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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상 터키작가 파묵 미국으로 망명할 듯”

    |파리 이종수특파원|지난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터키 소설가 오르한 파묵(55)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 미국으로 망명할 것 같다고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가 8일(현지시간)보도했다. 신문은 “극우파 민족주의자들의 조직적인 위협에 시달려온 파묵이 미국이라는 전원(田園)에 안주하기로 결정했다.”며 “지난 1일 미국 뉴욕행 비행기를 탔는데 터키로 돌아오는 구체적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파묵의 이 같은 결정은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비판한 언론인 헤란트 딩크가 지난달 19일 극우파 청년에 의해 살해당한 뒤 구체화됐다.딩크에 앞서 같은 주장을 해 터키 정부로부터 국가 모독협의로 기소되기도 했던 파묵은 오는 5월 대선과 11월 대선을 앞두고 부쩍 기승을 부리는 터키 민족주의자들의 감시 대상이었다.vielee@seoul.co.kr
  • [함혜리의 8년 체험 ‘프렌치 리포트’] (16) 국가 경쟁력 까먹는 관료집단

    [함혜리의 8년 체험 ‘프렌치 리포트’] (16) 국가 경쟁력 까먹는 관료집단

    프랑스는 200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이 2조 1250억달러로 미국·일본·독일·영국에 이어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이다. 핵무기도 보유하고 있고, 문화유산도 엄청나다. 국민들의 절반이 고등교육을 받을 정도로 교육수준도 높다. 남북한을 합친 면적의 2.5배나 되는 국토는 어디 한 곳 버릴 데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비옥하다. 그렇다면 프랑스의 국가경쟁력은 얼마나 될까. 스위스 국가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지수에서 프랑스는 지난해 61개 국가 중 35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다섯 계단 하락한 것이다.1996년에 비해서는 열다섯 계단이나 떨어졌다. 프랑스의 국가경쟁력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에서 상당부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경쟁력 하락은 90년대 중반 대부분 유럽국가들의 공통된 고민거리였다. 지난 10년간 영국·스위스·덴마크·룩셈부르크·아일랜드 등은 개방화,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세계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경쟁력을 회복했지만 유독 프랑스만은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했다.IMD의 스테판 가렐리 교수는 프랑스의 국가경쟁력 하락에 대해 “국가 주도의 경제활동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개혁이나 변화가 제때에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국가의 모든 업무를 중앙에 집결시키는,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실시하는 나라다. 프랑스 중앙집권제의 역사는 17세기 루이 14세 시대부터 시작됐다.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콜베르는 왕이 임명하는 관료들을 지방에 파견해 세금을 거둬들이고 행정을 담당하도록 했으며, 그 전통은 지금도 도(道)와 도지사의 제도로 유지되고 있다. 중앙집권제는 대혁명을 통해 민주주의를 뿌리내리는 방편으로 여겨지며 더욱 강화됐다. ●관료적이고 무책임한 공무원들 프랑스에서는 모든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데 국가가 개입한다. 기간산업은 대부분 국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강한 국가’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잘 훈련되고, 능력있고, 충직한 공직자들이 필요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프랑스에는 국가, 지방, 군(軍), 교육, 의료·복지 등에 모두 500만명의 공무원이 있다. 군 공무원을 제외한 중앙·지방·의료 및 복지 공무원의 100명당 비율은 8.1%나 된다. 프랑스가 공무원에 쏟아붓는 예산은 전체 예산의 40%가 된다. 이들은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장에 각종 혜택을 누린다. 평균 월급도 민간 기업보다 많이 받는다. 그런 만큼 행정이 잘 돌아가느냐 하면 아니다. 참으로 더디게 돌아간다. 무책임하고 관료주의 색채가 강한 탓이다. 프랑스에서 관공서에 가면 분통이 터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모든 일은 ‘원칙대로’ 해야 하고, 자기 업무가 아니면 ‘내가 알 바 아니다.’라고 말한다. 자기 권리 주장에는 한치의 양보도 없다. 일을 하다가도 시간이 되면 칼같이 일어선다. 우체국이나 기차역에서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어도 시간이 됐다고 창구를 닫아버리기 일쑤다. 기차를 놓치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는다. 서비스 정신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잘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6개(CFDT,CGT,FO,FSU, 솔리대르,Unsa)나 되는 노조가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80%가 노조에 가입해 있다. ●공기업 민영화 10년간 추진 프랑스는 2차 대전 종전 후 도산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소생시키기 위해 자동차·화학·통신 등 주요기업들의 국영화를 추진했다. 여기에 사회당의 미테랑 대통령이 집권 후 금융, 에너지, 철강, 전자, 화학, 통신, 우주·항공을 포함한 공공사업 분야를 국유화하면서 1983년 당시 프랑스의 국영기업은 3275개에 이르렀다. 이들 공기업은 경제활동 인구의 9%에 해당하는 190만명을 고용했다. 제조업 총 매출의 31%, 고용의 23%, 국가 수출의 30%, 기업 투자의 50%가 공공부문에서 이뤄졌다.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국영기업들이 경쟁에 약한 것은 당연하다. 내 돈이 아니니 아끼지 않아도 되고, 적자가 나더라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운영하다보니 경쟁력은 취약해졌다. 대부분 국영기업들은 방만한 경영으로 적자투성이가 됐다. 이런 부담은 고스란히 재정부담으로 돌아왔다. 이에 따라 1986년 총선으로 첫 동거정부를 구성한 우파는 부채상환과 공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국영기업에 대한 민영화작업을 서둘렀다. 지난 10년간 민영화 작업을 추진한 결과 공기업은 현재 1512개 업체로 줄었고 고용인원도 111만 8000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국가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는 재정적자를 GDP대비 3%범위 내에서 운영해야 한다는 유럽연합(EU)의 성장안정협약을 3년 연속 위반했다. 우파정부는 국가재정 확충과 부채상환을 위해 에너지, 보험, 금융, 방위산업 등 국영으로 남아 있는 주요 공기업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민영화를 추진 중이다. 프랑스텔레콤과 국철(SNCF), 전기 및 가스(EDF·GDF), 로켓엔진 생산업체인 스넥마, 프랑스 공항공사 등이 주식공개를 마쳤거나 추진 중이다. 민영화 작업과 동시에 공무원 수 감축에도 나섰다. 드 빌팽 총리는 올해 1만 5000명을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감원된 공무원 수(5300명)의 3배나 되는 숫자다. 인구분포에 따라 교사직 5000개를 없애고, 각 부처별로 재정부 3000명, 국방부 4400명, 교통부 1300명이 각각 감원될 예정이다. 향후 5년 내에 총 8만∼10만명을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저항체질이 강한 프랑스인들이 가만 있을리 없다. 자신들의 ‘철밥통’이 깨질 위기에 처한 프랑스 공무원들은 7일 전국에서 대규모 시위를 가졌다. 교사들과 철도원, 우체국 직원, 전기·가스 공사 직원 등 수만명이 거리에 나서 감원반대와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프랑스가 2차 대전 이후 국가재건에 성공하고 유럽의 열강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강력한 국가의 리더십과 잘 훈련되고 능력있는 공무원들의 역할이 컸다. 공기업은 프랑스 발전의 추진동력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의 무한경쟁 속에서 지나치게 비대한 공무원 집단과 공기업은 프랑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열린세상] MS와 애플,그리고 대통령 선거/문인철 정치경제평론가

    경제학에서 기업이 경제활동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가설로 설명된다. 이윤 극대화 가설과 판매량 극대화 가설이다. 이윤 극대화 가설에서 기업은 이윤 극대화가 목표이므로 무조건 판매만 많이 하고자 하지 않는다. 이윤을 적게 하면서 많이 팔고자 하는 박리다매(薄利多賣)는 이 가설에 부합하는 행위가 아니며, 제 값에 물건을 파는 것이 가설에 따른 판매전략이 된다. 반면 판매량극대화 가설은 일단 판매를 많이 하여 시장점유율을 높이자는 박리다매 전략을 뒷받침한다. 이 두 가지 전략 중 어느 것이 더 우수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 두 전략 중 어떤 전략을 택했는가에 따라 기업의 향배가 바뀐 경우가 있다.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컴퓨터시장은 애플사가 주도하고 있었다. 최근 휴대전화 시장에 뛰어든 ‘스티브 잡스’로 대표되는 바로 그 회사다. 애플의 기술력은 매킨토시로 통했는데 경쟁력이 매우 높았다. 이들은 이윤극대화 전략을 채택했고 높은 가격을 유지했다. 당시에 컴퓨터는 쉽게 가질 수 없는 선망의 대상이었는데,80년대 후반 애플의 컴퓨터 가격은 400만 원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초기 이 전략은 컴퓨터 시장에서 애플사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해 주었다. 경쟁자인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다른 전략을 썼다. 애플과의 경쟁에 자신이 없었던 그는 판매량극대화 전략을 채택했던 것이다. 기술은 떨어지지만 가격을 낮춤으로써 100만원대의 컴퓨터를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시장에서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후 마이크로 소프트사는 컴퓨터 시장에서 확실한 주도권과 독점력을 갖게 되었고, 빌 게이츠는 세계 제1의 거부가 되었다. 정치의 세계에서도 위 두 전략으로 설명되는 현상들이 있다. 예컨대, 대선정국에서 특정인이 아닌 당 소속 후보 전체의 지지도를 높이는 전략은 판매량극대화 전략에 비견되는 반면, 당의 인기보다는 후보 개인의 인기에 치중하는 것은 이윤극대화 전략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동안 열린우리당의 전략은 이윤극대화 쪽이었다. 대선주자들 중심으로 정치가 이루어졌고 그들은 무엇보다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데 열중했다. 여기에 대통령까지 강하게 행동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실패했다. 개인도 뜨지 못하고 당은 해체일로에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중심전략도 지난 대선까지는 ‘이회창 후보’ 특정인물 중심의 정치를 한, 이윤극대화 전략이었다. 그랬던 한나라당이 특정인 띄우기보다는 정권교체에 더 힘을 실음으로써 판매량극대화 전략으로 선회했다. 특정인물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것보다는 중도우파로 정권을 교체하여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이 전략은 순항하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후보경선에 들어가면 후보들은 모두 이윤극대화 전략을 쓰게 된다. 판매량극대화 전략에서는 정권교체 차원에서 모두 동의했지만, 이윤극대화 전략으로 전환되면 본인의 승패에만 전념하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누구도 예측치 못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컴퓨터 시장에서 마이크로 소프트사는 판매량극대화 전략으로 시장을 독점한 후 이제는 이윤극대화 전략으로 선회하여 시장을 움직인다. 우리나라 대선이 경제라면 이 수순에 따라 한나라당이 집권하게 될 것이나, 정치는 경제보다 훨씬 더 역동적이기 때문에 변수가 너무 많다. 결국은 마지막 단계인 이윤극대화 전략에서 현 구도대로 갈지, 역전의 빌미가 되는 사건이 일어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한마디로 ‘시계제로’이다. 문인철 정치경제평론가
  • [월드 이슈-세계의 大選] (하) ‘4월의 선택’ 프랑스 대선 관전포인트

