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운산
    2026-07-0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308
  • 꽃물결 출렁이는 남도-섬진강 매화마을

    꽃물결 출렁이는 남도-섬진강 매화마을

    ‘춘삼월의 중간인데 날씨가 이리도 짓궂냐.’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기상청에서 올봄 꽃소식이 예년보다 이르다고 해서인지 더욱 꽃향기가 그리워집니다. 이번 주말에는 남도의 끝자락 섬진강변으로 떠나 보세요. 아마 세상에서 처음 보는 아름다운 한 폭의 동양화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굽이굽이 돌아 흐르는 섬진강의 푸른 물결, 그 위에 하얀 매화가 하늘하늘 춤을 추다 제멋에 겨워 춤사위를 잊고는 하얀 꽃눈을 뿌립니다.‘와∼’하는 탄성과 함께 가던 길을 멈추고 꽃눈에 취해 보세요. 잊고 있던 봄이, 그렇게 기다리던 봄이 여러분 가슴속을 가득 채울 것입니다. 남도의 삼색입니다. 광양 섬진강 매화마을의 하얀 매화, 구례 산수유마을의 노란 산수유. 그것도 부족하다면 광양 옥룡사 입구를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동백이 기다리고 있어요. 글 사진 광양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굽이굽이 푸른 물결을 따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가장 아름답게 매화가 핀다는 광양의 매화마을을 찾아 나섰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의 사계(四季)는 모두 아름답지만 으뜸은 당연히 봄이다. 섬진강의 봄 패션은 화려하고 아름답다.3월에는 하얀 매화 무늬가 가득한 옷으로 갈아입고,4월은 노란 산수유, 벚꽃, 배꽃 등 원색의 옷으로 바꾸어 입는다. 그래서 이맘때 섬진강을 따라 함께하는 19번 국도는 자동차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쉬지 않고 달렸다. 구례에서 남도대교를 넘어 섬진강 매화마을로 향했다. 자동차의 창문을 내리자 어디선가 향긋한 냄새가 실려온다.‘아 이것이 꽃냄새인가.’하고 생각이 들 때쯤 갑자기 앞이 환하게 밝아온다. 길가에는 하얀 꽃잎을 가득 매단 나뭇가지가 하늘하늘 흔들며 손짓을 한다.‘말로만 듣던 매화인가.’ 자동차의 속도를 줄였다. 눈이 부신다. 꽃눈을 벗어 던진 하얀 꽃송이들이 수를 놓는다. 차를 세우고 내렸다. 따스한 봄바람에 실려오는 향긋한 꽃내와 뒤로 시원하게 흐르는 섬진강의 파란 물줄기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어린아이라도 된 양 꽃세상에 취해 자리를 뜨지 못한다. 섬진강을 따라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이 무려 28㎞나 펼쳐져 있다. 예년에는 3월초면 어김없이 매화가 꽃을 피웠지만 올해는 윤달이 들고 겨울이 추웠던 터라 매화가 열흘 정도 늦게 피었다. 그래도 양지바른 곳이면 어김없이 흐드러지게 핀 매화가 반긴다. 남도대교를 건너 섬진강을 따라 달리는 861번 도로가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로 손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동차로 20여분.“어디가 매화마을이지.”라고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아이들이 있다면 갑자기 “엄마 눈이 왔나봐. 저기 산 좀 봐. 나무, 산에 온통 눈이 덮여 있어.”라고 외칠 것이다. ■ 꽃향기에 취해볼까 하얀 매화꽃이 가득한 매화마을에 들어서면 누구나 시인이요, 예술가가 된다. 활짝 꽃망울을 피운 매화에서 느껴지는 도도함과 청초함은 그야말로 최고다. 예로부터 매화는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 꽃을 피워 봄을 가장 먼저 알려준다. 불의(不義)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상징이며 시나 그림의 소재로도 많이 등장한다. 벚꽃을 닮기는 했으나 벚꽃처럼 호사스럽지 않고 배꽃과 비슷해도 배꽃처럼 청승맞지 않아 군자의 그윽한 자태를 연상시키는 그야말로 격조있는 꽃이 바로 매화다. 온 마을을 덮고 있다고 생각만 해도 절로 흥분된다. 좀더 운치 있는 풍광을 보려면 마을 뒷동산에 올라가는 것이 좋다. 흰 눈이 나무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듯 그 자태가 정말 곱다. 또한 매화는 흰 매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붉은 빛이 도는 남고매(홍매화), 푸른빛을 띠는 고성(청매화)도 간간이 눈에 띈다. ■ 흥겨운 축제도 열려 섬진강과 매화꽃이 어우러진 백운산 동편자락 10만여평에 군락을 이룬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과 섬진강변 일원에서 오는 19일까지 ‘제10회 광양매화문화축제’가 열린다. 매화꽃길 음악회, 남사당 공연행사, 매실차 시음회, 매화압화 만들기 등 체험행사와 전통연날리기, 무선헬기 비행 등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광양에서는 백운산에 올라 다도해 조망과 주변의 섬진나루터, 청매실농원의 전통옹기, 섬진강의 재첩잡이 등의 풍경이 볼 만하다. 광양시 문화홍보과 (061)797-2363. ■ ‘취화선’의 풍취 어린 대나무숲 능선을 따라 핀 매화에 취해 비틀비틀 걷고 있노라니 또 다른 소리가 들려온다.“사각사각∼쉬익”하는 대나무 스치는 소리. 이런 매화농원에 멋진 대나무 숲이 보인다. 오원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취화선’의 촬영지였단다. 대나무 숲 위로는 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전국에 풍광이 좋기로 소문난 여러 곳을 돌아보았지만 이런 곳은 처음이다. 하얗게 내려앉은 매화의 꽃눈 뒤로 유유히 흐르는 짙푸른 섬진강의 물줄기. 그 뒤로 우뚝 서 있는 지리산과 첩첩이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모습. ‘단원 김홍도가 이곳을 봤다면 아마 세계 최고의 풍경화를 그릴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도 생긴다. 전망대 밑에는 작은 돌담과 이엉을 이어 지은 초가집이 매화꽃 사이에 정겨운 모습으로 서 있다. 들어가려고 했으나 ‘영화촬영 중’이란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의 학’의 일부를 찍는 세트장이다. 한바탕 꽃놀이를 끝내고 나면 배가 출출해진다. 농원 사무실 앞에는 농원에서 수확한 매실로 만든 먹을거리 장터가 열린다. 매실을 말려 곱게 갈아 쌀과 함께 섞어 만든 가래떡으로 끓인 매실떡국(5000원), 온갖 나물과 매실엑기스를 넣고 비벼 먹는 매실비빔밥(5000원)이 맛을 돋운다. 또한 매실로 만든 사탕과 장아찌, 된장, 고추장도 판다. 홈페이지(www.maesil.co.kr)에서 인터넷으로 주문도 가능하다. ■ 매화마을중 으뜸은 청매실농원 매화마을에 가면 꼭 한번 들러볼 만한 곳이 청매실농원(061-772-4066)이다. 주차장에는 사람들과 자동차들이 가득하다. 간신히 차를 주차하고 언덕길을 5분정도 걸어 올라간다.10만여평이 되는 산 전체에 마치 이불솜을 뿌려 놓은 듯 하얀 매화에 ‘와’하는 탄성이 나온다. 푸른 섬진강을 배경으로 어우러지는 매화가 만들어내는 풍광은 가히 신이 만든 최고의 걸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청매실농원의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이것 좀 봐. 분홍빛 매화는 너무 예쁘다.”,“아냐 푸른빛이 나는 매화가 더 멋있어. 너무 수줍은 듯 도도해 보이는 것이 나를 꼭 닮았잖아.”라며 수다를 떠는 손지연(22·광주 북구), 김미희(22·광주 동구)씨는 매화의 고운 자태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정말 여기는 천상(天上)의 화원이에요. 여기 좀 보세요. 정말 여러 꽃을 보았지만 매화가 젤 ‘얼짱’인 것 같아요.”라며 연신 폰카와 디카로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오랜만에 흙을 밟고 걸었다. 활짝 핀 매화꽃, 바람에 따라 실려오는 매화 향기, 떨어진 매화잎, 지저귀는 새까지 오감으로 느끼는 즐거움에 지친 몸도 마음도 절로 풀려진다. ■ 매화는 내 딸이고 매실은 내 아들이야 광양의 청매실농원에 들어서면 ‘도대체 누가 황량한 산을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꾸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농원을 가꾼 이는 홍쌍리(67)씨. 경남 밀양 출신으로 부산 서면에서 멋쟁이로 불리던 그가 매화마을로 시집 온 것은 43년 전. 꽃다운 스물세살에 시아버지 김오천(1988년 작고)옹과 함께 매화를 하나둘씩 심었다. 당시에 밤나무를 베어내고 매화를 심는 홍씨를 보고 마을사람들은 ‘바보’라고 손가락질했단다. 매화의 열매인 매실은 별로 쓰임이 없어 ‘돈 안되는 짓’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화꽃에 마음을 빼앗기고, 매실의 상큼함에 반한 홍씨의 고집을 어느 누구도 꺾지 못했다. 홍씨는 40여년 동안 매실농사를 작품으로 생각하고 오직 농원을 가꾸며 평생을 보냈다. 세월이 지난 지금은 유명한 곳이 됐으며 매실로 ‘장인’의 경지에 올랐다.“평생 매실 농사를 작품으로 생각했어. 나무를 심다가 힘들면 매화로 화관을 만들어 쓰고 노래도 부르며 춤도 추고 신나게 일하려고 노력했지. 항상 사람들에게 새로운 보석을 주려고 했지.” 지난해부터 매화나무 밑에 야생화 수십만 그루를 심어 매화가 지더라도 항상 꽃향기를 맡을 수 있는 농원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33)민간신앙과 차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33)민간신앙과 차

