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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문턱… 山寺에서 나를 찾다

    겨울문턱… 山寺에서 나를 찾다

    조지훈의 시 ‘승무(僧舞)’는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습니다. 국어시간에 꾸벅거렸건, 땡땡이를 쳤건 어지간한 이라면 띄엄띄엄이나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한 구절 정도씩은 읊조릴 수 있죠. 국민시에 가깝습니다. 밑줄 그어가며 ‘속세의 번뇌, 종교적 승화’ 등을 적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느낌이 있었던 것 같네요. 그것은 바로 가슴 한편에 뭔가 기구한 사연을 품고 있음직한 느낌의 비구니에 대한 첫 심상이었습니다. 겨울이 오는 초입, 비구니 스님들을 만났습니다. 비구니 수행 도량인 경상북도 문경시 사불산 중턱에 있는 윤필암(閏筆庵)입니다. 허리춤 꼬깃꼬깃한 돈으로 손자에게 과자 사주는 외할머니처럼 푸근한 느낌의 암주(庵主) 은우 스님부터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어여쁜 누이 같은 자성 스님까지 여섯 분이 모여 공부하며 생활하는 곳입니다. 다음달 1일(음력 10월15일)부터 시작될 동안거(冬安居) 준비에 여념이 없으시더군요. 겨우내 땔 장작도 마련해야 하고, 매 끼니 공양할 메주도 떠놓아야 합니다. 연잎, 감자 등으로 만든 전통 사찰식 부각과 유과 등 주전부리도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죠. 비구니 스님들 서른 명 남짓 모여 석 달을 지내야 하니 준비할 게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수수 찬바람은 산사의 겨울나기 준비를 더욱 부추기네요. 인생도 이처럼 예측 가능해 미리미리 준비할 수 있으면 오죽 좋을까요. 힘들어도 웃으며 견딜 수 있을텐데 말이죠. 올 겨울 산중 암자 문 두드려 스님들의 마음 공부 요령을 한 번 배워가도 좋겠습니다. 아무쪼록 북방삭풍 몰아치는 날 괘념치 않도록 두둑하게 인생 겨울나기 준비하시기 바랄게요. ●겹겹이 펼쳐진 산세 가슴까지 후련 나그네는 길 자체의 아름다움에 혹하기 십상이다. 허나 진짜 아름다운 것은 길 너머에 있다. 감동을 아껴둬야 만날 수 있다. 바로 1인 수행도량인 묘적암과 윤필암, 그리고 거기까지 오르는 길이다. 윤필암은 본 사찰인 대승사와 묘적암의 갈림길 즈음에 있다. 왼쪽으로 가면 묘적암, 오른쪽으로 가면 대승사가 나오는 곳이다. 차를 갖고 왔다면 윤필암 아래쪽에 세우고 호젓한 산길의 정취를 느껴볼 만하다. 1㎞ 남짓 넘어가니 다리야 약간 퍽퍽하겠지만 쭉쭉 뻗어올라간 삼나무며, 상수리나무 등을 보노라면 눈이 맨 먼저 시원해진다. 인적 드문 호젓한 길 여기저기서 다람쥐들과 연신 맞닥뜨리게 된다. 사람을 무심히 쳐다보는 모양이 속계와 불계를 오가는 존재인양 영물스럽기까지 하다. 진짜 아름다운 풍광은 적멸 스님이 홀로 수행하고 있는 묘적암 앞에 펼쳐져 있다. 멀리 사불산의 사면석불이 내다보이고 겹겹이 펼쳐진 산세가 가슴 속에 시원함을 안긴다. 비라도 올라치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안개는 신비로움까지 더해준다. 적멸 스님은 “며칠 동안 사람 구경 못할 때도 많아 먼 발치에서 등산객만 보여도 반갑다.”고 했다. 낯선 이라도 불쑥 차 한 잔과 한 말씀 청하면 기꺼워하시겠다. 묘적암을 내려오다 보니 길 초입에 우체통이 하나 있다. 사불산 깊은 곳에 자리잡아 우체부 오토바이가 오르기 힘겨워하는 탓에 마련해둔 것이다. 넉넉한 마음씀씀이에 흐뭇해진다. 묘적암, 윤필암을 다녀온 발걸음은 전통의 향기 넘쳐나는 곳으로 향한다. 관광지가 아니어서 발길은 뜸하지만 문경에는 또다른 매력이 숨겨져 있다. 도예 무형문화재 32호 천한봉 선생의 문경요는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훨씬 유명하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 홍보대사인 영화배우 배용준이 쓴 책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에 등장한 뒤 일본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배용준은 이곳에서 5일간 머물며 도자기를 굽고 도자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굳이 배용준이 아니더라도 천 선생의 작품은 찻사발 하나가 1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에서만 연 2억원 넘게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엔 일왕이 사절을 파견해 훈장을 줬을 정도. 여기에 방짜유기 중요무형문화재 77호 이봉주 선생 역시 장인의 기품을 보여주고 있다. 안산에 있던 공방을 옮기기 위해 산좋고 물맑은 곳 찾아 헤매다 2004년 문경으로 접어들었다. 주물로 만드는 안성유기와 달리 방짜유기는 망치로 두드려 만드는 것이다. 현대식 공장은 물론, 전통 방식 유기 대장간을 구경할 수 있다. ●경북의 또 다른 맛은 낙동강 줄기에 뱃사공의 뱃길은 사라진 지 오래다. 새로 놓인 다리는 튼튼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때 그 뱃사공들의 갈증과 허기, 하루의 고단함을 풀어주곤 했던 그 강변의 주막만큼은 그대로 남아 있다.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 등이 만나는 곳이라 이름 붙여진 경북 예천군 풍양면의 삼강(三江) 주막이다. 1900년 무렵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명실상부한 조선시대 마지막 주막이다. 여기저기 떠도는 장돌뱅이들, 찌그덕거리며 노젓는 뱃사공들이 컬컬한 막걸리 맛을 못잊어 삼강주막을 찾았다. 주막 안팎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다. 까막눈의 주모는 술상 내주던 부엌 흙벽에다 빗금을 긋는 식으로 외상장부를 남겼다. 마지막 주모였던 유옥련 할머니는 2005년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고, 뱃사공들도 이제는 없지만 텁텁한 술트림이 여기저기 맴돌고 있는 듯하다. 주막 뒤편엔 450년 된 홰나무가 우람한 몸집을 자랑하며 서 있고, 싸릿대 얼기설기 빙 둘러쳐진 ‘통시(뒷간)’가 옛 주막의 운치를 더한다. 손두부와 도토리묵은 각 2000원, 배추 지짐이는 3000원, 동동주는 한 주전자에 5000원이다. 한 상을 시키면 에누리 없는 1만 2000원이다. 게다가 술상 내오는 것도, 내가는 것도 모두 ‘셀프’다. 주막 운영을 마을부녀회가 맡고 있다. ●여행 Tip ▲먹을 거리 문경은 약돌돼지석쇠구이가 유명하다. 약돌(거정석)을 사료에 섞어 먹인 돼지에 고추장 양념을 발라 연탄불에 구웠다. 비계는 쫀득쫀득하고 살코기는 야들야들하다. 문경새재 가는 길 어귀에 약돌돼지를 파는 식당이 많이 있다. ‘탄광촌(054-572-0154)’과 ‘새재할매집(054-571-5600)’이 유명하다. 밑반찬도 맛있다. 예천에서는 용궁시장 순대국밥을 꼭 먹어보자. ‘1박2일’에 등장하며 유명해진 박달식당도 좋지만, 식사 때 1시간 남짓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차라리 입소문으로 이름이 알려진 단골식당(054-653-6126)을 찾으면 기다리는 수고로움 없이 3500원짜리 순대국밥 한 그릇으로 행복한 포만감을 누릴 수 있다. 글·사진 문경·예천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14일 TV 하이라이트]

    ●산너머 남촌에는(KBS1 오후 7시30분) 결혼여부와 관계없는 내고향 사과 미인대회가 열린다. 유미와 하이엔, 정미와 은자까지 사과 미인대회에 나가기로 결심한다. 유미는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가 길선과 명희에게 야단을 듣고, 하이엔은 사과만 먹다가 배탈이 난다. 은자는 천연팩을 잘못 써서 얼굴에 열꽃이 피고, 정미는 빈혈로 쓰러지는데…. ●소비자 고발(KBS2 오후 11시15분) ‘똑같이 불법주차되어 있어도 국산차만 견인한다.’, ‘차량보관소 가까운 지역만 피하면 된다.’ 운전자들 사이에 떠도는 불법주차견인 문제를 둘러싼 무성한 소문들. 불법주차견인의 차종 가리기. 우연일까, 사실일까? 본래의 목적은 사라진 채, 실적 부풀리기에 이용되고 있는 불법주차견인의 실태를 고발한다. ●맨땅에 헤딩(MBC 오후 9시55분) 연이는 사랑한다는 감정을 봉군에게 표현한다. 당혹스러워하는 봉군에게 연이는 생각하고 또 생각한 후에 대답해 달라고 말하며 돌아선다. 축구 경기가 시작되고 이 감독은 봉군을 교체투입한다. 골을 향한 집념을 불태우며 그라운드에 들어간 봉군은 멋진 경기력으로 골을 집어넣는다. ●뉴스추적(SBS 오후 11시20분)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선 아동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접한 국민들은 성범죄자 신상공개, 전자발찌 무기한 착용 추진 등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사건의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동 성범죄의 실태와 대안을 집중 보도한다. ●한국기행(EBS 오후 9시30분) 매일같이 욕지주변 작은 섬들을 돌아다니며 소식을 전하는 배달부 아주머니. 육지에서 오는 반가운 우편물은 물론이거니와 섬에 손, 발이 묶인 사람들의 심부름까지 도맡아 하는 우체부의 정겨운 일과를 동반한다. 우체부를 따라온 통영 욕지의 덕동마을. 이곳은 지금 고구마 수확이 한창이다. ●YTN 초대석(YTN 낮 12시35분) 농림수산식품부와 중소기업중앙회는 농식품산업 및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의 공동발전을 위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장태평 장관을 초대해 유럽연합(EU)과의 FTA 등 시장개방에 대응한 우리 농어업의 갈 길과 미국산 쇠고기 사태 이후 식품안전에 대한 대책을 들어본다.
  • ‘집배원’의 새로운 이름 지어주세요