    [월드 이슈-세계의 大選] (하) ‘4월의 선택’ 프랑스 대선 관전포인트

    |파리 이종수특파원|오는 4월22일 치를 프랑스 대통령 선거 1차투표는 역대 어느 대선보다 역동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집권당 니콜라 사르코지(52) 후보와 사회당 세골렌 루아얄(54) 후보의 오차범위 내 접전, 인터넷 선거운동 효과 증대 등 다양한 변수가 맞물리면서 갈수록 열기를 띠고 있다.3가지 관전 포인트를 중심으로 ‘엘리제 궁으로 가는 길’을 짚어본다. ●우파 분열? 2002년 대선은 ‘분열=패배’라는 ‘선거 진리’를 뼈저리게 각인시켰다. 좌파 후보가 난립하며 사회당 리오넬 조스팽 후보가 극우파인 장 마리 르펜에게 1차투표에서 석패하는 이변을 낳은 것. 그 ‘학습 효과’ 때문인지 좌파는 단결된 모습이다. 반면 집권당의 내홍이 불거졌다. 비록 팽팽하던 긴장감은 가셨지만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시라크 대통령이 아직 3선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은 것도 내분을 방증한다. 시라크 대통령은 29일 대표적인 시라크계 인사였다가 최근 사르코지 지지를 선언한 미셀 알리오 마리 국방장관이 사르코지의 영국 방문에 동행하려 하자 강력 저지한 것도 가시지 않은 앙금을 보여준다. 급기야 사르코지는 30일자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시라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양측의 내분이 봉합되지 않으면 집권당의 승리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시라크가 출마하지 않더라도 ‘현역 프리미엄’을 이용, 사르코지의 승리를 방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좌파 유권자, 사회당에 표를 모아줄까 사회당 루아얄 후보는 지난해 11월 당 경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아 대선 후보로 자리매김하면서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게다가 2002년 따로 출마한 좌파 공화국시민연합의 장 피에르 슈벤느망 전 국방장관이 지난해 말 출마를 철회하면서 ‘백만 원군’을 얻었다. 그러나 최근 캐나다 퀘벡 독립문제, 중동·중국 방문에서의 잇단 실언으로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 후보에게 역전당했다. 선거 캠페인 방식을 재정비하고 전열 재정비에 나섰지만 더 절실한 것은 좌파 유권자들의 표심이다. 물론 공산당·녹색당 등 좌파와 노동자의 투쟁’‘혁명적 공산주의 연맹’ 등 극좌파 정당도 독자 후보를 내세웠다. 그러나 극우파 돌풍을 견제하려는 유권자들의 심리가 실제 투표에서 사회당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 2002년 대선에서 극좌파 진영과 공산당·녹색당은 각각 13%대,8.6%대의 지지율을 얻었다. 조스팽 후보가 르펜에 0.68% 차이로 진 것을 감안하면 범좌파 유권자의 표심은 루아얄 후보에게 1차 투표는 물론 결선투표 승리를 좌우할 결정적 요인이다. ●극우파 돌풍 재연될까 사르코지와 루아얄이 5월6일 결선투표에서 격돌할 것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여론조사 결과다. 그러나 극우파인 장 마리 르펜 국민전선 당수의 선전 여부는 여전히 큰 변수다. 잇단 여론조사에서 15%대 안팎의 고정 지지율을 보이는데다 최근 지지층이 두꺼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딸 마리아 르펜이 선거본부장을 맡아 창당 이후 처음으로 홍보 포스터의 모델로 유색인종을 등장시키는 등 지지계층 확대 전략이 효과를 거두면서 국민전선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TNS의 조사 결과 르펜의 이념에 동의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26%까지 나왔다. 유럽연합 가입에 따른 노동시장 개방 등으로 생활난이 심해진 노동자계층이 국민전선의 가장 두꺼운 지지층으로 자리잡으면서 르펜의 선전은 사회당의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르펜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1차 투표에서 루아얄을 누르고 2차 투표로 직행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선 후보가 되려면 선출직 공무원 5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르펜은 극우파 후보를 공개지지하는 것을 꺼려하는 관행 때문에 고전했다. 그러나 그의 출마가 사회당 루아얄 후보의 표를 잠식할 것이라고 판단한 사르코지 후보가 “서명해도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고 공표하면서 걸림돌이 사라진 상태다. vielee@seoul.co.kr ■ ‘엘리제’ 향해 뛰는 군소후보들 |파리 이종수특파원| “틈새가 보인다.” “대선 후보가 두명 뿐인가.” 프랑스 대선에 뛰어든 군소 후보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유력 후보에만 집중하는 언론에 문제를 제기하고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이미지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입증하듯 29일 현재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45명.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후보는 중도파 프랑스민주주의연합의 프랑수아 바이루(54) 당수다. 그는 2002년 대선 1차투표에서 6.84%의 득표율로 4위를 차지했다. 안정된 이미지를 내세워 강경 이미지의 사르코지와 돌출 행동의 루아얄의 틈새를 공략해 2차 투표행 티켓을 거머쥐겠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또 2002년 대선에서 13%대의 지지율을 확보하면서 ‘돌풍’을 일으킨 극좌파 후보들의 행보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노동자의 투쟁’ 당수 아를레트 라귀에(66)는 7번째 출사표를 던졌다. 그녀는 2002년에 득표율 5.72%로 5위에 올랐다. 트로츠키주의자인 ‘혁명적 공산주의자 연맹’의 대변인 올리비에 브장스노(32)도 패기를 내세워 다시 도전장을 냈다. 그는 좌파 진영과 ‘반자유주의 블록’을 결성했지만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다. 좌파 진영도 정당별로 독자 후보가 나섰다. 반세계화 농민운동가의 상징인 조제 보베(53)는 1일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1999년 프랑스 미요의 맥도널드 건물을 트랙터로 들이받아 체포되면서 대표적 반세계화 운동가로 부상한 그는 유전자조작농산물(GMO) 재배지를 습격해 몇차례 수감되기도 했다. 최근 출마를 결심한 뒤 “자유 경제의 세계와 지구의 상업화에 저항하기 위해 나섰다.”고 설명했다. 명망있는 환경운동가 니콜라 윌로의 불출마 선언으로 환경운동 진영에서는 녹색당의 도미니크 부아네(47) 전 환경장관이 나선다. 마리 조제 뷔페(56) 공산당 당수는 ‘참된 좌파’를 모토로 사회당과 차별화 전략을 내걸고 있다. vielee@seoul.co.kr ■ 올해 관심끄는 대선 국가들 세계의 주목을 받는 선거는 프랑스 대선뿐만이 아니다. 국제선거제도재단(IFES)에 따르면 남미의 아르헨티나, 투르크메니스탄, 세네갈, 나이지리아, 인도 등 24개국에서 올 한해 대선을 치른다. 각국의 대내 정치 발전은 물론, 세계 정치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가운데는 12월19일 대선을 치르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 ●아르헨 집권좌파 대통령 재선 가능성 오는 10월28일 선거를 치르는 아르헨티나의 경우 최근 이어진 중남미 좌파 열풍의 이정표로 주목된다. 좌파인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현 대통령이 재선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중남미 좌파 열풍은 주춤거림 없이 진행된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석유를 무기로 미국에 맞서온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영향력도 더 확고해질 전망이다. 키르츠네르에 맞설 후보로 최근까지 경제장관을 역임한 로베르토 라바그나가 유력하다.‘아르헨티나의 힐러리’로 불리는 키르츠네르의 부인 크리스티나가 남편을 대신,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이달 선거 앞둔 투르크메니스탄과 세네갈 21년간 독재자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의 ‘엽기’철권 통치 아래 있던 투르크메니스탄이 11일 대선을 치른다. 지난해 말 니야조프 대통령의 급사 이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민협의회’결정에 따른 것이다.6명의 후보가 나섰지만 대통령 대행을 하고 있는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전 부총리가 유력하다. 니야조프가 자신의 사람들로 만들어놓은 국민협의회 인사 2500명이 만장일치로 베르디 무하메도프를 대통령 대행으로 선출했고, 그를 위해 최근 ‘대통령 대행은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헌법안까지 수정했다. 니야조프의 21년 그림자가 사후에도 짙게 드리우고 있다. 베르디 무하메도프는 국민들에게 무제한의 인터넷 접근(현재는 국민의 1%만 가능)과 학생들의 해외유학 허용 등 개혁안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어 25일에는 세네갈에서 대선과 총선이 함께 치러진다. 압둘라이 와드 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3월 야당인 세네갈 민주당 후보로서 사회당 40년 장기 집권을 깨고 대통령에 올랐다. 최근 신년사를 통해 에너지 자립 정책, 농어촌지원, 사회간접 자본개발 등에 대해 비전을 제시한 와드 대통령의 재선이 주목된다. 아프리카 최대 인구대국이자,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도 4월21일 대선·총선을 함께 치른다.3선을 시도하던 올루세군 오바산조 현 대통령의 시도는 의회 견제로 무산됐다. 대신 그의 후원을 받는 우마루 무사 야라두아(카치나 주지사)가 집권 PDP당 후보로 나서고, 야당 ANPP에선 2003년 오바산조 대통령에게 패한 전 군부지도자 무하마두 부하리가 나설 전망이다. 지긋지긋한 종교·민족 분쟁으로 수천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된 나이지리아가 이번 대선·총선을 통해 정국 안정을 조금이나마 이룰지는 미지수다. 이밖에 인도, 알바니아가 7월에, 에티오피아 과테말라가 11월 대통령을 뽑는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여의도 in] 한나라 정체성 ‘舌戰’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유력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정체성 고수’와 ‘외연 확대’를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운 가운데 참정치운동본부장인 유석춘 교수와 고진화 의원이 또 다른 극한 공방을 벌였다.3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참정치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대선전략’ 토론회에서다. 유 교수는 “노무현 좌파 정부의 실정으로 우파 쟁점의 확산이 폭넓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당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며 중간층을 흡인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김정일의 대남노선에 동조하는 당내 386운동권 세력, 특히 고진화 의원은 당 대선후보 경선의 장에 뛰어들어 정치를 희화화하는 행동을 멈추고 스스로 탈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 의원은 ‘개가 짖는 소리’,‘3류 찌라시’,‘시대착오적 망언’ 등의 원색적 표현을 동원해 반박한 뒤 유 본부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그는 “유 본부장이 기득권 옹호, 대결주의, 이념편향적 시각을 가진 채 어떻게 본부장으로 선정됐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유 본부장의 즉각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며, 이런 발언이 제기된 배경에 대해 당이 철저히 조사해 공식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日 방송파문 2題] “위안부 다큐 내용수정 NHK배상” 판결

