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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멘 새 대통령 하디 유력… 재건 순항할까

    예멘이 21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를 실시함으로써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33년 장기 집권이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이로써 예멘은 지난해 1월부터 본격화된 아랍의 봄 이후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에 이어 네 번째로 철권 통치를 끝내는 국가가 됐다. 대통령 후보로 단독 출마한 마한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66) 부통령이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된다고 A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대선은 걸프협력이사회(GCC)의 중재로 살레 대통령과 야권이 지난해 11월 합의한 권력이양안에 따른 것이다. 국민통합정부를 이끄는 하디 부통령에 대한 사실상 신임투표 성격이다. 2년의 과도정부를 이끌 하디에게는 살레의 유산을 청산하고 민주주의와 경제개혁, 예멘군 재편을 추진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한 과도정부는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부심했다. 투표율이 극히 저조할 경우 하디 정권의 정통성에 흠집이 나기 때문이다. 예멘 과도정부는 지난 6일부터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공식 캠페인을 시작했다. 하지만 상황이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부 반정부 시위대는 살레 대통령의 면책을 공식화할 수 없다며 대선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남부 분리주의 세력은 선거 당일인 21일을 ‘시민 불복종의 날’로 선포하고 선거 불참 운동을 펼치고 있다. 대선 하루 전인 20일 남부 아덴의 한 투표소가 무장단체의 로켓포 공격을 받고 폭파된 데 이어 이날 남부 지역에서는 분리주의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총 4명이 숨졌다. 남부 아덴 다사드, 만수르에서는 남부 분리주의 무장세력과 진압하려는 경찰이 충돌해 어린이 1명과 경찰 1명이 각각 숨졌다. 이들은 남부 도시 아덴의 투표소 20곳 가운데 10곳을 장악하기도 했다고 AFP가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아비얀 주를 중심으로 한 남부 일부 지역은 알카에다 연계 무장단체가 여전히 건재해 중앙 정부의 통제가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디는 예멘 국민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남예멘 출신인 그는 1964년 옛 남예멘 군사학교를 졸업하고 1986년 내전에서 북예멘을 상대로 싸웠다. 1990년 통일 이후 살레 대통령은 하디를 국방장관으로, 1994년 부통령으로 앉혔다. 전형적인 테크노크라트로 과묵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는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알카에다 조직이 강한 예멘이 무정부 상태의 혼란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하디를 지원하고 있다. 일각에선 하디 정부에서도 살레 대통령의 영향력이 여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살레 대통령의 아들과 조카가 각각 최정예 공화국수비대와 중앙보안군 사령관으로 건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4대강’ 민·관 합동점검단 27일 출범…인적 구성 놓고 벌써 ‘잡음’

    ‘4대강’ 민·관 합동점검단 27일 출범…인적 구성 놓고 벌써 ‘잡음’

    올해 상반기 전국 16개 보(洑)의 준공을 앞두고 구조적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민·관 합동 점검단이 오는 27일 출범한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와 달리 점검단의 인적 구성을 놓고 벌써부터 잡음이 나온다. 점검단 93명 가운데 민간 몫인 44명이 정부 산하 공공기관과 4대강 사업 참여업체, 우호적 교수들로 채워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탓이다. 국토해양부 권도엽 장관은 2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오는 4~6월 순차적으로 준공되는 보와 수문, 바닥보호공, 하상유지공 등 주요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 계획을 발표했다. 권 장관은 “사전 점검을 27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19일간 한강·금강·영산강·낙동강 등 수계별로 진행하되 여건에 따라 연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점검대상은 보 누수와 바닥보호공 유실 등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됐거나 유지·관리 단계에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사항은 미리 철저히 검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실장은 “4대강 사업에서 연일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자, 국토부는 대표적인 4대강 찬동 학자를 단장으로 한 ‘무늬만 점검단’을 꾸렸다.”면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즉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4대강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업체 관계자가 19명(43.2%)으로 다수를 차지했고, 한국수자원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LH)·건설기술연구원·한국시설안전공단 등 공공기관이나 국책연구소 직원도 9명(20.4%)이나 됐다는 것이다. 나머지 16명(36.4%)은 교수들로 꾸려졌는데, 대부분이 성향상 4대강 사업에 찬성해 온 인사들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단장급 6명 가운데 총괄단장과 한강점검단장, 금강점검단장, 낙동강2권역 점검단장 등 5명은 지난해 시민단체가 발표한 ‘4대강 사업 찬동인사 인명사전’(2차)에 올릴 177명 명단에 포함된 학자들로 확인됐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열린세상] 한·미 FTA 여론 읽기/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한·미 FTA 여론 읽기/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한 ·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150명 내외의 대학생을 강당에 모아 놓고 한·미 FTA에 대한 찬반을 물었다. 그리고 4시간에 걸친 전문가 토론을 지켜보게 한 후 다시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러한 조사방식을 ‘공론조사’(deliberative polling)라고 한다. 보통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가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답변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반해 공론조사는 관련 정보를 전달한 후 응답자의 견해를 묻는 방식으로서 정보 전달 전후의 입장 변화를 알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먼저 2006년 7월 4일의 공론조사는 서울에서의 한·미 FTA 2차 협상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 시행되었다. 한·미 FTA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사전 질문에 65.5%가 동의를 표하였다. 그런데 4시간에 걸친 전문가 토론을 보고 난 후 이 수치는 41%로 떨어졌다. 한·미 FTA의 비용에 대한 공감은 높아지고 편익에 대한 공감은 낮아졌다. 1년이 지난 2007년 6월 23일, 같은 방식의 공론조사를 또 실시하였다. 이는 2007년 4월의 협상 타결 이후, 6월 29일의 추가협상 타결을 눈앞에 둔 시점이었다. 결과는 1년 전과 거의 같았다. 한·미 FTA에 대한 지지도가 사전 조사에서는 63%였으나 4시간의 토론을 보고 난 후엔 49.6%로 떨어져 1년 전에 비해 낙폭은 좀 줄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하락하였다. 왜 전문가 토론을 보고 나면 한·미 FTA에 대한 찬성이 줄어들까? 참석자들에게 물었더니 FTA의 편익에 대한 설명은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데 비해 비용은 구체적이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것은 참여한 전문가의 문제가 아니라 FTA 논의의 근본적인 속성이다. 편익이라면 무역 확대, 산업 경쟁력 강화, 국제신인도 상승, 외국인 투자 확대, 대미관계 강화, 국내제도 선진화, 소비자 후생 증대 등이 될 것이다. 소비자 후생 증대를 제외하면 개인에게 와 닿기 힘든 거시적인 효과들이다. 반면 비용으로는 농업, 서비스업 등 한계산업 피해, 양극화 심화 등을 꼽을 수 있다. 피해 분야에 종사하는 개인에게는 생존에 직결된 문제이다. 이러다 보니 많은 응답자들이 전문가 토론을 보고 난 후 편익보다는 비용에 더 심정적인 공감을 표하게 된 것이다. 대학생들이 4시간의 토론을 보고 답을 했다고 해도 이 역시 인상에 의존한 피상적인 답변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미 FTA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반대여론이 형성되기 쉬운 속성을 가졌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런 점에서 불리한 게임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의 여론조사에도 나타나고 있다. 한·미 FTA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면 2006년에는 조사기관 간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찬반이 5대5로 나뉘었으나 2007년 들어와서는 찬성론이 6대4 정도로 뚜렷이 우세를 점하게 된다. 그러나 지난주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미 FTA 폐기에 대한 찬반이 42.8%대42.6%로 거의 같게 나타났다. ‘폐기 반대’에는 한·미 FTA에는 반대하나 체결 폐기는 심하다고 생각하는 입장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최근 몇 년 사이 한·미 FTA에 우호적인 의견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셈이다. 이러한 여론 변화의 배경에는 ‘편익은 추상적이나 비용은 구체적’이라는 FTA 논의의 근본적인 한계에 덧붙여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심화된 양극화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론 형성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국익을 위해 할 일은 해야 하는 법이다. 연애기간이 너무 길면 결혼하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중요한 장점은 이미 알던 것인 반면 사소한 단점만 발견되기 때문이란다. 지금까지 정부의 입장은 한·미 FTA의 편익이 비용보다 크므로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비용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 지금은 정부가 한·미 FTA의 비용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이다. 그래야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비용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구체적인 의지를 보다 진정성 있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한·미 FTA를 지킬 수 있다.
  • [글로벌 시대] 세계화, 진보의 딜레마인가/장홍 프랑스 알자스주정부 개발청 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세계화, 진보의 딜레마인가/장홍 프랑스 알자스주정부 개발청 자문위원

