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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儒林 속 한자이야기] (55)

    繼母(계모) 儒林 262에는 繼母(이을 계/어미 모)가 나오는데,繼母란 正室(정실) 자식의 입장에서 아버지의 後娶(후취)인 ‘의붓어머니’를 일컫는다. 繼자는 ‘잇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서 실을 이어 놓은 모습을 본뜬 象形(상형)에 속한다. 후에 그 의미를 더욱 확실하게 나타내기 위해 ‘(실 사)’를 첨가하였고,‘이어받다.’‘이어지다.’의 뜻이 派生(파생)되었다. 母자는 ‘女(계집 녀)’를 기본으로 가운데 두 점이 있는데,女는 여성의 뜻이며 두 점은 두 팔로 아들을 안고 있는 모습, 혹은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모양이라고도 한다. 두 점(乳頭·유두)은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사람의 象徵(상징)이라는 데에서 ‘어머니’의 뜻을 類推(유추)한 것이다. 어머니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사랑’이다. 중국 南朝(남조) 宋(송)나라의 劉義慶(유의경:AD 403∼444)이 편찬한 世說新語(세설신어)에는 애끊는 母性愛(모성애)를 그린 ‘斷腸(끊을 단/창자 장)’이라는 故事(고사)가 전한다. 제나라의 桓公(환공)이 蜀(촉)나라로 들어가는 길에 三峽(삼협)이라는 곳에 당도할 무렵 어떤 병사가 원숭이 새끼를 한 마리 사로잡았다. 어미 원숭이가 구슬피 울며 배가 지나가는 沿岸(연안)을 따라 백여 리를 쫓아왔다. 배가 협곡에 이르자 그 원숭이는 몸을 날려 배 위로 뛰어올랐다. 자식을 구하려는 일념으로 애태우며 달려온 원숭이는 배에 오르자마자 죽고 말았다. 병사들이 죽은 원숭이의 배를 가르자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 자식을 잃은 슬픔이 창자를 끊은 것이다. 동아시아 문화적 특성인 禮(예)는 恭敬(공경)과 配慮(배려)의 마음을 分(분)과 和(화)라는 방법으로 發顯(발현)함으로써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服喪(복상)의 문제 가운데 이른바 ‘八母(팔모)’를 구분하여 설명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팔모 가운데 ‘繼母’는 正室(정실)의 아들이 아버지의 後娶(후취)를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중국 고대의 三皇五帝(삼황오제) 가운데 한 분인 舜(순) 임금의 繼母는 콩쥐의 繼母를 凌駕(능가)하는 표독한 여인이었다. 숯을 굽던 無名(무명)의 시골 청년이 堯(요)임금의 後繼者(후계자)로 발탁된 것은 불우한 가정 환경에도 불구하고 지극한 효성을 발휘한 인간성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우둔한 性品(성품)을 지닌 장님,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한 여인은 모진 성품의 繼母, 매우 심술궂은 異腹(이복) 동생 象(상)이 가족의 일원이었다. 계모는 나날이 멋진 청년으로 성장하는 순을 猜忌(시기)하여 없애기로 마음먹었다. 생각이 짧은 아버지는 이미 계모와 한통속이었다. 어느날 아버지 고수는 순으로 하여금 지붕에 올라가 비가 새는 곳을 수리하라 해놓고는 사다리를 치우고 불을 질렀다. 그러나 순은 機智(기지)를 발휘하여 위기를 謀免(모면)하였다. 계모의 陰謀(음모)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舜이 청소를 위해 우물 속으로 들어가자 남편을 부추겨 우물 뚜껑을 닫아버렸다. 다행히 순은 손에 들려 있는 삽으로 통로를 만들어 탈출에 성공하였다. 그 후로도 가족이 모질게 대할수록 순의 孝誠(효성)은 더욱 지극해질 뿐이었다. 이러한 순의 孝誠(효성)과 友愛(우애)는 단절된 가족간의 信賴(신뢰) 회복을 넘어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기에 충분하였다.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서강대 2006학년부터 정원 1% 소년·소녀가장 수능없이 선발

    서강대는 내년부터 소년·소녀가장을 내신과 면접으로만 선발하는 특별전형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대학은 “2006학년도 수시 전형부터 전체 정원의 1%인 17명을 소년·소녀가장으로 뽑기로 했다.”면서 “수능성적 없이 내신 20%와 면접 80%만으로 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학은 “그동안 독립ㆍ국가 유공자, 고엽제 후유증 환자, 광주민주유공자 자녀를 뽑는 전형에 소년ㆍ소녀가장도 포함시켰으나, 이들이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에 수능성적이 뒤져 합격 사례가 드물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추천을 받은 전국의 소년ㆍ소녀가장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학교측이 지원자를 직접 물색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박은영의 DVD 레서피]‘썸’뜩한 스릴러 ‘완벽한’ 팬터지

    [박은영의 DVD 레서피]‘썸’뜩한 스릴러 ‘완벽한’ 팬터지

    거리의 어묵 수레는 날씨가 추울수록 호황이다. 후후 불면서 마시는 뜨끈한 국물과 김이 무럭무럭 나는 먹음직한 어묵은 겨울철 별미이기 때문이다. 어묵은 큼직하게 썬 무와 해산물을 우려낸 국물, 적당한 탄력을 유지한 육질이 맛을 좌우한다. 그러나 어묵의 참맛은 꼬치를 하나씩 뽑아서 들고 먹는 즐거움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DVD에도 꼬치를 골라 먹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 바로, 스페셜 피처 혹은 서플리먼트라고도 불리는 부가영상을 보는 것이다. 영화 촬영의 뒷이야기와 극장 상영에서 삭제된 장면들, 감독과 배우들의 친절한 음성해설에는 극장에서나 비디오로는 결코 감상할 수 없었던 감칠맛이 느껴진다. ‘썸’과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의 DVD에는 모양도 맛도 가지각색인 개성 만점의 부가영상들이 꼬치처럼 꽂혀 있다.‘썸’에는 7개월 동안의 촬영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한 메이킹 필름,3D로 만든 스토리보드, 고속도로 추격 신에 대한 제작 과정, 색 보정 과정을 담은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다. ‘완벽한 그녀에게‘에는 배우들의 학창시절 사진과 이야기들이 공개되며, 삭제장면과 NG 컷, 영화 속에 삽입된 1980년대 팝의 오리지널 뮤직비디오도 볼 수 있다. 자, 이제 입맛에 따라 하나씩 골라서 보기만 하면 된다. ●썸 범인을 쫓는 형사와 그의 죽음을 기시감으로 느끼는 교통 정보 리포터는 스릴러의 주인공들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두 인물이 일체감을 느끼게 되는 과정은 팬터지 로맨스에 가깝다. 그동안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DVD들에 감동했다면, 이 DVD에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에서 “(여건만 되면) 매트릭스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장윤현 감독의 말처럼 한국영화의 기술력과 DVD 기획력이 돋보이는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세련된 색상 표현과 고른 톤의 영상은 DVD의 ‘보는 즐거움’을 깨닫게 한다. 감각적으로 편집한 부가영상과 화려한 메뉴 디자인도 매력적이다. 스릴러의 극적 반전을 기대하지 않는다면,DVD적인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 열세 살짜리 어린애가 하루아침에 서른 살이 되는 팬터지는 누구나 한번 쯤 꿈꾸었음직하다. 제니퍼 가너의 뛰어난 연기는 그저그런 로맨틱 코미디가 될 뻔한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또한 발랄하고 경쾌한 원색의 표현과 80년대 음악을 중심으로 디자인된 사운드는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영화 전체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마이클 잭슨의 ‘Thriller’ 휘트니 휴스턴의 ‘I Wanna Dance With Somebody’ 등 20곡이 넘는 올드 팝이 재생되는 스코어는 이 DVD를 감상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 [나눔 세상] 팔순 김춘희할머니 아낌없는 사랑

    “모든 것을 털어 많이 내놓고 싶은데 더 이상 가진 것이 없습니다.” 독립운동가 후손인 팔순의 할머니가 전재산과 사후 시신까지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해 참다운 이웃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고 있다. 김춘희(80·서울 양천구 신정동) 할머니는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 1500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약정 기탁했다. 김 할머니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장기기증운동본부에 장기와 시신도 기증키로 했다. 할머니의 평생은 오로지 나라와 남을 위한 봉사의 삶이었다. 해방직후인 1945년 이북에서 혈혈단신으로 서울에 내려온 뒤 줄곧 혼자 살아 왔다. 부친은 러시아에서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다. 김 할머니는 19세이던 1944년 간호사 면허증을 땄고 경성제대 의대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하지만 독립유공자 후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와 간호사 면허증도 한국전쟁 때 모두 잃어버렸다. 이 때문에 평생 생선과 떡을 파는 행상을 하며 고단한 삶을 살아 왔다. 현재 정부가 보조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월 30여만원)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김 할머니는 한국전쟁 직후 10년 동안 오갈 데 없는 전쟁 고아들을 돌보며 장애인 단체의 봉사활동에도 참여했다. 최근까지 정부 지원금을 쪼개 생활비로 10만여원만 쓰고 나머지 20여만원은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했다. 할머니는 “나라에서 생활비를 받고 있는데 남는 돈을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위해 반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절약해 불우한 이웃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공동모금회는 김 할머니를 ‘행복지킴이 44호’로 선정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요절가수 김광석 팬 모임 ‘둥근소리’

    요절가수 김광석 팬 모임 ‘둥근소리’

