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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 장애
    202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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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思秋期](1)폐경

    중년이란 보통 40∼50대를 일컫는다.수명이 짧던 시절,중년이란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시점이었다.그러나 평균수명 80세 시대인 요즘엔 인생의 중간 지점으로 지금부터 ‘늙고 죽는 연습’을 하기엔 너무 아까운 때다.그래서 새로운 삶을 설계해야 할 때라고도 한다.중년기에 이르면 남성은 물론 여성도 외부의 가치 기준이 아닌 자신의 내부로 눈을 돌리는 시기이다.중년을 폐경,젊음,독립 등을 주제로 풀어본다. 폐경(閉經)은 부정할 수 없는 노화의 신호다.말 그대로 초경이 ‘시작’이라면 폐경은 ‘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그래서 폐경을 맞으면 “이젠 여자로서는 끝났다…”라고 우울해지게 마련이다.지긋지긋하던 생리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생각하는 여성들도 아쉬움을 완전히 숨길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폐경이 된 이후 30년간을 ‘여성이 아닌 여성’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이는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고,성적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남성적인 시각이라는 지적에 여성들은 공감한다.임신과 출산만이 여성이가진 가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폐경이야말로 임신과 출산으로부터 해방된 여성의 독립된 제2의 인생의 출발점,끝이 아닌 ‘월경을 완성’했다는 뜻으로 ‘완경(完經)’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속절없이 세월만… ” 허무하고 아프고 우울증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최성숙(56·서울 은평구 불광동)씨는 지난 몇 년간을 돌아보며 긴 터널을 통과한 것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어려운 집안에 시집와서 시동생과 시누이 5명을 모두 공부시켜 결혼시키면서도 큰소리내지 않고 잘 지냈어요.그런데 모든 것이 귀찮고,세상사람들과 만나기도 싫어졌어요.남편은 물론 가족들을 돌보기도 싫고,시댁 식구들에게 더이상 ‘희생·봉사’하기 싫어졌어요.머리부터 발끝까지 아프지않은 곳이 없었고….” 자신이 부쩍 늙고 있다는 사실에 우울하기 그지없다는 김영순(48·서울 서초구 서초동)씨.그는 폐경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아무래도 호르몬 요법을 받아야 할 것같아요.그전에는 남편이 짜증을 내도 내가 몇 마디 우스개를 하거나,푼수를 떨면서 풀고 살았어요.그런데 요즘엔 뭐든 못 참겠어요.속절없이 세월만 갔다는 것이 너무 슬퍼요.” 폐경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증상은 아니다.흔히 폐경기 증세로 일컬어지는 우울과 심한 감정의 변화,불안·초조 외 안면홍조,식은 땀,수면 장애 등은 폐경 2∼8년전부터 시작된다.전세계적으로 여성들의 25%는 아주 심각할 정도의 증상을 보이고,50%쯤은 한두가지 증상은 겪으며 폐경을 맞는다. 그런데 왜 여성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생리현상을 이야기하게 된 것일까.왜 대한폐경학회가 설립되고,11월을 ‘폐경 여성의 달’로 정하고 있는가. 이를 포천중문의대 안명옥(산부인과)교수는 “평균수명이 늘어나 폐경 이후 30년을 사는 여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그런데 이 시기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어 곤란하다.”고 말했다.클레오파트라가 살던 기원전 100년경 여성의 평균수명은 25세에 불과했고 15세기까지도 30세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942년 평균 수명이 45세에 불과했다.폐경기에 이르도록 사는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에 40세의여성을 늙었다고 여겼고,50세가 지나면 고령으로 생각했던 것이다.그러므로 폐경기의 고통은 당연한 것이자 부끄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50세 이상 여성은 무려 600만명에 이른다.이들이 고통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폐경에 대한 인식,남성적인 것 폐경기(menopause)란 단어는 ‘남자로부터 자유로워지다(pause from men)’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전성진(49·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는 30대 후반에 자궁근종 때문에 자궁적출수술을 받았다.이미 30대에 폐경을 맞았지만 그는 3년 전부터 폐경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나름으로는 열심히 살았고,교회에서 봉사도 해왔는데 잘못 살았다는 생각에 붙잡혀 있어요.잠을 잘 이루지 못해서 늘 피곤해요.” 그러나 자신에게 일어난 최근 현상을 폐경기의 일반적인 현상임을 알게된 후 오히려 우울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단다.“자궁없이 지낸 10년간 생리도 없었는데 이 나이가 돼서야 폐경기가 시작됐다니 놀랍지 않아요?물론 다른 친구들보다는 제가 좀 빠른 편이지만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제게 힘을 줬어요.”라고 말했다. 흔히 갱년기 증세는 호르몬 분비가 감소한 탓으로 돌리지만 그 원인은 신체적·정신적 요인이 복합된 것이다. 미국의 여성건강 전문의 크리스티안 노스럽은 ‘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란 책에서 폐경은 “여성의 뇌에 변화를 불러 일으킨다.”고 말했다.가임기 동안 가족을 돌보며 자신의 양보로 가정의 행복을 꾸몄던 여성들이 뇌에 열이 오르면 분노의 감정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분노는 결국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고 내면 지향적인 행동을 하게된다는 것이다.자기실현에 일종의 죄의식을 느껴온 대부분의 여성들이 진정 자신을 위한 삶을 생각하기 시작하는 때,그것이 바로 폐경기라는 것이다. 폐경기를 인생의 종말이 시작되는 두려운 변화로 보는 것은 전통적인 시각,남성적인 잣대에 지나지 않는다. 정신과 전문의 김준기씨는 “임신만이 여성의 가치냐는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그렇다면 폐경을 인생의 마무리로 볼 것이냐,더 자유롭게 후반기 인생을 만들어가는 계기로 생각할 것이냐에 대한 답이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폐경을 맞은 여성들에게 선택의 기회는 주어졌다. 허남주 기자 hhj@
  • [먹고 사는 이야기] 아침식사

    우린 전통적으로 아침식사를 중요시하던 식문화를 지녔는데도,언제부터인가 아침을 거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2001년도 실시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아침결식률은 무려 21%나 된다.특히 한참 성장과 활동이 왕성한 시기인 청소년층과 20대는 37∼45%가 아침을 먹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건강에 대한 관심과 함께 아침 식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지만,아침식사를 거르는 사람은 오히려 더 늘어나는 추세이다. 아침 식사가 강조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두뇌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미국의 폴리트 박사와 매튜 박사에 따르면 아침식사를 거른 어린이는 섭취한 어린이에 비해 수학,어휘력과 기억력 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촌생활연구소가 학생들의 수능점수를 비교한 결과,아침식사를 규칙적으로 먹는 학생이 자주 거른 학생보다 평균 20점 정도 높았다. 사람의 두뇌는 아주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뇌는 무게가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인체 에너지의 25%를 소비한다.게다가 뇌세포는 체지방은 쓰지 않고 오로지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문제는 저녁식사 이후 밤 사이 12시간 이상 공복상태가 되면,혈액 속의 포도당이 최저치로 떨어진다는 점이다.따라서 아침식사를 거르게 되면 뇌세포로 가는 포도당 공급이 적어져 뇌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더구나 포도당은 기억력과 관련된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키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아침을 거르면 집중력과 작업수행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아침식사는 일반 건강에도 무척 중요하다.아침식사와 건강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한 영국의 앤디 스미스 박사는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독감에 덜 걸린다고 한다.우울증과 정서장애를 겪을 확률도 낮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위해 아침을 건너 뛰지만 실제로는 살을 빼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미국 역학회지에 보고된 욘생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아침을 자주 거르는 사람들의 비만율이 아침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높았다고 한다.아침을 거른 후,점심식사를 하게 되면 혈중 포도당이 급상승해 인슐린 분비가 많아진다.이 때 과도하게 분비된 인슐린이 체지방 분해를 방해하면서 합성을 촉진해 비만을 초래한다는 것.또 아침을 굶고 점심을 먹으면 식사량이 많아지고,자신도 모르게 칼로리 밀도가 높은 음식을 선택하게 마련이다. 아침식사는 밥과 국,생선,나물 등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두뇌활동에 필요한 포도당은 밥 속의 복합 당질로부터 천천히 오랜 시간에 걸쳐 공급받게 되며,반찬의 단백질과 무기질,비타민은 뇌세포 활성을 돕는다. 아침식사로 초콜릿 음료처럼 단순 당질이 많이 함유된 음식은 좋지 않다.일시적으로 포도당 농도를 높여 뇌 기능을 도와주기는 하지만,뒤따라 분비된 인슐린이 포도당을 빠른 속도로 근육으로 이동시켜 혈당을 급격히 끌어내리기 때문에,지구력과 참을성이 적어지고 피로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임경숙 수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 보건소 전문진료 한번 받아봐?

    자치구 보건소들이 ‘전문 진료과목’ 시대를 활짝 열어 나가고 있다.특히 질환에 대한 인식 잘못으로 진료기관을 잘 찾지 않는 정신질환자와,방문하더라도 의료진이 꺼리는 장애인들을 위한 진료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작구(구청장 김우중)는 노량진2동 보건소 안에 정신질환 치료와 상담 등을 위한 전문센터를 설치한다고 11일 밝혔다.연간 예산 1억 4000만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가벼운 증상일 지라도 정신질환으로 사회·가정생활에 장애를 보이는 인구가 적잖은 데도 병·의원을 찾아가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음에 따라 방문상담,사례관리를 중심으로 한 정신보건센터를 내년 초부터 운영키로 한 것이다.관내 보라매병원 정신과와 연계,재활·직업 적응 프로그램 등을 연중 실시한다.치과의사와 정신보건 전문 간호사는 물론,이 부문을 전공한 사회복지사까지 둬 단순한 진료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완전히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정신질환자는 동작구에만 3만 5200여명에 이르지만 보건소 등록은 190여명 뿐이다.전국에는 273만명으로인구의 4.1%나 된다.특히 정신질환이라고 해서 분열증 등 정신병만 가리키는 게 아니라 우울증·스트레스를 포함한 의미로,더 큰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덧나기 전에 서둘러 치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서초구(구청장 조남호)는 ‘장애인 치과’로 보건소를 특화해 호평을 얻고 있다.1996년 9월 개설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제대로 이를 닦을 수 없어 치과질환을 많이 앓는 데다,진료기관에 가더라도 한번 치료에 4∼5명이 매달려야 하는 등 많은 인력과 특수장비를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기피당하는 때도 있다. 장애인 무료치과가 있다는 소문이 전국으로 퍼져 그동안 진료를 받은 장애인 1만 1000여명 중 다른 지역에서 절반이 넘는 5600여명이 다녀갔다.현재 이곳에서는 대학교수 출신 치과 전문의와 관내 개업의들이 순번을 정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
  • [먹고 사는 이야기] 요실금과 산수유

    한의원에 찾아오는 여성들에게 가벼운 운동을 권유한다.“하루 10분씩이라도 줄넘기를 하세요.”그러면 40,50대 이상의 중년 여성들은 십중팔구 어색한 표정으로 “마음뿐인걸요.”로 답한다.이유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크게 웃거나 심하면 걸을 때도 소변을 참지 못하고 찔끔찔끔 나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실금은 성인 여성의 40∼50%에서 보고되어 있으며,주로 중년 이후의 여성에게 나타난다.대부분 요실금을 노화에 따른 수치스러운 병으로 생각하여 감추려는 경향이 있다.그런데 요실금을 자주 경험하면 화장실에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진다든지,운동이나 외출을 삼가는 등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고,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심할 경우에는 정상적인 부부생활에 장애를 끼친다.따라서 요실금을 하나의 질환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성이 있다. 요실금에서 가장 흔한 형태는 긴장성(복압성)으로 대부분 출산후 조리를 잘못하거나 자궁적출술과 같은 수술 또는 폐경기 이후 여성 호르몬의 결핍,비만 등이 주요 원인이다.따라서 부인과 질환을 치료할 때 가능한 한 수술요법은 피하는 것이 좋다. 비만 또한 요실금에 해롭다.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정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맵고 짠 자극성 음식과 알코올·커피·차·카페인·토마토·초콜릿과 같이 방광을 자극하는 음식을 가까이 하지 않는 것도 바람직하다.약도 가급적 가려야 한다.감기약,혈압강하제는 요도 압력을 변화시키고 항히스타민제나 항우울제 등은 방광 수축을 억제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기능성 이상이라면 한방이 효과가 좋다.한방에서는 신장과 방광 기능의 허실을 분류해 치료하는데,신장과 방광을 따뜻하게 하면서 보해 주고,아랫도리의 기운을 북돋우는 처방을 많이 쓴다.익지인과 산수유는 대추와 함께 각 10g씩 물1ℓ에 넣고 20분 정도 끓인 다음 수시로 마시면 증세가 호전된다.또 구기자 20g,익지인 4g에 물 500㏄를 붓고 달여 마시면 허약해진 신장을 보해주며 요실금을 예방할 수 있다.특히 신맛이 나는 산수유는 방광의 이완된 근육을 자극해 정상적인 배설을 돕는다.산수유는 주로 차나 술로 이용하는데,산수유 차는물 1ℓ에 말린 산수유 한 줌(20g정도)을 넣고 물이 3분의 1로 줄어들 때까지 달이면 된다. 복분자라 부르는 산딸기는 산에 자생하는 나무딸기의 열매를 일컫는데,복분자란 명칭은 산딸기를 먹은 노인이 소변을 시원하게 보자 요강이 엎어졌다는 데서 유래된 것으로,역시 신장의 기능을 강화하며 요실금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나이가 들어 하복부가 차고 성기능이 떨어지며 소변을 잘 가리지 못할 때는 부자(附子)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부자는 독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체질과 증상이 맞을 때만 사용할 수 있다. 장동민 하늘땅 한의원장
  • 자살은 없다

