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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金 사퇴론’ 언급했던 김무성, 윤석열에게 한 조언은

    ‘金 사퇴론’ 언급했던 김무성, 윤석열에게 한 조언은

    김무성 전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분열의 리더십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서울 마포구 마포포럼 사무실에서 열린 비공개 포럼 모두 발언에서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도왔거나 앞으로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당원들을 파리 떼, 하이에나, 거간꾼으로 매도했는데 선거에 도움이 되겠는가”라며 “두 사람의 표현대로라면 파리 떼나 하이에나가 되지 않으려면 윤 후보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 두 명은 제 질문에 답해 달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대선에서는 후보의 활동이 선거운동의 90%를 차지하는데 당 대표와 선대위원장이 따로 스피커를 갖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선거의 초점을 흐리게 하고 혼란을 야기해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선은 후보가 돋보이도록 모두 뒤에서 자신을 낮추거나 숨겨야 한다. 후보 이외의 다른 인사가 나서면 선거를 망친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전 의원은 “후보가 훌륭해서 대통령에 당선돼야지 제 3자가 잘해서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말을 듣겠다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윤 후보에게도 “이번 대선은 우파와 중도 성향이 손을 잡아야 이길 수 있는 선거”라며 “국민의힘 내부를 통합하고 정체성이 크게 다르지 않은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내지는 연대를 통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정권교체의 열망, 압도적 승리를 위해 당 대표나 선대위원장에게 더는 휘둘리지 않기를 바란다”며 “저는 조용히 뒷전에서 화해와 통합과 단일화와 연대를 위한 윤 후보의 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은 분열의 리더십으로 윤 후보를 흔들거나 국가 운명이 걸린 정권교체에 후회할 일을 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김 전 의원과 김 전 비대위원장의 악연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때 김무성·이재오 전 의원은 “김종인 위원장은 오세훈·안철수 후보 단일화에 심각한 걸림돌”이라며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흔들림 없이 ‘오세훈 대세론’을 밀어붙여 승리한 뒤 “김무성·이재오 같은 이들 탓에 당이 이 꼴이 됐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 일제 치하 압박받는 조선 민초들, 나그네 신세 시름·절망·설움 담아 탄식·은유로 자기 치유한 ‘浪漫譜’

    일제 치하 압박받는 조선 민초들, 나그네 신세 시름·절망·설움 담아 탄식·은유로 자기 치유한 ‘浪漫譜’

    절망의 나락에 서면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운명에 탄식하게 된다. 탄식은 한숨과 넋두리를 동반하는데, 속이 상할 때 한숨을 쉬거나 누구에겐가 하소연이라도 하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대중가요에도 극한적인 슬픔이나 아픔을 이기기 위해 탄식의 방법으로 ‘은유 치료’를 돕는 작품이 드물지 않다. 일제 치하인 1940년 2월 태평레코드사에서 발매한 ‘나그네 설움’(조경환 작사, 이재호 작곡, 백년설 노래)에는 당시 민초들의 시름과 절망의 신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1940년 2월 9일(동아일보)과 14일(조선일보) 신문에는 ‘고달픈 인생 여로를 하염없이 걸어가는 나그네의 피로 엮은 낭만보(浪漫譜)?’라는 광고 문구가 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나그네의 피로 엮은 낭만보?’라는 문구다. ‘피로 엮은’이 수탈당하는 조선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면 ‘낭만보’라는 말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당시 레코드는 물론 모든 출판물에 단속령(취체령)이 적용되고 있었던 이유로 검열을 피하기 위해 ‘낭만’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뒤에 물음표를 덧붙여 반어법으로 썼음을 짐작할 수 있다. 즉 이 노래는 처음부터 핍박받는 조선 민초들의 아픔과 설움을 표현하고자 만든 작품인 것이다. 가수 백년설은 독립운동 단체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경기도 경찰부 외사과에 호출됐다. 혹독한 취조를 받은 그는 밤늦게 시말서를 쓰고 방면된 뒤 마중 나와 있던 작사가 조경환과 함께 광화문 뒷골목 선술집에 앉았다. 밤새 울분을 토한 두 사람은 창밖으로 보이는 광화문 거리가 그날따라 유난히 낯설게 보여 이 가요를 만들었다고 한다. 평소 익숙한 거리가 그날따라 생경해 자신이 영락없는 나그네로 느껴진 순간 종이에 다음과 같이 써 내려갔다. ‘낯익은 거리다마는 이국보다 차워라/가야 할 지평선엔 태양도 없어/새벽별 찬 서리가 뼛골에 스미는데/어데로 흘러가랴 흘러갈소냐.’ 맨 처음 쓴 노랫말은 이러했다. 일제의 사전 심의에 걸릴 것을 감안해 음반에는 3절로 배치했지만 ‘나그네 설움’의 원뜻은 바로 이 가사에 녹였다. 이 노랫말에는 희망을 잃고 떠도는 주인공의 심경이 묘사돼 있고, 다시 자기가 의사가 돼 은유적 개입으로 치료하는 ‘탄식에 의한 치료’가 이뤄진다.자기치료는 외부의 도움을 얻기 불가능한 상황일 때 쓰인다. 1907년 이준·이상설·이위종이 고종 황제의 특사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된 세계평화회에서 조선을 강점한 일제의 만행을 규탄했지만 조선에는 아무런 희망도 나타나지 않았다. ‘가야 할 지평선엔 태양도 없어’는 처절한 조선의 절망감을 표현한 가사로 볼 수 있다. 세계 어디에나 떠오르는 태양이 조선에는 뜨지 않는 것이다. 창작 당시 주인공의 정서에 의한 일차적 이미지는 ‘낯익은 거리=서울의 광화문 거리’라는 원형이었지만, 취조를 받은 후엔 울분에 의한 정서 변형으로 이차적 이미지인 ‘차가운 거리=이국의 거리’로 바뀌었다. 이러한 이미지의 변형은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어데로 흘러가랴 흘러갈소냐’와 같은 지향 없는 삶도 다다를 목적지가 없는 나그네의 은유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나그네의 길을 걸어야 했던 일제강점기의 조선 민초들. 그러나 저항할 수 없는 거대한 집단적 폭압에 억눌려 있던 자신의 병든 몸과 마음을 달리 가눌 길이 없었다. 이럴 때 한숨이 나온다. 또 탄식이 나온다. 이때 내쉬는 탄식이야말로 본능적이고 반사적인 방어기제에 해당한다. 나라 잃은 슬픔에 갇혀 있던 사람들은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는 ‘나그네 설움’에서 은유적 치료의 공감을 얻었을 것이다.탄식을 통한 은유 치료는 대개 독백적 구술 형태를 띤다. 억압된 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여성들의 내적 상처를 치료하는 방식 또한 탄식의 형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과 ‘님이라 부르리까’, 김수희의 ‘애모’ 등 여성 일생사를 다룬 수많은 가요와 규방가사에 푸념과 넋두리가 많은 이유가 이에 해당한다. 이렇게 민족의 탄식을 은유 치료로 위안해 주었던 백년설은 본명이 이갑룡(훗날 이창민으로 개명)으로 1915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났다. 1938년 문학을 공부할 목적으로 일본에 유학했으나, 고베에서 당시 태평레코드사 문예부장 박영호를 만난 것을 계기로 가수의 길에 들어섰다. 1939년 전기현 작곡의 ‘유랑극단’으로 데뷔해 큰 인기를 얻었고 ‘번지 없는 주막’, ‘산팔자물팔자’, ‘고향설’, ‘두견화 사랑’, ‘대지의 항구’ 등 많은 명곡을 불렀다. 그러나 연이은 사업 실패 후 1978년 자녀들이 있는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1980년 12월 6일 ‘나그네 설움’ 가사처럼 타국에서 사연 많은 일생을 마쳤다. 사후인 2002년 보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나그네 설움’은 자기를 지킬 힘이 없으면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한 노래로, 힘과 전략을 항시적으로 충분히 비축해야만 비로소 평화가 보장된다는 교훈을 말해 주고 있다. 작곡가·문학박사
  • “73년 만에 명예회복… 여순사건 유족에겐 시간이 없다”

    “73년 만에 명예회복… 여순사건 유족에겐 시간이 없다”