    |도쿄 이춘규특파원|도쿄 고등법원은 한 시민단체가 위안부 문제 방송 프로그램과 관련,NHK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29일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일본 공영방송인 NHK는 2001년 1월 위안부 관련 모의재판 행사를 방송하는 과정에서 당시 관방부장관이던 아베 신조 총리 등 우파 정치인들의 의도를 짐작, 탈이 없도록 방송내용을 바꿔 내보낸 사실이 인정돼 시민단체에 200만엔을 배상하라는 도쿄고등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시민단체 ‘전쟁과 여성에 대한 폭력 일본네트워크(바우넷 재팬)는 “취재에 응한 내용과 다른 내용이 방송됐다.”며 소송을 냈었다. 법원은 다만 정치인들의 직접 지시 행위는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아베총리는 방송내용의 수정을 직접 지시하지 않았으나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해 ”공립·중립의 정신을 지켜 방송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정치인의 개입이 없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 [열린세상] 잡탕정당,정책으로 개편하라/강지원 변호사·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

    요즘 정치판에 기다렸다는 듯이 고질적 병폐가 또다시 재발하고 있다. 대통령선거가 다가오자 정당마다 이합집산과 정체성 논란이 한창이다. 먼저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보자. 이 정당은 이미 폐기처분될 정당으로 기정사실화되는 듯하다. 당 사수파라는 사람들까지도 리모델링에는 찬성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운명을 다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할까. 직접적인 계기는 지지율이 폭삭한 데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처음부터 ‘잡탕’정당이었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 최근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김근태 의장에게 ‘좌파적’이라고 공격했고, 김의장측은 ‘그러면 당신은 한나라당으로 가라.’고 공격했다. 정당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일은 그야말로 코미디같은 일이다. 도대체 김 의장이 좌파적이라는 지적에 발끈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또 강 의장이 우파를 자처한다면 한나라당과 다른 구석은 무엇인가. 최근에도 정권이 진보적 개혁에 실패했다며 탈당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좌파로는 안 된다며 대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외치는 이가 있다. 그렇다면 맨처음 창당할 때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말인가. 다음으로 한나라당을 보자. 대체로 보수적인 노선을 가진 정당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 밖에서 손학규 전 지사에게 한나라당에 있을 사람이 아니니 탈당하고 나오라고 요구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이명박·박근혜와는 노선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손학규의 노선은 도대체 무엇인가. 한나라당에도, 누가 보더라도 아닐 듯싶은 이들이 그 안에 있다. 그들 사이에 지금은 조용한데 언제 갈등이 불거질지 모를 일이다. 이나라 정치사에서 이런 일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있었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논의, 그 전 선거에서 있었던 DJP연합 등 그런 사례는 늘 있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그런 야합은 반드시 깨진다는 사실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잇속을 챙기기 위해 일시적 연대를 하지만 그 본색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동자들은 득표에 보탬이 된다면 우선 급한 대로 노선과 관계없이 명성이나 득표력, 지연·학연 등 연줄에 기대 사람들을 긁어모은다. 또 당사자들은 자신과 노선이 다르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리 욕심에 혈안이 되어 뛰어든다. 이런 저질적 행동들은 결국 정당정치의 기본을 파괴하고 우리 정치를 패거리 작당 정치로 전락시켜 왔다. 본래 정당이란 정치적 견해를 함께하는 사람들의 결사체다. 그리고 국민은 그 정당의 정강정책을 보고 투표를 한다. 그런데 도무지 이 나라의 양대 정당이라는 정당은 죄다 ‘잡탕’이다. 그러니 국민은 혼미스럽고, 또 툭하면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싸움질을 하게 된다. 그동안 이 나라 민주주의는 독재로부터 해방되고 권위주의를 청산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해 정책을 통해 정당을 선택하고 정당이 제대로 된 정당정치를 해나가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생산적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한 탓이다. 그래서 매니페스토 운동은 먼저 정당에 대해 정책정당이 될 것을 요구한다. 정당이 문서화된 정책을 내놓고 국민은 그것을 보고 투표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 정당도 늦었지만 정책정당으로 대변신을 해야 한다. 인물 따라, 지역 따라 몰려다니는 패거리 작당 정당이 아니라 보수면 보수, 진보면 진보, 우파면 우파, 좌파면 좌파, 정책에 따라 헤쳐모여가 시급히 전개되어야 한다. 국민은 요구한다. 정치인들은 제 정치적 신념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라. 그리고 그 번지수에 맞는 정당을 찾아가라. 더이상 ‘위장취업’은 안 된다. 또 ‘한지붕 여러가족’도 안 된다. 정당들은 이번 대통령선거에 나서기 전에 제 정체성부터 분명히 하라. 강지원 변호사·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
  • [특파원 칼럼] 프랑스를 보는 두 극단적 편견/이종수 파리 특파원

