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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독도, 애국심 그리고 외교/이준규 외교안보연구원장

    [시론] 독도, 애국심 그리고 외교/이준규 외교안보연구원장

    일부 일본 자민당 국회의원들의 울릉도 방문 시도로 촉발된 독도 문제가 일본 방위백서의 독도 관련 기술로 악화되어 한·일관계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최대의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것 같다. 여기에 동해 표기 문제까지 겹쳐져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영토 문제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매우 예민한 문제이며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한 조각의 영토라도 소홀히 취급할 수는 없다. 또한 영토 문제는 국민들의 애국적 감성을 가장 예리하게 자극하기 때문에 국민들을 쉽게 단결시킬 수 있는 반면 쉽게 흥분시킬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일본에 나라 전체를 통째로 빼앗겨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영토 문제에 있어서는 그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절실하고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독도 문제가 표면화되자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여러 분야의 국민들이 일본에 분노를 표출했다. 독도를 수호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실행하기도 하였다. 이 모두 본인들 나름대로 생각하는 애국심의 발로일 것이지만, 실제로 독도 수호와 우리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영토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 올 때마다 정부의 외교력이 질타를 당하곤 한다. 도대체 이렇게 명명백백한 일을 두고 정부는 왜 ‘조용한 외교’ 운운하면서 문제 해결은커녕 할 말도 제대로 못하는 것인가? 과거 ‘힘의 외교’ 시대에는 영토 문제는 대개 무력에 의해 결판났었지만, 지금은 어떠한 강대국도 무력으로 영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칼로 무 베듯 해결되지 않는다. 영토 문제는 어느 나라건 애국심과 직결되어 있어 아무리 근거가 박약한 영토에 관한 주장도 이를 섣불리 포기할 수 있는 정부는 없다. 그러므로 현대의 영토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오래 지속될 수밖에 없고, 정부들로서는 장기전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 독도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는 우리의 공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지만, 감정 표출은 어느 정도의 자제력이 필요하다. 즉, 감정 표출의 대상을 너무 확대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일본에는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양심적인 학자들이 있고 일반 국민들도 독도에 대해 잘 모르거나 무관심한데, 우리가 흡사 모든 일본인들을 적대시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본에 ‘한국의 친구들’을 많이 만드는 것이 우리의 국익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독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단호한 자세를 견지해 나갈 필요가 있지만, 어떠한 행동을 하게 될 때에는 그것이 정말 독도 수호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인지를 냉정하게 따져 봐야 하고, 외양적으로는 지나치게 거칠거나 도발적인 모양을 띠지 않는 게 좋다. 정부로서는 독도 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위해서 노력해 나가는 한편, 이 문제가 한·일관계 전반에 큰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잘 관리해 나갈 책무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독도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절절한 애국심에 정부가 속시원하게 부응하기 어려운 이유라 할 수 있다. 북핵 문제를 비롯하여 통일 과정에서의 협조 확보 등 일본을 우리의 우방으로 묶어 둘 필요성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울릉도 방문 시도를 했던 자민당 국회의원 일행은 같은 날 같은 항공사의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돌아갔다. 그들은 그러한 해프닝을 통해 소기의 정치적 성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되었지만, 우리는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의 ‘분쟁지역화 방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에 대해 공감하는 국민들이 많아진 것은 다행이다. 우리는 독도가 분쟁지역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지만, 독도 문제의 궁극적 해결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나아가서 이번 사건이 우리가 독도를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국익을 총체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한 외교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관가 포커스] ‘오락가락’ 환경부 정책

    [관가 포커스] ‘오락가락’ 환경부 정책

    요즘 환경부의 화두는 소속 기관장 인선과 본부 국·과장들의 인사 이동이다. 한라산과 오동도 관리권 국가 환수 문제도 뜨거운 이슈가 됐다. 특히 국립환경과학원장(1급)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공석인 자리에 누가 임명될 것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달째 계속되고 있다. 환경부 소속 기관인 환경과학원장 자리는 관례적으로 내부에서 승진 또는 전보 발령돼 왔다. 하지만 특정 외부 인사(P교수)가 낙하산으로 내려온다는 소문이 나면서 과학원은 물론 환경부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내부 승진을 기대했던 당사자들은 물론 직원들조차 “환경부가 자기 몫까지 빼앗겨서야 되겠느냐.”며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정 인사 앉히기 위한 수순? 18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낙점된 인사를 환경과학원 수장에 앉히기 위해 ‘개방직위’로 관련 법까지 바꾸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P교수는 정부 타 기관 공모에도 원서를 냈다가 탈락된 인물로 ‘운하 전도사’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일부 직원들은 “안 되면 말지 굳이 법까지 바꿔가며 특정 인물을 앉히려는 저의가 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어쨌든 계속 늘어지는 인사 때문에 수군대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정부 스스로 국민적 신뢰 훼손 이 외에 국립공원 관리 환수권과 관련해서도 줏대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대통령 소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국립공원 관리업무 일원화를 위해 한라산 관리업무를 국가에 환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제주도민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청와대 참모와 한나라당이 대통령에게 건의해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정부와 제주도가 득 될 것 없는 사안에 헛심 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이뤄진 조치다. 결국 환경부는 한 달 넘게 제주도 현지에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부산을 떨었는데 헛발질만 해댄 셈이다. 환경단체의 한 간부는 “중앙정부 정책이 지방정부 논리에 의해 ‘왔다 갔다’ 하는 모양새가 우습다.”면서 “정부가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처사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래저래 구설수에 오른 환경부가 어떻게 이미지를 만회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문화마당] 가난하고 무식한 자들로 번창하라/주원규 소설가