    자살이 갖는 정신병리학적 의미는 무엇일까? 최근들어 가족 동반,인터넷을 매개로 한 집단 자살,분신 등 갖가지 유형의 자살이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죽음을 선택하는 현실은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다.물론 나름대로는 절박한 상황이었을 것이고,제각각 사연을 갖고 있지만 자살이라는 사회현상을 보는 의학자들의 시각은 의외로 간명하다.‘자살은 심각한 정신의학적 문제이며,정부와 국민,의료계가 서둘러 공동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연세의대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병원장 이홍식)이 주최한 ‘한국사회의 자살,그 진단과 대책’ 심포지엄이 1일 이 병원 멕라렌홀에서 열려 자살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예방책을 제시했다.이날 발표된 연구발표를 중심으로 자살을 보는 의학적 견해와 예방책 등을 짚어본다. ●한국인의 자살실태와 추이 지난 90년 이후 12년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38만3000여명이 자살을 시도해 이 가운데 6만4000여명이 목숨을 끊었다.6명이 자살을 시도해 이 중 1명이 숨진 꼴이다. 자살률도 급등하고 있다.지난 92년 인구 10만명당 9.7명이던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2001년에는 15.5명으로 늘어났다.특히 이 기간에 자살로 인한 청소년의 사망 건수가 교통사고에 이어 2위로 나타나 암보다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이같은 추이는 일선 병원의 임상자료에서도 잘 나타난다.세브란스병원 응급실 집계에 따르면 지난 98년 자살을 시도해 병원을 찾은 환자는 연간 55명이었으나 2002년에는 107명으로 2배 가량이나 됐다.이들 중 60% 이상이 여자였으며,청소년은 98년 17명이던 것이 2002년에는 23명으로 늘었다.이들 중에서도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80%나 됐다. ●청소년 자살,무엇이 문제인가 독립 인격체이면서도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판단력이 취약한 청소년들이 현실에 대한 손쉬운 일탈의 수단으로 자살을 택한다는 것은 결코 개인의 문제일 수 없다.비인간적이고 비교육적인 환경,이를테면 빈부 격차의 심화와 입시 및 성적 지상주의 교육,음란·퇴폐문화의 확산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의 자살은 일정 부분 기성세대가 조장했다는 점에서 그렇다.더구나우리 사회가 청소년복지에 소홀한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의 자살이 사회적 합의와 이에 따른 대안 부재의 상황에서 비롯됐음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청소년 가운데 실제로 병원 치료를 받은 경우는 22%에 불과하다.한번 자살을 시도한 사람 가운데 25%가 다시 자살을 시도한다는 일반적 예측으로 볼 때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수많은 청소년들의 자살 가능성이 잠복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임상 시각에서 본 자살 조사 결과 98∼2002년 사이에 자살을 시도한 청소년의 87%가 정신과적 증상이나 문제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우울증이 압도적으로 많은 66%나 됐으며 평소 충동조절에 문제가 있는 사람도 60%를 넘었다. 분당서울대병원 하규섭 교수는 “자체 조사결과 자살을 시도한 사람의 80∼90%는 정신병적인 문제를 갖고 있었으며 이 중 70% 정도는 우울증의 발현이 자살을 시도한 직접적인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연세의대 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 청소년은 자살충동의 방어력이 취약하다는 점이 문제이며,취약성의 중요 요인으로는 우울증이 꼽히나 자살을 시도하는 청소년의 50% 정도는 비행장애를 갖고 있으며 식이장애,조울증,약물 남용도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예방책과 대책 미국의 경우 ‘자살은 예방이 가능한 공공의료의 문제’라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지난 2000년 국가 차원에서 자살예방의 틀을 만들어 운영중이다.영국도 지난해 보건부 주도로 자살 예방프로그램을 만들어 2010년까지 자살률을 20% 감소시킨다는 전략적 목표를 세웠다. 같은 해 일본에서도 후생성 자살예방특별위원회가 국가 자살예방정책을 수립,시행중이다.이런 점에서 우리도 자살예방을 위해 의료계와 국가가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이와 관련, 연세의대 정신과학교실에서는 최근 자살 위험이 높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세브란스 프로토콜’ 개발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여기에는 △응급환자 치료전략 △정신과 치료전략 △교육 및 재활프로그램 운영 △체계적인 연구 과제 등이 포함돼 있다.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이홍식 병원장은 “자살은 예방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특히 청소년의 경우 자살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 국가가 적극 개입하는 등 전략적인 예방 및 치료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
  • [癌없는 세상]통증-호스피스

    ●말기 암환자란 말기 암환자란 수술과 약물요법,방사선치료에도 불구하고 경과가 개선될 여지가 없는 환자를 말한다.전이가 있거나 4기라도 항암치료를 통해 의미있게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면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말기 암환자 가족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까요?”이다.그러나 실제로 얼마를 더 살 것인가는 판단하기 어렵다.일반인의 시각에서 보면 개별 환자에 대한 의사의 판단은 정확하지 않은 것으로 악명높지 않은가. 그러나 일반적인 통계에 따르면 3∼6개월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말기암환자 관리 현황 암은 워낙 치명적인 질병이어서 지금까지 주된 관심사는 완치율을 높이고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데 있었다.그러나 최근 들어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암환자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이들의 삶을 의미있게 해 줄 의료 시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사망자 25만명 가운데 6만명의 사인이 암이다.이들의 대다수가 적절한 통증 조절이 안되거나 중환자실에서 외롭게임종한다.환자뿐 아니라 가족까지 포함하면 연간 20만∼30만명이 암으로 인한 통증과 죽음의 고통으로 삶의 질을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란 호스피스·완화의료란,이런 환경의 말기 암환자와 가족들이 극한상황에서 마주치는 신체·정신적 문제와 사회·영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공되는 전인적인 의료서비스를 말한다.즉,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줄이고 삶과 죽음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다.여기에는 일정 자격기준을 갖춘 의사와 간호사,사회복지사,성직자 등 전문직 종사자들과 자원봉사자 등이 팀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최근에는 임종 예상시점 이전이라도 투병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증 및 증상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담당 의사에 의해 보다 적극적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제공돼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하지만 아직도 일상화와는 거리가 멀다.대다수의 사람들이 임종 직전에나 호스피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함으로써,너무 늦게 호스피스 서비스를 의뢰하는 까닭에 많은 환자들이 충분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 것이다. 지난 94년 세계보건기구(WHO)는 환자의 삶의 질에 가장 효과적인 조치 중의 하나가 말기 암환자에게 제공되는 호스피스·완화의료라고 밝혔으며,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지에서는 이 시스템이 제도화돼 많은 말기 암환자들이 활용하고 있다.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어떤 기관·단체가 있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65년 강원도 강릉에서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소속 수녀들에 의해 갈바리의원이 세워져 처음 호스피스라는 이름으로 말기 암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했다.지금은 전국적으로 70여개의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이 설립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이런 기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주치의와 상의 후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02-818-6035),한국가톨릭호스피스협회(02-3779-1412),한국호스피스협회(02-592-7893) 등에 문의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임종관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 있어야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련의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제도화를 위한 시범사업이 진행중이어서 머잖아 말기 암환자들에게도양질의 혜택이 제공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양질의 서비스가 광범위하게 제공되기 위해서는 치매요양병원이나 정신보건센터 등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지원하듯,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에 대해서도 재정적 지원을 하는 등 적극적인 육성책을 강구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말기 암환자들의 신체·정신적 고통과 이에 수반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감안,이들이 여생을 더 뜻깊고 안락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은 물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임종관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죽음은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모두가 맞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윤영호 국립암센터 삶의 질 향상 연구과장 김대현 국립암센터 대장암센터마취전문의 김종흔 국립암센터 정신건강클리닉전문의 ■환자 정신건강 안정되면 면역계 활성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암은 사형선고였다.지금도 더러는 암의 경우 ‘진단’이나 ‘통고’라는 말 대신 ‘선고’라는 용어를 쓴다.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힘겨운 투병을 거쳐 결국죽는다는 의미의 표현이다.그러나 의료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달해 이제는 암 환자 두 명 중 한 명은 완치되는 시대가 됐다.암은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라 난치병이며,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일 뿐이다. 이처럼 암 생존율이 높아지고 투병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환자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과거에는 진단 결과 암일 경우 보호자에게만 통고하고 환자에게는 숨기는 게 관례였지만 최근에는 환자에게도 처음부터 병명을 밝힌다.이런 추세는 불가피하게 환자들의 정신적 충격을 수반한다.이런 가운데 삶의 질에 대해 주목하는 사회 분위기는 암 환자의 정신건강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통상 암은 종양내·외과,방사선종양학과 등 3대 분과가 주축이 돼 치료를 시행했다.그러던 것이 70년대 초 미국에서 정신종양학이 암 치료팀의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암 환자들의 정신 건강이 새로운 관심사로 부각된 것.암환자들 중에는 심한 우울증과 불안장애,섬망(착란),외상후 스트레스장애,심인성 성기능장애 등의 고통을 겪는 사람이 많다.처음에는 침착하게 대처하다가 갈수록 심한 우울증을 보이는 사례도 흔하다.그러나 암에 걸리면 당연히 우울해질 것이고,암이 낫기 전에는 우울증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잘못이다.심리적으로 안정되면 면역계가 활성화되고 삶의 질뿐 아니라 암의 치료율이나 생존율이 향상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암은 각기 발병 부위가 다르지만 모든 암이 공통적으로 침범하는 장기가 있다.바로 마음(mind)이다.정신적인 안정에 기초한 적극적 투병의지가 성공적인 암 치료의 기본임을 알아야 한다. ■의료용 마약성 진통제 초기 통증부터 투여를 암 환자가 겪는 가장 고통스러운 증상은 통증이다.일반적으로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의 30%,진행된 환자의 70%가 통증을 호소한다.특히 이들의 80%는 두 가지 이상의 다발성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다.통증은 그 자체로도 고통스럽지만 수면장애와 식욕부진,신체활동 감소,의욕상실,우울증,성기능 감소는 물론 타인과의 관계까지 단절시키는 등 삶의 질을 극도로 제한한다.따라서 암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통증을 완화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가정 및 사회로의 복귀를 돕고,이에 따른 가족의 고통과 경제·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통증 원인은 크게 암에서 비롯된 것과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그리고 암과 무관한 만성 통증으로 나뉘는데,이중 암과 관련된 통증이 60∼80%나 된다. 이런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진통제를 투여하거나 신경 차단,방사선 및 항암제 치료,혹은 정신·신경외과적 수술 등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된다.이 가운데 중요한 것은 진통제 투여.진통제는 대부분의 환자에게 적용하는 약물요법으로,90% 이상의 환자가 이 방법으로 통증을 조절한다.약물 중 아스피린 등 비마약성 진통제는 주로 가벼운 통증에 사용하며,통증이 상당히 심한 경우에는 코데인,모르핀 등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한다. 일부에서는 마약성 진통제의 중독을 걱정하지만,의료용 마약의 경우 1만명중 한 명 꼴로 중독 현상이 나타나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이런 까닭에 통증이 시작될 때부터 적극적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해통증을 치료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항우울제와 항경련제를 투여해 통증을 다스리기도 한다. 주로 통증 원인이 신경계를 침범해 타는 듯하고,찌릿찌릿한 양상의 통증이 나타나거나,마약성 진통제가 잘 듣지 않을 때 사용한다.또 뼈에 전이가 있는 경우에는 방사선치료,췌장암 등 내장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에는 신경을 차단해 통증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암 환자의 통증 조절이 어려운 것은 주로 의사와 간호사,그리고 환자와 가족의 편견에 기인한다.그런 만큼 암 환자의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의료진과 환자,보호자의 유기적인 협조와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 후유증이 더 무서운 성폭행/실태와 대처법