    “광석 아저씨께. 오늘은 1월6일, 아저씨 기일(忌日)이네요. 더 보고 싶어지는…. 더욱 그리워지는 그날이네요. 추위에 떨면서 혼자 옥상에 올라가 술 한잔 하고 아저씨 노래를 듣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겁니까?” ‘반토막’으로 불리던 가수 김광석은 하늘로 갔지만,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그를 보내지 않고 있다. 반토막이란 키가 161㎝ 밖에 안 되는데도 목소리만은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탓에 선배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1996년 1월 어느날 새벽 김광석이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돼 찢어질 듯 가슴 아팠던 이들이 ‘둥근소리’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노래와 이웃사랑으로 둥글게 둥글게 살아가고 있다. ●’반토막’을 사랑하여 일요일인 지난 9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광진구 군자동 군자공원길 후미진 골목에 자리잡은 3층짜리 건물의 지하 1층엔 젊은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더러는 악기를 짊어지고 나타난 이들 11명은 전국에 퍼져있는 3500여회원 가운데 극성 회원들이다. 회원은 중학생 등 10대에서부터 50대도 더러 있지만 30∼40대가 80%를 차지한다. 모임의 총사령탑이라 할 ‘소리지기’를 지낸 김주연(33·여)씨는 “광주에서 비행기로 올라온다고 했던 회원 2명이 다음 정팅(정기 미팅) 때로 연기했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모인 것은 정기 연주회에 대비한 연습 때문이다. 김광석이 숨진 해에 ‘머리를 올린’ 뒤 올해로 벌써 10번째인 공연은 다음달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국제콘서트홀에서 열린다.1·2부로 나눠 오후 4시,7시 두 차례 공연이 이뤄진다. 회원 13명이 15곡 정도를, 게스트로 출연하는 가수들이 5∼6곡을 부른다. 올해에는 박학기 등 동물원 멤버와 ‘자전거 탄 풍경’을 초청할 계획이다. 부지런히 휴대전화를 걸던 회원들은 오후 4시를 조금 넘기자 올 사람은 다 왔다고 여겼는지 연습실로 모였다. 방음장치를 갖춘 연습실에는 드럼과 건반 등 악기가 눈에 들어왔다. 김광석이 통기타와 함께 세트로 연주하던 하모니카도 빼놓을 수 없다. “하나, 둘, 셋, 둘, 셋, 둘…. 먼저 코드부터 통일하자.” 시원스러운 목소리로 동료들을 푸근하게 하는 소리지기 이민희(31·회사원)씨의 주도로 연습이 막을 올렸다. 이씨는 “정기 공연인 ‘작은 음악회’를 앞두고부터는 4개월 동안 일주일에 하루, 적어도 4시간씩은 호흡을 맞춘다.”고 귀띔했다. 김광석이 살아 생전에 즐겨 부르던 밥 딜런 원작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가 연습 첫번째 곡으로 꼽혔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물 속으로 나는 비행기/하늘로 나는 돛단배‘ 한참 연주와 노래가 시끌벅적 어우러지며 신명을 뿜나 했더니 어느 한 회원이 “너무 빨라.”라고 외쳤다.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 가운데 여러 의견이 오갔다. 조율작업이 벌어지는 것이다. 연습은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부치지 않은 편지’ 등으로 이어지면서 3시간 만인 오후 7시에 막을 내렸다. ●왜 김광석인가? 기타리스트 김장호(30·회사원)씨는 “딱히 악기마다 지도자를 둔다거나 리더가 있는 게 아니라 회원들이 저마다 평소 연구하다, 모이면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한다.”면서 “공연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동호회의 특장점”이라고 수줍게 웃었다. 김수진(33·여)씨는 “여느 가수들과 달리 팬들을 직접 만나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마음 속에 살아 숨쉬는 김광석을 사랑하고, 마음씨 넉넉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그를 아직도 못 잊어하며 모여드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팬들과 얘기하기를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던 그와 한밤중에 채팅을 하다가 불쑥 ‘술 한잔 하자.’며 즉석미팅을 갖기도 했단다. 회원들은 김광석을 ‘아저씨’라고 부른다. 한 회원은 “나이에 ‘ㄴ자’가 붙는다는 걸 두려워하며 ‘서른즈음에’라는 노래를 들었는데 이젠 그 나이도 넘어섰다.”면서 “서른 즈음에는 나이 한살을 더 먹는 1월만 찾아오면 한달 내내 아저씨의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고 되돌아봤다. 또 다른 회원은 “봄날처럼 따뜻했던 날씨가 3일장을 지내는 동안 얼마나 추웠던가 하는 기억과 아저씨가 돌아가셨을 때 나이와 맞추기라도 하듯 ‘서른즈음에’가 흘러나왔던 점 등등 이것저것 여러 가지 생각이 겹친다.”고 회고했다. 그는 “살면서 그렇게 가슴이 먹먹했던 때가 몇번이나 있었는지…. 아저씨, 그곳에서는 행복하시죠?”라고 고인을 추도했다. 하지만 회원들은 김광석이라는 인물과의 끈질긴 인연으로 만났지만, 그 때문에 한명의 가수만을 위한 모임으로 한정하지는 않는다. 이 또한 고인이 평소 되풀이한 말들 때문이다. 둥근소리에 대해 김광석은 살아생전 “나 김광석을 위한 팬 모임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한 시대를 살아가는 동류의식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는 곳으로 꾸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해 왔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1996년 서울 노원구 상계동 메트로홀에서 조촐하게 첫발을 뗀 작은 음악회에서 나오는 수익금 전액을 소년·소녀가장 돕기에 쓰고 있는 것도 김광석의 제안을 따른 선택이다. 2003년 8월부터는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공부방 ‘나눔의 집’에서 음악을 통한 사랑 알리미 역할을 시작했다. 금전적인 도움만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자신들의 특기를 활용하고,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다가서는 노력을 해보자는 뜻이 담겼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동료끼리 우애가 끈끈하다는 점은 둥근소리 회원으로 만나 오는 5월 백년가약을 맺기로 한 권선대(31)·김임선(24)씨의 경우와 같이 더러 커플이 생긴다는 사실. “10년이 지나도록 팬들이 이처럼 두드러지게 활약을 하는 사례가 드물다.”는 지적에 “사실은 부끄럽다.”고 멋쩍어한다. 김주연씨는 “언젠가 노래비를 세울 요량으로 벤치마킹하려고 배호 팬클럽을 찾아갔는데, 우리는 ‘쨉’도 안되더라.”면서 “모였다 하면 30∼40명인 데다, 노래비도 3개나 만들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김광석을 기념하는 가요제나 장학회 창설을 꿈꾸는 회원도 있다. 김씨는 “배호 팬클럽과 같이 우리 회원들도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성숙한 나이가 되면 기념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김광석이 진행했던 방송프로그램 녹음 테이프를 보관하고 있는 김서령(35·여·피아노학원 운영)씨 등 보통 정성이 아니고서는 엄두도 못낼 자료수집에 노력하는 회원도 많다. 이런 노력과 김광석을 끔직히도 사랑하는 모습 덕분에 주변 도움도 적잖다. 사회에 진출한 김광석 팬들이 연습에 필요한 장비나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있는 것이다. 김수진씨는 “둥근소리의 첫 음악회를 앞두고 ‘꼭 가마.’라고 약속했던 아저씨가 공연일을 며칠 남기고 저 세상으로 떠났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결국 창단공연은 다음달 추모음악회로 변해버렸다.”고 말을 맺었다. 해마다 김광석의 기일이 되면 회원들 가운데 5∼6명은 그가 잠든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암자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리고 돌아온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등에서 매주 ‘노래 번개모임’을 가질 때면 지나던 시민들이 김광석의 노래를 알아듣고 따라부르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작은 몸집에서 뿜어져나오는 불 같고, 애절한 목소리로 노래하다가 스러져간 ‘반토막’ 김광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온세상’을 열어가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패티김 ‘독거노인 돕기 콘서트’

    지난해 데뷔 45주년을 맞아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가수 패티 김이 새해가 밝자마자 팬들과 다시 조우한다. 패티 김은 14·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신년맞이 콘서트를 연다. 사회 봉사활동에도 열성적인 그는 이번 공연의 수익금 일부를 독거노인돕기에 내놓기로 해 의미를 더한다. 패티 김은 지난해 전국 20여개 도시에서 ‘I did it MY Way’라는 주제로 가수로 살아온 45년을 정리하는 공연을 펼쳤다. 공연에서 그는 “내 건강과 특히 내 음성이 유지된다면 앞으로 5년 후인 2009년 3월 데뷔 50주년 공연으로 팬들과 함께 다시 만나 무대에서 노래인생을 마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공연은 음악 인생 50년을 향한 첫 걸음인 셈이다. 패티 김은 평소 자기 관리에 철저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무대에서 항상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인데 이번 공연에서 그는 또 새롭게 변신한다. 공연 레퍼토리에 동시대를 살아온 청중들을 추억으로 안내할 영화 ‘닥터 지바고’‘티파니에서 아침을’‘타이타닉’ 등의 주제곡을 포함시켰다.‘못잊어’‘초우’ 등 자신의 히트곡은 물론 후배 가수들의 노래도 멋지게 풀어낼 작정이다. 특히 서울시스터스의 ‘서울 탱고’를 부를 때는 탱고 댄서들과 함께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춤 실력까지 공개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게스트도 화려하다. 정훈희, 인순이, 유열 등 후배 가수들이 나와 무대에 흥을 돋운다. 현재 2집 앨범을 준비중인 둘째딸 카밀라도 출연해 모녀간의 화음을 또 한번 과시할 예정이다.(02)783-0114.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사설] 작은 사랑이 더 아름답다

    지난해 초 노동계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사회공헌’ 캠페인은 연말 대기업의 불우이웃돕기 성금 행렬과 임직원, 저명 인사들의 사회봉사프로그램 참여를 이끌어냈다. 특히 성탄절 다음날 남아시아를 강타한 지진해일은 지구촌을 갈등과 대립을 뛰어넘는 인류애로 묶고 있다. 부자 나라, 가진 자, 유명인들의 지원 및 성금 소식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도 더 불우한 이웃을 위해 손길을 내밀고 있다. 주린 배를 조여가며 베푼 이웃사랑이기에 더욱 아름답다. 사회안전망의 가장 밑부분에서 기초생활보장 지원금과 자활지원사업 일당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면서도 120만원을 선뜻 기탁하고 도망치듯 사라졌다는 김모씨, 구두미화원 명모씨, 붕어빵장수 이모씨, 임대아파트 주민들, 강원도 경로당 노인들…. 결코 쉽지 않은 이웃사랑을 행동으로 옮긴 주인공들이다.18억원짜리 아파트에 살면서도 세금 60만원이 더 늘어난다며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거품을 무는 세상이 아니던가. 가진 자들이 세금 한푼을 아끼려고 온갖 편법과 탈법을 동원하고, 이웃의 눈총을 피해 틈만 나면 해외로 나가 펑펑 써대면서 ‘반부자’정서 탓으로 돌리는 게 오늘의 세태 아닌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양극화를 해소하는 해법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이웃을 돌아보고 서로가 조금씩 내놓으면 된다. 이는 법과 제도로 강제할 일도 아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최소한의 규범이다. 물론 ‘머리에서 가슴까지’가 세상에서 가장 멀다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웃사랑을 가슴에 담고 있다는 것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랑은 실천이다. 실천하는 사랑만이 아름답다. 서울시청 앞을 지키는 사랑의 체감온도가 온누리를 포근하게 하길 기대한다.
  •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그로테스크 멜랑콜리, 상실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식(천운영의 소설세계)/차미령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그로테스크 멜랑콜리, 상실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식(천운영의 소설세계)/차미령