    “죄 없는 민간인이 국가 권력의 폭력 속에 억울하게 잡혀가 스러졌다는 것이 여순사건이 빚은 비극의 본질입니다. 이제라도 나라가 진심 어린 사과로 유족의 한을 풀어 주고 이들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합니다.” 비극의 고통은 깊고 길었다. 1948년 벌어진 여수·순천 10·19사건은 김규찬(72)씨가 평생 짊어져 온 아픔이자 벗어나고픈 굴레의 시작이었다. 철도승무원이었던 아버지 김영기(당시 23세)씨는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을 열차에 태웠다는 이유로 내란죄에 몰려 정부 진압군에 체포됐다. 그는 체포 후 불과 한 달 만에 광주호남계엄지구사령부 고등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최종심에서는 무기징역으로 감형됐지만 결국 마포형무소(지금의 안양교도소)에 수감됐다가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행방불명됐다. 그로부터 73년이 흐른 지난 6월 24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형사1부(부장 송백현)는 유족 김씨 측의 청구로 열린 재심 재판에서 김영기씨의 내란, 국권문란, 포고령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재심청구인과 유족이 오늘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고 그 과정이 고됐을지는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며 “사법부를 비롯한 국가는 이 사건을 통해 불법적인 폭력을 방관하거나 자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서울 동대문구 자택에서 만난 김씨는 “평생의 설움과 고통은 그 무엇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이번 판결로 조금이나마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한 것 같아 마음의 짐을 덜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하루아침에 풍비박산 난 집안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순천 지역에서 주둔하고 있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들이 제주 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면서 일으킨 반란을 정부군이 진압하며 벌어진 사건이다. 당시 진압 과정에서 이 지역에 거주하던 민간인까지 무차별적으로 희생되면서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김씨의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북 상주 출신인 김영기씨는 여순사건에 휘말리기 전까지 순천역 열차 차장으로 근무하며 아내, 그리고 네 살배기 딸과 함께 덕암리 철도관사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던 젊은 가장이었다. 아내는 아들 김씨를 임신한 상태였다. 김영기씨가 탄 열차는 전북 익산에서 출발해 순천역에서 정차하던 중 지역 일대를 장악한 14연대의 요구에 객실을 내줬다. 일반 시민도 탄 정기 운행 열차였지만 총부리를 들이미는 군인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튿날 아침 그는 관사로 쳐들어온 진압군에게 ‘반란군과 공모해 부역했다´는 내란죄 혐의로 체포됐다.김씨는 “어릴 적 어머니는 아버지가 군인들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열차 운행만 했을 뿐인데 영장이나 다른 법적 절차 없이 막무가내로 끌려갔다며 밤마다 우시곤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어머니가 돌이 지난 저를 업고 마포형무소로 아버지를 찾아 면회를 갔는데 아버지 다리가 고문으로 죄다 뒤틀려 찢어진 살 사이로 하얀 무릎뼈와 정강이뼈가 드러날 정도로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더라”며 눈물을 지었다. ‘곧 나갈 테니 집안 장롱에 남겨둔 돈을 얼마간 생계비로 하며 기다리라’던 아버지는 그 길로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가장이 사라진 김씨 가족은 철도관사에서 쫓겨났다. 어머니는 매일 경찰서로 끌려가 모진 신문을 받으며 곤욕을 치르다 순천을 떠나 대구에서 멸치 행상을 하며 생활했다. 5살 된 누이는 괴질로 세상을 떴다. 가난에 학교도 제대로 다니기 힘들었던 김씨는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어머니의 행상을 도와야 했다. ●철도공사 다니며 아버지에 관한 기록 모아 다행히 친척의 도움으로 고교를 겨우 졸업한 김씨는 전교 1등도 할 만큼 공부를 잘했지만 ‘반란자의 자식´이라는 그림자가 늘 따라다녔다. 공군사관학교를 지원해 1차 적성검사와 2차 신체검사, 3차 필기검사까지 통과했지만 신원조회에서 걸렸다. 좌절한 김씨의 눈에 들어온 것이 철도학교 홍보 전단이었다. 국비로 교재와 옷, 장학금까지 준다는 말에 끌려 그대로 철도학교에 입학했다. 철도공무원이 되려면 연좌제 해결이 먼저였다. 행방불명된 지 20년이 된 아버지의 사망신고를 하고 호적에서 스스로를 파낸 뒤에야 여순사건의 그림자를 일부나마 벗을 수 있었다. 1971년 철도청을 거쳐 1982년 서울도시철도공사 지하철 계획요원으로 옮긴 그는 2008년 도시철도공사 임원으로 퇴직할 때까지 38년을 철도공사에 몸담으면서 틈틈이 아버지의 흔적을 좇았다. 아버지가 탔던 서울~여수 전라선 노선을 탈 때면 아버지를 알던 동료 철도공무원을 찾아 증언을 듣고 기록을 모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기까지는 망설임의 연속이었다. 공직에 있는 동안 재판에 나섰다가 행여나 자식에게까지도 불이익이 미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군사정권과 산업화 시기는 진상 규명은커녕 억울함을 하소연하기도 어려운 때였다. 그는 “운명처럼 아버지를 따라 열차 승무원의 길을 걷게 됐지만 한번 불이익을 겪기 시작하니 언제라도 또 그런 일을 겪을까 노심초사하며 살게 됐다”고 회고했다. ●아버지 옛 동료가 당시 상황 증언 ‘운명이려니´ 하고 잊고 지냈던 아버지의 재심 문제는 사회 분위기가 바뀌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2001년 여순사건유족연합회가 출범하고 2009년 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여순사건 당시 민간인 438명이 군경에게 집단 사살당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유족연합회에 있으면서 우연히 방송을 통해 알게 된 아버지의 옛 동료는 당시 그가 어떻게 경찰에 끌려갔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군법회의에서 아버지가 무죄를 항변했음에도 확인 절차 없이 판결이 내려졌다는 사실도 증언해 줬다. 아버지의 동료인 철도 기관사 장환봉(당시 29세)씨 유족이 재심을 진행 중인 것도 알게 됐다. 김씨는 “장씨 재판에도 증인으로 나서며 검찰 자료를 통해 진압군에 끌려간 철도원이 66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철도업에 있으면서 알게 된 정보를 토대로 아버지를 비롯한 철도원들의 무죄를 입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21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부장 김정아)가 장씨의 재심에서 내린 무죄 선고는 한 줄기 빛이었다. 그 길로 국가기록원을 두 달간 뒤져 아버지와 관련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순천역 사무소 직원 명부에서 아버지의 이름을 찾고 본적과 철도관사 주소 등을 대조해 퍼즐 조각을 맞췄다. ●유족 나이 들고 이미 돌아가신 분 많아 그렇게 지난해 5월 12일 법원에 청구한 재심은 8개월 만인 지난 1월 29일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았다. 올 5월 첫 공판을 거쳐 마침내 법원은 6월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첫 공판에서 “내란, 국권문란, 포고령 위반 등 범죄사실을 입증할 증거나 자료가 없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김씨는 “판결을 듣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며 “아버지의 불명예를 내가 70여년이 지나 노인이 다 돼서야 죽기 전에 씻고 갈 수 있어 너무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판결 5일 뒤인 지난 6월 29일에는 진상 규명과 희생자 지원을 위한 여순사건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유족 대부분이 나이 들고 이미 돌아가신 분들도 적지 않아요. 너무 늦기 전에 국가가 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하고 적극적으로 피해 구제에 나서야 합니다. 유족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文 공들였는데 윤석열 “종전선언 반대…유엔사 무력화될 것” (종합)

    文 공들였는데 윤석열 “종전선언 반대…유엔사 무력화될 것” (종합)

    “정치적 선언 부작용 상당히 크다”“북 비핵화 진전시 평화협정·종전선언 가능”“지금은 국내외 잘못된 시그널 줄 가능성 커”文, 유엔서 “한반도 평화 시작은 종전선언”내년 대선 결과 따라 종전선언 운명갈릴 듯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공들인 북한과의 종전선언에 대해 “현재 종전선언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 “정치적 선언으로 유엔사가 무력화되기 쉽고 안보에 중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현 정부의 대일관계에 대해서는 “한일 관계를 국내 정치에 너무 끌어들였다”고 비판했다. “국내 주한미군 철수·병력감축에 작용” 윤 후보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종전만 분리해 정치적 선언을 할 경우 부작용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종전선언만 먼저 할 경우 정전관리 체계인 유엔사가 무력화되기 쉽고, 유엔사의 일본 후방기지 역시 무력화되기 쉽다”면서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한민국 안보에 중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적으로는 주한미군 철수나 병력 감축 관련 여론에 작용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역적으로 진전돼서 광범위한 경제협력 관계가 수립된다면 평화협정과 종전선언이 얼마든 함께 갈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태에서는 이것이 국제 사회나 우리 남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내년 대선 이후 문 대통령이 진행하고 있는 종전선언 진행이 중단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文, 유엔 총회서 두 차례 종전선언 강조 남북관계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제75회 유엔(UN) 총회 화상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올해 5월 문 대통령이 미국 바이든 정부와의 첫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의회에서는 한국전쟁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에도 UN 연설에서 재차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의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하며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흥미로운 제안”이라며 조건부 긍정의 반응을 보였다. 미 국방부, 연방의회의 일부 의원들도 종전선언에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지난달 한미 양국은 대북협상책임자인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워싱턴에서 종전선언 방안 등에 대해 협의했고 미국 정부는 종전선언에 들어갈 문구에 대한 세밀한 법률적 분석 작업까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최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로마에 갔을 때도 바티칸 교황청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단독 면담하며 ‘방북’을 제안했고, 교황은 “초청장이 온다면 평화를 위해 기꺼이 가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 노력 여부를 봐서 다시 원점에서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尹 “文정부, 대일외교 실종”“한일관계 국내정치에 끌어들여” 한편 윤 후보는 이날 문재인 정부의 대일본 외교에 대해 “대일 관계가 과연 존재하느냐고 할 정도로 외교 자체가 거의 실종된 상황”이라면서 “대일 관계를 국내 정치에 너무 끌어들인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주일 한국 대사관 관계자들이 과연 일본 외무성하고 제대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거의 단절돼 있지 않으냐는 생각을 서울에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정부 들어와서 대일 외교와 한일 관계가 거의 망가졌다고 평가하고, 그것이 한중 관계와 한미 관계에도 상당히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한국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고 2019년 7월 한국의 핵심 수출품목인 반도체 소재 3종 품목에 대해 수출 규제를 가하는 경제 보복을 단행했다. 일본은 이어 8월 수출시 서류 절차 간소화 등 수출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2차 경제 보복도 감행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대대적인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일본 수출의존도가 높았던 반도체 주요 부품에 대해서도 자립도를 대폭 높이는 정부 차원의 지원 조치들이 이뤄졌다.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사죄를 거부한데 이어 독도가 자신의 땅이라며 영유권을 주장하는 극우 정치인들의 망언을 교과서에 반영해 양국 갈등이 심화되기도 했다.
  • 홀로코스트 생존 할머니를 잔인하게 살해한 佛 청년에 종신형

