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현장을 다녀와서/신희석 외교안보연 교수(특별기고)
◎“클린턴 당선돼도 대한정책 불변”/「우려」보다는 국민적 단합으로 대응을/“카터식 일방통행은 없을 것”
필자는 이번에 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대통령선거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정치제도와 대외관계를 연구·시찰하기 위하여 약1개월간 미국을 방문하고 10월25일 귀국하였다.약20개 가까운 도시를 방문하면서 미국의 정치인,공화당 부시후보의 선거대책본부,민주당 클린턴후보의 선거대책본부,언론인·학자·관료 및 재계인사들과 접촉,미국대통령선거의 현황과 한미 관계에 관하여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이를 기초로 하여 대통령선거 이후의 한미관계를 간단히 전망하기로 한다.
흔히들 다가오는 21세기는 아시아태평양시대라고 한다.아시아태평양시대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나라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이라고 하겠다.이 3개국이 최근에는 국내정치의 이행과정을 둘러싸고 적지않은 홍역을 치르고 있다.
미국은 오는 3일의 대통령선거를 둘러싸고 커다란 소용돌이를 맞고 있다.자민당정권하에서 기본적으로 안정기반이 구축되어 있다고하는 일본도 요즈음 크게 흔들리고 있다.일본 제2의 화물운송회사인 사가와 규빈으로부터 5억엔을 받은 일본 정계의 거물 가네마루는 국회의원직 사퇴,자민당 부총재직의 사임,나아가서는 다케시타파의 회장직도 사임함으로써 다케시타파에 의하여 정권유지를 꾀하고 있는 미야자와 정권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오는 12월 중순의 대통령선거를 둘러싸고 그동안 여야 내부에서는 적지 않은 분열과 통합,그리고 갈등과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중에서 대통령선거를 둘러싼 미국정치의 향방은 우리들의 중요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왜냐하면 그 결과는 한미관계는 물론 미국의 대외관계의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세계적 관심사이기 때문이다.지난달 31일 CNN과 USA 투데이지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 의하면 클린턴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42%,공화당 부시후보의 지지도가 39%,그리고 무소속 페로후보의 지지도가 14%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경제계 출신인 무소속의 페로 후보에 대한 지지도의 상승이 클린턴 후보에 대한지지도를 잠식하고 있기 때문에 투표 당일까지 클린턴 후보의 상대적 격차가 점진적으로 좁혀질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3차에 걸친 3후보간의 TV토론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시는 단독우세를 확보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지 못했으며 오늘날의 미국인들은 「현상유지」보다는 「세대교체」와 아울러 점진적 「변화」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에 클린턴 후보의 신승이 예상된다.
공화당의 부시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저조함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중의 하나는 국내정치적인 면에서 볼 경우 재정적자및 예산 불균형,고금리 정책에 따른 경제정책의 실패,실업인구의 점진적 상승(10%돌파),인종문제와 마약사범 등에 따른 사회적 불안정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대외정책의 관점에서 보았을 경우 부시의 지지율 하락은 7백억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미일간의 무역불균형,위에 말한 국내문제,이란콘트라 사건에 관련된 커다란 오직사건,아태지역에 있어서 미국의 과도한 안보공약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만 등에서 기인된 것이다.
우리들의 중요한 관심사는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민주당 정권이 백악관에 등장하였을 경우,클린턴 행정부는 한반도에 대하여 어떠한 정책을 추구할 것이며,클린턴 정권하의 한미관계는 어떤 양상으로 발전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하겠다.
클린턴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한국에 대한 통상문제,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요구와 감축의 면에 있어서 현 공화당정권보다는 약간 강도높은 정책이 투영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우리는 이에 대하여 그다지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국내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약9백50억달러의 군사비 감축을 공약하고 있는 클린턴 후보의 절감정책을 고려해 볼때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정부의 분담요구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민주당 정권이 미국내의 실업자 문제와 경제안정을 위하여 방위비로 사용되는 잉여자금을 전용할 것이라는 발상에 그 기초를 두고있다.
이와같은 판단은 그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우리는 민주당정권이 등장한다손치더라도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첫째,오늘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갖는 위상은 1980년대초 카터정권때의 그것과는 너무나 차원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올림픽을 전후로해 한국의 국제적 지위는 크게 향상되었으며,미국정부가 마음대로 한국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발상은 이미 전근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둘째,필자가 이번 미국방문기간을 통하여 면담한 수십명의 관료·정치인·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민주당정권이 등장한다손 치더라도 한반도정책에 관한한 미국정부의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것이며,민주당의 기본입장은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는 한 감축된 형태의 주한미군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고위층이 강조하는 소위 「인권문제」는 제3공화국당시의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다.오늘날 한국인들은 정치발전을 위한 국민적노력을 함께 전개하고 있으며 여러가지의 기복은 정치발전을 위한 과정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민주당정권의 등장 가능성에 대하여 전혀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하겠다.지금은 우리들 모두가 일치단결하여 국민적통합과 슬기로운 대응책을 조용히 강구할 때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