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우파
    2026-08-0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750
  • ‘잠재적 라이벌’ 김무성·반기문 “정치 언급 없었다”

    ‘잠재적 라이벌’ 김무성·반기문 “정치 언급 없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31일(한국시간) 수행 의원단과 함께 미국 뉴욕 유엔 본부를 방문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45분여간 면담을 하고 북한 핵 문제 등을 논의했다. 차기 대권 주자 간 만남으로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국내 정치 관련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5월 반 총장의 방한 당시 만남에 이어 2개월여 만이다. 이날 면담에서 김 대표는 “이란 핵 협상이 이제 원만하게 해결되고 있는 만큼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두도록 총장께서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고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반 총장은 “신경 쓰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관심 두고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반 총장은 또 지난 5월 방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 고려와 무관하게 북한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려는 의지가 있음을 확인했고 남북 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을 평가했다고 유엔 본부 측이 전했다. 반 총장이 차기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만큼 국내 정치 현안을 논의했을 거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김 대변인은 “국내 정치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방문 취재진이 유엔 사무총장실로 들어가기 전 이뤄지는 보안검색은 공항 입국심사대보다도 까다롭고 철저했다. 유엔 본부에 들어가기 전 미리 여권 등을 통해 신분을 보장받은 프레스 카드를 가슴에 부착했지만 삼중사중의 보안검색대를 또다시 통과해야 했다. 검색 보안요원은 벨트와 시계 등의 금속성 물질을 몸에 지니지 못하도록 한 뒤 취재진의 몸 구석구석을 샅샅이 살폈다. 취재진은 반 총장 접견실에 들어가기 전 대기 장소에서 또 한번 몸수색을 당한 뒤에야 겨우 접견실에 진입할 수 있었다. 앞서 김 대표는 뉴욕 특파원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지금 우리나라가 성장을 안 하면 큰일이 나기 때문에 반드시 보수 우파 정당인 새누리당이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한다”면서 “보수 우파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목숨이라도 바칠 각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여권 대선 후보 1위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저를 빼 달라고 했는데 안 빼 줘서 곤혹스럽다”면서 “대권은 그 시점, 그 시대에 국민들이 소망하는 것이 맞아야 가능하다. 나한테 그런 기회가 오겠느냐”고 손사래 쳤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미국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스(NYT)를 방문해 논설위원들과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논의했다. 김 대표는 뉴욕 일정을 마치고 로스앤젤레스로 향했다. 뉴욕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사설] 세계 지식인 지탄받은 아베의 과거사 왜곡

    한국과 일본, 미국, 독일 등 여러 나라의 지식인 524명이 아베의 과거사 왜곡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그제 서울에서 냈다.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등 한국과 일본의 지식인뿐 아니라 놈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와 볼프강 자이테르트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교수 등 미국과 유럽의 지식인도 다수 이름을 올렸다. 성명은 ‘한국 병합 100년 한·일 지식인 공동성명 발기위원회’가 주도한 것이다. 발기위원회는 일본의 한국 강제 병합 한 세기를 맞은 2010년 병합조약이 무효라는 내용의 성명을 낸 적이 있다. 당시에는 한·일 지식인 1100명이 참여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역사학자를 중심으로 하는 구미의 석학 37명이 동참한 것이다. 제2차 아베 내각이 출범한 2013년 이후 일본의 우경화 역주행이 당사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우려를 낳고 있다는 방증이다. 공동 성명은 “과거는 공개하고, 사죄하고, 용서하여 극복되는 것”이라면서 “아베 총리는 과거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해 진정한 반성과 사죄의 뜻을 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아베가 무라야마 담화 이래 식민지배 반성 노력을 역전시키려 하고, 우파 정치가들이 역사 연구라는 이름으로 거짓 역사를 확산시키고 있는 것은 역사의 역류라는 것이다. 이들은 일본의 한국 강제 합병 조약이 체결 당시부터 무효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위안부 문제의 해결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한국인 강제 노역도 ‘합법적 식민지배 정책’이라는 주장이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을 전 세계 지식인의 이름으로 국제사회에 공표한 것이다. 그러니 성명이 “일본은 위안부 문제의 해결에 신속히 나서야 하고, 탄광에서의 강제 노동을 명확히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은 당연하다. 아베는 자신의 과거사 인식이 왜 세계 지식인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직시해야 한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비뚤어진 역사 인식이 20세기에 그랬듯 이웃 국가는 물론 전 세계를 다시 한번 처참한 고통 속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심각한 우려 때문이다. 그럼에도 8월에 발표될 예정이라는 아베 담화는 가해 사실은 인정하되 피해자의 아픔은 인정치 않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하니 딱한 노릇이다. 세계 지식인들은 아베가 양심적인 국제사회의 리더가 돼 달라고 당부한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를 배려하는 최소한의 양식을 되찾으라고 충고한 것이다.
  • 세상을 바꿀 단 하나의 힘, 사랑

    세상을 바꿀 단 하나의 힘, 사랑

    사랑에 관하여/뤽 페리·클로드 카플리에 지음/이세진 옮김/은행나무/260쪽/1만 3000원 시인들은 오랜 시간 공 들여 사랑을 노래했다. 정호승은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고 했고, 도종환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몸 한쪽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렇듯 시인은 불멸의 사랑을 좇았고, 사랑은 시와 시인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시인뿐만이 아니다. 철학자이자 교육행정가에게도 사랑은 지상명령이자 절대가치였다. 프랑스의 대표 정치철학자이자 자크 시라크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낸 뤽 페리는 ‘사랑 혁명’은 새로운 시대에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단 하나의 기준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그의 동료 철학자인 클로드 카플리에와 나눈 대담을 통해 ‘사랑 혁명’이 철학적 차원에서 좋은 삶, 삶의 의미,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지혜를 새롭게 정의하는 출발점이 된다고 말한다. 이들은 중매결혼에서 연애결혼으로 넘어가게 된 혁명적 변화의 중심이 된 ‘사랑’이 현재,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변화들을 설명할 수 있다면서 철학적 근거를 풍성하게 곁들여 분석적, 역사학적, 현상학적 관점에서 사랑이 현대의 유일 철학임을 강조한다. 그들은 우주론, 종교, 인본주의 등의 거대 담론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숱한 공화국의 가치들이 더는 토론의 쟁점이 아니라고 한다. 극좌파에서 극우파까지 모두 지지하기 때문에 토론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저 부러울 따름인 먼 나라 얘기다. 국가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이 최대 쟁점이 되는 사회에서 마음껏 사랑에 대해 토론하고 논쟁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제목은 스탕달의 에세이 ‘사랑에 관하여(‘연애론’으로 번역됨)’에서 따왔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구본영 칼럼] 野, ‘다이어트 콜라 민주주의’ 버려야 산다