    성폭행 사건이 갈수록 잦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기에 이르렀다.그러나 만약 내 가족이 피해자라면 어떻게 대처하고 수습할 것인가? 특히 아동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행은 모르는 사람보다 주변의 아는 사람이 저지르는 경우가 더 많아 70%나 되지만 대개는 “부끄럽고 창피하다.”거나 “애 장래 때문에…”라며 쉬쉬하고 지나간다.결코 바람직한 대응이 아니다.그렇게 해서 정신적 충격이 아물 리도 없거니와 자칫 신체적으로도 씻기 어려운 상처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황당한 가운데 속만 끓이다 마는 성폭행,어떻게 대처하고 수습해야 좋을까. ■ 해마다 300만명 성피해 검찰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300만건이 넘는 각종 성추행·성폭행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그러나 가해자가 강간 등의 혐의로 처벌을 받은 사례는 지난해의 경우 9435건에 불과했다.세계 1,2위의 성폭행 발생 빈도를 보이고 있으나 신고율은 3%에도 못미친다는 것이 검찰의 분석이다. 특히 전체 피해자 가운데 18세 이하의 여자가 55%를 차지했으며,이중 절반이 넘는 35%가 13세 이하의 여자 어린이여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 후유증 외상과 성병 등 신체적 상처 못지않게 행동 이상,정서적 혼란 등 정신적 상처도 심각하다.주로 나타나는 행동장애로는 집중력 장애,학업 부진,불면증,악몽,식욕 감퇴 등이 꼽힌다.불안감,수치심은 물론 자신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여겨 자책감이 심하고,급기야 자신을 쓸모없는 사람으로 여기게 된다. 피해자는 대부분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며,편두통과 신체 하부 통증,피부병 같은 증상을 보인다.때로는 분노와 증오심 때문에 음주,흡연,자살 등으로 자신을 학대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약물중독 등 부차적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 ●만성통증 통증은 6개월 이상 치료해도 쉽게 호전되지 않는다.통증이 근심을 유발하고,근심이 다시 통증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된다.통증에서 비롯된 근심,걱정,무력감,수면장애 등이 환자를 우울하게 하고 사기를 저하시킨다. ●외상후 스트레스 외상을 입는 사고를 당한 뒤 극도의 공포감과 자기 제어능력상실,죽음에 대한 공포감 등을 보이는 증상이다.이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두려움을 준 사고를 또렷하게,반복적으로 기억하거나 악몽을 꾼다.더러는 커다란 소리나 사고와 연관된 대상,즉 자동차 등에 매우 민감하다.가족이나 친구 등 예전에 소중하게 생각했던 활동 등에 대해서 관심이 없어지고,심각한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우울증 성폭행으로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비참함과 절망·죄책감,자신이 정말 살 가치가 있을까 등의 생각으로 고통을 겪게 된다.일반적인 우울증 증상인 식욕상실,불면증,격심한 두통과 잦은 식체,변비등을 보이기도 한다. ●약물중독 가장 흔한 중독은 알코올과 담배,약물이다.이런 중독 현상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환자들의 반사회 성향을 높여 범죄를 유발하기도 한다. ●사회적·성적 후유증 등교 거부와 무단 결석,부모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나 가출,매춘,알코올,마약을 가까이 하거나 일탈적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며,자위행위나 모든 성적 현상에 대해 극도의 공포·혐오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수습 및 예방 만약 가족이나 주변의 누군가가 성폭행을 당했다면 신고와 함께 당시의 정황을 보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양치질이나 목욕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사건 당시 입었던 옷을 갈아입지 말고 곧장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병원에서는 피해자를 상대로 당시의 정황을 확인하고 가해자를 확인하기 위해 체모와 손톱 등을 잘라 보존한다.또 성병 감염 여부와 정자의 혈액형도 확인하게 된다. 많은 피해자들이 자신과 가족에게 피해가 돌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사회적 비난이나 고립감을 피하기 위해 숨기는 경우가 많으나 이는 피해자 개인이나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가정에서는 평소 자녀들에게 성폭행 예방법을 가르치고,불가피하게 피해를 입었을 경우 즉시 가족에게 털어놔 함께 고민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병원 산부인과 박지현 교수는 “성폭행의 경우 대부분 생식기에 심각한 외상을 입을 뿐 아니라 매독 간염 에이즈 등 성병을 옮는 사례가 많으나 경찰이 일반 병원의 진단 결과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아 피해자가 경찰병원에서 다시 검진을 받는 등 제도적인 문제도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일반적인 진료는 간단하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를 받아 정신적 안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또 대전 선병원 신경정신과 김영동 과장은 “우선 피해자가 무력감과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야 한다.”며 “특히 청소년들이 전문의를 찾아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털어놓으면 성폭행의 공포감과 그 후의 고립감을 떨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차병원 산부인과 박지현 교수.인하대병원 감염내과 정문현 교수.대전선병원 산부인과 최영렬·신경정신과 김영돈 과장 심재억기자 jeshim@
  •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 어린이/ 툭하면 폭력… 부시럭 부시럭… 우당탕탕… 우리애가 좀 유별나긴 한데…그냥 뒀다간 비행청소년

    아이들 때문에 속 끓이는 부모들이 많다.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부주의한 행동으로 이런저런 사고를 저지르기 일쑤다.감정 표현이 지나쳐 친구들과 자주 마찰을 빚는가 하면 폭력적인 행동으로 걱정을 사기도 한다.이른바 정신과에서 말하는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ADHD)’이다.부모들이 지나치게 개입하면 표나게 위축되거나 또래 집단에서 소외되는 것 같고,방치하자니 비행청소년으로 자랄까 걱정이다.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례 맞벌이 주부 강현숙(38)씨는 최근 학교를 찾았다가 큰 애(남·13) 담임교사로부터 “친구들과 자주 다투며 갈수록 다투는 양상이 폭력적입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교사로부터 ‘심각한 편’이라는 말까지 들은 강씨는 애한테서 “학교 다니기 싫다.”는 말을 듣고는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중학교 2학년짜리 아들을 둔 박용규(40)씨는 최근 한 대학병원 정신과를 찾았다.초등학교 때부터 집중력이 산만해 성적이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했다.억지로 책상에 앉혀봤지만 10분을 못넘겼다.야단도 치고달래기도 했으나 그 때 뿐이었다.학교에서 다른 애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지경이라는 말에 더 늦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병원 치료를 택한 것이다. 왕경훈(35)씨는 자꾸 남의 물건을 훔치는 딸(9)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다.유치원 때부터 다른 애가 탐나는 물건을 갖고 있으면 곧잘 훔쳐오곤 해 야단을 쳤지만 갈수록 정도가 심해졌다.최근에는 동네 문방구에서 10여장의 스티커를 훔치다 들켜 백배사죄하는 수모도 겪었다. ●실태 ADHD 증상을 보이는 아동의 부모들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하는 생각으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으나 전문가들은 “ADHD는 전문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의 한 유형”이라고 지적한다.방치할 경우 우울,불안감 등으로 학업 및 친구관계에 문제가 생기는가 하면 비행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사회정신건강연구소와 삼성서울병원 소아정신과 연구팀이 지난 5월 전국의 남녀 청소년 1022명과 보호관찰소에 입소중인 14∼20세의 범법 청소년 2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일반 청소년의 7.4%,비행 청소년의 19.0%가 ADHD로 간주되는 문제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ADHD 증상을 보인 비행청소년이 일반청소년에 비해 폭력적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ADHD증상을 보인 청소년의 경우 48.3%가 강도 폭력 성폭행 등 폭력범죄를 저질러 보호관찰소에 입소한 반면,ADHD증상을 보이지 않은 비행청소년은 36.6%만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전문가들은 “ADHD증상을 가진 청소년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충동성,공격성과 반사회적 행동성향이 훨씬 강하다.”고 설명했다. ●치료 양방 아직까지는 대부분 약물치료에 의존하고 있다.간혹 비타민을 투여하거나 다이어트로 집중력을 향상시킨다는 얘기가 있으나 의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이 아니다.약물로는 각성제인 메틸 페니데이트를 많이 사용한다.집중력을 개선하고 과잉행동을 제어하는 효과가 있으나 식욕부진,두통,복통 등의 부작용이 있어 의사의 감독이 필요하다.이와 함께 사회성을 배양하고 환경 적응성을 높이는 심리치료를 병행하면 상당한 증상 개선을 보인다.삼성서울병원 소아정신과 홍성도 과장은 “적절한 약물을 이용해 증상을 개선시킬 수는 있으나 완치라는 개념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치료를 통해 향상된 사회성과 집중력을 습관화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방 한방에서는 간장과 심장에 열이찬 결과로 보고 열을 내리는 시호,치자,연자육과 정신을 안정시키는 용골,모려,막힌 기를 소통시키는 향부자,지각,길경 등을 처방한다.석창포,원지로 막힌 신경 통로를 열어 정신을 맑게 하며,백복신을 이용해 정신력을 강화시킨다.산조인,용안육,오미자도 산만한 정신을 가라앉히고 집중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증상이 가벼운 경우 2∼6주 정도면 호전되나 자폐증 혹은 학습장애로 발전된 경우에는 치료기간이 길다. ●원인과 예방 의학계에서는 유전적 요인 외에 출산때 뇌에 충격을 받았거나 임신부의 음주와 흡연,약물 복용 등이 원인일 것이라는 소견을 제시하는 정도다.딱 부러지는 예방법도 제시하기 어렵다.그런 만큼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ADHD장애는 한꺼번에 여러가지 증상을 보이는데,가정에서는 이를 한번에 바로잡으려 하기보다 중요한 문제만 다루고 사소한 부분은 문제삼지 않는 것도 아이들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위축을 피하는 방법이다.학교에서도 이런 아이를 배제,배척하기보다 가능한 한 앞자리에 앉혀 학습 동기를 갖도록 하는 등의 배려가 중요하다.홍 과장은 “최근 들어 소아정신과를 찾는 어린이환자의 절반 가량이 ADHD증상을 가졌을만큼 발생률이 높다.”며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비행청소년으로의 일탈을 막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도움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이세용 박사,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김지혜·홍성도 박사,도원아이한의원 이정언 원장. 심재억기자 jeshim@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 체크리스트 각 항목에 해당하는 행동이 없으면 0점,약간 있으면 1점,상당히 심하면 2점,아주 심하면 3점을 줘 총점이 15점을 넘으면 ADHD를 의심해야 한다. 1.차분하지 못하고 너무 활동적이다. 2.쉽사리 흥분하고 충동적이다. 3.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된다. 4.시작한 일을 끝내지 못한다.(집중시간이 짧다.) 5.늘 안절부절 못한다. 6.주의력이 없거나 쉽게 분산된다. 7.요구하는 것을 금방 들어줘야 한다. 8.자주,또 쉽게 울어버린다. 9.금방 기분이 확 변한다. 10.감정이 격하기 쉽고,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
  • 치매 증상과 예방법/금연·절주·운동·소식 치매 막을 ‘보디가드’

