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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현진, 첫 PS 선발서 호된 신고식…LA 다저스 2승(종합)

    류현진, 첫 PS 선발서 호된 신고식…LA 다저스 2승(종합)

    한국 선수 최초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26·LA 다저스)이 타점까지 기록했지만 불안한 투구로 3이닝만 던지고 조기강판됐다. 류현진은 7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5전3선승제)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6피안타 볼넷 하나로 4실점하고 팀이 6대4로 앞선 3회말 타석 때 대타 마이클 영과 교체됐다. 류현진은 김병현, 최희섭, 박찬호, 추신수(신시내티 레즈)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다섯 번째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경기에 나섰다. 이 가운데 선발투수로 등판한 것은 류현진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류현진은 팀이 0대2로 뒤지고 있던 2회말 첫 타석에서 희생 플라이로 역전의 발판이 되는 첫 타점도 쏘아 올렸다. 그러나 빠른 볼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고 볼 배합도 정규시즌만큼 다양하지 않는 등 불안정한 타구로 애틀랜타 타선에 불을 당겼다. 3회초 수비에서도 연달아 실책과 판단미스를 보이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3이닝은 정규시즌을 포함해 류현진이 올해 등판 경기 중 최소 투구 이닝이다. 류현진이 이날 던진 68개 투구 중 스트라이크는 43개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94마일(약 151㎞)이 찍혔다. 4년 만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에 오른 LA 다저스는 이날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타선에 불이 붙으면서 13대6으로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1988년 이후 25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한 꿈에 한발 다가갔다. 다저스는 남은 두 경기에서 1승을 거두면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한다. 5일 류현진이 평소와 달리 의료진 입회 하에 불펜피칭을 한 것을 두고 몸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지에서 제기됐지만 예정대로 류현진이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이날도 불안정한 투구로 ‘1회 징크스’를 떨쳐내지 못했다. 류현진은 1사 후 저스틴 업튼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애번 개티스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이어 브라이언 매캔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크리스 존슨에게 다시 중전안타를 맞아 추가 실점했다. 이어 류현진은 2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히 처리하고 타석에서는 우익수의 머리를 넘길 뻔한 희생 플라이로 1타점을 올리는 등 안정을 찾아가는 듯 보였다. 만회점을 뽑은 다저스는 2사 1,3루에서 칼 크로퍼드의 우월 3점 홈런이 터지면서 4대2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리드는 오래 가지 못했다. 류현진은 3회초 연속 3안타로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매캔의 1루 땅볼 처리한 공이 2루에서 주자를 잡은 뒤 1루 베이스 커버로 들어간 류현진에게 날아갔다. 류현진은 공을 잡아냈지만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져 있는 바람에 1점을 빼앗기고 타자 주자도 살아났다. 이어 1사 1,3루에서 크리스 존슨의 빗맞은 땅볼 타구를 잡은 류현진은 추가 실점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3루 주자를 잡기 위해 홈으로 송구했지만 너무 늦어 아웃카운트는 늘리지 못한 채 동점만 허용했다. 다만 후속타자 안드렐톤 시몬스에게 3루수 앞 땅볼을 유도해 병살 처리하며 추가 실점하지 않고 3회를 마쳤다. 다저스는 3회말 첫 타자 핸리 라미레스의 2루타에 이은 곤살레스의 좌전 적시타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다시 A.J. 엘리스의 안타로 2사 1,2루 찬스가 이어지며 류현진 타석이 돌아왔다. 그러나 다저스 벤치에서는 대타 마이클 영을 내세웠고 류현진은 교체됐다. 4회 수비부터 크리스 카푸아노가 류현진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4회말 라미레스의 중견수 쪽 3루타, 푸이그의 중전 안타로 한점씩 보탠 LA 다저스는 유리베의 우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까지 터지면서 10대4로 점수를 벌렸다. 8회에는 2사 후 연속 3안타로 3득점을 추가로 올리며 이날 승리의 쐐기를 박았다. 다저스는 카푸아노가 3이닝을 던지고 내려온 뒤 J.P. 하월이 1과 3분의1 이닝, 로날드 벨리사리오가 3분의2 이닝, 켄리 얀선이 3분의1 이닝을 맡았다. 로드리게스가 9회 제이슨 헤이워드에게 2점 홈런을 얻어맞았지만 승부의 대세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류현진은 이날 3이닝을 던지고 강판되는 바람에 승리요건인 5이닝을 채우지 못해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마련된 기자회견에서 “오늘 경기에서 해서는 안 될 플레이는 다 보여줬다”고 자책했다. 류현진은 “몸이 아픈 데는 전혀 없다”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부상설을 부인했지만 “다만 오늘 너무 긴장했다”고 부진 원인을 설명했다. 류현진은 “앞으로 기회가 주어지면 오늘 같은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류현진, 첫 PS 선발서 호된 신고식…LA 다저스 2승

    류현진, 첫 PS 선발서 호된 신고식…LA 다저스 2승

    한국 선수 최초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26·LA 다저스)이 타점까지 기록했지만 불안한 투구로 3이닝만 던지고 조기강판됐다. 류현진은 7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5전3선승제)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6피안타 볼넷 하나로 4실점하고 팀이 6대4로 앞선 3회말 타석 때 대타 마이클 영과 교체됐다. 류현진은 김병현, 최희섭, 박찬호, 추신수(신시내티 레즈)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다섯 번째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경기에 나섰다. 이 가운데 선발투수로 등판한 것은 류현진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류현진은 팀이 0대2로 뒤지고 있던 2회말 첫 타석에서 희생 플라이로 역전의 발판이 되는 첫 타점도 쏘아 올렸다. 그러나 빠른 볼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고 볼 배합도 정규시즌만큼 다양하지 않는 등 불안정한 타구로 애틀랜타 타선에 불을 당겼다. 3회초 수비에서도 연달아 실책과 판단미스를 보이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3이닝은 정규시즌을 포함해 류현진이 올해 등판 경기 중 최소 투구 이닝이다. 류현진이 이날 던진 68개 투구 중 스트라이크는 43개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94마일(약 151㎞)이 찍혔다. 4년 만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에 오른 LA 다저스는 이날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타선에 불이 붙으면서 13대6으로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1988년 이후 25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한 꿈에 한발 다가갔다. 다저스는 남은 두 경기에서 1승을 거두면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한다. 5일 류현진이 평소와 달리 의료진 입회 하에 불펜피칭을 한 것을 두고 몸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지에서 제기됐지만 예정대로 류현진이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이날도 불안정한 투구로 ‘1회 징크스’를 떨쳐내지 못했다. 류현진은 1사 후 저스틴 업튼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애번 개티스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이어 브라이언 매캔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크리스 존슨에게 다시 중전안타를 맞아 추가 실점했다. 이어 류현진은 2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히 처리하고 타석에서는 우익수의 머리를 넘길 뻔한 희생 플라이로 1타점을 올리는 등 안정을 찾아가는 듯 보였다. 만회점을 뽑은 다저스는 2사 1,3루에서 칼 크로퍼드의 우월 3점 홈런이 터지면서 4대2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리드는 오래 가지 못했다. 류현진은 3회초 연속 3안타로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매캔의 1루 땅볼 처리한 공이 2루에서 주자를 잡은 뒤 1루 베이스 커버로 들어간 류현진에게 날아갔다. 류현진은 공을 잡아냈지만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져 있는 바람에 1점을 빼앗기고 타자 주자도 살아났다. 이어 1사 1,3루에서 크리스 존슨의 빗맞은 땅볼 타구를 잡은 류현진은 추가 실점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3루 주자를 잡기 위해 홈으로 송구했지만 너무 늦어 아웃카운트는 늘리지 못한 채 동점만 허용했다. 다만 후속타자 안드렐톤 시몬스에게 3루수 앞 땅볼을 유도해 병살 처리하며 추가 실점하지 않고 3회를 마쳤다. 다저스는 3회말 첫 타자 핸리 라미레스의 2루타에 이은 곤살레스의 좌전 적시타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다시 A.J. 엘리스의 안타로 2사 1,2루 찬스가 이어지며 류현진 타석이 돌아왔다. 그러나 다저스 벤치에서는 대타 마이클 영을 내세웠고 류현진은 교체됐다. 4회 수비부터 크리스 카푸아노가 류현진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4회말 라미레스의 중견수 쪽 3루타, 푸이그의 중전 안타로 한점씩 보탠 LA 다저스는 유리베의 우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까지 터지면서 10대4로 점수를 벌렸다. 8회에는 2사 후 연속 3안타로 3득점을 추가로 올리며 이날 승리의 쐐기를 박았다. 다저스는 카푸아노가 3이닝을 던지고 내려온 뒤 J.P. 하월이 1과 3분의1 이닝, 로날드 벨리사리오가 3분의2 이닝, 켄리 얀선이 3분의1 이닝을 맡았다. 로드리게스가 9회 제이슨 헤이워드에게 2점 홈런을 얻어맞았지만 승부의 대세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류현진은 이날 3이닝을 던지고 강판되는 바람에 승리요건인 5이닝을 채우지 못해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난 70년간 역사교육의 허와 실

