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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진건 유배의 뒤안길] 반드시 살펴야 하며

    [양진건 유배의 뒤안길] 반드시 살펴야 하며

    한때 국민 생선으로까지 불리던 오징어의 어획량이 급감해 가격이 비싸졌다. 지구온난화와 중국 어선의 무분별한 조업이 큰 원인이라고 한다. 이 때문인지 지난 주말에 성산포 올레길을 걷다가 보게 된 한치오징어를 말리는 풍경이 귀하게만 느껴졌다. 바람에 불려 오징어가 말라 가는 동안 일출봉이 내다보이는 광치기 해변은 길게 빛나고 있었다. 오징어를 한자로는 오적어(烏賊魚)라 한다. ‘까마귀 잡아먹는 도적’이라는 뜻인데 흑산도 유배인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물위에 가만히 떠 있으면 죽은 줄 알고 쪼려 할 때 오징어가 긴 다리로 까마귀를 감아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잡아먹는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고 했다, 그런데 예전 선비들은 이런 오징어의 먹물로 글씨를 쓰기도 했다.광해군 때 영창대군이 강화도로 유배되자 관직을 떠나서 쓴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는 “오징어 먹물로 쓴 글씨는 한 해가 지나면 증발돼 사라져 버린다. 사람을 간사하게 속이는 자는 이를 이용해 속인다”고 했다. 그래서 믿지 못할 약속이나 지켜지지 않을 약속을 ‘오적어 묵계(墨契)’라고 한다는 것이다. 심장을 강하게 하고 정(精)을 생성한다는 오징어가 속임수와 도적질의 대명사가 됐으니 딱할 노릇이다. 그런데 선거철마다 공약이 남발되다 보니 과연 ‘오적어 묵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어쩌면 정치인의 약속은 ‘오적어 묵계’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약속이 속임수가 되고, 도둑질이 돼서는 안 되기에 6월 지방선거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민소환제 등도 필요하지만, 당장 속아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유권자가 우선 정신을 차릴 수밖엔 없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인기가 높은 대통령을 파는 사람들이 유독 많다 보니 후보자들의 약속을 제대로 따져 볼 겨를이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 조선 사림파의 시조였던 김종직은 “임금이 귀히 여김 어이해 헤아리랴”(寧用計校王玉女)라고 하면서 인재 선발 기준이 임금의 총애 여부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못된 소인들이 임금의 총애를 운운하며 권세를 도둑질한다고 꾸짖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천군은 지엄하고 여론은 공변되니(天君有嚴輿論公)”라면서 지엄한 양심과 공정한 여론의 힘을 끝내 이겨 낼 수 없다고 했다. 양심이 있다면 속이고 도둑질을 하지 않겠지만 그러나 ‘정치인을 믿느니 처음 만난 사람을 믿겠다’는 농담처럼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쪽에서는 대통령을 내세우며, 다른 한쪽에서는 대통령을 비판하며 오히려 ‘오적어 묵계’가 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를 걸러 내기 위한 공정한 여론이 중요한데, 언론에서 쏟아지는 여론조사보다는 공약과 그와 관련된 토론에 대한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 무릇 정치는 인재를 얻는 데 달려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이율곡은 “뭇사람이 미워해도 반드시 살펴야 하며, 뭇사람이 좋아해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衆惡之必察焉 衆好之必察焉)”고 했다. 이렇게 할 때 비로소 공정한 여론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각종 이권에 개입했거나 개입할 여지는 없는지, 치명적인 도덕적 결함은 없는지, 지역의 성장을 이끌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있는지 반드시 살펴서 적임자를 제대로 뽑아야 한다. 더욱이 작금의 한반도 상황이 급변하고 있지 않은가.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이 놀라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우리 지역의 일꾼은 과연 누구인지, 그들의 약속은 속임수와 도둑질의 ‘오적어 묵계’는 아닌지 반드시 살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인 것이다.
  • 고려인 애환 담긴 곳… 베이스캠프서 2시간 반 ‘최장거리’

    고려인 애환 담긴 곳… 베이스캠프서 2시간 반 ‘최장거리’

    한국 대표팀의 F조 두 번째 멕시코와의 경기는 인구 113만명으로 러시아 10대 도시에 들어가는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치러진다. 러시아 문학과 음악 배경에 잔잔한 물결로 자주 등장하는 돈강이 유유히 흐르는 곳에 자리했다. 긴 도시 이름은 러시아 북동부 로스토프와 구분하기 위해 ‘나도누’를 붙였는데 쉽게 말해 ‘돈강의 로스토프’란 뜻이다. 모스크바에서 1109㎞ 떨어져 있어 비행기로 2시간 정도 걸린다. 대한민국 베이스캠프가 차려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조별리그 세 경기를 치르는 경기장 가운데 가장 멀어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돈강 하류와 마니치강 유역을 가로질러 넓은 범람원이 펼쳐진다. 돈강 유역의 볼고돈스크에는 대규모 원자로 생산공장이 있다. 볼가강으로 이어지는 볼가돈 운하와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등 카프카스 지역과 러시아 중앙지대를 연결하는 철도, 석유 및 가스 송유관이 지나가 ‘카프카스의 관문’으로 통한다. 농업의 발달로 밀과 보리 옥수수, 해바라기, 겨자, 멜론 등이 많이 생산되고 무연탄, 철광석 등 천연자원도 풍부하다. 표트르 대제(재위 1682~1725)의 딸 엘리자베타 여제가 1749년에 세운 무역도시다.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찾았을 때의 감동보다 더한 즐거움을 안긴다는 길손들의 체험담이 숱하다. 유려한 강변 풍경과 멋진 체메르니츠키 교량, 고색창연한 제정 러시아 건물들이 조화를 이뤄서다. 196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미하일 숄로호프(1905~1984)의 대하소설 ‘고요한 돈강’이 이곳을 무대로 제정 러시아로부터 달아나 독립을 꿈꿨던 코사크 민족의 슬픈 역사를 담았다. 스탈린 시대 연해주에서 이곳으로 강제 이주해 쌀 농사 등을 강요받은 고려인이 무려 2만 5000명에 이르러 지금도 이곳에 드리운 애환과 삶의 흔적을 되짚어 보는 것도 뜻깊겠다. 흑해와 연결되는 아조프해와 가까워 습한 대륙성 기후로 6월 평균 기온이 섭씨 22도로 따듯하다. 6~7월 비 오는 날은 나흘, 강수량도 70㎜ 정도로 경기를 하거나 관람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건을 제공한다. 습도는 63%, 해발 고도는 50m밖에 안 된다. 멕시코와 결전을 펼칠 장소로 지난해 개장한 ‘로스토프 아레나’는 4만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곳에선 E조, A조, D조 예선 한 경기씩과 16강전 한 경기가 열린다. 현재 러시아 프로축구 FC 로스토프의 홈 구장으로 쓰이고 있다. ’신태용호’를 응원하러 로스토프나도누를 찾는 이라면 표트르 대제가 멀지 않은 아조프 해변에 세운 당찬 계획도시 타간로그도 들러보자. 극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의 고향이어서 여기저기 그의 흔적이 남아 있다. 아울러 위대한 시인 알렉산드르 푸슈킨(1799~1837)이 산책한 아조프 해변을 거니는 것도 좋겠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열린세상] 남북 정상회담과 막말의 유혹/김종면 언론인