    생 텍쥐페리의 명작 ‘어린 왕자’의 화자가 여섯살 때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렸다. 그런데 모든 어른들은 그 그림을 모자로 생각했다. 뜬금없이 ‘어린왕자’ 얘기를 꺼낸 것은 화가가 되려던 화자의 꿈을 질식시킨 편견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다. 5년만에 다시 찾은 프랑스는 많이 바뀌었다. 유럽연합(EU) 출범이 주된 배경이다. 프랑화 대신 유로화가 쓰인다. 그 과정에 물가가 많이 올랐다. 월세를 내거나 장을 볼 때 체감하는 ‘바구니 물가’가 단적인 예다. 그러나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게 있다. 불법체류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입학을 허가하는 학교 등의 이른바 ‘배려의 문화’다. 도착한 뒤 5개월동안 기자를 당혹스럽게 한 것은 바뀜과 바뀌지 않음의 공존이 아니다. 프랑스에 대한 여전히 바뀌지 않은 극단적인 편견이다. 출장 등 업무상 방문한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이런 멋진 곳에 살아서 너무 좋겠다.”고. 그때마다 “살면 또 다르죠.”라며 반론을 제기한다. 몇가지 사례를 곁들이면 고개를 끄덕인다. 영화·책·입소문 등으로 갖게 된 환상 혹은 ‘그들만의 프리즘’이 약간 달라진 표정이다. 정작 더 곤혹스러운 것은 두번째 부류의 편견이다. 프랑스에서 3∼5년 정도 살다갔거나 산 이들의 ‘일그러진 시선’…. 그 가운데 하나가 ‘프랑스에 살아봤더니 톨레랑스(관용)가 없다.’는 단정이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톨레랑스가 없다.’는 단정은 논리학에서 말하는 두 가지 오류를 범하고 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와 흑백 논리의 오류다. 혹자는 톨레랑스가 없어졌다는 주장의 논거로 인종차별을 든다.2년 전 프랑스 전역을 불태운 파리 등 대도시 교외지역의 소요 사태도 거론한다. 그러나 인종차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도시외곽 빈민지역 이른바 ‘비동빌(Bidonville·빈민가)’ 문제와 대책도 1970년대부터 공론화됐다. 이 문제가 부각된 것은 극우파나 우파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악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에 오래 산 교포들의 시각이다. 기자가 만난 정책전문가들의 분석도 비슷하다. 인종차별이 심해진 것이라기보다 물가 상승, 취업난 등 살기가 힘들어진 이들의 불평에 편승한 우파의 공세가 통했다는 것이다. 톨레랑스가 없다는 단정은 이런 맥락을 놓친 결과로 보인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자. 끝내 톨레랑스가 없어 보인다는 주관적 판단을 고집하려면 ‘없다.’가 아니라 ‘줄었다.’고 말하자. 한 사회의 시스템이나 관행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국민이 국가를 상대로 주거지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이른바 ‘대항력 있는 주거권’을 입법화했다.‘돈키호테의 아이들’이란 시민단체가 지난해 말 파리 센강가에 150개의 텐트를 설치한 뒤 투쟁한 결과다. 만성적 주택난에 시달리면서도 소외된 이들을 배려해 이런 법을 채택하는 사회를 향해 ‘톨레랑스 실종’ 운운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프랑스에 살게 되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불편한 일화가 있다. 한달이 더 걸리는 전화 연결이나 인터넷 설치, 살갑지 않은 서비스 정신…. 대개 유럽 특유의 비효율·비경쟁 문화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효율성·경쟁·성장보다는 분배나 배려를 중시해온 그들만의 가치 모델이 존재한다. 남을 배려하다 보니 경쟁심은 약해지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하다 보니 사회보장제도가 튼실해졌고 자연스레 근로 의욕이 낮다. 이런 맥락은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미국식 문화에 익숙한 우리 시각에는 낯설다. 그렇다고 ‘배려’의 문화가 지닌 미덕 자체를 부정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주관적 경험을 확대하거나 부분적 사례를 일반화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어린왕자’의 화자를 질식시켰던 ‘어른’이 되지 말자. 물론 기자도 그 어른일 수 있다. 이종수 파리 특파원 vielee@seoul.co.kr
  • 이스라엘 대통령 성폭행 기소 위기

    이스라엘의 현직 대통령이 성폭행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놓이는 ‘기가 막힌’ 사건이 일어났다. 모셰 카차브(60) 대통령.1998년·1999년 교통장관 재직시, 그리고 2000년 대통령에 오른 이후 수년간 여직원 4명을 집무실에서 성폭행하고 성희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성들은 카차브가 “응하지 않으면 해고시키겠다고 위협하며 강제로 성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메니 마주즈 법무장관은 23일 카차브 대통령을 기소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 위계에 의한 성폭행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건국 이후 전직 대통령이나 총리가 뇌물·부패 혐의를 받은 적이 있고, 전 국방장관의 성추행 혐의가 입증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불거진 카차브 대통령의 ‘성폭력’ 혐의는 가장 심각한 범죄에 해당한다. 이란 출신인 카차브는 지난 2000년 에제르 와이즈맨 대통령이 뇌물 스캔들로 사임한 뒤 우파(리쿠드당) 출신으론 처음 대통령직에 올랐다. 올 7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스라엘의 대통령은 의전상의 국가수반이지만 권위와 품위를 인정받는 자리로, 면책특권이 있다.그의 변호사는 그가 기소될 경우 사임할 것임을 밝혀 왔다. 사임 이후 재판에 회부된다면 이스라엘 형법에 따르면 유죄가 입증시 최고 20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카차브 대통령측은 이번 사건이 해고된 데 앙심을 품은 몇몇 직원의 근거없는 보복성 모함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그의 하야를 주장하는 여론은 높아만 가고 있다. 이밖에도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가 국영은행 매각 과정에서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또 다른 이스라엘 고위 공직자들이 각각 다른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어 끊임 없는 테러와 분쟁에 시달리는 이스라엘 국민들을 더욱 짜증나게 하고 있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세계적 석학이 말하는 지구촌 전망] “태평양시대 아시아 경제공동체 필수적”

    [세계적 석학이 말하는 지구촌 전망] “태평양시대 아시아 경제공동체 필수적”