    진실이 나를 절망으로 밀어 넣으려 한다면 나는 단호히 거부할 것이다. ―천운영,‘포옹’ 천운영 소설에 대한 보다 정확히 말해,‘바늘’이 출간되고 난 후 이 작가의 첫 소설집을 중심으로 한 지금까지의 논의는 ‘엽기성’,‘동물성’,‘야생성’,‘야수성’,‘육식성’,‘파괴성’,‘공격성’,‘관능성’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천운영 소설에 이르러 우리 문학은 “가부장적 질서를 난도질하는 육체적 질감을 지닌 현장(김양선,‘기이하고 낯선 가족과 여성이야기’)”을 갖게 되었다는 식의, 지난 연대의 여성 소설과 천운영 소설을 구획짓고자 하는 시도가 여러 평문에서 발견되는 것은 그러므로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불감증, 거식증, 불임, 도벽 등과 같은 히스테리적 징후로서만 즉, 부정으로서만 여성 소설의 위반성을 거론할 수 있었던 지난 연대와는 달리,“맹수의 이미지를 띤 여성인물들(황종연,‘탈승화의 리얼리즘’)”은 유례없이 “전복적이고 파괴적인(황도경,‘환상 속으로 탈주하라’)”힘을 독자들에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 작가의 차기작에 대한 관심이 “신선한 살과 피를 원하는 이 짐승의 다음 먹잇감은 무엇이 될 것인가(남진우,‘늑대의 후예’)”쯤으로 표현되는 것이 지금은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육체적 질감”,“신선한 살과 피” 등의 앞서 인용한 비평적 수사에서 은연 중 드러나듯, 천운영 소설이 보여 주는 이러한 특징은 무엇보다 그 생생한 현장감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이제는 잘 알려진 ‘발로 쓰는’ 이 작가의 스타일이나 그로 인한 생동감 넘치는 디테일의 창출에도 불구하고, 천운영이 정작 공들여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 것은 그가 취재한 세계, 바로 그 곳으로부터 도출되지는 않는다. 아무리 직접 회를 뜨고, 야나기상의 문신을 보고, 소머리 가르는 접칼을 쥐어도, 작가의 시선은, 장어를 다루는 횟집 주방장의 손놀림에서 텅 빈 수족관 앞에 망연히 앉아 있는 그의 ‘아내’에게로, 남자의 육체에 수놓아진 화려한 거미 문신에서 문신사의 자살한 ‘어머니’에게로, 뼈와 살이 갈려진 소머리에서 우시장 노동자의 ‘할머니’와 ‘연인’에게로 이동한다. 한 세밀한 묘사가 담고 있는 내용이 작품의 전체적인 의미를 좌우하는 데까지 미치지는 못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 앞에서, 우리의 포커스 또한 이동할 때가 된 듯하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질문들;천운영 소설의 세밀한 묘사와 이에 기반한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에 가려 미처 드러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저토록 야수적이고 공격적이며 파괴적인 인물들 내면에는 과연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가? 작가의 두 번째 창작집 ‘명랑’이 출간된 지금, 우리가 시도해야 할 작업은 엽기성과 파괴성의 이면 혹은, 공격성과 야수성의 연원을 추적해 들어가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그 그로테스크함으로 인해 앞서 언급한 비평적 키워드들의 시발점의 하나가 되었던 천운영 소설 인물들의 ‘몸’으로부터 출발해 보자.“감각적이고 물질적인 신체를 보여(심진경,‘아름다움과 추함을 가로지르는 섹슈얼리티의 모험과 위반’)”주면서 “몸의 해부학적 묘사라 할 만큼 유난히 신체에 대한 묘사에 집착(황도경, 앞의글)”한다고 평가받는 이 작가의 소설에서, 몸, 그것으로부터 다시 시작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주목하는 몸의 일부는 얼굴이 아니다. 바로 ‘등’이다. 우리 중 누군가 자신의 ‘등’의 진짜 모습을 본 사람이 있을까. 등은 인간의 육체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사람들은 대개 죽을 때까지 자신의 등의 실제 모습을 모르고 산다. 심지어 거울 앞에서도. 그 실재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것은 무의식의 세계를 은유하고 있으며, 나조차 알지 못하는 이면을 타자는 볼 수 있다는 인식은 불안과 공포의 근원으로 자리한다. 만약 자신의 등이 “굽은 등”이고, 자신이 “곱사등이”이라면, 그 불안과 공포는 피할 수 없는 것이 된다.‘포옹’의 ‘나(인경)’는 “평면만을 보여주는 거울의 기만성(1:213, 이하 괄호안의 표기는 수록소설집:페이지수)”을 충분히 알고 있다.“그렇게 화장을 하고 차려 입으니 너무 예쁘구나(1:213)”라는 거울 속 어머니의 말은 그러므로 거짓이라는 것도. 일찍이 멜라니 클라인이 말한 대로 거울의 드라마가 막을 내릴 때 더 이상 엄마의 일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아이의 고통은 원초적인 것에 육박하지만, 거울이 제공하는 이 기만적인 나르시시즘은 자기정체성을 구성해 내고, 거울을 통과한 후에야 아이는 자신을 3인칭으로 말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굽은 등을 보기를 두려워하는 인경은 여전히 엄마의 일부일 때에만 완전하다고 느낀다.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진실이 아님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니, 그것이 진실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엄마 품에 안겨 거울 속 나를 바라보(1:213)”며, 자신의 뒷모습이 “백지”로 남기를 바란다. 진실이 절망을 가져다준다면 그 진실을 단호히 거부하는 것, 그것은 자신이 불완전하다고 믿는 그녀가 불우한 삶을 견뎌 내는 일종의 방법론이다. ‘포옹’에서 인경의 등은, 어머니를 제외한 그 누구도 손대기를 꺼려한다는 점에서는 나조차 어찌할 수조차 없는 내 안의 괴물―‘바늘’에서 곱추를 연상시키는 ‘나’의 등이나,‘숨’에서 육식동물을 연상시키는 할머니의 단단한 등뼈를 보라―이지만, 거꾸로 누군가의 손길을 간절히 요구한다는 점에서 소통을 불러오는 몸의 유일한 창구가 된다.“어느 누구도 자신의 등을 쓰다듬을 수는 없는 법이며, 타인만이 그 등을 쓰다듬고 보듬어 줄 수 있”(‘등뼈’)다는 소설 속의 한 전언은 천운영 소설에서 타인과의 소통이란 것은 곧 위무의 다른 말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자신은 볼 수조차 없지만 타자는 볼 수 있으며, 자신은 안아주고 보듬어 줄 수 없지만 타자는 안아주고 보듬어 줄 수 있기 때문에,“아내의 굽은 등”“할멈의 굽은 등”(‘행복 고물상’)에서 번져 나오는 고독감은 남편과 이웃에게 연민을 불러일으키고, 지친 이를 위로하는 가장 좋은 방편은 “등을 쓰다듬어 주는” 것(‘멍게 뒷맛’)이며, 위로받는 가장 좋은 방법 또한 “등을 내맡기는”(‘아버지의 엉덩이’) 것이다. 천운영 소설에서는 환상 속에 잠깐 이루어진 만남 또한 “등을 만졌던 것 만 같다”(‘월경’)라고 표현된다. 이런 식이라면 타인에 대한 분노나 타인으로부터의 외면은 등을 돌리거나, 등을 치는 것으로 그려질 성싶다. 마치 아버지를 경멸하는 아들이 제 아버지의 “등을 쏘아 보”고, 그 아버지의 “등짝을 후려”치고 싶어 하는 것(‘아버지의 엉덩이’)처럼, 친구들이 대항할 힘도 없는 ‘나’를 “등을 밀쳐 땅바닥에 넘어뜨리”던 것(‘세번째 유방’)처럼, 살인 장면의 마지막 기억이 “남자가 정말 당신 등을 밀었다”(‘멍게 뒷맛’)로 남게 되는 것처럼. 그러나 무엇보다 천운영 소설에서 등은 대부분 대상­타자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작중인물의 불안을 담고 있다. 등을 돌린 사람 혹은, 돌아선 사람의 등에 대한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사례들;“등을 돌리고 누워”있는 남편 뒤에서 그의 아내는 “침묵하는 당신(남편)의 등”을 바라보며 그 “등이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왜소한 그 등을 보이고 당신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다”(‘당신의 바다’)며 견딜 수 없어 한다. 연인들의 연애의 끝은 또 어떠한가. 꿈 속에서 골목을 헤매던 여자는 길 모퉁이에서 “남자가 등을 보이고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다가가지만 모퉁이를 돌면 새로운 모퉁이만 계속해서 나타날 뿐이고(‘모퉁이’), 연인에게 입 맞추던 여인은 “등을 보이고 돌아”선 후 그로부터 “점점 멀어진”다(‘세번째 유방’). 이렇듯 도저한 상실감이 등의 이미지를 빌려 가장 성공적으로 형상화된 소설은 그 표제가 아예 ‘등뼈’이다. “여자가 떠났다”라는 간결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등뼈’는 자신에게 맹목적으로 집착하던 여성이 떠난 이후 전개되는 남성의 황폐한 내면풍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아무런 징후나 예고도 없이 순식간에(1:138)”라는 구절에서 강조되고 있듯이, 여자의 실종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것이어서 남자에게 그것은 “떠난 것이 아니라 증발한 것(1:143)”에 가까우며, 남자는 당연히 여자의 그러한 증발에 대비할 수 있는 아무런 준비도 해 놓지 못한 채이다. 그러나 “그때 왜 여자의 등을 쓰다듬어주지 못했을까(1:148)”라는 소설 속의 한 구절을 제외한다면 남자가 여자의 사라짐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은 쉽사리 발견되지 않는다. 대신 남자는 특이하게도 “여자가 떠난 뒤 살 속에 숨은 뼈에 집착하기 시작(1:150)”한다. 주위 사물들에서 뼈를 연상해 내고(1), 원인을 알 수 없는 요추디스크로 고통받다가(2), 급기야 뼈를 찍은 엑스레이 필름을 닥치는 대로 모으며(3), 결국 아무런 식욕조차 느끼지 못하게 되어 그의 몸엔 뼈만 두드러지게 된다(4). 여자가 떠난 후 이 남자가 보여주는 모든 증상((1)∼(4))은 그러니까 ‘뼈’에 대한 집착으로 수렴된다. 그런데 왜 하필 ‘뼈’일까? 등에 통증이 느껴졌다. 손을 돌려 등을 만졌다. 손끝에 등뼈 마디마디가 분명히 잡혔다. 남자는 욕조에서 기어 나와 거울 앞에 섰다. 거울에 서린 김을 걷어내자 남자의 퀭한 얼굴이 보였다. 광대뼈가 툭 튀어 나오고 눈이 쑥 들어간 낯선 사람이 거울 속에 들어 있었다. 남자는 가까스로 몸을 움직여 거울에 등을 비추어보았다. 등골이 패고 뼈가 튀어나온 등이 어렴풋이 보였다. 여자가 그 등뼈에 숨어 남자의 등을 하염없이 쓰다듬고 있었다.(1:158) ‘뼈’에 대한 남자의 집착은 그의 일상을 와해시키고 결국 그 자신을 말 그대로 뼈만 남게 만들어 버리는데, 사라진 여자가 등뼈는 말할 것도 없고 광대뼈, 턱뼈, 어깨뼈, 복사뼈까지 유난히 뼈가 도드라졌으며 식성도 특이해서 생선뼈, 닭갈비뼈, 조개껍데기와 같이 뼈에 붙은 살들만을 골라 먹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이러한 남자의 집착은 그녀에 대한 남자의 무의식적 동일시 즉, 사라진 대상을 불완전하게나마 보유하고자 하는 멜랑콜리적 동일시가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대상이 사라지면 누구나 그 대상에 대한 집착을 어느 정도 유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현실적인 요구와 함께 대상에 투자되었던 리비도는 다시 회수된다(프로이트,‘애도와 우울’). 이것이 상실된 대상에 대한 상식적인 ‘애도’의 과정이다. 그러나 상실된 대상에 대한 리비도가 너무나 강해서 현실에서 상실된 대상을 대체할 만한 다른 대상을 찾지 못할 때, 주체는 상실된 대상을 내면화(internalization) 혹은 합체(내적 동일화,incorporation)함으로써 계속 보유하고자 한다(J 버틀러,‘멜랑콜리적 젠더/거부된 동일시’). 결코 재현될 수 없는 상실된 대상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살아 있는 현재로 끊임없이 소환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남자가 가까스로 거울에 비춰본 자신의 등에서 “여자가 그 등뼈에 숨어 남자의 등을 하염없이 쓰다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환상으로 처리되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이러한 맥락에서 음미해 볼 만하다.“뼈가 튀어나온 등”은 현재의 환상 속에서 과거의 상실된 대상과 남자가 조우하는 장소로 공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천운영 소설의 인물들은 이처럼 상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그 저항이 지극히 위장된 형태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멜랑콜리적 주체의 성격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 상실로 인한 슬픔이 애도로 승화되지 못한 원인은 무엇보다 이들이 도저한 상실감의 원인이 된 대상에 대해 ‘의식적으로는’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리하여 환상 속에서조차 대상과의 만남이 허락되지 않을 때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난폭한 짐승(2:119)”이 출몰하게 된다. 이 “난폭한 짐승” 혹은,“광포한 짐승” 혹은,“제 속에 든 짐승”은 인물들 특히, 여성인물들을 숨이 차도록 달리게 만들기도 하고, 그녀들에게 무서운 식욕을 부추기기도 한다. 다음을 보라:애도할 만한 죽음이 나타나면 여자 속에 숨은 짐승도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슬픈 일이 일어나기를, 짐승을 다스릴 만한 제물이 나타나기를 여자는 빌었다(‘모퉁이’, 강조 인용자).“애도할 만한 죽음”이 여자 속 숨은 짐승을 사라지게 하고,“무언가 슬픈 일”이 그 짐승을 다스릴 것이라는 저 여자의 내면이 가리키는 것은, 자신의 상실감의 원인이 되는 대상이 앞에 있다면 그 상실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막한 기대이다. 통제 불가능한 내면은 분명 무언가의 상실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실된 대상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상실된 대상이 눈 앞에 있어 이를 애도할 수 있다면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내면을 잠재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기억-내용은 이미 소실되었으되 기억-감정이 남아 있어 유사한 심리적 기제가 주어지면 어김없이 리비도가 투자된다. 그러나 그 대상이 상실된 바로 그 대상은 아니기에 상실의 흔적은 그녀들에게 애도해야 할 무언가를 끊임없이 요구한다. 애초에 존재하지조차 않았던 남자의 유골을 뿌리러 제주도로 향하는 여자(‘포옹’)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또한 바로 그것이다. 천운영의 소설들에서 누군가의 죽음 혹은 (갑작스러운) 사라짐은 서사를 이끌어 가는 가장 기본적인 모티프이다. 이 작가의 어느 작품을 들춰 보아도 이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명랑’‘아버지의 엉덩이’‘세번째 유방’에서는 할머니가,‘바늘’‘명랑’‘월경’‘당신의 바다’에서는 아버지가,‘바늘’‘멍게 뒷맛’‘월경’‘아버지의 엉덩이’에서는 어머니가,‘숨’‘그림자 상자’에서는 양친부모 모두가,‘등뼈’‘멍게 뒷맛’에서는 여자가,‘모퉁이’에서는 연인이,‘당신의 바다’에서는 남편이 죽거나, 실종되거나, 아무런 예고 없이 주인공 곁을 떠난다. 이러한 상실이 대개 가장 기본적인 삶의 단위인 가족 관계에서부터 발생한다는 것은 이렇게 열거한 목록에서도 금방 포착되는데, 그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할머니)의 빈자리이다. 천운영 소설이 가족관계 안에서의 갈등을 그 기본 축으로 하면서도 ‘모퉁이’‘그림자 상자’‘세번째 유방’을 제외하면 형제나 자매를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소설들에서마저도 언니, 오빠, 동생은 화자를, 부모 특히 어머니 곁에 가까이 할 수 없게 만드는 경쟁자로서만 그 의미를 지닌다. 천운영 소설 속 주인공들의 어머니에 대한 집착 혹은 애증은 그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강렬하다. 최근 한 평론에서는 천운영 소설의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로 ‘부재하는 아버지’가 거론되었거니와(남진우, 앞의 글), 이 논자의 지적대로 무능하고 비루한 아버지의 초상은 이 시대 거세된 남성성의 표상이라 할 만하다. 물론 아버지가 부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로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지도 모른다.‘부재하는 아버지’는 실로 오랫동안 우리 소설의 한 테마였고,‘아비-부재’,‘아비-찾기’,‘아비-되기’,‘아비-부정’의 기나긴 순환 속에서 우리 소설의 주인공들은 그 정체성의 근거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존재론적 불안과 함께 지금껏 성장해 왔다고 해도 그리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운영 소설에서 아버지의 죽음, 그 부재의 효과는 말 그대로 그저 ‘없음’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특징적이다. 아버지의 위치가 지극히 주변화되어 있음에도, 이 작가의 소설에 등장하는 아들들에게서는 그에 대한 어떠한 연민도, 이를 복권하려는 의지도, 스스로 가부장으로 전신하고자 하는 충동도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천운영 소설에서 강력한 입법자로서의 아버지란 ‘세번째 유방’의 아버지를 빼고는 찾아보기 힘들며, 심지어 ‘아버지―법’은 “어머니를 닮은 부라보콘”에게까지 자리를 내준다(‘눈보라콘’);“오직 부라보콘만이 내 운명에 관여할 수 있는 존재(1:90)”다.‘∼하지 말라’가 사라진 자리에서, 가위를 든 “이발사” 아버지가 사라진 바로 그 자리에서,‘나’는 어머니를 마음껏 향유하고자 한다.‘눈보라콘’에서 부재하는 아버지는 그러므로 이후 도래할 어머니의 빈자리를 보다 선명하게 부각시키기 위한 하나의 장치에 그치게 된다. 또 다른 남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아버지의 엉덩이’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버지는 느낄 수 없을 만큼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텔레비전을 본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상을 내려놓고 아버지의 등을 쏘아 본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쇼핑호스트가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소개하고 있다. 앞치마를 두른 쇼핑 호스트는 크기가 각기 다른 밀폐용기를 쌓아놓고 얼마나 저렴한지에 대해 과장되게 말하며 전화주문을 유도한다.(……) 아버지는 냉장고에 뭐가 들었는지 관심도 없으면서 조금씩 내려가는 숫자판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2:172) 위 장면의 등장인물의 성(性)을 여성으로 치환시켜 놓으면 즉, 아버지와 아들의 식사장면이 아니라 어머니와 딸의 그것으로 바꾸어 놓으면, 우리 눈 앞에 매우 익숙한 광경이 펼쳐진다. 늙은 어머니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딸이 “상”을 차려 들어간다, 어머니의 모습에 “신경질”이 난 딸은 그녀를 “쏘아 본다”, 텔레비전에서는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선전하는 “홈쇼핑” 프로그램이 한창이다, 어머니는 숫자판에 넋을 놓고 있다. 그러나 이 장면의 주인공은 분명 아버지와 아들이다. 홈쇼핑 중독자인 아버지의 “게걸스런 주문과 반품”이 “외출”로 이어지는 이 소설은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히스테리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 혹은 홈드라마의 역전된 판본이라 할 만한다. 그러나 이 장면을 언급한 것은 이 시대의 ‘아버지 부재’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존재한다. 아버지의 ‘엉덩이’라는 발칙한 상상력이 말해 주듯이 다만,‘어머니 부재’로 세계의 중심을 잃어버린 한 “엄마”의 아들로서만, 아버지는 그렇게 존재할 뿐이다. 이 소설의 아버지와 아들, 두 남성 주인공을 움직이는 숨은 작인은 아버지가 아니라 부재하는 어머니이다. 자신의 어머니 묘소 앞에서 “이제 막 탯줄을 끊고 세상에 나온 갓난아이처럼 우는(2:166)” 아버지는 물론이고, 태어나자마자 잃어버린 “따뜻한 자궁(2:167)”을 그리워하는 아들 역시 포도나무 가지에서조차 “침묵하며 나를 바라보는 할머니(2:182)”를 발견한다. 이들 부자(父子)에게 ‘부재하는 어머니(할머니)’는 모성적 초자아(maternal superego)의 형상으로 그녀의 아들들을 조종한다. 남성인물을 움직이는 모성적 초자아의 형상은 ‘숨’에서는 ‘차가운 자궁’의 이미지를 빌려 섬뜩하게 변주된다. 할머니를 설득하는 마지막 방편인 송치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 ‘나’가 불법적인 물먹이기를 감행하다가 경찰에 발각되어 도망치는 대목에서, 단속반의 추격을 피해 숨어든 장소가 높이 2미터, 영하 20도의 “거대한 냉장창고”라는 점을 쉽게 지나쳐서는 안 된다. 그 추격의 장면이 마치 사냥의 한 대목처럼 그려지고 있다는 점―할머니가 “육식동물”이라는 점을 상기하자―, 이 발각으로 인해 할머니의 의사를 거스른 미연과의 결혼이 틀어질 위기에 처한다는 점, 그 안에서 ‘나’는 입을 틀어막은 채 “숨을 죽여(1:55)”야 한다는 점 등은 이 냉동고가 ‘나’에게는 공포 그 자체일 수밖에 없는 ‘얼어붙은 자궁’이 물질화된 것임을 암시한다.‘숨’에서 아들을 숨죽이게 만드는 냉동고가 이처럼 은유적 차원에서 자궁의 부정적 이면을 함축하고 있다면,‘행복고물상’에서 그것은 “유산된지도 모르고 보름 동안이나 자궁 속에 죽은 아이를 넣고 다녔던(1:162)” 아내를 빌려 실체화되고 있기도 하다. 자궁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나 자궁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는 천운영의 소설들에서는 빈번하게 출물하면서 작품의 기저음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당신을 둘러싼 바다 밑바닥 같은 어둠”(‘당신의 바다’)과 같은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천운영 소설에서 어둠, 바다는 의미론적인 층위에서 긴밀한 연관관계 속에 놓이는 경우가 흔하며,“깊은 어둠(1:195)”,“어두운 바닷 속으로 깊숙이(1:139)”,“바다 깊숙한 곳(1:156)”,“물 속 깊숙이(1:158)”,“깊은 바다로 침잠(1:136)” 에서와 같이 곧잘 하강 혹은 침잠의 이미지와 함께 나타나는데, 이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가리키는 최종지점에 어머니―모체―자궁이 자리한다.“탄생 이전의 따뜻한 양수 속으로 돌아가고 있는” 할머니(‘명랑’)나,“태아처럼 몸을 구부리”고 “어머니의 자궁처럼 포근해진 어둠”을 즐기는 아이(‘유령의 집’)는 천운영 소설의 주인공들에서 발견되는 모체―자궁으로의 회귀욕을 보다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천운영 소설에 등장하는 위와 같은 사례들에서 다음과 같은 해석들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무력한 아버지를 대체하는 어머니에게서 아버지-법에 내포된 헤게모니의 일시적인 전복을 읽어낼 수도 있고, 성적 관계의 절대적 방해자로 나타나는 할머니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손자의 서사를 아버지―질서의 외부를 꿈꾸는 딸의 서사의 역전된 판본으로 체감할 수도 있으며, 빈번히 등장하는 자궁 회귀욕으로부터 주체―대상의 이분법에 이전하는 원초적 충동으로서의 모체 회귀욕을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 소설들에서는 그것이 의존성이건, 억압이건, 회귀이건 간에 어머니의 부재가 스토리―시간 내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며,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죽음(‘아버지의 엉덩이’)이나 재혼(‘눈보라콘’)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자체로 버려짐이나 내쳐짐의 쓰라린 감각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대상―타자의 상실을 ‘버려짐’으로써 격렬하게 경험하는 인물들은 무엇보다 ‘바늘’‘멍게 뒷맛’‘월경’‘모퉁이’에 등장하는 여성인물들이다. 