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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참모의 자격/임일영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참모의 자격/임일영 정치부 차장

    참모로 산다는 것은 고된 일이다. 대통령의 비서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참여정부 민정수석으로 보낸 첫 1년 동안 치아를 10개쯤 뽑았다고 했다. 압박과 고통은 짐작조차 어렵다. 비서관부터 수석(비서관), 실장까지 직위가 올라갈수록 책임도 가중된다. 단 어떤 경우에도 참모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를 앞세워선 안 된다. ‘비서’임을 잊고,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면 궤도를 이탈하게 된다. 소명의식을 잃은 채 안팎의 정치에 매달리게 된다. 6·17 부동산 대책으로 민심이 들끓던 지난 2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솔선수범을 강조하며 법적으로 처분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이달 중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할 것을 강력 권고했다. 권고 형식이지만, 따르지 않는다면 인사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내비쳤다. 당시 김조원 민정수석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노 실장이 비슷한 취지의 권고를 했을 때도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관급 이상 참모 중 다주택자는 11명(이미 몇몇은 처분)이지만, 세간의 시선은 오롯이 김 수석에게 쏠려 있다. 참여정부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과 공직기강비서관으로 호흡을 맞췄던 오랜 인연, 공직기강과 인사검증 등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의 상징성을 지닌 그가 서울 강남에 ‘똘똘한 두 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10일쯤 남았다. 김 수석이 집을 팔지 않고 청와대에 남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분양권이어서, 세종으로 복귀할 거라서, 가족이 살고 있어서, 상속을 받아서’ 등 불가피함을 호소하던 이들도 서두르고 있다. 최악은 김 수석을 비롯한 일부 참모가 ‘직’을 버리고 ‘집’을 택하는 경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회 개원 연설에서 “투기 억제와 집값 안정을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정작 참모들이 ‘강남불패’의 끈을 놓지 못했다고 국민은 받아들일 터. 비서실장의 지시에도 무게가 실리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민심에 기름을 끼얹는 것은 물론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는 기대하기 어렵다. 청와대 참모가 강남에 집이 있다고 해서 잘못은 아니다. 애초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처분은 부동산 대책의 본질이 아니었다. 공급 측면에서 미칠 영향도 미미하다. 대통령도 청와대발 다주택 처분 권고가 공직사회 전반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을 마땅찮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정청이 들끓는 민심을 수습하고자 이 문제를 끌어들인 순간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됐다. 대통령의 참모라면 ‘처신’이 달라야 한다. 솔선수범에 대한 기대치가 옅어진 지 오래지만, 국민에겐 허탈함과 냉소만 남을지도 모른다. 총선 직후 70%에 육박하다가 40%대 중반까지 곤두박질친 국정지지율의 앞자리 숫자가 ‘3’으로 바뀌는 촉매제가 될 것이란 우려마저 적지 않다. 국면 전환용 인사를 하지 않는 게 지금껏 문 대통령이 지켜 온 소신이다. 하지만 일부 참모들이 경제적 욕망에 충실한 선택을 한다면 개편이 불가피하고, 이와 연동된 개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면 인사의 기대 효과는 떨어진다. 참모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하고, 국정의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전부 비서일 뿐인데 그걸 망각한 것 같다. 청와대 경력을 디딤돌로 정치적 욕망을 실현하거나 장삼이사처럼 경제 논리대로 움직이려 했다면 애초 들어가지 말았어야 한다”며 “참모 자격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 소명의식이 남아 있길 기대할 뿐”이라고 했다. argus@seoul.co.kr
  •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통영에서 백석의 침묵을 생각하다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통영에서 백석의 침묵을 생각하다

    그의 죽음 이후 내내 너무나 답답하고 우울한 마음이었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마침 예정된 일정이 있어 통영행 버스를 탔다. 1박 2일간의 통영 여정을 위해 책 한 권을 배낭에 넣었다. 시인 백석을 다룬 김연수 신작 장편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이었다. 윤이상, 박경리, 유치환, 전혁림…. 통영은 갈 때마다 가슴 설레게 하는 존재를 펼쳐 보이곤 한다. 이번 통영 여정을 통해서는 무엇보다 시인 백석의 흔적과 그토록 안타까운 실연의 마음을 보듬어 보고 싶었다. 청정한 여름 날씨였던 지난 금요일 아침에 충렬사 건너편에 있는 백석 시비 앞에 섰다. 백석이 1936년 1월 23일 조선일보에 발표한 시편 ‘통영’이 새겨져 있다. 이 작품은 백석이 문우였던 소설가 허준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만나 첫눈에 반한 박경련을 생각하며 쓴 시다. 그 무렵 백석은 그녀가 살던 통영 명정골을 방문했으나 결국 만나지 못했다. 백석이 수심에 잠겨 박경련을 생각했던 충렬사 계단에 앉아 그 처연한 심경을 상상해 보았다. ‘흰 바람벽이 있어’를 비롯한 백석의 시편 곳곳에 그녀를 향한 진한 그리움과 회한의 정서가 배어 있다. 통영의 거리거리를 정처 없이 걷다가 카페에서 ‘일곱 해의 마지막’을 펼쳤다. 소설은 1957년부터 1963년에 이르는 백석의 북한 시절을 다룬다. 그토록 쓰고 싶던 시보다 외국문학 번역에 매진했던 백석의 모습을 김연수 특유의 단아하고 서정적 문체로 묘사한다. 그 이후 백석은 죽음에 이르는 시간(1996)까지 시를 발표하지 못했다. 1959년부터 백석은 북한의 아주 오지인 양강도 삼수군의 국영 축산장에서 양을 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소설은 자신에게 주어진 그 낯선 일을 묵묵히 수행하던 백석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 준다. 작가의 해석에 따르면 백석은 자신의 자유로운 시가 통용되지 않는 사회에서 “죽는 순간까지도 그가 마음속에서 놓지 않았던 소망”을 간직하며 살아갔다. 그런 사회가 그에게 마음의 지옥이었을까? 그것은 알 수 없다. 다만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시인 백석이 북한에서 말년의 30여년 동안 시를 발표하지 못했다는 객관적인 사실만이 남아 있다. 작가는 백석의 실제 인생과 개연성 있는 허구를 절묘하게 결합해 창의적인 스토리를 펼쳐 놓는다. 마치 실제로 있음직한 백석의 고뇌와 고독을 묘사한 소설 내용은 마음을 후벼 판다. ‘작가의 말’에는 “그는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의 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통영을 둘러보고 ‘일곱 해의 마지막’을 읽으며 오랜 세월 동안 시를 쓸 수 없었던 북한에서의 백석에 대해 상상해 보았다. 한 사회의 지배 이념과 어긋나는 내용의 시를 발표할 수 없는 상태는 문화적 야만의 다른 이름이겠다. 마음과 생각이 갈라진 우리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실제 대화는 물론이려니와 소셜미디어에서도 극심한 의견 대립을 겪으며 때로는 침묵할 수밖에 없는 순간을 견디고 있다. 정치적 쟁점에 대한 자체 검열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필요한 사회적 진통이라 하기에는 소모적인 면도 크다. 김연수는 ‘일곱 해의 마지막’에서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있는 것, 어떤 시를 쓰지 않을 수 있는 것, 무엇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적었다. 그의 죽음 이후 며칠간은 그야말로 ‘말하지 않을 수 있는 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생각과 입장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 날 선 증오와 경멸이 넘치는 이 시대에 누구나 애틋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백석이란 존재가 있다는 것, 백석의 고독과 침묵에 대해 쓰는 작가가 있다는 것은 상처받은 우리에게 커다란 위안이다. 동피랑 언덕에서 통영의 야경을 바라보며 시대의 우울을 잠시 잊은 하루였다.
  • 우정과 사랑, 그 사이를 헤엄치는 영법

