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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웰빙시대 집값뉴스가 희망 꺾는다/김갑수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자고 일어나면 강남 집값이 1억원 올랐다고 하면서 정부의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고 뉴스는 전한다. 또한 정부의 집값 정책은 실패했다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과연 이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인가. 땀 흘려 고생하면서 꿈을 가지고 몇 년 후에 내 집을 장만하고자 하는 집 없는 사람들은 한숨만 쉬고 있는 처지가 된 듯하다. 며칠 전에 은평구에 살고 있는 후배로부터 연락이 왔다.16년 된 46평 아파트를 2억 5000만원에 팔고 옥수동의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고 한다. 후배 집에 몇 번 놀러가서 알고 있지만 후배 집은 쾌적하고 자식 공부시키기엔 좋은 곳이다. 흔히 강남권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강남, 서초, 송파, 강동 지역이 강북에 비해 도로가 넓고, 교통망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올해 들어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값이 폭등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강북권(중랑구, 강북구, 성북구, 노원구, 은평구, 동대문구)과의 평당 매매가 차이가 1019만원대에 달하고 있다.2002년에는 699만원의 차이였다. 필자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지만 환경공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그리고 언론에 호소하고 싶다. 먼저, 무주택 서민의 내집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일부의 선동적 분석은 진실과는 거리가 있다. 강남 집값에 맞춰 32평 내집 마련에 몇 년이 더 걸린다는 식의 잘못된 계산에 말려들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강남권은 평당 1556만원이지만, 강북권은 평당 697만원 수준이며, 강북에도 쾌적하고 살 만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평당 분양가가 1000만원이 넘는 판교의 고가 주택을 토론하면서 서민주택 운운하는 것은 잘못이다. 판교대책이 어긋난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서울시내만 해도 평당 500만원에서 800만원대는 골라서 살 수 있다. 국세청은 2,3차 조사에서 수백억원의 자금으로 특정단지의 특정평형을 집중 매입한 뒤 호가 조작을 통해 가격을 올려놓는 수법을 사용한 투기세력과, 실수요자가 아니면서 가격급등지역의 아파트를 사들인 투기적 수요자를 집중 조사한다고 한다. 그런데 1만명의 투기꾼 뒤에는 10만명의 예비 투기꾼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저금리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꾼들을 철저히 단속할 수 있어야 하며, 모든 거래를 투명하게 하고 투기 소득을 철저히 환수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400조원의 부동(浮動) 자금과 기업유보자금이 건전한 투자에 매력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소득증가에 따른 양질의 주택에 대한 시장 수요를 인정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판교급 신도시로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던 남양주(별내), 양주(옥정), 고양(삼송) 지역들이 빨리 개발될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특히, 고양 삼송지역의 경우 삼송역 일대 60여만평이 지구범위에서 빠짐에 따라 삼송역 일대인 북쪽 60여만평, 남쪽 90여만평이 별개의 섬처럼 따로 개발될 경우 부동산시장 정책의 성공은 물론 분당과 판교급의 신도시로서 성공할 수 없다. 또한 1차 및 2차를 합해 서울시 15개 지역 약 15만 8000가구의 강북 뉴타운 사업이 단순한 공급확대 외에도 생활수준 향상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도록 특수목적고의 신설, 공원 및 도로 등 공공용지 확보비율을 50% 정도 높이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뉴타운 사업이 가능한 한 빨리 추진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에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언론 또한 강남 집값이 하루아침에 1억씩 올랐느니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러한 보도는 강북에서 살면서 편안하고 멋있게 삶의 질을 제고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꺾는 일이다. 김갑수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토요일 아침에] 과학자를 위한 종교인의 변명/원철 스님 조계종 포교원 신도국장

    현대의 붉은 벽돌건물 앞 그리고 연구소를 배경으로 각각 양대종교의 고위 성직자와 세계적 과학자 사이에서 벌어진 웃음 이면의 긴장감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염화미소로 서로의 참마음을 읽어내는 21세기적 사건 두 컷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과학자도 종교인도 시대와 국토를 잘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나라 안팎의 보통사람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으면서 연구와 의사표시를 소신껏 할 수 있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그 무거웠던 모든 짐을 분담해버린 종교인 역시 참으로 행복한 시절입니다. 그동안의 몸살이 한 고비 지나가고 이제 모두가 냉정하게 또 한번 자기자리를 되돌아보아야 하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종교적 영역은 사실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신념의 영역에 더 가까운 것입니다. 따라서 그 종교적 가치관을 받아들이기를 몸과 마음으로 동의하는 사람들에게만 유효한 가치체계라는 한계를 지닙니다.‘창조론’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진화론자에게 창조론을 억지로 권하려고 든다면 이를 당사자는 수긍하기가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창조론을 받아들이는 종교인구보다도 더 많은 인구가 연기론(緣起論)종교인 불교를 믿거나 혹은 무종교인이라는 사실도 우리사회의 엄연한 현실입니다. 배아줄기세포 반대 이유인 ‘생명 존중’의 의견 뒤에는 이렇게 가려진 창조론적 세계관이 버티고 있다는 것이 이 논쟁이 가지는 이중성으로 보입니다. 그 뒤에 나온 수없는 여러 근본주의 논객들의 갖가지 담론도 모두가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과학적 지식영역은 과학자가 더 전문가일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하고 열린 사회에서 일류과학자라고 불릴 정도면 그만한 가치관과 세계관과 인류애의 번민을 소유한 성숙한 인간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어쩜 종교인보다도 과학기술의 도덕성 문제에 대하여 더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외람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종교인의 번뇌라고 하는 것은 삶 자체가 현실적 일상에서 비켜나 있기 때문에 선지자적 사명감에 의거한 추상론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종교인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관념적 원리주의’는 대중에 대한 호소력이 오히려 과학자보다도 상대적으로 더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런 측면에서만 본다면 어쩜 종교인들이 가장 ‘꼴보수’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과연 이 시대의 종교인의 바람직한 모습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그동안 ‘황우석 논쟁’을 지켜보면서 과학적 안목없이 단지 ‘종교적 윤리적 의무감’으로 한 마디씩 하는 이유는 그 종교 구성원들의 사상적 단속을 위한 ‘내부용’ 성격이 더 강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종의 자기정체성의 확인방편으로 원용한 셈입니다. 그보다 더 문제는 종교인의 이러한 의견표현이 종교적 진리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는 ‘종교는 표를 이만큼 가지고 있으니 우리 말을 주목하라.’는 경고로도 읽힐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이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제도적 후원자, 심정적 동조자 모두를 향한 무차별적 메시지로 들려올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진다는 점입니다. 종교가 종교외적인 힘으로 종교의 입장을 어필하려는 것은 어찌 보면 종교인이 가진 양면성이기도 합니다. 누군가 이번 일을 ‘과학적 혁명’이라고 불렀습니다. 혁명이란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기존 사고와 가치관으로 배아줄기세포 사건의 찬반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렇게 장(場) 자체가 통째로 바꾸어져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이 가지고 있는 ‘이율배반’의 딜레마를 딜레마 그 자체로 인정하고서 판단자체를 보류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방법론이 될 것 같습니다. 과거사에서 종교가 과학적 영역에 지나치게 참견함으로 인하여, 그 이후 돌아온 역사적 과보의 전철을 다시한번 곱씹어보는 것도 ‘왜 판단정지가 필요한가?’하는 또 다른 해답이 아닌가 합니다. 이 전대미문의 사건 앞에서 종교의 유무를 떠나, 인지능력의 우범(愚凡)을 막론하고, 인종의 흑백을 가리지 않고서 매일 소·돼지 잡아먹고, 갖가지 이유로 전쟁을 일으켜 서로 죽이면서도 새삼 세포하나를 두고서 생명존엄 운운하고 있는, 인간 스스로도 인간들이 이해되지 않는 자기모순 속에서 횡설수설을 늘어놓는 것보다는 차라리 침묵을 지키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끝까지 참지 못하고 결국 한마디 하긴 하였습니다만 사실은 한 마디도 한 적이 없다고 또 한마디 덧붙입니다. 원철 스님 조계종 포교원 신도국장
  • [사설] ‘내각제 수준 권한이양’ 진의 뭔가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내각제 수준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이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모처럼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을 청와대로 불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밝힌 내용이다. 전후 맥락을 따져보면 노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가졌는지 짐작은 간다. 정치권이 지역구도 해소를 위해 선거·정치제도 개혁에 합의하고, 뜻을 같이하는 정당과 연정이 이뤄졌을 때 국회 다수파에 내각구성권을 줄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이는 노 대통령이 여러차례 언급해왔던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덜 정제되고, 앞뒤가 생략된 채로 중요 발언이 불쑥 튀어나오니 국민들은 불안하고 정국이 혼란스럽다. 내각제에서 대통령은 국가를 상징할 뿐, 실질 권한은 없는 자리다. 정치권에 조각권을 나눠준다고 해서 ‘내각제 수준 대통령’으로 바로 비유해선 안 된다. 우리 헌법은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건의권, 정부의 법안제출권 등 내각제 요소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대통령제를 지향하고 있다. 국군통수권을 비롯, 대통령에게 막중한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어 있다. 정치판의 구조적 문제점은 하루이틀 사이에 생겨난 것이 아니므로 끈기있게 개선해 나가면 된다. 그 때문에 당장 나라가 결딴나지도 않는다.“우리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다면 대통령 권력을 내놓겠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임기가 있는 대통령으로서 무책임하게 비쳐질 수 있다. 노 대통령의 진정성을 이해하더라도 헌정질서가 흔들린다는 느낌을 주는 일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본다. 노 대통령은 집권 초기 여소야대 상황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후 여대야소에서도 마음먹은 대로 현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이제 세상은 바뀌었고, 의석과 관계없이 집권쪽의 일방통행식 정국운영은 불가능해졌다. 야당과 대화·타협을 이루려면 불만스럽더라도 여당의 양보가 불가피하다.4월 재·보선으로 여소야대가 됐어도 여당이 과반에서 부족한 의석은 불과 몇석 안 된다. 정치력을 발휘하면 오히려 여대야소때보다 능률적으로 정국을 이끌 수 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부결은 여당이 나아갈 바를 보여준다. 투쟁일변도에 벗어나도록 야당에 요구하기에 앞서 여권부터 통합·조정력을 키워야 한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은 “여소야대 정치는 오래가지 않으며 어떤 식으로든 여대(與大)로 전환한다.”고 ‘여대’에 대한 집념을 보였다. 과도한 집념은 정치적 오해를 낳는다. 노 대통령이 내각제까지 운운하면서 ‘여대’를 강조하니까 당연히 개헌 의도를 의심받게 된다. 연정론으로 일단 정치판을 흔든 뒤 개헌으로 이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이 노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여당이 분명히 정리해야 할 대목이다. 야당과 사안별 정책연합을 놓고는 정치권의 거부감이 적고, 여론 지지도가 높다. 사안별 정책연합으로도 부족함을 느끼면 연정을 추진해도 된다. 다만 그 방식이 과거처럼 밀실야합이거나 지역구도를 심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정 야당과 정책적 지향점을 같이하니까 연정을 하겠다고 떳떳이 밝히면 여론이 비판 일변도로 흐르지는 않으리라 예상한다. 최근 연정 관련 여론조사에서 찬반이 엇비슷하게 나오고 있다. 모호한 언급으로 정치권, 나아가 국가 전체를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연정을 하고 싶으면 방향성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 마침 민주노동당이 다음주 의원단워크숍에서 연정론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권은 민노당이건, 민주당이건 연정상대를 골라 연정을 해야 되는 이유를 밝히고, 국민과 정치권의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권력구조 논쟁보다는 경제, 교육, 안보에 빈틈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 노 대통령이 정치와 경제를 함께 챙기겠다고 말했지만, 국가틀을 바꿀 수 있는 권력구조 문제를 쟁점화하면 관심이 그곳에 쏠릴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이 정도 화두를 던져놓았으니, 청와대 참모들과 여당 지도부가 정제해 차분하게 구체적 밑그림을 그리는 게 좋겠다. 그리고 노 대통령이 간담회에서 밝혔듯 부동산투기 근절, 대입제도 혼선방지와 북핵 해결 등 외교안보 분야에 정부·여당이 혼신의 힘을 쏟을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가 혼란스럽고, 정책이 혼선을 빚는 상황은 이제 끝내야 한다.
  • 여름 별미 메밀국수

