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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이웃 나라를 대하는 자세/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이웃 나라를 대하는 자세/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의 발언이 다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둘러싼 회견 도중 “아시아 국가에는 중국, 한국만 있는 것이 아니다”는 발언을 한 것이 단초였다. 지난 8월에도 나치식 개헌을 운운하다가 호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요즘의 일본 지도부들의 사고방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아 주변 국가들의 심기가 불편하다. 동아시아의 국제관계는 한국과 중국, 일본 사이의 오랜 갈등과 치열한 분쟁으로 얼룩져 왔다. 북한의 호전성은 차치하더라도, 세 나라 사이의 불편한 관계는 동아시아의 역사를 오욕과 절망으로 가득 채워 왔다. 냉전이 종식된 지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이곳은 여전히 위험과 불안으로 위태위태하다. 자본주의의 세계화에 따른 교역과 인적 교류의 증가에도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정치적 관계는 가히 ‘험악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악화돼 왔다. 일본의 우경화는 이런 추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유럽을 보자. 벌써 27개 국가가 유럽연합에 가입해 있고, 회원국 수는 더 늘어날 기세다. 평화를 향한 유럽인들의 열망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열매를 맺기 시작했고, 지금은 어느 지역보다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상태에 접어들었다. 경제위기와 지역 간 불균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유럽에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측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 지구 상에서 가장 앞선 형태의 정치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영토분쟁과 민족주의의 배타성에 신음하는 동아시아 입장에서는 너무나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2차 세계 대전이 종결된 이후 70여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 유럽과 동아시아는 이렇게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두 지역 한가운데에 독일과 일본이라는 전범국가가 자리 잡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전후 처리과정에서 연합국의 군사적 지배를 받았지만 미국의 동맹국가로 거듭나면서 빠른 속도로 경제발전과 국가재건을 이루었다. 지금은 모두 국제사회의 주도적인 구성원으로 국가적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하지만 역내에서 차지하는 두 나라의 정치적 입지는 동일하지 않다. 독일은 유럽연합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 주도적 역할을 맡아 왔지만, 일본은 동아시아 갈등의 핵심을 파고들고 있다. 독일과 일본의 엇갈린 역사적 궤적은 유럽과 동아시아의 운명을 크게 좌우하고 있다. 1970년 독일 총리 빌리 브란트가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 유대인 기념비 앞에서 과거사를 반성했던 일은 지구촌 사람들에게 큰 감회를 불러 일으켰다. 무릎을 꿇고 있는 독일 총리의 사진 한 장, 독일의 진정성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후 독일인들은 전범국가라는 오명을 벗고 ‘정상국가’로서 국제사회에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활발한 논의를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21세기 접어든 지금 일본의 행보는 다른 경로를 걷고 있다. 이웃 나라들의 반응에 개의치 않은 채 일방적으로 평화헌법 개정을 논하면서 군사 대국화를 도모한다. 그 끝은 어디인가? 유럽연합이 부흥하게 된 배경에는 독일의 진정한 반성이 자리 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의 상흔을 아우름으로써 협력을 위한 상호 이해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독일인들의 뼈를 깎는 성찰이 필요했다. 그래야만 이웃 나라 피해자들의 트라우마가 치유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동아시아 국가들의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릎 꿇은 브란트처럼 진정한 반성과 성찰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1885년 일본의 지식인 후쿠자와 유키치는 서구와 같은 문명화를 달성하기 위해 막부체제를 종결해야 한다고 외쳤다. 유교사상에 물들어 개혁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중국이나 한국은 ‘나쁜 이웃’이기 때문에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탈아입구(脫亞入歐)론’의 핵심이었다. 이후 일본은 근대화를 거쳐 군국주의로 치달았고 서양세력에까지 도전장을 내밀다가 철퇴를 맞았다. 130여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다시 ‘나쁜 이웃’을 멀리 하면서 무엇을 추구하는 것일까? 이웃 나라를 삐딱하게 바라보았던 후쿠자와의 망령이 아소를 비롯한 일본 지도층 주위를 여전히 맴도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 [사설] ‘정치 감사원’이 불러일으킨 4대강 평지풍파

    정부 조직이 통치자의 국정철학에 정책기조를 수렴시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어도 흔들림 없이 중립을 유지하는 권력기관이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것은 국민의 소박한 바람이기도 하다. 기대에 가장 가까운 기관이 감사원일 것이다. 실제로 과거 다른 권력기관들이 정권의 눈치보기를 넘어 충성 경쟁을 벌이던 시절에도 감사원은 어느 정도 금도(襟度)를 지켰다는 것이 적지 않은 국민의 믿음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 감사원이 국민이 가진 최소한의 신뢰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감사원은 그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또 하나의 정치적 논란거리를 만들어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두고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했는지를 따지는 자리였다.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김 사무총장은 또 감사원의 4대강 사업에 대한 3차 감사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를 검토했지만 대상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고도 했다. 감사원의 일관된 소신의 표현이었다면 박수를 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그의 발언에 질문을 한 야당 의원조차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4대강 사업 감사는 ‘정치 감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세 차례 감사의 발표 내용은 그때마다 달랐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1월 첫번째 감사에서는 법적 절차 이행 등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 1월에는 설계부터 관리까지 곳곳에서 부실이 확인됐다고 소신을 바꾸었다. 7월에는 4대강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고 한 걸음 더 나갔다. 양건 전 감사원장이 물러나고 지금껏 감사원장 자리가 비어 있는 것도 눈치보기에 급급한 정치적 고려에 따른 널뛰기 감사 때문이 아닌가. 정치적 감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감사원 조직 전체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본다. 그럴수록 구성원들은 자신과 감사원 조직의 건강을 넘어 정부 조직 전체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4대강 사업의 엇갈린 감사 결과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감사 결과가 정권의 입맛에 맞는지는 몰라도 결국 정권에도, 감사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똑똑히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감사원의 독립성에 대한 투철한 인식을 기대한다.
  • 與 “4대강 사업, 기후변화·수량확보 등에 필요” 野 “사실상 운하 준비사업… 정부 부작용 은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에 대한 국정감사 첫날인 15일 야당 의원들은 4대강 사업 당시 환경부의 무능했던 역할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4대강 관련 언급을 하지 않거나 ‘논쟁’보다는 향후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3명(한명숙·이만의·윤성규)의 전·현직 환경부 장관들이 한자리에서 설전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은 증인으로 나와 의원들의 질타에 기후변화와 수량확보, 홍수예방 등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었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문제가 있는 보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향후 추이를 지켜보면서 보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한명숙 민주당 의원은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밝혀졌듯 4대강 사업이 사실상 ‘운하 준비사업’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환경부가 사업의 부작용을 은폐하는 역할을 했다”고 전·현직 장관을 질타했다. 한 의원은 또 “2009년 6월 정부가 발표한 4대강 마스터플랜의 수질예측 결과는 허구”라며 “환경부는 실제로 들어가지 않은 3조 2000억원을 넣은 6조 6000억원의 수질개선 사업비를 바탕으로 수질예측 결과를 허구로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윤성규 장관은 “환경부가 국민에게 4대강 사업이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홍보했는데, 지적한 대로 오해를 살 만한 내용이 곳곳에 보인다”면서 “보다 신중하게 대처했어야 했다”고 답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의 ‘4대강 공세’로 환경부의 무능을 질책하는 가운데 여당 의원들은 보 철거나 사업 자체를 무의미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직 섣부르다고 조언했다.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 MB측 “감사원이 전지전능이냐”… ‘4대강 발언’ 비판