    ‘집배원’의 새로운 이름을 찾는다.  우정사업본부는 1905년부터 사용하고 있는 ‘집배원’ 명칭을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에 걸맞게 참신한 이름으로 바꾸기로 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새로운 명칭을 공모한다고 20일 밝혔다.  집배원의 명칭은 1884년 우리나라에 근대우편제도가 도입되면서 체전부(遞傳夫), 분전원(分傳員), 우체군(郵遞軍) 등으로 사용되던 것을 1905년 을사조약 체결로 일본에 의해 통신주권이 박탈되면서 사용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민간에서는 우체부(郵遞夫), 배달부(配達夫), 체부(遞夫) 등으로 부르기도 했으며, 지금도 일부 쓰여지고 있으나 현재 정확한 명칭은 ‘집배원’이다.  그동안 집배원의 명칭에 대한 논란이 있어왔고, 집배원들도 ‘집배원’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자긍심과 보람을 갖지 못해 새롭고 친근감 있는 명칭을 바뀌기를 기대해 왔다. 이전에도 국민과 직원을 대상으로 3차례(99·2005·2009년)에 걸쳐 명칭 공모를 했으나, 적합한 명칭이 공모되지 않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남궁 민 본부장은 “집배원들이 직업에 대한 소명감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명칭으로 바뀌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새로운 집배원 명칭은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의 사랑의 메신저라는 시대적 감각이 함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응모 기간은 21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한 달 간이며,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우편 또는 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www.koreapost.go.kr), 인터넷우체국(www.epost.kr)을 통해 응모할 수 있다. 응모서 양식에 맞춰 명칭과 명칭의미를 작성하면 된다.  최우수후보작 1명에게는 상패와 상금(100만원)이 주어지며, 우수작 4명에게도 상금(50만원)이 주어진다. 최우수후보작은 집배원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한 뒤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최종 확정된다. 입상작은 11월 18일 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에 발표되며, 개별통지도 이뤄진다. [참고자료]  <집배원 명칭 변천사>  ◈1884 구한국 시대 : 체전부(遞傳夫), 분전원(分傳員), 우체군(郵遞軍)  ◈1905 을사보호조약 이후 현재 : 집배원(集配員)   ※구한국 시대의 명칭도 혼용되면서 민간에서는 우체부(郵遞夫),배달부(配達夫), 체부(遞夫) 등도 함께 쓰여옴.  <집배원 이미지와 활동>  ◈도시와 농촌, 전국 어디에서나 독거노인·소년소녀가장돕기·장애인 목욕시키기 등 소외된 계층에 대한 봉사와 화재진압, 인명구조, 태안 앞바다 기름제거, 농촌일손돕기, 컴퓨터 등 IT 기기 수리, 노인 심부름하기 등 365봉사대 활동.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마법의 세계 ‘해리 포터 파크’ 내년 개장

    전 세계에서 흥행한 영화 ‘해리 포터’가 놀이동산을 겸비한 테마파크로 재현된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미국 플로리다의 유니버설 올랜도 리조트는 ‘지구상에서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테마파크인 ‘해리포터의 마법계’(Wizarding World of Harry Potter)를 곧 개장할 것이라고 밝히고 상상도를 공개했다. 이 테마파크는 영화 속 주 배경인 ‘호그와트 성’ 뿐 아니라 어른들이 즐기기에 충분한 롤러코스터 등을 메인으로 건설 중이다. 높이 700피트의 이 롤러코스터는 ‘해리 포터와 숨겨진 여정’(Harry Potter and the Forbidden Journey)이라 부르며,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최신 놀이기구다. 특히 작가 J.K.롤링이 이 롤러코스터와 테마파크의 이름을 직접 지은 것으로 알려져 더욱 눈길을 모았다. 포터와 친구들의 편지를 전달하는 ‘올빼미 우체부’도 재현된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직접 쓴 편지를 올빼미에게 전달하면, 이를 배달해주는 이벤트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또 마법도구를 판매하는 가게도 들어선다. 여기서는 해리 포터와 친구들이 즐기는 스포츠인 ‘퀴디치’ 도구 및 마법지팡이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이밖에도 영화 속에서 버터를 넣은 따뜻한 맥주를 파는 ‘스리 브룸스틱스(The Three Broomsticks)도 현실이 될 예정이다. 촬영 현장이 아닌 실제 ‘해리 포터 세상’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한 주인공 다니엘 래드클리프와 루퍼트 그린트도 기쁨의 소감을 전했다. 래드클리프는 “어렸을 때부터 ‘해리 포터’에 출연했다. 그 때부터 줄곧 영화 속 세상이 실제가 되길 꿈꿨다.”면서 “(이곳은)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타임즈 온라인판이 전했다. 루퍼트도 “마치 영화 속 세상을 실제로 걷는 경험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한편 이 테마 파크는 저자인 J.K.롤링의 후원으로 세워진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처음 출간한 1997년부터 현재까지 4억 9900만 파운드를 벌어들인 그녀는 현재 2010년과 2011년에 개봉할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두 편을 기다리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큰 인기를 끈 영화 ‘해리 포터’의 테마파크는 2010년 봄에 개장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우리 동네 이야기] 다 같이 돌자 차 동네 한 바퀴!

    [우리 동네 이야기] 다 같이 돌자 차 동네 한 바퀴!