    우정과 사랑, 그 사이를 헤엄치는 영법

    강에서 똑바로 앞을 향해 헤엄치면 엉뚱한 곳에 가 닿는다. 물살 때문이다. 마티아스(가브리엘 달메이다 프레이타스 분)도 그랬다. 새벽에 그는 강에서 수영을 하다 전혀 의도치 않은 곳에 도착한다. 마티아스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지난밤 그는 죽마고우 막심(그자비에 돌란 분)과 딥키스를 했다. 일부러 한 건 아니었다. 또 다른 친구의 동생이 찍는 영화에 마지못해 출연했을 뿐이다. 만약 막심과 딥키스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비록 내기에서 졌다 해도 촬영을 한사코 거부했으리라. 그는 막심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낀 적이 없으니까. 마티아스는 둘 사이의 관계는 우정이지 사랑이 아님을 확신하고 있다. 그런데 카메라 앞에서 막심과 딥키스를 하고 난 다음 마티아스는 멍해졌다. 그는 막심을 향한 자신의 마음이 우정에서 사랑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휩싸였다. 딥키스를 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방아쇠를 당겼고 총알은 발사됐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마티아스는 똑바로 앞을 향해 헤엄치고 있다고 여겼을 테지만, 물살이 센 강물은 그를 예상치 못한 장소에 데려다 놓았다. 아직 본인의 변화를 직시할 용기가 마티아스에게는 없다. 막심과의 만남을 피하고 그와 거리를 두려 한다. 그러다 보니 마티아스의 언행은 부자연스러워졌다. 불안하고 폭력적인 모습마저 보인다. 마티아스의 변모를 막심이 눈치 채지 못했을 리 없다. 막심도 마티아스만큼이나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다만 거기에만 신경 쓰기에 막심에게 주어진 삶의 과제가 만만찮았다. 호주에 일자리를 얻어 얼마 뒤면 캐나다를 떠날 예정이었고, 금치산자인 엄마를 홀로 돌보고 있던 터라 이에 관한 처리도 미리 해 두어야 했다.둘 사이의 관계가 우정에서 사랑으로 전환됐다 해도 결과는 달라질 게 없다. 막심과 마티아스는 곧 헤어질 운명이다. 그렇지만 서로가 공유하게 된 특별한 정서를 이해하려는 노력까지 쓸모없지는 않다. 들여다보고 대화함으로써 두 사람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게 된 삶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감독으로서 돌란은 이런 과정을 ‘마티아스와 막심’에게 담았다. 하나도 같은 리듬이 없다. 그는 때로는 느린 속도의 영상으로 급격한 감정의 진폭을 표현해 내고, 때로는 빠른 속도의 영상으로 섬세한 사건의 이면을 포착해 낸다. 장면의 병치와 대칭은 마티아스와 막심의 교차하는 심리 그 자체이고, 자칫하면 치기로 느껴질 법도 한데 돌란은 능숙하게 기법을 서사에 녹여 낸다. 그의 감각은 여전히 승하지만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돌란은 천재에서 대가로 진화 중이다. 강 건너 목적지에 제대로 도달하려면 나아가는 방향은 비스듬해야 한다. 마티아스는 몰랐으나 막심 그리고 돌란은 그 사실을 안다.
  • “미래 기술 선점하라” G2 메가시티 ‘열전’

    “미래 기술 선점하라” G2 메가시티 ‘열전’

    최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으로 촉발된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끝내는 행정명령과 홍콩보안법 관련자들과 거래하는 은행을 제재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무역전쟁에서 시작된 갈등에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 대만 독립 문제까지 더해져 이제 양국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양국이 ‘신냉전’에 돌입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두 나라의 혁신을 주도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와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는 미래 기술을 선점하고자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미 두 도시는 오래전부터 ‘열전’에 돌입했다. 전 세계를 이끄는 두 메가시티의 현황을 살펴봤다.■혁신 테스트베드 된 美 샌프란시스코 ‘나스닥지수 1만 돌파를 이끈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220조원) 클럽 4곳의 본거지’ ‘공유경제부터 인공지능(AI), 자율주행까지 미래산업의 요람’.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미국 서부의 메가시티 샌프란시스코를 수식하는 매력적인 키워드들이다. 알다시피 샌프란시스코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혁신 테스트베드(시험장)다. 도시 곳곳을 누비는 자율주행 차량이나 배달용 무인 로봇이 여기서는 낯선 모습이 아니다.캘리포니아의 건조한 기후와 사막 지역의 저렴한 지대(地代), 스탠퍼드·버클리 등이 배출하는 우수한 인재가 결합해 반도체 산업이 꽃핀 실리콘밸리가 전 세계 정보기술(IT)의 메카로 떠오른 건 1970년대다. 애플과 인텔의 성공신화는 5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두뇌와 자본을 잘 버무리는 샌프란시스코의 창업 시스템은 이스라엘과 핀란드, 아일랜드, 한국 등이 꾸준히 벤치마킹하는 모델이다. 그러나 이곳의 창의성과 파급력은 어느 국가나 도시도 따라오지 못한다. 샌프란시스코의 4차 산업혁명 역량은 미국을 거세게 추격하는 중국을 압도할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는 1990년대 ‘닷컴 열풍’으로 넷스케이프와 야후, 시스코시스템 등 인터넷 관련 기업들이 대거 쏟아져 소프트웨어(SW) 스타트업들의 성지가 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기술주 거품이 꺼지고 나스닥 지수도 폭락해 일각에서는 “실리콘밸리는 운명이 다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실리콘밸리의 실험은 이어졌다. 구글이 새로운 방식의 검색 엔진을 들고 나와 세상을 놀라게 했고 애플도 MP3플레이어 ‘아이팟’을 출시해 재기에 성공했다. 페이스북(2003)과 유튜브(2005), 트위터(2006), 우버·에어비앤비(2008)가 모두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했다. 지금 샌프란시스코는 5세대(5G) 통신망을 기반으로 공유경제와 자율주행, AI 등 전방위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성공 비결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창업 도전자가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투자 문화와 명시적으로 금지한 것 외에는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혁신의 주도권을 시장에 맡기고 업계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는 정부의 노력이 그것이다. 덕분에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주가가 급등해 ‘표정관리’ 중이다. 비대면 기술과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폭발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5개사의 시가총액은 올해 초 5조 230억 달러에서 지난달 말 6조 700억 달러로 20% 넘게 늘었다. 실리콘밸리의 전기차 스타트업 테슬라도 80년 역사의 도요타를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자동차 회사로 올라섰다. 이들 기업의 선전으로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도 1971년 출범 이후 49년 만에 1만선을 돌파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변화의 속도 또한 엄청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의 4대 기술주는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이었지만 요즘은 ‘MAGA’(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애플)로 대체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에서 수십년째 ‘4대 그룹’(삼성·SK·LG·현대차) 구도가 이어지는 것과 대비된다. 이들 MAGA 기업은 모두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넘는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대륙의 4차 산업혁명 이끄는 中 선전 미국에서 샌프란시스코가 혁신을 이끈다면 중국에서는 선전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광둥성 광저우와 홍콩 사이에 있는 선전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 30만명의 작은 어촌 마을이었다. 하지만 1979년 ‘개혁개방 설계사’ 덩샤오핑(1904∼1997)이 이곳을 경제특구로 지정하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홍콩과 마카오 자본으로 경공업 공장을 운영하던 선전은 2000년대부터 미국의 전자산업 하청기지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렇게 습득한 선진 기술을 토대로 최근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시대의 흐름을 이끄는 업종을 지속적으로 발굴한 덕분에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가 됐다. 1980년 선전의 국내총생산(GDP)은 1억 5000만 위안(당시 환율 기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조 6900억 위안(약 460조원)으로 200배 가까이 늘었다. 선전의 경제 규모는 핀란드나 그리스 등 어지간한 유럽 국가보다 크다. 2018년에는 홍콩도 넘어섰다.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챗’을 운영하는 텅쉰(텐센트)과 중국 1, 2위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중싱통신(ZTE),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 다장(DJI),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이 지분을 인수해 유명해진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등이 여기에 본사를 두고 있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행사인 ‘국제전자제품전시회’(CES)에 참가하는 중국 업체 1300여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선전에 자리잡은 기업들이다. 지금 이곳의 대표 기업은 단연 텐센트다. 세계 최대 게임 콘텐츠 회사이자 중국 최대 SNS 회사로 코로나19 사태에도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클라우드 서비스 등 미래 산업 전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클래시 오브 클랜’, ‘브롤스타즈’를 만든 게임회사 슈퍼셀(핀란드)과 세계 1위 e스포츠인 ‘리그 오브 레전드’를 개발한 라이엇게임즈(미국)가 텐센트 소유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와 국내 대표 SNS 업체 카카오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7000억 달러 정도로 알리바바와 함께 ‘글로벌 톱10’을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정보기술(IT)을 총동원해 에너지·운송·물류 효율을 극대화한 신도시 ‘넷시티’를 건설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선전은 ‘창업 용광로’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 용산 전자상가의 20배가량 되는 화창베이 단지에는 전자제품 생산에 필요한 모든 재료와 부품이 구비돼 전 세계 스타트업들이 이곳으로 모여든다. 구글과 애플도 여기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치했다. 선전의 성공신화는 ‘가능한 한 모든 것을 허용한다’는 중국 정부의 육성 철학과 14억 인구의 거대한 시장을 정복하려는 담대한 도전자를 키우는 중국 대기업들의 지원 문화가 만든 합작품이다. 텐센트의 도움으로 초고속 성장 중인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는 알리바바, 징둥 같은 ‘넘사벽’(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상대)을 상대로 “산에 호랑이가 있어도 우리는 산에 오른다”며 도전장을 냈다. 세계 최초로 폴더블 스마트폰을 발표한 선전의 유니콘 기업 ‘로율’ 역시 스마트폰 절대강자인 삼성전자·화웨이 앞에서 “미래를 예측하지 말고 창조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미래 기술 선점하라” G2 메가시티 ‘열전’