    [열린세상] 남북 정상회담과 막말의 유혹/김종면 언론인

    박완서의 소설 중에 ‘재이산’(再離散)이라는 단편이 있다. 이산가족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가족 간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풍자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작가가 이산가족찾기운동을 “휘황한 거국적 쇼”라고 냉소적으로 규정한 데서 알 수 있듯 이 소설에서 가족의 상봉은 이질감의 확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시 만난 가족은 “이제껏 살아오면서 만난 어떤 사람과도 닮지 않은” 사람들일 뿐 환상 속에 그리던 살가운 가족은 아니다. 마음속에 좀처럼 자리 잡지 못하는 이 가족 아닌 가족의 재회는 이산의 아픔 위에 재이산의 고통까지 얹어 주는 반갑지 않은 사건이다. 이것은 물론 소설 속의 이야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70년 넘게 남북으로 흩어져 살아온 ‘분단민족’인 우리로서는 더욱 그렇다. 4ㆍ27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광복절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전망이다. 비단 이산가족뿐만 아니다. 남북은 언제 어디서든 만나야 한다. 자주 만나야 서로 통하고 변화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소설에서처럼 상봉이 오히려 짐이 되는 ‘재이산의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보수정권 9년 동안 남과 북 사이에 ‘대결’은 있었지만 이렇다 할 ‘만남’은 없었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은 내용과 형식에서 그 공백을 상당 부분 메워줄 것으로 보인다. 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얼마나 공고히 하고 그것을 명문화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회담 후 채택한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확인한 선언적 수준의 합의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비핵화의 구체적인 방식이나 기한 등이 제시되지 않은 만큼 그런 지적도 나올 만하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폐기와 관련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고 밝혀야 한다는 식의 ‘단판승부론’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 화해와 교류 협력 확대 등에 방점이 찍힌 지난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는 구분된다. 정치·군사적인 현안, 무엇보다 북핵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라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북핵 문제는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근본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타결될 수 있다. 현실을 외면하기 어렵다.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은 현 단계에서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라 할 만하다. 남북이 비핵화와 평화의 새 시대를 선언하고 이행 의지를 천명한 만큼 이를 실천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아가 남북 합의가 과거처럼 정부가 바뀌면 휴지 조각이 되는 일이 없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국민의 결집된 힘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역사의 흐름을 애써 거스르려는 움직임이 끊이지 않는다. 남북 정상회담은 양보할 수 없는 국익이 걸린 국가적 대사다. 정파의 이해 혹은 사사로운 애국심에 사로잡혀 딴죽을 걸 일이 아니다. ‘나홀로 소신’에 빠져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처럼 막무가내로 막말을 쏟아내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세계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남북 정상회담을 ‘위장 평화쇼’라고 강변한다. “미국은 이런 유의 위장 평화회담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곧 있을 북ㆍ미 정상회담까지 넘겨짚으며 마치 회담이 결렬되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듯한 위험한 말을 내뱉는다. “보수정권 9년 동안 일관되게 대북 제재를 집행한 결과 어쩔 수 없이 두 손 들고 나온 김정은” 운운하며 생뚱맞게 ‘보수정권 공적론’을 설파하는 인사도 있다. 아무리 여론의 질책을 받아도 이들은 ‘도덕적 확신범’인 양 당당하다. 남북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혐오성 막말을 일삼는 이들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 이제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을 위한 역사의 일보를 내디뎠다. 합의보다 중요한 게 실천이다. 대나무가 마디를 하나씩 만들어 가듯 그렇게 차근차근 이뤄 나가야 한다.
  •  ‘같이 살래요’ 여회현X김권 제대로 한 판 붙었다! 링 위의 두 남자 

     ‘같이 살래요’ 여회현X김권 제대로 한 판 붙었다! 링 위의 두 남자 

    ‘같이 살래요’ 여회현과 김권이 링 위에서 만난다.29일 KBS2 드라마 ‘같이 살래요’ 여회현과 김권이 제대로 한 판 붙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박재형(여회현 분)에게 대주주 엄마의 친자가 아니라는 자신의 약점을 들키고 더 경계하고 있는 최문식(김권 분)이 맞닥뜨리는 장면이 그려진다. 신입사원과 팀장으로 상하관계가 분명한 이들이 링 위에서 계급장을 떼고 제대로 한 판 붙을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지난 방송에서 업무의 연장이었던 회식 이후 사무실에 돌아와 마지막 미션인 출근 준비를 해놓던 재형. 모든 임무를 완수하고 나가려던 찰나, 사무실로 들어오는 양대표(박상면 분)와 문식의 소리에 저도 모르게 탕비실로 몸을 숨겼고, 둘의 대화를 듣게 됐다. 무슨 속셈인지 엄마 이미연(장미희 분)이 만나는 남자마다 훼방을 놓는 문식에게 “친아들도 아닌 자네를 키워준 은혜를 잊으면 안된다”며 경고를 한 양대표. 본의 아니게 들어서는 안 될 이야기를 엿듣게 된 상황에 재형은 모른 체했다. 하지만 그날 재형은 탕비실에서 사원증을 잃어버렸고, 이를 문식이 발견했다. 회식 끝나고 회사에 들르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키운 정을 운운하는 재형은 문식이 양대표와의 대화를 들었다고 생각하게 하기 충분했다. 괜히 서로 어색해질까 봐 둘러댄 재형의 거짓말이 오히려 문식의 오해를 키운 것. 아무것도 들은 것 없다고 말을 아끼는 재형에게 “사회생활 잘 하네. 계속 그렇게 잘 해. 지켜볼 테니까”라고 경고한 문식은 행여나 재형의 입에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새어나갈까 불안해하며 재형의 동태를 살폈다. 한편 제작진 측이 방송에 앞서 공개한 사진에서는 팀장인 문식 앞에서 을일 수밖에 없었던 신입사원 재형이 그에게 주먹을 날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두 남자의 링 위에서의 만남은 한 판 붙고 그동안 쌓인 감정을 시원하게 풀자는 문식의 제안이었다. 입사 이후 상사의 부당한 요구에도 깍듯이 고개를 숙였던 재형이 문식에게 한 방을 날릴 수 있을지 기대감을 높였다. 첫 만남부터 앙숙으로 만나 악연으로 계속되는 재형과 문식. 더군다나 두 사람의 부모님인 효섭과 미연이 감정을 키워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 두 사람의 한 판이 기대되는 ‘같이 살래요’ 이날(29일) 오후 7시 55분 KBS2를 통해 방송된다. 사진=KBS2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이러다 ‘마블 쿼터제’ 생기겠네

    이러다 ‘마블 쿼터제’ 생기겠네

    개봉 첫날 98만명 관객 동원 스크린 수 2461개… 점유율 73% “시장 논리 결과” “문화 다양성 해쳐”마블의 신작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가 개봉과 동시에 역대 최다 스크린을 차지하며 극장가를 집어삼켰다. 개봉 첫날인 지난 25일 ‘어벤저스’의 스크린 수는 모두 2461개. 지금까지 역대 최다 스크린 수를 기록한 ‘군함도’(2027개)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개봉일 단 하루의 상영 횟수만 1만 회로, 점유율이 전체의 72.8%에 달해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다시 불을 댕겼다.티저 영상과 마블 히어로들의 내한으로 한껏 바람을 잡은 영화는 엄청난 물량 지원에 힘입어 흥행 신기록을 쏟아 내고 있다. 첫날 98만명을 동원하더니 이튿날인 26일 오전 7시 100만명을 단숨에 넘어 버렸다. 국내 개봉작 가운데 가장 빠른 흥행 속도다. ‘마블 10주년 기념작’에 높아진 관심은 “천만 관객+α를 모을 것”이라는 관측으로 모아졌고, 숫자에 취한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어벤저스’에 스크린을 몽땅 내주다시피 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25일 CGV는 1072개, 롯데시네마는 747개, 메가박스는 606개의 스크린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메가박스 직영 극장의 상영 횟수 점유율은 무려 80.6%를 기록하기도 했다.이를 두고 한 영화계 관계자는 “마블 쏠림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며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스크린 쿼터제가 아니라 ‘마블 쿼터제’를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농담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한 영화가 차지하는 스크린 수가 한계를 모르고 치솟으면서 스크린 독과점이 제동장치 없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CGV 관계자는 “‘어벤저스’에 대한 편성은 사전 예매율이나 언론 배급 시사 이후 반응 등 고객의 선호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며 “대적할 만한 다른 영화가 없는 상황에서 극장은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를 보여 줘야 한다”며 “모든 고객의 취향을 다 맞출 수 없다는 고민이 있다”고 설명했다. 극장 측은 시장 논리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멀티플렉스의 수익 극대화를 위한 것으로 문화 다양성을 해쳐 영화 전체의 균형적인 성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대기업 멀티플렉스들은 관객들의 선택을 어떻게 막겠느냐고 항변하는데 그 주장은 애초부터 올바른 선택지를 던져 주고 나서 해야 하는 것이지 선택의 폭 자체를 다 줄여 놓고 나서 관객의 선호를 운운하는 건 순서상으로 잘못된 얘기”라며 “만약 이번에 대기업에서 배급한 영화가 피해를 입게 됐다면 이런 사태를 어떻게든지 막으려 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어벤저스’의 질주 속에 이번 주나 1~2주차를 두고 개봉하는 다양성 영화들은 스크린을 배정받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더욱이 다음달 17일에는 2016년 331만명의 관객을 모은 ‘데드풀’의 후속작 ‘데드풀2’가 개봉할 예정이라 작은 영화들의 입지는 더욱더 좁아지게 됐다. ‘굿 매너스’ 수입사인 영화공간 김종근 대표는 “매년 대작들이 나올 때마다 독과점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는데 작은 영화들의 경우에는 극장 배정에 애를 먹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힘을 써 볼 수가 없는 상태”라며 “이번 주에 스크린에 걸리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면 다음주에는 새 영화들이 올라와 관객에게 제대로 선보일 기회도 없이 쓰나미에 휩쓸리듯 사라진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사설] 남북 정상, ‘비핵화 합의’ 반드시 이뤄내야