    노인성 치매,21세기 인류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질환의 하나다.우리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2020년에는 우리나라의 노인성 치매 환자가 무려 6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의학의 발달로 수명이 연장되면서 개인이 치매에 노출될 확률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우리 나라의 현재 연령별 치매환자 비율은 70대 전후에 3%인 것이 85∼89세 23%,95세 이상 58%로 나이에 따라 급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발병 연령이 40대로까지 낮아지는 양상을 보여 모두에게 현실적인 위협이 되는 치매의 실태와 예방법을 살펴 본다. ●종류와 원인 서구의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치매의 50%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생기고,30∼40%는 뇌졸중과 같은 혈관성,나머지는 일산화탄소 중독의 후유증,두부 외상,알코올과 파킨슨병이 원인이다. 원인은 다양하지만,가장 대표적인 것은 뇌의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병과 뇌졸중의 일종인 다발성 뇌경색이다.이 두 가지가 치매 원인질환의 80∼90%를 차지하는데,서구에서는 알츠하이머병,우리나라에서는 다발성 뇌경색이 가장 흔한치매의 원인이다.이 밖에 뇌염,뇌매독,갑상선질환,간기능장애 및 요독증을 포함한 대사성질환과 수두증,외상,알코올성 질환,뇌종양 및 경련성 질환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증상 크게 ▲기억력 및 언어장애 ▲시·공간 판단장애 ▲실행증 ▲행동 및 인격장애를 들 수 있다. 기억력 및 언어장애는 대표적인 초기 치매증상.구입한 물건값을 틀리게 계산하거나 자주 사용하는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모르며, 친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같은 질문이나 이야기를 반복하며 여기에서 더 진행되면 말에 조리가 없어져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게 된다.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말이 중단되는 현상이 잦고,자발적 언어표현이 감소하며,상대방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진행되면 시간 및 공간에 대한 판단능력이 없어져 계절과 날짜 개념이 없어지고 외출했다가 집을 못찾는 경우도 생긴다.집안에서 화장실과 방을 구분하지 못해 아무 곳에서나 대·소변을 보기도 한다. 일단 치매에 걸리면 감각 및 운동기관이 정상인데도 목적있는 행동을못하는 실행증이 나타난다.초기에는 운동화 끈을 매거나 담뱃불을 붙이는 동작처럼 몇 단계를 거치는 행동에 장애를 보이다가,나중에는 수저질이나 옷입는 행동을 못하게 된다. 치매는 성격 및 인격에도 영향을 끼쳐 대인관계 및 가족생활에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킨다.주위에 대한 관심이 없어져 친척이나 친구를 반가워하지 않고 외부 출입도 기피하며,심하면 가족과도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반대로 망상이나 환각이 나타나는 경우 갑자기 난폭해지거나 남을 의심하는 행동장애를 보이기도 한다.남의 물건을 훔치는가 하면 필요없는 물건을 주워 모으기도 한다. ●조기 발견의 중요성과 예방법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치매를 자연스러운 노화과정으로 여겨 적극적으로 감시하는데 소홀하다는 점이다.이 때문에 발병기가 명확하지 않고 서서히 진행되는 특성을 가진 치매의 조기발견율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특히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경우 원인과 발병시기,자각증상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들이 치매를 의심할 정도면 이미 중증으로 진행된 경우가많다.그러나 치매 중에서도 우울증(가성치매),약물중독,갑상선 기능저하증,정상압뇌수종 등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경우 치료가 가능한 가역성 치매가 많다.조기 발견이 새삼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매 예방에는 적절한 운동과 소식 위주의 균형잡힌 식사는 물론 절주와 금연이 필수적이다.가능한 한 기분좋은 마음가짐으로 생활하되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비만 등 성인병을 잘 치료해야 한다.좋아하던 취미생활이나 소일거리를 지속적으로 하며 심리적 충격은 피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신체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물론 가능한 한 젊은이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모방성도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노인대학 등을 통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여러 사람과 어울리면 좋다.난청이나 시력 때문에 가정이나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치료하도록 한다. ■ 도움말 김승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이창욱 강남성모병원 정신과 교수,한신대학교 특수체육학과 정훈교 교수. 심재억기자 jeshim@ 치매 예방지침 1.정기적으로 건강을 체크하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다. 2.고지혈 등 뇌경색 위험인자를 미리 제거한다. 3.소식 위주의 균형있는 식사를 한다. 4.노후 계획을 미리 세우고,젊게 살도록 노력한다. 5.책과 신문읽기,글쓰기,컴퓨터 등 정신활동을 지속적으로 한다. 6.항상 즐겁고 긍정적 태도를 갖는다. 7.술은 절제하되 불가피하다면 한 두 잔에 그친다. 8.난청이나 시력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교정한다. 9.노인대학·단체에 가입해 활동한다. 10.하루,일주일,한달 등의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습관을 기른다. 손체조로 치매 줄이세요 한신대학교 특수체육학과 정훈교 교수는 최근 치매 예방체조를 개발했다.정 교수는 “노인들이 이 체조를 일상화하면 치매 발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1.손가락스트레칭:양손을 펴 같은 손가락끼리 밀착시킨 다음 서서히 민다.손가락을 부채꼴로 펴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 끝이 일직선이 되도록 한다.1회당 10초씩 3회 반복한다. 2.손가락 눌러주기:각 손가락의 전·후면을 동시에 지압한다.왼손 손가락을 오른손의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아래 위에서 잡는 듯이 하고,손가락 뿌리쪽부터 위로 옮겨가며 3초씩 누른다.각 손가락 끝의 압점은 지압을 한 뒤 손가락을 잡아당긴다.손가락의 위·아래에 이어 좌우 옆 부분을 마찬가지로 3초씩 눌러 나간 뒤 손가락 끝에서는 앞으로 당겨준다.이것을 각 1회씩 한다. 3.손가락 잡아당기기운동:각 손가락을 엇갈리게 잡아 고리를 만든 뒤 잡아당긴다.5초씩 되풀이한다. 4.손가락끝 두드리기운동:손톱 끝부분을 직각으로 세워 소리가 나도록 세게 20회 정도 맞부딪친다.또는 손톱 끝부분을 직각으로 세워 빠르게 탁자를 두드린다.소리가 나도록 해야 효과가 있다. 5.손가락 깍지끼워 누르기:양손을 위로 향하게 손가락을 끼운 상태에서 지그시 힘을 줘 눌러준다.
  • 부모님 건강 이렇게 살펴보자 / 물 많이 드시면 당뇨일수도

    모처럼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다.마음먹고 부모님 건강을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병원 가는 일이 번거롭다면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만으로 간단하게 알 수 있는 노인성질환 식별법을 정리해 본다. 노인에게 많은 당뇨부터 보자.갑자기 식사량이 늘고,물을 많이 마시면 당뇨를 의심할 수 있다.더러는 체중이 확연히 줄기도 한다.체중 감소가 당뇨에만 국한된 증세는 아니다.갑상선 기능항진증,우울증,소화기 장애나 암의 신호가 되기도 한다.식사량은 늘었으나 물을 많이 마시지 않으면 당뇨보다 갑상선 기능항진증일 가능성이 높다. 가슴이 답답해 숨쉬기가 어렵다면 심장질환이나 만성 기관지염,기관지 천식,폐렴,소화기 장애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위염,위궤양,위 무력증,기능성 위장장애 등으로 소화기능이 약해도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안색이 누렇게 변한 경우에는 간 기능이 나빠서 오는 황달이나 빈혈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또 얼굴이 푸석푸석 붓는다면 신장,심장,간이 나쁘거나 갑상선 기능저하증을 의심할 수 있다.더러는 소염진통제를 복용해도 얼굴이붓기 때문에 노부모가 진통제를 사용하는 경우 “왜 그걸 복용하느냐.”고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한다. 가래에 피가 섞이는 각혈은 결핵이나 기관지 확장증,폐암의 신호이며,피를 토하는 경우에는 출혈성 위궤양,식도열상,위암일 가능성이 높다.흡연자의 목소리가 변했다면 후두암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갑자기 말과 행동이 부자연스럽거나 어눌해졌다면 뇌졸중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특히 갑자기 팔다리의 힘이 빠지고 한쪽 얼굴이 저릿하게 저려오면 상당히 급한 단계라고 보아야 한다.이밖에도 치매나 치아 질환 등은 증세가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잘 살펴보면 어렵잖게 알아낼 수 있다. ■ 도움말 박건우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최윤선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윤도경 고대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심재억기자
  • 오피니언 중계석/국방연구원 ‘국방NGO 포럼’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19일 연구원 강당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와 병역의무의 형평성’이란 주제로 ‘국방 NGO 포럼’을 열었다.이날 발표된 발제문의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임종인(변호사·민변 소속) 분단국가에서도 양심은 다양하게 형성된다.평화를 위해 총을 들고 싸우겠다는 양심,평화를 위해 총을 들 수 없다는 양심 등 전혀 상반된 양심이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다양성의 보장이 자유민주주의의 미덕인 것이다. 오늘날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간디는 영국의 식민지 치하에 있던 조국 인도에서 그의 비폭력 사상을 완성하였고 실천하였으며,이 때문에 무장 투쟁파에 의해 죽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간디가 총칼을 들고 영국에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하지 않는다.오히려 그는 지금 성인의 반열에 올라 있다. 우리는 간디를 비롯,역사 속의 수많은 인물과 사례들을 통해 결국 양심이란 ‘현실상황’에 따라 저울질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지배이다. 그러나 다수의 지배는 소수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다.우리와 다른 소수자(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여성,장애인 등)를 차별하고 심지어 처벌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다수의 권리와 자유라면 그것은 결코 자유나 권리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없는 것일 것이다. 불살생 계율과 반전·평화의 사상,그리고 여호와의 증인교의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의 인정은 그들을 감옥에 가두고 얻을 수 있었던 우리들의 우울한 권리를 진정한 권리로 거듭나게 해줄 것이고,우리에게 천금같은 자부심을 심어줄 것이다. 또 유엔 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제를 채택한 만큼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결국 우리 나라가 국제 인권규약상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 될 것이다. ●박경규(병무청 징모국장) 양심적 병역 거부자와 이들을 지원하는 단체에서는 양심적 병역 거부와 대체복무를 연관시켜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대체복무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그러나 이는 잘못이다.양심적 병역거부는 곧군 복무의 거부이다. 따라서 대체복무는 양심적 병역 거부 자체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 다만,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인정될 경우 생각할 수 있는 제도의 하나로 이해해야 한다. 양심적 병역 거부권의 인정 여부는 양심이나 종교의 자유에서 당연히 도출되는 자연권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헌법 해석의 문제를 넘어서 주권자인 국민 모두의 헌법적 결단의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 일각에서는 우리와 안보환경이 비슷한 타이완이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사례를 거론하기도 한다.하지만 타이완의 경우 감군(減軍)계획의 일환으로 남는 인력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도입한 제도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병력의 수와 질(質)에 영향을 주지 않고,병역제도의 공정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전제가 달린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또 우리보다 안보 환경이 좋은 40여개국이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대체복무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의 인정 여부는 한 나라의 병역제도가 그 나라의 지정학적 위치,정치·경제나사회·문화적 여건,안보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는 만큼 양심적 병역 거부권의 인정 여부도 그러한 종합적인 상황 속에서 판단해야 한다. 병역제도는 헌법과 병역법의 형태로 표시되므로 결국은 헌법과 병역법을 개정할 것인지 여부는 주권자인 국민이 결단할 문제이다. 정리 조승진기자 redtrain@
  • [열린세상] 복지 지향적 성범죄 해법

    요즘 우리 사회에는 경제적 불안뿐 아니라 유괴,동반자살 등 각종 사고들이 거의 매일 보고되고 있다.그 중 특히 끊이지 않는 것이 성범죄이다.성폭력의 피해자는 성인 여성을 비롯하여 새벽 등굣길의 여고생,심지어 유치원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포함된다.더구나 이제는 군대 내부에서 동료나 상관에 의한 성추행이 심각하다고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성과 관련된 폭력적 행위가 위험 수위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된다. 성폭력은 단순 폭력에 비해 피해자에게 말할 수 없는 수치심과 두려움을 유발한다.단순 폭력을 당한 경우 쉽게 남에게 피해 사실을 알려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성폭력 피해자들은 그렇지가 못하다.가해자들도 이런 점을 이용하여 심지어 금품갈취 후 입막음용으로 성폭력을 이용하기도 한다.하지만 성폭행 피해자들은 정신적 상처가 상당히 심각하다.특히 어린 시절에 성폭력을 당한 여성의 경우 성인이 되면 우울증을 비롯한 다양한 정신장애를 가질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월등히 높고 성에 대해 왜곡된 상을 가지게 된다.성폭력의 피해자들이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가 몹시 필요하다. 성폭력 가해자들 역시 일반적인 범죄자들과 다른 특징이 많다.평소에는 선량한 시민으로 잘 지내다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변태적 성추행을 오랜 기간 해 오는 경우도 흔하다.이 경우 범죄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우며,설사 범죄가 밝혀져 처벌받은 후에도 변태적인 행위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최근에는 성폭력 가해자의 연령이 어려져 심지어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이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하기도 한다.이런 아동들은 어려서부터 음란물에 노출되어 거의 중독이 되다시피 한 경우가 많으며 변태적인 성적 발달이 심각한 상태이다.또한 이들의 부모들은 다양한 이유로 자녀가 정신적으로 건강한지 살펴보는 여유가 부족하고 심지어 성범죄를 저지른 이후에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따라서 이들은 연령이 어리므로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부모나 본인의 의지로 치료를 받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같은 문제를 계속 일으킬 가능성이 몹시높다.따라서 이들 가해자들이 본인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치유하기는 어려운 상태이므로 사회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치료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복지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빈곤층에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사회적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복지 사회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다.성범죄는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가 사회적 복지 차원에서 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실제로 선진국에서는 성폭력 피해 아동을 위해 별도의 치료교육 기관을 제공한다든지,청소년 가해자의 경우 처벌보다는 치료를 더 우선시하는 등의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체계적으로 피해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가해자들의 치료재활을 통해 성범죄를 예방하는 차원의 복지제도가 없는 점이 너무 아쉽다.실제 임상에서 성폭력 피해 아동들의 심각한 정신적 문제와 청소년 가해자들의 대책 없음을 자주 접하면서 이제는 우리 모두가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진다는사실을 강조하고 싶다.그리고 현재 우리의 성폭력 피해자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어려움과 수치심,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러한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어떤 조처도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몇몇 시민단체와 병원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고 최근에는 성폭력 피해 아동들의 진술을 한번만 받도록 개선하기로 한 점들은 고무적인 변화의 시작으로 보인다.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때,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을 위한 복지가 한 단계 향상될 것으로 믿는다. 신 의 진 연세대 의대 교수 소아정신과
  • 노조탄압으로 정신질환 / 근로자들 집단산재 인정