    [문화마당] 가난하고 무식한 자들로 번창하라/주원규 소설가

    서울 용산 남일당에 이어 홍익대 두리반, 그리고 이번엔 명동이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들의 피맺힌 외침을 바라보는 그 누군가들의 시선엔 서늘함을 넘어선 차가움이 있었다. 그들이 그 차가움을 당연한 논리로 생각하게 만드는 건 법이라는 이름이었다. 정당한 법 집행. 이 한 마디 앞에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한 장의 서류 앞에 쓰인 내용도, 의미도 모호한 판결문을 절대의 낙인처럼 들이밀었다. 그러곤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법대로 할 뿐이다.’ 부러 편가르기를 할 생각은 없다. 그 누군가들이 말하는 법의 부당한 적용에 대해 추궁할 여력은 필자에게 주어진 몫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가지 질문은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질문조차 하지 않으면 오늘도, 내일도 법의 서슬 아래 삶의 모든 것을 강탈당해도 여전히 앵무새처럼 ‘법대로’만을 외치는 이들의 논리에 어느 순간 우리들 모두가 세뇌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법이 먼저인가, 사람이 먼저인가. 그리고 그 누군가들은 누구인가. 첫 번째 질문. 법이 먼저인가, 사람이 먼저인가. 이 질문의 답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필자의 네 살배기 조카도 알고 있다. 사람이 먼저라고. 하지만 이 당연한 답에 대한 진정성 있는 실천은 요원해져 버린 지 오래다. 사람이 먼저라는 취지의 악용으로 인해 수많은 특별법들이 배설되었고, 찬란하고 난해한 법조문은 경쟁과 착취의 논리에서 승리하고자 발버둥치는 천민자본주의 신봉자들의 들러리가 되어버렸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란 식으로 자신들의 편에서만 툭하면 법 운운하는 작태를 민주주의의 미덕인 것처럼 남발해 온 것이다. 이 경우,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선명해진다. 그 누군가들.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송두리째 도려내고도 법의 이름으로 태연할 수 있는 심장을 가진 자들, 사람이 법보다 먼저라는 진리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오직 승리한 자신들이어야만 한다고 믿는 사람들, 그 승리의 푯대를 향해 탈선한 폭주기관차가 되어 달리는 사람들, 승리의 의미를 ‘너’를 짓밟고 일어서는 밥그릇 빼앗기라는 프레임에만 가둬놓는 이들, 그 누군가들은 바로 이런 이들이 아닐까. 그 누군가들의 눈에 보인 가난과 무식함은 삶의 전부를 건 척결의 대상이다. 법은 결코 패자들의 비루한 가치에 손을 들어주는 보루가 될 수 없는 고결한 가치라고 입을 모아 부르짖는다. 하지만 그 누군가들이 지향하는 승리의 궁극엔 승자도, 패자도 없다. 공멸의 패악질만 반복, 재생산될 뿐이다. ‘나’는 ‘너’고, ‘너’는 ‘나’일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세상에서 그 누군가들은 사람이 아니다. ‘너’도 죽이고, ‘나’도 죽이는 심장이 뚫려 버린 괴물이다. 이 괴물들이 법보다 먼저인 세상을 원하는가. 과연 이것이 우리들 세상의 오늘과 내일이 되어야 하는가. 가난하고 무식한 자들로 번창해야 한다. 이때의 번창은 우리들 세상의 공생이다. ‘오직 나만 가난과 무식에서 벗어나면 그만이다.’라는 경쟁논리의 노예가 된 사람이야말로 약육강식의 괴물을 동경하는 참가난과 무식함의 노예임을 영혼의 뼛속까지 자각할 때, 그때 우리는 더 이상 가난하고 무식한 자들의 번창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너’도 가난하고 ‘나’도 가난하다. 하지만 우리들의 세상은 그 가난과 무식함으로 인해 번창하게 될 것이다. 더 이상 괴물들이 추종하는 법의 논리로 사로잡은, 착취와 경쟁의 결과로 얻어낸 가난과 무식의 한계를 벗어난 가난 아닌 가난, ‘해방된 가난’을 맛볼 것이기 때문이다. ※ 칼럼 제목은 김원이 쓴 ‘박정희시대의 유령들’ 발문에서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 투표율 낮으면 페널티?… 서울 현역들 속 앓이

    한나라당 서울지역 현역 의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14일 튀어나온 서울시당 위원장 이종구 의원의 ‘페널티’ 발언 때문이다. 24일 실시될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투표율이 낮은 당원협의회 위원장에게 내년 총선 공천 등에서 페널티를 주는 방안을 당 지도부에 건의하겠다.”는 그의 말에 다른 서울지역 의원들은 “말이 되는 소리냐.”며 펄쩍 뛰었다. 그러나 이는 겉으로의 반응일 뿐 “혹시 당에 대한 충성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 아니냐.”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강북 지역의 한 의원은 15일 “무상급식 반대 여론이 강한 강남이 강북보다 투표율이 높을 게 뻔한데, 투표율을 공천 지표 중 하나로 활용한다는 것은 코미디 같은 발상”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이 강남에서 3번째 공천을 받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이면서 주민투표에 적극적인 구상찬 의원도 “투표율을 놓고 공천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꾸 정치 이슈화할 일이 아니다. 차라리 학부모들의 감정에 호소해야 투표율이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투표율이 실제 활용 여부를 떠나 현역 의원의 충성심을 체크하는 참고 자료로 활용될 소지는 다분하다. 신지호 의원은 “투표율이 낮은 당협위원장에게 페널티를 주자는 의견은 오래전부터 나왔다.”면서 “‘당성(黨性)’을 가늠하는 참고 자료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의원들을 압박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투표를 반대했던 한 의원은 “당협위원장의 의지에 따라 주민투표 서명 실적도 큰 차이가 났다.”면서 “당협위원장이 적극 나서면 투표율이 높아지겠지만, 야당의 투표참여 반대운동으로 한나라당 지지자들만 나올 수밖에 없게 된 이번 투표의 투표율이 33.3%를 돌파할지는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또 좌우로 찢긴 8·15