    홀로코스트 생존 할머니를 잔인하게 살해한 佛 청년에 종신형

    2018년 3월 프랑스 파리의 서민 아파트에 살던 85세 노파 미레유 크놀은 강도에게 끔찍한 죽임을 당했다. 범인은 어렸을 때부터 크놀 할머니를 늘 봐온 이웃 청년 야시네 미훕(32)이었다. 어머니 집의 바로 옆집에 살아 어릴 적 유모 할머니 역할을 했던 크놀 할머니였다. 미훕은 유대인 할머니는 돈이 많다는 속설만 믿고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했다. 사실 그녀는 한달에 800유로만 내는 공공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값나가는 것들을 집안에 숨겨 놓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는 것이었다. 수법이 너무 잔인했다. 흉기로 열한 차례나 찔렀고 할머니 몸에 불까지 붙였다. 크놀은 유대인으로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의 강제수용소에 보내졌는데 운좋게 살아 파리로 돌아왔는데도 참담한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그녀는 당시 파킨슨씨 병을 앓아 성치 않은 몸이었다. 이 충격적인 사건은 프랑스 사회에 확산되는 유대인 혐오와 공격의 단면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파리 법원이 11일 그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공범 알렉스 카림바쿠스(25)는 징역 15년형을 언도 받았다. 이름으로 알 수 있듯이 미훕은 무슬림이다. 카림바쿠스는 그가 할머니를 찌르면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는 것을 들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둘은 서로 범행의 책임을 한사코 떠넘기려 했다. 프랑스의 유대인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반유대 풍조에 대한 격분이 들끓었다. 수만명이 크놀을 기리기 위한 침묵 행진에 나섰는데 장관들까지 함께 했다. 하지만 과격한 이슬람주의자들이 유대인을 겨냥해 공격하는 일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크놀이 죽은 뒤 정확히 일년 뒤 사라 할리미란 65세 유대인 여성이 파리의 아파트에서 한 남성에게 살해됐다. 코빌리 트라오레란 이름의 범인은 “알라후 아크바르”라고 외치면서 할리미를 아래로 던져버렸다. 그런데 그는 지난 4월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어이없게도 마약의 일종인 카나비스 복용 여파로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점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인기식당의 운명, 창업 시점에 달렸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인기식당의 운명, 창업 시점에 달렸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해부터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배달음식 주문이 폭증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환경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도 하지요. 음식을 주문할 때는 일단 먹을 것을 정하고 스마트폰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 올라온 별점이나 이용 후기를 보고 가게를 결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음식점을 선택할까요. 프랑스와 함께 미식의 나라로 알려진 일본 연구자들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나섰습니다. 일본 홋카이도대 심리학과와 통계학과 공동연구팀은 고객들의 음식점 선택 기준을 파악하기 위한 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오랜 전통이 있는 식당을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11월 11일자에 실렸습니다. 경영학이나 행동경제학 연구를 보면 고객의 상품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다양합니다. 제품에 대한 고객의 기대에 부합하는 브랜딩이나 라벨링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팀은 일본의 전통음식인 메밀국수(소바) 식당과 화과자 판매점을 대상으로 실험했습니다. 일본의 많은 메밀국수, 화과자 전문점들이 광고를 할 때 창업연도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입니다. 연구팀은 메밀국수, 화과자 전문점들만 모아 놓은 가상의 음식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사이트 곳곳에 설립연도가 없는 가게도 섞어 놨습니다. 성인남녀 34명에게 메밀국수와 화과자를 주문하도록 한 뒤 가게를 선택한 이유와 예상되는 음식의 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설립연도가 오래된 메밀국수와 화과자 가게들이 주로 선택받았고 설립연도를 표시하지 않은 곳은 선택받지 못했습니다. 오랜 전통을 가진 집일수록 고객들의 맛에 대한 기대감이 높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통음식이 아닌 패스트푸드 같은 현대 음식들도 설립연도가 오래된 가게를 선호할까요. 연구팀은 피자, 햄버거, 스파게티, 와인을 판매하는 가상의 음식 사이트를 만들어 성인남녀 136명을 대상으로 실험했습니다. 실험 결과 이번에는 메밀국수와는 달리 창업한 지 1년 안팎인 가게들을 많이 선택했고 가게에 대한 평가도 호의적이었다고 합니다. 연구를 주도한 홋카이도대 가와하라 준이치로 교수(인지심리학)는 “이번 연구를 통해 온라인에서 고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가 설립연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음식의 종류에 따라 광고 전략을 달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자영업 비율이 25%로 가장 높다고 합니다. 특히 음식 관련 자영업은 창업만큼 폐업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번 실험에서처럼 오랜 전통을 가진 식당이 많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는 식당을 고를 때 별점과 후기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음식을 제공받고 그럴듯한 리뷰를 올리는 ‘인플루언서’까지 끼어들면서 별점과 리뷰만 믿고 주문했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 끼 맛있게 먹기도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 사자굴서 포효한 곰… 다승왕도 세이브왕도 잡았다

    사자굴서 포효한 곰… 다승왕도 세이브왕도 잡았다

    강승호 2타점 적시타 힘입어 2회 3점올 시즌 16승 따낸 뷰캐넌 공략 성공선발 최원준 이어 홍건희 3이닝 봉쇄박세혁은 ‘끝판왕’ 오승환에게 쐐기포다승왕도 세이브왕도 가을 타는 곰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가을이 되면 야구를 더 잘하는 두산 베어스가 가장 부담이 큰 플레이오프(PO·3전2승제) 1차전마저 잡아내며 뜨겁게 포효했다. 두산은 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PO 1차전에서 다승왕과 세이브왕을 무너뜨리며 6-4로 승리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해 포스트 시즌 경기가 벌써 6번째지만 지친 기색은 없었다. 양대리그 시절(1999~2000년)을 제외하고 역대 33차례의 PO에서 1차전 승리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27차례로 81.8%다. 박계범, 2회 친정 상대로 역전 득점 두산은 1회말 2점을 내줬지만 2회초 곧바로 역전에 성공하며 초반 기 싸움에서 이겼다. 올해 16승5패 평균자책점 3.10으로 다승왕에 오른 삼성 선발 데이비드 뷰캐넌을 공략해 김재환과 허경민이 안타를 때렸고 박세혁도 볼넷으로 출루해 1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박계범이 1루 땅볼을 쳐 점수를 내는 데 실패했지만 강승호가 2타점 적시타를 때리며 2-2동점을 만들었고, 정수빈의 3루 땅볼을 삼성 3루수 이원석이 공을 뒤로 흘리면서 3-2 역전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까지 삼성 소속이던 박계범이 홈을 밟았다. 1점차의 아슬아슬한 리드를 이어가던 두산은 8회초 정수빈과 호세 페르난데스의 연속 안타로 무사 1, 3루를 만들었다. 이후 박건우의 땅볼 타구에 정수빈이 홈을 밟으며 1점 더 달아나 4-2를 만들었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9회초였다. 삼성이 8회말 호세 피렐라의 득점으로 다시 1점 차로 추격한 상황에서 두산은 ‘끝판왕’ 오승환을 무너뜨렸다. 삼성은 9회초 2사에서 오승환을 냈는데 박세혁이 2구째 시속 144㎞의 직구를 공략해 솔로포를 터뜨렸고 김재호, 강승호, 정수빈이 연속 안타를 만들며 1점 더 달아났다. 결국 오승환은 아웃 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최채흥으로 교체됐다.삼성, 두 차례 만루 기회 날리며 자멸 삼성은 1회말 구자욱과 피렐라가 각각 1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그러나 2회말 2사 3루, 5회말 1사 만루, 6회말 1사 만루 등 절호의 기회를 모두 날렸다. 8회말 1점을 따라붙고도 9회초 2점을 내준 장면은 결정적이었다. 9회말 뒤늦게 구자욱의 홈런이 나왔기에 더 아쉬웠다. 두산 선발 최원준을 4와3분의1이닝 만에 끌어내리고 지친 불펜을 상대하게 되면서 분위기도 좋았다. 그러나 최원준에 이어 등판한 홍건희에게 3이닝 동안 3안타만 치는 무딘 공격력이 아쉬웠다. 삼성의 흐름을 차단한 홍건희는 이날 승리투수이자 수훈 선수로 꼽혔다. 이번 PO는 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최초로 3차전까지만 열린다. 그만큼 1차전 승리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두산과 삼성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운명의 2차전을 치른다. 두산이 승리하면 사상 첫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대업을 이룬다.
  • “中 공산당 100년사 다시 쓴다”… 130쪽 넘는 ‘시비어천가’