    [구본영 칼럼] 野, ‘다이어트 콜라 민주주의’ 버려야 산다

    새정치민주연합이 4·29 재보선 참패 이후 여태껏 내홍을 겪고 있다. 며칠 전 1차 혁신안을 의결했지만 곤두박질친 당 지지도는 미동도 않고 있다. 메르스 사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 파동으로 여권이 저렇게 죽을 쑤고 있는 데도. 김상곤 혁신위는 출범 때만 해도 비장했다. 혁신위에 가세한 조국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이 반복돼도 기득권 고수와 내부 분열에 익숙한 정당, 폐쇄적이고 늙은 정당에 국민은 마음을 주지 않는다”고 자책했었다. 하지만 사무총장제 폐지를 골자로 한 1차 혁신안은 호랑이는커녕 고양이를 그리다 만 꼴이다. 사무총장을 총무·조직본부장으로 바꾼다고 ‘친노의 공천 전횡이 없겠는가’라는 비노의 의구심조차 불식하지 못하고 있으니…. 본래 혁신에 들어 있는 한자 ‘혁’(革)은 “동물의 가죽을 벗겨 쫙 펼친 모양”을 가리킨다. 지난 대선부터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패해 온 야당에 필요한 것도 그런 ‘섬뜩한 수준’의 개혁이었다. 이런 눈높이로 보면 사무총장직을 없애든 말든 그것은 당 주변의 관심사일 뿐 애당초 국민을 감동시키기엔 역부족인 소재였다. 최근 ‘서양 좌파’라는 대니얼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의 책을 읽었다. 그는 한국 정치도 유럽 국가들처럼 ‘다이어트 콜라 민주주의’ 증상을 띠고 있다고 했다. 실제 다이어트 효과는 전혀 없이 달기만 한 콜라와 같은, 인기영합성 공약을 남발하는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좌·우파가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다 국가 부도에 이른 그리스처럼 말이다. 최근 여론의 흐름을 보면 국민은 박근혜 정부의 잇단 실책에 꽤 식상해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여당에 비해 야당 지지도는 더 바닥권이다. 아직 야당을 대안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라면 정권을 맡겨도 불안하지 않겠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친노든 비노든 ‘반대를 위한 반대’로 국민을 피곤하게 해서 안 될 이유다. 문재인 대표든 안철수 의원이든 노름판에서 개평 뜯듯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로 불만을 터뜨리는 세력의 행보에 무임승차하는 자세로는 대권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선 이념적으로 중도인 다수 민심을 얻는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소수인 극단적 좌우보다 중원을 더 많이 차지하는 쪽으로 승부의 추가 기울 것이란 관측이다. 여도 이를 알고는 있는 듯하다. 사퇴한 새누리당 유 전 원내대표가 표방한 ‘따뜻한 보수’나 새정치연합 문 대표가 내건 ‘유능한 경제정당론’이 뭘 말하나. ‘좌(左)클릭’을 해서든 ‘우(右)클릭’을 해서든 가운데로 가자는 얘기다. 늘 그렇듯 실천이 문제일 뿐이다. 몇 달 전 새정치연합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은 “‘버는 사람’이 아니라 ‘있는 사람’에 대한 증세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대표의 유능한 경제정당론의 연장 선상이었다. 하지만 요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야당의 행보는 거꾸로다. 세계적으로 법인세 인하로 ‘돈을 버는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추세를 거스르면서 저소득층 200만 가구에 10만원짜리 상품권을 풀겠단다. 서민경제 활성화에 실질적 도움이 될지는 미심쩍지만 총선용 선심 의지는 확연히 읽힌다. 얼마 전 문 대표는 강원도 고성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촉구했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간다. 7년째 관광이 중단돼 금강산 접경 지역 주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손해 본 기업과 주민들에게 보상하겠다는 약속은 공허하게 들렸다. 북한이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해 관광이 중단되고 사과 한마디 않고 있는데 ‘무슨 명분’으로, 어디서 재원을 조달할 건지 도통 설명이 없었던 까닭이다. 바야흐로 세계 문명사의 전환기다. 청년 실업자가 급증하는데도 묘책은 찾기 어려운 ‘고용 없는 성장’ 시대다. 취업도 결혼도 포기한 채 아르바이트와 소소한 취미에 자족하는 청년층인 ‘달관 세대’까지 등장했단다. 수권 정당이라면 이들에게 사탕과자가 아닌, 손에 잡히는 희망을 줘야 한다. 야권의 진정한 혁신은 국민들에게 영양가 없이 살만 찌는 콜라만 먹이려 하는 구태를 벗는 데서 출발해야 할 듯싶다.
  • 야근하면 ‘호르몬 변화’...女 유방암, 男 전립선암 위험 ↑

    야근하면 ‘호르몬 변화’...女 유방암, 男 전립선암 위험 ↑

    야간 근무 즉 야근하는 사람들이 암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것은 이전 여러 연구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어떤 요인이 암 위험을 높이는지는 지금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스페인 바르셀로나 폼페우파브라대(UPF) 연구진이 야근이 ‘호르몬 변화’를 일으켜 여성은 유방암, 남성은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을 높이는 것을 밝혀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22~64세 야근자 75명과 주간 근무자 42명을 대상으로 테스토스테론이나 에스트로겐과 같은 성(性)호르몬과 신체의 낮과 밤 리듬에 관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일일 변화를 평가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근무일 24시간 동안 소변 표본을 수집해 성호르몬과 멜라토닌에 관련한 물질의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야근자들은 일반인보다 테스토스테론은 1.65배, 에스트로겐은 1.44배 높았다. 반면 멜라토닌 수치는 유의한 변화는 없었다. 또 야근자들은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 수치가 최고치에 도달하는 시간이 주간 근무자들보다 훨씬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일반인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오전 6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사이에 최고치를 찍었지만, 야근하는 남성의 그 수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로 바뀌어 있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야근자가 주간 근무자보다 성호르몬 수치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시차가 발생하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런 변화는 암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암연구학회 학술지 ‘암·역학·생물표지·예방’(Cancer, Epidemiology, Biomarkers & Prevention) 최근호에 발표됐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야근하면 암 위험 커지는 이유…호르몬 변화 탓 - 연구