    또 좌우로 찢긴 8·15

    광복절이 또 둘로 찢겼다. 진보와 보수진영이 주최한 광복절 기념행사가 서울 도심 곳곳에서 따로 열렸다. 우려했던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광화문 일대 교통이 통제되면서 큰 혼잡이 빚어지는 등 시민 불편이 이어졌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진보진영의 80여개 시민·사회·노동단체와 야 5당은 15일 오전 11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광복 66년, 한반도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전날 여의도 문화광장 문화제에 이어 개최된 이날 집회에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등 야당 대표와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시민 등 500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정부에 남북대화 등 대북정책의 전환을 촉구한 데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오후 4시 청계광장에서는 전국등록금네트워크(등록금넷)와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등이 주최한 ‘8·15 등록금해방 결의대회’가 열렸다. 대학생 등 1500여명의 참가자들은 하반기 대정부 투쟁 돌입을 선언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광장에서는 보수단체들이 모인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라이트코리아와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등 100여개 보수단체는 오후 2시 서울광장에서 ‘종북세력 척결 및 교육 바로 세우기 국민대회’를 가졌다. 5000명이 참석한 행사에서 각 단체들은 “진보를 가장한 종북세력은 북한 세습독재에는 한마디 비판도 못 하면서 ‘희망버스’ 운운하며 국민들 편가르기만 하고 있다.”며 ‘복지포퓰리즘 심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 통제에 나선 경찰은 7000명의 병력을 동원해 허가받지 않은 거리시위 차단에 나서는 한편 보수·진보단체 간 충돌을 막기 위해 광화문 광장 등에 경찰력을 집중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시민 불편도 잇따랐다. 오전 11시 10분부터 낮 12시 55분까지 대한문~광화문광장 태평로 구간의 양방향 교통이 통제돼 큰 혼잡이 빚어졌다. 이 때문에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한때 1, 2호선 시청역과 5호선 광화문역이 크게 붐볐다. ‘이념 대결의 장’이 되어 버린 기념행사와 달리 온라인 공간에서는 네티즌들이 마음을 모아 ‘나라사랑’의 의지를 다졌다. 누리꾼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태극기 사진을 자신의 프로필에 추가하는가 하면 “국경일을 뜻깊게 기념하자.”는 글을 속속 올리면서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또 일본의 침탈에 맞선 ‘독도사랑’ 오프라인 플래시몹(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사람들이 모여 일제히 약속된 퍼포먼스를 보여 주는 행위)도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백민경·신진호기자 white@seoul.co.kr
  • [열린세상] ‘고집불통’ 민주주의와 ‘눈동자’ 민주주의/장제국 동서대 총장

    [열린세상] ‘고집불통’ 민주주의와 ‘눈동자’ 민주주의/장제국 동서대 총장

    결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시켰다. 이는 타협할 줄 모르는 미 민주당과 공화당 간에 벌어진 정쟁의 소산이다. 국가 부도를 목전에 두고서도 민주당은 건강보험 및 사회복지 관련 예산을 삭감하지 못하겠다고 버텼고, 야당인 공화당은 지지기반인 부유층을 의식해 증세는 절대 안 된다는 고집으로 일관했다. 물론 막판에 극적인 합의를 도출했지만 시장의 신뢰는 이미 무너진 후였다. 그 결과 세계증시는 요동쳤고, 피해는 전지구적 규모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미국 정치판은 각자 자신들의 지지기반만 의식하는 ‘고집불통’의 힘겨루기 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때 미국의 정치는 위트가 넘치고 멋진 타협을 마술처럼 연출하여 국민적 자긍심을 한껏 올렸던 성숙한 민주주의의 표본이었는데 말이다. 따지고 보면 이웃나라 일본도 매한가지다. 지난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이라는 초유의 국가위기 상황이 발생했다. 그런데도, 일본의 정치권은 지리멸렬 상태이다. 여야는 끊임없는 ‘고집불통적’ 대립을 하고 있고, 집권 여당 내에서도 계파별로 나뉘어 상호 비난과 대책 없는 총리 사퇴만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한때 아시아 민주주의의 최고 모범 사례로 평가받지 않았던가? 우리네 사정은 더 심각하다. 민주화 운동으로 쟁취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져 있다. 여야가 두부를 자르기라도 한 듯 철저히 나뉘어 대립만 하고 있다. 사사건건 갈등이고, ‘고집불통’들의 전쟁터다. 표만을 의식, 검증되지 않은 나누어주기에만 골몰하는 포퓰리즘적 정책의 범람으로 국민들이 어리둥절해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최상의 정치제도라는 민주주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지금 겪고 있는 전지구적 민주주의 위기는 아마도 정치와 국민 간의 물리적 거리가 사상 유례 없이 가까워지고 있는 데 그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존의 언론매체에 더하여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대표되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정치인 개개인의 입장이 만천하에 공개되고 있다. 이러한 세상이 새로운 민주주의 환경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은 표만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고 만 것이다. 앞으로 정보통신이 발달하면 할수록, 단말기의 휴대가 더 간편해질수록 정치권은 더더욱 비타협적·근시안적·포퓰리즘적·자극적 언행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점잖을 빼고 장기적 안목을 운운하고 있다가는 정치판에서 밀려나기 십상일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행태가 일시적인 국민의 관심과 열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모르나 그 후 일어날 수밖에 없는 필연적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되고 마는 데 있다. 정책이 검증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고, 잘못된 정책의 결과가 드러날 즈음이면 일을 주도했던 정치인은 이미 모든 것을 다 누리고 난 후 ‘행복한’ 은퇴의 노후를 즐기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대를 헤쳐 나갈 유일한 방법은 국민들의 ‘눈동자’ 민주주의밖에 없다. 즉, 국민들이 깨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뜨겁게 달구어지는 정치판을 바라봄에 있어서 여유를 가져야 하고, 누가 쭉정이고 누가 알맹이인지를 분간할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결국 이런 것이 능한 민족은 흥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멸하게 될 것이다. 정치권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다양한 목소리는 물론 민주사회에서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무대 위의 플레이어들이 펼치는 ‘고집불통적’ 향연을 국민들은 주눅이 들 만큼 무서운 ‘눈동자’로 지켜 보아야 한다. 그래야 무대 위에서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될 것이고 새로운 환경에서의 민주주의가 업그레이드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작금의 미국 사태는 운 좋은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타협 없는 정치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며칠 상간으로 똑똑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지금 정치판이 뿜어내고 있는 수없는 포퓰리즘적 정책이 몇년 후에 어떠한 쓰나미로 엄습해 올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눈동자’ 민주주의가 절실히 필요한 때라 하겠다.
  • 환경부 녹색성장 정책 평가해 보니…