    “中 공산당 100년사 다시 쓴다”… 130쪽 넘는 ‘시비어천가’

    ‘시 주석의 9년’ 전체 분량 4분의1 차지‘공동부유’ 맞춰 장기집권 정당성 확보“마오·덩 이어 시진핑 삼단론 공적 강조”관영 매체들도 칭찬하며 3연임 띄우기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기틀을 마련할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전회)가 지난 8일 개막한 가운데 이번 회의에 제출된 당 100년사에서 시 주석이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의 지도자로 격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관영 매체들도 그의 공적을 대대적으로 찬양하며 3연임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6중전회에 보고된 ‘당의 100년 분투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공 중앙의 결의’(역사결의·531쪽)에서 시 주석이 집권한 지난 9년간의 분량이 전체의 4분의1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매체는 “역대 지도자 가운데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을 제외하고 이처럼 강조된 사람이 없다”며 “시 주석이 중국 공산당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공산당이 역사결의를 채택하는 것은 세 번째다. 1945년 6기 7중전회에서 ‘여러 과거사 문제에 관한 결의’를 통해 당 창당 과정에서의 과오를 지적하고 마오쩌둥을 중심으로 단결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1981년 11기 6중전회에서 ‘건국 이래 당의 여러 과거사 문제에 관한 결의’를 발표해 문화대혁명을 반성하고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을 공고히 했다. 이번 역사결의는 시진핑의 ‘공동부유’ 기조에 초점을 맞춰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마오쩌둥이 ‘사회주의 국가’를 세웠고 덩샤오핑이 이를 ‘부자나라’로 성장시켰다면, 시진핑은 최종 목적지인 ‘초강대국’으로 이끌 것이라는 논리다. 중국 공산당은 6중전회 마지막 날인 11일에 이 같은 내용의 역사결의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언론도 일제히 ‘용비어천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인민일보는 11월 9일자 1면 대부분을 할애해 시 주석의 임기가 시작된 2012년부터 지금까지의 성과를 정리했다. 그가 주창한 ‘인류운명공동체 건설’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등을 제시한 뒤 “시 주석은 말은 무겁고 마음은 깊다”, “인민의 행복을 위해 일한다” 등 국정 철학도 소개했다. 신화통신은 “세계가 100년에 한 번 있을 만한 대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며 “시 주석의 지도력 덕분에 (중국은) 세계 공영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홍콩 명보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중국 공산당이 신중국 100년을 마오쩌둥(1기)과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2기), 시진핑(3기)으로 나누는 ‘삼단론’을 내세워 시 주석의 공적을 더욱 강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 대중음악 조선왕조실록 만드는 그녀

    대중음악 조선왕조실록 만드는 그녀

    “신중현 선생님이 좀 편찮으시대.” 작곡가 윤일상과 나눈 짧은 대화가 시작이었다. 전설들이 떠나면 대중음악의 역사와 의미마저 잊혀질 수 있다는 위기감. 32년간 방송 음악감독으로 일해 온 최정윤(54) 일일공일팔 대표는 “대중음악 기록을 제대로 해 보자”는 마음으로 아카이빙을 위한 전문 제작사를 차렸다. 그리고 1년 6개월이 흐른 지난 1월 SBS 다큐 음악쇼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를 통해 10회에 걸쳐 한국 대중음악의 중요한 순간을 짚어 냈다. 화제의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아카이빙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일일공일팔 사무실에서 만난 최 대표는 “현재 한국 대중음악의 뿌리를 기록하는 중요한 작업”이라고 했다. ●준비만 2년… 가요 역사 짚은 ‘아카이브K’ ‘아카이브K’는 TV에서 만나기 어려운 1980년대 대중음악부터 최근 케이팝의 성취까지 한국 대중가요를 만들어 온 사건과 주역을 하나씩 조명해 냈다.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케이팝 대표 주자는 물론 김민기 대표가 이끄는 학전과 조동진, 들국화, 김현식, 시인과 촌장, 신촌블루스 등이 속했던 동아기획 사단까지 총출동해 음악계는 물론 대중에게도 큰 관심을 얻었다. 생생한 증언과 고품격 공연도 호평을 이끌어 냈다. 프로그램을 제작한 최 대표는 “욕심껏 하자면 내용도 이야기도 채울 게 훨씬 더 많았다”고 돌이켰다. 특정 시청층을 노리기보다 꼭 다뤄야 할 내용을 정하는 데 더 신경썼다는 그는 “시청자들이 몰랐던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했다. 방송 준비 기간 약 2년, 인터뷰 분량만 1만 5012분에 달하니 못다 한 이야기가 더 많다. 방송에 대해 의외의 호응을 보인 건 10~20대였다. BTS나 블랙핑크에만 열광할 것 같았던 이들이 김민기, 조동진의 곡에 귀를 열었다. “젊은층이 이 음악들을 몰라 못 들었던 것일 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달으니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아카이브K’의 성공에 힘입어 유튜브 채널 ‘우리 가요’를 열어 콘텐츠도 꾸준히 만들고 있다. 그룹 레드벨벳의 슬기와 음악평론가 김작가가 진행하는 ‘슬기로운 음악대백과’는 대중음악사에 기여한 아티스트들이 출연해 생생한 경험과 음악 인생을 풀어놓는다. 이런 작업들이 기반이 돼 지난달에는 ‘아카이브K 콘서트’를 열어 학전과 동아기획 출신들을 한 무대에 모았다. ●살던 집도 동아기획과의 인연 최 대표는 어쩌다 아카이브에 ‘진심’이 됐을까. 예술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서도 클래식 작곡을 전공한 그는 대중음악과는 거리가 멀었다. “중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저희 집에 오셔서 모든 라디오에 테이프를 붙여 고정을 하셨어요. 주파수 93.1, KBS 클래식 FM 말고는 듣지 말라고요. 그런데 우연히 오빠가 녹음해 놓은 테이프를 몰래 눌러 보고 ‘이런 노래도 있구나’ 하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가 떨리는 가슴으로 재생한 테이프에는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 잔’ 같은 대중가요와 산울림의 곡들이 담겨 있었다. 큰일이 나는 줄 알고 얼른 테이프를 껐지만, 차차 새롭고 아름다운 대중음악이 귀를 사로잡았다. 대학 4학년 시절 우연히 시작한 방송국 아르바이트는 삶을 바꿔 놓았다. 방송에 적절한 음악을 찾아 넣거나 작곡하는 일이었다. 이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32년간 음악감독으로 방송국 밥을 먹게 됐다. 일이 너무 재밌어 쉼없이 달리다 보니 그동안 맡은 프로그램만 900개쯤 된다. EBS ‘딩동댕 유치원’, ‘꼬마 요리사’, ‘만들어 볼까요’ 등 히트 어린이 프로그램의 음악을 만들었고, SBS ‘야심만만’, ‘힐링캠프’, ‘K팝 스타’, ‘더 팬’, 최근 종영한 ‘라우드’까지 예능과 오디션 역사를 함께했다. 온갖 음악을 머릿속 데이터베이스에 넣고 프로그램에 맞게 활용해 온 그는 “작곡과가 아닌 ‘잡곡과’를 나왔다”며 농담을 보탰다. 아카이빙은 그동안 음악에 진 빚을 갚는 작업이기도 하다. “저는 대중음악계가 창작한 좋은 음악들을 활용해 방송을 만들어 왔잖아요. 그래서 마음에 빚이 늘 있었어요. 영화 등 다른 예술에 비해 대중음악 자료는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워 아쉬웠고, 기록을 제대로 모으자는 겁 없는 계획을 세웠죠.” 회사명은 거장들의 앨범을 쏟아낸 동아기획 설립 당시 사무실 주소인 서울 종로구 내수동 110-18번지에서 따왔다. 이 주소에도 운명 같은 우연이 있었다. 동아기획 옛 자리에 주택이 들어섰는데, 최 대표가 그곳에 거주했던 것이다. “그 자리인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동아기획 막내 김현철이 저희 집에 놀라오더니 ‘여기 동아기획이었잖아’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최 대표의 집은 성지순례하듯 뮤지션들이 놀러 오곤 했다.●“김민기는 작업실, 김현철은 지원군 자처” 평론가 김작가는 “대중음악 조선왕조실록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케이팝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요즘 서태지도 BTS도 어느 날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은 아니기에 이전 자료들을 집대성하는 건 대중음악사의 구멍을 채우고 문화를 기록하는 일이다. 최 대표는 “그동안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나름대로 아카이빙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강조한다. 예전에는 소속사가 바뀌면서 음반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도 있고 하루하루 공연이 바빠 기록의 중요성을 놓쳤지만, 개인적으로 자료를 모은 이들은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일공일팔의 작업은 “여기 오면 우리 가요와 관련된 게 다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집을 짓는 것이다. “기존에 하고 계신 분들과도 활발한 협업이 됐으면 한다”는 최 대표는 “최대한 많은 분들이 와서 씨를 뿌리도록 흙을 다지는 과정까지 했다”고 비유했다. 특히 그는 무대에서 조명받는 가수들뿐 아니라 음악과 관련된 수많은 스태프의 역사도 다루려 한다. 작곡, 작사, 세션, 소리를 만지는 역할 등 모두 음악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주체들이기 때문이다.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이 시대적으로는 2000년대 이후, 직업적으로는 가수에 쏠려 있다고 진단한 최 대표는 “조명받지 못한 부분을 조명해 기울어진 균형을 잡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음악계 동료와 선후배들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지인을 연결해 주고, 오래된 희귀 자료를 보여 주기도 한다. 김민기 대표는 대학로 학전 4층에 위치한 자신의 작업실을 열어 주고 “필요한 것들은 다 가져가라”며 힘을 보탰다. 가수 김현철은 “누나 회사에서 하는 일이라면 다 돕겠다”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정상급 세션들은 가장 먼저 스케줄을 내 공연을 꾸몄다. ●‘아카이브K’2도 구상… 조용필 꼭 나왔으면 방송으로 필요성을 알린 만큼 앞으로는 쉽고 다양한 방식으로 아카이브를 선보일 계획이다. 우선 2000년대 이전 대중음악 자료를 한데 모은 온라인 플랫폼 ‘아카이브K’를 준비 중이다. 평론가 30명이 선정위원 및 집필진으로 참여해 의미 있는 사건과 내용을 정리한다. 음반 관련 자료와 영상들도 모은다. 여기에는 팬들이 갖고 있는 자료와 추억, 감정을 공유하는 ‘팬카이브’ 페이지도 열린다. 오는 12월에는 1980~90년대 음악 팬과 아티스트를 연결하는 커뮤니티 ‘스테이션’도 론칭한다. BTS로 치면 ‘위버스’ 같은 플랫폼이다. 콘텐츠로는 ‘이태원 프로젝트’가 야심작이다. 1950년대 온갖 문화의 근원지였던 이태원을 집중적으로 다루려 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겨냥해 제작 중이다. ‘아카이브K’ 시즌2도 구상하고 있다. “가요제 이야기를 꼭 넣고 싶고, 하드록부터 록발라드까지 록에 대해서도 쭉 다룰 생각이에요. 그리고 조용필 선생님 꼭 모시고 싶고요. 하고 싶은 게 너무너무 많아요.”
  • “시진핑, 중국 공산당 100년사 다시 썼다” 中 세 번째 역사결의