    “미래 기술 선점하라” G2 메가시티 ‘열전’

    최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으로 촉발된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끝내는 행정명령과 홍콩보안법 관련자들과 거래하는 은행을 제재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무역전쟁에서 시작된 갈등에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 대만 독립 문제까지 더해져 이제 양국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양국이 ‘신냉전’에 돌입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두 나라의 혁신을 주도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와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는 미래 기술을 선점하고자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미 두 도시는 오래전부터 ‘열전’에 돌입했다. 전 세계를 이끄는 두 메가시티의 현황을 살펴봤다.【 혁신 테스트베드 된 美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로 대표… 미래 산업의 요람 네거티브 규제·민간주도·패자부활 문화 구글 검색엔진·애플 아이팟… 재기 성공 AI 등 5G통신망 기반 전방위 영토확장 ‘FANG→MAGA’ 4대 기술주 변화 눈길 비대면 기술 폭발로 5개社 시총 6조 달러‘나스닥지수 1만 돌파를 이끈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220조원) 클럽 4곳의 본거지’ ‘공유경제부터 인공지능(AI), 자율주행까지 미래산업의 요람’.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미국 서부의 메가시티 샌프란시스코를 수식하는 매력적인 키워드들이다. 알다시피 샌프란시스코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혁신 테스트베드(시험장)다. 도시 곳곳을 누비는 자율주행 차량이나 배달용 무인 로봇이 여기서는 낯선 모습이 아니다. 캘리포니아의 건조한 기후와 사막 지역의 저렴한 지대(地代), 스탠퍼드·버클리 등이 배출하는 우수한 인재가 결합해 반도체 산업이 꽃핀 실리콘밸리가 전 세계 정보기술(IT)의 메카로 떠오른 건 1970년대다. 애플과 인텔의 성공신화는 5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두뇌와 자본을 잘 버무리는 샌프란시스코의 창업 시스템은 이스라엘과 핀란드, 아일랜드, 한국 등이 꾸준히 벤치마킹하는 모델이다. 그러나 이곳의 창의성과 파급력은 어느 국가나 도시도 따라오지 못한다. 샌프란시스코의 4차 산업혁명 역량은 미국을 거세게 추격하는 중국을 압도할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는 1990년대 ‘닷컴 열풍’으로 넷스케이프와 야후, 시스코시스템 등 인터넷 관련 기업들이 대거 쏟아져 소프트웨어(SW) 스타트업들의 성지가 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기술주 거품이 꺼지고 나스닥 지수도 폭락해 일각에서는 “실리콘밸리는 운명이 다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실리콘밸리의 실험은 이어졌다. 구글이 새로운 방식의 검색 엔진을 들고 나와 세상을 놀라게 했고 애플도 MP3플레이어 ‘아이팟’을 출시해 재기에 성공했다. 페이스북(2003)과 유튜브(2005), 트위터(2006), 우버·에어비앤비(2008)가 모두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했다. 지금 샌프란시스코는 5세대(5G) 통신망을 기반으로 공유경제와 자율주행, AI 등 전방위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성공 비결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창업 도전자가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투자 문화와 명시적으로 금지한 것 외에는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혁신의 주도권을 시장에 맡기고 업계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는 정부의 노력이 그것이다. 덕분에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주가가 급등해 ‘표정관리’ 중이다. 비대면 기술과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폭발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5개사의 시가총액은 올해 초 5조 230억 달러에서 지난달 말 6조 700억 달러로 20% 넘게 늘었다. 실리콘밸리의 전기차 스타트업 테슬라도 80년 역사의 도요타를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자동차 회사로 올라섰다. 이들 기업의 선전으로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도 1971년 출범 이후 49년 만에 1만선을 돌파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변화의 속도 또한 엄청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의 4대 기술주는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이었지만 요즘은 ‘MAGA’(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애플)로 대체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에서 수십년째 ‘4대 그룹’(삼성·SK·LG·현대차) 구도가 이어지는 것과 대비된다. 이들 MAGA 기업은 모두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넘는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대륙의 4차 산업혁명 이끄는 中 선전】 작은 어촌마을, 경제특구 지정 후 급성장 2000년대 美 전자산업 하청기지로 두각 작년 GDP 460조원… 20년새 200배 늘어 中 IT공룡 ‘텐센트’, 넷시티 건설 포부 밝혀 구글·애플 R&D센터 등 ‘창업 용광로’ 유명 中정부 육성 철학·대기업 지원문화 ‘합작’미국에서 샌프란시스코가 혁신을 이끈다면 중국에서는 선전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광둥성 광저우와 홍콩 사이에 있는 선전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 30만명의 작은 어촌 마을이었다. 하지만 1979년 ‘개혁개방 설계사’ 덩샤오핑(1904∼1997)이 이곳을 경제특구로 지정하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홍콩과 마카오 자본으로 경공업 공장을 운영하던 선전은 2000년대부터 미국의 전자산업 하청기지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렇게 습득한 선진 기술을 토대로 최근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시대의 흐름을 이끄는 업종을 지속적으로 발굴한 덕분에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가 됐다. 1980년 선전의 국내총생산(GDP)은 1억 5000만 위안(당시 환율 기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조 6900억 위안(약 460조원)으로 200배 가까이 늘었다. 선전의 경제 규모는 핀란드나 그리스 등 어지간한 유럽 국가보다 크다. 2018년에는 홍콩도 넘어섰다.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챗’을 운영하는 텅쉰(텐센트)과 중국 1, 2위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중싱통신(ZTE),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 다장(DJI),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이 지분을 인수해 유명해진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등이 여기에 본사를 두고 있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행사인 ‘국제전자제품전시회’(CES)에 참가하는 중국 업체 1300여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선전에 자리잡은 기업들이다. 지금 이곳의 대표 기업은 단연 텐센트다. 세계 최대 게임 콘텐츠 회사이자 중국 최대 SNS 회사로 코로나19 사태에도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클라우드 서비스 등 미래 산업 전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앵그리 버드’를 만든 게임회사 슈퍼셀(핀란드)과 세계 1위 e스포츠인 ‘리그 오브 레전드’를 개발한 라이엇게임즈(미국)가 텐센트 소유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와 국내 대표 SNS 업체 카카오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7000억 달러 정도로 알리바바와 함께 ‘글로벌 톱10’을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정보기술(IT)을 총동원해 에너지·운송·물류 효율을 극대화한 신도시 ‘넷시티’를 건설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선전은 ‘창업 용광로’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 용산 전자상가의 20배가량 되는 화창베이 단지에는 전자제품 생산에 필요한 모든 재료와 부품이 구비돼 전 세계 스타트업들이 이곳으로 모여든다. 구글과 애플도 여기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치했다. 선전의 성공신화는 ‘가능한 한 모든 것을 허용한다’는 중국 정부의 육성 철학과 14억 인구의 거대한 시장을 정복하려는 담대한 도전자를 키우는 중국 대기업들의 지원 문화가 만든 합작품이다. 텐센트의 도움으로 초고속 성장 중인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는 알리바바, 징둥 같은 ‘넘사벽’(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상대)을 상대로 “산에 호랑이가 있어도 우리는 산에 오른다”며 도전장을 냈다. 세계 최초로 폴더블 스마트폰을 발표한 선전의 유니콘 기업 ‘로율’ 역시 스마트폰 절대강자인 삼성전자·화웨이 앞에서 “미래를 예측하지 말고 창조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배신한 中 더 조인다” “모욕 준 美 받아친다”