    산 사이 작은 들과 작은 강과 마을이 겨울 달빛 속에 그만그만하게 가만히 있는 곳 사람들이 그렇게 거기 오래오래 논과 밭과 함께 가난하게 삽니다. 김용택, <섬진강> 중에서 지리산 뭉툭한 산허리를 휘감고 도는 섬진강, 씽씽 달리는 승용차보다 털털거리는 경운기 소리가 더 어울리는 고샅길, 숨 한 번 고르고 잠시 쉬었다 가는 깔끄막, 그 언저리에 차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을이 있다. 문득 흘러들어온 이방인에게도 따뜻한 차 한 잔 우려 건네는 마음 좋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집집마다 건네는 흔한 차 대접의 호사를 모두 누리려면 미리 배를 든든히 채워 두고 갈 일이다. 하동군 화개면 용강리, 화개장터에서 마을버스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신작로를 기준으로 차 시배지와 쌍계사, 용강마을이 서로 마주하고 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는 신라 흥덕왕 3년, 당시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대렴이 차나무 종자를 가져와 쌍계사 주변에 처음 차를 심은 차 시배지로 기록되어 있다. 이렇게 시작된 자생차밭은 화개 지역에만 350ha에 이르니 면적만으로 따지면 전남 보성보다 넓다. 지천이 차밭이고, 차밭이 지천인 이곳은 명실상부 차 동네이다. 용강리를 가득 메운 다향삼매에 빠져 길을 걷다보니 어느덧 하루해가 뉘엿뉘엿 저문다. 지리산이 품은 사람들 용강에서의 아침은 등산으로 시작됐다. 아침 산행에 동행한 이는 남난희(52) 씨다. 한때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성 산악인으로 명성을 날리며 산을 오르던 그녀는, 지금은 아들과 함께 지리산 화개골에서 차와 된장을 만들며 소박하고 여유롭게 살고 있다. 알피니스트로서의 산이 도전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의 산은 자신의 품 안에 생활의 터전을 내준 삶의 공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을 버리니 산을 얻었다”는 그녀의 말은 오랜 여운을 남긴다. 산행은 불일평전을 거쳐 불일암과 불일폭포로 이어졌다. 자생차의 고장답게 등산로 주위로 키 작은 차들이 자라고 있다.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지 않은 말 그대로 자생차는 가지를 치지 않아 새순은 얼마 되지 않고 묵은 잎만 커다랗게 잘 자란다고 한다. 불일암에서 108배를 마친 우리는 내려오는 길에 불일산장에 들러 잠시 몸을 쉬었다. 가파른 산비탈에 자리 잡은 불일평전(平田; 높은 곳에 있는 평평한 땅)에는 작은 산장과 함께 돌탑 무더기와 차밭이 조성되어 있다. 이곳의 차밭은 30여 년 전 산장을 지은 故 변규하 선생이 조성한 것이다. 지리산의 정기를 머금은 차나무는 군침이 돌기에 충분했다. 남난희 씨는 이곳 차밭에 새순이 올라오면 산을 오르내리는 것도 잊고 하루 종일 찻잎을 따기도 한다. “산의 정기를 받아 자라서인지, 이곳의 차는 서툰 제 솜씨에도 특별한 향과 맛이 다관 안에서 피어납니다.” 남난희 씨의 말이다. 좋은 차밭이 있는 곳에 향기로운 차 한 잔이 빠질 수 있을까. 산장 안에 마련된 작은 다실 겸 서재는 이곳을 찾는 사람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쉼의 공간이다. 맑은 공기와 함께 향긋한 차 한 잔이라니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차와 더불어 사는 사람들 좁은 계단식 차밭과 차밭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앉아 있는 집이 사람 사는 동네임을 짐작케 할 뿐, 움직임도 소리도 없다. 산행으로 노곤해진 몸을 잠시 쉴 겸 남난희 씨의 집에서 자연 밥상으로 요기를 하고 그녀가 덖은 차를 맛볼 수 있었다. “처음 차를 덖을 때는 만드는 방법을 몰라 맨땅에 가마솥을 걸고 차를 덖기 시작했어요. 땅에 걸어두었으니 엉거주춤한 자세로 차를 덖었죠. 이마며 등이며 온통 땀이 범벅이고, 뿌연 먼지는 올라오고, 솥은 얇아서 차는 타고 딱 죽을 맛이더라고요. 이놈의 차는 누가 이렇게 만들기 시작했는지 부아가 나기도 했어요. 그래서 솥 밑에 진흙을 덧대기도 하고…, 정말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갖은 고생 끝에 만들어진 차는 제대로 덖이지 않아도 뿌듯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처음 성취했을 때의 뿌듯함, 그것은 차의 질과는 상관없었다. ‘부르릉’ 정적을 깨고 빨간 헬멧을 쓴 우체부 아저씨가 들어온다. 자연스레 찻자리는 세 명이 함께한다. 화개면 토박이인 장영철(44) 씨는 생업인 우편집배원 일 말고 차도 만들고 있다. 자신이 마실거리를 자급자족하는 정도라지만 어릴 적부터 차와 함께 살아온 그에게는 차사랑이 자연스레 묻어난다. 장영철 씨로부터 어릴 적부터 보아온, 지금 그가 만들고 있는 발효차 제다법을 듣는다. “발효차는 세작이 아닌 중작을 이용, 솥에 덖지 않고 찻잎을 햇볕에 말리는 시들리기를 먼저 합니다. 햇볕이 많이 드는 오전 11시경부터 오후 1시경에 말리는데 이때 제대로 시들리지 않으면 찻잎이 청동구리빛(붉은색)이 아닌 뿌옇게 변합니다. 시들리기가 끝나면 바로 멍석에 놓고 비비는데 이때 덖음차보다 더 많이 비비고 털고 말리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이때도 시간에 따라 찻잎의 색이 변하는데 차를 우릴 때 맑은 탕색을 얻기 위해서는 손을 바지런히 움직이고, 차를 털어 말릴 때 찻잎이 포개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모든 과정이 끝나면 자루에 넣어 흙방에 2~3년 동안 숙성시킵니다.” 계곡 바닥 돌 위에 쌓인 가랑잎을 건져 물에 달여 마시기도 했다는 그의 차사랑은 참말 유별나다. 하지만 장영철 씨와 남난희 씨는 자신이 만드는 차의 제다법을 이야기하면서도 조심스럽다. 자칫 자신이 만드는 차가 최고의 차라고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차 동네 사람답게 서로가 서로의 차를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투기식으로 이루어지는 차 농사에는 걱정의 말을 더한다. “사람들의 차 관심이 높아지고, 곳곳의 논밭이 차밭으로 바뀌고 있어요. 이곳뿐 아니라 지역 특산물이 성행하고 있는 곳은 모두 마찬가지일 겁니다. 돈이 되는 농사만 선택하게 되니 걱정이에요.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남난희 씨의 말이다. 장영철 씨는 제대로 된 발효차가 아닌 편법을 이용, 발효차를 만드는 일부 사람들에게 쓴 소리도 한다. “발효차를 만드는 사람들 중 일부는 비닐에 넣어 차를 발효시킨다고 합니다. 그건 발효가 아닌 띄우는 겁니다. 이런 차는 먹었을 때 매스꺼움을 느낍니다. 일부 비양심적인 사람들의 행동이 대다수의 차농들과 우리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남난희 씨의 집을 나와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조용한 마을 분위기와는 달리 회관 안에는 삼삼오오 모인 노인들로 북적인다. 점에 10원 하는 화투놀이가 한창이다. 마을회관은 심심풀이 화투놀이와 함께 주전부리와 담소가 있는 곳이다. 문득 들이닥친 기자는 어느새 점 10원 화투판을 벌이는 마을 어른들을 잡으러 온 경찰이 되었다. 모두 징역 갈지 모른다는 농으로 화답하자 이내 데면데면함은 어데 가고 찐 밤과 떡이 상에 오른다. 노인들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이곳에 지금처럼 차 농사가 시작된 것은 20~30여 년 전이라고 한다. 그 전에는 모두 야생의 차나무에서 아무렇게나 훑은 찻잎을 고뿔에 걸렸을 때 마시거나 피부병이 났을 때 몸에 바르는 약으로 여겼다. “그 전에는 이만큼 잭살나무(차나무)가 번성할 줄 몰랐제. 산에 드문드문 있는 게 전부였당게. 어릴 적부터 잭살나무 가지를 손가락 사이에 넣고 쭉쭉 훑어다 똘배(돌배)랑 같이 가마솥에 푹푹 끓여서 마시곤 했제. 시한(겨울)에 고뿔에 걸려도 그것만 마시면 뚝 떨어졌당게.” 이동문 할아버지의 말이다. 박상감 할머니는 “잭살나무 열매를 따 돌절구에 찧고, 그것을 가마솥에 쪄서 기름을 짜 머릿기름이나 지짐이를 부치는 데도 사용했지. 그뿐인감. 옛날에 약이 어딨당가, 헌데나 몸이 간지러울 때도 잭살나무 잎을 삶아서 그 물을 바르면 간지럼증도 낳고 피부병도 낳았지”라고 떠올린다. 주전부리를 먹으며 마을 어른들과 즐거운 대화가 오가던 중 따뜻한 차가 나온다. 발효차다. 생각해 보니 이곳에 와서 마신 차가 모두 발효차이다. 겨울에는 발효차가 제일이라고들 말하지만 그 이유가 궁금하다. “처음 난 잎하고 세작, 중작 대부분 죄다 내다 팔아. 그러다 보니 내가 먹을 건 태반 뻣센 잎이라 발효차를 많이 만들어. 뻣센 잎은 발효차가 더 맛나당게. 뭐 나 먹을 거로 녹차도 조금 만드는디, 그래도 아무 때나 먹을라면 발효차가 제일이지. 세작·중작은 비싼게 팔아야 하고. 근디 요새는 하도 차농사를 많이 하다 보니께 값이 많이 떨어졌당게. 우전의 경우 온종일 두 명이 따야 1kg을 따는디, 그전에는 그것이 6~7만 원이었는디, 지금은 5만 원 조금 더 돼. 그러니 어디 품삯 무서워서 놉(인부)을 부리것능가. 그나마 돈을 조금 만지는 것이 세작·중작인디, 그것도 힘들어. 놉이 있어야 말이제. 다 같은 시기에 차를 따니 서울에서도 불러오고 진주에서도 불러오고. 그래서 차 딸 때는 송장도 일어나서 차를 따야 한다는 말도 있당게.” 이귀례 할머니의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사는 공간, 자신의 품을 기꺼이 내준 자연. 자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자연의 것을 얻어 살고, 또 그곳에서 아픔을 다독이고, 잠시 빌린 것이기에 다시 돌려주는 것이 당연한 삶이라고 받아들인다. 그 동네에 차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 글 임종관 ·사진 월간 《다도》 찾아가는 방법 승용차 호남고속도로 전주 나들목 ⇒ 88고속도로 ⇒ 지리산 나들목 ⇒ 구례 ⇒ 화개 ⇒ 용강리(쌍계사)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장수 나들목 ⇒ 88고속도로 ⇒ 지리산 나들목 ⇒ 구례 ⇒ 화개 ⇒ 용강리(쌍계사) 대중교통 서울 남부터미널, 부산 사상시외버스터미널, 광주 유스퀘어(구 광천터미널), 서울 용산역 관광안내 전화 055-880-2114
  • 식상한 어린이날 공연? 안 봤으면 말을 하지마!

    식상한 어린이날 공연? 안 봤으면 말을 하지마!

    놀이공원에 가자니 붐빌 것이 뻔하고,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다. 아이들이 있는 부모라면 마냥 편히 쉴 수만은 없는 날이 어린이날이다. 어딜 가야 하나 고민된다면 공연 일정을 한번 들춰보자. 5월5일 어린이날을 전후해 재미있고 교육적인 데다 저렴하기까지 한 ‘착한 공연’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특별한 날, 특별한 공연 국립국악원은 어린이 음악극 ‘오늘이’를 새달 2~5일 서울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올린다. 제주의 무속신화 ‘원천강 본풀이’ 이야기와 우리 음악과 연극·춤을 접목시킨 전통음악극으로, 8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페스티벌’ 공식초청작이기도 하다. 매일 오후 1·4시, 하루 두 차례 공연하며, 4일 오후 4시 공연은 소외계층 아동을 초청한다. 36개월 이상 어린이부터 관람할 수 있다. (02)580-3395. 세종문화회관은 뮤지컬 ‘소나기’를 어린이날 특별공연으로 꾸몄다. 5일과 8일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소나기’를 관람하면 30% 할인 혜택과 함께 추첨을 통해 20명을 선정해 3t의 소나기가 쏟아지는 무대 뒤(백스테이지)를 견학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어린이날 당일에는 세종문화회관 마당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과 경찰악대, 전남어린이국악단의 공연이 이어진다. (02)399-1772. 구로아트밸리는 2~5일 프랑스의 아동미술교육 전문가 밀라 보탕의 원작으로 만든 EBS의 인기 애니메이션 ‘빠삐에 친구, 잃어버린 글씨’를 예술극장 무대에 올린다. 애니메이션과 그림자극, 마리오네트가 만난 독특한 형식의 연극이다. 공연 관람 후에는 가족이 함께 종이를 이용해 다양한 모양을 만드는 체험교육장도 열 계획. 2일에는 밀라 보탕이 직접 강의한다. 강의 참가비는 어린이 5000원(동반 어른 1인 무료). (02)2029-1700~1. ●놀이공원으로 변신한 공연장 고양문화재단은 고양어울림누리에서 ‘높빛어린이세상’을 펼친다. 해외 공연단체들의 내한공연이 특히 눈에 띈다. 패치극단의 ‘신기한 우체부아저씨’(2~6일)는 바쁜 우체부에게 벌어진 특별한 일들을 마임과 마술로 표현하는 비언어극이다. 윈드밀극단이 꾸미는 ‘붐, 바!’는 공연장에서 소외되기 쉬운 24개월 이상 영유아들을 위한 공연이다. 일본의 가면극 ‘알라딘과 마법램프’(1~5일)도 올린다. 용기 없고 소극적인 알라딘이 모험을 하며 적극적인 어린이가 된다는 내용. 플라잉 기술로 펼치는 비행장면과 마법장면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 4~5일 야외광장에서는 인간장대공연 ‘필드’(4일 오후 4·6시), 유쾌한 광대 ‘붐헤드’의 저글링, ‘미스터 브라스’ 등 다양한 공연과 ‘파이프놀이터’, 세계 여러 나라의 민속의상들을 제작해보는 ‘높빛공작소’ 등 흥미롭고 아기자기한 체험 행사들을 진행한다. 1577-7766. 5일 하루 동안 성남아트센터는 ‘아트랜드’로 변신한다.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오전 11시와 오후 3시30분에 아티스트 김하준이 유연한 손동작으로 시선을 압도하는 샌드애니메니션을 선보인다. 앙상블시어터에서는 오후 1시30분과 4시30분에 마리오네트 줄인형 콘서트와 인형 만들기 체험행사를 갖는다. 공연은 각각 1만 5000원이고, 두 개 공연을 함께 구입하면 2만원이다. 아울러 춤의 광장, 오페라하우스 광장, 야외주차장 등지에서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페이스페인팅, 야외조각전, 풍선아트, 스낵코너 등이 마련돼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지루하지 않다. (031)783-8000. 이순녀 최여경기자 coral@seoul.co.kr
  • [SPECIAL 독자수필] 사이비 펜팔 사연