    MB측 “감사원이 전지전능이냐”… ‘4대강 발언’ 비판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15일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됐고 이 전 대통령의 책임도 일부 있다”는 감사원의 주장과 관련, ”감사원이 모든 국책 사업을 판단할 만한 전지전능한 기관이냐“고 반박했다. 연합뉴스는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가 “회계감사와 공무원 직무에 대한 감찰이 주 업무인 감사원이 무슨 근거로 그러한 입장을 내놓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기후 변화 시대에 200년 앞을 내다보고 정책적 차원에서 결정한 문제”라면서 “사업의 성과는 추후 국민과 역사가 평가할 일이지 감사원이 할 몫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4대강 사업은 대운하와 무관하게 추진했기 때문에 전제부터 잘못됐다”면서 “감사원의 태도가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스스로 권위와 신뢰를 갉아 먹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앞서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 ‘(4대강을 대운하로 바꿔 추진한 것이) 모두 다 이 전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에 동의하는가’라는 이춘석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논란을 일으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국~유럽 최단 新항로 탄생… 수송 경제성·안전성 보장돼야”

    “한국~유럽 최단 新항로 탄생… 수송 경제성·안전성 보장돼야”

    우리나라는 지난 5월 15일 북극이사회 옵서버 국가가 되면서 북극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미국,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아이슬란드 등 8개 정회원국과 함께 북극 자원 개발은 물론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북극에 관한 다양한 문제를 논의하면서 북극으로 진출하는 국제적인 발판을 만들었다. 이후 우리나라는 지난달 16일 스테나 폴라리스 유조선이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에서 첫 출항을 하면서 본격적인 북극항로의 활용을 시작했다. 서울신문은 14일(현지시간) 유조선에 승선한 북극항로 전문가와 함께 시범 운항의 의미와 전망, 향후 과제 등을 짚어봤다. 전기정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 남청도 한국해양대학 교수,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시장분석센터장, 이동섭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수, 조찬주 현대글로비스 이사, 이승헌 수석 항해사가 참석했다. 김재진 강원발전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인터넷으로 연결됐다. →북극항로 시범 운항의 의미와 전망은. -전기정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 이번 시범 운항은 우리나라 선사가 북극항로를 통해 화물을 운송하는 최초의 사례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북극항로는 기존의 수에즈운하와 비교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새로운 해상 운송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북극항로 운항 가능 기간이 현재보다 5개월 더 늘어나고 2020년 북극 지역의 자원 개발 사업(Yamal Project)이 본격화되면 거대한 해상 운송 시장으로 발전하게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선사도 시범 운항을 계기로 북극항로 운항 경험과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축적할 필요가 있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시장분석센터장 북극항로는 지난 7세기 바이킹족이 개척하기 시작했지만 빙하와 빙산으로 인해 인간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 후 1900년대에는 러시아가 군사 목적 수송과 에너지 자원 개발을 위해 북극항로를 독점적으로 사용했고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1987년 무르만스크선언으로 국제 항로가 됐다. 2009년 외국 선박으로는 처음 독일 벨루가시핑 선박이 북극항로를 통과했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나라 선사가 북극항로 운항을 시작했다. 1869년 수에즈운하 개통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해상 항로가 개통되고 1914년 파나마운하 개통으로 대서양과 태평양이 연결된 것과 같이 올해 북극해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 대한민국 간 최단 거리의 해상 항로가 개척되고 있다. -이동섭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수 최근 많은 학자들이 20세기에는 정보기술(IT)이 주요 산업이었다면 21세기는 물류산업의 시대라고 말한다. 지난해 북극항로를 통과한 선박이 46척이었는데 이 가운데 3척은 한국에서 출항했고 8척은 한국으로 화물을 싣고 들어왔다. 주로 러시아에서 가스 콘덴세이트(원유의 한 종류)를 싣고 왔다. 예상대로 2020년 북극해 항로가 연중 활용 가능해지면 우리나라와 유럽 간 화물 운송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제 교역 비중이 높아 북극항로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지만 어려움도 많다. -남청도 한국해양대학 교수 그렇다. 당장 유럽으로 가는 길인 북동항로는 겨울 동안 북극해가 얼어붙어 6월 말에서 11월 중순까지만 통행할 수 있다. 뱃길 수심도 얕고 쇄빙선과 아이스 파일럿을 반드시 동행시켜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쇄빙선 이용료와 보험료 등 부수적인 비용이 수에즈운하 등보다 2~3배 비싼 것도 걸림돌이다. 러시아 정부에서 점차 제도를 정비해 나가면서 어느 정도 어려움은 해소될 전망이지만 현재는 수익을 내는 루트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2007년 북동항로와 북서항로가 동시에 열린 이후 북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최단 항로인 해상 실크로드가 현실화되고 있어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북동항로를 이용해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가는 거리는 종전 수에즈운하 경유 때보다 8000여㎞ 단축된다. 항행 기간도 열흘 정도 줄면서 물류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선진국들도 이런 가능성을 두고 경쟁적으로 북극항로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번 시범 운항을 계기로 발 빠르게 노하우를 축적해 선점 경쟁에 나서야 한다. →북극항로 활성화를 위한 과제는. -전 국장 북극항로는 아직 개발 초기로, 운항 기간이 연간 5개월 이내이고 내빙 선박과 적정한 화물 확보 등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북극항로의 경제성과 발전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운항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 또 국내에서도 선·화주 기업 간 협력을 통해(특히 에너지, 석유화학) 북극항로 이용 화물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선사 스스로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내빙 선박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조찬주 현대글로비스 이사 북극은 지금까지 알려진 조사에 따르면 원유가 약 13%, 천연가스가 약 30% 등 전 세계 부존자원의 상당 부분이 묻혀 있는 자원의 보고다. 하지만 북극항로는 물류 자체만으로 보면 아직 상업적으로 많은 한계가 있다. 우선 물류에서 가장 기본적인 적시성, 정기성, 화물과 운항의 안정성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또 물류 간 상업 거래의 부수적 서비스로 해당 구간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상업 루트로 고려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북극항로는 화주사들에 매력적이지만은 않다. 하지만 북극의 자원 개발이 속속 진행되고 강대국들의 발 빠른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극 관련 사업은 해당 국가의 북극 사업 영향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북극 관련 사업은 그 자체로 향후 에너지 및 자원 관련 사업에 대한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 선점 효과가 있다. -황 센터장 우선 북극항로에 많은 화물이 수송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화물 수송의 경제성과 선박 운항의 안전성이 보장돼야 한다. 화물 수송의 경제성과 관련해서는 많은 화물이 있어야 하고 선박 운항 비용 면에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북극해의 많은 에너지 자원을 수송하는 비용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즉, 북극항로 운항 시 연료비, 선원비, 보험료 등 선박 운행 경비가 다른 항로에 비해 낮아야 한다. 특히 북극항로에만 있는 쇄빙선 이용료가 경제적 부담이 되지 않도록 최소화돼야 한다. -이승헌 수석 항해사 선박 운항의 안정성은 북극항로 활성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다.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지만 여전히 선사들은 운항 리스크를 안고 있다. 떠다니는 얼음 등은 북극 항해의 가장 위험한 요소이고 북극점 부근의 자기장 교란으로 인한 선박 통신 장애도 문제다. 해도 정보, 기상정보도 다른 해양과 같이 풍부한 정보가 저렴한 이용료로 제공돼야 한다. 북극항로 운항 지원을 위한 국제적인 공조 시스템 구축 등도 시급하다. →북극항로 활성화에 대비한 전문 인력 양성은. -김재진 강원발전연구원 부연구위원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수도권에서 인천을 통한 서부축과 부산, 울산, 전남 여수 등으로 이어지는 종축으로 물류 흐름이 이어져 왔다. 북극 등 북방 물류길이 막혀 있을 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북극항로가 열리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깊은 바다, 동해를 끼고 있는 강원권으로 물류의 물꼬를 터 북극항로 시대를 이끌도록 해야 한다. 강원도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북극항로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물류 루트와 산업 거점 기지를 확보했다. 동해항, 삼척항, 속초항 등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최적의 개발이 가능한 항구들도 있다. 이제는 북극항로 시대에 맞는 국내 육상 물류 흐름의 혁명도 절실한 때다. -이 교수 선박이 북극해 항로를 통과할 경우 무엇보다 해기사(항해 및 기관사)가 내빙 선박에 맞는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해양수산연수원에서는 내년 초에 자격증 훈련 코스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2015년이 되면 북극항로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박이 최대 420여척에 이른다. 향후 북극해 북동, 북서항로가 완전히 개방됐을 때 필요한 최대 700~800명의 인력에 대한 교육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진행 사진 베링해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2013 국정감사] 감사원 사무총장 “MB 사법처리 검토했지만 대상 아니라고 결론”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제1별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는 4대강 사업 감사 결과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하도록 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책임 공방으로 뒤덮였다. 팽팽한 신경전은 민주당 박영선 법사위원장의 모두발언부터 시작됐다. 박 위원장은 “13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한때 녹색성장의 상징이었던 4대강 사업이 부패, 건설 결함, 환경 문제로 큰 실패로 기록됐다고 보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은 곧바로 “언론 보도를 인용해 4대강 사업이 실패한 것처럼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4대강 사업 공방에 불을 지른 것은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발언이었다.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무리하게 준설을 요구하고 세금을 쏟아부은 것에 대해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던 끝에 ‘이명박 전 대통령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2008년 12월 준설량 2억 2000만t에 14조원 규모였던 사업이 2009년 6월 낙동강 수심 6m에 22조원이 투입된 마스터플랜으로 확정됐다”고 말한 뒤 쌍용건설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은 마스터플랜이 나오기 5개월 전에 작성된 것으로, 전체 사업 액수(20조원)와 민간투자사업 참여사 지분을 구간별로 정한 내용이다. 이 의원은 “결국 (4대강 사업은) 청와대와 기업이 짜고 치는 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의원이 “모두 다 이 전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동의하나”라고 묻자 김 총장은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총장은 또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3차 감사 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를 검토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검토했다. 하지만 사법처리 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MB 책임론’에 대해 “법률적 책임이 아니다”면서 “(4대강 사업의) 수심이 점점 깊어진 것이 (이 전 대통령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의 화는 쉽게 누그러지지 않았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도대체 어떤 책임이 있느냐”고 쏘아붙이는가 하면, 이주영 의원도 “감사원 공무원이 법적 책임만 얘기하면 되지 대통령의 도의적 책임까지 감사장에서 거론할 수 있나. 경솔하기 짝이 없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4대강 대운하 사업은 이 전 대통령의 대국민 사기극이자 감사원이 일으킨 관재(官災)”(박지원 민주당 의원), “(4대강 감사 발표는) 이전 정부의 가장 큰 국책사업을 흠집 내서 새 정부에 잘 보이려는 ‘정치권 눈치 감사’ 행태”(김회선 새누리당 의원) 등 설전이 계속됐다. 성용락 감사원장 직무대행이 ‘지난 사업에 대한 감사’를 하는 감사원의 업무 특성을 들며 “전 정부에 대한 감사는 감사원의 숙명”이라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감사원의 국감은 ‘4대강 논란’만으로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국감 현장] ‘부실 종편’ 성토장 된 미방위