    “시진핑, 중국 공산당 100년사 다시 썼다” 中 세 번째 역사결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기틀을 마련할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전회)가 지난 8일 개막한 가운데 이번 회의에 제출된 당 100년사에서 시 주석이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의 지도자로 격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관영 매체들도 그의 공적을 대대적으로 찬양하며 3연임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6중전회에 보고된 ‘당의 100년 분투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공 중앙의 결의’(역사결의·531쪽)에서 시 주석이 집권한 지난 9년간의 분량이 전체의 4분의1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매체는 “역대 지도자 가운데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을 제외하고 이처럼 강조된 사람이 없다”며 “시 주석이 중국 공산당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공산당이 역사결의를 채택하는 것은 세 번째다. 1945년 6기 7중전회에서 ‘여러 과거사 문제에 관한 결의’를 통해 당 창당 과정에서의 과오를 지적하고 마오쩌둥을 중심으로 단결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1981년 11기 6중전회에서 ‘건국 이래 당의 여러 과거사 문제에 관한 결의’를 발표해 문화대혁명을 반성하고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을 공고히 했다. 이번 역사결의는 시진핑의 ‘공동부유’ 기조에 초점을 맞춰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마오쩌둥이 ‘사회주의 국가’를 세웠고 덩샤오핑이 이를 ‘부자나라’로 성장시켰다면, 시진핑은 최종 목적지인 ‘초강대국’으로 이끌 것이라는 논리다. 중국 공산당은 6중전회 마지막 날인 11일에 이 같은 내용의 역사결의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중국 언론도 일제히 ‘용비어천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인민일보는 11월 9일자 1면 대부분을 할애해 시 주석의 임기가 시작된 2012년부터 지금까지의 성과를 정리했다. 그가 주창한 ‘인류운명공동체 건설’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등을 제시한 뒤 “시 주석은 말은 무겁고 마음은 깊다”, “인민의 행복을 위해 일한다” 등 국정 철학도 소개했다. 신화통신은 “세계가 100년에 한 번 있을 만한 대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며 “시 주석의 지도력 덕분에 (중국은) 세계 공영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홍콩 명보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중국 공산당이 신중국 100년을 마오쩌둥(1기)과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2기), 시진핑(3기)으로 나누는 ‘삼단론’을 내세워 시 주석의 공적을 더욱 강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 하나뿐인 아들 잃고… 66년 웃음 준 국민MC 송해

    하나뿐인 아들 잃고… 66년 웃음 준 국민MC 송해

    “가슴에 묻고 간다는 자식이다, 이것은 잊어버릴 수 없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송해(97)는 그 아픔을 방송으로 승화한다며 말을 아꼈다. 올해로 데뷔 66년차 송해는 “나보다 더 아픈 운명을 겪고 있는 분들은 많은데 여기서 주저앉으면 안 된다, 오히려 그분들을 위로하고 따라가는 게 내 일 아닌가 했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송해 1927’의 개봉을 앞두고 9일 ‘아침마당’에 출연한 송해는 이전보다 야윈 모습이었다. 송해는 “그동안 술을 못 했다”라며 웃은 뒤 “돌아다니는 게 직업인데 못 돌아다니고 갇혀 있으니까 자꾸 빠진다, 더 이상 빠지지 않는 게 술 마셨던 게 지게미가 빠지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송해는 1955년 ‘창공악극단’으로 데뷔한 후 1988년부터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았고, 잠시 하차했다가 1994년 다시 복귀해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 지난해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 ‘송해 1927’(감독 윤재호)로 관객들을 만난다.송해는 “의사들이 내가 130까지는 산다고 하더라”라며 지난 날을 회상했다. 홀로 월남해 전쟁 시기 군에서 생활했고, 유랑극단에 합류에 전국을 돌아다녔고, 방송계에 진출해 개편의 압박 속에서 살아남았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었다. 송해는 “차값을 낼 돈이 없어서 항상 나무 그늘 밑에 있었다. 그래서 나무 그늘 거지라고 했었다. 다 그런 시절이 있다. 다 작은 나무가 커서 큰 나무 된다. 그런 걸 겪고 지난다”라며 “젊어 고생은 돈 쓰고도 한다고 하지 않나, 지금은 잘 했다고 한다. 일가친적 없어서 고생을 했지만 아픔이라는 게 나를 끌어줬다, 무기로 삼았다, 백 번 천 번 자랑하고 싶다”라고 털어놨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송해는 위로를 건넸다. 그는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인내하고 희망을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여러분 곁에는 나 같은 걸걸한 친구가 있으니 염려 갖지 말고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았으면 한다. 이 시대 사람들이 고통은 다 끝을 내려줘야한다. 그래야 후대가 자신의 길을 간다”라고 격려했다.
  • [사설] 李·尹, ‘차악’ 아닌 ‘최선’ 택하는 대선 만들 책임 있다