    여름 별미 메밀국수

    ■ 여름의 별미 메밀국秀 완전정복 구수한 듯 향긋한 메밀국수 면발이 졸깃하면서도 부드럽게 넘어간다. 메밀국수를 찍어먹는 소스(쓰유)는 짭조름하면서도 향긋하고 단맛이 난다. 고추냉이(와사비)의 매운맛이 뒷맛을 말끔하게 씻어주면서 젓가락질을 재촉하게 한다. 이를 일본에선 ‘자루소바’라 한다. 자루는 대나무발, 소바는 메밀국수를 말한다. 이런 메밀국수 즉 자루소바 만드는 방법을 일본에 가르쳐 준 사람은 조선의 승려였다고 한다.17세기초 조선 승려 원진(元珍)이 나라(奈良)의 도다이지(東大寺)에 머물면서 메밀가루에 밀가루를 혼합하는 것을 전했다고 한다. 그 이후 일반인에게 널리 퍼지면서 다양한 메밀국수가 등장했다. 이전에는 일본에선 끈기와 점성이 없는 메밀을 국수로 만들지 못해 메밀수제비나 메밀떡으로 먹었단다. 일본에선 메밀국수가 섣달 그믐날 먹는 시절음식으로 격상돼 있다.‘도시코시소바(해를 넘기는 메밀국수)’라고 부르며 면처럼 자신과 가족이 편안하고 장수하기를 비는 뜻을 담았다. 우리에게 ‘우동 한 그릇’으로 잘 알려진 구리 료헤이의 소설은 사실 메밀국수를 우동으로 바꾼 오역이다. 메밀국수로선 참으로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우린 구수한 향으로 메밀을 즐긴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메밀가루에 전분가루를 넣어 만든 냉면과 막국수, 메밀에 밀가루를 넣은 메밀국수를 즐겨 먹는다. 또 메밀묵, 메밀총떡, 메밀전병 등이 있다. 메밀가루는 끈기와 탄력이 약해 뭉치기 어렵고 쉽게 풀어진다. 그래서 전분이나 밀가루를 섞는다. 시베리아 바이칼호와 중국 북동부가 원산지인 메밀은 생육기간이 짧고 고랭지에서 잘 자라는 대표적인 구황작물. 하지만 요즘엔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영실 한국음식연구원장은 “메밀의 루틴성분은 모세혈관을 강화시켜 뇌출혈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며 “메밀의 검은 겉껍질은 변통과 이뇨작용을 도와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 피를 맑게 해줘 혈압을 안정시켜준다.”고 말했다. 건강도 잡고 맛도 잡는 개운한 메밀국수로 더위사냥을 떠나자.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장안에 한가락 한다는 맛집들 ●동경(548-8384) 메밀국수 마니아들이 첫손가락 꼽는 집이다. 지난 1978년 신림4거리에서 문을 연 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쪽에서 하다 다시 신사동으로 옮겼다. 메밀국수 ‘폐인’들의 발길도 따라 움직였다. 주인 전성남(59)씨가 27년째 주방을 지키고 직접 메밀국수의 면발을 뽑는다. 동양방송(TBC)악단생활을 하다 1971년 음악공부차 일본에 갔던 그는 일본 요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오사카에서 우동집을 하던 누나집에 8년간 머물면서 일본 요리를 익혔다. 전씨는 “한국에서 옛날 방식으로 메밀국수를 뽑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메밀과 밀가루를 4대 6의 비율로 섞어 펄펄 끓는 물에 익반죽해서 큰 홍두깨로 두들겨 다져 반죽을 한다. 그는 “밀가루를 섞지 않으면 메밀이 뭉쳐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홍두깨로 오래 두드려 다질수록 면발이 졸깃하고 부드러워진단다. 그는 “어떤 집은 반죽을 만들어 숙성한다고 하는데 그건 우동반죽하는 방식”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부인 정순자(56)씨는 남편 전씨가 젊은 사람도 버거워하는 반죽을 매일 하는것이 안쓰러워 반죽기계를 사자고 몇차례 채근했지만 남편 전씨는 “놓을 자리가 없다.”는 핑계를 대며 거절했다.“메밀국수를 배우겠다는 젊은이들도 사흘을 못버터고 도망가요.”반죽기계 사는 것을 포기한 부인은 “남편 체력이 되니까.”라며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반죽기계를 산다면 진짜 큰일이죠. 늙은이가 다됐다는 뜻이니까.”라는 부인의 말에 “그땐 그만둬야지.”라며 전씨는 큰소리쳤다. 동경의 메밀국수는 면발의 겉모습부터 좀 다르다. 연한 갈색 면발에 작은 검은색 반점이 곳곳에 박혀 있다. 메밀 특유의 구수한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메밀은 강원도의 농가에서 27년째 공급받고 있다.20㎏들이 한 포대로 80인분 정도가 나온다. 부드러운 면발을 메밀국수 소스(쓰유)에 찍어 먹으면 개운하고 산뜻한 맛이 입안에 착착 감긴다. 1인분 메밀국수 두 짝에 소스가 두 그릇 나온다. 계속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소스를 따로 내놓는다는 것. 메밀국수 소스는 멸치·다시마·가다랑어포·파뿌리·무·양파 등 20여가지를 넣어서 만든다. 이집에선 “메밀국수를 먹고 난 다음 국물도 모두 마실 것”을 권한다. 국물은 칼슘 덩어리라는 게 주인의 주장. 자루소바는 6000원, 덴푸라(튀김)자루소바와 자루소바정식은 각 8000원. 서울 지하철3호선 압구정역 2번출구에서 갤러리아백화점쪽으로 150m정도 가다 국민은행을 지나 오른쪽 골목 15m의 오른쪽에 있다. ●미타니야(701-2262) 일본인 주인 미타니씨가 운영하는 일식집으로 우동과 함께 자루소바도 널리 알려져 있다. 소바의 색깔만으로도 맑고 가벼운 느낌이 난다. 일본 우동 소바로 유명한 사누키지역의 면을 수입해 쓴다고 한다. 산뜻하고 향이 투명하며 끝맛이 개운한 쓰유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고추냉이를 내놓는 것도 특징. 자루소바 정식(1만 1000원)은 몇가지 튀김과 유부초밥과 김초밥이 한점씩 나온다. 면은 표면이 약간 거친 듯하지만 거북하지 않아 좋다. 면발이 조금 가는 듯하지만 면발을 소스에 살짝 찍어 입안 가득 넣으면 매콤한 맛이 입속을 마무리해준다. 지하철 1호선 용산역에서 용산전자월드상가터널을 지나 신호등을 건너면 나오는 나진웨딩홀 지하에 있다. ●그외 숨어있는 집들 이밖에 밀레니엄서울힐튼 일식당 겐지(317-3240)는 담백하면서 시원한 메밀소바(1만 1000원), 녹차소바(1만 3500원), 장어구이와 메밀세트(5만원)를 내놓고 있다. 세종호텔의 일식당 후지야(3705-9240)는 자루소바(6000원)와 덴푸라자루소바(1만 5000원)를 여름특선으로 마련했다. 5호선 광화문역 교보문고빌딩 뒤쪽의 미진(730-6198)도 60여년의 역사만큼 메밀국수로 잘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골들 사이에서 메밀국수 맛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지하철 시청역 12번출구앞 호아빈골목 유림(755-0659)과 북창동입구 조흥은행 후문옆 송옥분식(652-3297), 신사역 1번출구 롯데리아골목의 기타로(514-4966), 명동 롯데백화점 건너편의 가쯔라(779-3690)는 메밀국수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 메밀국수 이렇게 만들죠 동경의 전성남 오너 조리장이 집에서 메밀국수 맛을 즐길 수 있는 노하우를 들려줬다. 그러나 “메밀국수 전문점에서 먹어야 제맛이 난다.”는 말을 잊지 않고 덧붙였다. ●재료 메밀가루 400g, 밀가루 100g, 뜨거운 물 1½컵, 무·실파·갠 고추냉이(와사비)·김 적당량,소스 (쓰유·멸치 5∼7마리, 무 ¼개, 다시마 1장, 간장·맛술 1큰술씩, 물 3컵, 가다랑어포 약간) ●만드는 법 (1) 다시마를 물에 잠깐 담갔다가 10분 후 여기에 멸치·무를 넣고 끓여준다. 물이 끓으면 다시마를 건져내고 불을 껐다가 가다랑어포를 넣어준 후 3∼4분 정도 지나 체로 거른다.(2)간장과 맛술을 넣고 다시 끓여 식힌 다음 냉장고에 차게 보관한다.(3)메밀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뜨거운 물로 송편처럼 익반죽한다. 반죽을 오래 해줘야 면발이 졸깃하다.(4)판에 밀가루를 뿌리고 홍두깨로 고루 밀어 두께가 1∼1.5㎜가 되게 정사각형으로 편다.(5)반죽을 3∼4번 접는다. 접는 사이사이에 밀가루를 뿌려 반죽이 달라붙지 않게 한다.(6)접은 반죽을 칼로 정연하게 잘라준다. 자르는 폭은 1∼2㎜가 적당하다.(7)끓는 물에 자른 면을 넣고 젓가락으로 저으면서 4∼5분 가량 삶는다. 삶은 메밀국수를 찬물에 비비면서 2∼3차례 헹군다.(8)메밀국수를 대나무 발에 밭쳐 담아내고 그 위에 채썬 김을 얹어낸다. 대나무발이 없으면 넒은 그릇에 담아내도 좋다.(9)무즙·다진 파·갠 고추냉이를 작은 그릇에 담아내고, 차게 보관한 소스를 곁들여낸다. 기호에 따라 소스에 설탕을 넣어도 된다. ●팁 메밀국수를 집에서 먹고 싶은데 만들기가 어렵게 느껴지거나 시간이 부족하면 쇼핑몰을 이용하면 된다. 일본식품 전문 쇼핑몰(www.52sii-page.com)은 메밀국수와 소스(쓰유)를 판다. 메밀 80%의 니하치소바, 메밀에 녹차를 넣은 녹차소바, 메밀만 100% 넣은 주와라소바 등이 있다. 또 소스도 가루와 액체로 된 것이 있고, 갠 고추냉이도 판다. 집에선 파를 송송 다지고 무를 강판에 갈아 준비하면 된다. 끓이는 법도 나와 있다.
  • [블루버드의 냠냠 다이어리] 김치비빔국수