    [국감 현장] ‘부실 종편’ 성토장 된 미방위

    “4대강 생태계 파괴와 마찬가지로 (종합편성채널은) 미디어 생태계에 대한 녹조현상입니다.”(유승희 민주당 의원) “(종편 장비 국산화율이) 회사에 따라 17%, 25%, 34%, 35%입니다. 출범 때 국산장비 활성화를 승인조건으로 내세웠는데….”(박대출 새누리당 의원) 15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는 부실한 종편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여야 의원들은 보도에 치중된 종편의 편성 행태와 경영상 문제점을 집중 지적했다. 이에 이경재 방통위원장도 “일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종편이 탄생하면 여론 다양성, 일자리 창출이 된다고 했는데 종편이 사실상 보도전문 채널이 됐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박 의원은 종편의 장비 국산화가 저조하다며 개선을 요구했고,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도 질의서를 통해 “종편의 콘텐츠 투자액 규모가 계획의 47.4%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대한항공이 구속된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 등을 통해 채널A에 100억원을 우회 투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채널A가 소유지분 한도를 넘지 않기 위해 고월에서 60억원에 골프장 타운하우스를 분양받은 뒤 60억원을 다시 투자받았다고 주장했다. 쏟아지는 지적에 대해 이 위원장은 “(종편이) 애초 2개 정도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4개가 되니 경쟁이 치열해질 뿐 아니라 광고 상황이 나빠져 재방송이 많고 토론 프로그램도 많다”며 “다양한 장르에 투자하도록 권고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또 채널A의 투자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법률적 조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 자리에서는 해직 언론인 문제도 거론됐다. 임수경 민주당 의원은 “언론의 자유와 방송 공정성을 위해 언론인들이 해직됐다고 판단하면 방통위가 명예회복에 앞장서야 된다”고 말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회사에서 판단했고 법원에 문제 제기를 했으니 법원과 회사가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MB, 4대강 대운하 추진 일정부분 책임”

    “MB, 4대강 대운하 추진 일정부분 책임”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15일 4대강 사업이 대운하로 추진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와 관련,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날 국회 법사위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4대강을 대운하로 바꿔 추진한 것이) 모두 다 이 전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데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 총장은 ‘대운하 염두 추진’의 근거로 운하 폭과 보 위치도 수심을 4∼6m로 유지할 수 있는 곳에 설치된 것을 들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감사원이 모든 국책 사업을 판단할 만한 전지전능한 기관이냐. 4대강 사업은 기후변화 시대에 200년 앞을 내다보고 정책적 차원에서 결정한 문제이며 사업 성과는 추후 국민과 역사가 평가할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상균 국민행복연금위원회 위원장은 보건복지위 국감에서 ‘지난해 대선에서 65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한 연금 공약이 과도한 선거용이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으며 “당시 여야 대통령 후보의 관련 선거공약에 재원 조달이 부담스러울 것을 예상했고, 기초연금 정부안에 대해 국민연금 가입자의 우려가 있을 것으로 보았다”고 말했다. 옥도경 국군사이버사령관은 국방위 국감에서 댓글 게시를 통해 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 “사이버사령부는 그런 목적으로 조직을 운영하지 않았다”면서 “지금 국방부와 검찰이 사실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정치 개입을 위해 군무원을 조직적으로 선발했다는 주장에는 “사실과 다르며 절차에 따라 여러 차례에 나눠 선발했다”고 말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국감 이슈] 野 일방질타… 與 눈감고 정부는 모호한 답변만

    [국감 이슈] 野 일방질타… 與 눈감고 정부는 모호한 답변만

    ‘野는 때리고, 與는 눈감고, 정부는 모호한 답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부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집중포화를 맞았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여야 위원들의 뜨거운 공방, 여당의 정부 감싸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정부와 달리 야당의 일방적인 질타만 이어졌다. 야당 위원들은 감사에서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했다며 진실규명을 요구했다. 특히 민주당 이미경·박수현 위원이 날카로운 공격을 퍼부었다. 이 위원은 “4대강 수심을 6m로 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운하를 재추진할 의도가 깔려 있었다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이 4대강 국정조사에 출석해 4대강의 진실을 명백하게 밝히라”고 질타했다. 특검을 통해 4대강 사업 담합의 실체를 규명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박 의원은 ‘4대강의 불편한 진실 10’이라는 자료를 배포하고 “4대강 사업 담합의 진짜 몸통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장석효 전 도로공사 사장 등 MB 핵심 측근들과 국토부”라며 “MB 측근과 국토부의 지시에 따라 업체 간 담합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형법상 배임죄, 국회 위증죄, 뇌물죄 등을 적용할 수 있다”며 관련자 처벌을 촉구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MB 정권 때와 달리 입을 다물었다. 정부를 감싸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의 “4대강 녹조현상이 단순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것만은 아니고, 지역에서는 4대강 사업을 찬성하고 있다”는 발언과 이노근 의원의 “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부 손실은 보의 안전성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발언 정도가 전부였다. 정부 답변 또한 강력한 소신을 펼쳤던 지난 정부와 달리 어정쩡했다. 서승환 장관은 민주당 변재일 의원이 “4대강 사업의 목적·효과에 대해 지난 정부와 같은 입장을 견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감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는 말로 넘어갔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野 “감사원, MB정부 靑 봐주기 4대강 감사”