    “배신한 中 더 조인다” “모욕 준 美 받아친다”

    지금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끝을 알 수 없는 긴 터널 속에 있다’는 비유가 적절해 보인다. 두 나라가 수교한 뒤로 최악의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국은 필연적으로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떠올리게 한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물러나면 양국 갈등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한 충돌은 피할 수 없다”는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 중국은 어떤 나라일까.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에 미국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미중 각자의 관점에서 서로에 대한 속내를 들여다봤다.■“中 어떡하나”… 세계 최강대국 美의 속내 1971년 7월 9일 미국의 외교 전략가로 유명한 헨리 키신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했다. 두 나라의 데탕트(긴장 완화)를 알리는 서막이었다. 일주일 뒤인 15일 리처드 닉슨(1913~1994) 미 대통령은 방송을 통해 키신저의 방중을 알리며 “중국 정부가 자신을 초청해 이를 수락했다”고 알렸다. 닉슨은 “7억 5000만 중화인민공화국의 참여 없이 세계 평화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5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2020년. 이제 수도 워싱턴에서 닉슨 행정부처럼 중국에 우호적 입장을 가진 이들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미중 수교는 소련에 대한 견제의 성격이 강했다. 사회주의 중국을 세운 마오쩌둥(1893~1976)은 1969년 중소 국경분쟁 당시 소련의 군사력을 체감하고 두려워했다. 닉슨 대통령도 자국의 패권에 도전하려는 소련을 봉쇄해야겠다고 느꼈다. ‘적의 적은 동지’라는 공감대를 통해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가 구현됐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2001)도 양국의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고자 애쓴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만 워싱턴이 미래를 정확히 내다볼 수 있었다면 굳이 베이징에 손을 내밀 필요가 없었다. 소련은 내부 모순 때문에 스스로 무너질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소련의 붕괴 뒤로 사회주의 국가의 맹주를 자처했다. 미국의 배려로 WTO에 가입해 세계 최대 수출국으로 우뚝 섰음에도 미국 주도 국제질서인 ‘팍스 아메리카나’를 거부하고 자국 중심의 ‘팍스 시니카’를 추구하려고 한다. 최근에는 아예 러시아와 손잡고 미국을 견제하고 있다. 베이징에 대한 미국의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다.워싱턴은 공화당·민주당에 관계없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 집중하던 미국의 외교·군사정책을 아시아로 옮겨 중국을 견제하려는 ‘피봇 투 아시아’(아시아 중시)는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외교 정책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력충돌을 불사하는 수준의 말 폭탄을 쏟아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989년 베이징에서 톈안먼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경제제재를 주도하며 대량살상 책임을 물었다. 중국은 톈안먼 관련자 일부를 석방하며 국제사회에 고개를 숙였다. 이달 1일부터 베이징은 서구 세계의 반대에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을 강행했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서 톈안먼 사태 당시 수뇌부가 보여준 불안감이나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다.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두 나라가 손을 잡은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워싱턴에는 ‘미국이 바란 이상적인 관계를 만들지 못했다’는 인식이 퍼졌다”면서 “워싱턴의 현실주의는 베이징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한다”고 진단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美 어떡하나”… 세계 2위 경제대국 中의 속내 “인류의 4분의1을 차지하는 중국인들이 일어섰다. 다시는 (외세에) 모욕받지 않을 것이다.” 신중국(사회주의 중국)을 세운 마오쩌둥 공산당 주석이 1949년 10월 1일 건국행사에서 이같이 선언한 지 71년이 지났다. 19세기부터 서구 열강의 혹독한 지배를 받은 중국은 이제 마오의 바람대로 누구도 모욕할 수 없는 대국으로 거듭났다. 미국 한 나라만 빼고 말이다. 영국 경제경영연구소(CEBR)는 “2033년쯤 중국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대해 일부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그간 미국은 자국 GDP의 40%에 근접하는 나라가 나타나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너뜨렸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1970~1990년대에 구소련과 일본, 독일 등이 미국의 군사 압박과 환율 재평가 요구를 버티지 못하고 패권 경쟁에서 밀려났다. 그런데 중국은 예외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재임하던 1995년만 해도 중국의 GDP(7360억 달러)는 미국(7조 6400억 달러)의 10%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던 2005년에는 20%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반기인 2015년에는 60%까지 뛰어올랐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 ‘중국 죽이기’가 시작됐어야 한다. 하지만 당시 미국은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국가 부도 위기를 수습하느라 중국을 견제할 여력이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뒤늦게 중국을 압박했지만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 올해 중국은 미국의 72%까지 추격할 전망이다.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불안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시진핑 국가주석 등 베이징 수뇌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개시하고 홍콩보안법 시행을 명분 삼아 여러 보복조치를 쏟아내는 행태를 ‘피할 수 없는 역사적 대결’로 이해한다. 미국산 농산물을 더 많이 사주거나 홍콩에 대한 자치권을 보장한다고 해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국제질서 주도권인 패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개혁개방의 아버지’ 덩샤오핑(1904~1997)이 제시한 ‘두 개의 100년’ 목표가 있다. 공산당 창당 100년이 되는 2021년까지 ‘전면적 샤오캉사회’(중진국)를 실현하고 신중국 100년이 되는 2049년까지 ‘다퉁사회’(선진국)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베이징 수뇌부가 전임 지도부의 유훈을 지키려면 미국과의 충돌을 피해선 안 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위해 ‘중국 때리기’를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타협이 불가능한 대만 독립 문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모습은 분명 ‘외세의 모욕’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 얻어맞더라도 모욕에 고개를 숙여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주지사 석방” 러시아 극동 시위, 새로운 국면 … “생활고, 장기 집권 불만”

    “주지사 석방” 러시아 극동 시위, 새로운 국면 … “생활고, 장기 집권 불만”

    시위대, 주지사 석방 요구서 푸틴 장기집권과 사회문제 불만 표출러시아 극동지역 주민 수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야당 주지사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를 8일째가 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통치와 사회 문제에 대한 불만 표출로 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새로운 시위 국면에 러시아 당국은 주지사 대행을 임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시위는 세르게이 푸르갈(50) 하바롭스키 주지사가 2004년과 2005년 기업가 두 명에 대한 살해와 살해 미수 혐의로 지난 9일 전격 체포된 이후 8일 연속 이어졌다. 그는 하바롭스키 시에서 6100여㎞ 떨어진 모스크바로 끌려가 수사받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오른 동영상을 보면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주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섭씨 32도의 열기 속에 많은 이들이 “푸르갈을 석방하라” “푸르갈을 돌려달라”는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행진을 벌였다. 시위는 5시간 동안 계속됐다. 코로나19에 대규모 시위 금지에도 18일엔 극동지역 최대 규모시당국은 시위 참가자가 1만명이라고 전했지만, 지역 미디어는 5만명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 탓에 대규모 시위는 금지된 상태이지만 이날 시위로 체포된 사람은 없었다. 이 같은 규모는 연해주를 포함한 극동에서 열린 역대 시위로 알려졌다. 푸르갈 주지사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가운데 지지자들은 자유민주당 소속인 그가 2018년 지방선거에서 크렘린이 지지하는 후보에 압승을 거두면서 집권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에 정치적 타격을 가했기 때문에 표적이 되었다고 믿는다. 그는 자신의 월급을 삭감하고, 전임자가 샀던 고가의 요트를 팔면서 주민들의 인기를 얻었다. 반면 크렘린의 정책을 종종 비웃거나 무시했다고 유로뉴스가 전했다. 하바롭스크 주지사 체포 타이밍 ‘미묘’... ‘야당 길들이기’ 본보기?주지사 이전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의원 생활을 했던 그에 대한 체포 타이밍에 일각에서는 의구심을 보내기도 한다. 이달 초 푸틴 대통령이 또다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헌 국민투표가 통과된 이후 반대자를 체포하거나 주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푸르갈 주지사 체포로 하바롭스키 주민들은 코로나19로 생활수준 하락과 실업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공식통계에 따르면 인구 130만의 하바롭스키 주민의 12.2%가 빈곤선 아래에 살고 있다. 이곳은 여름철인 요즘 종종 온도가 섭씨 37도를 오르내릴 정도로 가혹하다. 하바롭스키에서 활동하는 정치평론가 다니엘 에르밀로프는 많은 주민은 자신들이 모스크바에 의해 버려졌다고 느낀다며 “생활의 질이 악화한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의 주지사 석방 요구에서 생활고와 푸틴 장기 집권 불만 표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연방정부 부당함 불만 표출 계기...정권 교체없이 국가 발전없어”호텔에서 일한다는 마리아 슈스코바(27)는 이날 시위 현장에서 “우리가 정말로 좋아하는 푸르갈 주지사의 운명을 걱정하지만 정부와 싸우는 이유는 시민들 사이에 정부에 대한 불만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불만이 오랫동안 있었지만, 연방정부의 부당한 조치가 들끓는 불만을 표출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날 또 다른 시위 참가자인 미하일 포타펜노프(27)는 “푸틴 대통령이 헌법을 개정해 장기 집권하려 하기 때문에 국가가 발전하지 못한다”며 “정권이 교체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크렘린은 푸르갈 주지사의 체포에 정치적 배경은 없으며, 사건은 법정의 문제라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WSJ에 “수사팀은 반박할 수 없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며 “이 증거를 법원이 받아들일지는 모르지만 체포가 정치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극동연방 관구 대통령 전권대표를 겸임하는 유리 트루트녜프 러시아 부총리는 공석인 하바롭스크 주지사 대행을 곧 임명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리아노보스티통신이 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유격수 운명 받아들인 듯” 허경민이 흐뭇한 김태형 감독