    환경부 녹색성장 정책 평가해 보니…

    정부가 녹색성장 정책을 발표한 지 3주년이 됐다. 이에 맞춰 환경부는 11일 지난 3년 동안 추진된 녹색성장 정책 중 환경분야 성공 정책에 대한 홍보자료를 배포했다. 무엇보다 녹색성장에 대한 조직과 제도적 토대가 구축되고 구체화된 정책들이 국민 생활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환경·시민단체들은 나열한 가짓수만 많을 뿐 눈에 띄는 성과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평가한다. ●“내년까지 종량제 정착시킬 것” 환경부는 매년 증가하던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이 2009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2001년 하루 1만 1237t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는 매년 3% 증가해 2008년에는 하루 1만 5142t으로 늘었다. 하지만 녹색성장 정책이 추진된 2009년에는 1만 4118t, 2010년에는 1만 3516t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도입, 학교·음식점 등 발생원별 맞춤형 대책 추진, 음식문화 개선·실천 운동의 성과라는 설명이다. 관계자는 “내년까지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정착시켜 발생량을 20% 이상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전기와 수도, 가스절약 등 녹색생활을 실천하는 가정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탄소 포인트’ 제도가 도입돼 200만 가구(7월말 기준)가 참여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추용 음식물류자원화협회 회장은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나 사료로 만드는 시설을 권장해 놓고, 이제는 발생량을 줄이거나 신재생에너지 생산 시설을 지원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기존 사업자들이 시설에 투자한 비용이나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2020년 배출 전망치 대비 온실가스 30% 감축’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국가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를 설립했고, 대형 배출원에 대해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 제도를 도입했다.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 그린빌딩 인증·보급제도도 온실가스 저감정책 수단으로 도입됐다. 폐자원 에너지화도 상용화돼 곧 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해 원유 58만 5873배럴(523억원) 상당의 바이오가스를 생산, 자동차 연료와 지역난방 에너지원으로 활용한 실적을 근거로 제시했다. ●“나열식 정책 무슨 의미있나” 그러나 환경·시민단체는 너무 작은 것에 만족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4대강 사업이나 국립공원 케이블카 추가 설치 등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녹색성장 운운하며 백화점 상품 진열식 정책을 나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팀장도 “폐자원을 활용하는 환경부의 정책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제도가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산재해 있다.”면서 “슬로건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이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유승민 “복지만 깎는 예산 재검토 반대”

    이명박 대통령이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새해 예산 편성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대해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유승민 최고위원이 견제구를 던졌다. 미국발 재정 위기를 명분 삼아 복지 예산을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일은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 최고위원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 상황이 급변할 수 있어 예산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대통령) 말씀에 동의한다.”면서도 “(미국발 세계 재정위기가) 재정건전성이나 복지에 대한 일방적 매도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유 최고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정부가 본예산과 별개로 10조원가량 수정예산을 제출했고, 2009년 초에는 30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제출했다.”면서 “현 정부 들어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것은 당시 이뤄진 추경예산 편성 등이 결정적 원인이지 복지(예산 강화)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복지 포퓰리즘’ 운운하는 정치권 일각의 매도를 핑계 삼아서는 안 될 일”이라며 “새해 예산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면 복지 부문도 마땅히 조정돼야 하겠으나, 이를 위해서는 국방과 교육, 사회간접자본(SOC) 같은 부문도 균형 있게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與野는 내전… 대책은 뒷전… ‘초법적’ 특위案 후폭풍

    與野는 내전… 대책은 뒷전… ‘초법적’ 특위案 후폭풍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별위원회(특위)가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를 위해 제시한 ‘초법적’ 대책을 놓고 여야 지도부가 10일 발칵 뒤집혔다. 특위가 제시한 대책 자체가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열린 특위 역시 다람쥐 쳇바퀴 돌듯 설전만 되풀이했다. 특위 전체 활동기간 46일 중 44일을 허송세월하고 이틀만을 남겨 뒀지만, 대책은 또다시 뒷전으로 밀렸다. ●한나라도 민주도 내부 설전 한나라당 유승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편법을 동원해 보상하려는 것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모든 금융기관에 동일하게 적용할 원칙이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특위를 정면 비판했다.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도 “특위 산하 피해대책 소위는 법률안 의결권이 없다.”고 거리를 뒀다. 이에 한나라당은 피해자 구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당내 법률지원단을 구성키로 했다. 사실상 소위 안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에서도 집중 성토가 이뤄졌다. 소위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단과 특위 위원들은 비공개 회의에서 소위 결정을 신랄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 특위 위원은 “여야 합의 내용에 대해 보고조차 받지 못했다.”면서 “저축은행 사태의 원인과 정부 책임을 명확히 가려내는 과정을 생략한 채 선심성 피해자 대책에 덜컥 합의해 주면 어떻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여야 지도부가 비난 여론을 의식해 발을 빼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으나, 소위 안을 기초로 새로운 절충안을 만들 여지도 남아 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소위 안을 존중한 뒤 향후 국회 정무위와 법사위에서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당내 논란과 별개로 특위 전체회의에서는 의원들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사이에 난타전이 벌어졌다. ●특위에선 朴재정과 난타전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은 “무능한 감독당국에 책임이 있는데 정부는 립서비스만 하고 있다. 정말 뻔뻔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장관은 “현재로서는 성금 이외에는 다른 특별한 대안이 없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감정 섞인 언쟁도 오갔다. 한나라당 현기환 의원은 “성금으로 보상하라니, (1997년) IMF 외환위기 금 모으기 하나. 장난치는 거 아니죠.”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박 장관은 “질문이 지나친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뒤 “정부가 책임이 없다는 게 아니라 책임은 통감한다.”고 물러섰다. 그러나 현 의원이 “대통령이 나서서 조정하고 긴급조치권이라도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박 장관은 “정부 역할 중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응수했다. 민주당 신건 의원은 “성금 발언은 오히려 피해자들의 눈물과 아픔을 모욕한 것이자,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고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장관은 “헌법이나 현행 법률을 뛰어넘는 조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정부의 일부 과실로 피해를 본 점이 인정돼도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형평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도 “국회가 내놓은 안을 사사건건 나쁜 선례라고 하는데, 정부가 잘못해서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면 반드시 보상하고 정부 관료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면서 “정부 태도는 적반하장”이라고 성토했다. 장세훈·강주리기자 shjang@seoul.co.kr
  • “무상급식 안되고 무상보육은 되나”