울음보가 터졌다. 엄마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다락 계단을 기어오르면서부터 나는 이미 울고 있었다. 코피가 나올 것처럼 콧잔등이 매큼해지고 입술은 움찔움찔 울음을 품었다. 엄마는 내 울음소리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엄마는 뒤도 안 돌아보고 걸었다. 내 울음이 엄마를 돌려세울 수 없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울음을 그칠 수는 없었다.(2:100) ‘모퉁이’는 주인공 ‘나’가 ‘엄마’와 헤어지는 인상적인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장면에서 엄마를 잃어 비통한 한 소녀의 심사는,14줄에 걸쳐 집요하게 서술된다. 마치 그것을 영원한 이별이라 예감하는 듯이 소녀는 줄기차게 울어댄다. 그러나 소녀가 그토록 떠날까봐 전전긍긍하는 엄마는 단지 아빠의 공장에 밥을 가져다주러 나선 길일 뿐이다. 매일 반복되었을 이 일상적인 엄마의 떠남 앞에서 소녀는 한참동안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심지어 엄마를 자신으로부터 떼어놓는다고 생각되는 존재는 “뱃속의 아이”라도 저주하는 소녀,“엄마가 없으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악을 쓰고 울었(2:112)”던 그 소녀,“우는 것만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2:105)”이었던 바로 그 소녀는, 성인이 되어서도 “남자”에게는 여전히 “울음소리”로 존재한다.‘멍게 뒷맛’,‘바늘’에서 역시, 어머니와의 이별은 언제나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것이며, 성장한 그녀들이 겪는 모든 상실의 밑그림이 된다. 엄마들은 결국 떠난다. 엄마가 떠난 길목을 바라보며 꼼짝도 못하고 있던 그날을 기억하는 ‘나’(‘바늘’)나, 좋은 옷을 차려 입고 기차에 올랐을 때부터 이미 엄마에게 “버려질 것”을 짐작하고 있었던 ‘당신’(‘멍게 뒷맛’)은, 그런 점에서는 모두 닮은 존재들이다. 이 세 작품에 비해 어머니의 비중이 미미하게 그려진 ‘월경’에서조차, 주인공 ‘나’는 어머니의 화사한 보석함에, 손톱 자른 것, 빠진 머리카락, 상처에서 떼어낸 딱정이와 같이 제 몸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을 모아둠으로써, 뿌리깊은 분리 불안을 드러낸다. 이 소설들에 등장하는 여성 주인공들은 어린시절, 주로 어머니로 대표되는 대상-타자에게 강렬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으되, 필연적으로 그 애착이 거부(혹은 금지)됨을 경험한다. 가령,‘모퉁이’에서 그것은 금지의 양상(“엄마의 가슴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엄마는 젖무덤을 헤치는 내 손을 단호하게 뿌리쳤다. 나는 엄마의 매정한 손이 야속했다. 엄마는 내게 동생이 생길 거라고 했다. 동생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나는 되우 맞은 사람처럼 휘청거렸다(2:109)”)으로,‘바늘’에서 그것은 거부의 양상(“엄마가 내민 보자기에는 꽤 많은 돈뭉치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엄마는 스님의 옷을 들고 집을 나섰다.‘나는 그곳으로 가야겠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내게 남긴 말이었다.(1:24)”)으로 전면화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금지/거부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욕망은 부인된 형태로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할머니를 갑작스러운 사고로 잃은 뒤 그녀의 뼛가루를 생전의 할머니가 명랑가루 먹듯 맛보는 손녀가 “내 내부에는 언제나 나를 바라보며 침묵하는 그녀가 있다(2:37)”고 고백하는 것(‘명랑’)처럼, 상실이 일어났을 때 상실을 부인하고 상실된 대상의 속성을 취하여 이를 내면화하는 것이 천운영 소설에 등장하는 멜랑콜리적 주체의 생존전략이라고 한다면,‘바늘’과 ‘월경’의 ‘나’는 바로 그 길을 간다. ‘바늘’과 ‘월경’은 각각 그로테스크한 인물 묘사와 도착적인 섹슈얼리티로 인해 발표된 직후부터 유독 많은 평자들의 주목을 받아 온 작품들이다. 이 글의 관점에서 역시, 두 작품은 매우 흥미롭게 읽힌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점에서 두 소설을 집중적으로 되짚어 보고자 하는 이유는 다음의 몇 가지 단서들로부터 비롯한 것이다. 먼저 두 소설 모두 여성 화자들이 이미 유년기를 통과한 이후임에도 여전히 아동인 것처럼 그려지고 있으며 또한 공히 인물이 비성적인 단계―통상적인 의미로―에서 성적인 단계로 이행하는 순간을 문제 삼고 있다는 점, 인물들은 각각 어머니(‘바늘’) 혹은 아버지(‘월경’)와의 이별을 하나의 트라우마로 간직하고 있으며 이와는 대조적으로 반대성(性)의 부모는 거의 무시되고 있다는 점 등이 그 단서들로, 이로부터 우리는 천운영 소설에 나타나는 도저한 공격성(/도착성)의, 이면(/연원)을 다시금 집약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을 듯하다. 왜냐하면 ‘바늘’과 ‘월경’에서는 여성 주인공들이 어린 시절 겪어야 했던 한 쪽 부모의 상실이 그녀들의 자아정체성의 형성에 결정적인 기제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인 ‘바늘’에서는 그로테스크한 삽화가 여러 번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다음의 세 장면은 특히 문제적이다;(1)먼저, 죽어가는 새끼고양이. 간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절에서 살던 시절 ‘나’는 “어미고양이의 날카로운 울부짖음(1:20)”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새끼고양이를 변기통에 버리고는 그 변기통 속으로 고양이가 자취를 감추는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2)다음으로, 전쟁기념관에서의 상상. 전쟁기념관에서 ‘나’는 전시된 무기들을 하나씩 꺼내 스님을 공격하는 불온한 상상을 해보지만 스님의 심장이 관통당하고 내장이 갈가리 찢기고 발에서 피가 솟구쳐도, 그녀는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좀더 강인하면서 잔인한”“엄마가 할 수 있는 그런 방법(1:21)”이 아니었기 때문에.(3)마지막으로, 어머니의 자살 소식 직후 행해지는 육식. 형사로부터 어머니의 자살 소식을 전해 들은 ‘나’는 의연히 수화기를 내려놓고 고기 한 점을 집어 먹으며, 바위에 찢긴 엄마의 모습을 떠올려 보지만 ‘나’의 머릿속엔 “여자의 하얀 알몸만 떠오를(1:31)” 뿐이다;상식적인 수준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행위들이 무대화되고 있는 이 세 장면을 이해하기 위하여, 그러니까 ‘나’의 공격적인 행위의 메커니즘을 해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자. 첫 번째 장면에 대한 질문 하나. 어미고양이에게서 떨어져 나와 변기통 속으로 빠져 들어간 새끼고양이는 마찬가지로 버려진 ‘새끼’인 ‘나’의 분신과 다름 없을 터. 그렇다면 이 장면은 ‘나’에게 지극한 고통을 유발했을 것임에도 왜 ‘나’는 이를 스스로 자행하며 게다가 “오랫동안” 지켜 볼 수 있었던 것일까? 마조히스틱한 쾌감 때문에?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상실이 곧 결핍을 부른다는 오래된 통념은, 천운영 소설의 인물들 앞에서 수정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자아가 포기된 대상의 심리적 저장고이며 상실된 대상은 구성적 동일시의 하나로 자아 안에 거주하면서 자아와 함께 출몰한다는 사실은 일찍이 프로이트가 ‘자아와 이드’에서 기술한 바 있으며, 버틀러는 그러하기에 사랑하는 대상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대상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위상을 외부적인 것에서 내부적인 것으로 전이하는 것이라 지적한 바 있다(J 버틀러, 앞의 글). 즉, 상실에 대처하는 멜랑콜리적 전략은 역설적이게도 상실 자체를 무화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나’가 새끼고양이를 변기통 속에 버릴 수 있었던 까닭으로 이미 그녀의 자아 안에, 거부된 애정의 대상으로서의 어머니가, 멜랑콜리적 동일시를 통해 그 자아의 일부로서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할 수 있을 듯하다. 어머니는 내 안에서 나와 함께, 숨쉰다! ‘나’의 행위에서 ‘나’의 위치와 어머니의 위치가 이중적으로 얽혀있는 것은 이러한 내면화의 결정적인 증거다. 버려짐과 버림을 동시에 구현하는 새끼고양이의 에피소드는 물론이고, 스님을 잔인하게 공격하는 상상이나, 자살 소식 직후의 육식 또한 마찬가지의 메커니즘 아래에서 작동한다. 스님을 공격하는 것은 자신으로부터 어머니를 빼앗아간 존재에 대한 응징이라는 점에서 그 일차적 의미가 있지만, 그 방식은 어머니가 자신을 버렸던 방법 혹은 어머니가 스님을 살해했던 바로 그 방법에는 미치지 못하기에 ‘나’는 그 잔인함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수가 없다.‘나’가 공격으로부터 성취하고자 하는 것은 그녀의 내부에서 그녀와 함께 공존하는 어머니의 시선 바로 그것을 체현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고기 한 점을 씹어 삼키면서 찢겨진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는 그녀로부터 우리는, 어머니가 여전히 ‘나’에게는 알몸의 여자로 현현하는 에로틱한 대상이라는 사실을 유추함과 동시에,“상실하기보다는 차라리 조각내고 분해하고 자르고 삼키고 소화하고”자 하는 곧, 대상을 먹음으로써 그 대상을 제 안에서 부활시키고자 하는 멜랑콜리적 식인 행위의 환상(J 크리스테바,‘검은 태양’)의 한 풍경과 마주하기에 이른다. 정신이 아득해져온다. 가슴 한쪽에서 뜨거운 덩어리가 솟구쳐 올라온다. 나는 방으로 뛰어들어간다. 그리고 그가 했던 것처럼 팔을 마구 휘두르기 시작한다. 누구를 향해 팔을 휘둘렀는지 모른다. 푸른 모자가 튀어오른 것 같기도 하고 계집의 찢어지는 목소리를 들은 것도 같다.(1:83) ‘바늘’에서와 같이 유년기를 통과한 이후에도 여전히 아동으로 남겨진 듯한 여성 주인공은 ‘월경’의 ‘나’로 재등장한다.‘월경’의 ‘나’는 스무살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어른과 아이의 경계를 월경(越境)하지 못한 채 바로 그 경계 위에 서 있다.‘나’의 말을 빌리자면 ‘나’의 “몸은 작정이라도 한 듯 자라기를 멈추었다(1:62).” 이 소설의 주된 관심사가 바로 그 경계를 넘어서는 한 순간에 있다는 것은 제목에서부터 암시되는 바다. 그런데 ‘바늘’과 마찬가지로 한쪽 부모의 상실을 초점화하고 있는 이 소설을 전작 옆에 나란히 놓고 따져볼 때 새롭게 부각되는 측면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그 상실이 ‘나’의 젠더 정체성 형성에 개입됨으로써 ‘나’의 젠더 정체성을 매우 불안정하게 구조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월경’에서는, 천운영 소설에서는 이례적으로, 어머니의 떠남이 아니라 아버지의 떠남이 ‘나’에게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나’가 떠나버린 아버지를 하나의 이성으로 욕망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목 또한 수차례 등장한다. 그녀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칭하지 않고 ‘그’라고 지칭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인상을 강화하는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 소설은 일렉트라 콤플렉스의 천운영식 판본으로 받아들여지기 쉬울 듯하다. 그러나 프로이트에게 이성부모에 대한 근친상간적 욕망과 그 욕망의 금지가 여아에게 여성성을 최종적으로 선사하는 것과는 달리 이 소설에서 ‘나’의 젠더 정체성은 오히려 남성의 그것에 가깝게 드러나고 있어 차별적이다. 즉,“가슴도 가슴이지만 계집의 엉덩이는 정말 탐스럽다. 표주박 두 개를 나란히 놓은 듯 완만한 곡선을 이루다가 툭 불거지는 모습이 여간 아니다(1:70)”라는 구절을 비롯한 소설의 여러 대목에서 나타나듯이 ‘나’는 “은하수 계집”을 성인 남성의 시선으로 욕망하고 있으며, 바로 이 점이 여러 평자들로 하여금 ‘월경’을 도착적 섹슈얼리티가 전경화된 소설로 주목하게 한 주요한 요인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함께 트럭 짐칸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면 온 우주가 우리를 중심으로 돌았고, 별들은 작은 이슬방울이 되어 우리의 배 위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1:63)”에서와 같이 지극히 감상적으로 또 지극히 여성적인 시선으로, 떠나버린 아버지를 기억하고 또 애타게 그리는 ‘나’가 어떻게 동시에 “은하수 계집”을, 그것도 저러한 시선으로 욕망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이러한 불균형은 작가가 도발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데 몰두한 나머지 그 일관성은 신중히 검토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함에 불과한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상실한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내면화하고자 했던, 그럼으로써 상실로 인한 상처를 무의식적으로 무화하고자 했던 ‘바늘’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월경’의 ‘나’ 역시 상실한 아버지를 그러한 방식으로 제 속에 부활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 즉, 그녀의 자아 안에, 상실된 애정의 대상으로서의 아버지가, 그 자아의 일부로서 공존하고 있다고 말이다.“은하수 계집”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이에 대한 한 근거가 됨은 물론이거니와,‘나‘가 “은하수 계집”을 여러모로 ‘그녀(어머니)’와 견주어 보면서 ‘그녀(어머니)’의 분신처럼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가정을 뒷받침해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설의 클라이맥스에 위치하는 사건 곧,“은하수 계집”과 “푸른 모자를 쓴 사내”의 정사장면을 ‘나’가 목격하고 그들을 공격하는 그 사건에서,‘나’가 ‘그(아버지)’의 위치를 그대로 반복함으로써, 과거의 ‘그(아버지)’―‘그녀(어머니)’―“낯선 남자”의 구도를, 현재의 ‘나’―“은하수 계집”―“푸른 모자를 쓴 사내”의 구도로 전이시키고 있다는 점은 그 결정적인 증거로 제출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요컨대 ‘월경’에서 ‘나’는 아버지를 욕망하는 데서, 아버지의 욕망을 그리고 아버지가 욕망할 것이라 추정되는 대상을 욕망하게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바로 이 점이 ‘나’의 젠더 정체성의 혼란을 초래한 근본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메커니즘의 시발점에 현실에서의 상실을 절대로 수락할 수 없는 멜랑콜리적 주체의 내면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읽는 이를 순식간에 포박하는 천운영 특유의 자질 뒤편에 도사리고 있는 상실과 박탈의 어두운 그림자……, 누군가는 사라지고 그 사라짐이 가족 내의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저토록 결정적인 흔적을 남긴다. 그리하여 이 작가에게 가족은 천운영식으로 표현하자면 “거대한 괴물의 아가리 같은 유령의 집(‘유령의 집’)” 즉,‘아가리(구강기)’적 욕구에 충실한 “괴물”스러운 인물들이 집 안을 떠도는 “유령”의 “어두운” 그림자와 씨름하는 전쟁터나 다름없다.“핏줄”과 얽혀진 인간 욕망의 가장 원초적인 그래서, 들여다보고 싶으면서도 그러기에는 두려운 “하수도” 속 같은 “어둠”이야말로 이 작가의 해부 대상인 것이다. 이어지는 ‘유령의 집’의 다음과 같은 대목을 보라;“보이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고 들리는 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그 이면에 삶은 존재하니까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으려고 해보세요. 그건 때때로 흥미진진한 일이 될 겁니다.” 천운영이 꾸며놓은 유령의 집을 방문한 독자에게 이 보다 더 친절한 안내가 또 있을까. 천운영은 이렇게 근본적인 상실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그것도 가족 내부에서 끈질기게 문제화한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 문단에서는 매우 독특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 배수아, 백민석 같은 바로 앞선 연배의 작가는 물론이고, 비슷한 연배이며 비슷한 시기에 등단한 정이현이나 김윤영에 견주어 보아도 이는 이 작가 특유의 자질이다. 앞서 살펴본 작품들에서처럼 특히나 천운영은 가족 안에서의 상실을 한 인간을 배태해내는 결정적인 그 무엇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제 전환을 맞을 때가 온 것은 아닐까.‘늑대가 왔다’나 ‘그림자 상자’와 같은 비교적 근작들에서는 이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파괴적 욕구가 분출되고 있는 장면이 등장한다. 물론 가족이 부여한 운명으로부터의 탈출은 아직 환상 속에서만 가능하고 결국에는 처참한 결말을 맞지만 말이다. 앞으로 이 작가에게 “배꼽을 버리고자 하는(‘그림자 상자’)” 욕구가 앞설 것인지, 아니면 그럼에도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운명론에 더 깊숙이 천착할 것인지, 우리는 이 작가를 계속 눈여겨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당선 소감 하루 평균 서른 통 정도의 전화를 받고 또 그만큼의 전화를 하며 두 해를 보냈다. 맞춤법을 묻는 전화부터 부고를 알리는 전화까지. 아무리 사소하게 보이는 일도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소중하며 또 누군가의 수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비로소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문학을 한다는 것 역시 그리 다르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누군가의 호소에 응답하는, 그러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마음껏 공부할 수 없어 애태우던 나날들이었지만 헛되지 않았다고 믿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부족함을 스스로 잘 알기에 당선은 여전히 실감나지 않는다. 응모한 글에 미덕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공이 아니라 주위 여러분들의 은덕이다. 국문과 은사님들과 조남현 지도 교수님,202호와 326호에서 동고동락했던 선후배 동료들, 이 분들께 더 좋은 글로 보답하고 싶다. 결점이 많은 글을 너그러이 감싸주신 김윤식 선생님과 정과리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한결같이 믿어 주시는 부모님과 언니, 동생, 오랜 벗들에게는 쑥스럽지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고백하건대,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나는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 이제는 다른 길을, 그것도 멀리 와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론 쓸쓸하다. 그러나 약속한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세상을 향한 내 새로운 수화기를 함부로 놓지 않겠노라고. 그것이 지금 주어진 이 지면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길인 것 같다. 이제 겨우 시작이다. ●약력 ▲1976년 대구 출생 ▲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 심사평 이번에도 평론의 기초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대 이론에 대한 지식을 과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설익은 개념들이 횡행하면서 작품을 파괴하거나, 작품과 겉도는 독무를 추는 글이 적지 않았다. 이론이 문학의 이해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니 배울수록 좋다. 그러나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니 작품 분석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경합한 작품은 네 편이다. 김수영의 시를 다룬 정경은의 ‘생활의 뒤란, 시’는 엉뚱한 상상력으로 김수영의 시를 장식해가면서 시의 변주를 다룬 재미있는 글이다. 그러나 그 상상력이 김수영 시의 이해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장욱과 김행숙의 시를 다룬 송승환의 ‘청동 방패를 바라보는 두 가지 방식’은 동일성의 부정이라는 기본적인 전제 하에 새로운 시의 존재 가능성을 탐색한 글이다. 꼼꼼한 분석이 돋보이고 설득력도 있었다. 오랫동안 시를 써본 사람이라는 짐작이 간다. 다만 구도가 지나치게 단순한 게 흠이었다. 최윤의 세 장편을 분석한 허병식의 ‘진정성의 서사와 주체의 귀환’은 ‘기원의 부재’라는 현대 이론의 신화에 깊이 침윤된 글이다. 그래서 마치 소설이 그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씌어진 것처럼 읽었다. 그것이 약점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주체의 귀환이라는 명제를 끌어낸 것은 글쓴이만의 독창적 사유의 결과이다. 전체적으로는 대상 작품에 들어맞았지만 세목들에서는 무리한 적용이 많았다. 천운영의 소설 세계를 해부한 차미령의 ‘그로테스크 멜랑콜리, 상실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식’은 ‘등뼈’ 이미지를 천운영 소설의 핵심 징조로 보고 그것으로부터 소설의 무의식의 ‘작업’과 변주를 정신분석학적으로 파고든 글이다. 분석과 해석이 요령을 얻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기존의 상식적인 해석을 뛰어넘으려는 패기가 돋보였다. 마무리를 서둘러 처리했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글 전체가 보여준 가능성은 그런 약점을 무시해도 좋게 하였다. 당선을 축하한다. 김윤식·정과리
  • [나눔세상] 더 힘든 이웃에게 바친 ‘120만원의 행복’