    “유격수 운명 받아들인 듯” 허경민이 흐뭇한 김태형 감독

    김태형 감독이 유격수까지 되는 허경민에 대해 “이젠 운명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며 웃었다. 허경민은 본래 3루수가 주포지션이지만 주전 유격수 김재호의 부진 및 부상으로 지난달 말부터 유격수도 소화하고 있다. 트레이드만 아니었다면 류지혁이 맡았을 자리지만 류지혁이 KIA로 팀을 옮기면서 허경민에게 임무가 떨어졌다. 허경민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유격수 경험을 갖춘 선수였던 만큼 유격수가 낯설지 않다. 실제 경기에 나서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 감독은 “경민이보다 팀에 유격수를 잘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본인이 염려했던 것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어 “이젠 ‘내가 봐야하는구나’를 깨달은 듯하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결국 유격수로 나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받아들인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김 감독은 “허경민이 걱정을 사서 하는 스타일이다. 잘하고 싶어서 그런 거겠지만 좀 더 과감하게 야구를 했으면 한다”며 조언을 남겼다. 투수진의 부진 속에 공격력과 수비력으로 순위싸움을 벌여야 하는 김 감독 입장에선 허경민이 조금 더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날 경기에서도 허경민이 주전 유격수로 선발 출전하는 가운데 허경민은 이번 시즌 0.371의 타율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공격력은 물론 내야 수비의 핵심인 유격수까지 되다보니 팀에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자유계약(FA) 자격을 얻는 허경민은 팀사정상 뜻하지 않은 포지션을 맡은 덕분에 몸값마저 끌어올리고 있다. 광주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사설] 이재명 경기지사 무죄, 선거법 정교화해야

    ‘친형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대법원이 16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했다. 이로써 이 지사는 사법적 족쇄에서 벗어나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로서 적극 나설 수 있게 됐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이 지사 개인의 정치적 운명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지만, 근본적으로는 TV 토론이 필수가 된 시대의 정치문화에 걸맞도록 선거법을 정교화할 필요성도 던져 줬다. 지난 2년여 이 지사의 정치생명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사건은 2018년 경기지사 선거 TV 토론회에서 그가 뱉은 짧은 발언에서 시작됐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2년 분당구보건소장 등에게 친형을 강제로 입원시키도록 지시했다. 그럼에도 이 지사는 두 차례 TV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가 던진 관련 질문에 모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검찰은 이 지사가 직권을 남용(강제입원)하고 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선거법 제250조 제1항은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처벌토록 하고 있다.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1, 2심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를 선고해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대법원의 무죄 판단 요지는 이 지사의 발언이 상대 후보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만큼 선거법상의 적극적으로 널리 알리는 ‘공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지사가 마냥 환호할 일은 아니다. 토론에서 한 ‘사실과 다른 말’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판결은 대법관이 7대5로 팽팽히 갈렸다. 그러므로 이 지사를 포함해 모든 정치인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떤 장소에서든 ‘오로지’ 진실만을 말한다는 자세를 다져야 한다. 현행 선거법은 250조 1항의 허위사실 공표라는 행위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제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따라서 21세기 정치문화와 유권자의 알권리를 고려해 선거법을 대폭 개정할 필요가 있다. 선거법이 모호할수록 검찰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높다.
  • ‘친형 강제 입원’ 발언 “허위 사실 공표 아니다” 대법원장 캐스팅보트로 ‘2표차’ 무죄

    ‘친형 강제 입원’ 발언 “허위 사실 공표 아니다” 대법원장 캐스팅보트로 ‘2표차’ 무죄

    유죄 6 vs 무죄5서 金 투표로 7대5 결론“불리한 사실 숨긴 게 허위 공표는 아니다”토론회 ‘표현의 자유’ 폭넓게 보장 취지퇴임 앞둔 보수 성향 권순일 ‘무죄’ 눈길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 무효 위기에 놓였던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면서 벼랑 끝에 몰린 이 지사를 살렸다. 선거 후보자의 토론회 발언에 대해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장해 주고 사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민주주의 이념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는 1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이 지사의 발언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2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이날 판결에는 김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김선수 대법관은 변호사 시절 이 지사의 다른 사건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심리를 회피했다. 김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1명의 의견은 첨예하게 갈렸다. 무죄 취지와 유죄 의견이 6대5로 맞선 상황에서 김 대법원장이 다수 의견 편에 섰다. 김 대법원장이 유죄 의견을 냈다면 6대6 동수가 돼 다시 심리를 해야 했다.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행사했다고 보는 이유다. 법원 내에서는 오는 9월 퇴임하는 보수 성향의 권순일 대법관이 무죄 취지 의견을 낸 것에 주목한다. 최선임 대법관인 권 대법관이 유죄 의견을 냈다면 결과는 정반대로 나올 수 있었다. 무죄와 유죄 의견이 5대6으로 바뀌었을 것이고, 김 대법원장은 유죄 의견이 다수인 상황에서 이를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얘기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장은 관례상 다수 의견에 힘을 실어 준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지사가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두 차례 TV 토론회에서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해 한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였다. 당시 상대 후보자가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 보건소장 통해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고 묻자 “그런 일 없다”고 배경을 설명한 것이 문제가 됐다. 다수 의견 7명은 “일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 반대 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친형 강제입원 절차 진행에 관여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채 이 발언을 했더라도 이 지사가 관여 사실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숨겼다고 해서 허위사실 공표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결국 ‘공표’의 해석에서 이 지사의 운명이 갈린 셈이다. 김 대법원장도 이날 선고에서 “후보자 토론 과정 중 발언에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한다면 상호 공방을 통해 후보자 자질 등을 검증하고자 하는 토론회의 의미가 완전히 없어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노태악 대법관은 “이 지사가 ‘친형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박상옥·안철상 대법관은 당초 이 사건이 배당된 2부 소속이다. 지난달 소부에서 결론을 못 내고 전합으로 회부된 것도 4명으로 구성된 2부 대법관 사이에서 2대2로 의견이 갈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 변호인단은 선고 직후 “대법원의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여전히 남아 있는 절차에 차분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이재명 재판에 정치생명 판가름…“겸허히 결과 기다리겠다”(종합)

    이재명 재판에 정치생명 판가름…“겸허히 결과 기다리겠다”(종합)