    지난 7월 발표된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봐주기·면죄부 감사’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13일 민주당 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지난 10일 4대강 사업 감사와 관련한 감사원 내부 문건을 열람·검증한 결과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으로 변경되는 과정에 기획재정부 박재완 전 장관과 박영준 전 차관 등이 개입한 증거를 확보하고도 정작 감사결과 보고서에는 이를 왜곡·누락 표기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감사 과정에서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5∼6m가 되도록 굴착하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심 5∼6m 확보는 마스터플랜 수립 시 검토하는 방안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협의하겠다”고 되어 있는 국토교통부 내부 문건을 확보하고서도 박 전 장관을 전혀 조사하지 않았으며, 감사결과 보고서에는 ‘국정기획수석’을 ‘대통령실’로 바꿨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강 사업의 1차 공사에 참여한 대형 건설사들의 담합 사건 처리를 대선 이후로 늦추겠다는 계획이 담긴 내부 문건을 김동수 당시 위원장에게 보고한 뒤 파기 지시를 내렸던 것을 확인하고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감사원이 조사에 부담을 느껴 증거 내용을 임의로 조작해 면죄부를 주려 한 것”이라며 “감사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의 외압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회의록 음원파일 공개’ 與지도부 미묘한 엇박자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음원파일 공개 문제를 놓고 새누리당 지도부가 미묘한 엇박자를 내고 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나부터 소환하라”며 정면대응에 나서자 ‘문재인 책임론’을 부각하면서도 추가적인 대응을 자제하려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정쟁 종식을 외치고 있는데 문 의원을 비롯한 친노(친노무현) 진영은 논란의 핵심과 본질을 비켜가는,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면서 “검찰 수사로 이 문제를 확실히 매듭지어야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문 의원과 친노 진영을 직접 언급하면서 야권 내부의 친노, 비노(비노무현) 간 균열의 틈을 파고드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김기현 정책위의장도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문 의원이 어제 짜맞추기 수사 운운하며 동문서답을 했다”면서 “회의록 관리의 최종 책임자이자 시끄럽게 만든 장본인이 경위 설명이나 진심 어린 사죄도 없이 느닷없이 수사 운운하는 것은 뻔뻔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새누리당은 일단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통해 사초 실종 경위를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날 김기춘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과 당 지도부도 광화문 인근에서 만찬회동을 갖고 이런 입장을 공유하며 회의록 정국 대응책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회의록 논란을 종식할 마지막 카드로 꼽히고 있는 음원 파일 공개와 관련해선 지도부 내에서 다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황우여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금 시기상조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당내 이견을 인정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의 한 주요 인사는 “솔직히 음원 공개라는 극단까지는 가지 말자는 게 당 지도부의 대체적인 생각”이라면서도 “그러나 문 의원 등 민주당 친노 세력 일부가 황당한 발언을 계속하는 데 대해서는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조한종 기자의 ‘新 해양 실크로드’ 북극 항로를 가다] 우리의 북극항로 정책은

    [조한종 기자의 ‘新 해양 실크로드’ 북극 항로를 가다] 우리의 북극항로 정책은

    힘겹게 베링해협을 달린 배는 11일(현지시간) 오후 북극해항로(NSR) 끝점을 지났다. 그리고 북위 66도 05분, 러시아 극동 시베리아와 미국 알래스카를 나누고 북극해와 태평양을 나누는 폭 40마일(64.4㎞)의 좁은 물길 베링해협에 들어섰다. 러시아 바렌츠해 노바야제믈랴 제도에서 시작된 북극해항로 4175㎞를 지나는 데만 꼬박 13일이 걸렸다. 우스트루가항에서 출항한 지 25일째, 9690㎞나 된다. 지금껏 배는 동시베리아해의 얼음 바다를 건너 극동 시베리아 육지 최북단과 브랑겔섬 사이의 롱해협을 지났다. 이후 척치해에서 하루를 항해한 끝에 베링해협과 만났다. 쇄빙선은 이틀 전 동시베리아해에서 돌아갔다. 배는 외롭게 이틀 한나절을 더 항해한 뒤 베링해협에 이르렀다. 잿빛 하늘과 얼음으로 덮였던 북극해도 롱해협부터 푸른 하늘과 평온한 일상의 바다 모습으로 돌아왔다. 영하 4~5도의 청명한 날씨 속에 먼바다에는 고래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남은 거리는 5834㎞. 러시아 캄차카반도를 따라 베링해와 쿠릴열도, 오호츠크해까지 북태평양 기압골의 영향으로 파도가 심할 게 뻔하다. 배는 10m 높이 파도에도 맞서야 한다. 이런 풍랑을 헤치고 6~7일 내려간 뒤 러시아 사할린섬과 일본 홋카이도 북쪽 소야해협을 지나 동해로 접어들게 된다. 여기에서 2~3일 뒤인 21일 목적지인 광양항에 도착할 듯하다. 운항 여건은 좋아지고 있다. 빠르게 얼음이 녹아서다. 오는 길엔 러시아 영해를 드나들거나 타이완으로 가는 유조선과 동행했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항으로 가는 벌크선도 만났다. 북극항로를 오가는 배가 많아진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이번 시험 운항을 시작으로 북극항로 준비를 서두를 때다. 세계적인 조선·해운 분야 기술, 인천공항과 부산항 등 물류 흐름의 유리한 여건을 갖춘 점을 고려해 일회성 관심과 행사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인 정책 시스템과 연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우선 북극해 업무의 전문성을 살려 업무를 총괄할 정부조직 설치가 시급하다. 현재 담당 조직이 각 부처에 나뉜 데다 독립된 예산도 확보하지 못해 급변하는 북극항로에 대처하는 데 늦을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북극해위원회’를 두고 외교부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등에 산재한 관련 업무를 총괄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이곳에서 북극해 정책의 비전과 목표, 관련 산업별 기본계획, 투·융자 등 종합 청사진을 수립하라는 것이다. 해운물류, 수산, 조선, 자원 등 북극해 관련 산업별 비즈니스 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시베리아 철길과 트럭으로만 접근이 가능했던 카자흐스탄 등 내륙 국가에도 북극항로와 시베리아 내륙수로를 이용한 바지선 수송이 새 운송 서비스로 등장하는 등 급변하고 있다. 이에 부응해 북극항로와 시베리아 수로를 연계한 북극해 내륙수송 서비스 개발에 눈을 돌리는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개발해야 한다. 러시아의 쇄빙선이 부족해 통항에 애를 먹는 것도 국내자본 투입을 통해 새 비즈니스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는 자국의 자원개발과 북동항로의 활성화를 위해 외국의 자본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세계적인 우위의 조선, 해양플랜트 건조 기술을 포함해 항만건설 등 관련 부문에 협력을 꾀해야 한다. 러시아, 노르웨이 등 관련국과의 외교력 강화도 절실하다. 북극항로에 대한 기대에 걸맞게 지방자치단체 간의 과열 경쟁도 정리해야 한다. 벌써 국내 기착항을 서로 유치하겠다고 아우성이다. 정부는 국가 이익보다 지자체와 정치권의 이슈로 이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전문가들에게 맡겨 경쟁력을 철저하게 따진 뒤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을 구분해 국가의 미래와 경쟁력에 맞게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육상 물류운송 루트의 혁신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까지 국내 물류는 수도권에서 인천항을 잇는 서부축과 부산항, 울산항, 여수항 등을 잇는 남부 종축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북극항로 시대가 열리면 개발에 뒤졌던 동해안 항구를 이용하는 동축 방향의 물류 흐름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도로와 철길을 통한 서부축과 종축의 육상 물류가 과포화 상태이고 경쟁력도 떨어진다. 본격 북극항로가 열릴 때를 대비해 낙후한 동해안 항만들을 다듬어 새 전진기지로 만들 시점이다. 지금 각국의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수에즈와 파나마운하보다 거리와 시간을 줄이는 지름길이라는 판단에서다. 대부분 대통령이나 국가 최고기관에서 챙긴다. 가장 큰 혜택을 입을 러시아는 무르만스크 지역을 포함해 사하 공화국, 백해의 카렐리야 등 북극해항로 인근 10여곳을 개발계획지역으로 정해 인프라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센터장은 “북극해 거버넌스 수립에 동참하기 위해 정부조직별로 관련 산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한편 북극해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 제정 등 입법 작업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베링해협 bell21@seoul.co.kr
  • 40여년 막혔던 물길 연 포항운하