    [SPECIAL 독자수필] 사이비 펜팔 사연

    40년이 지난 일이지만 유독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던 대학 신입생 시절에 우연히 성인용 주간지인 《선데이 서울》을 뒤적이게 되었다. 그리고 호기심이 동해서 《선데이 서울》 안의 ‘펜팔 원함’이라는 지면에 나의 성별을 감추고 내 이름 ‘이선기’에서 ‘기’를 ‘희’로 바꿔 가명으로 엽서를 보냈다. 그리고 후에 일어날 황당한 반응을 상상해 볼 겨를도 없이 하숙집에는 엄청난 양의 편지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라면상자에 담아서 들고 들어오는 우체부 아저씨에게 미안스럽기만 했다. 한동안 나는 마구 날아오는 편지들을 읽어보는 요상한 재미에 빠져들었다. 수많은 편지들을 읽다가 어느 날 매우 인상적인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수를 놓은 듯 정성이 담긴 편지의 주인공은 상주가 고향이며 포천에 주둔한 부대에 근무하는 27세의 육군 상병이었다. 농촌에서 청년회장을 맡고 있다가 입대했다면서 도시처녀에 대한 동경과 고독에 몸부림치는 군인의 애절한 마음을 진솔하게 담은 편지였다. 나는 그의 편지를 읽으며, 같은 남성으로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고, 급기야 답장을 보내기 시작했다. 당시 대학 신입생, 장난기가 가시지 않은 나는 방송국의 인기 심야 프로인 ‘한밤의 음악편지’에서 가슴 설레는 언어들을 주워 모아서 사랑에 목마른 성숙한 여성이 되어 사랑의 편지를 쓰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그 군인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고, 날이 갈수록 편지 내용은 점차 청춘남녀의 뜨거운 열정으로 달아올랐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어느 날, 수습불가능한 일이 터지고 만 것이다. 거짓말처럼 편지의 주인공이 휴가를 받아 군복차림으로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선희 씨, 박 병장입니다.” 담장 너머로 흘러 들어오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혼비백산으로 정신이 없었으나 같은 방을 쓰는 학형에게 통사정해 무서운 오빠 행세를 하도록 부탁했다. 형이 나무라다가 나중에는 시골의 외갓집에 갔다고 설득을 해도 소용없었다. “마지막 휴가를 받아 집에도 안 가고 ‘선희 씨’를 만나러 왔다”며 세상에 없는 ‘선희’만을 찾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청춘시절의 장난치고는 너무도 큰 범죄(?)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그것도 치마만 두른 여성만 보아도 온몸이 동한다는 군인을 상대로 했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40년이 지난 지금에야 그분에게 정말 그때의 잘못을 고백하며 진심으로 용서를 빈다. 글 이선기 서울시 구로구 오류2동
  • [SPECIAL 편지]우체부 아저씨가 그립다

    [SPECIAL 편지]우체부 아저씨가 그립다

    여백만으로 꽉 찬 종이를 앞에 놓고 누군가를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그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정리해 한 자 한 자 써가는 편지에는 그 편지를 쓰는 사람의 향기와 정성과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휴대전화로 대화하고, 컴퓨터로 전송하는 이메일로 소통하는 시대에 웬 뜬금없는 편지 얘기냐고 의문을 갖는다면, 당신은 편리와 즉흥에 길들여진 문명인이 분명합니다. 인간적인 그리움을 모르고, 기다림의 미학을 잊어버리고 사는 사람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내가 누군가에게 마지막으로 편지를 쓴 게 언제였는지.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아본 건 또 언제였는지. 만화 작가 김동화님은 《빨간 자전거》에서 우리들의 기억으로부터 점차 멀어져 가고 있는 우편배달부와 편지에 대한 이야기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 줍니다. 이 만화의 작가 서문을 읽으면 가슴이 아립니다. 아련한 그리움이며 슬픔 같은 것이 마음 저 밑바닥에서 실연기처럼 피어오릅니다. 책의 서문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한 편의 시라 해야 옳을 겁니다. “어느 날 생각지도 않은 이로부터 엽서 한 장을 받았습니다. / 문득 생각나는 이름이라며 꽃잎 한 장 넣은 봉함엽서. / 하얀 봉투엔 미루나무를 스친 바람 냄새가 가득합니다. / 임하면 야화리로부터 온 편지입니다. // 《빨간 자전거》의 무대가 된 임화면 야화리는 지도엔 없는 마을입니다. / 풀 냄새 나는 사람들. / 밭두렁보다 깊은 주름에 들꽃 같은 눈빛을 가진 사람들. / 아궁이 앞에 앉아 밤새 군불을 때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 / 이렇게 그리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각보처럼 / 한 땀 한 땀 이어 그린 도화지 속의 마을. // 그 마을엔 아직도 빨간 자전거를 타고 편지를 배달하는 / 우편배달부의 휘파람 소리가 있습니다.” 밤새워 혼자 만화를 그리는 작가의 작업실은 자신의 집 1층에 있습니다. 쟁반만한 탁자 위에 커피 잔과 재떨이를 놓고 마주 앉아서, 한국만화가협회 회장이기도 한 작가의 편지에 대한 사랑과 삶에 대한 철학을 듣습니다. 우편배달부의 이야기 난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참 좋아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집 가까이에 우체국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체국에 가서 어떤 이에게 편지를 부치고 나올 때면 정말 행복해요. 내가 어렸던 시절의 우편배달부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 받고 존경 받는 직업이 아니었을까 해요. 외부로 소통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가 되어 주었던 존재잖아요. 창문을 통해 집 밖을 기웃거리며 우편배달부를 기다리는 일은 더없는 행복이었지요. 지금도 우편배달부를 만나면 무작정 반가워요. 편지가 아닌 납부고지서 같은 걸 받더라도 말이에요. 만화 《빨간 자전거》를 그리게 된 계기는 좀 특이했어요. 2002년에 프랑스 앙굴렘에서 열린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때였는데, 시간을 내어 파리에 있는 서점의 만화 코너를 둘러보던 중이었어요. 70대는 되어 보이는 노인 부부가 만화 코너를 돌며 만화책들을 뽑아내어 바구니에 담는 거예요. 프랑스에선 노인들도 만화를 보는구나! 감탄하면서 퍼뜩 든 생각이, 우리나라의 어른들이 만화를 안 보는 이유는 어른용 만화가 없기 때문이라는 거였어요. 어른용 만화를 그려보자는 각오를 했지요.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구상해 낸 게 《빨간 자전거》였어요. 부모와 자식, 그리고 고향을 주제로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이런 요소들을 우편배달부를 통해 그리움의 끈으로 이어주며 소통하게 하려 했지요. 그리고 어른들이 보아야 할 만화니까 발표 지면은 신문이어야 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이 만화를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이유에요. 처음 연재를 시작했을 때 신문사 사람이 6개월만 연재할 수 있으면 성공이라 했는데, 3년을 넘겼으니 독자들의 반응이 어땠겠어요? 격려 편지와 전화를 많이도 받았지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께 받은 편지만 해도 700여 통에 이르렀어요. 이런 경험을 통해서 어른들이 만화를 안 본 이유가 볼 만화가 없어서 못 봤다는 나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게 됐죠. 편지라는 게 그렇잖아요? 메일로 쓰면 메일로 답장을 받는 거고, 편지로 쓰면 편지로 받게 되는 거죠. 그림 편지를 보내면 그림 편지로 답장을 받고. 편지는 전화나 메일하고는 차원이 완전히 다른 소통수단이에요. 편지 쓸 종이를 고르는 일부터 필기구를 선택하는 거, 그리고 글씨와 내용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게 자신만의 것인 게 바로 편지가 아닌가요? 이런 편지를 보내고 난 다음에 답장을 기다리는 그 맛은 또 얼마나 기막힙니까? 이 기다림을 그리움이라 바꿔 불러도 무방하겠네요. 아무튼 속도만을 중요시하는 문명의 시대가 이런 인간적인 면모를 아울러 갖추고 나갔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어요. 좀 다른 얘기가 되겠는데, 편지 말고도 하루에도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순간들은 우리에게 무수히 많아요. 내 집에서도 그런 감동을 많이 느끼며 살지요. 집이 거대도시 한가운데 있지만 봄이 되면 어디선가 나비들이 좁은 뜨락을 찾아오는 겁니다. 작년 봄에는 큰 목단나무 아래에서 1미터가 넘는 제비꽃 줄기가 나와 그 끝에 꽃을 매달고 있는 걸 발견하고는 아, 생명이라는 게 이런 거로구나! 충격을 받았었어요. 제비꽃이라는 게 본래는 한 뼘도 채 안 되는 앉은뱅이잖아요? 그런데 그게 어떤 연고로 목단나무 그늘 아래서 싹을 틔우다 보니 햇빛을 찾아 그렇게 목이 길어지게 된 거에요. 난 우리의 삶에서 순간순간 느끼는 감동을 찾아내어 이걸 소재로 따듯하고 아름다운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은 가제가 《소년과 병사》이고 프랑스에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만화 시장이 열악한 상태인데, 나는 극복 과제를 세 가지로 보고 있어요. 그 하나가 만화의 고급화입니다. 최고급의 종이를 쓰고, 인쇄와 장정도 고급화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한 번 보고 버리는 책이 아니라, 서가에 꽂아두고 몇 번이고 볼 수 있는 책으로 만들어야죠. 물론 더 중요한 건 내용도 그에 걸맞게 높은 수준이 되어야 하는 거겠죠. 그리고 또 하나가 독자의 다변화입니다. 어른들이 안 보니까 아이들마저도 못 보게 하는 거 아니겠어요? 이게 내가 어른 만화를 그리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만. 우선 국내 시장이 확대되어야지요. 그런 연후에 한국 만화의 세계화가 이루어져야죠. 궁극적 과제인 셈인데, 미약하지만 한국 만화를 세계에 알리려는 노력을 해온 걸 과분하게 인정받아 작년 12월 22일에 국무총리 상을 받았어요. 격려와 채찍이죠. 우편배달부 이야기인 《빨간 자전거》도 2003년부터 프랑스에서 출간되기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의 반응입니다. 용기를 갖게 해준 작품이라서 애착도 가고 고마워하고 있어요. 우체국과 서점은 예나 지금이나 내게 변함없이 소중한 공간입니다. 우체국은 그리운 이들에게 편지를 써서 부칠 수가 있어서 그렇고, 서점은 나를 반성하고 지난 삶을 돌아보게 해주는 책들이 있어서 그렇지요. 난 편지를 쓰고 만화 그리는 일을 할 수가 있어서 행복하고, 그런 것에 행복해 하는 나를 사랑하며 삽니다. 에필로그 네 권에다 일일이 서명해 건네주신 한국판 《빨간 자전거》를 받아 가방에 넣어 메고서 작가의 작업실을 나섭니다. 자신만의 펜으로 수없이 쓰고 또 고쳤을 작가의 편지가 가득 들어 있는 가방이 너무 무겁습니다. 대문 앞까지 나와 환하게 웃으며 작별 인사를 건네는 작가에게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에서 오는 따스한 긍정의 힘이 넘치는 듯합니다. 바로 이게 작가의 유일한 자산이자 궁극의 힘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생각하니, 작가는 부자이기도 합니다. 작업실 장식장들에 몇 백 대의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비록 모형이지만 부자는 물질이 아닌, 편지를 쓸 때와 같은 정성스런 마음이 만드는 거라는 걸 배웠으니. 이 글은 이러한 가르침을 주신 《빨간 자전거》의 작가에게 쓰는 감사의 편지에 다름 아닙니다.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빨간 자전거》 1권을 꺼내 읽습니다. “소리 없이 피어나 이 땅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들꽃처럼 고향 이야기는 우리를 아름답게 물들입니다.” “‘수취인 불명’ 이게 바로 더 이상 답장을 기다리지 말라는 뜻이지 뭔가…. 내게 편지 보내줄 마지막 친구였는데…. 죽었으니까 편지 받을 사람이 없었던 거겠지. 이젠 앞으로 내게 편지 보낼 사람은 없겠군. 나도 더 이상 편지 기다릴 일 없을 테고….” “언젠가부터 텅 빈 우체통. 빈 우체통을 열 때마다 우편배달부의 가슴 속엔 찬바람이 불어옵니다.” “열차 기관사는 몸을 실어 나르고, 우편배달부는 마음을 실어 나르고…” 작가의 말들이 가슴에 정거장 하나씩을 만들며 덜컹덜컹 지나갑니다. 자, 어떤가요? 당신도 오늘 그리운 누군가에게 한 장의 편지를 쓰지 않겠어요? 그리고 빨간 자전거를 타고 답장을 전해 줄 우편배달부를 한 사나흘 마음 설레며 기다려 보지 않겠어요? 글 최준 기획위원
  • [Seoul In]