    친형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16일 오후 대법원 판결을 앞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운명의 날’ 출근하며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집무실서 TV로 재판 생중계 볼 듯 평소와 다름없이 짙은 푸른색 양복과 푸른색 계열의 넥타이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관용차에서 내린 이재명 지사는 청사 현관 앞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에게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제게 주어진 최후의 한순간까지 도정을 챙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 여러분 고맙습니다”라고 말한 뒤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평소처럼 코로나19 상황과 각종 서면 업무보고 등을 보면서, 오후 대법원 선고 시각에는 집무실에서 TV 등으로 중계되는 판결 과정을 지켜볼 예정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지사의 선고기일을 진행한다.2심 “강제입원은 없어…그러나 사실 왜곡해 허위사실 공표”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로 기소됐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입원 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는다. 1심에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같은 해 9월에 진행된 2심에서는 일부 사실을 숨긴(부진술) 답변이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단돼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받았다. 1, 2심 법원 모두 이 지사가 실제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관련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직권남용은 미수죄가 없기 때문에 시도 만으로는 처벌을 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입원시키려 한 적이 없다”라고 말한 것이 이 지사의 발목을 잡았다. 2심 재판부는 “이 지사가 2018년 6월 제7회 동시지방선거 KBS 토론회 당시, 김영환 전 후보가 ‘(친형인) 재선씨를 강제 입원시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소극적으로 부인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허위사실을 발언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강제입원 절차 지시 사실을 일반 선거인들에게 알리지 않기 위해 이를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봐야 한다”라고 판단한 것이다.유죄 확정이냐 파기환송이냐…지사직은 물론 정치 생명 달려 이재명 지사 측은 허위사실공표죄를 위헌적으로 해석해 직위상실형을 선고한 것은 헌법원칙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곧바로 상고했다. 검찰도 직권남용 등 3가지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한 것은 부당하다며 상고했다.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이를 2부에 배당했으나 대법관들 간 의견이 엇갈리며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했다. 대법원이 이날 상고심에서 원심을 확정할 경우 이재명 지사는 당선무효형이 인정돼 지사직을 잃게 된다. 대법원은 이날 오후 2시에 시작되는 선고 공판을 이례적으로 TV와 대법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이재명 ‘운명의 날’ 출근하면서 “재판 결과 겸허하게 기다리겠다”

    이재명 ‘운명의 날’ 출근하면서 “재판 결과 겸허하게 기다리겠다”

    친형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16일 오후 대법원 판결을 앞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운명의 날’ 출근하며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짙은 푸른색 양복과 푸른색 계열의 넥타이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관용차에서 내린 이재명 지사는 청사 현관 앞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에게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제게 주어진 최후의 한순간까지 도정을 챙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 여러분 고맙습니다”라고 말한 뒤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평소처럼 코로나19 상황과 각종 서면 업무보고 등을 보면서, 오후 대법원 선고 시각에는 집무실에서 TV 등으로 중계되는 판결 과정을 지켜볼 예정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지사의 선고기일을 진행한다.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로 기소됐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입원 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는다. 1심에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같은 해 9월에 진행된 2심에서는 일부 사실을 숨긴(부진술) 답변이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단돼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받았다. 2심 재판부는 “이 지사가 2018년 6월 제7회 동시지방선거 KBS 토론회 당시, 김영환 전 후보가 ‘(친형인) 재선씨를 강제 입원시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소극적으로 부인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허위사실을 발언했다”고 판시했다.이재명 지사 측은 허위사실공표죄를 위헌적으로 해석해 직위상실형을 선고한 것은 헌법원칙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곧바로 상고했다. 검찰도 직권남용 등 3가지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한 것은 부당하다며 상고했다.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이를 2부에 배당했으나 대법관들 간 의견이 엇갈리며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했다. 대법원이 이날 상고심에서 원심을 확정할 경우 이재명 지사는 당선무효형이 인정돼 지사직을 잃게 된다. 대법원은 이날 오후 2시에 시작되는 선고 공판을 이례적으로 TV와 대법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배우 먹는 물 온도까지… ‘물 샐 틈 없는’ 무대 뒤

    배우 먹는 물 온도까지… ‘물 샐 틈 없는’ 무대 뒤

    3022석 규모의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꽉 채우는 175분 분량의 뮤지컬 무대는 숫자만으로도 화려하다. 배우 40명, 스태프 100여명, 30인조 오케스트라까지 170여명이 쉴 새 없이 무대 안팎을 누빈다. 의상 500벌에 가발이 110개인데, 이번 시즌엔 소품 100가지가 새로 추가됐다. 이 모든 걸 품고 있는 곳이 뮤지컬 ‘모차르트!’의 백스테이지다. 지난 14일 화려한 무대 뒤에서 초연 10주년을 맞은 ‘모차르트!’를 만들어 가는 이곳을 탐방했다.천재 음악가의 운명과 자유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차르트의 삶을 그린 이 작품에는 김준수·박강현·박은태(모차르트)와 신영숙, 김소현, 손준호, 김연지, 해나 등 스타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코로나19로 조심스레 막을 올린 만큼 무대가 더욱 소중한 스태프들은 더 멋진 공연을 만들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여 금세 땀범벅이 된다. 땀이 차오르는 건 배우들도 마찬가지. 그들의 땀을 말려야 하는 사투까지 더해졌다.모차르트 시대를 표현하기 위해 모든 배우가 각자 2~3개의 가발을 쓴다. 인모 가발을 쓰고 무대에 나갔다 온 배우 머리엔 땀이 한가득이다. 분장 및 가발 디자이너인 김유선 감독이 20년 전 청계천에서 발품을 팔아 개발한 대형 헤어드라이어이자 오븐기의 원리를 빌린 가발 스티머가 수시로 가발을 말려 주고, 롤을 만 가발의 스타일링을 하기도 한다.청바지와 청재킷을 입는 모차르트를 제외한 나머지 배우는 18세기 서양 의상을 입는데, 속옷부터 페티코트(속치마)를 포함해 300세트에 달한다. 앙상블 배우들은 최소 10초 만에 한 벌을 갈아입어야 한다. 무대 뒤에 마련된 ‘퀵 체인지 룸’의 깜깜한 공간에서도 옷부터 신발, 스타킹까지 갈아신는다. 배우 한 명에겐 5~6명의 의상팀 스태프가 달라붙어야 한다. 옷을 갈아입는 시간이 배우들에겐 물을 마시거나 분장을 고치는 등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틈이기도 해 의상팀에서 배우들의 컨디션을 세밀히 챙긴다. 오유경 의상진행팀장은 “무대 뒤에서 노랫소리만 들어도 배우들의 상태를 알아 마시는 물의 온도까지 체크한다”고 말했다. 10년간 여섯 차례의 시즌에서 모두 의상을 디자인한 한정임 의상 디자이너의 무대의상은 눈에 띄는 색상은 물론 자수와 비즈까지 빈틈이 없었다. 1세트에 10벌까지 되는 의상을 몸에 얹다 보니 무대를 내려온 배우들이 벗어 놓은 옷에 그 열기가 고스란히 남는다. 매일 드라이클리닝을 하고 블라우스는 바로 손빨래를 한 뒤 말린다.200여 종류의 소품은 앙상블 배우들이 10장씩 들고 노래하는 악보에도 모차르트의 필체를 그대로 담을 정도로 디테일하다. 지폐, 동전, 술병까지 어느 하나 대충 만들어진 것이 없었다. 작품 프로듀서인 김지원 EMK뮤지컬컴퍼니 부대표는 “어려운 시기에 10주년을 맞아 다시 공연을 올린 만큼 소중히 한 회씩 공연하고 있다”며 “한 작품을 위해 250명에 달하는 문화예술종사자가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재명 ‘운명의 날’… 대법 판단 따라 대선 판도 확 바뀐다

