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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대국가 인정해야 시민권 준다”

    “유대국가 인정해야 시민권 준다”

    이스라엘을 ‘유대국가’로 인정하는 서약을 한 사람에게만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이스라엘 내각에서 승인됐다. 사실상 ‘앙숙’인 팔레스타인 이민자를 겨냥한 조치다. ‘충성서약법’ 통과에 대해 아랍계 이스라엘인과 지식인들은 물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극력 반발할 태세여서 중동지역 정세가 다시 얼어붙을 조짐이다. 11일 AFP 등 외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내각은 지난 10일 각료회의에서 찬성 22명 대 반대 8명으로 시민권 관련 개정 법안을 통과시켰다. 의회의 최종 승인을 거쳐 발효할 이 법안에는 시민권을 취득할 때 ‘나는 유대 민주국가인 이스라엘에 충성하는 시민이 되고 이스라엘의 법을 준수할 것을 선언한다.’는 내용의 서약문에 서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이미 시민권을 취득한 이스라엘 내 아랍계 주민이나 이스라엘에 이민 오는 유대인은 서명하지 않아도 된다. 내각을 통과한 개정안은 극우파인 ‘이스라엘 베이테누’ 당이 처음 제출한 발의안 가운데 ‘아랍계 이스라엘 시민은 군 복무를 하거나 다른 공익근무 활동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빠지는 등 다소 손질되기는 했으나 아랍계 이스라엘인과 결혼해 시민권을 취득하려는 팔레스타인 사람은 ‘충성 서약’을 해야만 하는 등 독소 조항을 그대로 담고 있어 인권 침해 논란이 예상된다. 법안이 통과되자 이스라엘의 아랍계 정치인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의회 내 아랍계 의원인 아흐메드 티비도 “특정 이념에 충성을 맹세해야 시민권을 주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지식인들도 법안 내용을 비판하고 나섰다. 예술가와 학자 등 100여명은 지난 10일 텔아비브의 독립기념관 앞에 모여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면서 법안폐기를 주장했다. 교육심리학자인 가브리엘 솔로몬 교수는 “이스라엘이 독일 나치가 1935년 제정한 인종차별법과 같은 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내 아랍계 시민단체들도 이 법안 통과로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아랍계 주민에 대한 차별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반발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마르셀 모스는 누구

    프랑스의 종교사회학자 겸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맨 위 1872~1950)가 저명한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의 조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조카인 모스의 공부를 직접 지도했다던 삼촌 뒤르켕. 그 덕분일까? ‘1923~1924년 사회학연보’에 수록되었던 ‘증여론’은 특정 사회에 대한 단순한 경험적 관찰을 뛰어넘어 그 사회를 움직이는 어떤 총체적 관계(혹은 체계)를 밝힌 책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그러나 모스는 뒤르켕의 조카이자 학문적 계승자이기 전에 평생 사회주의 운동에 헌신한 운동가였다. 1914년 우파 광신도에게 암살 당한 장 조레스와 함께 드레퓌스 사건에 적극 개입한 실천적 지식인! 다양한 좌파 언론을 통해 사회주의 사상을 전파한 이론가! 무엇보다 프랑스 협동조합운동에 적극 참여해서 직접 파리에 소비자 협동조합을 창설하고 운영했던 활동가였다. 따라서 모스가 러시아 혁명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환호하고 지지했던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라는 볼셰비키의 테제에 대해서, 또 러시아 자원을 외국 자본에 개방하겠다는 레닌의 ‘신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반대와 불만을 표시했다. 자본주의 사회를 넘어서되, 볼셰비키의 방법 이외의 대안은 없는가? 폭력과 적대를 넘어서, 또 냉혹한 공리주의를 넘어서 상호 호혜적인 새로운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증여론’은 그 질문에 대한 모스의 진지한 탐구이자 상상적이며 동시에 실천적인 대안이다. “교역을 개시하려면 먼저 창을 내려놓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은 씨족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부족 간, 민족 간 그리고 개인 간에서도 재화와 사람을 교환하는 데 성공하였다…이렇게 해서 씨족, 부족, 민족은 서로 살육하지 않으면서 대립하고 또 서로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주는 법을 배웠다…그것이야말로 그들의 지혜와 유대의 영원한 비밀 가운데 하나이다.”(‘증여론’ 281쪽) ‘증여론’은 모스가 책상 위에서 쓴 글이다. 하지만 동시에 평생을 대안적 사회를 꿈꾸고 실천하면서 거리에서 온몸으로 쓴 책이기도 하다. 서울신문·수유+너머 공동기획
  • 노벨문학상 수상 바르가스 요사 작품세계·삶

    남미 문학 하면 주로 ‘마술적 리얼리즘’을 떠올리지만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사실성과 유머, 에로틱함을 겸비한 다양한 작품 세계를 펼쳤다. 사실적인 표현 방식, 빠른 사건 전개, 치밀한 구성으로 특징지어지는 요사의 문학 세계는 날카로운 위트와 재치, 풍부한 상상력, 짙은 휴머니즘 정신에 의한 공감과 감동으로 세계성을 인정받았다. 요사는 1936년 페루의 아레키파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외교관인 할아버지를 따라 볼리비아로 갔다. 아홉 살에 귀국해 수도원 부설 학교에서 소년 시절을 보내고, 1950년 리마의 레온시도 프라도 군사학교에 진학했다. 군사학교에서의 경험은 1963년 27살에 내놓은 첫 장편소설 ‘도시와 개들’에 녹아 있다. 외부와 단절된 군사학교를 배경으로 시험지 유출 등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위선과 도덕적 부패, 폭력으로 얼룩진 페루의 정치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한 이 작품으로 요사는 어린 나이에 작가로서의 위치를 굳혔다. 1953년 리마의 산마르코스 대학교에 입학해 문학과 법학을 공부했고,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5년 결혼했다가 1964년에 이혼했으며, 이듬해 지금의 부인인 사촌 패트리샤와 재혼해 2남1녀를 두었다. 요사의 젊은 시절은 지난해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된 자전적 장편소설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에 잘 녹아 있다. 이 소설은 ‘열여덟 살이나 먹은 남자 마리오와 서른두 살밖에 안 된 여자 훌리아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마리오가 일하는 라디오 방송국 인기 연속극과의 교차 편집을 통해 현실과 허구의 벽을 허물고 동시다발적인 인간 삶의 다양한 형태를 유머로 풀어 냈다. 대선에 출마할 정도로 요사는 사회 현안에 대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젊은 시절에는 사회비판에는 성역이 없어야 한다며 독재 정권을 비판했다. 하지만 1971년 쿠바의 한 젊은 시인이 시집에서 쿠바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투옥되고 공개적으로 자아비판을 받은 사건을 계기로 우파로 돌아선다. 이 사건은 많은 지식인이 쿠바 정부의 이념적 경직성에 회의를 품게 했고 요사 자신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이후 자신의 정치적 입장 변화를 설명하는 글에서 밝혔다. 우석균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교수는 7일 “요사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엇갈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 교수는 “1990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파스를 요사가 변절자 취급한 적 있는데 그 역시 현재 좌파로부터 변절자, 백인 중심주의자로 비난받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1990년 대선에서 낙마한 것도 지나친 신자유주의적 공약 탓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요사의 작품을 예정작까지 포함해 5종 출간한 출판사 문학동네 해외문학팀의 오영나 부장은 “적당히 야하고 풍자적이며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등장하는 요사의 작품은 이미 한국에서도 충실한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며 “현실에 기반을 둔 상상력이 환상적인 데다 아이러니한 삶의 모습이 녹아 있으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강하다.”고 말했다. 요사는 1982년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후 남미에서는 28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요사는 ▲1936년 페루 아레키파 출생 ▲1952년 16살에 희곡 ‘잉카의 도주’로 문단 데뷔 ▲1953년 리마 산마르코스대학에서 문학과 법학 전공 ▲스페인 마드리드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 ▲1963년 ‘도시와 개들’ 발표 ▲1966년 ‘녹색의 집’ 발표. 페루국가상, 스페인 비평상 수상 ▲1994년 세르반테스 문학상 수상
  • 노벨문학상 페루작가 바르가스 요사