    야근하면 암 위험 커지는 이유…호르몬 변화 탓 - 연구

    야간 근무 즉 야근하는 사람들이 암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것은 이전 여러 연구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어떤 요인이 암 위험을 높이는지는 지금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스페인 바르셀로나 폼페우파브라대(UPF) 연구진이 야근이 ‘호르몬 변화’를 일으켜 여성은 유방암, 남성은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을 높이는 것을 밝혀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22~64세 야근자 75명과 주간 근무자 42명을 대상으로 테스토스테론이나 에스트로겐과 같은 성(性)호르몬과 신체의 낮과 밤 리듬에 관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일일 변화를 평가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근무일 24시간 동안 소변 표본을 수집해 성호르몬과 멜라토닌에 관련한 물질의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야근자들은 일반인보다 테스토스테론은 1.65배, 에스트로겐은 1.44배 높았다. 반면 멜라토닌 수치는 유의한 변화는 없었다. 또 야근자들은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 수치가 최고치에 도달하는 시간이 주간 근무자들보다 훨씬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일반인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오전 6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사이에 최고치를 찍었지만, 야근하는 남성의 그 수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로 바뀌어 있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야근자가 주간 근무자보다 성호르몬 수치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시차가 발생하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런 변화는 암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암연구학회 학술지 ‘암·역학·생물표지·예방’(Cancer, Epidemiology, Biomarkers & Prevention) 최근호에 발표됐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그리스 협상 타결 이후] 집권당 거센 반발·공무원 파업 선언… 설 곳 없는 치프라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과 3차 구제금융 협상에 합의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집권 시리자로부터의 거센 반발에 직면, 정치적 위상이 흔들린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 전했다. 강경파인 좌파연대를 중심으로 연합 정당인 시리자 안에서만 40여명이 의회 표결에서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시리자 안에서 “합의안은 그리스에 대한 모욕”이라거나 “채권단이 그리스를 통치하는 신식민주의”라는 내부 총질이 이어졌다. 그리스 공공노조연맹은 15일 의회의 합의안 처리 시점에 맞춰 반대 파업을 선언했다. 야당 협조로 합의안의 의회 통과는 무난한 기류이지만, 집권 세력의 분열이 가속화되면서 치프라스 총리가 실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독일에서도 의회 통과가 부담 요인이다.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 등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뒤인 지난 5년 동안 이런 반발은 재현되어 왔다. 같은 정파 안에서의 분열, 선거로 위임한 합의 결과에 반발하며 백지화를 요구하는 노조, 구제금융에 대응해 긴축안을 제안하는 채권단을 ‘악마’처럼 치부하는 여론 등이 그렇다. 국제 채권단의 백약이 그리스를 만나면 무용지물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리자의 정권교체 전후에 그리스 사태 분석에 본격 뛰어든 정치학자들은 ‘후진 정치’에서 답을 찾았다. 그리스 총선 직후 ‘역사의 종언’ 저자로 유명한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후견주의를 통해 표를 얻는 그리스, 이탈리아와 그렇지 않은 독일, 스칸디나비아 등 ‘두 개의 유럽’이 있다”고 주장했다. 후견주의란 보스 중심으로 정당을 구축, 표를 몰아주는 지지 세력에 공직과 같은 반대급부를 제공하며 패거리를 짓는 정치를 말한다. 정병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의 무상보육, 기초노령연금 같은 포퓰리즘 정책이 불특정 대중에 대한 인기영합정책을 뜻한다면, 후견주의는 정치 후원 집단에 이권을 몰아주는 행위로 서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1974년 군사정권이 끝난 뒤 번갈아 집권한 두 정당은 집권할 때마다 정실주의 인사를 통해 지지 세력에 보은했다”고 덧붙였다. 좌파, 우파를 막론하고 정실주의 인사를 남발해 금융위기 직전 그리스 공무원 수는 노동인구의 27%인 100만명에 달했다. 전문성이 결여된 채 비대해진 관료 조직은 ‘정부 부패’와 ‘급행료가 필요한 사회’를 야기시켰다. 국제투명성기구(TI)는 2012년 그리스 사태의 원인을 ‘뇌물의 대가’로 규정한 보고서에서 “공립병원 수술 급행료가 100~3만 유로, 건축 인허가 급행료가 200~8000유로 등”이라며 아래부터 위까지 만연한 부패 실태를 고발했다. 정치학자들의 분석은 세계에서 멕시코와 한국에 이어 세 번째로 긴 노동시간(2013년 기준 2037시간), 유럽연합(EU) 국가 평균보다 낮은 수준인 국내총생산 대비 사회복지비 지출 비중(2007년 기준 21.3%)에도 불구하고 그리스가 회생하지 못하는 이유를 보완, 설명해준다. 그러나 문제의 뿌리가 진정 정치에 있다면 ‘그리스 디스카운트’가 극복될 길도 한결 요원해질 전망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시진핑 ‘열병식 굴기’… 외교 화룡점정 포석

    시진핑 ‘열병식 굴기’… 외교 화룡점정 포석

    시진핑(왼쪽 얼굴·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9월 3일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및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 세일즈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를 위해 중·일 과거사를 국제 문제로 격상시키는 것에 외교력을 모으고 있으며, 열병식에 참여하는 것이 중국의 평화 외교에 동참하는 길임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9일과 10일 러시아 우파에서 잇따라 열린 제7차 브릭스(BRIC) 정상회의와 제15차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국제화하는 데 유난히 공을 들였다. 시 주석은 브릭스 회의에서 “역사 망각은 배반”이라며 일본 과거사와 크게 상관이 없는 브릭스 국가 정상들에게 공조를 촉구했다.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는 목소리를 한층 높였다. 시 주석은 “누구를 막론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행위를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며 일본을 비판한 뒤 “SCO 회원국들은 모두 제2차 세계대전에서 위대한 희생을 치렀다”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블라디미르 푸틴(가운데)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SCO 회원국 정상들은 모두 열병식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상들은 또 “중국 인민은 일본 군국주의 전쟁에 항거해 영웅적으로 투쟁했고 세계 반파시즘 전쟁 승리를 위해 크게 희생했다. 인류의 비극적인 교훈을 망각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도 내놓았다. 시 주석은 특히 외교부 부부장을 통해 열병식에 아베 신조(오른쪽) 일본 총리까지 초청한 사실을 공개했다. 청궈핑(程國平) 부부장은 “시 주석이 이미 아베 총리에게 초청장을 보냈다”고 밝혔다. 신화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2005년 이후 독일 총리들이 계속해서 러시아 열병식에 참석해 세계 각국의 환영을 받은 것처럼 아베 총리도 중국 열병식에 참석하면 평화의 문을 열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분위기로 볼 때 아베 총리가 열병식 현장에 참석할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열병식 직전이나 직후에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의 외교 책사인 야치 쇼타로 국가안전보장국장이 이달 중국을 방문해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관련 논의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개선 기미를 보이는 두 나라 관계를 적극적으로 이끌기 위해 아베 총리가 방문할 생각을 갖고 있으며, 중·일 관계 개선이 한·일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가해국인 일본 총리에게까지 공을 들이는 것은 열병식을 ‘화평굴기’(和平堀起·평화롭게 우뚝 일어섬) 외교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 등 아직 참석을 확약하지 않은 국가에 대한 직간접적인 참석 요청이 더 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민대학 동아시아연구센터 황다훼이 주임은 “중국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제2차 세계대전 당사국들이 모두 열병식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밝혀왔다”면서 “열병식 참석이 중국의 ‘대국 평화외교’ 지지 여부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하루 평균 살인 22명…엘살바도르를 아시나요?

    하루 평균 살인 22명…엘살바도르를 아시나요?