    [역사 교육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 김한종 지음/책과함께/504쪽/2만 5000원 뉴라이트 계열의 교학사 역사 교과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해방 전후부터 최근까지 역사 교육의 변천사를 통해 대한민국 현대사를 조명하는 책이 나왔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쓴 ‘역사 교육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는 지난 70년간 정치·사회적 상황에 따라 부침을 겪은 역사 교육의 실상을 23개의 주요 장면을 통해 조목조목 짚는다. 저자는 헌법이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교육, 그중에도 역사 교육만큼 정치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것도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에서 역사 교육은 통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국가가 필요로 하는 국민을 만드는 데 이용됐다는 것이다. 권위주의 정권에서 특히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지만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에 힘쓰던 사람들도 정치적·사회적 이유로 역사를 강조하고 중시한 점은 마찬가지라고 저자는 말한다. 해방 이후 역사 교육의 과제는 독립 한국에 걸맞도록 역사 교육을 바로 세우고 자국사 교육을 재건하는 일이었다. 미국식 민주주의 교육과 민족 전통에 토대를 둔 민족주의자들의 의견이 맞선 가운데 단군신화에서 나온 홍익인간이 교육이념으로 채택됐다. 이는 일민주의라는 이승만 정부의 통치 이데올로기와도 연결돼 있다. 1970년대 들어 국사 교육은 박정희 정부의 정책에 따라 강화됐다. 사회과에 속해 있던 국사가 독립 교과가 되고, 공무원 시험을 비롯한 각종 시험에서도 필수과목으로 지정됐다. 저자는 “박정희 정부의 국사 교육 강화 정책에는 국사를 국정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고 지적한다. 1980년대 중반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민중 중심의 역사 서술을 주창하는 목소리가 대두됐다. 후반에 출범한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역사교육 운동에 앞장섰는데 이러한 변화를 경계한 보수 세력의 반발로 1994년 국사 교과서 준거안 파동이 불거지기도 했다. 1990년대 이후 역사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에 비해 다양한 문제들이 논의의 대상이 됐다. 근·현대사 인식에 대한 사회적 갈등은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둘러싼 이념 논쟁으로 확대됐고, 21세기 들어서는 일본 우익단체의 역사교과서 왜곡이 한·일 간에 역사 분쟁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저자는 “21세기 역사 교육은 다인종 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사회문제에 대처하고 사회적 효용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이어야 하며, 국민들이 자발적 일치를 이룩할 수 있게 하는 민주교육이어야 한다”면서 “갈등과 대립을 정당화하는 역사 왜곡을 지양하고, 여론이나 교육정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사회의 요구에 따라 역사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특파원 칼럼] 서울대행진을 기다리며/김민희 도쿄특파원

    [특파원 칼럼] 서울대행진을 기다리며/김민희 도쿄특파원

    출생의 조건을 선택할 수 있다면 195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1969년 우드스톡 페스티벌에서 몇날 며칠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을 줄곧 해왔다. 리안 감독의 영화 ‘테이킹 우드스톡(2009)’ 때문이었다. 토익 점수나 통장 잔고 같은 현실적인 문제는 아랑곳없이 고고하게 평화와 사랑 같은 대의(大義)를 논하는 20대는 얼마나 낭만적인가. 어찌 됐든 반전평화운동이라는 것도 1950년대 미국의 풍요로움 위에서 꽃이 핀 것이니, 나이로 따져 88만원 세대의 맨 앞쯤에 있는 내 처지로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달 22일 열린 ‘도쿄대행진’을 취재하며 이번에는 한국인으로서 일본이 부러웠다.<서울신문 9월 23일자 15면 참조> 도쿄의 심장이라는 신주쿠에 1000여명의 일본인이 모여 한목소리로 외친 것은 다름 아닌 ‘차별 없는 세상’이었다. 일본도 사회적 부조리와 갈등이 왜 없겠냐마는, 이날 모인 이들에게 그보다 더 심각하게 다가온 것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최근의 분위기였다. 과격 우익 단체의 혐한 시위가 기승을 부리는 통에 집회의 주제는 재일 한국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증오 발언)를 비판하는 것으로 모아졌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들은 “재일 한국인, 여성, 성적 소수자, 장애인 등 다양한 사람이 공존하는 일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대의를 위해 1963년 워싱턴 평화대행진을 본뜬 ‘도쿄대행진’에 참가한 것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시위를 접했지만 이런 종류의 시위는 처음이었다. 과문한 탓이겠지만 최근 10년간 서울에서 열린 집회의 대부분은 명확한 이해관계와 요구사항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굵직한 것만 나열해도 2002년 미군 장갑차 사건으로 불거진 반미 집회,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 반대 집회,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 등이 그렇다. 이런 집회가 나쁘다고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보다 한 차원 높은 인권이나 평화를 위해 많은 사람이 집회를 벌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한때 한국 사회도 미국이나 프랑스, 일본처럼 대의를 위해 떨쳐 나서던 시절이 있었다. 무수히 많은 이들의 희생을 통해 일궈낸 성취도 있다. 일본 사회운동가들이 부러워 마지않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그렇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한국 사회는 구성원의 인권과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인색해졌다. 이 정도의 인권이라면 괜찮다는 사회적 합의가 생긴 것일까, 아니면 ‘먹고사니즘’, ‘우리끼리즘’에 경도돼 나나 내 가족의 안위와 관계가 없다면 다른 사람의 인권이나 전 세계의 평화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진 것일까. ‘도쿄대행진’과 단순히 비교하자면 서울 명동에 1000명의 인파가 모여 “차별은 하지 말자, 함께 살자”고 외치며 오직 평화만을 위해 집회를 연 적이 과연 있었던가. 한 나라의 ‘국격’을 재는 척도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저마다 다른 답을 내놓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서 국격의 척도는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도 국적, 인종, 성별을 떠나 타인의 아픔을 공감해주는 인권 감수성이 있는 나라인지 여부다. 도쿄대행진을 보고 내 마음속에서 일본의 국격은 조금 올라갔다. 조만간 서울대행진이 조직돼 그 집회를 취재하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haru@seoul.co.kr
  • [단독]SBS ‘스포츠 뉴스’에 또 일베 마크…내부자 소행?

    [단독]SBS ‘스포츠 뉴스’에 또 일베 마크…내부자 소행?