    70년 한반도 분단사에 큰 획을 그을 남북 정상회담이 마침내 내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다. 한반도 비핵화와 정전체제 종식, 평화체제 구축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앞날을 놓고 하루 뒤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역사적 담판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남북 당국이 사전 리허설을 갖는 등 이미 판문점 주변은 정상회담 초읽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과 더불어 한반도 분단 체제의 일대 전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의 정상회담보다 무게를 더한다. 무엇보다 북핵 폐기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어떤 입장을 밝히느냐에 따라 내일 이후 한반도의 안보 기상도가 갈릴 것이다. 그가 강한 의지를 담아 명확한 표현으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 수준의 북핵 폐기를 말한다면 한반도는 평화와 공동 번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반면 과거 6자 회담에서처럼 갖가지 조건을 달아 단계적 해결 운운하거나 비핵화 문제는 미국과 논의할 문제라는 식으로 비켜 간다면 모처럼의 대화 무드는 순식간에 얼어붙고 지난해 북핵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고 험난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그동안 북측과 정상 합의문 내용을 조율해 온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비핵화 등 크게 세 줄기의 회담 의제 가운데 정전 선언 추진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기반 조성 등에서는 원칙적 합의를 이룬 듯하다. 문제는 비핵화 여부다. 북측이 한사코 ‘윗분’의 결정 사항임을 내세우는 바람에 합의문에 담지 못했고, 결국 내일 두 정상이 담판 지을 사안으로 넘겼다고 한다. 우려를 떨치기 힘든 대목이다. 합의문이라는 게 문구 하나하나까지 모두 양측 정상에게 실시간 보고하며 작성되는 것임을 감안한다면 이런 정황은 김 위원장이 여전히 비핵화에 대해 분명한 뜻을 세우지 않았거나 우리 측이 요구하는 수준으로는 합의할 뜻이 없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동안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지니고 있다는 말이 여러 차례 우리 정부 관계자 입을 통해 나온 적은 있으나 한 번도 김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를 말한 적은 없다. 김 위원장이 내일 회담에서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밝히지 않는다면 북·미 대화는 그 즉시 스텝이 꼬이고, 북·미 대화를 이끌어 온 문 대통령의 입지도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연일 ‘완전한 비핵화’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명약관화하다. 어떤 경우에도 내일 정상회담에선 김 위원장이 분명하게 비핵화 의지를 밝혀야 하며, 정부는 이를 위해 남은 시간 북측과의 합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모호한 자세를 보일 때를 대비해 정부는 기타 남북 간 합의의 수위를 낮추는 플랜B도 마련해 놔야 한다.
  • ‘제주 고르드’ 분양, 제주의 낭만을 품격있게 즐기다

    ‘제주 고르드’ 분양, 제주의 낭만을 품격있게 즐기다

    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 없이는 외출조차 힘든 요즘,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에 대한 갈증은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끝없이 펼쳐진 바다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 제주에서 살기를 원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제주에서 한 달 살기 등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게스트 하우스나 에어비앤비를 통해 잠깐이라도 머물고 싶어하는 곳. 하지만 오랜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이들이 제주에서 정말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이에 제주에서도 생활 편의 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인기 주거 지역으로 꼽힌다. 그 중 가장 각광받고 있는 지역은 애월읍 인근으로, 제주 시내와 가까워 편리한 생활인프라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타 지역보다 습도와 채광이 좋아 쾌적한 생활이 가능하다. 최근 유명 가수부부가 TV 프로그램에서 여유롭고 낭만적인 삶을 누리는 모습이 비춰지면서 다시 한 번 문의가 급증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제주 애월읍에 들어서는 제주고르드 타운하우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제주도에는 아파트부터 고급빌라, 전원주택, 타운하우스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지가 형성되어 있는데, 특히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장점을 모두 갖춘 고급 타운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에 들어서는 제주 고르드는 오랜 역사와 자연이 잘 어우러지는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을 컨셉으로 했으며, 따뜻한 햇볕과 살랑거리는 바람을 느끼며 프로방스의 여유와 감성을 삶 속에 녹여낼 수 있도록 건축 디자인부터 내부 인테리어, 구조까지 세심하게 짜여진 공간이다. 제주고르드는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상2층의 단독형 타운하우스로 A타입(43평형) 19세대와 B타입(33평형) 10세대, 총 29세대이다. A타입(43평형)은 전체면적 144㎡로 1층은 방, 욕실, 거실, 주방으로 조성되며, 2층은 방2, 욕실, 테라스로 구성된다. B타입(33평)은 전체면적 111㎡로 방이 총 2개이며, 나머지 구성은 A타입과 동일하다. 전 세대 넓은 테라스를 제공하여 여유로움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층 테라스에는 미니 풀장이 설치된다. 또한 독립 가든에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수영장, 분수, 정원 등의 설치가 가능해 자신만의 특색있는 공간을 원하는 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실내 인테리어 역시 자연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천연원목 및 천연도료를 사용했으며, 최고급 원목 주방가구, 붙박이장, 시스템옷장, 전 세대 천정형 냉방시스템과 LED 첨단 스마트 조명기구가 설치된다. 단지 내 24시간 CCTV 녹화시스템과 외곽 경비 시스템이 작동되고, 외부 방문자 화상 및 조회시스템을 통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다. 제주고르드의 가장 큰 장점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누리는 제주에서 마치 도시에 사는 것과 같은 생활 편의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화로가 인접해 교통환경이 편리하며, 도심 생활 편의시설까지 접근이 유리하다. 10분 거리에 이마트, 롯데마트 등 쇼핑시설과 제주대학병원, 한라의료원 등 의료시설이 위치하고, 제주외국어고등학교와 제주국제학교와의 접근성도 좋아 교육 여건 또한 우수하다. 또한 제주 공룡랜드나, 렛츠런파크, 이호해수욕장 등 레져를 즐기기에도 좋은 위치이다. 제주고르드 타운하우스의 모델하우스는 4월말 오픈 예정이며, 자세한 분양문의는 대표번호 및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3년 사이에 흑곰, 방울뱀, 상어에 물려본 스무살 청년

    3년 사이에 흑곰, 방울뱀, 상어에 물려본 스무살 청년

    스무살 이 청년, 불운하다고 해야 하나? 정말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미국 콜로라도주 서부 그랜드 정션 출신의 아웃도어 찬미가인 딜런 맥윌리엄스는 보통 사람이 겪지 못할 끔찍한 경험을 세 차례나 거푸 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하와이주 카우아이섬 연해에서 서핑을 하다 뭔가 자신의 다?를 스치고 지나가 화들짝 놀랐다. “미치겠더라. 난 운이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은데 늘 불운한 상황에서 운이 있는 것 같다.” 그는 “상어가 내 밑을 지나가는 게 보였다. 발길질을 하며 적어도 한 순간, 가능한 빨리 해변으로 헤엄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피를 흘려 상어가 쫓아오면 어떡하나 걱정하면서도 다른 반쪽을 잃었는지 어떤지도 몰랐다”고 돌아봤다. 그의 다리는 일곱 바늘을 꿰매야 했고 그 상처의 크기로 봐서 2m쯤 되는 타이거상어가 그를 공격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몇년 동안 미국과 캐나다 전역을 돌며 야영을 즐겼고 여행자금을 모으려고 농장 아르바이트나 서바이벌캠프 강사로 일했다. 서너 살 때부터 할아버지에게 생존 기술을 배웠다. 지난해 7월 콜로라도에서 캠핑 여행을 하다 새벽 4시에 잠에 깨어보니 흑곰의 아가리 속에 자신의 머리가 들어갈 뻔한 상황임을 알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곰의 눈을 찔러 벗어났다. 친구들이 놀라 힘을 합쳐 몸무게 136㎏의 흑곰 수놈을 쫓아냈다. 다음날 아침 공원 당국이 포획해 살펴보니 곰의 어금니에서 딜런의 혈흔이 확인됐다. 공원은 나중에 흑곰을 놔줬다. 머리 뒤쪽에 아홉 바늘을 꿰맸지만 그의 아웃도어 생활을 막지 못했다.3년 전에는 유타주 하이킹 도중 방울뱀에 물렸다. 선인장에 찔린 줄 알았던 그는 병원에 달려가지도 않았고, 다행히 독성이 약해 며칠 동안 야영을 이어갈 수 있었다. 경찰관이 되고 싶어하는 맥윌리엄스는 “동물의 경계를 존중해야 하지만 내가 침범하거나 어떤 종류든 공격을 야기할 일을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냥 일어났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빨리 상처가 나아 서핑을 즐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불운이 이어졌지만 모든 이를 아웃도어 경험으로 이끌고 싶어한다. “여전히 하이킹을 갈 수 있고, 방울뱀도 잡을 수 있다. 그리고 대양을 헤엄칠 수도 있다.” 또다시 위험한 야생동물에게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지 않길 바란다. 하지만 동물들과 바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래서 어떤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사설] 핵동결 北, 출구는 핵군축이 아니라 비핵화다