    중남미의 엘살바도르에서 인권이 위협될 만큼의 살인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엘살바도르 국립 법의학 연구소(Institute of Legal Medicine)가 지난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6월 엘살바도르에서 발생한 살인 등 강력범죄에 의해 사망한 사람의 수는 총 2865명에 달하며, 지난 6월에는 677명이 피살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22.6명 꼴이다. 인구 600만여 명에 불과한 이 작은 나라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한국인에게 비교적 낯선 나라인 엘살바도르는 1970년대 말부터 내전이 시작됐다. 70년대 후반 반정부 게릴라 단체인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과 정부군 사이의 본격적인 전쟁이 발발했고 이는 무려 12년간 지속됐다. 12년 동안 내전으로 최소 8만 명이 사망하고 100만 명 이상이 터전을 잃었다. 이후 불안한 경제상황과 내전을 틈타 범죄조직이 범람했다. 2013년 엘살바도르 정부는 범죄조직과 휴전을 맺었는데, 범죄조직은 도리어 평화롭고 감시가 느슨한 휴전을 틈타 중무기를 사 모으고 세력을 키웠다. 지난 1월, 휴전이 깨지면서 범죄조직은 다시금 활개하기 시작했고 이들의 불안한 심리는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과거 정부-FMLN간 휴전 협상에 참여한 전직 군 관계자 라울 미한고는 “젊은 조폭들이 스스로 명성을 쌓기 위해 더 광적으로 날뛴다”고 분석한다. 꿈이 없는 젊은이들이 스스로 젊은 범죄 조직원이 돼 막막한 현실을 탈피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 달 동안 무려 667명이 살해된 나라, 엘살바도르는 도대체 어떤 나라일까. ▲우리가 몰랐던, 혹은 알고 있는 엘살바도르의 이면(異面) 스페인어로 ‘구세주’라는 뜻의 엘살바도르는 사실 우리에게 비교적 생소한 나라다. 면적은 대한민국 경상북도 정도에 불과해 지도에서도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야 할 정도다. 그러나 이면에는 익숙한 무언가가 있다. 바로 누구나 한번쯤 읽었을 생택쥐페리의 ‘어린왕자’다. 생택쥐페리는 프랑스 출신이지만 그의 ‘장미’였던 아내 콩쉬엘로 드 생택쥐페리는 엘살바도르 출신이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화산들은 생택쥐페리의 아내인 콘쉬엘로가 항상 그리워했던 고향을 그린 것이다.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최근까지, ‘어린 왕자’ 안에서 엘살바도르를 만나온 것이다. 국토의 90% 이상이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이 나라는 ‘화산의 나라’로 불리기도 하다. 내전으로 발전의 기회를 잃은 것이 전화위복이 된 것일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또 일부 고온다습한 저지대를 제외하고는 1년 내내 온화한 기후를 보이고, 국토 면적이 적은 대신 하루 안에 산과 바다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엘살바도르는 중미 다른 나라들처럼 고품질의 커피를 생산하는 나라다. 국토의 12%가 커피 농장이며 여기서 만들어지는 커피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 수출된다. 당신이 이 글을 읽으며 마시고 있을 커피가 엘살바도르산(産)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우리에겐 낯선 이 작고 먼 나라에도 한류가 있다. 젊은층을 대상으로 K-Pop 등 한류 문화의 확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2015 엘살바도르 K-POP 페스티벌’이 열리는 등 그 인기를 입증하는 행사들이 속속 열리고 있다. 한국과의 공통점도 있다. 엘살바도르 국민에게는 한국전쟁과 같은 내전으로 수많은 이산가족이 생겨난 동병상련의 아픔이 있다. 이 때문에 가족을 매우 중시하는 문화가 깊게 자리 잡았다. ▲엘살바도르에도 희망은 있다 경상남도만한 작은 땅에서 한 달에 677명(2015년 6월)이 살해된 엘살바도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치안이다. 풍부한 인적자원과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치안 불안이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 등 경제발전의 최대 장애요인으로 지목된다. 가뭄 등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피해도 급증해 국민들이 먹고 살만한 길이 막막한 것도 문제다. 하지만 엘살바도르에도 희망은 존재한다. 1970년대 후반 엘살바도르에서 우파 군사독재에 항거하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다가 1980년 암살당한 故오스카 로메로 대주교의 시복식이 지난 5월 열렸다. 이로서 엘살바도르 국민들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인물이 엘살바도르 최초로 ‘복자’(福者·가톨릭에서 신앙생활의 모범을 보여 공적으로 공경을 받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존칭으로, 聖人의 바로 전 단계)에 오른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카톨릭 신도인 엘살바도르로서는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엘살바도르 대사관 측은 서울신문 나우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제도화 된 정치 시스템과 여타 중미국가에 비해 낮은 사회적 부패 정도”를 엘살바도르의 장점 중 하나로 꼽았다. 국제사회를 경악케 한 살인사건 발생률은 정부-범죄조직 간의 갈등으로 야기된 것이며, 정치세력 내부적으로 좌파-우파의 대립은 존재하지만 이것이 폭력사태로 확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 “정치적 대립을 줄이고 한국을 포함한 외국의 각종 지원을 적극 활용해 치안 안정화를 이루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엘살바도르는 작지만 중요한 중미 국가라는 의미에서 ‘중미의 유태인’ ‘매력적인 소국’(Rincon Magico) 등으로 불린다. 성실하고 근면한 국민성을 가졌으며 생활력이 높고 손재주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발전 잠재력을 디딤돌 삼아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커피의 나라. ‘어린왕자’가 사랑한 나라. 한국의 음악과 문화를 즐기는 나라. 우리에게 엘살바도르는 더 이상 낯설고 먼 나라가 아니다. 이것이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엘살바도르의 평화를 호소하고 응원해야 하는 이유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中·러·인도 “일대일로·AIIB 협력”… ‘3각 동맹’ 과시

    세계 인구의 40%에 육박하는 러시아와 중국, 인도 정상들이 러시아 중부도시 우파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잇따라 만나 3각 동맹을 과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각각 정상회담을 열어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 주석은 다자간 정상회의에 앞서 푸틴 대통령, 모디 총리와 잇따라 만났다. 지난 5월 이후 각각 2개월 안팎에 이뤄진 재회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중국 실크로드 경제지대와 러시아 유라시아경제연합의 공통점을 강조하며 양국이 공동으로 주도하는 다자기구인 브릭스와 상하이협력기구(SCO) 안에서의 전략적 협력을 거론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과 인프라, 에너지, 첨단기술 등의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지난해 5차례나 회동한 두 정상은 이번에도 돈독한 밀월 관계를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모디 총리에게도 AIIB, 브릭스 신개발은행, 일대일로 등의 전략적 프로젝트에 관한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모디 총리는 “인도에 대한 중국 기업의 더 많은 투자를 바란다”고 화답했고 양국의 최대 현안인 국경 문제의 공동 관리를 제안했다. 두 정상은 지난 5월 모디 총리의 첫 방중을 계기로 밀착 행보를 과시 중이다. 푸틴 대통령과 모디 총리의 만남은 요가를 화두로 화기애애하게 시작됐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에서 열린 요가의 날 행사를 거론하며 자신도 요가를 배워 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인도가 브릭스 의장국 지위를 맡은 러시아를 지원해 준 데 사의를 표했고, 모디 총리는 “브릭스와 SCO에서 건설적인 협상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서울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英 ‘복지 축소·부자 증세’ 두 토끼 잡기

    英 ‘복지 축소·부자 증세’ 두 토끼 잡기

    영국 보수당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예산안을 편성했다. 재정 적자 축소, 복지 혜택 삭감 등 보수 우파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부유층 증세, 생활임금 도입 등 좌파의 정책도 수용해 ‘새로운 보수주의’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하원에서 7420억 파운드(약 1295조원)에 이르는 2015~16년도 수정 예산안을 발표했다. 보수당은 지난 5월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해 단독 정부를 구성한 뒤 지난 3월 자유민주당과 합의하에 통과시킨 예산안을 독자적으로 수정해 이날 발표했다. 내년도 예산안의 핵심은 긴축 재정이다. 오즈번 장관은 그리스 부채 위기를 지적하며 지출 통제와 흑자 재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향후 5년간 120억 파운드(약 21조원)의 복지 혜택을 삭감하는 동시에 탈세 근절, 지출 축소 등을 통해 총 370억 파운드(약 65조원)를 절약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14~15년 892억 파운드의 적자를 2019~20년까지 10억 파운드 흑자로 돌려놓겠다고 공언했다. 또 그 이후에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재정 흑자를 유지하도록 하는 입법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긴축재정의 규모와 속도는 지난 3월 예산안에 비해 다소 완화됐다. 흑자 달성 시기는 지난 3월 예산안에 비해 1년 늦춰졌으며 향후 5년간 정부 지출도 지난 3월 계획보다 830억 파운드 늘어났다. 또 복지 혜택을 축소하는 대신 생활임금을 도입해 긴축재정의 고통을 줄이고자 했다. 생활임금이란 근로자의 생계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설정된 임금으로, 오즈번 장관은 내년부터 25세 이상 근로자에게 시간당 7.2파운드(1만 3000원)의 생활임금을 보장하며 2020년까지 9파운드(1만 5700원)로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즈번 장관은 부유층에 세금을 더 물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배당금 소득에 과세하고 주택담보대출 이자에 대한 세금 공제를 축소해 주식 및 부동산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둘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에 대한 추가 법인세도 도입한다. 오즈번 장관은 예산안을 발표하며 “영국을 낮은 임금, 높은 세금, 높은 복지 혜택의 경제에서 높은 임금, 낮은 세금, 낮은 복지 혜택의 국가로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예산안에 대해 “오즈번 장관의 실용주의적 면모가 드러남과 동시에 중도파를 잡으려는 보수당의 전략이 엿보였다”고 평가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손성진 칼럼] 그리스 사태의 교훈