    노벨문학상 페루작가 바르가스 요사

    올해 노벨 문학상은 남미의 대표적인 현실참여 작가인 페루 출신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74)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7일 “개인의 저항과 봉기, 패배에 대한 정곡을 찌르는 묘사를 높이 평가해 그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는 요사는 노벨위원회 발표 직후 “수상 소식을 듣고 친구들이 지어낸 농담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RCN 라디오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 정말 멍해져 센트럴파크로 산책가려 했다.”면서 “이번 수상은 라틴아메리카 문학과 스페인어권 문학에 대한 평가로 (나뿐 아니라) 우리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편집자와 언론인, 교수로 활약한 요사는 중도에 우파로 돌아서긴 했으나 저항 작가로 이름을 날렸다. 1995년 스페인어 문화권 최고 영예인 세르반테스 문학상을 받았다. 해마다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대표작은 군사학교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한 ‘도시와 개들’, 매춘부로 전락하는 원주민 처녀를 묘사한 ‘녹색의 집’ 등이 있다. 1990년 페루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으나 알베르토 후지모리와 맞붙어 낙선했다. 멕시코를 방문했다가 ‘완벽한 독재체제’라는 발언을 해 추방당한 적이 있으며, 1980년대 중반에는 페루 군사정권으로부터 제의받은 총리 직을 거부해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1959년 프랑스 파리로 이주해 프랑스 국영방송 기자로도 활동했던 그는 이후 미국과 남미, 유럽의 여러 대학에서 초빙교수로 강의를 했으며, 현재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지금까지 30여편 이상의 소설과 수필 등을 발표했다. 유럽 언론을 비롯한 외신에서 유력한 후보라며 지지했던 우리나라의 고은 시인은 2000년대 들어 계속 노벨 문학상 후보로 꼽혔으나 올해도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시상식은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며 상금은 1000만 스웨덴크로네(약 16억 8000만원)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판결·발언으로 본 金총리후보

    판결·발언으로 본 金총리후보

    김황식 총리 후보자는 본인의 이념 성향에 대해 ‘중도저파(低派)’라고 강조한다. 이는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등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뜻에서 그가 만들어낸 말이다. 실제로 김 후보자는 2005년과 2008년 대법관·감사원장 인사청문회에서도 여러 현안에 대해 소신껏 대답하면서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청문회 발언과 김 후보자가 선고한 판결 등을 통해 김 후보자의 가치관을 살펴봤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본인의 이념 성향에 대해 “제 스스로 생각해봐도 어느 부분은 보수적이고, 어느 부분은 진보적”이라면서 “극우는 기존의 이득에 연연하는 추한 자세이고, 극좌는 이상에 치우쳐 현실을 모르는 아주 답답한 것”이라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평생을 법원에 몸담아 온 법관답게 엄격한 사법관을 보였다. 사면권에 대해 “사면권은 헌법이 정한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지만, 사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국민들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내용으로 행사해선 안 된다. 법보다 권력의 위력이 크다고 하는 국민들의 지적에 상당부분 공감한다.”고 밝혔다. 국가보안법 존폐 여부에 대해서는 유연한 대답이 돋보였다. 김 후보자는 “남용 또는 오용의 여지가 있는 조항은 과감히 삭제하거나 적용요건을 명백하게 규정해야 하지만, 헌법질서 수호에 필요한 내용은 존치시켜야 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내용이지 입법형식 자체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이적단체 처벌규정에 대해서도 “사회가 변했고 표현의 자유와 연관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찬양 고무 등에 대해서는 처벌 폐지를 신중히 검토해도 괜찮을 단계”라고 답했다. 청문회 당시 1994년 남매간첩단 사건에서 신문기사를 인용한 것도 국가기밀로 인정해 유죄를 선고하고, 1993년 ‘남한사회주의과학원’ 사건에서 반국가단체 혐의를 적용했다가 상급심에서 파기되는 등 김 후보자가 공안사건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판결을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90년대 초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에게 이례적으로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사실도 확인됐다. 김 후보자는 “강자와 약자를 떠나 피고인에게 따뜻함을 전하려고 노력했다.”면서 “판례는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고, 법원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조금은 뒤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씨줄날줄] 중도저파(中道低派)/이용원 특임논설위원

    술자리의 화두는 단연코 ‘중도저파(中道低派)’였다. 새로 총리 후보로 지명된 김황식 감사원장이 2004년 썼다는 말이다. 그는 당시 광주지법원장으로 있으면서 법원 내부 통신망을 이용해 “모든 면에서 극단을 싫어한다. 스스로 중도이기를 바란다.”는 글을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이어 “중도좌파냐 중도우파냐고 동문(東問)한다면 중도저파라고 서답(西答)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입을 뗀 이는 한학자 A였다. 그는 사람들이 유학의 최고 경지인 ‘중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데나 쓴다고 비판했다. 중도의 ‘중(中)’은 가운데라는 뜻이 아니라 적중(的中), 곧 ‘딱 들어맞는다’라는 의미라는 것. 따라서 중도는 ‘도(道)에 딱 들어맞게 행동하는 상태’이므로 그로써 완성된 거지 좌우·고저에 쏠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도에 저파를 붙이다니 해괴한 노릇”이라고 개탄했다. 한학자의 사설이 길어지자 정치학 교수인 B가 말을 끊었다. 유학에서 중도의 원뜻이 무엇이든, 지금 중도좌파니 중도우파니 하는 말은 정치학에서 개념이 정립된 용어이다. 중도좌파면 좌우의 대립에서 균형을 지키면서도 좌익 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정파, 중도우파는 그 반대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한학자의 낯빛이 점차 붉어지는 걸 보고 언론인 C가 서둘러 봉합에 나섰다. 그래, 중도라는 훌륭한 정신을 이 시대에 되살리지 못 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중도 좌파·우파라는 말은 현실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 ‘중도저파’를 잠시 용인하고 그 말이 내포한 의미부터 따져보자고 제안했다. 말없이 술잔만 기울이던 문인 D가 입을 열었다. “이념적으로 좌우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중도요, 그 시선은 이 사회 낮은 곳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두겠다고 저파라 했으니 자세는 좋구만.”이라고 했다. 몇 차례 설왕설래가 있은 뒤 좌중은 결론을 내렸다. 6년 전에 이미 중도저파를 논했으니 세태에 영합해서 나온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잖아도 좌·우파 갈등이 심각한 판에 새 기치를 들었으니 일단 지켜보기로 하자. 그래서 그가 말한 대로 행동하면 그때 가서 중도저파를 ‘제3의 길’쯤으로 인정하자고 했다. 말미에 누군가가 덧붙였다. “참신한 40대라더니 까보니까 구악(舊惡) 찜 쪄먹은 신악(新惡)도 있었잖아. 어쨌거나 그만도 못 하겠어?” 사람들은 그저 쓴웃음만 지으며 얼른 술잔으로 손을 내밀었다. 이용원 특임논설위원 ywyi@seoul.co.kr
  • [새총리 후보 김황식 내정] 34년 법조인… “난 조용한 中道低派”