    백낙청 교수는 1970년대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의미 있는, 그러나 해석에 따라 애매한 명제를 던졌다. 신자유주의 논리가 판치는 글로벌시대에 다시 새겨봄 직한 명제가 아닌가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비준과정 등에서 보여지듯, 보수는 세계화를 특별한 갈등 없이 환영한다. 일반적으로 보수에 속하는 세계적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그들의 추종자들은 세계화가 시장의 성장과 부의 증가에 기여했고, 세계화 덕분에 수억명의 인구가 가난에서 벗어났으며, 전 세계적으로 부의 재분배와 기술의 전파가 확산되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세계화를 대하는 진보의 입장은 신중하다 못해 다소 혼란스럽기조차 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진보는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19세기 국제적 연대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개방과 세계화를 선택하며 역사 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이와는 달리 자국의 시장과 경제를 보호해야 한다는 미명 아래 높은 관세와 보호무역을 옹호했던 보수의 입장은 그야말로 보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인 것처럼 보인다. 세계화에 대해 우호적인 보수의 입장에 비해 진보는 세계화의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정체성과 경제, 특히 농업 등 취약한 분야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이런 관점에서 오히려 보수처럼 여겨질 위험에 처해 있다. 세계화가 국가와 민주적 절차를 약화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국제적 분업과 하청으로 노동은 위협받고 있으며, 노동자들의 임금 협상력은 크게 저하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 간 조세 경쟁은 한 국가의 조세 수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자본이 노동에 비해 훨씬 유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금융위기 때마다 많은 국가들은 국제금융제도에 보다 엄격한 규율을 설정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관련 국가들이 모두 동의하지 않는 한 실현이 불가능하다. 세계화의 큰 폐해 중 하나는 양극화 심화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일부 소수에 의한 부의 독식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 상위 1%가 국부의 8%를 보유했는데, 현재는 무려 20%에 달하고 있다. 부의 지나친 편중 현상은 당연히 민주주의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그 결과 사회의 불안과 동요를 유발시킬 수밖에 없다. 세계화에 대처하는 진보의 바람직한 입장은 무엇일까? 세계화의 문제점만 지적하며 반대하고 저항하는 걸까? 아니면 세계화를 역사의 한 발전단계로 인식하고, 이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걸까? 이런 질문에 답하기 전에 국제경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틀 안에서 진보의 진정한 가치와 사회적 약자의 이해관계가 어디에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앤디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는 민주주의와 국가가 부의 지나친 편중을 통제하고, 시장을 민주적 절차 위에 다시 편입하기 위한 능력을 되찾을 수 있을 때까지 세계화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급격한 세계화와 국가 간 상호의존도가 날로 높아가는 상황에서 한 국가가 독단적으로 효율적이며 민주적인 정책을 펼치기란 점점 어렵다. 금융시장이 국회보다 한 국가의 경제정책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는 국가 차원에서 세계화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유혹을 받을 수도 있지만 다음 두 가지 문제와 맞닥뜨린다. 하나는 세계화가 제공하는 엄청난 잠재성을 과소평가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진보 운동의 역사에 등을 돌린다는 것이다. 현대의 테크놀로지와 통신수단의 발전으로 경제의 세계화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세계화가 보다 큰 부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면, 문제는 세계화가 아니라 민주적 원칙과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 시장 질서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비록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라도, 진보가 역사 발전의 방관자가 아니라 선도자가 되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닐까? 이제 가장 세계적인 것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 될 수 있을까를 짚어볼 때가 아닌가 한다.
  • [생각나눔 NEWS]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찬반 논란

    [생각나눔 NEWS]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찬반 논란

    하나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요청과 최태원 SK 회장의 하이닉스반도체 사외이사 선임 등을 계기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당한 주주권 행사라는 주장과 관치(官治)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린다. 전자는 건전한 경영 감시를, 후자는 경영 간섭을 내세운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많이 보유한 회사에 사외이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주장은 2010년 ‘신한금융사태’ 때부터 힘을 얻기 시작했다. 최고경영자(CEO)들의 권력 다툼이 심화되자 주가가 급락했고, 국민연금은 약 47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됐다.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은 16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신한금융에 사외이사를 파견하고 있었다면 생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면서 “정당한 주주권 행사 차원에서도 사외이사 파견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사로는 처음 하나금융이 사외이사 파견을 요청해 온 만큼 추천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해 시장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사외이사를 경영진이 뽑거나 우호적인 사람들로 채우다 보니 ‘거수기’에 그친 측면이 없지 않았다.”면서 “국민연금에서 사외이사를 파견한다면 경영감시 기능이 강화될 수 있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도 “일본 주주들은 다 주주권 행사를 하고 있고, (경영진도) 주주들 눈치를 보는데, 대한민국 국민이 기탁한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시작됐을 때 찬반 논쟁이 있었지만 선진 자본주의로 가려면 반드시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아직 보장되지 않아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민연금이 청와대나 보건복지부 등 정부의 외압에 밀려 낙하산 인사를 (사외이사로) 앉힌다면 주주권 행사의 의미가 흐려진다.”면서 “국민연금 공사 설립, 운용위원회 분리 등을 통해 독립성을 먼저 확보한 뒤 주주권 강화를 추구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성 교수는 “국민연금이 파견한 사외이사는 무보수로 하는 등 견제 장치를 만들면 ‘낙하산’ 소지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국민의 미래 소득을 담보로 한 돈을 투자하기 때문에 모든 의사결정을 국민 손실 최소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게 되면 기업의 장기 투자나 공격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고, 거꾸로 일시적인 경영난에도 거액의 투자금이 곧바로 빠져나가 타격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금융과 달리 KB금융과 우리금융이 국민연금의 사외이사 파견에 대해 “전혀 요청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긋는 이유다. 전 이사장은 “하나금융에 국민연금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모범적인 선례가 된다면 자연스럽고 자발적으로 다른 상장사에도 사외이사 파견이 확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 면에서 제대로 된 사외이사 파견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한·중·일 ‘공무원 채용’ 심포지엄…“민간 경력자 유치” 한목소리