    새벽예불을 끝내고 툇마루에 가지런히 놓아두었던 흰장갑과 밀짚모자를 눌러쓴다. 싱그러운 햇차를 준비하기 위해 겨울을 이겨낸 차밭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삽과 괭이를 들고 차밭을 정리하는 일은 많은 시간과 노동을 필요로 한다. 젊은 노동력이 떠나버린 시골에서 사람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다행히도 일지암 차밭은 그리 크지 않아 혼자의 운력으로 가능하다. 차밭에는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와 이곳저곳 씨앗을 뿌려놓고 북상을 준비하고 있다. 군데군데 보이는 냉이 등 봄나물들은 고단한 운력의 또다른 수확물 중 하나다. 아지랑이 바람결에 매화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앙상하니 가시만 돋은 매화나무 가지 끝에 토실토실 맺혀 있던 새빨간 꽃망울들이 순서도 없이 중간중간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천리향인가 바람을 타고 햇살을 이고 산하대지에 골고루 그 향기를 뿌리며 봄이 지나가고 있다고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온우주가 자궁이란 말이 실감난다. 차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차는 도’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의 차 살림살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차의 형식은 있고 그 정신적 내용은 빠진 빈 알맹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초의스님을 비롯한 옛 차인들이 차를 도라고 했던 것은 바로 일상에서 완전한 삶의 행위로 간단없이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가끔씩 차인들의 찻자리에 초대받으면 금방 알수 있다. 여기저기 제자리에 있지 않은 차도구들, 정결하게 준비되지 않은 청수들…. 그 찻자리는 청향보다 수다스러움과 번잡함이 넘쳐난다. 마음속에서 작은 실망들이 저절로 우러난다. 우선 찻자리는 상큼하고 청량해야 한다. 찻상과 차도구들을 깨끗이 씻어내고 먼저 찻자리까지 정리해야 한다. 그러면 일단 그 찻자리는 청량함과 신선함이 넘쳐난다. 그런 다음 물을 준비하고 물을 끓이고 차를 마시고 난 뒤의 뒤처리까지가 마치 물흐르듯 빈틈 없고 완만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차의 도인 것이다. 그같은 차의 살림살이는 바로 일상의 삶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옛 차인들은 바로 차의 일상을 살림살이와 함께 여여하게 가꾼 것이다. 우리의 차는 매우 그 역사가 깊다. 그리고 그 차의 역사 역시 일반 민중들의 삶속에 깊이 투영되어 함께 해왔다는 점이 간과되어 왔다. 차는 역사속에서 민중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면면히 이어져 왔다. 차가 일반 민중들의 음료로서 애용되었다는 것은 지금의 찻집같은 곳이 고려시대에도 존재했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고려시대 찻집의 이름은 ‘다점’이었다.‘다점’에는 누구나 다 드나들 수 있었다. 조선시대까지 차는 일반민중들이 애용하는 음료 중 하나였다. 그것을 입증하는 민요사료들이 많이 남아 있다. “문수동에 문수동자/화개동천 차객들아/쌍계사의 대중들아/이 차 한잔 들으소서”라는 민요를 보면 화개동천에는 많은 차인들이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리산의 화개동천은 전통적인 차 주산지로서, 차가 일상에서 마실 수 있는 음료로 자리잡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다른 민요를 살펴보자.“여보소 작설한잔 하는 재미 들어보소. 우리 사람은 서로 인연 따른 재미로 사네.”라든가,“작설 한잔 마시면서 내 간장을 달래보세.”“엄살많은 시애비는 작설 올려 효도하고”“동지섣달 긴긴 밤에 작설 없어 못살겠네.”라는 등의 민요에서 살펴지듯 작설차는 일상의 적요로운 삶을 달래는 친근한 민중음료였다. 또하나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그 민요속에 차가 가지는 정신적인 측면이 깊이 박혀 있다는 점이다. 잠 안오는 긴긴 동지섣달에 차를 마시는 것이며, 구박하는 시애비의 마음을 달래는 것 등 차에는 사람의 고단한 마음을 달래는 정신적인 측면이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민요도 있다.“에헤야 대헤야 우리 인생 작설로 풀어보세”를 볼 때 차는 지친 우리민중들의 삶의 애환을 달래는 역할을 했다. 차는 우선 약용으로 쓰였다. 차를 생산하거나 차가 재배되는 곳의 민중들은 차를 찧어 발효시켜 메주처럼 처마밑에 차를 매달아 두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엽전이나 수레바퀴모양의 이른바 ‘떡차’로 불리는 처마 밑 차는 두통약 뱃병약 소화제 해독제 등 만병통치약으로 널리 쓰였다. 구급상비약이었던 ‘떡차’는 차를 마시건 마시지 않는 사람이건 긴 실줄같은 끈을 사용해 처마밑에 두고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일반민중들이 애용했던 차는 대부분 발효차인 ‘떡차’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일반민중들은 당시 차를 따로 보관할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차를 마실 수 있는 다구들도 태부족하거나 아예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일반민중들은 차를 쉽게 마실 수 있기 위해서 평소 부뚜막에서 물을 끓이듯 마실 수 있는 차를 애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차를 마시고 싶을 때 처마밑에 걸어둔 차를 한조각 빼어다가 구리솥이나 돌솥 가마솥같은 곳에 넣어 끓여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전되는 차 민요를 통해 일반 선비들에게는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되었음도 알 수 있다. “님은 님은 품에 자고/새는 새는 나무에 자고/우리님은 어디 잘고/새 혀 닮은 작설 잎은/선비품에 잠을 자네.”라며 차가 공부를 하는 선비의 곁을 지키는 도우미 같다는 것을 담아내고 있다. 이와 관련된 또다른 민요도 있다. 성스럽고 신령스러운 차약을 먹고 장원급제를 간절히 비는 민요가 그것이다. “둥개 둥개 두둥개야/금자동아 은자동아/천리 금천 내새끼야/영축산록 차약일새/좀티 없이 자라나서/한양가서 장원급제/이 낭자의 소원일세/비나이다 비나이다/부처님전에 비나이다.” 차가 공부를 잘해 장원급제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차를 지니고 차를 마시며 공부를 하면 틀림없이 장원할 수 있다는 간절한 염원을 차에 담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차는 또 일반민중들에게 기복을 염원하는 매개처였다. 차는 그런 점에서 민중들에게 가장 중요한 제물이었다. 신령스럽고 고귀한 차를 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믿고 그 차를 올리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당산이나 용신제에도 차는 쓰였다. 옛사람들은 바다 연못 등 물속에 깃들어 있는 용신에게 소원을 비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속에서 죽어간 고혼들을 위해 수륙재를 지낼 때나 또는 그것과 관련된 일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용왕에게 수륙재를 지냈다. 그와 관련해 불교의 (범음집)에는 감로다를 올리며 소원을 비는 다게가 있다. “이제 감로다를 가지고/용왕님들께 올리나니/간절한 마음 살피시어/부디 받아주소서” 이와 관련해 (범음집)에는 “용궁에 가득차 있는 설산의 향유(차)가 있어, 용신이 그 차를 좋아한다.”고 적혀 있다. 용왕에게 올린 차는 바다나 못에 뿌렸다. 차는 또 농사의 풍작과 자손의 번영을 기원하는 ‘가신’(家神)에게 비는 고사에도 쓰였다. 제주도에서는 정월이나 2월 중에 고사를 지낼 때 제물로 밥 떡 쌀 식혜 다완 무명을 올렸다. 여기서 다완은 차를 담는 그릇이고 그릇에 담긴 것은 차였을 것으로 풀이된다. 무녀의 고사 축원문에는 ‘찻잎을 찐 시루를 큰 다완에 담아 젯상에 올렸다’는 말이 나온다. 또한 무속인들은 대부분 고사를 지낼 때 차를 큰 사발에 담아올린다는 축원문이 다수 전해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사는 집안에 행운이 오고 액운을 아달라고 비는 것으로, 차는 척사의 중요한 제물로 이용되었음을 알수 있다. 고려 조선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였던 솜의 원료인 잠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도 다례를 했다. 세종때 (사시찬요)에는 “잠신제사는 음력 1월15일에 지내는데 누에 칠 여인이 제주가 되어 향과 음식과 떡을 갖추며 술을 쓰지 않고 차를 사용한다.”고 적혀 있다. 삼신 산신 토속신에게도 헌다를 했다. 여기에서 삼신은 환인이나 단군 또는 산신 마을을 지키는 토속신이기도 하다. 민중들은 마을을 수호하는 이들에게 차를 달여 올리고 번영과 행복을 기원하는 소원을 빌었다. “이슬감로로 다린 햇차를/삼신단위에 올려놓고서/금산 산신님 남해용왕님/나라세우신 태조님이요/두손 모아서 빌어 옵니다/이내 한소원 들어주소서” 일반민중들은 단군뿐만 아니라 마을을 수호하는 수호신들이 차를 매우 좋아한다고 믿고 제물로 올렸던 것이다. 이같은 것을 볼 때 차는 민중들의 삶과 신앙속에 오랫동안 하나의 삶으로 존재해왔다고 보여진다.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용으로, 긴긴밤 마음의 시름을 달래는 친구로, 또한 나쁜 액운을 막아주는 척사로, 그리고 긴급한 구급상비약으로 쓰여진 것이다. 차는 그런 점에서 우리민족의 삶과 함께 해온 전통음료로서 새롭게 각인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지암 암주 ■ 민중들의 음료 ‘차’ 구전민요에도 담겨 차가 일반민중들의 속에 삶의 한 형태로 자리잡고 내려온 고유한 음료였다는 것은 채록된 구전민요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지배계층은 각종 역사서나 개인의 시문집을 통해 차생활을 즐겼다는 역사적 기록을 볼 수 있으나 그같은 기록을 가질 수 없었던 일반민중들은 삶의 노래인 민요로 우리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몇가지 차 민요를 소개해본다. “백운계곡 봄 안개에/물소리가 높아지네/고로쇠는 물오르고/보조스님 좋아했던/선동골에 작설나무/백설덮인 양지쪽에/나풀 나풀 돋은 새싹/한잎 두잎 따서 모아/두강 작설 그 맛내려/조심 조심 손질하여/봉지 단지 담아두고/삼짓날에 제비올때/순천장에 옥항아리/깍지말고 사왔어서/옥용골에 이슬받고/도선국사 파둔 샘물/개 안짖고 닭 안울때/옥항아리 물을길어/옥탕관에 물을 끓여/백운차를 달이어서/천년예언 도선국사/이 차 한잔 올리옵세/백운산에 산신님네/백운사의 보조스님/고로쇠물 풍풍솟게/두손 모아 비옵니다.” 이 민요에서는 첫물차를 정성스럽게 딴 후 약으로 쓰이는 고뢰쇠물을 많이 얻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원을 담고 있다. 차를 따고 물을 뜬 후 정성스럽게 달여 올리는 간절한 염원이 보인다. 다음은 김수로왕과 왕후 허황옥에게 햇차를 올리는 민요다. “다전리에 봄이오면/삼월이라 삼짖날에/다전리에 햇차 따서/만장산샘에 물을 길어/어방산에 솔갈비로/밥물솟에 끓인 물에/제사장님 다한 정성/김해그릇 큰 사발로/천겁만겁 우려내어/장군차로 올릴까요/바이 바이 차림니더/나라 세운 수로왕님/십왕자의 허왕후님/가락국가 세운 은혜/이 차 한잔 올립니더/합장하고 비옵니다/김해사람 복받으소/잘못한 일 점제하소.” 다전리에 햇차를 딴 후 만장산의 샘물을 길러 고마움을 축원하는 씨족들의 마음이 간절하다. 이 제문은 김해김씨 씨족의 제사때 불리는 제문겸 민요다. 이 민요는 김해가 차를 생산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다완을 생산하는 중요한 곳임을 알리고 있다. 이밖에도 자식의 점지를 기원하는 내용, 차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고단한 삶을 노래한 내용들 등 차에 관련된 민요가 내려오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차는 일반민중들의 삶속에 상서러운 제물로 소원과 발복을 비는 축원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그 차는 또한 민중들의 삶을 수탈하기도 한 이중적인 모순을 지녔다. 국가의 어용 차를 생산하던 민중들은 극심한 고통을 이겨낼 수 없어 다른 곳으로 도망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같은 어려움을 김종직은 잘 알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같은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직접 차밭을 만들기도 한 것이다. 긴긴 역사속에서 우리민중들의 삶과 같이 해왔던 차는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의 삶속에 다가오고 있다. 차 인구 700만시대가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인들의 삶과 걸맞은 새로운 차의 문화양식이 정립되어야 한다.
  • 고로쇠 약수 ‘덕’ 본지가 언젠지…

    경칩(6일)을 전후해 보름가량 특수를 누렸던 고로쇠 약수가 옛날의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6일 전남 광양시와 구례군의 채취농가 등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경제사정을 이유로 고로쇠 물을 마시러 오는 손님들이 줄기 시작하면서 채취 농가들이 울상이다. 백운산으로 들어가는 광양시 봉강면 항월마을에 자리한 광양농원 주인 서병섭(44)씨는 “고로쇠 물을 마시러 백운산으로 올라가는 차량만 봐도 예년의 절반으로 줄었는데 택배 주문량은 해마다 늘고 있다.”고 밝혔다. 서씨는 “남자손님 10명이 오면 물값(2통에 10만원)을 빼더라도 염소 1마리와 술 등 40만원어치를 먹는다.”고 말했다. 광양시청 산림과 정민희(39·여) 담당은 “지난해 고로쇠 택배 주문량은 전체 판매량의 13%로 집계됐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보통 물을 통으로 판 돈에 곱하기 4를 해서 간접수익을 계산했지만 지금은 찾는 손님이 적어 3을 곱하기도 힘들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광양시는 봉강·옥룡·다압·진상 등 4개면 290여 농가에서 18ℓ들이 2만 7000여통(48만ℓ)을 팔아 13억여원의 직접소득을 올렸다. 지리산 자락인 구례군 토지면 토지우체국에는 하루 평균 100여건의 고로쇠 물 택배 주문이 접수되고 있다. 민간인 택배 회사들도 앞다퉈 물량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구례군의 경우 지난해 토지·간전·산동·마산·광의 등 5개 면 375농가가 70여만ℓ를 모아 17억여원의 직접매출을 기록했다. 피아골에서 고로쇠 민박집을 하는 최정순(50·여)씨는 “택배 물량이 늘면서 고로쇠 수입이 옛날의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구례군청 환경산림과 관계자는 “고로쇠 채취농가뿐 아니라 인근 식당이나 노래방 등도 고로쇠 특수를 먼 옛날의 얘기로 생각한다.”고 전했다.광양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구정 이삭]

    ●영등포구 구청 조직도를 뒤바꿨다. 구청장이 맨 아랫자리를 차지하고, 국장, 과장, 직원이 차례로 윗자리에 놓인다. 맨 꼭대기는 고객이다. 구민을 최우선으로, 고객이 만족하는 행정서비스를 실현하겠다는 공무원의 의식변화를 상징한다. 또 민원인 방문이 많은 민원여권과, 세무관리과 등 6개 민원부서 팀장 사무실을 전방에 배치했다. 팀장들이 축적된 경험과 실무능력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대민 서비스를 실시하라는 뜻이다.1부서 1친절운동, 사이버친절 홈페이지 운영, 친절도 자기 진단, 직원상호간 칭찬릴레이 운동 등도 진행하고 있다. ●성북구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했던 개운산길 주변에 마을버스 노선을 신설,2일부터 운행에 들어갔다. 노선번호는 20번. 돈암동, 정릉동 주변 아파트 단지 4500가구 입주민의 출퇴근 교통과 개교한 개운중학교 학생들의 통학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노선은 총연장 10.2㎞(편도 5.1㎞)로 주요 경유지는 4호선 성신여대역→아리랑고개→이수아파트→고명중·고교→풍림아파트→성신여중→개운중학교→개운산공원 입구→고려대 아이스링크→6호선 고려대역 등이다. 중형버스 5대가 8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동대문구 우수보육사례집 ‘날마다 크는 희망나무’ 창간호를 발간했다. 지난해 서울시가 지정한 우수 보육시설을 탐방, 장·단점을 분석했다. 주말농장과 수목원을 체험하고, 예절교육, 민속놀이, 다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한 보육시설 36곳이 소개됐다. 사례집은 연간 정기간행물로, 보육시설, 보육 관련기관, 동사무소 등에 배포되며 구 홈페이지에도 게재된다. ●성동구보건소 지난 2일부터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생활습관병의 하나인 당뇨에 대한 관심의 제고와 질병에 대한 지식 및 질병의 관리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당뇨병 환자의 자기관리를 돕기 위해 당뇨교실을 5층 보건교육실에서 마련한다. 교육은 3월 한달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한시간동안 진행되며 매회 혈당 무료 측정을 실시한다. 오는 23일은 ‘고지혈증의 관리’로 특강이 마련되어 있다.▲2일 당뇨병의 치료와 합병증 ▲9일 당뇨병의 식이요법 ▲16일 당뇨병의 운동요법 ▲23일 고지혈증의 관리 ▲30일 당뇨병의 발관리 ●양천구 이달부터 성인 및 청소년 흡연자를 대상으로 연중 금연 클리닉을 운영한다. 금연클리닉에는 의사와 간호사 3명, 금연 상담사 5명을 배치해 상담과 교육, 약물 투입 등 6주 과정으로 운영한다. 이후 6개월 동안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금연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매주 1차례 목 3동, 신월1·5동, 신정 7동 및 신월분소 등 5곳에서 이동 금연 클리닉도 실시한다. 아울러 민간 사업장과 전·의경,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금연교육사업 및 홍보사업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 봄날의 感 좋아하세요?

    봄날의 感 좋아하세요?