    북한이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두 가지 주목할 만한 결정을 내렸다. 5년 전 같은 회의에서 채택한 핵·경제 병진 노선을 끝내고 앞으로는 경제 건설에 매진하겠다는 것과 6차례 핵실험을 벌인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한편 추가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도 하지 않을 뜻임을 밝힌 것이다.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핵·경제 병진 노선 폐기는 일련의 정상 간 북핵 대화를 앞두고 한반도 비핵화의 첫 단추를 끼우는 조치로 평가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창해 온 북핵 프로세스에 견준다면 북 스스로 ‘핵 동결’이라는 비핵화 대화의 입구에 섰으며, 앞으로 본격적인 비핵화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국제사회에 천명한 셈인 것이다.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경제 병진 정책과 관련해 “역사적 과업들이 빛나게 관철됐다”며 경제건설 총력 집중이 새로운 전략적 노선이라고 강조한 것 역시 비핵화 대화의 물길을 여는 포석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이런 북의 노선 변화는 그러나 자신들이 핵보유국임을 전제로 향후 핵 대화가 상호 대등한 조건의 핵군축 회담이 돼야 한다는 논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 것도 사실이다. 전원회의 결정서에도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우리 공화국은 핵시험의 전면 중지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합세할 것”이라는 다짐만 있을 뿐 ‘비핵화’라는 용어는 어디에도 보이질 않는다. 물론 이 결정서라는 게 대내용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이해할 부분도 없지는 않다. 핵만이 살길이라고 외쳐온 터에 하루아침에 핵과 경제를 맞바꾸겠다고 북한 인민들에게 말할 수는 없으니 ‘비핵화’ 대신 ‘핵군축’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볼 여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달리 보면 동등한 핵보유국의 지위에서 미국과 비핵화 논의를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미국 내 상당수 여론이 북의 발표에 심드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선언한 것일 뿐 비핵화 선언과는 거리가 멀다”고 일축한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 석좌의 말대로 향후 북·미 회담의 성격을 핵군축 회담으로 끌고 가려는 그들의 의도를 드러낸 것일 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중의 포석을 지닌 북의 행보를 어느 한쪽으로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기대와 우려, 둘 다 성립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북을 어떻게 비핵화의 출구로 견인하느냐의 문제다. 핵을 포기해도 안위를 보장받고 경제를 살찌울 수 있다는 믿음을 그들에게 줘야 한다. 김 위원장 역시 비핵화 말고는 출구도, 퇴로도 없는 절체절명의 길에 들어섰음을 분명하게 깨달아야 한다. 짐짓 핵보유국 행세를 하며 핵 폐기는 뒷전으로 미뤄둔 채 과거처럼 단계별 보상에만 매달리며 세계를 농락하려 든다면 결과는 파국만 있을 뿐임을 알아야 한다.
  • ‘오스틴 파워’의 귀요미 악당 베른 트로이어 49세로 지다

    ‘오스틴 파워’의 귀요미 악당 베른 트로이어 49세로 지다

    영화 ‘오스틴 파워’의 귀요미 악당 ‘미니-미’로 많은 사랑을 받은 영국 배우 베른 트로이어가 49세 짧은 삶을 마감했다. 21일(현지시간) 고인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는 “베른이 오늘 눈을 감은 사실을 적느라 커다란 슬픔과 믿기지 않는 무거운 마음”이라며 “오랜 세월 그는 투쟁했고 승리했지만 불운하게도 이제 더 이상은 아니게 됐다”는 글이 올라왔다고 BBC가 전했다. 고인은 이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 입원했지만 어떤 병 때문에 그랬는지에 대해 그의 팀은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알코올 중독 때문에 입원한 뒤 자신의 문제들을 언급하는 성명을 밝혔는데 “늘 쉬운 싸움은 아니지만 매일 내 싸움을 계속할 생각“이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준 모든 이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내겐 온 세상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트로이어는 오스틴 파워로 가장 널리 얼굴을 알렸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의 첫 작품 ‘마법사의 돌’에도 ‘그리푹’이란 캐릭터로 출연했고 2009년 영국의 ‘셀레브리티 빅브러더’를 비롯해 여러 편의 리얼리티쇼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2012년 트로이어는 북아일랜드의 장애 어린이 자선단체에 기부를 했는데 나중에 도둑들에게 이 단체가 털리는 바람에 화제가 됐다. 그는 자선단체에 편지를 보내 “일어난 일에 대해 들었다. 난 당신네와 아이들을 돕고 싶었을 뿐인데 아이들에게도 내 인사를 전해달라. 어떤 마음을 먹으면 뭐든 할 수 있으며 항상 낙관적이 되라는 내 말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우리 집 인공지능이 똑똑하지 않은 이유/안동환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우리 집 인공지능이 똑똑하지 않은 이유/안동환 문화부 차장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13조 7000억원을 기록했다. SK가 2012년 하이닉스를 인수하기 이전, 이후를 통틀어 최대 실적이다. 반도체 제조사가 영업이익률을 46%나 기록하며 거대 인터넷 기업들을 추월한 건 이례적이다. 눈부신 실적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초호황 추세) 덕이다. 주력인 D램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다. D램 매출 비중은 스마트폰이 PC를 앞선 지 오래됐고, 현재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 분야에서 폭발적 수요를 보인다. 정신이 번쩍 드는 건 D램을 싹쓸이하는 국가가 한국이 아닌 미국과 중국이라는 현실이다. SK그룹 인사의 얘기다. 지난 1월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출한 50여쪽의 업무보고에는 딱 한 문장으로 기술된 연구개발 계획이 포함됐다. ‘국어거대자료(말뭉치) 구축 사업’, 이 한 줄짜리 보고가 일으킨 파급력은 적지 않다. 국립국어원은 ‘잃어버린 10년’을 반추했고, 한국어 처리 기술 기반의 국내 인공지능 스타트업들은 큰 기대를 품고 있다. 국어거대자료로 불리는 ‘말뭉치’(Corpus)는 컴퓨터가 우리 언어를 이해할 수 있게 전산화한 말과 글의 집합체다. 신문·잡지 기사, 소설부터 SNS에 쓴 글 같은 웹 말뭉치까지 전부 활용 가능한 언어 자원이다. 아마존이 글로벌 AI 스피커 시장점유율 1위가 된 건 ‘알렉사’라는 뛰어난 자연어(영어) 처리 기술과 미국 ‘ANC’가 1990년부터 구축해 온 2000억 단어 이상의 방대한 ‘영어 말뭉치’의 존재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학습된 말뭉치 양이 많을수록 똑똑해진다. 말뭉치가 ‘인공지능 진화의 씨앗’으로 불리는 이유다. 우리도 일찌감치 국가 말뭉치 구축 프로젝트에 나섰다. 1998년부터 150억원을 투입해 국립국어원이 진행했던 ‘21세기 세종계획’이 그것이다. 예산 지원이 중단된 2007년까지 2억 어절을 구축했다. 당시 일본 정부가 우리 연구자들을 초청해 말뭉치 구축 방안을 청취할 정도로 한국은 아시아에서 선두 주자였다. 세종계획 중단 후 한국어 말뭉치 규모는 정체됐지만 중국, 일본은 지속적인 투자로 각각 100억 단어가 넘는 대규모 언어 자원을 확보했다(김한샘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 교수의 ‘말뭉치 구축의 세계 동향과 한국어 말뭉치’). 그 ‘잃어버린 10년’이 AI 대전환기를 맞는 현재 한국어 인공지능의 ‘치명적 공백기’로 평가된다. 국립국어원이 10년 만에 말뭉치 구축 사업을 되살려 냈지만 확정된 예산은 올해 11억원에 불과하다. 대통령에게 보고한 구축 목표는 5년간 현대어 154억 7000만 어절이다. 말뭉치 구축이 재가동된 건 고무적이지만 올해 예산으로 구축 가능한 분량은 3100만 어절이다. 이 예산과 속도로 앞질러 간 국가들을 따라잡긴 벅차다. 말뭉치 구축은 기초 연구다. 그 자체로는 상업적 가치가 크지 않고, 초기 구축 비용이 커 대학과 민간 기업에 의존하기엔 한계가 있다. 국가 말뭉치 구축을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야 할 이유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한국형 알파고’ 개발을 부르짖으며 5년간 1조원 예산 투입을 운운하지만 말뭉치 데이터가 빈약하면 한국어 인공지능은 그리 똑똑하지 않을 게다. 우리 집도 AI 스피커를 쓴 지 1년이 흘렀다. 출시 초기보다 기능이 추가되고 업그레이드됐다. 하지만 명령을 엉뚱하게 알아듣거나 씹는 등 ‘말귀’는 어둡다. “레베카 ‘상어가족’ 틀어줘”라고 외치는 7살 딸은 종종 으름장을 놓는다. “너 말 안 들으면 갖다 버릴 거야!” ipsofacto@seoul.co.kr
  • 민주당 “드루킹 사건, 사생팬이 안티 돼 저지른 범죄”