    40여년 막혔던 물길 연 포항운하

    11일 경북 포항시가 건설하고 있는 포항운하에 해도교 수문이 개방돼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전체 1.3㎞ 가운데 1.2㎞ 구간이 연결됐으며, 나머지도 완공되면 도시개발로 40여년 끊겼던 동빈내항과 형산강 사이 물길이 다시 이어진다. 포항시 제공
  • [기고] 새로운 물길 활용할 동서 내륙물류 혁신 나서야/김종민 강원발전연구원장

    [기고] 새로운 물길 활용할 동서 내륙물류 혁신 나서야/김종민 강원발전연구원장

    로마에서는 세계 어디로나 갈 수 있었고, 세계는 빠르게 로마로 올 수 있었다. 몽골은 최대의 제국을 건설했는데 사람과 물자, 정보의 흐름에 막힘이 없었다. 좋은 길이 있어서 가능했다. 현대에서도 강한 나라, 잘사는 나라는 육·해·공에서 잘 짜인 길의 네트워크를 갖췄다. 수천 년 동안 얼어 있다가 북극이 녹으면서 등장한 북극해는 새로운 물길, 21세기 실크로드로 떠올랐다. 유럽과 아시아, 아시아와 북미대륙을 잇는 북극항로가 세계 물류 흐름의 대세로 다가오고 있다. 북반구에서 북극해를 대체할 지름물길이 없기에 바야흐로 세계의 무역전쟁은 북극항로를 중심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더구나 북극의 석유, 천연가스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끌어올 기회의 루트로 자리 잡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 달러, 인구 5000만명으로 세계 7번째 20-50 클럽 국가에 올랐다. 무역량 1조 668억 달러의 세계 8번째 무역 대국이기도 하다. 무역 의존도가 87%나 되는 우리 경제의 과제 중 하나는 안정적 교역로 확충이다. 1998년 북극 항공로가 개방되면서 하늘길은 열렸지만, 뭍길인 도로와 철도는 비무장지대(DMZ)로 막혀 있다. 미국과 이슬람권의 불편한 관계에 더해 해적마저 준동하는 홍해-호르무즈해협-수에즈운하의 물길은 전시 상황에 처한 것처럼 불안하다. 북극항로의 등장은 진정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누구나 누리는 북극항로의 반사적 이익에만 안주하면 안 된다. 국내 어느 곳에서나 가장 효율적으로 북극항로가 연결되도록 내륙 수송망의 고도화를 서둘러야 한다. 운송 능력에서 우리나라는 남북축이 동서축보다 철도는 20%, 도로는 13%가 크다. 특히 최적의 발진기지인 동해안으로 가는 강원도 철길은 374㎞로 국가 전체 3558㎞의 10.5%에 지나지 않고 시설은 노후했다. 일제강점기보다 크게 개선된 게 없다. 무역대국으로서 교역 효율에 사활이 걸린 우리에게 동서 내륙 물류의 선제적이고 혁신적인 정비는 미룰 수 없는 과제이자 창조 무역의 핵심이다.
  • [조한종 기자의 ‘新 해양 실크로드’ 북극 항로를 가다] 선진국의 북극항로 정책