    [사설] 李·尹, ‘차악’ 아닌 ‘최선’ 택하는 대선 만들 책임 있다

    국민의힘의 윤석열 후보 선출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후보로 꾸려진 20대 대통령 선거 대진표가 완성됐다. 이제 이들은 내년 3월 9일 실시될 대선을 향해 넉 달간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한 대장정에 나선다. 국정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이들 여야 대선 후보의 책무는 막중하다. 특히 지지도나 당세로 볼 때 당선이 유력한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와 두 당이 앞으로 어떤 선거를 펼치느냐의 문제는 대선 결과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하겠다. 대선 승리 후 펼쳐 나갈 국정 5년의 향배도 결국은 대선 승리까지의 과정에 복속되기 때문이다. 승패만큼이나 어떤 승리, 어떤 패배냐가 중요한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지금까지 일곱 차례 실시된 대선은 사회적 분열과 정치적 반목, 이념과 계층의 갈등에 뿌리를 두고 치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선거로 탄생한 정부 역시 분열과 갈등, 반목 속에서 5년을 허덕여야 했다. 20대 대선을 눈앞에 둔 지금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쪽에선 ‘배신의 아이콘’ 윤석열은 결코 용납 못한다고 외치고, 다른 쪽에선 문재인 정부 2기는 어떻게든 막겠다며 이재명 반대의 기치를 높이고 있다. ‘최선’을 찾는 선거가 아니라 ‘최악’을 피해 ‘차악’을 찾는 선거가 되고 있다. 두 정당과 후보 캠프의 선거 전략도 이런 일그러진 여론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입이란 입들은 죄다 상대 후보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왜 내가 돼야 하는지’보다 ‘왜 그가 돼선 안 되는지’를 설파하는 데 급급하다. 대장동 의혹 수사와 고발사주 의혹 수사는 검경이 계속하든 특검이 새로 맡든 수사 당국이 실체를 가리고 상응한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두 후보의 운명이 이들 사건에 달렸다지만 나라의 명운은 이 사건 향배를 크게 넘어서는 일이다. 많은 국민을 절망에 빠뜨린 부동산 문제는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바닥을 기는 출산율과 청년 실업률은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 세대와 계층의 갈등은 어떻게 줄이고, 해법을 찾지 못하는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 체제는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국민에게 제시하고 동의와 협력을 구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겉만 번지르르한 공약집만 내놓고는 정작 선거운동은 상대 진영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는 편가르기로 내닫고 국민을 둘로 갈라 놓는다면 대선에서 이긴다 해도 국정의 실패를 예약한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일이다. 두 후보는 이제부터라도 네거티브 선거를 접고, 왜 내가 돼야 하는지를 말하기 바란다. 최선을 택할 국민의 권리를 빼앗지 말기 바란다.
  • 땅 뺏은 백인, 우유 훔친 이민자… 미국의 주인은 누구인가

    땅 뺏은 백인, 우유 훔친 이민자… 미국의 주인은 누구인가

    ‘퍼스트 카우’(First cow)라는 제목은 ‘첫 번째 젖소’라는 단순한 뜻이다. 배경은 19세기 미국, 주인공은 이른바 서부 개척시대를 살아가는 두 남자 쿠키(존 마가로)와 킹 루(오리온 리)다. 쿠키와 킹 루가 본명은 아니다. 쿠키의 이름은 오티스 피고위츠다. 그렇지만 모피 사냥꾼들의 요리 담당인 그는 놀림조로 쿠키로 불린다. 중국 출신 킹 루의 본명은 나오지 않는다. 그는 사람들이 킹 루로 부른다고 본인 소개를 한다. 의기투합한 이들은 쿠키의 재능을 살려 빵 장사에 나선다. 시장에서 빵은 내놓기 무섭게 비싼 값에 팔린다. 이대로라면 금세 부자가 될 것 같다. 한 가지 위험 요소는 있다. 그들은 빵 만드는 데 필요한 우유를 몰래 훔친다. 마을에 단 한 마리뿐인 젖소의 소유자는 그곳에서 대장으로 군림하는 펙터(토비 존스)다. 권력자의 소유물에 밤마다 접근해 쿠키와 킹 루가 우유를 짜 왔으니 들키면 죽음을 면치 못한다. 한마디로 ‘퍼스트 카우’는 남의 우유로 빵을 구워 팔던 두 남자의 운명에 관한 영화다. 이처럼 내용 자체는 어려울 게 없지만, 이 영화는 섬세하게 감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각기 다른 삶을 살지만 한편으로는 서로 연결돼 있는 세 여성을 초점화한 ‘어떤 여자들’(2016) 등을 제작해 온 감독 켈리 라이카트가 이번에도 풍부한 의미로 가득 찬 영화를 완성해서다. 형식적인 면부터 그렇다. 35㎜ 필름으로 촬영한 이 영화의 화면비는 1.37대1이다. 블록버스터 영화가 1.90대1 아이맥스 화면비를 채택하는 점을 고려하면 가로폭이 좁다. 와이드스크린에 익숙한 관객은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같은 형식에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들어 있다. ‘퍼스트 카우’는 서부 개척시대 화려한 총잡이가 아닌, 평범한 혹은 소외된 사람을 주목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기 때문이다. 툭하면 무시당하는 쿠키나 이민자인 킹 루는 결코 당대의 주류에 속할 수 없던 까닭이다. 더불어 이 영화의 카메라는 백인의 하인으로 전락한 인디언들을 오래 비춘다. 미국 입장에서 서부 개척시대라 명명한 19세기가 실은 학살의 역사임을 드러내는 장면이다.더불어 이런 장면들도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인디언 땅을 빼앗은 펙터가 자기 우유를 잃었다는 사실에 격분해 쿠키와 킹 루를 죽이겠다고 선언하는 아이러니. 몸이 뒤집힌 도마뱀이 살 수 있도록 원래대로 돌려 놓고, 우유를 제공해 주는 젖소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는 쿠키의 온기. 오갈 데 없는 쿠키를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고 끝까지 그를 배신하지 않았던 킹 루의 믿음. 미국 역사에서 승자는 펙터로 기록됐을 테다. 그는 살아남고 쿠키와 킹 루는 죽었을 테니까.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두 구의 나란한 인골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알게 된다. 살아남았다고 다 승자가 아니라는 진실 말이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 [안녕? 자연] 사해 주변 싱크홀 이제 몇천 개…대자연의 복수인가

    [안녕? 자연] 사해 주변 싱크홀 이제 몇천 개…대자연의 복수인가

    세계에서 가장 짠 호수인 사해가 접한 이스라엘 관광도시 엔게디. 스파 리조트 시설이 즐비한 전성기였던 1960년대에는 온천 수영장에서 땀을 흘린 관광객들이 그대로 짜디 짠 사해에 몸을 담글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 호수 기슭은 이른바 싱크홀로 불리는 함몰구멍 투성이가 됐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요르단에 걸쳐 있는 사해는 1960년대 이후로 지금까지 표면적의 3분의 1을 잃었다. 수면이 매년 약 1m씩 낮아지고 있어 남아 있는 것은 소금에 의해 하얗고 땅 꺼짐 현상에 의해 구멍 투성이가 된 달 표면 같은 경치뿐이다.구멍은 깊이가 10m를 훌쩍 넘을 만큼 깊은 곳도 있는데 이들 구멍은 사해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사해에서는 물이 줄어들면 지하에 염분이 쌓이게 된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돌발성 홍수로 물이 지하로 스며들면서 퇴적물 속 소금 결정을 녹인다. 그러면 그 위 땅이 지지대를 잃어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지질조사국의 이타이 가브리엘리 박사는 “이스라엘과 요르단 그리고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요르단강 서안에 걸쳐 펼쳐진 사해 연안에 생긴 함몰구멍의 수는 이제 몇천 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가브리엘리 박사에 따르면, 이런 함몰구멍은 사해로 유입되는 물의 양을 줄인 인간 정책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은 모두 농업과 식수를 위해 요르단 강물을 우회해 사용해 왔고 화학 기업들은 사해에서 미네랄을 추출해 왔기 때문이다. 거기에 기후 변화가 물의 증발을 더욱더 가속화했다는 것이다. 사해 남서쪽에 있는 이스라엘의 소돔에서는 지난 2019년 7월 지난 70여 년간 이 나라의 최고 기온인 섭씨 49.9도에 육박한 것으로 기록됐다. 그렇다면 사해는 완전히 증발할 운명인 것일까.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앞으로 적어도 100년 동안에는 수위 저하를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해가 균형 상태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호수면이 축소돼 물 속 염분 농도가 높아지면 증발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한때 엔게디에 있는 스파에서 일한 주민 앨리슨 론은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한 점을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AFP 연합뉴스
  • [데스크 시각] ‘경제 대통령’ 후보는 누구인가/김미경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경제 대통령’ 후보는 누구인가/김미경 경제부장