    노동조합에 대한 사측의 부당한 압력으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적응장애 등 정신질환이 생긴 근로자들에게 집단 산업재해승인 결정이 내려졌다. 근로복지공단은 3일 C병원 노조원 김모(43)씨 등 8명이 노조활동을 반대하는 병원측의 탄압으로 다면적 인성검사(MMPI) 등에서 이상 소견을 보였다며 낸 산재인정 신청서 중 김씨 등 5명에 대해 산재인정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김씨 등의 질환이 업무와 연관된 것으로 보고 산재인정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이 병원 노조원 8명은 지난달 7일 ‘노조에 대한 폭력,폭행,집단 따돌림 등 병원의 탄압으로 전체 19명의 노조원 가운데 10명이 우울증 등의 증세를 보였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인정 신청서를 냈다. 김용수기자 dragon@
  • ‘누군가 날 지켜본다’ 감시공포증 확산/치료엔 약물보다 명상이 효과적

    최근 남녀 목욕탕 장면이 인터넷에 오르는가 하면 대중교통에서 여성의 치마 속이 찍히는 사례도 빈번하다.일선 중·고교에도 이른바 ‘폰카메라’로 불리는 휴대전화 카메라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여기에다 은행,주차장 등 곳곳에 설치된 CCTV도 심약한 사람에게는 불쾌한 공포감을 준다.이 때문에 적잖은 사람들이 불안장애의 일종인 감시공포증을 호소하고 있다.정보화 사회에서 사생활 노출에 따른 스트레스의 강도와 빈도가 높아진 탓이다. 감시공포증은 스트레스가 많거나 완벽한 성격,간섭을 싫어하는 사람,우울증이 있는 사람에게 나타나기 쉽다.‘누군가 자신을 감시한다.’거나 ‘나를 해칠 것 같다.’라고 느끼면 정신병적 불안,주변 환경은 위험하지 않은데 과도하게 불안감을 느끼면 이보다 가벼운 질병인 신경증적 불안(노이로제)으로 분류한다.이런 불안장애는 흔한 정신질환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만성화돼 고통을 준다. 불안·공포감은 심한 경우 정신질환의 일종인 망상장애로 발전한다.망상장애 환자들은 감시나 도청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그래서 전화가 오면 일일이 발신자를 확인하는가 하면 통화가 끊기거나 혼선만 생겨도 불안감이 증폭된다.감시당한다는 생각에 매 순간이 무척 괴롭다.환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게 치료의 난점이다.망상장애는 의심이 많고 집요한 편집증적 성향의 사람이나 중년을 넘긴 우울증 환자에게 잘 나타난다.좌절이나 배신 등 정신적 스트레스도 망상장애 유발 요인이다. 감시공포증은 증상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노이로제의 경우 약물치료보다는 정신 이완이 더 효과적이다.평소 생활에 긴장도가 높다면 명상이나 단전호흡,취미활동 등으로 정신을 이완시킨다.방치하면 ‘아프다’는 생각이 불안을 더욱 확대시켜 증상을 악화시킨다.소화불량,두통 등은 약물로 증상을 완화시킨다.망상장애는 약물치료가 우선이다.도파민이나 세로토닌 등 뇌신경 전달물질을 조절,증상을 개선한다.몸이 뻣뻣해지는 등의 약물 부작용도 많이 개선됐다. 전문의들은 “감시공포증은 생체의 기본적인 반응으로 정상인에게도 얼마든지 있다.”며 “문제는 그같은 증세가 생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인데 이 때는 주저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상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 도움말 김영돈 대전선병원 정신과 과장 심재억기자
  • 체질별 먹거리로 여름사냥 ‘뚝딱’

    벌써부터 여름나기가 걱정이다.무더위에 몸은 늘어지고 마음도 덩달아 천근만근이다.보약도 먹어보지만 신통치 않다.여름은 오행 중 화(火)에 해당하는 계절이다.습기,열기로 땀을 많이 흘려 기(氣)가 손상되기 십상이다.찬 음식과 냉방으로 몸은 끝없이 균형을 잃어간다.인체는 여름에 화의 기운을 축적해 겨울을 나는데,몸이 제대로 화기를 축적하지 못하면 이런저런 질병에 걸리기 쉽다.이런 까닭에 조상들은 이열치열(以熱治熱)과 식보(食補)를 여름 건강법으로 꼽았다.자신의 몸에 알맞는 음식을 먹어 건강을 지키는 ‘맞춤 음식’의 지혜다.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해 사상체질에 따른 건강법을 더듬어 보자. ■도움말 황지현·김오곤 미소인 비만클리닉 공동원장 심재억기자 jeshim@ 태음인 사상체질 중 가장 많다.이 체질은 땀샘이 성글어 땀을 많이 흘린다.땀을 많이 흘려 피로와 권태가 잦고,진액이라고 불리는 영양소를 잃기 쉽다.이때는 콩국을 많이 먹어 땀으로 체내의 질소가 다량 배출된 몸을 정상으로 유지해 주는 것이 좋다.태음인은 대체로 여름철이면바다를 선호하는 특성이 있다.그래선지 운동도 수영이 좋다.특히 태음인 여자들은 한번 피부가 타면 가을까지 복원되지 않아 여간 고민스럽지 않다.이런 사람에게는 알로에가 좋다.햇볕에 탄 피부는 화끈거려 견디기 어려울 뿐 아니라,이로 인해 기미,주근깨,잔주름이 늘어 피부노화가 빨리 진행된다.이런 때는 알로에를 저며 붙이면 뛰어난 효과를 볼 수 있다. 소음인 대체로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다.이 체질은 여름을 나느라 심리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초가을이면 사소한 일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잘 놀라며,항상 머리가 무겁다.잠을 못이루는 사람도 많다.소화 장애로 헛배가 부르고 식욕도 잘 회복되지 않는다.이런 때는 익모초 생즙이나 말린 익모초를 끓여 차처럼 자주 마시면 좋다.익모초는 심장 근육의 글리코겐과 RNA 함량을 증가시켜 심근 기능을 강화하고,신장 사구체의 여과율을 높이며,중추신경을 안정시키기 때문에 전신의 기능 저하를 빠르게 회복시켜 준다. 또 황기를 넣은 삼계탕과 시원한 인삼차,수정과,생강차도 좋다. 소양인겨울보다 여름나기가 어렵다. 특히 여름의 시작과 끝무렵 환절기때 몸의 기능적 불균형이 빚어져 눈이 피로하고 머리가 무거우며,어지러움과 함께 음성이 갈라지고,우울증과 무기력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 이런 소양인은 돼지 삼겹살 등으로 영양을 보충해 줘야한다.삼겹살을 상추에 싸서 마늘,고추와 함께 든든하게 먹고 나면 바로 눈꺼풀에 힘이 생기고, 눈빛이 반짝거린다. 소양인은 여름 끝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때쯤 육미지황탕같은 보약을 복용해 주면 이어지는 가을과 겨울을 건강하게 나는데 도움이 된다. 태양인 상체에 비해 하체가 부실하다.체내의 열이 얼굴 쪽으로 밀고 올라와 입이 자주 마르고 더위를 잘 견디지 못하는 체질이다.태양인은 오래 걷거나 앉지 못해 자꾸 기대거나 누우려고 한다.훌훌 웃통을 벗어부치고 시원한 물가에서 탁족(濯足)이라도 하며 쉬는 것을 최고의 피서라고 여기는 체질이다.태양인에게는 냉면과 포도가 좋은 반면 고단백,고지방 음식은 좋지 않다.더위에 지쳤을 때는 잉어를 푹 고은 뒤 짜서 국물을 마시거나,고은 잉어의 살을 발라 쌀과 함께 죽을 쒀 먹는 것이다.그러나 태양인에게 맵고 뜨거운 음식은 금기이기 때문에 잉어매운탕은 좋지 않다.더위에 약하므로 낮운동을 삼가며,메밀로 만든 음식이 좋다.
  • 장마철 몸조심 하세요

    장마가 시작됐다.고온다습한 날씨에 몸은 늘어지고 덩달아 마음도 의욕을 잃는다.높은 습도에 땀이 증발되지 않아 내분비·신경계통의 균형이 깨지고 대사 능력이 떨어지는가 하면 면역력도 약해진다.관절염과 당뇨,천식 등 지병이 도지거나 질병에 걸리기 쉬운 것도 이 때문이다.걸핏하면 생기는 피부질환도 문제다.장마철 건강,방심하면 곤욕을 치르지만 조금만 신경쓰면 별 걱정없이 추스릴 수 있다. 집진드기 제거·세균 감염 조심 ●천식·당뇨 장마철에는 집진드기가 기승을 부려 천식을 악화시킨다.이 때는 밀폐형 필터가 달린 진공청소기로 진드기를 제거하고,자주 환기를 해 실내 공기를 바꿔 줘야 한다.세탁물은 가능한 삶는 것이 좋고,에어컨의 제습 기능을 이용하거나,선풍기를 자주 켜 실내 습도를 60%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여름철에 악화되는 천식 환자의 경우 미리 부신피질호르몬제 흡입기를 준비해 급성 발작을 방지하는 것도 지혜다. 면역력이 약한 당뇨 환자들은 무좀이나 백선같은 진균에 감염되기 쉽고,한번 걸리면 잘 낫지 않는다.병변을 잘 관리하지 못해 세균에 의한 2차 감염이 오면 문제가 심각해 진다.따라서 세균 감염에 각별한 주의를 해야 하며 감염이 의심되면 지체없이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불쾌지수가 높아지면서 스트레스가 가중돼 혈당 조절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쾌적하게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차지않게 감싸줘야 ●관절염 흐린날이 많아 관절염 환자들이 고통스러운 때다.특히 류머티즘관절염은 기압과 습도의 변화에 민감해 장마철 저기압에 습한 날씨가 계속되면 근육,힘줄,뼈 등에 변화를 줘 심한 통증을 느낀다. 퇴행성관절염은 아침에 통증이 심하다가 몸을 움직이면 완화되는 것이 특징.장마철에는 활동량이 적어 통증이 쉽게 완화되지 않는다.이럴 때는 수영과 체조,가벼운 걷기 등이 효과적이다.지나친 냉방은 관절강의 신진대사 기능을 떨어뜨리고 관절을 굳게 해 관절염의 증상을 악화시킨다.따라서 관절이 너무 차가워지지 않도록 옷을 덧입거나 무릎덮개 등으로 감싸줘야 한다. 짬짬이 햇볕 쬐도록 ●우울증 일조량이 줄면 우울증이 악화된다.햇빛이 줄어 활동에너지가 고갈되면서 덩달아 슬픔,과식,과수면 등 생화학적 반응이 뒤따르는 것.일조량이 적은 영국에 우울증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사는 재미를 잃어버린 병’으로 불릴 만큼 심한 우울감과 매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된다.체중 감소,수면장애,죄책감과 함께 요통,만성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또 드물지만 피해망상이나 환청 증상도 나타난다.방치할 경우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아 자살에 이를 수도 있어 주변의 협조가 절실하다.눈이 쉽게 피로하고 어깨결림이나 긴장성 두통을 자주 호소하는 사람,농담에도 반응이 없거나 잦은 짜증과 업무적으로 자주 마찰을 일으키는 사람,혼자서 식사하는 사람 등은 우울증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우울증을 가진 사람은 장마중이라도 짬짬이 햇볕을 쬐면 증상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 통풍 기본, 연고 꾸준히 바를것 ●피부질환 장마철은 피부 질환이 기승을 부리는 때이기도 하다.털이 난 곳에 염증이 생기는 모낭염이나 상처가 2차 감염돼 나타나는 세균성 피부질환은 청결 상태를 잘유지해 예방해야 한다.면도 자국같은 작은 상처도 그냥 두면 상처 부위에 혈액이 몰려 곧잘 부어오르며 염증을 일으킨다.이때는 항생제 연고를 바르는 등 초기치료를 잘하면 쉽게 낫는다. 완선은 남성의 사타구니에 주로 생기는 무좀.둥글고 붉은 모양으로 헐면서 몹시 가렵다.무좀균이 원인균으로 대부분 습진과 혼동한다.항진균제를 바르면 곧장 증상이 호전되지만,이후에도 한 달 정도는 계속 발라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땀을 잘 흡수하는 속옷에 헐렁한 바지를 입어 통풍이 잘되게 하는 것이 예방법이다. 농가진은 벌레에 물리거나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는 어린이의 환부 상처에 세균이 침투해 생기는 피부병으로 3∼13세의 어린이에게 흔하다.5∼10㎜의 맑고 노란 물집이 생기며 몹시 가려운 것이 특징.전염성이 강하며 쌀알 크기의 물집이 하루새 메추리알만큼 커지기도 한다.초기 관리를 잘못하면 급성신장염 등 후유증이 심각해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치료받는 것이 좋다.초기에는 항생제로 쉽게 치료된다. 간찰진은 목의 주름 부위를 비롯해 뒷무릎,손·발가락 사이,엉덩이 등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생기는 염증성 피부염.고온 다습한 장마철에 주로 발생한다.발병하면 접촉 부위에 파우더를 뿌려 마찰을 방지하는 것이 좋다.증세가 가벼우면 몸을 씻은 후 스테로이드성 연고 등을 발라주면 쉽게 낫는다. 장마철 건강관리 이렇게 1.습기가 심하면 적당한 난방으로 습기를 제거한다. 2.활동량이 줄고 쉽게 우울해질 수 있으므로 긍정적 생각,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한다. 3.집안에 전염성 환자가 발생하면 식기,변기,이부자리 등은 삶고 소독 한다. 4.냉방중이라도 환기를 자주 한다. 5.손을 자주 씻는 등 위생을 청결히 한다. 6.칼,도마,행주 등을 매일 삶는다. 7.물을 끓여 먹는다. 8.음식은 섭씨 5도 이하 또는 60도이상 고온살균해 보관한다. 9.음식을 다시 먹을 때는 끓여야 하며,조금이라도 변질된 음식은 먹지 않는다. ■ 도움말 고은미·이주흥 삼성서울병원 교수, 하지현 용인정신병원 과장 심재억기자 jeshim@
  • 학대… 방임… 내 아이는?