    ■제설대책본부 넉달간 운영 성북구(구청장 서찬교) 겨울철 신속한 제설작업으로 시민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15일부터 내년 3월15일까지 제설대책본부를 운영한다. 미아리고개, 북악스카이웨이 등 17곳의 취약 지점에 장비를 집중 투입하고‘내 집 앞, 내 점포 앞 눈치우기’를 활성화한다. 또 건축물 관리자가 주변 인도와 골목길 등에 대한 제설작업을 조속히 시행할 수 있도록 홍보할 계획이다. 토목과 920-3988. ■악플 예방 위한 형사 모의재판 강서구(구청장 김재현) 성지중·고교는 1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선플 달기’ 캠페인과 악플 예방을 위한 형사 모의재판을 연다. 악성 댓글과 인터넷 괴담 유포 등 사이버 폭력을 없애기 위한 캠페인도 실시한다.1부는 악플예방 형사 모의재판이,2부는 청계천 광장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선플달기 캠페인을 한다. 성지중·고교 2657-6230. ■금연클리닉 우수기관에 뽑혀 양천구(구청장 추재엽) 서울시의 ‘2008년 금연클리닉 운영평가’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번 평가는 사업 운영과 운영 체계, 사업 성과, 관리 방법 등 총 4개 분야 26개 항목으로 진행됐다. 사업추진의 효율성과 적절성, 홍보 실적, 금연상담사 확보, 금연 성공률 등 26개 모든 평가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보건과 2620-3897. ■음식물쓰레기 배출 10% 감소 광진구(구청장 정송학) 소형 음식점의 음식물쓰레기 배출 방법을 개선해 연간 1억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구의동에 ‘전용 용기제’를 시범실시한 결과, 쓰레기 발생량이 10% 감소했다. 전용 용기제는 10ℓ와 20ℓ 규모의 전용용기에 쓰레기를 담고, 용량에 맞는 납부필증(칩)을 구입해 배출하는 방식이다. 청소과 450-1375. ■관악산 수세식 화장실 확충 관악구(구청장 김효겸) 관악산 화장실을 개선했다. 미성동(신림12동) 관악산생태공원 내에 수세식 시스템의 화장실을 설치했다. 이용객의 민원 대상이던 노후 이동식(발효식) 화장실은 철거됐다. 지난달에는 순환식 화장실 전문민간업체의 지원으로 삼성동(신림6동, 신림10동) 제2구립운동장 입구에 18㎡ 규모의 수세식 화장실이 들어섰다. 공원녹지과 880-3685. ■어린이 뮤지컬 ‘꼬마… ’ 공연 도봉구(구청장 최선길) 오는 27~29일 창동문화체육센터에서 탭댄스와 라이브 반주가 곁들여진 어린이 뮤지컬 ‘꼬마우체부 북극곰 뭉치’가 무대에 오른다. 해가 말을 하고, 달이 노래하는 아름다운 장면과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요 등으로 꾸며졌다. 평일은 오전 10시·11시20분, 주말엔 낮 12시·오후 2·4시에 공연. 관람료는 1만 2000원. 창동문화체육센터 901-5225. ■중랑천 연결통로에 벽화 성동구(구청장 이호조) 응봉동 중랑천 연결통로의 벽면에 숲을 연상시키는 벽화를 그리기로 했다. 벽화 내용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결정된 것으로 디자인은 한양여자대학 산·학협력단이 제공한다. 벽화는 내년 10월말쯤 완공된다. 치수방재과 2286-5815.
  • [길섶에서] 편지/오풍연 법조대기자

    옛적 편지는 마음의 고향이었다. 부모님, 연인과 그것을 통해 교감을 나눴다. 한글을 겨우 깨우친 어머님의 편지는 심금을 울렸다. 어려운 객지생활에 큰힘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우체부는 희망의 메신저였다. 산골 오지까지 편지를 배달했다. 요즘은 육필로 쓴 편지를 보기 어렵다. 이메일이나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소식을 주고받는다. 문명의 이기는 우리의 생활마저 변화시켰다. 글씨를 쓰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두드린다. 특히 한문은 사용하지 않다 보니 제대로 써지지 않는다. 쉬운 한자도 사전을 찾아야 할 판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편지를 직접 써본 게 20년은 넘을 듯하다. 언제 마지막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지인에게 보내는 소식도 워드 작업을 한 뒤 이름만 한글로 쓸 정도다. 얼마 전 한 분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겉봉도 예쁘거니와 내용 또한 정감이 넘쳐흘렀다. 글자 한 획마다 그분의 느낌이 다가왔다. 전화로 인사를 대신한 게 송구스럽다. 오풍연 법조대기자 poongynn@seoul.co.kr
  • 진안 흰구름마을

