨며 가장 슬프게 울더라고 그를 위로했다. 위 두 장면을 읽고 이른바 ‘동아시아적 연대감’을 느꼈다. ‘동아시아’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게 한중일 외에 대만과 북한의 역사에도 저 연대감에 속할 만한 장면이 숱하게 많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적 연대감은 자랑할 만한 장면들의 소산은 아니다. 모두 어린 시절 우상의 배반에서 비롯된다. 내게 그것은 매일 오후 6시 국기강하식 시간의 전국적인 ‘얼음 땡 놀이’의 기억으로 상징된다. 해가 질 무렵 학교와 관공서의 스피커에서 사이렌이 흘러나오면 길거리의 남녀노소, 자전거, 손수레까지 멈춰 서서 국가와 애국선열을 떠올리며 장중한 묵념에 빠졌다. 정확히 1971년 3월부터 1989년 1월까지 18년 동안 나와 친구들은 군사정권의 그 제식 놀이에 농락당했다. 우리는 우상의 시대에 태어나 우상화 교육을 받았기에 그것이 놀이인 줄 몰랐고 놀이가 끝났을 때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아이들의 순진한 정신까지 마비시키는 국가주의 교육의 시대는 우리에게서는 다행히 끝났다. 하지만 얼마 전 “대만은 우리 땅이에요. 그걸 부정하면 당연히 강제 점령해야죠”라는 중국인 제자의 말을 듣고 중국에서는 그것이 끝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래야 하지? 대만인도 같은 중국인이라면서?”라는 내 물음에 그는 머뭇대다가 “모르겠어요. 학교에서 그렇게 배워서인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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