    [손성진 칼럼] 그리스 사태의 교훈

    소크라테스, 민주주의의 발상국, 올림픽 발상지, 파르테논 신전, 제우스신과 헤라 여신, 선박왕 오나시스, 유로 2004 우승, 에게해의 일몰…. 그리스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은 손가락으로 꼽기 어려울 만큼 많다. 찬란한 고대 문명을 자랑했지만 그리스의 역사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알렉산더 대왕 이후 1830년 독립을 쟁취할 때까지 근 2000년간 그리스는 주변국의 침략과 압제로 고통을 받았다. 고대 로마나 튀르크제국보다 더 큰 고난을 안겨 준 것은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이 일으킨 ‘제4차 십자군 전쟁’(1202~1204)이었다. 이슬람의 본거지인 이집트로 향하다 엉뚱하게도 비잔틴제국의 수도이자 기독교 도시인 콘스탄티노플로 방향을 튼 십자군들은 역사상 단일 사건으로 최대의 문명적 재앙으로 평가받는 약탈과 살육을 저질렀다. 피가 흘러 강이 됐을 정도라고 하니 그리스인들이 겪은 비극을 짐작할 만하다. 그리스는 십자군 전쟁 이후 800여년 만에 또다시 큰 비극과 맞닥뜨리고 있다. 우리도 경험한 바 있는 국가부도(디폴트)의 위험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강대국 채권단의 협상안에 반대한 국민투표 결과는 좌파 정권을 선택했을 때부터 예정돼 있었다. 300조원이 넘는 빚을 갖다 쓰고도 ‘배째라’ 하는 그리스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미국 ABC방송이 그리스 위기의 첫째 원인을 ‘비효율적인 연금제도’로 꼽았듯이 과도한 복지가 그리스 사태를 일으킨 원인은 누구라도 부정할 수 없다. 돈을 빌려 가서 연금 지급에 써 버리고 못 갚겠다고 하는데 화가 나지 않을 채권자가 없을 것이다. 그리스의 연금정책은 채권국이면서 훨씬 더 잘사는 독일보다 더 적게 내고 많이 받도록 돼 있다. 문제는 복지의 최대 수혜자들이 서민이 아니라 정치인, 공무원, 경찰, 군인이라는 점이다. 그리스의 공무원 수는 100만여명으로 인구의 10%가 넘는다. 그리스의 복지 지출이 유럽 전체의 평균 정도인데도 욕을 먹는 이유가 공공부문에 대한 특혜 때문이다. 또한 그리스는 지하경제 비율이 25%로 미국(7.3%)은 물론 우리나라(17%)보다도 훨씬 높다. 탈세가 극심하다. 탈세뿐만 아니라 뇌물이 횡행하는 뇌물 공화국이다. 세금 청구액의 20%만 국가로 들어오는데 40%는 탈세되고 나머지 40%는 뇌물로 바쳐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차 산업이 60%에 이를 만큼 그리스는 관광서비스업으로 먹고살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 20년간 산업생산은 겨우 1% 성장하는 데 그쳤다. 천혜의 문화유산과 자연관광자원이 있으니 굳이 제조업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외국인들의 팁으로 연명한다는 조크가 있을 정도로 관광 수입은 그리스인들에게 절대적이다. 그리스 사태에서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점은 많다. 우파와 좌파가 입맛대로 그리스 사태를 해석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현실은 눈꼴사나운 정도가 아니다. 복지 포퓰리즘만이 원인이 아니고 정치인의 부정부패만이 지금의 사태를 부른 것도 아니다. 그리스 위기의 원인은 다분히 복합적이다. 같은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거꾸로 하면 된다. 복지는 중요하지만 나랏돈의 한도 안에서 점진적으로 늘려 나가야 한다. 공무원의 수를 줄여야 한다. 이는 우리의 공무원연금 고갈과도 관련이 있다. 지하경제는 꾸준히 발굴해 양성화해야 하고 탈세를 뿌리 뽑아야 한다.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의 부패 척결이 왜 필요한지도 그리스가 보여 주었다. 서비스업 발전 이전에 경제의 근간이 되는 제조업의 육성과 발전에 정책의 중점을 두어야 한다. 우리가 경제난을 극복할 방법을 그리스가 알려주고 있다. 알고 보면 쉬운데 하루아침에 되는 일도 아니다. 그리스 사태를 정략의 도구로 이용하려 들지 말고 우리의 현실에 어떻게 접목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외눈만 뜨고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이며 그들을 비난한다거나 정치인들의 부패만 강조하며 그리스 국민을 옹호하는 것도 온당치 못하다. 그래 봐야 우리가 얻을 것도 없다. 단지 소중히 생각해야 할 것은 그리스가 주는 교훈이다.
  • 시진핑·푸틴 재회… 그리스 구원투수로 나설까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정상들이 8일부터 이틀간 러시아 우파에서 정상회의를 연다. 이틀간 열리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신개발은행(NDB) 설립과 위기대응기금 조성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정상들이 최근 그리스 사태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할지도 주목된다. 러시아와 중국이 최근 그리스와 대형 개발사업 등을 공동 추진하며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주최국 러시아가 브릭스가 아닌 그리스를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5월 그리스 정부 관계자는 세르게이 스토르차크 러시아 재무차관으로부터 신개발은행의 회원국으로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전달받았다며 가입 제안을 상세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개발은행은 지난해 브라질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5개국이 설립에 합의한 은행으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이 주도하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재편하려는 신흥국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 초기 자본금은 500억 달러에, 중국 상하이 본사를 두기로 합의했으나 설립 절차가 지연돼 내년에야 문을 열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지난 6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는 그리스 지원 문제가 정상회의의 공식 의제에 올라와 있지 않다면서 다만 정상들이 국제 현안 논의과정에서 이 문제를 거론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회의에서는 5개국이 지난 4월 미국에서 협정에 서명한 1000억 달러(약 112조 6000억원) 규모의 위기대응기금 설치에 대한 논의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등 유사시에 대비한 기금으로 중국이 410억 달러, 브라질·러시아·인도가 각각 180억 달러, 남아공이 50억 달러를 분담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은 “푸틴 대통령은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신개발은행 설립을 통해 세계 금융 기구에서 서구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러시아가 고립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하루 평균 살인 22명… ’어린왕자의 나라’ 아시나요?

    [송혜민의 월드why] 하루 평균 살인 22명… ’어린왕자의 나라’ 아시나요?