    진안 흰구름마을

    대단한 볼거리가 있다거나, 뛰어난 먹거리가 있는 여행목적지는 아니다. 다만, 그곳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고, 도시인들과 소통하려는 시골 사람들의 작은 손짓이 있을 뿐이다.‘흰구름 마을´ 전북 진안군 백운면 얘기다. 흰구름 마을 사람들은 이 지역을 지붕 없는 전원 박물관, ‘에코 뮤지엄´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상점간판을 바꿔달고, 자전거 산책길을 만드는 등 일견 제 얼굴에 화장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런데 속내를 가만 들여다 보면 자연과 사람이, 도시와 농촌이 더불어 숲을 이루어 보자는 그들의 뜻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지붕 없는 전원박물관 ‘에코 뮤지엄’ 북한의 개마고원과 쌍벽을 이룬다는 곳이 전북의 진안고원이다. 특히 우리나라 오지의 대명사 ‘무진장´(무주·진안·장수)의 한가운데 위치한 진안군 백운면은 고원지대의 전형적인 특징이 잘 살아 있다.(흰)구름도 쉬어 간다는 백운면(白雲面) 원촌마을이 세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부터. 문화를 매개체로 사라져 가는 시골마을 특유의 ‘공동체´정신과 지역 경제를 살려보자는 주민들의 몸짓에서 마을의 변화는 시작됐다. “마을 위쪽 데미샘이 발원지인 섬진강 물길과 금남·호남정맥의 산길, 30번 국도 자동차길, 그리고 도보 국토종단에 나선 순례자들이 이용하는 사람길 등 네 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백운면을 지납니다. 그런데 사람의 흐름은 있었지만, 그들과 소통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지역 마케팅을 통해 그들을 이곳에 머무르게 함으로써 농촌 경제 활성화와 함께 도시와 농촌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 보자는 것이 ‘에코 뮤지엄´ 계획입니다.” 이 마을 ‘옹기장이´ 이현배씨의 설명이다. 가시적인 효과를 채근하는 마을 어른들을 설득하기 위해 상점 간판부터 바꿔 달았다. 각 상점 주인들의 ‘속사정´을 바탕으로 스토리텔링 작업도 벌였다.‘행운떡방앗간´ ‘흰구름 할인마트´ 등 정겨운 이름의 간판들이 속속 등장했다. 하지만 산간마을에서 상점의 간판을 바꾼다고 당장 매상이 오를리는 없다. 오가는 이가 많지 않은데다, 주민이라면 어디에 무슨 가게가 있는지 눈 감고도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간판 바꿔달기 프로젝트를 계속한 이유는 도시인들에게 흰구름마을을 알리는 ‘이정표´로 삼기 위해서였다. 하나씩 예전 정서를 되찾다 보면 외지인들이 저절로 찾아올 거란 믿음 때문이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자전거산책로 조성 간판 바꿔달기에서 시작된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자전거 산책로´와 ‘B-마트´ ‘자전거 터미널´ 등 설치물 제작으로 이어졌다.‘논길 타고 흰 구름 잡고´가 이 설치물들을 이용한 대표적인 테마 프로그램.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자전거 터미널에서 자전거를 빌려 시골마을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낭만적인 자전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자전거 산책길 설계는 백운초등학교 어린이 작가들로 구성된 ‘흰구름 탐사단´이 담당했다. 이들은 자전거 산책길로 정해진 논길 등을 다니며 표지판과 구간 이름, 쉼터 등을 정하는 작업을 벌였다. 어린이의 시각에서 정한 산책로 이름은 다소 유치하긴 하나, 각 구간의 특징을 어김없이 잘 살려내고 있다.‘두 그릇 쉼터´엔 큰 나무와 돌이 한 숨 쉬어갈 만한 공간을 만들고 있고, ‘개조심길´에 접어들면 담장 아래 도사견 두 마리가 기둥에 묶여 있는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염소똥길´은 짐작이 가듯, 풀 뜯는 염소들이 많은 개천변길을 표현한 것. 운교리 물레방앗간은 어른들조차 마음에 담을 만한 풍경을 펼쳐 보인다. 붉은 색 정미소 안쪽엔 실제 사용됐던 물레방아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물레방아가 방앗간 내부에 설치돼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지방문화재임을 알리는 표지판에 1850년 이전부터 존재했다고 적혀 있으니, 최소한 160년 동안 지역 주민들과 더불어 살아온 셈. 세월의 흔적이 더께로 쌓였을 법도 하건만, 소나무로 짠 물레방아와 도정 시설들은 단단했던 옛모습을 잃지 않고 있다. 자전거 산책길의 절정은 역시 ‘아무나 수영장´. 무더운 계절, 아이건 어른이건 겉옷 훌훌 벗어던지고 자전거 타느라 흘린 땀을 씻어 내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젖은 옷일랑 수중보에 올려놓으시라. 뽀송뽀송하게 마르는 데 반나절 햇볕이면 충분하다. ●굽이마다 고운 풍경 숨겨놓은 모래재길 진안읍에서 30번국도를 타고 남원·임실 방향으로 진행하다 흰구름마을 조금 못미쳐 주천마을 진입로로 들어서면 726번 지방도와 만난다. 현지 주민들이 꼭꼭 숨겨놓은 등산로이자 자동차 드라이브길이다. 총 14㎞. 이 중 6㎞ 구간은 비포장길이다. 산벗꽃 꽃잎들이 낙화하는 덕태산 자락을 휘휘 돌아가는 맛이 각별하다. 겹겹이 둘러쳐진 산자락 사이로 불쑥 솟아오른 마이산의 자태를 감상하기에 이만한 곳은 없을 듯하다. 산자락 경사면에 거대한 규모로 펼쳐진 고랭지 채소밭에서 길이 갈라진다. 왼쪽은 다시 백운면으로, 오른쪽은 장수군으로 향한다. 왼쪽길로 내려오는 동안 ‘무진장´ 오지를 실감케 하는 풍경들과 마주한다. 진안군의 한 ‘3선´ 군수가 10여년 임기 내내 관내 지역들을 도느라 발품을 팔았어도 끝내 못가본 곳이 있다던가. 우체부가 화전민들을 위해 산 아래쪽에 마련해둔 우체통이며, 너와로 지붕을 인 영모정 등에서 ‘오지의 풍모´가 유감없이 드러난다. 농사에 댈 물을 막아둔 신전제는 풍경의 덤. 진안에서 전주를 연결하는 24번 군도를 발견한 것은 뜻밖의 소득이었다.‘모래재길´로도 불리는 이 도로는 신설 26번 국도가 놓이기 전까지만 해도 진안에서 완주와 전주 등을 잇는 대로였다. 곳곳에 풍경의 보물들을 숨겨 놓은 멋들어진 길.‘대로´로서의 역할을 다한 요즘엔 지역주민들의 드라이브 길로 애용되곤 한다. 진안읍에서 전주방향 26번국도를 타고 4㎞쯤 가다 신정리 과적차량 검문소에서 좌회전하면 모래재길이 시작된다. 오른쪽으로 꽃잔디 등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효령대군 가족공원´을 지나면 곧바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전남 담양의 그것과 규모면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여유있게 돌아나가는 모양새가 범상치는 않다. 모래재 휴게소를 지나 완주군을 휘돌아가기 시작할 때쯤 산길은 절정의 풍모를 과시한다. 승무를 추는 여인네의 소맷자락처럼 먼먼 산자락에 이르도록 ‘S´자로 휘어진 산간도로가 여간 장쾌한 풍경이 아니다. 막 신록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나무들 사이로 형형색색의 자동차들이 오간다. 단풍들 무렵 꼭 한 번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글 사진 진안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63) ▶가는 길:호남고속도로 익산분기점→진안·장수방면→진안나들목,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익산포항고속도로 진안나들목. ▶숙소:진안장(433-6776)마이장(433-0771)이 깨끗한 편.2만 5000∼3만원. ▶먹거리:생후 1개월 안팎의 새끼돼지로 만든 애저찜이 유명하다. 진안관(433-2629), 금복회관(432-0651) 등이 입소문 난 곳.1인분 1만∼1만 5000원을 받는데, 2∼4인 이상 주문해야 한다. ▶주변 관광명소 ▲마이산:금강과 섬진강의 분수령을 이루는 국가지정 명승 제12호. 전체가 수성암으로 이루어진 암마이봉(673m)과 수마이봉(667m), 내부에서 풍화작용이 진행된 타포니 현상, 천지탑 등이 주요한 볼거리다. 문화재관람료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430-2560. ▲운일암 반일암: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오가는 것은 구름밖에 없다 해서 운일암(雲日岩), 하루 중 햇빛을 반나절밖에 볼 수 없다 해서 반일암(半日岩)이라 불리는 곳. 용쏘바위 등 집채만 한 기암괴석 사이사이를 운장산 자락에서 솟구친 냉천수가 휘감아 돌며 옥수청산(玉水靑山)을 이루고 있다. ▲풍혈냉천:한여름에도 4℃를 유지하는 동굴. 마이산 서쪽 성수면 양화마을 대두산 기슭에 있다. 여름철엔 마을 주민들이 김치저장고로 이용한다. 진안군청 문화관광과 430-2228.
  • [Seoul In] 재산세 고지서 전달 우체부 모집

    송파구(구청장 김영순) 등기우편으로 보낸 재산세 고지서를 직접 전달하는 ‘실버우체부’를 모집한다. 잠실7동 우성아파트와 아시아선수촌아파트에 보내는 2000여 고지서 7·9월 정기분부터 배달한다. 등기우편을 이용할 때 소요되는 연 800여만원의 비용이 400여만원으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구는 세금 미납으로 압류된 부동산을 해지할 때 지급되는 체납처분비(8500원)를 징수하지 않고, 지방세 실무행정과 국세실무 등을 안내하는 세무도우미를 양성하는 등 세무행정서비스를 개혁했다. 세무1과 410-3350∼4.
  • [9일 TV 하이라이트]

    ●일요 다큐 산(KBS1 오전 7시) 산스크리트어로 하얗고 깨끗한 눈이 머문다는 뜻이라는 히말라야. 그러나 세계 등반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서 히말라야는 원정대와 트레커들이 버린 쓰레기로 갈수록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다행히 2003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청소한 것을 시작으로 클린 마운틴 운동이 4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TV탐험 멋진 친구들(KBS2 오전 9시55분) 일주일 동안 방송된 KBS 드라마의 알짜배기 NG를 쏙쏙 모았다. 또 ‘TV 타임머신 (신고합니다!)’에서는 이휘재, 차인표 주연의 KBS 미니시리즈 ‘신고합니다’를 다시 감상한다.1996년 방송 당시 43.4%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군인 드라마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50분) 19세기 프랑스 시골마을에 평범한 우체부가 한 사람 있었다. 그는 자신의 평생을 다 바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어냈고, 그가 만들어낸 이 마법과도 같은 기적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는데…. 평범한 우체부가 사람들의 칭송을 받으며 존경의 대상이 된 기적의 정체는 무엇일까. ●칼잡이 오수정(SBS 오후 9시45분) 승규와 공항에서 만수를 기다리던 만수 아버지는 만수가 나타나지 않자 승규를 앞세워 수정의 집을 찾아간다. 만수 아버지는 8년 전 결혼식에서 수정이 도망친 일을 들먹이며 수정모와 옥신각신한다. 만수는 술에 취한 채 노래를 부르고 수화기 너머로 만수의 노래소리를 듣던 수정은 옛 추억을 생각한다. ●‘EBS스페이스-공감’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EBS 오후 10시) ‘스끼다시 내 인생’ 등 솔직하고 도발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주목받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그가 2003년에 자체 제작한 앨범 ‘Infield Fly’는 입소문을 타면서 매진되기도 했다.7월 새로운 싱글 앨범을 발표한 그의 진솔하고도 도발적인 음악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인사이드 월드(YTN 오전 8시30분) 동 아프리카는 지금 유례없는 최악의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다. 숲이 많은 탄자니아 북부는 보통 가뭄이 와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탄자니아 북부의 우삼바라 산은 숲의 4분의1이 사라졌고 탄자니아 국민들에게 수원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이스턴 아크의 물도 메마르고 있다. ●KBS스페셜(KBS1 오후 8시) 사회주의권 시장의 붕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대북한 고립정책으로 경제난에 직면한 북한은 1990년대 이후 ‘해외에서의 외화벌이 사업’을 경제활동의 과제로 설정했다. 가장 중요한 부문이 단순 노동인력 송출이다. 북한은 현재 세계 45개국에 최소 2만∼3만명의 노동인력을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굿모닝 세상은 지금(SBS 오전 7시40분) 내가 있는 이곳에서 정신적 해방감을 맛보길 원하는 그린노마드(Green-Nomad)족이 늘고 있다. 베란다에 정원을 꾸미고 집안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에코인테리어가 뜨고 있다. 나무 모양의 냉장고 같은 자연을 닮은 가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 37년 잠자던 주식이 만배이상 늘어