    “무상보육 운운하기 전에 무상급식 주민투표나 철회하라.”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7일 꺼내 든 ‘무상보육’ 정책 구상에 대해 8일 민주당이 뽑아 든 비판이다. 무상급식에는 반대하면서 이보다 더 많은 예산이 드는 무상보육을 주장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주장이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상보육은 우리 당의 안을 받은 것이어서 반갑지만 국민이 믿겠느냐. 진정성이 있으려면 황 원내대표 본인이 꺼내 든 반값 등록금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고 역공을 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황 원내대표는 아이들의 무상급식은 안 되고 무상보육은 되는지 답하라.”고 가세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이 같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내심 속앓이가 적지 않다. 무상보육 구상이 당초 자신들이 올해 초 ‘3+1(무상 보육·급식·의료 및 반값 등록금)’ 보편적 복지를 주창하며 내놓은 핵심 복지 공약 중 하나이건만 자칫 한나라당에 빼앗길 상황에 놓인 때문이다. 한나라당 주장을 진정성이 없다고 비난하면서도, ‘이러다 내년 총선용 모든 어젠다를 한나라당에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은 일단 무상보육 구상에 대해 한나라당 내부와 한나라당-정부 간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씨줄날줄] 7광구/곽태헌 논설위원

    1970년 1월 박정희 정부가 7광구에 대한 영유권을 선포하자, 일본은 반발했다. 두 나라의 외교문제로까지 비화했다. 7광구는 제주도 남쪽, 일본 오키나와 해구 직전에 있다. 어렵게 살던 그 시절, 우리 국민은 7광구 때문에 산유국이 된다는 부푼 꿈을 꾸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과 일본 간의 서남해 해저지역은 공유 대륙붕이므로 그것을 한국이 독점할 것이 아니라 등거리 원칙에 의한 중간선으로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한국 연안에서 일본쪽으로 확대된 서남해의 대륙붕은 규슈 근해에 이르러 오키나와 부근에서 시작되는 상부 수심 1000m 이상의 해구에 의해 단절돼 있으므로 한·일 간에는 일본 측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공유 대륙붕이 없어 중간선을 운운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일축했다. 1972년 일본은 갑자기 7광구를 공동으로 개발하자는 제의를 했다. 한국 정부는 이를 수용했다. 당시의 국력 차이를 감안하면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9863억 달러로 세계 15위, 수출과 수입을 합한 무역규모는 세계 9위로 성장했지만 1970년대만 해도 한국은 미미한 존재였다. 1972년의 GDP는 100억 달러를 가까스로 넘었다. 당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의 3%에 불과했다. 1978년 한·일 두 나라는 7광구와 관련한 공동개발협정을 맺었다. 공동개발기간은 2028년까지 50년으로 하고, 개발비용과 수익은 절반씩 나누기로 했다. 7광구가 아닌 한·일 공동개발구역(JDZ)으로 부르기로 했다. 공동개발협정을 맺었지만 제대로 된 시추는 별로 없었다. 1986년 일본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탐사 중단을 선언했다. 한국도 경제력과 기술력이 훨씬 나아졌지만 단독 탐사는 구조적으로 할 수 없다. 공동개발협정에 있는 ‘개발은 양국이 반드시 같이 해야 한다.’는 ‘독소 조항’ 탓이다. 2028년이 지나면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에 따라 JDZ의 대부분은 일본 소유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걸 노리고 일본이 탐사를 중단해 시간만 질질 끌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최근 국내 최초의 3D 블록버스터 영화 ‘7광구’가 개봉되면서 7광구가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정부의 무관심과 무대책 속에 잊혀 갔던 7광구를 다시 꺼내 산유국의 꿈을 이뤄야 하지 않을까. 일본은 독도에서도, 7광구에서도 꼼수와 억지를 부리는데 한국의 공무원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천하태평’인 듯하다.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 [사설] EBS 편향역사 강의 스스로 걸러내라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좌편향 서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남북 분단의 책임이 남한에 있는 듯이 기술하는가 하면 김정일 권력 세습에 대해 ‘계승’ ‘후계’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올해 새교과서는 근현대사 비중이 전체의 80%에 이르는 만큼 북한에 대한 서술도 크게 늘었다. 그런데 이처럼 왜곡된 역사에 학생들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으니 차라리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닌가. 이젠 근현대사 교육에 방송까지 가세해 왜곡을 부채질하는 수난까지 겪고 있다. EBS(한국교육방송공사)가 그 진원이다. “북한은 미국의 식민지인 남한을 해방시키기 위해 여전히 투쟁해야 한다는 식의 식민지 해방론의 입장에 계속 있거든요.” “군대가 빨갱이를 골라낸다는 명분으로 너무나도 많은 무고한 여수·순천 시민들을 죽여요.” EBS의 인터넷 수능특강 ‘한국근현대사’ 강의의 한 대목이다. 강사는 현직 사립고 교사로 방송에선 꽤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런 ‘외눈박이’ 의식으로 교실에서, 또 방송에서 청소년에게 역사를 가르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EBS는 이 강의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수능교육 전문채널인 EBS플러스1을 통해 방영하기도 했다. 우리는 엄중히 묻는다. 언필칭 공영방송을 강조하는 EBS는 과연 ‘공영’이란 말을 입에 올릴 자격이 있는가. 지식채널 운운하며 차별화를 내세울 명분은 있는가. EBS가 진정 싸구려 인터넷 수능장사 방송이 아니라면 더 이상 균형감각을 잃은 저열한 내용을 강의라는 이름으로 내보내선 안 된다. 강사를 포함한 제작 관련 당사자에겐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최근엔 해군사관학교에서마저 김일성 주체사상을 가르쳤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외골수 이념꾼들이 곳곳에서 판치고 있다는 얘기다. EBS는 이번 근현대사 왜곡 강의 파문을 일개 강사의 인기몰이 사건으로 가볍게 봐 넘겨선 안 된다. 강사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함께 부적절한 강의 내용을 속속들이 가려내야 한다. 조그만 개미 구멍 하나가 큰 둑을 무너뜨린다. 이 시점에서 EBS가 꼭 명심해야 할 말이다.
  • [부고]