    “식당을 여는 것도, 망하는 것도 개인의 선택입니다. 정부가 왜 그걸 개입합니까.” 그는 매우 격앙돼 있었다. 서울에서 10여년째 양식당을 경영해 온 A사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언급한 ‘음식점 허가총량제’에 대해 이렇게 비판한 뒤 “처음으로 대선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일개 자영업자이나 잘못된 건 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나마 다행인가. 사상 초유의 ‘비호감’ 대선에서 한 후보의 경제 관련 공약에 대한 ‘지적질’이라도 듣게 됐으니. 대선을 4개월여 앞두고 만나는 사람들은 ‘누가누가 더 비호감인가’ 성토하다가 싸우기 직전 대화를 멈춘다. 그러다가 부동산과 주식, 코인 등으로 화제를 옮겨 이야기꽃을 피운다. 특히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단계적 일상회복’ 분위기를 타고 삼삼오오 모이는 자리마다 경제 관련 정보 공유가 봇물을 이룬다. 부동산값에 물가에 대출금리도 오르니 속은 타 들어간다. 대선 후보들의 비호감 경쟁보다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선 단일 후보나 예비후보들의 경제 살리기 공약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실종’ 수준이다. 일찌감치 여권 단일 후보가 된 이 후보는 음식점 허가총량제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 부동산감독원 신설 등을 내놓았지만 선심성에 ‘아니면 말고’도 많아 의구심만 낳고 있다. 야권 예비후보들의 경제 공약은 대화 테이블에 오르지도 않는다. 그들이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백신 접종률 제고에 따른 단계적 일상회복은 방역뿐 아니라 민생 살리기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소외계층은 코로나19로 인해 벼랑 끝으로 몰렸고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프리랜서, 청년층 등의 한숨은 늘어 가는데 이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공감 능력은 안 보이고 재래시장 등을 누비며 소시민들과 악수만 하기에 바쁘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연루설이 나오는 ‘대장동 사태’에, 후보 가족의 각종 투기 의혹에 경제적 박탈감을 느낀다. 이쯤 되면 국민은 후보들을 향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외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위기 상황 속 대선에서 ‘경제 대통령’ 후보야말로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후보 아닐까. 밖으로도 눈을 돌려 보자. 전 세계 국가들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 맞춰 일자리 창출 등 각종 부양책은 물론 미래 먹거리와 첨단기술 개발 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 화두로 떠오른 탄소중립 등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대책, 미국과 중국 간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술·통상 정책 등에 대해 각국 지도자들은 머리를 싸매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취약해 “최악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13%에 가까운 손실을 경험할 수 있다”(요나스 올덴홀드 스위스리 한국지사장)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이 와중에 미중 간 가열되고 있는 기술 패권 및 공급망 경쟁 사이에 낀 우리나라의 경제는 단순히 ‘생산·분배·소비’가 아니라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안보’로 직결된다. 글로벌 경쟁 속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경제안보’를 위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 논의에 이어 최근 출범한 경제부총리 주재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도 해법을 찾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특허 분석 보고서’를 발간한 특허청의 김용래 청장은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은 20년 이상 지속될 것이고, 동맹국 간 핵심 기술 선점과 기술 블록화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우리에게 가장 위험할 수도, 또 다른 기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시 대선 후보들로 돌아가자. 위드 코로나 시대 민생과 경제안보를 모두 잡을 대통령이 되기 위해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
  • 너냐 ‘미친 선수’?

    너냐 ‘미친 선수’?

    차포 떼고 맞붙는 준플레이오프 두산 외국인 투수 미란다·로켓 이탈1차전 선발 토종 에이스 최원준 출격 LG, 보어·오지환 대신 문보경·구본혁류지현 감독 “수비 안정감 믿음 간다”핵심 투수와 핵심 타자가 없는 팀이 붙으면 어떤 승부가 펼쳐질까. 완전체로 붙어도 모자랄 가을야구지만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전력 공백을 가진 채 준플레이오프(준PO·3전2승제)에 맞붙었다.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하는 단기전에서 누가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울지가 이번 준PO의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두산과 LG가 4일부터 잠실구장에서 맞붙는 ‘잠실 라이벌’의 준PO에는 양팀 모두 외국인 핸디캡이 존재한다. 두산은 올해 225탈삼진으로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운 아리엘 미란다가 어깨 부상으로 빠졌다. 부상으로 지난달 미국으로 떠난 워커 로켓도 없다. 반면 LG는 타격 부진으로 열외 전력이 된 외국인 타자 저스틴 보어가 없다. 미란다가 없는 두산의 가을야구에서는 토종 에이스 최원준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원준은 올해 12승4패 평균자책점(ERA) 3.30을 거뒀다. 외국인 투수가 건재한 LG가 1차전 선발로 10승2패 ERA 2.18로 활약한 앤드류 수아레즈를 냈다. 보어가 잘해줬다면 꿰찼을 1루수 자리에 LG는 문보경이 들어갔다. 류지현 LG 감독은 이날 “수비에서 문보경이 조금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다”며 1루에 세운 이유를 밝혔다. 외국인 선수뿐만 아니라 두 팀의 전력 공백은 또 있다. LG는 대체불가 유격수 오지환의 이탈이 뼈아프다. 오지환은 올해 타율 0.254(464타수 118안타) 8홈런 57타점 62득점을 기록했고 탄탄한 수비력으로 LG의 내야를 책임졌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쇄골 골절상을 당해 시즌 아웃됐다.구본혁을 대체 선수로 낙점한 류 감독은 “구본혁의 비중이 커서 이천에서 훈련할 때 가까이서 연습을 시켰다”면서 “수비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다만 후보 유격수로는 누구를 쓸지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다. 부상 이탈은 아니지만 두산 역시 유격수 김재호의 부진이 아쉽다. 김재호는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홀로 유일하게 안타를 치지 못했다. 1차전에서는 뼈아픈 수비 실책으로 패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결국 김재호 대신 박계범을 준PO 1차전에 냈다. 김 감독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했지만 김재호의 부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감독이 “상황에 따라 움직이겠다”고 공언한 만큼 어떤 선수가 미친 활약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지가 ‘왕조’ 두산의 가을야구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 한반도 대표 선사문명 소멸은 가뭄 때문이었다

    한반도 대표 선사문명 소멸은 가뭄 때문이었다

    송국리 문화인들 가뭄 피해서 남하日 규슈에 정착해 야요이 시대 열어 4200년 전 지구에 추위·대가뭄 오자인더스 문명의 모헨조다로 등 멸망기후 변화 기반 역사적 사실 재조명한반도의 대표적인 선사시대 문명 중 하나로 ‘송국리 문화’가 있다. 대략 3000년 전부터 집약적 농경을 기반으로 성장해 금강 중하류 일대에 영향을 미친 문명이다. 오랜 기간 번성할 것 같았던 송국리 문화는 그러나 대략 2300년 전 갑작스레 사라졌다.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던 송국리 문화의 소멸 원인을 고기후(古氣候·과거 지질시대의 기후) 자료에서 찾는 움직임이 최근 학계에서 일고 있다. 단초는 전남 광양의 습지에서 확보한 꽃가루 퇴적물 자료였다. 이를 분석해 보니 2800~2700년 전 한반도의 기후가 갑자기 나빠졌다. ‘2.8ka(1000년 전을 뜻하는 ‘kiloannum’의 줄임말) 이벤트’라고 불리는 갑작스런 단기 가뭄이 닥친 것이다. 당시 송국리 문화인들은 정착지를 버리고 남하를 거듭했고, 일부는 바다를 건너 제주도로 가거나 아예 일본 규슈 일대에 정착해 야요이 시대를 열었다. 기후 변화가 인간과 문명의 대이동을 추동한 셈이다.‘기후의 힘’은 20여년간 한반도 고기후 연구에 천착한 저자가 인류의 진화에서 조선 왕조의 흥망성쇠까지, 기후가 어떻게 인류와 문명을 만들어 왔는지 살핀 책이다. 저자는 인류의 진화와 이동, 인류의 한반도 유입, 농경문화의 전파, 송국리 문화의 일본 전파, 홍경래의 난 등의 사례들을 통해 기후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해 왔다고 주장한다. 기후 관련 책들이 대부분 당면한 지구온난화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과거의 기후 변화를 토대로 역사적 사실들을 재조명한다는 점이 퍽 흥미롭다. 책이 다루는 시간적 범위는 한반도에 인류가 유입된 2만년 전 이후다. 하지만 저자의 시선은 한반도에만 머물지 않는다. 기후 변화는 특정 지역을 넘어 지구적인 문명의 흥망과 관련이 있어서다. ‘4.2ka 이벤트’를 예로 들자. 4200년 전 지구에는 갑작스러운 추위와 대가뭄이 닥쳤다. 가뭄은 북반구 전역에 영향을 미쳤다. 메소포타미아의 아카드 제국, 이집트 고왕국, 인더스 문명의 모헨조다로 등 당시 주변을 호령하던 문명들 대다수가 비슷한 시기에 무너졌다. 기후 변화가 인간 사회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드러낸 사례다. 3200년 전의 서남아시아 청동기 문명, 1300년 전의 멕시코 테오티우아칸 문명, 800년 전의 안데스 티아우아나코 문명, 550년 전 동남아시아의 앙코르 문명 등도 가뭄 탓에 쇠퇴했다.환경결정론은 한때 비과학적 편견으로 가득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장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과거에 대한 연구 가치를 경시하는 풍조도 있었다. 저자는 이제 역사의 전개 과정에서 기후 변화의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탐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 변화는 오랫동안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해 온 걸림돌이었다. 기후 변화가 나타날 때마다 인류는 우회해야 했다. 지금은 다소 다르다. 축적된 과학 기술 덕분에 기후 변화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문제는 인간의 욕심이다. 저자는 “인간은 스스로 이룩한 발전의 긍정적 성과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채 무분별한 욕심에 휘둘리면서 기후 변화의 보폭을 키우고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지구 온난화라는 걸림돌을 차근차근 치워 나가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해 지구의 자정 능력까지 무력화되면 우회로까지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올림픽대로 삵도, 속리산 담비도… 가장 무서운 건 길 위의 자동차