    [블루버드의 냠냠 다이어리] 김치비빔국수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이지요. 입맛도 없는데다 덥기까지 하니 주부님들은 주방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싫어지는 계절입니다. 그~래서~!입맛없는 여름이면 밥보단 시원한 면종류 생각이 더 간절해지죠. 오늘은 그래서 시원하고 입맛 살리는 음식으로 준비해 봤답니다. 새콤달콤 김치비빔국수!!이름만 들어도 입속에 침이 고이지 않나요?ㅎㅎㅎㅎㅎ^ㅡ^ 재료준비:(1인분)신김치 한줌, 소면한줌, 오이 1/3개, 구운김 조금, 양파 1/4개, 깻잎 3장, 설탕 1큰술, 고추장 1/2큰술, 식초 1큰술, 통깨 1큰술, 참기름 1/2큰술 1. 신김치는 잘게 다져 참기름, 설탕 넣고 조물조물 버무려 두세요. 2. 깻잎, 양파, 오이는 깨끗이 씻어 잘게 채썰어 주세요(잘게 채썰어야 소면과 잘 섞인답니다.) 3. 구운 김도 잘게 잘라 준비해 두고 소면을 끓는 물에 삶아 건져 찬물에 헹궈 체에 받쳐 두세요. 4. 건져둔 소면 그릇에 잘게 썰어둔 신김치를 담고 고추장과 식초, 통깨를 넣어 잘 비벼주세요. 5. 잘 비벼둔 소면 위에 오이, 양파, 깻잎, 김을 얹어 주면 끝!!! 싱거울 수도 있으니 고추장과 설탕 식초는 기호대로 추가하셔요∼. 더워서인지 도통 입맛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예전에 즐겨 먹던 비빔면이 생각나 낮에 혼자서 후딱 해치웠답니다. 얼마나 맛있던지…ㅎㅎㅎㅎ ■ 블루버드의 조잘조잘 장마와 겹쳐 후텁지근하기까지…. 간단한 점심 한 끼 차려 먹기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지요. 그래도 주부가 건강해야 온가족이 건강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이렇게 맛나고 간단한 음식으로 점심 한 끼 해결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본격적인 장마네요. 비가 억수같이 온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요즘이죠. 한동안 뜨거운 볕에 짜증도 나곤 했었는데…. 며칠째 계속되는 빗속에 빨래가 바싹 마르던 그 따가운 햇살이 금세 그리워지네요. 사람 맘이란 게 참 간사하죠? ㅋㅋ 어릴 적 저희 엄만 비오는 날 우산을 들고 학교를 찾아오신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한두 번 학교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다 나중엔 어련히 안 오시겠거니 하며 집으로 비를 맞고 걸어온 적이 참 많았어요. 그때는 참 서운하기도, 서럽기도 했었는데…. 그 덕에 여자아이치곤 강하게 자랐다는 소릴 많이 듣는 게 아닌가 싶네요. 가끔은 일부러 비를 맞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해요. 요즘 어머니들은 아이가 비를 맞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듯 비오는 날이면 학교 앞은 아이를 데리러 온 부모들과 차량으로 북새통이더군요. 조금은 아이에게 모진 부모가 되는 것 또한 교육의 한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TV를 켜면 날씨만큼이나 안 좋은 소식들이 가득하지요?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우울한 소식이 걷히고 밝고 맑은 소식들이 들려오면 차암~ 좋겠습니다.
  • We랑 코코펀이랑 할인쿠폰 [클릭]

    We랑 코코펀이랑 할인쿠폰 [클릭]

    장맛비가 잦은 요즘에는 왠지 그냥 집에 가기가 서운하시죠. 그럴 때면 퇴근길 마음 맞는 친구와 가볍게 한잔 술을 기울이는 것은 어떨까요. 비가 오는 날에는 오뎅에 따끈한 정종, 파와 해물을 듬성듬성 썰어 놓고 기름에 바싹 구운 파전과 걸쭉한 막걸리가 찰떡궁합. 그냥 집에 가기 아쉬운 날은 한번 가까운 곳에 들러 보세요. 후텁지근한 장맛비도 어느새 시원하게 느껴지게 된답니다. 서울신문 주말매거진 WE와 쿠폰 전문업체인 코코펀(www.cocofun.co.kr)은 비가 오는 날에 가볼 만한 전통·일식 주점들의 할인 쿠폰을 준비했습니다. 남사당민속주점(신림역)에서는 동동주와 도토리묵, 해물파전 등 토속 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오오뎅뎅(신천점)에는 오뎅 사시미와 누룽지 오뎅탕 등 다양하고 재치있는 오뎅요리가 많습니다. 일식 선술집 요코즈나(대학로)는 7000원대의 저렴하고 맛있는 안주를 내놓으며, 퓨전 일식집 오이소(압구정점)는 오픈 바에서 주방장이 직접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신문에 게재된 쿠폰은 인쇄해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문의는 코코펀(080-567-4232)
  • “사립·공립高 학력격차 거의 없다”

    “사립·공립高 학력격차 거의 없다”

    고교평준화는 뜨거운 이슈다. 한 명의 천재가 수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국가경쟁력 담론에서부터 환경만 받쳐주면 제 자식은 절대 공부 못할리 없다는 극성 부모들의 아우성까지 겹쳐 있다. 고교간 학력격차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아예 평준화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사립고 학생이 공립고 학생에 비해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 지방지는 지역 내 사립고와 공립고 학생들의 성적을 비교, 사립고가 우수하다는 보도를 냈었다. 또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지난해 사립고 학생들이 서울대에 많이 진학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여기에는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한 반대논리도 포함되어 있다. 즉, 사립학교가 얼마나 많이 기여했는지 아느냐는 것이다. 창의적 인재 운운하면서 시험점수와 서울대 진학자 머릿수 만으로 사립학교가 우수하니 않으니 판단하는 것도 우습지만, 이런 통념이 과연 사실에 가깝기나 한 것일까. 한밭대 남기곤 경제학과 교수와 가톨릭대 성기선 교육사회학과 교수는 8∼9일 충북 수안보에서 열리는 한국사회경제학회 여름 학술회의에서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 담긴 ‘고등학교 특성이 학업성적에 미치는 효과’ 논문을 발표한다. 두 교수는 97년 고등학교에 입학한 5만 6000여명의 학생들(213개교)을 분석,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공립·사립고 단순비교는 안돼 일단 사립고 학생들의 성적이 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1학년 때와 3학년 때의 성적을 비교조사한 결과 사립고 학생들은 성적이 약간 올랐으나 공립고 학생들은 성적이 약간 내려갔다. 그러나 이 결과만 놓고 ‘사립고 학생들이 더 공부 잘한다.’,‘사립고에서 더 열심히 공부시킨다.’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성급하다는 게 연구자들의 판단이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지역에 사립고가 더 많이 존재하는 등의 변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는 좋은 학군을 배정받기 위해 이사는 물론, 위장전입까지도 불사하는 뜨거운 교육열의 나라다. 그래서 두 교수는 대안으로 이런 편차가 없는 서울의 일반 학군 하나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사립고와 성적향상간에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고, 중상위권 학생에게는 효과있다 대신 두 교수는 학생집단별로 연구했다. 상위권·중위권·하위권 학생들에게 사립고와 공립고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은 것이다. 사립고 효과는 하위권(하위 25%) 학생들과 중상위권(하위 50∼75%) 학생들에게 각각 다르게 나타났다. 하위권 학생들은 성적이 더 내려앉은 반면, 중상위권 학생들은 성적이 조금 올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두 교수는 “사립고의 경우 공립고에 비해 교육의 자원과 방향이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또 우열반 편성 등을 통해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끼리 모아두면 학업성취가 높아진다는 ‘또래모임’ 효과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이른바 ‘사립고 효과’는 없었다. ●하위권 학생, 버릴 것인가 두 교수의 분석은 ▲사립고 효과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성적집단별로 봤을 때 중상위층은 플러스, 하위층은 마이너스 효과를 받는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두 교수는 특히 사립고 논란과 관련해 외국과 한국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주로 가톨릭 계통이고 점유율이 10%를 넘지 않는 미국의 사립고와 달리 비종교 계통이 대부분이고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한국의 사립고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 사립고는 사실상 공립고와 비슷한 기능을 맡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립고만의 어떤 것을 내세울 경우 계층간 차별을 옹호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비판이다. 청소년 대부분이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상황에서 고등학교간 학력격차가 있다면 이를 메워주려는 노력이 우선돼야지 “차이가 나니까 차이를 인정하라.”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신문법 통해 여론다양성 확대를”

    “신문법 통해 여론다양성 확대를”

    개정 신문법 시행이 이달 말로 코앞에 닥쳐왔다. 법 시행에는 문제가 없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신문법에 따라 문화관광부가 마련한 시행령을 통과시켰고 정동채 문화부 장관은 8월 개정 신문법이 규정한 신문유통원 출범에 필요한 준비를 마무리짓겠다고 4일 라디오 방송에서 밝혔다. 그럼에도 찬반양론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비판기사를 쏟아낸 데 이어 헌법소원을 내는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그런가 하면 이참에 개정 신문법을 발전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론의 다양성 보장이라는 원래 입법취지에 비춰보면 현재 신문법도 약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반영해 한국언론재단은 지난 1일 ‘신문산업의 위기와 국가지원 방안’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연구자들은 더 이상 저급한 수준의 언론자유를 운운하지 말고 여론의 다양성 보장이라는 신문법 입법 취지를 되살리자는 데 입을 모았다. ●신문·방송 겸영 허용해야 사실 신문·방송 겸영은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허용되어 있다. 우리나라만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거대 신문사들을 중심으로 겸영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만만치 않았다. 언론노조 등은 특히 중앙일보를 그 핵심으로 지목하고 있다. 홍석현 주미대사가 중앙일보 경영인 시절에 유치했던 세계신문협회(WAN) 총회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춘 행사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우리 상황은 이런 것과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산업적 측면에서 신문의 위기를 진단한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이은주 연구원은 허용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허용해야 한다는 원칙만 내놨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이었다. 한서대 이용섭 교수 역시 “지금 당장이라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논의해야 할 과제”라면서도 신문의 방송 겸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 교수는 “신문사들의 수익 창출을 위해 겸영은 허용돼야 하지만 그 대신 여론 독과점을 막기 위해서는 시장 점유율과 연동하는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신문시장 지배력이 낮은 신문사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방송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문사 지원할 재원 마련해야 신문사를 지원할 수 있는 재원 마련 문제도 거론됐다. 선문대 언론정보학부 강미선 교수는 대안으로 ‘프레스 펀드의 조성’을 제시했다. 정부가 특정한 개별 신문사를 지원하기는 어려운 만큼 일정 재원을 마련한 뒤 신문사간 공동 인프라 구축에 써야 한다는 것이다.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방송광고수입의 일정부분을 떼내거나 신문광고에 붙는 부가세를 폐지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해외사례도 있다. 네덜란드는 매체법을 통해 상업방송 광고수입의 4% 이내 자금을 프레스펀드에 지원토록 하고 있다. 매체법의 목적은 물론 신문이 대중오락지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프랑스 역시 TV광고 특별분담금제를 통해 광고수입 가운데 일부를 매체력이 낮은 전국일간지에 대한 지원자금으로 쓰고 있다. ●신문유통원 정착시켜야 한국언론재단 김영주 연구위원은 신문유통원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김 위원은 보수언론들의 주장과 달리 신문유통원이 서구 선진국에서는 광범위하게 정착된 제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국 107개 권역에서 97개 배급회사가 운영되고 있는 독일은 부수가 적다해서 배달료를 높게 받을 수 없고 출판사가 원하면 어느 곳이든 배달을 해야 한다. 프랑스 역시 모든 신문에 동등한 대우를 해줘야 하고 공동배달회사와 신문사들간 개별 협상은 금지되어 있다. 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 등 북구3국 역시 비슷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국가가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바로 여론의 다양성 보장이라는 필요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서구 사회보다 더 열악한 시장상황에 처해 있는 한국의 신문 시장은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그는 “자유로운 유통을 통한 자유로운 경쟁”을 추구하되 정책적 개입은 신문 산업의 “진흥”에 초점을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曺“대통령 뜻으로 추천되지 않았을 것”