    ●이인복(대법관)씨 부친상 2일 천안 하늘공원장례식장, 발인 5일 오전 9시 (041)621-8011 ●변정수(만도 부회장)완수(한국바스프 상무)관수(고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씨 모친상 2일 고대구로병원, 발인 5일 오전 7시 010-3399-9502 ●하성기(에쓰오일 수석부사장)천기(뷰티플휴먼 대표)형숙(경복고 교사)씨 부친상 박용도 유성준 이영호(전 삼성생명 지점장)황석조(농촌진흥청 연구관)씨 장인상 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5일 오전 6시 (02)3410-6915 ●이명희(사업)씨 별세 정희(CBS노컷뉴스 대표)씨 동생상 동희(이안플러스 대표)씨 형님상 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5일 오전 8시 (02)3010-2294 ●김광문(일광건축사무소 소장)최호영(우리투자증권 랩운용부 부장)허연회(대한항공 과장)씨 장인상 3일 대구 보훈병원, 발인 5일 오전 6시 (053)644-2492 ●우남용(전 대한건축사협회장·가나건축 대표)씨 모친상 동완(이메진디에스 대표)씨 조모상 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6일 오전 8시 (02)3410-6916 ●이기영(전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전 대한소아과학회 이사장)씨 별세 의태(충북대 의과대학 교수)씨 부친상 3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5일 오전 8시 30분 (02)2227-7547 ●김영진(예비역 해군 준장)씨 별세 대영(한국화이자제약 주임)씨 부친상 3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5일 오전 8시 (02)3010-2232 ●이대영(MBC 드라마1국장)씨 장모상 2일 여수 성심병원, 발인 4일 오전 8시 30분 (061)653-1299 ●송운하(한국문인협회 외국문학분과회장)씨 별세 2일 대전 유성선병원, 발인 4일 오전 10시 (042)825-9494 ●기홍철(사업)씨 부친상 강춘식(굿윌 전무)홍사관(삼성전기 전무)권태호(현우산업 전무·전 삼성전기 상무)씨 장인상 3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5일 오전 8시 30분 (02)3410-6903 ●박태성(WTS 대표)병철(〃 부사장)씨 부친상 김윤기(가락산업 전무)김홍구(한국한신테크노 이사)사동석(코리아타임스 편집국장)씨 장인상 3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5일 오전 9시 (02)3410-6918 ●김창우(농업)씨 모친상 김양보(제주도청 세계자연보전총회TF팀장)양여(현대해상 과장)양희(한겨레 스포츠부 기자)양임(대한항공 승무원)씨 조모상 3일 제주 그랜드장례식장, 발인 5일 오전 7시 (064)724-8000
  • [관가 포커스]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짜고 뽑나?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과 소속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장 선임을 놓고 난항을 겪고 있다. 공단 이사장은 공모를 통해, 환경과학원장은 내부 승진 발령을 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두 자리 모두 특정인이 내정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16명 지원… 경찰 출신 낙점 소문 3일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마감한 공단 이사장 공모에 총 16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응모자가 월등히 많았다.”면서 “산림이나 공원관리 전문가도 있지만 비전문가도 상당수 지원했다.”고 귀띔했다. 8일까지 서류심사를 거쳐 6명을 선발한 뒤, 9일 내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사위원들이 면접을 하게 된다. 면접 후 3~5명을 선발해 청와대로 올리게 되는데, 벌써부터 경찰간부 출신인 모씨가 낙점됐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무늬만 공모’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환경단체의 한 간부는 “경찰 출신을 공단 이사장으로 앉히려는 생각 자체가 공단의 전문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공단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가뜩이나 규제와 단속으로 국민들한테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데, 경찰 출신이 이사장이 된다면 반감이 더 커질 것이란 염려 때문이다. 특히 그는 현직 경찰청장 시절, 조계종 큰 스님의 차량을 막아서 종단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사찰이 많은 국립공원 특성상 업무 협조나 관계 개선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국립환경과학원장 자리도 ‘잡음’ 이와 함께 원장이 한국산업기술원장 자리에 응모하면서 자리가 비어 있는 국립환경과학원장은 관례상 환경부 내부에서 발탁하는 것으로 굳어졌었다. 그러나 운하 전도사로 알려진 P 교수가 낙하산으로 내려온다는 소문에 승진 발탁을 기대했던 후보들은 상실감에 빠졌다. 환경과학원의 한 간부는 “환경과학원장 자리는 지금까지 외부사람이 온 경우가 없었다.”면서 “주어진 밥그릇까지 빼앗는 것은 소속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하지 않은 부당한 처사 아니냐.”고 반문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김보민 “저 몸무게 44.5kg인데” 악플 대처 글 (전문)

    김보민 “저 몸무게 44.5kg인데” 악플 대처 글 (전문)

    김보민 아나운서의 몸무게를 고려하지 않은 비난 악플에 김 아나운서의 대처 방법이 칭찬을 받았다. 3일 김보민 KBS 아나운서 트위터에 오른 악플은 ‘동네아줌마, 상체비만 하체비만, 방송이 장난인가’ 등을 운운하는 인신공격성 악플이다. 그러나 김보민 아나운서는 악플에 대해 의연하고 침착하게 대처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김보민 비난 악플과 대처 글 전문. <김보민 악플 글> 무슨 동네아줌마가 마실나온 것도 아니고.살도 좀 빼세요. 요즘 방송보면 상체비만 하체비만 장난 아니던데 방송이 장난인가요? 가뜩이나 이미지도 안좋으신데 나아지긴커녕 갈수록 비디오적으로도 오디오적으로도 모두 엉망이 돼가면 어쩌자는건지.. <김보민 악플 의연대처 글> 저 44.5킬로그램입니다. 아나운서 공채 29기에 올해로 9년차구요, 결혼 5년차에 4살 아들 하나 있습니다. 지적 고맙습니다. 못 생기고 살쪄서 전 어쩌죠? 더 노력하겠습니다. 눈물이 나네요. 제 노력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느낌이어서요. 이런 절 사랑해주고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관심에 미소로 지나치면 되는데 오늘 아침에 이 멘션을 보며~ 예쁘고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모습이 저랍니다. 마음으로 예쁘게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전혀 성형하지 않아도~눈이 동양적이라도~완벽하지않아 빈틈이 보여 마음에 들 지 않으셔도~~계속보다보면 정 드실 거예요. 자꾸보면 정드는 얼굴이랍니다~하루 잘 보내세요^^ 트위터보니~ 제게 글만 쓰셨더라구요.혹시 제가 드린 답변에 맘 상하지 않으셨음 좋겠습니다. 저도 아나운서지만 한 사람의 아내이기도,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보니~ 맘이~ 좀~ 스포츠 타임 사랑하시는 애청자 분이셔서 전 고맙습니다.응원 많이 해주세요. 사진 = 김보민 트위터 서울신문 나우뉴스 nownews@seoul.co.kr
  • 오세훈 시장 “시장직 걸 각오로 시작”

    오세훈 시장 “시장직 걸 각오로 시작”