    이재명 ‘운명의 날’… 대법 판단 따라 대선 판도 확 바뀐다

    민주, 부산시장 후보 공천쪽 선회 움직임김부겸 “당원 뜻이 공천이라면 당헌 개정”李, 기사회생 땐 대선가도 더 탄탄해질 듯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16일 내려진다. 결과에 따라 정치권에는 메가톤급 파장이 예상된다. 부산시장과 서울시장에 이어 경기지사까지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 포함되면 차기 대선 판도까지 흔들리는 ‘미니 대선’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지사에 대한 상고심 선고는 TV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다. 여기서 당선무효가 확정되면 내년 재보궐선거는 매머드급 전국 선거처럼 치러진다. 21대 총선 기준 서울(847만명)과 경기(1106만명), 부산(296만명)의 유권자 수는 약 2249만명으로 전국 유권자(4399만명)의 51%에 달한다. 2022년 3월 대통령선거를 불과 11개월 앞두고 치러지는 대규모 선거에서 여당 몫이었던 핵심 광역단체장 자리가 모두 야당으로 넘어간다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퇴 당시 부산시장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을 고려했던 민주당은 공천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재보궐선거 귀책 사유가 민주당에 있는 경우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도록 돼 있지만, 이를 개정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민주당 당권에 도전한 김부겸 전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재보궐)선거 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와 1년 뒤 예정된 대선에 영향을 미친다”며 “만약 당원들의 뜻이 공천이라면 내가 국민에게 엎드려 사과드리고 당헌을 개정하겠다. 정치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의 대법원 판결은 대선 구도와 직결된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과 함께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 지사가 낙마할 경우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도드라지는 잠룡이 없어 고심하고 있는 미래통합당 입장에선 여당발 악재로 인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는 셈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여당 인사들이 잇달아 불미스러운 일로 정치를 그만두는 상황이 발생하면 당연히 정부·여당 심판론이 고개를 들 것”이라며 “다음 대선까진 ‘우리가 뭘 해도 안 된다’는 자조적 인식이 적지 않았는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 지사의 손을 들어준다면 대선 가도가 한층 탄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만약 무죄나 유리한 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이 나오면 대선주자 이재명은 더욱 주목받고 도정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악재가 쏟아지던 가운데 여권 전체도 한숨을 돌리게 된다”며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치적 영향은)도 아니면 모다. 개, 걸, 윷은 없다”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땀과 노력으로 가득 채운 무대…초연 10주년 뮤지컬 ‘모차르트!’ 백스테이지

    땀과 노력으로 가득 채운 무대…초연 10주년 뮤지컬 ‘모차르트!’ 백스테이지

    3022석 규모의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꽉 채우는 175분 분량의 뮤지컬 무대는 숫자만으로도 화려하다. 배우 40명, 스태프 100여명, 30인조 오케스트라까지 170여명이 쉴 새 없이 무대 안팎을 누빈다. 의상 500벌에 가발이 110개, 소품 200여 종류. 이번 시즌에 100가지의 소품이 새로 추가됐다. 이 모든 걸 품고 있는 곳이 뮤지컬 ‘모차르트!’의 백스테이지다. 지난 14일 화려한 무대 뒤에서 초연 10주년을 맞은 ‘모차르트!’를 만들어 가는 이곳을 탐방했다. 천재 음악가의 운명과 자유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차르트의 삶을 그린 이 작품에는 김준수·박강현·박은태(모차르트)와 신영숙, 김소현, 손준호, 김연지, 해나 등 스타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코로나19로 조심스레 막을 올린 만큼 무대가 더욱 소중한 스태프들은 더 멋진 공연을 만들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여 금세 땀범벅이 된다. 땀이 차오르는 건 배우들도 마찬가지. 스태프들에겐 그들의 땀을 말려야 하는 사투까지 더해졌다.모차르트 시대를 표현하기 위해 모든 배우가 각자 2~3개의 가발을 쓴다. 배우마다 각자의 두상을 본떠 만든 인모 가발을 쓰는데 뜨거운 조명과 열정 담긴 연기가 합해져 무대에 나갔다 온 배우 머리엔 땀이 한가득이다. 가발 속 실핀이 녹슬어 오는 배우도 있다. 분장 및 가발 디자이너인 김유선 감독이 20년 전 청계천에서 발품을 팔아 개발한 대형 헤어드라이어이자 오븐기를 원리를 빌린 가발 스티머가 수시로 가발을 말려 준다. 롤을 만 가발을 스티머에 넣으면 스타일링도 가능하다. 청바지와 청재킷을 입는 모차르트를 제외한 나머지 배우는 18세기 서양 의상을 입는다. 무대에 오르는 의상이 속옷부터 페티코트(속치마)를 포함해 300세트에 달한다. 장면 전환마다 빠르게 옷을 갈아입는 앙상블 배우들은 최소 10초 만에 한 벌을 갈아입어야 한다. 무대 뒤에 마련된 ‘퀵 체인지 룸’의 깜깜한 공간에서도 옷부터 신발, 스타킹까지 갈아신는다. 10초마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선 배우 한 명에게 5~6명의 의상팀 스태프가 달라붙어야 한다. 옷을 갈아입는 시간이 배우들에겐 물을 마시거나 분장을 고치는 등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틈이기도 해 의상팀에서 배우들의 컨디션을 세밀히 챙긴다. 오유경 의상진행팀장은 “무대 뒤에서 노랫소리만 들어도 배우들의 상태를 알 수 있어 마시는 물의 온도까지 체크한다”고 말했다.10년간 여섯 차례의 시즌에서 모두 의상을 디자인한 한정임 의상 디자이너의 무대의상은 조명에 비췄을 때 눈에 확 띄는 색상에 자수와 비즈까지 빈틈이 없었다. 1세트에 10벌까지 되는 의상을 몸에 얹다 보니 무대를 내려온 배우들이 벗어 놓은 옷에 그 열기가 고스란히 남는다. 매일 드라이클리닝을 하고 블라우스는 바로 손빨래를 한 뒤 말린다. 200여 종류의 소품은 앙상블 배우들이 10장씩 들고 노래하는 악보에도 모차르트의 필체를 그대로 담을 정도로 디테일하다. 지폐, 동전, 술병까지 어느 하나 대충 만들어진 것이 없었다. 작품 프로듀서인 김지원 EMK뮤지컬컴퍼니 부대표는 “어려운 시기에 10주년을 맞아 다시 공연을 올린 만큼 소중히 한 회씩 공연하고 있다”며 “한 작품을 위해 250명에 달하는 문화예술종사자가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재명 운명의 날…결과 따라 정치 판도 요동

    이재명 운명의 날…결과 따라 정치 판도 요동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오는 16일 내려진다. 결과에 따라 정치권에는 메가톤급 파장이 예상된다. 부산시장과 서울시장에 이어 경기지사까지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 포함되면 차기 대선 판도까지 흔들리는 ‘미니 대선’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지사의 당선무효가 확정되면 내년 재보궐선거는 매머드급 전국 선거처럼 치러진다. 21대 총선 기준 서울(847만명)과 경기(1106만명), 부산(296만명)의 유권자 수는 약 2249만명으로 전국 유권자(4399만명)의 51%에 달한다. 2022년 3월 대통령선거를 불과 11개월 앞두고 치러지는 대규모 선거에서 여당 몫이었던 핵심 광역단체장 자리가 모두 야당으로 넘어간다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퇴 당시 부산시장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을 고려했던 민주당은 공천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재보궐선거 귀책 사유가 민주당에 있는 경우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도록 돼 있지만, 이를 개정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민주당 당권에 도전한 김부겸 전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재보궐)선거 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와 1년 뒤 예정된 대선에 영향을 미친다”며 “만약 당원들의 뜻이 공천이라면 내가 국민에게 엎드려 사과드리고 당헌을 개정하겠다. 정치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의 대법원 판결은 대선 구도와 직결된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과 함께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 지사가 낙마할 경우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도드라지는 잠룡이 없어 고심하고 있는 미래통합당 입장에선 여당발 악재로 인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는 셈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여당 인사들이 잇달아 불미스러운 일로 정치를 그만두는 상황이 발생하면 당연히 정부·여당 심판론이 고개를 들 것”이라며 “다음 대선까진 ‘우리가 뭘 해도 안 된다’는 자조적 인식이 적지 않았는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 지사의 손을 들어준다면 대선 가도가 한층 탄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만약 무죄나 유리한 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이 나오면 대선주자 이재명은 더욱 주목받고 도정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악재가 쏟아지던 가운데 여권 전체도 한숨을 돌리게 된다”며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치적 영향은)도 아니면 모다. 개, 걸, 윷은 없다”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17년 만의 美 연방 차원 사형 집행 몇 시간 전에 “일단 중지”