    봄이 오는 길목, 문득 누군가가 기다려진다. 바람조차 싱그럽다.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진다. 여인의 분 냄새도 화사하게 달라진다. 노래가 생각난다.‘봄이 왔네 봄이 와, 그 처녀의 가슴에도….’ 이렇듯 봄은 가슴 설레는 찬란한 희망의 상징이다. 두꺼운 얼음을 녹이며 흐르는 경기도 양수리 시냇가에도, 부는 바람에 몸을 숙여 실개천을 어루만지는 버들강아지의 복실복실한 손끝에도 봄은 푸르게 일어서고 있다. 새벽녘 물안개에 싸인 북한강변 매화나무의 싸늘한 가지 끝에는 어느샌가 꽃망울이 부풀어 있지 않은가. 남쪽나라 제주에는 노란 유채꽃 내음이 못내 그리워 찾는 관광객이 많아지고 있다. 이제 차가웠던 겨울을 서서히 떨쳐내고, 꽃잎처럼 화사한 봄을 만들어 보자. 겨우내 얼어 있던 마음속에 봄햇살을 가득 채워 꽃망울을 터뜨리듯 활짝 기지개를 켜보자. 아장아장 우리곁으로 다가오는 봄과의 멋진 만남을 상상해보자. 글 양평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법정 스님은 이런 얘기를 했다.‘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야 봄이 오는 것’이라고. 계절로 치면 지루한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는 길목이다. 제주도에는 벌써 노란 유채꽃이 활짝 폈다. 늘 그랬듯 봄소식은 남쪽에서 사뿐사뿐 전해오고 있다. 지리산을 중심으로 한 이곳저곳에는 아직 겨울의 잔재가 남아 있지만 마을 사람들은 봄을 알리는 전령사 ‘고로쇠’ 채취에 한창이다. 또한 노래로 더욱 유명한 하동의 ‘화개장터’에는 싱싱한 봄나물을 캐고 파는 할머니의 손길이 분주하다. 글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지리산 고로쇠를 찾아 고로쇠 수액은 남도의 봄기운을 가장 먼저 전한다. 꽁꽁 언 땅이 차츰 풀리고 만물의 싹이 기지개를 켤 무렵이면 고로쇠나무는 수액을 통해 봄이 왔음을 알린다. 수액채취가 한창인 지리산 현장을 찾았다. 전남 구례에서 승용차를 타고 40여분을 달리자 지리산 국립공원 매표소가 나온다. 바로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피아골 계곡. 연곡사를 지나자 20여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조그만 산골인 ‘직전마을’이 나온다.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는 잔설과 골짜기에서 휘몰아치는 바람은 겨울의 한기를 느끼게 하지만 이상하게 마을은 봄처럼 활기가 가득하다.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雨水)가 지나고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 다가오자 마을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고로쇠 채취로 분주하다. 경남 거제, 전남 광양, 강원 인제 등 우리나라 여러 곳에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지만 특히 지리산 고로쇠 수액을 으뜸으로 친다. 해풍의 영향을 받지않고 깨끗한 공기와 좋은 물 등 청정 지역의 정기를 잔뜩 머금었기 때문. 나무에서 수액이 흘러나오는 이유는 알고 보면 오묘한 자연의 섭리가 숨어있다. 원리는 일교차로 인한 나무 줄기 안의 압력 변화 때문이다. 밤 기온이 내려가면 나무줄기가 수축돼 뿌리로 물을 빨아들여 줄기 안을 가득 채운다. 낮에 기온이 올라가면 줄기 안의 물과 공기가 풍선처럼 팽창해 밖으로 밀려나오려고 한다. 이런 때는 나무껍질을 살짝만 긁어도 수액이 흐른다. 그래서 고로쇠 수액 채취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 변화를 알려주는 신호인 것이다. 밤 기온이 영하 5도, 낮기온은 영상 10도 정도 될 때가 수액이 가장 많이 나온다. 날씨가 너무 춥거나 따뜻해도 고로쇠는 잘 나지 않는다. 바로 이런 날씨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때가 경칩 전후 15일 내외. 피아골의 직전마을에서 고로쇠를 가장 오래 채취했다는 강만석(70) 할아버지를 만났다.“어르신 요즘 고로쇠가 어때요.”라는 물음에 “지금이 한창이여. 그냥 나무에 대기만 혀도 수액이 줄줄 흐른당께. 워쩌 한번 같이 가볼랑가.”라며 앞장을 선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피아골 계곡을 건너 지리산으로 들어간다. 여전히 계곡을 몰아치는 칼바람에 옷깃을 단단히 여몄다. 칠순이 지난 어르신들도 가뿐하게 바위를 밟고 건너는데 삼십대 중반을 지난 기자는 바위에 언 살얼음을 밟고는 그냥 곤두박질이다.“아따 카메라 괜찮은가.”라고 먼저 묻는 강 할아버지.“네”라며 짧게 대답을 하고는 신발 속에 들어간 물과 양말을 벗어 물기를 짜내고 다시 신었다.‘으∼미 차가운 거.’ 누구를 탓하랴. 무거운 카메라에 가방까지 지고 간 내가 잘못이지. 할아버지 말처럼 그래도 카메라가 물 속에 빠지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기며 축축한 발로 지리산 속으로 들어갔다. 마을 주민들은 익숙한 듯 길도 없는 산을 잘도 헤치고 간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즈음 한두 개씩 나무에 달아 놓은 수낭들이 눈에 띈다.“여기서부터 고로쇠 나무들이 사는 곳입니다.”라는 한정환(46)씨.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 과에 속하는 활엽수로 해발 300m이상에서만 자란다. 그래서 지리산 중턱부터 정상 부근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단다. “이것 보쇼. 아따 맛있것지요.”라며 수낭에 가득한 고로쇠를 들어 보이는 김분례(63)씨.“이것이 새봄의 정기를 가득 머금은 고로쇠랑께.”라며 커다란 통에 따른다. “윙윙윙” 소리를 내며 익숙한 솜씨로 나무에 구멍을 뚫는 강 할아버지. 역시 60년 가까이 고로쇠를 채취한 내공이 역력하다.“어이 기자 양반. 이리 와 보랑께. 이것이 말이여 그 신비의 물인 고로쇠여.” 정말 신기하다. 지름 1㎝도 채 안되는 구멍으로 수액이 방울방울 맺힌다. 이내 하얀 고무관을 꽂자 관을 타고 수액이 흐른다.“햐, 이놈 봐라. 수액을 잔득 머금고 있고만.” 이라며 수낭에 연결을 한다. 관을 타고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고로쇠나무의 수액. 어찌 보면 나무가 좀 가엽다는 생각이 든다.“이거 이렇게 하면 나무가 크는 데 지장은 없나요.”라고 묻자 옆에 있던 한씨가 “거의 지장이 없어요.”라고 말한다. 요즘은 군에서 허가를 맡은 사람들만 고로쇠를 채취할 수 있기 때문에 구멍을 8㎜ 내외로 뚫고 채취가 끝나면 구멍도 메워주어 나무가 자라는 데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단다. “우리도 농사를 짓는 농사꾼마냥 여름철부터 나무 주변에 청소하고 거름도 줍니다.”라며 “이렇게 고로쇠 수액이 잘 나오도록 1년 내내 관리 하는 것이 농사꾼이 가을철에 벼베기를 하는 것과 똑같다.”고 강조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허가 없이 불법으로 고로쇠를 채취하고 구멍도 메워주지 않고 수낭이며 비닐 호스들을 마구 버려 자연과 나무를 망가뜨리는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전체가 욕을 먹는단다. 그래서 직전마을에서는 자체적으로 불법 채취를 감시하고 있다. # 고로쇠는 이렇게 먹는당께 고로쇠 수액은 고로쇠나무 냄새와 덤덤한 단맛이 나며 색깔 또한 조금 누런 색깔을 띤다. 너무 뿌옇게 보이며 단맛이 강하고 냄새가 진하거나 부유물들이 떠다니는 것은 이미 상한 것이다. 보통 실온에서 3~4일, 냉장보관을 해도 2주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고로쇠 수액에는 당분, 철분, 망간 등 미네랄이 일반 물보다 10배 이상 많이 포함되어 있어 위장병, 신경통, 비뇨기계 질환 등에 효험이 있으며 성인병 예방에도 좋고 몸속의 노폐물을 씻어준다고도 알려져 있으나 의학적으로 검증된 바는 없다. 다만 전라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은 1991년 고로쇠 수액을 분석해서 칼슘, 칼륨, 비타민 등 미네랄 성분과 에너지 공급원인 자당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고로쇠 수액을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어른 3∼4명이 한 말(18ℓ)을 나누어 먹는다. 세숫대야 같은 커다란 그릇에 수액을 붓고 둘러앉아 오순도순 이야기를 하며 사발로 퍼먹는다. 많이 먹는 사람들은 둘이서 한말은 거뜬하단다. 이렇게 한 자리에 앉아 많이 먹어야 소변으로 나쁜 성분들이 배출되고 고로쇠의 좋은 성분들의 흡수가 빨라진다. 수액과 같이 오징어, 멸치 등 짭짤한 음식과 함께 먹으면 좋다. 보통 물을 이렇게 먹으면 먹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장에 탈이 나기 십상인데 고로쇠 수액은 아무리 먹어도 절대 탈이 나는 법이 없다. 찜질방에서 가족이 둘러앉아 땀도 내고 고로쇠도 마시면 더욱 좋다. # 고로쇠의 전설 고로쇠는 본래 뼈에 이로운 물이라는 뜻의 ‘골리수(骨利水)’라고 불렸다. 삼국시대 지리산 일대에서 일어난 백제와 신라의 전쟁 중에 어느 병사가 쏜 화살이 고로쇠나무에 꽂혔다. 갈증이 심한 병사가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마셨는데 갈증해소는 물론 오랜 노역으로 쑤시던 뼈마디가 씻은 듯 나았다고 한다. 또한 신라말 도선국사가 광양 백운산에서 오랫동안 좌선을 하고 일어나려는 순간 무릎이 펴지지 않아 옆에 있는 나뭇가지를 붙잡았다. 이때 가지가 부러지면서 물방울이 떨어지자 마침 갈증을 느낀 도선국사가 목을 축이고 일어나자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무릎이 펴졌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골리수라고 불렀고 뒷날 고로쇠가 됐다고 한다. # 고로쇠는 여기서 지리산 자락에서 고로쇠 수액을 파는 곳만 수백곳이 넘는다. 하지만 함부로 고로쇠를 사면 안 된다. 유통기한도 짧고 고로쇠를 희석해서 파는 곳도 많기 때문에 품질과 유통을 믿을 만한 곳에서 사거나 현지인에게 추천을 받는 것이 제일 좋다. 지리산 화엄사 부근에 자리잡고 있는 한화리조트를 추천한다. 인근 고로쇠 채취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고 납품을 받을 뿐 아니라 매일 매일 들어오는 고로쇠 수액의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1말(18ℓ)이 6만원,4.3ℓ로 포장된 작은 병 4개. 총 17ℓ가 6만 5000원이다. 전화로 주문하면 택배로 보내주며 품질에 하자가 있을 경우는 항상 반품할 수 있다.(061)782-2171. 또한 지리산 한화리조트에는 고로쇠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도 선보였다. 국산 토종닭을 고로쇠 수액에 푹 삶아 낸 ‘고로쇠 약수 토종닭 백숙’은 닭의 비린내가 없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육질 또한 쫄깃한 것이 그만이다. 보통 4인 가족이 충분히 먹을 수 있으며 가격은 3만 9000원이다. 고기를 다 먹으면 직접 죽도 끓여준다. 고로쇠 영양 솥밥(5000원), 고로쇠 갈비구이(1만 6000원)도 맛있다. 고로쇠 수액을 먹기 편하게 세트로 만들어 판다. 고로쇠 수액 2ℓ와 명태, 멸치 등 마른안주로 구성된 피아골 세트가 2만 5000원이다. ■ 고로, 고로쇠 축제를 맛보라! 늦기 전에 경기 양평 단월면에서 열리는 ‘소리산 고로쇠 축제’는 3월 중순에 열린다.(031)770-3191. 경남 하동 일대에는 청학동과 신심산 주변에서 고로쇠 축제가 2월 말에 열린다.(055)880-2114. 경북 산청 시천면과 심장면에서도 3월 초에 다양한 문화행사와 함께 고로쇠 축제가 열린다.(055)970-6541. 전북 남원의 ‘남원 고로쇠 축제’는 3월 초에 열리며 피아골 등반대회, 고로쇠 마시기 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열린다.(011)464-3479. 강원 인제 미산면에서도 고로쇠 축제가 3월 중순 열리며 떡 메치기, 판소리 공연 등 여러 가지 문화행사가 펼쳐진다.(033)461-6797. ■ 화개장터, 그 5일장의 봄 노랗고 빨간 봄꽃이 아름다움을 뽐내기 직전인 2월 말 풍경은 어디를 둘러보아도 쓸쓸하다. 하지만 부지런한 아낙들이 펼쳐놓은 시골장터의 좌판엔 싱싱함과 따스함이 가득하다. 땅에서 캐고 바다에서 막 건져낸 봄의 먹을거리들이 구수한 사투리와 어우러져 만드는 정겨움, 흥겨움에 가슴이 넉넉해지고 따뜻해진다. 김이 무럭무럭 솟아나는 가마솥 국밥의 구수한 냄새와 엿장수의 질펀한 가위질에서 아련한 향수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추억의 5일장 여행은 지금이 제맛이다. 그래서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에 다녀왔다. # 있어야 할 것 다 있고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아따 봄 좀 사가랑께. 무쟈게 싸게 줄 텐께.” 쑥, 냉이 취나물 등 화개장터에서 나물을 파는 김옥례(65·하동 내리)씨는 “지금 땅에서 처음 올라오는 나물은 약이여. 맛도 그만이고.”라며 구수한 사투리를 쏟아낸다. “이 놈 곶감 좀 먹어봐. 우리 집에서 만든거여.”라며 인심 좋게 잘라주는 할머니. 이름 모를 흘러간 노랫가락에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그런 곳이 시골장이다. 섬진강과 나란히 달리는 19번 국도를 따라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의 경계를 넘어서면 나룻배 하나가 오락가락할 듯한 나루터 자리가 나타난다. 바로 그곳이 구례 간전면 하천리와 그 유명한 하동 화개장터를 잇는 화개나루다. 전국에 수많은 장터가 있지만 하동군 화개면 탑리마을의 화개장터는 지리산 자락, 전남 평야에서 나오는 온갖 곡식과 남해에서 잡은 싱싱한 해산물들이 섬진강을 따라 올라와 전국에서도 보부상들괴 장사치들이 많이 모이는 이름 난 5일장이었다. 이런 정겨운 시골장터에는 어린 시절 어머님 치맛자락을 잡고 돌아다니던 옛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가수 조영남이 목청 높여 불렀던 ‘화개장터’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한 30년 전부터 현대화에 밀려 5일장의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며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장이 서던 자리에는 버스터미널과 슈퍼마켓이 들어서고 주막자리는 다방과 식당이 차지하고 말았다. 몇 년 전에 비록 인위적이지만 화개장터가 복원됐다. 하동군에서 원래 화개장터 건너편에 화개장터의 옛모습을 재현해 놓은 상설 시장을 만들었다. 국밥과 막걸리 등을 파는 전통가옥 3동과 녹차 전시장, 대장간 등 옛 재래시장의 모습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고로쇠를 마시러 지리산으로 간다면 아이들과 함께 들러 옛날의 분위기에 젖어보는 것도 좋겠다. # 전국에 가볼 만한 5일장 경기도 안성의 안성장은 ‘서울에 없는 것도 이곳에는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갖가지 공예품과 보부상들이 북적대던 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옛 모습과는 사뭇 다른 현대화된 시장분위기를 풍긴다. 장터는 안성시외버스터미널 뒤편 중앙시장과 인근 대로변에서 펼쳐진다. 그래도 풋풋한 인심이 아직 남아 있어 장이 서는 날에는 이른 아침부터 도시에 활기가 느껴진다. 장날은 2일과 7일. 충남 당진의 당진장은 서해대교 완공으로 한결 나들이가 쉬워졌다. 당진장은 읍사무소 맞은편 시장통에서 열린다. 장날엔 서산, 예산, 삽교 등지에서 400여명의 장꾼들이 모여들어 시끌벅적하다. 장터 골목마다 “아제 하나 사슈.”라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시골 장터 여행의 재미가 느껴진다. 장날은 5일과 10일. 강원도 정선의 정선장은 때묻지 않은 자연과 시골장터의 향수를 그대로 간직한 장으로 ‘정선 5일장 관광열차’ 등 다양한 여행상품이 등장하면서 유명해졌다. 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간은 오전 10시. 상인들이 좌판을 준비하는 모습부터 보려면 9시까지 장에 나와야 한다. 유명세와 달리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 이것저것 구경하는 데 1시간이면 족하다. 장날은 2일과 7일. 전남 보성의 벌교장은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무대로 더 잘 알려진 벌교에서 열리며 30여년 전만 해도 인근의 고흥, 낙안, 보성의 장꾼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5일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벌교역전에서 제2부용교까지 300m 구간은 아침마다 장이 서는 매일장이지만 4일,9일 장날엔 벌교역 앞 도로와 골목이 모두 장터로 변한다.
  • 액운 물러가고 희망 솟아라