    민주당 “드루킹 사건, 사생팬이 안티 돼 저지른 범죄”

    더불어민주당은 18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사생팬’이 앙심을 품고 ‘안티’가 돼 저지른 범죄”라고 지적했다.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증거도 없고 있지도 않은 사실을 ‘가능성’ ‘개연성’ 운운하며 마치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는 언론보도 행태와 이에 부화뇌동하는 야당의 작태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백 대변인은 “일부 언론과 야당이 주장하는 것이 사실이 되려면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에 댓글 조작 지시를 했어야 하며, ‘드루킹’이 원하는 인사가 이뤄졌어야 한다”면서 “‘드루킹’에 대한 어떤 업무 지시도 없었고, 대가성으로 ‘드루킹’이 받은 것 역시 전혀 없었기 때문에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은 문재인 당시 후보가 압승했다”면서 “조직적인 댓글 조작을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백 대변인은 “앙심을 품은,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안티의 범죄에 청와대를 엮어 보려는 것은 결국 지방선거에 이용하려는 것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면서 “‘일본 침몰설’을 믿고,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을 이상한 종교에 사로잡힌 집단으로 생각하는 허무맹랑한 인물에 흔들릴 국민이 아니다. (야당이) ‘드루킹 사건’을 지방선거 승리로 이끌 한 줄기 빛으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정치 역사상 마타도어가 성공한 사례는 없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생태 돋보기] 진화와 인류 역사의 현장 파나마/정길상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장

    [생태 돋보기] 진화와 인류 역사의 현장 파나마/정길상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장

    파나마는 중남미의 코스타리카 바로 아래에 있다. 파나마 하면 운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파나마 운하는 태평양에서 대서양으로 가는 항로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운하 계획은 17세기에도 있었으나, 20세기에 운하가 완성됐다. 운하를 건설하기 시작한 사람은 페르디낭 드 레셉스라는 프랑스 사람이다. 그는 카리브해와 홍해를 연결한 수에즈 운하를 건설했다. 수에즈 운하 건설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그는 약 150㎞였던 수에즈 운하를 건설하는 데 10년 정도 걸렸으므로, 길이가 반 정도인 파나마 운하 건설은 쉬울 것이라고 착각했다. 드 레셉스는 건설 도중 파산했고, 완공에는 34년이 걸렸다. 수에즈와 달리 파나마의 토질은 진흙과 황토로 많은 비와 함께 수시로 산사태가 났다. 무엇보다 운하 건설에 동원된 인부 중 약 3만명이 열대풍토병으로 사망한 것이 파산과 공기 지연에 치명적 역할을 했다. 당시에는 열대우림의 진화와 생태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었다. 그 속에 어떤 생물이 사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데다 독충·독뱀 대처 능력도 없었다. 특히 군대개미는 가는 곳마다 사람이건 물건이건 닥치는 대로 물어뜯었다. 이를 막기 위해 막사 주변에 해자를 만들자 모기가 들끓었다. 말라리아와 더불어 모기가 옮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아프리카 풍토병인 황열병은 흑인 노예와 중남미로 유입돼 면역체계를 갖추지 못했던 남미ㆍ아시아 인부들을 쓰러뜨렸다. 누구도 모기를 의심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일하려는 인부는 점점 줄었고 결국 프랑스는 파나마 운하 건설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건설권을 미국에 팔아버렸다. 그 사이 영국인 로널드 로스가 모기가 말라리아를 옮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은 운하 주변에 모기가 살지 못하도록 웅덩이를 제거하는 등 철저한 방제로 풍토병을 차단했다. 운하 완공은 운하 운영과 이득 보전을 위해 미국의 폭력적 남미정책이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 미국은 파나마 운하 건설을 계기로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를 설치해 환경영향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는 지역적 생태와 진화에 대한 진지한 관심의 시작이었다. 다만 이 관심은 파나마 운하 건설에 따른 생물상의 변화 관찰이라는 순수 학문적 목적과 혹시 모를 생태적 위협요소의 판별이라는 정치적 목적이 혼합돼 있었다. 문화인류학자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는 인류 진화 속도는 환경에 의한다는 것을 보여 줬다. 그러나 파나마 운하에서 볼 수 있듯이 현대 인류의 진화 속도가 환경에 지배받기보다 인류가 생태 환경의 진화 속도와 방향을 바꾸는 사례가 늘어나는 듯하다. 스티븐 호킹의 경고처럼 지구를 떠나고 싶지 않다면, 다이아몬드의 충고를 받아들여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결정해야 할 때이다.
  • ‘그날 바다’ 세월호 참사 4주기, 20만 관객 돌파 “잊지 않겠습니다”

    ‘그날 바다’ 세월호 참사 4주기, 20만 관객 돌파 “잊지 않겠습니다”

    영화 ‘그날, 바다’(제작: Project 不, 제공/배급: ㈜엣나인필름, 감독: 김지영)가 개봉 5일째인 16일 20만 명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정치시사 다큐멘터리 박스오피스 2위로 올라섰다.‘그날, 바다’에 대한 이러한 기록은 여전히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국민들의 관심과 염원을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이제는 진실을 알아야 할 때임을 촉구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바,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은 오늘 더욱 그 의미를 빛내고 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과학적으로 다룬 영화 ‘그날, 바다’가 개봉 5일째인 오늘(16일) 20만 명 관객을 돌파했다. 16일 5시 기준,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그날, 바다’가 누적관객수 200,210명을 기록하며 20만 명 관객 고지를 넘어섰다. 이에 앞서 정치시사 다큐멘터리 영화 사상 최고 오프닝, 최단 기간 10만 명 관객 돌파 기록을 세운데 이어 ‘무현, 두 도시 이야기’(최종 관객 19만 3천 명)를 넘고 역대 정치시사 다큐멘터리 순위 2위로 올라섰다. 수일 내 현재 1위인 ‘공범자들’(최종 관객 26만 명)의 기록 역시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그날, 바다’는 개봉과 함께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이 쏟아지며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 9.86을 비롯해 CGV 골든 에그지수 99%를 기록하는 등 뜨거운 입소문 열풍이 불고 있다. 단순히 의혹을 제기하는 음모론이 아닌 과학적 접근과 가설에 대해 인정하고 영화적 완성도와 담고 있는 메시지에 박수를 보냈다. 관객들은 댓글을 통해 “완벽한 다큐! 반박할 수 없는 진실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봐야 하는 영화. 반드시 밝혀져야 합니다. 그리고 절대로 잊지 않을 겁니다”, “국민들은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이제 왜 그랬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자들이 풀어야 할 한 마디… 대체 왜?”, “눈물을 빼는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부끄럽다. 이건 팩트만을 전달하는 다큐, 이 안에 진실이 담겨 있었다. 보는 내내 소름이 끼쳐 부들부들 떨린다. 영화가 끝나고 난 후 궁금해졌다. 대체 왜?”, “가장 과학적 논리적 근거 있는 접근”, “음모론 운운하는 자들은 입을 다무시길”, “영화 보고 이야기 합니다”, “소름과 놀람의 연속! 잊지 않겠습니다”면서 등 자발적으로 관심과 관람을 독려하고 있다. ‘그날, 바다’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의 항로를 기록한 AIS를 추적해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침몰 원인에 대해 과학적인 분석과 증거로 접근하는 추적 다큐멘터리 영화다. 인천항 출항부터 침몰에 이르기까지 세월호에 어떤 일들이 발생했는지 파악하고 오직 ‘팩트’를 기반으로 재현해 세월호 침몰 원인을 추적한다. 정부가 세월호 침몰을 ‘단순 사고’라고 발표할 때 핵심 물증으로 제시한 ‘AIS 항적도’ 분석에 집중하며 침몰 원인을 추적하는 한편, 각종 기록 자료를 비롯해 물리학 박사를 포함한 각계 전문가들의 자문 하에 사고 시뮬레이션 장면을 재현했다. 4년간의 치밀한 취재 과정에 배우 정우성이 내레이션으로 참여해 관객들의 몰입감을 높인다.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조선 선비 분투기(奮鬪記)…강진 다산초당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조선 선비 분투기(奮鬪記)…강진 다산초당