    “청문회를 통과하면 38년 공직경험으로 대통령을 잘 보좌해 부강한 나라,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소통에 힘써 나라발전에 헌신할 것입니다.” 16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출석했다가 오후 3시를 훌쩍 넘겨 감사원에 도착한 후 기자들을 만난 김황식 총리 후보자의 소감은 간단했다. 짧은 말이지만 자신이 총리로 지명된 이유와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해나갈 것인지 충분히 전했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국민과의 소통을 바라는 청와대와 뜻을 함께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보다 더 훌륭한 분이 총리가 되길 원했기에 고사 해왔다.”면서 그동안의 고사 이유도 함께 밝혔다. ●“공정사회·소통 힘쓰겠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9월 감사원장에 임명된 이후 공직기강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 등 굵직굵직한 업무를 진행시켜왔지만 크게 드러내는 법은 없었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업무를 수행해왔다. 극단적인 것을 싫어하는 성품으로 해석된다. 그는 2004년 12월22일 광주지법원장 시절 법원 내부통신망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저는 모든 면에서 극단을 싫어합니다. 스스로 중도이기를 원합니다. 중도 좌파냐 중도 우파냐고 동문(東問)한다면 소외계층을 보듬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도저파(中道低派)라고 서답(西答)할 것입니다.”고 했다. 김 원장은 1972년 1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수료하고 1974년 9월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임용된 이래 정통 엘리트 법관 코스를 밟아 왔다.서울고법판사와 전주지법 부장판사, 광주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광주지법원장,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거쳐 2005년 11월 대법관에 취임했다. ●MB정부 ‘친서민 정책’ 보필 법관 생활 동안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등 사회 정의 실현에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여 온 것으로 평가된다. 2008년 7월에는 감사원장에 내정됐고 국회 청문회를 거쳐 같은 해 9월에 공식 취임했다. 감사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 국리민복에 기여하는 감사’를 천명하며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뒷받침하는 데도 주력해 왔다. 또 지난 3월 발생한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감사도 ‘법과 원칙’에 따라 사실 관계를 밝혀내는 데 주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가진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공정한 사회”라며 자신의 공정사회론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연관해 취약계층과 서민생활을 챙기는 ‘서민 밀착형 감사’를 제시하는 등 이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을 감사에 접목시키는 시도도 해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면서 예술품 감상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차성은(60)씨와 1남 1녀.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박건형 순회특파원 좌충우돌 유럽통신] 정치도 축제가 된다고요?

    [박건형 순회특파원 좌충우돌 유럽통신] 정치도 축제가 된다고요?

    “공산당이 축제를 한다고?”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낯설기 그지없었다. 북한 사람들도 온다는 말을 듣자, 혹시 한국에 돌아가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조사받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들었다. 하지만 지난 주말, 파리 북쪽 르 부르제 지역에서 만난 ‘휴머니티 축제’는 한국 정치에 이골이 난 사람들에게 꼭 권할 만한 경험이었다. ‘TV나 신문에서 보는 정치’, ‘정치인들만의 정치’가 아니라 세상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발언할 수 있고, 마이크를 잡고 대통령을 비판해도 아무도 두렵지 않은 곳. 마치 과거 고대 그리스의 토론장이 현대에 재현된 느낌이었다. ●핑크 플로이드·U2등 메인무대 장식 프랑스공산당과 극좌 성향 잡지 ‘르 휴머니티’가 주최하는 휴머니티 축제는 올해로 80주년을 맞았다. 1930년 공산주의가 한창 날개를 펼치던 시절, 소외된 사람들을 공산주의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대대적인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 축제의 시작이었다. 이후 1960~70년대 미국에서 록과 집시문화가 성행하면서 콘서트와 축제가 결합되는 문화가 유행하자 이를 벤치마킹해 대대적인 공산주의·사회주의자의 축제로 거듭났다. 핑크 플로이드, U2 등 사회주의적 성향을 가진 세계적 그룹이 매년 축제의 메인무대를 장식하고 있다. 사흘 동안 축제를 찾은 사람은 25만명이 넘는다. 드넓은 광장과 행사장은 구석구석 사람이 없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붐볐다. 올해 유독 이 축제가 관심을 모은 것은 프랑스의 현재 상황과 맞물려 있어서다. 집시와 불법체류자를 추방하는 이민법 강화, 연금수령 연령을 높이는 재정감축 정책 등 현 정부의 정책은 축제에 모인 사람들의 신념과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복지에 더 많은 혜택을’ ‘프랑스는 자유, 평등, 박애 위에 세워졌다’ ‘불법체류자도 인권이 있다’는 등의 내용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사흘간 25만 참가… 경찰은 없어 정치인들도 함께 호흡했다. 사회주의 계열의 정치 거물들은 수행원은 물론 연대와 마이크조차 없이 목청을 높여 길거리에서 정부를 비판했고 사람들은 아낌없는 박수 대신 신랄한 질문으로 답했다. 장관 등 정부인사와 우파 지식인들도 기꺼이 토론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프랑스 전역에서 지역·노조별로 설치된 1000여개의 부스는 현안에 대한 토론, 주장을 담은 연극, 공연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선동적인 구호 대신 정돈된 생각을 또렷하게 말했고,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사례를 들어 차분하게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모습이 한국 정치에 길들여진 입장에서는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수십만명이 모인 행사장에서 경찰은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겉으로 보이는 무질서한 느낌은 한국의 시위 현장보다도 심했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으레 등장하는 소매치기조차 자취를 감춘 곳이었다. 영국의 전설적인 스카펑크그룹 ‘매드니스’가 메인무대에 등장하자 축제는 절정을 이뤘다. 그들이 노래하는 인권과 자유에 대한 관객들의 열망에서 영국 문화라면 드러내 놓고 혐오시하는 프랑스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치가 곧 생활이고, 더 나아가 축제로까지 승화되는 곳. 낯설었지만, 그래서 더 부러운 현장이었다. 글 사진 파리 박건형 순회특파원 kitsch@seoul.co.kr
  • 美법원 “동성애자 軍복무 금지 위헌”