    한·중·일 ‘공무원 채용’ 심포지엄…“민간 경력자 유치” 한목소리

    “지금은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한국, 중국, 일본 할 것 없이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공직사회에 전문성을 갖춘 우수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한·중·일 3국의 인사행정 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국의 공무원 채용 제도를 비교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열렸다. 나라별로 공무원의 개념과 채용 제도 등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이들 모두 “공직에 우수한 민간 출신 경력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채용을 통한 공직의 다양성 확보 방안’을 주제로 열린 제7회 한·중·일 국제 심포지엄에서 쏟아진 각국의 인사 채용 정책 중 단연 돋보인 것은 지난달 말 처음 합격생을 배출한 한국의 ‘민간 경력자 5급 일괄채용 제도’였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공직 내 전문성 제고를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해 중동 지역 건설사, 사회복지사, 보험설계사 등 93명을 5급 공무원으로 채용했다. 한국 대표로 참석한 김우호 행안부 인력기획과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한국 공무원 채용제도 변천사를 소개하면서 “한국은 ‘특채’라는 이름으로 각 부처가 필요에 따라 시행하던 경력경쟁채용을 더욱 공정하게 진행하면서 기존 학위 및 자격증 위주 선발 제도에서 벗어나 실제 현장 근무 경력까지 평가하기 위해 ‘민간 경력자 5급 일괄채용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공감한 중국과 일본 정부 대표들은 질문을 쏟아냈다. 특히 일부 고위직을 제외하고는 모든 공무원을 오직 시험으로만 채용하는 중국 측 대표가 많은 관심을 보였다. 펑중바오 중국공무원고시채용사 부이사는 “민간인 채용은 우리도 배우고 싶은 분야”라면서 공직자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민간 경력자를 추천하거나 선발 과정에서 관여할 가능성, 지원자의 업무 수행 평가 방식 등을 물었다. 김동극 행안부 인사정책관은 “시험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1차로 필기시험을 치르고 2차 서류전형에서 지원 자격 등을 평가한 뒤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서류 검토 위원과 면접 위원에 공직자가 아닌 외부인을 더 많이 두고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야스히로 지바 일본 인재국 심의관은 올해 4월부터 시행되는 새 공무원 채용제도를 소개했다. 현재 1·2·3종 시험은 폐지되고 종합직과 일반직 시험, 경력직 채용 시험 등으로 재편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야스히로 심의관은 “시험에 따라 대학원 졸업자, 대학 졸업자 수준, 고졸자 등 응시대상이 나뉘며 응시 연령 제한이 없는 한국과는 달리 종합직 대학원 졸업자 시험의 경우 30세 미만에게만 기회를 주는 등 시험마다 연령 제한 기준이 다르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자가 졸업 직후 곧바로 중앙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 없도록 제한을 둔 중국의 채용제도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은 한국, 일본과 달리 중앙부처 공무원이 되려는 대졸자는 우선 기초지방단체의 말단 관료로 2년간 근무해야 하는 ‘촌관’(村官)제도를 두고 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박근혜, 후진타오에 ‘탈북자 인도적 처리’ 요청 서한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16일 북한에 강제송환될 위기에 처한 탈북자 문제와 관련, 중국의 인도적 처리를 요청하는 내용의 서한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발송했다. 박 위원장은 서한에서 탈북자 강제 북송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탈북 주민들이 중국도 가입돼 있는 ‘국제연합 난민협약’에 따라 처리되어야 하며, 중국 정부가 대다수 세계시민이 원하는 인도적 요구에 응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지도적 국가로 부상한 중국이 인권을 중시하는 세계사적 흐름에 주도적으로 나서줄 것을 바란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탈북자 문제는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외교 및 내치 문제 가운데 하나여서, 박 위원장으로서는 상당한 외교적, 인간적 부담을 안고 서한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2005년엔 당 대표 자격으로, 2008년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주석을 만났다. 후 주석은 이때 특별한 관심과 배려를 보여줬다. 과거 열린우리당의 여러 실세 대표들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와도 차원이 달랐기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두 사람이 상당히 우호적인 관계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중국 공안에 체포된 탈북자들에 대한 보도를 접한 뒤 “매우 안타깝다.”면서 “인도적인 처리 요청을 공산당 측에 전하는 게 좋겠다.”며 직접 서한발송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네타냐후, 키프로스 첫 방문 중동 분쟁지역 짝짓기 시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이웃 섬나라 키프로스를 역대 총리로서는 사상 처음 방문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분쟁 지역의 ‘짝짓기’ 변화가 주목된다. ●이스라엘, 무슬림국가 지지세력 절실 이스라엘 총리실은 네타냐후 총리의 하루 일정의 방문에서 에너지, 농업, 보건, 해양연구에 대해 논의하고, 재난구조 및 연구활동에 합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키프로스 정부 측은 “양국의 관계 개선을 향한 역동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키프로스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항공기로 50분 거리지만 그동안 이들은 서로 냉담했다. 키프로스는 이스라엘의 골칫거리인 팔레스타인을 지원한 반면 이스라엘은 터키와 우호 관계를 이어 왔다. 터키는 1974년부터 키프로스 섬의 북쪽을 차지해 키프로스와 적대적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2009년 가자지구를 공격하면서 터키인 9명이 숨지자 두 국가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붕괴되면서 무슬림 국가에서의 지지세력이 절실했다. 또 키프로스로서는 후견국이자 터키의 앙숙인 그리스가 심각한 재정난으로 지역에서 영향력을 잃었고, 터키 해군이 키프로스 남쪽 해안에 출몰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과 키프로스의 화해무드는 천연가스가 힘을 더 보태게 됐다. 키프로스 쪽 지중해에서 엄청난 규모의 천연가스가 발견됐고, 터키가 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면서 키프로스를 자극했다. 이스라엘로서는 에너지 안정적 확보가 국가적 안보와 직결되면서 이스라엘과 키프로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키프로스, 연안출몰 터키 견제 목적 하지만 이스라엘·키프로스 간의 관계 개선에서 터키 변수는 여전하다. 전 이스라엘 외교관 알론 리엘은 “이스라엘이 키프로스와 관계가 개선될수록 터키가 가자를 장악한 무장 정파 하마스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아프간도 한국처럼 발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 키워줄 것”

    “아프간도 한국처럼 발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 키워줄 것”

    아프가니스탄 내 한국 단독 지방재건팀(PRT)인 파르완주 차리카르 PRT로부터 희소식이 전해졌다. 2010년 7월 문을 연 이래 교육문화센터와 경찰훈련센터, 한·아프간 친선병원 등 3개 핵심 재건사업 시설이 완공된 것이다. 16일 개소식에 앞서 여승배(45·외무고시 24회) 아프간 PRT 사무소 대표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여 대표는 “PRT 활동을 통해 아프간도 한국처럼 발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여 대표와의 일문일답. →3개 핵심시설 완공 의미와 역할은. -한국 PRT는 교육, 보건, 지방정부의 행정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관련시설 신축 등을 추진해 왔다. 이번 개소식은 핵심 사업을 본격 추진할 3개 시설의 완공을 기념하고, 우리 정부의 아프간 재건 지원을 위한 실천적 의지를 대외에 밝히는 것이다. 시설 완공으로 교육문화센터는 정원을 140명으로 늘리고 아동교육반도 신설했다. 경찰훈련센터는 훈련생을 100명까지 확대하고, 친선병원은 하루 70~100명의 환자들을 치료할 전망이다. →현지 치안 상황은 어떠한가. 최근 포 공격은 줄어든 것 같은데. -최근 치안은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파르완주는 아프간 내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동맹군의 노력으로 적대세력이 약화됐고, 겨울철이라는 계절적 요인도 작용한다. 또 우리 PRT 활동이 인도주의적 재건 지원이라는 인식이 간접적으로 우리 안전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프간 재건 전망은 어떠한가. PRT 대표로서의 계획은. -우리는 주정부 관료와 기업인, 언론 접촉을 통해 아프간인들에게 한국의 발전 경험을 소개하고, ‘아프간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고취하는 데 노력해 왔다. 이런 노력으로 그들은 이제 도와달라고만 하지 않고 미래 투자를 강조하는 우리 말에 귀 귀울이며 한 번 해 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PRT 활동은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한국이 나서야 한다. 한국형 PRT 활동을 적극 알려 한국에 대한 우호적 이미지를 높일 것이다. →아프간 오쉬노부대 파병 연장 여부가 연말에 결정되는데, PRT에 미치는 영향은. -파병부대 연장 여부와 별개로, 국제사회는 아프간 전역에 걸쳐 치안·재건 분야에서 권한 이양을 실시하고 있다. 파르완주 권한 이양도 지난해 12월 개시됐는데 우리 정부도 PRT 활동을 주정부에 이양, 2014년 말까지 철수하는 계획을 수립 중이다. 우리 PRT가 철수하게 될 경우, 기지와 시설은 아프간 정부에 공여하게 된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청나라 증오한 조선 정서 탓이지