    “폐족(廢族) 집안의 자식으로서 학문마저 게을리한다면 어찌 하겠느냐. 과거를 치를 수는 없을지라도 책을 읽을 기회를 얻게 되었구나”(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정약용)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은 불운하였고 불우하였다. 그의 집안은 신유박해(辛酉迫害. 1801)의 소용돌이 속에서 멸족(滅族)의 위기를 맞는다. 사실 신유박해는 사학(邪學)으로 규정한 천주교의 전파를 막는 것을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실상은 당시 집권세력인 노론 벽파들이 남인 시파를 제거하기 위한 일련의 정치적 숙청이었다. 남인들 가운데 천주교를 믿는 이들이 더러 있었기 때문에 노론들이 이를 트집 잡은 것이었다. 이로써 조선은 다시 한 번 더 세상에 나갈 기회를 놓치게 되었고 조선 후기의 집권 주도층이었던 노론 세력들은 결국 일본에게 나라를 갖다 바치는 망국(亡國)의 주연들이 된다. 나라가 끝모르게 기울어져 가던 조선 후기, 선비 정약용은 전라남도 강진 땅에서 18년 동안 유배 생활을 한다. 조선의 뿌리부터 바꾸어 세계와 교류하고자 하였던 앞선 지식인, 다산 정약용의 삶이 담긴 전라남도 강진의 다산초당(茶山草堂)으로 가보자. 다산은 분명 조선조(朝鮮朝) 여타 선비들과는 다른 삶을 살았다. 양반 구색이나 맞추어볼 심사로 삶을 띄워 보내던 게으른 사대부들과는 달리 정약용은 강진땅 험한 유배지에서도 여전히 정갈한 삶을 이어 나갈 정도로 타고난 선비였다. 다산은 일찌감치 동년배들 사이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던 인물이었는데, 1762년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태어난 그는 이미 4살 때에 천자문을 익힐 정도로 문재(文才)가 비상하였다. 1789년 봄 대과에 차석으로 급제한 정약용은 초계문신(抄?文臣)의 칭호를 얻어 예문관 검열에 임명이 되면서 승승장구의 삶을 살아갈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다산은 정조(正祖. 1752-1800)가 가장 아끼던 젊은 신하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는 1789년 한강의 배다리를 만드는 공사의 규제를 만들어 한강의 주교(舟橋)를 설계하였을 뿐만 아니라, 1796년에 축조한 화성 성곽을 올리는 공사에서 거중기를 이용하여 일을 수월하게 하였으니 정조 임금의 눈에는 꼭 들어맞는 신하임에는 분명하였다. 하지만, 정조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삶은 대변혁을 맞게 된다. 정조임금이 승하한 뒤 바로 순조(純祖. 1790-1834)가 1800년에 즉위하고 정순대비 김 씨가 수렴청정하면서 천주교도에 대한 박해가 본격화된다. 이 와중에 다산과 가까이 교유(交遊)하였던 이가환, 권철신, 이승훈, 최필공 등과 아울러 친형인 정약종마저 목숨을 잃는다. 정약용과 정약전은 가까스로 죽음을 면하여 각기 유배의 길을 떠나게 되고, 정약용은 1801년 11월에 강진 땅에 도착한다. 다산이 처음 강진 땅에 머문 곳은 바로 동네 주막이었고, 후일 그는 이 주막에 사의재(四宜齋)라는 이름을 붙여 고마움을 표하기도 하였다. 이후 다산은 고성사의 보은산방, 제자인 이청의 집 등등을 전전하다가 외가(外家)인 해남 윤씨 자손들의 공부방으로 사용되던 강진 땅 만덕산 언저리 야트막한 야산인 다산(茶山)의 산정(山亭) 주변에 초당을 짓는다. 다산초당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는 이곳에서 저술에 몰두한다. 조선의 사회 현실을 비판하고, 개혁안을 정리하는 데 우선 대표적인 목민관들의 지침서인 <목민심서(牧民心書)>를 비롯하여, 행정 기구의 개편을 비롯하여 모든 제도의 개혁 원리를 제시한 <경세유표(經世遺表)>, 죄와 형벌에 관한 <흠흠신서(欽欽新書)> 등을 포함하여 약 500여권 이상의 책을 갈무리하였다. 현재 남아 있는 다산초당은 다산이 머물렀던 때의 초당(草堂)이 아니라 1958년 사적 제107호로 지정받으면서 초가를 허물고 정면 5칸, 측면 2칸의 기와집으로 중건한 것이어서 실제 그의 삶의 흔적을 그대로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머물던 초당의 자리에서 그가 품었음직한 삶의 회한과 슬픔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특히 다산초당에 오르는 뿌리의 길은 그가 머물던 당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관람객들에 여전히 깊은 여운을 준다. <다산초당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강진 땅을 밟게 된다면, 불우한 조선 선비의 삶을 이해하려면. 2. 누구와 함께? - 역사적, 문학적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지인들과 함께라면 더더욱 좋다. 3. 가는 방법은? - 전라남도 강진군 도암면 다산초당길 68-35 / 귤동마을에 내려 걸어올라가야 한다. 4. 감탄하는 점은? - 다산초당에 이르는 길. 흔히 뿌리의 길이라고 불리며 다산초당의 진짜 모습이라고 일컫는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강진 땅에서 제일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는 곳. 평일은 한산하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 천일각, 동암, 연못. 뿌리의 길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한정식 ‘설성식당’. ‘수인관’ ‘해태식당’ ‘제일식당’ ‘청자골 종가집’ ‘남문식당’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korean.visitkorea.or.kr/kor/bz15/where/where_main_search.jsp?cid=126419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두륜산 대흥사, 고산 윤선도 기념관, 해남우항리공룡화석지, 땅끝마을 10. 총평 및 당부사항 - 다산초당에 이르는 뿌리의 길이 바로 다산의 삶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몸으로 전해오는 다산이 겪었던 삶의 흔적들. 다산초당이 목적지가 아니라 다산초당에 이르는 뿌리의 길을 꼭 밟아 보도록. 눈물겹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사설] 김기식 해외 출장, 국민 눈높이론 해임 사유 된다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행태와 그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우리에게 조금 고루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대체 무엇이 상식이고, 정의는 무엇이냐는 것이다. 관행과 적폐는 무엇이 다르고, 정권이 바뀌면 사안을 바라보는 잣대와 대응이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인지도 묻게 만든다. 김 원장 처신의 부적절성은 이제 더 논란을 벌일 이유가 없을 수준에 다다른 듯하다. 김 원장은 과거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의 사무처장으로 있으면서 재벌 개혁과 사회 정의를 누구보다 앞장서 외쳤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시민운동가의 옷을 벗고 국회의원 자리에 앉아서는 정작 자신이 감시해야 할 피감기관으로부터 관련 예산을 지원받아 연거푸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어제 그제 새로 불거진 의혹을 보면 출장 일정 사이사이로 로마와 충칭 등에서 관광까지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든 돈 역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우리은행 등 피감기관에서 나왔다. 대체 무슨 전문성을 지녔길래 20대 젊은 여성 인턴직원을 열흘간 대동했는지, 그 뒤로 그를 8개월 만에 7급 비서로까지 승진시켰는지 등 많은 국민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사안도 적지 않으나, 이를 따질 것도 없이 ‘피감기관의 로비성 출장 외유’ 하나만으로도 그는 공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김 원장은 어제 피감기관 지원 출장에 대해 ‘19대 국회까지 남아 있던 관행’ 운운하며 물타기를 시도했으나 이런 해명은 국민적 공분만 더 키울 뿐이다. 그가 숨고자 하는 ‘관행’이야말로 국민들이 그토록 청산을 요구하는 ‘적폐’임을 그는 알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도 관행 운운하며 김 원장 옹호에 나섰으나, 백번 양보해 만약 피감기관 로비성 출장이 지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이제라도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을 가리는 것이 마땅할 뿐 그런 적폐를 김 원장 보호에 활용할 일은 아닐 것이다. 김 원장의 행태를 비호하는 청와대의 자세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그제 브리핑에서 “김 원장의 출장은 의원외교 차원이거나 현장조사를 위한 것으로, 국민 눈높이엔 맞지 않으나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결함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 어불성설이다. ‘심각한 결함’으로 보느냐 마느냐는 청와대 소관이 아니다. 공직 윤리와 법의 잣대로 평가하고 국민들이 판단할 일이다. 청와대는 임종석 비서실장 지시로 조국 민정수석이 관련 의혹을 들여다본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했으나, 그렇다면 더더욱 조 수석 등도 부실 검증과 판단 오류의 책임을 면키 어렵다고 본다. 조 수석이 과거 참여연대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으로 김 원장을 감싼 것이 아닌지도 면밀히 따질 일이다. 야당의 고발로 김 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청와대가 결단할 일이다. 김 원장을 해임하고, 인사 라인을 문책함으로써 적폐를 끊어야 한다.
  • ‘면접관에서 합격자로’…서울시 산하기관 채용비리