    [조한종 기자의 ‘新 해양 실크로드’ 북극 항로를 가다] 선진국의 북극항로 정책

    모험심 강한 북유럽 탐험가들이 120여년 전 밟았던 길을 힘겹게 지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북위 75도 41분 인근 동시베리아해에 접어들면서 유조선은 눈과 얼음 속에 갇혔다. 그동안 지나온 북극 바다의 유빙(떠다니던 얼음)들이 이곳에서는 모두 1m 안팎의 두께로 얼어붙었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 뿌연 안개와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눈으로 시야는 수평선을 잃었다. 배는 쇄빙선이 뚫어 주는 좁은 얼음길을 따라 7노트 속력으로 겨우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유조선의 큰 덩치도 거대한 얼음에 밀려 수시로 쿵쿵거리며 흔들린다. 이런 얼음길을 2~3일 더 뚫으며 가야 한다. 남동쪽으로 키를 잡고 4~5일은 더 가야 척치해를 지나 북극해항로(NSR)의 끝인 베링해에 닿을 수 있다. 그래도 이날 오전 지나는 길에 눈 위를 걷는 북극곰 한 마리를 만났다. 너무 멀어 망원경을 한껏 뽑았다. 단조로운 일상의 뱃사람들에게는 환호성을 지를 만큼 반가운 진객이었다. 뉴시베리아섬 북쪽 40마일 해상에 배를 정박하고 두 번째 러시아 쇄빙선 바이가치호를 기다리던 지난 3일 동안 바다코끼리 가족들도 만났다. 어른 멧돼지 크기의 바다코끼리들은 ‘푸~푸~’거리며 10~15마리씩 무리 지어 얼음 속을 들락거린다. 바다 한가운데 가만히 떠 있는 배와 뱃전에 나온 선원들이 신기한 모양이다. 북극에서만 만날 수 있는 진풍경이다. 영하 40~60도를 오르내리는 극한 추위의 북극 겨울이 가까워지면서 이곳 동물들은 신났다. 하지만 사람들의 왕래는 거의 끊길 것이다. 다음 달 중순쯤이면 북동항로도 내년 6월 말을 기약하며 운행이 중단된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북동항로는 1878년 스웨덴 탐험가 노르덴시욀드가 처음 길을 낸 뒤 125년이 지났다. 아직 겨울이면 혹독한 날씨를 보이지만 빠르게 얼음이 녹아내리며 새로운 무역 루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북극해를 낀 러시아, 미국, 북유럽 국가들은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북극항로 개척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오랫동안 바렌츠해와 야말반도를 중심으로 북극해를 활용해 온 러시아는 어느 나라보다 북극 정보를 많이 갖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보는 대부분 서방 세계에 알려지지 않았다. 북동항로가 지나는 러시아 연안의 지도와 해도 등이 겨우 인용될 뿐이다. 이런 러시아가 5년 전부터 ‘2020년 전후의 북극에 대한 정부의 기본정책’을 국가 전략으로 정하고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북동항로가 앞으로 세계 물류시장의 새로운 루트로 각광받을 것에 대비해 더 많은 쇄빙선 확보에 나서는가 하면 최근에는 북극해항로 전담기구를 설치, 통항 비용을 줄이는 등 체제 정비에도 나서고 있다. 더 많은 선박들을 수에즈운하에서 러시아 북동항로로 끌어들여 돈벌이를 하겠다는 계산이다. 미국은 2009년 ‘북극지역 전략’을 수립해 북극해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앞선 해양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정밀과학 조사 활동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북극해에서의 대륙붕 한계 확장에도 목적이 있지만 북극항로를 자유로운 국제 항로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상당한 미국의 물동량이 오가게 될 북극항로(북동·북서)를 캐나다와 러시아가 독차지하는 것을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캐나다도 같은 해 북극해 연안에 대한 주권 강화 조치를 선언하고, 캐나다를 통과하는 북서항로를 내수로 규정해 통항하는 모든 선박들의 사전 통보를 의무화했다. 올해부터는 북극이사회 의장국으로 활동하면서 북극해에 대한 영향력을 늘리고 있다.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와 국민들의 노력은 100여년 전 탐험가들의 활동에서부터 꾸준하게 이어져 오고 있다. 겨울이면 얼어붙는 발트해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쇄빙선을 만들어 북극해 등 다양한 항로 개척에 나섰다. 이런 노력으로 이 지역 국가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해양·수산 기술을 갖췄다. 북극항로가 활성화되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점쳐지는 국가들이다. 특히 노르웨이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최근 러시아와 40년 동안 끌어오던 바렌츠해 해양경계 문제를 해결하고 자원 개발에 본격 나선 데 이어 발전된 조선·해양 기술을 바탕으로 북극해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선박운항 시뮬레이션(모의 조정) 기술과 선박교통관제시스템(VTS) 기술은 독보적이다. 정부가 북극 탐험가 난센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난센연구소와 매핑연구소에서는 오래전부터 북극항로 개척과 해상교통을 연구하며 많은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스웨덴도 북극항로에 적극적이다. 이번 시범 운항에 나선 유조선 선주 스테나해운도 스웨덴 소속으로 100여척의 벌크선을 보유하고 있다. 북동항로 활성화에 대비해 이미 2007년부터 내빙선을 보유하고 물류 수송에 적극적이다. 인접한 핀란드와 덴마크도 비슷한 실정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내년까지 유류 오염 등에 대비해 극지를 오가는 선박들에 대한 ‘극지통항규정’을 만들면서 작업을 주로 이들 발트해 연안 국가들이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노하우가 많고 발트해 운영 규정까지 갖춰 놓고 있어서다. 일본은 북극 연안국이 아니면서 북극항로에 대해 많은 자료를 축적해 놓은 국가다. 일찌감치 1993~1999년 학자들이 참여해 대규모 연구가 이뤄졌던 ‘인스로프 프로젝트’에 러시아, 노르웨이와 함께 주요 3국으로 활동했다. 당시 연구는 이들 3개국을 중심으로 14개 나라 390여명의 학자가 참가해 167편의 논문이 나올 만큼 방대했다. 프로젝트는 실제로 칸달략샤라는 내빙선을 빌려 노르웨이 키르케네스항~일본 요코하마항을 시험 운항하며 북동항로의 가능성을 연구했다. 이후 산코오디세이 쇄빙선으로 북동항로뿐 아니라 남극과 북극을 운항하며 자료를 모았다. 이보다 앞선 1980년대 옛소련 시절 일본 방송사 NHK가 북극에 들어가 방송을 빌미로 항만과 자원 조사를 펼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며 가능성을 타진했다. 북극항로에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뛰어들어 앞서 나갈 여력을 갖췄다. 동승한 패트릭 스반 스테나해운 매니저는 “북극 연안국 등 세계 강대국들은 자국의 미래와 이익을 위해 오래전부터 북극을 탐사하는 등 연구하고 있다”면서 “세계 물류 흐름의 혁명이 될 북극항로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던 국가 간의 이권 경쟁으로 확대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글 사진 북극 동시베리아해상 bell21@seoul.co.kr
  • 이 카페에 가면, 동네사람 多 있대요

    이 카페에 가면, 동네사람 多 있대요

    분홍색 발레복을 입은 딸아이와 함께 앉아 책을 읽던 이예진(34·여)씨는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양대 인근까지 나가지 않으면 엄마들 모임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어요. 늘 집에서 만나야 했는데 걱정을 덜었지 뭐예요.” 옆에서 권창석 마장동장이 거든다. “동주민센터에서 발레를 배우는 아이와 부모님들이 수업 전후에 갈 곳을 못 찾아 늘 동장실에 들어오라고 권했는데, 저로서도 기쁜 일입니다.” 또 덧붙인다. “덤으로 어디어디 쓰레기가 문제더라 하는 주민들의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게 소통 아니겠습니까.” 9일 들른 서울 성동구 마장동 주민센터 앞 카페 ‘마주보고’는 주민자치위원회가 처음부터 끝까지 콘셉트를 정하고 운영까지 도맡은 공간이다. 운영 100일을 맞았다. “주민자치가 지방자치의 근간”이라고 강조하는 고재득 구청장이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 후원한 사업이다. 마장동 주민들에게 필요한 사업을 묻자 모두 휴게시설을 꼽았다. 그래서 구는 주민센터 앞 화단을 부지로 제공하고 사업비 3500만원을 지원했다. 어떤 시설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서는 자치위원회 손에 맡겼다. 권 동장은 “말만 그럴 뿐 거들어 주겠거니 했는데 완전히 딴판이니까 몇몇 분은 당황하고 몇몇 분은 화도 내시더라”며 웃었다. 자치위원들은 결국 회의를 거쳐 카페를 운영키로 했다. 바리스타 교육도 스스로 받게 하고 운영 규정도 자체적으로 정했다. 새마을문고 책을 가져가 북카페로 꾸미고 자매결연 지역인 인천 강화도에서 쌀 등 농산품을 직거래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자치위원들이 각출해 1000만원이라는 적잖은 돈과 현물을 내놓았다. 의자와 탁자 등이 기증품이다. 수익금도 불우 이웃 돕기에 쓰기로 했다. 아메리카노가 1500원 정도로 저렴해 하루 매출이 10만~20만원이다. 자치위원들이 무보수로 일해 인건비를 아낀다. 벌써 저소득층 학생 5명, 독거노인 100여명 정도를 지원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자치위원으로 카페에 나와 일하는 김용녀(62·여)씨는 “주부라 아무래도 부담스럽긴 하지만 주민들이 워낙 기뻐하는 데다 좋은 일도 하게 되니 마음이 개운하다”며 웃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김종면 칼럼] 이 시대에 ‘양심’으로 산다는 것