    청나라 증오한 조선 정서 탓이지

    신화나 전설, 설화 등은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이야기들이 비석에 새긴 듯이 변함없이 전달된다고 해서 구비(口碑)문학이라고 부른다. 입에서 입으로 전한다는 의미의 구전문학이라고 해도 될 텐데 굳이 구비문학이라고 하는 이유는, 신화, 전설, 설화 등이 시대 변천에 상관없이 한 집단의 대중성과 민족성, 보편성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에서 활발하게 전승되면서 민족문학적 성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서대석 서울대 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최근 펴낸 ‘이야기의 의미와 해석’(세창출판사 펴냄)은 한국 구비문학의 여러 특징을 보여준다. 이 중 3장 ‘전설적 유형에 나타난 인간관과 민족의식’의 천자전설은 재미난 이야깃거리다. 한반도의 통치자를 ‘천자’(天子)로 칭하지 않기 때문에 천자가 없고 천자명당이 존재하지 않는데 경남 웅천, 황해도에 명나라 태조, 함북 회령에 청나라 태조 등 천자와 관련한 전설들이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명태조 주원장 경남 웅천 탄생 설화 전해져 우선 경남 웅천 ‘천자봉 전설’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한다. 웅천고을 웅산 기슭에 주가라는 늙은 부부가 사는데 지나가던 도승이 불일간 귀공자가 세상에 나올 것이라 하고 가버렸다. 그 후 늙은 부인이 임신해 아들을 낳았는데 그 이름을 주원장이라고 했다. 이 아이가 다섯 살 때 도승이 다시 찾아와 아이를 데리고 갔다. 그 아이가 열다섯 살 때 절에서 나와 군대의 장수가 되고 명나라의 태조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또 웅천 ‘천자바위 전설’은 활동 시기에 차이가 있는 주원장(1328~1398)과 이성계(1335~1408)가 한 이야기 속에서 그럴 듯하게 버무려져 있다. 경상도 웅천 바닷가의 바닷속에 명당이 있는 것을 알게 된 한 풍수장이가 수영을 잘하는 그 지역 소년에게 아버지의 해골을 바닷속 바위 오른쪽에 놓아달라고 부탁한다. 바닷속 바위 오른쪽에선 천자가, 왼쪽에선 왕후가 날 수 있다는 설명도 해준다. 소년은 자기 아버지의 해골도 가지고 바다로 자맥질해 들어가 풍수장이의 아버지 해골은 왼쪽에, 자기 아버지 해골은 오른쪽에 놓고 나온다. 나중에 풍수장이가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은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되고, 헤엄치던 소년은 명나라의 왕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이외에 웅천 ‘천자혈’도 이성계, 주원장의 천자바위 전설과 비슷한 이야기다. ●조선·명 개국시기 맞물려 이성계도 등장 주원장은 중국 안휘성 봉양현 동쪽의 호주 출신이다. 17살에 고아가 돼 출가했다가 원나라 말기에 반란에 가담했고, 나중에 명나라를 개국했다. 그런데 중국의 주원장이 한반도, 그것도 경남에서 태어난 설화가 발생한 이유를 서 교수는 “비슷한 시기에 중국과 한반도에서 왕조 교체가 일어났고, 새로운 왕조 개창의 주인공들이 권좌에 오르기 전에 교류했을 것이라는 상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한반도의 산천이 수려해 훌륭한 인물이 많이 배출된다는 인식에서 만들어진 전설”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주원장의 선조가 명당에 묘를 쓰고 주원장이 태어났다는 중국 전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청태조 출생 야래자 설화서 수용 혈통 비하 주원장의 천자전설 등은 상당히 우호적인 내용인 데 반해 청태조인 누르하치와 관련한 한반도의 전설이나 설화는 적대적인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천자 명당과 비슷한 함북 회령 경원 등에서 채록한 ‘노라치 전설’이 그렇다. 회령에서 서쪽으로 15리 떨어진 동네에 이 좌수라는 토호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처녀인 딸이 임신해 상황을 알아보니 밤마다 찾아오는 야래자(夜來者) 때문이었다. 어느 날 새벽 그가 돌아갈 때 발목에 실을 매어두게 한 뒤 날이 밝아 실을 따라가 봤더니 야래자의 정체는 수달이었다. 그 수달을 때려죽였지만 딸은 이미 해산을 한 터. 이에 명당에 수달의 뼈를 모셨고, 대단히 잘생긴 딸의 아들은 미인과 혼인해 세 아들을 뒀다. 그중 셋째 아들 한(漢)이 자라서 청나라의 태조가 됐다는 내용이다. 청태조와 관련해 함경도 쪽에 그의 아버지인 야래자를 결국 죽여버렸다는 비슷한 전설이 여러 개 있다. 서 교수는 “누르하치의 출생담을 야래자 설화에서 수용한 것은 그 혈통을 비하하는 것으로, 병자호란 등 두 차례의 전란을 겪은 조선 민족의 청에 대한 증오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를테면 후삼국 전쟁에서 패한 견훤의 탄생 설화가 야래자 지렁이라고 해 신성성을 제거한 것과 비슷하다는 얘기다. 18세기 조선에서 ‘임경업전’이나 ‘박씨전’과 같은 반청 의식이 강한 설화소설이 수용된 것도 당시의 민족의식을 반영한 결과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국내외 한류의 힘] 베트남, 한국의 8번째 수출국

    국내 제조업체 생산기지에서 동남아시아 한류열풍의 진원으로, 다시 거대 소비시장으로…. 지난 1992년 한국과 수교를 맺은 후 20년 간 베트남 경제의 발전상을 요약한 말이다. 기획재정부는 13일 ‘한·베트남 수교 20주년 성과 및 향후 협력방향’ 보고서에서 앞으로도 아시아·태평양 시장 선점을 위해 한국은 베트남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먼저 평균 5~8%대 높은 경제성장률 덕에 늘어나는 중산층 소비시장에 주목했다. 성장세는 계속 이어져 2009년 전체 인구의 79.8%였던 저소득층 비중이 2020년 27.7%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25~35세 여성(15.6%)과 15세 미만 아동(25.1%) 비율이 높아 소비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무역협회는 2015년까지 음료 및 식품류 매출이 267억 달러, 휴대전화 판매가 31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지난해 수출액이 136억 달러로 베트남은 우리의 8번째 수출국이 됐다. 앞으로 수출 전망도 한국에 우호적으로 평가됐다. 투자환경이 개선되고, 한류로 인해 친한(親韓) 분위기가 조성된 상태다. 투자환경과 관련, 보고서는 “베트남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미국과 정상무역관계(PNTR)를 체결하면서 투자환경을 개선했다.”면서 “외국인직접투자(FDI) 순유입액이 2000년 12억 9800만 달러에서 2010년 81억 73만 달러로 급증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베트남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시진핑 방미-美·中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4·끝) 옌쉐퉁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 소장

    [시진핑 방미-美·中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4·끝) 옌쉐퉁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 소장