    미국 지방법원이 동성애자 군복무를 금지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국방정책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리버사이드 지방법원 버지니아 필립스 판사는 9일(현지시간)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사람은 군 복무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이른바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 정책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미 연방정부는 군 사기 저하와 전투력 약화를 이유로 반대주장을 폈지만 필립스 판사는 이를 일축했다. 이번 재판은 게이(남성 동성애자)들로 결성된 우파정당 ‘통나무집 공화당원들’이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 정책이 게이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동성애자 권리옹호 단체들은 17년 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이 정책을 도입한 뒤 1만명이 넘는 동성애자가 군에서 쫓겨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올해 초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 정책을 폐기하고 위원회를 구성해 새 정책을 마련하겠다면서 새 정책을 마련할 때까지 동성애자들을 군에서 쫓아내는 것을 더 어렵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대통령 선거 당시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공약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신상훈 해임’ 기류 급변

    ‘신상훈 해임’ 기류 급변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에 대한 해임을 놓고 신한금융 안팎의 기류가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이사회에서 해임안을 빨리 통과시키려는 신한금융과는 달리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 해임은 지나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사회 구성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친(親) 라응찬 회장 계열로 분류되는 인사가 대부분이어서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신한은행을 창립한 재일교포 주주들이 반발하고 나선 데는 “사전 논의도 없이 검찰 고발을 해 놓고 해임안에 동의해 달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지난 3일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일본 오사카에 건너가 주주 대표들에게 검찰 고소의 배경과 해임 설득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주주 대표들은 이 행장과의 면담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로 강력한 리더십으로 명성을 쌓은 신한금융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데다 검찰 고소와 해임이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주주들의 사전 동의를 얻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신 사장이 일본 오사카지점장을 지내고 행장 시절에도 재일교포 주주들에게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는 등 라 회장이나 이 행장만큼이나 재일교포 주주와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들기는 어렵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이사회에서 해임안에 표를 던질 사외이사들도 입장이 확실히 정리되지 않아 섣불리 이사회를 열 수 없는 것도 신한금융의 고민이다. 특히 4명의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 재일교포 주주들과 뜻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임시이사회에서 해임안을 상정했을 때 낙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신한 관계자는 “재일동포 주주가 뿌리 역할을 하는 신한 입장에서 재일동포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진다면 실질적으로는 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사회에서 논의 절차를 거쳐 해임안이 이사회에 상정된다면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어진다. 2001년 지주사 출범 때부터 회장직을 맡은 라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해 왔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이사회 구성원을 보면 8명의 사외이사 중 친 라응찬계로 분류되는 인사가 최소 5명이다. 라 회장이 직접 추천한 전성빈(이사회 의장)·윤계섭 사외이사, 최영석 전임 사외이사가 추천한 김요구·히라카와 요지 사외이사, 류시열 비상근이사가 추천한 김병일 사외이사가 그들이다. 최 전 사외이사는 가야 컨트리클럽 이사와 재단법인 우파장학회 이사장을 맡는 등 라 회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따라서 신 사장이 우호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사외이사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해임안 통과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친 라응찬계인 5명의 사외이사에 라 회장·이백순 행장·류시열 비상근이사의 표까지 합친다면 8명이 신 사장의 해임을 찬성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인 이사회 내부 규정상 12명 중 7명 참석, 그 중 4명만 찬성해도 신 사장은 해임이 결정된다. 신 사장은 “이사회에서 해임안이 통과됐다가 검찰에서 무혐의 결과가 나오면 복귀할 수 있는 절차가 있겠느냐.”면서 “검찰 결과도 나오기 전에 해임을 결정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30년 정치담당 기자 촌철살인 글쓰기

    1999년 11월부터 2010년 7월까지 11년 가까운 시간이니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을 모두 아울렀겠다. 1490편의 칼럼을 모았으니 분량도 방대하다. 500쪽 분량의 두툼한 책이 모두 세 권이나 된다. ‘정치? 통탄한다’(윤창중 지음, 해맞이 펴냄)는 언론사 정치부 기자, 정치담당 논설위원 등으로 꼬박 30년 세월동안 대한민국 정치의 안팎을 넘나들었던 저자가 기록한 한국 현대정치의 생생한 역사다. 책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이 지나간 자리는 어제의 자리에 의해 가능한 것임을 목도한다. 1권은 2010년 7월12일 자 ‘어느 정치인의 병역 스캔들’ 제목의 시론으로 시작한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병역기피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이명박 정권에 만연한 부도덕함에 대한 질타를 쏟아낸다. 이렇게 시곗바늘을 뒤로 돌려가며 정운찬, 한명숙, 이명박, 박근혜, 이재오 등 유력 정치인을 하나씩 호출해간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 노무현 정권을 거쳐 3권에 실린 마지막 글 ‘차기 그룹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김대중 대통령 주변의 보신주의를 비판하며 마무리짓는다. 책을 읽다 보면 한국 정치의 흐름은 물론, 그의 문장과 문체, 정치적 입장이 점점 더 거침없어져 가는 흐름 또한 확인할 수 있다. ‘MB정권의 실질적 주주’를 자처하며 보수 우파의 육성을 대변하는 그의 필치는 때로는 중도실용론을 표방하며 갈팡질팡하는 이명박 정권을 오른쪽으로 거세게 밀어붙이기도 하고, 때로는 대구·경북 인사가 아닌 새로운 인물을 중용하라든가, ‘박근혜와 대타협하라.’는 구체적인 제안을 던지기도 한다. ‘좌파’에게 결코 정권을 내줘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이 글 곳곳에 묻어난다. 1~3 각권 1만 5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기억의 장소’ 통해 민족의 역사 되살린다