    37년 잠자던 주식이 만배이상 늘어

    37년전 단 2주(株)를 사놓고 그동안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던 제약회사 주식이 무려 2만3천70주로 증자되어 엄청난 재산가가 된 사람이 있다. 광주(光州)시 충장로에서 호남(湖南)약국을 경영하고 있는 정탕현(鄭湯鉉)씨(65)는 일본에서도 연간 3백억원 매상고를 올리고 있는 일류「메이커」대정제약(大正製藥)의 버젓한 주주가 되어있는 사실이 알려져 행운의 본인도 어리둥절-.해방되기 5년전, 정탕현씨는 광주에 있던 암창(岩倉)약국이란 것을 산 일이 있다. 암창약국은 그때 일본인 암창위조(岩倉爲助)씨가 경영하던 것이었는데 정씨는 약국을 1천8백원(圓)에 사고, 그 당시 암창씨가 가지고 있던 대정제약의 주식 2장(각각 50원권)도 함께 인수했었다. 그후 해방, 6·25, 9·28을 겪으면서 정씨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지난 11월 6일 대정제약에서 결산통지서와 함께 정씨의 주식이 2만3천70주임을 통고해와 정씨는 꿈꾸다 돈을 주운 것처럼 벙글벙글. 왜냐하면 대정제약이라하면 일본에서도 일류 「메이커」가 되어서 주생산품은 「드링크」류, 연간 매상고가 3백억원이나 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자유당때 느닷없이 일본에서 편지 한 장이 온 일이 있었읍니다.「전남 광주시 송원탕현 귀하(全南 光州市 松原湯鉉 貴下)」라고만 왔는데 내가 광주에서 오래 살고 보니까 우체국에서 제대로 찾아 주었어요. 송원이란 일제때의 내 창씨(創氏)였습니다』 편지는 대정제약에서 온것. 정씨에게 증주(增株)를 하겠느냐는 통고였으나 그당시는 한·일 국교정상화가 안된때라서 정씨는 다만, 『그동안 내앞으로 나온 이익금이 있으면 그것으로 증주하는 절차를 밟아달라』고만 했었는데 그후 10여년 동안 아무 소식이 없다가 이번에 제61회 주주총회 통지서 결산보고서와 정씨의 주식번호가 0410227로 계속 불어가고 있음을 통고해온 것. 『일제때는 대정제약이 큰 회사는 아니었읍니다. 그 무렵엔 「다께다」(武用)「시오노」(監野)등이 큰 회사였어요. 그런데 언젠가 일본을 다녀온 서울대 김모교수가 하는말이 지금은 대정제약이 일류「메이커」로 성장해 있더라고 전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씨는 대정제약 사장에게 매우 고마운 느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 회사 사장이 대학출신이 아닌 약장수 출신이라고 들었읍니다. 나와 비슷하죠. 그렇지만 졸업기만 되면 스스로 학교를 찾아다니면서 우수한 졸업생을 「스카우트」해다가 훌륭한 제약회사를 꾸려놓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잘 하는 분이지요』 정씨는 전남 보성(寶城)군 출신. 빈농의 아들이어서 학교라는것도 못다녀 봤다고. 19살 때 광주로 나와서 병원조수 노릇을 하다가 22살 때 일본사람의 임창약국(후일 정씨가 샀던 약국)에 들어가 조수노릇을 했다. 『그러다가 6년만에 조그마하게 약국을 하나 낸 것이 잘되었어요. 그 무렵은 「데라포트」라고하는 「설파」제 계통이 무척 잘 나갔습니다』 이렇게 약국으로 자수성가한 정씨는 일제때 논한마지기 없던 고향에다 2백마지기나 농토를 장만했고 현재도 광주에서 제일 번화가에다 약국을 차리고 있다. 정씨는 회사 전체의 주식이 몇주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엄청나게 큰 「메이커」니까 큰 재산이 되었을 것은 틀림없다고 흐뭇해 했다. 그동안 우리는 화폐개혁을 두 번이나 겪었고, 또 6·25혼란기를 치르는 동안 일본 회사의 증권을 보관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 1백명에 한명도 못될 듯 하다. 정씨도 아무 관심없이 책갈피에 끼워넣은 것이 생각지도 않게 살아 돌아왔다고 좋아하면서-. 『그러니 서류나 증서는 무엇이건 오래 간직해 놓고 볼것이 아니냐?』 고 자기의 꼼꼼한 습성을 다행히 여기고 있다. -일본에 한번 가 볼 의향은? 『이번 만국박람회 때에도 여러 친구들이 한번 가보라고 권해요. 잊어버렸던 종이 2장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또 엄청나게 큰 대정제약의 공장도 보고 싶었읍니다만 약국이 비어 있어서 갈수가 있어야죠. 그래서 못갔지만 언젠가 한번 가서 고마운 사장을 만나 보고 치하라도 할랍니다』 대정제약에서 통고를 안 해 왔으면 그저 그런가보다하고 정씨는 까마득이 자기 재산을 잊어 버렸을 것이라면서 주소도 자세치 않은대로나마 「전남 광주시 송원탕현 귀하」로 소식을 부쳐준 그 회사의 성실과 신용에 감복했다고. 또 그런 편지를 들고 수소문해서 본인을 찾아준 광주우체국 우체부에도 고맙다고 치하한다. 『우리나라의 큰 회사들도 이런 정도의 신용과 성의를 가지고 단 한주짜리 주주(株主)나마 보호해주는 풍토가 조성된다면 얼마나 좋습니까? 돈은 없지만 나부터도 많이 사두겠습니다』 정씨는 언제나 허술한 「점퍼」차림. 약품을 파는 약종상만 40여년 경영하고 보니까 성질이 무던히도 꼼꼼해졌다고 웃어버린다. 『느닷없는 돈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때돈 1백원(2주니까)이면 적은 것이 아닙니다. 사행심으로 산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을 그 회사에서 성의를 다해 주인을 찾아준 것이 고맙습니다』 -약장수는 옛날과 지금이 어떻게 다름니까? 『약을 많이 먹는다고 해도 약장수가 그만큼 많아졌으니까 그때만 못할 것같아요. 약의 종류는 그때보다 약 3분의 1쯤이 늘어났습니다』 판매되는 약의 계통은 그때나 지금이나 일반매약이 으뜸. 지금은 항생제 위장약, 보약의 순서로 잘팔린다고한다. [선데이서울 70년 12월 13일호 제3권 51호 통권 제 115호]
  • “소포는 내게…” 일본에 우체부로봇 등장

    “소포는 내게…” 일본에 우체부로봇 등장

    “이제부터 소포는 나에게 맡겨주세요.” 앞으로는 일본의 우체국 풍경이 달라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사람의 손을 빌려야 했던 소포물 분류 작업이 향후 로봇에게 맡겨질 것이기 때문. 아사히신문은 10일 “1시간에 1000개 가량의 소화물을 분류할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되어 작업 능률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 로봇은 일본의 대표적인 산업용 로봇 제조회사인 야스카와전기와 미쓰이물산이 개발한 것으로 판매가격은 미정이다. 로봇은 우편물에 붙여진 바코드를 읽어내 벨트컨베이어(belt conveyer)에 올려놓는 역할을 맡아 사람의 손을 대신하게 된다. 야스카와전기측의 한 관계자는 “아직 시험단계지만 앞으로 우체국뿐만 아니라 의료현장 같은 곳에서도 활용될 예정”이라며 “작업자의 부담을 줄이고 효율적인 노동환경을 이루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작동기를 밝혔다. 이어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로 앞으로 노동력이 부족하게 될 것”이라며 “로봇에 대한 친화성을 높이기 위해 렌탈 제도등의 프로그램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사진=아사히신문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깔깔깔]

    ●하느님에게 우체부가 우체통 속 편지를 검사하다가 ‘하느님께’라고 쓴 편지가 있어서 읽어보았다. “하느님, 저는 지금 돈이 없어요. 지금 10만원이 필요하니까 하늘에서 10만원만 내려주세요.” 우체부는 너무 불쌍한 나머지 우체국에서 돈을 모아 9만원을 보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다시 ‘하느님께’라는 편지가 왔다. “하느님 9만원은 고맙게 잘 썼습니다. 그런데 왜 만원이 없을까요? 아무래도 우체국 아저씨가….”●다방커피 한 남자가 커피가 마시고 싶어 자판기를 찾았다. “어디 보자. 밀크커피, 설탕커피, 프림커피. 엇, 다방커피? 못 보던 커피가 있네. 맛이 어떤지 한번 마셔보자.” 남자는 천원짜리 지폐를 넣고 다방커피를 선택했다. “뭐야, 밀크 커피랑 똑같잖아? 에이 속았네.” 그런데 자판기에서 또 한잔의 커피가 나오며 애교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빠, 나도 한잔 마실게!”
  • 천의 얼굴을 한 인도의 우편제도

    천의 얼굴을 한 인도의 우편제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큰 면적과 11억에 가까운 인구가 살아가는 인도의 우편제도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흔히들 인도는 ‘다양성diversity’이라는 개념을 배제하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하는데, 인도의 우편제도 역시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우체국을 운영하고 있다. 그 수가 무려 155,516개(2006년 현재 기준)에 이르며 우편행정에 종사하는 인력만 60만 명에 달한다. 1774년 4월 1일 우편업무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어 1852년부터 당시 인도식민을 담당했던 동인도회사의 관리 하에 우표가 발행되기 시작했다고 하니 인도의 우편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하지만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인도 우편행정은 정부 투자가 시급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05년까지 전산화 작업을 마친 우체국은 전국을 통틀어 800여 개 정도로, 전체 우체국 수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배달방식은 우체부가 걸어 다니며 가가호호 우편물을 배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도 전역을 통틀어 그나마 1,200대 정도 된다는 우편배달용 오토바이는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 위주로 배당되어 있다 보니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그저 우체부 아저씨가 병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할 판국. 독특한 배달방식도 있다. 인도 동북부 나갈랜드주의 우체부들은 자신의 도착을 알리기 위해 양쪽 다리에 방울을 묶고 다닌다. 주요 도시인 코히마와 디마푸르를 제외하고는 오로지 봉투 위에 적힌 이름만으로 우편물 수취인을 찾아가야 하는데 상당수의 주민들이 부족, 씨족 단위로 여전히 정글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패가 없는 지역에서 우체부가 수취인을 찾아가는 그 특별한 기술과 고충은 신문기사화 되었을 정도다. 인도의 우편제도와 관련하여 두 가지가 눈에 띈다. 하나는 네 가지 색깔의 우체통이고, 또 하나는 인도 체신부가 규정한 소포 포장 방법이다. 인도의 길거리를 걷다 보면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노란색의 네 가지 우체통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초록색은 지역 내에 배달되는 우편물, 파란색은 인도의 대도시로 배달되는 우편물, 노란색은 지방정부의 수도로 배달되어 가는 우편물, 빨간색은 기타 지역으로 가는 우편물들을 넣게 되어 있다. 인도의 체신부가 1년에 90억 통 이상의 우편물을 취급한다고 하니 일차적인 분류의 필요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외국인들에게는 인도의 소포포장 방식이 좀 유별나 보인다. 무게 200g 이상의 소포는 단단한 박스에 담거나 천으로 씌운 후 바느질까지 해가야 접수를 받아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체국 건물 옆에는 소포 포장만을 담당하는 가게들이 하나씩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소포 포장규정은 내용물의 파손과 분실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인도인들은 분실 방지 목적이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인도에서는 우편물이 아예 도착하지 않거나 내용물 중 일부가 사라진 채 배달되는 경우가 많다. 소포뿐만 아니라 편지나 엽서도 우체국에 직접 가서 우표에 소인이 찍히는 것까지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 이는 우체국 직원들이 우표를 떼어내서 다시 파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인도의 우편제도와 관련하여 최근에도 웃지 못할 일이 하나 있었다. 얼마 전 어머니의 생신 즈음이었다. 엽서로 축하인사를 보내고 얼마 후 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하는데 엽서와 인도과자를 잘 받았다고 하시는 것이다. ‘내가 인도 과자를 보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과자를 보낸 적이 없기에 어머니께 출처를 알 수 없는 그 과자를 드시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어머니께서는 “우리 아들이 공부하느라 힘들어서 과자 보낸 것도 기억하지를 못하는구나” 하시며 오히려 나를 안쓰러워하시는 것이 아닌가. 추정컨대, 과자를 담은 어느 인도인의 소포에 내가 보낸 엽서가 딱 달라붙어버려서는 한국까지 배달된 것이다. 언제부턴가 ‘IT 강국’이라는 칭호가 인도를 수식하는 말로 자리를 잡으면서 마치 인도가 첨단화, 디지털화 된 것 같이 비춰지기도 하지만 말도 많고 탈도 잦은 인도의 우체국에는 오늘도 손으로 직접 쓴 편지와 엽서를 부치러 온 수많은 사람이 밝은 표정으로 줄을 서있다. 가끔은 그런 인간적인 냄새가 그리워서 엽서 한 장을 들고 인도의 우체국으로 달려가곤 한다. 신민하_한국외대 인도어과를 졸업하고 인도 델리대학교 대학원에서 인도근대사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미운 정 고운 정이 흠뻑 든 인도와의 연애에서 당분간 빠져나올 생각이 없어 보이는 스물여덟 청년입니다. 월간<샘터> 2006.07
  • [붉은 벽돌, 담쟁이덩굴] 엄마 같은 분