    중남미의 엘살바도르에서 인권이 위협될 만큼의 살인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엘살바도르 국립 법의학 연구소(Institute of Legal Medicine)가 지난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6월 엘살바도르에서 발생한 살인 등 강력범죄에 의해 사망한 사람의 수는 총 2865명에 달하며, 지난 6월에는 677명이 피살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22.6명 꼴이다. 인구 600만여 명에 불과한 이 작은 나라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한국인에게 비교적 낯선 나라인 엘살바도르는 1970년대 말부터 내전이 시작됐다. 70년대 후반 반정부 게릴라 단체인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과 정부군 사이의 본격적인 전쟁이 발발했고 이는 무려 12년간 지속됐다. 12년 동안 내전으로 최소 8만 명이 사망하고 100만 명 이상이 터전을 잃었다. 이후 불안한 경제상황과 내전을 틈타 범죄조직이 범람했다. 2013년 엘살바도르 정부는 범죄조직과 휴전을 맺었는데, 범죄조직은 도리어 평화롭고 감시가 느슨한 휴전을 틈타 중무기를 사 모으고 세력을 키웠다. 지난 1월, 휴전이 깨지면서 범죄조직은 다시금 활개하기 시작했고 이들의 불안한 심리는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과거 정부-FMLN간 휴전 협상에 참여한 전직 군 관계자 라울 미한고는 “젊은 조폭들이 스스로 명성을 쌓기 위해 더 광적으로 날뛴다”고 분석한다. 꿈이 없는 젊은이들이 스스로 젊은 범죄 조직원이 돼 막막한 현실을 탈피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 달 동안 무려 667명이 살해된 나라, 엘살바도르는 도대체 어떤 나라일까. ▲우리가 몰랐던, 혹은 알고 있는 엘살바도르의 이면(異面) 스페인어로 ‘구세주’라는 뜻의 엘살바도르는 사실 우리에게 비교적 생소한 나라다. 면적은 대한민국 경상북도 정도에 불과해 지도에서도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야 할 정도다. 그러나 이면에는 익숙한 무언가가 있다. 바로 누구나 한번쯤 읽었을 생택쥐페리의 ‘어린왕자’다. 생택쥐페리는 프랑스 출신이지만 그의 ‘장미’였던 아내 콩쉬엘로 드 생택쥐페리는 엘살바도르 출신이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화산들은 생택쥐페리의 아내인 콘쉬엘로가 항상 그리워했던 고향을 그린 것이다.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최근까지, ‘어린 왕자’ 안에서 엘살바도르를 만나온 것이다. 국토의 90% 이상이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이 나라는 ‘화산의 나라’로 불리기도 하다. 내전으로 발전의 기회를 잃은 것이 전화위복이 된 것일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또 일부 고온다습한 저지대를 제외하고는 1년 내내 온화한 기후를 보이고, 국토 면적이 적은 대신 하루 안에 산과 바다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엘살바도르는 중미 다른 나라들처럼 고품질의 커피를 생산하는 나라다. 국토의 12%가 커피 농장이며 여기서 만들어지는 커피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 수출된다. 당신이 이 글을 읽으며 마시고 있을 커피가 엘살바도르산(産)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우리에겐 낯선 이 작고 먼 나라에도 한류가 있다. 젊은층을 대상으로 K-Pop 등 한류 문화의 확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2015 엘살바도르 K-POP 페스티벌’이 열리는 등 그 인기를 입증하는 행사들이 속속 열리고 있다. 한국과의 공통점도 있다. 엘살바도르 국민에게는 한국전쟁과 같은 내전으로 수많은 이산가족이 생겨난 동병상련의 아픔이 있다. 이 때문에 가족을 매우 중시하는 문화가 깊게 자리 잡았다. ▲엘살바도르에도 희망은 있다 경상남도만한 작은 땅에서 한 달에 677명(2015년 6월)이 살해된 엘살바도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치안이다. 풍부한 인적자원과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치안 불안이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 등 경제발전의 최대 장애요인으로 지목된다. 가뭄 등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피해도 급증해 국민들이 먹고 살만한 길이 막막한 것도 문제다. 하지만 엘살바도르에도 희망은 존재한다. 1970년대 후반 엘살바도르에서 우파 군사독재에 항거하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다가 1980년 암살당한 故오스카 로메로 대주교의 시복식이 지난 5월 열렸다. 이로서 엘살바도르 국민들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인물이 엘살바도르 최초로 ‘복자’(福者·가톨릭에서 신앙생활의 모범을 보여 공적으로 공경을 받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존칭으로, 聖人의 바로 전 단계)에 오른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카톨릭 신도인 엘살바도르로서는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엘살바도르 대사관 측은 서울신문 나우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제도화 된 정치 시스템과 여타 중미국가에 비해 낮은 사회적 부패 정도”를 엘살바도르의 장점 중 하나로 꼽았다. 국제사회를 경악케 한 살인사건 발생률은 정부-범죄조직 간의 갈등으로 야기된 것이며, 정치세력 내부적으로 좌파-우파의 대립은 존재하지만 이것이 폭력사태로 확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 “정치적 대립을 줄이고 한국을 포함한 외국의 각종 지원을 적극 활용해 치안 안정화를 이루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엘살바도르는 작지만 중요한 중미 국가라는 의미에서 ‘중미의 유태인’ ‘매력적인 소국’(Rincon Magico) 등으로 불린다. 성실하고 근면한 국민성을 가졌으며 생활력이 높고 손재주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발전 잠재력을 디딤돌 삼아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커피의 나라. ‘어린왕자’가 사랑한 나라. 한국의 음악과 문화를 즐기는 나라. 우리에게 엘살바도르는 더 이상 낯설고 먼 나라가 아니다. 이것이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엘살바도르의 평화를 호소하고 응원해야 하는 이유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뉴스 분석] “더 잃을 게 없다”… 그리스의 도박

    2010년 4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청했던 그리스가 5년 2개월 만에 채권단이 제시한 긴축안에 반기를 들었다. 5일(현지시간) 추가 긴축안 수용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그리스 유권자의 61.33%가 ‘반대’를 택했다. 투표 결과는 국가 부도(디폴트)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그렉시트)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는 1997년 12월 IMF 구제금융을 받은 뒤 고강도 구조조정 끝에 3년 8개월 만에 상환한 한국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그리스를 둘러싼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튿날인 6일 그리스의 협상 총책임자인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이 전격 사퇴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재협상 기간에 한해 최소 7~10일간 그리스에 긴급유동성지원(ELA)을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7일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선 그리스가 새로운 개혁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국민투표에서 그리스인들은 왜 ‘빅 노’라고 했을까. ●“폭주 열차라면 뛰어내리자” 외신들은 압도적 반대 표심의 원인을 ‘비루한 현실’에서 찾았다. 2010년부터 두 차례 긴축안을 수용했지만 경제는 더 처참하게 위축됐다. CNN은 6년 동안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이 25% 줄고, 실업률은 10%대에서 25% 안팎 수준으로 폭증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청년 실업률은 50%였다. “그렉시트는 경제적 재앙이 될 것”이라던 ECB의 경고에 아테네 신타그마에 모인 청년들은 “더이상 잃을 게 없다”고 맞받아쳤다. 채권단이 그렉시트 이후 미지의 불황상을 제시했다면, 그리스인은 추가 긴축을 했을 때 청년 실업이 2명에 1명꼴에서 3명에 2명꼴로 늘 수 있다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상을 구체적으로 그려 냈다. ●“상대에게도 명분이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긴축재정·작은 정부를 주창한 우파 경제학자들이 위축된 반면 폴 크루그먼,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진보적인 노벨상 수상 학자들은 “긴축 대신 부채 탕감이 필요하다”며 그리스에 힘을 실어 줬다. 반면 싱크탱크 그룹을 확보하지 못한 채권단 진영의 스텝은 꼬였다. ECB가 지난달 10일 “긴축재정이 장기적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지만, IMF는 지난 2일 그리스 부채 삭감 필요성을 시사하는 엇박자 보고서를 내놨다. ●“맞고 살지언정 전남편과는 못 산다” 정치적 성향이 반대 표심을 규합했다는 분석도 있다. 투표에서 ‘찬성’이 우세하면 지난 1월 교체된 시리자 정권이 물러나고 이른바 협상파 정권이 들어선다. 협상파는 2차대전 당시 나치에 부역한 오점과 재정 위기를 야기한 세력이라는 정치적 한계를 갖고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적은 양의 방사선은 안전? 가랑비에 옷 젖듯 위험 번진다