    ‘기억의 장소’ 통해 민족의 역사 되살린다

    최근 수년간 한국 역사학계의 유행 키워드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기억’이다. 옛일을 기억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역사의 영역이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한국 현대사 때문에 제대로 된 문헌기록이 없다 보니 그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의 육성증언을 듣는 방식의 연구방법이 제기됐다. 일제시대 위안부, 한국전쟁 때 양민학살, 광주민주항쟁의 참상 등이 모두 이런 연구 방식으로 복원됐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대항기억에만 의존한 이분법적 태도가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억의 정치학에서 기억의 문화학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기억’이란 화두를 던진 학자는 프랑스의 피에르 노라다. 노라의 역작 ‘기억의 장소’(나남 펴냄)가 번역 출간됐다. 1984년부터 1992년까지 역사학자 120여명의 논문을 담아 모두 7권으로 출간된 책이다. ‘역사’ 대신 ‘기억’을 전면에 내세운 이 작업은 역사학계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한국에서는 특히 구술사 연구자들에게서 각광받았다. 이번 번역본은 30편 정도의 논문을 뽑아 모두 5권(공화국, 민족, 프랑스들 1~3)으로 정리했다. ●기억의 장소란 국기·에펠탑 등 포괄하는 이름 기억의 장소란 특정 장소를 지칭한 게 아니라 민족의 얘기가 스며든 국기, 노래, 행사장, 길거리 이름과 각종 기념 동상 같은 것들을 포괄하는 이름이다. 때문에 이 책은 한국에서 ‘기억의 터’로 불렸고, 최근 일본에서는 ‘기억의 장’으로 번역됐다. 노라의 관심사는 이런 기억의 장소를 통해 민족적 기억을 재구성해 내는 것. 번역 작업을 총괄지휘한 김인중 숭실대 사학과 교수의 얘기를 들어봤다. →노라가 내세우는 ‘기억’이란 무슨 뜻입니까. -프랑스적 맥락입니다. 프랑스는 1789년 프랑스혁명과 이후 공화국 수립에 강한 자부심을 가진 나라예요. 그렇다 보니 역사 연구도 1789년 이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프랑스 혁명을 마치 엊그제 일어난 일처럼 말하는 분위기였어요. 개개인의 기억이 프랑스혁명이라는 역사와 일치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1970년대에 무너집니다. 역사는 단절된 채로 내팽개쳐지고, 그 자리는 개개인이 가진 별개의 기억이 차지합니다. 그래서 노라는 흔히 접할 수 있는 박물관, 미술관, 에펠탑, 국가 등에 대한 개인의 기억을 통해 프랑스의 역사를 복원해내자고 목소리를 내게 됩니다. →1970년대에 역사와 기억의 분리가 일어난 배경이 있습니까. -프랑스는 원래 가톨릭 농업국가예요. 그런데 산업화로 인해 농민인구가 10%대로 떨어집니다. 집단기억을 가진 농민층이 붕괴한 것이지요. 또 마르크스주의와 드골주의 모두 한계를 드러냅니다. 좌우파의 기둥이 사라져 버린 거죠. 한마디로 잘 먹고 잘살게는 됐는데 공유하는 기억들이 파편화돼 버렸다는 겁니다. ●‘민족주의 없는 민족 건설’ 바람직 →개인의 기억을 민족의 기억으로 모으는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도 많습니다. 해외에서도 그렇고, 국내에서도 그렇습니다. 노라는 정치적 우파인가요. -한국적인 맥락에서는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실제 노라가 몇몇 논쟁에서 우파적 주장을 내놓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는 사실상 좌우파 구분이 무의미한 사회입니다. 한국적 좌우파 개념에 매이면 책에 담긴 풍부한 논의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노라가 보기에 탈민족론이 문제 삼은 민족주의는 파시즘으로 상징되는 19세기 유럽 우익 민족주의일 뿐입니다. 다양한 민족주의가 있는데 그것 하나만 딱 집어낸 뒤 모든 민족주의는 나쁘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노라는 프랑스혁명이 이상으로 삼았던 민주적이고 민중적이고 진보적인 민족주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걸 ‘민족주의 없는 민족 건설’이라 부릅니다. 파괴적이고 전투적인 민족주의를 빼버리고 문화적 정체성을 잃지 않는 민족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노라의 작업이 마무리된 시점인 1992년을 봐 주세요. 이때 유럽연합(EU)이 구체화됩니다. 그런데 하나의 국가처럼 움직이겠다는데 구성원들은 동질적 감정을 못 느낍니다. 오히려 예전에 국경에 막혀 있던 사람들끼리 부딪치다 보니 민족주의 감정이 더 강화됩니다. 노라의 작업은 프랑스혁명을 강조하는 프랑스 특수주의보다 유럽 문명 일원으로서의 프랑스를 내세웁니다. 다른 민족과의 갈등요소를 줄이는 것이지요. 사실상 최근 상황을 예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5권의 제목이 복수형인 프랑스‘들’인 것은 그런 뜻입니까. -네. 바로 그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 →기억을 통한 민족주의의 평화적 재구성인 셈인데,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얼까요. -요즘 추세는 극단적 세계화입니다.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의 시대지요. 국가, 민족, 공동체 같은 거보다 개인의 취향이나 능력이 더 중요합니다. 좋은 말로 코스모폴리탄의 등장이지요. 한없이 자유로워진 것은 맞는데 그럴 경우 나의 정체성은 무엇이냐, 너와 내가 이 땅에 함께 산다는 것은 무엇이냐는 게 문제가 됩니다. 더구나 한국에서도 동아시아 공동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프랑스의 경험을 깊이 음미해볼 구석이 있다고 봅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체벌금지·학력향상·공교육 혁신엔 좌우없다”

    “체벌금지·학력향상·공교육 혁신엔 좌우없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31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체벌금지, 무상급식 등 교육계 주요 현안에 대한 패널들의 질문에 “체벌금지와 학력 향상, 공교육 혁신에는 좌우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면서 자신의 교육정책을 전교조 중심, 진보 편향으로 보는 일부의 시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시·도 교육감이 관훈클럽 토론회에 초청된 것은 곽 교육감이 처음이다. 패널로 참가한 현직 언론인 4명은 곽 교육감이 최근 단행한 교육청 인사와 혁신학교 300개 방안 등에 대해 집중적인 질문 공세를 폈다. 곽 교육감은 현직 교육장을 비선호지역 교장으로 보내는 등 파격 인사의 배경에 대한 질문에 “인사야말로 기관장의 철학과 방침을 구현할 수 있는 무기”라면서 “제가 원하는 인사 원칙은 파격이 아니라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랫동안 전문직에 있던 사람들이 일선 학교로 돌아가 자신의 모든 지혜를 모아 헌신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인데, 이걸 마치 한직에 좌천된 것으로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교육자사양심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감 후보시절 공약으로 제시한 서울 혁신학교 300개 공약이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곽 교육감은 지난 23일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당장 내년부터 40개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는 등 세부 시행계획안을 내놨다. 그는 “공교육이 마땅히 지원해야 할 교육과 복지 혜택에서 소외된 지역의 학교를 중심으로 수업 변화, 생활지도, 방과후학교 활성화, 복지 확대, 행정 개편 같은 조치가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토론 중반 이후 패널과 참가자 질의 과정에서는 최근 단행된 시교육청 산하 징계위원회 위원 인사와 체벌금지, 무상급식 등이 모두 진보주의에 편향된 정책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곽 교육감은 “학교에서 자녀들에게 체벌을 계속하고, 지나친 경쟁으로 감당할 수 없게 비대해진 사교육을 그냥 내버려두는 게 보수이고 우파인지 되묻고 싶다.”면서 “이념을 떠나 원칙에 맞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누구라도 먼저 나서서 고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BOOK&, 독서문화 확산 도움 기대/이수범 인천대 신문방송학 교수