    [붉은 벽돌, 담쟁이덩굴] 엄마 같은 분

    올해로 길현자 아주머니(57세)가 샘터식구가 된 지 20년이 됩니다. 아주머니의 어머니도 7년 반 동안 샘터에서 일하셨으니 2대째 인연이지요. 연세도, 키도, 하시는 일도 같은 이순기 아주머니와 더불어 ‘회사 엄마-이모’ 같은 분입니다. 우선 매일 새벽에 출근해서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화장실을 포함, 건물 구석구석을 말끔히 청소하십니다. 이어 월간 <샘터> 정기구독회원과 파랑새극장 회원들을 위한 안내우편 발송 작업을 도와주시고 나면 아침 10시 반이나 11시쯤 됩니다. 그때부터 식구들의 점심을 정성껏 준비해주시지요. 가끔 오후엔 출출해하는 식구들을 위해 라면도 끓여주시고 국수도 말아주십니다. 두 분 아주머니의 음식 솜씨는 이미 대학로에 소문이 쫙 났습니다. 가끔 우체부 아저씨, 이웃 건물의 경비 아저씨도 ‘초대 손님’이 되고는 합니다. 길현자 아주머니는 샘터의 ‘가수왕’이자 ‘댄스왕’이시기도 합니다. 노래방 나들이에서나 회사 단합회에서 유감없이 그 ‘끼’를 발휘하십니다. 늘 웃음이, 기쁨이 온몸에 배어 있으시지요. 제가 샘터에 온 후 11년 동안 한 번도 아주머니가 찡그린 얼굴을 하시거나 불평을 늘어놓으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아주머니지만 속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편치만은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거의 혼자 힘으로, 박봉薄俸으로 1남 3녀를 너끈히 키우셨습니다. 얼마 전엔 시집, 장가까지 다 보내셨지요. 돌아가신 아저씨가 아주머니 속을 어지간히 썩인 것,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힘드시지요?” 물으면 아주머니는 “아니에요. 너무 너무 행복해요. 더구나 책과 가까이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하십니다. 아주머니의 샘터에 대한 희망은 한 가지인 것 같습니다. 우리 식구들이 모두 건강해서, 기쁘고 즐겁게 좋은 책 많이 만들고 독자들에게 읽혀서, 좋은 일을 많이많이 하는 것이겠지요. 길현자 아주머니! 지금처럼 늘 건강하셔서 저희들 뚱뚱해져도 좋으니까 맛있는 음식 많이 만들어주십시오. 발행인 김성구 월간<샘터> 2006.07
  • 자전거 타는 간 큰 곡예사

    자전거 타는 간 큰 곡예사

    글 송정연 방송작가, 청소년 소설작가 내겐 지금 몇 가지 중요한 일들이 있다. 엄마라는 일, 방송작가라는 일, 논술강사 수업 중인 수강생이라는 일. 그 외의 일들에 대해서는 다 양해를 구해 놓아서 이 세 가지 일에 집중만 해도 되는데 이 세 가지 일이라는 것이 매일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일이다 우선, 엄마라는 일. 아이 영양을 위해서, 아이 스케줄을 위해서 도와줘야 하는 때이다. 절대로 뒤로 미룰 수 없는 일. 방송일도 그렇다. 매일 쓰는 라디오작가인 데다 원고량이 많은 2시간짜리 프로그램이라 잠시 다른 데로 마음 가 있으면 빈 구석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논술강사 수업생인 일. 이 일도 아이의 논술을 도우려고 하는 공부인데, 철학공부까지 겸해야 하고, 어떻게 아이들과 소통해야 하는지 늘 정신을 쓰고 준비해도 따라갈까 말까한, 아주 버거운 작업이다. 유순신 씨 책에서 읽은, 서커스에서 접시 돌리는 사람이 생각난다. 어느 큰기업 경영자가, 자신이 접시 돌리는 사람 같다고 표현했다는데 내가 요즘 그렇다. 이 접시 열심히 돌리고 있으면 저 접시가 떨어지려 하고 황급히 그쪽 접시 살려놓으면 다른 접시가 핑그르르르 힘없이 떨어지려 한다. 여기 저기 허덕 허겁 돌리고 또 돌리는 곡예사 같은 느낌이다 그 와중에 유일하게 숨돌리는 일은, 영화 보는 일, 책 보는 일이다. 책과 영화는 빼놓을 수 없는, 나의 즐거움이자 나의 폐활량을 넓히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모든 작업들이 다 앉아서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몇 달 전 심한 두통에 시달려서 병원에 갔더니, 일을 쉬든지 아니면 운동하든지 하라고 한다. 헬스 클럽에 바로 등록했는데, 결국, 한 달간 딱 하루 가고 지나갔고, ‘아, 내가 그런 동적인 운동보다는 정적인 운동이 낫겠구나’ 싶어서 요가 등록을 했는데, 딱 두 번 가고 두 달을 보내고 말았다. 세 번째 생각한 게 자전거! 일단,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것, 그냥 하는 것’이라는 최면을 걸기로 하고, 스스로 자전거에 대한 공상에 들어갔다. 베를린 공원을 자전거 타고 달리던 기억이 짜르르 아리도록 난다. 독일 전국의 지하철노조가 파업했을 때 다들 자전거 타고 출근하면서 노조를 이해해주던 거리 풍경을 보면서 자전거가 참 따뜻하고 친근하게 느껴졌던 기억. 독일 녹색당 의원들이 장미꽃 입에 물고, 청바지 입고 자전거 타고 출근하던 상큼한 화면. 서울로 돌아와 이와이 순지의 영화 <러브레터>를 보면서 자전거 바퀴를 돌릴 동안 켜지는 불빛, 그 불빛에 비쳐보던 편지…. 자전거 타고 달리던 <러브레터>의 중학생 남자주인공과 사랑하는 소년에게 종이봉지를 씌워서 비틀거리게 만들던 자전거 두 바퀴…. 도서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날리던 하얀 커튼 자락과 함께 자전거가 늘 오버랩 되게 만들던 영화. 창의력 짱이던 그 하늘로 오르던, 영화 <ET>에서의 아이들의 자전거. 영화 첨밀밀에서 장만옥을 뒤에 태우고 가던 여명의 낡은 자전거도 마음 아렸다. 영화 <일 포스티노>의 우체부 아저씨가 타던 아저씨의, 해변을 달리던 자전거 바퀴도 좋았다. 영화 <북경자전거>에서의 자전거 바퀴와 영화 <비욘드 사일런스(Beyond the Silence)> 에서 시각장애인인 어머니가 타는 자전거 바퀴는 슬펐다. 소설 《자전거 도둑》에서의 자전거는 은밀했고 영화 <아이리스>에서 수재에 호기심이 많은 여대생이 타던 자전거는 너무나 싱싱하고 섹시했다. 아, 자전거 타고 싶다. 그날 이후, 나는, 방송이 끝나면 여의도 공원으로 자전거 타러 간다. 그리고 방송원고가 더욱 밝아졌다.     월간 <삶과꿈> 2006.09 구독문의:02-319-3791
  • [문화재 숨결을 찾아서] 종로구 우정총국 건물

    [문화재 숨결을 찾아서] 종로구 우정총국 건물

    1884년 우정업무를 처음 시작했던 종로구 견지동 397에 자리잡고 있는 우정총국을 찾았다. 우정총국 건물은 1970년 사적 213호로 지정됐다. 개인이 도보나 말을 타고 서신을 전달하던 우리나라의 ‘우편제도’는 우정총국이 생기면서 비로소 관청에서 저렴한 요금을 받고 편지를 수집해 각 지역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바뀌게 됐다. 우정총국은 우리나라 우편제도의 상징물보다는 갑신정변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1884년 12월 개화파가 갑신정변을 일으킨 곳이면서 우정총국 개국 기념식 날 거사를 했기 때문이다. 김옥균과 박영효, 홍영식 등이 주도해 3일 천하로 끝난 갑신정변은 우리나라 최초의 자발적 근대화 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30여평 규모의 우정총국은 1972년부터 체신기념관으로 쓰이고 있다. 이 곳에서 초대 우정총국 총판이었던 홍영식의 경연록과 구한말 우표, 최초 우체부의 복식 등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근대적 통신제도 도입의 선구자인 홍영식은 1880년 5월 수신사 김홍집을 따라 일본에서 4개월간 머물면서 근대 우편제도를 접했다.1883년 6월 민영익을 따라 미국을 방문, 서양의 우편제도를 본 뒤 개화파들과 함께 우편제도의 중요성을 알렸다. 결국 고종황제는 칙명으로 우정총국을 설치했다. 원래 우정총국은 본관 외에도 여러 동이 있었는데 갑신정변 때 불에 타 본관만 남았다. 갑신정변으로 우정총국은 문을 닫고 다시 역참제가 10년 동안 실시됐다. 우정총국은 1893년부터 우정업무를 재개했지만 1905년 일본에 통신권을 뺏긴 뒤 교육기관으로 운영됐다. 광복 뒤 부동산업자인 신태균씨가 매입했고, 이를 서울시가 1956년 동대문 보수공사에 우정총국의 기와와 목재를 쓰기 위해 이 건물을 샀다. 이 소식을 접한 체신부 직원 진기홍씨가 체신부 최재호 차관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건물의 훼손을 막았다. 체신부는 결국 건물을 사들여 우표 도안실 및 체신인의 교양지 ‘체신문화’의 사무실로 사용했다.1972년 우정총국 용도를 놓고 고민하던 체신부는 이 곳을 체신기념관으로 사용하기로 한 뒤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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