    曺“대통령 뜻으로 추천되지 않았을 것”

    조대현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상대로 4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특위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에 초점을 맞춘 ‘코드인사’ 논란이 집중 제기됐다. 한나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조 후보자가 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생으로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대통령의 소송대리인으로 활동했고, 이어 신행정수도특별법 헌법소원에서도 정부측 대리인으로 활동한 점을 강조하면서 ‘코드인사’임을 주장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조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조 후보자는 “열린우리당이 추천할 당시 대통령 뜻이 반영됐는지는 모르지만 대통령이 그런 의사를 표명할 분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과의 인연, 신행정수도특별법 헌법소원 당시 정부측 대리인이었다는 점을 들어 헌법재판관으로서의 공정한 재판에 의구심을 강하게 나타냈다.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은 “이는 제척이나 회피 사유에 해당된다.”면서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행정도시특별법 심판시에는 제척 사유에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같은 당 주호영 의원이 조 후보자와 한때 같이 근무했다는 이유로 이번 청문회를 회피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조 후보자를 몰아세웠다. 민주당 이상열 의원도 “신행정수도특별법 헌법소원 당시 정부측 소송대리인 담당변호사였다는 것은 이번에 알았다고 하는데 말이 되느냐.”면서 “대통령과 동기인데 지금이라도 용퇴할 의사는 없느냐.”고 물었다. 반면 열린우리당 이상경 의원은 “조 후보자는 신행정수도특별법 헌법소원 때는 송무변호사 명단에만 포함됐고 실무에 간여한 사실이 없다.”며 반박했다. 또 “후보자가 신행정수도특별법 헌법소원에서 정부측 대리인이었던 것 때문에 특정사건의 제척대상이 되더라도 헌법재판관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경숙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역차별’을 들고 나왔다. 이 의원은 “이런 식으로 야당이 대통령의 사시 동기들을 폄하하면 어떤 동기생들이 공직에 참여할 수 있냐.”면서 “대통령과 가깝다 하더라도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자질을 규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이상열 의원 등 야당은 “조 후보자와 노 대통령의 사위가 소속된 법무법인 화우는 지난 2003년 정부측 사건 수임이 22건에 불과했는데 올해 6월까지 56건으로 증가했다.”면서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은 조 후보자의 부인이 강원도 화천군 하남면 땅 110평을 소유하게 된 경위를 추궁했다. 박 의원은 “1999년 당시 부인의 땅 평당 매입 가격은 24만여원인데 당시 시세는 5만원도 안 됐다.”면서 “당시 부인이 교감 승진을 앞두고 있었는데 승진을 목적으로 땅을 비싼 가격으로 매입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조 후보자는 청문회 마지막 순서에서 “부결시키더라도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겠다. 저에 대해 부담 갖지 말고 엄정한 입장에서 평가해 달라. 임명된다면 자질과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는 소감 피력으로 매듭지었다. 국회는 6일 특위 전체회의에서 청문회 심사결과 보고서를 채택하고, 같은 날 본회의에서 조 후보자 선출안을 표결 처리할 예정이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서울광장] 정치권의 허망한 셈법/김경홍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치권의 허망한 셈법/김경홍 논설위원

    여당이 해임건의안 제출을 ‘한나라당의 시대착오적이고 무리한 정치공세’라고 비난하는 것이나, 한나라당이 해임건의안이 부결된 것을 ‘민심에 역행한 정치야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둘 다 근시안적이다.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된 이후 정치권에서는 온갖 정국 전망과 셈법이 나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4·30 재·보선 완패 이후 위축됐던 당의 위신을 회복하고, 정국주도권을 되찾았다는 분위기다. 문희상 의장 체제가 마침내 지도력을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열린우리당과 공조에 나선 민주노동당은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확실하게 굳혔다느니,10석의 힘이 향후 정국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등장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일각에서는 책임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표대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그 책임을 민노당의 배신에 돌리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의회주의의 근본을 파괴한 쿠데타주의적 야합”이라고까지 몰아붙였다. 일단 열린우리당은 기쁨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고, 한나라당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민심이 조석변이라지만 정당들의 태도 역시 조석변이기는 마찬가지다. 불과 1년여를 돌아봐도 정당들의 태도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대통령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기각된 후 치러진 제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원내 과반을 확보하며 기고만장했다. 하지만 지난 4·30 재·보선 결과는 열린우리당이 참패했고 여대야소가 무너지고 말았다. 반대로 한나라당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고, 당시 열린우리당에서는 지도부 인책론이 등장했다. 이번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이 부결되자 상황은 또 역전되는 듯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정당들은 정치적 격돌이 빚어질 때마다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선거는 여야가 뒤바뀌거나, 당의 원내서열이 변동되는 격변에 가깝지만 기껏 국회본회의에 상정된 안건 하나의 표결결과로 정국주도권 운운하는 것은 아전인수격이고 과잉해석일 뿐이다. 일반사람들의 눈에는 호들갑으로 비쳐진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국주도권을 잡았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정작 그 주도권을 어떻게 행사했는지는 드러난 게 없다. 오히려 승자와 패자로 갈라 대치정국만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타당할 것이다. 이번 국방장관해임건의안의 표결결과가 대치정국의 불씨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국방장관해임건의안에 대한 여야의 생각이 같다면 오히려 비정상적인 것이다. 군에서 대형참사가 빚어졌는데 야당이 국방장관을 해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요구다. 또 인사권자인 대통령과 여당이 국방장관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 부결에 앞장서는 것도 당연하다. 여당이 해임건의안 제출을 ‘한나라당의 시대착오적이고 무리한 정치공세’라고 비난하는 것이나, 한나라당이 해임건의안이 부결된 것을 ‘민심에 역행한 정치야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둘 다 근시안적이다. 정당한 절차에 의해 결과가 나왔다면 승복하는 것이 의회주의의 기본이다. 곰곰이 들여다보면 이번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은 가결됐건, 부결됐건간에 그 결과와는 관계없이 국회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보여진다. 안건의 상정이나 처리과정에서 여야의 물리적 충돌이 없었고, 의원들은 소속 정당에 따라 소신껏 투표했고 그 결과가 나왔다. 국가보안법 등 여야의 극한대립으로 해를 넘기도록 표결에도 나서보지 못한 안건들도 많다. 이제 국회가 제구실을 한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다른 현안들도 여야가 최선을 다해 협상을 벌이고 끝내 타협이 안 된다면 의회민주주의의 원칙대로 표결에 나서면 될 일이다. 생산적인 국회는 제일을 제때에 정당한 절차로 처리하는 것이다. 사사건건 승자와 패자를 가리고 정국주도권을 잡았느니, 못 잡았느니 하는 셈법은 긴 안목에서 보자면 허망하기 짝이 없다. honk@seoul.co.kr
  • 대통령·野대표 날선 장외공방

    대통령·野대표 날선 장외공방

    ‘낙선 인사 챙기기’ 논란과 윤광웅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등을 놓고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청와대와 국회에서 각각 날선 장외공방을 벌이면서 여야가 정면 충돌로 치닫고 있다. 노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국회 및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면서 하루 뒤 표결 처리될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에 대해 협조를 당부했다. ●“한나라 정국주도권 잡아 정책추진 어려워” 노 대통령은 “내각제 하에서 해임 건의는 사실상의 정권불신임”이라면서 “대통령제에서는 없는 개념”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사실상 한나라당이 정국 주도권을 갖고 있어 정부 여당이 제대로 집권당의 역할을 못하고 있고, 정책추진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국방개혁과 관련해 “분위기 조성에는 시간이 걸리고, 이번에는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국방개혁의 청사진을 만들고 싶다.”고 역설했다. 이어 “국방개혁이 또다시 무산된다면 대통령도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다음에도 바로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총기사고에 대해 “군 생활이 자기향상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군대를 민주화·합리화해 나가면서 침상·막사 등의 환경을 개선해 국민이 안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내놓겠다.”고 다짐했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해임건의안 제출은 세계 어느 대통령제에서도 볼 수 없는 일”이라고 정치공세로 규정했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국민정서상 책임정치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국회에서 해임건의를 결의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해임건의안 처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국방장관이 책임지는 것은 옳다고 본다.”고 찬성 입장을 보였다. 김학원 자민련 대표는 “국방개혁은 어느 한 사람에 의해 되고 안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쇄신 차원에서라도 사표를 수리해야 한다.”고 해임쪽에 손을 들었다. 오찬에 불참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한 노 대통령의 언급과 관련,“국방장관뿐 아니라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도 절절히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해임안 제출은) 최근 잇따른 군의 믿기 어려운 군기문란에 대해 총체적으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보면 아무런 책임을 못 느끼는 것 같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화갑 “국방장관이 책임져야” 박 대표는 청와대 오찬 불참과 관련,“지난번에도 전날 갑자기 만찬에 참석해 달라고 했다. 한번 정도는 그럴 수 있으나 매번 그렇게 하는 것은 문제”라며 “대통령이 강조해온 게 권위주의 타파였는데 대통령은 말과 행동이 다르다.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야말로 권위주의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해임건의안 남발이라는 노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17대 국회 들어와 한번도 낸 적이 없고 참여정부 들어 딱 한번 냈는데 이것이 남발인가.”라고 반문했다. 인사논란과 관련해서는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크게 해를 끼치고 결국 노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정국 주도권 운운하는 발언은 편가르기에 다름 아니며 민의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클릭이슈] 치솟는 ‘스타몸값’ 영화계 전면전