    ■기초생활수급자가 1년 생활비 소년가장에 “나보다 더 어렵게 사는 소년·소녀 가장들을 도와주세요.” 자신도 극빈층으로 생활하면서도 어렵게 모은 돈을 불우이웃돕기에 써달라며 익명으로 성금을 쾌척한 기부자가 새해 초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주고 있다.4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대전에 살고 있는 기초생활 수급자 김모(56)씨는 최근 대전시 판암동사무소 사회복지과를 찾아 120만원과 편지를 놓고 사라졌다. 김씨에게 120만원은 1년치 생활비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편지에는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소년·소녀가장에게 조금 도움이 되고자 모았다. 잘 써주시길….”이라고 쓰여 있었다. 김씨는 허드렛일인 일용직으로 근근이 생활해오다 1988년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노숙자 쉼터 등을 전전하다 임대아파트에 입주해 기초생활 수급자로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다. 틈나는 대로 의류폐품 등을 수거, 재활용업체에 넘기고 용돈 정도를 벌어 쓴다. 실제 그의 한 달 생활비는 10만원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모금회측 관계자는 “김씨를 행복지킴이로 선정하고 기부금을 학교에 입학하는 소년·소녀가장들의 교복비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임대아파트 주민들 푼돈 모아 장학금으로 “어려운 처지일수록 서로 돕고 살아야죠.”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불우한 이웃을 돕겠다고 나서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전국 임대아파트 거주자 모임인 ‘임대아파트 주거복지 시민운동연합회’는 서울지역 중·고교생 6명에게 장학금 20만원씩을 전달키로 했다. 이들은 수서6단지와 방화2단지·공릉동 등지의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기초수급권자 대상에서는 빠졌지만 학비 마련이 힘든 가정의 자녀들이다. 이들이 처음 이웃을 돕기로 마음먹은 것은 지난 2001년. 연합회가 시민단체로 승인을 받으면서 “부족한 사람끼리 서로 나누고 살자.”는 데 뜻을 모았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임원들과 뜻있는 회원들은 한푼 두푼씩 정성을 모았고, 새해들어 120여만원이 채워졌다. 연합회는 오는 7일 노원구 하계2동 사무실에서 임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무식과 함께 장학금 전달식을 갖는다. 이들은 앞으로도 해마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임대아파트 주민이나 고학생, 독거노인 등에게 성금을 전달할 계획이다. 윤범진(47) 회장은 “우리들도 넉넉하지는 않지만,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나섰다.”면서 “연합회가 임대아파트 주민의 웃음과 눈물 속에서 함께 해온 만큼 작은 정성이라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美·加등 일자리 81만개…해외로 눈돌려라