    액운 물러가고 희망 솟아라

    ‘보름달에 소원을 빌어보세요.’ 정월대보름인 12일에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서울 하늘에 환하게 걸린답니다.각박한 도시생활을 잠시 잊고 보름달을 보며 가족의 건강과 한해의 소원을 빌어봅시다. 둥근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은‘꼭’이루어진다고 합니다.자기 나이만큼 다리밟기를 하면 그 해 다리에 병이 나지 않고,‘딱∼’소리를 내며 힘차게 부럼을 깨물면 일년 열두 달 동안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멀리갈 필요도 없습니다.가까운 곳에서 다채롭게 펼쳐지는 각 구청들의 대보름 행사에 참가해 보세요. 어린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답니다.쥐불놀이,팽이치기,제기차기,투호놀이,달집태우기 등 민속놀이를 즐기며 가족만의 대보름 추억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뒷동산으로 달맞이 가세∼ ‘동국세시기’에는 초저녁에 횃불을 들고 높은 곳에 올라 달맞이를 하면 일년 열두달 재수가 좋다고 적혀 있을 정도로 달맞이는 대보름 행사의 백미로 꼽힌다. 두둥실 떠오르는 대보름 달을 보며 소원을 빌면 그 소원도 이뤄진다고 한다. 농부들은 달의 모양, 크기, 출렁거림, 높낮이 등으로 1년 농사를 점치기도 했다. 성북구(구청장 서찬교)는 12일 오후 5시 개운산에서 구민들의 희망과 소망을 기원하는 정월대보름 달맞이 행사를 개최한다. 행사에서는 흥을 돋우기 위한 사물놀이와 소원문 낭독, 성북구립합창단의 축가, 달타령 등 민요 한마당, 달집살이(소망문 태우기), 폭죽놀이, 강강술래 등 흥겨운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국립극장(www.ntok.go.kr)은 11일 오후 4시 문화광장에서 대보름축제 ‘남산위의 둥근 달’을 펼친다. 국립극장 홈페이지에 있는 소원전단지에 새해 소원을 적어오면 이날 달집을 둘러싼 새끼줄에 매달아 태우며 소원을 빌 수 있다.100 가정을 추첨해 2006년 정기공연 중 한 작품을 4인 가족이 관람할 수 있는 정기공연 무료 관람권도 나눠준다. ●신명나게 민속놀이 즐겨볼까∼ 종로구(구청장 김충용)는 12∼19일 인사동 남인사마당에서 소망기원 행사를 개최한다.12일에는 사물놀이패의 식전 길놀이 한마당 공연과 십장생 상징물 제막식을 시작으로 시민들이 소망을 복줄에 매달아 소원을 기원하는 ‘소지꽂이’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참여행사로 투호와 널뛰기, 팽이치기, 미니 복조리 만들기 등이 진행된다. 노원구(구청장 이기재)는 12일 오후 4시부터 마들근린공원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대보름 맞이 청소년 민속행사를 개최한다. 사물놀이패의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굴렁쇠 굴리기와 쥐불놀이, 제기차기, 팽이치기, 달집태우기, 강강술래 등 민속놀이 등으로 짜여진 민속행사를 마련한다. 도봉구(구청장 최선길)는 지난 9일 도봉2동 사무소에서 잡신을 몰아내고 마을과 가정의 안녕을 비는 ‘지신밟기’ 행사를 가졌다. 남산골 한옥마을(www.hanokmaeul.org)에서는 12일 오후 4시30분 ‘지신밟기’, 오후 5시30분 짚으로 만든 달집 태우기 등 민속놀이가 열려 액을 쫓고 풍년을 기원한다. 앞서 오전 10시부터는 진채식(정월대보름에 먹는 나물) 전시, 부럼깨기, 오곡밥 제조 시연·시식회, 널뛰기, 연 만들기 등 각종 전시·체험 행사도 열린다. 남산공원(parks.seoul.go.kr//namsan)에서는 11일 오후 2시부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액막이 연’ 만들어 날리기, 복조리 만들기, 민속놀이 체험교실(팔각정광장) 등이 운영된다. 보라매공원(parks.seoul.go.kr//boramae)도 12일 민속놀이 자율체험마당, 액막이 연 만들어 날리기, 달집태우기, 지신밟기 등의 행사를 기획했다. ●무병장수 기원하며 쥐불놀이 해볼까∼ 쥐불놀이는 논두렁에 불을 질러 쥐를 없앰으로써 그해 풍년을 비는 조상들의 지혜를 담고 있다.‘망월이야∼’하고 외치면서 밭두렁과 논두렁, 마른 잔디에 불을 놓는다. 구멍을 뚫은 깡통을 철사 끈에 단 뒤 깡통에 불쏘시개를 넣고 윙윙 소리 내어 돌리는 놀이다. 영등포구(구청장 김형수)는 11일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오목교 아래 안양천에서 쥐불놀이 및 달집태우기, 민속공연 등 대보름 행사를 개최한다. 양평1동 체육회 주관으로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이 행사에서는 대보름 OX퀴즈 대회와 구슬치기, 팽이치기, 투호놀이 등 대보름 놀이 체험행사가 마련돼 참가자들의 흥을 돋운다. 달집태우기는 약 5m 높이의 달집에 불을 사르는 것으로 구민들이 달집을 둘러싸고 어깨동무를 하는 멋진 장관이 연출된다. 양천구(구청장 추재엽)는 10일 오후 3시부터 신정교 아래 안양천 둔치에서 대보름 민속축제를 개최한다. 동대항 줄다리기와 윷놀이와 함께 연날리기, 쥐불놀이, 부럼깨물기, 그리고 한해 소원을 비는 달집태우기와 강강술래가 펼쳐진다. 민속공연으로 태권무와 풍물놀이, 경기민요, 남도판소리 등 정겨운 우리 소리와 함께 고유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이웃과 함께 사랑을 나눠요∼ 광진구(구청장 정영섭)는 10일 오전 11시부터 건국대 동문회관 연회실에서 지역 내 저소득 노인 200명을 초청해 민요 공연, 장기자랑 순서가 있는 경로잔치를, 광진노인종합복지관은 관내 10개 경로당을 순회하며 ‘만두 만들기’ 행사를 열기로 했다. 구의 3동에서는 ‘대보름에 땅콩, 호두, 잣 등 부럼을 깨면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는 민간속설에 따라 땅콩을 충분히 준비해 방문하는 민원인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정월대보름에 대한 자료도 제공할 계획이다. 각 동별 주민자치위원회 주관으로 10일부터 21일까지 윷놀이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온 주민들이 학교 운동장에 모여 농악놀이도 하고 제기차기, 윷놀이 등의 다채로운 민속놀이를 펼치며 새마을 부녀회에서 마련한 국수, 돼지고기, 떡, 막걸리 등도 함께 나누며 주민대화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서울시청팀종합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광통교 다리밟기 81년만에 재현 정월대보름 다리밟기가 청계천 광통교에서 81년만에 재현된다. 서울 중구(구청장 성낙합)는 12일 오후 5시30분부터 지난해 복원된 청계천 광통교에서 다리밟기 행사를 옛모습 그대로 다시 열기로 했다. 이날 행사는 1925년 중단된 뒤 무려 81년만에 전문가들의 고증을 거쳐 재현되는 것이다. 다리밟기는 광통교∼광교∼모전교를 오가는 1㎞구간에서 진행된다. 코스 곳곳에서는 쥐불놀이·강강술래와 함께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주변에 먹을거리 장터가 마련돼 조선시대 답교놀이 때마다 장관을 이뤘던 당시의 풍경을 다시 느낄 수 있다. 앞서 오후 3시부터는 연 만들기 시범과 제기차기, 널뛰기, 윷놀이, 떡메치기, 소망고치기, 팽이치기, 투호놀이 등 세시풍속 민속체험 한마당이 열린다. 답교로 불리는 다리밟기는 고려시대부터 시작됐다. 정초에 자기 나이만큼 다리를 밟으면 그 해 다리에 병이 나지 않고 재앙을 물리치며 복을 받는다고 믿으면서 유래했다. 다리를 많이 지나갈수록 좋다고 해서 정월대보름을 전후해 3일간 성안에 있는 모든 다리를 밟고 지나갔다. 놀이에는 양반부터 서민까지 구별 없이 동참했는데, 이때 퉁소와 북의 장단에 선소리꾼까지 참여해 일대 장관을 이루었다.‘경도잡지’에 의하면 서울에서는 광통교와 수표교가 다리밟기를 가장 많이 하던 곳이며, 마포·아현·노들·살꽂이 등 크고 작은 다리에서도 이뤄졌다. 이날은 관례에 따라 통행금지도 완화됐다. 양반층에서는 서민과 어울리기를 꺼려 하루 전날 저녁에 다리를 밟았는데 이것을 ‘양반다리밟기’라 했다. 남녀가 유별하여 부녀자들은 정월보름 다음날 저녁에 다리를 밟았다고 한다. 그러나 다리밟기 놀이는 1925년 돌마리를 끝으로 중단됐고, 그후 간헐적으로 주민들 사이에 광교와 수표교에서 이뤄지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자취를 감췄다. 금천구(구청장 한인수) 금천문화원도 11일 오전 9시부터 1시간 동안 사물놀이 풍물팀의 흥겨운 풍악을 앞세워 ‘시흥다리밟기 행사’를 개최한다. 구의 명물인 천년이나 된 은행나무 앞을 출발하여 금천구민문화체육센터까지 걸으며 한해 소원과 연중무사를 비는 행사로 지금은 복개되어 다리가 없지만 원래 석교가 있던 자리에서 열린다. 시흥다리밟기 행사는 지금으로부터 200여년 전인 조선 정조대왕 때부터 시작됐고, 그 뒤 주민의 무운장수를 기원하는 연래행사로 자리 잡았다.
  • [마니아] 평생 걷기 동아리 ‘끼리끼리’

    [마니아] 평생 걷기 동아리 ‘끼리끼리’