    충무로 영화 제작자들이 배우들의 치솟는 몸값 꺾기에 작정하고 칼을 빼들었다. 국내 60개 제작사들이 참여한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회장 김형준)는 28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작사들의 영화 재투자를 방해하는 수익분배 구조의 심각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표준제작규약 마련, 연기자 학교 설립 등 구체방안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시장 전반의 수익분배 문제를 거론하지만, 기실 제협이 화살을 정조준한 쪽은 나날이 ‘권력화’하는 배우와 매니지먼트사들이다. 이날 “매니지먼트사의 공동제작과 지분참여 요구를 더이상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대응책이 주요안으로 제시된 것도 그래서다. 천정부지의 배우 개런티, 스타파워를 앞세운 매니지먼트사들의 ‘실력행사’를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배우(매니지먼트사)와 제작자들간의 한판 힘겨루기가 불가피한, 국내 영화사상 전례없는 ‘사건’이다. ●영화계 “올 것이 왔다”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영화가의 대체적인 반응은 “올 것이 왔다.”는 쪽이다. 그동안 대형기획사 소속 스타들의 일방적 스크린 장악 및 인기독점 현상이 극에 달했다는 지적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제작사들이 얼마나 궁지에 몰렸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강우석 감독의 행보다. 그의 입김이 먹히지 않는 곳이 없었던 충무로의 이른바 파워 1인자가 직접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배우 개런티 잡기’ 전쟁에 합류했다.“배우 파워에 휘둘릴 일이 없었던 그가 오죽했으면 나섰겠냐?”는 둥 설왕설래가 분분하다. ●대한민국 배우들, 돈 너무 밝힌다? “제 아무리 힘있는 감독일지라도 캐스팅을 염두에 둔 배우를 만나려면 석달쯤 기다리는 건 예사다. 게다가 웬만한 톱스타들은 개런티 이외의 추가 지분을 요구하는 게 보통이다. 대한민국 배우들, 돈 밝혀도 너무 밝힌다.”(강우석 감독) “요즘 매니지먼트사들의 영화제작 참여는 거의 횡포 수준이다. 스크린 쿼터보다 문제가 더 많다. 이 판을 그대로 두면 공멸한다.”(이춘연 씨네2000 대표) 간판급 제작자로 꼽히는 두 사람은 최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배우와 돈만 있으면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매니지먼트사들의 논리”라며 “엄청난 배우 몸값을 치르고도 제작사와 매니지먼트사의 수익금 지분이 0:10인 어처구니없는 사례도 있다.”고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웬만한 주연급 배우는 영화 한 편을 찍고 나면 해당 작품의 흥행여부와 크게 상관없이 차기작의 개런티가 1억원여씩 뜀박질하는 게 현실. 한 제작자는 요즘 한창 주가를 높이는 여배우 임수정의 사례를 들며 핏대를 올렸다.“불과 얼마 전 3000만원 남짓했던 몸값이 지금 무려 3억원대”라며 “대한민국의 주연급들이 열이면 열 자존심 경쟁하듯 새 작품을 찍을 때마다 덮어놓고 몸값부터 올리고 본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작비의 30% 이상을 배우 개런티에 밀어넣건만, 배우와 소속 매니지먼트사들이 영화 수익금에 대한 추가지분을 요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실정.“제작사 지분의 30∼40%를 더 요구하는 톱스타들이 한둘이 아니며, 그런 과정에서 막판에 배우가 바뀌기도 한다.”는 게 제작현장의 귀띔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제작사들은 ‘천신만고’ 끝에 캐스팅한 스타가 그런 요구를 해와도 거절할 수가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매니지먼트사들이 자체 제작사를 만들어 소속배우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그것도 모자라 ‘공동제작사’로 수익지분을 챙기는 최근 관행(본지 6월3일자 24면)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제작사들은 시나리오 개발 등 기획과정에 몇 년씩 노력을 쏟아붓는데, 소속 배우를 공급한다는 이유로 손 안대고 코풀려는 얄팍한 속셈”이라는 게 일선 제작자들의 불만이다. ●매니지먼트사들 “우리도 할 말 있다” 그러나 매니저들 쪽에서도 항변논리는 있다. 한 기획사 대표는 “스타 모시기 경쟁 때문에 요즘엔 기획사도 배우에게 전속계약금을 따로 줘야 하는 형편”이라면서 “돈을 버는 건 배우들이지 기획사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곳이 태반”이라고 했다. 배우 몸값 거품을 제작사들 탓이라 꼬집는 목소리도 많다.“톱배우에게 개런티와 지분을 먼저 제시하며 출연해 달라고 사정한 건 제작사들이었다. 캐스팅에 혈안이 돼 개런티를 올린 게 누군데 이제 와서 딴소린지 모르겠다.”는 반격도 만만찮다. 양측의 논란으로 한동안 충무로는 시끄러울 전망이다. 자체 영화제작사를 거느린 국내 최대의 매니지먼트사 싸이더스HQ의 매니지먼트 본부장 박성혜 이사는 “제작사들의 일방적 주장처럼 우리가 배우만 주고 턱없이 지분을 요구한 적은 없으며, 스타를 내세워 투자와 배급망까지 함께 뚫어주고 있는 실정”이라며 “일부 제작자들이 배우의 실명까지 들먹이며 몸값 거품 운운하는데, 우리 쪽에서도 실명을 거론하고 싶은 자질 없는 영화사들이 많다.”고 반박했다. 지난 4월 ‘연예인 X파일’ 사건으로 처음 모임을 만든 매니지먼트사들은 조만간 정식단체를 결성, 구체적 대응방안을 모색해 갈 것으로 알려졌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전국 32%에 ‘투기’ 도장

    주택투기지역 등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지역의 실효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가 27일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주택·토기투기지역을 무더기로 신규지정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부의 이번 지정으로 주택이나 토지 하나라도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79개 지역으로 전국 247개 지자체의 32%에 이른다. 뿐만 아니다. 투기과열지구, 주택거래신고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이 중복 지정되기도 해 얽히고 설켜 있는 상태다. 부동산 업계는 “정부가 투기나 허가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앞으로 값이 뛴다고 보장하는 셈”이라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역효과까지 일어나는 관련 제도의 대폭 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악수’로는 주택거래신고지역이 꼽힌다. 노영훈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0·29대책’으로 요약되는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이 제도 하나로 어긋났다.”고 말했다. 현재 9개 지역인 주택거래신고지역 모두가 주택투기지역이라 주택을 매입하는 사람에게 추가부담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2003년 2월(토지는 같은해 5월)부터 지정이 시작된 주택·토지투기지역은 양도소득세가 실거래가로 과세된다.2004년 3월 도입된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되면 취득·등록세도 실거래가로 과세된다. 따라서 사는 사람은 건물 취득가액의 4.0%를 고스란히 세금으로 내야 한다. 서울 강남·송파·서초, 경기 분당·용인 등 이미 집값이 오른 지역에서는 거래를 묶어놓는 기능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 위원은 “종합부동산세가 여러 채를 보유한 가구의 주택을 분산하자는 취지인데 팔 사람도, 살 사람도 망설이게 만드는 그런 제도를 왜 도입했는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2002년 9월 서울 전 지역과 수도권 일부를 중심으로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도입됐다. 투기과열지구가 되면 주택공급 계약일부터 등기때까지 분양권을 팔 수 없고 신규 주택 공급시 무주택자를 위한 조치 등이 부가된다. 전 국토의 20.9%에 해당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지정된 행정구역 중에서도 빠진 지역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서울에 사는 김모(42)씨는 “경기 포천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지만 상대적으로 낙후된 몇몇 지역은 예외”라며 “포천에 개발수요가 몰리면 오히려 허가구역이 아닌 곳의 땅값이 먼저 뛸 수 있어 지난 5월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투기지역 지정은 인근 땅값도 올린다.27일 토지투기지역으로 신규지정된 경기 안성시의 지난 4월 지가상승률은 1.058%로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25곳 중 가장 높다. 이곳의 지가상승은 인근의 평택이 개발되면 주거수요가 안성으로도 몰려 오고 덩달아 땅값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영향을 미쳤다. 평택시 관계자는 “지난해 투기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지금도 가끔 돈 들고 계약하러 가는 도중에 더 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서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평택에 오던 외지인이 안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77) 대마도에서 이키까지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77) 대마도에서 이키까지