    美·加등 일자리 81만개…해외로 눈돌려라

    “국내 취업난, 해외로 눈길을 돌려라.” 정부가 해외 취업을 적극 지원하기로 한 가운데 진출 가능한 해외 일자리가 80만개를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지원하기보다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취업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일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최근 해외 주요국 취업을 위한 일자리 수요를 점검한 결과, 한국인들이 진출할 수 있는 일자리가 81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는 미국과 캐나다가 의료 및 전문기술인력 등 50만명, 일본이 정보기술(IT) 관련 5만명, 중국 진출 한국기업 수요 3만명, 중동지역 항공승무원 등 여성 전문인력 4만명, 서유럽 등 기타지역 19만명 등이다. 또한 산업인력공단은 선진 기술과 경험을 습득하고 현지에서 취업으로 연결하거나 귀국 후 국내 취업이 용이한 인턴 수요의 경우, 정식 취업 수요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파악했다. 정부는 산업인력공단의 사전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청년실업자들의 공공부문 해외 취업이나 해외 인턴진출 등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재 노동부와 산자부 등 5개 부처에서 시행하고 있는 해외 인턴사업의 올해 예산 350억원(4480명)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고 성과가 좋을 경우 하반기에 사업 규모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산업인력공단 이정우 국제협력국장은 “해외 취업을 위해서는 언어가 가장 중요하고 관련 업무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수행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능력 위주의 선발이 이뤄지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준비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을유년 새해소망은 입양 장애 두딸의 건강”

    “을유년 새해소망은 입양 장애 두딸의 건강”

    “엄마, 아빠, 복 많이 받으세요. 사랑해요.” 새해 아침 서울 송파구 석촌동 19평 짜리 연립주택의 김산석(51·중소건설업체 부장)씨 집에는 예지(5)·은지(4)의 재롱으로 웃음이 넘쳐 흐른다. 몸 왼쪽의 성장과 발육이 늦은 은지는 팔로 하트를 그리며 활짝 웃었다. 마음으로 낳아 사랑으로 키운 두 딸을 위해 새해도 더 힘차게 살 것이라는 소망이 가득하다. ●“입양 후 거짓말처럼 아픈 곳 나아” 부부가 입양을 결정한 것은 2000년 새해 첫 날. 대부도로 새해맞이 여행을 떠난 길, 부인 이준희(49)씨의 제안을 남편과 아들 용갑(24)씨·딸 다정(19)양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씨는 10년 동안이나 투병생활을 했다. 이씨가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던 1991년 과로와 스트레스로 몸에 이상이 생긴 것. 온몸이 아프고 툭하면 깊은 잠에 빠져 잘 깨어나지 못했다. 병원에서도 원인을 몰라 치료를 포기했다. 이씨는 고통을 겪으면서 “건강을 되찾는다면 불우한 처지에 있는 아기를 데려다 성심껏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생후 1개월인 예지를 입양한 것이 2000년 7월이었다. 예지가 집에 들어오면서 거짓말 처럼 이씨는 웃음을 되찾았고, 아픈 곳도 없어졌다.2001년 12월에는 생후 1개월인 은지까지 입양했다. 용갑씨와 다정양도 “동생이 생겨 너무 좋다.”며 반겼다. ●두딸 장애와 중병을 사랑과 의지로 감싸 그러나 2002년 7월 시련이 찾아왔다. 시름시름 앓던 은지가 정형외과와 소아과를 전전한 끝에 그해 11월 뇌성마비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것. 이씨는 “당시엔 솔직히 키울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낳아준 부모가 자신을 버렸다는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하는 은지가 장애까지 안고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싶어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이씨는 은지를 업고 이곳 저곳 병원을 찾아다니며 물리치료를 받았다. 치료비만 수백만원이 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해 봄 예지마저 선천성 피부병인 각화증 진단을 받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두 딸의 병에 마음이 아팠지만, 그럴 수록 더 잘 키워야겠다는 의지가 샘솟았다. 부부의 정성이 통했는지 은지는 32개월째 되던 지난해 8월 처음으로 “엄마 물 주세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씨는 “한가닥 희망이었다.”고 돌아봤다. 게다가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지 2년 만인 지난 달 29일에는 장애 3급으로 호전됐다. 왼쪽 다리가 조금 짧아 보조기를 착용한 것을 빼고는 잘 걷고 웬만한 의사표현도 무리없이 할 수 있는 만큼 좋아진 것이다. ●새해엔 건강했으면 김씨 가족은 예지와 은지의 입양으로 또다른 희망을 얻었다. 김씨는 “각박한 세상에 집에 오면 토끼같은 두 딸이 맞아주니 얼마나 행복하냐.”며 흐뭇해했다. 얼마 전 예지가 “아빠는 할머니가, 엄마는 외할머니가 낳았는데, 예지는 다른 엄마가 낳은 거지?”라고 물었을 때는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하지만 부부는 어릴 때부터 입양을 사실대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거리낌없이 설명해 주고 있다. 부부는 “입양 전에는 조금 불안했지만 배 아파 낳은 자식과 똑같다.”면서 “마음을 열고 조금만 용기를 내면 큰 행복이 기다린다.”고 말했다. 김씨 가족의 새해 소망은 건강이다. 예지의 각화증이 번지지 않고 은지의 상태가 좋아진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김씨는 “큰 욕심 없이 매일매일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서 “큰아들의 군입대, 딸의 입시, 은지의 병 때문에 한번도 같이 못한 여섯 식구의 가족 여행을 올해는 꼭 해보고 싶다.”고 소박한 새해 소망을 밝혔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세계적 재즈밴드 ‘포플레이’·팝스타 ‘스팅’ 내한