    17년 만의 美 연방 차원 사형 집행 몇 시간 전에 “일단 중지”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 17년 만에 집행하려던 사형이 판사의 개입으로 몇 시간 전에 미뤄졌다. 10개가 넘는 주가 주법에 근거해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데 예정대로 13일 오후 4시(한국시간 14일 오전 5시) 형이 집행됐더라면 지난 2003년 트레이시 조이 맥브라이드(당시 19) 장병을 살해한 걸프전 참전 용사 루이스 존스 주니어(당시 53)를 처형한 이후 연방 사형 집행으로는 17년 만의 일이 될뻔했다. 타냐 추트칸 판사는 미국 법무부와 다툴 법적인 쟁점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며 1996년 아칸소주의 일가족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수감 중인 대니얼 루이스 리(47)의 형 집행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리의 운명은 계속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제7 연방 순회 항소법원은 살해된 일가족의 유족이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두렵다”며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날 때까지 집행을 미뤄달라고 간청한 것을 받아들였던 하급심을 전날 뒤집고 형을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항소법원은 피해자 유족들이 반드시 집행 현장을 참관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BBC는 전했다. 리는 극단적 백인 우월주의자였다. 세 가족을 고문하고 살해한 뒤 호수에 시신들을 던져버렸다. 원래 지난해 12월 집행될 예정이었지만 법원이 사형 선고를 실행에 옮기는 일을 계속 막아왔다. 딸과 사위, 당시 아홉 살 소녀를 한꺼번에 잃었던 이얼린 피터슨(81)은 형 집행을 줄곧 반대해 왔다. 지난해 CNN 인터뷰를 통해 “자신 때문에 누군가 죽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 딸도 매우 부끄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리를 시작으로 세 남자 사형수들이 이달과 다음달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데 모두 어린이들을 살해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미국 사법체계는 연방과 주 법원이 별도로 운용하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위조 화폐나 우편 절도 같은 중대 범죄, 정당이나 헌법 위반 사례 등은 자동으로 연방 차원에서 재판을 진행한다. 그런데 1972년 연방 대법원은 주법과 연방법에 있던 사형 제도를 모두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기존의 사형 선고를 모두 없애버렸다. 하지만 4년 뒤 대법원은 몇개 주의 사형 선고를 다시 인정했으며 1988년 정부는 다시 연방 차원에서도 사형 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안을 통과시켰다. 사형 선고 정보센터에 따르면 1988년부터 2018년까지 연방 재판에서 사형이 언도된 사람은 78명이었는데 실제 집행이 이뤄진 사례는 셋 밖에 안된다. 그리고 현재 연방 사형수로 수감 중인 사람은 62명이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법치주의를 지지한다며 사형 집행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말할 것도 없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형 제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사형제를 반대하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16일 이재명 운명의 날… ‘허위사실 공표’ 선고

    16일 이재명 운명의 날… ‘허위사실 공표’ 선고

    정치 생명이 걸린 이재명 경기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가 16일로 확정됐다.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항소심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지사는 곧바로 도지사직을 상실한다. 대법원은 1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의 상고심 선고를 16일 오후 2시에 한다고 밝혔다. 당초 이 사건은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에 배당됐지만 대법관들의 의견 일치가 안 되고 사회적으로 이목이 쏠린 점을 고려해 지난달 15일 전원합의체로 회부했다. 한 달 만에 선고기일을 전격 확정한 것은 정치 공방이 거센 상황에서 더는 심리를 늦추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에서 친형의 정신병원 입원과 관련해 “강제 입원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된다. 5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돼 사실상 정치적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 이 지사 측은 “침묵을 공표로 볼 수 없다”며 “이는 형법상 유추해석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에서 전원합의체는 이 지사에 적용된 공직선거법 250조 1항 ‘허위사실 공표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놓는다. 13명의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면 7명 이상의 대법관 판단이 ‘다수 의견’으로 정해진다. 대법관 사이에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면 김명수 대법원장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게 된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친형 강제입원 논란’ 이재명 지사직 운명 16일 결판…대법 최종 선고(종합)

    ‘친형 강제입원 논란’ 이재명 지사직 운명 16일 결판…대법 최종 선고(종합)

    ‘친형 강제 입원’ 관련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사직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대법원의 최종 선고가 오는 16일로 정해졌다. 이 지사에게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2심 재판부의 원심이 대법원에서도 유지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4월부터 두 달여 간 소부에서 이 사건을 논의해온 대법원은 13일 이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 선고기일이 16일 오후 2시로 정해졌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관들은 긴 시간 논의에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지난달 18일 전원합의체로 회부해 심리를 마무리했다. 이 지사는 ‘친형 강제 입원’ 사건의 직권남용과 ‘대장동 허위 선거공보물’, ‘검사 사칭’, ‘친형 강제입원’ 사건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총 4개 혐의를 받는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이재명 “친형 강제 입원 시킨 적 없다”1심은 무죄…2심 “사실 왜곡 허위 발언”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토론회 등에서 당선을 위해 강제 입원을 지시하고도 ‘친형을 강제입원 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는다. 그해 5월 29일 KBS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김영환 당시 바른미래당 후보가 ‘형님을 보건소장 통해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했죠’라고 묻자 “그런 일 없다”고 답했다. 이 지사는 “어머니를 때리고 차마 할 수 없는 폭언과 이상한 행동을 많이 해 실제로 정신치료를 받은 적도 있는데 계속 심하게 해 어머니, 저희 큰형님 (등이) 진단을 의뢰했던 것”이라면서 “저는 직접적으로 요청할 수 없는 입장이고 제 관할 하에 있기 때문에 제가 최종적으로 (강제입원을) 못 하게 했다”고 발언했다. 같은 해 6월 5일 MBC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정신병원에 (친형을) 입원시킨 건 형수와 조카들이었고, 어머니가 보건소에 ‘정신질환이 있는 것 같으니 확인해보자’해서 진단을 요청한 일이 있다”면서 “제가 어머니를 설득해 ‘이거 정치적으로 너무 시끄러우니 하지 말자’고 못하게 막아 결국은 안 됐다”고 말했다.1심 재판부는 “구체적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지사가 친형을 강제입원시키려 시도한 적은 있다고 봤지만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는 아니라고 판단해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지사가 공무원들을 움직여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하도록 시도한 것은 적법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반면 2심은 재판부는 “소극적 부인을 넘어 적극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허위사실을 발언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유죄로 보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는 1·2심 재판부가 모두 무죄로 본만큼 대법원에서도 같은 판단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허위사실 공표 발언 구체성·고의성 변수로 따라서 이 지사의 당선무효 여부를 가를 변수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 판단에서는 이 지사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만큼 구체적인지, 고의성이 있는지 등이 쟁점이다. 판례에 따르면 공표 사실 중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면 세부적으로 일부 과장되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도 허위 사실로 볼 수 없다. 또 허위사실 공표의 고의성은 다양한 증거와 상황 등을 근거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해 11월 대법원에 공직선거법 250조 1항(허위사실공표죄)과 형사소송법 383조(상고이유) 4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22일에는 대법원에 공개변론신청서도 제출했다. 이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북한, 연일 비소식에 “큰물 대책 막아야” 강조

    북한, 연일 비소식에 “큰물 대책 막아야” 강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장마철을 앞두고 수행방지 대책을 강조했다. 지난해 태풍 ‘링링’으로 식량생산량에 입은 피해를 미리 방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이날 ‘장마철 대책을 빈틈없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주변나라들에서는 예년에 없이 많은 비가 내려 혹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장마철 피해를 어떻게 막는가에 따라 당 창건 75돌이 되는 뜻깊은 올해 농사의 운명이 좌우된다”고 했다.노동신문이 4면 대부분을 수해 대비 관련 기사로 할애하며 장마를 강조한 것은 지난해 태풍 ‘링링’의 피해를 다시 밟지 않기 위해서다. 북한은 올해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하며 경제 활동이 위축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다른 기사는 ‘링링’의 피해를 입은 황해남도의 사례를 들며 “지난해의 교훈을 다시금 심각히 돌이켜 보았다”며 “모두가 떨쳐나 애써 좋은 작황을 마련하였지만 무더기비와 태풍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바로세우지 못하여 응당한 소출을 거둘수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지에서 모든 저수지에 대한 조사사업을 진행했다”며 “물량을 신속히 조절할 수 있는 방도를 내놓고 실천했다”고 수해 방지 대책을 소개했다. 북한에서는 지난 10일부터 비소식이 이어지고 있고 이달 하순부터는 장마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체는 “기상수문국에 의하면 장마 전선이 7월 하순에 들어서면서 점차 중부 이북지역으로 올라와 날씨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견된다”고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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