    |파리 이종수특파원|자크 아탈리(64)와의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빡빡한 일정 탓인지 날짜를 확정한 뒤에도 시간대를 4차례나 조정해야 했다. 파리 기온이 처음으로 영하로 떨어진 23일(현지시간) 오후. 샹젤리제 거리 뒷골목에 있는 그의 사무실 옆 호텔 로비에서 만났다. 틀에 매이기 싫었던 듯 미리 보낸 질문지를 읽지 않았다고 했다. 자연히 ‘준비된 질문’과 ‘날 것의 대답’이 오갔다. 먼저 오는 31일 한국에서 강연할 주제를 물어봤다.“역사를 통해 한 국가가 어떻게 강국이 되며, 영향력을 유지하는지를 총체적으로 조명할 것이다. 이어 한국의 강점을 활용할 최선책과 약점을 극복할 방안을 다룰 예정이다.” 30년 전 그가 예측했다는 ‘태평양 시대’에 대한 조감도가 궁금했다.“세계의 중심이 되려면 미래 테크놀로지, 즉 정보기술(IT)·나노·에너지 기술 등을 확보하고 항구를 갖춰야 한다. 태평양 지역에는 이 조건을 갖춘 나라가 많아 일찍이 주목했다. 한국은 다방면에 잠재력이 있고 일본도 여전히 건재하다. 중국의 성장 잠재력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이런 성장잠재력을 실현하려면 아시아 지역의 공동시장 등 경제공동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공동경제구역 구축을 가능케 하는 모든 것, 특히 유로화와 같은 단일통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현실화되려면 상당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전 단계로 상품과 자본이 자유롭게 유통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 佛대선 전망 그의 ‘자상한 안내’에 힘입어 화제는 90여일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통령선거로 넘어갔다. 가장 큰 관심은 중도우파인 집권당 대중운동연합의 수성이냐, 아니면 13년만에 사회당의 정권 탈환이냐였다. 진단은 신중했다.“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독립적 입장에서 관찰하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집권당 후보가 늘 패배했기 때문에 우파 진영이 패배할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그러나 달라진 두 가지 정치 풍토가 변수라고 내다봤다.“이번 대선은 매우 특이하다. 유력 후보 2명 모두 처음 출마했다. 전례가 없다. 지금까지는 주요 후보 가운데 최소한 한 명은 대선에 출마했던 사람이었고, 출마 경험이 더 많은 사람이 이기곤 했다.” 사회당 루아얄 후보가 내세운 ‘참여 민주주의’는 그가 주창한 것이다. 그 인과관계를 묻자 “그녀와 7년 동안 일하며 잘 알게 됐다. 아주 친한 친구지만 우리 대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웃음)고 말했다. 대신 ‘루아얄이즘’, 혹은 ‘루아얄 현상’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배경에 대해 “그녀는 참신하면서도 경험있는 인물이라는 두 가지 절묘한 측면이 어우러진 후보”라고 했다. #신음하는 EU 진단 동구의 노동인력 유입과 유럽헌법 부활 등 여러 문제로 신음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전망에 대한 ‘석학’의 진단은 어떠할까.“EU는 기이한 공동체이다.27개 회원국으로 확대됐고 단일통화도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크게 성공한 공동체다. 그러나 회원국 모두 정치적으로 통합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면서 ‘유럽연합 내의 연합’이라는 독특한 전망을 제시했다.“프랑스·이탈리아·독일·벨기에·네덜란드 등 몇몇 국가들이 EU 내에서 제한적 소규모 그룹을 형성하여, 공동 군사력을 갖추고 공동의 외교정책을 수립할 것이다. 이 형태가 내가 희망하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EU헌법도 27개 회원국이 모두 참여하는 형태는 불가능하고 7∼8개국만의 공동헌법이 제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노마디즘 화제는 지구촌 공통의 문제로 넓혀졌다. 그는 온난화, 물 부족 등 환경 재앙에 대해 준엄하게 경고한 뒤 ‘새로운 노마디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곧 지구촌 인구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기후도 한 이유가 된다. 아프리카를 떠나 더욱 살기 좋은 지역으로 옮겨갈 것이다. 중국에서 러시아로 옮겨가는 인구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자원이 풍부하고 환경 보전이 잘된 시베리아가 살기 좋은 지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러시아 국경은 인구 이동과 천연자원 확보를 위한 갈등으로 21세기의 거대한 분쟁 지역이 될 것이다.” #문명의 충돌 역설 중동과 유럽을 감싸는 이슬람과 서방의 긴장에 대해서는 낙관론을 폈다.“이슬람 인구는 10억에 이르고, 서방도 10억가량의 인구가 있다. 극소수의 광분한 이슬람그룹이 있지만 주된 흐름은 현대화·민주화로 간다. 이슬람교의 성향 자체가 민주주의와 대치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그래서인지 새뮤얼 헌팅턴이 진단한 ‘문명의 충돌’에 단호하게 반대했다.“그가 문명의 충돌을 이야기할 때 문명의 의미가 무엇이었는가. 이슬람 문명, 아랍 문명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슬람 문화·문명은 획일적이지 않다. 이것이 이슬람의 힘이다. 이슬람은 보편적인 종교이며 문명을 초월해 있다. 그것은 이슬람이 극도로 추상적인 종교이기 때문인데 이 점에서 이슬람은 특정 문명에 의해 정체성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인류 미래 예측 다양한 각론을 거쳐 마침내 ‘인류의 미래’에 도착했다.“자본주의는 앞으로 3단계의 보편화 과정을 거칠 것이다.▲향후 20∼25년은 미국 주도 ▲한국 등 11개국 주도의 다극체제 ▲시장논리만 통하는 거대제국(Hyperempire)이 그것이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거대제국 단계에서 국가·민족·도덕은 의미가 없다. 이익만 추구하는 집단의 지배로 온갖 갈등이 분출하는 ‘대충돌(Hyperconflit)’시대가 온다. 그러나 그가 그리는 미래는 밝다. 인간은 늘 자유를 제약하는 모든 억압에 대항했듯이, 국제적 비정부기구(NGO) 등이 중심이 돼서 합리적 돌파구를 찾는 ‘초국적민주주의(Hyperdemocratie)’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vielee@seoul.co.kr ■ 자크 아탈리의 노마디즘 인생 |파리 이종수특파원| 경제학자·정치인·관료·저술가·사회운동가·소설가·언론인…. 자크 아탈리의 지적 여정이다. 읽기에도 숨가쁜 전방위 활동은 자신이 만든 말 ‘디지털 노마드(유목)’를 빼닮았다. 1943년 알제리에서 쌍둥이로 태어난 그는 한 곳에만 들어가도 수재로 통하는 프랑스의 그랑제콜 4곳을 졸업했다. 에콜폴리테크니크(공학), 에콜데민(토목), 정치대학원(정치학)을 거쳐 프랑스 최고지도자의 산실인 국립행정학교(ENA)까지 졸업한 뒤 소르본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이 뭐냐는 질문에 “수학을 시작으로 역사·법학·경제학·철학·음악 등을 공부했다.”고 말했다. 지적 탐험은 끝이 없는 듯 “중요하다고 여긴 모든 것은 소화한 뒤 독서·만남·지적 자유를 통해 배웠다.”고 설명했다. 이공계와 인문사회학을 넘나드는 학문 탐험에 힘입어 활동도 전방위에 걸쳐 있다.1975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과는 경제 고문으로 인연을 맺은 뒤 1981년부터 엘리제궁에서 대통령 특보로 10여년간 활동했다. 그래서 ‘미테랑의 쌍둥이’란 별명이 붙어 다닌다. 숱한 ‘양지’에서 일하면서도 시민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1979년 비정부기구 ‘빈곤퇴치 행동’을 세웠고, 1989년 방글라데시에 ‘국제 수재 방지 행동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또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은행 총재의 ‘소액금융’운동에 공감,1998년 프랑스에 플래닛 파이낸스(Planet Finance)를 설립하고 대표를 맡고 있다. 폴리테크니크·도핀대 등에서 경제학 교수를 역임하면서 40여권의 저서와 소설을 발표했다. 그의 저서 가운데 ‘마르크스 평전’ ‘미테랑 평전’ ‘호모 노마드’ ‘인간적인 길’ 등이 국내에 번역 소개됐다. vielee@seoul.co.kr ■ ‘비전 2030 글로벌 포럼’은 미국·일본의 비전·미래 전략을 검토하면서 한국의 ‘비전 2030’의 보편적 의미를 점검하는 행사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 이종오)가 주관하는 포럼은 오는 31일 기조 연설 및 환영행사,2월1일 한국·미국·일본의 미래비전 정책에 대한 집중 토론으로 이어진다. 구체적으로 ‘미래를 위한 세계의 준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 ‘미래의 성장 동력 육성방안’ 등의 주제를 놓고 한국의 ‘비전 2030’에 해당하는 미국의 ‘해밀턴프로젝트’와 일본의 ‘21세기 비전’을 입안한 전문가들이 주제 발표와 토론에 참석한다. 아탈리는 “장기적 안목으로 자국의 미래에 대해 성찰하고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을 숙고하는 나라는 매우 드문데 한국이 이런 행사를 마련한 것은 흥미롭다.”고 말했다.
  • [씨줄날줄] 지문(指紋)의 굴레/육철수 논설위원

    아주 옛날 사람들은 손가락의 지문(指紋)에 운명이 들어있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지문의 생김새를 보고 개인의 미래를 예언하는 점술이 흥행했다는 기록이 많다. 인도의 ‘베다’ 경전에는 “지문은 신이 인간에게 준 참 바탕(madbabam)”이라 했고,‘우파니샤묵’에는 “인간의 가슴 속에는 엄지의 지문과 닮은 영혼이 숨쉬고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런 걸 보면 지문 하나하나가 생명체같고, 마치 죄짓고 살지 말라는 엄중한 경구처럼 들린다. 최근들어 지문이 ‘죄지은 손’을 골라내는 과학수사의 주요 단서로 활용되는 게 어쩌면 수천년전 사람들의 예언대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실 지문의 활용 역사는 꽤 오래됐다.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에 벌써 개인식별을 위해 지문을 이용했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인도·이집트·터키 등에서도 몇백년전부터 지문의 지장을 증거로 썼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불과 180년 전이다. 이어 지문은 평생 바뀌지 않는다는 게 확인되고,1901년 영국에서 이를 범죄수사에 처음 활용했다. 우리나라에는 1909년 도입됐다. 똑같은 지문을 가질 확률이 640억분의 1이라니, 첨단 DNA 감식기법이 자리잡은 현재에도 지문은 개인식별과 친자감정, 인식보안장치 등으로 그 효용성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며칠전 3억원을 사기친 뒤에 코뼈를 높이고, 턱을 깎고, 눈을 동그랗게 바꾸는 성형수술로 감쪽같이 범행을 숨기려던 3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수사관은 범인을 막상 잡고 보니 사진과 너무 달라 그냥 속아 넘어갈 뻔했단다. 그러나 지문조회로 이 여성의 신분을 확인하고 검거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지문은 때로는 인권침해 등 부작용이 많으나, 범인을 추적할 때는 정말 유용하다. 범인들이야 현장에 남긴 지문을 박박 긁어내고 싶겠지만, 지문은 복원력이 강해서 성형수술로도 쉽게 없앨 수 없단다. 그래서 ‘죄지은 손´에겐 지문이 평생의 굴레일지도 모른다. 옛말처럼 지문에도 영혼이 숨쉬고 있다고 여긴다면 손을 함부로 놀릴 일이 아니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김혁규, 대권이냐 총리냐

    열린우리당내 ‘영남 잠룡’의 한 축으로 분류되는 김혁규 의원이 조만간 대권도전을 선언할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김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CEO 이미지와 시장으로서 보여준 실력 때문에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안다. 나도 이 전 시장 못지않은 경력과 실적을 갖고 있다.”며 포부를 비친 바 있다. 평소 정치적 의사표현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았던 김 의원으로서는 이례적인 발언이었다. 김 의원측은 최근 서울 여의도 모처에 사무실을 내고 캠프 운영을 위해 진용을 정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이달 말을 전후해 개소식과 함께 대권 출사표를 던질 계획이었지만 일정이 늦어진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차기 총리설’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권주자로서 김 의원은 ‘영남후보’ 범주에 포함된다. 그는 최근 김근태·정동영 등 전·현직 당의장과 원내대표 긴급회동에 의장이나 원내대표도 아니면서 유일하게 참석, 당내 정치적 위상을 드러낸 바 있다. 특히 올들어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안 제안에 대해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필요하다며 적극 지지한다고 밝히는 등 분주한 대외행보를 하고 있다. 경제 리더십에 풍부한 행정경험이 있는 후보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평가다. 김 의원이 영남잠룡으로 부각되려면 친노세력의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김 의원은 중도우파적 성향이어서 친노세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여권 사정에 밝은 한 정치전문가는 “김 의원이 영남후보의 대표주자가 되면 친노의 개혁 명분이 약해질 수도 있다.”면서 “오히려 범여권의 외연을 넓히는 과정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도 “영남 잠룡이라는 말은 이제 여권에서 의미가 없다. 영·호남 통합의 큰틀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기 총리 기용설이 나도는 가운데 김 의원이 입각하면 노 대통령이 임기 말까지 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개헌정국에서 중립내각을 구성할 경우, 여당 의원을 총리로 내정하는 무리수를 둘 것 같지는 않다는 관측이어서 실제 대권도전 선언 여부가 주목된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월드 이슈-세계의 大選 (상)] 시동 건 ‘2008 美 대선’ 주자와 관전 포인트는