    “공부해라” 중압감도 결국 ‘학대' 직장여성 ‘육아뒷전' 후유증 커 조기교육,영재교육 등 잘 키우겠다는 부모의 욕심 때문에 아이들이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이런 아이들이 과연 “부모 잘 만나 질 높은 교육을 받는다.”고 할 수 있을까.공부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주는 것이 결과적으로 아이들을 학대하는 것은 아닐까.직장을 가진 여성들이 늘면서 아이들을 방임하는 경우가 많다.직업적 성취를 위해 아이가 잠들고 나서야 귀가하는 직장 여성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아이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누가 달래줄 것인가.학대와 방임 사이,내 아이는 지금 어디에 서있는가. ●잘 키우고 싶다 강영은(34·가명·서울 서초구 반포동) 씨는 6살 난 딸 혜리를 자랑하는 재미에 살아왔다.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똑똑한 딸에게 한 달에 무려 100만원씩 쏟아 부으면서도 늘 새로운 교육정보를 얻으려고 교육에 관심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신문 사이에 끼워진 광고 전단지까지 빠짐없이 살핀다. 그런데 최근 영재 판별을 받기 위해 교육전문상담소를 찾았더니혜리는 엄마 뒤에 딱 붙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순간 강씨는 화가 치밀어 “왜 이래 바보같이!”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고,그 순간 착하기만 하던 아이가 엄마를 꼬집고 때렸다. 이와 관련,전문가들은 “부모를 때렸을 정도라면 분리불안이 심하고 충동 조절이 되지 않는 등 마음에 심각한 병이 있다는 증거”라면서 “두 돌이 되기 전부터 시작된 국어학습지,수학학습지가 아이의 마음을 지치고,병들게 한 것“이라고 조기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그러나 어머니 강씨는 “요즘 아이들,다 그렇지.”라며 아이의 영재성만을 확인받고 싶어했다. 김연홍(36·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 7살,5살 두 아이의 교육을 위해 지난해 일산의 집을 팔고 전세를 얻어 이사했다.한 달에 두 아이의 교육비로 150만원이 조금 넘게 든다.그래도 부족하다 싶어 집으로 미국인 강사를 초빙해 영어공부를 시작,이달부터는 60만원이 더 지출된다.남편의 월급이 보통 직장인보다 많아서 그나마 가능한 일이란다. “제가 집을 팔고 전세를 사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심해요.아이들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하는 게 부모의 도리라고 생각하니까요.이 험한 세상에서 잘 살 수 있도록 키워줘야죠.” 한국은행이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소비자동향조사결과에 따르면 수입의 절반 이상을 교육비로 쓰는 부모들은 “생활이 어려워도 교육비는 더 늘리겠다.”고 응답했다.국어·수학·영어 학습지는 기본,피아노,미술,두뇌계발 등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부터 6∼7가지씩 이어지는 아이들의 조기교육을 부모들은 ‘교육투자’라 말한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 만들어진,수입된 조기교육 교재·교구들은 마치 이것들을 다루지 않으면 ‘당신의 아이는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협박하듯이 집요하게 다가온다.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한다며 20개월부터 시작되는 수학공부와 ‘상상력을 자극해 논리적 사고와 기억력을 키워준다.’는 두뇌계발형 교구들이 장난감을 대체하고 있다. “교육은 0세부터,아니 태교부터 영어로 한다.”든가 “값비싼 교재를 사용했더니 또래보다 목도 먼저 가누고,옹알이도 먼저 시작했다.주변에서 이렇게 빠른 아이는 처음 본다고 말한다.”고 자랑하는 젊은 엄마들의 체험담은 또래를 키우는 엄마들을 흥분시킨다.“우리 애만 뒤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속도’가 아이들의 세상에도 중요한 척도가 되면서 아이들은 병들고 있다.어쩌면 풍부한 물질,좋은 환경에서도 아이들은 ‘학대’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명품으로,특별하게 ‘잘 키운다’는 말 속에는 아이들을 최고로 잘 입힌다는 것도 포함된다.청담동 명품상가 뒤편에는 아이들을 위한 명품매장이 늘어섰다.보통 사람들로서는 오금이 저려 들어서지도 못할 정도의 값비싼 옷이 ‘공주’와 ‘왕자’들을 기다리고 있다.손바닥만한 옷이 20만∼30만원,원피스 한 벌에 100만원짜리도 드물지 않다.아이 옷을 잘 차려 입히는 것이야말로 ‘내 아이는 특별하다.’는 증거로 부모들은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들을 괴롭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이 ‘비싼 옷’이다.강남의 한 유치원 교사는 “편한 옷을 입혀서 보내 달라고 당부하지만 어머니들은 예쁜 옷을 사서 입혀 보낸다.때로는 옷을 더럽히지 말라는 당부를 교사에게 하기도 한다.무엇이 중요한지를 정말 부모들은 모른다.”고 말했다.물론 변두리라고 예외는 아니다.안산의 한 어린이집 원장 역시 “야외활동을 하는 날이라고 고무줄 바지를 입혀 보내 달라고 당부해도 한두명은 반드시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혀서 보낸다.그러면 그 아이는 제대로 활동을 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옷이 잘 벗겨지지 않아 실례를 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옷을 더럽히자 “엄마가 야단친다.”고 너무나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며 다른 아이를 때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고급 옷을 입히는 것이 아이에 대한 사랑인지,일종의 구속인지 모르겠다고 교사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사랑으로 자라는 나무 성공한 직장인 나혜선(43·가명)씨는 자신이 ‘나쁜 엄마’라는 자책에 빠져 있다.고등학생인 아들 경호(18·가명)는 혼자 늘 방에 틀어박혀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매사에 의욕이 없어 공부는 물론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없다.”고 말해 부모와 함께 학습장애클리닉을 찾았다.그러나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어릴 때 아이의 특성을 말해 보라.”는 질문을 받고는 말문이 막혔다.“아무것도 기억나는 게 없었어요.너무 바빴기 때문에 아이는 아주머니에게 거의 맡겼죠.별 문제도 없었고….”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으로부터 산만하다는 말을 들은 것이 거의 유일한 아들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었다.경미한 자폐증을 앓아온 것으로 밝혀지자 나씨는 “너무 힘들고,바빠서 아이에게 사랑을 제대로 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흐느꼈다. 여성들은 직장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떳떳하게 드러내지 못한다.성공한 남자의 업무 책상 위에 놓은 가족사진은 그가 가정적인 남자라는 증거지만,일하는 여성이 가족사진을 책상 위에 내놓는다면 그것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영락없는 아줌마’라는 말을 듣기 때문이다.그래서 직장에서 성취하고 싶은 여성들은 아예 육아에 눈을 돌리지 않기도 한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김영(33·가명) 씨는 7살 난 딸을 시어머니에게 맡겨 키우고 있다.자신보다 할머니가 더 잘 키운다는 게 그녀의 ‘변명’이다.그러나 실제로 김씨가 아이를 데려오기를 미루는 것은 “야근도 많고 해외출장도 잦은데 아이가 있으면 사회생활이 제대로 안 될 것 같다.”는 게 주된 이유다.어린이 집 종일반에서 저녁 6시까지 지내는 딸을 생각하면 가슴 아프고,단 1시간이라도 더 빨리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지 않는 시어머니에게 섭섭하다.최근에는 아이가 “할머니가 자꾸 엄마 흉본다.”면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도 안하고 우울증세를 보여 어린이집 교사가 상담치료를 권했다. 김유영(43·가명·경기 성남시 분당구)씨는 5대 독자인 ‘귀한 아들’을 시어머니가 도맡아 키웠기 때문에 ‘할머니 식’에 맞게 자란 아이에게 거리감을 느낀다.중1인 아들은 최근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둘러 정신과를 찾았다.“남편과 시어머니에 대한 섭섭함이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투영된 것 같다.아무리 아쉬움없이 자라도 사랑의 결핍은 채울 수 없는 것 같다.”며 김씨는 부부싸움과 가족간의 불화로 인해 아이가 희생됐다고,결국 자신이 아이를 ‘방임’했다고 후회했다. 허남주기자 hhj@ ■저소득층 아동학대 심각 당신은 학대받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고단한 삶을 아십니까?그들은 매맞고 굶주리는 것은 물론 내버려져서 심성마저 달라져 있습니다.우리 사회는 이들을 어떻게 배려해야 좋겠습니까? 정식(가명·8살),정우(가명·6살)형제는 현재 한국수양부모회의 보호를 받고 있다.부모가 이혼 한 뒤 1년반 동안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굶거나 겨우 생라면을 뜯어먹으며 주린 배를 채웠던 아이들은 오랜만에 ‘사람 대접’을 받고 있다.그러나 두 아이는 다른 아이를 때리는 등 이미 폭력을 학습하고 있었다. 유정(12·가명)이는 우울증과 학습장애를 앓는 아이다.7살때,어머니의 가출로 인해 술을 마시기만하면 딸을 때리는 아버지를 피해,할머니댁에서 살다가 할머니마저 “아이를 돌볼 형편이 아니다.”며 수양부모회에 도움을 청했다.아이는 극심한 우울로 인해 누구와도 눈을 맞추지 않는다.공부에도 관심 없고,학교생활도 재미없어서 자꾸 결석한다. 박영숙 한국수양부모회 회장은 “사랑으로 아이를 보듬어안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아이들에 대한 학대와 방임은 제도적으로 금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역촌동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을 돌보는 공부방 ‘꿈이 있는 푸른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한윤희(36)씨는 “저소득층 아이들은 대부분 환경탓에 자아 존중감은 가질 수도 없어 폭력적으로 변하고 또한 사람에 대한 애정도 없다.실제로 아이들을 낮에 데리고 있으면 늘 불평만 하고,왜 제대로 도와주지 않느냐는 불만에 차있다.때로는 섭섭함도 느꼈지만 그것이 바로 아이들이 처한 환경으로 인해 심성마저 달라진 것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002년 아동학대신고전화 ‘1391’에 접수된 2498건 가운데 친부모에 의한 학대가 무려 80%나 된다고 발표했다.피해아동의 74.9%가 11세 이하의 아동으로,아동학대유형은 방임과 신체학대,정서학대와 유기 등 다양했다.그중 아동을 굶기거나 제대로 입히지 않는 등 방임형 학대가 36.3%로 전년에 비해 4.4%나 늘어났다.한편 부자나 모자가정,즉 한부모 가정에서 학대받는 아이들이 48.0%로 양부모 가정 2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아동학대 피해자 숫자가 무려 4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이 아닌 지나친 교육열로 인한 아동학대까지 포함한다면 그 숫자는 얼마나 될까.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엄밀한 의미의 아동학대는 경제적 어려움을 기저에 깔고 있지만,우리 사회의 지나친 교육열로 인한 학대까지 포함한다면 우리 사회의 어린이들은 거의 대부분 피해자일지도 모른다.학대받은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우리 사회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허남주 기자
  • 매맞는 여성 보호시설 르포 / 가정폭력 ‘집안 일’ 아니다