    올림픽대로 삵도, 속리산 담비도… 가장 무서운 건 길 위의 자동차

    약 200만 마리. 우리나라에서 매년 길에서 죽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의 수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차에 치여 헛되게 죽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국립생태원에서 생태축 보전, 생태통로 개선, 로드킬 저감을 주제로 연구해 온 저자는 생각보다 우리와 가까이에서 살고 있는 야생동물의 이야기를 통해 이 죽음의 무게를 전한다. 저자는 도시와 숲, 산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들과 독자들의 거리를 먼저 좁힌다. 서울의 강서습지에서부터 한강 인근, 속리산과 지리산 깊은 골짜기까지 인간의 발길이 닿는 근처에도 야생동물이 숨쉬고 있음을 소개한다. 트랩을 설치해 그곳에 찾아온 동물들을 발신기로 무선 추적한다. 강서습지에서 만난 삵 영준이, 올림픽대로를 넘나든 암컷 삵 주선이, 경인운하 건설로 터전을 잃은 너구리 갑돌이와 갑순이, 속리산에서 찾은 담비 가족 등의 움직임과 특성이 매우 생생하게 그려진다. 오랜 시간 그들을 기다리고 차분히 눈높이를 맞춰 따라가던 저자를 통해 생태과학자의 세심한 연구도 엿볼 수 있다. 쉬운 언어에 사진과 일러스트까지 더해져 더욱 실감 나게 동물들을 만나다 보면 어느새 이들이 맞는 최후가 더욱 묵직하고 참담하게 느껴진다. 저자가 무선 추적한 야생동물 13마리 가운데 6마리가 길에서 죽고 말았다. 호랑이, 표범, 늑대 등 대형 육식동물들이 떠난 도시와 도로에서 이제 최상위 포식자는 자동차가 돼 버렸다. 운전자라면 한 번쯤은 봤을 길 위의 동물 사체는 전체 로드킬 사고의 절반 정도에 불과할 만큼 로드킬로 인한 야생동물의 희생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경고도 따라온다. 책은 존재 자체로 의미가 큰 야생동물들과의 공존을 강조한다. 지난 9월 기준 전국에 등록된 532개의 생태통로를 더욱 늘리고, 야생동물들이 도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도로변에 울타리를 설치하며 로드킬을 막아야 한다는 구체적 대안도 내놨다. 책 말미엔 운전자의 로드킬 대처법도 자세히 나온다. “지구라는 조그만 별을 나눠 쓰는 운명 공동체”인 야생동물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예의”가 절실하다는 메시지에 힘이 실렸다.
  • 반쪽 방패 두산 vs 무딘 창 LG, 대체자가 승부 가른다

    반쪽 방패 두산 vs 무딘 창 LG, 대체자가 승부 가른다

    핵심 투수와 핵심 타자가 없는 팀이 붙으면 어떤 승부가 펼쳐질까. 완전체로 붙어도 모자랄 가을야구지만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전력 공백을 가진 채 준플레이오프(준PO·3전2승제)에 맞붙었다.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하는 단기전에서 누가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울지가 이번 준PO의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두산과 LG가 4일부터 잠실구장에서 맞붙는 ‘잠실 라이벌’의 준PO에는 양팀 모두 외국인 핸디캡이 존재한다. 두산은 올해 225탈삼진으로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운 아리엘 미란다가 어깨 부상으로 빠졌다. 부상으로 지난달 미국으로 떠난 워커 로켓도 없다. 반면 LG는 타격 부진으로 열외 전력이 된 외국인 타자 저스틴 보어가 없다. 미란다가 없는 두산의 가을야구에서는 토종 에이스 최원준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원준은 올해 12승4패 평균자책점(ERA) 3.30을 거뒀다. 외국인 투수가 건재한 LG가 1차전 선발로 10승2패 ERA 2.18로 활약한 앤드류 수아레즈를 냈다. 보어가 잘해줬다면 꿰찼을 1루수 자리에 LG는 문보경이 들어갔다. 류지현 LG 감독은 이날 “수비에서 문보경이 조금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다”며 1루에 세운 이유를 밝혔다. 외국인 선수뿐만 아니라 두 팀의 전력 공백은 또 있다. LG는 대체불가 유격수 오지환의 이탈이 뼈아프다. 오지환은 올해 타율 0.254(464타수 118안타) 8홈런 57타점 62득점을 기록했고 탄탄한 수비력으로 LG의 내야를 책임졌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쇄골 골절상을 당해 시즌 아웃됐다. 구본혁을 대체 선수로 낙점한 류 감독은 “구본혁의 비중이 커서 이천에서 훈련할 때 가까이서 연습을 시켰다”면서 “수비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다만 후보 유격수로는 누구를 쓸지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다. 부상 이탈은 아니지만 두산 역시 유격수 김재호의 부진이 아쉽다. 김재호는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홀로 유일하게 안타를 치지 못했다. 1차전에서는 뼈아픈 수비 실책으로 패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결국 김재호 대신 박계범을 준PO 1차전에 냈다. 김 감독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했지만 김재호의 부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감독이 “상황에 따라 움직이겠다”고 공언한 만큼 어떤 선수가 미친 활약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지가 ‘왕조’ 두산의 가을야구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 ‘경영+안보’ 변수… 워싱턴 사무소 강화하는 한국 대기업

    ‘경영+안보’ 변수… 워싱턴 사무소 강화하는 한국 대기업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구축 등 미국이 경제 통상 정책의 기준으로 ‘국가 안보’를 내세우면서 한국 대기업들이 로비스트가 즐비한 미국 워싱턴DC에 속속 사무실을 열고 있다. 경영 효율성, 기술 경쟁 등이 전통적인 기업 현안이었다면 미국 정치, 외교·국방 정책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워싱턴DC에 사무소를 만드는 대기업 수가 내년에 처음으로 10개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 SK그룹, SK하이닉스, 포스코 등을 포함해 9개 대기업이 진출해 있다. 준비 중인 1호 대기업으로는 전무급을 포함한 7~8명이 현지에 파견돼 사무소를 만들 LG그룹이 있다. 후보지는 백악관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연내 개설할 수 있다. 이로써 4대 그룹이 모두 워싱턴 현지에 대관 조직을 갖추게 된다. 업계에서는 LG가 지난해 배터리 인력 유출 갈등으로 SK와 소송을 벌이면서 대관 조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본다. 사건 정황으로 볼 때 SK가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최악의 전망까지 나왔지만, 실제로는 미 정계 인사들이 직접 화해를 주선했고 SK가 2조원의 배상금을 무는 것으로 일단락됐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미국에서 각각 수조원을 들여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미국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외에 CJ그룹도 워싱턴 사무소 이전을 검토 중이며 현대제철은 애틀랜타 사무실의 워싱턴 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한국이 강한 핵심 부품에 집중하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관심도가 커졌고 이 역시 한국 대기업의 워싱턴 진출이 활발해진 이유”라고 말했다. 올 들어 ‘워싱턴 조직의 확대·강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에 가장 빨리 진출했던 현대차는 지난 4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거점인 ‘제네시스 에어 모빌리티’ 법인을 실리콘밸리가 아닌 워싱턴에 만들었다. 미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일명 ‘드론 택시’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 방산업체인 한화는 현지 계열사들을 한화디펜스를 중심으로 확대 재편하면서 직원이 8명에서 15명으로 늘었다. 최근 진출한 대기업들은 ‘K스트리트’에 운집한 로펌을 적극 고용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9월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를 미국법인 고문으로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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