    적은 양의 방사선은 안전? 가랑비에 옷 젖듯 위험 번진다

    화학 원소로서 성질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 더이상 쪼갤 수 없는 물질의 기본단위는 ‘원자’(原子)이다. 원자는 하나의 ‘원자핵’과 그것을 둘러싼 하나 이상의 ‘전자’로 구성돼 있다. 원자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지는데 두 개의 비율에 따라 안정적일 수도 있고 불안정적일 수도 있다. 불안정한 원자핵은 방사선을 내뿜은 뒤 안정된 원자핵으로 바뀐다. 방사선은 ‘이온화 방사선’과 ‘비이온화 방사선’으로 나뉜다. 이온화 방사선은 강력한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물질을 통과하면서 이온화시킨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알파입자, 감마선, 엑스선 등이 대표적이다. 비이온화 방사선은 레이저, 전파, 중파, 단파, 가시광선, 적외선 등이다. 우리가 흔히 ‘방사선’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이온화 방사선을 말한다. 원자핵에서 나오는 방사선은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들이 내는 전자기파가 갖는 에너지보다 훨씬 큰 에너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잘만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 실제로 방사선은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이용돼 왔다. 그러나 원자폭탄 제조나 각종 원전 사고로 인해 방사선에 대한 대중의 불신은 점점 커져 왔다. 특히 2011년 3월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인체나 자연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지 한 달 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지역의 한계 방사선량을 연간 20밀리시버트(mSv)로 정하고, 이 기준치 이하는 안전하다고 선언하면서 시민단체들과 과학자, 일본 정부는 저선량 방사선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격렬한 논쟁을 벌였지만 결론 없이 끝났다. 지금까지 과학계에서도 저선량 방사선과 건강과의 연관관계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변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방사선보호 및 핵안전연구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미국 국립 직업안전위생연구소, 미국 드렉셀대, 스페인 폼페우파브라대, 영국 방사선 공중보건센터, 국제암연구기구(IARC) 등 다국적 연구진이 “극저선량의 방사선에도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백혈병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의학분야 저널 ‘랜싯’ 7월호에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결과가 원자력산업이나 의료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방사선 노출 기준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존 정책들이 대부분 ‘저선량 방사선에 대한 추가적 노출이 발암 위험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다’라는 사실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원자력 분야 연구자들에게 상식처럼 받아들여져 온 ‘방사선량이 어느 수 준 이상일 때(역치)만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그 이하의 수치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통념을 깼다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이온화 방사선은 원자나 분자에서 전자를 빼앗음으로써 생체 단백질이나 세포막을 파괴하고, DNA 결합을 끊어버려 발암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신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물을 이온화시켜 과산화물이라는 치명적 독을 만들기 때문에 방사선량이 높을수록 인체 손상은 증가한다. 그렇지만 낮은 수준의 방사선량에서도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방사선 노출량을 알아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수많은 연구대상자가 있어야 한다. 이번 국제 공동연구진은 방사선 노출도를 표시하는 선량계를 부착하고 근무하는 프랑스와 미국, 영국의 핵 관련 산업 근로자 30만명을 장기간 추적한 ‘코흐트’ 연구를 실시해 정확한 데이터를 얻게 됐다. 연구대상 근로자들은 연간 평균 1.1mSv의 방사선에 노출됐는데, 이 수치는 우주에서 날아오거나 자연 방사선의 1년 누적량인 2~3mSv보다 낮은 수준이다. 시버트(Sv)는 방사선으로 인한 생물학적 손상도를 나타내는 단위이다. 연구 결과, 방사선 노출량에 상관없이 노출 시간이 길면 길수록, 백혈병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과학자들은 “연구대상 근로자들과 같은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된다고 할 때, 평균 27년간 꾸준히 노출될 경우 1만명당 4.3명이 백혈병으로 사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노출량이 10mSv씩 증가할 때마다 백혈병 위험은 0.002%씩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덴마크 암학회 이외르겐 올센 회장은 “이번 연구는 극저선량의 이온화 방사선에 노출된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실험인 만큼, 저선량 방사선의 인체 영향에 대한 사상 유례없는 확고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또 연구자들은 “미국인들이 매년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20년 동안 2배로 증가했는데, 이는 주로 병원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할 정도로 저선량 방사선은 주로 의료용 방사선 검사에서 나타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단층촬영(CT)이다. 엑스선 1회 촬영 시에는 0.1mSv의 방사선에 노출되지만, 흉부CT나 복부CT를 촬영하면 10mSv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저선량 방사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사람들은 검사를 받는 환자들보다는 매일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의료진이라고 논문은 지적하고 있다. 역학연구자들은 방사선 노출이 암뿐만 아니라 심근경색, 뇌졸중, 고혈압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유럽 9개국 공동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헬름홀츠 연구회 마이크 앳킨스 박사는 “저선량 방사선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좀 더 정확히 알아낸다면 원전 사고나 핵발전으로 인해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데 어떤 활동이 필요한지를 결정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씨줄날줄] 그리스 ‘직접민주주의’의 퇴행/구본영 논설고문

    서구 문명의 요람이었던 그리스 국민들의 생활고가 요즘 말이 아니다. 국가 부도(디폴트) 상황을 맞아 은행마다 시민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뱅크런(예금인출 사태)을 막기 위해 하루 60유로(약 7만 5000원)로 인출을 제한하면서다. 소비가 70%가량 줄고 가게들이 문을 닫자 멀쩡한 차림의 시민들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인 그리스가 부채상환 불능 상태에 빠진 근본 원인은 뭘까. 두말할 것 없이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의 적폐다. 이번에 좌파 시리자 정권이 사고를 쳤지만, 좌우파를 막론하고 지난 수십년간 포퓰리즘 경쟁을 해 왔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그리스는 북유럽 국가들이 울고 갈 정도로 후한 연금과 고용보험의 혜택을 누리는 ‘복지 천국’이었다. 정당들이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득표 전략으로 삼으면서 재정 고갈은 더 심해졌다. 심지어 지각하지 않고 제 시간에 출근하는 공무원들에게 ‘정시 수당’까지 쥐여 줄 정도였으니…. 문제는 포퓰리즘의 폐해에서 벗어날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로화 가입 이후 그리스 좌우파 정당 간 선심 경쟁은 더욱 심화됐다. 하지만 재정 위기에 빠진 지 4년째인 올해까지도 연금 개혁과 노동 유연화 등 구조개혁은 지지부진했다. 그런데도 연금 혜택이나 공공부문 다이어트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스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20.5%로 유럽연합(EU) 내에서도 손꼽히는 고령화 사회다. 관광 및 해운업 의존도가 높은 반면 고용을 창출할 제조업은 공동화된 지 오래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시리자 정권은 국제 채권단 협상안을 5일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추가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EU 채권단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맞서 빼든 카드다. 치프라스 총리가 협상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면서 반대하도록 독려하는 까닭도 다른 데 있지 않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즉 그렉시트를 배수진으로, 직접민주주의 방식으로 동원한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최대한 채무 탕감을 얻어내려는 노림수다. 그리스는 직접민주주의 발상지다. 아테네 등 고대 도시국가에서 아고라로 불린 광장에선 다양한 공적 의사 소통이 이뤄졌었다. 그러나 그때 꽃피웠던 직접민주주의가 오늘의 그리스에서 다시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미 포퓰리즘의 달콤한 맛에 중독된 시민들에게 의사 결정의 책임을 미룬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구조조정은 늦어지고 미래세대의 부담은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질 소지가 크다는 뜻이다. 이는 플라톤이 우려했던 ‘중우정치’와 닮았다고 해야겠다. 하긴 먼 나라 걱정할 계제도 아니다. 우리도 얼마 전 공무원연금 개혁은 맹탕으로 끝나고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개혁은 겉돌고 있으니….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그리스 대혼란] 화폐만 통합한 유로존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