    [옴부즈맨 칼럼] BOOK&, 독서문화 확산 도움 기대/이수범 인천대 신문방송학 교수

    신문산업의 위기를 해석하는 여러 가지 징후 중에 가장 설득력이 높았던 것이 읽기 문화의 쇠퇴이다. 선생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나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바로 대학생을 포함한 청소년들이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다는 점과도 통한다. 여기서 언급한 책이란 양서를 의미하는 것이며, 물론 각종 시험에 필요한 교재나 참고서를 포함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이같은 독서실태는 이제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물론 독서를 위한 각계 지식인들의 성찰과 언론을 비롯한 사회적인 관심도는 분명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인의 독서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을 차지한 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의 독서실태에 대한 어느 조사에 의하면, 참고서와 교과서를 제외한 일반도서의 경우 전혀 읽지 않았다는 응답이 15%였으며,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는 응답도 과반수 이상으로 나타났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을 하기 위해, 그리고 TV 방송을 보느라 시간이 없다는 대답이 지배적이었다. 인터넷과 영상미디어 등을 단순히 독서에 위협적인 존재이며 서로의 파이를 빼앗는 대립적인 관계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미디어 특성에 따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이루고 더 나아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관계로 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요한 점은 이들 미디어를 선호하는 청소년들에게 단순히 책을 읽으라고 권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영상미디어를 독서의 자극제로 활용하고 흥미 유발을 통해 독서로 이어지게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아울러 모든 매스미디어를 활용한 독서증진 활동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발행되는 서울신문의 ‘BOOK &’는 독서증진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른 신문에 비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지는 않지만 신간들에 비교적 흥미롭게 접근하고 있었다. 지난 28일 자 21면에서는 김두규 교수가 저술한 ‘조선 풍수, 일본을 논하다’, 구갑우 교수 등이 쓴 ‘좌우파 사전’,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세계적 석학 곰브리치가 지은 ‘곰브리치 세계사’ 등이 신간으로 소개되었다. 문제는 책의 선정 과정이다. 공교롭게 이날 소개된 저서들은 대부분 다른 일간지의 서평란에서도 볼 수 있었다. 물론 시의성이 있고 정말로 좋은 책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사의 영업력에 의해 선정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내용을 보면 나의 우려가 기우(杞憂)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듯이 다른 신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와 같은 현상은 매주 모든 신문에서 일어나고 있다. 결국 독서의 중요한 매개체인 신문의 신간소개 내지는 서평이 획일화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독서는 창의성 계발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뿐 아니라 간접 경험을 통한 상상력, 이해력, 사고력의 증진을 도모하는 활동이다.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독서 장려보다는 학습지나 과외교습을 통해 성적을 올리는 데 치중한다. 그러나 실제로 책을 많이 읽는다면 자연스럽게 학습능력이 향상되며, 역사나 외국의 문화 등도 배울 수 있게 된다. 즉, 독서는 두뇌를 계발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므로 독서 분위기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서 신문의 신간소개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책 소개의 다양성이 요구되며, 아울러 좀더 나은 편집과 풍성한 내용들을 필요로 한다. 그래야만 책을 읽고 싶지 않을까. 신간소개면이 독자들이 필요로 하는 콘텐츠로 채워져서 읽기 문화 확산에 일조하길 기대한다. 읽기 문화 캠페인의 목표는 독서가 왜 중요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높이고, 독서를 서로 권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신문 읽기를 통한 읽기 문화의 확산으로 우리의 지적 경쟁력을 높여 나갔으면 한다는 대통령의 지적처럼, 독서를 생활화하는 풍토를 만드는 데 신문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 세계를 지탱하는 정반대의 생각

    왜 새들은 좌우 날개로 함께 날아야 하는지, 좌파와 진보, 우파와 보수는 어떻게 다른지 쉽고 정확하게 짚어주는 책이 나왔다. ‘좌우파사전’(구갑우 등 14인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은 대립하는 양 진영의 목소리를 남북 관계, 한·미동맹, 노동시장 유연화, 영어 공용화론 등 22개 주제별로 차분하게 정리해 놓았다. 인간 승리의 위대한 모범으로 위인전에서 빠지지 않는 헬렌 켈러(1880~1968)가 설리번 선생을 만나 말을 할 수 있게 된 뒤의 이야기는 그가 어렸을 때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성인이 된 헬렌 켈러는 머리맡에 늘 붉은 기를 올려놓는 사회당의 좌파당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헬렌 켈러는 1913년 출간한 ‘암흑의 바깥으로’에서 미국 뉴욕과 워싱턴의 공장, 빈민굴을 방문한 경험을 “나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공장, 빈민가 등의 비참함을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냄새를 맡을 수는 있었다.”고 적었다. 빈민과 노동자, 장애인의 비참함이 그들의 게으름이나 무능력, 운명 따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회의 계급구조가 세상을 좌우한다고 믿었던 헬렌 켈러는 반전운동, 노동운동에 앞장섰다. 미국이 자랑하던 위대한 ‘아메리카 드림’의 모델이 급진 좌파로 커밍아웃하자 당황한 대중매체는 그를 단지 장애인의 인권 신장에 앞장선 인류애의 상징으로만 묘사했다. 연방수사국(FBI)의 후버 국장은 그를 오랫동안 감시했지만 헬렌 켈러의 높은 명성 때문에 공개적으로 공격하지는 못했다. 헬렌 켈러는 ‘나는 어떻게 사회주의자가 되었는가?’란 글에서 장애인의 인권 신장을 위해서는 구조적 차별의 철폐가 가장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미국 서부영화의 단골 주연에서 존경받는 위대한 영화감독이 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고전적 보수주의 세계관을 갖고 있다. 약자인 여성을 아낌없이 감싸 안고(‘밀리언달러 베이비’), 친아들을 찾기 위해 어머니가 타락한 공권력과 싸우는(‘체인질링’) 등 그의 영화세계는 불평등을 인간의 존재조건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이 불평등한 인간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사회의 진보, 제도적 개혁의 약속 따위를 신뢰하지 않고 ‘황야의 무법자’처럼 홀로 자신과 가족의 생명, 자유 그리고 재산을 지키고자 투쟁한다. 총기와 재산 소유에 집착하는 것은 이것들이 개인의 생명,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필수적 수단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약자를 연민하고 감싸 안는 것이 강한 자가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이라고 믿는다. 헬렌 켈러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고전적 좌파와 우파가 세상을 해석하는 세계관과 그 세계관에 근거해 현실을 헤쳐가는 정반대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대립하는 두 세계관은 민주주의를 움직이는 기본적인 두 동력이다. 좌파와 우파는 상대를 비판하고 서로에게 자극받으면서 지난 200여년간 세계를 지탱해 왔다. 우리가 좌파와 우파에 대해 알아야 하는 까닭이다. ‘좌우파사전’은 세상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두 정치적 프로그램의 경연을 살피면서 시대를 통찰하는 안목과 예리한 잣대를 제공하고자 기획되었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사회 문제를 생각하는 데에는 좌든 우든 치열한 논쟁이 있어야 진전이 있는 것이지, 중도 운운하며 중간에 덮으면 발전도 없고 많은 불합리를 덮어버리게 된다.”며 이 책이 치열한 논쟁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박원순 변호사는 “인터넷 정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전문서적의 난해함을 벗겨낸 깔끔함이 있어 일반 생활인에게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아주 친절한 안내자’ 노릇을 할 것 같다.”고 추천사를 썼다. 시사평론가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좌우로 대립하는 양 진영의 목소리와 사상적 배경을 차분하게 정리해 놓았는데 토론만큼 생생할 수는 없지만 대신 독자가 고민하고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여지를 넓혀 놓았다.”고 평가했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좌·우파가 필참해야 할 지도와 나침반”이라고 책의 성격을 규정했다.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우리 모두에게 한국사회 전체를 되돌아보면서 고민하게 하는 야심만만하고 논쟁적인 책”이라고 평했다. 3만 5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제동 걸린 美 줄기세포 연구