    ‘면접관에서 합격자로’…서울시 산하기관 채용비리

    서울시 자체 감사 결과 서울시 산하의 일부 기관들이 편법을 동원해 직원을 채용한 정황이 포착됐다.이들 기관은 직원을 채용하면서 공개모집을 하지 않거나, 면접관으로 응시자들을 평가했던 인물이 추후 취업면접에 응시해 본인이 합격하는 등 채용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절차를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회 박진형(더불어민주당·강북3), 성중기(자유한국당·강남1), 김용석(바른미래당·서초4) 시의원은 1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관련 기관을 수사기관에 고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시의원에 따르면 문제가 된 시 산하기관은 서울혁신센터,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서울시 거버넌스 총괄 코디네이터다. 서울혁신센터는 센터장 선정 절차를 명시한 ‘직원 공개 채용 원칙’과 달리 법인 이사회 의결만으로 센터장을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이사회마저도 이사회의 의결 정족수인 6명을 채우지 못한채 10명 중 5명만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석한 5명 가운데에서도 3명만 채용에 찬성했는데도 센터장 채용이 이뤄졌다. 해당 센터에서는 원서 접수 기간을 무시하는 일도 발생했다. 2016년 책임연구원을 선발 당시 원서 접수기간을 그해 1월 28일부터 2월 2일까지로 공고해놨지만 최종 합격자를 접수기간이 끝나기 전인 2월 1일에 발표한 것이다. 시의원들은 “심사 점수 평가에서도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은 사람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등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한 부당한 심사가 자행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용석 의원은 “원서 접수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채용을 마쳤다는 것은 이미 정해진 대상자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혁신센터가 공개채용을 운운하는 것은 시민을 속이는 것이며, 스스로 혁신 대상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는 공모 절차에 전직 면접관이 지원해 합격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2013년 9월 이뤄진 경영지원팀장 채용 면접에서는 후보자 3명이 모두 탈락했다. 그런데 당시 면접관으로 참여한 A씨가 다음 달 이뤄진 재공모에서 후보로 지원해 최종 합격한 것이다. 서울시 거버넌스 총괄코디네이터 채용 과정에서는 자격 요건에 모자란 사람이 합격했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1월 합격한 김모 씨는 ‘8년 2개월’ 경력 증명서를 냈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1년 2개월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지난해 3월 퇴직했다. 박진형 의원은 “채용비리는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특정 당 후보의 유불리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불공정이고 적폐”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서울혁신센터는 이달부터 문제가 된 기관 대신 새 수탁 기관을 선정해 운영 중이며, 센터장은 공모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직원 채용 시 공개모집을 하도록 위·수탁 협약서에 명시했다고 덧붙였다. 사회적경제지원센터도 이해관계가 있는 직원은 인사위원회에 참여할 수 없도록 규정을 바꿨다. 신규 직원을 뽑을 때는 선발 1개월 전 채용 공고 게시 여부를 서울시에 사전 통지하도록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수탁 기관의 채용·인사 업무에 대해 철저히 지도 감독을 펼쳐 비슷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커버스토리] 천차만별 차관급… 기재부 0.2%, 검찰은 2%가 ‘별’

    [커버스토리] 천차만별 차관급… 기재부 0.2%, 검찰은 2%가 ‘별’

    지난달 22일 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동부구치소까지 기아자동차의 검은색 K9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이 차는 법원에서 발부된 구속영장을 집행한 검사와 수사관들이 타고 온 것으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검사장)의 관용차다. 이 승용차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이용하는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EQ900을 제외하고는 검찰 내에서 가장 높은 사양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윤 지검장의 차를 보내 이 전 대통령을 예우해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은 3000㏄급 이상 관용차와 운전기사가 제공되는 등 차관급 예우를 받는다. 차종은 3000㏄급 중 기관에서 자율로 정한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해 고검장에서 검사장 자리로 한 단계 낮아졌다.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될 당시 호송차량은 K7이었는데,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의 관용차였다. 그때만 해도 서울중앙지검장은 고검장, 1차장검사는 검사장급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검사장이 맡던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차장검사급으로 격하됐고, 검사장 다섯 자리가 줄어들었다. 당시 언론은 검사장 보직 감축에 대해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했다. # 文정부서 다섯 자리 줄었지만 여전한 검사장 파워 다섯 자리가 줄었어도 검찰 내 차관급 자리는 다른 부처에 비해 월등히 많다. 공무원 약 1000명이 일하는 기획재정부의 차관은 2명(약 0.2%)이다. 그러나 법무부 외청인 검찰은 현재 검사장 이상 검사가 42명(검찰총장 제외)에 달한다. 전국 검사 2182명(2월 기준 정원) 중 약 2%가 검사장에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해 ‘검찰 저격수’라 불리는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일부 주요 검사장만 차관급으로 대우하는 식으로 차관급 직급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도 “검사장은 차관만큼의 힘이 있다. 다른 부처는 차관이 다 한두명인데 검찰만 40명이 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검사장은 법적 근거가 없는 자리다. 과거 검찰청법은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고등검사장·검사장 및 검사로 구분한다’고 규정했지만 현재 검찰청법 6조는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 구분한다’고 돼 있다. 검찰총장을 빼고는 다 똑같은 검사라는 의미다. 대신 과거 검사장으로 불린 자리를 검찰청법 28조에 명시했다. 정확한 표현은 ‘대검 검사급 이상의 검사’지만 검찰 내부나 외부 모두 ‘검사장’이라는 호칭을 쓰고 있다. 검찰은 검사장 직급이 없어진 뒤 3년 뒤에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 범위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 대검 검사급 이상 검사의 직위를 규정했다. 검찰총장, 고검 검사장, 대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장, 대검 검사, 법무부 기획조정실장·법무실장·검찰국장·범죄예방정책국장·출입국본부장, 지검 검사장, 사법연수원 부원장,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고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이다. 차관급 예우는 관용차와 운전기사 제공이 핵심이다. 정부 공용차량 관리 규정에 따르면 각 부처 장관또는 처장, 장관급 공무원, 각 부 차관, 중앙행정기관인 청의 장, 차관급 공무원 등에 공용차량이 배정되는데 검사장은 배정 대상이 아니다. 법적 근거 없이 관용차를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대검 검사급 이상 검사에 대해 명예퇴직 수당을 지급하지 않도록 한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 규정’에 근거해 전용차량을 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기준 공용차량 예산은 6억 3241만원이다. 마찬가지로 ‘사법부의 꽃’이라 불리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차관급 예우를 받는다. 고법 부장 이상 판사는 161명(대법관 제외)에 달하는데 관용차 배정에 매년 약 1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서울고등법원에만 부장판사가 67명에 달하는데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배정된다. 법원은 규정을 마련해 놨다. 법원 공용차량 규칙 2조 2항에 따라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의 법관 또는 차관급인 법원 공무원에게 전용 승용차가 배정된다. 고법 부장판사는 차관급으로 전용차량이 지급될 뿐만 아니라 근무평정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헌법재판소는 사무차장이 차관급 예우를 받는데 현재 공석이다. 검사장 이상 42명 중 25명은 기관장에 해당되지만 고법 부장판사 이상 161명 중 30명만 기관장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관장은 정부 유관기관, 외부 단체와 회의 및 행사가 많아 관용차가 필요할 때가 많다”면서 “판사들은 하루 종일 법원에서 재판하고 기록 검토하는데 출퇴근용으로만 사용하는 관용차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나 법원의 권위를 살려 주는 게 필요하다면 공무 시에 기사 딸린 품위 있는 승용차를 내어 주면 되는 게 아닌가”라고 페이스북에 비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와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 5일 검사장 직급 개선 방안을 각각 권고했다. 법무·검찰개혁위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검사장’ 직급을 폐지하고 보직 개념으로 운영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전용차량, 집무실 등 과도한 처우도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검찰개혁위도 차관급 예우를 폐지하고, 정원을 축소하라고 권고했다.# “관용차 없애고 명퇴수당 지급 땐 예산 더 들 수도” 법무부와 검찰이 이런 권고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고민은 남아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검사장은 명예퇴직 수당을 받지 않는 대신 관용차를 지급하는 구조다”며 “차관급 예우를 없애고 명예퇴직 수당을 주게 되면 오히려 예산이 더 많이 필요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퇴직한 전직 검사장들이 명예퇴직 수당을 소급 적용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검사장들은 차관급 예우를 받기는 하지만 검사들의 경우 단일 호봉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타 부처 차관보다는 연봉이 연간 수천만원 정도 적다.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 규정에 검사장 이상을 역임한 검사는 명예퇴직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수억원에 달하는 명예퇴직수당도 지급받지 못한다. 퇴직 이후에도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검사장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퇴직 후 3년간 대형로펌 등의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도 명예퇴직수당과 퇴직 후 취업 제한 적용을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차관급 예우라고 해도 사실상 관용차를 제공받는 것뿐이고 오히려 잃는 게 많다”며 “부장검사들은 다 대형 로펌 가는데 검사장들은 개인 사무실 열거나 중소 로펌 가지 않냐”고 반문했다. 법원도 지난해 사법부 관료화의 원인으로 지목된 고등법원 부장 승진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법관-법원장-고등법원 부장-지방법원 부장-단독 및 배석 판사로 이어지는 수직적 법관 서열 구조를 끊겠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인사총괄실, 사법정책실, 사법지원실에서 고법 판사 인사 제도에 대해 논의 중이다. 법원 관계자는 “승진제도를 없앤 것 자체는 판사들 대부분 환영하지만 고법 부장이 받는 혜택을 없애는 것은 반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승진 제도는 없애지만 현재 있는 고법 부장은 그대로 두고 차관급 예우를 폐지할지, 고법 부장 자체를 고법 판사들이 돌아가며 하는 방식으로 할지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정말 ‘北 비핵화’는 가능한 걸까