    메인 뉴스에서 우익 사이트 ‘일간 베스트 저장소’(일베)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내보냈다가 물의를 일으킨 SBS가 또 한 번 사고를 일으켰다. 이번에는 스포츠 뉴스에서 나온 방송사고다. 문제의 보도는 지난 27일 ‘SBS 스포츠 뉴스’ 중 연세대와 고려대의 농구 정기전 결과에 대한 것이다. 내용은 고려대가 연세대에 압승을 거뒀다는 평이한 것이었지만 앵커의 멘트와 함께 등장한 배경 사진에서 연세대 마크가 잘못 사용된 것이다. 정상적인 연세대 마크는 이름의 앞글자를 따 ‘ㅇㅅ’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이날 방송에 사용된 마크는 일베를 뜻하는 ‘ㅇㅂ’이 달려 있었다. SBS는 지난 8월 20일 ‘SBS 8시 뉴스’ 방송 도중 일베에서 사용하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하하는 이미지가 합성된 도표를 사용해 논란을 일으켰었다. SBS는 “문제의 이미지 컷은 워터 마크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미지가 희미하게 합성된 것이었는데 제작 담당자는 이미지를 알아채지 못한 채 컴퓨터 그래픽 제작에 사용했다”고 사과했다. 또 일베 게시판에 SBS CNBC 부조정실을 찍은 인증 사진이 올라오자 “부조정실은 직원만 출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많은 견학인과 방문객들이 오고 가는 곳”이라면서 “SBS 직원이 찍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해명했었다. 하지만 앞서 지난 6월 한 일베 회원이 자신을 SBS 직원이라고 밝히면서 “일베는 방송국도 점령했다”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송사고가 의도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일베와 연관된 이미지가 등장하면서 이번 사고 역시 의도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엔총회의 ‘뻔뻔한 아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유엔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일본이 전 세계 여성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는 등 모순적인 주장을 펴 논란이 일고 있다. 아베 총리는 26일(현지시간) 오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21세기인 지금도 분쟁지역에서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이 계속되는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일본은 여성에 대한 이러한 범죄행위를 막는 데 모든 가능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면서도 위안부를 둘러싼 일본군의 성범죄 등 과거사 문제는 일절 말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이와 관련, 여성의 사회진출과 보건의료를 지원하기 위해 앞으로 3년간 30억 달러(약 3조 2300억원) 이상의 정부개발원조(ODA)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이번 발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의해 강제로 동원된 위안부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여성 인권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꼼수’로 여겨진다. 이런 점에서 분쟁지역에서의 여성에 대한 성범죄를 막고 여성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은 진정성이 전혀 없는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뉴욕에서는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 간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지만 현안마다 대립하는 등 50분간 양측의 입장 차만 확인했다. 윤 장관은 우리 국민의 아픈 역사가 서려 있는 일본 근대 산업 유산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재고해 줄 것을 촉구하고 최근 일본 우익단체의 반한시위에 대해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가시적이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기시다 외무상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이 끝났다면서 한국 대법원에서 일본기업의 패소가 확정되면 양국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후쿠시마현 등 8개 현의 수산물 수입규제 조치를 조기에 풀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양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아베 “날 군국주의자라고 부를 테면 불러라”

    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을 확보할 수 있다면 자신을 군국주의자로 불러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아베 총리는 25일(현지시간)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 초청 강연에서 중국을 겨냥해 “일본의 바로 옆에는 군비 지출이 적어도 일본의 2배에 달하고, 매년 10% 이상의 군비 증강을 20년 이상 계속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며 “일본은 (올해) 11년 만에 방위비를 증액했지만, 겨우 0.8% 올리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어 “나를 ‘우익 군국주의자’라고 부르고 싶다면 부디 그렇게 불러 달라”고 항변했다. 아베 총리는 “나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은 일본인에게 적극적 평화주의의 깃발을 자랑스럽게 짊어지도록 촉구하는 것”이라며 집단적 자위권을 통한 자위대의 해외 파병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날 강연은 허드슨연구소가 국가안보에 공헌한 인물에게 주는 ‘허먼 칸’ 상 수상자로 아베 총리가 선정된 것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이에 대해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역사적 원인으로 일본의 군사동향은 계속 아시아 이웃 국가와 국제사회의 고도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일본은 역사를 거울 삼고 역사적 교훈을 경험 삼아 평화안정을 위한 일들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반한 시위 반대” 日 지식인 좌우합작 단체 출범

    “반한 시위 반대” 日 지식인 좌우합작 단체 출범

    일본의 지식인들이 반한 시위를 반대하기 위한 연대에 나섰다. 25일 오후 도쿄 신오쿠보의 한 공연장에서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을 반대하는 ‘노리코에(극복) 네트워크’의 발족 기자회견이 열렸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의 주인공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 저명한 사회학자인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 우쓰노미야 겐지 전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등 일본의 지식인 21명이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일본 내 대표적인 우익 단체인 ‘잇수이카이’(一水會)의 스즈키 구니오 고문도 참여하는 등 참여 인사는 보수와 진보를 총망라했다.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 등의 반한 시위와 관련해 지식인들이 공식적으로 단체를 만들어 반대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설립 선언문에서 “재일 한국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와 데모는 마치 유대인에 대한 박해나 KKK단의 집단 린치를 연상케 하지만 일본 사회 대다수는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하에 이를 묵인하고 있다”면서 “이런 헤이트 스피치는 결국 재일 한국인은 물론이고 부락민, 장애인 등 모든 사회 소수자를 해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폭력에 결연하게 대응하는 것은 단순히 소수집단의 이익을 지키거나 국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옹호하고 지키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우쓰노미야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는 기본 권리이지만 타인의 인권에 상처를 주는 표현의 자유란 없다”면서 “사회적 약자를 해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스즈키 고문 역시 “나도 40년 이상 우익 운동을 해 왔지만 그런 행동은 옳지 않다”며 “히노마루(일장기)가 그런 곳에 등장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달 초 만들어진 ‘노리코에 네트워크’는 변호사 등 100명의 자원봉사자로 사무국을 꾸려 전국에서 반한 시위에 반대하는 모임을 결성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최종 목표는 차별금지법 제정과 인권위원회 설치다. 일본은 1980~1990년대 들어 인권운동이 활발해지면서 1995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조약을 체결했지만 국가 차원에서 인권 보호를 위한 법이나 제도를 만든 것은 없다. 시민단체인 ‘차별금지법제정을 추진하는 시민활동위원회’에 따르면 2002년 일본 정부가 ‘인권 옹호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2003년 폐지된 이후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나마 장애인에 대해서는 지난 4월 ‘장애인 차별 해소 법안’을 각의 결정했고,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2016년 4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글 사진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류현진 세번 도전 만에 14승 수확…샌프란시스코 압도