    5월은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이 든 ‘행복한 달’이지만 여성단체가 정한 ‘가정 폭력없는 평화의 달’이기도 하다.가정이 중요하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아내가 남편의 폭력에 일방적으로 희생당하면서 유지하는 가정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흔히 가정 폭력을 ‘숨겨진 범죄’라고 한다.그러나 이제 그것은 더이상 부부간의 ‘내밀한 일’도 ‘집안 일’도 아니다.“맞을 짓을 했을 것”이란 피해자에 대한 선입견도 잘못된 것이지만 폭력이 ‘술김에’‘홧김에’휘두른 실수로 용서받아서도 안된다.가정 폭력은 피해자인 여성은 물론 가해자인 남성,그리고 아이들까지 모두 병들게하는 사회적인 병이다.특히 국내의 가정 폭력 발생률(31.4%)은 미국(16.1%),일본(17.0%)의 2배 가까이 되는 등 그 심각성을 인식해야할 때다. ‘그곳’은 멀지 않았다.남편의 폭력에 병든 여성들이 몸과 마음을 누이기 위해 잠깐 찾아드는 곳,그 ‘쉼터’는 서울의 주택가에 있었다.팻말도 없었고,끝내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지 않아 담당 사회복지사의 휴대전화에의지,물어물어 찾아갈 수 있었다. ●피해 여성들의 친정같은 ‘쉼터’ 23일 오전,‘쉼터’에 들어서자 가지런히 책이 꽂힌 서가와 정돈된 분위기는 여느 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그러나 어제 집을 나왔다는 김영자(가명·45)씨의 시퍼렇게 멍든 눈두덩과 그늘진 얼굴에선 고단한 삶이 단숨에 읽혀졌다.쉽게 말문을 열지 못하던 김씨는 22년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조금씩 털어놓았다. “…내가 이렇게 맞다가 죽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그래서 누군가 듣고 경찰에 신고라도 좀 해주길 바라며 소리를 내기도 했지만,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어요.”김씨는 결국 여성긴급전화 ‘1366’에 전화하면서 집을 나왔다고 했다.“경찰은 피해자인 나를 보호해 주기는커녕 ‘우리가 할 일은 끝났다.’면서 남편과 함께 집으로 가라고 했어요.경찰에 신고한 나를 남편이 더 심하게 때릴 게 겁나 그길로 나올 수 밖에 없었어요.그런데 왜 피해자인 내가 이렇게 숨어야 하나요?”숨죽인 그녀의 울음은 처연했다.더욱이 우울증을 앓기도 했던 딸을 염려하면서 울음은 오열로변했다. 마주앉은 여성,양윤정(가명·38)씨의 양 볼에도 눈물이 흘러내렸다.남의 일이 아니라는 침묵은 강한 긍정의 표현이었다.양씨는 13년간 맞고 살았던 자신을 되돌아보면 “벌레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난생 처음 집을 떠나 ‘쉼터’에 여윈 몸을 맡긴 지 2개월,“난 많이 변했다.”며 “무엇이든 트집 잡는 남편이 돌아올 시간이면 가슴이 너무 뛰어 어지러울 정도였다.”고 지난날을 회고했다.남편의 기분을 맞추려고 노력했던 지난날의 자신은 ‘노예였다.’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았다.“아무리 청소를 열심히 해도,아무리 음식을 잘 만들어도 남편은 단 한번도 만족해하지않고 다른 것을 트집삼았고,상을 뒤엎으면서 그 지긋지긋한 일은 시작됐어요.” 맨몸으로 뛰쳐 나왔지만 보모 교육을 받았고 난생 처음으로 돈을 벌었다는 양씨는 “나도 사람이라는 사실,그걸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끝내 자신의 이야기를 한 마디도 털어놓지 못할만큼 가슴 속 상처가 큰 또다른 여성들도 ‘남의 일같지 않은 슬픔’을 함께 공유하고 있어 분위기는 참 무거웠다. ●학력·재산·나이와 무관 피해 여성과 24시간을 함께 기거하며 상담을 맡고있는 사회복지사 김성숙씨는 “눈물은 아픔을 씻어내는 정화기능을 한다.”며 “남편의 마음에 맞도록 자신을 바꾸려고 10∼20년씩 노력했던 여성들이 ‘더이상 남편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렸을 때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청한다.”고 말했다.또한 이곳을 이용하는 피해 여성은 30∼50대가 주류를 이루지만 10대부터 70대까지 구별이 없고,학력과 재산 유무와도 관계없다고 설명했다.김재엽 연세대 교수는 “소득이 전혀없는 집단의 27.5%,월 300만원 이상의 소득자 28.3%에서 가정폭력이 일어난다.”며 항간의 저소득,저학력층에서 가정 폭력이 있다는 오해에 대해 꼬집었다. 24일,여성의 전화연합 사무실에서 만난 두 피해여성은 ‘쉼터’에 머문 지난 2개월동안 “나 자신을 찾았다.”고 말했다.의외로 밝아 보이는 얼굴에 안도감이 느껴졌지만,한켠에서는 ‘이렇게 밝은 성격인데 당하기만 했을까?’라는 피해여성에 대한 편견이 떠올랐다.이런 속마음을 들여다 보기라도 한듯 동행한 사회복지사 배인숙씨는 “폭력에 노출돼 무기력했던 여성들이 쉼터에서 함께 피해자들과 지내면 자신에게만 있었던 일이 아님을 알게 되고 서서히 치유돼 예전의 밝은 성격을 되찾는다.”고 설명했다. 보험회사의 교육담당자였다는 이정희(가명·43)씨는 “밖에서는 당당했지만 ‘남편을 무시한다.’며 던진 밥그릇에 이마가 터져도 남편의 마음만 풀어주려고 비굴하게 노력했던 약한 여성이었다.”고 자신의 과거를 고백했다.“너무 맞으니까 ‘차라리 빨리 때려라.’는 식으로 체념하게 됐지요.어차피 내가 맞아야 끝날 일이라면 빨리 끝나는 게 낫다는 식으로 생각이 길들여졌어요.”.그는 중학생인 아들이 “옥상에서 아버지를 밀어버리고 싶다.”는 말을 듣고서야 더이상의 불행을 막기 위해 이혼할 것을 결심했다. 때로 피해 여성들은 ‘내 얼굴에 침뱉기’라거나 ‘남편을 고발했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움에 젖기도 한다.자신이 가정을 떠남으로써 ‘가정이 깨어졌다.’는 현실은 더 큰 죄의식을 안겨준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함께 만나고,자신들을 추스르는 과정이 어떤 전문가의 상담보다 더 효과적이라 한다.‘쉼터’를 통해 자신과 남편,가정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 여성들은 성큼 성장하게 된다.그래서 쉼터에 머물렀던 여성들 중 35%는 집으로 복귀,가정에 변화를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하기도 한다. ●전국 32곳뿐… 세대별 보호시설 늘려야 87년 처음으로 쉼터의 문을 열었던 여성의 전화연합은 90년 구타 남편이 ‘인신매매집단’이라고 경찰에 고발,실무자 3명이 경찰에 연행·조사를 받기도 했었다고 한다.또한 쉼터가 집안에 머물렀던 아내들을 집밖으로 유도한다거나 이혼을 부추긴다는 엉뚱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쉼터는 현재 서울 8곳,전남·경남 3곳,부산 2곳 등 전국 32곳에서 운영되고 있다.대부분 10명 내외를 보호할 수 있는 작은 규모라 다 합쳐도 한꺼번에 332명밖에 보호할 수 없다.더욱이 아이들을 데리고 입소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고 2∼3개월 머무르면 퇴소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 여성들에게 안정적인 거처가 되지는 못한다. 여성부는 올해 어머니와 아이가 함께 지낼 수 있는‘세대별 보호시설’을 충북에 시범적으로 설립,15세대 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다. 허남주기자 hhj@ ■가해자 위탁상담 프로그램 “나도 처음부터 폭력 남편은 아니었다.”고 폭력의 원인을 아내의 잘못으로 돌리는 40대 남편,“때려서라도 고쳐서 데리고 살려고 했다.”며 가부장적인 의식을 내세우는 30대 남편,하물며 “때리는 것도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고 강변하는 남편.폭력을 휘두르는 이유도 가지가지이다. 그러나 가정폭력은 성격장애이자 분노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가정법원으로부터 가정보호사건 처분을 받은 가정폭력사건 중 일부는 상담위탁을 명령받는다.서울 여의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등 상담기관에서는‘가정폭력 행위자 상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단,잘못을 인정하자 곽모(45·공무원)씨는 술을 마시면 상습적으로 행패를 부리고,아내를 폭행했다.참다못한 아내가 경찰에 고발하자 “공무원 신분인 나를 망신시켰다.”며 처음엔 아내를 원망했다.그러나 3개월간의 위탁상담을 받은 후 술을 끊고,아내와 원만한 관계를 회복했다.“진작 이렇게 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까지 말했다. 박모(37·대학강사)씨는 결혼 2년,오히려 자신의 성격을 이기지못해 펄펄 뛰는 아내를 밀쳤을뿐인데도 고발,상담을 받게 되자 처음에는 분노가 치밀었다한다.“12살 연하의 아내는 불같은 성격에 걸핏하면 친정으로 달려갔다.화가 나면 벽에 자신의 머리를 찧을만큼 극단적인 성격이었는데 임신중 아이를 잃으면서 결국 결혼생활은 금이 갔다.”고 아내 탓을 했던 그가 상담이 거듭되면서 “나 자신의 책임도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어떻게해서라도 아내를 달래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 아내의 화를 돋웠던 것같다.”고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상담을 받으면서 남의 결혼생활을 통해 많은 생각을 했고,결혼생활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고 말하는 박씨는 이혼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때,내가 조금이라도 노력했다면…”이란 생각만으로도 지난 결혼이 준 상처가 치유되는 것같다고 말했다. ●부부간 대화법과 스트레스 해소법도 가르쳐 위탁상담은 개인·집단상담은 물론 1박2일의 부부캠프를 실시한다.일정이 끝나면 대체로 폭력을 인정하고,가정폭력방지법을 이해할 뿐 아니라 부부간의 의사소통법 등을 알게 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상담위원은 “상담을 받았다고 모든 사람들이 반성하고 새롭게 가정을 이끌지는 못한다.어쩔 수 없이 이혼에 이르기도 하지만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었음을,조금더 노력했으면 달라졌을 것이란 것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 부시의 전쟁/ ‘전쟁 공황 증후군’ 확산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전쟁 스트레스’로 고통을 겪는 시민이 늘고 있다.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다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기도 한다. 상습적으로 심한 공포감을 느끼는 현상인 ‘공황장애’ 전문병원 ‘연세 Yoo & Kim 신경정신과’에는 21일 이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 3명이 찾았다.이라크 공습이 시작된 20일에는 공황장애를 겪는 7명이 집단 치료를 받았다. 병원을 찾은 한 주부는 “계속 불안하고 초조해져 너무 힘들고 무섭다.이러다가 죽는 것 아니냐.”고 의사에게 호소했다.30,40대 남성 두명은 “미국이 북한에 미사일을 퍼부으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자식들에게 끔찍한 상황을 물려주면 큰일이다.”며 심리적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병원측은 밝혔다.유상우 원장은 “갑자기 큰 사건·사고를 겪은 뒤 며칠씩 우울증을 겪거나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1주 이상 증상이 계속되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서대문구 현저동에 사는 주부 양모(38)씨는 전쟁이 터진 이후 혼자 있는 것이 무서워 출근하는 남편에게 “일찍 들어오라.”고 부탁하고,학교에 가는 딸에게는 “혹시 테러가 일어날지 모르니 절대 지하철을 타지 말라.”고 다짐받는다고 했다.또 한국전쟁을 겪은 윤모(70)씨는 “총을 든 북한 군인을 보고 덜덜 떨면서 도망다녔던 기억이 되살아나 밤잠을 설친다.”고 호소했다.서울 백제병원 노만희 원장은 “전쟁이 장기화되고 물가인상으로 경제위기를 피부로 느끼게 되면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택동 박지연기자 taecks@ ●문화계도 이라크전 불똥 국내 문화예술계에도 이라크 전쟁의 불똥이 튀고 있다.극단과 공연기획사들은 예정됐던 해외공연이나 외국단체의 내한공연을 잇달아 취소 또는 연기하고 있다.반면 출판가와 서점은 서둘러 전쟁 관련 책들을 내놓거나 전쟁 코너를 만들 예정이다.방송사도 전쟁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을 집중 편성하고 있다. 극단 유시어터(대표 유인촌)는 이스라엘의 ‘하이파 어린이 연극제 2003’에 초청돼 다음달 19∼23일 현지에서 가족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를 공연할 예정이었으나,21일 취소했다.20일 서울 올림픽 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영국의 R&B 그룹 ‘블루’의 공연은 취소됐다. 영국 뮤지컬 ‘맘마미아’와 ‘시카고’의 한국 공연을 추진하기 위해 22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런던 출장을 계획했던 신시뮤지컬컴퍼니 관계자도 서둘러 일정을 취소했다. 새달 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 주최사인 MBC도 관람권이 팔리지 않을까봐 우려하고 있다. 영화계는 관객이 줄까봐 전전긍긍이다.새달 4일 개봉할 나이지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 ‘태양의 눈물’ 배급사인 컬럼비아 트라이스타 관계자는 “영화가 반전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나이지리아에서 활동하는 미군 특수요원 등이 등장해 관객 감소가 예상된다.”며 “다른 국산 영화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교보문고 등 시내 대형서점들은 91년 걸프전과 2001년 9·11 사태 때 중동과 이슬람 관련 서적이불티나게 팔렸던 예에 비추어 이번에도 같은 류의 서적들을 매장에 내놓을 움직임이다. 문화관광부 조동희 공연예술과장은 “경제가 어려워지면 문화비 지출부터 줄이기 때문에 공연예술계에 불황이 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수 황수정기자 vielee@ ●反戰확산… 오늘 10만명 집회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정부의 파병 방침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가 주말인 22일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등 반전운동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참여연대와 환경연대,한국여성단체연합 등 6개 단체는 이날 서울시청 앞마당에서 지난 16일 방한한 ‘틱낫한’스님을 초청한 가운데 10만여명 규모의 평화염원 국민대회를 갖는다.이들은 평화선언문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머지 않아 다른 형태의 전쟁으로 미국에 돌아갈 것”이라며 전쟁 중단을 촉구할 예정이다. 6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도 이날 회원·시민 등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종묘공원에서 ‘이라크 침략전쟁 중단과 한국군 파병·한반도 전쟁위협 반대를 위한 국민대회’를 가진 뒤 광화문 일대에서 촛불행진을 벌인다. 한편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직무대행 이시영)는 이날 성명을 발표,“미국은 이라크 침공을 당장 중단하고,미국의 강요에 굴복,전쟁지지를 표명한 노무현 정부는 우리 국민을 더러운 전쟁의 동참자로 만들지 말라.”고 촉구했다.전국민중연대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쟁지원 결정에 강력 항의했다. 구혜영기자 koohy@ ●보수단체 “전투병도 파병해야”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한국군 파병 방침과 관련,보수우익 단체들은 잇따라 국군의 적극적 참전을 주장하고,국내 반전시위의 자제를 촉구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21일 논평을 내고 “국가의 이익과 한·미동맹 체제의 강화를 위해 국군의 참전은 필수적”이라면서 “가능하다면 전투병까지 파병해 세계 평화에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시민연대’도 논평에서 “정부가 파병을 공식 결정한 것은 국익 차원에서 매우 잘한 일”이라면서 “일부 반전시위는 국익을 해치고 안보를 위협하는 매우 부도덕한 짓으로 중단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강영훈 전 국무총리와 황장엽 탈북자동지회 명예회장 등이 참여한 ‘자유통일국민회의’도 “파병 시기는 빠를 수록 좋고,가능하면 전투병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영표기자 tomcat@
  • [나의 건강보감] ‘영원한 청춤의 작가’ 최인호