    2005년 새해 벽두 음악팬들이 애타게 기다려온 정상급 뮤지션들이 한국을 다시 찾는다. 재즈계의 슈퍼밴드 포플레이와 영국 출신의 세계적 팝스타 스팅이 내년 1월 한 주 간격으로 한국팬들과 조우한다. 각각 2년,8년 전 가진 첫 공연에서 매진 사태를 기록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 이들의 방한 소식은 훌륭한 새해 선물이 될 듯하다. 포플레이는 16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첫 공연의 감동을 재현한다. 지난 2002년 9월 공연은 록콘서트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드러머 하비 메이슨은 “한국에서의 공연이 포플레이의 라이브 콘서트 중 최고였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포플레이는 1991년 밥 제임스(키보드), 래리 칼튼(기타), 네이던 이스트(베이스·보컬), 하비 메이슨(드럼) 등 각 분야에서 손꼽히는 뮤지션들이 모여 만든 재즈 밴드. 무수한 해체설에도 불구하고 지난 13년간 함께 해온 이들은 총 9장의 앨범에서 보여준 경쾌하고 친근한 연주로 재즈의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타가 인정하는 연주실력, 멋진 편곡, 적절한 보컬 활용으로 예술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지난 6월 나온 새 앨범 ‘Journey’는 단 1회 공연의 아쉬움을 달래줬다. 이들이 편안한 연주로 새롭게 풀어낸 스팅의 ‘Fields of Gold’와 네이던 이스트가 감미롭게 부르는 ‘Journey’를 라이브로 감상할 수 있다는 기대는 행복감을 키워줄 듯.(02)3453-8406. 데뷔 25년의 노장 뮤지션 스팅은 28·29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두 차례 공연을 갖는다. 이번 서울 공연은 싱가포르(1월10일)를 시작으로 펼치는 아시아 5개국 투어의 대미를 장식하는 무대다. 첫 만남의 환대를 잊지 못한 그는 한국 관객을 배려, 주말 공연을 마련하기 위해 흔쾌히 일정까지 변경했다고 한다. 지난 1996년 10월 열렸던 이틀 공연에 2만 5000여명의 관객이 몰렸었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7명의 밴드를 포함한 35명의 출연진,20t의 무대 장비를 투입한다.8000석 규모의 공연장에 맞는 음향 시스템, 객석의 사각지대를 최대로 줄인 무대 구조, 무대 양 옆에 각각 대형 스크린을 내걸어 보다 생생한 공연 관람을 돕는다. 폴리스 시절의 주옥 같은 명곡들과 ‘Shape of my heart’‘Englishmen in New York’ 등 대표적인 히트곡들로 서정적인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해 발표한 7집 앨범 ‘Sacred Love’에 수록된 신곡들도 선뵌다. 1951년 영국에서 태어난 스팅은 25년간 활동해오면서 총 16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소유하고 전세계 8400만장의 판매고를 가진 초대형 아티스트. 평화와 인류애를 노래할 뿐 아니라 브라질 삼림보호운동, 국제사면위원회 활동 등 왕성한 사회참여로 가수들이 존경하는 가수로 꼽히고 있다. 그룹 폴리스의 성공적인 밴드 시절을 거쳐 1984년 솔로로 전향한 뒤 음악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스타로 자리매김해왔다.1588-9088.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55세 처녀동장 미아6·7동 김영진씨

    55세 처녀동장 미아6·7동 김영진씨

    “그 집에 쌀을 보내주시면 될 거예요. 손자 녀석은 장난감을 갖고 싶다던데….” “도배교실은 지금 모집중입니다.”“이번에 상탄 거요? 감사합니다. 다 여러분들 덕분이죠.” 인터뷰 내내 서울시 강북구 미아6·7동 김영진(55·여) 동장 휴대전화는 끊임없이 울려댔다. 동네에서 ‘오지랖 넓은 아줌마’로 통하는 이유를 알만하다. 일에 매달리다 보니 아직 미혼인 김 동장의 달력은 빼곡한 일정들로 채워져 있었다. ●3·1절에 전국 아파트 가구마다 태극기 휘날렸으면… 현재 김 동장이 힘쏟는 일은 ‘태극기 공동구매 운동’. 지난 10월초 동네 주민인 이경두(52)씨가 자비로 산 태극기를 이웃 40여가구에 나눠준 일이 계기가 됐다. 한글날 당일 이씨네 아파트 동은 한 집도 빠짐없이 태극기가 펄럭였다. 이를 눈여겨본 김 동장은 강북구 소식지는 물론 지역 인터넷 사이트에 태극기를 공동구매하자는 의견을 올렸다. 김 동장을 통하면 태극기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3000원)에 살 수 있다. “내년 3·1절 동네아파트(삼각산아이원) 1300여가구 베란다에서 태극기가 휘날리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물론 우리 동네를 포함해 대한민국 모든 집에 태극기를 내걸게 하고 싶지만, 일단 이 걸로 시작하는 거죠.” ●서울 주민자치센터중 도배교실 유일 운영 김 동장은 지난 73년 서울시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여성보호센터, 여성정책과, 북부여성센터, 여성정책보좌관실 등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 미아6·7동 동장을 맡았다. 서울시 주민자치센터에서 유일하게 도배교실을 운영하는 것도 이런 경력과 무관치 않다. “동장으로 와보니 일부 지역은 달동네라 주부들이 생계를 꾸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다른 자치센터처럼 취미교실 운영만으로는 안되겠더라고요. 이들에게 당장의 돈벌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사랑의 도배교실’을 만들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강사를 구하는 일이었다. 한달 48시간 강의에 15만원의 강의료는 턱없이 부족했다. 마침 북부여성센터 근무시절 잘 알고 지내던 김경숙(49) 강사가 김 동장의 뜻에 공감해 선뜻 나서줬다. “강사님께 얇은 봉투를 건네는 것이 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이죠. 그래도 도배교실을 수료한 뒤 밥벌이하는 분들을 보면 뿌듯하죠. 보조로 나서면 5만원, 숙련된 도배사는 12만원은 버니까요.” 지난 3월부터 시작한 도배교실은 그동안 40여명을 도배사로 키워냈고 최근 치러진 도배기능사시험에서 3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낯선 봉사단 내편 만든 수완 + 억척 이밖에 하루 두번씩 동네 순찰을 꼬박꼬박 도는 것도 중요한 일과. “겨울이라 하수구가 터지지 않았는지, 쓰레기가 길을 가로막고 있진 않는지 항상 살펴야 해요. 문제가 있으면 구청 핫라인을 통해 얼른 조치를 취해야 하니까요. 또 오래된 집들이 많아 늘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지난 9월에는 순찰을 돌면서 ‘사랑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큰 성과를 거뒀다. 김 동장은 ‘한화종합화학 봉사단’이라고 적힌 옷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자마자 ‘차 한잔 대접하겠다.’며 동사무소로 데려왔던 것. 이후 봉사단 300여명이 매달 1만원씩 지원, 미아6·7동 독거노인세대에 쌀, 라면, 이불 등을 전달하고 있다. “내년에는 도배뿐 아니라 미용기술도 자치센터과목에 포함시킬까 해요. 참, 도배교실은 널리 알려주셨으면 해요. 다른 지역 주민들도 참가할 수 있습니다. 새해에는 경제적으로 불우한 사람들이 없으면 좋겠어요.” 글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조영증의 킥오프] 세밑 달군 ‘산타 스타’

    2004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국내외적으로 불우한 이웃에게 사랑과 온정을 전달하는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린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연합아동기구 유니세프가 주관하는 행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유명 스타들은 자신의 이름을 건 자선경기를 통해 선행을 베풀기도 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15일 스페인 산티아고 베르나우 스타디움에서는 세계적인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단 팀과 호나우두 팀으로 자선 경기를 가졌다. 유엔의 빈곤퇴치운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열린 뜻깊은 행사를 6만 5000여명의 관중이 지켜봤고, 지네딘 지단과 호나우두, 데이비드 베컴, 루이스 피구 등 당대 최고 선수들과 이미 은퇴한 레돈도(아르헨티나) 슈케르(크로아티아) 등이 출전했다. 또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자갈로 감독과 페레이라, 스콜라리 감독 등 명장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특히 축구선수가 아닌 자동차 레이스의 황제 미하엘 슈마허가 그라운드에 나서 자선 경기에 더 큰 의미가 부여됐다. 또한 그가 펼친 화려한 축구 실력은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중들로부터 뜨거운 박수 갈채를 이끌어 냈다. 이날 입장료는 무료였지만 관중들이 십시일반 스스로 내놓은 성금은 전 세계적으로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더없이 훌륭한 희망의 손길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26일 홍명보장학재단이 주최하는 소아암환자 및 소년소녀 가장 돕기 2004푸마 자선 축구경기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한국을 대표하는 42명의 스타들이 사랑과 희망 팀으로 나뉘어 펼친 맞대결은 인천문학경기장을 찾은 2만 2000여 관중들에게 자선 경기에 동참했다는 자부심은 물론, 스타플레이어들과 호흡을 만끽하는 하루를 선사했다. 특별히 스카이박스에 초청된 30명의 소아암 투병 어린이와 200여명의 소년소녀 가장들은 모처럼의 여유를 가지고 운동장을 찾아 축구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웃음꽃을 활짝 피울 수 있었다. 더구나 그동안 모은 성금으로 뇌종양 수술을 받고 완쾌 단계에 접어든 이충만군의 시축은 병마와 싸우고 있는 다른 어린이들에게도 희망의 모델이 될 것이다. 홍명보장학회는 이날 입장 수입과 후원금 등 모금되어진 2억원 전액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그동안 전 국민들로부터 성원을 받은 축구가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베풀어준 사랑에 보답하는 진정한 의미의 축제가 아닐 수 없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 youngj-cho@hanmail.net
  • [CEO 칼럼] 세계화와 최고교육책임자/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CEO 칼럼] 세계화와 최고교육책임자/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서구 선진국들은 최소한 200∼300년에 걸쳐 산업화를 겪었다. 그 후 정보화시대를 맞이했다. 또 베를린 장벽과 소련이 붕괴하면서 이념적 양극화에서 일극화 양상을 보이며 팍스 아메리카나의 기치 아래 세계화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한편 EU와 NAFTA 그리고 APEC 같은 블록화의 역풍도 불고 있다. 한국은 서구의 10분의1 정도의 기간에 산업화 과정을 일궈냈다. 동시에 정보화·세계화의 파고도 동시다발적으로 겪고 있다. 모두가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바람에 통증을 수반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그것들을 한가롭게 트렌드라고 부를 수가 없다. 쇼크(Shock)라고 해야 옳다. 이러한 충격을 잘 극복하면 선진국으로 순항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침몰할 것 같은 불안 속에 있다. 어쨌든 정보화·세계화란 대세는 피할 수 없다. 이른바 지력사회의 글로벌 경영이 화두가 됐다. 이러한 지력사회의 글로벌 경영 속에서는 사람이 최고의 자원이다. 참다운 인재를 얼마나 육성하고 보유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 나아가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사실 한국은 자원이라고는 사람밖에 없다. 그 사람의 저임금을 토대로 산업화 엔진의 시동을 걸었다. 이제 그때의 블루칼라인 기능공이 아니라 존 나이스비트의 표현대로 하이테크·하이터치(Hi-Tech,Hi-Touch)를 주무르는 골드칼라가 주인공인 시대에 진입했다. 이 과정 속에서 CEO는 최고교육책임자인 CEO(Chief Education Officer)로서 두 가지 책무를 완수해야 한다. 우선 기업에 진입한 구성원들을 적극적으로, 또 끊임없이 교육과 훈련을 통해 최상의 인재로 육성하는 일이다.GE의 잭웰치 전 회장은 바로 크로톤빌 연수원을 통해 사원들이 최고의 인재로 거듭나도록 끊임없이 자극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참여와 두뇌를 활용키 위해, 그리고 좀더 많은 권한을 주기 위한 ‘워크아웃(Work-Out)’ 프로그램도 크로톤빌 연수원의 리더십 센터에서 획득하고 완성시켰다. 일본의 10년 불황을 이겨내고 있는 원동력인 도요타의 놀라운 경영성과도 인재경영에 초점이 맞추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한국인만큼 ‘못 배운게 한’인 나라도 드물 게다. 그래서 못 배웠지만 안 쓰고 모은 돈 수십억원을 대학에 덜컥 기부하고 죽어가는 무명의 할머니로부터 수많은 독지가와 기업들이 음으로 양으로 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물론 인재를 키워달라는 뜻이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기대가 크기 때문이겠지만 실망스러운 점이 한두 군데 아니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학교는 무풍지대 같다. 밑천 조금 들이고 명예와 함께 돈버는 장사거리로 대학을 창설하고 운영하다가 부실해져서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경우도 있다. 더 타임스에 의하면 서울대도 기준이야 어떻든 100위권 밖에서 맴돌고, 연·고대도 걱정스럽다. 세계교역량 10위권의 나라, 조선·철강·반도체·휴대전화 강국의 나라라는 점을 생각하면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웬만한 중견기업 연구실은 박사 출신은 고사하고 학사 출신도 변변치 않은 열악한 환경이다. 그러면서도 아낀 돈을 학교에 건네며 보람을 갖는 게 기업이다. 이제는 교육 책임자인 CEO가 학교와 교육전문가, 그리고 교육공무원에게 필요한 인재상을 당당히 직설적이고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주역이 돼야 한다. 체면을 지키면서 넌지시 돌려 얘기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또 ‘못 배운 게 한’이어서 학교에 무턱대고 기부해 ‘현대판 사농공상’을 부추겨서도 안될 일이다. 작은 지방대이지만 포항의 한동대와 LG전자와의 ‘맞춤식’ 인재수요 공급방식은 본받을 만하다.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 [아하 그렇구나]신선한 케이크 이렇게 골라요