    [김종면 칼럼] 이 시대에 ‘양심’으로 산다는 것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양심의 화신인가. 모두가 선망하는 장관 벼슬을 내려놓게 해달라고 간청을 했다니 색다른 양심의 소유자 같다. 그런데 찜찜하다. 장관 자리를 초개처럼 버린 그 양심의 정체가 수상하다. 그에게 양심은 필경 옳고 그름을 깨달아 바르게 행하려는 의식, 곧 양심(良心)일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겉 다르고 속 다른 두 마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면, 그는 다만 방황하는 양심(兩心)의 주인공에 불과하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한다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대선공약집만 훑어 봐도 어렵잖게 확인할 수 있다.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지내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까지 한 사람이,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소신이고 공약임을 몰랐을 리 없다. 박 대통령 아래서 장관 노릇까지 할 것 다 하고 이제 와서 공약이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딴소리를 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다가 봉창을 두드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그는 애당초 골치 아픈 복지부 장관이 아니라 ‘인원’을 꽉 쥐고 있는 안전행정부 장관 같은 느긋한 자리를 원했는지 모른다. 어쨌든, 그는 장관 한번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기에 ‘국회의원 장관 겸직 금지‘ 소신도 접고 복지부 수장 자리를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기초연금 정부안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게다가 국정감사라는 결전의 장을 코앞에 두고 “양심의 문제” 운운하며 발을 뺄 수는 없는 일이다. 장관쯤 됐으면 양심의 다른 이름이 책임감인 것 정도는 알아야 한다. 대통령과 국정철학도 다른데 괜히 ‘휘핑 보이’(whipping boy)가 돼 남의 죄를 떠맡고 대신 벌을 받을 수는 없다는 심산인지 모르지만 결코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 장관 자리가 아니다. 나아갈 때 나아가고 물러날 때 물러나야 한다. 공직의 엄중함을 한껏 조롱한 가벼운 처신이 공직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두렵다. 물의를 빚고 장관을 그만둬도 국회의원으로 또 버젓이 행세하는 세상이다. 엊그제 신문엔 여당 지도부 인사들이 국회에 온 진 전 장관을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양 환한 빛으로 맞는 사진이 실렸다. 험한 말을 퍼붓던 모습은 간데없다. 정치꾼의 본색인가. 도대체 진실이 무엇인지 국민은 헷갈린다. 그러니 정치가 불신받는 것이다. ‘정치인 장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때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불씨를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 ‘진영 사태’는 박 대통령이 인사에 관한 한 정말 솜씨가 없고 불운하기까지 함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국정철학 공유라는 박근혜 정부 인사 대원칙에 어긋나는 인물을 중용한 꼴이 됐으니 할 말이 없게 됐다. 문제는 다시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다. 아무리 소통 부재 현실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국정쇄신을 주문해도 대통령의 ‘나홀로 통치’는 바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항명파동을 겪으며 배신의 트라우마까지 더쳤을 테니 더욱더 문을 안으로 걸어 잠글지 모른다. 홀로 가는 길은 위험하다. 그래도 믿을 건 친박 원로들밖에 없다는 듯 전비(前非)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新)386’ 연로층을 대거 불러내 호위병풍을 둘렀다. 썩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원칙의 실종이요 상식의 배반이다. 그들이 과연 ‘윗분’을 모시고 파트너십의 지혜를 발휘하며 진정한 소통의 해법을 찾아갈 수 있을까. 경륜 있는 원로그룹도 물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근육질의 정치력과 신축자재한 사고를 지닌 청장층과의 조화가 없는 원로들만의 행진은 공허하다. 섞여야 힘이 나온다. 창조경제가 시대정신이라면 창조정치 또한 시대정신이다. 명령일하의 리더십은 창조의 적이다. 권위는 지키되 권위주의는 버려야 한다. 정권출범 8개월, 귀가 아프도록 듣고 또 듣는 불통 소리에 우리는 모두 지쳤다. 지금 국민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뭐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소통하는 양심’이 좀 돼 달라는 것이다. 나만의 원칙보다 중요한 게 만인의 상식이다. 대통령의 서늘한 각성이 필요하다. jmkim@seoul.co.kr
  • “日 수산물 수입금지 WTO제기는 한국 얕잡아 보는 것”

    “日 수산물 수입금지 WTO제기는 한국 얕잡아 보는 것”

    “일본이 당연한 조치를 걸고 넘어지는 것은 결국 우리를 얕잡아 보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후쿠시마 등 8개현 수산물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입 금지 조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문제를 제기하기로 한 것과 일본이 우리나라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 “일본이 먼저 과학적 데이터나 근거를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의장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매일 하루 300t의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유입되고 있는데도 아베 신조 총리가 완전 차단되고 있다고 거짓말하고 있다”면서 “도쿄전력에서도 완벽하게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일본이 제시하는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일본이) 지금까지 쉬쉬하면서 자료를 제대로 주지도 않으면서 자신들의 말만 믿으라고 하니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철회 요구에 대해서도 “국민들 사이에서는 일본산 수산물이 ‘원산지가 제대로 표시돼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며 전면 금지에 대한 요구도 비등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안전이 담보가 안 되는데 어떻게 일본의 요구를 쉽게 승낙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는 데는 한 치의 소란도 없어야 한다”면서 “방사능에 노출되면 사후에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안전에 관한 확실한 담보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김 의장은 “일본이 미국과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집단적 자위권 운운하는 등 전쟁 수행이 가능한 국가로 복귀하려고 하는, 사실상의 헌법 개정을 편법으로 시도하고 있다”면서 “이런 것들이 다 배경이 되어 옛날의 오만한 태도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오는 16~17일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열리는 WTO 회의 때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방침이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글로벌 시대] 공자가 말하는 리더와 리더십/전가림 호서대 교양학부 교수

    [글로벌 시대] 공자가 말하는 리더와 리더십/전가림 호서대 교양학부 교수

    책 중의 책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또 읽혀온 ‘논어’의 첫머리는 ‘배우고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말로 시작된다. ‘배우고 익힌다’는 학습의 문제가 서론이라면, 결론에 해당되는 것은 ‘논어’ 마지막 편의 명(命)과 예(禮) 그리고 언(言)이라 하겠다. 여기서 공자는 사람이 사명감을 모르면 군자가 될 수 없고, 예절을 모르면 사회생활을 할 수 없으며, 언어를 모르면 사람을 알아볼 수가 없다고 했다. 공자는 교육을 통해 그의 제자들을 군자(君子)라는 인간을 만들려고 했다. ‘논어’에는 군자에 관한 언급이 모두 107번이나 나온다. 공자 사상이자 후대 유가사상의 핵심 개념이 된 ‘인’(仁) 자는 같은 책에서 105번 나오는데, ‘군자’는 두 번이나 더 나온다. 공자가 이처럼 군자를 중요하게 여긴 데는 그가 그리고 있던 도덕사회(天下有道) 건설을 위해서는 첨병적 역군으로서 군자라는 리더가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107번에 걸친 군자에 대한 ‘논어’의 언급을 유형별로 보면 정치적 내지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有位者), 상당히 높은 수준의 덕성을 지닌 사람(有德者), 그리고 지위와 덕성을 함께 갖추고 있는 사람(位德兼備者) 등 세 유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그러나 군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은 ‘논어’의 언급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해서 여기서 다 거론할 수 없으므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두 가지만 들어볼까 한다. 첫째, 공자는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君子不器)라고 했다. 군자라고 하는 인물은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응함으로써 그릇처럼 일정한 양만을 담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수용하고 포용하는 최상 내지 최고의 융통성을 지닌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강이 상류의 크고 작은 지천의 물을 다 받아들임으로써 대하를 이루는 것처럼 군자는 갈등하고 대립하는 모든 세력들을 다독이고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공자는 “군자는 중용이다”(君子中庸)라고 했다. 흔히 중용을 서울과 부산의 중간지점인 대전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정확한 의미는 서울이면 서울, 부산이면 부산이지 서울 부산도 아닌 대전이 아니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그 판단에 따른 최선의 선택이나 대응이라는 점에서 최선과 최적의 적응력을 지닌 인물이 군자라는 것이다. 정치는 무한한 욕망을 지닌 인간이 유한한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해결하려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지도자가 상당 수준의 적응력이나 포용력을 지니지 못했을 때는 갈등과 대립의 증폭은 물론 악법이나 실책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만일 지금의 한국사회를 공안정국이나 비민주주의 사회로 진단하고 민주주의 회복 운운하면서 거리 투쟁을 벌인다면, 이는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민주화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명의(名醫)가 정확한 진단과 그 진단에 따른 최선의 처방으로 병을 치유하는 의사라면, 정치 리더도 현실정치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그 판단에 따른 최상의 대처 능력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같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학습을 통해 적어도 명(命)과 예(禮) 그리고 언(言)을 배우고 익힘으로써 지적 성장에 정서적 균형이 수반된 인간 유형으로서의 군자를 길러내야 한다는 것이 공자가 말하는 정치 리더인 동시에 리더십이었다.
  • [주말 인사이드] 130년 이어진 ‘야구 미드’… 류, 새 영웅 될까