    너무 가까우면 상대를 깊게 알 수도 있지만 뜻밖에 전혀 모를 수도 있다. 대마도(‘쓰시마’라는 현지 표기 대신 용어의 역사성을 고려해 대마도로 쓴다.)와 한국의 관계가 그렇다. 누구나 아침 6시 서울역에서 KTX를 타면 8시40분에 부산역에 내려 10시30분에 출발하는 대마도행 페리를 탈 수 있다. 불과 1시간30분이면 하타가쓰항에 도착해 점심을 먹을 수 있으니 서울에서 흑산도 가는 것보다도 빠르다. 날씨만 맑으면 당연히 대마도가 육안으로 보이며, 반대로 대마도 최북단 와니우라에서는 불야성을 이룬 한국의 남해안이 지척에 보인다. 거리만 가까운 것일까? 역사적으로나, 심정적으로나 대마도는 우리와 ‘하나’가 아닐까. ●부산서 1시간30분… 너무도 가까운 섬 많은 사람들이 대마도는 알지만 이키(壹岐)에 관해서는 거의 무관심하다. 이키는 한반도에서 대마도를 거쳐 규슈로 가는 징검다리였으며, 일본 입장에서 보자면 한반도는 물론 중국 대륙으로 들어가는 관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문화의 흔적이 강력하게 남아 있는 섬들임에도 두 섬의 정체성이 어쩌면 이리도 다른지! 대마도가 한반도에 밀착되어 있다면 이키는 보다 일본적인 곳이다. 대마도 스스로도 조선과 일본 양쪽에 모두 걸친 속국, 혹은 일본 본토와는 전혀 다른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 문화사적으로 대마도가 비일본적이라는 사실은 역사적 정체성이 한반도에도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마도에서 한반도 문화를 모두 걸러낸다면 남는 게 거의 없을 것이다. 대마도가 오늘처럼 확고하게 일본 본토에 속하게 된 것은 메이지 정부가 대한(對韓)외교권을 중앙 정부로 가져가 이를 일본 정부에 편입시킨 결과일 뿐이다. 대마도는 국제법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일본 땅이다. 그러나 문화적으로나 심정적으로는 우리와 더욱 가깝다. 대마도 서쪽 해안은 가히 한국 쓰레기들의 종합 전시장이다. 우리나라의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가 이곳 서쪽으로 모인다는 사실은 옛적 표류민 표착의 단서가 된다. 한반도 동남부에서 표류를 해도 자연스럽게 대마도에 닿곤 했으니 신라인 박제상이 이곳에서 죽은 것도 실은 이같은 교류사의 내역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백제나 신라식 산성이 존재함은 대마도의 선주민들 다수가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들이었음을 뜻한다. 그래서 동국여지승람에 ‘대마도는 옛날에 우리 계림에 속해 있었는데 언제부터 왜인들의 소굴이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조선에서는 대마도가 우리 주권 하에 복속된 섬은 아닐지라도 조선 영토의 일부로 보기도 했다. 지방에 내려보내는 경차관을 대마도에 파견했는가 하면 대마도 사람들이 수직왜인이 되어 조선의 벼슬과 녹봉도 받았다. 일찍이 고려 조정은 대마도주에게 구당관(勾當官)과 만호(萬戶), 즉 변방과 수상교통의 요충지를 책임진 관직을 내렸다. ●주민들 다수가 한반도에서 건너가 일본 본토인들 입장에서는 대마도가 한반도에 가깝다는 주장에 대해 거북스러움을 느낄 터이지만, 정작 역사시대의 일본인들 스스로가 대마도를 별종의 섬으로 간주하여 본토와는 전혀 다른 곳으로 보았다. 오늘날도 대마도는 ‘국경의 섬’식으로 인식돼 대륙에 맞서는 자위대 기지가 곳곳에 위치하는 전략적 가치만 인정받을 뿐 대단히 낙후되어 있다. 그래서 뜻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가사키현에 붙어서 소외받을 바에는 차라리 부산시 영도구에 붙어서 잘 살아보자는 농담도 나온다. 그 농담이 농담으로만 여겨지지 않음은 웬일일까.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이키 관광상품을 개척한 범주항공의 신우진 차장은 “이키에는 주로 후쿠오카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오지만 대마도는 일본인보다 한국인 관광객들로 생계를 꾸려 간다.”고 통계 수치까지 제시한다. 대마도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어 기본 단어를 구사할 수 있으니 이는 근래의 일이 아니다. 대마도 역사자료관에는 외국에서 만들어진 본격 한국어 교재가 있다. 한국문화를 흡수하기 위한 방책으로 한국어를 전문적으로 학습했다는 사실을 말하는 증거다. 대마도는 남북이 81㎞에 이른다. 작은 섬이라고 여기는 일반의 인식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미국 밑에 쿠바가 있듯이 한반도 코밑에 거대한 섬이 버티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한·일간 절묘한 곳에 자리잡은 대마도에 왜구가 득실거리기라도 할라치면 한반도는 밤잠을 못이루었던 것이다. ●만성적 식량부족으로 왜구들 극성 대마도는 한마디로 ‘먹고살기 힘든 섬’이다. 북쪽 히타카쓰항에서 남쪽 이즈하라까지 근 2시간여 거리를 달려 보지만 보이는 것은 산뿐이다. 섬이라기보다는 그냥 바다에 산들이 떠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시달리던 배고픈 사람들이라 눈 앞에 건너다 보이는 조선을 바라보며 해적질을 꿈꾸었던 게 무리는 아니다. 대마도의 이름난 사찰마다 조선에서 얻어온, 정확하게 말해 약탈해 온 불상이나 범종들이 한두 개씩은 놓여 있다. 이키의 안국사에는 한반도에서 전래한 팔만대장경 초판본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약탈품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섬이라는 고립된 조건 속에서 고귀한 문화유산들이 멸실되지 않고 남아 전하는 것이다. 조선 정부는 대마도에 일정한 식량을 공급하고, 무역을 허락하며, 왜관을 열어 회유함으로써 왜구의 고통을 덜고자 했다. 대마도는 부족한 식량을 조선을 통해 해결하는 반면 일본 본토와 조선 사이에서 조정능력을 발휘하여 자신들의 생존권을 유지했다. 오랫동안 대마도는 에도 바쿠후를 대리하여 대한 외교를 수행했다. 대리인이라고는 하나 사실상 막중한 권한을 가지고 바쿠후와 한반도 사이에서 능수능란한 중재 역할을 하면서 자신들의 이득을 챙겼다. 일종의 생존전략인바, 그들은 양자 사이의 중개무역으로 이윤을 냈으며, 그 수입으로 먹고살았다. 이런 탓에 임진왜란 이후에 일시적으로 한·일간 국교가 단절되어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이들도 대마도민들이었다. 현재 나가사키현에 속한 대마도와 이키는 히라도(平戶)와 더불어 왜구의 본거지였다. 태종 때 대마도정벌에 나선 이종무 장군의 아소만 소탕작전도 왜구를 청소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소만을 바라보니 왜 이 장군이 한달여 동안 그토록 많은 피해를 입어가면서도 왜구를 소탕하지 못했던가가 자명해진다. 한마디로 천혜의 요새다. 섬들이 은하수의 별처럼 흩어져 있어 섬 사이로 신출귀몰한다면 강력한 대군도 왜구 몇을 감당하기 어려운 요충지다. 이키와 히라도에서 출발한 왜구들은 이곳 대마도 왜구와 연합작전을 펼치기도 하며 끊임없이 한반도의 해안을 침탈해 댔으니 고려와 명나라가 왜구 때문에 망했다는 말도 절반은 진실에 가깝다. ●전쟁과 평화 교차하는 ‘국경의 섬´ 그런데 일본의 후소샤판 교과서에는 ‘왜구란 조선반도 및 중국 대륙 연안에 출몰했던 해적집단을 뜻한다. 그들 중에는 일본인 외에 조선인도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왜곡하고 있다. 왜구는 대마도, 이키제도와 히라도 등을 포함해 세토나이카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의 해적 및 악당들로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최근 들어 왜구의 구성을 국적이나 민족을 넘어선 차원의 인간집단으로 파악하려는 시각은 당시의 현실과 동떨어진 가공된 역사상일 뿐이다. 여기에는 왜구 근거지는 북규슈 지역의 도서 연안이고, 발생 원인도 일본 내의 정치적 혼란에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왜구의 시대에 이어 이번에는 임진왜란의 주역으로 다시금 대마도와 이키가 등장한다. 강항은 간양록에서 ‘이번 전란의 꼬투리는 대마도주 소오(宗義智)의 수작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고니시 유키나카(少西行長)의 딸 마리아가 바로 이 소오의 아내였다. 조선 침략의 선봉장이 된 고니시의 출병에는 조선말을 잘하는 대마도 사람 8000여명이 동원된다. 웬만한 남자들은 전부 동원됐다.‘전쟁이 끝나자 남자는 없고 과부들만 들끓어 대를 이을 수 없었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이키도 대규모 병사를 내어 한반도에 출병했다. 과거의 왜구들이 왜군으로 변신한 것이다. ●조선통신사 맞이하는 기착지… 친선의 가교로 전쟁이 끝나고 조선통신사의 왕래가 재개되자 다시금 대마도와 이키는 한반도에서 오는 귀한 문화사절단을 맞이하는 기착지로 변신한다. 수백명에 이르는 조선통신사는 그 자체가 한반도의 선진문물을 전하는 통로였다. 조선정부는 성심성의껏 사신을 조직하였으며, 대마도와 이키 등지의 번주들도 최선을 다해 이들을 맞았다. 대마도와 이키는 조선통신사를 통한 친선과 교류의 장이었지만 때로는 왜구의 본거지로 역사의 굴절을 계속했다. 이키의 아름다운 ‘원숭이바위’가 있는 곳에는 2차대전 당시의 포대가 있으며, 대마도에도 거대한 지하포대가 있다.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 해군은 아소만 일대에 군함을 잠복시켜 놓고 반세키(万關)운하를 통해 러시아함대를 기습·괴멸시켰다. 근래 대마도에서는 러일전쟁 100주년을 기념한답시고 곳곳에 러일 친선을 기원하는 전승비를 세웠다. 명분은 친선이겠지만 본래 목적은 딴 곳에 있다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니 이처럼 일본은 대마도인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대마도를 자국 본토와는 달리 오로지 ‘국경의 섬’으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대마도와 이키는 한·일 간의 친선을 돋우는 징검다리도, 침략의 가교도 될 수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최익현 선생이 단식 끝에 절명했을 때, 대마도 사람들은 선생의 유해를 지극정성으로 이즈하라의 슈젠지(修善寺)에 모셨다. 이키에는 해방되던 해, 꿈에 그리던 조국을 향해 귀환선에 몸을 실었다가 집단 수장된 우리 동포 160명을 애도하는 비가 한국쪽 바다를 향해 서 있다. 또 와니우라 포구의 팔각정 형태의 한국 전망대에는 1703년 무려 112명의 역관사들이 조난당해 생을 마친 사실을 기록한 비석도 서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딛고 바다가 국제교류의 장으로 연결되었던 것이다. ●진실된 한일교류의 징검다리되어야 17세기 대(代)의 외교관으로 한국말에 능통했던 아메노모리 효슈의 말처럼 대마도와 이키는 진정한 ‘친선교류’의 징검다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임진왜란으로 한반도의 수많은 백성들이 죽어 가고, 문화재가 불타 버렸지만, 강제 동원되어 이 전쟁에 참가해야 했던 대마도나 이키의 백성들도 운명은 비슷했다. 조선통신사가 오고 갔듯이 이제 한·일간의 해양 네트워크는 더이상 침탈의 역사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러일전쟁 100주년,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국을 꺾었다.’는 자부심과 승리의 기분을 지금껏 향유하려고 드는 한 국제사회에서 그들이 ‘소인배’라는 비난과 지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21년 전인 1984년. 당시 서울신문사에서 대마도와 이키의 역사·고고·미술·민속·언어·물질문화 등을 망라한 보고서를 냈던 사실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바다를 통해 일본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목적의 대마도·이키 답사가 21년 만에 다시 서울신문 지면에서 재현된 셈이다. 일본인들에게는 발틱함대를 괴멸시킨 러일전쟁 승전 100주년 기념의 해이겠지만 우리에게는 ‘을사늑약’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친선의 바다인가, 침탈의 바다인가.’ 그 난해한 화두를 대마도와 이키에서 다시 곱씹어 본다.
  • 디카폰 품질평가 논란

    카메라폰의 ‘품질 문제’에 대한 소비자 조사결과를 놓고 벌어졌던 삼성전자와 소비자 조사기관의 ‘갈등’이 삼성측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법적대응’ 운운하며 감정이 격화됐던 삼성전자와 조사기관이 갑자기 ‘화해무드’로 돌아서면서 카메라폰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궁금증은 여전히 풀리지 않게 됐다.●“삼성 애니콜 문제 적다”발표 소비자조사 전문회사인 ‘마케팅인사이트’는 23일 최근 6개월 간 카메라폰을 구입한 소비자 1만 8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 애니콜 ‘SCH-E560(일명 CEO폰)’이 525 PPH(PPH·100대당 문제점)로 문제점이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마케팅인사이트측은 또 자사가 시행하고 있는 ‘체험중심 품질평가’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능이나 가격대에 따라 나눠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연설명했다. 소비자들의 체험으로 품질을 평가할 경우 문제의 소지가 적은 저가 단순 모델이 우수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반면 마니아들이 즐겨찾는 최첨단·고성능 휴대전화는 오히려 많은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 회사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정면으로 뒤집는 데다 자사의 조사방법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마케팅인사이트는 지난 20일 소비자들이 ‘최악’의 카메라폰으로 삼성 애니콜을 선정했고 가장 문제가 적은 제품은 LG전자 싸이언이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으면서 “견고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애니콜이 가장 문제가 많다는 결과는 일견 의외로 보이지만 애니콜 등 첨단·고기능 휴대전화가 상품성은 뛰어날지 몰라도 제품·통화품질은 중저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KTF 카메라폰이 가장 문제가 많았는데 이는 애니콜 때문이라며 ‘KTF­애니콜’은 최악의 조합임이 분명하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사용했었다. 삼성전자는 곧바로 마케팅인사이트의 조사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고 이 회사의 ‘고객사’에 경쟁사인 LG전자가 포함돼 있는 등 ‘의혹’이 적지 않다는 내용의 ‘반박자료’를 배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LG전자측은 마케팅인사이트의 조사내용을 참고자료로 각 언론사에 배포하는 등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였다.●“품질·통화질은 최악” 공개 여진남아 이에 마케팅인사이트측은 삼성전자측의 사과를 요구하며 “여의치 않으면 ‘법률적인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발끈했지만 3일 만에 “카메라폰 브랜드별 초기품질 점수와 관계된 논란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이 회사 김진국 대표는 “삼성전자와의 갈등은 원만하게 해결된 것으로만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관계자는 “‘사이비’라는 표현을 쓴 것 등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마케팅인사이트측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했지만 조사결과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긴급점검 부동산정책 전면 손질] (중) 공급부족 해소가 관건