    류현진 세번 도전 만에 14승 수확…샌프란시스코 압도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왼손 투수 류현진(26)이 세 번째 도전만에 시즌 14승을 달성했다. 류현진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벌어진 ‘맞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삼진 6개를 곁들이며 4피안타 1점으로 상대 타선을 봉쇄했다. 그는 1-0으로 앞선 5회 토니 아브레우에게 좌중간 솔로포를 맞고 점수를 줬다. 2-1로 앞선 8회 승리 투수 요건을 안고 브라이언 윌슨에게 마운드를 넘긴 류현진은 마무리 켄리 얀선의 철벽 세이브로 경기가 그대로 끝나면서 8월 31일 샌디에이고와의 경기 이래 3경기 만에 승수를 보탰다. 14승(7패)을 거둔 류현진은 2002년 이시이 가즈히사(14승 10패) 이후 11년 만에 다저스 신인 투수로 최다승을 거뒀다. 그는 셸리 밀러(세인트루이스)와 더불어 올해 내셔널리그 신인 최다승 공동 1위로 올라섰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이 정규리그 최종전인 30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 류현진을 마운드에 올리겠다고 함에 따라 류현진이 1승을 더 추가하면 이시이를 뛰어넘는다. 다저스가 뉴욕 브루클린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연고를 옮긴 1958년 이후 팀 신인 최다승은 릭 서트클리프가 1979년 세운 17승이다. 이시이의 기록이 2위로 류현진은 단독 2위로 올라설 기회를 잡았다. 류현진은 홈에서 7승(3패), 원정에서 7승(4패)을 거두고 원정 징크스를 떨쳐냈다. 3.03이던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2.97로 좋아졌다. 평균자책점 2점대 재진입은 8월 20일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 이래 5경기 만이다. 류현진은 시즌 탈삼진 수도 정확히 150개를 채웠다. 시즌 29번째로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이날 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정교한 직구와 낙차 큰 커브, 위력적인 체인지업을 앞세워 시즌 내내 자신을 괴롭힌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꽁꽁 묶었다. 특히 전날까지 11타수 6안타, 5타점을 내준 ‘천적’ 헌터 펜스를 3타수 무안타로 돌려세우는 등 3∼6번 샌프란시스코 중심 타자 4명을 11타수 무안타로 솎아내고 호투의 발판을 놓았다. 류현진이 경기 초반인 3회까지 점수를 주지 않기는 7이닝 1실점(비자책점) 투구로 시즌 11승째를 따낸 8월 9일 세인트루이스와의 경기 이래 7경기 만이다. 그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직전 두 경기에서 모두 1회에 점수를 주고 결국 패전투수가 됐다. 1회 첫 타자 앙헬 파간에게 빗맞은 유격수 내야 안타를 내준 류현진은 그러나 후속 세 타자를 범타로 처리하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2회에도 천적 헌터 펜스를 바깥쪽 꽉찬 직구(시속 148㎞)로 첫 삼진을 잡아내는 등 삼자 범퇴로 막았다. 삼진 2개를 뽑아내며 3회를 넘긴 류현진의 4회 투구는 이날 압권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중심 타선을 맞아 왼손 타자 브랜든 벨트에게 몸쪽 꽉 찬 체인지업을 던져 투수 땅볼로 요리했다. 이어 전 타석에서 체인지업을 던져 범타로 묶은 버스터 포지에게 바깥쪽 빠른 직구를 뿌려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펜스마저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안정적인 내용을 이어갔다. 그러나 1-0으로 앞선 5회 ‘불의의 일격’을 맞았다. 1사 후 토니 아브레우에게 몸쪽 직구를 던졌다가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시즌 15번째 피홈런으로 올 시즌 류현진의 첫 방문경기 무실점 목표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공 10개로 6회를 넘긴 류현진은 7회 1사 후 파블로 산도발에게 첫 볼넷을 허용했으나 이후 두 타자를 범타로 잡고 임무를 마쳤다. 0-0이던 5회 야시엘 푸이그의 우중간 솔로 아치로 기선을 잡은 다저스는 1-1이던 6회 맷 켐프의 좌중간 솔로포로 달아났다. 이어 윌슨, 얀선으로 지키는 야구를 펼쳐 1점차 짜릿한 승리를 낚았다. 한편 류현진은 7회 선두 타자로 나와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치고 출루했으나 후속 야시엘 푸이그의 페이크 번트 동작 때 1루로 귀루하지 못해 주루사로 물러났다. 시즌 12번째 안타를 친 류현진은 타율 0.211을 기록했다. 류현진이 30일 등판함에 따라 포스트시즌에서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에 이어 팀의 3선발로 뛸 공산이 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日국회의원 42% 올 야스쿠니 참배

    2차 세계대전 전범의 위패가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올해 직간접적으로 참배한 일본 국회의원들이 전체 722명 중 42%인 30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 친선을 위해 결성된 한·일의원연맹 소속 일본 의원들도 신사참배에 대거 동참했다. 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23일 일본 우익단체 가운데 하나인 ‘영령에 보답하는 모임’이 공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4월 춘계 예대제(제사·4월 21∼23일) 기간에는 대리참배한 의원을 포함해 233명, 일본의 종전기념일인 지난 8월 15일에는 216명의 의원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대리참배는 대리인을 시켜 본인 명의로 공물을 바치는 것 등을 의미한다. 올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일본 의원 중 한·일의원연맹 소속 일본 의원은 107명이었다. 한·일의원연맹은 국회의원 외교 모임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로 2013년 7월 기준 한국 회원 146명, 일본 회원 258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일의원연맹의 일본 측 회장 및 회장대행·부회장·간사장 등 간부급 인사 12명 중 5명이 간접 또는 직접 참배했다. 또 아베 내각 각료 중에는 아베 신조 총리가 춘계예대제에 봉납한 것을 포함해 10명이 야스쿠니 참배에 동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베 정권의 2인자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4월 춘계예대제 때 직접 참배했고 신도 요시타카 총무상은 춘계예대제·종전기념일에 모두 참배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차별 말자, 함께 살자… 反韓 반대” 도쿄 대행진

    “차별 말자, 함께 살자… 反韓 반대” 도쿄 대행진

    “(이웃과) 함께 살아가자! 차별은 그만두자!” 휴일 인파가 북적이는 도쿄 신주쿠 한복판에 흥겨운 랩이 울려 퍼졌다. 최근 기승을 부린 ‘혐한 시위’와 ‘헤이트(혐오) 스피치’를 반대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차별철폐 도쿄대행진’이 22일 오후 열린 것이다. 한국인에 대한 증오를 스스럼없이 표출하는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 등 국적과 인종, 성에 따른 차별이 일본 내에 늘고 있는 분위기를 걱정하는 시민들이 모여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모임’을 만들고 행진을 기획한 것이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주도한 1963년 워싱턴 평화대행진이 흑인 인권운동의 시작이 된 것처럼 도쿄대행진도 조화로운 일본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 이들의 목소리다. 이날 모인 시민 1000여명은 신주쿠 주오 공원에서 출발해 한인 상가가 밀집해 있는 신오쿠보 등 신주쿠 일대를 2시간 동안 행진했다. 50년 전 워싱턴에서 그랬던 것처럼 남성과 여성 모두 검정색 정장을 맞춰 입고 ‘차별에 반대하는 도쿄대행진’이라는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킹 목사의 ‘내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는 명연설을 본떠 이를 외치기도 했다. 일부는 간이 악단을 꾸려 미국 인권운동을 상징하는 노래 ‘우리 승리하리라’(We shall overcome)를 연주하며 걸었고, 꽹과리와 북도 합세해 시종일관 흥겨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 시민은 ‘어떤 아이든 우리 아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극우단체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이 도쿄한국학교에 재정 지원을 중단할 것을 도쿄도에 요구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들이 행진을 이어가는 동안 주변 행인들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사진을 찍거나 손을 흔들어 주는 등 호의적인 반응이 대다수였다. 당초 우익 단체들이 반대 시위를 벌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으나 이날 행진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자발적으로 참가했다는 회사원 아리나가 미야코는 “한국인 친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인으로서 차별이 점점 늘어나는 움직임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 혼자 참가했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 이쿠모리 요코(회사원) 역시 재특회 등이 주도하는 반한 시위에 관해 “정말 부끄럽게 생각한다”면서 “차별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런 행사가 열려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도쿄대행진을 기획한 실행위원회 일원인 김 노부카쓰는 “일본에 재특회 같은 세력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세력에 반대하는 사람 역시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올해 초부터 도쿄 대행진을 기획했다”면서 “향후 일본 정부에 유엔 인종차별철폐조약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혐한 헤이트 스피치를 규제하는 법규를 만들도록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MLB] 1회 홈런 한방에…류현진, 2피안타 2실점 8이닝 완투패