    [주말 인사이드] 130년 이어진 ‘야구 미드’… 류, 새 영웅 될까

    “우린 시월을 위해 경기한다”(We play for October). 10월은 야구의 계절이다. 포스트시즌(PS)을 통해 최후의 한 팀을 가리는 시기다.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들이 모인 미 프로야구(MLB)에서는 PS를 ‘가을의 고전’(Fall Classic)으로 부른다. 많은 영웅이 등장해 숱한 드라마를 썼다. 지난 2~3일 와일드카드(WC) 결정전을 마친 MLB는 4일부터 5전3선승제 디비전시리즈(DS)를 시작으로 올해의 주인공 가리기에 들어갔다. 류현진(26·LA 다저스)이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선발투수로 PS 무대를 밟게 돼 국내 야구팬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MLB 포스트시즌의 기원은 18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76년 내셔널리그(NL)가 출범한 데 이어 1882년 아메리칸어소시에이션이라는 새로운 리그가 창설되자 양대리그 우승팀끼리 맞붙는 챔피언십이 추진됐고, 2년 뒤인 1884년 프로비던스 그레이(NL)와 뉴욕 메트로폴리탄스(아메리칸어소시에이션)가 최초로 3연전의 시리즈를 펼쳤다. 이듬해에는 7경기로 확대됐으며, 1887년에는 무려 15경기가 치러졌다. 당시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World’s Championship Series)라고 불린 이 시리즈는 1891년 아메리칸어소시에이션이 해체되면서 잠시 명맥이 끊겼지만, 아메리칸리그(AL)가 출범하면서 부활했다. NL과 AL 우승팀은 1903년 9전5선승제의 시리즈를 치렀고 이후 월드시리즈(WS)라는 이름으로 축약됐다. 이듬해 NL 우승팀 뉴욕 자이언츠(현 샌프란시스코)는 “수준 낮은 AL과 경기하기 싫다”며 보스턴 필그림스(현 레드삭스)와의 WS를 거부해버린다. 그러나 이후 WS 개최가 명문으로 규정됐고 1905년부터 7전4선승제로 다시 열렸다. 1919~21년 9전 5선승제로 치러진 적이 있으나 1922년부터는 현재와 같은 7전4선승제가 꾸준히 유지됐다. 또 선수들의 파업으로 시즌이 중단된 1994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WS가 열렸다. 1969년 NL과 AL이 동부와 서부로 지구(division)를 분리하면서 WS에 앞서 지구 우승팀끼리 맞는 챔피언십이 신설됐다. 1994년에는 중부지구가 설치됐고 이듬해 각 지구 우승팀과 와일드카드(지구 2위 팀 중 승률이 가장 높은 팀)까지 양대리그에서 총 8개 팀이 PS을 치르게 됐다. 지난해에는 지구 우승팀을 우대하기 위해 WC 1~2위가 단판으로 맞붙는 결정전이 신설, 총 10개 팀이 가을 야구에 초대받고 있다. 뉴욕 양키스를 빼고는 PS 이야기를 할 수 없다. 1923년 뉴욕 자이언츠를 꺾고 첫 WS 우승컵을 들어 올린 양키스는 통산 27회 우승에 빛난다. 1936~39년 사상 최초로 4회 연속 패권을 차지했고, 1949~53년에는 5년 연속으로 기록을 늘렸다. 리그 우승도 가장 많은 40차례나 차지했다. 양키스에서는 숱한 가을의 스타들이 배출됐다. 1977~81년 양키스에서 뛴 레지 잭슨은 WS에서 통산 .357의 타율과 10홈런 24타점의 맹활약을 펼쳐 ‘미스터 옥토버’로 불렸다. 1950~60년대 대표적 강타자 미키 맨틀도 WS 최다 홈런(18개)과 타점(40점), 득점(42점), 볼넷(43개)을 기록을 보유한 가을 남자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요기 베라는 WS 최다 안타(71개)를 기록했고, 무려 10개의 우승 반지를 가지고 있다. 맨틀에 이어 WS에서 두 번째로 많은 15개의 홈런을 친 ‘전설’ 베이브 루스는 두 차례나 한 경기에서 3홈런을 때려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마리아노 리베라는 PS 96경기에서 8승 1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0.70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내 전설의 반열에 올랐고, 앤디 페티트는 PS 최다인 19승을 따냈다.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양키스의 찬란한 영광 뒤에는 보스턴의 암울한 역사가 있다. 1918년까지 5차례나 WS 정상에 등극한 보스턴은 1920년 루스를 양키스로 트레이드 한 뒤 무려 86년 동안 WS 우승에 실패했다. 언론은 루스의 애칭을 빗대 ‘밤비노의 저주’라고 불렀다. 2002년 우승에 목마른 보스턴 열성팬들은 루스가 트레이드 직전 버렸다는 피아노를 연못에서 인양하는 작업을 펼치기도 했다. 피아노를 다시 연주하면 저주가 풀린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 덕분인지 보스턴은 2004년 우승을 차지하며 한을 풀었다. 특히 WS에 앞서 열린 AL 챔피언십에서 양키스를 만나 3연패 뒤 4연승을 하는 리버스 스윕을 일궈 극적으로 저주에서 벗어났다. 시카고 컵스는 보스턴보다 더 불운하다. 1908년 이후 무려 105년간 우승에 실패했다. 컵스가 마지막으로 WS에 나갔던 1945년 샘 지아니스라는 관중이 염소를 데리고 홈인 리글리필드에 입장하려다 거부당하자 “다시는 이곳에서 WS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컵스는 이해 3승 4패로 아깝게 우승컵을 놓쳤고, 이후에는 WS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이른바 ‘염소의 저주’다. 이 밖에 1961년 창단한 텍사스와 이듬해 출범한 휴스턴 등 8개 팀도 아직껏 WS 우승 트로피를 품지 못했다. MLB 팬들은 정규리그에서 한국에 비해 ‘조용’하게 관전하는 편이지만 PS에서는 다르다. 다저스의 DS 상대 애틀랜타는 인디언의 돌도끼를 상징하는 ‘토마호크’를 휘두르며 끊임없는 함성으로 원정팀을 주눅들게 한다. 21년 만에 PS에 나간 피츠버그도 WC 결정전에서 거의 모든 팬이 모두가 팀의 상징인 검은색 옷을 입고 열광적인 응원을 펼쳤다. 박찬호가 1994년 MLB에 진출한 이후 한국 선수들도 여러 차례 PS 무대를 밟았다. 김병현은 애리조나 시절인 2001~2002년과 보스턴으로 이적한 2003년 세 시즌 연속 PS에 나갔지만 8경기에서 1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6.35로 썩 좋지는 않았다. 2001년 WS 4차전과 5차전에서 9회 잇달아 홈런을 맞는 악몽을 겪었으나 다행히 팀이 7차전에서 극적으로 양키스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해 부담을 떨쳤다. 박찬호는 2006년과 2008~2009년 세 차례 PS에 나갔지만 이미 전성기가 지난 탓에 13경기에서 10과3분의1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고 1패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했다. 타자로서는 최희섭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2004년 세인트루이스와의 DS 1차전에서 대타로 나와 1루 땅볼로 물러났다. 추신수는 올해 피츠버그와의 WC결정전에서 홈런을 날리며 분전했으나 팀이 2-6으로 패하는 바람에 한 경기 만에 짐을 쌌다. 다저스 등 8개 팀이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올 시즌 현지에서는 디트로이트와 다저스의 우승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스포츠통계회사인 베이스볼프로스펙터스는 3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한 미겔 카브레라(.348)와 다승왕 맥스 슈어저(21승)가 이끄는 디트로이트의 우승 확률을 22%로 잡았다. 반면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은 선발진이 막강한 다저스의 WS 우승 확률을 가장 높은 3대1로 꼽았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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