    서울 성북구 월곡1동 근린공원, 인조잔디 축구장.40∼50대 주부 40여명이 두 팔을 힘차게 흔들며 걷고 있다. ●주부들 이마엔 땀 방울 숭숭 ‘끼리끼리’라고 쓴 노란 조끼를 입은 주부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그리 빠른 속도가 아닌데도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바르게 걷기가 얼마나 힘든데요. 수십년 동안의 습관을 고치야 하니까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금세 흐트러져요.” 걷기동아리 끼리끼리의 창립 멤버인 주부 왕규옥(55)씨의 설명이다. 왕씨는 평소 개운산을 산책하길 좋아했다. 힘차게 걸으면 숨이 트이고, 피곤도 덜했다. 그러나 외롭고 지루한 게 흠이었다. 날씨가 안 좋으면 게을러졌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1일 성북구 보건소에 걷기 동아리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북한산, 월곡산, 개운산 등으로 둘러싸인 성북구는 운동하기 좋은 주변환경을 이용,‘걷기 좋은 코스’를 꾸준히 발굴해 왔다. 그리고 지난해 11월부터 걷기운동을 확산하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4시에 모여 올바른 걷기 운동법을 배우고 함께 연습하기 위해서다. 동아리 회원이 꾸준히 늘어 93명에 이른다.40∼50대 주부가 중심이다. ●비염·팔자걸음쯤은 씻은 듯 동아리에 가입하려면 ‘일생생활에서 신체 활동 늘리기’를 다짐해야 한다.▲출·퇴근 시간에 버스 정거장이나 전철역까지 걸어가기 ▲도착지보다 한두 정거장 미리 내려서 걸어가기 ▲TV를 보면서 활동적인 신체활동을 하거나 음악에 맞춰 춤추기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으로 이동하기 ▲직장 휴식시간에 스트레칭하기 ▲집안 청소를 가족과 함께하고 정원 가꾸기 ▲자동차나 사무실에 편한 운동화를 두고 언제든지 운동하기 ▲술 절제하기 등이다. 참가자들은 나쁜 버릇이 많이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비염이 사라졌어요. 아침마다 재채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는데, 어느날 딱 멈추더라고요. 맑은 공기를 마셔서 그런가봐요.” “평생 팔자 걸음이라고 놀림을 받았거든요. 무척 애를 쓰는데도 고쳐지지 않더니, 이젠 다들 확실히 달라졌다고 해요.” “몸을 흔들면서 걷는대요, 나는 전혀 몰랐어요. 다른 분들이 지적해서 알았죠. 긴장해서 걸었더니 많이 좋아졌어요.” ●폐활량 늘고 근력 강해져 주부들의 자랑은 끊이 없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흐트러졌던 몸가짐이 바로 잡혀가는 게 반가운 모양이다. 걷기운동은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흡의 능률을 높여 산소 섭취량을 늘리고, 다리와 허리의 근력을 키워준다. 심장과 폐, 뼈의 밀도가 향상된다. 그래서 고혈압과 당뇨병이 개선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오랫동안 홀로 걷기운동을 하던 왕규옥 주부도 변화를 체험했다. “처음에 발 뒤꿈치를 먼저 대고 발 끝을 올리니까 어색하더라고요. 몸도 쑤시고…. 그래도 꾸준히 연습했죠. 집에서도 머리 위로 뭔가 잡아당기 듯이 곧게 걸었죠. 그랬더니 몸이 가벼워지더라고요.” 걷기 지도자들이 모임 때마다 움직임을 비디오로 녹화해 장·단점을 지적해준 것도 도움이 됐다. 회원끼리 모니터도 해준다. 머리를 곧게 세우고 시선을 멀리 보는지, 엄지발가락을 위로 세워 무릎을 펴는지, 팔을 90도로 굽혀 가볍게 움직이는지 등을 살핀다. ●성북보건소 27일부터 새 회원 모집 연장자인 이예순(71) 할머니는 지난달부터 모임에 참여했다. 허리가 자꾸 굽고 다리에 힘이 빠져서다.“신경써서 걷다 보니 허리에 힘이 생긴다.”면서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 운동하니까 더 재미난다.”고 말했다. 교육을 마친 동아리 회원들은 이달초부터 집에서 가까운 걷기 좋은 코스에서 이웃들과 운동을 하고 있다. 성북보건소는 오는 27∼다음달 8일 2차 회원 50명을 모집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걷기가 좋은 10가지 이유 1. 시간과 장소, 돈에 구애받지 않는다. 2. 심장병·고혈압 등 각종 질병에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높다. 3. 다이어트 효과가 뛰어나다. 4. 스트레스·우울증·불면증 치료에 도움을 준다. 5. 노화를 방지, 장수에 도움이 된다. 6. 체력이 좋아져 자신감이 커진다. 7. 과음·과식 등 불규칙한 식습관을 고쳐 준다. 8. 다리와 허리 근육이 강화되고 업무 능력이 향상된다. 9. 회음부 근육이 강해져 정력이 좋아진다. 10. 걸으면서 여러 가지 상상을 할 수 있다. 자료: 사단법인 한국워킹협회 ■ 바르게 걷는 법 걷기운동은 특별한 기구 없이도 할 수 있는 경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그러나 일상 생활의 걷기와 차이가 있다. 자연스럽고 편안하지만 올바른 방법을 익혀야 허리와 어깨 통증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등을 앞으로 숙여 걷는다. 그러면 무릎에 힘이 빠져 발을 내딛기가 힘들다. 무릎이 굽고, 보폭이 좁아져 속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등을 펴고 허리를 앞으로 내미는 느낌으로 쭉 펴는 게 중요하다. 시선은 먼 곳을 응시하자.15m 전방이면 적당하다. 턱을 당겨야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목덜미가 당겨져 다리와 허리에 부담이 줄어든다. 호흡은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뱉는다. 배와 괄약근에 힘을 주고 걸으면 뱃살을 빼는 데 효과적이다. 허벅지를 벌려 발이 바깥을 향하도록 걷지 않도록 조심하자. 속도가 떨어져 운동효과가 떨어진다. 발끝이 진행 방향과 일치하도록 걷는다. 팔은 90도쯤 굽히고 가볍게 앞뒤로 흔든다. 그래야 추진력이 생긴다. 발은 뒤꿈치부터 땅에 닿도록 하고, 엄지발가락은 땅을 차듯이 위로 뻗는다. 그러면 무릎이 자연스레 펴진다. 걷기운동은 스트레칭이 필수다. 준비단계에서는 생략할 수 있지만, 마무리 운동단계에선 반드시 필요하다.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가볍게 하고, 천천히 다음 동작으로 옮겨가야 한다. 오른쪽, 왼쪽을 번갈아 해줘야 균형이 맞는다. 1주일에 5번,30분 이상 걸어야 운동 효과가 나타난다. 살을 빼고 싶다면 더 걸어야 한다. 그러나 허리, 무릎 등이 아픈 사람은 먼저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좋다. 도움말: 보건복지부 ■ 이색 걷기 운동 2題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이색 걷기운동은 ‘폴 워킹’과 ‘마사이 워킹’이다. ●손 앞으로 내뻗는 ‘폴 워킹´ 폴 워킹은 워킹용 폴을 사용해 걷는다. 보통 걷기와 다른 점은 손을 앞으로 내뻗는다는 것. 책상이나 탁자 앞으로 악수할 때처럼 팔을 내밀어 보자. 주먹을 쥐고 엄지 손가락을 위로 올리고 양 손을 번갈아 가며 책상이나 탁자를 눌러보자. 복부를 비롯한 상체의 움직임이 느껴지는가. 이것이 폴 워킹의 운동 원리다. 워킹용 폴이 상체의 모든 근육이 수축·이완하도록 돕는다. 게다가 자연스레 허리가 펴지고, 어깨 균형이 잡혀진다. 네 발로 걷는 것이라 훨씬 안정적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할 수 있다. 반면 칼로리는 보통 걷기운동보다 20∼70% 더 소모된다. 폴 워킹 동호인들이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청계천에 모인다. ●푹신한 매트등 이용 ‘마사이 워킹´ 마사이 워킹은 스위스인 칼 뮬러가 확산시켰다. 아프리카 케냐의 원주민 마시이족의 걸음걸이를 보고 연구했다. 맨발이 바닥에 완벽하게 닿아 우아하고 곧다. 마사이 워킹은 부드러운 바닥과 푹신푹신한 매트 위에서 특별한 신발을 신고 걸어야 효과적이다. 걸음은 차 바퀴가 굴러가듯 체중을 발바닥 전체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처음에 뒤꿈치의 바깥쪽부터 대고, 그 다음 발의 가장자리, 그리고 엄지발가락 순으로 넘어간다. 머리 위치나 어깨 회전, 골반의 움직임도 중요하다. 이 워킹은 무릎, 발목, 허리 통증 등 근골격계 질환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나쁜 자세나 생활습관이 고르지 못한 근육 발달을 일으키고 결국 질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도움말: 한국워킹협회
  • 남도의 꽃과 풀 이 한권에

    전남에 자생하는 식물 358종의 일생을 다룬 ‘남도의 자생식물(420쪽)’ 책자가 나왔다. 도 농업기술원 난지과수시험장 박재옥(43)씨 등 연구사 5명이 1999년부터 2004년까지 6년 동안 바닷가와 섬, 산, 들녘을 누비며 자생하는 식물의 사계절 사진을 찍고 이모저모를 조사했다. 봄꽃 132종, 여름꽃 133종, 가을꽃 59종, 겨울에 피는 꽃과 관엽·양치식물 34종 등 모두 358종이 수록됐다. 기존 식물도감과는 달리 식물마다 새순이 돋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모습을 따로따로 사진에 담아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사진만 1498장이다. 또 이름별로 재미나는 유래도 담았다.‘복수초(福壽草)’는 행복과 장수를 가져다 주는 풀이며,‘새끼노루귀’는 새싹이 올라올 때 보송송한 가는 털이 마치 노루귀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조경용으로 알맞은 꽃은 해국·참골무꽃·황근·등덩굴·멀꿀·석이·일엽초 등을 꼽았다. 조사원들은 남도에 흩어진 섬과 해안주변뿐만 아니라 해남 두륜산, 광양 백운산, 영암 월출산, 구례 지리산, 순천 조계산 등까지 발품을 팔아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았다.‘복수초’는 중부권에서는 4∼5월에 꽃이 피지만 남도에서는 겨울철인 1∼3월에 꽃이 피었다.‘깽깽이풀’은 광주 무등산 이남에서는 자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장흥·강진군 등 최남단에서도 확인됐다.‘고려 엉겅퀴’는 덕유산 이남에서는 볼 수 없는 종으로 돼 있었으나 최남단인 완도·진도군의 섬에서 무더기로 자라고 있었다. 박재옥 연구사는 “‘남도의 자생식물’이란 책을 통해서 자생식물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고 식물이 갖는 유전자원을 활용하고 상품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나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아버지 3·1운동 세계알리고 딸은 서울영화 찍고

    4대째 ‘서울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외국인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1919년 서울에서 태어난 브루스 테일러(87) 일가. 테일러는 지난달 말 아내·딸과 함께 고향집을 66년 만에 찾았다. 테일러는 1919년 2월28일 영동 세브란스 병원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서울에서 보냈다. 가족들은 한국을 떠나기를 거부한 대가로 6개월의 수용생활 끝에 1942년 5월 일본 경찰이 추방하기 전까지 한국에서 살았다. 이들 일가가 처음 한국 땅을 밟게 된 것은 할아버지 조지 알렉산더 테일러 때문. 그는 평북 운산의 금광에서 기사로 일하다 1908년 사망해 마포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묻혔다. 아버지 앨버트 테일러는 3·1운동 당시 UPI통신 특파원으로 활동했다. 일본 경찰의 수색을 피해 독립선언서 일부를 아들 브루스 테일러가 태어난 침대 밑에 숨겼다가 3·1운동을 전세계에 알렸다. 이후 1941년 태평양전쟁이 발발, 일제에 의해 추방돼 미국에서 여생을 보내다가 1948년 세상을 떠났다.‘내가 사랑하는 땅 한국, 아버지의 묘소 옆에 나를 묻어 달라.’는 유언에 따라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안장됐다. 연극배우였던 어머니 메리 테일러는 당시 서울생활을 기록한 자서전 ‘호박 목걸이(Chain of Amber)’를 펴냈다. 자서전에는 일본에서 연극 공연을 하다가 아버지 테일러를 만나게 된 사연부터 이승만 대통령을 면담하면서 듣게 된 한국의 독립운동 기록 등이 담겨 있다. 할리우드에서 영화 매트릭스 제작 등에 참여한 딸 제니퍼 테일러는 할머니의 자서전 ‘호박 목걸이’의 영화 제작을 준비 중이다. 테일러는 6일 서울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고, 부친에게 물려받은 1920년대 서울시청, 원구단, 서울시 전경 파노라마, 고종황제 장례식 등 희귀사진 17점을 기증할 예정이다. 특히 고종황제 장례식은 기존 사진과 달리 매우 가까이에서 촬영된 것으로 용머리 장식의 상여, 상여꾼 복장, 외교사절 조문행렬 등을 살필 수 있는 사료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다음달 테일러 일가의 보금자리였던 종로구 행촌동 1의88,89의 ‘딜쿠샤’를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로 등록할 예정이다. 근대 주택 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다는 이유다. 딜쿠샤는 힌두어로 행복한 마음을 뜻하며 테일러 일가가 인도 여행에서 본 궁전 이름에서 따왔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경기 새달 고로쇠 수액 채취 허가