    “중국과 미국은 현재의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관계에서 향후 2~3년 내에 협력보다 경쟁이 심화되겠지만 과거 미국과 러시아의 냉전구도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미·러가 격투기를 벌였다면 중·미는 전략과 기술을 요구하는 농구 게임을 하고 있다. 때때로 부딪치지만 실력을 겨루는 전략 싸움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13일 방미를 계기로 중·미관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옌쉐퉁(閻學通·60)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을 만나 향후 양국관계에 대해 들어봤다. →시 부주석의 방미 목적과 의미는. -시 부주석의 방미 목적은 향후 중·미관계의 전략적 협력을 위한 초석을 쌓기 위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이른바 ‘아시아 독트린’을 두고 중국에선 대선을 앞둔 ‘전략적 제스처’와 세계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의 조정’ 등 두 시각이 있다. 나는 국력이 쇠약해진 미국이 전략적 조정에 나섰다고 본다. 중·미 간 갈등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그럼에도 시 부주석이 방미하는 것은 대승적 차원에서 돌돌핍인(??逼人·거침없이 상대방을 압박한다)하지 말고 협력하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바람직한 중국의 대미 외교전략은. -덩샤오핑(鄧小平) 시절부터 내려온 중국 외교의 기본 노선은 어떤 나라와도 동맹을 맺지 않는 ‘불결맹(不結盟) 원칙’이다. 중국은 주변국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많은데 이는 이 원칙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현재 미국처럼 주변 국가들과 맹방 관계를 맺고 공동의 전략적 이익을 확대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중국의 외교 목표도 조정해야 한다. 과거 경제발전 중심의 외교에서 중국의 국가 신뢰도를 높이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 즉 친구에게는 믿을 만하다는 신뢰를 주고, 적대국에는 두려움을 느끼도록 하며, 중립국들에는 이유 없이 정책을 바꾸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의 맹방이 될 수 있는 1차 후보군은. -북한과 파키스탄, 미얀마, 라오스,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을 들 수 있다. 태국과 한국은 특수한 예가 될 수 있다. 한국이 중국 및 미국과 등거리 외교를 펴서 둘을 공동 동맹국으로 삼는다면 한국에 이익이 된다. 중국과 우호관계를 맺기 싫어하면서 중국이 한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립적이길 바라는 건 모순이다. →이번 방미의 핵심 의제는. -중·미 간 정치적 갈등 해결이다. 그 핵심에는 중동의 ‘두 개의 위기’가 있다. 시리아 내전 위기와 서방의 이란에 대한 공격 문제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전쟁 억지가 아닌 촉진이다. 미국의 시리아 반군 지원은 내전 확대를 유발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란에 대한 제재도 마찬가지다. 제재 이후의 시나리오는 군사적 공격이다. 중국은 미국이 중동지역의 전쟁을 억지하길 바라지만 미국은 생각이 달라 이번 회담에서 양측이 어디까지 합의할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 →중국은 이란과는 달리 시리아와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지 않나. -시리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미국은 이란에 대한 무력공격을 감행할 수 없다. 시리아 문제가 빨리 해결될수록 이란에 대한 공격 가능성이 커진다. 일단 전쟁이 나면 중국은 중동으로부터의 석유수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 경제발전을 위한 안전한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적 수단(제재안에 부결)을 동원해 시리아 문제 해결을 지연시켜야 하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의 시리아 제재안 표결에서 보여줬듯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미국에 대항하는 이유는. -중국과 러시아는 상하이협력기구(SCO)를 함께 만든 만큼 이를 토대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미국에 대응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과 전략적 협력을 원하지 않고 모든 나라에 대해 대중국 무기 판매를 금지하려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맹방이 되길 거부하는 게 아니라 미국이 아시아지역에서 전략적 이익을 위해 중국을 용납하지 않는 게 문제다. →이번 회담에서 중국의 요구 사항은. -중국은 미국이 남해, 동해, 동아시아 등의 지역에서 중국에 대항하는 정책을 거두길 바란다. →향후 세계 질서는. -현재 한 개의 초강대국과 여러 강대국이 존재하는 일초다강(一超多强)형에서 두 개의 초강대국과 여러 강대국이 함께하는 양초다강(兩超多强) 구도로 전환될 것이다. 중국이 두 번째 초강대국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부 문제가 많다는 이유로 중국의 초강대국 진입 전망에 회의적이지만 모든 초강대국들은 내부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의 대중 정책을 평가한다면.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한·중관계 인식에 변화가 느껴진다. 개선하려는 의도다. 앞으로 여러 문제에서 서로 협력해야 가까워질 수 있다. 한국은 중·미 사이에서 등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데 관건은 한국이 원하느냐이다. 글 사진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옌쉐퉁 소장은 중국 내 강경파로 국가이익 개념을 강조한다. 군사력 강화 없는 화평굴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헤이룽장(黑龍江)대 영어학과 ▲중국현대국제관계학원 국제정치학 석사· UC버클리대 정치학 박사.
  • [시진핑 방미 美·中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3)진찬룽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시진핑 방미 美·中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3)진찬룽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중국은 중국과 미국이 서로 필요한 상대란 점을 인지하고 쓸데없이 겁을 먹거나 과민반응을 보여선 안 된다. 평정심을 갖고 미국을 대해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중국의 외교 싱크탱크 격인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진찬룽(金燦榮) 부원장과 12일 런민대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시 국가부주석의 방미 의미, 회담 의제, 중·미 관계와 전망,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들어봤다.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 방미의 의미와 목적은 무엇인가. -중국이 중·미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는 정치적인 제스처를 보내는 것이다. 미국 내 중국 여론을 보면 공화당은 차치하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조차 신년 연설에서 중국을 다섯 차례나 언급하며 미 경제 침체의 원인을 중국에 돌렸다. 그런데도 굳이 가려는 것은 미국에 우호적이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향후 중·미 관계가 행여 냉랭해질 때에 대비해 “나는 할 도리는 다했다.”는 면죄부를 얻는 포석도 깔려 있다. →서방 학자들은 시 부주석이 겸손하고 화합을 중시해 대미 전략 역시 협력에 방점을 둘 것으로 기대하던데.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과거를 돌아보면 과감하고 패기가 넘칠 때도 있었고, 안정적이고 신중한 시절도 있다. 어떤 쪽이 그의 천성인지 단언하기 어렵다. 또 중국은 집단지도체제여서 향후 국정 방향을 그의 성격에 기대어 유추하는 것은 무리다. 미국은 시 부주석이 어떤 사람인지 탐색할 수 있는 기회다.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동행하나. -아니다. 같이 가면 시선이 온통 펑 여사에게 쏠린다. 그렇게 되면 시 부주석의 방미 의미가 퇴색된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도 방중 당시 (부인을) 동행하지 않았다. →예상되는 핵심 의제는. -양자 의제와 다자 의제가 있다. 양자 의제는 군사 현대화와 중·미 간 무역 문제다. 미국이 (대선을 의식해)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요구는 하겠지만 미국이 정말 중국에 요구하는 것은 중국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격상하는 데 대한 속도 조절이다. 다자 의제는 이란의 핵 문제, 시리아 문제,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이다. 현 시점에선 이란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중국이 이란에 무기를 판매한다면 미국의 체면이 뭐가 되겠나. 인권, 티베트 승려 자살, 언론 통제, 민주주의 등과 같은 의제도 으레 그랬듯이 미국은 요구하고 중국은 설명하는 식이 될 것이지만 중요 의제는 아니다. →‘미국은 공격, 중국은 방어’라는 중·미 대화의 패턴이 이번에도 되풀이되나. -그럴 것이다. 그동안 중국 외교부에서 반복했던 말 이외의 새 메시지는 없다. 호의를 표하기 위해 가는 것이지 강력함을 과시하려고 미국에 가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그동안 관심을 갖고 가장 주시했던 것은 타이완 총통 선거였다. (중국이 지지하는 국민당의 마잉주 총통이)승리해서 아무런 걱정이 없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에 대한 평가는. -중국 내 강경 성향의 인물들은 미국이 중국을 ‘C자’로 포위하려 든다고 우려한다. 미국이 아시아 회귀를 외치면서 베트남과 태국이 대담해졌고, 옛 친구(미얀마)는 믿을 수 없게 됐으며, 한국·일본 등 주변국도 중국에 대항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미국이 아시아에 중점을 두는 것은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향후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이 아시아로 이동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오바마 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이후 아시아를 중시했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그만둘 가능성이 있다. 또 러시아 대선이 끝나면 미국은 푸틴도 상대해야 하고, 반미정서가 강해진 라틴아메리카와 불안한 중동지역도 관리해야 한다. 힘이 분산될 수밖에 없어 중국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중국의 대미 외교 전략은. -중국인들은 중국과 미국이 서로 필요한 상대란 점을 인지하고 쓸데없이 겁을 먹거나 과민반응을 보여선 안 된다. 평정심을 갖고 미국을 대해야 한다. →중·미 관계의 미래는. -과거처럼 앞으로도 경쟁과 협력 관계가 지속될 것이다. 복잡한 현안들이 많기 때문에 갈등 소지도 여전하지만 미국이나 중국 모두에게 양국 관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 안정과 관련, 미국과 중국의 목표에 차이가 있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미의 목표는 일치한다. ‘불전’(不戰·전쟁하지 않고)·‘무란’(無亂·난리가 없고)·‘비핵’의 3원칙이다. 김정일 사후 이를 고수하기 위한 1단계는 새 정권의 안정이다. 그 다음이 새 정권에 대한 개혁·개방 유도이며, 이를 통해 결국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가 되어 비핵화를 논의하길 바란다. 그러나 그 진행 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다. 미국은 중국이 더 압박을 가해 속도를 내야 한다고 보지만 중국은 ‘만만디’(慢慢的)로 추진하면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취약해 너무 심하게 압박을 가하면 안 된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중국의 반대로 ‘비핵화’ 표현이 빠졌다는데 이번에는 어떨까. -(중·미가 성명에서)이전처럼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할 공산이 크지만 비핵화가 공동 입장이란 점에서 원론적인 차원의 언급은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는 이번 중·미 회담의 여러 ‘작은’ 의제 중 하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중국이 보는 한반도의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다. 언제까지 북한 지도부가 지금처럼 단결하고 내부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려 들겠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솔직히 회의적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고 흔히들 생각한다. 어떤 조건이라면 통일을 지원할 수 있나. -중국은 남북이 한 민족인 만큼 외래 세력의 간섭 없이 자주·평화 통일을 실천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한다. 한국인은 이런 중국의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이 변했다는 점을 상기해 달라. 향후 10년 내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앞설 것이다. 강대국이라면 통일 한국을 받아들일 것이다. 조건도 없다. 오히려 통일을 두려워하는 것은 일본이다. 글 사진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진찬룽(50) 교수는 당의 외교 싱크탱크 그룹 중 온건한 현실주의자로 꼽힌다. 개혁개방 이후 교육을 받은 신세대로 상하이 푸단대학 국제정치학과 학사, 중국사회과학원 대학원 석사, 베이징 국제관계학원 박사를 지낸 국내파. 현재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겸 미국연구센터 부주임. 미국 정치제도와 중·미 관계, 중국의 대외정책 등이 주요 연구 분야다.
  • 피랍 한국인 3명 무사귀환