    [MLB] 1회 홈런 한방에…류현진, 2피안타 2실점 8이닝 완투패

    류현진(26·LA 다저스)이 1회 ‘악몽’에 또 울었다. 류현진은 17일 체이스필드에서 벌어진 미국프로야구 애리조나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8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솎아내며 단 2안타 1볼넷 2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결승점이 된 1회 피홈런 한 방이 뼈아팠다. ‘천적’ 애리조나전 설욕에 나섰던 류현진은 팀 타선의 불발 탓에 시즌 14승 사냥에 실패했고, 7패째를 아쉬운 시즌 첫 완투패로 장식했다. 류현진이 8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은 완봉승을 거둔 지난 5월 29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인상적인 투구로 리키 놀라스코와의 경쟁에서 3선발 입지를 되찾았다. 이날 100개의 공을 뿌린 류현진은 커브 구사 비율을 크게 늘리면서 61개를 스트라이크로 꽂았고 최고 구속은 94마일(약 151㎞)을 찍었다. 평균자책점은 3.07에서 3.03으로 좋아졌다. 하지만 1회 평균자책점은 5.14로 나빠졌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눈앞에 둔 다저스는 1-2로 져 4연패에 빠지며 ‘매직넘버 4’를 줄이지 못했다. 28번째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21번째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지만 초반 징크스에 또 발목이 잡혔다. 1회 말 선두타자 AJ 폴록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류현진은 윌리 블룸퀴스트를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지만 폴 골드슈미트에게 실투를 허용했다. 골드슈미트는 146㎞짜리 초구 투심패스트볼이 가운데 높게 오자 놓치지 않고 가운데 담장을 넘는 2점포로 연결했고, 류현진과 맞대결에서 11타수 6안타로 천적임을 다시 입증했다. 그러나 홈런 이후 류현진은 8회까지 1안타 만 더 내주며 완벽히 틀어막았다. 류현진은 “최근 가장 투구 내용이 좋았다”면서 “100개의 공을 던졌는데 실투 1개 때문에 경기에 졌다. 실투를 더욱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1회 부진에 대해 “한국에서도 1회 많이 맞는 편이었고 여기 와서 더 그런 것 같다. 초반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가는 공이 맞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멋진 투구를 했다. 타선이 1점밖에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류현진을 다독였다. 1회 허용한 홈런에 대해서는 “실투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잘 친 것”이라고 옹호했다. LA 타임스는 “8회까지 2안타만 내주고 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 일이 요즘 다저스에서 심심찮게 나타나고 오늘은 류현진이 그랬다”면서 “류현진은 1회 단 한 번의 문제만 겪었다“고 전했다. 다저스는 0-2로 뒤진 6회 류현진의 볼넷에 이어진 1사 만루의 결정적인 역전 찬스를 잡았지만 이후 타선이 삼진과 땅볼로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류현진, 25일 샌프란시스코전 등판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왼손투수 류현진이 25일 오전 11시15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AT&T 파크에서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 3연전 첫 경기에서 시즌 14승에 다시 도전한다. 이 경기 등판으로 류현진은 포스트시즌에 대비한 선발 투수 운영에서 팀의 3번째 선발 자리를 꿰찬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는 18일 미국프로야구 공식 홈페이지 MLB.com의 경기 일정을 통해 류현진의 선발 등판 소식을 알렸다. 17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마지막으로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평소대로라면 5일을 쉬고 23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등판할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다저스의 돈 매팅리 감독은 에이스인 클레이턴 커쇼가 등판할 예정이던 19일 경기에 스티븐 파이프의 등판을 예고, 선발 투수 일정이 하루씩 밀렸다. 밀린 일정에 따라 류현진은 팀의 고정 1·2선발인 커쇼(22일), 잭 그레인키(23일)의 다음 순서로 등판한다. 24일은 다저스의 휴식일이다. 매팅리 감독이 선발 등판 순서를 조정한 것은 내달 4일부터 시작되는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의 준비를 위해서다. 현재 11경기를 남겨둔 다저스는 포스트시즌 1·2차전에 팀의 1·2선발을 올릴 수 있도록 컨디션을 관리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규리그 막판 경기에 커쇼·그레인키에 이어 류현진이 등판한다는 것은 류현진이 팀 내 3선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류현진은 17일 애리조나와의 경기에서 시즌 14승을 올리지는 못했으나 8이닝을 책임지는 동안 안타를 단 2개만 내줘 매팅리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류현진이 샌프란시스코와 대결하는 것은 이번이 5번째다. 지금까지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4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2.81을 기록했다. 4월3일 류현진의 빅리그 데뷔전 상대가 샌프란시스코였다. 당시 류현진은 6이닝 동안 안타 10개를 맞고 3실점(1자책)해 패전투수가 됐다. 5월6일 다시 만난 샌프란시스코에 6이닝 8피안타 4자책점을 기록, 다시 패전을 떠안은 류현진은 3번째 대결에서 6⅔이닝 8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승패 없음)했고 6월6일 6⅔이닝 2실점으로 첫 승리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지금까지 투수를 제외한 샌프란시스코의 타자들에게 총 85타수 29안타(피안타율 0.341)를 허용했다. 이 중에서도 중심타자인 우익수 헌터 펜스는 류현진의 천적으로 꼽힌다. 류현진은 펜스를 상대로 피안타율 0.545(11타수6안타)를 기록 중이다. 최근 애리조나와의 경기에서 천적으로 꼽히는 폴 골드슈미트에게 1회부터 2점 홈런을 맞은 바 있는 류현진은 천적인 펜스를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 3.03을 기록 중인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 원정에서 4.26의 평균자책점(12⅔이닝 6실점)을 기록해 부진하다. 상대 선발투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연합뉴스
  • 이번엔 교학사 대사전… “제주 4·3사건, 폭동 규정”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우편향 및 부실 논란에 휘말린 와중에 이 출판사가 4월에 발간한 ‘한국사 대사전’에도 우편향된 서술이 실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과서에서 촉발된 ‘역사 전쟁’이 다른 출판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제주 4·3연구소, 제주민족예술인총연합,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는 13일 성명을 내고 “교학사가 4월 29일 낸 총 10권의 ‘한국사 대사전’에서 4·3사건을 폭동으로 규정했다”면서 “2003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사과한 뒤 제주도민과 유족들이 서로 아픈 가슴을 부여안고 치유해 나가는 과정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사 대사전은 ‘1948년 4월 3일 제주도 전역에서 남조선 노동당 계열의 민간유격대들이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여 일으킨 폭동사건’이라며 4·3사건을 ‘폭동’으로 명문화했다고 연구소들은 지적했다. 교학사 교과서는 교과서 집필기준을 따르느라 ‘폭동’이라고 명시하지 않았지만 ‘4월 3일 남로당 주도로 총선거 반대 봉기… 많은 경찰들과 우익 인사들이 살해당하였다. 수습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양민의 희생도 초래되었다’고 써 시간적으로 경찰이 먼저 공격받은 것처럼 기술해 비판받은 바 있다. 2000년 제정된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2조에 규정되어 있는 우리 정부의 4·3사건에 대한 공식입장은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한편 이날 교학사는 기존의 한국사 교과서 출판 포기 입장을 철회하고 출판 강행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10월 말까지 진행할 교과서 수정·보완 작업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교학사 측 오류를 지적했던 진보 역사학계는 교육부가 구성할 전문가협의회에 일절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역사연구회장인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최악의 내용에, 청소년의 민족관과 국가관을 위협하는 뉴라이트 교과서가 본질을 유지한 채 색칠만 다시 하는 과정을 돕지 않겠다”고 이유를 밝혔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우윳빛 보드라운 온천수 푸르러 고즈넉한 숲그늘