    [월드 이슈-세계의 大選 (상)] 시동 건 ‘2008 美 대선’ 주자와 관전 포인트는

    2007년 세기의 대선(大選)레이스가 펼쳐진다. 오는 4월 여성 대통령 탄생 여부를 두고 ‘혁명 선거’의 기운마저 일고 있는 프랑스, 연말 대선을 치를 한국과 인도·베트남·아르헨티나 등 모두 24개국에서 무한 경쟁 시대를 헤쳐갈 지도자를 뽑는다.2008년 11월 치러질 미국의 대선도 유력 대선 주자들의 탐사위원회 출범이 잇따르면서 본격 점화됐다. 국제사회 정치·외교 지형의 방향을 가를 미국의 대선 동향과 ‘21세기 혁명’을 앞둔 프랑스 대선, 그리고 각국 대선 관전포인트를 상·하로 나눠 소개한다. 16일 미 정계의 검은 핵(核) 배럭 오바마(46·일리노이주·민주당) 상원의원이 대선 출마를 위한 탐사위원회 구성을 공식 발표하면서 2008년 11월 제 44대 미 대통령 선출을 위한 전쟁에 불이 붙었다. 같은 민주당의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60·뉴욕주) 상원의원의 출마 선언도 이어질 전망이다.2008년 미 대선의 화두는 ‘미 국민의 상처난 자존심 회복’. 이라크전 실패 등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대외정책으로 추락한 미국의 이미지를 복원할 지도자가 누구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넘쳐 나는 ‘최초’의 가능성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 의원과 흑인인 오바마 의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면서 217년간 지속돼온 와습(WASP·앵글로색슨계 백인 개신교도)출신 대통령 전통이 깨질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또 40대의 오바마와 70대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당·앨라바마)간 세대간 대결 가능성도 화제의 중심에 있다. 또 1928년 이후 처음으로 현직 정·부통령이 출마하지 않은 채 치러진다. 공화당 후보들의 군웅할거가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빌 클린턴 42대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가 대통령에 선출된다면 41·43대 조지 부시 가문의 부자 대통령에 이어,42·44대 대통령을 클린턴 가문의 부부가 맡게 된다. ●공화·민주 4강 후보로 압축 지난해 중간 선거 이후 여론 조사 결과로는 민주당의 힐러리와 오바마 의원, 존 에드워드 전 상원의원, 공화당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존 매케인 의원,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으로 압축됐다. 민주당내 최대 강자는 지난 1993년부터 2001년까지 8년간 백악관 안주인 역할을 한 힐러리다. 퇴임후에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후원은 큰 자산. 민주당 지지자들은 “힐러리의 당선은 빌의 3선이며, 한표로 두 대통령을 가질 수 있다.”고 호소한다. 힐러리의 장점은 많은 경력과 언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금 동원 능력이다. 오바마는 그가 가진 신선함 덕분에 날로 힘을 얻고 있다.4년 전 그는 이라크전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다.“나는 모든 전쟁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구절을 반복하는 연설은 유명하다. 흑백 통합 이미지로 돌풍을 몰고 있는 오바마는 백인 어머니와 미국에 유학온 케냐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두살때 케냐로 돌아간 뒤 하와이, 인도네시아를 전전하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버드 법대학원 졸업 뒤 시카고로 돌아가 빈민 지역민을 위한 인권변호사로 일했다. 주 상원의원으로 7년간 일한 뒤 2004년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됐다. 힐러리에 비해, 경험 부족이 최대 약점이다. 힐러리 대통령, 오바마 부통령 연대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의 최대 강력 주자는 존 매케인 의원과 루돌프 줄리아니(63) 전 뉴욕시장이다. 고희를 맞는 4선 의원 매케인은 베트남전에 참전,5년여 포로 생활을 했다. 가족 대대로 군대에 복무했고, 본인도 23년간 군대생활을 했다. 이라크전에는 부시 정책과 입장을 같이 한다. 이민개혁법안 등에서 좌파적 입장을 취하고, 우파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막말을 하는 언행으로 골수 보수파의 불신을 얻기도 하지만 초당파적 드라이브로 힘을 결집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9·11 테러 당시 뉴욕시장으로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미국의 시장’이란 명성을 얻은 줄리아니 전 시장은 동성결혼, 낙태 등에서 공화당 주류와 다른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세차례의 결혼과, 도나 하노버와의 결별시 불거진 혼외정사 등 사생활 문제로 정통 보수표 확보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 사이에서 미트 롬니(59)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정동 보수의 이미지로 도전장을 냈지만, 모르몬교도란 점에서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美역대 대통령의 주요 외교정책 2008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주목받는 이유는 전 세계의 정치·외교 지형도가 다시 그려지기 때문이다. 냉전부터 베트남 전쟁, 소련 붕괴, 중동 사태와 북한 핵문제까지 미국의 군사·외교 정책의 중심엔 ‘총사령관’인 대통령이 있었고, 미 국익 극대화를 중심에 둔 행정부의 대외 정책은 지구촌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쳐 왔다. 집권 초기인 2001년 일어난 9·11 테러를 계기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對)테러전 수행을 위한 ‘선제공격론’과 ‘일방주의’로 집중됐다.‘네오콘(신보수주의 강경파)’의 노선은 베트남 패전 후 미 외교의 주류가 된 ‘현실주의 외교’에 대한 반발이 그 뿌리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게는 ‘도덕적 낙인’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한 그는 외교에선 탁월한 전략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닉슨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상징하는 ‘핑퐁외교’ 등 실용 노선을 견지했다. 닉슨은 미·소 군축을 통한 ‘데탕트 시대’를 열었다. 경제 분야의 낙제점으로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지미 카터 대통령은 ‘인권 외교’를 주창했지만 대외 정책에서 큰 성공은 맛보지 못했다. 로널드 레이건은 ‘강력한 미국 재건’을 내세우며 강경일변도의 대외 정책을 구사했다. 그는 소련과의 대결 구도로 신냉전을 열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제3세계 분쟁에 적극 개입했던 그의 외교정책은 집권 후반기 소련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 추진, 소련의 개방 정책을 이끌어 낸다. 레이건 행정부의 외교노선은 현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H 부시 대통령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외교의 주축으로 삼았다. 전임자인 레이건의 정책을 견지했다. 초강대국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간 협력체제 구축이 주요 외교전략이었다. 아버지 부시는 아들 부시가 벌인 이라크전의 전초전인 걸프전쟁(1990-1991)을 감행한 주역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 깊이 관여한 행정부가 됐다.1994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 일련의 핵 위기가 난제가 됐다.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과 제네바 합의를체결했지만, 핵은 제거하지 않은 채 북한 요구에 굴복, 당근(중유와 경수로 제공)만 줬다는 공화당의 비판에 시달렸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은 “클린턴 때 한 것 빼고는 다 한다.”는 이른바 ‘ABC’(Anything But Clinton)에서 출발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美대통령 어떻게 뽑나 유권자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간접선거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특정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이들을 선거인으로 뽑아 선거인단 숫자로 대통령을 결정한다. 때문에 미국 대선은 각 당이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예비선거와 유권자가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하고,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 본선거 등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민주, 공화 양당이 대선 후보를 가리는 예비선거는 1월 아이오와주, 뉴햄프셔주를 시작으로 6월까지 각 주에서 전당대회에 참가할 대의원들을 뽑는다. 대의원을 선출하는 방법은 지역에 따라 당직자회의를 통한 당대회(코커스)와 유권자 투표로 결정하는 예선대회(프라이머리)로 구분된다. 이어 각 당은 8·9월중 전당대회를 열어 당의 공식후보를 지명한다. 11월초 대통령 선거일에 유권자들은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각 당이 내세운 선거인단에 투표한다. 여기서 뽑힌 선거인단이 12월 한자리에 모여 대통령을 선출한다. 선거인 538명중 과반수를 얻는 후보가 대통령에 최종 당선된다. 선거인단은 미리 특정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하기 때문에 사실상 승패는 선거인단 투표일에 결정난다. 미 대선 제도의 또다른 특징은 승자독식제도. 한표라도 더 많이 얻은 후보가 그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간다. 이 때문에 전체 유권자 득표율이 높아도 선거인단 수 확보에서 밀려 패배하는 경우가 생긴다.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가 조지 W 부시에 비해 전체 유권자로부터 53만여표나 더 얻고도 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EU ‘우향우’ 가속?

    EU ‘우향우’ 가속?