    경기도는 오는 2월부터 한달 동안 고로쇠 수액 채취를 허가한다고 25일 밝혔다. 수액 채취가 허가되는 지역은 전체 면적 500㏊ 규모로, 남양주 축령산, 포천 백운산, 가평 화악산·명지산 일대 등이다. 이 곳에는 고로쇠 나무 1만 2000그루가 자라고 있으며,10만ℓ 이상의 수액을 채취할 수 있다. 수액 채취는 고로쇠 나무의 보호를 위해 가슴 높이의 직경이 15㎝ 이상인 나무에서만 할 수 있으며, 지상 2m아래에 구멍을 뚫을 수 있다. 또 수액 채취를 위한 구멍 깊이는 1.5㎝ 이하로 해야 하며, 구멍 숫자는 나무 직경이 15㎝ 이상의 경우 1개,20㎝ 이상 2개,30㎝ 이상은 3개까지다. 고로쇠 수액은 일교차가 클 때 가장 많이 나오며, 경칩을 전후해 6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나오는 수액의 맛과 향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1999년부터 농가소득 증진을 위해 450㏊의 산림에 170만 그루의 고로쇠 나무를 심었다. 도 관계자는 “미네랄이 풍부한 고로쇠 수액은 뼈를 튼튼하게 해 인기가 높다.”면서 “올해 수액 채취를 통해 3억원 이상의 농가소득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씨줄날줄] 占과 성형/진경호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 탄핵 움직임으로 정치권이 들끓던 2004년 3월 초. 국회 민주당 조순형 대표의 불꺼진 사무실에서 황태연 당 국가전략연구소장이 점통을 흔들었다. 정치철학을 전공한 교수이자,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자문역을 맡았던 그는 허리춤에 늘 점통을 차고 다닐 정도로 역술에 능했다. 잠시 뒤 그가 뽑아든 점괘엔 노 대통령이 중도에 자리에서 물러날 운세가 나왔다. 결국 국회의 탄핵이 성공한다는 것이다. 황 소장은 탄핵의 법적, 정치적 당위성과 함께 중도하차로 끝날 노 대통령의 운세를 몇몇 출입기자들에게 귀띔하기도 했다.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탄핵 추진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그는 탄핵소추안을 직접 작성했다. 결국 탄핵안은 소수이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극렬한 저항 속에 3월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새삼 탄핵의 뒷얘기를 꺼내든 것은 야당이 점괘를 믿고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5월14일 헌법재판소에 의해 기각되기는 했으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법적, 정치적으로 나름의 탄핵 논거를 지니고 있었다. 다만 점술이라는 것이 법과 이성이 지배해야 할 국회의 한복판에까지 들어와 있는 것이 우리 정치의 또 다른 현실임은 분명하다 하겠다.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점술과 성형수술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광역단체장에 도전할 한 여당 중진은 “기가 샌다.”는 역술가 말에 회관 사무실 문을 항상 닫아둔다 하고, 야당의 모 의원은 전국의 용하다는 점쟁이를 섭렵했다고 한다.1970∼80년대를 풍미한 자강 이석영, 도계 박재완, 제산 박재현 등 명리학의 빅3가 사라지고,90년대 수십명에 이르렀던 ‘백운학’‘백운산’도 상당수 자취를 감췄다지만 지금도 ‘○○아지매’‘○○거사’ 등등 몇몇 역술인들이 정치인 고객들로 성업 중이라고 한다. 성형수술도 이에 못지않은 모양이다. 쌍꺼풀 수술에 주름제거, 모발이식은 기본이고, 심지어 코나 턱을 손보는 인사들도 있다고 한다. 수험생, 취업지망생 사이에 유행하는 관상성형 붐에 정치인들까지 가세한 것이다. 외모에 자신감이 생기면 인생도 바뀐다니 탓할 일만도 아닐지 모른다. 첨단과학 시대에 정치와 점술, 관상, 성형이 하나로 이어지는 현상이 그저 흥미로울 뿐이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종교계 신년사에 담긴 ‘희망 2006’

    “우리 모두 갈등과 반목을 접고 사랑과 평화, 통일을 향해 나아갑시다.”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지나가고 희망찬 병술년(丙戌年) 새해가 다가온다. 이맘때면 하지 못한 일을 아쉬워하고 새로운 해에 기대를 걸어보게 된다. 종교계를 대표하는 지도자들이 내놓은 새해 메시지를 통해 2006년을 맞는 자세를 가다듬어보는 것은 어떨까. ●불교계,“협력하는 삶을” 불교조계종 지관 총무원장은 “우리 마음속 갈등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화해와 협력의 장을 만들어가고, 분노와 증오를 씻어버리고 자비의 마음을 가득 채워가자.”고 말했다. 또 “굶주리고 헐벗은 사람이 없어지고, 일을 하고자 하는 이들은 제자리에서 즐겁게 맡은 바의 일을 하며, 젊은이들은 힘차게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면서 “우리 모두 아집을 버리고 남을 배려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민주시민이 되자.”고 당부했다. 불교태고종 이운산 총무원장은 “인류 최고의 가치는 물질이 아닌 자유와 평화에 있고, 삶의 지표도 탐욕이 아닌 행복추구가 돼야 한다.”면서 “새해에는 혼탁하고 부조리한 사회를 정화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고, 서로 돕고 위하는 조화로운 세상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불교천태종 전운덕 총무원장은 “새해에는 모든 재앙이 사라지고, 진리를 깨달아 갈등과 분열 없는 세상, 평화와 화해가 넘쳐 너와 내가 고루 잘사는 정토세계를 이루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불교진각종 총인 혜일 대종사는 “슬픔과 아픔을 여의고 모두 행복해지도록 행복의 씨앗을 심고, 분별하고 차별하는 마음을 버리고 평등한 세상이 되도록 평등의 씨앗을 심자.”고 말했다. 원불교 이광정 종법사는 “불공의 정신을 일깨워 사람은 물론, 물도 살리고 땅도 살리고 공기도 살리고 미물곤충까지 모두 살려야 한다.”면서 “국가와 기업도 살려 바라는 낙원이 오는 한해가 되길 축원한다.”고 말했다. ●기독교계,“화해와 일치”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대주교는 “새해를 맞아 좋은 꿈들이 다 이뤄지도록 하느님께 청하며, 생명의 신비 안에서 한껏 행복한 삶을 누리기를 기원한다.”면서 “하느님의 은총으로 우리 민족이 하루빨리 하나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박경조 회장은 “한국교회는 더 겸손하게 이 땅의 낮은 곳으로 내려가 민족과 겨레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면서 “이전의 좁고 편협한 신앙의 틀에서 벗어나 분단과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여 화해와 일치와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한반도를 짓누르는 미움과 증오, 반목의 장벽을 걷어내고 생명과 사랑의 기운이 움트게 하며, 새로운 창조의 에너지가 꿈틀대는 희망의 땅을 만들자고 역설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최성규 대표회장은 “2005년은 저출산·고령화 문제, 북핵위기, 일본의 역사왜곡 심화, 국가정체성을 위협하는 도전과 국론분열, 북한동포의 인권문제, 배아줄기세포 논란으로 인한 국민적 공황사태 등 파도처럼 밀려오는 격동의 물살에 압도돼 떠밀리듯 흘러간 순간들이 있었음을 고백한다.”면서 “새해는 한국교회가 스스로 반성하며 하나님을 신뢰하는 기도의 외침으로 역동성을 회복해 이웃과 사회를 섬기며 나라와 민족을 변화시키고 세계선교의 사명을 이루는 그리스도의 은혜가 충만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민족종교 등 “참과 정의” 천도교 한광도 교령은 “우리나라는 마치 60년전 병술년의 사회상을 방불케 하는 갈등과 편가르기가 만연하고, 권력과 금력을 향해 너나 없이 질주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힘 있는 분들이 그 힘을 자제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분들이 소외되는 일이 없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증산도 안운산 종도사는 “새해에는 상극의 원한과 갈등을 넘어 상생, 보은의 도심(道心)이 온누리에 가득하고, 만천하에 참과 정의가 밝게 드러나길 축원한다.”고 말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곽정환 세계회장은 “인류와 세계에 대한 배려 없이 나의 행복이 보장될 수 없고, 종교와 인종간의 화합·협력 없이 평화세계는 이루어질 수 없다.”면서 “이웃과 더불어 사는 화합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베푸는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고,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이념교육과 함께 참사랑을 베풀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우리구 최고야! - 성북] 자랑거리 너무 많아 ‘으쓱’

    [우리구 최고야! - 성북] 자랑거리 너무 많아 ‘으쓱’

    우리 성북구 자랑거리 4가지. 북한산, 북악산, 개운산, 천장산 등 수려한 경관과 푸근하고 정 많은 성북구에 산다는 것이 이만저만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다. 고향 같은 곳이기에 오래 살고 싶은 우리구. 도심 속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하늘길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비롯해 자랑거리도 많다. ●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 건강에 ‘그만´ 자동차 전용도로로만 이용되던 북악스카이웨이에 너비 1∼1.5m의 산책로를 조성했다. 운동시설도 설치하고 아름다운 꽃나무도 식재해 운동과 휴식을 겸할 수 있다. 가족끼리 걷기에도, 도심 속의 여유를 즐기며 건강을 다지기에도 그만이다. ●골목골목 스스로 청소하는 ‘뉴 성북 클린봉사단´ 돋보여 성북구는 뒷골목과 내집 앞, 내 점포 앞 청소는 우리 스스로 해결하자는 슬로건 아래 ‘뉴 성북 클린 봉사단’을 구성, 운영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주축이 돼서 월 2회 운영해오던 ‘클린 성북의 날’을 주1회로 확대한 것이다. 골목별로 활동력 있고, 이웃 주민에게 존경받는 할아버지, 자원봉사자 5∼10명으로 구성된다. 구는 청소 도구와 쓰레기 봉투를 지원해주고, 참여한 주민의 집 대문 입구에 ‘골목 청소 도우미 표찰’를 붙여준다. 봉사 단원들은 매주 수요일, 정해진 책임 구간을 1∼2시간 청소한다. 힘들지만 깨끗이 청소된 골목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돈암동 고명길과 북악산길 일부 구간을 책임지고 있는 도우미 김광열(45)씨는 “처음에는 귀찮았지만 해보니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고 흐뭇해했다. 동부 센트레빌아파트 옆길을 책임지고 있는 도우미 박선희(55)씨는 요즘에는 익숙해져 길을 가다가도 쓰레기가 보이면 자연히 줍게 된다고 말했다. ●원어민과 함께하는 무료 영어캠프 눈길 우리 구에서는 ‘전국에서 으뜸가는 교육 도시 성북 만들기’ 일환으로 우리구 소재 대일외고에서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어권 원어민 교수와 함께하는 영어캠프를 여름과 겨울방학 동안 운영한다.2주의 기간동안 하루 2시간씩 수업을 한다. 수강료는 전액 구청이 지원한다. 캠프에 참여했던 개운초교 이지윤(6)양은 “매일 가는 것이 어려웠지만,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영어를 많이 배워 신난다.”고 말했다. 집중적으로 공부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된 듯싶다. 캠프에 자녀를 보낸 주부 맹정미(45·돈암동)씨는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아이가 계속 참여하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주민 평생 건강검진 프로그램 무료 운영 우리 구에서는 지역주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담배 없는 성북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아 지난해 8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서를 받기도 했다.2003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공로패를 받았다. 구는 사업추진 당시인 2001년 성인 남성 흡연율 56.4%를 2010년까지 30%로 낮출 계획이다. 구 보건소에 있는 지역사회 평생 건강관리 센터에서는 서울대 의과대학과 협약하여 성북구에 거주하는 40∼70세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평생건강관리 건강 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2년마다 1회씩 10년 동안 건강을 체크해주는 것. 건강 관리를 받으러 온 동소문동 주민 홍명순(69)씨는 “건강 검진을 받을까 생각했는데 마침 구에서 무료로 해준다니 너무 좋다.”고 했다. 지난 6월에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내년 2월17일까지 계속된다. 시민기자 문혜현(돈암동)
  • 儒林(486)-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8)

    儒林(486)-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8)

    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8) 불과 10살밖에 되지 않은 율곡이 ‘아, 인생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짧은 일백년이고, 신체는 넓은 바다 가운데 한 개의 좁쌀이라네.’하고 노래한 것은 불교적 사유에 이미 도달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며, 고향을 그리워하며 자신을 헛되이 떠도는 당나귀에 비유하였던 왕찬과는 달리 ‘좋은 경치를 찾아 하늘과 땅을 집으로 삼겠다.’는 문장은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겠다는 불교적 해탈을 꿈꾸는 율곡의 의지를 드러내보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천재소년 율곡은 곧 거친 물결(狂瀾)에 휩싸이게 된다. 즉 다정한 어머니이자 스승이었던 신사임당을 사별하게 되었으며,3년 동안 파주 두문리 자운산의 무덤옆에 여막(廬幕)을 짓고 아침저녁으로 몸소 제사를 올리며 시묘한 후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홀연히 금강산에 입산하여 불교에 귀의하게 되는 것이다. 19살의 율곡은 금강산으로 들어가면서 ‘동문을 나서면서(出東門)’라는 시를 짓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늘과 땅은 누가 열었으며/해와 달은 누가 갈고 씻었는가. 산과 냇물은 이미 무르녹아 어우러져 있고/추위와 더위는 다시 또 서로 갈리는구나. 우리 사람 만물 가운데 있어/지식이 제일 많도다. 어찌 조롱박처럼 되어/쓸쓸이 한 곳에 매여 있으랴. 전 세계와 온 나라 사이에/어디가 막혀 마음껏 놀지 못할까. 저 봄빛 짙어가는 산 천리 밖으로/지팡이 짚고 내 장차 떠나가련다.” 조롱박. 넝쿨에 달려 한 곳에 매여 있는 조롱박.16살의 나이에 출가를 단행하면서 지은 율곡의 시는 이 무렵 율곡이 얼마나 삶의 고통에 매어 달려서 몸부림치고 있었던 할례기(割禮期)였던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음인 것이다. 이처럼 율곡의 청년기는 암중모색(暗中摸索)의 혼돈기였다. 1년 만에 금강산에서 하산한 율곡은 다시 한성부에서 과거시험을 보아 장원급제한다. 이때 율곡의 나이는 21살. 훗날 율곡은 9번이나 과거시험에 수석으로 장원급제하여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으로까지 불렸다. ‘아홉 번이나 장원급제 한 분’이라는 뜻의 이 별칭은 율곡이 우리나라 역사상 보기 드문 수재이자 천재임을 나타내는 용어이지만 그렇다고 율곡이 시험을 볼 때마다 급제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한 사실은 명종 13년(1558년) 이퇴계가 율곡에게 보낸 편지문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통해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젊은 나이에 과거에 오르는 것은 하나의 불행이다.’고 하였으며, 자네가 이번 시험에 실패한 것은 아마도 하늘이 자네를 크게 성취하려는 까닭인 것 같으니, 자넨 아무쪼록 힘을 쓰게나.”
  • [마니아] 용산구청 산행동호회 ‘마루금’ 백두대간 종주