    그리스는 왜 이런 경제위기에 봉착한 것일까. 그리스가 첫 구제금융을 받은 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가입 10년째인 2010년 5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받은 자금만 2400억 유로가 넘고 채무조정도 마쳤지만 여지껏 재정위기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30일 국가부도라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그리스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유로화 채택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 위기가 유로 단일체제의 구조적 결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지난 29일 지적했다. ① 유로존 구조적 결함-회원국 간 불균형에 약체국 더 열악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단일 통화체제인 유로존의 구조적 결함이 도마에 올랐다. 재정 통합 없이 화폐 통합만으로 출범한 태생적 한계 탓이다. 유로존에선 회원국들이 통화와 기준금리 정책을 공유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재무부 같은 기구가 없다. 나라마다 경제 사정이 제각각이지만 환율이나 이자 정책을 펼 수가 없어 열악한 국가는 더 열악하게 된 것이다. 또 유로존은 역내에서 경상수지 격차 확대 등 회원국 간의 불균형 해소가 어려운 기형적 구조를 띠고 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그리스 같은 회원국들이 무리한 재정 정책을 펼치면서 이른바 남유럽 재정위기를 불러왔다. ② 채권단 획일적 긴축- 똑같은 경제 처방 그리스엔 역효과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위기가 오래 가지 않았을 것이라 분석한다. 자국 통화를 평가 절하함으로써 경제 위기에서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 가입은 그리스의 취약한 산업기반을 무너뜨려 수출 경쟁력도 약화시켰다. 국제 채권단의 그리스에 대한 획일적 긴축 정책이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평가도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유로존은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그리스에 똑같은 처방을 내렸으나 ‘체력’이 약한 그리스에서만 유독 반작용이 컸다. ③ 그리스 후진 정치문화-GDP의 8% 탈세·부패로 사라져 일각에선 재정 위기의 근본 원인을 부정부패와 부유층 탈세, 정치 부재 등 그리스 내부에서 찾는다. 미 브루킹스 연구소는 연간 그리스 GDP의 8%가량인 200억 유로 가량이 탈세와 부패로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유럽 싱크탱크인 카네기 유럽의 주디 뎀프시 연구위원은 그리스 특유의 후견주의 정치문화가 경제 위기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그리스는 20세기 초 독립과 해방, 내전을 겪었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지도자를 중심으로 줄서기가 횡행했다. 좌파에선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가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의 전신을, 우파에선 콘스탄티노스 카라만리스가 신민당(ND)의 전신을 세웠다. 이들의 자손이 정당을 이어받아 지금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가 이 같은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개혁을 내세웠으나 여지껏 채권단과 구제금융 조건을 두고 씨름을 벌이느라 개혁의 칼도 뽑지 못했다는 게 뎀프시 위원의 평가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뉴스 플러스] 아베 “역사는 역사가에게 맡겨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6일 국회에서 한반도 식민 지배에 대해 “부정한 적은 없다”면서도 “개개의 역사 문제는 역사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식민 지배가 ‘잘못’이라는 인식을 명확히 하지 않은 발언은 전통적인 우파의 입장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전후 70주년 담화’(아베 담화) 관련 자문기구가 아베 총리에게 제출할 보고서에 ‘침략’을 명기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돼 귀추가 주목된다.
  • [시론] 전후세대 일본인의 국가 인식과 한·일관계/김용덕 서울대 명예교수·동북아역사재단 초대 이사장

    [시론] 전후세대 일본인의 국가 인식과 한·일관계/김용덕 서울대 명예교수·동북아역사재단 초대 이사장

    1995년 일본 도쿄에서 ‘해방 50년, 패전 50년: 화해와 미래를 위하여’를 주제로 일본과 한국의 지식인들이 학술회의를 하던 때 일이다. 회의장 밖에서는 극우파들의 시위가 있었지만 회의장 안의 분위기는 한·일 관계의 앞날에 대해 희망적이고 건설적이었다. 당시 청중 가운데 한 사람이 자기는 1945년 이후 출생자라고 하며 다음과 같이 물었다. “왜 한국은 일본에 대해 끊임없이 사죄를 요구하는가? 전후(戰後) 세대에게 전전(戰前)세대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 아닌가?” 나는 답했다. “사죄란 말로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사죄에 따른 합당한 행동이 따라야 진정한 사죄다. 과연 일본은 한국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들을 사죄 후에 하고 있다고 보는가. 그리고 전후 출생한 일본인은 일본국(日本國)이라는 역사적 실체의 연속선상에 있는 일본 국민이 아닌가.” 2013년 말 통계로만 봐도 전후 태어난 일본 국민은 전체 인구의 80.5%인 1억명을 넘는다. 이들 중 상당한 숫자가 질문자처럼 생각한다면 과거사에 대한 건전한 인식과 앞으로의 진정한 한·일 관계 수립은 힘들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리기 어렵다. 단순하고 피상적인 형식 논리나 증거로는 역사의 진실과 깊은 의미를 인식할 수 없다. 한 국가는 시대가 변한다고 그 역사적 연속성이 단절될 수는 없다. 역사적 실체로서의 국가는 그 국가가 안고 있는 모든 역사의 집합체다. 특정한 시점에 태어난 존재라고 해도 연속적인 역사적 실체의 한 부분인 만큼 자기가 속한 국가의 역사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독일은 1945년을 경계로 정부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 나치의 만행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고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바로 독일이라는 역사적 실체로서의 국가에 대한 책임 때문이 아니겠는가. 나치의 전시 체제에서도 ‘성노동자’로 끌려온 여성들의 집단수용소가 있었다. 독일 정부는 라벤스브뤼크에 있는 수용소 등 여러 곳을 공개하고 학생들에게는 평화교육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기억 책임 미래(EVZ) 재단을 만들어 각국의 나치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 피해자를 위한 기념사업 등을 대규모로 벌이고 있다. 독일인의 올바른 국가 인식이 어두운 과거를 들춰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라 하겠다. 설령 쿠데타로 집권한 정권이라도 이전 정권이 했던 국제적 약속을 지키기로 선언해야만 국제적으로 그 정권의 정당성이 인정받는 법이다. 현재 일본은 고노, 무라야마 담화의 후속 조처에 무관심할 뿐 아니라 부분적으로 그 담화의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기미도 보인다. 이보다도 “이웃 아시아 국가와의 사이에서 발생한 근현대의 역사 사상(事象)을 다룰 때에는 국제 이해와 국제 협조라는 견지에서 필요한 배려를 해야 한다”고 스스로 명시한 1982년 이른바 근린제국조항(近隣諸國條項)은 어떠한가. 일본은 이 약속의 엄중함을 알고 있는지, 그렇지 않으면 무시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지만 국제적 약속을 지키는 정권이라야 국가의 신뢰를 불러올 수 있지 않겠는가. 불행한 과거를 딛고 건전한 미래를 구축하는 길은 진실의 규명과 확인 그리고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용서와 화해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신뢰와 행동을 담보로 한 굳은 의지를 서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일본의 정권과 국민의 국가 인식이 보편적 역사 의식을 바탕으로 할 때 가능할 것이다. 단순히 현재의 이해관계에 빠져 덮고 갈 일이 아니다. 물론 현실에서 닥친 문제는 그 나름대로 대처하고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한 과거사’를 ‘특수한 두 나라 간’의 문제로 보는 것은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감성적 대응이나 정치공학적 접근을 넘어 세계사적 보편성의 차원에서 제국주의 침략과 군 위안부 문제를 다뤄야 한다. 보편성의 논리를 세울 때 일본 국민뿐 아니라 국제적인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될 수 있다. 우리가 양국 간 역사 문제를 특수한 한·일 관계로 한정해 감성적으로 압박하려 할 때 일본인에게는 한국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 갈 수 있고, 건전한 국가 인식의 길을 넓히지 못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