    [긴급점검 부동산정책 전면 손질] (중) 공급부족 해소가 관건

    부동산 시장이 정책과 거꾸로 가고 있다. 수많은 규제 정책을 들이대도 강남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은 줄을 서 있다. 대부분 강남 아파트가 당장 필요하지 않고 구매 능력도 따르지 않는 가수요자이다. 그러나 가수요도 엄연한 수요이고 시장의 흐름이다. 공급을 늘려 가수요를 막든지, 가수요를 철저하게 차단하든지 하는 것이 강남 집값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기 위해선 ‘시장 친화적’이어야 한다. 있는 자들의 배를 불리거나 공급자 위주의 정책을 펴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시장 기능을 거스르는 정책은 안 된다는 것이다. ●아파트 공급 늘려야 한다 강남 집값이 오른 가장 큰 이유는 투기 수요와 공급 부족이다. 매물은 적고 수요는 많으니 값이 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정은 다르다. 대규모 주택 공급원인 재건축과 뉴타운 재개발은 각종 규제에 묶여 답보 상태다. 투기의 온상으로 비치면서 정부는 재건축 사업을 누르고 무조건 거래 자체를 막는 정책에 주력했다. 정책과 시장 원리가 다르니 시장은 거꾸로 갈 수밖에 없다. 재건축을 활성화하면 주변 전셋값이 오르고 고분양가로 일반 아파트 가격을 움직인다는 비판도 있다. 넓은 새 아파트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대상 아파트값이 뛰는 역효과도 경험했다. 하지만 발상을 전환해 보자. 주택시장도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고층 고밀도 개발을 통해 아파트 공급을 늘려 수요를 충족하면 가격 오름세(투기)는 서서히 진정될 수 있다. 어차피 재건축을 할 거라면 공급 증가 효과없이 찔끔찔끔 풀어줄 것이 아니라 서울의 재건축 단지를 과감하게 풀어줘 많은 아파트를 공급하면 사재기 심리가 줄어들 것이다. 이 과정에 끼어드는 투기꾼에 대해선 차익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무거운 세금을 물리면 된다. 평형 규제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재건축 단지의 개발이익을 방치하자는 것이 아니라 소형 아파트를 지어야 하는 만큼의 개발이익을 차라리 단지 안에 문화시설을 지어 지역 주민에게 기부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지역 주민간 커뮤니티 형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판교 개발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신도시 개발 입안 당시 이곳을 중대형 아파트 위주의 고급 주택단지로 개발키로 했었다. 그러나 정치권·시민단체·부처간 협의 과정에서 기형적으로 변했다. 추가 신도시 개발을 운운하는 것보다는 어차피 개발키로 한 땅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판교 밀도는 분당 신도시 수준으로 해도 문제가 안 된다. 강남 개발 초기 정부가 나서서 지원했던 것처럼 강북도 체계적인 개발을 유도해야 한다. 강남 못지 않은 쾌적성·편익시설·교육여건 등을 갖춘 대규모 아파트 타운을 조성하면 강남·판교발 투기 열풍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정치적 논리보다 시장 기능 중시 주택정책은 경제관료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정치권은 이들이 세운 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면 된다. 경제관료들이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부처간 협의가 안 되거나 시민단체의 반발 등에 부딪혀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때 구원투수 역할을 하는 것이 정치권이다. 국회의원 한 사람이 나서서 서울공항을 신도시로 개발하니 마니 하는 식의 인기성 발언이 시장을 얼마나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자금 규모를 생각하지 않고 금리를 올려야 되느니 마느니 하는 식의 아마추어 정책 역시 시장 기능을 무시한 처사다. 투기 거래에 대한 과세 부과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주택업체들이 시장 흐름을 좆아 집을 많이 공급해 수급을 맞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먹습니까, 보리? 먹습니다!

    먹습니까, 보리? 먹습니다!

    보리밥. 미끌미끌하고 거칠거칠한 맛은 다른 맛과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달착하게 입 안에 착착 감기는 쌀밥과는 달리 보리밥은 한참 씹어도 입 안에서 따로 논다. 과거 춘궁기 서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준 가난한 시대의 고마운 음식이다. 보리죽, 보리떡, 보리숭늉, 꽁보리밥…. 지겨웠던 가난 때문일까, 눈물겨운 애환이 서린 보리밥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 이런 보리밥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장년층 이상에겐 추억의 맛으로, 젊은층에겐 다이어트식으로 보리밥이 새롭게 대접받고 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보리밥이라고 간판을 당당히 내걸고 도심 한가운데로 진출한 것이다. 금싸라기땅 서울 강남에서도 보리밥 음식점들이 ‘잭팟’을 터뜨리고 있다. 은 여성과 넥타이부대가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다. 보리밥은 외식분야에서 새로운 성공의 역사를 쓰고 있다. 산기슭, 낡은 토담집에서나 겨우 명맥을 이어왔고 한식집에서 곁다리 메뉴로 홀대를 받았던 몇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보리밥이 위풍당당하게 된 이유는 건강식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 안명수 성신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보리는 쌀과 밀에 비해 지방의 함량은 떨어지지만 칼슘·철분 등과 같은 무기질과 비타민B군은 월등히 앞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섬유질은 쌀의 5배나 되며, 보리밥 특유의 섬유질 탓으로 먹으면 위에 머무르지 않고 곧바로 장으로 내려가 장의 기능을 촉진시켜 장염이나 대장암의 발병 인자를 제거한다.”고 강조했다. 이뿐만 아니라 혈관 내 콜레스테롤과 혈당 수치를 낮춰줘 고혈압과 심장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장동민 하늘땅한의원장은 “보리는 인스턴트 식품으로 약화된 우리 몸을 알칼리화해 건강체질로 만들어준다.”며 “평소 밥에 보리를 10% 정도 섞어 먹으면 변의 양이 늘어나고, 뇌졸중이나 심장질환 발병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리의 영양분을 그대로 흡수하려면 볶아서 미숫가루 형태로 먹는 게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보리는 껍질이 단단한 까닭에 10여분간 볶아야 한다. 보리밥은 야채나 나물을 듬뿍 넣고 된장이나 고추장으로 쓱쓱 비벼서 먹어야 제격이다. 열무김치를 넣어도 좋다. 이때 빠지지 않는 것이 풋고추. 맵싸한 풋고추를 한입 베어물면 거칠거칠한 보리밥이 단숨에 넘어간다. 마지막에 마시는 구수한 숭늉은 화룡점정. 꺼칠한 입맛을 깔끔하게 씻어준다. ‘가난의 음식´ 보리밥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 가운데 하나로 격상되고 있다. 실내도 함지박과 같은 토속적인 인테리어에서 벗어나 현대적이고 감각적으로 꾸며야 팔리는 식품이 됐다. 또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연수리 일명 ‘보릿고개마을’은 보리밥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보리밥을 비롯해 1960년대 이전의 음식인 보리개떡 등을 먹어볼 수 있게 했다. 입맛이 없고 식욕이 떨어질 때 큰 그릇에 보리밥과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벼 먹어보자.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아싹아싹 씹으면서. 입 안에 벌써 침이 고인다. 글 사진 이기철·한준규기자 chuli@seoul.co.kr ■ 서울밖에서 먹어보리 경기도 분당의 먹자촌인 보릿골(031-709-1238) 역시 보리밥(5000원)으로 내공이 깊다. 밥에는 울타리에 심는 빨간 콩인 울콩을 넣고 뜸을 들여 독특하게 내온다. 콩과 보리는 모두 토종을 쓴단다. 또 남산 케이블카 타는 곳 근처의 남산골산채집(755-8755)의 보리밥(5000원)은 쌀밥과 보리밥을 반반 비율로 섞어 낸다. 계절별 나물과 된장찌개를 함께 넣고 비벼 먹는다. 부추전(5000원)도 별미다.장릉보리밥(033-374-3986)은 강원도 영월에서 손님이 찾아오면 안내하는 영월군의 대표적인 토속음식점이다. 보리밥은 보리쌀을 앉히고 뜸을 들인 다음 강원도 대표음식 감자를 한 알씩 넣는다. 부산 자갈치시장의 우리보리밥(051-245-4397)과 사직야구장근처의 3·3보리밥 뷔페(051-501-6776) 역시 보리밥으로 나름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 사월에 보리밥(596-5292) 지하철 3호선 강남역 5·6번 출구 뒤 음식점 골목에 있다. 세련된 청담동 스타일을 따르고 있는 곳. 음식만큼은 지극히 전통적이다. 보리밥(7000원)은 큰 그릇에 감자 한 알과 함께 밥이 담겨 나온다. 큰 접시에 취나물·도라지·버섯·호박나물 등 10가지 나물과 고소하면서 매콤한 고추장, 들기름을 넣고 비벼 먹으면 된다. 또 우렁된장은 시원하고 담백하다. 보리밥은 100% 보리로 지은 것은 아니다. 자세히 보면 쌀이 섞여 있다. 물어보니 보리 7할에 쌀과 찹쌀 각 1할을 섞었다고 한다. 토속적인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연출한 인테리어도 눈여겨볼 만하다. 여기에다 잔잔한 재즈음악이 나온다. 보리밥이라도 손님을 접대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보리밥으로만 접대가 서운하다면 돔베고기(1만 8000원)를 주문할 수도 있다. 어른 2∼3명으로 부족함이 없다. 돔베는 도마의 제주도 사투리. 보쌈용 돼지고기를 도마 위에 썰어 묵은김치와 갓김치 등과 함께 내온다. ● 고향보리밥(720-9715) 경복궁에서 금융연수원쪽으로 들어가서 삼청동 버스종점 골목에 있다. 보리밥(5000원)이지만 상차림에 격조가 있어 간단한 접대음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반들하게 닦인 놋그릇에 치커리와 적채 등의 향채와 비빔감을 넣고 내온다. 나무그릇에 구수한 보리밥과 찰진 조밥이 나온다. 보리밥을 비벼 먹을 수 있는 고추장과 된장, 푹 삭힌 젓갈이 정갈하게 나온다. 시큼한 김치와 무청이 들어간 우거지찌개도 맛깔스럽다. 자극적인 입맛을 원하는 사람을 위해 매운 풋고추도 나온다. 목기에 나온 차조밥은 보리밥을 본격적으로 먹기 전에 맛돋움으로 즐겨도 된다. 하지만 보리밥과 함께 비벼 먹어도 별미다. 고소하게 씹히는 조밥은 구수하지만 접착력이 약한 보리밥을 엉겨붙게 한다. 향긋한 야채류가 골고루 씹히는 맛이 ‘웰빙푸드´임을 실감케 한다. ● 봄날의 보리밥(722-5494) 세종문화회관 뒤쪽 메드포갈릭의 3층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사월에 보리밥과 상호만 유사한 게 아니라 보리밥(6000원) 식단의 짜임새도 거의 비슷하다. 보리밥에 부추와 삶은 고구마 절편을 올려내고, 고사리·취나물·호박나물 등 10가지 나물과 잡맛이 없는 된장찌개가 나온다. 마지막으론 누룽지탕이 나온다. 성인남자 중에는 “보리밥과 나물반찬의 양이 조금 부족한 듯하다.”고 말했다. 보리밥 외에도 고등어, 김치찌개 등 메뉴가 다양하다. ● 엄마손(814-2207) 지하철 7호선 장승백이역 4번출구에 있는 한식당. 아침에는 조기축구 회원들이, 점심엔 직장인과 계모임 하는 주부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여러가지 식단이 있지만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보리밥(5000원)이다. 보리밥을 큼직한 그릇에 담아내고,5가지의 비빔나물과 된장찌개, 열무김치가 기본으로 상에 오른다. 싱싱한 쌈과 쌈장을 곁들인 상차림이 매우 깔끔하다. 별다른 꾸밈은 없지만 소박하고 정성이 깃들어 있다. 비빔감을 골고루 갖춰 얹고 고추장으로 비비고, 새콤하게 익은 열무김치로 마무리하는 뒷맛에 옛날 보리밥 맛을 추구하는 이들이 찾는다. 모든 음식을 가족들이 직접 만들어낸단다. 간장과 된장도 직접 담가 쓴다.  ■ 보리밥 짓는 법 (4인분) 재료 통보리 3컵, 보리 삶은 물 6컵, 밥물 31/3컵 보리삶기-통보리는 잘 씻어 물을 2배 이상 충분히 붓고 삶는다.건지기-너무 퍼지지 않도록 15분 정도 삶아 탄력있게 되면 보리쌀을 체에 건져 물기를 뺀다. 보리 밥짓기-(1)두꺼운 냄비나 솥에 삶은 보리쌀을 담고 물을 맞춘다.(2)센 불에서 밥을 해 끓어오르면 불을 낮추어 중간 불에서 짓다가 밥물이 잦아들면 약한 불로 줄인다.(3)물이 거의 없어져서 타닥거리는 소리가 나면 아주 약한 불로 줄여 20∼30분간 충분히 뜸을 들인 뒤 불을 끈다.팁 보리밥을 지을 때 찹쌀풀을 되직하게 끓여 섞어 지으면 찰기가 생겨 좋다.■ 도움말 한국식생활개발연구회(02-833-1623)
  • ‘IMF 정책’ 다시 주목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과 함께 재계에 드리워진 IMF의 ‘망령’이 주목받고 있다. 당시 주요 그룹들이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취했던 ‘긴급조치’들이 5년이 넘은 현재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해묵은 삼성자동차 채권, 다시 수면 위로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최근 삼성자동차 채권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수조원대의 소송을 낼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삼성생명 주식 매각이 불발되면 채권 만료가 올해 말이기 때문에 연내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삼성은 99년 이건희 회장이 ‘대주주 책임’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주당 70만원)를 상장을 전제로 채권단에 넘기며 삼성자동차 부채 2조 4500억원을 ‘정리’하려 했다. 이 가운데 50만주는 삼성 계열사들이 실제 70만원에 매입했고 이 회장은 350만주로 채권 변제가 부족할 경우 추가로 50만주를 더 내놓기로 했다. 이마저도 부족할 경우 삼성 계열사들이 자본출자 또는 후순위채권 매입 등으로 부담하되, 미이행시 은행연체이율에 의한 지연이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었다. 또 서울보증보험이 삼성생명 주식 116만주를 담보로 발행한 8000여억원어치의 자산담보부유동화증권(ABS)을 삼성생명이 인수하는 형식으로 부채를 줄여왔다. 하지만 당시 시세로는 70만원이 충분할 것 같던 삼성생명의 주식 상장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주가도 현재 20만원대로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은 ‘소송불사’를 운운하는 한편 삼성생명 지분의 해외매각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마감시한을 앞두고 다시 ‘소송불가론’이 불거진 것이다. 삼성측은 “계열사들의 추가 지원은 삼성생명 상장후 부족분에 대한 지원 약속이었기 때문에 상장 자체가 불발된 상황에서는 지연이자를 물 수 없다.”는 입장이다.‘합의서’가 법적인 효력이 있느냐에 대한 회의론도 일고 있다. 삼성전자 최도석 사장(CFO)은 올초 주총에서 “삼성자동차 채권 처리 문제는 앞으로 법적인 검토가 더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뼈아픈 반도체 공백 LG그룹도 요즘 IMF사태 당시 정부의 강요로 이뤄진 반도체 ‘빅딜’의 여파로 부심하고 있다.LG는 연이은 계열분리로 인해 전자·화학·정보통신분야로 사업영역이 전문화됐지만 그룹의 주력인 전자사업에서 핵심인 반도체가 빠져 있다.지난 96년에 의욕적으로 발표했던 ‘비전 2005’는 반도체 빅딜, 사업구조조정 등 IMF사태 여파에 GS그룹 등 계열분리가 이어지면서 ‘치명타’를 입었다.LG그룹의 올해 매출목표 94조원은 당시 목표에 크게 못미치는 액수다. 반도체 빅딜 직전인 98년 각각 20조 1000억원,9조 8000억원이었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매출차이는 지난해 57조 6000억원,24조 6000억원으로 벌어졌다. 영업이익은 98년만 해도 LG전자가 7500억원으로 삼성전자(4000억원)보다 많았지만 지난해에는 삼성전자가 12조원,LG전자가 1조 2000억원으로 10배나 차이가 났다. 때문에 LG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워크아웃 조기졸업이 결정된 하이닉스의 ‘새 주인’으로 LG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LG측도 반도체의 부재가 IMF사태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격차를 키웠다는 데는 동의하는 분위기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기고] 3不정책 폐지 누가 원하는가/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