    유럽 각국에 불고 있는 극우파 바람이 마침내 유럽연합(EU) 의회에까지 영향을 확대하면서 유럽 대륙의 과도한 우경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7개국 극우파 의원 20명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 의회에서 일종의 교섭단체격인 정치그룹 ‘정체성·전통·주권(ITS)’을 결성했다. 유럽 의회가 정한 ‘최소 6개국 20명’ 조항을 충족한 ITS는 EU기금에서 100만유로의 예산을 지원받고, 회의 중 발언 시간 연장과 위원회 임원 지명권을 갖는다. 이에 따라 인종차별, 동성애·외국인 혐오 등을 공공연히 내세운 극우주의자들이 향후 유럽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정치 권력으로 급부상하게 됐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6일 보도했다. ●유럽 전역 휩쓰는 극우 세력 ITS는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브루노 골니시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이탈리아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손녀 알렉산드라 무솔리니를 비롯해 벨기에, 루마니아, 불가리아, 오스트리아, 영국의 극우파가 참여했다. 이들은 반(反) 이민과 반 유럽헌법, 터키의 EU가입 반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극우파는 1980년대부터 유럽 의회내 세력 규합을 꾸준히 시도했다.1984∼1989년에는 프랑스 국민전선의 장 마리 르펭이 이끄는 ‘유럽 우파’를 독자 선언했고,1989∼1994년에는 ‘유럽 우파 기술그룹’이 결성됐다. 이를 바탕으로 1980년대 중반 이후 극우 세력은 유럽 각국에서 힘을 얻기 시작했다.1986년 오스트리아에 극우 정당 자유당이 등장했고,1999년 스위스에선 국민당이 제2당으로 부상했다. 네덜란드 국민당은 2001년 선거에서 세번째 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유럽 각국, 우경화 대책 마련에 부심 올 초 EU 정식 회원국이 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극우회원 6명의 힘을 빌려 결성된 ITS가 실질적으로 세력을 확장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홀로코스트(대학살)를 부인한 혐의로 재판 중인 브루노 골니시를 비롯해 각 멤버들 사이에 외국인 혐오증을 빼면 공통점이 별로 없어 결속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EU의 자금 지원과 의회내 발언 기회 강화 등은 ITS에 상당한 힘을 실어 줄 것이 분명하다. 한편 16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실시된 유럽의회 의장 선거에서 독일의 한스 게르트 푀터링 의원이 선출됐다. 지난 1979년 유럽의회에 입성한 푀터링 의원은 1999년부터 유럽의회 최대정파인 유럽국민당(EPP)의 의장을 맡았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친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원로 보수정객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살아있는 한 그들의 이름 돌려줄 겁니다”

    |파리 이종수특파원|“여기에 베르타 스피겔이 살았다.1879년에 태어나 테레지엔슈타트로 강제이송돼 1942년 2월 16일 죽다.” 나치 대학살 때 희생됐거나 실종된 이들이 살던 집앞 도로나 거리에 그들의 이름과 간단한 이력을 새긴 동판을 설치해온 예술가 군터 뎀니그(59).●1만여명 `사라진 개인사´ 복원 1995년 독일 콜로뉴에서 연 그의 전시회를 지켜본 한 신부의 격려로 시작한 그의 대장정은 11년 동안 독일 202개 도시와 거리에 1만여명의 ‘사라진 개인사’를 복원시켰다. 그를 위해 친척들의 증언·학교 기록, 데이터뱅크 등 모든 자료를 동원했다.그는 프랑스 일간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에서 “600만명이 희생됐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며 “그들은 역사 속에 사라진 익명의 희생자라기보다는 우리들처럼 동판이 새겨진 이 거리를 걸었고 창가에서 밖을 응시하던 이들입니다.”라고 말했다.끌과 망치를 들고 매일 12시간씩 일하는 그는 “독일인으로서 양심의 가책이나 역사적 죄의식 이전에 예술적 비전으로 시작했다.”며 “그들의 이름을 돌려주는 것은 그들을 영원히 살아있게 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극우파 협박… 경찰 보호받으며 작업그가 새겨온 가로·세로 10cm의 이 동판은 그 어떤 거대한 박물관보다 더 정서적 호소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유럽 최대의 예술작업’이라 불리는 그의 행보에 찬사만 이어진 것은 아니다. 어떤 곳은 동판이 파헤쳐지기도 했고 독일 극우파가 기승을 부리는 곳에선 경찰이 보호한다. 그러나 정작 그는 “나는 위험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의 발걸음은 이제 독일을 넘어 유럽으로 향한다. 벌써 오스트리아에선 첫 동판을 새겼고 올해엔 헝가리에서도 작업할 예정이다. 네덜란드·이탈리아·덴마크·우크라이나 정부의 작업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평생 작업”이라며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할 겁니다.”라고 밝혔다.(www.stolpersteine.com)vielee@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사르코지 佛여당 대선후보 공식지명

    |파리 이종수특파원|프랑스 집권당 대중운동연합(UMP)의 당수이자 내무장관인 니콜라 사르코지(51)가 14일(현지 시간) 대통령선거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UMP는 이날 파리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당원대회를 열고 사르코지가 지난 2주일 동안 33만 8520명의 당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투표에서 23만 3779명이 참가,22만 9303표의 찬성표를 얻어 98.1%의 지지율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그는 오는 4월22일 치를 대선 1차투표에서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53)과 박빙의 승부를 펼쳐야 한다. 1955년 파리에서 태어난 사르코지는 프랑스 정가의 ‘이단아’다. 사회주의 전통이 강한 프랑스에서 미국식 시장경제를 공개 지지하는 등 친미 성향을 과감없이 드러냈다. 또 내무장관으로서 이민자에 너그러운 관행에 맞서 단호한 처방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빈 건물을 점유 중이던 가난한 이민자를 추방했다.2005년 이민자들의 소요 사태 때는 시위대에게 ‘깡패’라는 표현을 써 물의를 빚었다. 또 다른 엘리트 정치인과는 다른 길을 걸어 왔다. 헝가리 2민 이세에다 학교도 고위관료 양성기관인 국립행정학교(ENA)가 아니라 파리10대학을 졸업했다. 그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에는 ‘중간 지대’가 없다. 우파들은 그가 2002년 내무장관에 임명된 뒤 저돌적으로 ‘범죄와의 전쟁’과 성매매 단속 등을 추진하자 대대적으로 환호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직설적인 발언과 강성 이미지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도 많다.‘엘리제 궁’으로 가는 그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같은 당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3선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그에게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 등 시라크 계파 정치인의 반발도 만만치않다. vielee@seoul.co.kr
  • [‘4년연임 개헌’ 정국] 전권잡은 대통령 ‘정치적 책임’ 회피등 부작용

    [‘4년연임 개헌’ 정국] 전권잡은 대통령 ‘정치적 책임’ 회피등 부작용

    |파리 이종수특파원|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4년 연임제’ 헌법 개정을 전격 제안하면서 프랑스의 2000년 개헌이 주목받고 있다. 노 대통령은 개헌 필요성의 이유로 잦은 선거로 인한 정치적 갈등, 과다한 사회적 비용, 대화·타협의 생산적 정치의 어려움 등을 들었다. 이어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실시하는 프랑스의 2000년 개헌을 예로 들었다. ●동거정부 폐해의 산물…대선·총선 동시 실시 2000년 9월 국민투표로 확정한 개헌 골자는 7년의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줄이면서 대통령·하원의원 선거를 거의 같은 시기에 치르는 것이다. 대통령과 총리가 다른 정당에서 나오는 ‘동거정부’(코아비타시옹)의 출현 가능성을 최대로 낮추기 위한 시도였다. 그만큼 동거정부의 폐해가 심각했다. 물론 중임을 보장한 대통령 임기가 너무 길다는 여론도 반영됐다. 프랑스는 80년대 이후 총선에서 3차례나 여소야대 정국으로 동거정부 체제를 경험했다.1986년 총선에서 우파연합이 승리, 사회당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과 우파연합 당수인 자크 시라크 총리 체제가 처음이었다. 매번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다른 정치적 지향점 때문에 갈등을 빚으며 비효율과 추진력 부족을 보여줬다. ●부작용도 나타나… 개헌 이후 2002년 5월 대선에서 우파의 시라크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다. 또 6월 총선에서는 우파연합이 399석을 차지했고, 시라크 대통령의 정당은 21년만에 단독 정당으로서는 처음 과반을 확보했다. 동거정부의 짐을 덜고 자유롭게 정책을 시행했다. 국민들의 기대도 높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여니 부작용도 많이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권을 거머쥔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실제 시라크 대통령은 2005년 유럽헌법 비준이 부결됐을 때나 2006년 최초노동계약으로 전국이 떠들썩했을 때 그 책임을 모두 자신이 임명한 총리에게 미뤘다. 이원집정부제라는 제도 탓도 있지만 다수당이 사회당 등 다른 정당이었으면 불가능했을 상황이다. 이를 계기로 프랑스에서는 다시 개헌 논의가 불거지고 있다. 사회당이나 공산당은 대통령의 책임을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선·총선 동시 시행의 다른 폐해도 제기한다. 만약 대통령의 정당과 다른 정당이 다수당이 됐을 경우 5년 동안 갈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vielee@seoul.co.kr
  • “비정규직 양산 노무현 정부는 우파”

    “비정규직 양산 노무현 정부는 우파”

    국내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김수행(65)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무현 정부를 우파로 규정하고, 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는 집권 이래 장기불황의 극복 전략으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실업자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농민을 희생시키는 것은 우파이지 좌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10일 ‘자본론´ 번역·출간 20주년을 맞아 열리는 ‘한국의 맑스주의 지형연구´ 강좌에서 현 정부의 우파적 성향에 대해 강의한다. 9일 미리 배포한 ‘한국사회와 자본의 세계화´라는 주제의 강의자료에서 그는 “노무현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보수대연합 등을 통해 노동자·민중을 제압할 수 있는 헤게모니를 구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현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모토로 한 정책 정비 ▲비정규직 관련법 제정 ▲노동의 유연화와 노동운동의 무력화 ▲여러 국가와 자유무역협정 추진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재벌을 앞장 세워 한국경제를 부흥시킨다는 아이디어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힐난한 뒤 “재벌은 국내에서 이윤을 낼 수 없다면 언제든 한국 땅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정규직 확대 등 노동자를 ‘임금노예´로 만들어 고용을 증가시키려는 정부의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면서 “노동자들이 건전한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고용과 임금을 보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유럽의 선진국들은 1945년에 이미 복지국가를 건설했는데 한국은 지금도 자살, 범죄, 인권유린이 판치는 야만상태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양극화 해소→내수기반 확충→안정적 경제성장→인권유린과 증오의 해소→사회적 타협의 확대´라는 유럽 선진국의 길을 따라야 한다고 제시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김수행 교수는 대구상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서울대에서 경제학 석사, 런던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1982년 귀국, 한신대에서 강의하다 87년부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는 “사회과학 서적 가운데 가장 중요한 책은 ‘자본론’”이라고 말할 정도로 국내 대표적인 마르크스 경제학자이다.
  • [2007 월드 포커스 (4)] 창립 50돌 맞는 EU