    제동 걸린 美 줄기세포 연구

    미국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은 23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적극 추진해온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기금지원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도록 명령했다. 이로써 줄기세포 연구정책에 급제동이 걸림에 따라 생명윤리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또 법원의 결정에 위반되지 않도록 정부 지침을 수정할 경우, 연구에도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로이스 램버스 지법 판사는 오바마 행정부의 줄기세포 연구 예산 지원에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의 소송에 대해 “이유있다.”며 본안 판결이 날 때까지 정부지원을 잠정 중단하도록 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램버스 판사는 결정문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분명히 배아를 파괴시키는 연구”라면서 “연구를 위해서는 줄기세포들이 배아로부터 분리돼야 하지만 세포 분리과정에서 배아의 파괴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인간 배아의 파괴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비영리단체인 ‘나이트라이트 기독교 입양’은 지난 6월 줄기세포연구가 인간 배아를 파괴하기 때문에 연방정부의 예산지원은 중지돼야 한다며 국립보건원(NIH)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줄기세포는 재생 의료에 획기적인 발판을 마련하고 있지만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배아를 생명의 싹이라는 기독교 우파의 입장을 수용, 연방정부의 예산지출을 제한했다. 이후 미 상원과 하원에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 기금지원 법안을 통과시켰을 때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때문에 미국의 줄기세포 연구는 8년간의 부시 행정부에서는 별다른 진전 없이 정체돼 있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공약대로 지난해 3월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허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서명에 앞서 “줄기세포 연구가 제공하는 잠재력은 엄청나며, 적절한 지침과 엄격한 감독이 이뤄진다면 위험은 피할 수 있다.”며 줄기세포 연구의 활성화 방침을 밝혔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민주 ‘부유세 신설’ 논란

    10·3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의 노선 투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회복지 부유세(복지세)’가 고리가 됐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22일 자신이 제시한 ‘담대한 진보’의 핵심 정책으로 복지세 신설을 제안했다. 정 고문은 “복지국가를 말하면서 재원 대책이 없다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면서 “소득 최상위 0.1%에 사회복지 부유세를 부과해 연간 10조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 노인연금 확대 등으로 활용하자.”고 말했다. 정 고문은 “역동적 복지국가 구현을 위해 학자들과 치열하게 토론한 끝에 부유세 도입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2000명으로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67%가 찬성했다.”고 덧붙였다. 부유세는 그동안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에서 꾸준히 제기해온 정책이다. 프랑스·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스위스 등에서 시행 중이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영국도 부유층의 소득세율을 올렸다. 이에 정세균 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부유세 반대라는 민주당의 당론이 바뀐 적이 없다.”면서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를 원상 회복하는 게 우선이며, 한국은 누진 과세가 비교적 잘돼 있는 만큼 부유세 신설은 신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의 한 측근도 “참여정부 때 종부세 파동에서 보듯 부유세와 상관없는 서민·중산층도 ‘세금 폭탄’ 주장에 동조해 계급갈등만 깊어질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 고문 측은 “국민 67%와 상위 0.1%의 찬반을 계급투쟁으로 보는 것 자체가 보수·우파적 발상”이라면서 “이런 태도 때문에 민주당의 정체성이 비판받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착하거나 나쁜 자본주의는 없다

    착하거나 나쁜 자본주의는 없다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광고하는 대기업 창업주 손자의 비참한 죽음 앞에서 ‘자본주의는 윤리적인가?’(생각의나무 펴냄)라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의 저자인 앙드레 콩트 스퐁빌은 프랑스 파리1대학 부교수로 재직하다 2003년부터 대학을 떠나 집필과 대중강연에 집중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윤리적인가?’도 그간 대중강연 내용을 집약한 것으로 책 뒷부분에는 관련 질문과 답변이 정리되어 있다. 콩트 스퐁빌은 “자본주의는 윤리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비윤리적인 것도 아니다. 자본주의는 완전하게, 근본적으로, 결정적으로 윤리와 관련성이 없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과학도 기술도 윤리를 갖고 있지 않은데 왜 자본주의의 이론이자 학문인 경제학이 윤리가 있기를 바라느냐고 반문한다. 대중강연에 나선 콩트 스퐁빌은 청중들로부터 “당신은 정말로 파렴치하게 말하는군요! 계산은 수와 관련 있고, 물리학은 입자와 관련 있으며, 기상학은 공기의 질량과 관련 있습니다. 그런데 경제학은 인간과 관련 있습니다! 경제학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란 거센 항의를 받는다. 저자의 답은 경제학이 인간과 관계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들이 경제가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해서 경기 침체를 막을 수는 없고, 세상 사람이 모두 번영을 바란다고 해서 가난을 막을 순 없다는 것이다. 경제학은 인격체가 아니므로 의지도, 양심도 없으며 윤리도 가질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윤리와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자본주의를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마르크스적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경쟁하는 동안 윤리와의 비관련성이 오히려 자본주의의 장점이 되었다. 자본주의에 내재하는 합리적 측면과 윤리와의 비관련성이 사회주의의 이성적이고 초월적인 윤리성에 승리를 거두었다. 마르크스는 경제를 윤리화하려고 했지만 인간들은 개인의 목적보다 공동의 이익을 더 중요시할 수 없었다. 콩트 스퐁빌은 “공산주의가 실패한 지금에 와서는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쉬운 일이지만 어떻게든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는 게 낫다.”고 말한다. 자본주의는 공산주의처럼 “착해져라!”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이기주의자가 되어라! 그대의 이익에 몰두하라! 일하고 저축하여 부자가 되라!”고 개인에게 현재 모습 그대로 남아 있으라고 한다. 돈은 돈에게 가고,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것이 자본주의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이 굶어 죽거나 자살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저자는 “가능한 한 인간이 윤리적으로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기적인 인간에게 이타성을 기대하기보다는 연대, 사회보장제도, 보험, 세금, 조합 등이 훨씬 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일을 한다. 윤리적으로는 이타성이 바람직하겠지만 이기적인 인간은 연대를 통해 이익을 결합할 수 있다. 보험금과 세금을 내고 조합활동을 하는 것은 자비심과 이타성 때문이 아니라 연대활동에 속한다고 콩트 스퐁빌은 분류했다. 프랑스 철학자의 설명은 세계화 문제에 있어서도 시원시원하다. 콩트 스퐁빌은 “세계화에 찬성한다. 단순히 프랑스에서 일본·인도·멕시코 요리를 맛볼 수 있고, 유럽에서도 선불교와 티베트 불교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난한 국가는 세계화를 통해 경제적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세계화는 이미 시대에 깊이 뿌리내렸고 어떤 세계화를 선택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좌파적 자유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저자는 좌파가 야당일 때는 편하지만, 막상 집권하면 불편한 이유가 현실에 대한 구체적 프로그램은 빈약하면서 선전선동과 비판만을 일삼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그렇다고 그가 우파의 탐욕스러움을 간과하지는 않는다. 균형잡힌 시각을 갖춘 프랑스 철학자는 날카로운 분석과 풍성하고 재미있는 예, 그리고 적절한 유머로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개인의 머릿속을 밝혀 준다. 자본주의에 속한 개인은 그 체제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만 헛된 기대나 환상 없이 더 나은 세상을 설계할 수 있다. 극심한 빈부격차 사회를 사는 한국인들에게 콩트 스퐁빌의 예리한 논리는 따끔하면서도 기발하다. 1만 8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역사학을 뒤흔든 12인을 말한다

