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경제 부문(IMF시대의 자화상:3)
◎달라진 가계 패턴/“생활비 줄이자” 절약풍조 확산/“나는 중류층” 33.5%로 크게 줄어/‘월소득 100만원이하’ 20%로 증가/“저소득층 먹는것 줄였다” 38.9%
돈이 개인의 행복을 좌우한다는 극단적인 생각이 우리 사회에 팽배하다. IMF(국제통화기금)시대,실직과 소득감소 등에 따른 생활고가 ‘물질만능주의’적 사고를 낳고 있는 것일까. 어느덧 돈이 행복을 가늠하는 절대적인 척도로 자리잡고 있다.
○소득 낮을수록 행복 직결
◆돈은 행복의 대명사?=대한매일과 유니온조사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전국민 라이프스타일 조사결과 ‘개인경제 부문’에서 응답자의 64.4%가 ‘돈이 없으면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35.6%는 ‘정말 그렇다’,28.8%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반면 ‘전혀 그렇지 않다’(4.9%)거나 ‘그렇지 않다’(7.8%)는 부정적 의견은 12.7%에 그쳐 대조를 보였다. ‘보통이다’로 가치판단을 보류한 쪽은 22.8%.
소득수준과 학력이 낮을 수록 돈을 행복과 직결시키는 경향이 짙었다. ‘정말 그렇다’는 답변은 월평균 가구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계층에서 43.6%로 가장 높았다. 300만원 이상은 32.6%로 가장 낮았다. 중졸 이하는 40.3%,고졸은 38.2%,대재는 21.2%,대졸 이상은 33.2%로 각각 나왔다.
○상류층도 1.5%로 줄어
◆중산층이 줄었다=작년에는 자신의 경제적 지위가 ‘중류층(中의 中)’에 해당한다고 인식한 사람들이 41.0%로 가장 많았다. 올해 들어서는 이 비율이 33.5%로 뚝 떨어지면서 1위 자리를 ‘중하층(中의 下)’이라는 응답자(33.6%)에게 내주었다.
자신을 ‘중상층(中의 上)’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작년 16.6%에서 6.0%로 크게 감소했다. 중류층과 중상층의 감소가 다른 계층보다 낙폭이 훨씬 커 중산층 감소 현상이 눈에 띄게 두르러졌다. 나머지 부류도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스스로 상류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작년 4.2%에서 1.5%로 준 반면,하류층이라는 사람은 작년 17.4%에서 25.4%로 늘었다.
◆소득감소 탓이 크다=돈과 행복을 동일시하거나 생활수준에 대한 비관적 인식은 IMF 이후 손에 쥐는 돈이 급격히 준 데서 비롯됐다.
월 평균소득(이자 및 임대소득,보너스 등 소득 전체)이 100만원 이하라는 응답은 IMF 이전 8.3%에서 20.0%로 크게 늘었다. 200만원 이상은 43.1%에서 24.5%로 감소했다. 전체적으로는 215만1,000원이던 월평균 소득이 173만2,000원으로 41만9,000원(19.5%) 감소했다.
○경조사비 씀씀이도 알뜰
◆허리띠를 졸라맸다=월평균 생활비로 80만원 이하를 쓰는 사람이 대폭 늘어났다. IMF 이전은 26.1%,이후는 34.4%다. 151만원 이상을 쓰는 사람은 26. 4%에서 17.7%로 줄었다.
지출 항목별로는 ‘저축·보험금·곗돈’(32.7%) 등 여윳돈을 우선적으로 줄였다. 옷값(30.6%) 문화·레저비(26.2%) 식비(25.0%) 유흥비(22.0%) 등도 씀씀이가 크게 줄었다.
계층별로는 10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이 먹는 것(38.9%)을,300만원 이상은 문화·레저비용(38.4%)을 가장 많이 줄였다. 경조사비 씀씀이도 알뜰해졌다. 작년 4만∼5만원(46.5%)에서 올해는 3만원 이하(51.7%)가 가장 많았다. 1회 평균 지출 비용은 작년 4만6,500원에서 4만200원으로 감소(14%)했다.
◎재테크는 어떻게/‘은행에 저축’ 64.5%로 최다/위험도 높은 주식투자 33%나 줄어들어
IMF 체제 들어 재테크는 어떻게 변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투자대상의 우선 순위는 대부분 그대로 유지됐다. 잇따른 금융기관 퇴출 등 금융환경의 급변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재테크 방법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경제사정이 나빠지면서 여유자금이 크게 줄어든 탓에 재테크를 하는 투자자들의 절대인구는 크게 줄었다. 특히 주식 투자자 수가 크게 줄었다.
응답자들이 가장 선호한 재테크 방법은 ‘일반 은행에 저축’(64.5%)을 드는 것.IMF 이전에도 68.3%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보험 가입’(41.5%)과 ‘농·축·수협 및 우체국 예금’(25.3%)으로 역시 IMF 이전과 순위에서 변동이 없었다. ‘상호신용금고 저축’(9.9%)이 9위에서 6위로 올라선 게 눈길을 끄는 정도다.
각 재테크 수단별로 전체 응답자 중 투자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이전보다 대폭 줄어들었다. 10개 항목중 ‘상호신용금고 저축’을 뺀 모든 항목의 응답자 대비투자자 비율이 줄었다.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주식’(-33%)투자자가 가장 많이 줄었으며 ‘투자신탁’(-31.4%) ‘계/사채’(-26.8%)등도 급감했다.
◎저축·부채 추이/‘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화/저소득층 빚늘고 저축 감소/가구당 평균부채 417만원
저축·부채 통계에서도 IMF 체제의 우울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모든 계층에서 저축액이 줄었지만 특히 저소득층은 저축감소와 함께 부채가 크게 늘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해 ‘가지지 못한’ 계층은 ‘가진’계층보다 훨씬 더 깊은 시름을 앓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순수 저축액(부동산 투자 제외) 평균은 377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IMF 이전(521만1,000원)보다 144만원(27.6%) 줄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가계의 평균 저축액은 IMF 이전 315만원에서 138만2,000원으로 급감(56.1%)했다.
반면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 이상인 계층은 평균 저축액이 789만6,000원에서 718만원으로 9.1% 주는데 그쳤다.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의 경우 434만4,000원에서 277만1,000원(-36.2%)으로,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은 628만2,000원에서 459만4,000원(-26.9%)으로 각각 줄었다.
부채 현황에서는 희비가 더욱 엇갈린다. 저소득층은 빚이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계층은 오히려 준 것이다.
소득 수준별로는 100만원 미만(12.3%)과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14.2%)은 부채가 늘었고,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1.1%)과 300만원 이상(-1.7%) 계층은 감소했다.
가구당 평균 부채 총액은 IMF 이전(388만7,000원)보다 7.4% 가량 늘어 417만5,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