    [2007 월드 포커스 (4)] 창립 50돌 맞는 EU

    |파리 이종수특파원|‘경제는 순항, 정치·사회는 난항’유럽연합(EU)이 오는 3월25일 창립 50돌을 맞는다. 기대반 우려반 속에 1957년 유럽경제협력체공동체(EEC) 창설 조약인 로마 조약을 체결한 EU는 50년 동안 5단계에 걸쳐 몸집을 키워왔다. 특히 2004년 중·동부 유럽 10개국이 가입한 ‘빅뱅’에 이어 올해부터 루마니아·불가리아가 가세, 회원국이 27개국으로 불어나면서 ‘하나의 유럽’을 향한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유로화 강세, 경제 연착륙 EU의 대표적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인 유럽정책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유럽경제는 최근 7년 사이에 가장 낮은 실업률과 생산성 증가, 낮은 인플레이션율 등에 힘입어 청신호가 켜졌다.”고 전망했다. EU집행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유로화 단일통화지역인 유로존 12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1%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통화기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럽중앙은행 등도 비슷한 수치를 내놓았다.2001년 이후 평균 성장률이 1.4%인 점을 감안하면 EU의 경제성장은 주목할 만하다. 일각에서는 회의적 시각도 있지만 당분간 EU의 성장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이는 최근 경기 호조가 수출에 의존하던 성장 동력이 내수 부문으로 다원화되고, 기업의 설비투자가 증가한 데 힘입었다는 분석에서 비롯한다. 독일·이탈리아 등 저성장국의 경제성장률이 크게 높아진 것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예상케 하는 한 축이다. 실제 유로화의 대미 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 상승세로 돌아선 뒤 11월28일에는 20개월만에 최고치인 1.316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자신감에 힘입어 상반기 순회 의장국인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미국과 대서양 경제협력 증진 방안을 추진하는 등 외연을 넓히고 있다. ●몇가지 아킬레스건(腱)…, 그 전망 그럼에도 ‘유럽 합중국’으로 가는 길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노동시장 개방을 둘러싼 신·구 회원국의 갈등, 급속한 외연 확대에 따른 피로감,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에 따른 지도력 부재 등은 EU에 드리운 먹구름이다. 특히 2004년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국민투표 부결로 채택이 좌절된 EU헌법은 최대 걸림돌이다. 마크 마르델 BBC 유럽담당 편집인은 “올해 EU의 최대 어젠다는 헌법부결이라는 난파 상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회원국에 헌법부활 문제를 전담할 특별대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EU헌법 부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비준을 마친 18개국과 나머지 국가들의 입장이 다른데다 대선을 앞둔 프랑스의 국내 정국과 맞물려 있어 헌법 부활문제를 둘러싼 진통은 지속될 전망이다. 또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민족주의도 ‘유럽 합중국’을 더디게 만드는 악재다. EU 확대에 따른 노동시장 개방에 대한 불안감과 종교·인종 차이에 따른 갈등은 프랑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에서 극우파의 득세를 불러오면서 향후 EU 확대의 토대를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vielee@seoul.co.kr
  • [프렌치 리포트] (11) 경쟁 싫어… 개혁도 싫어

    [프렌치 리포트] (11) 경쟁 싫어… 개혁도 싫어

    프랑스인들은 불안하다. 지금까지는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이 없었는데, 앞으로는 아등바등 살아도 편안한 삶을 보장받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서다. 일반적으로 프랑스인들은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돈을 좀 더 많이 벌고, 좀 더 잘 살기 위해 악착같이 사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금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골치 아픈 정치와 경제는 엘리트들에게 맡기고, 국민들은 안정된 직장에서 주어진 일을 하면서 국가가 제공하는 의료·복지·교육의 혜택을 받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인생도 이제는 종말을 고해야 한다. 과잉복지로 인한 재정부담이 날로 가중되는데다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본질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분배와 사회적 평등을 우선시하는 프랑스식 사회주의 경제 모델은 세계화의 거대한 흐름속에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곳곳에서 경쟁을 강요받는다. 프랑스인들의 개혁 거부 증세도 심각해지고 있다. ●변화에 대한 강한 거부 2005년 상반기 프랑스에서 최대의 이슈는 유럽연합(EU) 헌법 비준을 묻는 국민투표였다. 그해 5월29일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프랑스 국민의 55%가 유럽연합 헌법에 반대표를 던졌다. 유럽헌법은 25개 회원국 모두 찬성해야 공식발효되기 때문에 유럽헌법은 사형선고를 받은 셈이었다. 경제적으로 통합된 유럽을 정치적으로도 통합해 미합중국에 대적할 수 있는 유럽 합중국을 이룩한다는 원대한 계획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프랑스는 유럽헌법을 발의한 나라이며 유럽통합을 선도해온 나라다. 프랑스가 유럽헌법을 부결시킨 것은 아이러니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반대표를 던진 데 대해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은 ‘민심의 표출’이라고 평가했다. 시라크 정권에 대한 불만과 유럽통합 작업에 대한 반대여론이 합쳐진 결과라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EU가 중·동부 유럽으로 확대되면서 동유럽의 근로자들이 몰려와 이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것을 우려했다. 실업률이 10% 가까이 되는데도 동유럽의 저가 노동력에 서비스 시장을 열어주겠다는 정부의 태도가 마음에 들 리 없다. 노동자들은 특히 유럽헌법의 도입으로 프랑스가 신(新)자유주의의 국제질서에 편입된다는 데 강한 거부감을 표했다. 프랑스의 좌파들은 유럽헌법이 EU 내에 자유시장 경제를 급속히 파급시켜 지금까지 쌓아온 전통적 사회보장망을 파괴할 것이라고 예단했다. 프랑스인들이 갖고 있는 ‘변화에 대한 거부감’을 자극한 셈이다. ●한계에 달한 프랑스식 사회경제 모델 유럽헌법 국민투표를 계기로 유럽에서는 앞으로 어떤 사회로 갈 것인지에 대한 토론에 불이 붙었다. 같은 해 10월27일 EU 정상들은 런던에서 비공식회담을 열어 유럽의 미래를 논의했다. 당시 순번제 의장국이었던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이 자리에서 회원국 정상들에게 유럽 발전을 위해서는 앵글로색슨 모델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앵글로색슨 모델은 개방과 경쟁만 유도할 뿐 평등과 분배를 외면한다고 비판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 국민의 여론을 의식해 이렇게 강변했지만 속마음은 정반대였을 것이다. 사회보장 비용 때문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와 경기침체에 따른 높은 실업률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경제시스템을 개혁해야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분배와 사회적 평등을 우선시하는 ‘라인란트 모델’의 양축을 이뤄왔다.2차 대전 이후 도입된 라인란트 모델은 지속 성장만 담보된다면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지만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세계화의 소용돌이속에서는 더 이상 유지가 어렵다. 복지비용 부담에 따른 프랑스의 공공부채 규모는 2006년 국내총생산(GDP)의 65%나 된다.2006년 재정적자는 380억∼390억유로에 이를 전망이다. 의료·연금·가족 보험 등 사회보장 비용은 2004년 119억유로,2005년 116억유로의 적자를 기록했다.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부가 복지와 분배에 우선을 둔 경제정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번번이 실패한 개혁시도 드 빌팽 정부는 경제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국가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개혁의 칼날을 뽑아들었다. 고용창출을 위한 국가 재정운용, 소규모 기업의 고용확대, 실업자의 노동시장 복귀를 위한 인센티브제 도입을 정책과제로 제시하고는 비장의 카드를 내밀었다.‘최초고용계약(CPE)’제 도입이었다. 고용주가 26세 미만의 직원을 채용할 경우 처음 2년간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기업주에게 투자의욕을 고취시키고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린 선택이었다. 프랑스의 청년 실업률은 23%에 달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드 빌팽 총리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불쑥 내민 이 제도에 대학생들과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정년을 보장받고 편히 살아온 프랑스인들에게 이 제도는 라인란트 모델의 포기를 의미했으며, 또한 무한경쟁을 의미했다. 소르본대학의 점거농성으로 시작된 반대시위는 2006년 봄 프랑스 전역을 강타했고 결국 정부는 이 제도의 도입을 백지화했다. 정치평론가 자크 아탈리의 ‘미테랑 평전’에 따르면 사회당 정권에서도 저성장, 높은 실업률, 이민자 문제, 주택난이 심각했다. 그래서 80년대부터 여러번 개혁을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국민들의 거센 저항 때문에 포기했다.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1995년 집권한 중도우파 정부는 수차례 개혁을 시도했으나 2003년의 연금제도 개혁 외에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르 몽드는 “프랑스인은 65%가 실업을 걱정하고 영국과 덴마크의 높은 성장을 부러워한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복지모델을 고수하겠다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다.”라고 꼬집었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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