    역사학을 뒤흔든 12인을 말한다

    역사학의 최근 흐름을 알고 싶다면 ‘역사가들-E H 카에서 하워드 진까지’(역사비평 편집위원회 엮음, 역사비평사 펴냄)를 참고할 법하다. ‘역사학의 지평을 넓힌 12인의 짧은 평전’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12명의 서양 사학자에 대한 소개 형식의 책인 데다, 일반 단행본 판형(신국판)에 비해 책 크기가 훨씬 작은 변형(사륙판)이어서 지니고 다니며 읽기에도 좋다. E H 카, 안드레 군더 프랑크, 하워드 진 등 한번은 들어봤음 직한 사학자들부터 알프레드 챈들러, 루이자 파세리니, 발터 립겐스, 데이비드 캐너다인 같은 학자들도 줄줄이 등장한다. 이들이 대거 등장하는 이유는 사회사, 신문화사, 미시사, 일상사, 구술사, 기업사 등 한국 사학계가 최근 전통적인 정치사 중심의 역사서술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입하고 있는 방법론을 다루기 때문이다. 지역도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 등 비교적 균등하게 배분됐다. 이는 책의 출발점을 감안하면 이해된다. 한국 현대사 연구에 영향을 끼친 당대 서양사학자들을 정리해 보자는 김승렬 경상대 사학과 교수의 제안이 있었고, 이에 따라 계간지 ‘역사비평’에서 2007년 겨울호부터 2009년 여름호까지 ‘우리 시대의 역사가’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들이다. 덕분에 해당 분야 전문가나 직계 제자로 필진이 탄탄하게 구성됐다. 우선 E H 카를 다룬 장은 널리 알려진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짧은 강연집 말고 33년을 들여 14권으로 정리한 그의 역작 ‘소련사’(History of Soviet Russia)를 조명한다. 소련을 통해 진보의 가능성을 탐색했던 이 책 때문에 카는 이후 냉전시기에 ‘스탈린 체제에 대한 정교한 표백’이라는 거센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소련이 망해버린 지금에 와서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레닌의 사회주의 혁명과 1920~30년대 스탈린의 성장이 전 세계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파들에게는 정말 되는구나 싶어 충격을 안겼고, 좌파들은 새로운 탈출구를 찾은 듯 보였기 때문이다. 윌리엄 이스터리의 저서 ‘성장, 그 새빨간 거짓말’까지 보충해 읽어도 좋다. 지금이야 픽 웃을지 몰라도 20세기 초반 스탈린 식 사회주의 성장이 서구 주류 경제학계에 끼친 충격과 영향력을 짚었다. 기업사의 대가 알프레드 챈들러의 연구는 ‘회장님 어록 신화 만들기’ 식의 우리 기업사 현주소를 되돌아 보게 한다. 챈들러가 주목받는 대목은 ‘보이는 손’이란 명제다. ‘보이지 않는 손’이 가격결정 과정을 시장에 맡겨둬 인간의 삶을 교란했다면, 지금은 대기업 전문경영인(CEO)의 ‘보이는 손’이 가격결정 과정을 주도한다고 본 것이다. 대통령 한마디에 캐피털사들이 줄줄이 금리를 낮추고, ‘그렇다면 이제껏 폭리를 취했다는 말이냐.’라는 논란이 이는 요즘 우리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식민지와 모국 간의 연계성 연구에 집중하는 데이비드 캐너다인에게도 시선을 줄 만하다. 한국의 식민지 역사와 영국 식민지들의 역사를 비교 평가해 볼 수 있다. 유럽연합(EU)으로 상징되는 유럽통합사에 ‘반파시스트 레지스탕스 결집’이라는 큰 이념을 새겨넣은 발터 립겐스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통합론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무솔리니 체제 아래 노동자들의 삶을 구술사 연구로 풀어낸 루이자 파세리니는 ‘임지현(한양대 사학과 교수) 사단’이 던져놓은 ‘대중독재’ 개념을 어떻게 볼 것인지 고민하게 한다. 또 분단 시기 서독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동독의 역사는 물론, 동·서독이 주고받은 영향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주장한 크리스토프 클레스만의 연구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분단체제론’을 떠올리게 한다. 한마디로 내용은 짧고 가볍지만, 여운은 길고 생각은 무거운 책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오늘의 눈] 하우스푸어가 이념의 문제일까/윤설영 산업부 기자

    [오늘의 눈] 하우스푸어가 이념의 문제일까/윤설영 산업부 기자

    지난 2일부터 3회에 걸쳐 서울신문에 연재된 ‘하우스푸어’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우스푸어는 실패한 개인투자자일 뿐, 그들을 도와주거나 구제해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 한 부류였고, 다른 부류는 “이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도울 수 있는 것은 도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상황을 이데올로기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었다. 전자는 좌파, 후자는 우파라는 이분법적 시각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좌우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대립으로 묘사하는 것은 더욱 적절치 않다. 주택문제는 의식주 가운데 주(住)에 해당하는 삶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 중 하나다. 주택문제를 이념의 문제로 보는 것은 주택을 부의 상징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분위기는 지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우스푸어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손해 보지 않을 방법이 있을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다.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나 세금 감면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이런 조치가 취해지면 내 집값도 원래 수준으로 돌아올 테고 손해 보지 않을 시점에 ‘적절한 가격’에 팔겠다는 계산이다. 반면 가계의 재정 상황에 대해서는 정확히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매월 이자는 얼마씩 내고 있는지, 그동안 지불한 대출이자와 앞으로 기대수익은 얼마나 되는지 꼼꼼하게 계산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집이 돈이 될 것이라는 공상뿐이었다. 하우스푸어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겠지만 취재를 하면서 든 생각은 사회적인 학습효과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택구입에 있어서도 고위험에 대한 투자책임이 반드시 뒤따른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시는 2006년처럼 분위기에 휩쓸려 무모하게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집을 사서 부자 대열에 끼어 보자는 생각이 사라질 것 같지 않다. snow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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