    ‘자유인’ 최인호의 ‘청계산 이야기’는 결코 스스로를 학대하지 않는 한 대가의 처절한 자기연민이자 작은 돈오(頓悟)같은 것이었다. 최인호(59).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영원한 청춘의 작가’로 기억하고 있으나 그인들 세월을 비켜갈까.당장 내년이면 세상의 이치를 꿴다는 이순(耳順)의 나이 육십줄에 들게 된다. 눈이 오건,바람이 불건 해발 618m의 청계산 능선을 밟으며 ‘영혼의 잠을 깨우는 일’을 그치지 않는다.“이 산을 안 것이 너무나 다행스럽고 행복하다.”는 그다. ●8년전 청계산과 인연 이 산과 인연을 맺은 것은 8년 전.“그때 나는 무작정 집을 나섰다.홀로 며칠 바닷가를 찾거나 아니면 설악에라도 오를까 했다.심신은 늘어져 있었고,어깨가 못견디게 결려(그는 엎드려 글쓰는 버릇이 있다) 딱히 지향없이 나선 길이었다.마침 떠오르는 생각 하나가 있었다.‘그렇지 내게도 갈 곳이 있었지.’”그렇게 해서 그는 청계산과 마주하게 됐다. 그것이 청계산과의 첫 대면은 아니었다.그는 6·25때 아버지를 따라 이 산 계곡에서 피란민으로 여름한철을 보냈다.여기다 그가 흠모하는 경허스님이 이 산의 청계사에서 아홉살 어린 나이로 머리깎고 사미(沙彌)의 행자(行者)생활을 시작했으니,이미 그와는 인연이 깊은 산이었던 셈이다. 그에게는 당뇨가 있었다.아픈 기억이지만,누이를 당뇨로 잃었고 노모도 당뇨로 고생하고 계시다.심하지는 않지만 가족력인 탓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는 질환이었다.게다가 봄만 되면 겪는 우울증도 걱정스러웠다.따로 약을 먹진 않으나,젊은 시절에는 위스키같은 독주에 의지하곤 했다.이런 저런 이유로 한 때는 자신의 삶에 크게 낙담하기도 했다.우울증이 엄습하면 차를 몰고 전라도나 경상도까지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소리내 울기도 했다.이런 그에게 그 산은 축복이었다. ●담배 딱 끊고 술 거의 안해 산행 예찬은 끝이 없었다.그가 산행을 통해 얻는 것은 ‘정화된 영혼’.몸도 몸이지만 그렇게 정신을 추스르지 않으면 제대로 글을 써낼 수 없다.“나는 프로 작가다.몸과 마음이 항상 준비돼 있어 어떤 영감이라도 글로 적어낼 수 있어야 한다.” 요즘은 거의 술을 하지않는다.술을 마셔야 하는 약속은 아예 피한다.담배도 15년 전에 끊었다.도락(道樂)이라면 하루 1∼2대 쯤 태우는 시가가 전부.시가는 7∼8년쯤 전 다큐멘터리 ‘왕도의 비밀’을 집필할 때 무료해서 시작한 것이다.특히 아침 무렵 커피와 함께 태우는 시가를 일품으로 친다.고혹적인 맛이 좋아서다.입맛이 길들여져 쿠바산만 고집한다.연기를 삼키지 않기 때문에 크게 건강을 해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 말고는 고답적이랄 만큼 시류에 대한 적응이 늦다.아직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흔한 e메일 하나 없다.필체를 잃어버릴까 겁난다며 원고도 육필을 고집한다.지금 타는 차는 10년된 고물이다. 그런 그가 당뇨더러 “고마운 존재”라고 하는 것은 뜻밖이다.그는 말을 이었다.“당뇨라는 장애물이 없었다면 내 삶에 너무 자신만만해 종국에는 몸을 크게 상했을 것인데,그것 때문에 ‘절제’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그렇다고 그가 당뇨의 포로는 아니다.그는 의사의 권고치도 자의적으로 해석한다.예컨대 의사는 혈당 140 이하를 강조하지만 그는 150도 좋다는 식이다.“최근 KBS 기획특집 ‘해신 장보고’ 취재때는 젊은 사람들도 픽픽 나가떨어졌는데 나는 멀쩡했다.”며 씩 웃는다. ●산행이후 구부정한 허리 펴져 물론 그의 운동편력이 산행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한때는 싱글 수준에 이를 만큼 골프를 좋아했으나 지금은 거의 손을 뗐다. 그에게 산행이 정말 좋으냐고 물었다.“영화배우 안성기씨가 그럽디다.‘형,몸이 가벼워 보이고 구부정한 허리도 곧추섰다.”고. 올해 유럽으로 작품 취재여행을 다녀오겠다는 그는 이런 ‘산행예찬’을 남겼다.“땀흘리며 산을 타보라.혼자 명상하며 산을 타는 것은 수양이자 영혼이 정화되는 체험이다.내면의 화(火)가 이내 숨죽여 평온해지고,너그러워진다.그 뿐인가.산은 내게 또 얼마나 많은 영감과 열정을 주는가.”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 ◈전문가가 말하는 올바른 등산법 최인호씨의 등산법은 독특하다.일단 산에 오르면 그날 맘먹은 곳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내닫듯이 걷는다.잘 쉬지 않는다.그렇게 산을 타다보면 이내 숨이 턱에 차고,비오듯 땀을 흘린다.그가 말하는 ‘가슴터질 것 같은 희열’의 지경이다. 그러나 초보자가 그처럼 산을 타다가는 이내 고장이 나고 만다.산을 타는 것도 기술이다. 초보자는 짧은 거리부터 긴 거리로 조금씩 코스를 늘려가는 것이 좋다.걸음은 기본만 익힌 뒤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길들이면 된다.걸을 때는 등산화 바닥 전체로 지면을 밟되 가능한한 일정한 보폭과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갑자기 보폭과 속도를 바꾸면 몸에 무리가 오거나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처음엔 15∼20분을 걸은 뒤 5분 정도 휴식을 취하는 식으로 하다가 몸이 풀리면 ‘1시간 보행,10분 휴식’을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게 좋다.쉴 때는 퍼질러 않거나,물을 너무 많이 마시지 않아야 한다. 최인호의 경우 자주 찾는 코스는 서초구 원지동 원턱골에서 출발해 매봉을 향하는 코스.이 길을 따라가다 적당한 곳에서 오른 길을 되짚어 내려온다.이렇게 1시간 30분 가량을 걷는다.보통 사람이 걸으면 2시간쯤 걸리는 거리이다.한달에 한번쯤은 3∼4시간 정도를 할애,이 산을 종주한다.원턱골에서 출발해 과천 쪽으로 빠지는 코스를 좋아한다.“산행 뒤 정신의 청량감은 무엇과도 비길 바가 아니다.잠도 잘 들고 몸도 무척 좋아졌다.”고 자랑한다. 그는 “비오듯 땀을 흘리며 헐떡인다는 게 얼마나 좋으냐.”고 반문하지만 사실 일반인이 헐떡일 정도로 산을 타는 것은 위험하다.산행은 호흡이 거칠어지지 않을 정도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그러기 위해서는 오르막길의 경우 보폭을 줄여 천천히 걸어야 하며,내리막길도 오를 때처럼 몸을 약간 앞으로 굽힌 자세에서 발바닥 전체로 지면을 누르듯 착지해 걷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특히 내리막에서 보폭을 키워 황새걸음을 걷거나 달리는 것은 금물.산에서 내려올 때 사고가 많다는 점을 유의할 것. ●도움말=산악인 장건상 심재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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