    케이크는 신선함이 그맛을 좌우한다. 신선하면서 부드럽고 맛있는 케이크를 고르는 비결은 뭘까? 첫번째, 케이크에서 빠지지 않는 생크림을 보고 판단한다. 생크림에서 윤기가 흐르고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것이 좋은 케이크라고 보면 된다. 둘째, 과일장식을 눈여겨볼 것. 과일은 오래되면 육안으로도 쉽게 판별을 할 수 있다. 과육이 흐물흐물한 케이크는 피하자. 셋째, 케이크의 옆면에는 비닐이 형태를 잡아주고 있다. 신선하지 않은 케이크는 형태를 잡아주는 비닐보다 케이크가 수축되어 있다. 이렇게 세가지만 눈여겨본다면 신선하고 맛있는 케이크를 고를 수 있다.
  • [인간시대]불우이웃 무료진료 정동의료센터 주정빈 원장

    “별로 내세울 일도 아닙니다. 오히려 아픈 이들을 보살핀다는 마음의 기쁨을 얻고 있지요.” 서울 송파구 거여2동 181번지는 서울의 대표적인 저소득층 밀집 지역. 빈궁한 이웃들이 천막을 지붕 삼아 올린 단칸방에서 온갖 병마와 싸우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에 한줄기 따스한 햇살이 비치고 있다. 서울 대신동 주정빈정형외과 주정빈(朱珽彬·82) 원장을 비롯한 정동의료센터 소속 4명의 ‘슈바이처’들이 2년 전부터 이곳 주민들에게 사랑의 인술(人術)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송파구 거여동 181번지의 슈바이처 정동의료센터는 서울 정동 정동제일감리교회가 운영하는 단체. 주 원장 등 의사 신자들을 중심으로 조직됐다. 센터는 80년대부터 중계동 판자촌 주민들에게 무료 진료 활동을 펼쳐 왔다. 센터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중계동 대신 거여동에 새 둥지를 튼 것은 지난해 1월. 주 원장은 기존 중계동센터 팀에 새로 합류했다. 이미 나이 80살을 넘겼지만 사회의 어두운 곳에 방치돼 있는 이들을 돌보고 싶었다. “젊었을 때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뛰어다니며 일했지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의사 생활 60년이 다 됐더라고요. 이젠 병원에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고통받는 이들을 찾아가 아픔을 덜어줘야겠다는 생각에 참가했습니다.” 주 원장은 매주 월요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진료를 한다. 센터를 찾는 환자는 많게는 하루 20여명. 벌써 2000여명 가까이 주 원장의 손을 거쳤다. 진료 뒤 귀가할 때면 녹초가 되기 일쑤다. 그러나 일주일 동안 그를 기다리는 181번지 주민들을 생각하면 하루도 거를 수 없다. 환자들은 주로 70을 넘긴 고령자들이다. 매일 새벽에 모은 빈 병을 팔아 연명하는 독거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주 원장은 비싼 치료제는 손수 지갑을 털어 마련하고 있으며 거동을 할 수 없는 환자에게는 왕진진료를 한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이 음료수 등을 감사의 뜻으로 가져오곤 한다. 하지만 선물을 일절 받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하고 있다. 주 원장은 “300원짜리 요구르트 한 병도 이들에게는 하루 수입의 10분의1”이라면서 “무엇이든 사례로 가져오면 센터에 발을 들여놓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사례는 한푼도 받지 않아”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센터에서 완전한 치료를 할 수 없다는 것. 주 원장은 “얼마 전 무릎과 허리 치료를 받던 60대 주부가 안 왔기에 알아봤더니 간 질환으로 1주일 사이에 세상을 떴다고 하더라.”면서 “센터에서는 제한적인 치료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게 못내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주 원장은 국내 정형외과 학계의 대원로. 지난 44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64년까지 연세대 정형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들을 길러냈다. 또 대한정형외과학회장과 국제정형외과 및 위생학회 한국지회장도 지냈다. 봉사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80년대부터 한국재활재단 이사를 지내는 등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힘써 왔다. 주 원장의 목표는 181번지 주민들의 마음의 병까지 돌보는 것. 주민의 상당수는 자포자기한 채 술을 위안 삼아 살아가고 있다. 그는 “물질뿐 아니라 행동과 말, 표정 등으로 다른 이들에게 조건 없이 베푸는 게 봉사”라면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어려운 이웃들의 마음의 상처까지 보듬을 수 있다면 조금이나마 예수를 닮은 삶을 살았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MBC ‘…라디오시대’ 26일 성금 100억 돌파 특집

    MBC ‘…라디오시대’ 26일 성금 100억 돌파 특집

    MBC 표준FM(95.9MHz) ‘전유성ㆍ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시대’(연출 김용관·이은성)가 ‘불우이웃 돕기 성금 모금액 100억원 돌파 기념’ 특집 방송을 26일 방송한다. MBC는 13일 “지난 1996년 시작한 ‘지금은‘의 ‘사랑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코너 성금 모금액이 2004년 하반기 기준으로 100억원을 돌파했다.”면서 “그 기념으로 특집 공개방송 ‘작은 손길, 큰 사랑’을 오는 19일 MBC공개홀에서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사랑의‘는 지난 1996년부터 불우한 이웃을 소개하고 청취자들이 보낸 성금을 모아 해당자들에게 전달해 온 코너. 지난 1999년부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하고 있다.8년 동안 매주 평균 2000만∼3000만원의 성금을 모금했다. 제작진은 “특히 성금 대부분이 기업체 성금이 아닌 가내 수공업자, 재래시장 상인 등 주로 서민들이 주체가 되어 모은 성금이라는 점이 더욱 의미가 깊다.”면서 “‘제2의 IMF’라는 요즘에도 성금이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어 글자 그대로 ‘서민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이날 행사에는 송대관 태진아 거북이 세븐 장윤정 거미 등의 가수들이 출연한다. 또 그간 모금에 동참한 청취자 중 500명을 초청하고, 이 코너의 도움으로 완치가 된 환자 등 성금 수혜자들의 영상편지와 감사의 메시지도 함께 전달해 의미를 더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올 한해 동안 별도로 적립된 모금액의 10%인 약 2억 7000만원을 홀로사는 노인의 난방비와 지방 환자들을 돕기 위한 ‘사랑의 보금자리’에 지원하는 자리도 마련한다.26일 오후 4시 방송.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고위공무원단제 정치적 중립 필수”

    “고위공무원단제 정치적 중립 필수”

    “고위공무원단제의 관건은 정치적 중립성 확보에 달려 있습니다.” 중앙인사위원회 초청으로 9일 정부종합청사 별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고위공무원단제도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한 미 행정학회 국제관계위원장 도널드 E 클린거 콜로라도대 교수는 고위공무원단제를 도입하려는 우리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클린거 교수는 발표 직후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미국의 고위공무원단제 운영경험과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고위공무원단제는 계급이 아닌 성과 중심으로 고급인력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효율적이지만,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딜레마에 부닥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고위공무원단제는 캐나다·영국·뉴질랜드 등 의회제도가 발달한 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정착됐다.”면서 “미국과 같이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정치와 행정간의 균형 유지가 제도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고위공무원 임용 때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수 있고, 중립적이어야 할 정책이 정치논리에 휘둘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1978년 고위공무원단제를 도입한 미국의 실정(失政)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당초 공무원의 전문성과 효율적 운영을 위해 고위공무원단제를 도입했지만, 성과중심 보수체계에 연연하다 보니 다른 부처로 이동하기를 꺼려하는 등 보수성과 배타성은 여전히 취약점으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패션1번지]청담동 명품브랜드 모임 연말 자선마케팅

    [패션1번지]청담동 명품브랜드 모임 연말 자선마케팅

    소비하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방법은 없을까.17∼24일까지 서울 청담동에 가면 이런 특별한 경험을 얻을 수 있다. 명품구매가 과연 비난받을 일인가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고가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일수록 불우한 이웃돕기에 무심하다는 지적엔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파리의 애비뉴 몽테뉴, 밀라노의 비아 몬테 나폴레오네, 뉴욕의 5번가에 견주어지는 청담동 플래그십스토어 거리의 14개 명품 브랜드의 모임 ‘청명회’가 벌이는 이번 행사는 알찬 소비에 이웃돕기까지 할 수 있는 기회다. 이 행사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수익금의 일부를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해 ‘뻣뻣하고 사치스러운’ 명품의 이미지를 벗고 훈훈한 정을 나누어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랄프로렌 한희정씨는 “명품 브랜드가 사치품이라는 인식보다는 트렌드를 이끄는 문화 발전의 기반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며 “사회 환원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자하는 의미도 내포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할인을 하거나 미끼상품을 끼워넣어 품격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대신 최고급 서비스로 쇼핑을 돕는다. 참여하는 모든 브랜드는 이 기간 동안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매장을 연장오픈하고, 저녁시간 쇼핑에는 간단한 음료와 스넥도 제공한다. 발레파킹 서비스도 공유해 한 매장에 주차하면 다른 매장들도 두루 둘러볼 수 있다. 또 각 브랜드별로 100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을 1명씩 추첨해 크리스마스를 럭셔리하고 특별하게 보낼 수 있도록 W호텔의 1박2일 숙박권·식사권·자택에서 호텔까지 재규어 픽업 서비스를 선물한다. ●알면 더욱 즐거운 쇼핑 다른 매장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의 장점을 미리 파악해두는 것도 알찬 소비의 준비. 루이뷔통은 청담동 매장에서만 의류 컬렉션을 만날 수 있고,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구찌는 별도의 VIP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랄프로렌의 최고가 컬렉션 라인과 퍼플 라벨, 크루즈 라인을 미리 볼 수 있다. 최근 열린 영화시상식에서 배우 김혜수가 입었던 1억원을 호가하는 드레스도 전시돼 있다. 센존은 개인적인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간단한 다과를 준비할 계획. 분더숍은 조선호텔에서 운영하는 델리숍 ‘베끼아 앤 누보’와 3층 라운지에서 잠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악어가죽브랜드 콴펜은 이 기간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모티브로한 ‘발삼 트리 백’을 선보일 예정이다. 숄더와 토드 두 가지 스타일, 블랙·레몬·와인 세 가지 컬러로 준비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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