    서울시가 1일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공식 발의한 가운데 오세훈 시장이 “시장직을 걸 각오로 시작했다.”며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 뜻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국가미래 가름할 중요사안” 오 시장은 주민투표 발의 직후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당초 주민투표는 정치적 운명을 걸고 시작한 것이고, 당시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동력이 생겨나지 않는 절박한 상황이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오 시장은 다만 “주민투표에 시장직 운운하는 것은 주민투표의 의미를 폄하하는 것이고 야당이 바라는 것”이라며 본인의 신임을 묻는 투표로 변질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그는 “최근 잇따른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피해 복구가 최우선 과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번 주민투표는 서울과 나라의 미래를 가름할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며 “승리한다면 시민의 힘으로 민주당이 무상급식을 앞세워 설정한 보편적 복지 프레임을 해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해 방재 대책과 관련해서는 “수해와 직결된 하수관거 통수면적 확장과 저류조 시설 설치 등 서울의 수방시스템을 기후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어 전면적으로 수정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곽노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서울시의 주민투표 발의와 관련, 곽노현 시교육감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무상급식 주민투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해 사법적 심판을 요구하겠다.”며 주민투표 저지를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또 민주당 등 야5당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투표운동 기간 범시민적인 주민투표 거부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앞서 시는 지난 6월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청구인 대표 한기식·류태영)가 청구한 ‘단계적 무상급식과 전면적 무상급식 정책 중 하나를 선택하는 주민투표’를 1일 공식 발의하고 오는 24일로 투표일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조현석·허백윤기자 hyun68@seoul.co.kr
  • [사설] 정치권 北 포섭설 명명백백하게 가려라

    공안당국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정계와 노동계, 학계 등 각계 인사 수십명을 수사 중이다. 이른바 남한 지하당 ‘왕재산’ 사건으로 알려진 이번 일과 관련해 민주당 출신 임채정 전 국회의장의 정무비서관을 지낸 이모씨 등 5명이 구속됐다. 민주노동당 소속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최종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이들의 간첩활동 혐의가 사실이라면 북한이 남한 정치현장 한복판에까지 지하당 구축을 획책한 것으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당국에 따르면 이씨는 북한 노동당 225국(옛 대외연락부)의 지령을 받아 국내에서 간첩활동을 벌인 지하당 조직 ‘왕재산’의 2인자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그는 국회의원 공천을 신청한 적도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민주당은 이미 당직을 떠났으니 관련이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제1야당 인사가 간첩사건에 연루된 것 자체가 공당으로서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 나아가 ‘원칙 있는 포용’ 정책 논란에서 보듯 종북좌파 세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민주당 아닌가. 민노당은 이번 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마치 공격이 최선의 방어임을 확신이라도 하듯 사뭇 도발적인 논평을 냈다.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통합과 연대를 주도하고 있는 민노당을 어떻게든 흠집내 보려는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이정희 대표 또한 공안 탄압이 재현되고 있다며 “독재정권의 종말을 앞당길 것”이라고 퍼부어댔다. 공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북한 조선중앙방송의 선전·선동 같은 구호를 외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이 대표는 ‘공안 탄압’ 운운하는 것은 권위주의 독재시대에 통하던, 지금은 결코 유효하지 않은 시대착오적 발언임을 명심해야 한다. 반국가단체 간첩단 적발은 1994년 ‘구국전위’사건 이후 17년 만이다. 국회 등 남한 정치권의 핵심부까지 대남전략의 텃밭으로 삼으려 한 이번 사건은 결코 흐지부지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공안당국의 철저하고 당당한 수사를 촉구한다.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하지 말고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아당, 특히 민노당은 사건의 본질을 흐릴 수 있는 무책임하고 선동적인 언행을 자제하고 대북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 [사설] 시위규정 깬 10선 의원 수갑채운 美 경찰

    루이스 구티에레즈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26일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체포됐다. 경찰은 10선 의원인 그의 손을 허리 뒤로 돌린 뒤 수갑을 채웠다고 한다. 백악관 앞에서 법으로 금지된 연좌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에다 정치적 기반도 일리노이주로 같다고 한다. 법을 지키지 않을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바로 작동되는 미국 경찰의 살아 있는 공권력을 보니 참으로 부럽기 짝이 없다. 미 지도층 인사들이 불법 시위로 경찰서에 끌려갔다는 얘기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 4월 워싱턴DC 빈센트 그레이 시장과 크웸 브라운 시의회 의장 등도 연방정부 예산안에 낙태 지원금이 폐지되자 항의 가두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됐다. 집회 금지선을 넘어서는 불법을 저질러서다. 2009년 민주당 하원 원내 서열 10위 안에 드는 실세인 존 루이스 의원도 수단 정부의 인권탄압을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똑같은 이유로 수갑을 찼다. 경찰은 어떤 경우도 이들을 특별 대접하지 않았고, 이들 또한 경찰의 체포에 순순히 응했다고 한다. 법을 어긴 자들에게 응분의 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서다. 그러니 수갑을 채우는 쪽이나 차는 쪽이나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 불법 시위 현장을 진압하려는 경찰에 막말을 퍼붓고, 발길질을 하며 맞서는 우리 정치인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최근 KBS 도청의혹 사건에 연루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면책특권 운운하며 경찰의 출석 요구를 세 차례나 뭉개는 등 공권력을 비웃고 있는 현실을 보면 우리의 공권력 권위는 땅아래 떨어진 지 오래지 싶다. 경찰도 말로만 공정하고 엄격한 법 집행을 얘기할 뿐 한번도 불법·탈법을 일삼는 국회의원들에게 공권력을 행사한 적이 없으니 할 말이 없다. 공권력의 권위가 바로 서지 않으면 법치주의는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 [서울광장] 절대로 안 된다 vs 최대한 해보자/박대출 논설위원