    2008학년도 대입제도를 두고 교육계가 들끓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이렇다. 내신을 강화하여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 수요를 줄이겠다는 당국의 의지에 대학측이 자율권 침해라며 찬물을 끼얹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교육당국과 대학 측이 사사건건 학생선발권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사이 정작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은 가뭄에 타들어가는 논처럼 전전긍긍하고 있다. 새 대입제도로 인하여 고1교실이 극도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자, 서울대가 먼저 대입 전형안을 내놓았다. 교육의 형평성을 고려한 ‘지역 균형 선발’은 3분의 1에 불과하고, 나머지 3분의2는 특목고 등 소수를 배려한 ‘특기자 선발’ 및 논술 위주의 ‘정시 모집’으로 채운다는 것이다. 역시 서울대다운 발상이다. 전국에 흩어진 우수한 인재를 일차적으로 확보한 다음, 특정 지역과 특목고 학생들까지 싹쓸이하겠다는 발상이다. 챙길건 확실히 챙기겠다는 서울대의 속셈을 타 대학이 나몰라라할 리 없다. 자신들도 독자적인 기준에 따라 학생들을 선발하겠다고 나섰다. 늘 그랬듯이 선발권의 규제는 대학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로 또다시 교육당국을 압박하며 3불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불허)의 재고를 요구하고 나섰다. 3불정책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득권 계층이다. 소위 일류대학 출신에 남부럽지 않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지방대학이나 먹고살기 빠듯한 서민들이 3불정책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가뜩이나 사회적 희소가치(부, 권력 등)의 독점으로 인하여 계층 간의 위화감이 심화되고 있는 마당에 3불정책 폐지는 곧바로 기득권의 세습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또한 3불정책 폐지론자들은 틈만 나면 대학의 경쟁력을 거론한다. 세계화 시대에 학생선발권을 묶어놓고 어떻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마치 우리 대학의 초라한 현실이 대학외적 요인에 있다는 소리로 들려 아쉬움이 남는다. 대학은 선발보다는 학사운영과 연구에 더 큰 책임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교육당국의 보호 아래 내실보다는 외형 부풀리기에만 치중했던 대학이 이제 와서 경쟁력 운운하는 것은 물에 빠진 사람 건져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나 다름없다. 3불 가운데 1불(본고사 불허)은 이미 유명무실한 상태로 볼 수 있다. 소위 수험생들이 몰린다는 대학들은 본고사 금지라는 불분명하고 추상적인 개념과 이를 어겼을 경우 특별한 제재 수단이 없다는 점에 착안하여 언어논술, 수리논술, 학업적성논술, 심층면접이란 그럴 듯한 명칭으로 사실상 본고사 형태의 시험을 치르고 있다. 포괄적이고 깊이있는 사고력을 요하는 논술고사와 심층면접의 성격상, 지방에 있는 학교로서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매년 입시철이 가까워오면 지방 학생들이 논술과 면접 준비를 위해 서울로 원정 유학을 떠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만약 본고사가 부활한다면 상대적으로 교육인프라가 취약한 지방 교육은 공동화될 것이 뻔하다. 이처럼 3불정책이 폐지된다면,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교육은 고사될 것이 분명하고, 사교육은 가히 엄청난 위력으로 서민 경제를 강타하며 줄줄히 가계 부도를 일으켜 국가 경쟁력을 위협할 것이 확실하다. 또한 부모의 재력에 따라 대학 간판이 좌우되면서 교육의 공공성과 도덕성은 치명상을 입고 사회는 극도의 혼란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3불정책은 우리 교육 현실을 감안한 최소한의 조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오늘의 교육 현실이 처한 가장 큰 위기는 3불정책이 아니라 학력을 무기로 모든 기득권을 독식하겠다는 일부 세력의 과욕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 교육계도 좀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 데도 3불정책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 과연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해 온당한 처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
  • 프랜차이즈 창업 도사린 함정

    정부가 무분별한 창업을 막기 위해 프랜차이즈 창업 유도 방침을 내놓으면서 최근 프랜차이즈 업체의 창업 설명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창업에 따른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어 프랜차이즈가 더이상 중소 자영업자를 위한 보호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물품 가격 인상으로 곤욕… ‘패가망신’ 신세도 S레미콘 현장 요원으로 명예퇴직했던 박성곤(52·가명)씨는 지난 2003년 7월 명퇴금 6000만원과 처남으로부터 빌린 돈 등 총 9800만원을 투자해 농협에서 운영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또래오래’ 지점을 냈지만 현재 남은 건 빚 3000만원이 전부다. 박씨는 “농협측에서 처음에 ‘고정가로 닭을 공급한다.’고 약속했지만 닭값을 지난해 2950원에서 올 들어 3700원으로 올려 남는 게 없어졌다.”면서 “아내와 둘이 일해 순이익으로 월 150만원 남겨 인건비도 못 건진다.”고 성토했다. 농협측은 이에 “계약서에 닭을 고정가로 준다는 조항이 없고 값이 오른 것은 본사도 어쩔 수 없다.”면서 “본사도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규정(38·가명)씨는 대한상사중재원에서 화장품 전문 프랜차이즈인 ‘더페이스샵’과의 분쟁 중재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서울 천호동에매장을 열었으나 10일후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다른 매장이 생겼고, 한달 뒤에는 200m도 안 되는 거리에 또 다른 점포가 생기면서 매출이 40%나 줄었다. 계약서에는 500m안에 프랜차이즈를 또 낼 경우 사전 협의한다고 했지만 최씨는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 회사는 1년반 사이 가맹점을 300여개로 늘렸다. ●“가맹본부만 챙긴다” 분쟁 속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창업자간의 분쟁은 이처럼 가맹본부의 유명도를 막론하고 끊이지 않고 있다.10일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관련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지난해부터 5월 현재까지 총 622건이나 된다. 국내 매출 1위 외식 브랜드인 제너시스의 BBQ를 운영하는 한 가맹점측은 “제너시스는 BBQ가 포화상태라 신규 점포를 내주지 않는다고 홍보하면서 또 다른 자사 닭 튀김 브랜드인 BHC 등 프랜차이즈는 계속 늘려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제너시스측은 “BBQ(1750개)는 전국에 바둑판처럼 포진해 있어 신규점은 내주지 않고 있다.”면서도 “BBQ가 배달 안 되는 상권에 제너시스의 다른 닭 브랜드인 BHC(600여개)나 닭익는마을(250개) 등 가맹점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한 뒤 본사가 사라지거나 인테리어 부실공사로 피해를 입는 일도 많다.”면서 “사정이 이런데도 프랜차이즈들은 정부 정책에 편승해 창업전략 운운하며 ‘간판장사’를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직영점의 성공을 바탕으로 가맹점을 늘리는 대신 단기간에 수백개 가맹점을 여는 본사의 가맹점 관리가 잘될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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