    피랍 한국인 3명 무사귀환

    이집트 시나이반도 성지 순례 중 현지 무장 세력에 납치됐던 한국인 3명이 11일 오후 8시 35분(한국시간 12일 새벽 3시 35분) 무사히 풀려났다. 피랍 29시간 만에 석방된 이들의 건강 상태는 양호했으며, 시나이 숙소 도착 후 기다리고 있던 일행과 다음 목적지인 이스라엘로 향했다. ●시나이반도 ‘여행제한’으로 상향조정 외교통상부는 시나이반도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 ‘여행자제’에서 3단계 ‘여행제한’으로 상향조정했다. 베두인족 무장세력에게 납치됐던 이민성(53)목사와 장로 이정달(62)씨, 현지 한국인 가이드 모종문(59·여)씨, 이집트인 여행사 직원 등 4명은 이집트 당국자와 베두인족 간 협상 타결 직후 흰색 지프를 타고 1시간여 뒤 숙소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들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폭행을 당하거나 욕설을 듣지 않았으며, 납치범들이 잘 대해줬다.”면서 “걱정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날 오후 4시 30분쯤 시나이산 인근 유적 캐서린 사원에서 약 30㎞ 떨어진 지역에서 10여명의 베두인족 무장세력에게 납치됐다. 모씨는 “피랍 당시 차량 행렬이나 경찰의 경호는 없었다. 우리가 탑승한 버스 한대만 움직였다.”면서 “한 탑승객이 화장실을 가려고 버스가 정차한 사이 순식간에 납치 사건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납치범들은 이들을 지프 차에 강제로 태우고 시나이반도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새벽에 중부로 다시 올라와 모처의 민가에 머물렀다. 부족민들의 태도는 비교적 우호적이었다. 음식과 차를 대접하고, 기온이 떨어지자 모포를 갖다줬다. 한 부족민은 이들에게 “이집트 정부와 싸우려고 납치를 하게 돼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랍 직후 시나이반도 주지사와 현지 경찰 책임자는 베두인 족장의 중재로 납치범들과 석방 협상을 진행했다. 납치범들은 이들을 풀어주는 대가로 최근 시나이반도 은행 무장 강도 혐의로 체포된 동료의 석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장강도 혐의로 체포된 동료 석방 요구 그러나 이집트 당국이 납치범들의 요구를 수용했는 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지 소식통은 “피랍자를 먼저 석방하고 납치범과 베두인 부족장들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나이반도에서는 최근 이집트 정부에 처우 개선이나 수감된 동료의 석방 요구를 관철하려는 베두인족 무장 세력의 외국인 납치가 심심찮게 발생해왔다. 지난주엔 미국인 여성 2명과 이집트인 가이드가 납치됐다가 수시간 만에 풀려났고, 지난달 31일에는 중국인 근로자 25명이 납치됐다가 15시간여 만에 풀려났다. 그러나 이번에 납치됐던 한국인들은 주한 이집트 대사관이나 여행사로부터 사전에 납치 위험에 대해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Weekend inside] 새누리 안이한 공천전략·민주 한가한 공천기준