    [서울광장] 절대로 안 된다 vs 최대한 해보자/박대출 논설위원

    등록금 인하에 두 가지 가닥이 잡혔다.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대학 구조조정도 추진키로 했다. 전자는 여·야·정(與·野·政)의 합의다. 후자는 당·정·청(黨·政·靑)의 결론이다. 이제 걸음마 단계다. 얼마나 낮춰질지는 미지수다. 절반이 될지, 절반의 절반이 될지 모른다.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달라졌다. 일단은 간극 좁히기에 들어갔다. 쌈박질이 줄었다. 처음부터 짚어보자. 황우여 한나라당 대표가 선창(先唱)했다. 반값을 외쳤다. 민주당은 원조라고 우겼다. 청와대, 정부는 반발했다. 한나라당 내부는 갈렸다. 한쪽에선 “무조건 하겠다.”고 고집했다. 반대쪽은 “절대로 안 된다.”만 고수했다. 전자는 포퓰리즘으로 매도됐다. 후자는 민심 외면으로 공격당했다. 극과 극으로 맞섰다. 선창이 이랬으면 어땠을까. “최대한 낮추자.” “절반은 몰라도 해보자.” 반대가 이랬으면 또 어땠을까. “절반은 어렵다.” “낮추는 건 공감한다.” 반값은 희망 사항이다. 가능할 수도 있다. 다른 걸 포기하면 된다. 포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반값은 불가능해진다. 당장은 어림없다. 나중은 몰라도. 그런데 ‘나중’마저 제시하지 못했다. 실천 프로그램이 없었다. 반대쪽이 딴죽걸기에 적격이다. 정치권은 색깔에 민감하다. 반쪽은 덧칠이었다. 짙게 하려다가 한번 더 우를 범했다. 반대쪽의 딴죽은 가중된다. 해결은 더 멀어졌다. 절반이란 화두는 성급했다. 무조건 반대 역시 조급했다. 미성숙한 의제, 조급한 반대는 갈등만 키웠다. 그 틈바구니에서 본질은 실종됐다. 본질은 살인 등록금이다. 이를 낮추는 게 요체다. 그냥 둘 수 없는 지경이다. 얼마나 낮추느냐는 나중의 문제다. 머리를 맞대고 계산하면 된다. 그런데도 쌈박질만 해댔다. 속된 말로 돈타령만 해댔다. 주장과 반대만 난무했다. 온통 나라가 두쪽 나듯 했다. 뒤늦게 방향을 잡았다. “일단 낮춰보자.”는 것이다. 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관성은 남는다. 내친김에 계속 쌈박질이다. 그나마 강도는 훨씬 덜해졌다. “절대로 안 된다.”는 역풍을 부른다. 무조건 강행론과 절대적 반대론이 만날 공간은 없다. 반면 “최대한 해보자.”는 순풍을 부른다. 조건부 강행론과 조건부 반대론 간에는 절충 여지가 있다. 조건을 맞추면 된다. 이때는 정교한 계산이 뒤따른다. 재정 사정이 어떤지, 얼마를 인하분으로 돌릴 수 있는지, 애당초 누구 말이 맞는지, 계산법을 놓고 티격태격할 것이다. 하지만 생산적 공방으로 이어진다. 포퓰리즘이니, 아니니 하는 논란들은 부질없게 된다. 정치권이 복지정책을 쏟아냈다. 기획재정부가 연간 소요 예산을 집계했다. 41조~60조원이란 계산이 나왔다. 무상의료, 기초노령연금 확대,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아동수당 도입, 실업 부조, 무상급식, 영아 양육수당 확대, 주택바우처, 기초생활 보장 기준 등 10개 항목을 대상으로 했다. 무상의료를 빼면 21조원 규모다. 모두 하자는 건 진짜 포퓰리즘이다. 아무리 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그럴 돈이 없다. 국민이 더 잘 안다. 정치권이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 포퓰리즘 운운하는 자체가 포퓰리즘이다. 복지는 필연이다. 선진사회로 가는 디딤돌이다. 누구도 거스르지 못한다. 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될까, 안 될까. 가부(可否)의 문제도 아니다. 좌우 이념을 따질 사안도, 정체성을 가릴 계제도 아니다. 지속 가능 복지, 선택적 복지, 반(反)포퓰리즘 복지…. 수사(修辭) 경쟁은 나쁠 것 없다. 가야 할 방향이 맞다면 가야 한다. 돈 때문에 못 간다고 버티는 건 복지가 아니다. 돈이 적으면 조금만 가면 된다. 한발짝이라도 더 나가도록 여윳돈을 키워 나가는 게 지혜다. 복지 사각지대를 찾기 시작했다. 일단 2만 4000명을 찾아냈다. 대통령이 발표까지 했다. 더 많이 숨어 있다. 계속 찾아야 한다. 머리를 맞대고, 두 눈을 부릅뜨고, 귀를 쫑긋 세우고. 복지해법은 복잡하지 않다. “절대로 안 된다.”는 절대로 안 된다. “최대한 해보자.”가 맞다. dcpark@seoul.co.kr
  • “채소·고기값 안정 노력해달라”

    정유사를 겨눴던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이 대형마트로 옮겨갔다. “채소와 돼지고기 값도 내리라.”는 정부의 요구가 시장경제에 대한 노골적인 개입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윤상직 지식경제부 제1차관은 14일 대형마트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서민들이 자주 구매하는 농·축·수산물과 공산물 가격이 안정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2009년 나온 묵은쌀과 수입 돼지고기가 시중 유통매장에서 원활히 판매될 수 있도록 유통업계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면서 “오픈 프라이스에서 제외된 과자와 라면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여 가격인상 요인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등 다양한 가격안정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농식품부 관계자도 쌀·돼지고기와 최근 홍수로 인한 채소류 가격 급등 등 식량분야 물가 동향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가격 안정 노력을 당부했다. 윤 차관은 일부 품목에 대한 오픈프라이스제 해제와 관련, 이르면 다음 주쯤 제조사 대표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병렬 이마트 대표,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가 참석했다. 한편 이날 윤 차관의 발언을 놓고 일각에선 완곡한 표현을 썼을 뿐 ‘장바구니 물가’를 좌지우지하는 대형 마트들에 물가 안정의 굴레를 덧씌워 압력을 가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최중경 지경부 장관도 기름값 논란에 대해 “독과점(정유) 업체들이 시장원리를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자연 독과점 시장에서 창출된 이익을 나누는 과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맞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왔었다. 최 장관은 지난달 30일 정부 과천청사 간담회에서도 “정유사들이 아름다운 마음으로 유가를 인하한 만큼 기름값을 올리는 과정에서도 아름다운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들은 업계 1위인 SK에너지와 2위인 GS칼텍스가 각각 총대를 메고 기름값을 어느 정도 안정화시키는 데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자유시장 경제체제 아래에서 완력을 가진 정부가 ‘을’의 입장인 업계를 압박했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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