    우윳빛 보드라운 온천수 푸르러 고즈넉한 숲그늘

    이 아름다움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요. 봄의 청순함도, 가을의 화려함도, 겨울의 단아함도 없었습니다. 여름의 짙푸름마저 끝물이었습니다. 어정쩡한 계절에 민낯으로 만난 아키타(秋田)는 그러나 치장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갖고 있었습니다. 적요했고 평온했으며 절정이 아니어서 더욱 정겨웠습니다. 일본 안에서도 가장 빈한한 축에 속한다는 아키타현을 우리에게 알린 것 가운데 하나가 트램핑입니다. 트레킹과 캠핑의 합성어로, 걷다 지치면 텐트 치고 쉬어 간다는 개념이지요. 어떤 단어를 들이댄다 해도 아키타를 가리키는 방향은 늘 하나입니다. 바로 치유지요. 아키타현은 북위 40도선에 걸쳐 있다. 북한의 함흥, 신의주 등과 비슷하다. 그러니 벌써 가을이 시작됐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억새가 꽃을 피웠고 벼는 노릇노릇해졌다. 그야말로 가을(秋) 들녘(田)이다. 아키타현은 일본 내에서 미인의 산지로 유명하다. 이를 빗대 ‘아키타 비진(美人)’이라 일컫는다. 이는 피부와 관련된 표현일 듯싶다. 아키타는 일조량이 적다. 그 때문에 여성들의 피부가 희다. 온천도 한몫 거들었다. 유황 향기 가득한 온천수가 흰 피부를 더욱 보드랍게 만들었다는 거다. 아키타는 온천으로도 이름났다. 현 안에만 유명 온천마을이 14곳이나 있다. 아키타현과 이와테현 경계 지역에 도와다하치만타이 국립공원이 있다. 이 국립공원 아래로 몇 개의 온천마을이 매달려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게 뉴토 온천향이다. TV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이병헌과 김태희가 온천욕 즐기는 장면을 찍었던 곳이다. 엉큼한 남성이라면 이름을 듣자마자 눈을 희번득댈 터. 하긴 그럴 법도 하다. 온천을 둘러싼 뉴토산(1478m)의 모양새가 여인의 가슴 언저리를 닮았대서 혹은 온천수 빛깔이 맑은 우윳빛을 하고 있대서 나온 이름이라니 말이다. 뉴토 온천향엔 서로 다른 성분을 가진 온천 7개가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쓰루노유 온천이다. 학이 다친 날개를 치료했다는 전설이 담긴 곳이다. 일본인들 사이에서 이웃한 아오모리현의 쓰가유 온천과 더불어 늘 인기 수위를 다툰다. 온천 초입의 낡은 건물들이 인상적이다. 억새, 띠 등으로 인 지붕과 거무튀튀한 바람벽 위로 수백년 세월의 흔적이 더께로 내려앉았다. 쓰루노유 온천은 탕치(湯治)를 위해 역대 아키타 번주들이 즐겨 찾았던 곳이다. 건물은 바로 번주를 호위하고 온 무사들이 숙소로 사용했던 본진(本陣)이다. 요즘엔 본관 숙박동으로 쓰인다. 현지 관계자는 “6개월 전에 인터넷으로 객실 예약을 받는데, 단풍이 절정인 10월의 경우 4월 첫날 10분 만에 객실이 동난다”고 했다. 온천을 둘러친 풍경이 그윽하다. 너도밤나무 가득한 숲과 연푸른 우윳빛의 온천수 그리고 낡은 건물이 수묵화처럼 어우러졌다. 너른 로텐부로(露天風呂·노천온천)는 남녀 혼탕이다. 북규슈 지역 온천에 드물게 남아 있는 옛 풍속이다. 건물 안엔 여성 전용탕도 마련돼 있다. 쓰루노유 온천 주변에 6개의 온천이 더 있다. 저마다 다른 수질과 숙박시설을 갖췄다. 예컨대 다에노유는 금과 은 2개의 온천으로 구성됐는데 매일 저녁 8시가 되면 남녀탕을 바꾼다고 한다. 가장 위쪽은 구로유다. 가을철 단풍이 들 때면 사방이 불붙은 듯하다는 온천이다. 11월까지만 영업한다. 겨울엔 눈에 파묻혀 문을 닫는다. 구로유에서 센다쓰 계곡을 따라 5분쯤 내려가면 마고로쿠 온천이 나온다. 이처럼 뉴토 온천향은 걸어서 한 시간 안쪽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온천탕들이 몰려 있다. 일본인들 또한 종종 트레킹 삼아 계곡을 걷다 온천욕을 즐기곤 한단다. 너도밤나무가 짙은 숲그늘을 이룬 산자락엔 캠핑장도 조성돼 있다. 캠핑과 온천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아키타현에선 이런 캠핑장을 흔히 볼 수 있다. 뉴토 캠핑장의 경우 규카무라 온천과 차로 불과 5분 거리다. 아키타현에서 운영하는 아스피아 캠핑장은 후케노유 온천과 가깝다. 해발 1100m의 하치만타이 산자락에 있는 비탕(秘湯)이다. 아스피아 캠핑장 또한 면적이 무려 19만㎡에 달해 직장인 등의 단체 캠핑에 적합하다. 뉴토 온천향에서 좀 더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다자와코다. 공항 등 아키타현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진, 그러니까 ‘아이리스’에서 김태희와 이병헌이 포옹하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지금은 이 사진이 아키타 관광의 아이콘처럼 여겨지고 있다. 다자와코는 일본에서 가장 깊은(423.4m) 호수다. 둘레는 약 20㎞. 물빛은 삼색이다. 물가는 바닥의 색을 닮아 붉은 황톳빛이다. 호수 가운데로 나갈수록 물빛은 연초록에서 파란 잉크빛으로 변해 간다. 현지 가이드는 “물속에 함유된 알루미늄 성분 때문에 파란빛을 띤다”고 했다. 호수는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다고 한다. 물가 한쪽에 황금빛 여인상이 서 있다. 다쓰코라는 전설 속 소녀의 동상이다. 영원한 아름다움을 갖기 위해 다자와코의 물을 마셨던 다쓰코가 용으로 변해 호수의 수호신이 됐다는 게 전설의 얼개다. 한데 이보다는 구니마스란 물고기 이야기가 더 현실적이다. 다쓰코의 죽음을 애통해하던 어머니가 가져온 횃불이 변했다는 물고기다. 구니마스는 다자와코에만 서식하던 희귀종이다. 70년 전 멸종이 공식 선언됐다가 2010년 야마나시현의 사이코에서 발견돼 일본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아키타 동북쪽, 하치만타이 산자락엔 너도밤나무숲이 조성돼 있다. ‘일본 숲 100선’ 가운데 하나로 꼽힌 곳. 겨울철 ‘아스피린 스노’(최상의 눈)로 유명한 앗피 스키리조트에서 차로 10분 거리다. 숲은 깊다. 100만ha 정도 된다. 이 너른 공간이 죄다 너도밤나무다. 흔하지는 않지만 인적이 드문 시간엔 곰이 내려와 쉬어가기도 한다. 숲을 알리는 나무이정표를 찢어 놓은 것도 녀석의 짓이다. 앗피리조트의 명물 가운데 하나가 요쿠르트와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이다. 리조트내 목장에서 직접 생산된 것들이다. 부드럽고 들척지근 하지 않은 맛이 일품이다. 아키타 남부의 가쿠노다테도 빼놓지 말아야 할 코스다. 1620년 에도시대에 세워진 사무라이 마을이다. ‘작은 교토’로 불릴 만큼 고풍스러운 저택들이 밀집해 있다. 가장 오래된 저택인 이시구로가와 정원, 무기장(武器臧) 등 볼거리가 많은 아오야기가 등은 관람료를 받는다. 드물게 일본 우익의 흔적과 마주하기도 한다. 일행 중 한 명은 아오야기가에서 욱일승천기와 마주하기도 했다. 가쿠노다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히노키나이 강 제방도 산책 코스로 좋다. 수령 200년이 넘은 수양벚나무가 즐비하다. 이 가운데 무려 152그루가 천연기념물이라고 한다. 글 사진 아키타(일본)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가는 길:대한항공이 서울-아키타 직항편을 월, 목, 토요일 주 3회 운항한다.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에어포트라이너가 아키타 공항에서 뉴토 온천향(2시간 10분)과 다자와 호수(1시간 30분), 가쿠노다테(50분) 등 주요 관광지를 오간다. →현지 이동:뉴토 온천향에선 ‘유메구리 수첩’이 요긴하다. 일종의 통합권으로, 순례 버스를 타고 온천 7곳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1500엔. 유효 기간은 1년이다. →별미:아키타현의 대표 음식이 기리탄포다. 갓 지은 햅쌀밥을 삼나무 꼬치에 꽂은 뒤 히나이라는 토종닭 육수에 채소를 넣고 끓인다. 일반 마트에서 포장 완제품을 쉽게 살 수 있다. 기리탄포에 일본의 3대 우동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나니와 우동을 넣어도 맛있다. 지역 특산품으로 꼽히는 훈제 단무지도 별미다. →패키지:일본 개별 여행 전문 여행사인 에나프투어(www.enaftour.com)에서 다양한 유형의 ‘릴렉스 캠핑 & 피싱’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일본 10대 캠핑장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아스피아 캠핑장과 쓰루노유 온천, 다자와코 호수 등에서 캠핑과 온천, 카약 등을 즐기는 여행 상품이다. 특히 계류낚시가 포함된 상품이 이채롭다. 오보나이카와 등 포인트가 즐비한 계류를 오가며 플라이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일본어 전문 가이드가 늘 동행하고 쇼핑 등 불필요한 일정이 없어 알차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02)337-3088, 3070. 호도트레킹도 4일짜리 캠핑 투어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02)753-0777. 취재 협조 아키타현(akita.or.kr), 앗피리조트(www.appi.co.kr)
  • [프로야구] 찰리 > 유먼