    [Weekend inside] 새누리 안이한 공천전략·민주 한가한 공천기준

    “야권만 분열하면 승산이 없지 않다.” “사고당협이 적지 않으니 따로 물갈이할 이유가 없다.” 새누리당의 전국 시·도당 위원장들이 지난 9일 내놓은 ‘한가한’ 말들이다. 광주와 전남·북 등 3곳을 제외한 전국 13개 시·도당의 위원장들은 이날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회의에 참석, 각 지역의 초반 총선 분위기를 전하며 이렇게들 말했다. 과도한 ‘물갈이’보다는 불출마 등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물갈이가 되면서 현역 체제를 최대한 유지하자는 데 방점이 찍혔다. 당 지도부는 ‘도덕성’을 공천 기준의 머리에 뒀건만, 이들 야전 사령관들은 “약간 하자가 있어도 득표력이 먼저”라고 외쳤다. 시·도당위원장 모두가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이다 보니 당의 인위적인 인적쇄신을 견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 18곳 공석… 나머지 30곳 교체 안해도 돼” 특히 총선의 성패를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될 서울의 이종구 시당위원장은 ‘서울지역 선거구별 예상출마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공천위에 보고하면서 “서울지역 당원협의회 48곳 가운데 불출마 및 사고당협 등으로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곳이 18곳(37.5%)이나 된다.”고 밝혔다. 나머지 30곳의 현역을 한명도 교체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40% 정도 물갈이가 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7곳(성동구을·도봉구을·은평구을·서대문구을·양천구을·동작구을·서초구갑)은 당내 경쟁자조차 없다는 점도 설명했다. 서울은 최근 당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은 8석밖에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악화됐다는 평가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기초·광역의원들의 경우 통합진보당에서 15~17%의 득표율을 보인 곳이 있다.”면서 “야권이 이처럼 분열할 경우 승산이 있지만 반대로 여권이 분열할 경우 필패한다.”고 내다봤다. 이 위원장은 특히 “금천구·관악구 등 호남출신 유권자가 많은 지역순으로 한나라당의 취약지역”이라면서 “호남에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비례대표에 호남 출신 인사들을 대거 기용해야 한다.”고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TK·PK, 물갈이보다 조기 공천 요구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교체론’의 화살이 집중된 대구·경북(TK) 지역 위원장들은 현역의원 교체에 대한 언급 대신 엄정한 공천을 해줄 것과 공천 시기를 앞당겨 달라는 요구만 했다. 최경환 경북도당위원장은 “공천만 제대로 하면 문제가 없다.”고 했고, 주성영 대구시당위원장은 보고를 마치고 나오면서 “지역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역 의원 25%를 배제한다면 중진 의원들은 교체하지 않겠다는 뜻 아니냐.”는 뼈 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다만 야권에서 탈환을 노리는 부산·경남(PK) 지역은 당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유기준 부산시당위원장은 “낙동강 벨트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사상구의 경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출마할 예정인데 새누리당 후보가 여러 명인 상태가 오래되면 당이 분열될 수 있는 만큼 조기에 공천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상규 경남도당 수석부위원장은 “경남 동부·중부는 공단지대가 많아 외지 근로자들이 유권자인 경우가 많아 신경을 써야 한다.”면서 “특히 부산의 영향을 받는 김해·양산 등 동부지역은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보고했다. ●“충청, 박근혜 지지율 활용하면 반타작 충분” 중원 표심의 척도가 되는 충청 지역에 대해 김호연 충남도당위원장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여론이 비교적 우호적인 곳이라 이러한 지지세를 어떻게 잘 이끌고 가느냐가 관건”이라면서 “현역 의원·당협위원장들로도 ‘반타작’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 세종시”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010년 세종시 건설 찬성입장을 펴기 위해 본회의 반대토론에까지 나선 바 있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 야당에 입지를 빼앗긴 강원의 권성동 도당위원장은 “후보 선정 때 정치적인 명분보다 당선 가능성이 우선돼야 하고 약간 하자가 있어도 당선 가능성이 있으면 공천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지역 유권자들과 가장 밀착돼 있는 사람을 후보로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덕성을 강조하는 당 지도부의 공천 방침과 동떨어진 소리다. 윤상현 인천시당위원장도 “수도권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 ‘인천상륙작전’을 위해서는 지역 출신의 지역경쟁력을 갖춘 인사를 공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현역 의원이 한명도 없는 취약지역에서만 인재영입 및 전략공천에 우호적이었다. 강창희 대전시당위원장은 “10년 동안 국회의원이 한명도 없는 취약지역인 만큼 좋은 인재를 발굴해 전략공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시진핑 방미-美·中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2) 로먼 헤리티지 亞연구센터 국장

    [시진핑 방미-美·中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2) 로먼 헤리티지 亞연구센터 국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이번 방미는 홍보용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 내 대표적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월터 로먼 아시아연구센터 국장은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헤리티지재단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미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시 부주석의 방미가 갖는 의미는. -홍보가 방미의 주목적이다. 한창 권력승계 과정에 있는 시 부주석으로서는 미국 대통령과 만나는 이벤트를 통해 중국 국민들에게 ‘준비된 지도자’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것이다. →어떤 의제가 논의될까. -모든 현안이 광범위하게 다뤄질 것이다. 하지만 서로 지나치게 압박을 가하는 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절상 등 경제문제와 중국 내 인권, 남중국해 등에서의 항해 안전 보장 문제 등이 논의될 것이다. 특히 올해 대선이 있기 때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문제를 최우선적으로 제기하고 싶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 봉쇄’ 정책에 대해 시 부주석이 불만을 표시할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우호적인 만남이 될 것이다. →공동성명과 같은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올까. -나오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안 나오기를 바란다. 행사 자체에 의미를 둔 이번 방미의 성격상 공동성명은 맞지 않는다. 다만 평화, 안보, 경제 등 협의한 이슈를 간략하게 언급하는 정도로 1쪽 분량의 일반적 성명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왜 공동성명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나.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에 가서 긴 공동성명을 채택한 건 실수였다. 공동성명은 법적 구속력도 없고 이후 지켜진 것도 없다. 이번 방미는 양국관계에서 어떤 특별한 진전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시 부주석의 홍보용이다. 따라서 공동성명은 가치가 없다. →그래도 시 부주석이 중국의 차기 지도자인 만큼 압박을 가해서 미국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게 낫지 않을까. -중국은 미국이 원하는 것을 하려는 의도가 없다. 돌이켜 보면 공동성명을 채택해서 무슨 진전이 있었나. 2009년 공동성명 채택 이후 한반도에서 천안함사건이 터졌고 남중국해 분쟁이 일어나지 않았나. 양국 간 이해관계가 다르고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은 북한 붕괴시 대처 방안 등에 대해 미국과 논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번 방미에서 북한 문제가 논의될까. -거론될 수는 있지만 돌파구가 마련되지는 못할 것이다. 중국의 최우선 이해관계는 한반도 안정이고 미국의 최우선 이해관계는 한국의 안보다. 기본적으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다. 간략하게 다루는 정도일 것이다. →지난달 타이완 대선 결과가 나오고 나서야 시 부주석의 방미가 최종 확정됐다는데. -미·중 모두 마잉주 총통의 승리를 원한 게 사실이다. 만약 타이완 독립을 주장하는 야당이 이겼다면 타이완 문제가 이번 방미의 최대 의제가 됐을 것이다. →시 부주석이 후진타오 국가주석보다 적극적으로 개혁·개방에 나설까. -지엽적인 부분에서는 몰라도 근본적으로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정치개혁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후 주석이 경직돼 있는 데 비해 시 부주석은 미소와 편안한 모습으로 친근감을 표출하는데, 그런 태도가 자칫 개혁가, 민주주의 신봉자로 미국인들에게 오인될 수 있다. 알고 보면 후 주석보다 더 단호한 인물이다. →후 주석과 시 부주석 간 리더십의 차이는. -시 부주석은 후 주석만큼 덩샤오핑으로부터 추인을 받지 못했다. 권력행사에 있어 더 많은 합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결국 파벌이 더 심화되고 권력다툼이 가열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10년의 미·중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양국은 이해관계가 다르고 다루는 방법도 다르다. 최근 중국이 시리아 사태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게 좋은 예다. 중국 내 인권 상황은 20여년 전 톈안먼사태 때에 비해 개선되지 않았다. 따라서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다. 미·중이 겉으로는 웃고 악수하지만 근본적으로 좋은 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월터 로먼은 ▲버지니아주립대 외교학 석사 ▲존 매케인(공화) 상원의원 외교정책 보좌관 ▲미·아세안(ASEAN) 비즈니스협회 대표이사
  • “세계는 아시아를 잘 이해하는 인재 요구”

    “세계는 아시아를 잘 이해하는 인재 요구”