    [마니아] 용산구청 산행동호회 ‘마루금’ 백두대간 종주

    “주말을 이용해 23회에 걸쳐 백두대간을 오르내리며 느낀 것이 많았습니다. 백두대간으로부터 배운 것을 용산구 발전을 위해 풀어내야죠.” 산을 좋아하는 서울 용산구청 직원 5명이 지난해 3월부터 2년에 걸쳐 백두대간 남한 쪽 전구간 734.65km를 밟았다. 지리산 성삼재에서부터 진부령까지다. 이들은 아마추어들이지만 백두대간을 종주하면서 전문 산악인처럼 바뀌었다. 용산구의 대표 ‘산(山)사람’이 된 이들은 “통일이 되면 진정한 백두대간 종주를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입을 모았다. ●산맥과 산맥,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마루금’ 용산구청 주민자치과 박승일(41)씨를 대장으로 김명선(40·원효로 제1동)·서오성(37·총무과)·신성철(34·총무과)·윤일영(52·재난안전관리과)씨 등 5명의 초보 산악인들은 백두대간 종주를 하기 위한 팀 이름을 ‘마루금’이라고 정했다.‘마루금’은 산맥과 산맥,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선이라는 순우리말이다. 평소 산을 좋아하는 박승일씨가 2003년 용산구 직원 전체가 참여한 가을산행 뒤풀이 자리에서 몇몇 친한 사람에게 백두대간 종주를 제의한 것이 ‘마루금’탄생의 시작이다. 백두대간 종주가 얼마나 어려운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지식과 정보는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 단지 ‘한 번 해보자.’는 강한 의지만 있을 뿐이었다. 박승일 대장은 “농담처럼 던진 말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2년 가까이 종주를 하면서 위험한 순간이나 중단될 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동료의식으로 잘 견뎠다.”고 말했다. ●첫 등반때 과태료 물기도 ‘마루금’의 첫 등반은 지난해 3월12일 지리산에서 시작됐다.‘소구간 종주법’(구간을 작게 나눠 종주하는 방법)을 이용해 종주노선은 ‘시남종북형’(始南終北形·남쪽 지리산에서 시작해 북쪽 진부령에서 마치는 유형)을 택했다. 첫 등반부터 ‘마루금’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당시 지리산은 산불방지 출입통제 기간이었기 때문에 산행할 수 없었지만,‘마루금’은 아무것도 모르고 산행을 감행했다. 결국 공무원이 또 다른 공무원인 지리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적발돼 과태료 10만원씩을 부과받은 것이다. 김명선씨는 “서울 용산구청 공무원이라는 사실이 들킬까봐 조마조마했다.”면서 “공무원은 어딜 가도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마루금’은 지리산 천왕봉을 시작으로 설악산 진부령까지 백두대간 굽이굽이 총 734.65km 구간을 23회 산행, 총 42일간의 일정으로 종주에 성공했다. 그동안 오른 산이 지리산·덕유산·속리산·소백산·태백산·오대산·점봉산·설악산 등 이다. 산을 하나하나 오를 때마다 용산구청 직원들의 응원은 계속 늘어갔다. 박승일 대장은 “중간에 포기할 뻔한 적도 있었지만 자꾸 늘어만 가는 구청직원들의 응원과 관심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면서 “이번 백두대간 종주는 결국 용산구청 전체의 힘”이라고 말했다. ‘마루금’의 또 다른 대원인 서오성씨는 “마지막 등반일이었던 10월22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새벽 미시령에서 맞은 하얀 첫눈과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설경은 백두대간 종주 완성을 축하하는 하늘의 선물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마루금’은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고 벌써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백두대간에서 뻗어나간 우리나라 13정맥(남한 9정맥·북한에 4정맥)을 모조리 오르는 것이다. 백두대간 종주의 기쁨을 원동력으로 이르면 내년부터 남한쪽 9정맥을 등반할 계획이다. 또 통일이 되면 나머지 대간과 북한 지역의 4정맥도 올라 반드시 백두대간 13정맥을 넘겠다는 야무진 포부도 밝혔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마루금’ 백두대간 종주일지 (1)성삼재∼만복대∼정령치∼여원재 ▲2004년 3월12일(금)∼3월13(토) ▲백두대간 첫 번째 산행. 산불방지 출입통제 기간에 산행을 했기 때문에 적발돼 과태료 10만원씩 부과받음. (2)여원재∼고남산∼치재∼봉화산∼중재 ▲2004년 4월9일(금)∼4월11일(일) (3)중재∼백운산∼영취산∼육십령 ▲2004년 5월7일(금)∼5월8일(토) (4)중산리∼지리산∼성삼재 ▲2004년 5월23일(일)∼5월25일(화) (5)육십령∼덕유산∼빼재∼삼봉산∼소사고개∼대덕산∼덕산재 ▲2004년 6월10일(목)∼6월13일(일) ▲산장에서 식수도 제대로 구하지 못해 고생. 야박한 식당 주인 때문에 편히 쉬지도 못한 곳. (6)덕산재∼부항령∼삼도봉∼밀목재∼화주봉∼우두령 ▲2004년 7월16일(금)∼7월18일(일) ▲폭우를 온몸으로 맞으면서 산행을 감행.(7)우두령∼황학산∼궤방령∼가성산∼눌의산∼추풍령∼금산∼작점고개 ▲2004년 7월23일(금)∼7월25일(일) (8)작점고개∼용문산∼큰재∼백학산∼지기재∼신의터재 ▲2004년 8월13일(금)∼8월15일(일) (9)신의터재∼화령재∼봉황산∼비재∼형제봉∼속리산∼밤티재 ▲2004년 9월10일(금)∼9월12일(일) (10)밤티재∼청화산∼조항산∼대야산∼버리미기재 ▲2004년 10월8일(금)∼10월10일(일) (11)버리미기재∼희양산∼이화령∼조령산∼조령3관문 ▲2004년 10월22일(금)∼10월25일(월) ▲고도차가 심한 곳이어서 산행이 힘들었지만 가을 단풍의 전경이 힘든 것을 모두 보상해 줬다. (12)조령3관문∼포암산∼대미산∼차갓재 ▲2004년 11월12일(금)∼11월14일(월) (13)차갓재∼황장산∼벌재∼저수재∼도솔봉∼죽령 ▲2004년 12월11일(토)∼12월12일(일) (14)죽령∼소백산∼고치령∼마구령∼갈곶산∼늦은목이 ▲2005년 1월 22일(토)∼1월23일(일) ▲소백산 칼바람을 맞으며 산행했지만 설경의 아름다움은 잊을 수 없는 곳. (15)늦은목이∼선달산∼구룡산∼태백산∼화방재 ▲2005년 3월25일(금)∼3월27일(일) 16화방재∼함백산∼매봉산∼피재∼건의령∼덕항산∼황장산∼댓재 ▲4월15일(금)∼4월17일(일) 17댓재∼두타산∼청옥산∼백봉령 ▲2005년 5월27일(금)∼5월29일(일) 18백봉령∼석병산∼삽당령∼닭목재∼고루포기산∼능경봉∼대관령 ▲2005년 6월10일(금)∼6월12일(일) 19대관령∼선자령∼소황병산∼노인봉∼진고개 ▲2005년 7월15일(금)∼7월16일(토) ▲대관령 드넓은 목초지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 백두대간의 보너스 구간이란 말이 실감난다. 20진고개∼동대산∼두로봉∼약수산∼구룡령 ▲2005년 8월13일(토)∼8월15일(월) 21한계령∼점봉산∼단목령∼조침령∼쇠나드리∼갈전곡봉∼구룡령 ▲2005년 9월23일(금)∼9월25일(일) 22미시령∼공룡능선∼희운각∼대청봉∼한계령 ▲2005년 10월13일(목)∼10월15일(토) 23미시령∼상봉∼신선봉∼병풍바위∼마산∼진부령 ▲2005년 10월21일(금)∼10월23일(일)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꼬물꼬물 쫄깃쫄깃 장어