    [프로야구] 찰리 > 유먼

    평균자책점 선두 찰리(NC)가 다승 선두 유먼(롯데)을 눌렀다. 찰리는 10일 맞대결 전까지 롯데와의 세 경기에 나서 1승, 평균자책점 0.47을 기록했다. 유먼 역시 NC와의 세 경기에 나와 1승을 거뒀는데 평균자책점은 찰리와 똑같아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찰리는 이날 창원 마산구장으로 불러들인 롯데 타자들을 6이닝 동안 25명째 만나 2피안타 5볼넷 4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펼쳐 10승(5패)째를 따냈다. 창단 이후 첫 10승 고지를 밟아 기쁨은 곱절이 됐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2.60에서 2.51로 낮췄다. 유먼은 7이닝 동안 25타자를 상대하며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으로 3실점(1자책)하며 4패(13승)째를 기록했다. NC는 3회 단 한번 흔들린 유먼을 제대로 공략했다. 권희동의 2루타와 상대 실책, 볼넷으로 만든 무사 만루에서 김종호가 2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나성범이 희생플라이를 더해 3-0으로 달아났다. 롯데는 7회 정훈의 솔로 홈런으로 추격을 시작, 1사 2·3루 기회에서 손아섭의 희생플라이로 2-3까지 따라붙는 데 그쳤다. 4위 넥센과의 승차는 6경기로 벌어져 ‘가을 야구’가 더 아득해졌다. 5위 SK는 군산에서 KIA의 실책 연발을 틈타 5-3으로 이기며 4연승, 4위 넥센에 4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KIA 우익수 신종길이 사고를 쳤다. 1회 초 2사 1·3루 위기에서 김강민의 빗맞은 타구가 날아왔다. 여느 구장보다 낮은 조명탑 위로 솟은 타구를 놓치는 바람에 주자 둘이 들어왔다. KIA가 2회말 김주형의 2점 홈런으로 2-2 균형을 맞추자 SK는 4회 김성현의 적시 2루타로 한 점 앞서나갔다. KIA가 7회 2사 뒤 박기남의 좌중간 2루타로 3-3 균형을 맞추자 조인성이 8회 최향남으로부터 솔로 홈런을 뽑아낸 데 이어 9회에도 최정의 적시 2루타로 1점을 더 달아났다. 5연패를 당한 KIA는 8위 NC에 한 경기 차로 쫓겼다. 상위권 팀끼리 격돌로 관심을 모은 삼성-넥센(목동), 두산-LG(잠실) 경기는 비 때문에 취소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MLB] “추신수, MVP 다크호스”

    추신수(31·신시내티)가 미국프로야구 내셔널리그(NL) 최우수선수(MVP) 경쟁에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미국의 CBS 스포츠는 4일 메이저리그 양대 리그의 MVP 싸움을 전하면서 NL의 다크호스 가운데 두 번째로 추신수를 지목했다. CBS 스포츠는 “(우익수에서) 더 어려운 포지션인 중견수로 기꺼이 자리를 옮겨 성공한 점에서 점수를 얻었다”며 중견수로서 변신을 높이 샀다. 최근 이틀 연속 대포 등 통산 세 번째 ‘20홈런-20도루’ 달성을 향한 추신수의 불방망이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매체는 “타율 .285, 출루율 .415, 장타율 .466에 홈런 19개를 때렸고 내셔널리그 두 번째로 많은 253차례 출루했다”며 최고의 리드오프 임을 강조했다. 추신수와 함께 팀 동료 조이 보토와 맷 카펜터(세인트루이스) 등도 다크호스로 꼽혔다. 리그 MVP 선두 주자로는 앤드루 매커천(피츠버그)이 뽑혔고 폴 골드슈미트(애리조나), 클레이튼 커쇼(다저스), 야디어 몰리나(세인트루이스) 등이 각축을 벌이는 것으로 전했다. 아메리칸리그(AL)에서는 거포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가 앞서 가고 크리스 데이비스(볼티모어), 맥스 슈어저(디트로이트), 마이크 트라우트(에인절스) 등이 경쟁자로 꼽혔다. 하지만 추신수는 이날 세인트루이스와의 홈 경기에서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1타수 무안타 3볼넷에 그쳤다. 올 시즌 추신수의 한 경기 3볼넷은 네 번째이고 시즌 타율은 .285를 유지했다. 신시내티는 1-0으로 이겼다. 한편, LA 다저스는 이날 콜로라도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 리키 놀라스코의 호투로 7-4로 승리, 6연승을 달렸다. 지난 7월 마이애미에서 다저스로 둥지를 옮긴 놀라스코는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쿠어스필드에서 6이닝 동안 5피안타 2실점의 인상적인 피칭을 하며 시즌 12승째를 올렸다. 시즌 83승 55패로 승률 6할대에 진입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다저스는 2위 애리조나와의 승차를 13.5경기 차로 벌렸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프로야구] LG 다시 선두… 1등 공신 ‘작은 이병규’

    [프로야구] LG 다시 선두… 1등 공신 ‘작은 이병규’