    “지금 세계 무대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한국 청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꼭 얻어내세요.” 대한상공회의소는 9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글로벌 커리어 포럼’을 열었다. 본래 국내외 기업인들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지만 구직난 속에 해외 취업을 꿈꾸는 대학생 800여명이 찾아와 성황을 이뤘다. ●혁신 마인드·문화대응력·국제경험 중요 채은주 콘페리 인터내셔널 부사장은 “2020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3%, 2005~2020년 전 세계 일자리 창출의 67%를 아시아가 책임질 것으로 보여 세계 경제에서 아시아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면서 “세계는 기존의 인재상과 다른 ‘아시아 리더 2.0’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채 부사장은 “아시아 리더 1.0 인재상은 서구권 소비자에 대한 이해, 비용 효율성, 특성화한 역량을 중시했다면 리더 2.0은 아시아 소비자에 대한 이해, 신개념 제품·서비스 창출을 위한 혁신성, 창조적 역량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 인재상의 덕목으로 ▲혁신적 마인드 ▲다양한 문화 대응력 ▲국제 경험 ▲지도자 역량 ▲학습 능력을 꼽았다. 김용아 맥킨지앤컴퍼니 파트너(지역책임자)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치밀한 계획과 노력으로 명확하게 설계한 꿈을 성취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차별성을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베티 청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수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은 어떤 문제에 흑백논리적인 정답을 요구하기보다는 모호함과 다양성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원한다.”면서 “이는 유연함과 개방성을 통해 키워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변 사람 통해 강점·약점 파악을” 롭 에드워즈(스탠다드차타드 은행 상무) 주한 영국상의 회장은 “글로벌 인재가 되려면 자신을 잘 알아야 하고 주변 사람을 통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앞서 축사에서 “전 세계적으로 실업이 만연해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사업 확장의 걸림돌로 인재 부족을 꼽고 있다.”면서 “더 창의적이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담금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을 지켜본 참관자들은 “자신과의 경쟁이 두려운데 해법은 없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좋은 방법을 추천해 달라.”, “해외에서 일하고 싶은데 우선 주한 외국인 회사에서 경험을 쌓는 것은 어떤가.”, “외국인 상사와 이견으로 대립한 후 우호적 관계를 회복하는 지혜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했다. 참관한 대학생들은 외국인 상공인들과 자유롭게 영어로 질문하고 대답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사설] 정치적 이득 챙기려고 외교를 흔들어선 안 된다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민주통합당 등 야권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한·미 FTA 재협상이 안 되면 폐기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미국 대사관에 전달했다. 두 당 의원 96명이 서한에 이름을 적었다. 야당 측은 서한 전달 행사를 공개한 것은 물론 이목을 끌기 위해 기자회견까지 했다. 서한이 담긴 봉투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상원의장,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쓰인 것이 사진에 찍혀 전 세계에 보도됐다. 야당 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 등에게 보낸 서한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역진 방지 등 10개 항목을 재협상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예상되는 바와 같이 우리가 다음 선거에서 다수당이 된다면 한·미 FTA 폐기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이 협정은 24.5조 2항에 따라 종료될 것”이라고까지 주장했다. 한·미 FTA는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체결됐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지했다. 또 현재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인물들은 한·미 FTA 체결 당시에는 지지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번 양보해서, 민주당이 정치적 이유로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것은 있을 수도 있다. 한국의 정치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초월한 소신과 일관성을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외교를 끌어들이는 행태만은 삼가야 한다. 야당 측의 공개적인 서한 전달은 미국의 지도자들을 국내 정치에 끌어들이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미 백악관과 의회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이 서한이 오바마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들의 심금을 울려 발효가 중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국 정치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국가 간의 약속은 정권의 변화와 관계없이 지켜져야 한다. 특히 일방적인 FTA 폐기 운운은 동맹국인 미국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외교통상부는 “한·미 우호협력 관계 및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 훼손을 깊이 우려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밝혔다. 외교부의 우려에 깊은 공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 “약세장 끝…2100 간다” vs “외인 핫머니 많아 난망”

    “약세장 끝…2100 간다” vs “외인 핫머니 많아 난망”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돌파했다. 지난해 8월 4일(코스피 지수 2018.47) 이후 6개월 만이다. 8일 코스피 지수는 7일보다 22.14포인트(1.12%) 오른 2003.73으로 마감됐다. 코스닥 지수는 1.88포인트(0.36%) 상승한 520.95를 기록했다. 20여일간 2000선을 노크하던 코스피 지수를 밀어올린 건 외국인의 매수세였다. 전날 그리스의 민간채권단 손실분담(PSI) 협상에서 진전이 있었다는 소식에 구제금융 협상 타결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스피가 2000선 고지를 탈환하면서 향후 등락 방향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2000선 돌파가 지난해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 이후 들어선 약세장이 마무리됐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2100선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몰리는 외국 자금이 주로 단기 수익을 노리는 영국계 자금이 많아 2000선 유지가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경제지표는 올해 들어 고용과 소비 부문을 중심으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말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 대출 프로그램으로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금융위기 우려가 완화되고 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재료, 펀더멘털, 수급의 3박자가 맞아떨어져 당분간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피 지수가 2000선에 안착한 뒤 최대 2100선까지도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다음 달 말 ECB의 2차 장기 대출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어 코스피의 ‘유동성 랠리’는 2050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향후 장애물로 등장할 변수들도 적지 않다. 최근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이 영국계라는 점에서 단기 자금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6조 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으며, 이 중 영국계 자금이 2조원에 달했다. 문제는 이들이 지난해 외국인 투자금 이탈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작년 국내 증시에서 총 9조 5000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영국계는 6조원을 순매도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G3의 악재도 해소된 것이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원은 “다음 달쯤 미국 경기회복과 유럽 재정위기 해결 가능성, 중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 등을 다시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전날보다 8.94% 떨어진 11만 9200원을 기록했다. 한편 은행에서는 계속 돈이 빠져 나가고 있어 증시로의 본격적인 ‘돈의 이동’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도 나온다. 은행 단기예금이 대부분인 시중 단기자금(M1) 증가율은 지난해 말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단기자금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6%(평균잔액 기준) 증가하는 데 그쳤다. 4개월 연속 하락세로 2008년 7월(1.4%) 이후 가장 낮다.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이 크게 줄어든 여파로 풀이된다. 자산운용사들의 수신 잔액은 304조 2000억원으로 5조 7000억원 증가해 대조를 보였다. 안미현·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32개국 청소년에 동계스포츠 선물

    32개국 청소년에 동계스포츠 선물

    눈과 얼음이 없는 국가의 청소년들을 위해 ‘2012 드림프로그램’이 9일부터 19일까지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와 강릉빙상장 등에서 열린다. 강원도는 8일 도와 도국제스포츠위원회가 주최·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가 후원하는 드림프로그램에 32개국 141명의 청소년과 지도자 등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아시아 14개국, 유럽 3개국, 중남미 6개국, 아프리카 8개국의 청소년들이 참가한다. 올해는 이집트와 케냐 등 6개국 24명의 장애인들도 동참한다. 케냐의 유일한 스키 국가대표를 비롯해 국가대표를 꿈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케이팅 선수, 파라과이의 예술 롤러스케이터, 아르헨티나의 인라인스케이터 등 특이한 이력 참가자도 동참했다. 이번 드림프로그램은 동계스포츠 아카데미를 주제로 스키와 스노보드 등 설상 종목 2종목과 피겨와 쇼트트랙 등 빙상 종목 2종목 등 모두 4종목으로 진행된다. 행사 참가자들은 각자의 국가로 돌아가 동계스포츠 꿈나무들을 양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문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드림프로그램은 평창이 첫 도전에 나섰던 2010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공약했던 세계 동계 꿈나무 육성 프로그램으로 2004년부터 시작됐다. 이후 2018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는 “평창이 드림프로그램으로 세계청소년, IOC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호평을 받으며 효자역할을 톡톡히 했다. 눈과 얼음이 없는 열대지역 국가와 저개발 국가 청소년을 초청해 겨울 스포츠를 체험하고 우호 증진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드림프로그램을 통해 스키와 스케이트를 처음 접한 청소년 중에서 동계올림픽을 비롯해 각종 국제대회에 참가한 선수도 8개국에서 12명이나 배출됐다. 김진휘 동계올림픽추진본부 대회지원팀장은 “드림프로그램은 강원도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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