    꼬물꼬물 쫄깃쫄깃 장어

    가을의 끝자락 쉽게 피로를 느끼거나 오후가 되면 몸이 나른해지는 사람, 코피를 자주 흘리는 허약체질자라면 장어요리에 눈을 돌려보자. 몸을 보하는 음식에 장어만한 것이 또 있을까. 장어는 어떤 음식보다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질이 풍부하다. 일본에서는 스태미나 식품으로 대중화돼 있으며 미국에서는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증, 당뇨병 환자들을 위해 통조림으로 만들어 팔기도 한다. 민물장어, 갯벌장어, 곰장어 등 대표적인 장어요리 전문점을 찾아가 보자. 간단한 장어요리 는 한번쯤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글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민물장어] ●장어와 낙지의 찰떡궁합 임진강 민물장어는 예로부터 유명하다.1㎏에 15만∼18만원이나 할 만큼 값이 비싸지만 자연산 장어만을 찾는 마니아들은 쫄깃하고 차진 임진강 장어 맛을 잊지 못한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법곶동 자유로변에 있는 ‘아리랑 불타는 장어구이’는 임진강 민물장어 전문점이다.“임진강에서는 300g이 안되는 덜 자란 장어는 잡지 않고 놓아줍니다. 나름의 보호조치인 셈이지요. 하지만 워낙 귀한 고기라 저희 가게에서도 원하는 물량의 절반밖에는 사지 못하고 있습니다.” 맛 칼럼니스트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종원(46) 대표는 “최근 중국산 장어에서 발암물질인 말라카이트그린이 검출돼 장어요리집들이 적잖은 타격을 받았지만 국산 장어는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한다. ‘아리랑 불타는 장어구이’에서 특별히 내세우는 요리는 산낙지를 장어 소스에 담갔다가 꺼내 달궈진 석쇠 위에서 구워 장어와 같이 내놓는 장어낙구이(3인분 4만 9000원)와 여기에 전복까지 함께 내놓는 장어전낙구이(3인분 6만 3000원). 살아 있는 전복을 석쇠에 얹어 놓은 상태에서 꿈틀거릴 때 맥주를 살짝 뿌려 구우면 비린내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이곳의 장어는 삼지구엽초·당귀·천궁·구기자 등 40여가지 한약재와 다시마, 무 등을 넣어 만든 육수에 사과·배·민물새우 등을 갈아 만든 소스를 한데 섞어 참숯불 위에서 9번 정도 발라 구워낸다. 청정 해수로 밑간을 맞춰 맛이 아주 담백하다. 겨자와 치자로 물들인 노란무쌈과 백년초로 물들인 분홍색 무쌈에 장어 한 점을 올려 놓아 먹으면 더욱 운치가 있다. 서울에서 자유로를 타고 문산방향으로 가다 5차선이 2차선으로 줄어드는 지점에서 다시 2㎞쯤 직진하면 오른쪽 SK주유소 안에 ‘아리랑 불타는 장어구이’ 간판이 보인다.(031)923-8188. [갯벌장어] ●비리거나 느끼하지 않은 담백한 맛 민물장어가 아닌 갯벌장어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강남구 신사동 ‘퓨·魚’를 가볼 만하다.‘퓨·魚’는 옆에 붙어 있는 한식당 ‘삼원가든’이 제2브랜드로 최근 새롭게 문을 연 갯벌장어 전문점. 갯벌장어는 질 좋은 민물장어를 강화도 갯벌에 뿌려 90일가량 자연 순치시킨 고급 어종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생선이나 갑각류의 치어 같은 천연 먹이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필요없는 지방분이 빠져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 장어 특유의 흙 냄새가 없고 비린맛이 없으며, 육질 또한 탱탱하고 쫄깃쫄깃하다. ‘퓨·魚’의 이기석(36) 조리장은 “갯벌장어는 ‘70%는 자연산’ 장어와 같은 것으로 보면 된다.”며 “갯벌장어는 보통의 민물장어 소스를 바르면 배어들지 않을 정도로 육질이 단단하다.”고 설명한다.‘청결’을 가게의 모토로 삼고 있는 이곳에서는 조미료를 거의 쓰지 않는 대신 향신료로 맛을 내는 것이 특징. 또 대부분이 자체 개발한 요리다. ‘퓨·魚’의 갯벌장어 코스에는 갯벌장어구이 외에 죽류와 땅콩소스를 곁들인 그릴 치킨 샐러드와 두 종류의 스타터, 금일의 요리 등 다양한 먹을거리가 나온다. 갯벌장어코스 2만7000원, 갯벌장어덮밥 2만원. 갯벌장어구이 3만원. 강남 도산공원사거리에서 성수대교 방면으로 300m쯤 내려오면 음식점에 도착한다.(02)544-2590. [민물장어] ●‘포장마차 안주’를 넘어서 곰장어 일명 먹장어는 포장마차 안주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음식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더이상 포장마차에서나 볼 수 있는 사이드 메뉴가 아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신림동 자갈치 숯불 곰장어’는 본격적인 곰장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9년전에 문을 연 이 집은 서울에서 곰장어 전문점으로는 최고의 역사를 지닌 곳 가운데 하나다. ‘신림동 자갈치 숯불 곰장어’ 대표 고희정(42)씨는 “테이블의 화덕을 넣는 곳도 항상 밥그릇처럼 깨끗하게 할 정도로 청결한 것이 이 식당의 특징”이라며 ‘원조’ 곰장어 아줌마로서의 자부심을 내보인다. 식도락가이기도 한 그녀는 “곰장어 맛을 내는 비결은 딱히 없지만 업소용 대신 가정용 참기름을 쓰고, 경북 청송에서 첫 수확한 고춧가루를 직접 가져다 쓰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말한다.“한국에서 먹는 곰장어는 대부분 미국과 캐나다에서 들여오는 것입니다. 베트남산은 크기가 팔뚝만해서 식용으로는 보통 사용하지 않지요.” 최근의 중국산 장어파동과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곰장어는 바다의 펄 속에 주로 사는 원시어류로 꼬리지느러미가 없는 것이 특징.‘신림동 자갈치 숯불 곰장어’의 주 메뉴는 양념곰장어구이와 소금곰장어구이(1인분에 각각 7000원)다. 지하철 2호선 신림역 3번 출구로 나와 서울대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두번째 정거장에서 내리면 신호등 바로 옆에 이 집이 있다.(02)877-1577. ■ 장어가 궁금하세요 ●장어와 복분자 복분자는 장어와 함께 먹으면 비타민 A의 작용을 더욱 활발하게 해 좋다. 특히 고창의 풍천장어와 복분자술은 술과 안주로 뛰어난 조화를 이룬다. ●장어는 냉한 음식? 장어는 성질이 차기 때문에 아랫배가 차거나 손발이 찬 사람, 참외나 수박 등의 과일을 먹으면 설사를 자주 하는 소음인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풍천장어란 전북 고창 선운산 어귀의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인천강 지역이 풍천. 바다에서 태어난 실뱀장어가 민물로 올라와 성장하다 산란을 위해 태평양으로 회유하기 전에 이곳에 머문다. 이 때 잡는 장어가 풍천장어다. 풍천장어는 바닷물살을 가르고 올라올 때 바람이 일어난다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 그러나 자연산 풍천장어는 1970년대 이후 거의 씨가 말랐다. 지금은 고창군에서 갯벌풍천장어를 사육하고 있다. ■ 소스와 재료만드는 법 물 800cc(맥주잔 4잔 정도), 간장 200cc, 설탕 160cc, 정종 40cc, 맛술 20cc, 물엿 40cc, 강엿 소량, 계피 5㎝짜리 1대, 감초 2잎, 사과 반개, 당근 반개, 양파 반개, 통마늘 6개, 대파 2뿌리. 이 재료들을 통에 담고 조린다. 처음에는 센 불에서, 펄펄 끓기 시작하면 중간불로 낮춰 반쯤 줄어들 때까지 계속 조린다.(약 3시간 소요)
  • [클릭 이슈] 기반시설부담금 도입 공청회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5000여평의 연회전문센터를 증축 설계 중입니다. 기반시설부담금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총 230억원 규모의 공사를 하면서 세금 이외 기반시설부담금만 112억원을 냅니다. 건축비의 50%에 달하는 돈입니다. 증축을 하거나 사업을 한다고 해서 그만큼 개발이익이 나는 것도 아닙니다. 사업을 포기해야 할 지경입니다.”(삼정인터내셔널 이강인 대표이사) ●기반시설부담금법 대폭 수정 불가피 11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열린 기반시설부담금법 제정 공청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법 제정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부담금이 과도하고 운영상 문제점이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초 오는 15일 법률심사 소위를 거쳐 전체회의에서 원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지만 대폭적인 수정·보완 지적에 따라 향후 입법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법을 발의했던 열린우리당 정장선 의원 등 여당 의원들마저도 공청회에서 “재건축·재개발에 따라 도로 등 기반시설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부담금 부과는 불가피하지만 법이 너무 획일적이어서 세부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당초 지난 8·31부동산 대책 등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으로 추진된 만큼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 뒤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기반시설부담금법이란 건축물을 지을 때 도로,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설치비의 20%를 수익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다. ●“위축된 부동산시장 더 악화시킨다” 이날 진술인으로 참석한 강운산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과도한 기반시설부담금은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만큼 8·31대책 이후 경기가 위축된 부동산 시장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민간 부담률 20%를 기준으로 우리 나라에서 공시지가가 가장 비싼 서울 명동에 1000평 규모의 상가를 지을 경우 기반시설부담금은 56억원으로 건축비(50억원)의 112% 수준이다. 민간 부담률을 10%로 줄이면 부담금은 28억원(건축비의 56%)이다. 강남에 4억 8000만원짜리 33평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도 부담금이 과도하긴 마찬가지란 주장이다. 민간 부담률이 10%일 때는 부담금이 382만원이지만 20%일 때는 1245만원에 달한다. 이밖에 취득세, 등록세 등 각종 세금(2400만원)까지 합할 경우 세금(3645만원)만 분양가의 8%에 달하게 된다.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은 “부담금이란 이중 부담의 소지가 없어야 하는데 기반시설 부담금은 기반시설의 설치 재원으로 사용될 여지가 있는 조세(취득세·등록세·교육세 등)와 중복돼 이중부담 소지가 높다.”면서 “과도한 부담금은 국민을 봉으로 아는 처사다.”고 반대했다. 열린우리당 주승용 의원도 “부담금이 과도한 만큼 부과율을 조정해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대1 재건축’도 부담금 내라니 삼정인터내셔널 이 대표이사는 “아파트 재개발이나 형질변경 사업은 실현된 이익으로 부담금을 낼 수도 있지만 향후 사업을 통해 이익을 내야 하는 일반 건축 행위에 대해 향후 수십년간 만들 미실현 이익을 세금으로 내란 것은 무리다.”고 하소연을 했다. 강 부연구위원도 “200㎡를 넘는 모든 건축 행위에 대해 부담금을 일괄 규정하게 되면 1대1 재건축처럼 기반시설이 정비된 도심지역의 업무빌딩 등에 대해서도 부담금이 부과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은 “유발행위 없이도 부담금을 내는 것은 모순이다.”면서 “상가, 주택, 주상복합, 창고 등 건축물의 성격은 물론 지역 규모 등 모든 변수를 고려해 부담금을 산정토록 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이밖에 여야 의원들은 기반시설부담금 일부를 중앙정부가 가져가 국가균형발전 사업 등에 쓰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열린우리당 주승룡 의원은 “열악한 지자체에서 쓰기도 빠듯한 기반시설부담금을 국가로 귀속시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도 “기반시설부담금은 기반시설 설치 단위인 기초자치단체에서 사용되어야 하는데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한 재원으로도 쓰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정당성 원칙과 배치된다.”고 말했다. ■ 기반시설부담금 문제점 ●민간부담금 부담률 20%는 과다 ●취득세 등 기반시설 설치에 쓰일 수 있는 조세와 중복될 수 있어 부담금법의 이중부과 불가 원칙 위배 ●상가, 주택, 창고 등 기반시설 설치 필요성 유발 여부 및 정도 고려 없이 동일한 부담금 부과 ●기반시설부담금은 건축행위가 일어난 지자체에서 사용토록 해야함. 국가의 균형발전 재원으로 사용되면 기반시설부담금의 취지인 수익자부담 원칙 위배 ●건축허가 6개월∼2년 이후 공사에 착공하는 데 건축행위 허가로부터 2개월 이내 납부토록 하는 것은 무리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태고종 총무원장에 운산스님

    불교태고종 제23대 총무원장에 현 총무원장인 이운산(64) 스님이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태고종 중앙종회는 10일 서울 신촌 봉원사에서 종회의원 45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91차 정기중앙종회를 열어 단독 입후보한 운산 스님을 새 총무원장으로 선출했다. 운산 스님은 1959년 대승원에서 출가한 뒤 동국대 불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나왔다.한국불교청년회 사무총장, 종단협 상임이사, 중앙종회 부의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재일본 태고종 총본산 금강사 및 천중사 주지, 월간불교 사장, 태고원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조용섭의 산으路]안양·군포·안산 수리산

    [조용섭의 산으路]안양·군포·안산 수리산

    가을이 깊어가는 산자락에 황갈색 신갈나무 낙엽이 두텁다. 모든 게 멈추어버린 듯, 쓸쓸해보이는 숲에도 자연의 순환은 늘 현재진행형이다. 잠시 거친 호흡을 멈추고 자연의 흐름에 조용히 귀 기울여보는 산행은 어떨까. 삶의 터전 가까이서 수많은 사람들을 살갑게 맞이해주는 수리산은 마치 어머니 같은 산이다. 산길은 병목안 안골에서 관모봉에 오른 뒤, 태을봉∼슬기봉∼수암봉을 잇는 능선산행 후 새미골로 하산하는 코스로 잡았다. 시민공원 조성공사로 어수선한 들머리를 지나 석탑사이에 들어선다. 관모봉 오름길은 몇 갈래가 있다. 어느 쪽이든 비슷한 시간대(50분)에 오를 수 있다. 백영약수터에서 식수를 채우고 완만한 오름길을 오르면 관모봉(426m)을 약 150m 앞둔 능선에 닿는다. 왼쪽으로 이동하여 관모봉에 서면, 안양, 군포 쪽의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정면(서쪽) 멀리 광교산에서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한남정맥마루금도 아스라이 보인다. 관모봉을 되돌아 나와 잘 닦여진 능선을 20분 남짓 오르면 상봉인 태을봉(489m)에 닿는다. 정상 오르기 전의 갈림길에서 직진하는 길은 능선길. 두 길은 이내 다시 만난다. 태을봉을 내려서면 병풍바위를 비롯한 멋진 암릉지대가 나타난다. 벼랑을 이룬 모습이 아찔하건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유있게 지난다.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다. 진행방향 정면, 산줄기를 짓누르듯 들어서 있는 시설물의 모습이 답답하다. 북쪽(오른쪽) 산자락 아래로는 골짜기를 따라 깊숙이 들어온 병목안의 모습이 아득하다. 골짜기 건너 맞은편에 우뚝 솟구친 봉우리가 바로 수암봉이다. 칼바위 등 아기자기한 바위지대를 지나 산본아파트 단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슬기봉을 지나면 사거리 안부에 닿는다. 왼쪽은 산본, 오른쪽은 병목안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정면 능선으로 잠시 오르면 오른쪽으로 등산로를 가리키는 작은 안내 팻말이 있다. 이 길은 군부대가 있는 수리봉(475m)을 우회해서 부대 정문 앞 비포장 도로로 이어진다.2군데 길이 있으나 왼쪽 윗길은 매우 위험하니 주의해야 한다. 아랫길을 택해 내려서면 가느다란 밧줄이 방향을 인도하며 급사면의 산자락을 가로지르며 이어진다. 도로에서 잠시 내려서다가 왼쪽 컨테이너박스가 있는 공터에서 다시 능선으로 오른다. 한참동안 철조망이 함께하는 이 산길은 한남정맥마루금이기도 하다. 진행방향 정면, 흰 바위 얼굴의 수암봉이 더없이 아름답다. 편안한 길을 내려서면 네거리 갈림길. 왼쪽은 안산, 오른쪽은 병목안 3삼림욕장으로 내려서게 된다. 수암봉 오름길은 온통 바윗길로, 로프를 묶어 둔 굴참나무 수피가 반들반들하다. 수암봉에서 바라보는 태을봉 방향의 산줄기는 그 높이에 비해 사뭇 장중한 느낌이다. 서쪽으로 안산과 시흥으로 펼쳐지는 조망도 시원스럽다. 새미골로 하산하려면 올랐던 길을 되돌아 내려와 헬기장 조금 못 미친 지점에서 왼쪽 숲속으로 들어서야 한다.(수-2안내판). 수리산 종주를 하려면 정상에서 소나무 쉼터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새미골은 짧고 좁은 계곡이지만 인적이 드물고 낙엽이 수북이 쌓인 깨끗한 산자락을 지니고 있어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다. 곳곳에 반딧불이 생태공원이 조성되고 있다. 골짜기를 차츰 벗어나자 숲을 불면에 들게하는 굉음이 요란하다. 고속도로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서면 교각 아래의 주차장에 닿는다. ?자가용:안양역 앞∼삼원극장∼수리산유원지 ?대중교통:안양시내버스 창박골 행 10,13,16,11-3(잠실)번 이용. 지하철 안양역 ?수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cafe.daum.net/susasa)
  • 항모급 유조선 ‘유니버설 퀸’ 취항

    현대상선이 7년 만에 건조·취항한 신형 유조선 ‘유니버설 퀸’호와 대통령 내외의 인연이 화제다. 현대상선은 9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 박맹우 울산시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 등 각계인사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1만t(DWT·재화중량톤)급 초대형 유조선(VLCC) ‘유니버설 퀸(Universal Queen)’호의 명명·취항식을 가졌다. 유니버설 퀸호는 길이 333m, 폭 60m, 높이 29.6m로 축구경기장 크기의 3배이며,63빌딩(지상 249미터)보다 84m나 더 높다. 성인(몸무게 60㎏ 기준) 500만명이 동시에 승선할 수 있는 항공모함급으로,1회 취항에 국내 일일 원유 소비량과 맞먹는 2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수송할 수 있다. 99년 이희호 여사에 이어 6년 만에 ‘퍼스트레이디’ 스폰서(선박의 명명자로서 통상 여성이 맡음)로 참석한 권양숙 여사는 “유니버설 퀸호는 노무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 재임시 도입을 추진한 선박투자회사를 활용해 건조한 첫 선박이어서 각별한 감회를 느낀다.”면서 “이 제도는 외환위기 여파로 해운산업이 크게 위축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혁신방안으로 혁신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선박투자회사는 해운회사들이 선박건조를 위해 해외자금을 빌려오는 대신 국내 투자자들과 금융기관 차입금으로 선박을 건조해 해운회사에 빌려주고 그 대가로 대선료를 받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제도. 해수부가 노 대통령이 장관으로 재직중이던 2001년 관련법을 입안한 뒤 지금까지 34척이 이 제도로 건조됐다. 유니버설 퀸호는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기관 차입금과 일반 투자자들이 모은 6800만달러로 발주됐다. 현정은 회장은 “유니버설 퀸호 인수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한 현대상선의 제2의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현대그룹의 새로운 도전과 비상을 위한 중요한 교두보”라고 말했다.박정현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