    이병규(7번)의 끝내기 안타가 LG를 15일 만에 단독 선두로 올려 세웠다. LG는 4일 잠실로 불러들인 SK에 선취점을 내줬으나 6회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9회 말 무사 1, 2루 기회에서 이병규가 뽑아낸 끝내기 중전 적시타를 앞세워 2-1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달 20일 선두로 올라섰다가 하루 만에 2위로 내려간 지 보름 만이었다. 지난 1일 두산에 이어 이날 시즌 두 번째로 홈 관중 100만명을 돌파(4년 연속)했는데 홈 4연패 악몽을 끝내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두 배의 기쁨을 안겼다. SK는 4회 초 김상현이 상대 선발 신재웅으로부터 적시타를 뽑아냈으나 6회 마운드에 오른 이동현과 유원상을 상대로 단 한 차례만 진루하며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삼성은 광주구장에서 2011년 7월 27일 이후 KIA에 8연속 승리를 기록했던 윤성환이 초반부터 무너지며 5-7로 졌다. KIA가 윤성환을 무너뜨린 건 1회 말 수비를 끝내고 들어온 선수들을 집합, 윤성환 공략법을 일러준 이순철 수석코치의 공이었다. 밀어치듯 하라는 주문이었고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2회 초 이범호가 좌전 안타로 나간 뒤 이종환이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무사 2, 3루를 만들었고 박기남이 왼쪽 담장을 맞히는 2루타로 선제 2타점을 올렸다. 포수 이지영이 공을 빠뜨린 틈을 타 3루까지 간 박기남은 김주형의 희생 플라이에 홈인했다. 나지완은 5회 2사 2, 3루 기회에서 윤성환의 5구째 직구를 3점 홈런으로 연결, 6-0으로 달아났다. 김주형은 6회 바뀐 투수 김현우에게서 1점 홈런을 빼앗았다. 삼성은 7회 2점과 9회 3점을 따라붙었지만 너무 늦었다. 윤성환은 5이닝 동안 7안타를 맞고 6실점, 10승 신고를 세 경기째 미루며 2년 1개월여 만에 KIA전 패배를 신고했다. 두산은 대전구장에서 선발 노경은이 7이닝 6피안타 5실점(3자책)했지만 14안타를 집중시킨 타선 덕에 한화를 7-5로 제치고 5연승, 삼성과의 승차를 1.5경기로 좁혔다. 4위 넥센은 목동에서 선발 오재영의 5이닝 4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앞세워 5위 롯데를 5-2로 따돌리고 승차를 3.5경기로 벌렸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8회 말 우익 선상에 떨어지는 오윤의 타구를 롯데 2루수 정훈이 다이빙 캐치하다 떨어뜨렸을 때 파울 판정이 내려진 데 불만을 품고 주루 코치 등을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였다. 오재영은 롯데와의 35경기 만에 첫 승리를 따냈다. 손승락은 37세이브(2승2패)로 선두를 굳게 지켰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프로야구] 희망! 홍성민

    [프로야구] 희망! 홍성민

    지난해 KIA에서 데뷔해 시즌을 앞두고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사이드암 투수 홍성민(24)이 마침내 데뷔 처음 선발승을 신고했다. 홍성민은 2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2탈삼진에 실점하지 않아 1-0 영봉승을 이끌었다. 데뷔 이후 최다 이닝을 소화하며 첫 퀄리티스타트를 뽐낸 그는 시즌 2승(1패)째를 거뒀다. KIA가 김주찬을 영입할 때 김시진 롯데 감독이 보상선수로 지목할 정도로 지난해 선동열 KIA 감독이 잘 조련했던 투수. 김시진 감독은 시즌 전 선발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아킬레스건을 다쳐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했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이날까지 올해 13경기에 나섰을 뿐이다. 홍성민은 이날 2회만 제외하고 6이닝을 모두 삼자범퇴로 처리하는 깔끔한 투구를 선보였다. 투구 수는 100개. 스트라이크 65개, 볼 35개였다. 최고 142㎞의 직구(53개)를 중심으로 포크볼(35개)-슬라이더(12개)를 적절하게 섞어 타자들을 요리했다. SK는 문학구장으로 불러들인 삼성에 3회 이승엽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줘 0-1로 끌려갔지만 7회 대거 5점을 뽑아내 5-2 역전승으로 4연승을 내달렸다. 김강민이 안타, 박재상이 2루타로 나갔고 박진만의 볼넷에 이어 대타 한동민이 상대 구원 안지만과 끈질긴 신경전 끝에 결국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정근우가 우익수 키를 넘겨 담장을 맞히는 2루타로 2-1로 뒤집은 뒤 조동화가 싹쓸이 3루타를 날려 5-1로 달아났다. 두산은 마산에서 NC를 6-0으로 따돌리며 비 때문에 KIA와의 광주 경기가 취소된 넥센을 반 경기 차 4위로 밀어냈다. 이종욱이 2회 초 2사 만루에서 우익 선상을 흐르는 싹쓸이 3루타를 날린 데 이어 민병헌이 3루수 옆을 스치는 적시타를 날려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선발 노경은은 NC 상대 3연승으로 강한 면모를 뽐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일본은 왜 이럴까/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일본은 왜 이럴까/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대한해협을 사이에 두고 한국과 일본의 긴장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아베 신조 총리 정권이 들어선 뒤 일본의 민족주의·우경화 성향이 강화되면서 독도나 과거사 충돌이 쉼없이 일어난다. 지한파, 친한파로 알려졌던 일본 지식인들마저도 최근들어 칼럼이나 세미나 발언 등을 통해 “한국은 종북이 아니라 종중(從中·중국 추종)이 더 문제”라는 등 노골적으로 반한 감정을 드러낸다. 일본 대학에 근무하는 한 한국인 교수는 일본인에 포위된 느낌이 들어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소연한다. 재일본 한국인 사회에서는 현재 한·일 관계가 한계수위라고까지 말한다. 왜 이럴까. 오랜 기간 양국 갈등의 완충판 역할을 했던 한·일의원연맹의 약화가 우선 거론된다. 연맹은 1975년에 출범해 군사정변 등 예외적인 해를 제외하고는 해마다 양국을 오가며 총회를 개최했다. 그런데 최근 4년간 총회가 두 번이나 열리지 못했다. 올해도 아직 못 열렸다. 위상도 약화돼 회장이 전직 총리급에서 격하됐다. 세대교체로 지한파, 지일파가 크게 줄었다. 자연스레 정부 간 문제가 생길 때마다 거물급의 물밑 접촉을 통해 해법을 제시했던 연맹의 역할이 약화됐다는 것이 일본통인 민주당 이낙연 의원의 소개다. 완충판이 약해지면서 양국 충돌 때마다 파열음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도 다각도로 찾아봐야 할 때다. 그래야 관계 복원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일본인들은 지난해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고, “일왕이 한국에 오려면 진심으로 사과해야”라고 발언해 반한 기류가 확산됐다고 주장한다. 한국인들은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이 왜곡되고 우경화되면서 한·일관계가 냉각됐다고 말한다. 원인에 대한 양국민의 인식차가 커 간극을 메우기 힘들 듯하다. 전문가들은 일본 내적 요인을 꼽는다. 1867년 메이지유신 이후 120여년간 아시아를 지배하거나 지도하는 리더였던 일본은 20여년 전부터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위상이 흔들렸다. 얕보던 한국마저 스포츠나 문화, 심지어 전자산업까지 어깨를 나란히 하자 자존심이 구겨지며 짜증이 늘었다. 잃어버린 20년 장기불황도 일본이 사방에 포위됐다는 폐색감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안전 신화마저 의심받자 열패감도 생겼다. 좌절감과 초조감까지 겹치며 중국·러시아보다는 상대하기 쉬운 한국에 대한 분풀이성 공격 성향이 표출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젊은 층과 우익이 재일한국인을 공격하고, 정치인들도 이에 편승해 민족주의를 선동하며 양국관계가 냉각된 측면도 있다. 이런 사정을 음미해야 할 것 같다. 상대를 알아야 올바른 해법이 나온다. 이런 때일수록 한·일관계를 역지사지하는 지혜도 요구된다.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냉정하게, 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구미 국가들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시대에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의 협력은 긴요하다. 한·일이 전향적 자세로 만나 경제 협력을 매개로 정치적 간극을 좁혀가야 한다는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의 처방은 시사적이다. tae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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