    정말 ‘北 비핵화’는 가능한 걸까

    선을 넘어 생각한다/박한식·강국진 지음/부키/320쪽/1만 6800원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조만간 남북, 북·미 정상이 만난다. 종전처럼 형식적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중대하고 실질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반신반의다. 정보의 단절, 현실 정치와 언론의 왜곡 속에서 만들어진 편견 탓이다. 그럼 이런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새 책 ‘선을 넘어 생각한다’를 펴면 나온다. 책은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가 묻고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가 답하는 형식이다. 북한은 과연 붕괴될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왜 정신병자처럼 행동할까 등 누구나 궁금해했으면서도 여태 매조지되지 못했던 12가지 의문들에 대해 시원하게 답해 준다. 사실 모든 문제는 북한 입장에서 생각하면 간단하다. 예컨대 ‘원자탄’은 원유와 함께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 때부터 체제를 수호하는 두 개의 칼로 인식돼 왔다. ‘원자탄’에 대한 공포 또한 북한이 미국보다 월등히 크다. 이처럼 자기가 곧 죽을 것처럼 느껴지는데 중국이 하지 말란다고 핵개발을 안 하겠나. 사실 우리를 혼돈스럽게 하는 건 이랬다 저랬다 극단을 오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매한가지다. 박 교수는 트럼프를 장사꾼이라 본다. 그는 북한을 악마화해야 이익일지 거래를 트는 게 이익일지 끊임없이 저울질한다. 북한의 인권 운운하는 건 그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박 교수는 만약 북한과 거래를 트는 게 낫다는 계산이 서면 트럼프는 역대 그 어느 정부보다 전격적으로 북한과 손을 잡을 것이라 본다. 그럼 북한의 비핵화도 진짜 가능하다는 건가. 저자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단 북한의 안전보장이 전제다. 북·미 수교와 불가침조약 체결 등 체제 안전이 보장되면 북한은 기꺼이 국제 사찰을 받고 핵개발을 포기할 것이란 얘기다. 책엔 이 밖에도 생경한 논리들이 다수 등장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두고 “상하이 임시정부와 대한민국에서 두 번이나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난 인물”이라거나 “김일성 3대 세습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숭배하고 그의 딸을 대통령에 당선시킨 것 역시 외국인 시각에서는 오십보백보”라는 식의 분석이 그 예다. 국내 한 진영에선 불편해할 수도 있겠지만, 박 교수의 논리 어디에서도 왜곡이나 굴절의 흔적은 찾기 힘들다. 그 덕에 맑고 깔끔하게 북한을 보게 된다. 그게 책의 매력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디펜딩 챔피언의 악몽

    디펜딩 챔피언의 악몽

    엄선된 골퍼 87명만 모인 ‘명인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막을 올린 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엔 입을 다물지 못할 멋진 플레이 못지않게 안타까운 기록도 쏟아졌다.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첫날 리더보드 최상단을 점한 인물은 조던 스피스(25·미국)였다. 그는 이글 1개와 버디 7개, 보기 3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2위 그룹에 2타차 단독 선두다. 2015년 이미 마스터스 우승자에게만 허락되는 ‘그린 재킷’을 입은 스피스는 3년 만에 다시 정상을 노린다. 마스터스 다섯 번째 출전인데 지난 17차례 라운드에서 선두로 게임을 마친 것은 아홉 번째다.우승 1번, 준우승 2번을 기록하며 마스터스에서 남달리 강했던 스피스는 이날도 “정말 좋은 출발이었다”고 자평할 정도로 흡족한 플레이를 펼쳤다. 7번홀까지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맞바꾸며 이븐파를 달리다가 8번홀에서 이글을 잡으며 치고 나갔다. 13~17번홀 연속 버디를 잡으며 괴력을 뽐냈다. 그가 메이저대회에서 버디를 연속 5개까지 잡기는 처음이다. 2015년 우승 당시 역대 5번째로 ‘와이어 투 와이어’(나흘 내내 선두)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번에도 선두를 내주지 않을 기세다.디펜딩 챔피언 세르히오 가르시아(38·스페인)는 악몽 같은 하루를 보냈다. 15번홀(파5)에서 이름도 낯선 ‘옥튜플보기’를 기록했다. 기준보다 8타를 더 치는 참사였다. 가르시아는 그린 옆에 있는 연못에 공을 무려 5번이나 빠트렸다. 그는 “좋은 샷을 많이 때렸다고 생각했는데 불운하게도 공이 (그린에) 멈추길 바라지 않는 듯했다”며 혀를 찼다. 1978년 토미 나카지마(64·일본)가 13번홀(파5)에서, 1980년 톰 웨이스코프(76·미국)가 12번홀(파3)에서 기록한 마스터스 한 홀 최다인 13타와 타이를 이루는 불명예를 안았다. 결국 가르시아는 버디 4개,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 옥튜플보기 1개로 라운드를 마쳤다. 9오버파 81타 공동 85위다. 잭 니클라우스(1965~1966년), 닉 팔도(1989~1990년), 타이거 우즈(2001~2002년)에 이어 역대 4번째로 마스터스 2연패의 주인공을 노리기는커녕 컷 통과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구름 갤러리에 둘러싸였던 타이거 우즈(43·미국)는 기대를 밑돌았다. 버디 3개와 보기 4개를 엮어 1오버파 73타로 공동 30위에 위치했다. 오거스타에 도사린 파5 홀 4곳은 비교적 쉬운데 모두 파에 그쳤다. 이틀 간 연습라운드에서는 곧잘 이글을 잡아냈기에 아쉬움이 더욱 컸다. 마스터스에서만 79번째 라운드를 돌고 있는 우즈가 파5 홀에서 버디 이상을 잡아내지 못한 것은 다섯 번째다. 아쉬웠지만 우즈는 1라운드에 74타를 치고도 우승했던 2005년처럼 남은 라운드에서 반전을 노린다. 그는 “파5 홀에서 이븐파에 그친 게 아쉽다”면서도 “지난 몇 년간 챔피언 만찬을 먹기 위해서만 이곳에 왔는데 (부상을 이기고) 다시 돌아와 좋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출전한 김시우(23)는 3오버파 공동 55위에 올랐고, 전날 ‘파3 콘테스트’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뒤 세리머니를 하다가 발목을 삐끗한 토니 피나우(28·미국)는 통증 속에도 4언더파 공동 2위를 기록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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